주말을 교외에 나가 불편하게 지내보는 것도 해볼 만한 일이다.
때로는 그게 지나쳐 진짜 힘들 때도 있지만, 부부가 모두 저널리스트인 내 친구 내외는 교외에 나가 주말을 지내다 산장에 조그만 불이 났다.
불길은 자원소방대원들이 출동해서 곧 잡았지만, 덕분에 전화도 쓸 수 없고 전기도 없이 지내야 했다.
어쨌든 그런 대로 지낼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 모두 월요일 아침까지 마감할 원고가 있어 주말을 일하며 지낼 계획이었다.
까짓 것, 왜 못해, 하며 석유 등을 찾아다 켜 놓고 초에 불을 붙여 일할 만한 책상을 차린 다음 두 사람의 타자기도 제자리에 갖다 놓았다.
그제서야 두 사람은 비로소 타자기가 둘 다 전동타자기라는 사실을 깨닫고 김이 쪽 빠지더라고.
처음 교단에 서는 젊은 여선생이 1학년 꼬마들에게 자기소개를 했다.
여선생은 곧 어린이 여러분들과 서로 잘 알게 되기 바란다고 했다.
이렇게 말하는 동안 선생은 무심코 칠판에 건 두루마리 지도에 기댔는데 그게 창문의 블라인드 처럼 도르르 말려 올라가면서 스커트까지
끌어올렸다.
허리 아래론 다 드러난 선생이 스커트를 도로 내리느라고 버둥거리는 동안 교실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
그러다가 사내녀석 하나가 고요를 깨뜨렸다.
“우린 선생님을 더 잘 알게 되었어요.”
아버지 사업을 몇 해 도와 드리다 보니 내 수완도 상당히 나아진 성싶었다.
아버지가 나를 버젓한 동업자로 삼겠다고 발표하시자 그것은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사실로서 증명되었다.
신바람이 나서 내킨 김에 농담 삼아 그렇지만 '아버지가 사사건건 독단적으로 처리하시니 전 아무래도 말 없는 동업자가 되어야겠군요'
하고 한 마디 해 보았다.
“말 없는 동업자는 자본만 대고 사업에는 참견하지 않는 사람이지. 넌 입 닥치라는 욕이나 맨날 먹는 동업자가 될게다.”
아버지의 대꾸였다.
나는 통계국에 근무하며 호구조사를 담당하는데 한번은 맨해턴의 어느 고층아파트에 갔었다.
한 집에 가 초인종을 눌렀더니 안에서 무언지 긁는 듯한 소리가 나고 곧이어 찢어지는 듯한 어린 아이의 비명이 들렸다.
“안돼요 ! 그건 안 된단말예요 ! 제발, 제발 !”
어린 계집 아이가 울부짖는 소리였다.
순간, 학대 받고 있는 어린이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퍼뜻 머리를 스쳤다.
이윽고 긁는지 문지르는지 모를 소리가 더 나고 어우러져 뒹구는 듯한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무언지 끌려 오는 소리가 났다.
그러다 별안간 문이 열리면서 안경을 낀, 몸집이 크고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가 나타났다.
어린 계집애 하나가 두 손으로 그 남자 발목을 움켜잡고 뒤로 벌렁 누운 채 개구장이처럼 웃고 있었다.
안쪽은 책이 가지런히 꽂힌 아늑한 거실로, 커피 탁자 위에는 서양장기판이 벌여져 있었다.
그 어른도 역시 웃으면서 설명했다.
“제가 방금 얘 여왕을 잡았더니 이러지 뭡니까.”
내가 처음 성직자로 목회를 맡은 것은 펜실베이니아주의 어느 큰 교회에서였다.
청년부 담임 부목사였던 그 첫해 가을에 복음전도사 한 분이 우리 청년부와 토요일 아침에 만나 식사를 같이 하게 되었다.
그 행사를 완벽하고 우아하게 치르리라 마음먹고 세세한 부분까지도 신경을 썼다.
그래서 평신도 지도자 한 사람과 의논한 끝에 교회 정원에 마지막으로 피어 있는 꽃을 갖다가 꽃꽂이를 하기로 했다.
이튿날 아침 교회까지 걷기로 했다.
검정 양복과 타이와 모자와 외투 차림으로 국화꽃다발을 안고서 길에 나섰을 때 시각은 새벽 6시 반이었다.
유유히 걷고 있는데 차 한 대가 나를 스쳐 지나가다가 무슨 생각이 났는지 멈추더니 다시 뒷걸음질해 왔다.
운전석에 앉은 사람은 창문을 내리고 내가 든 꽃을 가리키면서 한 마디 던지길 :
“여보, 지금 집에 들어가는 길이라면 그 정도 갖고는 부인을 달랠 수 없을 것 같은데.”
뉴욕 금융가에서 규모가 큰 한 사무기기 회사의 판매원으로 일할 때의 일.
증권브로커들은 내가 옆에서 아무리 끈질기게 떠들어대도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일에 몰두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어느 날 열심히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는 어떤 브로커를 설득해 보려고 갖은 애를 다쓰던 끝에 이판사판이라는 생각으로 악을 썼다.
"하늘이 떨어져요(무너져요) !”
그랬더니 그 사람은 여전히 서류를 들여다 보면서 "그럼 하늘을 팔아버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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