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우의 쉬운 사진] (66·끝) 겨울 눈 사진

 

 

입력 : 2013.12.26

일찍 일어난 사람이 雪原을 찍는다


	겨울 눈 사진
렌즈 80㎜, 셔터스피드 1/1600 sec, 조리개 f/8, 감도 200
첫 칼럼을 썼을 때를 아직도 기억한다. 원래 칼럼의 이름은 '유창우의 사진 강의'였다. 200자 원고지 6장짜리 글을 채우기 어려워 며칠을 끙끙댔다.

힘들게 완성한 원고를 읽고 아내는 딱 한마디 했다. "재미없는데."



충격이었다. 마음을 겨우 수습하고 다시 읽어봤다. 왜 그런 소리를 들었는지 알 것 같았다. 사진은 기계를 만지는 예술이다.

기계 얘기만 하면, 기계를 잘 모르는 사람은 하품부터 나온다. 감도니 셔터 스피드니 조리개니…. 똑딱이만 만져본 사람에겐 암호 같은 말일 것이다.


생각해봤다. 대체 뭘 쓰면 좋을까. 기계를 모르는 사람이건, 아는 사람이건, 누구에게나 중요한 원칙은 없는 걸까. 시작이 어려울 뿐,

그다음부턴 제법 술술 풀렸다. 음식 사진을 잘 찍으려면 일단은 식기 전 빨리 찍어야 하고,

꽃 사진을 찍으려면 마치 애인 얼굴 보듯 바짝 다가가 여기저기 바라보고 찍어야 한다.



말을 풀어내니 이야기가 됐고, 이야기를 풀어내니 기사가 됐다. 제목도 그래서 '쉬운 사진'이라고 바꿨다.

지금 돌아보면, 참 내 칼럼보다 과분하고 예쁜 제목이었다 싶다.



그렇게 2011년 1월 20일부터 지금까지 꼬박 만 3년, 66회를 연재했다. 때론 뭘 써야 할지 고민될 때도 많았다.

1년의 계절은 네 가지뿐이고, 사진의 카테고리도 몇 가지 되지 않는데, 때만 되면 여름 사진 얘기를 해야 하고, 때가 되면 눈 사진 얘기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새로운 얘기처럼 보일까 고민되고 머리 아팠다.

그럴 때면 주변 사람들의 '질문'과 '사소한 궁금증'이 큰 힘이 됐다.



"선배, 여자친구랑 밤에 데이트할 땐 사진 어떻게 찍어요?" "형, 여름 휴가철에 놀러 가면 어떤 사진을 찍어야 하는 거야?" "창우야, 새해 사진으로 뭘 찍으면 좋을까?" 별것 아닌 질문에도 다 답이 있었다.

야경은 해지기 직전 '황금 시간'에 찍고, 여름 사진은 '놀면서' 찍는다고. 이들을 향한 대답을 찾다 보니 나 역시 미처 깨닫지 못했던 소중한 법칙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이 설경(雪景) 사진도 마찬가지다. 커다란 나무 아래 허리를 뒤로 젖히고 하늘을 보는 청년. 이 사진을 어떻게 찍었느냐고 누가 물었을 때, 난 가급적 '쉬운 사진'처럼 대답하려고 애써봤다.

그리고 이런 답을 했다. "일찍 일어났지 뭐. 남들이 눈을 밟기 전에. 아침에 빛이 비스듬히 누웠을 때."

결국 내가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도 이것 하나였던 것 같다. 카메라 탓하지 말고, 몸으로 찍자. 비싼 장비 사지 말고, 눈으로 찍자.

무거운 카메라 찾지 말고, 가볍고 싼 카메라라도 좋으니 그저 날마다 목에 걸고 찍자.



지난 3년 동안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드린다.

독자 중 한 분이라도 눈 사진 찍기 위해 카메라 렌즈를 바꾸는 대신, 누구도 아직 깨지 않은 아침에 제일 먼저 일어나 풍경을 찍는 분이 있다면, 그분은 이미 '쉬운 사진'의 달인이 된 거라고 믿는다. 새해엔 모두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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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우의 쉬운 사진] (65) 인물사진 찍기

 

 

입력 : 2013.12.12

아이 찍을 땐… 실컷 놀게 내버려둬라


	아이 사진 찍기
렌즈 50㎜, 셔터스피드 1/64 sec, 조리개 f/2.0, 감도 800

사진을 잘 찍는다는 건 어떤 걸까.

카메라라고 하는 기계를 제법 잘 다룬다는 뜻일 수도 있고, 빛이 피사체가 부딪혀 빚어내는 장면을 기가 막히게 잘 잡는다는 뜻일 수도 있다.

요즘엔 여기에 포토샵을 잘하는 것도 일종의 '잘 찍는' 기술에 포함될 때가 있는 것 같다.

세 가지 다 맞는 말이다. 이번에 난 여기에 하나를 추가해보고 싶다.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는 '환경'을 찾는 것도 능력이라고 말이다.

무슨 얘기일까. 사진이 잘 나올 수 있는 상황은 여러 가지다.

가령 누군가가 환하게 웃는 사진이 필요하다면, 웃겨야 한다. 그것도 자연스럽게, 정말 배 속 깊은 곳에서 웃음이 나오도록.

그걸 잘하는 것도 사진 찍는 사람의 능력이다. 아이가 귀엽게 노는 모습을 찍고 싶다면, 일단 마음껏 실컷 놀아줘야 한다.

억지로 모자나 리본을 씌우고 "여기 봐봐"를 계속 외친다고 좋은 사진을 건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사진이 잘 나올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도 결국 사진을 잘 찍는 기술의 일부라는 얘기다.

아이 사진을 잘 찍고 싶다면, 일단 아이가 즐겁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집 안 가득 장난감과 책을 늘어놓고 아이를 온종일 풀어놓았다. 웬만하면 "만지지 마라", "거긴 가지 마라" 같은 잔소리를 하지 않고 그저 지켜봤다.

녀석은 혼자 이것저것 만지고 뒤집어보고 꺼내보고 놀더니, 급기야 내 방에서 카메라처럼 보이는 사진용 복사기를 낑낑거리고 끌고 나왔다.

굳이 제지하지 않고 내버려두고 지켜봤다. 녀석은 그 앞에서 "여기 봐봐, 사진"이라고 말하더니 마치 사진을 찍는 것처럼 자세를 잡았다.

내가 카메라를 든 것도 그때였다. 억지로 연출해선 얻을 수 없는 자연스럽고 또 이야기가 있는 사진이 그렇게 한 장 나왔다.

어떤 카메라를 쓰느냐, 어떤 빛에서 찍느냐, 어떤 모드로 촬영하느냐는 결국 부수적 문제에 불과할 수 있다.

때론 이렇게 '어떤 환경을 만들어놓느냐'가 더 중요하다.

환경을 만들어 놓았다면, 늘 찍을 준비를 하고 있으면 그만이다. 카메라 전원은 웬만하면 켜둔다. 배터리를 아끼겠다는 생각은 버리자.

촬영 모드는 언제든지 셔터만 누르면 노출과 초점이 맞도록 '자동'으로 설정해놓으면 더 편하다.

만약 인물 위주 사진을 원한다면 렌즈는 표준 렌즈(50㎜) 이상의 망원 렌즈를 끼워놓을 것을 권한다.

인물 스냅 사진은 보통 순식간에 찍어야 하는데, 이때 산만한 배경 처리를 고민할 것 없이 인물의 표정에만 집중하면 더 편하기 때문이다.

실내에서 촬영한다면 웬만하면 실내등을 켜놓거나 커튼을 활짝 열어 실내가 최대한 밝게 유지되도록 힘쓴다. 카메라는 웬만하면 손 닿는 곳에 둔다.

온종일 목에 걸고 있는 것도 괜찮다. 비싸고 무거운 카메라보단, 늘 가까이 있는 카메라가 진짜 '효자' 노릇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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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우의 쉬운 사진] (64) 흔들리지 않게사진 찍기

 

입력 : 2013.11.28

삼각대 없어 초점 흔들?… 벽에 기대라


	유창우 흔들리지 않게사진 찍기
셔터스피드 1/8sec, 조리개 f/5.6, 감도 ISO 100. 벽에 최대한 몸을 의지하고 촬영해서 흔들림을 방지했다.
초보 사진가는 사실 딱 하나만 지켜도 웬만하면 사진을 건진다. 그건 '또렷하게 찍는 것'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걸 지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많은 경우, 초점이 아예 맞지 않거나 흔들린 사진을 가지고 온다.

의도적으로 사진을 흔들리게 하거나, 살짝 흐릿하게 찍을 순 있으나, 아예 초점이 맞지 않는 사진은 사실 제대로 쓰기 어렵다.



사진을 흔들리지 않게 찍는 가장 쉬운 방법은 삼각대를 갖추는 것이다. 야경 사진, 실내 사진을 찍을 때 사실 삼각대만큼 유용한 물건도 없다.

삼각대만 있어도 사진은 웬만한 경우엔 흔들리지 않고, 한결 또렷한 결과물이 나온다.



문제는 삼각대가 꽤 무겁다는 것. 부피도 제법 큰 물건이어서 늘 가지고 다니기가 쉽지 않다.

삼각대를 챙기다 지쳐 여행 사진 찍는 걸 멀리하게 됐다는 경우도 종종 봤다. 이렇게 삼각대가 오히려 짐이 된다면, 삼각대를 차라리 두고 다니는 게 낫다.


그렇다면 삼각대 없이 어떻게 사진을 찍어야 할까.

날씨가 화창하고 햇볕이 화사해 노출이 충분히 나오는 날은 삼각대가 없어도 상관없지만, 날씨가 흐려 노출이 떨어지는 날은 우선 감도(ISO)를 올려서

셔터스피드가 떨어지는 것을 조금이나마 줄이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사진 찍는 사람들 사이엔 이런 속설이 있다. '셔터스피드는 끼운 렌즈의 밀리 수를 분수로 바꿨을 때보단 빠르게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 렌즈라면 셔터스피드가 1/200초 이상은 돼야 순간 포착을 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300㎜ 렌즈를 썼다면 셔터스피드를 1/300초보다는 빠르게 조절해야 한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렇게 셔터스피드를 빨리할 만큼 노출이 나오지 않을 때이다. 삼각대를 대신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일단 몸을 최대한 고정하는 것이다. 두 다리에 고르게 힘을 주고 바르게 서서 카메라를 들고 찍어야 한다.

찍을 때 숨을 참는 건 기본이다. 둘째는 '벽'에 의지하라는 것.

벽에 몸을 기대서 흔들림을 최소화하거나, 양팔을 담벼락 같은 곳에 걸치는 것도 흔들림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충북 단양 도담삼봉 <사진>도 이렇게 촬영했다. 카메라를 지형지물 위에 놓고 찍는 것도 괜찮다. 그냥 들고 찍을 때보단 아무래도 덜 흔들린다.


이것도 여의치 않다면, 카메라를 셀프타이머로 바꿔놓고 적당한 곳에 세워서 찍는 것을 추천한다.

셀프타이머가 셔터를 찰칵 누를 때 카메라가 흔들리는 걸 막아주기 때문이다.

삼각대가 없다고 포기하지 말고, 주변 상황을 활용해서 계속 사진을 찍어보자. 때론 삼각대 없이도 좋은 사진을 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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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우의 쉬운 사진] (62) 파노라마 사진 찍기

입력 : 2013.10.31

 

대자연의 감동, 사진 이어붙여 완성도 높여 보자


	135㎜ 렌즈 사용. 세로로 5장 찍어 포토샵 파노라마 작업으로 이어붙임.
135㎜ 렌즈 사용. 세로로 5장 찍어 포토샵 파노라마 작업으로 이어붙임.
한 해의 절정은 이맘때가 아닌가 싶다. 산수(山水)가 모두 타오르듯 붉고 또 노랗게 빛나는 시간. 딱 며칠만 지나도 이 화려한 때를 놓친다.

풍경 사진은 바로 이럴 때 찍으라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카메라를 들고 나가 어디를 찍어도 그림이 되는 요즘.

그래도 좀 남다른 사진 한 장을 남기고 싶은 욕심이 있다면 파노라마 사진에 한번 도전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파노라마(panorama)라는 말은 '모두 다 보인다'라는 뜻의 그리스어 'panhoran'에서 나온 말이다.

18세기엔 배경을 둥글게 해서 한눈에 모든 조망이 다 들어오도록 그린 그림을 일컫는 단어로 쓰였지만, 이젠 넓고 큰 풍경을 모두 보여주는 사진이나 풍경도

모두 파노라마라고 부른다.



예전엔 파노라마 사진은 따로 전용 카메라가 있어야 찍을 수 있는 줄 알았지만, 이젠 사정이 달라졌다.

