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현의 굿모닝 아세안] 베트남이 '미스 월드'에 올인하는 까닭은

 



지난 12일 밤 관광지 ‘하롱 베이’로 유명한 베트남 북부 도시 하롱 시내 하롱 마리나 광장에서73회 미스월드 개막식이 열렸다. 
하이라이트는 ‘아오자이 패션쇼’였다. 세계각국에서 온 참가자 111명이 베트남 전통의상 아오자이 차림으로 무대에 올랐다. 
몸에 붙는 긴 상의에 통 넓은 바지를 받쳐 입고, 허리 아래 양옆을 길게 튼 아오자이 고유의 스타일은 유지하되 참가자들 지역과 출신국 등을 반영해 저마다 다른 색과 무늬를 입혔다. 베트남의 유명 패션디자이너 도 찐 호아이 남의 작품이다. 
참가자들의 손에는 삿갓 모양의 베트남 전통모자 ‘논리’가 들려있었다. 
마지막으로 나온 베트남 대표 레응우옌바오응옥(24)이 주먹을 불끈 쥐고 “비엣남 보딕(베트남 파이팅)”을 외치자 1만여 관중이 환호했다.

 

 

<지난 12일 베트남 북부 항구 도시 하롱에서 열린 제73회 미스월드 개막식에서 참가자들이 베트남 전통 의상인 아오자이를 입고 무대에 섰다. 
이번 대회에는 엘살바도르, 가나, 멕시코 등 세계 111국 대표가 참가했다>



이날 개막식을 시작으로 우승자가 최종 결정되는 오는 9월 5일까지 베트남 전역에서 다양한 부속 행사가 열린다. 
베트남 언론들은 미스월드 소식을 마치 올림픽·월드컵처럼 국가적 이벤트로 다루며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다. 1951년 시작된 미스월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미인 대회다. 
한때 세계 대중문화와 패션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지만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 미인 선발 대회가 이번 베트남 미스월드 대회를 계기로 눈길을 끌고 있다. 
우선 개최국이 베트남이라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정식 국호가 ‘베트남 사회주의공화국(Socialist Republic of Viet Nam)’일 정도로 사회주의 정체성을 강하게 내세우는 나라다. 
범한자 문화권으로 분류될 정도로 사회 전반에 유교·보수적 분위기가 적잖게 남아있다. 
그런 베트남이 적극적으로 나서 미스월드를 유치한 뒤 올림픽·아시안게임을 치르듯 국가적 이벤트로 알리고 있는 것이다. 
개막식과 최종 선발 대회를 비롯한 메인 이벤트는 관영 방송이 생중계할 예정이다. 
이번 대회의 주최 측 비용은 최소 1200만달러(약 160억원)로 추정된다.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국가’라는 이미지를 걷어내고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극대화하려는 베트남 정부와, 신선함을 가미해 고루하고 침체된 분위기를 일신하려는 주최 측의 바람이 맞아떨어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개막식이 열린 하롱 마리나 일대는 대규모 관광 단지 개발 공사가 한창이다 
개막식의 주인공 격인 아오자이의 위상 변화도 주목받고 있다. 
지금은 베트남을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로 입지를 굳혔지만 아오자이는 공산화 직후인 1976년 퇴폐적이며 노동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착용이 금지됐다.

 

 




그러나 실용주의 정책인 ‘도이머이’가 도입되고 사회 분위기가 조금씩 개방적으로 바뀌면서 1986년 착용 금지 조치가 풀렸다. 
이후 ‘논리’와 함께 지구촌에 베트남을 상징하는 패션 아이템으로 인식됐다. 
그러자 한때 아오자이를 퇴출했던 베트남 정부는 아오자이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시키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베트남 정부와 공산당 산하 조직 등의 주도로 유네스코 등재 신청을 위한 절차와 대국민 홍보 캠페인 등이 진행되고 있다.(260815)


 

 

그냥 먹기만 해선 안 봐… 외국인이 좋아하는 K먹방은 '쿡방'

숏폼이 바꾼 K푸드 흥행 공식

 



올해 상반기 K-푸드 수출액은 70억달러를 넘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2026 해외 한류 실태 조사’(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한류를 경험한 외국인이 가장 많이 접한 한국 문화 콘텐츠는 음식(78%)으로, 드라마(72.9%)와 음악(71.9%)을 앞섰다. 
해외 소비자들은 주로 어떤 경로로 한식에 관한 정보를 접하고 있을까.


