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숲, 한국의 명산](100)강원 정선·평창 가리왕산
 
ㆍ지천으로 널린 산나물·야생화 ‘아라리의 지붕’

웅장한 육산의 풍모를 오롯이 간직한 가리왕산(加里王山)은 봄철 산행의 최적지로 꼽힌다.

강원 정선군 정선읍 회동리와 평창군 진부면, 북평면에 걸쳐 있는 해발 1561m의 가리왕산은 늘 이맘때면 온통 파스텔톤으로 채색된다.

능선을 따라 피어난 다채로운 야생화는 형형색색의 빛을 발하며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가리왕산 정상에 오르면 인근 명산의 유장한 산줄기를 한눈에 볼 수 있다.|정선군 제공

 


한창 물이 오르기 시작한 천연 활엽수림대는 부드러운 산줄기와 절묘한 조화를 이뤄 탄성을 자아내고, 깊은 계곡의 폭포는 청량감을 더한다.

특히 5월이면 희귀한 약초뿐만 아니라 곰취 등 수십종의 산나물이 지천으로 널려 미각까지 자극한다.

많은 등산 마니아가 봄철 산행지로 가리왕산을 주저없이 택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고대 맥국(貊國)의 갈왕(葛王)이 난을 피해 은둔했던 곳이라 하여 갈왕산(葛王山) 또는 가리왕산(加里王山)으로 불린 산은

곡식을 차곡차곡 쌓아둔 ‘낟가리’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상봉, 중봉(해발 1443m), 하봉(1380.3m) 등 3개의 봉우리가 완만하게 이어져 있으나 자작나무, 구상나무, 마가목, 단풍나무 등

각종 수목이 울창한 숲을 이뤄 초보자들이 오르기에는 다소 버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정상의 빼어난 조망은 산행의 힘겨움을 일순간 잊게 만든다.

가리왕산의 정상인 상봉 망운대에 이르면 태백산, 계방산, 오대산, 두타산, 청옥산, 치악산, 발왕산, 노추산, 소백산 등

주변 명산의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동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동해 바다의 푸른 물결도 볼 수 있어 금상첨화다.

발 아래로 드넓게 펼쳐진 운해는 그야말로 장관을 연출한다.


회동계곡의 맑은 물줄기가 이끼 낀 바위사이로 쏟아져 내리며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하고 있다.

 

 

게다가 정상 평탄지대에 10m간격으로 세워진 3개의 돌탑과 간간이 눈에 띄는 주목군락도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는 주목은 언뜻 보아도 세월의 무게를 실감케 하고, 정상 표지석 옆에 자리한 삐뚠 돌탑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여유를 갖고 꼼꼼히 둘러보면 지역민들이 왜 가리왕산 8경 중 상봉 망운대를 으뜸으로 손꼽는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산중 골짜기마다 끝없이 이어져 있는 깊은 계곡은 수량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열목어 등 희귀어류가 다수 서식하고 있다.

이 중 단연 돋보이는 곳은 회동계곡이다.

기암괴석 사이로 맑은 계류가 힘차게 흘러내리는 계곡 입구엔 ‘가리왕산 자연 휴양림’이 조성돼 있어 가족과 함께 망중한을 즐기기에

적당하다.


휴양림 매표소 우측엔 다른 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얼음동굴’도 있다.

수억년 전에 생성된 석회암 절리동굴로 여름철에도 찬바람이 나와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

길이가 약 1㎞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동굴 안쪽에는 삼복더위가 끝날 때까지 얼음이 차 있어

옛 사람들이 이를 많이 이용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이 밖에 가리왕산은 예로부터 산삼이 많이 나는 영산으로 알려져 심마니들의 발길이 이어지던 곳이다.

중왕산과 상봉 사이 마항치엔 1723년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강릉부삼산봉표(江陵府蔘山封標)’라 새겨진 비가 있다.

이는 일반인들의 산삼채취는 물론 출입을 금지시킨 것으로 조선시대 때부터 이곳을 산삼의 주산지로 여겼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여름에도 찬바람 쌩쌩…석회암 얼음동굴 매력

정상 표지석 옆에 쌓여 있는 돌탑.

 

 

‘아라리’의 고장인 강원 정선의 지붕으로 불리는 가리왕산은 규모가 크긴 하나 능선이 완만한 편이어서 큰 어려움 없이 오를 수 있다.

등반시간은 코스별로 다소 차이가 있으나 4시간10분~8시간30분가량 소요된다.

대표적인 등반코스는 △하안미 5리 백일동~상수도 취수원~안부~중왕산~마항치~1450봉~정상~중봉~회동리 얼음굴 매표소(8시간30분)

△숙암리~장구목이골 입구~정상~오잠동 갈림길~숙암리(4시간10분) △휴양림 매표소~ 심마니교~절터~능선 갈림길~가리왕산~마항치~중왕산~1160고개~하안미리(6시간30분) △회동버스종점~어은골 입구~절터~능선~가리왕산~마치치~중왕산~1160고개~하안미리~

버스종점(8시간20분) 등이다.


능선 종주 코스의 경우 산행시간만 8시간 이상 소요되는 점을 고려, 식수를 준비해 아침 일찍 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코스가 평이하나 중봉에서 가리왕산자연휴양림으로 내려서는 길은 가파른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등반객은 접근성이 좋고 숙박이 용이한 점을 들어 자연휴양림을 기점으로 삼는다.


가리왕산 주변엔 산행 후 둘러볼 만한 곳도 많다.

휴양림에서 35㎞가량 떨어져 있는 정선군 동면 화암동굴은 ‘금과 대자연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개발된 테마형 동굴로

피서철엔 야간 공포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인근의 화암약수터는 탄산이온, 칼슘, 철분, 등 미네랄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어 위장병, 피부병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족을 동반했을 경우 정선아리랑의 발상지인 아우라지를 방문하는 것도 좋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가리왕산을 찾으려면 영동고속도로 진부 IC를 빠져 나와 오대천과 나란히 이어져 있는 405번 지방도로를 따라

정선방면으로 진입하면 된다.

대중교통의 경우 서울~정선 간 직행버스를 이용한 뒤 회동리나 숙암리행 시내버스를 타면 된다.


<정선 | 최승현기자 cshdmz@kyunghyang.com>

ㆍ봉우리 오순도순 ‘아홉 폭 병풍’ 두른듯

구병산(해발 876m)이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근래 들어서다. 그동안 그 유명한 속리산의 명성에 가려 있었기 때문이다.

아홉개의 바위 봉우리로 이루어진 구병산은 기암절벽, 노송군락 등으로 유명하다. 최근 ‘충북 알프스’로 등반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유명세를 타다 보니 이젠 제법 많은 등산객이 찾고 있다.

속리산과 구병산을 잇는 43.9㎞ 구간을 ‘충북 알프스’로 개발·홍보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구병산은 충북 보은군과 경북 상주군의 속리산국립공원 남쪽 국도변에 자리잡고 있다.

마로면 적암리에서 왼쪽(북쪽)을 바라보면 뾰족뾰족한 아홉개의 봉우리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마치 병풍을 두른 듯하다.

일명 구봉산으로도 불리는 구병산은 아홉개의 바위 봉우리가 병풍을 쳤다고 해서 그 이름이 붙여졌다.

보은에는 삼산(三山)이 있다. 지아비산(夫山)인 속리산 천왕봉, 지어미산(婦山)인 구병산, 아들산(子山)인 금적산이 그것이다.

구병산의 등산 기점은 적암이다.

적암에는 태평양과 인도양 상공 인공위성에 전파를 발사하고 수신하는 국내 최대 위성지국의 거대한 접시형 안테나 4개가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오른쪽을 보면 높이 320m의 떡시루를 엎어 놓은 듯한 ‘시루봉’이 덩그러니 솟아 있다.

적암마을은 일명 사기막이라고도 불린다.

임진왜란 때 포제 이명백이 의병장 조헌 등을 위해 의병을 일으켜 사기를 크게 진작시킨 데서 유래된다.

구병산으로 가는 길목엔 대추나무와 감나무가 온 동네를 덮고 있고, 돌담으로 이어진 골목길이 아담한 시골정취를 더해 준다.

측백나무 울타리가 무성한 옛 적암초등학교(폐교)를 지나 적암마을을 거쳐 올라가면 큰 벚나무가 있다.

벚나무가 서 있는 갈림길에서 30분 정도 오르면 절터에 닿는다.

절터 축대 밑에는 당시 사용하던 우물이 있고, 뒤에는 뿌리부분에서 여러가지가 뻗어 자란 소나무(타박솔)가 수림대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구병산 일출(사진 위)과 풍혈.

 

 

암자터를 지나 400m쯤 오르면 바위벽이 벌집처럼 움푹움푹 팬 벌집바위가 나온다.

이 바위에 올라서면 주능선상의 거대한 기암절벽이 한결 가깝게 보여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바위 능선길을 따라 오르면 주능선 위에 서게 되고 이때부터 마치 분재와 같은 바위, 노송군락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아기자기한 길이 이어진다.

동부능선을 지나 853m 봉을 오르다 보면 구병산 정상을 가지 않아도 좋을 만큼 훌륭한 경관을 볼 수 있다.

북쪽을 보면 속리산 주봉인 천왕봉이 한눈에 들어오고, 북서쪽엔 내륙의 바다처럼 커다란 삼가저수지가,

정상 바로 아래를 굽어보면 장수마을인 구병리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주능선을 오르기 전 왼쪽을 바라보면 옛날 신선들이 장기를 두며 놀았다는 깎아지른 듯한 벼랑 위에 10㎡ 정도의 큰 바위가 있는데

이를 신선대라고 한다.

동쪽으로는 경북 상주의 봉황산이, 서남쪽으로는 아들산인 보은 삼승면 소재 금적산이 보인다.

구병산 등산은 대개 853m 봉에서 하산한다.

가파른 계곡을 향해 그대로 내려오거나 남쪽 능선길로 내려오다 암자터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내려오는 방법이 있다.

853m 봉에서 1㎞ 서쪽에 있는 정상을 오른 후 남쪽 능선길로 하산하는 종주 코스도 해볼 만하다.

구병산 정상에서 구병리, 서원리 방향으로 100여m 내려오다 보면 우리나라 3대 풍혈의 하나인 구병 풍혈 3곳을 접할 수 있다.

이 풍혈은 2006년 등산객에 의해 발견됐다.

또 이곳에서 구병리 방향으로 내려오다 중간지점에 이르면 동굴형 풍혈을 접한다.

한겨울에는 20여도의 온도차를 느끼게 해 자연의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비경 감상·정글산행 등 테마별 구간 4곳 개발

구병산을 유명하게 만드는 데는 ‘충북 알프스’가 한몫했다.

충북 보은군은 속리산과 구병산을 잇는 43.9㎞를 충북 알프스로 이름 짓고, 1999년 5월 특허청에 이를 업무표장 등록했다.

충북 알프스 종주 코스는 장안면 서원리를 출발해 구병산 정상(8.5㎞)~구병산 신선대(2㎞)~장고개(5.2㎞)~형제봉(6.5㎞)~

천왕봉(7.1㎞)~비로봉(1.2㎞)~신선대(1.1㎞)~문장대(1.1㎞)~관음봉(2㎞)~묘봉(3.9㎞)~상학봉(1.3㎞)~

충북 알프스 종점(4.0㎞)에 도달한다.

충북 알프스 테마 구간 4곳도 개발됐다.

△자연경관, 사계절을 감상하는 코스로는 충북 알프스 출발지점~구병산 정상~구병산 신선대~장고개(8시간 소요)

△정글 산행 또는 편안한 휴식 코스로는 장고개~721봉(백두대간 합류길)~형제길(4시간 소요)

△자연의 신비, 비경감상 코스로는 천왕봉~비로봉~신선대~문장대(2시간 소요)

△자연의 숨결을 느끼는 등반 코스로는 문장대~관음봉~묘봉~상학봉~충북 알프스 종점(3시간30분 소요) 등이다.

구병산 주변 10㎞ 정도 거리에는 갖가지 관광자원도 풍부하다.

아름다운 자연과 시설물이 조화를 이룬 서당골관광농원과 서원·만수계곡, 삼가저수지가 발길을 잡는다.

또 계곡 위주로 자리잡고 있는 99칸의 선병국 고가를 비롯해 역사의 산교육장인 삼년산성 등 문화유적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충북 최초의 사액서원인 상현서원, 정이품송과 내외지간인 서원리 소나무, 신라의 양식을 띠고 있지만

고려시대 축조된 것으로 보이는 원정리삼층석탑도 둘러볼 만하다.

산행을 하다 보면 한국전쟁 때 폐허가 된 토골사터도 볼 수 있고, 절터 앞뒤로는 수백년된 참나무도 만날 수 있다.

청원~상주고속도로가 개통돼 접근이 쉬워졌다. 버스는 상주나 보은행을 타고 가다 마로면 적암리 휴게소에서 내리면 된다.

<보은 | 김영이기자 kye@kyunghyang.com>

 
ㆍ넉넉한 육산, 늙은 소나무 ‘흘끔흘끔’

태백산맥의 줄기인 내지산맥(內地山脈)에 속한 백덕산(白德山)은 강원 영월군 수주면 법흥리와 평창군 방림면, 횡성군 안흥면 등

3개 군에 걸쳐 있다.

백덕산 정상에 서면 인근 명산의 유장한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해발 1350m의 산은 산세가 웅장하고 골이 깊은 데다 울창한 천연 원시림을 품고 있어 영서내륙의 명산으로 손꼽힌다.

능선 곳곳에 단애를 이룬 기암괴석은 노송과 절묘한 조화를 이뤄 장관을 연출한다.

장쾌한 육산의 풍모에 빼어난 암릉미가 더해진 모양새다.

다른 곳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산죽과 자작나무 군락은 빼곡히 들어찬 활엽수림과 어우러져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남북 사면으로 각각 물 흐름을 재촉하며 영월 주천강과 평창강으로 흘러드는 수계(水系)의 수량 또한 풍부하다.

지역민들 사이에서 ‘내륙 속에 숨겨진 신선의 놀이터’란 말이 회자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봄이면 능선 곳곳에 각종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여름이면 계곡을 따라 연이어진 폭포와 소(沼)의 푸른 물줄기가 청량감을 더한다.

가을철엔 계곡 주변을 온통 붉게 물들이는 단풍이 일품이다.

특히 겨울철엔 많은 적설량으로 인해 곳곳에 설화가 만발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이로 인해 등반 동호인들은 주로 가을과 겨울철에 백덕산을 찾는다.

정상에 서면 고산준령의 유장한 능선을 굽어볼 수 있는 등 조망 또한 뛰어난 편이다.

법흥사 적멸보궁 전경

 

 

백덕산 남서쪽 연화봉 아래엔 오대산 상원사, 태백산 정암사, 영취산 통도사, 설악산 봉정암 등과 함께 부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5대 적멸보궁 중 하나인 법흥사(法興寺)가 자리잡고 있다.

신라시대 고찰인 법흥사는 오대산 월정사의 말사로 647년 자장율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내엔 보물인 징효대사보인탑비를 비롯해 강원도지정 유형문화재인 징효대사부도, 법흥사 석분 등이 있다.

사리탑 옆에는 자장율사가 수도하던 토굴도 있다.

사찰 주변의 소나무 숲길은 전국적으로 이름난 산책로이기도 하다.


구봉대산, 백덕산에 오를 수 있는 길목에 위치한 법흥사 입구 삼거리에서 북쪽으로 난 콘크리트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관음사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백년산장~백년광산터를 거쳐 작은 계곡을 건너 오른쪽 능선을 따라 오르면 2개의 암봉으로 이뤄진 정상에 도착하게 된다.

이 능선길은 다소 가파르긴 하나 기암괴석이 산재해 있어 산행의 묘미를 더해 준다.


결국 법흥사를 거쳐 주계곡을 이용해 정상에 올라야 백덕산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셈이다.

정상에서 사방을 둘러보면 가리왕산을 비롯해 치악산, 소백산 등의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시선을 돌려 법흥리 골짜기를 내려다보면 세상살이에 찌들어 답답해진 가슴이 확 트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하산길엔 활엽수림 속에 살포시 숨어 있는 천사폭포와 백년폭포의 아름다운 풍광도 감상할 수 있어 금상첨화다.


여유가 있다면 백덕산에서 남쪽으로 뻗어내린 능선 5.7㎞지점 해발 829m 고지를 중심으로 구축돼 있는 법흥산성(法興山城)을 찾아

선조들의 숨결을 느껴보는 것도 좋다.

법흥산성은 법흥리와 거운리의 경계를 이루며 남동∼북서 방향으로 축조된 포곡식 산성이나 세월의 무상함을 말해주듯

성벽이 무너져 있어 아쉬움을 준다.


최근엔 불도와 자연의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백덕산에 매료돼 산행을 즐긴 뒤 몽당연필(夢堂緣必·꿈을 이루려 당당하게 자신감을 가지면

그 인연은 반드시 이루어진다)이란 이색 슬로건을 내건 법흥사의 템플스테이에 참여하는 사람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단종 슬픔·김삿갓 풍류…산 아래 마을 ‘소곤소곤’

백덕산은 정상 부근의 암릉지대에 위치한 급경사 구간만 조심하면 큰 어려움 없이 오를 수 있다.

안내표지판도 비교적 잘 설치돼 있어 가족단위 산행지로도 적당하다.

등반시간은 코스별로 다소 차이가 있으나 대략 4시간15분~5시간25분가량 소요된다.


대표적인 등반코스는 △문재~923.6봉~사자산~당재(운교 갈림길)~작은당재~정상~백덕산 갈림길~묵골 갈림길~묵골(4시간45분)

△관음사~백련광산터~주계곡길~정상~묵골(5시간25분) △문재~사자산~당재~정상~당재~운교(4시간15분) 등이다.


대부분의 등반객은 평창군과 횡성군의 경계에 자리잡고 있는 문재터널 부근을 들머리로 택한다.

터널 입구에서 하차해 임도를 따라 오르다 보면 문재 방면 능선길에 이어 923.6봉에 쉽게 다다를 수 있다.


이 코스에서는 사자산~정상 사이에 있는 급경사 길을 통과할 때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법흥사 입구 삼거리에서 관음사까진 승용차 이용도 가능해 이곳을 출발점으로 삼는 이도 많다.


백덕산 주변엔 산행 후 둘러볼 만한 곳도 많다.

가족을 동반했을 경우 조선시대 비운의 왕이었던 단종의 유배지인 청령포와 그 주검이 묻힌 장릉을 방문한 후 선암마을 한반도 지형,

방랑시인 김삿갓 유적지 등을 찾는 것이 좋다.

이 밖에 충절의 고장으로 이름난 영월지역엔 별마로천문대와 4억년 전 신비를 간직한 고씨동굴, 동강의 백미인 어라연 등

연계 관광지가 많다.


귀갓길에 주천면 섶다리마을의 다하누촌을 들르면 저렴한 값으로 한우를 맛볼 수 있어 일석이조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백덕산을 찾으려면 영동고속도로~새말IC~평창방면 42번 국도~안흥~문재터널로 진입하면 된다.

영동고속도로~만종분기점~중앙고속도로~신림IC~주천 방면 88번 지방도~창촌~주천교 건너무릉리 방면 좌회전~무릉리~법흥사 코스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영월 | 최승현기자 cshdmz@kyunghyang.com>

ㆍ암릉에 앉아, 눈으로 들이켜는 백두대간

멧등바위의 정상 사이 암릉 구간에서 생달리 쪽으로 바라다 본 황장산의 능선.


황장산(1077.3m)은 백두대간 남한 구간의 중간쯤에 우뚝 솟아있다.

소백산을 지나 지리산으로 흐르는 백두대간이 110㎞에 이르는 문경 구간 초입에 황장산을 빚어놓았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경북 문경시 동로면이다.

골짜기가 깊어 원시림이 잘 보전돼 있고, 암릉과 암벽이 빼어나다.

대미산, 포암산, 부봉으로 물길처럼 흐르는 백두대간 길과 단양의 도락산 등 주변 명산들을 한 폭의 동양화 보듯 감상하며 오를 수 있는,

조망미가 특히 뛰어난 산이다.

황장산의 이름은 황장목이 많은 데서 유래했다.

황장목은 왕실에서 대궐이나 임금의 관, 배 등을 만드는 데 쓰는 최고 품질의 소나무를 말한다.

송진이 꽉 차 속살은 누렇고, 목질이 단단하고 결도 곱다.

조선 숙종 때(1680년)는 나무 보호를 위해 벌목과 개간을 금지하는 봉산(封山)으로 정하고 관리를 파견, 감시했다.

당시 세워진 봉산 표석(지방문화재 제227호)이 명전리에 남아 있다.

지금은 안타깝게도 과도한 벌채 등으로 황장목이 없다.

황장산의 옛 이름은 작성산(鵲城山)이다.

동국여지승람과 대동지지에 그렇게 표기돼 있다.

산세가 까치집처럼 생겼고 작성(鵲城)이란 성터가 있다.

조선 중기까지 작성산으로 불려오다 봉산으로 지정되면서 자연스럽게 산 이름이 황장산으로 바뀐 듯하다.

황장산이 있는 동로면은 고려시대까지 작성현(鵲城縣)으로 불렸고, 황장산 문안골에는 성문 문설주 등 고구려성으로 추정되는

작성의 흔적이 지금도 남아 있다.

한국전쟁 때는 빨치산과 토벌대, 인민군과 국군간 격전이 벌어지는 등 치열했던 우리 역사가 고스란히 배어있다.

황장산 차갓재에 있는 백두대간 남한 구간 중간 지점 표지석과 장승. 2005년 7월 문경 산들산악회에서 세웠다.

 

 

황장산의 능선들은 크고 작은 바위들로 이뤄져 있다.

암산답게 곳곳에서 암봉의 비경이 펼쳐진다.

베를 한 올 한 올 늘어뜨려 놓은 것 처럼 생긴 ‘베바위’, 화강암 절벽이 치마를 펼친 것 같다 하여 이름지어진 ‘치마바위’,

비녀를 꽂아 쪽을 진 것처럼 생긴 감투봉, 투구봉, 조망바위 등이 산세와 조화를 이룬다.

기암괴석 사이에 뿌리를 박고 세찬 풍파를 견뎌온 소나무들은 운치를 더한다.

정상 아래 수직에 가까운 멧등바위와 부근 암릉지대에서는 로프를 잡고 절벽 구간을 오르는 스릴감을 느낄 수 있다.

거친 암릉 구간이 많지만 암벽 등반 코스로 인기가 높은 수리봉(841m) 촛대바위 등 일부를 제외하고 장비 없이 오르지 못할 바위는

거의 없다.

생달2리 안산다리마을 위 차갓재에는 ‘백두대간 남한 구간 중간 지점’이라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통일이여! 통일이여!/민족의 가슴을 멍들게 한/철조망이 걷히고/막혔던 혈관을 뚫고/끓는 피가 맑게 흐르는 날/대간 길 마루금에 흩날리는/풋풋한 풀꽃 내음을 맘껏 호흡하며/물안개 피는 북녘땅 삼재령에서/다시 한 번 힘찬 발걸음 내딛는/네 모습이 보고 싶다.

’ 표지석 뒷면에는 이 같은 산악인들의 염원이 새겨져 있다.

문경지역 산악회에서 세운 것이다. 좌우에는 두 장승, ‘백두대장군’과 ‘지리여장군’이 서 있다.

정상쪽 능선에 오르면 백두대간 길과 백두대간에서 가지쳐 나간 주변 명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서남쪽으로 대미산·운달산·주흘산, 북쪽으로 도락산, 북서쪽으로 월악산, 동북쪽으로 황정산과 그 뒤로 소백산이 한 폭의 화첩처럼 펼쳐진다.

문안골, 토시골, 우망골 등 남북으로 몇 갈래씩 뻗어나간 골짜기는 반나절은 족히 걸릴 만큼 펑퍼짐하고 깊다.

거친 능선과 달리 수천년 동안 피흘리며 쓰러진 남정네들을 감싸안은 여인의 넓고 넓은 치맛자락 같은 모습이다.

가파르거나 험하지 않아 계곡산행의 묘미를 즐길 수 있다.

전설 깃든 옛 명당에서 오미자 한잔, 호산춘 한잔

황장산은 사방으로 여러 갈래 길이 나 있다.

문경시 동로면 생달2리 안산다리마을에서 차갓재나 작은차갓재로 오르는 길이 있고, 동로초교 생달분교에서 토시골로 오르는 길,

단양군 대강면에서 문안골로 오르는 길, 벌재나 황장산 약수에서 백두대간을 따라 오르는 길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안산다리마을에서 차갓재나 작은차갓재로 올라 백두대간 길을 밟고 정상에 오른 뒤 산태골로 내려오는

원점 회귀 산행 코스가 많이 알려져 있다.

