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고른 옷을 입어보려고 경의실에 들어가 있는데 밖에서 어떤 손님과 판매원이 나누는 이야기가 들렸다.
“이 옷은 손님에 게 꼭 맞습니다 ! 완전히 다른 분 같이 보이는군요 !”
바로 그때 그 손님이 경의실 문에 붙어 있는 거울을 보고 있는 줄도 모르고 내가 문을 열었다.
그러자 그 손님과 나는 서로 마주보게 되었다.
그 손님은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판매원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 말이 맞아요. 내 모습이 완전히 딴사람이 됐군요.”
깜깜한 밤에 얼음이 깔린 미끄러운 길을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서 나는 ‘누가 길에 모래를 잘 뿌려 놓았군’ 하고 생각했다.
나는 집에 돌아와서야 길바닥에 잘 깔려 있던 모래가 사실은 자전거 앞 광주리에 싣고 오던 7파운드짜리 개먹이 주머니에서 쏟아진
개먹이라는 것을 알았다.
주머니가 터져서 속에 있던 개먹이가 조금씩 길에 뿌려졌던 것이다.
어머니가 몸이 아파 누워 계시자 아버지가 부엌살림을 맡았지만 살림이 엉망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는 차를 타 마시려고 물을 끓이면서 차를 담은 통을 찾기 위해 찬장 안을 샅샅이 뒤졌지만 찾지 못했다.
아버지는 하는 수 없이 큰 소리로 어머니를 불렀다.
“여보 ! 차 담은 그릇이 안 보이는데 어디 두었지 ?”
“그것도 못 찾으세요 ?”
어머니는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찬장 속 선반의 바로 앞에 있잖아요. ‘성냥’이라는 글씨가 적힌 코코아 통에 들어 있어요.”
남편과 함께 네 살 난 아들 토니를 데리러 유치원에 간 나는 선생님에게 그애의 품행이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선생님은 미소를 지으며 토니는 아주 명랑하고 주의깊은 애라고 평해주었다.
우리는 그애의 품행이 우리 집 가정생활을 반영하고 있다고 흐뭇하게 생각하며 그애가 다른 애들과 장난감 부엌에서 노는 광경을
지켜 보았다.
갑자기 토니가 장난감 냉장고에 다가가더니 냉장고 문을 활짝 열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이봐 ! 맥주 마실 사람 없어 ?”
어느 날 아침 친정 부모님께서 내가 일을 보러 다니는 동안 두 아이를 돌봐주겠다고 자청하셨다.
내가 친정에 아이들을 맡기고 떠나려는데 생후 두 달 된 딸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부모님과 내가 한 시간이 넘도록 아기를 달래는 동안 두 살짜리 아들은 우리를 졸졸 따라다니며 책을 읽어주거나 함께 놀아 달라고
졸라댔다.
아기가 잠잠해질 무렵 부모님은 기진맥진해져서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가주기를 바라시는 눈치였다.
나는 아이들의 물건을 챙기다가 아직 은행에 들르지 못했다는 생각이 나서 아버지에게 돈을 좀 빌려달라고 말씀드렸다.
우리가 차에 오를 때 아버지가 짜증을 내며 어머니에게 하시는 말씀이 들렸다.
“저애들을 보내는 데 25달러나 들었어.”
“그런 거 따지지 말아요.” 어머니가 대꾸하셨다.
“이제 편히 쉴 수 있게 됐잖아요 ?”
나는 초조하게 봄소식을 기다렸다.
마침내 따스하고 화창한 토요일이 찾아왔을 때 나는 잠겼던 덧문을 활짝 열고 테라스로 나갔다.
나는 새싹이 돋아나는 풍경과 지저귀는 새소리를 한껏 즐겼다.
무엇보다도 달콤한 봄내음이 나를 즐겁게 해주었다.
나는 부엌 창문을 두드리며 계절의 기쁨을 함께 나누자고 아내를 손짓해 불렀다.
아내는 차분하게 내가 건조기 환기 구멍 위에 서서 세탁물 연화제의 냄새를 맡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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