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전 8시 국내 최대 수산물 위판장인 부산 서구 부산공동어시장. 
경매에 나온 고등어 약 3만 박스를 두고 도매상 80여 명이 경쟁을 벌였다. 
경매가 이어진 1시간 동안 계속 값을 높여 부르며 연이어 낙찰받는 일행이 있었다. 
전체 물량의 3분의 2를 약 11억원에 쓸어 담은 한 수산물 수출기업 관계자들이었다. 
낙찰된 고등어는 태극기 문양이 새겨진 종이 박스에 담겨 수십 대의 화물차 편에 인근 냉동 창고로 옮겨졌다. 
해당 기업 관계자는 “고등어는 영하 42도로 급속 냉동한 뒤 24시간 안에 해외로 내보낸다”며 “특히 연간 800억원어치 수산물을 중국에 수출하는데 그 절반이 고등어”라고 말했다.

 

 

한국인의 밥상에서 가장 흔한 국민 생선 고등어가 K수산물 수출의 새 주력 품목으로 떠올랐다. 
27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고등어 수출액은 1억8170만달러(약 2670억원)로 작년 동기보다 247% 급증했다. 
2024년만 해도 수출 12위 품목이던 고등어는 작년 3위로 뛰어오른 데 이어 올해 상승세에 가속이 붙었다. 
‘바다의 금’으로 불리는 부동의 수출 1위 김(6억820만달러)은 같은 기간 2% 증가에 그쳤다. 
김과 고등어의 수출액 격차는 1년 만에 11배에서 3배로 좁혀졌다. 
고등어의 강세에 힘입어 올 상반기 수산물 수출액은 19억달러로 22% 늘었다. 
현재 추세라면 3년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17일 오전 부산 서구 부산공동어시장에서 고등어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산 고등어 수출 폭증세를 촉발한 건 세계 최대 고등어 수출국 노르웨이의 감산이었다. 
노르웨이 정부가 어자원 보호를 위해 올해 어획 쿼터를 작년의 절반인 8만1000t으로 줄이면서, 노르웨이산 고등어 품귀 현상이 빚어졌다. 
이를 대체하기 위한 수요가 한국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그간 한국산 고등어의 주 수요지는 소형 고등어를 통째로 튀겨 먹는 아프리카였다. 
하지만 올해는 찜·구이용 중대형어를 찾는 중국의 상반기 구매액이 작년의 36배로 뛰었고, 통조림 가공용 소형어를 가져가는 유럽도 23배로 늘었다.

 

 




고등어의 인기는 한국 수산물 수출 판도까지 바꿨다. 
올 상반기 주요 수출국 순위에서 중국(3억9180만달러)이 일본(3억5880만달러)을 제치고 1위에 오른 것이다. 
중국은 2021~2023년에도 1위였던 적이 있지만, 당시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중국이 러시아 수산물 직수입을 막으면서 러시아산 명태·오징어가 한국을 거쳐 우회 수출된 영향이 컸다. 
부산의 한 수산물 도매상은 “한국산 수산물 시장에선 그동안 일본이 부동의 1위였는데 고등어의 등장으로 그 벽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수출 호황의 그림자도 있다. 
국내 중·대형 고등어 어획량이 주춤한 가운데 수출까지 급증하면서 밥상 물가를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우려다. 가격은 이미 뛰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노량진수산시장의 고등어 도매 단가는 kg당 4334원으로 작년 동기(3584원)보다 21% 올랐다. 
전체 수산물 단가 상승률(11%)의 두 배 수준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 수출업자와의 매입 경쟁으로 대형마트·백화점에 납품되는 고품질 고등어 조달 비용이 뛰면서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세계가 한국 고등어를 찾을수록 국내 소비자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260728)


 

 

 

‘총성 없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본회의에선 자국의 대표 유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는 각국 대표단의 노력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심사에서 유산 등재 결정이 ‘반려’되자 ‘물밑 로비’와 격론을 통해 결과를 뒤집는가 하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이곳에서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24일부터 사흘간 본회의 현장을 지켜봤다.