차갓재에서 정상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의 아기자기한 암릉미를 즐기며 사방에 솟아있는 주변 산들을 감상할 수 있다.

산행 시간은 4시간 안팎이다.

안산다리마을에서 작은차갓재로 올라 백두대간을 타고 정상에서 계속해서 감투봉, 황장재, 치마바위, 폐맥이재를 거쳐

벌재까지 가는 데는 4시간30분가량 걸린다.

산행 기점으로 많이 이용되는 안산다리마을에는 백두대간 종주자들이 주로 찾는 민박집이 여러 곳 있다.

황장산 기슭 동로면 일대는 오미자로 유명하다.

생달1리에는 오미자청을 만들며 농·산촌을 체험할 수 있는 오미자체험마을도 있다.

면소재지에서 생달리간 도로변(적성리)에는 풍수설과 관련한 전설이 깃들어있는 말(馬)무덤이 수령 300년 된 큰 소나무와 어우러져 있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에서 귀화한 두사충이 조선의 팔대 명당 중 하나라고 전하는 명당을 적성리에서 발견,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정탁의 머슴에게 일러주어 나중에 정탁의 아들이 찾아나섰는데 타고온 말이 갑자기 뒷발질을 해

머슴이 즉사하자 화가 나 말의 목을 베어 묻었다는 곳이다.

산악인들이 간단하게 술 한 잔 하며 황장산 산행을 결산하는 장소로 많이 애용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시내 쪽으로 차로 10분쯤 가면 경천호가 나오고 이어 도로변에 황희 정승 후손들이 500년을 빚어온

명주 ‘호산춘’ 제조장(산북면 대하리, 054-552-7036)이 나온다.

호산춘은 장수 황씨 사정공파 종택에서 전승돼온 솔향 그윽한 가양주로 이곳에서만 구할 수 있다.

<문경 | 최슬기기자 skchoi@kyunghyang.com>

ㆍ기암괴석 사이로 한려수도 쪽빛 바다

쪽빛 바다와 수 많은 섬이 어우러져 천혜절경을 이루는 경남 통영의 한려해상국립공원.

공원의 중간쯤에 동쪽으로 길게 뻗어 마주보는 두 섬이 있다.

사량도다.

하늘에서 바라본 사량도 상도와 하도. 좌측 상도의 지리산과 불모산, 옥녀봉의 정상이 차례로 보인다.

 

 


지리산(智異山)은 윗섬인 상도에 자리잡고 있다.

전라도와 경상도에 걸쳐있는 지리산과 이름이 같다.

지리산이 보이는 산이라고 해서 ‘지리망산(智異望山)’이라고 불리다가 세월이 흐르면서 ‘망’자가 빠지고 ‘지리산’이 됐다.

지리산과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사량도 지리산’으로 불린다.

사량도 지리산은 해발 398m로 그다지 높지 않다. 하지만 기암괴석이 한려수도의 빼어난 경관과 어우러져 명산으로 꼽힌다.

지리산~불모산(399m)~옥녀봉(281m)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는 바위산의 힘찬 기운과 장쾌함이 느껴지고, 험난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산행의 묘미까지 있어 등반객들이 몰려든다.

능선 어디에서든지 지리산을 비롯해 내륙의 산과 다도해의 섬 산들이 한 눈에 들어오는 기막힌 조망을 연출한다.

‘산꾼’들이 주말마다 배를 타고 산을 찾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 이유다.

사량도는 이름과 관련해 전설이 많은 섬이다.

사량도는 2개(상도, 하도)의 큰 섬과 9개의 작은 섬으로 이뤄져 있다.

상도와 하도 사이를 흐르는 물길이 가늘고 긴 뱀처럼 구불구불한 형세를 이뤄 ‘사량(蛇梁)’으로 불렀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섬 자체가 뱀처럼 생기고 뱀이 많다고 해서 ‘사량도’라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또 한 남자가 상사병으로 죽어 뱀이 되었다는 전설도 있다.

이두문의 한문 우화소설 ‘와사옥안(蛙蛇獄案)’내용은 상도와 하도의 생김새가 마치 뱀이 개구리를 삼키려는 형상이어서

사량도가 됐다는 이야기와 일치한다.

와사옥안은 개구리와 뱀의 송사사건을 의인화한 소설이다.

바위산인 옥녀봉은 욕정에 못이긴 아버지를 피해 딸이 몸을 던졌다는 전설이 녹아있다.

비가 오면 바위산에서 핏물이 흘러내린다고 한다.

혼례도 치르지 못하고 죽은 옥녀를 위해 사량도에서는 전통 혼례식 때 대례(신랑이 혼인날 또는 그 전날 신부집으로 행차해

예식을 치르고 첫날밤을 보낸 다음 신부를 데려오는 과정)를 치르지 않았다고 한다.

옥녀의 ‘사랑’이 ‘사량’으로 바뀌었다는 설도 있다.

사량도 산행로는 사량도 내지선착장(돈지리)에서 출발해 지리산~불모산~가마봉~옥녀봉~대항선착장으로 이어지는 종주코스가

가장 인기다.

4시간 이내로 종주할 수 있지만 풍광을 즐기면서 여유있게 즐기려면 5~6시간 정도 소요된다.

금평리(옥동)에서 불모산~옥녀봉, 불모산~지리산 방향도 있다.

특히 불모산에서 옥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다.

암봉과 고암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 다소 험하다.

그래서 산을 타는 이들은 “낮은 산이라고 해서 얕봐서는 안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초보자들은 몇몇이 어울려가는 것이 좋다.

지리산까지는 시원하게 눈에 들어오는 바다를 벗삼아 오르다 보면 그다지 지루하지 않다.

주변의 들꽃과 바위가 아기자기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지리산에 오르면 다음 봉우리인 불모산까지의 바위능선 양 옆으로 확트인 바다를 보며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다음 옥녀봉까지는 조금 힘든 산행이다.

하지만 깎아지른 벼랑 사이로 노송이 매달려 있는가 하면 해골바위, 돈지매바위 등 기암절벽이 바다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산을 타다 보면 철사다리, 밧줄타고 오르기, 수직로프 사다리 등 기초유격훈련장 같은 코스가 있어 재미를 더해준다.

사량도 지리산은 기암절벽과 바다가 어우러진 천혜의 절경을 즐기면서 산행을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산이다.

산행뒤 싱싱한 회 ‘진미’
관광 유람선 ‘남해 백미’


사량도는 지리산 외에도 자랑거리가 많다.

우선 1년 내내 다양한 물고기가 잡혀 낚시꾼에게는 아주 유명한 섬이다.

1~4월에는 볼락과 노래미, 5~7월에는 감성돔, 8~10월에는 농어와 삼치, 11~12월에는 볼락과 도다리 등이 잡힌다.

윗섬인 상도는 갯바위 낚시와 양식장 주변 배낚시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주말이면 선착장이 북적댄다.

인심이 후해 특산물인 흑염소와 멸치, 바지락, 바다메기 등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윗섬의 유일한 해수욕장인 대항해수욕장은 2001년 개장한 이래 조용하게 피서를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해수욕에 필요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어 산행을 마치고 해수욕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아랫섬인 하도는 크고 작은 7개의 봉우리가 이어져 있는 칠현산과 봉수대 등이 있다.

등산과 관광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최근 관광객수가 늘고 있다.

상도 옆의 작은 섬 수우도는 동백나무가 많아 ‘동백섬’으로 더 불린다.

유람선에서 바라다보는 수우도는 기암괴석이 많아 관광객들이 입을 다물지 못한다.

해골바위로 불리는 수우도의 기암괴석은 균열과 요철의 미가 남해안에서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량도행 여객선은 통영시 도산면 가오치선착장과 경남 고성, 사천 등에서 탈 수 있다.

가오치선착장은 진주나들목을 지나 통영방면으로 진입한 뒤 고성나들목에서 14번 국도를 따라 통영방향으로 가다보면 나온다.

여객선은 계절에 따라 변동이 있지만 2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40분 정도 소요된다. 승용차도 실을 수 있다.

사량도의 면소재지가 있는 금평항에서 내려 산행기점인 돈지리까지 가려면 마을버스(1시간 간격)나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돈지항에는 지리산으로 바로 오르는 등산로 표지판이 있다.

<통영 | 권기정기자 kwon@kyunghyang.com>

● 본 시리즈는 복권수익금(산림청 녹색자금)의 지원으로 추진됩니다.

ㆍ아기자기 ‘꼬마8봉’… 8폭 동양화일세

강원 홍천군 서면 팔봉리에 자리잡고 있는 팔봉산(八峰山)은 암릉미가 빼어난 산행지다.

해발 327.4m의 산은 뒷모습을 살포시 감춘 채 북한강의 지류인 홍천강에 삼면을 내맡긴 형상을 하고 있다.

언뜻 보면 수반 위에 놓여져 있는 아름다운 수석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아기자기한 모습이다.

팔봉산 마지막 봉우리인 8봉 정상 아래로 홍천강 물줄기가 굽이쳐 흐르고 있다. <홍천군 제공>

 

 


하늘을 찌를 듯 연이어 솟구쳐 있는 8개의 봉우리와 단애를 이루고 있는 기암절벽은 굽이치는 물줄기와 절묘한 조화를 이뤄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봉우리 정상 부근 바위틈에 어렵사리 뿌리 내린 노송은 암릉의 아름다움을 한층 더 배가시킨다.

세미클라이밍 과정을 거치듯 힘겹게 오르내려야 하는 가파른 바윗길은 정상 정복에 대한 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해발 1000m 이상의 거대한 육산에서 느낄 수 있는 웅장함만 빠졌을 뿐 등반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각종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팔봉산은 홍천9경(가리산, 미약골, 금학산, 가령폭포, 공작산 수타사, 용소계곡, 살둔계곡, 가칠봉 삼봉약수) 중

단연 1경(景)으로 꼽힌다.

인접한 백두대간에 비해 그 규모가 보잘것없는 이 ‘꼬마산’에 연중 등산 동호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조망 또한 뛰어나 탄성이 절로 나온다.

8개 봉우리의 각 정상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면 오음산, 두릉산, 용문산, 삼악산, 화악산 등 인근 명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발 아래로 굽이쳐 흐르는 홍천강의 푸른 물줄기는 청량감을 더한다. 이색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곳은 2봉과 4봉이다.

팔봉산 2봉 정상 부근엔 당집도 있다.

이처럼 산꼭대기에 당집을 차린 것은 전국 어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터라 신비하게 느껴진다.

‘삼부인당’으로 불리는 이 당집은 이씨, 김씨, 홍씨 등 삼신을 모신 곳으로 400여년 전부터 지역주민들이 액운을 예방하고

풍년을 기원하는 당굿을 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팔봉산은 그 이름처럼 8개의 봉우리가 올망졸망 연이어져 정겨움을 더한다. <홍천군 제공>

 

 


4봉에 오르려면 팔봉산에서 가장 이름난 ‘해산굴’을 통과해야 한다.

수직으로 형성된 비좁은 암벽 터널로 통과하는 과정에서 산모가 아이를 낳는 고통을 느낄 수 있다 하여 해산굴이라고 불린다.

위에서 보면 작은 굴 속을 머리부터 빠져 나오는 모습들이 마치 해산을 하는 모습과 흡사하다.

이 때문에 ‘혼자 올라가면 자연분만, 끌려 올라가면 제왕절개’란 우스갯소리도 회자된다.

또 여러 번 통과할수록 무병장수한다는 전설이 있어 장수굴이란 별칭도 갖고 있다.

하지만 성인 남자가 겨우 빠져나갈 정도로 공간이 좁아 몸이 풍만한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우회로를 택해야 하는 아픔을 겪게 된다.

서로 밀고 당겨주면서 친밀도를 높일 수 있는 흥미로운 등산코스라 할 수 있다.

요산요수(樂山樂水) 풍미를 더하는 곳은 바로 8봉이다.

‘전문장비를 휴대하지 않은 등산객은 등반을 삼가라’는 안내판을 보고 7봉에서 하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고진감래(苦盡甘來)란 말이 있듯 급경사의 암벽을 타고 어렵사리 마지막 봉우리에 올라 기암괴석 아래로 시선을 돌리면

또 하나의 비경을 만나게 된다.

하얀 모래톱을 끼고 청평호로 내닫는 홍천강의 푸르디 푸른 물줄기는 답답한 가슴을 확 트이게 한다.

하산 후 홍천강 유원지에서 여유롭게 물장난을 치며 피로를 풀 수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홍천강엔 쏘가리, 동자개(빠가사리), 참마자, 누치 등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고 있어 여름철이면 등산과 낚시를 병행하려는

나들이객들로 북적인다.

쏘가리·빠가사리…산행후 매운탕은 ‘덤’

나지막하다는 이유로 얕잡아 보고 오르면 진땀을 빼기 쉬운 곳이 바로 팔봉산이다.

비록 높지는 않지만 경사가 급한 바위지대가 많고, 수직 암벽터널을 통과해야 하는 등 난코스가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가 올 경우 미끄럼 사고 위험이 높은 만큼 등산 장갑이나 스틱 등 장비를 꼼꼼히 챙겨야 한다.

등반시간은 2시간30분~3시간가량 소요된다. 코스는 그 어느 산보다 단순하다.

주차장~팔봉교~1, 2, 3봉~해산굴~4봉~5, 6, 7, 8봉을 거쳐 홍천강 쪽으로 하산해 주차장을 되돌아 오는 4㎞ 코스를 택하면

3시간 정도 걸린다.

1봉을 생략하고 약수터에서 2봉 정상으로 바로 오르면 등반시간이 30분가량 단축된다.

마지막 8봉에서 홍천강으로 내려서는 구간은 밧줄이 매여 있을 정도의 수직에 가까운 직벽이어서 초보자들은 7봉에서 하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팔봉산 유원지엔 4계절 풋살잔디구장, 족구장, 농구장, 배드민턴장, 야외음악당 등의 부대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등산 후 동료들과 함께

가벼운 운동을 하거나 담소를 나누며 등산의 피로도 풀 수 있어 일석이조다.

인근엔 밤벌·모곡유원지나 홍천 대명비발디파크, 홍천온천 등 들러볼 만한 곳도 많다.

자녀들과 동반할 경우 홍천군 서면 모곡리에 위치한 남궁억 기념관에 들러 각종 유품을 살펴보며 독립운동가로서

무궁화 보급에 힘썼던 선생의 얼을 되새겨 보는 것도 좋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팔봉산을 찾으려면 경춘국도를 이용, 청평~가평~강촌검문소~강촌교~195번 지방도~남산면 창촌리~

남면 추곡리~남산면 광판 삼거리~팔봉산 유원지로 진입하면 된다.

양평~70번 지방도~대명비발디파크 ~홍천군 서면 대곡리~반곡리~팔봉산 코스도 많이 이용된다.

홍천이나 춘천에서 팔봉산을 경유하는 시내버스가 자주 운행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편리하다.

<홍천 | 최승현기자 cshdmz@kyunghyang.com>

● 본 시리즈는 복권수익금(산림청 녹색자금)의 지원으로 추진됩니다.

ㆍ낮지만 당당한 ‘호남의 삼신산’

방장산은 전라북도 정읍시와 고창군, 전라남도 장성군의 경계에 솟아 있다.

내장산의 서쪽 줄기를 따라 뻗친 능선 중 가장 높이 솟은 봉우리이다.

지리산·무등산과 함께 호남의 삼신산으로 추앙받아 왔으며 주위의 이름난 내장산·선운산·백암산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기세가 눌리지 않는 당당함을 자랑하고 있다.

방장산은 지리산·무등산과 함께 ‘호남의 삼신산’으로 불리며 호남정맥 등의 호쾌한 조망을 자랑한다.

 

 


방장산이라는 이름은 ‘신이 살 듯한 신비로운 산’에만 붙여진다고 한다.

명나라를 숭상하던 조선시대 선비들이 중국의 삼신산 중의 하나인 방장산과 비슷하다 하여 붙인 것이라 전해진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방등산이라고 불렸다.

백제 가요인 ‘방등산가’는 바로 이 산을 무대로 해서 지어진 노래다.


먼 옛날 방등산에 숨어든 도둑의 무리들이 한 여인을 납치해갔다.

남편이 구해주기만을 애타게 기다렸으나 남편이 나타나지 않는 바람에 울다가 지쳐서 부른 노래가 방등산가다.

그만큼 산이 신령스럽고 산세가 깊어 옛날에는 도적떼가 많았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당초 이 산을 방등산이라고 불렀다가 방장산으로 고쳐 부르게 된 것은 산이 넓고 커서 백성을 감싸준다는 뜻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방장산 정상에서는 호남정맥의 줄기를 한눈에 조망해 볼 수 있다.

정읍과 고창, 장성의 경계까지 접해 있기 때문에 전남·북의 경계를 따라 세 도시는 물론 충남 변산권까지도 눈에 들어온다.


지금은 헬기장으로 이용되고 있는 봉수대는 과거 이곳이 호남의 위급한 상황을 알리는 긴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억새봉이라고 불리는 벽오동은 패러글라이딩 활강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방장산은 해발 734m의 나지막한 산이지만 명산으로 꼽힌다.

산은 낮지만 산 아래 고창벌판이 해발 100m밖에 되지 않아 표고차가 크기 때문이다.

또 경사도 심하다.

여기에다 방장산 정상을 포함해 다섯 개의 봉우리를 오르락 내리락하며 올라야 하기 때문에 산행이 결코 만만하지도 않다.

하산 후에는 석정온천에서 온천욕을 하면서 산행의 피로를 풀 수 있다.


방장산은 벽오봉이라고도 부르는 방문산(해발 640m)과 능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산기슭에는 세 개의 계곡이 있다. 이 가운데 서쪽 기슭의 용추폭포가 흐르는 용추골이 제일 유명하다.

수심이 깊어 폭포 아래 웅덩이 깊이가 20m나 된다. 이 깊은 계곡에서 용이 승천했다고 전해 내려온다.

이 일대는 경치가 아름답기 그지없으나 경사가 가파른 협곡이기 때문에 산행할 때 조심해야 한다.


방장산의 시작은 전북과 전남을 가르는 고개인 장성갈재부터다.

여기에서 ‘497m봉’에 오른 뒤 안부로 내려와서 능선을 따라 산행을 하면 정상에 닿게 된다.


다시 정상에서 내리막길을 내려가면 고창고개에 이른다.

여기서 북쪽은 용추폭포로 가는 길이고, 남쪽은 장성군 북이면 청운리로 향한다.

방문산을 들러 하산한다면 고창고개에서 왼쪽으로 돌아서 편백나무 숲을 지나면 된다.


하산은 방문산 정상에서 능선을 따라 내려오다가 상원사로 곧장 내려가거나, ‘597m봉’을 지나 양고살재로 내려가면 된다.

장성갈재에서 시작하여 양고살재로 하산하는 코스는 6시간 정도 소요된다.


방장산 주변에는 내장산국립공원을 비롯해 선운산도립공원, 석정온천, 고창 읍성, 장성 입암산성, 백양사 등 명소가 많아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휴양림 들러 운치 즐기고 온천서 산행 피로 날리고

방장산은 세 곳에서 오를 수 있다.

등반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등반로는 장성 갈재에서 출발하는 코스다.

회귀 산행을 하려면 방장산 휴양림에서 출발하는 것이 더 좋다.

반면 정읍에서 산행이 가능한 소갈재길과 용추폭포길은 산세가 험한 편이어서 이용객들이 적은 편이다.

방장산은 비교적 평탄한 산이기 때문에 어느 코스를 이용하든 능선을 따라 산행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툭 트인 시야로 호남평야를 사방에서 감상 할 수 있다.


고창읍에서 올라오는 길은 몇 군데 있는데 미륵사, 만불사, 상원사, 고창 공설운동장 방면으로 나눌 수 있다.

이들 코스는 대부분 종주보다는 정상에서 회귀해 돌아오는 코스로 이용된다.

벽오봉은 방장산 자연휴양림과 연결돼 있어 휴양림 쪽으로 내려와도 무방하고, 양고살재로 내려올 수도 있다.


중턱에는 방장산 자연휴양림이 위치하고 있다. 서부지방 산림관리청 소유인 이곳은 2000년 7월1일 문을 열어 시설이 쾌적한 편이다.

휴양림 내에는 참나무류와 소나무, 편백, 낙엽송, 리기다소나무 등이 많이 자라고 있다.

고창 방면으로 난 임도를 따라가면 벽오봉과 고창 고개 중간의 능선에 닿는다.

이곳에서는 고창 읍내와 서해 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고창 고개를 지나 장성갈재 방면으로 조금 더 가면 방장산 정상이다.

휴양림에서 정상까지는 왕복 3시간 정도가 소요되며 석정온천으로 곧장 하산하는 산길도 나 있다.

주능선에 오르면 서해로부터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이할 수 있다.


● 본 시리즈는 복권수익금(산림청 녹색자금)의 지원으로 추진됩니다.

<정읍 | 박용근기자 yk21@kyunghyang.com>

ㆍ장쾌하게 솟은 암릉, 마르지 않는 옥수

대야산(해발 930.7m)은 수려한 계곡과 험준하고 장쾌한 능선을 자랑한다.

장구한 세월 동안 깎이고 팬 암반과 맑은 물빛이 어우러진 계곡 길은 부드럽고, 깎아지른 듯한 암봉과 암릉으로 이뤄진 능선 길은 힘차다.

이 때문에 계곡에는 연인·가족 단위의 나들이객과 트레킹족이, 정상 능선에는 백두대간 답사에 나선 산악인들의 발길이 연중 끊이지 않는다.

대야산은 수려한 계곡과 장쾌한 능선으로 산악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왼쪽사진). 용추계곡의 하트 모양으로 된 소(沼).

 

 


대야산은 경북 문경시 가은읍과 충북 괴산군 청천면에 걸쳐 있다.

이화령과 속리산으로 흐르는 백두대간이 중간에서 용틀임한 듯한 산세로 백두대간 명산의 반열에 올라 있다.

정상은 어느 방향으로도 막힘이 없어 백두대간을 조망하기에 더없이 좋다.

속리산과 제법 떨어져 있는데도 속리산국립공원구역에 들어가 있다. 그만큼 자연경관이 뛰어나고 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다.


대야산은 무엇보다 계곡이 빼어나기로 이름 높다.

화강암 암반으로 이뤄진 골짜기는 대리석을 다듬어 놓은 듯하고 물빛은 유난히 맑고 투명하다.

신선이 노닐었다는 선유동이 문경과 괴산 양쪽에 다 있다.

양쪽 모두 아홉 구비의 절경, ‘선유구곡(仙遊九曲)’을 자랑한다.


괴산 쪽에는 퇴계 이황 선생이 아홉 달을 머물며 풍광을 즐겼다는 선유동문·경천벽·학소대·연단로·와룡폭·기국암 등이, 문경 쪽에는 옥석대·

난생뢰·영귀암·탁청대·관란담·세심대 등이 각각 ‘구곡’을 이룬다.


비경에 풍류를 즐긴 선조들의 흔적이 없을 리 없다.

문경 선유동에는 조선 숙종 때 학자인 이재를 기리기 위해 후학들이 세운 정자 학천정이 소나무숲과 어우러져 있다.

앞쪽 큰 바위에는 신라 최치원 선생이 썼다는 ‘선유동(仙遊洞)’이 새겨져 있다.


학천정 뒤편 바위에는 ‘산고수장(山高水長)’이란 글씨가 음각됐다.

자연에 동화돼 산처럼 물처럼 군자의 덕을 닦아온 선인들의 체취가 배어 있다.


용추계곡은 지난해 국토해양부의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 100선’에 선정됐을 정도로 아름답다.

‘문경 8경’ 가운데 하나다. 아름다운 폭포와 소(沼), 화강암 암반이 비경을 연출한다.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는 법이 없을 만큼 맑은 물이 계곡 가득 흐른다.

용추의 거대한 화강암 바위에는 용이 하늘로 오른 곳이라는 전설을 증명하듯 용비늘 흔적 같은 자국이 있어 신비감을 더한다.

폭포 아래에는 수천년 동안 깎이고 팬 소(沼)가 하트 모양을 하고 있어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연인들이 암반 위에 달린 로프를 잡고 접근, ‘용추의 물처럼 마르지 않는 사랑’을 맹세하는 사랑의 명소다.


용추계곡 입구에는 민박을 겸한 식당이 모여 있다.

여름철에는 해수욕장을 방불케 할 만큼 피서지로 인기가 높다.