웬만한 디지털 카메라, 스마트폰 카메라로도 근사한 파노라마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파노라마 모드'를 갖춘 카메라도 있다.

그러나 이 때 파노라마 모드란 대개 일반 사진의 위아래를 잘라 내 파노라마 사진처럼 길게 보이게 만든 것이다.

사진을 잘라내다 보니 아무래도 사진의 용량이 작아지고, 선명도도 떨어진다는 점에선 좀 아쉽다.



좀 더 근사한 파노라마 사진을 찍고 싶다면 파노라마 모드를 이용하기보다 사진 한장 한장을 포토샵으로 이어붙여 제대로 된 파노라마 사진을 만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여러 장을 이어 붙인 사진이라 파일 용량이 커져 사진을 크게 쓸 수 있는 데다, 디테일이 하나하나 살아 있는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삼각대는 파노라마 사진의 필수. 삼각대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왼쪽에서 오른쪽 또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정해 차례대로 한장 한장 찍어나간다.

삼각대 없이 찍다 보면 자칫 이어붙이는 사진의 프레임이 맞지 않아 파노라마 사진이 완성되지 않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사진 한장 한장의 노출과 감도도 동일하게 맞춰주는 게 좋다. 렌즈는 표준 렌즈 이상을 쓰는 게 좋다. 광각렌즈는 왜곡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많이 붙여도 상관없지만 그래도 6장 이내로 찍어서 붙이는 게 작업하기 쉽다.

포토샵의 '포토머지(photomerge)' 기능을 이용하면 쉽게 한 장의 파노라마로 만들 수 있다.



순서와 방법을 익혔다면 이젠 찍어 이어붙이는 일만 남았다. 180도까지 모두 보여주는 파노라마 사진도 종종 본다.

이렇게 완성한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좋은 사진이란 때론 실재를 압도하는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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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우의 쉬운 사진] (62) 가을 사진 찍기

 

입력 : 2013.10.17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산 정상에 올라 보자


	 [유창우의 쉬운 사진] (62) 가을 사진 찍기
110㎜ 렌즈 사용. 세로로 6장 찍어 포토샵 파노라마 작업으로 이어붙임.
아름다운 하늘은 언제 나타날까. 흔히들 사진 찍는 사람들은 "눈앞을 가리는 불순물이 없을 때 하늘이 파랗고 쨍해진다"고 한다.

비 내린 직후나 바람이 거세게 불고 난 다음도 마찬가지다. 대기를 채우고 있던 먼지나 수증기가 말끔히 사라져 더 멀리 훤하게 보인다.

또 하나, 가을이다. 개인적으로 난 가을을 '정갈한 하늘의 계절'이라고 부른다.

이맘때 하늘은 뽀드득뽀드득 소리가 나도록 닦아 먼지 하나 없는 유리창처럼 보인다. 덕분에 가시거리(可視距離)까지 길어져 멀리 내다볼 수 있다.

이럴 때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금상첨화다. 평소엔 아무리 굽어봐도 보이지 않던 곳까지 생생하게 보인다.

따라서 "이맘때 뭘 찍으면 좋겠냐"고 묻는 초보 사진가에게 난 "일단 산에 올라가 보라"고 대답한다.

가을 산을 오르는 등산객, 새파란 하늘, 그리고 산의 능선까지 또렷하게 카메라에 잡힌다. 정상에 오르면 금상첨화다.

가장 멀리, 가장 드넓게, 가장 생생하고 날카롭게. 기대 이상의 멋진 풍경을 찍을 수 있다.

봄이나 겨울에 찍는 풍경과 또 맛이 다른 이유는 바로 그렇게 차갑고 투명한 가을 공기가 화학작용을 일으킨 덕분일 것이다.

이맘때 파노라마 사진을 찍으면 유난히 근사하게 나오는 것도 역시 하늘과 가을의 마법 덕분일 게다.

가을 산엔 이야깃거리도 풍부하다. 생활 사진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단풍과 억새가 일단 가을 산엔 널려 있다.

햇빛과 하늘, 단풍에 물든 나뭇잎이 부딪쳐 빚어내는 풍경은 언제 찍어도 마음이 약해지는 아름다운 장면이다.

억새는 바람에 이끌려 이리저리 흔들린다. 이것만 찍어도 반나절이 훌쩍 지나간다.

여기에 떨어지는 계곡물, 오가는 사람들, 들꽃을 섞어 찍다 보면 '가을 사진을 어디서 어떻게 찍을 것인가' 고민할 틈이 없다.

파노라마 사진을 유난히 잘 찍는 후배 김승완씨가 2011년 찍은 이 대둔산 자락 사진도 가을에 완성한 것이다.

절정을 이룬 단풍과 바위산 줄기가 그림처럼 펼쳐졌다. 넓고 크게 찍은 사진이지만, 바위 표면과 그 구성진 모양, 단풍과 소나무로 들이치는 햇살의 각도까지

생생하게 픽셀마다 표현됐다.

가을 하늘과 가을 산. 언제 찍어도 답을 들려주는 주제다. 그러니 가을 사진만큼은 일단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산에서 시작하는 게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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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우의 쉬운 사진] (61) 사진 합성하기

 

입력 : 2013.09.12

사진 한 장에 '그녀'가 다섯 명… 어떻게 된 일이지?

신문 사진을 찍는 입장에선 금기(禁忌)에 가까운 게 하나 있다. 바로 합성이다.

보도 사진이라면 사진에 포토샵을 하거나 합성을 한다는 건 사실 있을 수 없는 일.

사과 색깔을 더 먹음직스럽게 보이도록 빨갛게 바꾼다거나 벽에 그려진 낙서가 지저분하다고 포토샵으로 쓱쓱 지우는 것도 보도 사진에선 안 될 말이다.



포토샵이 발달하면서 합성은 점점 손쉬워졌다. 요즘 웬만한 잡지 사진에서 합성과 보정(補正) 사진이 아닌 걸 보는 게 더 힘들 지경이다.

그렇다 해도 보도 매체에선 합성 사진을 함부로 쓸 순 없는 노릇이다.



원래 '하지 말라'는 것일수록 더 해보고 싶은 법. 한 번쯤은 합성 사진으로 재기 발랄한 장난을 쳐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기회가 쉽게 오진 않았지만. 그러다 몇년 전 조선일보 주말매거진 섹션에서 '요즘 나 홀로 있는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데,

이들이 노는 모습을 기사로 쓰고 싶다.

그 풍경을 사진으로 표현해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글 쓰는 후배는 이 '나 홀로 족'을 '글루미족'이라고 표현했다.

혼자 있을 때 느끼는 외로움과 약간의 우울을 오히려 즐기는 사람이란 뜻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아, 이걸 합성 사진으로 표현해보면 재미있겠다!'란 생각을 했다.


	렌즈 27㎜, 조리개 f/11, 셔터스피드 1/125, ISO400, 삼각대 사용(삼각대로 화면고정 후 서로 다른 5장면 촬영하여 합성).
렌즈 27㎜, 조리개 f/11, 셔터스피드 1/125, ISO400, 삼각대 사용(삼각대로 화면고정 후 서로 다른 5장면 촬영하여 합성).

 

남산도서관 계단(113계단)에서 삼각대에 카메라를 올려 구도를 잡은 후 한 명의 모델이 카메라프레임 안에서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면서 노는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그중에서 다섯 장을 골라 합쳐봤다. 이 사진을 섹션 1면에 실었다. 합성 사진을 이렇게 신문에 대놓고 쓴 건 아마도 내가 처음이 아닐까 싶다.

반응은 뜻밖에도 무척 좋았다.

'재미있는 사진'이란 말도 많이 들었다. 연인이나 친구들과의 기념 촬영에 합성 사진을 시도해봐도 재미있고 색다른 추억이 될 것 같다.



어떤 주제를 표현하는 데 적합하다면 그게 사실을 왜곡하는 게 아니라면 때론 합성 사진을 시도해보면 어떨까. 주제를 좀 더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말이다.

 

 

 

 

[유창우의 쉬운 사진](60) 휴가철 사진찍기

 

셔터는 빠르게 몸은 편하게… 딱 30분만 찍고 놀아라

지루한 장마가 끝났다. 본격 휴가철이다. 벌써 산이며 들이며 바다에 인파가 넘실대기 시작했다. '초성수기'라는 말은 바로 이럴 때 쓰는가 보다.

휴가철에 사람들이 찍는 사진은 정해져 있게 마련이다. 다름 아닌 가족이나 친구 사진이다.

삼삼오오 모여 함께 쉬고 놀고 즐기다 보면 그 장면을 카메라에도 담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사진을 찍을 땐 쉬는 것을 '중단'하고 사진만 찍으려는 경우를 종종 본다.

긴장을 풀고 느긋이 누워 있다가도, 카메라가 오면 다들 '헤쳐 모여' 자세로 변한다. 카메라를 보고 갑자기 허리를 곧추세운다.

얼굴을 똑바로 세우고 카메라를 본다. 미안하지만, 여름 휴가철 가족사진만큼은 이렇게 찍지 말라고 꼭 말하고 싶다.


	휴가철 사진찍기
셔터스피드 1/640sec 조리개 f/2 렌즈 85mm ISO 200.
여름 휴가철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실 '어떻게 찍을까'보단 '어디에서 찍을까'다. 장소가 사람의 자세를 바꾸게 마련이니까.

기왕이면 주변 환경에 어지러운 것이 없고, 눈이 싱그러워지는 빛깔이 가득한 공간이면 좋겠다. 바다나 산, 들과 언덕 같은 장소가 최적일 것이다.



도착한 곳에선 일단 논다. 누워서 뒹굴어도 좋고 마구 뛰어다녀도 좋다. 카메라를 굳이 보라고 할 필요가 없다.

찍는 사람도 같이 놀면서 그 장면을 찰칵찰칵 찍으면 그만이다. 옆모습, 뒷모습, 가릴 것 없이 편하게 찍는다.

이때 한 가지 넌지시 더 알려준다면 장소가 기왕이면 '너무' 넓은 곳보단 '적당히' 넓은 곳이면 좋겠다. 동선이 너무 크면 사진 찍기가 쉽지 않다.

피사체가 어디로 움직일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찍는 대상이 아이라면, 너무 넓은 수영장이나 바닷가보다 아담한 뜰이나 언덕, 작은 유아용 풀에서 찍는 게 찍는 입장에선 덜 힘들다.



꼭 기억해야 할 마지막 팁. 너무 오래 찍지는 말자. 개인적으론 여름에 사진을 찍을 땐 웬만하면 30분을 넘기지 말 것을 권한다.

오래 찍으면 찍는 사람도 지치고, 찍히는 사람도 힘들다. 사진은 즐거우라고 찍는 것이다. 사진 때문에 힘들거나 느긋한 휴가 기분을 망칠 필요는 없다.

적당히 놀면서 편하게 찍을수록 결과물도 여름 사진답게 나온다.



설렁설렁 찍으려면 사진기 반응 속도만큼은 빨라야 한다. 그래야 대충대충 찍어도 찰나를 잘 잡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셔터스피드만큼은 빠르게 설정해놓는 게 편하겠다. 정리하자면 '몸은 편하게, 사진기는 빠르게'.

여름 휴가철 가족사진을 잘 찍는 비결은 이것이다. 너무 단순하다고? 정답이란 원래 단순한 법이다.



 

 

[유창우의 쉬운 사진] (58) 밤하늘의 별 잘 찍는 법

입력 : 2013.07.04 04:00

차분히 기다리세요, 카메라가 별빛을 받아들일 때까지


	렌즈 26㎜ㆍ셔터 스피드 64secㆍ조리개 f/2.8ㆍ감도 ISO1600ㆍ삼각대 사용. 2009년 10월 네팔 로체남벽 4950m 베이스 캠프에서 촬영. / 염동우 영상미디어 기자
렌즈 26㎜ㆍ셔터 스피드 64secㆍ조리개 f/2.8ㆍ감도 ISO1600ㆍ삼각대 사용. 2009년 10월 네팔 로체남벽 4950m 베이스 캠프에서 촬영. / 염동우 영상미디어 기자

 

여름과 가을은 별 보기 참 좋은 계절이다. 특히 장맛비가 그치고 나면 여름 하늘은 씻은 듯 말끔해진다. 푸르게 물든 깊은 밤하늘엔 별이 총총 떠오른다.

시인 이해인은 '고개가 아프도록/ 별을 올려다본 날은/꿈에도 별을 봅니다'라고 노래했다.

그의 말처럼 이맘때 밤하늘은 아무리 고개가 아프도록 올려다봐도 싫증 나지 않는다. 오래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하늘 위 반짝이는 별도 늘어나는 것만 같다.