 

 

<25일 세계유산으로 추가 등재된 전남 고흥 갯벌.>

 


우리나라 대표 자연유산인 ‘한국의 갯벌’은 25일 본회의에서 세계유산에 확대 등재됐다. 
5년 전 등재된 4개 갯벌에 충남 서산과 전남 고흥·여수·무안 갯벌을 추가해 유산의 범위와 대상을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한국이 세계유산의 경계를 대폭 수정하는 ‘확대 등재’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의 갯벌’은 지난 2021년 제44차 위원회에서 충남 서천, 전북 고창, 전남 신안, 전남 보성·순천 등 4개 갯벌이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이날 확대 등재가 결정됨에 따라 한국의 갯벌은 ▲보성·순천·여수·고흥 갯벌 ▲신안·무안 탄도만 갯벌 ▲무안 함해만 갯벌 ▲고창갯벌 ▲서천갯벌 ▲서산갯벌 등 총 6곳으로 구성된다. 
면적은 기존 12만8411ha에서 15만6386ha로 22% 늘었다.


‘한국의 갯벌’은 2446종의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멸종 위기종 철새들이 쉬어 가는 생명의 터전이다. 
위원회는 ‘한국의 갯벌’이 생물 다양성과 멸종 위기종 보전의 중요성을 다루는 세계유산 등재 기준을 충족한다고 인정했다. 
특히 황해 생태계와 동아시아∼대양주를 잇는 철새 이동 경로의 핵심 서식지로서 이동성 물새와 다양한 해양 생물의 보전에 기여하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등재 직후 “우리 갯벌의 생물 다양성 보전 가치와 유산의 완전성을 한층 강화한 뜻깊은 성과”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일본과 몽골 유산도 세계유산으로 새롭게 등재됐다. 
일본의 ‘아스카·후지와라 고대 수도’는 26일 본회의에서 등재에 성공했다. 
백제와 고구려의 영향을 받은 유적들이자 한국인들도 많이 찾는 답사 장소다. 
일본 나라현의 아스카와 후지와라 궁궐 터, 아스카데라(飛鳥寺) 터, 다카마쓰(高松) 고분 등 19개로 구성된 연속 유산이다. 
몽골이 등재한 ‘흉노 지배층 무덤군’은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이 몽골 국립박물관 등과 공동 조사에 참여한 유적이다.



중동 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의 산악 지대 담수 서식지인 ‘와디 우라야’는 한 시간 넘는 격론 끝에 등재에 성공했다. 
이 유산은 앞서 유네스코 자연유산 분야 자문기구인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평가에서 불합격에 해당하는 ‘반려’를 받았다. 
하지만 이 결과가 본회의 현장에서 뒤집어졌다. 
통상 자문기구는 심사 후에 ‘등재 권고’ ‘보류’ ‘반려’ ‘불가’의 4가지 권고안 중 하나를 결정한다. ‘등재 권고’를 받으면 등재가 확실하고, 보류는 본회의에서 뒤집을 수 있지만, 반려는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신청국이 본회의 전 신청을 자진 철회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날 본회의에선 갑자기 방글라데시가 앞장서 UAE 유산에 대해 수정안을 제출하고 “서둘러 등재를 결정해달라”며 의장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위스·폴란드·체코 등 유럽 국가들이 “자문기구의 평가를 존중하라”며 반대했지만, ‘와디 우라야’는 결국 등재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현장을 지켜본 국내 세계유산 전문가들은 “오일머니의 위력을 실감한 순간”이라고 했다.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안건 논의가 시작된 24일 오후 부산 벡스코 본회의장에서 21개 위원국들이 팔레스타인의 '세바스티아' 긴급 등재 의제를 논의하고 있다. 
'세바스티아'는 이날 긴급 등재로 세계유산과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 동시에 올랐다.>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호수인 러시아의 바이칼호는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후보에 올랐으나, 러시아 측 의견에 따라 심의가 내년 위원회로 연기됐다.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거칠게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키이우·르비우·오데사 등 전쟁 중 위기에 처해 있는 우크라이나 세계유산의 보존 상태를 두고도 충돌했다. 
유산 훼손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놓고 또 다른 전선이 만들어진 것이다. 
김지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정책팀장은 “국가 간 전쟁이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장에서도 벌어진다”며 “치열한 물밑 로비와 외교 싸움, 국제 정치가 개입되는 현장”이라고 했다.