김보름 한성대 문학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유튜브에 올라온 한식 관련 숏폼 콘텐츠 2만여 건을 수집해 해외 소비자가 한식을 어떻게 경험하는지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인기 한식 숏폼의 57%는 외국인이 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이 한식을 설명하는 영상보다 외국인이 현지 문화에 맞게 재해석한 한식 정보가 더 큰 호응을 얻었다. 
김 교수는 “베트남에선 라이스 페이퍼로 떡볶이를 만들어 먹고, 미국에선 고추장 버터를 빵에 발라 먹는 식”이라면서 “K푸드는 이제 문화적 번역의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폴란드 유튜버가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협업해 만든 컵라면 3종을 비교하고 있다(왼쪽). 
이 영상은 조회수 228만회를 기록했다. 
오른쪽 작은 사진은 한국계 미국인 유튜버가 김치볶음밥 만드는 법을 소개하는 숏폼 영상.>

 


연구진은 2025년 1월 한 달간 올라온 한식 관련 숏폼 2만1690편 가운데 조회 수와 ‘좋아요’ 비율이 높은 인기 영상 116편을 다섯 유형으로 나눠 분석하고, 해외 소비자 32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시행했다.

 

 

<한국 식품을 살 수 있는 K마트에서 불닭볶음면을 먹는 영상.>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유형은 ‘간편식 리뷰’였다. 
라면·삼각김밥처럼 한국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제품을 먹어보고 평가하는 영상이 조회 수와 ‘좋아요’ 비율 모두 가장 높았다. 
뉴욕에 사는 한 설문 응답자는 “여러 종류의 라면을 비교하거나 편의점 상품을 섞어 먹는 영상을 따라 해보면서 한식이 재밌고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반면, 한국인에게 익숙한 먹방·ASMR 유형은 조회 수와 콘텐츠 수 모두 다섯 유형 가운데 최하위로 해외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가장 많이 제작된 콘텐츠는 레시피와 조리 과정을 소개한 영상이었다. 라면과 떡볶이, 김치찌개가 단골 메뉴로 등장했다. 
유명 셰프가 정통 조리법을 설명하는 영상보다, 일반인이 집에서 김치볶음밥을 만드는 1분 안팎의 간편 조리 영상이 훨씬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김 교수는 “현지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대체 재료를 알려주면 실제로 만들어보고 싶어진다는 반응이 많았다”면서 “한식을 확산하려면 해외 소비자가 한식을 일상에 적용하도록 돕는 ‘문화 번역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음식 문화 소개형’에선 여러 반찬이 놓인 밥상이나 가족이 둘러앉아 식사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영상이 인기를 끌었다. 
해외 한국인 가정의 푸짐한 식탁을 보여준 영상이 이 유형에서 최고 조회 수를 기록했고, 한국 직장인의 점심 급식을 소개한 영상도 인기를 끌었다. 
설문 응답자들은 한식의 이미지로 ‘따뜻함’ ‘든든함’ ‘사회적 연결’ 같은 단어를 꼽았다. 
김 교수는 “한식의 경쟁력은 개별 메뉴나 요리법에 있는 게 아니라 ‘어떻게 차려지고 함께 먹는가’라는 식탁의 풍경에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해외 소비자들은 한식에 관심이 있지만, 주변에서 재료를 구하기 어렵다고 공통으로 지적했다. 
연구진이 뉴욕에서 만난 한식당 관계자는 “코리아타운에서도 오랫동안 한국식 간장 대신 일본 간장을 써왔다”고 했다. 
김 교수는 “한식을 먹어보고 싶다는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지만, 이 수요를 받아낼 준비가 돼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260811)


 

 

외교관·유학생이 낳은 아이도 美시민권 못 받아

트럼프, 원정출산 차단 행정명령
출산 목적 의심땐 비자 거부 조치

 

