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에 고래가 없으면
푸른 바다가 아니지
마음속에 푸른 바다의
고래 한 마리 키우지 않으면
청년이 아니지


푸른 바다가 고래를 위하여
푸르다는 걸 아직 모르는 사람은
아직 사랑을 모르지


고래도 가끔 수평선 위로 치솟아올라
별을 바라본다
나도 가끔 내 마음속의 고래를 위하여
밤하늘 별들을 바라본다

 

 

 

                               -정호승. <고래를 위하여>발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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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 짓지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마

 

 

                                -시바타도요. <약해지지마>발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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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정현종. <방문객>발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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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동 삼각산 도선사 입구 귀퉁이
뻘건 플라스틱 동이에 몇다발 꽃을 놓고 파는 데가 있다
산 오르려고 배낭에 도시락까지 싸오긴 했지만
오늘은 산도 싫다
예닐곱 시간씩 잘도 걷는 나지만
종점에서 예까지 삼십분을 걸어왔지만
오늘 운동은 됐다 그만두자
산이라고 언제나 산인 것도 아니지
젠장 오늘은 산도 싫구나
산이 날 좋아하는 것도 아니니
도선사 한바퀴 돌고 그냥 내려가자
그런 심보로 도선사 한바퀴 돌고 내려왔는데
꽃 파는 데를 막 지나쳤는데
바닥에 지질러앉아 있던 꽃 파는 아줌마도 어디 갔는데
꽃, 꽃이, 꽃이로구나
꽃이란 이름은 얼마나 꽃에 맞는 이름인가
꽃이란 이름 아니면 어떻게 꽃을 꽃이라 부를 수 있었겠는가
별안간 꽃이 사고 싶다
꽃을 안 사면 무엇을 산단 말인가
별안간 꽃이 사고 싶은 것, 그것이 꽃 아니겠는가
몸 돌려 꽃 파는 데로 다시 가
아줌마 아줌마 하며 꽃을 불렀다
흰 소국 노란 소국 자주 소국
흰 소국을 샀다
별 뜻은 없다
흰 소국이 지저분히 널린 집 안을 당겨줄 것 같았달까
집 안은 무슨, 지저분히 널린
엉터리 자기자신이나 좀 당기고 싶었겠지
당기면 무슨, 맘이 맘이 아닌
이즈음의 자신이나 좀 위로코 싶었겠지, 자기 위로
잘났네, 자기 위로, 개살구에 뼈다귀
그리고 위로란 남이 해주는 게 아니냐, 어쨌든
흰색은 모든 색을 살려주는 색이라니까 살아보자고
색을 산 건 아니니까 색 갖고 힘쓰진 말자
그런데, 이 꽃 파는 데는 절 들어갈 대 사갖고 들어가
부처님 앞에 올리라고 꽃 파고 있는 데 아닌가
부처님 앞엔 얼씬도 안하고 내려와서
맘 같지도 않은 맘에게 안기려고 꽃을 다 산다고라
웃을 일, 하긴 부처님은 항상 빙그레 웃고 계시더라
부처님, 다 보이시죠, 꽃 사는 이 미물의 속
그렇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꽃이잖아요
부처님도 예뻐서 늘 무릎 앞에 놓고 계시는 그 꽃이요
헤헤, 오늘은 나한테 그 꽃을 내주었다 생각하세요
맘이 맘이 아닌 중생을 한번 쓰다듬어주었다 생각하세요
부처님, 나 주신 꽃 들고 내려갑니다
젠장, 이런 식으로 꽃을 사다니, 덜 떨어진 꼭지여
비리구나 측은쿠나 멀구나

 

 

                      -이진명. <젠장, 이런 식으로 꽃을 사나>발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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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잔설 그득한 겨울 골짜기

     다시금 삭풍 불고 나무들 울다

     꽁꽁 얼었던 샛강도 누군가 그리워

     바닥부터  조금씩 물길을 열어 흐르고

     눈과 얼음의 틈새를 뚫고

     가장 먼저 밀어 올리는 생명의 경이

     차디찬 계절의 끝을 온몸으로 지탱하는 가녀린 새순

     마침내 노오란 꽃망울 머금어 터뜨리는

     겨울 샛강, 절벽, 골짜기 바위틈의

     들꽃, 들꽃들

     저만치서 홀로 환하게 빛나는

     그게 너였으면 좋겠다

     아니 너다

 

 

            -곽효한  <얼음새 꽃> 발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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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네 곁에 있는 사람.