 

 


<사도 광산 갱 내부 모습.>



위원회는 지난 23일 본회의에서 일본에 대해 사도광산의 전시 전략과 시설 개선을 요구하는 결정문도 채택했다.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을 등재할 당시 한 약속과 달리 조선인 강제 동원이 이뤄진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은 내년 12월까지 이행 사항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라자르 엘룬두 아소모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장은 24일 한국 기자단과 만나 “유네스코는 대화와 협력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기구인 만큼 강제할 수단은 없지만, 중요한 사실은 이번 결정문이 21개 위원국의 합의를 통해 채택됐다는 점”이라고 했다.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 한국위원장인 최재헌 건국대 교수는 “일본이 약속을 지킬 듯하면서 나중에 엉뚱한 결과를 내놓는 데 대해 위원회가 ‘경고 방송’을 한 것”이라며 “강제성은 없지만 계속 경고를 하면 일본도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고, 보고서 제출 의무를 명문화한 것은 큰 성과”라고 말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29일까지 계속된다.(260727)




 

 

'킹'은 왜 연봉 10분의 1에 필라델피아 갔나, 이 사진 속 답 있다

르브론 품은 필라델피아 비결

 


‘오하이오 고교 농구 커넥션에 찬사를!’(미국 야후스포츠)


고향 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도, 최전성기를 보냈던 마이애미 히트도 아니었다. 
NBA(미 프로농구) 수퍼스타 르브론 제임스(42)의 인생 네 번째 ‘더 디시전(the decision·선택)’은 고교 농구 시절 경쟁자가 구단 사장으로 갓 취임한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였다.


‘킹’ 르브론 제임스가 25일(한국 시각) 세븐티식서스(이하 식서스) 이적을 발표하자 미국 스포츠계에선 ‘놀랍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연고 도시인 필라델피아와 특별한 인연이 없던 제임스가 이전 연봉 5262만달러(약 770억원)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평균 397만달러(약 60억원)에 식서스와 2년 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제임스는 “난 여전히 농구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보여줄 것도 아직 많다”며 “희생하고, 노력하고, 땀을 흘려 우승의 기쁨을 누리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NBA(미 프로농구)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마이크 갠지 사장의 동생 스티븐 갠지가 이달 초 X(옛 트위터)에 올린 사진. 
지난 2000년 미국 클리블랜드 지역 신문 ‘플레인 딜러’가 오하이오주 북동부 지역의 고교 농구 유망주들을 촬영한 것이다. 
맨 오른쪽이 마이크 갠지, 그 왼쪽이 르브론 제임스다. 
갠지는 고교 시절의 인연을 활용해 NBA의 ‘살아있는 전설’ 제임스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시즌 LA 레이커스에서 20.9점, 6.1리바운드, 7.2어시스트를 올리며 건재함을 과시한 제임스가 식서스를 선택한 데엔 농구단 운영 사장인 마이크 갠지(44)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임스와 갠지 사장의 인연은 25년 전 고향인 오하이오주 고교 농구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갠지는 2001년 오하이오 북동부 지역의 올름스테드 폴스 고교 4학년 때 평균 27.2점, 10.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오하이오주 전체 고교 농구 랭킹 2위에 오른 특급 유망주였다. 
당시 그보다 뛰어난 유일한 선수가 바로 인근 세인트 빈센트-세인트 메리 고교 2학년인 제임스였다. 
제임스는 당시 2학년으론 최초로 주 랭킹 1위를 기록하며 미국 전역에 이름을 알렸다.

 

 




고등학생 때 두각을 나타낸 두 유망주는 이후 엇갈린 농구 인생을 살았다. 
제임스는 2003년 고향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서 데뷔한 이후 NBA 파이널 우승 4회, 파이널 MVP 4회, 정규 리그 MVP 4회, NBA 통산 득점(4만3440점)과 출장 경기(1622경기) 1위 등 기록을 쓰며 그야말로 ‘전설’이 됐다. 
반대로 갠지는 NBA 드래프트에서 탈락한 뒤 건강 문제로 20대 후반 일찌감치 현역에서 은퇴했다. 
캐벌리어스 구단 직원으로 NBA에 발을 들인 이후 탁월한 업무 능력으로 단장까지 지냈고, 지난달 4일 식서스 사장에 취임했다.


갠지는 과감한 선수진 개편으로 불과 두 달도 되지 않는 기간에 식서스를 우승권 전력으로 끌어올렸다. 
팀의 간판이지만 ‘계륵’으로 꼽히던 폴 조지와 신인 지명권을 내준 뒤 2024년 파이널 MVP 제일런 브라운을 보스턴 셀틱스에서 받아냈다. 
이어 알짜배기 선수들을 차례로 영입한 뒤 물밑에서 제임스의 에이전트와 접촉을 시작했다. 
식서스가 ‘우승할 수 있는 전력’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어필했고, 타이리스 맥시 등 제임스와 친분이 있는 선수들을 동원해 ‘외곽 지원’을 하는 식으로도 설득에 나섰다. 
제임스의 에이전트는 최근 “제임스는 갠지 사장을 분명히 기억한다. 그가 이적의 결정적 변수”라고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이 됐다. 
식서스 팬 커뮤니티는 “갠지가 취임 두 달도 안 돼 역대 최고의 오프 시즌을 만들어냈다”며 “처음엔 아무도 갠지가 누구인지 몰랐지만, 그는 이제 영원히 기억될 인물이 됐다”고 했다.