이날 트럼프가 서명한 ‘원정 출산의 종료’ 행정명령은 외국인이 미국에서 출산할 목적으로 비이민 비자로 입국하는 행위와 이를 알선하는 것을 모두 원정 출산으로 규정했다. 
이어 “유학·교환·임시 취업·관광 등 여러 종류의 비이민 비자가 원정출산업자들에게 악용되고 있다”며 국무장관과 국토안보부 장관이 원정 출산 시도자에 대해 입국 금지·비자 발급 거부·여행 허가 취소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트럼프가 함께 서명한 ‘미국 시민권의 의미·가치의 지속적 보호’ 행정명령은 출생 시민권을 인정받을 수 없는 경우를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우선 부모가 모두 외국인일 경우가 해당한다. 또 부모 중 누구 하나라도 미 정부가 정한 적성국 국민이거나 테러 단체에 소속돼 있는 경우 출생 시민권이 적용될 수 없다. 
또 부모 중 누구 하나라도 외국에서 온 대사 등 외교관이나 국제기구 소속 직원이라면 역시 출생 시민권 대상에서 제외된다. 
부모 중 누구 하나라도 과거 미국 원정 출산이나 대리 출산에 연루된 경우도 포함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 백악관 행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이번 행정명령을 통해 외교관과 주재원을 비롯해 관광·유학·취업 등을 목적으로 비(非) 이민 비자를 받아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자녀에게 미국 국적을 얻게 하려는 시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행정명령에서 소급 적용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과거 원정 출산 연루자에게 불이익을 주겠다는 방침을 담은 것으로 짐작해볼 때 향후 비자 심사 때 이를 적극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행정명령대로 정책이 시행될 경우 비이민 비자 심사가 더욱 까다로워지고 외교관·기업 주재원·유학생 등은 미국 체류 중 자녀를 출산하더라도 부모 모두가 미국 국적을 갖고 있지 않는 한 출생 시민권 보장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시민권이 미국이 부여하는 가장 중요한 권리 중 하나고, 원정 출산을 통해 이를 ‘상품’처럼 취득해서는 안 된다”며 “원정 출산으로 이득을 보는 이들의 규모가 수십만 명에 달해 이 같은 제도를 마련한 것”이라고 했다. 
원정 출산 당사자뿐 아니라 이들의 미국행과 출산을 알선하는 브로커 조직 등 ‘관련 산업’까지 겨냥했다는 뜻이다. 
미국 이민정책연구소(MPI)에 따르면 미국 내 원정 출산 규모는 연간 약 2만2000~2만6000명으로 추정된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 또한 “관광객인 척하면서 실제로는 출산을 목적으로 하고 미국 시민권을 얻으려는 것이라면 미국 정부를 상대로 사기를 저지르는 것”이라며 “그런 아이들은 복지 혜택, 투표권, 그리고 오직 미국인에게만 속한 모든 권리와 특권을 누리게 된다”고 했다.


백악관은 이번 행정명령이 대법원 판결 취지와 상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첫 행정명령 발동 때와 마찬가지로 위헌으로 판단해 달라는 무효 소송이 잇따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수정헌법 제14조에 따라 미 영토 내 출생자의 시민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라며, 이번 조치 역시 이전 행정명령과 마찬가지로 법원에서 무효화될 것이라며 즉각 반발했다.(260808)


 

 

희귀서적 디지털화한 후 원본 없애는 AI기업들

AI모델 학습위해 종이책 구매
저작권법 피하려 스캔 뒤 파쇄
"지적 유산 훼손" 비판 쏟아져

 


인공지능(AI) 기업들이 전 세계의 중고·희귀 서적을 대량으로 사들여 디지털화한 뒤 원본을 파쇄하고 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저작권료를 내지 않고 고품질 AI 학습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스캔한 원본 책이 없어지면 저작권법에 걸리지 않는다는 법적 허점을 악용한 것이다. 
당장 AI 학습 경쟁이 인류의 지적 유산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앤스로픽은 지난달 20일 작가 3명이 저작권자들을 대표해 제기한 집단소송에서 15억달러(약 2조2000억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저작권 소송 사상 최대 규모 합의금이다. 
이 과정에서 앤스로픽이 자사 AI 모델 ‘클로드’의 학습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중고 서점과 유통업체에서 수백만 권의 종이책을 사들여 스캔한 뒤 재활용 업체에 보내 파기한 사실이 드러났다.