계곡을 따라 정상 쪽으로 가는 조릿대숲길은 경사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부드럽고 호젓하다.


정상 부근은 가파르다.

능선에는 거북바위·코끼리바위·대문바위 등 기암괴석이 소나무 사이로 촘촘히 자리잡아 등산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남쪽으로 조항산·청화산·속리산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고, 북쪽으로 장성봉·구왕봉·희양산이 솟구쳐 있다.

백두대간의 힘찬 기상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생태계도 잘 보전돼 있다.

멸종위기종인 노란목도리담비와 삵이 뛰노는가 하면 정상 일대에는 소백산 이북에만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진 왜솜다리도 자라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왜솜다리 자생지 가운데 가장 남쪽에 해당돼 보전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희귀식물인 꼬리진달래도 아기자기한 바위와 기암괴석 사이로 고개를 내밀며 운치를 더한다.


숨을 헐떡이며 오르는 ‘산맛’
모산굴·석탄박물관 등 ‘눈맛’


대야산은 경사를 느끼지 못할 만큼 완만하게 오르다가 정상 부근부터는 매우 가파르고 험하다.

부드러운 계곡 길을 밟는 푸근함과 깎아지른 듯한 암릉을 숨을 헐떡이며 오르는 ‘산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산행은 문경 가은읍 완장리 용추계곡 입구 벌바위 마을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마을 가운데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면 상가지구가 나오고 여기서부터 용추계곡이 시작된다.

계곡을 따라 오르면 용추폭포, 월영대가 연이어 나타난다.

넓은 암반지대인 월영대에서 다래골과 피아골로 갈라진다.

어디로 가든 정상에 이르지만 경사가 완만한 다래골을 지나 밀재~정상에 올랐다가 피아골로 내려오는 코스를 많이 택한다.

밀재는 문경과 괴산의 경계로, 백두대간 길이다. 밀재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가파르다.

정상에서 피아골로 내려가는 길은 급사면이다. 정상 조금 아래 폭포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로프가 설치돼 있다.

경사가 급한 데다 겨울철에는 곳곳이 얼어 있어 조심해야 한다.

월영대로 해서 용추계곡 입구까지 되돌아가는 원점회귀 산행에 걸리는 시간은 5시간 안팎이다.


정상에서 백두대간 길을 따라 북쪽으로 촛대봉을 거쳐 불란치재로 가는 코스도 있으나 위태로울 정도로 가파르다.

전문 산악인들이 즐기는 코스다.

괴산 쪽에서는 주로 청천면 삼송리 농바위마을에서 밀재로 오르거나 중대봉을 거쳐 정상에 오른다.


문경 가은읍 완장리 대야산 앞 도로변에는 의병대장(도창의대장) 이강년 선생의 생가와 기념관이 있다.

인근 성저리에는 임진왜란 때 주민들이 피신했다가 왜군들이 피운 연기에 질식사했다는 석회암 동굴인 모산굴이 있다.

정월 대보름이면 위령제를 지내고, 풍악경연을 벌이는 ‘기세배(旗歲拜) 굿’이 열린다.

가은읍내에는 문경석탄박물관, 드라마 <연개소문> <최강칠우> <자명고> 등의 촬영지인 가은오픈세트장 등 보고 즐길 거리도 많다.

문경새재와 문경온천도 자동차로 20~30분 거리다.


<문경 | 글·사진 최슬기기자 skchoi@kyunghyang.com>

ㆍ계곡마다 기암절경 ‘자태 곱구나’

운장산은 전북 도청 소재지인 전주 가까이 있으면서도 때묻지 않은 자연미가 살아 있는 산이다.

이는 대중교통편이 불편한 까닭이기도 하지만 산줄기가 사방으로 뻗어있는 데다 산세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금강과 만경강의 분수령을 이루고 진안 고원의 서북방에 자리하고 있는 운장산은 부귀·정천·주천 3개면과 완주군 동상면에 걸쳐 있다.

높이는 1126m로 노령산맥의 주봉이다.

운장산(雲藏山)이라는 이름은 드높은 산에 언제든 구름이 감돈다는 뜻으로 붙여졌다.

언제부터인가 운장산(雲長山)으로 고쳐져 불리고 있으나, 진안군지에는 추줄산으로 기록된 것으로 봐서 옛이름인 듯하다.

산의 정상 부근에는 옛 산성의 자취가 남아 있다.

전북 운장산은 사방으로 뻗어나간 산세와 기암절경, 골골마다 품은 비경 등 자연미를 자랑한다.

 

 


주봉 주변은 800~1000m의 고산지대를 이룬다. 고개를 돌려 사방을 보면 연석산·옥녀봉·구봉산·부귀산 등이 웅장한 산세를 형성하고 있다.

운장산은 동봉·중봉·서봉의 3개 봉우리로 이뤄져 있다.

퇴적암과 화강암류가 많아 산마루에는 암석이 곳곳에 드러나 있다.

사방으로 능선이 뻗어 있으며, 깊고 긴 계곡이 형성되어 있다.

서쪽에서 흐르는 계곡은 만경강 상류를 이루며 대아·동상 저수지 등에 물을 댄다.

진안고원과 잇닿아 있는 능선에서는 금강 상류의 지류인 주자천·정자천 등이 발원해 만경강과 금강의 분수령이 된다.

운장산은 골짜기가 많은 게 특징이다.

운장산 휴양림(정천면 갈룡리 갈거마을에서 복두봉으로 오르는 길), 쇠막골(정천 봉학리 가리점에서 깔그막재로 오르는 길),

늑막골(주천면 대불리 학선동에서 복두봉에 이르는 길)이 비경을 자랑하고 있다.

대불리에서 주양리까지 12㎞에 이르는 주자천 계곡은 물이 맑고, 암벽과 숲에 둘러싸여 여름철 피서지로 인기가 많다.

특히 계곡 입구인 운일암반일암 계곡은 좌우로 명도봉(해발 863m)과 명덕봉(846m)이 가까이 있어 항상 한기가 서리고 겨울에는

하루에 2시간 정도만 햇빛을 볼 수 있을 정도로 계곡이 깊다.

또 계곡마다 기암절경을 이루고 사계절의 경치가 뚜렷해 등산과 함께 계곡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정상 일대에는 산죽이 많이 자란다. 감나무도 많이 자라는데 예로부터 씨가 없고 품질이 좋다고 정평이 나 있다.

운장산 정상에 서면 서쪽으로 군산 앞바다, 북쪽으로 대둔산, 동쪽으로 덕유의 웅봉들, 남쪽으로 마이산과 그 뒤에 버티고 솟아 있는 성수산, 덕태산, 팔공산의 위용이 그림처럼 나타난다.

높이가 만만치 않은 데다 골짜기가 많고 계곡마다 비경을 품고 있는 산이기에 운장산은 많은 산악인과 등산 애호가들이

반드시 찾는 산으로 이름값을 하고 있다.

운장산휴양림엔 숲속의 집 9동, 산림문화휴양관 1동 12실, 숲속 수련장, 야영장 등 다양한 산 림휴양시설이 갖춰져 있어 웰빙 휴양처로도

더없이 좋은 곳이다.

이곳 휴양림이 사랑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휴양림 근처에 갈거계곡이 있기 때문이다.

휴양림 입구에서 운장산 정상으로 통하는 약 7㎞의 깊은 계곡이 바로 갈거계곡이다. 울창하게 공간을 가득 메운 원시수림과 계곡에 흐르는 차가운 옥류수는 때묻지 않은 비경이다.

낮에는 가족들과 물놀이를 하거나 시원한 계곡 그늘가에서 독서를 하고 밤에는 가족, 연인 또는 친구들과 휴양림에서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운장산 북쪽 등산로 이용객 많아 낙엽송숲 벗삼아 하산

운장산은 북쪽인 진안군 주천면 대불리 기점과 남쪽인 부귀면 궁항리 기점이 주등산로다.

북쪽 등산로를 이용하는 이가 훨씬 많다.


가장 인기있는 북쪽 운장산 코스는 55번 지방도상의 피암목재에서 금북정맥을 타고 활목재를 거쳐 서봉 정상에 올라선 다음

주봉과 동봉을 거쳐 동봉 북릉을 따라 내처사동으로 내려서는 코스다.

금북정맥 구간은 산행 시작부터 경사가 급해 애를 먹이지만 20분쯤 지나면 경사가 완만해지면서 진안 일원의 산봉들이 좌우로 웅장하게

솟구친다.

이 코스는 동쪽으로 덕유산에서 육십령과 백운산을 거쳐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과 더불어 그 안쪽의 고산준령을 즐길 수 있다.

이름 그대로 말귀 같은 마이산 쌍봉도 쫑긋 반갑게 맞아준다.

하산은 대개 주봉과 동봉을 거쳐 북릉을 타고 내처사동으로 한다.

동봉 북릉은 가파르고 숲에 가려 조망은 신통치 않지만, 상단부 얼레지 군락과 하단부 낙엽송숲이 인상적인 호젓한 능선이다.

주변 산세를 둘러보며 쉬엄쉬엄 걷고, 산정에서 점심식사까지 마치더라도 4시간이면 넉넉하다.

연동마을 연석산 코스도 있다.

완주군 동상면 사봉리와 진안군 부귀면 궁항리 2곳에 있으나, 전주에서 노선버스가 닿는 사봉리 기점 원점회귀 산행이 주로 이루어진다.

사봉리 일원은 가을이면 나무마다 빨간 감이 매달리는 감나무골 같은 곳이다.

산행은 사봉리 연석사 들머리에서 정상부 중앙을 가로지르는 연동골로 들어서다 계곡 갈림목에서 왼쪽 길을 따라 남릉으로 올라서거나,

또는 곧장 올라 남서릉을 거쳐 정상으로 향하는데, 대개 금남정맥인 남릉을 따라 정상에 오른 다음 남서릉으로 하산한다.

산에 자신이 있다면 연석산~운장산~구봉산 종주산행이 백미다. 백두대간을 제외한다면 가장 장쾌한 코스다.
<진안 | 박용근기자 yk21@kyunghyang.com>

ㆍ노송마저 넋 잃는 빼어난 암릉비경

강원 원주시 신림면과 충북 제천시 봉양읍의 경계에 자리잡고 있는 감악산(紺岳山).

최근 가족 산행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곳이다.

정상까지의 거리가 짧아 온 가족은 물론 초보자도 비교적 쉽게 오를 수 있는 데다 풍광 또한 뛰어나 산행의 묘미를

맘껏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해발 945m의 감악산은 신림면과 봉양읍을 살포시, 부드럽게 품고 있는 형상이다.

감악산 정상은 암릉과 노송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한다. <원주시 제공>

 

 


감악산은 사실 인근에 위치한 국립공원 치악산의 명성에 가려 뒤늦게 알려졌다.

그러나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는 빼어난 암릉미를 갖고 있다는 평가다.

노송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하늘을 향해 솟구쳐 있는 암봉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계곡마다 흐르는 맑은 물줄기는 청량감을 더한다.

비록 해발 1000m 이상의 백두대간 고산준령과 같은 울창한 수림대가 형성돼 있지는 않다.

하지만 각종 야생화와 단풍, 설화(雪花) 등 계절별로 산행의 운치를 더할 수 있는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어

연중 등산 동호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사방으로 확 트인 정상의 조망은 일상에 찌든 가슴속 답답함을 한꺼번에 털어버리게 만든다.

신림면 창골에서 계곡을 따라 오르다 보면 고찰인 백련사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정상까지는 약 30분 소요된다.

백련사까지는 길이 잘 뚫려 있어 자동차 통행도 가능해 가족단위 나들이객들도 자주 이 길을 이용한다.

시간적 여유가 없을 경우엔 사찰 인근의 감악계곡에 차를 세운 후 원점회귀 산행을 즐기는 것도 좋다.

암릉을 거쳐 감악산 정상에 이르면 주봉인 일출봉보다 20m가량 낮은 해발 925m의 감악삼봉을 비롯해 용두산, 주론산, 백운산, 치악재 등

인근 명산의 준령이 한눈에 들어온다.

북동과 남동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저 멀리 펼쳐진 구룡산을 비롯해 백덕산, 백곡산, 소백산까지도 볼 수 있다.

거대한 암봉 틈에 어렵사리 뿌리 내린 노송은 끝없이 뻗어내린 산줄기를 뒤로한 채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장관을 연출한다.

이곳 주민들은 감악산을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단순한 산으로 여기지 않는다.

등반객들이 암봉 위에서 감악산 장관을 즐기고 있다. <원주시 제공>

 

 

신성한 기운을 품은 영험한 땅이나 세속의 번뇌를 씻는 안식처로 생각한다.

이는 감악산 산자락 곳곳에 선조 대대로 많은 영향을 끼쳤던 각종 종교의 흔적이 남아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신림면(神林面)이란 지명 자체가 이미 토속신앙과 관계가 깊다.

신림면 성남리에 있는 성황림을 신성한 숲으로 여겨 신림(神林)이라 칭하던 것이 마을과 면의 이름으로 굳어졌다.

산자락 남쪽인 제천시 봉양읍엔 대원군의 천주교 박해 시 신자들이 모여 살던 배론성지가 있다.

감악산 정상의 남쪽 아래엔 신라 문무왕 때 의상조사가 창건한 백련사가 자리잡고 있어 많은 등반객이 산행 도중 이곳을 둘러본다.

백련사는 창건할 때 연못에서 백련이 피어났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봉양읍 명암리엔 주민들이 마을 수호신으로 모시는 높이 237㎝의 미륵불상도 남아 있어 후삼국 시대 때는 미륵신앙이 번성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수려한 자연경관과 다양한 종교유적의 향취가 감악산을 중심으로 공존하고 있는 셈이다.

하산길에 885.9봉을 거쳐 원주시 신림면 용암리와 명암리를 연결하는 고갯길인 비끼재 쪽으로 내려서면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크고 작은 담수와 폭포가 연출하는 풍광을 감상하고 용마·석수탕 약수로 마른 목을 축일 수도 있어 일석이조다.

한편 원주에서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해 제천 방향으로 가다보면 신림IC 왼쪽으로 감악삼봉을 볼 수 있다.

암봉등반 욕심 안내면 가족끼리도 쉬운 길

감악산은 누구나 비교적 쉽게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정상부근 암봉 주변에선 절대 욕심을 내지 말아야 한다.

비가 내리는 등 기상여건이 좋지 않을 땐 더욱 그렇다.

특히 정상인 일출봉이나 월출봉의 경우 초보자는 사실상 오르기 힘들다.

수직벽에 밧줄이 매어져 있긴 하나 암벽등반 경험이 없으면 안전사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등반시간은 코스별로 다소 차이가 있으나 대략 3시간30분~5시간 소요된다.

대표적인 등반코스는 △ 창촌~감바위골~월출봉~정상~백련사~창촌(4시간) △ 비끼재~재사골재~남동릉~정상~감악고개~비끼재마을(5시간) △ 황둔교·창골 정류장~안부~백련사~정상~885.9봉~석기 암전 고개~재사동(4시간10분) △ 창촌~백련사~정상~885.9봉~재사동(4시간30분) △ 명암기도원~백련사~정상~감악봉~명암기도원(3시간30분) 등이다.

대부분의 등반객은 원주 신림면 창골을 들머리로 택한다.

교통편도 좋은 데다 계곡을 따라 1시간쯤 가면 능선 안부에 쉽게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초보자들은 백련사를 거쳐 정상에 이르면 보통 왔던 길로 다시 돌아 하산한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감악산을 찾으려면 영동고속도로~만종분기점~중앙고속도로~신림IC~88번 지방도(주천 방향)~신림터널~창촌으로

진입하면 된다.

약 40분간 소요되는 원주~신림 간 시내버스도 수시로 운행되고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편리하다.

<원주 | 최승현기자 cshdmz@kyunghyang.com>

ㆍ원효와 요석공주 사연 깃든 ‘작은 금강’


‘경기 소금강’이라 불리는 소요산은 경기 동두천시와 포천시 경계에 자리하고 있다.




높이는 587m로 그다지 높지 않다. 하지만 ‘경기의 소금강’으로 불릴 만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원효폭포 등 폭포들과 암봉들이 줄을 지어 등반객을 반긴다.

소요산은 수려한 자연경관뿐만 아니라 많은 전설과 명승지도 품고 있다.

특히 서울에서 가까운 데다 2006년부터 수도권 전철이 산 입구까지 운행되면서 사계절 많은 등산객들이 찾는 명산이다.

소요산의 주봉은 의상대다. 등산 코스는 능선을 따라 하백운대~중백운대~상백운대~의상대~공주봉으로 이어진다.

초보자의 경우 능선을 종주하는 데 6시간 정도 걸린다.

소요산 입구에서 계곡을 따라 800m쯤 올라가면 층암절벽 사이로 쏟아지는 원효폭포를 만나게 된다.

원효대사가 폭포 오른쪽 석등에 앉아 고행수도를 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원효폭포 부근에는 향토유적 제8호이자 유서깊은 암자인 자재암이 자리하고 있다.

자재암은 신라 선덕여왕 14년 원효대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화재로 소실돼 조선 고종 9년에 3개 건물로 복원됐다.

봉선사의 말사(末寺)인 자재암의 이름은 원효대사가 수행 도중 관음보살과 친견하고 자재무애(自在無碍)의 수행을 쌓았다고 해서 유래됐다.

사실 소요산에는 자재암 외에도 원효대굴, 공주봉 등 원효대사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자재암을 지나면 하백운대가 나온다. 하백운대에서 중백운대까지는 가파른 암릉이라 오르기가 쉽지 않다.

중백운대에는 옥로봉, 관음봉, 이필봉 등 기묘한 봉우리들이 솟아 있다. 옥로봉 밑의 대암굴에는 약수터가 있다.

중백운대에서 상백운대로 이어지는 능선은 하백운대~중백운대 코스에 비해 완만하다.

하지만 이 코스에서 내려다 보는 조망은 수려하고 상쾌하다.

중백운대와 상백운대 사이 골짜기를 따라 내려가면 천연적으로 바위가 오목하게 생긴 선녀탕과 선녀폭포도 볼 수 있다.


옥로봉을 넘어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금송굴이 있다. 금송굴은 임진왜란 때 김씨와 송씨가 피란해 이곳에서 생활했다고 해 붙여졌다.

굴 속에는 상하좌우로 좁게 뚫린 굴이 여러 개 있으며 구들장도 놓여 있다.

상백운대에서 골짜기를 따라 걸으면 자연석굴인 나한대를 지나 의상대를 맞는데, 이곳이 소요산의 주봉이다.

상백운대와 나한대 사이는 급경사여서 등산객들을 위한 쇠난간이 설치돼 있다.

“소요산에 와서 의상대에 오르지 않으면 백미를 경험하지 못한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내려다보는 경치는 그림같다.

주봉에서 공주봉으로 가는 길은 암릉 코스로 곳곳에 전망대가 있다.

원효대사와 요석공주의 사연이 깃들어 있는 공주봉의 남쪽은 깎아 세운 듯한 낭떠러지를 이루고 있다.

이 때문에 이곳에서는 행글라이더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공주봉에서 내려오는 길은 평탄한 흙길이어서 1시간 정도면 자재암 아래 폭포까지 내려올 수 있다.

소요산은 봄엔 진달래와 철쭉이 산을 수놓고, 여름에는 머루와 다래 덩굴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가을에는 단풍나무·떡갈나무 등 수십종의 활엽수가 단풍으로 물들고, 겨울에는 폭포기둥 등 설경이 일품이다.

특히 봄에 열리는 소요산 철쭉제는 전국적인 문화행사로 자리잡았다.

서울 수유리에서 소요산으로 가는 직행버스나 전철 1호선 의정부역에서 소요산행 전철을 이용하면 된다.



소요산은 그리 높지 않지만 부근에는 향토유적지가 많아 둘러볼 만하다.

동두천 상봉암동 자유수호평화박물관에는 보기 드문 사패지 경계석(賜牌地 境界石)이 보존돼 있다.

사패지는 조선시대 국가나 왕실에 공을 세운 신하에게 왕이 특별히 하사하는 토지.

이 사패지 경계석은 조선 초기의 무신인 어유소(魚有沼·1434∼1489) 장군이 성종과 함께 사냥을 하던 중 날아가는 솔개를 쏘아 맞혀

떨어뜨렸고, 이에 감탄한 성종이 어 장군에게 현재의 동두천시 일대를 사패지로 하사해 세워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윗 부분에는 한국전쟁 때 일부가 파손되는 등 탄흔이 남아 있다. 향토유적 제1호로 높이 140㎝, 폭 47∼50㎝이다.

지행동에 있는 조선 중기 문신인 목행선 선생(1609∼1661)의 묘역도 가볼 만하다. 호는 남간(南磵)이며 본관은 사천이다.

인조 8년(1630)에 진사가 되고 인조 11년(1633)에 식년문과(式年文科) 갑과에서 장원해 성균관 전적(典籍)과 예조·병조의 좌랑을 거쳐

인조 14년 병자호란 때는 경기도사를 역임했다.

탑동에 있는 향토유적 5호인 탑동석불. 높이가 130㎝로 고려시대 말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석불좌상(石佛坐像)이다.

일설에는 조선초 폐사된 대찰 회암사의 아홉 암자 중 한 암자가 있던 곳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마을 지명이 탑동인 것과도 관련이 있다. 연화문이 선명하게 조각돼 있는 석불좌상은 육계의 오도부분이 떨어져 나가 있는 등

심한 마모현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얼굴 부분은 온화한 형상을 하고 있다.

인근에는 조선시대 무인 어유소 장군의 사당도 있다. 본래 사당은 광암동 묘소 아래에 있었으나 일제강점기 때 지금의 위치로 옮겨졌다.

그러나 한국전쟁 당시 사당이 불에 타 목조건물로 신축됐다.

● 본 시리즈는 복권수익금(산림청 녹색자금)의 지원으로 추진됩니다.

<이상호기자 shlee@kyunghyang.com>

ㆍ부드럽고 편안한 ‘여인의 느낌’


백암산(해발 741.2m)은 전남 장성군 북하면과 전북 순창군 복흥면, 정읍시 입암면에 둥지를 틀고 있다.

백암산은 풍부한 생태자원과 유서깊은 역사 외에도 부드럽고 편안한 산세와 풍광으로 등반객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사진은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한 백암산 설경.

 

 


북서쪽으로는 입암산, 북동쪽으로는 내장산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 3개 산을 역삼각형으로 묶어 ‘내장산 국립공원’이라 부른다.

백암산은 ‘단풍 산’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내장산에 밀리지만, 정작 산악인들은 오히려 백암산을 ‘으뜸 산’이라 평가한다.

산세와 풍광, 생태계, 역사에서 훨씬 넉넉함을 안고 있는 산으로 각광받고 있다.

산 이름은 산 중턱에 자리한 백학봉(白鶴峰·651m)에서 비롯됐다.

학이 날개를 펴고 있는 모습으로 보이는 하얀 바위산이 그 상징이 된 것이다. 고찰 백양사는 산의 주인 격이다.

백제 무왕 때(632년) 세워진 이 절은 산 이름을 따 백암사로 불리다, 조선 선조 때(1574년) 이름을 백양사로 고쳤다.

주지였던 지안 선사가 읽은 법화경 소리를 듣고 하얀 산양 한 마리가 사람으로 환생했다고 해서 백양사로 부르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백암산은 내장산과 확실히 비교되는 ‘본색’을 지니고 있다.

내장산이 깎아지른 절벽을 두른 남성적 분위기라면, 백암산은 백학봉 학바위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산 모습이 안장처럼 포근하게 이뤄졌다. 부드럽고 편하게 느껴지는 여성적인 산이다.

단풍 빛도 내장산과 사뭇 차이가 난다. 내장산 단풍이 화려하다면, 백암산 단풍은 은근하고 수수한 자연미를 뽐낸다.

아기단풍, 당단풍, 좁은단풍, 털참단풍, 네군도단풍 등 무려 13가지 단풍나무가 가을철을 오색으로 물들인다.

특히 매표소 입구에서 백양사 앞까지 1.5㎞ 길에 드리워진 단풍 터널은 일품이다.

절문 앞에 자리한 쌍계루 연못을 배경으로, 대웅전·백학봉을 넣은 구도는 단풍철 사진으로 압권이다.

‘대한 8경’으로 꼽힐 만큼 볼 만하다.

백암산 자락에 예부터 사찰이 많았던 것은 이 같은 점잖은 산세와 풍광이 바탕이 됐을 터다.

백양사 외에 남한 3대 수도처로 이름난 운문암, 동학혁명을 이끌었던 전봉준이 붙잡히기 직전 3일간 머물렀던 청류암, 동굴로 이뤄진

영천암, 약사암, 천진암, 금강암, 홍련암 등의 도량이 법력을 일궈가고 있다.