1983년 이후 NBA 우승 소식이 없는 필라델피아 팬들은 제임스의 입단에 잔뜩 흥분한 분위기다. 
입단 발표 후 공식 홈페이지에서 제임스의 23번 유니폼은 모든 색상이 2시간 만에 다 팔렸고, 오프라인 숍에서도 매진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제임스의 데뷔전이 될 10월 시범 경기 티켓 가격이 폭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메이저리그(미 프로야구) 필라델피아 필리스 홈구장에도 제임스 환영 문구가 등장했다. 
필라델피아 시 정부와 의회, 지역 정치인들도 앞다퉈 환영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필라델피아가 있는 펜실베이니아주의 조시 셔피로 주지사는 제임스 이적 발표일인 7월 24일을 ‘르브론 제임스의 날’로 선포했다.(260727)



 

 

[김동현의 길바닥 도쿄통신] 4500원 내면 줄 안서고 바로 입장… 日 맛집 '패스트 패스' 확산


폭염에 대기 안해도 돼 이용 늘어
병원도 4만원 내면 곧장 진료받아


일본 법정 공휴일인 ‘바다의 날’이었던 지난 20일 오후 4시. 
최고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폭염 속에도 도쿄 기치조지의 유명 빙수 전문점 ‘코오리야 피스’ 앞에는 약 10명의 대기 줄이 늘어서 있었다. 
전체 좌석이 12석에 불과해 예약 손님을 받지 않는 곳이지만, 기자가 긴 줄을 지나쳐 식당 안으로 들어가 “‘패스트 패스’로 예약했다”고 말하자 직원이 곧장 빈자리로 안내했다.


일본 열도가 연일 펄펄 끓는 더위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현장 대기가 기본이던 인기 식당을 중심으로 이른바 ‘패스트 패스’ 제도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메뉴 가격 외에 일정 금액을 추가로 지불하면 긴 대기 없이 곧바로 입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날 기자가 인터넷으로 사전 결제한 패스트 패스 요금은 500엔(약 4500원)이었다. 
5000원이 되지 않는 돈으로 땡볕 아래 긴 줄을 건너뛰는 특별 대우를 받은 것이다. 
식당 관계자는 “하루에 많게는 500명의 손님이 방문하는데, 약 60팀(최대 2명)이 패스트 패스를 이용한다”고 했다.

 

 

<지난 20일 찾은 일본 도쿄 기치조지의 빙수집 '코오리야 피스'. 
500엔을 내면 줄을 서지 않고 바로 입장할 수 있는 '패스트패스' 안내문이 붙어 있다.>

 


패스트 패스(fast pass) 제도는 본래 디즈니랜드 등 테마파크에서 놀이기구 대기 시간을 아끼려는 사람들을 겨냥해 시작됐다. 
그러나 최근 일본을 덮친 이상 기후로 폭염이 일상화되면서, 더위에 취약한 노약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이를 요식업계에 도입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진 것이다. 
패스트 패스 예약 플랫폼 ‘스이스이’에는 올여름 25곳의 식당이 새로 입점했다.


현지 매체들은 패스트 패스에 폭염 대책을 넘어선 복합적인 효과가 숨어 있다고 분석한다. 
대표적인 것이 ‘외식 물가 인상 억제’다. 
물가 상승과 엔저(엔화 약세) 현상에 따른 원재료비 급등으로 가격 인상을 고심하던 식당들이 메뉴 가격을 동결하는 대신 패스트 패스를 통해 새로운 부가 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닛테레뉴스는 “줄을 서는 일반 고객도 ‘가격 유지’라는 혜택을 돌려받는 셈”이라고 전했다. 
맛집 주변의 긴 대기줄로 발생하던 소음이나 쓰레기 문제를 해소해준다는 순기능도 있다.