         네가 자주 가는 곳.

         네가 읽는 책들이

         너를 말해준다

 

 

                  - 괴테의 명언 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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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클어진 이불은 그대로
설거지 거리는 어제보다 두 배로
어지간히 먼지 쌓인 방구석을 보고 있는 것 만해도 상당히 괴로워

실은 난 이른 아침, 누군가의 목소리에 이불안에서 빠져나온 기억이 거의 없어
누군가 내게 간단한 아침을 해준다거나
술기운에 잠들었던
속 쓰린 내게 기운 내라며 북엇국을 내주는 달콤한 상상
(그 발칙한 착각!) 뭐 이쯤은 괜찮잖아!?
음악을 더 높이며, 잠들기 전 미명
그 혼자라는 기분이 모두 사라지길 빌며
오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수렁 안으로 빠지는 기분
계속 혼잣말만 늘어나
오오 그럼 난 이제 어떡해
앞으로 남은 삶도 역시 혼자 살아가는 방식으로 그려가?

 

헝클어진 이불은 그대로
설거지 거리는 어제보다 두 배로
어지간히 먼지 쌓인 방구석을 보고 있는 것 만해도 상당히 괴로워

 

하루 씩 꼬박꼬박 쌀을 씻고, 밥 해먹는 것 잊지 말라는 어머니의 가르침
음.. 귀찮은데 이따 밖에서 사 먹지!
몇 시간 째 굶고 있다 괜시리 사무치는 당신의 노랫말
오.. 그만그만
이제 딱 그 만큼만
이런 전화에 난 자꾸만 하품만 할뿐야
실은 안 보이는 당신께 나의 아픈 마음을 감추는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구
홀로 앉은 밥상에 내 머리를 숙인 채
숟가락을 드는 건 사실 좀 끔찍해
노래라도 불러봤으면 좋겠어.
밀려드는 쓸쓸함을 쫓기 위해서
말없이 뜨는 상위의 은색 밥그릇
그리고 재빨리 불을 꺼 좁은 부엌의 불을..


이런 날 위해 끓여낸 된장찌개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을 잘 간직해
이런 날 위해 끓여낸 된장찌개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을 잘 간직해
이런 날 위해 끓여낸 된장찌개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을 잘 간직해
이런 날 위해 끓여낸 된장찌개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을 잘 간직해


헝클어진 이불은 그대로
설거지 거리는 어제보다 두 배로
어지간히 먼지 쌓인 방구석을 보고 있는 것 만해도 상당히 괴로워
헝클어진 이불은 그대로
설거지 거리는 어제보다 두 배로
어지간히 먼지 쌓인 방구석을 보고 있는 것 만해도 상당히 괴로워


거의 한 달 만에 올라가 본 옥상은 여전히 화창하네.
물 먹지 못해 메마른 꽃들 그리고 작은 가지나무
짙은 갈색 화분들이 늘어선 기와 끝으로
하나도 꾸밀게 없는 옥상의 풍경
파란색 물뿌리개의 손잡일 구부려
깃털 같은 눈보다 (바람 부는 하늘보다)
여기 훨씬 아름답게 흩날리는 물보라
제각기 다른 화분에서 살아가는,
그래서 나와 같은 고독함을 아는
그들의 모습을 발견하곤 깜짝 놀래
서로의 줄기에 기댄 광경을 한참
몰래 지켜보다 새삼스레 뭔갈 깨달아
너와 난 각자의 화분에서 산다고.
게다가 내가 너와 같은 건
우린 각자 화분에서 살아가지만 서로에게 기댄다는 것
내가 너와 같은 건
우린 각자 화분에서 살아가지만 햇빛을 함께 맞는다는 것
내가 너와 같은 건
우린 각자 화분에서 살아가지만 서로에게 기댄다는 것
서로에게 기댄다는 것
서로에게 기댄다는 것
서로에게 기댄다는 것
서로에게 기댄다는 것