백암산은 ‘희귀식물의 보고’로도 알려져 있다.

백양사 뒤쪽에 자리잡은 비자나무 군락은 천연기념물 제153호다.

키가 8~10m, 둘레가 한 아름이 넘는 노거수 5000여그루가 무리지어 있다. 이곳이 ‘비자나무 북방한계선’이다.

사자봉 동쪽의 운문암 일대에는 아열대성 상록활엽수인 굴거리나무 숲(천연기념물 제91호)이 자리하고 있다.

또 한라산에서나 볼 수 있는 남방계 식물인 난초과 ‘애기천마’가 지난해 8월 발견돼 학계에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만 나며 2월 하순에 꽃망울을 터뜨리는 ‘변산바람꽃’도 볼거리다.

이 꽃이 질 무렵 봄을 알리는 ‘보춘화(報春花)’도 핀다.

잎과 꽃이 평생 만나지 못해 서로 그리워한다는 상사화 ‘백양꽃’의 자생지이기도 하다.

또 멸종위기 식물인 진노랑 상사화도 지천에 피고 진다.

2월 하순부터 맛볼 수 있는 고로쇠물도 명물이다. 위장병·신경통·피부병에 좋다 해서 3월 말까지 단풍맞이객 못지않은 관광객들이 몰린다.

일찍이 정도전이 <정토사교루기>에서 백암산을 극찬한 후 목은 이색, 포은 정몽주, 하서 김인후, 사암 박순, 면앙정 송순 등

고려 말부터 조선 후기까지 많은 시인 묵객이 이곳을 찾아 남긴 시문이 오늘날까지 전해진다.


백양사 뒷길 코스가 유명
가인마을서 출발할 수도


백암산 등반은 주로 두 곳에서 이뤄진다.

백양사 뒷길에서 타는 것이 가장 알려진 코스다. 비자나무 숲을 지나 오른쪽에 보이는 등반로가 정상인 상왕봉으로 가는 길이다.

처음부터 굽이굽이 오르막이다. 나무와 돌로 만든 계단을 오르다 보면 약사암이다. 암자 뒤로는 수십m 낭떠러지다.

여기서 잠시 숨을 고른 후 5분여를 오르면 영천굴이다.

60㎡ 남짓한 석굴 안에 관세음보살상이 험한 길을 힘들게 올라온 걸 위로라도 하듯 미소로 반긴다.

굴 아래 바위틈으로 솟아오르는 샘이 있어 목을 축일 수 있다.

영천굴을 오른쪽으로 휘감아 돌면, 가파른 철사다리 계단이 큰 바위 절벽을 타고 이어진다. 학바위라고도 불리는 백학봉이다.

백암산 등산로 가운데 가장 험하다. 오르는 데 30~40분 걸린다. 힘들 때 잠시 쉬면서 기운을 얻도록 전망대도 설치돼 있다.

백학봉에서 산꼭대기인 상왕봉까지는 2.1㎞, 경사가 완만해 오르기 쉽다.

상왕봉에선 성냥갑처럼 정돈된 백양사 요사채가 눈에 들어오고, 바다 같은 장성호가 시원스레 펼쳐져 있다.

하산은 남서쪽으로 30분 거리인 운문암에서 약수동 계곡을 통해 백양사로 내려오면 된다. 10㎞ 거리로 5시간 걸린다.

상왕봉에서 북서쪽 순창새재로 넘어가면 내장산 정상인 신선봉과 입암산으로 가는 길이 나 있다.

매표소 왼쪽 산자락 가인마을에서 출발, 청류암~사자봉~상왕봉~백학봉~약사암~영천굴~백양사로 내려오는 길도 거리가 같다.

호남고속도로 백양사 IC에서 1번 국도로 들어와 9㎞ 달린 후, 다시 16번 군도를 타고 3㎞쯤 가면 등산 시작점인 백양사에 이른다.

전북 내장사 시설지구에서 추령고개로 넘어 복흥 삼거리에서 백양사로 들어가는 길도 있다.

내장산국립공원 남부관리사무소 (061)392-7288

● 본 시리즈는 복권수익금(산림청 녹색자금)의 지원으로 추진됩니다.

<광주 | 배명재기자 ninaplus@kyunghyang.com>

ㆍ맹호의 웅장한 자태 ‘천의 얼굴’ 가진 영산

예로부터 영산으로 불린 월악산은 충북과 경북도의 4개 시·군(제천·충주·단양·문경)에 걸쳐 있다.

총 면적 284.5㎢의 월악산은 1094m의 월악 영봉을 비롯, 150여m의 기암단애가 치솟아 있다.

맹호처럼 우뚝 선 준험한 산세와 그 웅장함이 자랑이다.

여기에 깎아지른 듯한 산줄기는 끝을 모르고 내리뻗어 그 사이사이로 청송이 운치있게 자란다.

청송과 기묘한 암반 길을 지나 주봉에 오르면 잔잔한 충주호, 산야 풍치가 한눈에 들어온다.

월악산은 산형 지세가 천혜의 요새를 이뤄 많은 애환을 품고 있다.

송계계곡에는 한때 명성황후의 별궁이 있기도 했다. 문화유산도 상당수를 품고 있다.

마의태자와 덕주공주가 마주 보며 망국의 한을 달래고 있다는 미륵사지의 석불입상과 덕주사 마애불상(보물 제406호)이 대표적이다.

사자빈신사지 석탑(보물 제94호)과 덕주산성(지방기념물 제35호), 석등 등도 천년 명산유곡임을 보여준다.

월악산은 문화유산 외에도 산을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정상 모습이 각각 다른 형태를 보여 등산인들의 발길을 잡는다.

우선 멀리 북서쪽 20㎞ 거리인 충주시 달천 부근에서 계명산과 남산 사이로 보이는 월악산 정상은 마치 쫑긋한 토끼 귀를 보는 것 같다.

동쪽인 덕산 일원에서 올려다 보이는 정상은 쇠뿔과 같고, 남쪽인 미륵리 방면에서는 수직절벽의 햇빛을 받아 마치 히말라야의 거봉을

연상케 한다.

또 서쪽 산행 시발점인 송계리에서는 정상이 풍만한 여인의 젖가슴인 양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영봉을 중심으로 동서로 8㎞의 송계계곡과 16㎞의 용하계곡이 쌍벽을 이루면서 맑은 물과 넓은 암반, 그리고 천연수림이

잘 어우러져 천하절경을 자랑한다.

좀더 가까이 산속에서 보는 월악산도 역시 네 개의 얼굴을 갖고 있다. 송계 쪽에서 보면 영봉, 중봉, 하봉으로 이어지는 그 행진이 장엄하다. 맨 오른쪽 영봉은 100여m는 족히 될듯한 깎아지른 벼랑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중봉과 하봉 두 형제를 아우른다.

특히 4월에 제천시 한수면 민박마을에서 바라보는 영봉은 활짝 핀 벚꽃 가로수 위로 떠 있는 한 척의 거대한 범선과도 같다.

덕주골~덕주사~마애불을 거쳐 올라 만나는 영봉은 또 다른 모습이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압도되고 헬기장을 지나 능선 안부에 이를 때면 영봉을 우러러볼 수밖에 없다.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솟은 듯한 봉우리 영봉을 제대로 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신륵사 길을 벗어나 덕산 쪽에서 만나는 영봉은 전혀 색다른 모습이다.

거대한 바위기둥으로 솟은 검은 실루엣을 일부 등반객들은 발기한 젖꼭지에 비유하기도 한다.

영봉으로 오르는 길은 90도로 치솟은 암벽을 한바퀴 돌아서 오르는 급경사 계단의 연속이다.

영봉 일대의 암벽은 낙석이 잦은 편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철망을 쳐 놓기는 했지만 암벽 아래를 지나는 길은 가급적 빨리 통과하는 게 좋다.

마애불 아래쪽으로는 한국전쟁 당시 불타 버린 상덕주사 대신 허름한 요사채 하나가 있다.

때로는 문이 굳게 닫혀 있기도 하지만 사람이 거주하는 이곳에서 물을 담으면 좋다.

상덕주사터는 화강암 초석과 숯덩이가 군데군데 밟힌다. 상

덕주사는 한국 전쟁 때 국군이 불태워버렸는데 숯덩이들이 50여년 전의 옛일을 말없이 증거하고 있다.

영봉 북사면의 그늘진 암벽에는 꽃피는 봄까지도 눈과 얼음이 남아 있어 조심해야 한다.

계단을 한참 오르다 뒤돌아보아 중봉과 하봉이 눈높이에 있을 즈음이면 마침내 해발 영봉 정상에 이른다.

맑은 날 영봉에 서면 발 아래 펼쳐지는 청풍호며 먼 산들의 일망무제가 통쾌하기 그지없다.

서쪽 능선 등반로 가장 편안…주변에 문경새재 등 관광지

월악산을 오르는 길은 동서남북 네 방향에서 가능하지만 주로 동·서·남쪽 등반로가 이용된다.

동쪽으로는 충북 제천시 덕산면 월악리 덕산탐방지원센터에서 신륵사를 거쳐 오르는 길과 서쪽으로는 제천시 한수면 소재지 부근

동창교 탐방지원센터에서 오르는 길, 남쪽은 덕주골 덕주사와 마애불을 거쳐 오르는 길이다. 이 세 곳은 산불예방 기간에도 개방된다.

월악산 탐방로는 대체로 정비가 잘 돼 있다. 정상까지 나무와 철계단이 쫙 깔려 있다.

하지만 만수휴게소에서 만수봉에 올랐다가 암릉을 거쳐 월악산 960봉(덕주봉)까지 이어지는 길은 대단히 험하다.

그러면서도 흡사 설악산 공룡능선의 축소판 같아 등반 묘미가 있다.

그러나 장장 7시간 이상 걸리는 힘든 코스여서 로프 등 안전장비를 갖추고 암릉 등반 경험자와 꼭 함께 가는 것이 좋다.

월악산 등반로 가운데 가장 쉬운 길은 동창교 탐방지원센터에서 능선 안부까지(2시간40분) 올랐다가 영봉에 오른 후 신륵사로

하산하는 코스다.

접근 방법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제천에서 월악산 송계(덕주사), 월악리(덕산 경유)까지 하루 3회 시내버스가 다닌다.

소요시간은 1시간30분. 충주에서도 월악리행 버스가 하루 3회 운행한다.

월악산 주변엔 관광지가 많다.

충주호반을 비롯해 문경새재, 제천 의림지, 단양 선사유적지와 석회암지대로 형성된 많은 동굴들, 청풍문화재단지 등이다.

명소로는 월광폭포, 수경대, 학소대, 덕주산성, 덕주사, 덕주사마애불 등이 있다.

숙박시설도 유스호스텔, 민박, 산장 등 여러 개 있다.

등반 후 수안보나 문경, 문강온천에서 목욕으로 피로를 푸는 것도 건강을 챙기는 한 방법이다.

<제천 | 김영이기자 kye@kyunghyang.com>

ㆍ호수에 발 담근듯 하늘이 만든 분재

강원 화천군 간동·하남면과 춘천시 사북면 경계에 솟아 있는 용화산(龍華山)은 암릉미가 일품인 호반 산행지다.

용화산 정상은 빼어난 암릉미를 자랑하며 많은 등반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화천군 제공>

 

 


해발 878m의 이 산은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춘천댐, 소양댐, 화천댐 등 북한강 최대의 인공호수에 살포시 발을 담근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하늘을 찌를 듯이 솟구쳐 있는 기암괴석은 탄성을 자아내게 하고, 산 끝자락에 펼쳐진 푸르고 맑은 호수는 일상에 찌든 번뇌를

일순간 털어버리게 만든다.

이로 인해 용화산은 ‘영서 북부의 최고 전망대’로 불린다.

용화산이 등산 동호인들에게 각광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등반의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각종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원시림이 떠받치고 있는 만장봉 등 거대한 암릉은 설악산의 ‘용아장성’에 버금가는 장관을 연출한다.

빼어난 분재를 수만배 확대해 놓은 것처럼 암반 사이에 어렵사리 뿌리를 내리고 있는 노송군락은 선계(仙界)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북풍한설 속에서도 고고함을 잃지 않는 노송의 풍모를 감상하다 보면 자연스레 은일자적(隱逸自適)할 수 있는 여유도 생긴다.

화천군 주민들이 파로호, 비수구미, 평화의 댐 등과 함께 용화산을 ‘화천 9경(景)’으로 손꼽으며 매년 산신제를 지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주민들이 영산으로 여기는 이곳에선 산삼 또한 많이 나 더위가 한풀 꺾이는 처서(處暑)가 되면 전국 각지에서 심마니들이 몰려든다.

계절별로 금낭화, 매발톱, 쑥부쟁이, 은방울꽃 등 각종 야생화가 만발하고, 소나무와 참나무, 박달나무, 산벚나무 등이

울창한 수림대를 형성해 운치를 더해준다.

조망이 가장 뛰어난 곳은 만장봉과 정상 사이의 바위능선이다.

‘지네와 뱀이 서로 싸우다 이긴 쪽이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했다’는 전설에서 그 이름이 유래한 용화산의 정상 부근에 다다르면

대룡산을 비롯, 삼악산·북배산·가덕산·삿갓봉 등 주변 명산의 산줄기가 한 눈에 들어온다.

정상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동릉으로 내려서다 북쪽을 살피면 청량감을 더하는 파라호의 푸른 물결도 바라볼 수 있다.

파로호는 화천댐 건설로 생긴 인공호수로 이승만 전 대통령이 적군을 쳐부수고 사로잡은 호수라 하여 붙인 이름이다.

9부 능선에서 솟아나오는 용화약수로 마른 목을 축일 수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용화산 암릉지대에 자리잡고 있는 곰바위.

 

 

용화산 산행의 백미는 역시 암릉 감상이다. 산중 곳곳엔 깎아지른 듯한 암벽과 기암괴석, 거대한 바위 봉우리들이 산재해 있다.

하늘벽 촛대바위, 층층바위, 바둑판바위, 득남바위, 만장봉, 주전자바위, 심바위 등이 그것들이다.

효자 심마니가 백발의 노인을 꿈에서 보고 큰 산삼을 캤다는 설화가 전해지는 심바위, 선녀가 내려와 바둑을 두었다는 가로 세로 2m 정도

크기의 ‘바둑판바위’ 등 바위마다 독특한 전설을 간직하고 있어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가운데 용화산 정상에서 서쪽으로 흘러내리는 만장봉 너럭바위에서 바라보는 하늘벽 촛대바위의 풍광은 단연 압권이다.

만장봉 일대는 1970년대부터 암벽등반 코스도 개척돼 전문 산악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춘천시 사북면 고성리에 산림휴양관과 몽골텐트장, 오토캠핑장, 삼림욕장 등의 시설을 갖춘 ‘용화산 자연휴양림’이 2006년 문을 열어

산행과 호수의 정취를 함께 즐기려는 가족단위 관광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암릉 많아 미끄럼 조심
평화의 댐 등 주변 볼거리


용화산 산행은 그리 힘들지 않으나 암릉지대가 많은 점을 고려, 안전사고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암반 위에 모래 등이 흩어져 있을 경우 미끄러지기 쉬워 발목 등을 다칠 우려가 크다. 급경사도 많아 눈이 내리는 겨울철엔 안전장비를

철저히 갖추고 산행에 나서는 것이 좋다.

등반시간은 코스별로 다소 차이가 있으나 대략 3시간10분~4시간20분 소요된다. 대표적인 등반코스는 △양통마을~큰고개~정상~858봉~

양통마을(3시간10분) △양통마을~큰고개~정상~858봉~깔딱고개~양통(4시간20분) △삼화리 고개 정상~용화산 정상~성불치~파로호(4시간) 등이다.

대부분의 등반객들은 춘천 고성2리 양통골을 들머리로 택한다.

양통골로 들어서면 기암절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데다 북으로 뻗어 있는 큰고개까지 옛 도로를 따라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가파른 암릉길을 통해 만장봉에 오른 후 용화산 성터와 헬기장을 지나면 이내 큰고개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정상까지의 거리는 50m 안팎에 불과하다.

하산은 858봉에서 되돌아와 양통마을로 향하거나, 깔딱고개를 지나 계곡으로 내려오는 것이 보통이다.

춘천시 사북면 고성리~화천군 하남면으로 향하는 구간에 포장도로가 뚫려 있고, 용화산 정상 1㎞ 아래 지점에 주차장까지 생겨

최근 수도권의 많은 등반객들이 찾고 있다.

용화산 주변에는 산행 후 둘러볼 만한 곳도 많다.

북한의 임남댐 건설로 인한 수해 위협 등에 대비해 만든 ‘평화의 댐’과 댐 인근에 위치한 비목공원을 비롯해 화천민속박물관,

파로호 안보전시관, 춘천의 중도유원지 등이 손꼽히는 연계 관광지다.

귀갓길에 춘천댐 주변의 횟집이나 매운탕집에 들러 쏘가리회, 잡어 매운탕을 즐기거나 춘천 명동의 닭갈비 골목을 찾아 별미를 맛보면

미각도 충족시킬 수 있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용화산을 찾을 땐 경춘국도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청평~강촌~등선폭포를 거친 후 우측 지하도를 통과해 70번 지방도를 따라 춘천댐에 도착한 다음 우회전해 춘천~화천 407번 도로를 이용,

화천 방면으로 9㎞가량 진입하면 된다.

● 본 시리즈는 복권수익금(산림청 녹색자금)의 지원으로 추진됩니다.

ㆍ능선마다 궁예의 울음 들리는 듯

경기 포천시와 강원 철원군 경계에 있는 명성산(鳴聲山)은 ‘울음산’으로도 불린다.

후고구려를 건국한 궁예가 왕건에게 쫓기어 이 산으로 피신했다가 죽임을 당하기 전 통곡했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통일신라의 마의태자가 망국의 한을 품고 이 산을 거쳐 금강산으로 향할 때 이 산이 울었다는 전설도 전해지고 있다.

국내 5대 억새군락지로 손꼽히는 경기 포천의 명성산. 명성산 아래에는 대규모 인공호수인 산정호수가 자리하고 있다.

 

 


해발 922m의 명성산은 서울에서 동북쪽으로 84㎞가량 떨어져 있으며, 동쪽에 박달봉과 광덕산, 남쪽에 여우봉이 솟아 있다.

동쪽 기슭에서 발원하는 도평천은 남쪽으로 흘러 영평천과 합류하고 북서쪽의 계곡물은 한탄강으로 흘러든다.

이 산은 전체적으로 암릉과 암벽으로 이뤄져 있다.

남쪽으로 뻗은 주능선을 기준으로 서쪽은 경사가 급해 산행이 조금 어려운 반면 웅장한 바위들로 빼어난 경관을 만날 수 있다.

동쪽은 경사가 완만하고 흙이 많아 대체로 편안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특히 동쪽 산행은 매년 10월이면 억새꽃 감상코스로 유명하다.

주능선 동쪽 수십만 평에 펼쳐지는 억새 군락지는 본래 숲이었으나 한국전쟁 때 격전으로 울창했던 나무들이 사라지고

억새들이 자라게 됐다.

왕건에게 패한 궁예가 도망친 쪽이 동쪽이라는 애기도 있다.

명성산 남동쪽 백운산에서 화천으로 넘어가는 ‘도마치’고개는 궁예가 도망칠 때 넘어간 곳이라고 해 이름 지어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명성산 정상 부근에 설치된 ‘1년 만에 보내주는 우체통’.

 

 

남서쪽 자락에는 국민관광지인 산정호수가 자리하고 있으며, 북쪽 기슭에는 용화저수지가 있다.

산정호수는 산중에 있는 우물 같은 호수라는 뜻을 갖고 있다. 주변 경관이 아름다워 한국전쟁 전에는 김일성 별장이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명성산 등산은 등룡폭포 입구를 출발, 비선폭포~억새밭~삼각봉~정상~산안고개~산정호수를 거치는 6시간 코스와

비선·비룡폭포~억새밭~삼각봉까지만 갔다가 전통사찰인 자인사로 하산하는 3시간 코스가 가장 많이 이용된다.

하지만 자인사를 통해 오르내리는 코스는 매우 가팔라 노약자나 초보자는 피하는 것이 좋다.

또 비선폭포 직전에서 능선으로 오르는 암릉코스는 조망은 뛰어나지만 역시 경사가 급해 위험한 코스다.

산정호수 옆 광장에서 3㎞가량을 오르면 등룡·비선·이정폭포를 만난다. 계곡 주변은 단풍나무와 떡갈나무로 울창하다.

계곡 주변의 비경은 수도권에서 손꼽힌다. 등룡폭포의 위쪽은 길이 평탄한 편이고 개울바닥은 거의 암반으로 형성돼 있다.

계곡 상류에 이르면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으로 빠지면 억새풀 정상에 이르게 된다.

삼각봉에서 내려다보이는 산정호수는 산골짜기의 보석처럼 느껴진다.

삼각봉에서 정상까지는 1.5㎞. 오른쪽은 광덕산에서 국망봉·귀목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그 뒤로 화악산, 응봉 능선이 시원하게 뻗어 있다.

정상 부근에는 대형 ‘빨간 우체통’이 세워져 있다. 자신이나 소중한 사람에게 편지를 써 넣으면 1년 뒤에 배달된다.

새해를 맞아 자신의 소망이나 각오 등을 적어 1년 뒤에 받아보려는 등산객들에게 최근 인기가 많다.

정상에 오르면 암봉과 절벽, 초원 등으로 다양하게 전개되는 탁 트인 조망이 장쾌한 느낌을 전해준다.


수상스키·보트·얼음썰매
산정호수의 사계절 ‘유혹’


명성산 주변은 볼거리와 먹거리, 편의시설 등이 풍부하다. 한탄강 관광지와 산정호수, 평강식물원·허브아일랜드 등이 대표적인 관광코스다. 북한 평강군에서 발원해 철원군을 거쳐 포천시 일대를 지나는 한탄강 상류는 베어낸 듯한 현무암 절벽이 절경을 이룬다.

한탄강 상류에는 고려시대 충숙왕이 자주 찾았다는 정자(亭子) 고석정이 있고, 고석정 건너편에는 조선시대 의적 임꺽정이 성을 쌓고 숨었던 동굴이 남아 있다.

가족 캠핑장과 보트장·어린이놀이터·다목적운동장 등이 있으며, 식당과 매점 등 편의시설도 많다.

인근에는 전곡리 구석기유적지가 있다.

명성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산정호수는 넓은 호수와 주변 경관이 빼어나며 봄부터 가을까지는 보트와 수상스키 등을 즐길 수 있고

겨울에는 얼음썰매장이 운영돼 사계절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산정호수 관광지에는 포천갤러리와 조각공원, 놀이공원, 눈썰매장 등 다양한 부대시설도 갖추고 있다.

산정호수 자락에 조성된 평강식물원에는 5000여 종의 수목이 자라고 있다.

허브아일랜드는 다양한 허브를 보고, 느끼고, 먹을 수 있는 전문 허브농장이다.

한화콘도 온천과 일동 제일온천, 용암천 등도 등산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한화콘도 오른쪽 도로를 따라가면 저렴한 가격에 하루를 묵을 수 있는 통나무집이나 팬션들이 여럿 있다.

먹거리는 이동갈비와 순두부, 산채비빔밥, 다슬기된장찌개, 매운탕 등을 꼽을 수 있다.

승용차를 이용하면 43번 국도~의정부~포천동~성동리~문암리에서 우회전~산정호수 방향(316번 지방도)을 따라가면 산정리에 도착한다.

대중교통은 서울 상봉터미널~운천터미널~산정호수(71번 시내버스, 1시간 간격으로 운행) 또는 의정부역에서 산정호수를 오가는

138-6번 좌석버스를 타면 된다.

<이상호기자 shlee@kyunghyang.com>

ㆍ오를수록 고개 숙여지는 영산

한라산은 영산이다.

해발 1950m의 남한 최고봉이라는 찬사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산악인들은 ‘인간의 산이 아니라 신의 산’으로 떠받들며 고개숙인다.

기축년 첫날 한라산은 순백의 운무에 휩싸였다.

새해 첫 일출을 보기 위해 한라산 어리목을 찾은 등산객들은 거센 바람과 함께 눈보라를 흩뿌리는 한라산의 위용에 저절로 겸손해진다.

겨울 한라산은 산사람의 나태와 교만을 용서치 않는다.

사진작가 서재철씨는 “올 겨울은 어느 해보다 눈이 빨리와서 한라산이 만설을 이뤘다”며 “추위가 매섭고 정상부에 설원이 펼쳐져

히말라야 원정을 가는 팀도 꼭 한라산에서 기후적응 훈련을 받는다”고 말했다.