숨어 있던 별이 천천히 내 빈약한 시야에 들어온다.

내 눈이 밤하늘에 적응해서 그런 것이겠지만, 그렇게 별을 보다 보면 이건 어쩌면 낚시와도 비슷하다는 생각도 든다.

인내심을 가지고 오래 바라볼수록 얻는 게 늘어나니까. 그렇게 여름밤 우리는 종종 찬찬히 오래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별을 낚을 수가 있다.

눈으로 보다 보면 욕심이 생긴다. 별을 찍어보고 싶은 것이다. 밤하늘의 별을 카메라에 담는 건 쉽진 않지만, 그렇다고 복잡하지도 않다.

몇 가지 원칙만 기억하면 된다.

첫째, 별은 웬만해선 도심에서 찍기 어렵다. 인공 광원이 조금이라도 있는 곳에선 별이 찍히질 않기 때문이다.

한적한 숲, 깊은 산골일수록 별을 찍기 좋다. 달빛이 너무 밝아도 별이 잘 보이질 않는다. 보름달이 뜬 날이라면 별을 찍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해가 완전히 진 다음 찍어야 한다는 것도 기억하자. 해가 저물고 1~2시간은 지나야 별을 제대로 찍을 수 있다.

둘째, 별은 똑딱이 카메라로는 찍기 어렵다. 미안하지만 이때만큼은 DSLR 카메라가 필요하다. 그리고 하나 더. 삼각대도 필요하다.

별을 찍으려면 노출이 확보돼야 한다. 멀리 총총히 박힌 별을 제대로 표현하려면 그 적은 빛을 카메라가 오랫동안 충분히 받아들였다가 찍어야 한다.

셔터를 한 번 누르면 카메라는 대략 15초에서 30초 정도 그렇게 오래 빛을 받아들였다가 사진을 찍는다. 다시 말해 장노출이 되는 것이다.

이때 삼각대가 없으면 사진이 흔들리기 쉽다. 삼각대는 그래서 필수다.

셋째, 여분의 배터리도 꼭 필요하다. 셔터 한 번 눌러 사진을 찍는 데 15~30초씩 걸리니 배터리 소모가 빠를 수밖에 없다.

여분의 배터리를 준비해 가지 않으면 낭패 보기 십상이다.

넷째, 초점에 유의해야 한다. 자동초점(AF)보다 수동초점(MF)으로 설정해놓고 사진 찍기를 권한다.

멀리 빛나는 별은 워낙 작은 피사체라서, 자동초점으로 놓으면 초점이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유창우의 쉬운 사진] 자세히, 오래 들여다봐라… 작은 풀도 풍성해 보일 테니

 

 

입력 : 2013.06.20


	사진가 유재력 제공
사진가 유재력 제공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시(詩) '풀꽃'을 읽고, 어젯밤 난 조금 어이없게도 사진 생각을 했다. 사진도 사실 비슷하다고.

바짝, 숨을 참고, 오래, 인내심을 갖고, 셔터를 누른 사진은 다를 수밖에 없다.

시인은 허리를 구부리고 풀꽃과 눈을 맞추며 이런 시를 썼을 것이다.

사진 찍는 사람이라면 작은 풀꽃을 찍을 때도 때론 쭈그려 앉아 숨도 쉬지 않고 뷰파인더로 꽃잎과 수술을 한참 바라보며 찰칵 찍는 순간을 노려야 하는 것 아닐까.

그래서 난 오늘 또다시 접사(接寫·close-up) 촬영에 대한 얘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솔직히 나도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큼직한 꽃송이는 그 풍성한 맛을 표현해야 하고, 자잘한 풀꽃은 그 작고 오밀조밀한 군집을 찍어서 표현하는 게 좋겠다는.

아버지가 찍은 사진 한 장을 보기 전까지 말이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찍은 사진 한 장을 자랑스레 액자로 만들어 거실에 걸어두었다.

햇빛이 투과돼 투명하게 빛나는 진보랏빛 꽃잎이 소박하지만 탐스러운 사진<사진>이었다.

어머니는 마당에 있는 풀꽃을 찍은 것이라고 했다. 마당에 나가봤지만, 이 꽃을 찾을 수가 없었다.

"어딨어요? 그런 꽃은 없던데." 어머니는 "사진 한다면서…"라고 부드럽게 핀잔을 줬다.

"저어기 있잖아." 어머니가 가리킨 꽃은 그야말로 꽃송이가 자잘한 보랏빛 풀꽃이었다.

육안(肉眼)으로는 수술과 꽃잎조차 제대로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아, 이 꽃이었어요?" 조용히 머리를 긁적였다.

아버지는 넌지시 말했다. "작은 꽃이라고 작게만 찍으면 재미없지. 그래서 접사가 있는 건데"라고 하셨다. 그 말이 맞다.

눈으로 보이는 세계에만 현혹되면, 사진은 의미가 없다. 작다고 작게, 크다고 크게 찍는 게 사진이 아닐 것이다.

아버지는 자잘한 풀꽃을 풍성하게 프레임에 담기 위해 최대한 가까이 다가갔다고 했다.

클로즈업을 찍을 때 가장 조심해야 하는 건 흔들림이다.

카메라의 흔들림이야 삼각대로 잡으면 되겠지만, 꽃송이 자체가 바람에 흔들리는 건 어찌할 수 없다.

접사는 일반 촬영과 달리 미세한 움직임에도 민감해서, 아주 작은 바람에 살짝만 떨려도 그 흔들림이 크게 표현된다.

아버지는 "꾸준히 오래 지켜보다가, 그야말로 아주 작은 바람도 없는 그 순간에 빨리 셔터를 눌러야 한다"고 했다.

셔터스피드는 빨리 세팅하고, 초점이 맞는 범위가 무척 좁은 만큼 초점을 꽃잎에 맞출지 수술에 맞출지도 미리 정하고 찍어야 한다고 했다.

숨도 쉬지 않고 풀꽃 앞에 키를 낮추고 앉아 오래오래 바라봤을 아버지를 잠시 떠올렸다.

사람도 피사체도 결국 그렇게 오래 바라볼 때, 가까이 다가갈 때, 답이 나오는 것 아닐까. 더듬거리는 마음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유창우의 쉬운 사진] (57) 무더운 여름철 사진 찍는 법

  • 유창우 영상미디어 기자·'내겐 너무 쉬운 사진' 저자                            

 

입력 : 2013.05.30


	유창우의 쉬운 사진
렌즈 110㎜, 조리개 f/5.6, 셔터스피드 1/400 sec, ISO 400.
 
날씨가 부쩍 더워졌다. 더울 땐 일에 집중하기 어렵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더울 땐 아무리 열심히 땀 흘리며 찍어도 결과물이 신통치 않은 때가 잦다.

미안하지만, 난 이럴 때 무책임한 말을 하고 싶다. '그냥 쉬자'고. '대충 놀면서 찍자'고.

 



게으른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정말 게을러서 하는 말만은 아니다. 날씨가 더워지면 신문 두께도 점점 얇아지고, 인터넷 클릭 수도 떨어진다고 한다.

집중력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얘기다. 이럴수록 사진은 오래 찍으면 망친다. 찍는 사람도 괴롭지만, 찍히는 사람도 힘들다.

그러다 보면 사진 속 사람들의 표정이 좋을 수가 없다. 사진 찍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진도 재미없게 찍히는 것이다.



결국 해법은 '놀면서 찍는 것'이다. 실제로 내가 찍은 여름철 사진은 대부분 정말 놀면서 찍은 것이다.

재작년쯤 하와이 트레킹을 떠난 적이 있는데, 이때도 사실 열심히 걷기보단 중간중간 쉬엄쉬엄 놀면서 사진을 찍었다.

계곡에서 발 담그고 물놀이를 즐기다 옆에서 놀던 가족 사진을 찍었는데, 함께 오랫동안 웃으며 얘기하고 놀다가 찍어서인지 표정들이 참 밝고 흥겹다.

열심히 일하겠다는 마음으로 꾸역꾸역 걷다가 툭 찍었다면 결코 얻을 수 없는 즐거운 표정이다.



한낮 뙤약볕 아래에서 사진 찍는 것도 가급적이면 피했으면 한다.

이런 때는 워낙 덥고 눈이 부셔서 찍히는 사람이 힘들어하다 보니 표정이 잘 안 나오는 건 둘째치고, 직사광선이 워낙 강한 때라 그림자도 강하게 져서

사진이 꽤 거칠게 나오기 때문이다.



인물 사진을 찍고 싶다면 정오~오후 2시 무렵은 특히 피하는 게 좋다. 얼굴 사진이 너무 강하게 나와 본래 생김새 속에 숨어 있는 매력을 못 살릴 수 있다.

이른 아침 또는 늦은 오후에 찍는 게 좋다. 끈적끈적한 한낮보단 기분이 좋을 때다.

사람들 얼굴에도 그런 시간적 특성이 반영될 테니, 결과물도 좀 더 나을 것이다.



옷차림에 좀 신경 쓸 필요도 있다. 놀면서 찍으려면, 정말 노는 사람처럼 옷을 입는 게 더 낫기 때문이다.

혼자 당장 서류 가방 들고 출근하는 사람처럼 입고 있으면, 여름을 즐기는 사람들 속에 자연스럽게 섞일 리 만무하다. 사진도 놀면서 찍자.

 

 

 

 

[유창우의 쉬운 사진] (56) 접사 렌즈 이용한 촬영법

  • 유창우 영상미디어 기자·'내겐 너무 쉬운 사진' 저자                    

입력 : 2013.05.16

꽃에 바짝 다가가라, 낯선 속살 보일테니


	유창우의 쉬운 사진
렌즈 니콘 90㎜ micro, 조리개 f/11, 셔터스피드 1.6 sec, ISO 100 삼각대 사용. / 사진가 유재력
 
아버지는 조금 실없지만 기발한 분이다.

꽃과 나무를 좋아하는 어머니가 싱싱한 봄 식물로 집안을 채워놓은 것을 보더니, 사진기자 선배이자 광고 사진가였던 아버지는 "내가 오늘은 조금 다른 선물을 해주고 싶다"고 하셨단다.

 

그러고 나서 혼자 카메라를 들고 왔다 갔다 하더니, 그렇게 사진 몇 장을 완성했다.

사진을 펼쳐놓고 잠시 말을 잃었다. 기대 이상이었다. 하지만 남자끼리, 부자(父子) 사이에 칭찬을 길게 늘어놓는 건 어색했다.

"아버지, 이거 좋네요." 아버지는 내 짧은 칭찬에 싱긋 웃더니 한마디를 툭 던졌다. "원래 가장 사실적인 그림이 가장 초현실적인 법이다."

아버지 말대로 이 사진이 낯설면서도 아름다운 건 지극히 사실적으로 접근하려고 애썼기 때문이다. 어떤 연출도 어떤 트릭도 없다.

그저 바짝 카메라를 갖다 댔고, 피사체의 본질, 그 속살을 찍기 위해 숨을 참아가며 셔터를 누른 흔적만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그 어떤 연출 사진보다 색다르게 읽힌다. 본질이란 본래 이토록 낯선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애써 돌아보지 않을 뿐.

아버지에게 물었다. "어떻게 찍으셨어요?" 아버지는 역시 짧게 대답했다. "접사 렌즈를 썼지. 접사 필터나 접사 링을 쓸 수도 있다."

아버지가 말하는 접사 렌즈란 매크로 렌즈(Macro·니콘에선 마이크로 렌즈라고 부름)를 말한다. 보통 렌즈의 최단 거리는 1m 내외다.

접사 렌즈는 30㎝ 안팎이다. 일반 렌즈로도 접사 기능을 약간 구현할 순 있지만, 제대로 바짝 들어가서 찍고 싶다면 접사 렌즈를 쓰는 게 낫다.

이 밖에 접사 필터를 끼우거나 카메라 몸체와 렌즈 사이에 접사 링을 끼워 찍을 수도 있다.

이도 저도 다 없을 때도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일반(표준) 렌즈를 뒤집어 카메라 몸체에 바짝 갖다 대면 제법 훌륭한 접사 렌즈가 된다.

임기응변으로 접사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솔직히 이런 설명이 뭐가 필요한가 싶다.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전혀 다른 꽃을 사진 몇 장으로 선물했다.

그건 렌즈 덕도, 렌즈 필터 덕도 아니었다. 아버지는 알았던 거다. 눈앞에 뻔히 보이는 꽃과 나무도 전혀 다르게 찍을 수 있음을.

문득 나도 이런 선물을 하고 싶다, 그런 생각을 했다.