 

 

      -키비의 힙합곡 <자취일기>에서 발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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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반 웃고

당신이 반 웃고

아기 낳으면

돌멩이 같은 아기 낳으면

그 돌멩이 꽃처럼 피어

깊고 아득히 골짜기로 올라가리라

아무도 그곳까지 이르진 못하리라

가끔 시냇물에 붉은 꽃이 섞여내려

마을을 환히 적시리라

사람들, 한잠도 자지 못하리

 

 

         -장석남  <그리운 시냇가> 발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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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 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 문정희 <겨울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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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서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린 몇 밤

저 안에 땡볕 한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 게다

 

대추나무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장석주의 <달과 물안개>에서

 

 

  -장석주 <대추 한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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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야 뛰어 올라라
최초의 감동을
나는 붙잡겠다

물고기야 힘껏 뛰어 올라라
풀바닥 위에다가
나는 너를 메다치겠다

폭포 줄기 끌어내려
네 눈알을 매우 치겠다 매우 치겠다

 

 

    -조정권 < 약리도(躍鯉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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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小林一茶(고바야시 이싸)  俳句(하이꾸)     

    

 

梟も
面癖直せ
春の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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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는

운명같은 건 없다

있는 건 오로지

새날

풋기운!

 

 

운명은 혹시

저녁이나 밤에

무거운 걸음으로

다가올른지 모르겠으나,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

 

 

      - 정현종 <아침> 발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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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가을 한 자락이

여기 환한 유리잔

뜨거운 물속에서 몸을 푼다

인적 드문 산길에 짧은 햇살

청아한 풀벌레 소리도 함께 녹아든다

언젠가 어느 별에서 만난

정결하고 선한 영혼이

오랜 세월 제 마음을 여며두었다가

고적한 밤 등불 아래

은은히 내 안으로 스며든다

고마운 일이다

 

     - 조향미 <국화차> 발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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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헤어지고 보낸

지난 몇 개월은

어디다 마음 둘 데 없이

몹시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

현실에서 가능할 수 있는 것들을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 두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신의 입장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잊을 것은 잊어야겠지요

그래도 마음속의 아픔은

어찌하지 못합니다

계절이 옮겨가고 있듯이

제 마음도 어디론가 옮겨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의 끝에서 희망의 파란 봄이

우리 몰래 우리 세상에 오듯이

우리들의 보리들이 새파래지고

어디선가 또 새 풀이 돋겠지요

이제 생각해 보면

당신도 이세상 하고 많은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을 잊으려 노력한

지난 몇 개월 동안 아픔은 컸으나

참된 아픔으로

세상이 더 넓어져

세상만사가 다 보이고

사람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더 예뻐 보이고

소중하게 다가오며

내가 많이도 세상을 살아낸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당신과 만남으로 하여

세상에 벌어지는 일들이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고맙게 배웠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애틋이 사랑하듯

사람 사는 세상을 사랑합니다

 

길가에 풀꽃 하나만 봐도

당신으로 이어지던 날들과

당신의 어깨에

내 머리를 얹은 어느 날

잔잔한 바다로 지는 해와 함께

우리 둘만 참 좋았습니다

이 봄은 따로따로 봄이겠지요

그러나 다 내 조국산천의 아픈 한 봄입니다

행복하시길 빕니다

안녕

 

      - 김용택 <사랑> 발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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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지나면 우린 만날 것이다.

 

그러나 하루 동안 사물들은 자라고,

거리에선 포도가 팔리며, 토마토 껍질이 변한다.

또 네가 좋아하던 소녀는 다시는 사무실로 돌아오지 않았다.

 

사람들이 갑자기 우체부를 바꿔버렸다.

이제 편지는 예전의 그 편지가 아니다.

 

몇 개의 황금빛 잎사귀, 다른 나무다.

이 나무는 이제 넉넉한 나무다.

 


옛 껍질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대지가

그토록 변한다고 누가 우리에게 말해주랴?