패스트 패스가 보편화할 경우 더 큰 인플레이션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지만, 최소한 일본 내에선 이러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대다수 점포가 패스트 패스 예약 건수를 제한하는 데다, 무엇보다 일본인들은 가게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행위 자체를 꺼리지 않기 때문이다. 
식문화 전문가 에노모토 야스타카 작가는 “일본은 한국만큼 온라인 예약 시스템이 전국적으로 구축돼 있지 않고, 특유의 ‘논비리(느긋한) 문화’가 있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에 거부감이 적다”며 “외국인 관광객 급증으로 길어진 (식당) 대기 시간을 패스트 패스가 완충해주는 효과도 있다”고 했다.


대기 시간이 긴 병원이나 은행, 관공서 등에도 패스트 패스 도입 논의가 확산하고 있다. 
실제로 도쿄 신주쿠의 한 정형외과는 최근 4400엔(약 4만원)을 내면 대기 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시작했다.(260725)


 

 

커피는 몸에 좋을까, 나쁠까? 미국심장협회가 수십 년 논란 끝에 내린 결론은?

 


커피는 건강을 둘러싼 유해·유익 논란의 단골손님이다. 
어떤 연구에서는 심장에 해롭다고 하고, 또 다른 연구에선 수명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고도 한다. 
혈압을 높인다는 연구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당뇨병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가 발표되기도 한다. 
마실 때마다 몸에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항상 궁금증이 따라붙는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커피 애호국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소비량은 416잔으로 세계 평균의 두 배를 훌쩍 웃돈다. 
그만큼 커피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심장협회(AHA·American Heart Association)가 카페인과 심혈관질환의 관계에 대해 수십 년간 축적된 연구를 종합 분석해 발표한 과학 성명(Scientific Statement)이 21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소개됐다. 
이번 성명은 카페인과 심혈관 건강에 관한 기존 연구들을 체계적으로 검토해 현재까지의 근거를 정리한 것이다.

 

 




하루 카페인 400㎎까지는 괜찮다과학 성명이 내린 결론은 간단명료했다. 
건강한 성인이라면, 하루 카페인 400㎎, 즉 8온스(약 240㎖, 약 80~120㎎의 카페인 함유) 기준으로 최대 5잔 정도 마시는 것은 건강에 해롭지 않다고 밝혔다. 
또 이 정도의 섭취는 심장병, 뇌졸중, 심부전, 심방세동, 고혈압, 제2형 당뇨병 등 여러 질환의 발생 위험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커피 속 카페인과 폴리페놀 등 항산화 물질들이 이러한 효과에 일부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봤다. 
다만 이는 건강한 성인을 기준으로 한 권고이며, 카페인을 많이 마실수록 건강 효과가 커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고카페인 에너지음료는 되도록 피해라
전문가들은 커피가 건강에 큰 해가 되지 않지만, 과도한 카페인 섭취는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심장협회는 특히 에너지음료를 통한 고용량 카페인 섭취는 혈압 상승, 부정맥 등 다양한 심혈관계 문제의 위험을 높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인 에너지음료 한 캔에는 보통 커피 한 잔보다 카페인이 3~4배 많이 들어 있는 제품도 있다.


커피는 기상 1.5~2시간 후, 오후 1~3시에 마셔라눈뜨자마자 마시는 모닝커피는 피하는 것이 좋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상 후 1시간 30분~2시간 뒤 커피를 마시는 것이 각성 효과를 더 잘 느낄 수 있다고 조언한다. 

더욱이 공복에 마시는 커피는 위산 분비를 촉진해 일부 사람에게는 속쓰림이나 역류성 식도염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니 간단한 식사 후 마시는 게 좋다. 
점심 식사 후 식곤증이 몰려오는 오후 1시~3시 사이도 커피를 마시기 적당한 시간대로 꼽힌다.
임산부나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 고혈압이나 불면증이 있는 사람은 하루 1~2잔 이하로 제한하거나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는 게 좋다.


숙면 원하면 ‘취침 9시간 전’, 늦어도 6시간 전 커피를 끝내라
카페인 반감기는 평균 5~7시간이다. 몸속에 들어온 카페인의 절반이 분해되는 데 그만큼 시간이 걸린다는 뜻이다. 
개인차는 있지만 밤 11시쯤 잠자리에 든다면 오후 2시 이전, 늦어도 오후 5시에 그날의 마지막 커피를 마시는 것이 수면의 질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주변에 “나는 밤늦게 커피를 마셔도 잠만 잘 잔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잠이 들더라도 카페인 영향으로 수면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믹스커피 애호가라면 카페인뿐 아니라 설탕과 프림의 섭취량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좋다.(260721)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본관 6층에는 1120㎡(약 339평) 규모의 환자와 보호자들을 위한 쉼터가 있다. 
이름은 ‘김지희 라운지, 품’.