 

 

<희귀서적 학습 후 파쇄하는 AI기업 일러스트>

 


문제는 그중 구하기 힘든 희귀 서적들이 대거 포함됐다는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네덜란드·스페인·독일의 고서 판매상 수백 명은 올해 앤스로픽 등 AI 업체들로부터 3000종이 넘는 책을 한꺼번에 사겠다는 요청을 받았다. 
텔레그래프는 “매입된 책 상당수는 스캔을 마친 뒤 파쇄됐고, 이 가운데는 전 세계에 5권밖에 남지 않은 희귀본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이는 저작권법을 피하려는 ‘꼼수’로 알려졌다. 
디지털로 스캔한 뒤 원본을 완전히 파괴하면 이를 무단 복제가 아닌 물리적 책을 디지털로 ‘형식 변환’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즉 저작권 침해의 증거가 될 원본을 아예 없애면 로열티를 내지 않고도 합법적으로 AI 학습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AI 모델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종이책 파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미 인터넷에 공개된 블로그·뉴스·위키피디아 등은 AI가 거의 다 학습을 끝낸 상태다. 
반면 종이책은 편집자와 출판사의 검증을 거친 고품질 지식이 담겨 있어 AI의 추론력과 문해력을 높일 핵심 자원으로 꼽힌다.


학계에선 심각한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한 테크업계 관계자는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빅테크가 희귀 서적을 쓸어 담으며 지식을 독점하면 정작 책을 연구해야 할 학자들이 원본을 구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260804)




 

 

[김성모의 뉴스 인 뉴욕] 말이 말을 안듣네… 뉴욕 명물 센트럴 파크 마차 멈추나

 



최근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남쪽 입구. 
피크닉 나온 시민과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이곳에 꽃 장식을 한 마차 여러 대가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19세기 중반 센트럴파크가 조성된 이후 뉴욕 상류층이 마차를 타고 공원을 둘러보던 문화는 이제 맨해튼의 풍경을 즐기는 대표 관광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센트럴파크에서는 뉴욕시 면허를 받은 마차 68대가 영업하고 있다.


그런데 뉴욕의 상징처럼 통하던 이 풍경이 존폐의 기로에 섰다. 
마차 사고가 잇따르면서 안전성과 동물 복지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17일에는 인도에서 온 가족과 여행 온 로만치 마하잔(18)이 갑자기 놀라 질주하던 말이 끄는 마차에서 떨어져 숨졌다. 
마차 운영 노조인 운수노조(TWU)에 따르면, 마차 운행 역사상 승객이 숨진 첫 사고다. 
당시 마부가 가족 사진을 찍기 위해 잠시 마차에서 떨어져 있던 사이 말이 갑자기 놀라 달려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운수노조는 공원 지하에서 누설된 전류에 말이 놀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꽃 장식을 한 화려한 마차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안전 논란은 계속돼 왔다. 
지난 5월에는 놀란 말이 다른 마차를 들이받아 마부가 다쳤고, 올해 1월에는 말이 공원 밖 교차로까지 달려가 차량 여러 대와 충돌했다. 
사망 사고 발생 8일 전인 6월 9일에는 운행 중이던 말 ‘데니즈’가 공원에서 쓰러져 폐사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노조는 말이 독성 식물을 먹어 죽었다며 공원 측 과실을 주장했지만, 센트럴파크 관리위원회는 마부가 자신의 말이 아무 식물이나 먹게 내버려 뒀다며 관리 소홀을 문제 삼았다.


사고가 이어지면서 뉴욕시 의회에서는 마차 영업을 2028년 6월부로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2022년 폐사한 말 ‘라이더(Ryder)’의 이름을 따 ‘라이더법’으로 불렸던 관련 법안은 이번 사고로 숨진 관광객의 이름을 따 ‘로만치법’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센트럴파크 관리위원회도 마차 운행 금지에 공개적으로 찬성했고, 동물 보호 단체들은 말이 아스팔트 위에서 장시간 일하게 하는 것 자체가 학대라며 마차 운영에 반대하고 있다.


반면 마차 업계는 “문제는 마차가 아니라 안전 관리”라고 맞선다. 
마부 아흐메트 빌리치는 AP에 “도시는 마차를 더 안전하게 운영할 방법을 찾기보다 금지부터 하려 한다”며 “공원에서 진짜 위험한 존재는 무허가 전동 자전거와 과속 배달 오토바이”라고 말했다.(260804)

 

 

 

“중·고등학생 야차(싸움) 영상 있는데 얼마 주실 건가요?”