대지는 어제보다 더 많은 화산을 가졌고.

하늘은 새로운 구름들을 가지고 있다.

또 강물은 어제와 다르게 흐른다.

 


또, 얼마나 많은 것들이 세워지는가!

나는 도로와 건물들,

배나 바이올린처럼

맑고 긴 교량의 낙성식에 수없이 참석했다.

 

그러므로 내가 너에게 인사를 하고

화사한 네 입에 입맞출 때

우리의 입맞춤은 또 다른 입맞춤이요

우리의 입은 또 다른 입이다.

 

사랑이여, 건배하자, 추락하는 모든 것과

꽃피는 모든 것들을 위해 건배.

 

어제를 위해 그리고 오늘을 위해 건배,

그저께를 위해 그리고 내일을 위해 건배,

 


빵과 돌을 위해 건배,

불꽃과 비를 위해 건배.

 

 

       -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1904~1973) <하루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가> 발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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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프레드 테니슨 <5월의 여왕> 발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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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 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 도종환 <단풍 드는 날> 발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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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초록 숲이 굽이치며 달려가는 곳

거기에 아슬히 바다는 있어라

뜀뛰는 가슴의 너는 있어라

 

       - 이시영 <빛> 발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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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소년 소녀들이나 알고 있다. 봄이 하는 말을

      살아라,자라나라,피어나라,희망하라,사랑하라,

                 기뻐하라,새싹을 움트게 하라.

               온 몸을 바치고 삶을 두려워 말아라

 


      노인들은 모두 알고 있다. 봄이 하는 말을

                  노인이여,땅 속에 묻혀라.

           흥겨운 아이들에게 자리를 내어 주라.

           온몸을 내던지고 죽음을 겁내지 마라.

 

          

               - 헤르만 헤세 <봄이 하는 말> 발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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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을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듯이
연탄은, 일단 제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나는

 

 

      - 안도현 <연탄 한 장> 발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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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

                낙엽(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謙虛)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

                시간(時間)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 김현승 <가을의 기도> 발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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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해욱 창작 시인<푸른 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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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땅 속에서, 땅 위에서
                      공중에서
                      생명을 만드는 쉬임 없는 작업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꿈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오,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나뭇가지에서, 물 위에서, 둑에서
                      솟는 대지의 눈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 조병화 <해마다 봄이 되면> 발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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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겨울강 강언덕에 눈보라 몰아쳐도

 

눈보라에 으스스 내몸이 쓰러져도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강물은 흘러가 흐느끼지 않아도

 

끝끝내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어

 

쓰러지면 일어서는 갈대가 되리

 

청산이 소리치면 소리쳐 울리

 

 

     - 정호승 <겨울강에서> 발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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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 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 마종기 <바람의 말> 발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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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기쁨도

슬픔도

가거라

 

폭풍이 몰아친다

오, 폭풍이 몰아친다

이 넋의 고요

 

인연

 

사랑이 식기 전에

가야 하는 것을

 

낙엽지면

찬 서리 내리는 것을

 

당부

 

가는 데까지 가거라

가다 막히면

앉아서 쉬거라

 

쉬다보면

보이리

길이

 

      - 김규동 <해는 기울고> 발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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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발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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廢墟에 눈 내린다.
敵도 同志도
함께 모이자.
함께 눈을 맞자.
눈 맞으며 껴안고 울자.
廢墟에 눈 내린다.
우리가 1950年代에 깨달은 것은
人山人海의 죽음이 아니라 사랑이다.
눈이 내린다.
눈이 내린다.
모든 죽은 사람들까지도 살아나서
함께 눈을 맞자.
눈 맞으며 울자.
우리는 분명 罪의 族屬이다.
눈을 맞자.
눈 맞으며 사랑하자

 

 

      - 고은 <강설> 발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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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는 죽었다
神은 죽었다
함부로 허락되고 백죄
아무렇게나 시가 되나니


여치야
번지 없는 풀섶에서
밤을 새는 여치야
인마
인제 너희 죽었다!
이제 우린 죽었다!

 

 

     - 유종호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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