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해 바다가 난폭해졌다
수온 오르자… 북상한 참치따라 상어도 몰려
“또 상어가 잡혔네.”
지난 14일 오전 경북 영덕군 축산항.
그물을 한곳에 쳐놓고 지나가는 고기를 잡는 정치망 어선 선장 김모(66)씨는 잡은 물고기를 정리하고 있었다.
김씨는 고등어, 전갱이 더미 사이에 70㎝쯤 되는 상어 1마리를 보더니 상자에 툭 던졌다. 무심한 표정이었다.
김씨는 “요즘 그물에 상어가 자주 잡힌다”며 “크기가 작은 상어는 가격도 없고 찾는 이도 없어 성가시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축산 앞바다에선 청상아리가 잡혔다. 앞서 지난달 6일 경북 울진 앞바다에선 203.4㎝짜리 백상아리가 잡혔다.
울진에선 지난달 7일 귀상어와 청상아리가 어민들이 설치해 둔 그물에 걸렸다. 이틀 사이 대형 상어 3마리가 동해안에서 잡힌 것이다.

<지난 7월 17일 낮 12시쯤 서귀포시 문섬 인근 해상에서 발견된 귀상어.>
올해 들어 동해안에서 대형 상어가 잇달아 출현하고 있다.
백상아리는 영화 ‘죠스’에 등장하는 상어이고, 청상아리는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주인공이 청새치를 두고 사투를 벌이는 상어다. 모두 사람을 공격할 수 있는 이른바 ‘포악 상어’다.
상어는 일부 보호종을 제외하면 포획이 금지된 어종은 아니다. 다만 동해안에서 상어를 일부러 잡는 어민은 거의 없다.
상어 고기를 찾는 수요도 적다. 그래서 대부분 다른 어종을 잡는 그물에 우연히 걸리는 혼획 형태로 잡힌다.
이런 상어들이 동해안 해수욕장 인근에서 출몰하자 동해안에 접한 지방자치단체들은 안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강원 강릉시는 지난달 4일 ‘안목해변 동쪽 4㎞ 해상에 상어 출몰’이라는 재난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
지자체가 상어와 관련해 재난 문자를 보낸 것은 처음이다.
이날 강릉 경포해수욕장에 피서를 온 김모(45)씨는 “문자를 보는 순간 머리가 쭈뼛 섰다”고 했다.

동해안 지자체마다 해수욕장 주변에 차단망이나 전류식 퇴치기를 설치해 상어 접근을 막고 있다.
강릉시는 지난해 해수욕장 3곳에 설치했던 상어 방지막을 올해 7곳으로 늘렸다.
상어 퇴치기도 기존 22대에 더해 51대를 추가로 설치했다. 해양경찰도 해수욕장 주변 순찰을 강화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올 들어 동해안에서 다른 물고기와 함께 잡힌 이른바 혼획(混獲) 상어는 68마리다.
지난해 같은 기간 혼획된 27마리의 2.5배다. 가장 많이 잡힌 상어는 청상아리(35마리)였다.
이어 청새리상어(10마리), 악상어(8마리), 귀상어·무태상어(각 5마리), 백상아리(2마리) 순으로 잡혔다. 이 상어들은 사람을 공격할 위험성이 높다.
해경에 따르면 국내에서 상어의 공격으로 발생한 인명 피해는 모두 8건이다. 6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쳤다.
해수욕객을 직접 공격한 사례는 1959년 8월 충남 대천해수욕장에서 수영하던 20대 대학생이 사망한 사고가 유일하다.
대형 상어가 동해안에 몰리는 것은 바다 먹이사슬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
동해는 평균 수심이 약 1600m로 깊고 비교적 수온이 낮아 과거에는 명태와 도루묵, 청어, 오징어 같은 한류성 어종이 많이 살았다.
반면 최근 바닷물이 빠르게 따뜻해지면서 난류성 어종이 크게 늘었다.
동해안에 상어 먹잇감인 난류성 어종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상어도 늘었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동해에서 많이 잡히는 참다랑어가 대표적인 난류성 어종이다.
올해 강원도와 경북도에 배정된 참다랑어 연간 어획량은 각각 449t과 520t이다. 강원도와 경북도 모두 이미 어획 할당량을 채웠다.
경북에선 지난 6월 10일 울진 190t, 영덕 43t 등 하루에 참다랑어 233t이 잡혔다.
참다랑어가 동해에 늘어난 것은 먹이로 삼는 정어리·고등어 등 난류성 소형 어종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동해안 정어리 어획량은 2018년 305t에서 2024년 4875t으로 16배가량 늘었다.
고등어는 2021년 422t에서 2024년 9053t으로 20배 넘는다. 반면 오징어 어획량은 2021년 6231t에서 지난해 2759t으로 줄었다.
김맹진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연구사는 “동해안 평균 수온이 전년보다 1.9도 높아지면서 고등어와 참다랑어 유입량이 증가하고 대형 상어의 출현 빈도도 늘고 있다”고 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고수온 현상으로 동해의 상어 출현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종별 분포 등 생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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