은하수를 손으로 잡아당길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산이란 뜻의 한라산. 기암괴석과 다양한 식생분포, 흰사슴을 탄 신선이 물을 마셨다는 전설이 녹아든 백록담 등을 품은 명산 중의 명산이다.

 

 


한라산은 약 120만년 전에 바다 한가운데서 솟아나기 시작해 30만~10만년 전의 3단계 화산활동 때 생성됐다.

그 이름은 ‘은하수를 손으로 잡아당길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산’이라는 의미다. 영실의 오백나한도 이때 탄생했다.

2만5000년 전의 마지막 대폭발로 백록담과 현재의 장축 73㎞, 단축 31㎞인 제주도 해안선이 완성됐다.

그만큼 한라산은 젊은 산이다. 백록담은 제주 곳곳에 산재한 360여개의 오름을 품고 있다. 휴화산으로 대부분이 현무암으로 덮인 한라산은 그 줄기가 동서로 뻗어 있고, 남쪽은 급한 반면 북쪽은 완만하다.

제주 섬 중앙에 우뚝 솟은 한라산의 웅장한 자태는 자애로우면서도 강인하다.

한라산의 사계절은 독특한 아름다움을 뽐내지만 그 중에서도 겨울 한라산은 절경 중의 절경으로 꼽힌다.

해양성 기후에 따른 높은 습도와 매서운 북서계절풍이 만들어내는 눈꽃은 환상 그 자체다.

바위와 나무에 얼어붙어 스스로 겨울 눈꽃의 운명을 인고한다.

한라산은 다양한 식생분포로 동·식물의 보고이기도 하다.

아열대에서 한대 기후대까지 수직분포를 보이며 1800여종의 식물과 4000여종의 동물이 서식한다.

등산로 곳곳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노루의 맑은 눈망울은 한라산 등반의 숨겨진 즐거움이다.

한라산 노루는 한때 멸종위기에 놓였으나 80년대 후반부터 적극적인 보호 활동을 펼친 끝에 현재 3000여마리로 불어났다.

1800여종의 식물 중 구상나무와 시로미는 군락을 이룬다.

한라산을 이야기하며 정상의 백록담을 빼놓을 순 없다.

깊이 108m의 산정화구인 백록담은 흰사슴을 탄 신선이 물을 마셨다는 전설을 품고 있다.

인근에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돌매화 나무도 자란다.

최근에서 한라산 중턱에서 ‘소백록담’이 발견돼 화제다. 그러나 등반통제구역이어서 등산 마니아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주봉인 백록담을 타고 내려오면 윗세오름과 방아오름이 양쪽으로 늘어서있는 ‘선작지왓’을 만난다.

털진달래와 산철쭉이 만개한 드넓은 고산지대의 초원이다.

백록담에서 고개를 돌리면 500여개의 돌기둥이 하늘을 향해 치솟아 오백나한으로 불리는 영실기암이 눈에 들어찬다.

백록담 동북쪽 왕관릉과 삼각봉의 위용 역시 영실기암 못지않다. 한라산 북서쪽에는 어리목계곡이 자리잡고 있다.

동쪽의 탐라계곡과 더불어 한라산의 가장 깊고 큰 계곡중 하나다.

어승생악 동쪽에 밀집한 골짜기는 ‘구구곡’으로 기암괴석이 수목 속에 들어서 속세와 절연된 느낌이다.

한라산은 화산회토이다 보니 빗물이 쉽게 스며들어 장마철 폭우때 외에는 대부분의 계곡은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이다.

한라산의 신비와 가치는 이미 세계가 인정했다. 유네스코는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을 2006년 6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했다.

경관이 빼어날 뿐 아니라 지질학적, 생물학적으로도 탁월한 가치를 지닌 명산이라는 의미다.

-성판악·관음사 코스…정상까지 등반 가능-

제주시에서 한라산 동쪽 중허리를 가로질러 서귀포를 잇는 5·16도로는 숲속 관광도로다.

한라산 서쪽 중허리를 가로질러 제주에서 중문을 연결하는 1100도로는 1100고지를 통과한다.

한라산 등산코스는 이들 도로에서 시작된다. 현재 등산 가능한 코스는 4개.

이중 성판악과 관음사 코스는 정상등반이 가능하며, 어리목과 영실코스는 해발 1700m 윗세오름까지만 오를 수 있다.

윗세오름에서 정상까지의 서북벽 구간은 자연휴식년제가 적용돼 출입이 통제됐다.

어리목코스는 한라산 서북쪽 코스로 4.7㎞, 약 2시간 거리다.

졸참나무 숲으로 이어지는 어리목 계곡을 지나 나무계단으로 된 숲 지대를 1시간쯤 걸으면 시원스럽게 펼쳐진 사제비동산이 나온다.

이곳에서 한라산 정기를 담은 약수를 한모금 마시고 만세동산으로 이어지는 돌길로 들어선다.

노루를 벗삼아 걷다보면 어느새 백록담 화구벽을 눈앞에 두고 최근 새로 단장한 윗세오름 대피소를 만나게 된다.

영실코스는 한라산 서남쪽 코스로 가장 짧은 등산로다. 기암괴석의 빼어난 경관은 3.7㎞의 등반로를 단숨에 올라가게 만든다.

윗세오름까지 1시간30분쯤 걸린다.

1100도로에서 영실진입로 2.5㎞ 지점에 매표소가 있고, 이곳에서 등산로 입구까지 도보로 45분쯤 소요된다.

오를 때는 어리목코스, 하산은 영실코스로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성판악코스는 등산로가 비교적 완만해 정상등반을 하는 코스로 즐겨 이용된다. 등산로는 활엽수가 우거져 삼림욕도 겸할 수 있다.

해발 1800고지에는 구상나무 군락지대다. 7.3㎞로 4시간30분 거리다.

8.7㎞의 관음사코스는 계곡이 깊고 산세가 웅장해 한라산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성판악코스 이용자들이 하산코스로 많이 이용한다.

<제주 | 강홍균기자 khk5056@kyunghyang.com>

 

 

 

ㆍ‘도롱뇽의 봄’ 기다리는 ‘소금강’

낙동정맥 끝자락에 자리한 천성산(千聖山·922m)은 가지산, 운문산, 신불산, 영축산과 함께 ‘영남 알프스’의 하나다.

경남 양산시 웅상읍, 상·하북면을 아우르며, 기암절벽과 오염되지 않은 계곡으로 유명하다.


원효산·원적산으로 불리기도 한 천성산은 한때 경부고속철 공사반대 단식시위를 벌인 지율 스님과 ‘도롱뇽 소송’으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천성산의 겨울 ; 천성산은 ‘영남 알프스’로 불리는 낙동정맥의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눈으로 덮인 산 정상이 겨울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천성산은 원효대사의 전설을 품고 있다.

토굴에서 참선을 하던 원효대사가 당나라 태화사 법당에 모인 신도 1000여명이 산사태로 매몰될 것을 예견하고

‘효척판구중(曉擲板求衆·판자를 던져 중생을 구함)’이라고 쓴 판자를 날려보냈다.

법당 마당 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는 판자를 신기하게 여긴 신도들이 밖으로 나와 웅성거리는 사이 산사태로 법당이 무너졌고,

신도들은 목숨을 건졌다. 이 인연으로 중국의 승려 1000여명이 원효대사의 제자가 돼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바로 천성산이란 이름의 유래다.


천성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은 내원사 계곡이다. 원

효대사가 대둔사를 창건하면서 주위에 89개 암자를 두었는데 중국의 승려들이 지냈던 곳이 내원사(來遠寺)라고 전해진다.

‘멀리서 왔다’는 의미다. 현재는 비구니 기도도량으로 유명하다.

주변에는 노전암, 성불암, 금봉암, 안적암, 조계암 등 많은 암자가 울창한 숲과 기암절벽 사이에 날아갈 듯 자리잡고 있다.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내원사와 노전암 쪽 2개 계곡은 예로부터 소금강이라 불릴 정도로 자연경관이 수려하다.

계곡 곳곳에는 삼층바위가 첩첩이 서 있고 절벽에는 ‘소금강’이라는 글자가 뚜렷하게 새겨져 있다.

병풍모양으로 바위가 길게 뻗어 있어 병풍바위로 불리는 것도 있다. 돌 사이를 흐르는 맑고 깨끗한 물소리는 시름과 걱정을 잊게 한다.

이 때문에 여름에는 피서객들로 가득차고 봄, 가을, 겨울에는 등산객으로 북적인다.

이곳의 산나물은 한때 임금님 수라상에 오를 정도로 맛이 일품이다. 도토리묵도 유명하다.


내원사의 가을; 천성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내원사 계곡이다. 내원사는 울창한 수림과 기암절벽으로 소금강이라 불릴 만큼 자연경관이 빼어난 천성산 계곡에 자리하고 있다.

홍룡(虹龍)폭포도 천성산의 자랑이다. 상·중·하 3단 구조로 물이 떨어지면서 물보라가 사방으로 퍼진다.

물보라 사이로 떠오르는 무지개가 마치 선녀가 춤을 추고 황룡이 승천하는 것 같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천성산은 산 전체가 식물의 보고로도 이름이 높다.

산지 습지인 화엄늪과 밀밭늪에는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진퍼리새, 앵초, 끈끈이주걱, 이삭귀개, 흰제비난, 잠자리난초와 같은

희귀한 식물이 가득하다. 수리부엉이,

소쩍새, 딱새, 흰배지빠귀, 쇠박새, 황조롱이 같은 조류도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까치살모사, 능구렁이, 북방산개구리, 꼬마잠자리, 은판나비 등도 살고 있다.


천성산은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만산홍을 이루고, 가을이면 억새가 온 산을 뒤덮어 환상의 등산 코스로 손꼽힌다.

특히 해발 798m에 위치한 화엄늪(12만5384㎡) 일대는 억새밭이 펼쳐지는데 실제 규모보다 훨씬 광활한 느낌을 준다.


아쉽게도 화엄늪은 지표수가 빈약해 육지화가 진행되고 있다. 경남도는 람사르 총회를 앞두고 습지의 소실이 우려된다고 발표했다.

천성산 제2봉의 밀밭늪도 육지화하고 있다. 고속철도의 터널이 지나는 구간으로 돌과 흙이 무너져 내린 흔적도 찾을 수 있다.

제3봉의 무제치늪도 메말라가고 있다.


연말이면 동해안의 지방자치단체들은 하나같이 일출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곳이라며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린다.

위치에 따라 일출시간이 다를 수 있지만 천성산 정상은 동해의 일출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곳으로 소문나면서

12월31일이 되면 해돋이 광경을 보기 위한 등산객으로 가득찬다.


홍룡사 뒤쪽 화엄벌 코스…가족·연인도 가는 쉬운길


천성산의 등산 코스는 대략 10개다. 양산시 웅상읍과 상북면, 하북면 등지에서 오를 수 있다.

소요시간은 2시간40분에서 9시간까지 코스별로 다양하다.


가장 쉽게 오를 수 있는 길은 상북면 대석리 홍룡사 뒤쪽에서 시작하는 등산로다.

해발 800m에 이르는 화엄벌(늪)까지 산길이 그다지 험하지 않아 가족 또는 연인과도 오를 수 있다.

하북면 내원사 매표소에서 성불암 계곡을 지나 천성산 제2봉으로 오르는 길과 내원사~천선상 제2봉~화엄벌~천성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도 등산객들이 자주 찾는다.

양산시 주남동 영산대학교에서 출발해 주남고개~천성산 제2봉~천성산으로 오르는 등산로도 있다.


천성산 부근에는 볼거리와 먹거리도 많다.

내원사와 홍룡사뿐아니라 가까운 곳에 부처의 진신사리가 있어 불보사찰로 불리는 통도사가 있다.

또 인근 원동면에는 1993년 개장한 민간휴양림인 원동자연휴양림이 자리한다.

75만㎡ 규모로 1일 수용인원은 1400명. 울창한 숲, 기암괴석, 물풍지폭포 등이 장관이다.

휴양림에는 산책로, 등산로, 임산물판매장, 임간교실, 삼림욕장, 수련장, 체력단련장, 어린이놀이터 등 편의시설이 있다.

양산 북정리 고분군, 통도 환타지아, 언양 자수정 동굴나라 등 관광지도 산재해 있다. 하북면과 원동면에는 가족이나 단체용 펜션도 많다.


천성산은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된다. 통도사 나들목으로 빠져나와 양산방향으로 달리면 내원사 이정표가 나온다.

고속버스나 시외버스를 이용한다면 양산에 도착한 뒤 언양방면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내원사 입구에 내려 걸어간다.

내원사까지는 걸어서 약 30분이 걸린다.


<양산 | 권기정기자>

 

 

 

ㆍ금호강에 발을 씻고 장쾌하게 솟아 오르다

대구의 동북을 감싸고 있는 팔공산은 빼어난 산세에다 사찰과 암자 등이 곳곳에 있어 불교문화의 성지로 꼽히고 있다.


남쪽으로 힘차게 내달리던 태백산맥이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곳에서 우뚝 솟아올랐다. 바로 영남의 명산, 팔공산이다.

팔공산은 ‘정성을 다해 기도하면 한 가지 소원은 반드시 들어준다’는 속설의 ‘팔공산 갓바위’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입시철 등에는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붐벼 국내는 물론 해외 언론들까지 관심을 가질 정도다.


보통 사람들에겐 갓바위로 유명하지만, 등반객들에게는 장쾌한 산세의 맛을 전하는 것으로 이름이 높다.

또 골짜기마다 동화사, 파계사, 부인사 등 천년고찰과 마애불, 탑 등이 들어차 불교문화의 성지로도 꼽힌다.


대구의 동북을 감싸안고 있는 팔공산은 행정구역상으로는 대구시 동구에 속한다.

하지만 경북 영천시, 경산시, 칠곡군, 군위군 등 4개 시·군과 접하고 있다.

전체 능선 길이가 20여㎞에 이르는 팔공산은 주봉인 비로봉을 사이에 두고 좌우에 동·서봉이 마치 날개를 퍼득이는

독수리 형상을 연상케 한다.

정상인 비로봉(1192m)이 군사기지로 쓰이면서 동봉(1167m)이 등산객이 오를 수 있는 최고봉이 되었다.


동봉에 올라서면 팔공산의 장쾌한 산세가 발아래 펼쳐지며 대구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또 남쪽의 비슬산과 대구의 동북을 휘감아 도는 금호강도 시야에 잡힌다.

갓바위에서 한티재 코스의 능선을 따라가다 보면 염불봉, 서봉, 파계봉 등이 기기묘묘한 자태를 뽐낸다.

봉우리마다 장엄한 풍광을 선사하면서 자연의 신비를 더해주고 있다.


팔공산은 계절마다 독특한 비경으로 연중 등산객을 유혹한다.

봄에는 진달래와 영산홍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여름이면 울창한 숲과 맑은 계곡물이 더위를 식혀준다.

또 가을이면 곱게 물든 단풍이 진풍경을 연출하고, 겨울이면 장엄한 설경을 그려낸다.

특히 동화사~부인사~파계사로 이어지는 팔공산순환도로(16.3㎞)의 가로수는 가을이면 울긋불긋한 단풍터널을 만들어

나들이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팔공산 허리를 감싸돌면서 꼬불꼬불 이어지는 이 순환도로는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다.

팔공산 갓바위 불상에는 ‘정성을 다하면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속설 때문에 매월 초하루나 입시철 등에는 전국 각지에서 인파가 몰려든다.


팔공산은 빼어난 산세와 더불어 천년고찰, 각종 문화재 등 꼼꼼히 살펴볼 만한 것들도 많다.

동화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9교구 본사로 팔공산을 대표하는 사찰이다.

신라 고찰로 입구에서 부드러운 표정으로 중생을 맞이하는 마애불좌상(보물 제243호)을 비롯, 7점의 보물을 소장하고 있다.

대웅전(보물 제1563호)은 뒤틀린 나무를 그대로 기둥으로 삼아 자연미를 한껏 살려 놓았다.

동화사는 올해 중국 요령성에서 열린 제5회 국제관광박람회에서 동아시아 10대 관광명소로 선정될 정도로 역사성과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다.

7세기에 창건된 부인사는 선덕여왕과 인연이 깊다.


선덕여왕 당시 사세를 크게 떨친 부인사는 지금도 매년 3월 선덕여왕을 추모하는 숭모제를 지내고 있다.

부인사는 또 해인사의 팔만대장경보다 200년이나 앞선 것으로 알려진 초조대장경을 보관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팔공산을 이야기하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관봉석조여래좌상(해발 851m, 보물 제431호)이다.

머리 위에 평평한 돌 하나를 갓처럼 쓰고 있어 갓바위로 더 잘 알려진 불상(높이 4m)이다.


동화사 집단시설지구에서 전망대(해발 820m)까지는 케이블카가 운행되고 있으며, 염불봉 아래 병풍바위에서는 암벽 등반 애호가들이

스릴을 만끽한다.

1980년 5월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팔공산은 전통 수공예품이 보관된 송광매기념관을 비롯해 방짜유기박물관, 자연염색박물관 등

다양한 체험학습시설도 들어서 있다.


동화사 구간 등 6개 등산로…갓바위 오르면 대구 한눈에

팔공산은 동화사 코스, 갓바위 코스 등 6개의 등산로를 갖고 있다.

등산로별로 정상에 이르는 거리는 3~9.3㎞, 소요 시간은 2~6시간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다.

구간마다 특색이 있어 등산객은 자신의 취향에 맞춰 적절한 코스를 고르면 된다.


가장 인기있는 코스는 경사가 완만하고 등산로가 잘 정비된 수태골 코스다.

수태골~암벽바위~철탑삼거리~동봉(3.5㎞)까지 약 2시간 소요된다.

수태골의 맑은 계곡물과 새소리, 바람소리가 어우러져 등반객을 설레게 한다.


동화사 코스는 불교문화 탐방코스로 각광을 받는다. 동화지구(탑골)~동화사~염불암~동봉(3.4㎞)까지 약 2시간.

입구에서 신라고찰 동화사를 관람한 뒤 부속암자인 부도암·양진암·내원암·염불암 등을 줄줄이 거친다.

정상인 동봉 200여m 아래에 있는 거대한 석조여래입상은 등산객들을 압도하며 경이로움마저 안긴다.

염불암에서 동봉으로 오르는 능선까지의 800여m 구간은 경사가 가파른 편이라 등산객들의 호흡을 거칠게 한다.


기도객이 주로 찾는 갓바위 코스도 빼놓을 수 없다.

갓바위 집단시설지구에서 관암사를 거쳐 1시간가량 오르면 당당하고 위엄을 갖춘 갓바위가 나타난다.

갓바위 가는 길은 돌계단, 철제난간 등으로 등산로가 정비돼 있어 노약자들도 오를 만하다.

갓바위에 오르면 탁트인 팔공산 전경과 함께 좌우로 대구시, 경산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산을 즐겨 찾고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갓바위~동봉 구간이 좋다.

노적봉~능성재~도마재를 거치는 능선을 따라 5시간 걷다보면 동봉에 이른다.

능선 구간마다 좌우로 장엄하게 펼쳐진 팔공산세를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부인사~성지골~삼성암~서봉 코스는 한적한 느낌을 줘 명상하기에 적절한 코스로 꼽히고 있다.

노약자, 어린이들은 케이블카를 이용할 수도 있다.


<대구 | 박태우기자 taewoo@kyunghyang.com>

 

 

 

ㆍ左 송광·右 선암사‘천년 불심’을 품다

전라남도 순천의 조계산은 우리나라 불교계를 대표하는 두 사찰을 품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동쪽 기슭에는 태고총림 선암사, 서편 기슭에는 조계종 삼보사찰로 이름난 송광사다.

이들 사찰은 모두 통일신라 때 창건된 천년고찰들로 수많은 관람객들이 사시사철 찾아든다.

조계산은 그 이름도 국내 불교문화의 요람이란 뜻에서 조계(曹溪)라 얻었다.

조계산 자락에 안겨 있는 선암사. 주변과 조화를 이루어 비경을 자아내고 있다. |순천시 제공


조계산은 순천시 승주읍과 주암면, 송광면, 낙안면 등 4개 읍면에 걸쳐 있다.

전북 내장산에서 뻗어내려 광주 무등산과 사자산, 보성 벌교의 금화산·계족산으로 힘차게 이어오다 광양 백운산에서 불끈 솟아

그 자락을 남해에 드리운 호남정맥(湖南正脈)에 자리하고 있다.


섬진강 지류인 보성강을 끼고 있는 조계산은 주봉인 장군봉(해발 884m)을 중심으로 해발 700~800m의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이

어머니 품처럼 넉넉하게 펼쳐져 있다.

예전에는 동쪽의 장군봉을 청량산, 서쪽 봉우리를 송광산이라 불렀으나 고려 때부터 조계산으로 통칭됐다 한다.


조계산에서 발원한 계류는 동쪽은 상사호, 서쪽은 주암호(보성강)로 흘러들어 광주와 전남 주민의 식수원 역할은 물론

농경지를 적셔주는 젖줄 기능도 하고 있다.


귀중한 문화재를 많이 품고 있는 데다 곳곳이 빼어난 경관을 자랑해 1986년 전체 면적의 85%가량인 22.22㎢에 대해

사적 및 명승 제8호로 지정되어 있다.


조계산 정상 부근은 갖가지 나무들이 어우러져 있어 계절에 따라 새롭게 옷을 갈아입는다.

굴참나무와 신갈나무·졸참나무 등 낙엽활수림을 중심으로 늘 푸른 잎을 자랑하는 소나무가 적당히 섞여 있어

사계절 등산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조계산의 하단부는 편백과 삼나무 숲으로 이뤄져 있어 근래 ‘웰빙 시대’를 맞아 삼림욕장으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기도 하다.


계절별로 보면 이른 봄 송광사 주변 산자락에는 히어리가 노란 꽃을 피운다.

히어리는 이곳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하여 ‘송광납판화’ ‘송광꽃나무’로 불리기도 한다.


봄이 무르익으면 송광사 굴목재~큰 굴목재 간 등산로는 붉게 피어나는 산철쭉으로 장관을 이룬다.

여름철에는 더위를 식혀주는 실록, 가을엔 단풍이 절경을 연출한다.

특히 가을 단풍은 굴참나무, 신갈나무 등이 많아 남쪽에서는 보기 드물 정도의 비경이라는 평가다.

눈 내린 장군봉과 연산봉도 등반객의 눈길을 잡기에 충분하다.


조계산에는 모두 680여종의 식물과 조류 67종, 포유류 18종, 양서류 8종, 파충류 9종, 곤충 396종, 버섯류 193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특히 산속 해발 800m 지점에는 자연습지가 있어 보호되고 있다.

보전을 위해 습지의 정확한 위치를 밝히기는 어렵지만 순천시 관계자는 “보전가치가 충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계산 선암사와 송광사 주변의 집단시설지구에는 온 가족이 찾아 즐길 만한 야생화 단지, 산촌체험장 등도 조성돼 있다.

또 이들 사찰에는 모두 국보 3점과 보물 39점, 지방문화재 12점 등의 문화재가 소장되어 있어 역사공부도 가능하다.

특히 송광사 말사인 천자암에는 천연기념물 제88호인 곱향나무(일명 쌍향수)가 많은 설화를 간직한 채 자라고 있다.


인근의 낙안읍성에는 우리나라 조선시대 생활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당시의 가옥, 관아 등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어

산행 후 볼거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조계산 일대(27.23㎢)는 1979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정상 아래 보리밥집‘추억 한그릇’ 뚝딱

조계산 산행은 동편의 선암사나 반대편의 송광사 어느 쪽에서 시작해도 비슷한 시간에 다양한 코스를 즐길 수 있다.

산세가 부드러운 데다 대부분 능선을 따라 길이 나 있어 연인끼리, 또는 가족 단위 소풍 코스로도 적합하다는 평가다.

등산로 대부분이 울창한 수목으로 터널을 이루어 여름철에는 시원한 그늘이 돼 주고, 가을엔 단풍이 곱게 물들어

등반객들의 지친 심신을 달래준다.

겨울철 이따금씩 눈이 내리면 장군봉과 연산봉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설경은 장관을 이룬다.


특히 산 정상 아래 굴목재에는 무공해 채소와 보리밥을 파는 간이식당이 있어 ‘추억의 먹거리’로 산행객들 사이에선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등산로는 모두 11개 노선에 80여㎞다. 대부분의 등산로가 약 3~5시간이 걸린다.

일반 시민들이 비교적 쉽게 찾는 대표적 코스는 선암사 매표소에서 큰 굴목재~송광사 매표소 간 8.7㎞다.