건강 악화로 이 병원에서 투병하다 2020년 생을 마감한 지희(당시 35)씨의 부모가 30억원을 기부해 2024년 만들어진 라운지다. 
덕분에 평범한 야외 공간이 동백나무, 태산목 등 각종 수목과 여러 미술 작품이 어우러진 실내 정원으로 탈바꿈했다. 
하루하루를 병마와 싸우는 환자와 그 보호자들이 언제라도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된 것이다.


한쪽에는 지희씨 사진과 함께 “광야를 걷는 누군가에게 깊은 위로와 은혜의 품이 되길 바랍니다”라고 적힌 현판이 세워졌다.



 

<21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본관 6층 ‘김지희 라운지, 품’에 투병 중 별세(2020년)한 김지희씨의 사진과 추모 현판이 놓여 있는 모습. 
이 라운지는 김씨의 부모가 딸을 기리며 기부한 30억원으로 조성된 환자·보호자 휴식 공간이다.>

 


지희씨의 아버지 김재형 대영건설산업 회장은 기부 당시 병원 측에 “딸에게 못다 전한 위로가 다른 환자들의 휴식과 회복을 돕는 ‘품’이 되길 바란다”며 “이 공간을 통해 딸과의 소중한 추억도 가져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세브란스병원이 ‘사후(死後) 기부’ 활성화를 위해 2019년부터 시작한 이른바 ‘세브란스 오블리주’ 캠페인이 7년 만에 기부자 200명을 달성했다. 모인 기부금만 470억원에 달한다.


기부 사연도 다양하다. 
최근엔 ‘진원과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란 명의로 기부금 550만원이 들어왔다. 
세브란스병원에서 대장암으로 투병하다 지난해 10월 하늘로 떠난 이진원(당시 34)씨의 오빠 이병현(40)씨가 동생을 기억하는 국내외 지인 44명의 마음을 모아 보낸 것이다.


병현씨는 “작년 3월 동생이 처음 입원하던 날엔 ‘네가 나으면 전 재산을 다 털어 기부를 해야겠다’며 함께 웃었다”며 “올 10월엔 동생을 추모하는 작은 음악회를 열어 그 수익금을 병원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 앞으로 매년 2월 ‘진원과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들’ 명의로 계속 기부하며 동생의 흔적을 남기고 싶다고도 했다.


스무 살 때 호주에 정착했던 동생 진원씨는 호주·유럽·일본 등 각국 친구들과 가족처럼 지냈다고 한다. 
진원씨가 세상을 떠난 뒤 한국·호주에서 두 번의 장례를 치렀고, 호주 골드코스트 브로드비치 해변에서 열린 장례식엔 친구 100여 명이 모여 진원씨를 배웅했다.

 

 

<지난 21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본관 6층 김지희 라운지 전경.>

 


미국에서 사업가로 활동하는 배병준씨의 경우, 연세대 간호대 1회 졸업생이자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 이규희씨 명의로 2024년부터 매년 10만달러를 기부하고 있다. 
아내를 기리며 설립한 자선재단을 통해 기부했고, 간호대엔 ‘이규희 장학금’이 만들어졌다.


2014년 26억원 상당의 재산을 기부했던 김모임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2024년 별세하면서 조의금이 발전 기금으로 기부되도록 했다. 
기업인이자 독지가 김건철씨는 생전 약 100억원을 기부했고, 2022년 별세 이후 가족들이 그를 추모하며 현재까지 40여 억원을 또 기부했다. 
기부는 그의 호를 딴 동곡사람세움기금 신설, 동곡의학교육원 등 설립으로 이어졌다.


이뿐만 아니다. 어린 자녀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뒤 매달 자녀 이름으로 3만원씩 기부하는 부모도 있다. 
이렇게 모인 기부금은 학생 장학금, 의료진 연구 지원, 암병원·어린이병원 등 전문 진료 시설 확충, 장비 도입 등 의료 환경 전반을 개선하는 데 쓰인다.


김진아 연세의료원 발전기금사무국장은 “과거엔 생전 기부가 대다수였다면 이제 ‘죽음 앞에 가장 아름다운 애도’라고도 불리는 사후 기부가 점점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26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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