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내가 레바논에서 교편을 잡고 있을 때의 일이다.
레바논 정부는 점점 무질서해지는 자동차 교통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교통신호등을 설치하고, 경찰로 하여금 교통법규 위반을 철저히

단속하도록 했다.
그후 어느 날 내가 소형차를 몰고 베이루트 시내를 달리고 있는데 교통경찰 두 명이 내 차를 세우더니 속도위반을 했다면서 즉각 딱지를

떼는 것이었다.
내가 경찰관들에게 좀 봐달라고 사정하고 있는데 포르셰 한 대가 무서운 속도로 우리 곁을 지나쳐 사라졌다.
경찰관들은 그것을 못본 체했다.
놀란 내가 경찰관들에게 따졌다.
“나보다는 저런 사람을 잡아야 하지 않습니까 ?”
서로 당황한 시선을 주고받고 나서 그중 한 사람이 멋쩍게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저런 건 못 잡아요. 너무 빨라요.” 





별로 넉넉지 못한 예산으로 여행을 하던 우리가 뉴욕시에서 하루를 지내는 동안 남편 조의 바지가 찢어졌다.
바지를 사려고 했으나 모두 비싸서 살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가까운 양복점을 찾아갔다.
남편은 가게에 들어가 양복 입어 보는 방에서 바지를 벗어 점원에게 건네주면서 우리는 캘러머주에서 왔는데 다른 바지가 없어서

그 바지를 꿰매 입어야겠다고 말했다.
남편은 내의만 입고 커튼 뒤에 서서 점원에게 바지를 꿰매는 삯이 얼마냐고 물었다.
한참 동안 아무 대답이 없더니 그 점원이 큰소리로 웃으며 동료 점원에게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봐, 제리. 저 친구 멀리 캘러머주에서 뉴욕까지 바지 한 벌만 입고 와서, 지금 내의만 입고 저기 서서 이것 꿰매는 데 얼마냐고 묻고

있다구.”





내가 결혼한 지 얼마 안되었을 때 부모님이 우리 집에 찾아오셨다.
나는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버터밀크 파이를 만들었다.
아버지는 버터밀크 파이를 좋아한다면서도 평소에는 좀처럼 입에 대지 않으셨다.
모두가 맛있다고 한마디씩 칭찬한 후에 아버지가 추억에 잠기듯 빙그레 웃으며 말씀하셨다.
“얘야,네가 나에게 버터밀크 파이를 만들어준 두번째 사람이란다."
어머니가 빵을 만드셨다는 건 금시초문이 었으므로 나는 놀라서 어머니에게 물었다.
“엄마 ! 엄마도 아버지에게 버터밀크 파이를 만들어주셨어요 ?”
“물론이지 !” 어머니가 대답하셨다.
아버지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네가 세번째 사람이 되겠구나." 





귀머거리인 내 딸 세레나가 최근에 혼자서 비행기를 탔다.
그애는 성인이 되도록 동반자 없이 여행해본 적이 없었다.
나는 그애가 덴버에서 비행기를 갈아탈 일이 걱정되었다.
그러나 항공사 직원이 자기들은 그런 상황에 익숙하다면서 나를 안심시켜주었다.
자기네들이 갈아탈 비행기까지 세레나를 안내해주겠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마음이 놓였다.
세레나와 나는 비행기를 기다리다가 커피를 마시러 갔다.
내가 딸의 여행에 대해 안심하고 있을 때 확성기에서 이런 소리가 들렸다.
“세레나 심스씨,5번 탑승구로 오세요." 





우리 식구는 미국과 러시아간의 문화교류 계획에 따라 러시아에서 온 유태교 랍비 한 분을 접대하고 있었다.
우리는 러시아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음식을 대접해야겠다는 생각에 우리가 잘 다니는 중국 음식점으로 그분을 모시고 갔다.
식사를 하면서 러시아에서 온 그 랍비는 자기 나라는 사정이 어려운데 비해 미국은 참 잘살고 있다면서 미국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
식사를 마치자 웨이터가 계산서를 가지고 와서 우리 모두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조그만 장식품을 하나씩 주었다.
그러나 우리 아버지가 그 선물에 '메이드 인 인디아'라는 스탬프가 찍힌 것을 지적하자 우리는 모두 깔깔대고 웃었다.
웃음소리가 가라앉았을 때 우리는 랍비가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아버지는 혹시 유태교 랍비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어 기분이 언짢은 게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아닙니다. 나는 불교신자가 유태인에게 힌두교도가 만든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는 이 훌륭한 나라에 와 있는 것이 너무 기뻐서 눈물을

흘린 것입니다.”





내 딸은 여섯 살, 다섯 살, 두 살 그리고 여덟 달 된 네 사내아이를 둔 바쁜 엄마이다.
어느 날 아침 그애가 시내에 약속이 있다면서 나에게 자기네 집에 와서 여덟 달 된 아기에게 우유를 먹여달라고 부탁했다.
그동안에 자기는 다른 아이들에게 옷을 입히고 아침을 먹여 내보내겠노라고 했다.
내가 딸의 집에 들어서니 그애가 여덟 달짜리 아기를 나에게 건네주고 자기는 큰 아이들을 깨우러 2층으로 올라갔다.
아이들을 그 이른 아침에 깨우기가 얼마나 힘든지 잘아는 나는 세 아이가 모두 5분 후 옷을 말쑥하게 갖춰입고 아침을 먹으러 내려오는

것을 보고 놀랐다.
내가 아이들에게 엄마 말을 잘 듣고 옷을 빨리 입었다고 칭찬해주려는데,여섯 살 난 손자 녀석이 잠이 덜 깬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엄마가 어젯밤 이런 차림으로 우리를 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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