이 구간은 3시간가량이 소요된다.


노약자나 어린이도 쉽게 오를 수 있는 코스도 있다.

선암사 매표소에서 장군봉~큰 굴목재~선암사 매표소 구간 8.8㎞로 약 2시간30분이 소요된다.


이어 선암사 매표소~작은 굴목재~장군봉~장박골 정상(삼거리)~연산봉~송광사 굴목재~송광사 매표소 구간은

12.2㎞로 5시간가량을 예상해야 한다.

또 선암사 매표소를 출발하여 천자암~송광사 굴목재~선암사 매표소의 11.3㎞도 약 5시간이 소요된다.


선암사 매표소에서 작은 굴목재를 지나 연산봉~송광사 굴목재~송광사 매표소 구간은 9.6㎞이며,

선암사 매표소~장군봉~정박골 정상~연산봉~송광사 굴목재~천자암~송광사 매표소 구간은 11.3㎞로 각각 4~5시간이 걸린다.


<순천 | 나영석기자 ysn@kyunghyang.com>

 

 

ㆍ母山자락 ‘휘휘’ 눈부신 설화



덕유산은 덕이 많고 너그러운 모산(母山)이라 하여 ‘덕유산’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전북 무주군과 장수군, 경남 거창군과 함양군에 걸쳐 있다.

주봉인 향적봉(1614m)을 중심으로 해발 1300m 안팎의 장중한 능선이 남서쪽을 향해 장장 30여㎞에 뻗쳐 있다.

북덕유에서 무룡산(1491m)과 삿갓봉을 거쳐 남덕유(1507m)에 이르는 주능선의 길이만도 20㎞를 넘는 거대한 산이다.

덕유산 정상에 눈이 내린 가운데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산다’는 주목나무가 하얀 눈꽃을 피우고 자태를 뽐내고 있다. | 무주군 제공

 

 


덕유산에서 발원한 계류는 북쪽의 무주로 흘러 금강의 지류인 남대천에 유입된다.

설천까지의 28㎞ 계곡이 바로 ‘무주구천동’이다.

구천동 계곡은 폭포, 담, 소, 기암절벽, 여울 등이 곳곳에 숨어 있다.

이를 가리켜 ‘구천동 33경’이라 부른다.


청량하기 그지없는 계곡과 장쾌한 능선, 전형적인 육산의 아름다움, 그리고 넓은 산자락과 만만치 않은 높이의 덕유산.

산악인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산 정상에는 주목과 철쭉, 원추리 군락지가 있어 봄, 가을 산행은 운치를 더한다.

동·서 비탈면에서는 황강과 남강 및 금강의 상류를 이루는 여러 하천이 시작돼 낙동강과 금강 수계의 분수령 역할을 한다.

식생은 250여종의 식물과 116종의 조류, 446종의 곤충류, 19종의 어류, 95종의 거미류가 서식하고 있다.


덕유산은 철쭉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하다.

특히 능선 일대에는 철쭉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철쭉밭이라 할 만하다.

그 길이만도 북덕유 정상 향적봉에서 남덕유 육십령까지 20㎞가 넘는 등산로에 걸쳐 있다.

가장 화려한 곳은 덕유평전이다.

평평한 능선에 철쭉밭이 화원을 이룬다.

따뜻한 봄날 산행인들은 “봄철 덕유산은 철쭉 꽃밭에서 해가 뜨고, 철쭉 꽃밭에서 해가 진다”는 말을 남길 정도다.


덕유산은 무주구천동을 끼고 있어 여름철에 그 청랑함과 차가운 계곡수로 각광받는 곳이지만,

가을단풍으로도 그 이름이 높다.

다채로운 단풍경승을 자아내는 데 산속으로 안길수록 더욱 깊고 그윽한 맛을 풍긴다.


대표적인 코스는 구천동 33경을 보면서 북덕유산 정상을 오르는 코스다.

하지만 이 코스는 단풍 절정기에 너무 많은 인파로 붐비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조용하고 깊이 있게 단풍을 즐기려면 덕유산 제2의 고봉인 남덕유산이 좋다.

남덕유산 정상에 오르면 푸른 빛의 구상 나무와 어우러진 단풍이 한껏 멋을 풍긴다.

삿갓재에서 왼쪽 골짜기로 내려서면 원통골. 원시림 지대여서 단풍이 더욱 찬란하다.

하류 쪽에 조성된 잣나무 단지의 푸른 빛과 참나무들의 갖가지 단풍빛이 썩 잘 어울린다.


겨울의 덕유산은 마치 히말라야의 고봉을 연상케 한다.

첩첩산중으로 장쾌하게 이어진 크고 작은 연봉이 눈가루를 흩날리며 선경을 연출한다.

덕유산은 남부 지방에 있으면서도 서해의 습한 대기가 이 산을 넘으면서 뿌리는 많은 눈 때문에 겨울 산행 코스로 최고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구천동 계곡에서 시작하는 산행은 다른 계절에 맛볼 수 없는 독특한 정취를 자아낸다.

눈 쌓인 능선길을 올라 정상인 향적봉에 이르면 눈옷을 입고 있는 철쭉군락과 주목, 구상나무 숲이 보여주는 설화(雪花)가

절로 감탄을 자아낸다.

향적봉에서 중봉 구간에 있는 구상나무 군락의 설화는 한폭의 동양화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구천동을 지나 향적봉을 약 3㎞ 남겨둔 곳에는 천년 고찰 백련사(白蓮寺)가 있다.

유형문화재인 매월당 부도와 정관당 부도, 지방기념물인 백련사 계단 등 문화재가 관람객을 맞는다.

덕유산 일대는 1975년 2월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장쾌한 설원 능선…겨울 산행의 백미

덕유산 산행은 전북 무주구천동 계곡을 기점으로 했을 때 크게 구천동 계곡 코스와 칠봉 코스, 오수자굴 코스로 나눠진다.

이중 구천동 계곡 코스가 가족단위 등반객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곳.

계곡과 철쭉군락이 어우러진 수려한 절경을 연출하는 구천동 33경이 있기 때문이다.


삼공리 주차장에서 매표소를 지나 월하탄을 시작으로 구천동 계곡의 33경을 보면서 백련사에 이른다.

백련사에서 덕유산 주봉인 향적봉까지는 3㎞. 가파른 길을 1시간30분 정도 오르면 향적봉이다.

중봉으로 발길을 돌리면 수만평의 철쭉군락이 펼쳐진 덕유평전이다.


최근엔 무주리조트의 곤돌라를 이용해 설천봉 전망대에 이르러 20여분 정도면 향적봉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이 여정은 겨울철 설화 산행 나들이로 최근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능선 양쪽으로 장쾌한 전망이 펼쳐지며 철쭉군란이 장관을 이룬다.


국립공원 덕유산은 남부지방에 있지만 겨울철이면 쏟아지는 많은 눈으로 중부 이남의 겨울 눈 산행으로 소백산과 쌍벽을 이룬다.

남덕유에서 향적봉까지 이어지는, 키가 큰 나무가 거의 없는 장쾌한 설원 능선은 눈과 설화, 상고대가 어우러진

겨울 종주 산행의 백미라는 평가를 받는다.


덕유산 산행은 1~2월의 눈 산행과 10월의 단풍 산행, 7월의 구천동 계곡 산행, 6월의 철쭉 산행 순으로 인기가 있다.

삼공리~백련사~향적봉~오수자굴 코스는 약 5시간 소요되며, 삼공리~백련사~향적봉~매표소까지는 약 8시간30분이 걸린다.

12시간 정도 걸리는 주릉 코스는 삼공리 주차장~백련사~향적봉~동엽령~무룡산~삿갓골재~월성재~남덕유정상~영각사~조산마을이다.

<전주 | 박용근기자 yk21@kyunghyang.com>

 

 
-김삿갓 풍류 흐르는 ‘동양화’-


태화산(太華山)은 풍류와 정절의 고장인 강원 영월의 진산이다.

영월과 충북 단양군 영춘면 상리 사이에 걸쳐 있는 이 산의 높이는 해발 1027m. 오지에 위치한 터라 자연 그대로의 멋을 간직하고 있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고씨동굴’도 산행의 묘미를 더해준다.

 

 

                            태화산 정상 부근에 쌓인 눈과 골짜기에 걸친 구름이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영월군 제공

 

백두대간 줄기인 내지산맥(內地山脈)에 솟아 있는 큰 산임에도 능선이 비교적 완만해 수월하게 오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울창한 숲을 뒤로 한 채 정상을 향해 오르다 보면 해발 900여m 지점에 고구려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알려진 태화산성이 있다.

 

둘레가 1200m쯤 되는 이 산성은 5각형에 가까운 부정타원형으로 성벽은 흙과 돌로 쌓여 있다.

 

이곳에서 서쪽으로 100m가량 떨어진 잣나무숲엔 지금도 사용이 가능한 우물이 있어 등산객들의 갈증을 풀어준다.

주능선을 따라 발길을 재촉하다 보면 굴참나무 군락이 나온다. 이곳을 지나면 정상이다.

 

태화산 정상에 서면 조망이 워낙 뛰어나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남쪽으로 눈을 돌리면 소백산 자락 각 봉우리와 월악·금수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또 북쪽 신갈나무숲 사이론 아담하게 자리잡은 영월읍 시가지가 내려다보인다.

 

태화산 동쪽 기슭을 따라 우회하며 남서쪽으로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은 한 폭의 동양화를 떠올리게 한다.

도심에 인접한 명산과 같이 각종 문화재를 간직하진 못했지만 계절에 따라 변화무쌍한 풍광만큼은 여느 산에 뒤지지 않는다.

특히 겨울철 눈 쌓인 능선 너머로 펼쳐지는 운해는 황홀경에 빠져들게 한다.

산행이 끝날 무렵 편안한 마음으로 ‘고씨동굴’을 둘러볼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산 끝자락 해발 210m 지점의 남한강 상류 하식단애(河蝕斷崖)에 위치한 고씨동굴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석회동굴로 1969년 천연기념물 219호로 지정됐다.

고생대 대석회암통에 속하는 지층으로 약 4억~5억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총연장이 3㎞에 달한다.

 

이 중 1㎞만 관광용으로 개방되고 있다.

동굴 안에는 3개의 폭포와 종유석·석순·석회화단구 등 다양한 2차 생성물이 조화를 이뤄 비경을 연출한다.

또 화석곤충으로 알려진 갈로와충을 비롯해 백색의 엽새우, 참굴개미 등 40여종의 동굴생물들이 살고 있어 신비함을 더해준다.

 

고씨동굴은 임진왜란 때 인근 지역에 거주하던 횡성 고씨들이 난리를 피해 숨어있던 곳이라 해 붙여진 이름이다.

동굴이 위치해 있는 영월군 하동면 진별리에서 그리 멀지 않은 예밀리에는 아직까지 횡성 고씨의 후손들이 살고 있다.

 

태화산은 그동안 원주 치악산과 단양 소백산 등 인근 지역 명산들의 그늘에 가려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들어 진가가 알려지면서

등산 동호회나 가족단위 등반객들의 발길이 부쩍 늘고 있다.

 

 

 

태화산(太華山) 등반에는 4시간가량 걸린다.

등반 코스는 단양 영춘~화장암~주릉~억새밭~정상~삼거리~고씨동굴(4시간40분), 팔괴리~삼거리 안부~정상~영춘(3시간40분),

팔괴리~정상~고씨동굴(4시간)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의 등산 동호인들은 영춘이나 팔괴리를 들머리로 한다.

고씨동굴 쪽으로 오를 수도 있으나 경사면이 가팔라 초보자들에겐 부담이 크다.

‘고씨동굴’ 안에 있는 만물상.

 

 

영춘 방면에서 산길을 따라 40분가량 오르면 1000여평의 분지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완만한 오르막길을 따라 가면 광활한 억새밭을 만난다.

곧장 북쪽으로 향하면 태화산 정상이다.

여기서 잠시 쉰 뒤 암벽으로 이뤄진 능선을 따라 삼거리 동쪽 길로 내려오면 샘이 나온다.

이 샘부터 고씨동굴까지는 45도가량의 급사면이어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등반후 둘러볼 명소도 많다.

영월군 하동면 와석리에 가면 조선 말 남다른 해학과 풍자로 명성을 떨쳤던 방랑시인 난고 김삿갓 유적지를 만날 수 있다.

생가와 문학관 등을 둘러보며 풍류에 젖어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단종의 유배지인 청령포나 한반도 지형으로 유명한 선암마을, 동강의 백미인 어라연, 별마로천문대, 곤충박물관 등도 가볼 만한 곳이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태화산을 찾으려면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해 원주방면으로 오다가 중앙고속도로로 진입해야 한다.

이후 남쪽으로 내려오다가 중앙고속국도 서제천IC~제천 방면 5번 국도~영월 방면 38번 국도~영월~청령포~흥월리 코스를 이용하면 된다.

〈최승현기자 cshdmz@kyunghyang.com〉

ㆍ암릉을 오르내리니 깨달음의 길이더라

충청북도 단양군 단성면 가산리에 있는 해발 964m의 도락산(道樂山)은 소백산과 월악산 중간쯤에 있는 바위산이다.

일부가 월악산국립공원의 끝머리에 포함돼 있다.

충북 단양 도락산은 병풍처럼 펼쳐진 암봉과 전해져 내려오는 많은 이야기, 다양한 문화유적, 단양팔경 등 주변의 관광지로 유명하다.


도락산은 우암 송시열 선생의 인품을 음미해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우암 선생이 이름을 지었다는 도락산은 ‘깨달음을 얻는 데는 나름대로 길이 있어야 하고 거기에는 또한 즐거움이 뒤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도락산 정상에는 넓은 바위와 바위 연못이 있다.

숫처녀가 물을 퍼내면 금방 소나기가 쏟아져서 다시 물이 채워진다는 전설이 내려져 온다.

능선에는 신선봉·채운봉·검봉·형봉 등 암봉이 성벽같이 둘러져 있다.

널따란 암반에 직경 1m 정도 웅덩이 같이 파여 있는 신선봉은 도락산에서 전망이 제일인 곳이다.

이곳에 서면 황정산·수리봉·문수봉·용두산 등이 펼쳐진다.

도락산은 등산뿐 아니라 단양팔경 중 사인암, 상·중·하선암 등 4개의 절경이 인접해 있어 관광을 겸한 산행지로 제격이다.

산의 상부엔 독락산성과 광덕암이라는 암자가 있어 역사·문화적인 운치를 더한다.

독락산성은 해발 749m에서 926m 사이에 있다.

삼국시대에 축성한 것으로 보이며 성의 둘레는 4㎞에 수천명이 머물 수 있는 큰 성으로 알려져 있다.

성 밑에는 석문에서 솟아나는 작은 샘이 있는데 위장병을 치유해 주는 약수라 해서 천수천약수라고 불린다.

도락산을 올라가다 보면 광덕암이 있다.

1950년쯤 비구니 김경임 스님이 창건했다.

지대는 높지만 절 경내는 평탄하고 넓은 입지를 가지고 있다.

경내는 약 1정(3000평)으로 지형은 연화부지라 해 법당을 중심으로 후면 좌우에 산신각, 칠성각과 전면 좌우에 요사동 5동이 있다.

사찰 뒤편 도락산의 정상에는 평탄한 암석이 있는데 신선이 하강했다 해서 신선암이라 불리고 있다.

도락산 주변 30분 거리 이내에는 유명 관광지가 많다.

단양팔경을 비롯해 고수동굴 등 3개 동굴과 온달산성, 적성비, 선사유적지와 소백산·월악산국립공원, 충주호유람, 단양유황온천 등

머물면서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는 최고의 관광지가 주변에 산재해 있다.

도락산 산행의 기점은 상선암휴게소. 이미 해발 300m에서 시작된다.

경관이 좋고 암릉을 오르내리는 재미 또한 각별하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산행 경험이 풍부한 안내자와 함께 가는 것이 좋다. 눈이 올 경우엔 더욱 조심해야 한다.

일단 산에 들어가면 식수를 구하기 어려우므로 미리 준비해야 한다. 등산 시기는 가을, 여름, 봄 순으로 좋다.

상선암휴게소에서 상금교를 건너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올라가면 상선암에 닿게 된다.

이 절 오른쪽 아래의 샘터에서 수통에 물을 채워야 한다,

지능선길 초입부터 가파른 급경사길로 올라서면 능선마루에 이르고 상선암 쪽이 내려다보인다.

이곳부터가 암릉길이다.

암릉 코스 좌우로는 곳곳에 소나무가 바위 사이로 뿌리를 내려 ‘자연이 만든 분재’를 감상하는 것도 일품이다.

제봉(弟峰·900m)에서 남쪽 형봉(兄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도 흥미롭다.

온통 바위로 뒤덮이고 무성한 숲길을 따라가면 형봉이 나온다.

형봉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는 길은 검봉, 왼쪽으로 들어서면 넓다란 암반, 신선봉이 나온다.

암반 아래로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아찔하다.

도락산 정상에서의 조망은 참나무 군락으로 뒤덮여 있어 시원하지 않다.

상선암휴게소~상선암~상선상봉~능선분기점~정상~능선분기점~검봉~상선암휴게소까지 산행거리는 7.8㎞, 약 4시간30분이 소요된다.

주변에 잠자리와 먹거리가 많지만 인근의 소선암자연휴양림에서 휴식을 취해 볼 만하다.

6~15명이 숙박할 수 있는 휴양림을 5만~15만원에 빌릴 수 있다.

7~8월, 공휴일은 이용요금의 30%를 할인해 준다.

고려말 전설 서린 곳…후세에 ‘성골’로 불러

도락산에는 고려의 마지막 왕인 공양왕과 연관된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다.

고려가 망할 무렵 도락산 절골에는 짚신을 삼아 팔아서 살아가는

할아버지, 할머니 내외가 살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할아버지를 ‘짚신 할아버지’라고 불렀다.

산 아래 동네에서 이인(異人)으로 소문난 그는 이따금 마음이 내키면

명당자리를 잡아주곤 했다.

고려의 마지막 임금인 공양왕이 난을 피해 미복(微服) 차림으로

도락산을 찾았다.

왕은 짚신 할아버지의 집에서 잠시 쉬어가려고 청했다.

짚신 할아버지는 얼른 안으로 들이고 할머니에게 손님대접을 하게

산 아래 박 서방에게 가서 쌀 한 말을 꾸어 오도록 했다.

그러나 얼마 후 할머니는 빈손으로 돌아왔다. 박 서방이 쌀을 꾸어주지 못하겠다고 해 그냥 왔다는 것이다.

짚신 할아버지는 이 소리를 듣고 허허 웃더니 “그 사람 벼 오십 섬은 할 수 있는 집터를 잡아줬더니 쌀 한 말을 꾸어주기 싫어하다니…”

하고 중얼거렸다.

이 말을 들은 왕이 “그렇게 풍수를 잘 아는 사람이 왜 짚신만 삼고 있소” 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짚신 할아버지는 “내가 사는 이 집터는 돈도 권세도 없고 알아주지 않는 집터에 불과하지만 궁궐이 될 터입니다.

오늘밤 임금님께서 하루를 머무르고 가실 테니 말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왕은 깜짝 놀라 어떻게 그리 잘 아느냐 했더니 도락산 정상에 모여 있는 빛과 대왕의 그 인자하신 모습을 보고 알았다고 했다.

결국 왕은 그 집에서 하룻밤을 묵었으니 짚신 할아버지의 풍수지리가 맞아떨어졌고 초라하던 집은 행궁이 된 셈이다.

그후 할아버지는 아무리 가난해도 왕의 마음으로 한 세상을 살았다 한다.

왕은 그 자리에 성을 쌓으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고려는 멸망하고 말았다.

그래서 후세 사람들은 그곳을 성골이라 불렀다.

<단양 | 김영이기자 kye@kyunghyang.com>

ㆍ천년 고찰 품에 안고 공작이 날개 펼친 듯

강원 홍천군 동면 노천리와 화촌면 군업리 경계에 위치한 공작산(孔雀山)은 빼어난 계곡과 유서 깊은 사찰을 살포시 감싸고 있는

영서내륙의 명산이다.


해발 887m인 이 산은 고봉준령을 두루 갖춘 오대산과 설악산처럼 장쾌하거나 화려하지도 않다.

하지만 완만한 능선의 부드러운 곡선미와 산중 잡목들과 절묘하게 어우러진 분재모양의 노송군락은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산세 또한 험하지 않아 누구나 쉽게 다가설 수 있을 듯한 친숙함을 주는 데다 수도권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이 때문에 최근 등산 동호인들의 발길이 부쩍 잦아지고 있다.

뻗어내린 능선이 마치 공작의 날개처럼 펼쳐져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하여 그 이름이 유래한 이 산은 계절에 따라 색다른 옷을 갈아

입으며 초행자들의 마음을 단 한 번에 사로잡는다.

봄과 여름엔 정상 일대의 연분홍 철쭉과 계곡의 너른 암반 사이로 힘차게 떨어지는 폭포수의 하얀 포말이 산중을 채색하고

가을과 겨울엔 붉은 단풍, 은세계를 방불케 하는 눈꽃과 상고대(서리꽃)가 독특한 자태를 뽐내며 장관을 연출한다.

약초, 산나물이 많이 나는 등 식생 또한 좋아 등반객뿐 아니라 산삼을 캐려는 심마니들도 자주 찾는 곳이다.

화촌면 군업리의 군업교를 들머리 삼아 군업천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새 모양의 산머리가 나타나고 암릉을 거쳐 정상에 서면

홍천군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발 아래로 아득히 보이는 산촌마을은 정감을 더하고 홍천강을 향해 굽이굽이 흘러내린 산줄기는 공작의 꼬리를 연상케 한다.

정상에서 서남쪽 능선 아래 산 끝자락인 홍천군 동면 덕치리엔 천년고찰인 수타사(壽陀寺)와 수타계곡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빼어난 계곡미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어 팔봉산·가리산·가령폭포 등과 함께 홍천의 9경(景)으로 손꼽힌다.

수타사에서 노천리까지 약 20리 이어지는 수타계곡은 수량이 풍부해 넓은 소(沼)가 많다.

공작산을 가로지르는 수타계곡에 우거진 나무들이 가을 단풍을 뽐내고 있다. | 홍천군 제공

수타교에서 물줄기를 거슬러 오르면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했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용담’을 비롯해 크고 작은 소가 연이어 모습을 드러낸다.

빽빽이 우거진 숲을 가로지르는 계곡엔 기암괴석과 폭포도 산재해 있어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다.

트레킹을 하듯 가벼운 마음으로 계곡을 둘러본 후 신라의 원효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 수타사 경내에 들어서면 좀처럼 보긴 힘든 문화재도 접할 수 있다.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가 인조(1636년) 때 재건된 이 사찰엔 조선 세조 때 ‘석보상절’과 ‘월인천강지곡’을 합해 편찬한 보물 제745호 ‘월인석보’ 제17권, 18권을 비롯해 비로자나불을 모신 대적광전(강원도 유형문화재 17호), 1364년에 만들어진 동종, 후불탱화, 홍우당부도 등 수많은 문화재가 간직돼 있다.

중심 법당 격인 대적광전은 내부 장식이 정교하고 아름다워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만든다.

이 밖에 가족들과 함께 1박2일 코스로 나들이 삼아 산행에 나섰다면 동면 노천리에 위치한 ‘공작산자연휴양림을 찾는 것도 좋다.

자연석과 흙, 통나무, 숯 등 자연재를 이용해 지은 독립형 황토나무산장은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온돌방 구들을

따끈따끈하게 만들기 위해 장작불을 지피는 화부의 모습은 시골의 옛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공작산 산행은 이처럼 문화의 향취를 함께 느낄 수 있어 일석이조다.

암릉코스서 스릴 즐기고, 홍천온천서 피로 날리고

공작산 등반은 그리 어려운 편은 아니다.

하지만 정상 부근 암릉에 올라서면 위험한 곳이 종종 있어 실족 등 안전사고 방지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등반 시간은 코스별로 다소 차이가 있으나 3시간40분~6시간40분가량 소요된다.

대표적인 등반 코스는 △ 군업교~등산로 안내판~밤나무골 삼거리~공작폭포~암릉지대~정상~동릉 삼거리~공작골가든(3시간40분) △ 굴운리 버스종점~천지사~안공작재~정상~동릉 안부~안골~공작골가든(4시간35분) △ 군업교~등산로 안내판~공작폭포~뜨메기골~정상~안공작재~수리봉~약수봉~수타사계곡~수타사(6시간40분) △ 신봉교~동봉사~수리봉기도원~수리봉~안공작재~정상~735봉~문바위골~공작골가든(4시간40분) 등이다.