 

 

 

 

 

[유창우의 쉬운 사진] (55) 풍경 사진의 셔터 타임

  • 유창우 영상미디어 기자·'내겐 너무 쉬운 사진' 저자                    

입력 : 2013.05.02

게으른 당신, 그래도 아침·저녁 두 번은 찍어라


	렌즈 130㎜·셔터스피드 1/200sec·조리개 f/5.6·감도 ISO 100·일몰 30분 전 촬영.
렌즈 130㎜·셔터스피드 1/200sec·조리개 f/5.6·감도 ISO 100·일몰 30분 전 촬영.
 
정상까지 헉헉거리며 올라가는 등산과 추운 겨울 온종일 떨며 앉아서 기다려야 하는 낚시는, 부끄럽지만 나와는 그다지 맞지 않는다.

솔직히 난 게으른 사람이다. 일도 너무 열심히 하면 망친다고 믿는 편이다.

몸을 마구 굴려서 고생해서 얻는 사진보단, 생각을 많이 하고 느긋하게 기다려 완성한 사진이 대개 더 낫다고도 믿는다.

하지만 이런 나도 풍경 사진을 찍을 때만큼은 꼭 지키는 원칙이 있다. 그건 바로 '하루에 두 번은 찍어본다'는 것이다.

두 번이란 대체 언제인가. 해 뜨고 나서 2시간, 그리고 해지기 직전 2시간. 바로 이때만큼은 셔터를 눌러줘야 하는 때라고, 나는 믿는다.

똑같은 풍경도 이때 찍으면 사진이 달라 보이기 때문이다. 해가 옆으로 누워 빛이 비스듬하게 들이치는 시간.

밋밋하던 풍경에도 어느덧 이목구비(耳目口鼻)가 또렷이 드러나듯 표정이 생기고, 같은 사물도 한결 볼륨감이 살아난다.

빛은 포근하고도 엷은 노란색을 띤다. 그 덕에 풍경에도 결이 생긴다.

실제로 내셔널지오그래픽 소속 사진가들은 낮에는 장소를 물색하러만 다닐 뿐, 대개 사진을 찍지 않는다고 한다.

이 중 많은 이는 바로 이 두 번, 하루 4시간 동안에만 사진을 찍는다고도 한다.

빛이야말로 시각을 자극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소재이고, 그 빛을 어떻게 이용하느냐가 사진가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다큐멘터리가 대개 '평범한 일상'을 '평범하지 않게 찍는 것'인데, 그걸 제대로 보여줄 수 있으려면 결국 빛의 힘을 빌어야 한다는 얘기다.

나 역시 이 하루 4시간 동안 사진을 완성하는 것이 낫다고 믿는 편이다.

온종일 찰칵찰칵 셔터를 눌러대며 땀 뻘뻘 흘리고 찍는 것도 존중받아야 마땅하겠으나, 그보단 생각을 많이 하고 셔터 누르는 수를 아끼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쉬는 만큼 사진은 더 여유롭고 편해진다고도 믿는다. 낮에 찍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다.

이 두 번의 황금 시간에 찍는 게 더 멋진 사진을 건질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하지만 생각보다 지키기 쉽지 않다. 이 말은 돌려서 말하면 '적어도 두 번은 가서 찍는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풍경 사진 한 장을 건지기 위해 같은 장소를 두 번이나 가는 건 아마추어 사진가에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새벽같이 일찍 일어나 찍고, 온종일 기다려 다시 일몰 직전에 찍어야 한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난 중요한 촬영일수록 이렇게 두 번을 반드시 찍어본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나중에 꼭 후회한다는 걸 경험에 비추어 알고 있다.

사진은 결국 게을러도 결정적 순간엔 민첩한 사람에게 찾아오는 '찰나의 산물'이니까.

사진을 찍는 건 쉽다. 하지만 좋은 사진을 건지는 건 어렵다. 남들에게 "한 번 더 가라"고 말하는 건 쉽다. 하지만 정말 한 번 더 가는 건 쉽지 않다.

한 번 더 움직이면 결과물은 크게 다르다. 내가 늘 얘기하는 '쉬운 사진'의 본질이자 비결도 결국 그런 것이다.

 

 

 

 

 

 

[유창우의 쉬운 사진] (54) 바람을 활용한 야외 촬영법

                  

 

입력 : 2013.04.18 04:00

바람이 부는 순간, 진짜 얼굴이 드러난다

셔터스피드 1/200sec·조리개 f/5.6·ISO 400·렌즈 16㎜
 
사실 바람이란, 생각만 해도 상쾌하고 짜릿한 자연현상이다. 솔직히 무례한 구석이 없진 않다. 묻지도 않고 다가와 사람을 잔뜩 헝클어놓곤 하니까.

공들여 빗은 머리도, 단정하게 세운 옷깃도 바람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그렇게 바람이 지나가고 난 자리엔 엉망으로 흐트러진 모습의 내가 남는다.

그런데, 그래서 바람이 좋다. 바람이 한 번 그렇게 몸을 흔들고 지나가면 한결 긴장이 풀린다.

집에서 막 뒹굴고 일어난 것처럼 마음이 느슨해지고, 피식 웃음도 새어나온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바람 부는 날 찍은 사진은 누군가가 잘 맞춰놓은 퍼즐을 우르르 뒤집고 지나간 자리처럼 다시 한 번 보게 된다.

정돈된 맛은 없지만, 그래서 재밌고 또 새롭다.

바람은 때론 엉뚱한 낙서꾼이 되기도 한다. 바람이 가득한 날의 사진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하다.

바람에 나부끼는 풍경이란 누군가 마구 사선(斜線)을 그어놓은 그림과 비슷하다. 사선(斜線)은 직선과 달리 긴장과 낯선 느낌을 부여한다.

그림 속에 사선이 끼어들면 구도가 완전히 달라진다. 한층 대담해지고, 역동적으로 변한다.

바람은 바로 이렇게 사진의 표정과 구성을 바꾸고, 긴장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뻔했던 구성의 사진도 바람이 휙 부는 순간 갑자기 달라진다.

사진 속 이미지를 예측하기 힘든 '변주(變奏)'로 바꾸어 놓는다.

스카프를 목에 감고 지나가는 여자를 찍을 때 바람이 와락 불어주면, 사진 속에 뜻밖의 움직임이 생기는 것도 마찬가지 이치다.

바람 한 줄기로 사진 속 프레임엔 예측할 수 없는 선이 난무하고, 그 순간 사진 찍기는 흥미진진한 놀이로 진화한다.

인물 사진을 찍을 때도 바람은 종종 기꺼이 장난을 도와준다. 사람과 바람이 만나면, 사람은 반응한다. 당연한 이치다.

바람이 기꺼운 사람은 그 바람 부는 순간을 즐길 것이고, 갑자기 불어오는 바람이 싫다면 그 사람은 조금 불편한 표정을 지을 것이다.

그 반응이 사진을 더 솔직하게 만든다. 연출로는 뽑아낼 수 없는 진짜 표정을 찍을 수 있는 순간이다.

언젠가 아내와 함께 일본을 여행할 때였다. 둘이 무엇 때문인지 말다툼을 하다가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화해를 청하기도 참 애매한 그때, 우리 곁으로 기차가 와락 지나갔다. 바람이 휙 불었고, 아내의 단발머리가 바람결에 휘휘 날렸다.

바로 그때 반사적으로 뒤에 선 내가 "00야!"라고 불렀다. 아내가 뒤를 돌아봤다.

잔뜩 헝클어진 머리, 바람에 날리는 옷소매, 그리고 그 뒤를 빠르게 달려가는 빨간 기차. 그 장면을 '찰칵' 빠르게 사진으로 찍었다.

사진을 본 아내는 다시 배시시 웃어 보였다. "표정도 동작도 다 재밌다"면서.

바람이 표정을 만들고, 움직임을 만들고, 사진을 만들고, 심지어 추억까지 만든 그런 날이었다.

여기서 팁(tip) 하나. 바람을 찍으려면 셔터스피드는 빠르게(1/125sec 이상) 조정하는 것이 좋다.

 


 

 

 

[유창우의 쉬운 사진] (53) 캠핑 사진 촬영법

            

입력 : 2013.04.04

해질녘 캠핑장, 자동차 라이트 앞에서 사진 찍어 보세요

렌즈 16㎜·셔터스피드1/20sec·조리개 f/2.8·감도 ISO1600·삼각대 사용
 
지난주부터 여기저기서 "같이 캠핑 가자"는 유혹의 전화가 빗발친다. 봄이 성큼 다가온 4월, 캠핑족(族)의 마음도 요동치는 모양이다.

가족들과 모처럼 야외에서 즐겁게 놀 수 있는 데다, 밤엔 아이들을 재워놓고 친구들끼리 술 한잔 나누며 회포를 풀 수 있으니, 캠핑이란 여러모로 유익한 레저다.

캠핑 갈 때 카메라를 챙기는 건 필수다. 캠핑에 관심 많은 사람은 대개 사진에도 욕심이 많다.

이들은 공을 들여 멋지게 쳐놓은 텐트를 배경으로 근사한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도 있는 것 같다.

멋진 원색의 텐트를 배경으로 주변 풍경까지 근사하게 담는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사실 예쁜 그림이 나오는 경우는 흔치 않다.

보통 텐트 바깥 배경이 산만하고, 사각 프레임 안에 걸리는 선이 너무 많아, 자칫하면 사진이 어지러울 수 있다.

따라서 환한 낮보단 일출과 일몰 전후 30분을 노릴 것을 권한다. 야경 사진엔 황금 시간이 있고, 해진 후 30분이 바로 그 시간이다.

캠핑 사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해 뜰 무렵과 해 질 무렵은 주변의 지저분한 풍경은 슬쩍 감춰주고 텐트와 하늘빛은 더욱 살리는, 그야말로 마법의 시간이다.

이 무렵엔 하늘의 광선이 극적(劇的)이라 사진도 제법 드라마틱하게 나온다. 해가 진 직후 텐트를 램프로 환하게 밝혀놓고 찍는 것도 괜찮다.

불을 밝힌 텐트와 어둑한 하늘이 은은하게 어우러져, 캠핑의 기억을 근사한 사진으로 남길 수 있다.

가족·친구들의 모습을 함께 남기고 싶다면? 이땐 조명이 좀 더 필요하다. 자동차 라이트를 활용하면 된다.

자동차 라이트를 이용해서 일몰 직후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장면을 찍으면, 캠핑 특유의 오붓하면서도 정겨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

이 사진은 후배 한준호 기자가 자동차 라이트를 활용해서 찍은 것이다.

푸른 어둠이 깔린 하늘과 산의 곡선, 텐트 아래 모여 담소를 나누는 가족의 모습이 조화롭게 담겼다.

사진이란 대개 이처럼 기지를 발휘해 주변 상황을 적극적으로 이용할수록 좋아지는 법이다.

 

 

 

 

 

[유창우의 쉬운 사진] (52) 집에서 찾은 반사판 효과

입력 : 2013.03.21

'송혜교 조명' 우리집 욕실에도 있다

"아, 정말 예쁘다." 아내가 한숨을 쉰다.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 주인공으로 출연한 송혜교를 보면서다.

하긴, 내가 봐도 저 드라마 속 송혜교의 모습은 참 예쁘다. 얼굴빛은 화사하고 눈동자도 반짝반짝하다.

아내는 "저게 다 전생에 나라를 구해서 그렇다"고 농담하지만, 글쎄, 난 좀 생각이 다르다. 옆에서 같이 드라마를 보다가 한마디를 슬쩍 보탰다.

"저거, 어느 정도는 조명발이야." "그래?" "그럼. 조명이 얼마나 중요한데." 난 제법 확신에 찬 말투로 대답했다.

짐짓 큰 소리를 친 데는 사실 이유가 있다.

사진가나 촬영·조명 기사들은 사실 화면에 찍힌 피사체의 눈동자만 봐도 주변에 조명이 얼마나 있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에 조명을 몇 개나 두고 찍었는지, 얼굴을 환하게 밝혀주는 흰 반사판(빛의 반사를 이용하여 조명의 밝기를 조절하는 판)은 또 얼마나 썼는지, 눈동자만 유심히 살펴봐도 답이 어느 정도는 나온다.

드라마 속 송혜교의 눈동자를 살펴보면, 역시 그 속에도 다양한 형태의 반영이 어른거린다.

자세히 뜯어보면 얼굴 아래 큼직한 반사판이 있다는 것, 인공조명도 1~2개는 있다는 것이 어느 정도 보인다.

1 눈동자를 뜯어 보면 큼직한 반사판이 보인다. 2 화장실 욕조 안에서 촬영.
드라마에서만 이렇게 조명과 반사판을 많이 쓰는 걸까. 그렇지 않다. 나 역시 가끔 소위 '뷰티 화보'라는 걸 찍을 때가 있다.