학생들의 싸움 영상이 거래되는 한 텔레그램 채널. 
한 이용자가 영상 판매 글을 올리자 운영자는 “퀄리티와 영상 길이에 따라 건당 3000~5000원에 산다”고 답했다. 
11일 현재 이 채널에는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서로 주먹을 휘두르고 발길질하는 영상 200건이 올라왔다. 
채널 구독자는 3000명을 넘었다. 
운영자는 학생들에게 사들인 싸움 영상에 불법 도박 사이트 광고를 붙여 다른 이용자들에게 다시 팔고 있었다.


최근 중·고교생들이 학교 폭력을 ‘돈벌이 콘텐츠’로 활용하고 있다. 
피해 학생을 때리고 괴롭히는 장면을 촬영해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에 올리거나 텔레그램 채널에서 거래하는 식이다. 
일부 학생은 SNS에서 조회 수와 팔로어를 늘린 뒤 계정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폭행(또는 폭행 강요)→촬영→판매·유포‘로 이어지는 학교 폭력의 새로운 수익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텔레그램 대화방 ‘야차 영상 공유방’에 올라온 동영상. 학생들이 싸우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 영상은 건당 3000~5000원에 팔린다.>

 


소셜미디어에서 거래되는 학교 폭력 영상에는 최근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이른바 ‘야차룰’이 적용되고 있다. 
야차룰은 격투 영상을 주로 올리는 유튜브 채널 ‘야차클럽’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다. 
규칙이나 보호 장구 없이 치고받고 싸우는 방식을 ‘야차룰’이라 칭하면서 퍼졌다. 
야차룰을 적용한다면서 힘센 학생이 약한 학생에게 “스파링을 하자”고 강요하거나 ‘서로 동의했다’는 내용의 각서까지 쓰게 한 뒤 싸움을 시키는 식이다. 
실제로는 한쪽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학교 폭력인 경우가 많다.


경상도에 사는 중학생 A군도 최근 가해 학생 8명에게 야차룰 싸움을 강요받았다. 
가해 학생들은 A군에게 동의 각서를 쓰게 하고 자신들 중 한 명과 싸우게 했다. 
싸움이 시작되자 A군은 일방적으로 폭행당했다. 나머지 학생들은 주변에서 이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가해 학생들은 촬영한 영상을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렸다. 이 영상은 텔레그램에서도 퍼졌다. 
부모가 뒤늦게 이를 발견해 신고하려 했지만 A군은 “신고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한다. 
신고했다가 폭행 당하는 영상이 더 널리 퍼지거나 가해 학생들에게 보복을 당하는 등 ‘2차 피해’를 두려워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16일 서울 지역 학교에 ‘신종 학교폭력 스파링·야차룰 예방 안내’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교육청은 “상호 동의하에 이뤄진 싸움이라도 폭행죄, 상해죄 등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싸움을 조장·방조하거나 이를 촬영·유포하는 행위도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학교 폭력이 SNS를 통해 유통되고 돈벌이 수단으로까지 악용되는 만큼 수사기관과 플랫폼 업체도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학교폭력 예방 단체 푸른나무재단 관계자는 “변화하는 학교 폭력 양상에 맞춰 교육 당국과 경찰, 플랫폼 업체 간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학교폭력 전문 법무법인 LF의 한아름 변호사는 “텔레그램이나 인스타그램 등에서 미성년자가 등장하는 폭력 콘텐츠는 즉시 삭제하거나 공개를 보류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교육청도 이런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에는 SNS와 AI(인공지능) 기술을 악용한 신종 학교 폭력도 잇따르고 있다. 
피해 학생의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하는 ‘딥페이크 학폭’이나 SNS 계정을 도용해 피해 학생인 척 주변 사람들에게 돈을 빌리는 일 등이 발생하고 있다. 
학교 폭력에서 온라인을 통한 괴롭힘이 차지하는 비율도 커지는 추세다. 
교육부 통계를 보면 학생들의 사이버 폭력 신고 건수는 2021년 3020건에서 2024년 4534건으로 3년 새 약 1.5배로 늘었다. 
사이버 폭력이 전체 학교폭력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23년 6.9%에서 2024년 7.4%, 2025년 7.8%로 매년 증가했다.(2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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