등산객 중 상당수는 이 가운데 군업교~공작골가든 코스를 선호한다.

다른 코스에 비해 시간이 적게 소요돼 피로감이 덜한 데다 군업천을 거슬러 올라가며 바라보는 풍광 또한 좋기 때문이다.

공작산 주변엔 산행 후 둘러볼 만한 명소도 많다.

홍천읍 삼마치리의 전통불한증막이나 북방면 소매곡리의 홍천온천을 찾으며 지친 몸을 풀며 안정을 취할 수 있다.

홍천 온천의 온천수엔 알칼리성의 중탄산나트륨이 다량 포함돼 있어 피부나 피하조직의 상처회복을 촉진시켜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녀를 동반했을 경우 토양·습지·식물·곤충·조류 관련 생태를 모두 관찰할 수 있는 북방면 ‘강원도자연환경연구공원’이나

서면 모곡리의 한서 남궁억 선생 기념관도 한번쯤 들를 만하다.

수도권에서는 양평을 거쳐 44번 국도를 따라 홍천에 진입하면 된다.

동서울터미널~홍천 간 버스도 자주 있어 교통편도 좋은 상태다.

또 충청·호남권에서는 중부고속도로~호법JC~영동고속도로 만종JC~중앙고속도로 홍천IC, 영남권에서는 대구~중앙고속도로~

홍천IC 코스를 이용할 수 있다.

<홍천 | 최승현기자 cshdmz@kyunghyang.com>

ㆍ각양각색 기암봉 소금강 중에 으뜸

대둔산은 금강산의 아름다움을 빼닮았다는 수많은 소금강(小金剛) 가운데서 가장 ‘금강산 같은’ 산으로 통한다.

수많은 기암봉과 풍경은 마치 금강산에 오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제1 소금강(小金剛)’ ‘작은 설악산’ 등 별칭이 유난히 많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특히 가을단풍은 대둔산의 절경을 가장 잘 드러낸다는 평가다.

대둔산은 기암봉과 괴석, 그리고 가을단풍이 연출해 내는 아름다움으로 ‘금강산을 가장 많이 닮은 산’으로 불린다. 산 아래는 천년고찰 태고사가 자리하고 있다.


충남 금산군 진산면, 논산시 벌곡면과 전북 완주군 운주면의 경계에 위치한 대둔산(해발 878.9m)은 인근 오대산, 월성봉, 천등산 등과 함께 노령산맥의 북부 잔구군(殘丘群)을 형성하고 있다.

수십 개의 봉우리가 6㎞에 걸쳐 솟아 있을 뿐만 아니라 3개군이 대둔산에 걸쳐 있어 어느 지역으로 든 산행이 가능하다.

기암봉들의 위세와 아름다운 풍경이 유명한 전북 완주 쪽은 1973년 전북도립공원으로, 충남 논산 쪽은 80년 충남도립공원으로

각각 지정됐다.

경관은 전북 완주 쪽이 더 낫다.

많은 기암봉들이 밀집해 있고 장군봉, 왕관봉, 칠성봉, 쌍칼바위 등 각양각색의 기암봉 사이를 휘도는 등산길은 산행의 진수를 맛보기에

충분하다.

산중턱까지 놓인 케이블카, 기암봉 사이를 잇는 구름다리 등 다양한 편의시설은 산행을 돕는다.

특히 구름다리는 사진을 찍으려는 많은 이들로 늘 붐빈다.

사실 자연을 즐기려는 등산객들에게 이 같은 인공시설물은 반가운 게 아니지만 이 덕분에 일반인들도 큰 부담 없이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충남 논산시 벌곡면 산자락은 기암봉이 많은 완주 쪽과는 또 다른 맛을 제공한다.

특히 암릉 등줄기에 직접 올라 산정을 향하는 수락계곡(군지골)은 좌우로 펼쳐지는 절경에 기분마저 상쾌해진다.

군지골은 수락계곡 최고의 비경지대로 양옆으로 수직의 절벽이 감싸고 있는 특이한 지형이 볼거리다.

제1폭포, 화랑폭포, 비선폭포, 군지폭포 등이 몰려 있는 군지골 협곡을 감상하는 것은 대둔산 산행에서 오는 덤이다.

대둔산에는 완주 방면에 3개, 논산 방면에 2개, 금산 방면에 1개 등 모두 6개의 등산로가 있다.

이 중 완주군 운주면 산북리의 집단시설지구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산중턱까지 올라 구름다리~삼선계단~마천대(정상)~칠성봉전망대

~용문골로 이어지는 원점회귀코스는 대둔산의 절경을 두루 살펴볼 수 있어 등산객들로부터 가장 인기가 있다.

신라의 고승 원효대사가 “절터가 정말 좋다”며 3일간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는 태고사.

대둔산 운해도 등산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자연의 선물이다.

맑은 날이면 언제나 산 밑으로 구름이 낮게 깔린다.

특히 단풍이 절정일 때 붉게 물든 산자락에서 보는 운해는 등반객들의

넋을 앗아갈 만큼 자연의 아름다움 그 자체다.

대둔산에는 태고사, 안심사, 신고운사 등 천년사찰이 있었으나 한국전쟁 와중에 소실됐다.

이 중 74년 복원된 태고사는 신라 문무왕 때 원효대사가 세운 절이다.

전국 12개 승지의 하나로 태고사 절터를 찾아낸 원효대사가 주변 경관이 무척 마음에 들어 3일 동안 춤을 추었다는 기록이 전해질 정도다.

태고사 뒤편에는 절묘하게 솟은 의상봉, 관음봉, 문수대, 낙조대가 있어 많은 일출과 일몰을 즐기기에 좋다.

태고사는 또 우암 송시열 선생이 공부하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복원 당시 대웅전을 비롯한 무량수전, 관음전, 선방 등이 새로 지어졌다.

또 배티재와 이치대첩비도 둘러볼 만하다.

특히 배티재는 임진왜란 당시 권율 장군이 전주로 입성하는 2만여명의 왜군을 1500여명의 군사로 막아낸 곳이다.

행주대첩, 진주대첩에 앞서 임진왜란 최초로 육지에서 승전고를 울렸다는 역사적 가치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완주쪽 전망 좋고 논산쪽 계곡 멋져

대둔산에는 완주, 논산, 금산 등 3개군에 걸쳐 모두 6개의 등산로가 있다.

출발점은 다르지만 이들 코스는 결국 원점회귀나 종주 등 다양한 코스와 연결돼 있어 등산객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산행을 맘껏 즐길 수 있다.

대둔산의 빼어난 경치를 감상하고 싶다면 기암봉과 괴석들이 많은 전북 완주 쪽 코스를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대둔산 정상인 마천대를 비롯해 입석대, 신선바위, 돼지바위, 장군봉, 낙조대 등이 대부분 주능선 남쪽인 완주군 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주요 등산코스로는 시설지구~마천대~용문굴~케이블카~시설지구와, 시설지구~마천대~낙조대~용문굴~케이블카~시설지구, 시설지구~마천대~옥계천, 시설지구~마천대~깔딱재~수락계곡 등이 있다.

대둔산의 북쪽에 위치한 논산시 벌곡방면 산자락은 완주군과는 사뭇 다른 풍광을 드러낸다. 산행은 버스종점에서 포장도로를 따라 20분쯤 걸어가면 나타나는 대둔산 승전탑 앞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완주방면에서와 같은 기암봉, 괴석은 찾아볼 수 없지만 대신 계곡과 암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멋스럽기 그지없다.

승전탑 앞에서 남쪽으로 난 계곡을 따라 숲길로 들어선 다음, 선녀폭포를 지나 철다리 몇 개를 건너면 화랑폭포가 나온다.

이곳에서 오른쪽 길로 들어서면 수직절벽으로 둘러싸인 군지골이다. 한낮에도 햇빛이 들지 않을 정도로 깊고 그윽하다.

군지골은 수락계곡 최고의 비경지대로 알려져 있다.

군지골 상단에는 긴 물줄기를 그려내는 금강폭포와 은폭이 자리잡고 있으며 은폭을 지나면 바로 급경사의 220계단이 나타난다.

이 계단을 오른 다음 남쪽으로 숲과 바위지대가 적당히 섞인 능선을 따라 1시간30분 정도 올라가면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대둔산도립공원 관리사무소 권현식 계장은 “계절마다 아름다움을 달리하는 대둔산은 사계절 내내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라며 “가족, 친구들과 함께 이곳을 찾아 즐거운 추억을 간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전 | 정혁수기자 overall@kyunghyang.com>

ㆍ풍덩 빠지고 싶은선홍의 色界

국내에서 ‘단풍’ 하면 바로 떠오르는 산이 내장산이다.

그만큼 다양한 군락의 단풍들이 만산홍엽을 이룬다.

굳이 산에 오르지 않더라도 사찰인 내장사까지 걷다보면 진입로에 도열한 108개의 아기단풍 자태에 빠져든다.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는 케이블카도 있다.

내장산은 전북 정읍시 내장동과 순창군, 그리고 전남 장성군 북하면 약수리에 걸쳐 있는 산으로 남원의 지리산, 영암의 월출산, 장흥의 천관산, 부안의 변산과 더불어 호남 5대 명산으로 손꼽힌다.


전북 정읍시 내장동과 순창군, 그리고 전남 장성군 북하면 약수리에 걸쳐 있는 산으로 남원의 지리산, 영암의 월출산, 장흥의 천관산,

부안의 변산과 더불어 호남 5대 명산으로 손꼽힌다.

높이 763m로 1971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내장산은 원래 영은산이라 했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도 계곡속에 들어가면 잘 보이지 않아 마치 양의 내장 속에 숨어 들어간것 같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산 안에 무궁무진한 것이 숨겨져 있다는 이유로 내장산이라 불리게 되었다는 속설도 있다.

내장산은 한국 8경의 하나로 500여년 전부터 단풍 명소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백양사·도덕암 등의 사찰과 금선계곡·원적계곡·도덕폭포·용굴암지 등 수많은 관광 명소가 산 곳곳에 흩어져 있다.

내장산 단풍은 선홍색을 띠는 게 특징이다.

불 타는 단풍터널과 기암절경들에 물감을 풀어놓은 듯 지천을 물들인 색의 향연은 단풍비경의 대명사로 꼽히는 데 손색이 없다.

내장산의 상징은 단풍터널이다.

매표소를 지나 탐방안내소부터 일주문을 거쳐 내장사까지 이어진 108개의 단풍나무 도로는 가히 터널숲을 이루며

형형색색의 조화를 만들어 낸다.

단풍터널 중간에는 일명 ‘박 대통령 고개’라 알려진 도로가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단풍터널 도로를 달려가다 특정 고개에서 갑자기 비행기 타는 기분이 들자 뒤로 후진시켜 다시 달려봤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내장산 단풍이 유명해진 것은 산중의 수목 95% 이상이 활엽수여서 노란색이나 주황색 등 여러 색감의 조화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단풍나무가 밀집한 지역의 크기, 여러 단풍나무과의 수목이 어울려 빚어내는 가을색의 현란함은 다른 지역 명산들이 따라올 수 없다.

내장산이 그렇다고 가을에만 유명한 산은 아니다.

봄에는 철쭉과 벚꽃, 여름에는 짙고 무성한 녹음으로, 겨울에는 바위절벽의 멋진 비경과 아름다운 설경 등 사계절 내내

갖가지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만개해 볼거리가 풍성하다.

내장산국립공원에는 천연기념물 굴거리나무(제91호)가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는 ‘용굴’은 내장산 최고봉인 신선봉 등반코스 중턱에 자리잡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 태조 영정과 왕조실록을 1년간 보관한 곳으로 알려져 등반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중 가장 먼저 조성된 내장산 자연관찰로는 3.6㎞로

1시간20분이면 돌아볼 수 있다.

학생들에게 다양하고 쉬운 해설이 곁들여져 자연학습을 통해 자연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공간이다.

내장산에는 천년고찰 내장사가 있다.

내장사는 1300년 전 백제 제30대 무왕 37년인 서기 636년 도승 영은조사가 지금의 절 입구 부도전 일대로 추정되는 자리에 영은사란 이름으로 창건했다.

이 사찰은 내장산의 명 봉우리들이 절 주변을 병풍처럼 둘러쳐 산상에서 쳐다보는 전경이 경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조금만 발품을 더 팔면 인근의 백양사도 둘러 볼 수 있다.

대웅전과 극락전 등 조선중기의 건물들이 다수 남아있는 웅장하고도

고풍스러운 면모를 갖추고 있는 게 백양사다.

내장산에 들르면 먹거리도 놓쳐서는 안된다.

내장산 입구에 잘 조성된 관광단지 내에는 이 고장의 대표적 먹거리인 산채정식 전문음식점이 수두룩하다.

더덕 등 30여가지의 현지에서 생산된 반찬을 차려낸다.

여기에 복분자를 곁들이면 금상첨화. 가격도 1만원선으로 많이 비싸지는 않다.

서래봉서 신선봉까지 6시간 ‘절경코스’

내장산 등산로는 다섯 군데다.

첫번째는 송이바위에서 유군이재로 올라 장군봉을 거쳐 신선봉으로 오르는 길이다.

두번째는 일주문 입구에서 벽련암을 거쳐 서래봉으로 오르는 서래봉 코스이고 세번째는 내장사에서 연자봉을 거쳐 신선봉으로 오르는 길이다.

또 내장사에서 금선계곡을 타고 기름바위를 거쳐 신선봉으로 오르는 길과 내장사에서 먹뱅이골을 따라 불출봉으로 올라 까치봉을 거쳐 신선봉으로 가는 길 등이 있다.

백미는 서래봉을 올라 불출봉과 까치봉을 거쳐 신선봉까지 종주하는 코스다.

산행시간만 해도 6시간이 넘게 걸리는 코스로 내장산의 모든 것을 감상할 수 있다.

내장산에 가서 반드시 탐방해야 할 곳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산에 오르지 않고도 매표소를 지나면 바로 나타나는 게 단풍터널이다.

일주문에서 내장사까지 도열한 108그루의 단풍나무들은 만산홍엽의 극치다.

이곳을 걸어 내장사 경내를 돌아보고만 나와도 내장사 단풍의 절경은 감상한 셈이다.

인근 백양사에는 백학봉 아래 운치있게 자리잡은 쌍계루 연못 풍경이 일품이다.

내장9봉(內藏9峰)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427m의 월영봉은 9봉 중 가장 낮은 봉우리다.

추령에서 올라오는 달을 감상할 수 있다.

2봉인 서래봉은 북쪽을 두른 암산이며 내장산의 대표 경관을 자랑한다.

3봉인 불출봉은 서래봉 줄기의 서쪽 끝에 있는 봉우리를 이르며 원적암의 주봉이다. 4봉은 망해봉이다.

불출봉에서 서남간에 뻗어있으며 연지봉 사이에 솟아있는 봉우리를 말한다.

5봉 연지봉은 이곳에서 발원하는 내장산 계곡의 물이 서래봉을 돌아 내장호를 이루며 동진강 줄기의 근원이다.

6봉은 내장산 서쪽 중심부에 2개의 암봉으로 되어있는 백암산을 연결하는 주봉이다.

7봉은 신선봉으로 내장산 최고봉이다.

8봉인 연자봉은 산봉우리가 붓끝 같다고 하여 일명 문필봉이라고도 하며, 9봉인 장군봉은 추령에서 연자봉 중간에 솟아있는 봉우리로

험준하며 수목이 울창하다.

내장산에는 최고봉인 신선봉까지 케이블카를 이용할 수 있다.

케이블카는 길이 800m로 5분이면 올라갈 수 있으나, 단풍철에는 탑승객이 몰린다.

<정읍 | 박용근기자 yk21@kyunghyang.com>

ㆍ4계가 시작되는 ‘설렘 산’

만산홍엽(滿山紅葉)의 가을 향연을 알리는 단풍은 언제나 설악산의 주봉인 대청봉에서 시작된다.

하늘과 맞닿은 듯 흰구름을 걸치고 있는 설악산 용아장성의 모습이 한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하고 있다. 용아장성은 잦은 사고로 인해 출입이 통제된 지역이다.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제공>


산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고목의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기 직전, 어느새 계절이 겨울의 들머리에 섰음을 깨닫게 하는 첫눈 소식

역시 마찬가지다.

산악인뿐 아니라 등산에 별 흥미가 없는 일반인들에게까지 대청봉이 친숙하게 여겨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강원 속초·양양·고성·인제 등 4개 시·군에 걸쳐 있는 설악산은 4계절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연중 내내 등반객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봄이면 온갖 야생화가 만발해 천상화원을 연상케 하고 한 여름 기암괴석 사이로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가 청량감을 더한다.

울긋불긋 물든 단풍나무와 파스텔톤의 주황·노란색으로 치장한 각종 활엽수들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빛을 발하는

오색 가을단풍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게다가 북풍한설의 눈발 너머로 드러나는 설경 또한 일품이다.

동국여지승람에 “한가위에 내리기 시작한 눈이 하지에 이르러 사라지기 때문에 설악이라 한다”는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로

많은 눈이 내려 겨울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해발 1708m의 설악산은 남한에서 한라산(1950m), 지리산(1915m)에 이어 세번째로 높다.

하지만 주봉인 대청봉을 비롯, 하늘을 향해 질주하듯 솟아있는 700여개 봉우리가 각기 다른 매력을 품고 있어 ‘제2의 금강산’으로 불린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초보 알피니스트들은 설악산을 백두대간의 으뜸으로 일컬으며 첫 정복 대상으로 대청봉을 주저없이 선택한다.

최근 일부에서 오색지구를 따로 떼네 남설악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설악산은 미시령·한계령·공룡능선 등을 경계로 서쪽의 ‘내설악’과

동쪽의 ‘외설악’으로 크게 나뉜다.

동해 바다와 인접해 있어 등반객 및 가족단위 나들이객들이 가장 많이 찾고 있는 외설악엔 대청봉을 비롯, 천불동 계곡·장군봉·울산바위·

권금성 등 암릉미가 뛰어난 명소들이 산재해 있다.

백담·수렴동·백운동·가야동 계곡과 12선녀탕 등이 자리잡고 있는 내설악은 계곡미의 극치를 보여준다.

내설악 12선녀탕 계곡 중 가장 큰 복숭아탕.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제공>

대체로 정상부의 능선은 육산의 푸근한 모습을 갖추고 있고 아래쪽은 기암절벽과 계곡이 발달해 골산의 화려함을 발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가운데 단풍 시즌이 거의 끝난 10월 말 이후에도 인파가 북적이는 곳은 바로 천불동

계곡이다.

마치 1000개의 불상으로 채워진 형상을 하고 있는 천불동 계곡은 와선대·비선대·귀면암·오련폭포·양폭·천당폭포 등 유수한 절경을 품에 안고 있어 4계절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설악산은 이처럼 빼어난 자연경관뿐 아니라 백담사(百潭寺)·봉정암(鳳頂菴)·신흥사(新興寺)·계조암(繼祖菴) 등의 이름난 사찰과 진전사지 삼층석탑 등 각종 문화재 등을 품고 있어 1970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또 희귀 야생동물이 많이 서식하고 다양한 식물군락 등 식생 또한 뛰어나 곳곳이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지역’ 및 ‘국립공원특별보호구’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이로 인해 특별보호구로 지정된 야생식물군락지인 대청봉~소청 정상(탐방로 제외), 점봉산·화채능선·마등령~미시령 일원과 야생동물 서식지 흑선동계곡(황장폭포~대승령)은 오는 2026년까지 출입이 통제된다.

굳이 정상을 밟지 않더라도 가족과 함께 중턱 밑에 살포시 자리잡고 있는 계곡과 사찰 등을 둘러본 후 하산길에 척산 또는 오색온천을 찾아 심신의 피로를 풀 수 있는 것도 설악산 산행의 빼놓을 수 없는 묘미다.

천불동 계곡 ~ 오색 코스 등반 동호인들 가장 선호

소청·중청·대청 등 설악산 주요 봉우리의 정상을 밟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산세가 험한 곳이 많은 데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일출·일몰 시각 등을 꼼꼼히 살펴 사전에 구간별 주파 계획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코스별로 다소 차이가 있으나 보통 8~14시간가량 소요된다.

초보자는 다소 버거울 수밖에 없는 만만치 않은 산행이다.

대표적 등반 코스는 △설악동~비선대~귀면암~양폭~희운각~소청~중청~대청~오색(10시간30분) △설악동~비선대~마등령~공룡능선~희운각~소청~설악산장(11시간) △용대리~백담사~수렴동대피소~쌍폭~봉정암~소청~설악산장(8시간) △남교리~탕수동~대승령~귀청~한계령 갈림길~설악산장(13시간30분) 등이다.

이 가운데 등반 동호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은 비선대를 들머리로 한 천불동 계곡~오색 코스다.

연이은 폭포와 기암괴석이 연출하는 장관을 감상하며 양폭대피소를 거쳐 희운각에 다다르면 산장 앞 계곡물로 땀을 식히며 반드시 식수를 점검해야 한다. 이곳에서 대청까지는 마실만한 물이 없다.

가족과 함께라면 케이블카를 타고 신흥사 입구에서 남으로 우뚝 솟아 있는 권금성에 올라 울산바위, 금강굴 일대를 바라보는 것도 좋다.

이밖에 가벼운 트레킹 정도의 산행을 원하는 나들이객들은 왕복 2시간 거리의 오색약수~용소폭포 코스를 즐겨 찾는다.

산행 후 오색약수를 맛보고 양양 낙산사나 하조대에 들러 푸른 동해바다를 바라보면 답답했던 가슴이 트인다.

수도권 주민들은 3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서울~속초간 고속버스를 이용하면 편하다.

부산, 대구, 울산 등지에서도 속초행 직행버스가 다니고 속초시가지에서 설악동을 연결하는 시내버스도 1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영동고속도로 현남IC를 거쳐 속초 방면 7번 국도로 향하면 설악동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속초 | 최승현기자 cshdmz@kyunghyang.com>

ㆍ기암도 물드는 ‘경기의 풍악산’

경기 가평군과 포천군의 경계에 위치한 운악산(935.5m)은 가을 정취가 빼어난 산이다.

깊은산에 아기자기하게 자리잡은 기암절벽과 바위가 활엽수의 단풍과 어우러져 가을의 정취를 마음껏 뽐낸다.

운악산 병풍바위의 하얀 암벽 사이에 푸른 잎의 소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운악산은 청평에서 북동쪽으로 20여㎞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으며 관악산·치악산·화악산·송악산과 더불어 ‘경기의 소금강’이라고

불릴 정도다.

시원하게 펼쳐진 둥근 봉우리와 곳곳에 깎아지른 듯한 절벽, 그리고 바위틈에 몸을 기댄 노송 등이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을 떠올리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바위 형상이나 재질 또한 도봉산·북한산과 비슷해 수도권 주민들이 즐겨 찾는다.

운악산의 봄은 진달래와 철쭉이 산정상부 사면에 넓게 군락을 이룬다.

여름에는 녹음,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설경 등 사시사철 아름답지 않은 날이 없다.

운악산의 아름다운 자태는 백년폭포·다락터 오랑캐소·눈썹바위·코끼리바위·만경대·민영환 암각서·큰골내치기 암벽·노채애기소 등

운악8경을 만들어 냈다.

운악산은 암벽 코스와 평탄한 등산로를 함께 지녀 초보자부터 전문가까지 산행 묘미를 즐길 수 있다.

산 전체가 바위산이라 길이 아닌 곳은 다른 산에 비해 위험하다.

산행 기점은 석거리 주차장을 중심으로 정상까지 올랐다가 돌아서 내려오거나 산 넘어 서쪽으로 가면 된다.

반대로 포천땅인 길원목장이나 운주사를 기점으로 잡을 수도 있다.

운악산 산행은 1㎞에 걸쳐 펼쳐지는 푸른 소나무 숲부터 시작된다.

소나무 숲이 끝나면 떡갈나무 숲으로 다시 장관을 이룬다.

이어 산중턱에 있는 고찰 현등사까지 가는 길은 평범한 산책로와 같다.

산길따라 왼쪽에는 운악계곡이 흐른다.

운악계곡은 힘차거나 거창하지 않으며 투박하지도 않다. 대신 정교하다.

석공이 다듬어 놓은 듯 정밀한 아름다움이 있다.

계곡 전체가 마치 하나의 바위로 이루어진 듯 물의 흐름따라 바위도 따라 흐른다.

고려 때 지어진 운악산 입구 현등사 경내.

올라가는 길에서는 백년폭포와 무우폭포를 만날 수 있다.