모델을 불러다 놓고 촉촉한 피부를 연출하거나 화사하게 메이크업을 한 모습을 찍는 것이다. 이럴 때 절대 빠져선 안 되는 게 바로 반사판이다.

화보 속 모델들은 대개 윤이 나면서도 모공이 보이지 않는 피부를 자랑하는데, 이는 보통 사방에서 골고루 빛이 들어와 얼굴을 밝혀준 덕분이다.

일단 이마 위에 조명을 하나 밝히는 건 보통이다. 마치 태양광처럼 사람 얼굴을 또렷하면서도 자연스럽고 환하게 밝혀주기 때문이다.

이럴 때 자칫하면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질 수도 있는데, 이럴 때 반사판이 필요하다.

반사판은 얼굴 그림자를 줄여주면서도 얼굴 전체에 부드러운 빛을 던져주는 역할을 한다.

자, 여기서 질문. 그렇다면 '쉬운 사진'의 독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진 초보자도 인공조명과 반사판을 구입해서 들고 다녀야 하나?

대답은 '그럴 필요는 없다'다. 반사판으로 둘러싸인 공간이 집에도 있기 때문이다. 바로 욕실이다.

욕실엔 대개 새하얀 욕조나 새하얀 타일로 둘러싸여 있다.

바로 이런 곳에서 사람 얼굴 사진을 클로즈업으로 찍으면 욕실 벽면과 욕조 자체가 반사판 역할을 해서 사진이 환하고 예쁘게 나온다.

많은 여성이 "백화점 화장실에서 셀프 카메라를 찍을 때 사진이 제일 잘 나오더라"고 말하는 덴 사실 다 이런 이유가 숨어 있는 것이다.

그러니 송혜교가 부럽다면, 오늘 일단 욕실에서 찍어보자.

 

 

               [유창우의 쉬운 사진] (51) 사각형 프레임 활용하기

 

               입력 : 2013.03.07

        네모 하나 걸쳤을 뿐인데… 웅장해졌네!

렌즈 16.0㎜·셔터스피드 1/500sec·조리개 f/8·감도 ISO400

 

어떻게 찍어도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흔한 구도가 몇 개 있다. 가령 조르륵 길게 늘어선 피사체는 웬만하면 그림이 된다.

사람이 길게 한 줄로 늘어서 있거나, 전선 위에 참새가 다닥다닥 몸을 붙이고 앉아 있는 모양 같은 것이 그렇다. 곡선도 흔하지만 참 좋은 소재다.

S자로 휘어진 길, 여성의 몸을 타고 흐르는 선 같은 것 말이다. 여기에 하나 더. 사진적으로 참 좋은 구도가 있다.

다름 아닌, 사각형 안에 또 다른 사각형이 있는 모양이다. 사진이라는 사각 프레임 안에 또 다른 프레임이 더해지면 사진엔 힘이 생긴다.

때론 중량감이 더해지기도 한다. 왜 그런 걸까?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에서 주인공 춘희(심은하)가 했던 행동을 떠올려 보면 이해가 좀 더 쉬워진다.

춘희는 종종 양손의 엄지와 검지로 사각형을 만들고 그 속을 통해 세상을 보는 것을 즐긴다.

"대체 왜 그러느냐"는 질문에 춘희는 "이렇게 세상을 보면 별것 아닌 것들도 다 의미 있게 보인다"고 말한다.

사각형은 뜻밖에도 이런 힘이 있다. 별것 아닌 것도 사각형 안에 들어서면 새삼스레 각각 주제와 이야기를 갖게 된다.

사진이라는 사각형 틀 안에 무엇을 넣고 빼느냐에 따라 사진이 전혀 달라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흔히들 사진을 '뺄셈'의 예술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사진이란 사각형 틀 안에 또 다른 사각형이 있다면? 주제가 좀 더 부각될 수밖에 없다.

이미 한 번 사각형 프레임을 통해 걸러진 주제가 또 다른 사각형 안에 들어가 있으니 말이다. 조형적인 즐거움도 생긴다.

뭐든지 겹쳐 있는 구도는 재미있고 눈을 즐겁게 하기 마련이다. 겹쳐진 사각형은 그 자체로 사진 속에 깊이를 만든다.

여러모로 겹쳐진 사각 프레임은 사진이나 그림에서 재미를 더하기에 참 좋은 구도이고 소재다.

옛 화가들도 그래서인지 창문을 통해 풍경을 보는 그림을 참 많이 그렸다.

이탈리아의 19세기 화가 콩스탕 무아요(Moyaux·1835~1911)는 창문에서 내려다보이는 로마 풍경을 자주 그렸고, 프랑스 화가 로베르 들로네(Delaunay·1885~1941) 역시 창문으로 내다본 에펠탑 모습을 즐겨 그렸다.

이들에게 창문은 곧 내적 주제를 표현하기 위한 또 다른 도구이자 틀이었다고 한다.

3년 전 부여에 있는 백제문화단지에서 찍은 사진도 사실 이런 여러 개 겹쳐진 사각형 틀을 활용해 찍은 것이다.

사비궁 내부의 웅장함과 궁 앞마당의 풍경을 함께 보여주고 싶었다.

사비궁 천정전 안에 서서 앞마당을 내려다보니 멀리 겹겹이 겹쳐진 궁궐의 대문이 보였다. 이 사각형을 활용해서 풍경을 담으면 재밌겠다 싶었다.

수평·수직에 유의해 구도를 잡고 셔터를 눌렀다. 사각형 프레임이 겹쳐진 덕에 궁의 풍경이 더 눈에 잘 들어오는 데다 더 위풍당당해 보였다.

 

 

[유창우의 쉬운 사진] (50) 어두운 실내에서 사진 찍기

  • 유창우 '내겐 너무 쉬운 사진' 저자·영상미디어 기자

 

입력 : 2013.02.14

천장등 끄고 스탠드 켜고… 조명 하나로 색다르게 '찰칵 '

 

"집에서 찍으면 왜 항상 사진이 밋밋한 거죠? 특히 저녁 무렵 집 거실에서 사진 찍는 게 가장 어려워요.

 형광등 조명 아래에서 찍어서 그런가, 어째 사진이 재미가 없고 뻔해 보이더라고요."



최근 한 독자가 이런 이메일을 보내왔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하늘이 어둑어둑해졌을 때 집에서 형광등 천장등을 켜놓고 사진을 찍었다면, 모델이 정말 훌륭하거나 집이 무척 예쁘지 않고서야 사진이 잘 나오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에게 이런 답장을 보냈다. "천장등 대신 '포토 램프'를 켜시면 됩니다. 별거 아닙니다. 그냥 스탠드 조명을 켜시면 된다는 뜻입니다.

집에 있는 것 중 아무 거나 쓰세요."



'쉬운 사진' 칼럼을 쓰면서 몇 차례 '창가의 마법'을 웅변한 바 있다.

똑같은 피사체라도 창가로 스며드는 햇살이 더해지면 사진이 더욱 입체적이고 탐스럽게 찍혀 나온다는 얘기였다.

멀리 골고루 비추는 빛보단 한곳에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빛일수록 뚜렷한 음양(陰陽)을 만들어 사물에 표정을 더하기 마련이니까.

문제는 창가로 햇빛이 스며들지 않는 저녁이다. 이럴 때 실내에서 어떻게 찍어야 할까?

대부분은 집에 있는 천장등을 켜지만, 난 기왕이면 작은 스탠드 한두 개 켜놓고 찍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스탠드 조명이 바로 '창가의 마법'을 대신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렌즈 100㎜·셔터스피드 1/80sec·조리개 f/2.8·감도 ISO1600.

 

사람이건 사물이건 찍고 싶은 장소에 두고, 그 곁에 바짝 스탠드 조명을 두면 그만이다.

스탠드 조명에서 쏟아지는 부드러운 빛은 찍고 싶은 사물에 적절한 집중 광선(spotlight)을 던져준다.

형광등을 켜놨을 때보다 극적(劇的)이고, 그러면서도 은근한 멋까지 살릴 수 있어서 일거양득이다.

이때 잊지 말아야 할 건 천장등은 꼭 꺼놔야 한다는 것이다. 천장등이 대개 스탠드 조명보다 밝아 조명을 켜놓은 효과를 반감시킨다.



스탠드 조명이 2개 정도 있다면 하나는 찍고 싶은 피사체 곁에 바싹 두고, 나머지 하나는 멀리 배경을 밝히는 용도로 써도 좋다.

사진이 한결 은은해진다. 또 기왕이면 스탠드 조명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피사체가 가장 예쁘게 보이는 위치에 놓으면 더 좋겠다.

가령 여자를 찍을 때 스탠드 조명을 얼굴 밑에 두면, 귀신 사진처럼 찍힐 테니 조명을 안 켜는 것만 못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찍는 대상이 사람이라면 눈·코·입 근처에 떨어지는 그림자가 가장 예쁜 곳을 보면서 조명을 둔다.



사진을 찍을 때 감도는 가급적 올릴 것을 권한다. 최근 출시된 디지털 카메라는 고감도로 세팅하고 찍어도 화질이 나빠지지 않는다.

ISO 1600까지 올려도 봐줄 만하다. 조리개는 그 렌즈의 최대 개방치로 세팅해 셔터스피드를 충분히 확보한다.

또 노출은 반스톱에서 한스톱가량 열고 찍는 게 좋겠다.

 

 

 

 

[유창우의 쉬운 사진] (49) 사진기자 가방 들여다보기

 

입력 : 2013.01.31

사진기자가 가방에 넣고 다니는 '비장의 무기'는?

"카메라 가방에 어떤 장비를 넣고 다니느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사진 기자는 남다른 '비장의 무기'를 가방 속에 넣고 다닌다고 생각하는 걸까.

궁금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아쉽게도 딱히 남다른 무기는 없다. 그저 기본적인 렌즈와 카메라를 챙길 뿐이다.

먼저 기자가 요즘 항상 이용하는 카메라는 캐논 이오스 5D 마크 3(Cannon EOS 5D-MARK 3)다. 동영상 촬영도 가능해서 유용하다.

여기에 렌즈는 16~35㎜, 50㎜, 70~200㎜, 85㎜를 넣고 다닌다.

상황에 따라 접사촬영(가까이에 있는 사물을 찍을 때) 때 필요한 100㎜ macro도 준비한다.

이렇게 다섯 가지 렌즈를 구비해놓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웬만한 사진은 찍을 수가 있다.

하지만 이런 다섯 가지 렌즈도 항상 들고 다녀야 하는 건 아니다.

가령 인물 사진을 찍을 땐 100㎜ macro까지 들고 다닐 필요는 없다. 사람 얼굴을 찍을 때는 접사 촬영이 거의 필요 없기 때문이다.

대개 망원렌즈(70~200㎜) 정도만 챙긴다.

카메라가 너무 가까이 있으면 인터뷰 대상이 아무래도 긴장감에 표정이 굳어지기 마련인데, 망원렌즈가 있으면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찍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연스러운 표정을 잡아내기 위해선 필요한 장비다.

반면 인테리어 소품을 찍을 땐 굳이 망원렌즈까지 챙길 필요는 없다. 이럴 땐 16~35㎜, 50㎜와 100㎜ macro 정도만 준비한다.

렌즈 하나만 빼도 가방 무게가 훨씬 가벼워진다.

출장 갈 때는 더더욱 가방을 가볍게 꾸리는 데 중점을 둔다. 괜한 욕심에 렌즈와 장비를 여러 가지 챙겨가다 보면 가방이 너무 무거워 금세 지친다.

장비 때문에 괜히 힘을 빼고 좋은 사진을 놓칠 수도 있는 것이다. 만약 꼭 여러 가지의 장비를 챙겨야 한다면 가방은 가급적 두 개를 준비한다.

기자의 경우엔 대개 뒤로 매는 백팩 사진가방과 조그마한 어깨 가방을 함께 준비한다.

사용 빈도가 낮은 장비는 백팩에 넣고, 자주 꺼내 써야 하는 장비나 렌즈는 작은 가방에 넣어 최대한 움직일 때 편하게 하는 식이다.

여기에 보조 광선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서 소형 플래시 2대를 넣고, 때론 무선 주파수로 소형 플래시를 연결하는 무선 동조기도 넣는다.

노출계, 여분의 CF 카드 2~3개도 빼놓으면 안 되는 필수품이다. 무거운 카메라도 좋지만, 때론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가 더 유용하다.

그래서 만약을 위해 작은 카메라도 하나 챙기곤 한다. 기자는 요즘 후지파인픽스X100을 사이드 카메라로 쓰고 있다.

마지막으로 꼭 필요한 것은 수첩이다. 찍고 싶은 사진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면 바로 적어두기 위해서다.

사람들이 생각하듯 대단한 장비는 없다. '비장의 무기'는 결국 발품과 아이디어니까.

 

 

[유창우의 쉬운 사진] (48) 즉석사진 잘 찍는 법

 

입력 : 2013.01.17

 

양손으로 덮어 필름을 따뜻하게… 색이 살아나요

‘폴라로이드 SX-70’으로 촬영.

 

낯선 여행지에선 우리가 흔히 '폴라로이드 카메라'라고 부르는, 즉석카메라로 찍은 사진 한 장이 지폐 몇 장보다 효과적일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 길을 물어볼 때, 그곳에 사는 사람이 아니고선 알 수 없는 세밀한 정보를 들어야 할 때, 처음 만난 사람과 대화를 하고 때론 취재까지 해야 할 때. 그때 난 수백만원짜리 디지털카메라를 잠시 내려놓고 가방 속에서 작은 즉석카메라를 꺼내 든다.

도와준 사람의 얼굴을 '찰칵' 찍은 다음 즉석에서 나온 사진을 조심스럽게 건넨다. "도와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상대방도 나도 그 순간 배시시 웃게 된다. 사진 한 장 덕분에 사람 사이의 작은 장벽이 금세 투명해지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을 기록하기에도 즉석 사진은 참 괜찮은 도구다.

딱 한 장만 토해내는 즉석카메라.

딱 둘만의 기억을 남기고 싶을 때, 디지털로 굳이 이 추억을 환원하고 싶지 않을 때,

즉석 사진기를 활용하면 그 찰나의 순간을 단 한 컷으로 오롯하게 담아낼 수 있다.

난 그래서 요즘에도 종종 즉석카메라를 들고 다닌다.

한때는 폴라로이드사(社)에서 나온 카메라와 필름을 즐겨 썼는데, 이젠 모두 단종돼 찾을 길이 없다.

이젠 후지필름 '인스탁스'가 거의 유일한 즉석카메라다. 아쉬운 대로 녀석을 끼고 다닌다.

즉석 사진은 사실 찍는 조건이 제법 까다롭다. 너무 어둡거나 밝은 곳에선 즉석 사진기를 들이대 봤자 세밀하게 찍혀 나오지 않을 때가 잦다.

특히 실내에선 흔들린 사진이 나올 때가 잦다. 따라서 즉석 사진은 그야말로 무난한 상황에서 찍는 게 가장 좋다.

기왕이면 조명이 자연광일 때, 피사체가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을 때가 좋겠다.

단색 위주의 피사체보단 색감이 다양한 피사체를 찍을 때 더 효과적이기도 하다.

즉석 사진은 또 찍을 때보다 현상할 때 주의를 더 기울여야 한다. 필름이 워낙 온도에 예민하기 때문이다.

사진이 현상될 때의 적정 온도는 대개 16~34도 정도다. 사진이 현상될 때 날씨가 너무 춥다면 사진이 어둡고 우중충하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겨울엔 '사람의 체온'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권한다. 나 같은 경우는 즉석 사진기에서 사진이 뽑혀 나오면 바로 겨드랑이에 낀다.

1분 정도 체온으로 덮어주면 사진이 제법 예쁘게 현상되기 때문이다. 양 손바닥으로 사진을 덮는 것도 괜찮겠다.

필름을 잘 보관하는 것도 잊지 말자. 적정 온도를 벗어난 필름을 쓰면 피사체 고유의 빛깔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 때가 잦다.

필름을 사서 바로 쓰는 경우가 아니라면, 잘 밀봉해서 냉장보관하자. 냉장고에 넣어뒀던 필름을 꺼내쓸 때도 온도에 신경 써야 한다.

차가워진 필름을 바로 카메라에 넣는 것보단, 필름을 실온에 놓아두고 온도를 조금 올려준 다음에 사용하는 게 더 좋다.

 

 

 

 

 

[유창우의 쉬운 사진] (47) 눈꽃은 해 뜬 직후 찍어야 가장 화려해요

 

입력 : 2013.01.03

렌즈 70㎜·셔터스피드 1/125sec·조리개 f/11·감도 ISO100

 

2013년 새해가 밝았다. 이맘때 많은 사람은 산에 올라간다. 솟아오르는 해를 보거나 하얗게 피어난 눈꽃을 보기 위해서다.

그처럼 뜨겁게 혹은 깨끗하게 새해 첫 시작을 기억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처럼 날씨가 추워서 기온이 영하로 곤두박질칠 때면 눈부신 상고대(서리꽃)도 자주 만나게 된다.

상고대는 대기 중 수증기나 섭씨 0도 이하로 냉각된 미세한 물방울이 나뭇가지나 잎, 지표면 등에 얼어붙은 것을 가리키는 우리말이다.

나뭇가지 위에 피어난 화려한 상고대는 바람이 셀수록 크게 자라지만, 해가 뜨면 금세 녹아 없어진다.

따라서 새해 첫 사진으로 상고대를 찍고 싶다면, 일단 날씨에 예민해져야 한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는데 바람까지 심하게 분다면 일단 산꼭대기에 상고대가 잔뜩 피어났을 확률이 높다. 사진은 해 뜨자마자 찍어야 한다.

가능하다면 좀 수고스럽더라도 전날 밤 산에 올라가 산장에서 하룻밤 자고, 해 뜰 무렵에 서둘러 산꼭대기로 올라가는 게 낫겠다.

해 뜨고 나서 한 시간 안에 서리꽃을 카메라에 담겠다는 각오로 가는 게 좋다.

나뭇가지에 핀 얼음꽃을 새파란 겨울 하늘과 함께 담고 싶어할 수도 있다. 해를 등지고 순광(純光)에서 찍자.

이렇게 찍어야만 하늘은 파랗게, 눈꽃은 뽀얗게 찍힌다. 역광에서 찍으면 하늘이 허옇게 나오거나 눈꽃이 어둡게 찍혀 나올 수도 있다.

기왕이면 광각렌즈를 챙길 것도 권한다. 넓게 하늘과 눈꽃을 담아내는 데 유용하기 때문이다.

상고대가 얼음꽃이라면, 눈꽃은 말 그대로 눈이 나뭇가지에 꽃송이처럼 덮인 것을 일컫는 말이다.

눈꽃을 찍을 땐 아이스크림을 찍는다고 생각하면 쉬울 것 같다. 아이스크림은 돌덩이처럼 단단하게 꽁꽁 얼어 있을 때보다 살짝 녹기 직전에 찍어야

더 실감이 난다.

눈꽃도 마찬가지다. 해 뜬 직후 햇살이 돌 때, 쌓인 눈꽃이 아주 살짝 녹았을 때, 그때 눈꽃이 가장 예쁘다.

윤기가 자르르 돌고 가장 탐스러운 질감을 자랑한다. 눈꽃 사진은 바로 이때 찍는 게 가장 좋다. 물론 이 역시 수고스럽긴 하다.

해가 뜨자마자 1~2시간 안에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시간을 넘기면 눈꽃이 너무 녹아 사진으로 제대로 표현하기 쉽지 않다.

지역에 따라 일출 시각이 다 다르지만, 요즘 같은 1월엔 대개 아침 7시 30분 무렵에 해가 뜬다.

오전 8시 30분 안팎에 눈꽃을 찍는 게 가장 좋다는 뜻이다.

새해 첫 사진으로 상고대나 눈꽃을 찍는다는 건 여러모로 일종의 자기 수양(修養)이 될 수도 있겠다. 갈고 닦으면 아름다워진다.

사진도, 사람도 그렇다. 새로 맞이한 2013년 또한 그럴 것이다.

 

 

 

 

[유창우의 쉬운 사진] (46) 휴대폰으로 사진 잘 찍기

입력 : 2012.12.20

제대로 된 풍경 담으려면 화질 좋은 뒷면 렌즈 사용해야

휴대전화 파노라마 기능 사용. / 사진가 권태균 제공
"이게 휴대전화로 찍은 거예요?" "응. 요즘 휴대전화 카메라가 웬만한 100만원 이하 똑딱이 카메라보다 나을걸."

사진가 권태균(신구대학교 사진과 교수) 선배가 최근 내게 직접 휴대전화로 찍었다는 사진을 보여주면서 들려준 말이다.

그는 지난 9월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만 가지고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사실 휴대전화 카메라만큼 쓰기 편한 것도 없다. 일단 휴대가 간편하다. 요즘엔 워낙 성능이 좋아 인화를 해도 품질이 꽤 괜찮다.

출력해 보면 공책 한 권 펼쳐 놓은 것보다도 조금 더 크게 나온다.



그럼에도 휴대전화로 사진 찍기 어렵다고 불평하는 소리를 주변에서 자주 듣는다.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너무 흔들린다"는 것이다.

사실이다. 따라서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땐 최대한 휴대전화를 잡은 손의 팔꿈치를 몸에 바짝 붙여 단단하게 고정하는 게 중요하다.

한결 덜 흔들린 사진을 얻을 수 있다.



그다음으로 생각해야 할 것은 초점이다. 보통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을 땐 그냥 버튼을 눌러 꾹 찍는다.

이럴 경우 초점은 오로지 정중앙에 맞는다.

스크린 터치로 초점 각도가 쉽게 조절이 된다는 것, 이것만 잘해도 한결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잘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초점을 맞추는 게 정 귀찮다면 스마트폰 메뉴에 있는 '얼굴 인식 기능'을 활용하자. 인물을 찍을 때 간편하게 자동으로 초점을 맞출 수 있다.



보통 휴대전화 카메라는 렌즈가 앞뒤로 두 개 붙어 있다.

흔히들 '셀프 카메라'라고 부르는 것은 휴대전화 화면이 있는 앞쪽 렌즈로 찍는 것이고, 일반 촬영은 휴대전화 뒷면에 붙어 있는 렌즈로 찍는 것이다.

앞 렌즈로 찍은 사진은 뒷 렌즈로 찍은 사진보다 화질이 현저히 떨어진다.

따라서 풍경을 제대로 찍어보고 싶거나 인화를 할 욕심이 있다면 웬만하면 뒷면 렌즈를 쓰길 권한다.

앞 렌즈는 거울 정도로 생각하는 게 낫겠다.



파노라마 기능을 활용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아이폰, 갤럭시S 같은 휴대전화 카메라엔 파노라마 기능이 있다.

여러 장의 사진을 카메라가 자동으로 이어서 붙여주기 때문에 보다 넓고 장대한 풍경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이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휴대전화를 가급적 천천히 수평으로 움직여줘야 한다는 것.

삼각대가 있다면 여기에 고정하고 나서 카메라를 돌려주는 것도 좋다.

마지막으로 팁 하나 더. 휴대전화 카메라는 움직이는 물체나 사람, 역광엔 무척 약하다.

가급적이면 정지된 피사체를 향해 카메라를 들이댈 것을 권한다.



 

 

 

[유창우의 쉬운 사진] (45) 포토샵 필요 없는 사진 찍기

 

조리개 '확' 열고 찍으세요, 사진이 뽀얗게 예뻐져요

렌즈 50㎜·셔터스피드 1/1600sec·조리개 f/1.4·감도 ISO 800.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살펴보면 재미있는 게 꽤 많다.

특히 사진 관련 애플리케이션이 제법 있는데, 이 중 상당수는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에 적절한 포토샵 처리를 해주는 것이다.

필터 효과를 입혀서 사진을 뿌옇게 만들기도 하고, 사진의 배경을 흐리게 바꿔 놓기도 한다.

그렇게 처리한 사진은 그러나 뜯어볼수록 어딘가 인위적이다.'포토샵 엄청 했네' 하고 속으로 중얼거리게도 된다.



사실 포토샵을 하지 않아도 렌즈 조작만 잘한다면 뽀샤시하면서도 분위기 있는 사진을 충분히 찍을 수 있다.

비밀은 렌즈 조리개를 최대한 여는 것이다. 조리개를 연다는 건 사람 눈으로 치면 눈을 크게 뜨는 것과 비슷하다.

생각해보자. 사람들이 무언가 잘 보이지 않을 때 눈을 가늘게 뜬다. 가늘게 눈을 뜨면 한층 사물이 또렷해 보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눈을 크게 뜨면 눈을 가늘게 뜰 때보단 사물이 상대적으로 흐릿해 보인다. 카메라 렌즈도 비슷하다.

조리개를 충분히 열어주면 한 부분만 초점이 맞고, 나머지 부분은 다 뽀샤시하게 찍힌다.

인물에 힘을 주고 싶을 때, 찍는 대상과 배경을 제대로 분리하고 싶을 때 이보다 좋은 방법도 없다.

따라서 난 렌즈 조리개를 최대로 여는 '조리개 개방'을 두고 '자동 뽀샵 기법'이라고 농담처럼 부르기도 한다.