이 폭포들은 천둥처럼 떨어지거나 까마득히 먼 하늘에서 물줄기가

실타래처럼 풀어지며 흐르는 폭포는 아니다.

그냥 작고 소박하다.

흐르는 물이 바위를 타고 내려가 떨어지면서 아래는 맑은 못을 이루고

있는 다정한 폭포다.

현등사를 지나면서부터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된다.

정상을 향하는 동안 내내 거대한 바위와 가파른 돌길과 한 낮에도

어둡게 느껴질 짙은 나무 숲을 뚫고 지나가게 된다.

중간에 만나는 병풍바위와 미륵바위는 절경이다.

직립하여 서있는 쇠사다리를 올라야 하는 등 만만치 않은 코스지만

정상에 오르면 바위로 된 정상은 사방이 탁 트여 통쾌함이 다른 산에

비할 바가 아니다. 주봉인 망경대를 중심으로 우람한 바위들이 봉우리마다 구름을 뚫고 솟아 있는 모습은 볼거리 중 볼거리다.

산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가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주차장부터 등산로 입구까지 나란히 있는 두부집들이다.

두부전골·두부부침·순두부·콩비지 등 가평에서 나는 국산 콩으로 만든 다양한 음식들이 있다.

여기에 가평 특산물인 잣 막걸리라도 한잔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다른 하나는 포도다. 운악산 주변은 산세가 깊어 낮과 밤은 기온차가 심하다.

한낮 뜨거운 태양에 한껏 양분을 빨아들인 포도나무들이 밤이 돼 기온이 떨어지면 모든 영양분을 포도알에 저장하기 때문에 단맛이 강하다.

주변 명소로는 유명산 휴양림이 있다.

가평군 설악면과 양평군 용문면 사이에 있다. 5㎞를 힘차게 내려오는 계곡이 암반을 깎고 내려가 작은 연못들을 이루고 있어

가족단위 여행이나 휴양을 목적으로 찾기에 좋은 곳이다.

가파른 오솔길 끝에 천년 고찰 현등사 우뚝

운악산 동쪽 산자락에는 천년 고찰 현등사(懸燈寺)가 자리해 있다.

현등사는 가파른 산등성이 위에 여러층의 돌담을 쌓아 공간을 만든 뒤

그 위에 지은 절이다.

높다란 축대 위에 터를 잡은 현등사는 신라 법흥왕(514년) 때 불법의

진수를 전하기 위해 목숨 걸고 동방으로 찾아온 인도승 마라하미(摩羅訶彌)를 위해 왕이 지어주었다고 전해졌지만 이후 폐허가 되었다.

지금의 현등사는 고려 희종때 보조국사 지눌이 전국을 순회하던 중 하룻밤을 머물게 되었는데 산속에서 환한 광채가 나 올라가 보니 폐허의 절터에 있는 석등에 빛이 환하여 절을 중건하고 현등사라 이름 지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현등은 ‘부처의 가르침을 드러낸다’는 뜻도 담고 있다.

수백년간 수차례의 폐사와 재건을 반복한 불행한 전력이 있지만 경내에는 극락보전과 아미타삼존상, 그리고 범종 등이 보존되어 있다.

이 중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63호로 지정된 삼층석탑(높이 3.7m)에는

조선 세조 15년(1470) 현등사를 증수한 기록이 새겨진 사리용기가 발견되기도 했다.

석탑을 구성하는 각 부의 양식과 문양 등으로 보아 고려말이나 조선시대 초기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등사는 운악산 산행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가평군 현리를 지나 하판리에 도착해 마을 입구에서 이어지는 오솔길을 따라 가면 된다.

이 오솔길은 여느 산사의 진입로와는 느낌이 다르다.

군데군데 가파른 오르막길이 많아서인지 흙길보다 시멘트 포장 도로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이곳은 비가 올 때 찾아도 질척거림 없이 오를 수 있다.

오솔길을 50분가량 오르다 보면 가파른 산비탈에 고찰 분위기를 간직한 현등사를 볼 수 있다.

<가평|최인진기자 ijchoi@kyunghyang.com>


[한국의 숲, 한국의 명산](74)울산 신불산

ㆍ은신자 안아주던 공룡능선 꿈틀꿈틀

울산 울주군 상북면 신불산(해발 1209m)은 높지만 거칠지 않다.

정상은 넓고 평평하다. 멀리서 보면 높고 마치 거대한 성채를 연상시킨다.

신불산 정상에서 홍류폭포 쪽으로 내려가는 능선 위 바위가 공룡의 등뼈처럼 험상궂어 보인다.

신불산의 큰 특징은 사면은 절벽처럼 가파르지만 정상에 올라가면 넓은

평원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정상은 구름에 가려 신비로움을 더하고, 초겨울부터 흰 눈에 덮여 차갑고 투명한 기운을 던진다.

그래선지 ‘신불(神佛)’이란 이름처럼 불성이 깃든 산으로 여겨진다.

정상 부근 평원에는 억새 바다가 펼쳐져 있다.

여기에는 오래된 성터가 있다. 단조산성이라 불린다.

적을 피해 농성하기에 알맞은 형태다.

지금도 성터에는 돌무더기가 군데군데 남아있다.

이곳에서 집단생활이 가능했던 것은 평원에서 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신불산은 7개 산악으로 이뤄진 ‘영남알프스’의 한 부분이다.

남쪽에 영취산, 북쪽에 간월산을 끼고 있다.

신불산과 간월산 사이에 있는 고개는 ‘간월재’란 이름으로 불리며 많은

사연을 지니고 있다.

예전에는 울산에서 생산된 소금을 밀양시 산내와 단장 일대에 공급하는

길로 사용됐다.

이른바 ‘솔트로드’ 역할을 했는데, 이 길을 다니던 장꾼들이 간혹 호랑이에게 해를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고개는 소설가 김원일씨가 울산 일대의 광복운동을 소재로 쓴 장편소설 <솔아 솔아 푸른 솔아>에서 우국지사들이 넘나들던 곳으로도 등장한다.

숲이 깊고 험준한 산세를 이용해 조선 말엽 병인박해 때는 많은 천주교인들이 이곳에 숨어들어 관헌의 단속을 피했다.

첫 여성 신자로 어렵게 신앙을 지킨 뒤 이곳에서 생을 마감한 아가사의

묘소가 산 기슭에 있고 반대편 산에는 수십명이 모여서 예배를 보던 죽림굴이 있다.

이들의 자취는 100년이 넘은 언양 천주교의 텃밭이 됐고 성지순례지가 됐다.

장꾼과 은신자들이 고생스레 다녔던 심산유곡은 오늘날에는 더할 수 없이 좋은 경관을 제공하고 휴양 요지로 변했다.

산의 동서쪽 사면에 각각 1개씩의 휴양림이 조성됐다.

산림청이 1988년에 서쪽 사면에 조성해 운영하는 자연휴양림은 국내 첫 휴양림으로 전국에 휴양림 조성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동쪽의 휴양림은 민간이 운영한다.

간월재는 행글라이더들의 활강이륙장이 되고, 캠핑장으로 변신했다.

신불산은 양산단층과 이천단층이란 2개의 큰 단층선 사이에 있다.

지각이 잘린 면쪽에 급한 비탈면이 생겼으며, 다양한 형태의 계곡이 펼쳐진다.

동쪽 사면에는 홍류폭포, 서쪽 사면에는 파래소폭포가 있어 운치를 더한다.

서쪽 사면에 있는 계류는 ‘배내골’이라 부르며 물이 넉넉하고 맑다.

최근에는 상업시설이 많이 들어서 번잡스러움이 거슬리기도 한다.

동쪽 사면에는 작괘천이 대표적인 계곡이다.

물과 모래가 만든 수많은 구멍은 술잔을 걸어놓았다고 작괘(酌掛)란 이름을 얻었다.

이 계곡 물이 시작되는 곳에는 등억온천지구가 있고 이 지구 안에는 간월사가 있다.

간월사는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창건했는데 지금은 탑과 석불이 남아 유서깊은 곳임을 말해준다.

계곡 언덕 위의 자수정광산은 세계 최고급의 수정을 생산했으나 지금은 생산을 중단하고 동굴탐험장으로 바뀌었다.

신불산은 산세가 웅장하고 역동적이다.

산의 늑골을 이루는 능선들은 뾰족한 바위가 날카롭게 솟아 공룡의 등 지느러미처럼 보인다.

‘공룡능선’이란 이름이 붙은 등산로가 3개 있다.

능선에서는 가끔 추락사고가 난다. 계곡을 따라 오르내리면 위험은 없다.


정상에 탁 트인 평지…억새밭 ‘은빛 춤’ 장관

신불평원의 억새밭은 2시간 이상 땀을 흘려야 만날 수 있다.

억새밭은 무엇보다 광활한 면적이 보는 이의 마음을 압도한다.

억새밭은 신불산 정상에서 좌우로 이어진 긴 능선의 평탄지에 펼쳐져 있다.

가파르게 올라온 등산길과는 달리 평탄한 지형이 독특한 느낌을 준다. 평탄지의 탁 트인 풍경이 마음을 열게 한다.

신불산 정상에서 만나는 억새는 키가 작고 부드럽다.

수억만 그루의 억새가 촘촘히 자라 양탄자처럼 매끄러운 느낌을 준다.

가을이면 신불억새밭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어난다.

억새꽃이 피기 때문이다. 억새밭이 바람 따라 은빛 물결처럼 출렁이는 광경이 아름답다.

억새밭 아래 펼쳐진 긴 능선과 산 아래 마을을 보면 마치 구름 위에

떠올려진 느낌을 받는다.

날씨가 맑으면 파란 하늘과 대비되는 은빛 억새 물결이 아름답고,

구름에 덮이는 날에는 안개 속을 거니는 듯한 신비로움에 젖는다.

달빛에 비치는 억새밭의 이색적인 풍경을 보기 위해 캠핑을 하는 등산객도 있다.

신불산 정상과 영취산 정상 사이 억새평원 가운데에 단조산성이 있다.

산성으로 둘러싸인 억새밭은 수분이 많아 거의 습지와 같다.

산성 이름을 따 단조늪이라 부른다.

 습지 속에 나 있는 샛길을 걸으면 억새밭에 파묻힌 고즈넉한 느낌을 받는다.

신불산 억새밭은 천황산 사자평 억새밭과 종종 비교된다.

높은 지대의 평탄지에 있고, 면적이 크다는 점이 같고 자라는 억새의 종류가 같기 때문이다.

사자평은 신불산과 천황산을 갈라놓은 배내골 서쪽 건너에 있다.

사자평은 산속에 파묻혀 있는데 반해 신불억새밭은 울산시가지와 동해를 바라볼 수 있는 산의 능선을 따라 길게 펼쳐진 차이가 있다.

신불억새밭에서는 매년 가을 ‘억새축제’가 열린다.

대한산악연맹 울산광역시연맹이 주최하는 등반과 산악자전거, 마라톤대회가 주요 행사이다.

<울산 | 김한태기자 kht@kyunghyang.com>

ㆍ누구나 안아주는 ‘비할 데 없는 산’

무등산 오르기는 주로 2개 방향에서 시작된다.

출발지점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아도 되고, 곳곳에 샘물이 솟아 올라 쉽게 목을 축일 수 있다는 것이 무등산 등산의 매력이다.

무등산 최대 볼거리로 정상 부근에 자리한 입석대. 깎아 세워놓은 듯한 돌기둥이 천연기념물(제465호)로 지정돼 보존되고 있다. <사진 | 전라도닷컴 제공>

도심에서 4㎞ 거리인 동구 운림동 증심사 주차장과 무등산 서북쪽 북구 금곡동 원효사 계곡에서 각각 출발한다.

해발 500m 지점에 있는 원효사 주차장까지는 버스로 20분 거리다.

증심사 쪽 길이 가장 인기있는 코스다.

초보자는 출발지점인 증심교 3거리에서 바람재, 너덜겅약수터, 토끼등, 중머리재까지 올라 좌우로 삼각형을 그리며 다시 되돌아오는 길이

편하다.

그러나 무등산의 진면목을 보려면 중머리재 위쪽 중봉과 장불재까지 올라야 한다.

바로 무등산의 최대 볼거리인 입석대와 서석대가 900m 안쪽 거리에 있으나 올 연말까지는 출입금지다.

2~3시간이면 충분하다.

천연기념물인 이들 돌기둥을 보호하기 위해 전망대 2곳이 설치되고 있다.

예전처럼 직접 만져보거나, 올라탈 수 없게 됐다.

그 위쪽 정상인 천왕봉은 여전히 군사시설이 있어 접근할 수 없다.

원효사 쪽에서는 늦재에 올라 중봉이나, 장불재까지 간 후 증심사 쪽으로 내려와도 좋다.

장불재에서 다시 무등산 뒤쪽 규봉암을 돌아 원효사 쪽으로 되돌아오는 길이 있다.

종주 코스로 증심사~송풍정(당산나무)~중머리재~용추 3거리~장불재(입석대·서석대)~규봉암~신선대 3거리~꼬막재~원효사 주차장

구간 15㎞ 거리다. 5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이 코스는 봄·가을의 철쭉과 억새, 겨울의 설화(雪花)가 환상적이다.

담양과 화순의 드넓은 들판이 산행을 한층 넉넉하게 한다. 무등산 기슭에는 특급호텔 2곳 등 잠자리가 많다.

증심사 코스 인기…종주에 5시간 30분

무등산(1187m)은 광주와 전남 담양, 화순 등 3개 지역에 걸쳐 있다.

산 이름에는 ‘그 등급을 매길 수 없는 산’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산에 올랐던 이들이 수없이 토해냈던 ‘비할 데 없이 멋진 산’이라는

‘산상 소감’이 그대로 이름에 녹아든 듯하다.

‘무등산’은 고려 태조 때 ‘고려사 지리지’에 처음 등장한다.

무등산은 이제 ‘차별하지 않고 누구나 기꺼이 품어 안아주는 산’으로

그 해석이 진화했다.

이런 무등산의 이미지는 산자락 기슭에만 서 있어도 금방 확 다가온다. 단지 봉우리 하나로 된 산처럼 보이는 무등산은 골골이 ‘새끼 산’을 낳고, 이름도 어여쁜 고갯마루를 수없이 만들어 놓았다.

결코 낮지 않은 산인데도, 완만한 등산로가 지천에 깔려 있어 남녀노소 쉽게 탈 수 있는 ‘어머니의 품 같은 산’이다.

그 속살을 들여다보면 더욱 ‘진산(珍山)’의 면모가 우러나온다.

우선 역사와 문학의 산실로 후한 점수를 받는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무등산을 ‘무정산(無情山)’으로 부르도록 하는 ‘어명을 내렸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전국의 명산에서 ‘왕이 되게 해달라’고 빌었고, 왕이 된 후에는 자신이 죽인 ‘고려 말 명신의 원혼을 달래 달라’는 제사를 올렸으나

무등산 신령만이 들어주지 않았다면서 그렇게 부르라고 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임진왜란 때 공을 세운 의병장 고경명·김덕령 장군의 유적지도 남아 있다.

무등산의 이 같은 기개는 광주학생독립운동, 5·18민주화운동 등을 낳은 동력이 됐다는 풀이도 더해진다.

무등산은 주옥같은 가사문학의 탄생지다.

송강 정철이 ‘성산별곡’ ‘관동별곡’ 등을, 면앙정 송순도 ‘면앙정가’ 등을 이곳에서 지었다.

국문학사에 높이 평가되고 있는 대문호들의 가사문학 16편이 바로 무등산 자락에서 나왔다.

이들의 활동 공간이 된 ‘식영정’ ‘송강정’ ‘면앙정’ ‘독수정’ ‘소쇄원’ ‘환벽당’ 등 정자가 풍광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남종화의 거두 의재 허백련도 무등산에서 차를 기르며 그림을 그렸다.

정상 바로 아래 우뚝 선 ‘입석대’ ‘서석대’는 절로 탄성을 내지르게 한다.

10~20m 높이, 6각형 모양새의 돌기둥 십여개가 각각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천연기념물 제465호다.

마치 석수장이가 먹물을 놓고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깎아 만든 반석처럼 보인다.

등산객들이 폭증하면서 훼손 가능성이 제기되자 지난해 초부터 출입을 막고 있다.

봄엔 토끼등을 거쳐 동화사터(800m)~중봉(915m)~장불재(900m)에 펼쳐진 철쭉 군락이 장관이고, 여름엔 원효·용추계곡 등의

물소리가 쾅쾅 산을 울린다.

중봉~장불재~입석대(1017m)에 펼쳐진 은빛 억새밭이 볼 만하다.

멀리 누렇게 익어가는 나주평야도 훤하게 들어온다.

겨울엔 산 중턱부터 피는 ‘눈꽃’이 매력적이다.

참나무·소나무·낙엽송, 신갈나무 등의 군락이 집중 보호되면서 산토끼, 산새, 고슴도치, 다람쥐 등이 많고, 곤충류만도 236종이 살고 있다.

단맛과 향기가 진한 무등산 수박, 증심사 일대의 춘설차가 특산품으로 나오고 있다.

광주시민들은 평일에도 2만5000~3만명이 무등산을 오른다.

시민운동을 통해 1990년 군 통제구역인 서석대와 입석대를 개방시켰고, 국내 처음으로 난개발을 막기 위한 ‘내셔널트러스트 운동’도

시작했다.

현재까지 산자락의 목좋은 땅 53만4205㎡가 기증돼 개발 저지에 한몫을 하고 있다.

증심사, 원효사, 문빈정사, 규봉암 등 유명 사찰이 자리하고 있다.

<광주 | 배명재기자 ninaplus@kyunghyang.com>

ㆍ범어사 노송 금강암 단풍…어디서나 열린 부산의 진산

부산의 진산으로 불리는 금정산.

도심 가까운 곳에서 울창한 숲을 쉽게 만날 수 있어 부산시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산이다.

서울의 북한산은 국립공원이어서 등산로가 한정돼 있지만 금정산은 어디서나 능선을 탈 수 있다.

부산시민에게는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산 밑까지 지하철이 다니고 산 중턱까지 버스 노선이 나 있어 부산시민이면 누구나 주말에 한번쯤 오르내린다.

부산 금정산에 자리한 범어사는 의상대사가 678년 창건한 절로 해인사, 통도사와 함께 남도의 3대 사찰로 꼽힌다.


동으로는 부산의 금정구, 북으로는 경남 양산시, 남으로는 부산 동래구, 서로는 부산 북구와 접하는 넓은 지역에 위치해 있다.

주봉인 고당봉(801.5m)을 중심으로 북으로 장군봉(737m)과 남으로 상계봉(638m)을 거쳐 부산 초읍동 성지곡 뒷산인 백양산(642m)까지

길게 이어져 있다.

원효봉, 의상봉, 미륵봉, 대륙봉, 파류봉, 동제봉 등 준봉으로도 연결돼 면적만도 40㎢가 넘는다.

국립공원 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정산의 유래는 동국여지승람에서 찾을 수 있다.

‘산마루에 우물이 있어 한마리 금빛 나는 물고기가 오색구름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와 우물에서 놀았다’고 전하고 있다.

또 ‘그 산을 금샘(金井)이란 뜻의 금정산으로 이름 짓고, 그 속의 절을 하늘나라의 고기(梵魚)라는 뜻의 범어사라고 지었다’고 전하고 있다.

범어사는 합천 해인사, 양산 통도사와 함께 남도 3대 사찰 중 하나로 678년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했다.

범어사는 4~5월이면 경내에 피는 등나무 꽃이 장관을 이룬다.

가을철이면 사찰의 고즈넉함과 한가로움을 즐기기 위해 대웅전에서 금정산 등산로로 연결되는 코스모스 돌담길과 기와지붕길을 찾는

이들이 많다.

봄이면 고당제, 가을이면 금어문화축제가 열린다.

금정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산성이다.

금정산에 국내 최대의 산성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다지 많지 않다.

해발 800m 정상까지 축조된 길이 18㎞의 산성이 금정산성이다.

1980년대 말부터 복원에 나서 현재는 8662m가 보수·복원됐다.

위치와 형태, 규모로 볼 때 신라 때 왜적을 막기 위해 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금정산은 호국의 산으로도 불린다.

이 외에도 가까운 곳에 동래온천, 금강공원, 산성마을, 국청사, 미륵사 등 명소를 두루 지니고 있다.

금정산은 기암절벽이 많다.

원효대사가 수도를 했다고 전해지는 바위인 원효석대와 일본을 쪼는 암·수탉 형상의 자웅석계(雌雄石鷄),

범어사 창건의 전설을 지닌 암상금정(岩上金井)이 유명하다.

금빛 물고기가 오색구름을 타고 내려와 놀았다는 금정산 정상의 금샘 너머로 금정산성이 보인다.


또 범어사 경내의 울창한 소나무(魚山老松)와 인근 대성암 밑으로 조용히 흐르는 아름다운 물소리(大聖隱水), 금강암의 단풍(金剛晩楓),

청련암 주변 대숲에 내리는 운치 있는 빗소리(靑蓮夜雨), 내원암의 저녁 종소리(內院暮鐘), 금정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명봉의 단풍(鷄鳴秋月), 금정산 최고 전망대인 의상대의 조망(義湘望海), 고당봉에 걸린 흰 구름(姑堂歸雲)은 금정8경으로 불린다.

금정산의 울창한 수림과 맑은 물은 또다른 자랑이다.

2300여종의 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10여개의 약수터는 등산객의 목을 축여주고 일부는 금정구민의 식수로 사용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최근에는 동식물 개체수가 줄고 있다.

등산로뿐 아니라 산 곳곳에서 일어나는 환경 훼손으로 산이 시름시름 앓고 있다.

부산시는 환경 훼손을 막기 위해 한때 안식년제를 실시하면서 일부 등산로를 폐쇄하기도 했다.

금정산에 대한 부산시민의 사랑이 지나친 탓일까.

주말이면 등산객으로 산길이 체증을 앓는다. 호젓해야 할 산길이 시골장터처럼 떠들썩하기 일쑤다.

산을 찾았다가 오히려 스트레스만 쌓여 오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다니지 않은 등산로를 개척하며 호적함을 즐기는 산꾼도 많다.


중턱까지 시내버스 연결…주요 산행코스 6 ~ 8㎞

금정산은 산행 코스가 다양하다.

대도시에 있는 산이어서 교통이 편리하다.

장전동 식물원 입구, 산성(동문), 산성마을, 금강공원, 케이블카 탑승장, 범어사 등 산 밑, 산 중턱까지 시내버스가 연결돼 있다.

주요 산행 코스는 10개도 넘는다.

모두 6~8㎞가량으로 2시간에서 3시간30분가량 소요된다.

가장 잘 알려진 등산로는 금성동 코스와 범어사 코스다.

금강공원 입구에서 산성행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려 금정산성 동문~서문~남문으로 이어지는 금성동 코스와 지하철 범어사역에 하차한 뒤 순환버스를 이용해 범어사 입구에서 등반을 시작해 금정산성 북문~고당봉으로 오르는 길이다.

케이블카를 이용해 올라가면 10분만 걸어가도 성벽과 금정산성의 남·동문을 볼 수 있다.

또 범어사에서부터 올라와 능선을 따라 걸어서 케이블카가 있는 곳으로 내려오는 길도 부산시민이 애용하는 일일 등산로다.

금정산은 경남 양산에서 부산의 금정·동래·부산진·북·사상구 등 넓은 지역에 펼쳐져 있어 등산로가 특히 많다.

양산시 동면 다방리에서 사상구 괘법동까지 종주산행에 나설 경우 10시간 이상을 걸어야 하는 코스도 있다.

암벽을 오를 수 있는 파류봉 코스를 비롯해 상계봉, 호포, 만덕 코스 등 다양한 루트가 있다.

최근에는 주제별 등산로가 개발됐다.

구서여중~바위샘 약수터~금정산성 성곽~산성마을로 이어지는 연인건강산행길(1시간50분 소요), 부산외대 운동장~제1약수터~3망루~산성마을의 미시건강산행길(1시간40분), 어린이대공원~성지곡수원지~석불사~남문~산성마을의 우정건강생활길(3시간40분), 가족건강산행길(2시간), 성따라산행길(8시간) 등이 인기다.

또 시간대별로는 1~3시간대 산행길도 개발됐다.

부산역에서 지하철을 이용해 범어사역(40분 소요)에 도착한 뒤 범어사를 왕복하는 90번 시내버스를 타면 된다.

20분 간격으로 배차된다.

또 지하철 온천장역에서 내려 금정산성행 203번 시내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자가운전자는 경부고속도로를 지나 구서나들목에서 울산 방향 7번 국도로 빠지면 20분 안에 범어사에 도착할 수 있다.

<부산 | 권기정기자 kw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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