이때 기왕이면 렌즈는 기본 렌즈인 '표준 렌즈(50㎜)'를 쓰는 걸 권하고 싶다.

보통 다른 렌즈는 조리개를 최대한 열어도 그 개방치가 2.8에서 4 정도지만, 표준 렌즈는 최대 개방치가 1.4 또는 1.2까지 된다(조리개를 열수록 조리개 수치는 작아진다).

그만큼 표준 렌즈로 찍으면 표현하고 싶은 부분에만 힘을 주기에 좋다.



이때 기억할 것은 초점이 맞는 범위가 좁은 만큼이나, 초점을 정확히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인물을 찍는다면 눈동자에, 비에 젖은 나뭇잎을 찍는다면 그 나뭇잎에 매달린 빗방울에 초점을 맞추는 식이다. (12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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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창우의 쉬운 사진] (44) 첫 렌즈 고르는 법

     

    보이는 대로 찍는다… '조강지처' 50㎜렌즈

    렌즈50㎜·셔터스피드1.3sec·조리개f/5.6·감도ISO 50·삼각대 사용. 강원도 원주 거둔사터.

     

    "이번에 DSLR 카메라 하나 사려고 하는데, 렌즈는 뭘 사야 해?" 최근 친구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다.

    잠시 망설이다가 이렇게 답했다. "조강지처 같은 렌즈." "뭐야." 친구는 내 대답에 좀 어이없어했지만, 정작 난 '대답해놓고 나니 이게 정답'이라는

    생각을 했다.



    흔히 처음 비싼 돈 주고 DSLR 카메라를 장만할 때 대개 줌 렌즈(24-70㎜처럼 렌즈의 화각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렌즈)를 함께 산다.

    멀리 있는 것도 당겨서 찍을 수 있고, 가까운 건 가까운 대로 잘 찍을 수 있으니 편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난 사진 초보자라면 기왕에 흔히 표준 렌즈라고 부르는 50㎜ 렌즈를 사서 한동안 이것으로만 사진을 찍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50㎜ 렌즈를 권하는 건, 이 렌즈가 사람의 육안으로 보는 시각과 가장 유사한 영상을 만들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을 때 제일 처음 해보는 건, 바로 내가 어떤 사물을 바라본 대로 찍는 것이다. 이를 가장 무난하게 표현하는 게 바로 50㎜ 렌즈다.


     


    물론 불편한 점은 많다. 줌 기능이 안 되다 보니 멀리 있는 걸 당겨 찍을 수도 없고, 좁은 공간을 한 프레임에 다 담을 수도 없다.

    하지만 또 이게 초보에겐 장점이 된다. 그만큼 몸을 많이 움직이게 되기 때문이다.

    멀리 있는 걸 찍을 땐 그만큼 다가가게 되고, 눈앞의 공간을 한 번에 담을 수 없으니 뒤로 물러나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소위 '렌즈감(感)'이라는 걸 얻을 수 있다.

    '아 이런 장면을 찍을 땐 이만큼이나 바짝 다가서야 하는구나','아 이걸 모두 표현하려면 그만큼 내가 멀리 뒷걸음질쳐야 하는구나'를 저절로

    배우는 것이다.

    이걸 깨치고 나면, 사진의 기본을 알게 된다. 그다음엔 광각렌즈도 망원렌즈도 한층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결정적 순간'이란 말로 널리 알려진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Bresson·1908~2004)은 평생 라이카 카메라에 50㎜ 표준 렌즈만

    사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내가 본 것과 가장 유사한 표현을 할 수 있는 렌즈라서 표준 렌즈를 고집한다"고 했다.



    그러니 일단 DSLR 카메라를 장만했다면 50㎜ 렌즈로 사진을 찍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렌즈가 밝고 조리개의 표현영역이 넓어 아웃포커싱에도 유리하다. 줌 렌즈를 샀더라도 한동안은 50㎜로만 설정을 해놓고 사진을 찍어봐도 좋겠다.

    이렇게 50㎜ 렌즈로 찍은 사진은 깊고 은은한 맛을 낸다. 사진적 자극은 덜하지만 두고두고 봐도 질리지 않아 좋다.

    친구에게 '조강지처 같은 렌즈'라고 말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121122)

     

     

     

    [유창우의 쉬운 사진] (43) 부분으로 전체 말하기

    사각 틀에 두 손만 담아도 시골 밥상이 보여요

    셔터스피드 1/800sec, 조리개 f/8, 렌즈 50mm, ISO 400

     

    다섯 살짜리 조카는 요즘 그림 그리기에 푹 빠졌다.

    어느 날 도화지에 녀석이 줄을 잔뜩 그려넣은 걸 보고 "이게 뭐냐"고 묻자, 녀석은 눈을 깜박이더니 냉큼 "코끼리잖아"라고 했다.


    "코끼리라고?" 눈을 비비고 다시 보니 알 것 같았다. 그 줄무늬는 코끼리 피부에 새겨진 굵은 주름이었던 거다.

    "야, 너 이걸로 어떻게 코끼리를 표현할 생각을 했니?"

    녀석은 내 말에 귀찮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것만 봐도 코끼리인 줄 아는데 뭐." 난 어쩐지 엄청난 답을 들은 기분이었다.



    사진이 좋은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난 때때로 '사진 한 장만 있으면 굳이 긴 설명이 필요 없으니까'란 사실에 깊이 안도하곤 한다.

    주절주절 말하지 않아도, 굳이 전체 상황을 일일이 보여주지 않아도, 어떤 부분만 툭 찍어서 보여주면 때론 모든 것이 설명될 때가 있다.

    난 그래서 종종 '부분으로 전체를 말하는' 사진적인 방식을 애용하곤 한다.



    작년 겨울 '산골 음식'이란 주제로 사진을 찍어야 할 때도 그랬다. 강원도 평창으로 출장을 떠났다.

    나무 밥상 위에 곤드레밥, 잡나물, 나물국죽, 취떡, 알감자 조림 등을 가득 차려놓은 걸 찍어봤지만 '이거다' 싶은 그림이 나오질 않았다.



    그렇게 서성댈 때 음식을 차려서 내놓는 아주머니의 손이 보였다.

    주름지고 거친,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금세 넉넉한 밥상을 차려낼 것 같은 넉넉한 인상의 손이었다.



    아주머니가 무심하게 두레박에 담긴 곤드레밥을 두 손으로 떠받든 채 서 있었다.

    카메라를 들어 얼른 아주머니의 손과 그 손에 들린 바가지 곤드레밥을 툭 하고 찍었다.

    손에 새겨진 주름과 아무렇게나 퍼서 담은 산골 음식이 그렇게 사각 틀에 담겼다.

    말 그대로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산골 음식 사진'이 됐다.



    이런 사진을 찍을 땐 그러나 '뻔한 부분으로 전체를 말하는 것'은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도 기억했으면 좋겠다.

    가령 군인의 노고를 보여주기 위해 흙 묻은 군화를 찍거나, 달리기 경주에 임하는 선수의 긴장감을 표현하기 위해 운동화

    끈을 고쳐매는 손을 찍는 건 흔하게 쓰인 탓에 인상적인 사진이 되기 힘들다.(121108)

     

     

     

     

    [유창우의 쉬운 사진] (42) 흑백사진잘 찍으려면

     

    입력 : 2012.10.25

    카메라 설정을 흑백으로… 무채색으로 보는 '눈' 키워라

    렌즈 50mm, 셔터스피드 1/5 sec, 조리개 f/11, ISO 50

     

    언젠가 신문에서 무채색 옷만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벨기에 디자이너 인터뷰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기사에서 그는 "검은색과 흰색은 그 완성품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색"이라고 했다.

    "다른 색을 쓰면 내가 강조하고 싶은 요소가 오히려 묻힌다."



    기사를 읽으면서 '사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색을 배제한 흑백사진은 본질적이면서도 직관적인 힘을 지녔다.

    눈을 현혹하는 대신 메시지를 더 강렬하게 전달한다.

    인물 사진에서도 흑백사진은 그 사람의 겉모습보단 내면에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다.

    공들여 화장하고, 색이 고운 옷을 입고 나온 여자라고 해도, 흑백필름 앞에선 겉치레가 영 무색하다.

    흑백사진은 볼 터치로 물든 볼과 발그레한 입술 대신 그 사람의 눈빛과 얼굴선, 그 표정에 집중하니 말이다.



    풍경도 마찬가지다. 작년 백령도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적이 있다.

    백령도엔 장군들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하는 것처럼 기기묘묘한 괴석이 모여 있다고 해서 두무진(頭武津)이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그 돌(石)의 질감과 단단함을 사진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나중에 찍은 사진을 꺼내봤다.

    하늘빛이 아름다웠지만, 그 때문일까. 내가 애초에 표현하고 싶었던 바위의 느낌이 쉽게 전달되지 않았다.

    자꾸만 하늘과 바다 물결 위로 번지는 화사한 오렌지 빛깔에 더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고민을 하다가 사진을 흑백으로 전환했다. 그제야 사진 속 하늘보단 기암괴석의 표면과 모양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흑백은 상상(想像)의 사진이기도 하다. 색을 걷어낸 사진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사진 속 풍경이나 인물의 실제 모습을 꿈꾸게 한다.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것이다. 색채가 빠진 그 자리에, 그렇게 흑백사진은 사고(思考)의 즐거움을 채워 넣는다.



    사진 찍는 데 갓 취미를 붙인 초보자라면 처음부터 카메라 설정을 흑백으로 맞춰놓고 찍어보라고 하고 싶다.



    처음엔 세상을 일단 흑백으로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진 찍는 사람들은 흑과 백 사이엔 8가지 무채색이 더 있다고 한다. 짙은 회색부터 흰색에 가까운 엷은 회색까지.

    세상을 이 10가지 무채색으로 바라보는 훈련을 하다 보면, 어떤 것을 흑백으로 찍어야 하는지, 또 그걸 사진으로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한 감이 온다.

    '눈'을 먼저 길들여야 사진도 잘 찍을 수 있다.

     

     

     

    [유창우의 쉬운 사진] (41) 억새 예쁘게 찍는 법

     

    해 질 무렵, 바람과 햇살을 함께 담아라

    렌즈 135㎜, 셔터스피드 1/1250sec, 조리개 f/5.6, ISO 200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사람에게 10월은 '억새의 계절'로 통한다. 산과 들에서 자라는 억새의 매력은 9~10월이 절정이다.

    9월쯤부터 줄기 끝에 꽃이 달리기 시작한다. 작은 이삭도 촘촘해진다. 보송보송한 잔털도 풍성해진다.



    이런 억새가 빛을 받아 일렁이는 모습을 두고 시인 오세영은 '흐르는 것이 어이 강물뿐이랴.

    계곡의 굽이치는 억새꽃밭 보노라면 꽃들도 강물임을 이제 알겠다'고 썼다.

    카메라를 손에 쥐고 떠나지 않을 수 없는 계절이 온 것이다.



    억새가 은빛으로 빛나며 일렁이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억새만 찍은 사진은 어쩐지 촌스러울 때가 많다.

    마치 일출 사진을 해돋이에만 초점을 맞춰 찍다 보면 달력 사진 이상을 벗어나기 쉽지 않듯이 말이다.

    억새는 그럼 어떻게 찍을까. "바람과 햇살을 함께 담아내라"고 조언하고 싶다.



    억새의 은빛 일렁임은 바람과 햇빛이 더해질 때 완성된다.

    억새 잔털에 빛이 투과되거나 억새가 바람에 춤을 추는 모습이 없다면, 억새는 그저 그런 여러해살이 풀에 지나지 않는다.

    사진 찍는 사람에게 매력이 있으려면 억새는 홀로 있어선 안 된다.

    바람과 만나고 빛 앞에서 얼굴을 환하게 밝힐 때 비로소 근사한 피사체가 된다. 억새는 기왕이면 늦은 오후에 찍을 것을 권한다.

    오후 4시 이후 해 질 무렵이면 빛이 대개 비스듬히 누워서 들어온다. 한층 사물의 입체감이 강조되는 시간이다.

    이때 억새를 찍으면 억새의 잔털까지 빛이 투과해 한층 억새꽃을 강조한 사진이 된다.



    해를 눈앞에 두고 역광으로 찍는 것도 좋다.

    역광으로 찍으면 억새만 환하게 빛나고 배경은 어두워져 오로지 억새에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춘 것 같은 사진이 된다.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이때 바람이 더해지면 화룡점정이다.

    바람 부는 방향으로 몸을 맡긴 억새들의 율동이 더해져 한층 더 재미있는 사진이 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보태자면 이름난 억새꽃밭은 산 정상 부근에 위치한다. 등산화를 챙겨 가는 건 필수다.


     

     

    [유창우의 쉬운사진] (40) 명절에 부모님 사진잘 찍으려면

     

    입력 : 2012.09.27

    반가움에 번진 미소… 첫 셔터에 담아보세요

    렌즈(85mm)·셔터스피드(1/800 sec)·조리개(f/2.0)·감도(ISO 800)

     

    명절은 부모님 사진을 찍기 가장 좋은 때다. 모처럼 식구들이 와글와글 붐비는 때다. 오랜만에 형제·자매, 사촌 형제들까지 한자리에 앉는다.

    자식에 손주들까지 꽉 찬 집에서 부모님도 주름살을 잊고 환하게 웃는다. 그래서 이번 추석엔 '부모님 사진 찍기'에 도전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때 기억할 건 부모님 사진을 찍을 때도 나름 '황금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명절은 즐거운 만큼 일도 많고 이래저래 몸도 바쁜 때다.

    '명절 후유증'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닐 게다. 부모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만나는 순간엔 표정이 환하지만, 차례 준비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난 기왕이면 부모님 사진은 처음 마주하자마자 찍으라고 권하고 싶다. 반가운 자식과 손주 얼굴을 대한 바로 그 직후.

    그때를 놓치지 않고 후다닥 셔터를 누르면 최소한 표정이 어두워서 사진을 망치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명절날 부모님 댁에 들어서기 직전부터 카메라를 목에 걸거나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

    문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끊임없이 찍는 시도를 하면 더 좋다.



    시간 다음으로 잊지 않아야 할 것은 '장치'다. 대개 부모님들은 두 분만 세워놓고 "여기 보세요" "하나 둘 셋!"하고 외치는 순간 굳어버린다.

    평소 부부끼리 살가운 애정 표현을 잘 안 하시는 분들이라면 더더욱 어색한 상황이다. 이럴 때 아기가 있는 집이라면 걱정할 일이 별로 없다.

    아기만 두 분 사이에 놔두면 자연스럽게 부모님 얼굴에 웃음이 감돌게 되기 때문이다.

    가능한 한 두 분을 가깝게 앉혀놓고 그 가운데 아이를 놓으면 절로 두 분 입가에 미소가 번지게 돼 있다.

    이때 셔터를 열심히 눌러주면 그 어느 때보다 보기 좋은 부모님 사진을 건질 수 있다.



    아기가 없는 집이라면 강아지 같은 애완동물 또는 두 분의 공통 관심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소재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가령 두 분이 함께 화초를 키운다면 그 화초 앞에 잠시 앉아 이야기를 나눠보시라고 하는 식이다.

    함께 화초를 만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피식' 하고 웃음이 터지기 시작한다.

    그때 사진을 찍으면 그 어느 때보다 다정하고 훈훈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집안의 '분위기 메이커'에 해당하는 인물을 두 분 근처에 어슬렁거리게 해도 좋다.

    가령 식구 중 가장 재미있는 사람이 막냇동생이라 친다면, 막냇동생을 두 분 옆에서 얼쩡대게 하면서 말을 걸도록 하는 거다.

    부모님의 모습을 그렇게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면, 이번 추석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정겹고 즐거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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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창우의 쉬운 사진] (39) 노을 잘 찍으려면

     

    입력 : 2012.09.13

    30분 느긋하게 기다리면… 노을의 '정점'을 만난다

    렌즈(50mm)·셔터스피드(1/200 sec)·조리개(f/2.0)·감도(ISO 100)
    가을엔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게 된다. 시인 박재삼은 '섭섭하게/ 아주 섭섭하게/ 가을 하늘만 드높이 개었네'라고 노래했다.

    너무 드높고 맑아서 우리에겐 너무 아스라이 멀리 있는 하늘처럼 느껴져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가을 하늘은 환한 대낮에 파랗게 펼쳐진 모습도 아름답지만, 화려하게 노을이 번진 모습도 매혹적이다.

    높고 맑은 초가을 하늘 위로 누군가 염색물감을 잘못 쏟은 듯 보이는 가을 노을은 유난히 짙고 또 눈부시다.

    노을은 아침저녁으로 빛나지만, 바쁜 현대인은 일출 무렵 노을을 찍는 게 쉽지 않다.

    노을을 찍고 싶다면, 일과를 마치고 편안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올 무렵에 번지는 저녁노을을 찍는 걸 추천한다.

    아침보다 저녁에 사진을 찍으라는 건, 노을은 '오래' 볼수록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노을은 널리 알려진 대로 빛의 파장과 관련이 있다. 태양이 질 때 파장이 짧은 보라색부터 파장이 긴 붉은빛이 시시각각 표정을 달리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보라, 분홍, 진분홍, 노랑, 주홍, 빨강으로 겹겹이 겹치며 끊임없이 변하는 노을의 장관을 충분히 느끼고 그 정점(頂點)을 기록하기 위해선, 적어도 30분 정도는 노을을 지켜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렇게 충분한 시간 여유를 갖기엔 아무래도 아침보단 저녁이 나을 것이다.

    노을을 찍을 땐 하늘만 찍는 것보단 지평선과 그 위에 선 건물,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의 모습을 함께 담는 게 더 재밌다.

    하늘만 찍으면 원근감과 구성감이 없어 자칫 사진이 밋밋해질 수 있지만, 하늘 아래 풍경과 함께 찍으면 사진에 한층 현실감이 생긴다.

    노을을 찍을 땐 사실 대단한 기술이 별로 필요 없다. 똑딱이 카메라라면 자동모드에 맞춰서 찍어도 된다.

    렌즈를 골라 찍는다면, 표준 렌즈(50mm) 이하로 하자. 하늘을 넓게 잡을 수 있고, 덕분에 힘 있는 사진을 얻게 된다.

    하늘만 찍으면 자칫 사진이 어둡게 나올 수가 있다. 이때 노출을 1/3에서 2/3 스톱 정도 열어주면 도움이 된다.

    똑딱이 카메라의 경우엔 대개 노출 조절 버튼이 있다.

    플러스마이너스(+-)기호가 쓰인 것인데, 이를 조금씩 플러스 쪽으로 옮겨주면 사진 밝기를 조절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노을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노을이 언제 아름답게 물들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늘 작은 카메라를 휴대하고 다니자. 적어도 "찰칵" 하고 버튼을 누르는 순간만큼은 가을 하늘이 온전히 내 것이 된다.

     

     

     

     

     

    [유창우의 쉬운 사진] (38) 사진을 처음 찍을 때

    • 유창우 영상미디어 기자

    입력 : 2012.08.30 04:00

    잘 알아야 잘 찍는 법! 시작은 좋아하는 것부터

    렌즈 85㎜·셔터스피드 1/30 sec·조리개 f/1.4·감도 ISO 800.
    처음 사진기를 선물 받았을 때를 지금도 기억한다. 고등학교 2학년 때였을 거다.

    아버지는 내게 낡은 독일제 '아그파' 카메라 한 대를 생일 선물로 사주셨다.

    카메라를 품에 안고 한참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어떤 걸 제일 먼저 찍을까' 생각했다. 그러다 눈에 띈 게 여동생이었다.

    한창 예쁘고 앳된 얼굴. 길고 반짝거리는 머리칼. '아, 그래 이 녀석을 찍자'라고 마음을 정했던 것 같다. 그렇게 한참 동안 여동생 사진만 찍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탁월한 선택이었다. 굳이 멀리까지 나가서 사진을 찍는 대신, 집에서 동생 녀석의 사진을 찍었던 건 말이다.

    매일 볼 수 있으니, 매일 찍을 수 있다. 늘 봐왔던 얼굴을 찍는 것이니, 사진 한 장 한 장을 찍어나가는 동안 한결 섬세한 눈으로 피사체를 대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이다.

    '이 빛에선 평소보다 예뻐 보이는구나!' '아, 이런 조명 아래에선 같은 얼굴도 참 달라 보이는구나.' 이렇게 혼자 사진 찍는 법을 서서히 배워나갔던 것 같다.

    카메라를 비싼 돈 주고 사놓고 "대체 뭘 찍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하는 경우를 종종 봤다.

    이럴 때마다 난 처음 카메라를 선물 받았던 바로 그날을 떠올린다. 그리고 대답한다. "좋아하는 것, 잘 아는 것부터 찍어봐"라고.

    멀리 가야만 찍을 수 있는 것, 쉽게 볼 수 없는 것부터 찍으려면 아무래도 힘이 든다.

    잘 모르니 잘 찍을 수가 없고, 매일 찍을 수가 없으니 사진이 늘질 않는다.

    그래서 난 구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구름부터, 강아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강아지부터 찍으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

    학창 시절부터 난 오디오에 탐닉하곤 했다. 오디오의 낡은 앰프와 스피커를 바꿔가면서 소리가 어떻게 달라지는 보는 게 취미였다.

    그래서 요즘 다시 찍기 시작한 게 오디오다. 찍다 보면 더 좋아지고, 좋아지는 만큼 더 잘 찍게 되지 않을까.

    멋진 사진은 언제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오는 법이다.

     

     

    [유창우의 쉬운 사진] (37) 여행 속 음식사진

    입력 : 2012.08.16 04:00

    음식과 배경 동시에 '찰칵'… 추억을 함께 담아라

    렌즈 28mmㆍ셔터스피드 1/1328 secㆍ조리개 f/5.6ㆍ감도 ISO 400.

     

    사진 찍고 여행하는 게 일이다 보니, 전국 방방곡곡을 돌면서 맛집은 꽤 다닌 편이다.

    그럼에도 누군가 "여행하면서 먹었던 음식 중 어떤 게 제일 맛있었느냐"라고 묻는다면 난 주저 없이 "울릉도에서 먹었던 해삼과 성게"라고 대답하겠다.

    2008년 여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동료들과 부푼 마음으로 울릉도 여행을 떠났다. 해안길을 따라 달리다가 식당 하나를 발견했다.

    싱싱한 해산물을 먹고 싶은 마음에 '해삼 한 접시, 성게 한 접시'를 주문했더니, 식당 주인은 "좀만 기다리라"고 했다.

    그러더니 잠시 후 주인아주머니가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풍덩' 뛰어들었다. "엥, 기다리라는 게 잡아오겠다는 뜻이었어?" 동료들은 소란스러워졌다.

    잠시 후 바다 위로 주인아주머니 머리가 쑥 올라왔다. 손에 든 그물엔 갓 잡은 성게와 해삼이 담겨 있었다.

    갓 잡아 손질한 해산물이 접시에 담겨왔을 때, 나도 모르게 "이야!" 하고 탄성을 질렀다. 동료들도 "와!" 하고 손뼉을 쳤던 게 기억난다.

    이 장면을 놓치기 아깝다 싶었다.

    식탁 위에 접시를 올려놓고 찍으면 이 순간이 온전히 담기지 않을 것 같았다. 접시를 바닷가 바위 위에 올려놓았다.

    배경으로 넘실대는 울릉도 바다, 검은 돌, 그리고 또다시 누군가의 주문을 받자마자 해녀복을 입고 바다로 내려가는 주인아주머니의 모습이 한꺼번에

    잡혔다.

    '이거다.' 속으로 생각하면서 셔터를 눌렀다. 지금도 이 사진을 볼 때면 그때 친구들과 나눴던 수다, 주인아주머니가 바다에 뛰어들 때의 놀라움,

    성게를 입에 넣자마자 코로 물씬 밀려오던 바다 냄새가 생각난다.

    사실 여행하다 보면 음식 사진을 찍을 때가 종종 있다. 이때 음식만 찍으면 어쩐지 좀 밋밋한 느낌이다.

    음식과 '추억'을 함께 찍으면 한층 더 생동감 있는 사진을 만들 수 있다. 이럴 땐 배경과 함께 찍는 게 좋다.

    야유회에서 김밥을 먹는다면, 그 김밥만 찍는 게 아니라 김밥 뒤로 보이는 풍경이나 그 김밥을 보고 좋아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같이 찍는 식이다.

    산에 올라가서 간식을 먹었다면 그 간식 뒤로 펼쳐진 산자락과 푸른 하늘을 같이 담아도 좋겠다.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소품을 활용해도 괜찮다.

    산이라면 나뭇잎이나 나뭇가지, 바닷가라면 현무암, 수영장이라면 밀짚모자나 선글라스, 튜브 등을 적절히 배치해 보여줘도 나쁘지 않겠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음식과 배경의 밝기가 너무 차이 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가령 해가 쨍쨍한 바깥에서 그늘에 음식을 놓고 사진을 찍으면 음식이 너무 어둡게 나오거나 배경이 허옇게 나온다.

    음양(陰陽)의 차이가 적은 곳, 다시 말해 노출 차이가 적은 장소를 골라서 찍어야 음식과 배경이 고루 사진에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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