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세브란스 헬스체크업 센터. 
이틀 전 입국한 카자흐스탄 관광객 A(44)씨가 대장 내시경 검사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원래 전날 흉부 X선, 혈액 검사 등과 함께 대장 내시경을 마치도록 돼 있었지만, 그가 장을 깨끗이 비우지 않아 센터 측이 바로 하루 뒤인 이날 검사 일정을 다시 잡아줬다. 
그는 “건강검진이 워낙 잘돼 있다고 들어서 이번 한국 관광 계획을 짤 때부터 이를 첫 일정으로 잡았다”고 했다. 
이곳에서 만난 키르기스스탄 출신 B(49)씨는 몇 년 전 이 병원에서 암 치료를 받은 것을 계기로 해마다 건강검진을 위해 방한하고 있다. 올해는 자신의 아들(17)도 데리고 왔다. 
이곳을 찾는 외국인은 갈수록 늘어, 지난해는 전년보다 25% 이상 증가했다.


외국인에게 인기를 끄는 ‘K의료’는 피부과·성형외과만이 아니다. 
국내 건강검진 역시 ‘K의료’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영국 BBC는 지난 24일 ‘혈액 검사부터 초음파까지, 세계적 의료 허브로 부상하는 한국’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여행 일정 중에 하루를 내어 전신 종합검진을 받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달 들어서만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영국 가디언 등도 K건강검진을 기사로 다뤘다. 
가디언은 “한국이 미용뿐 아니라 종합 의료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1일 서울 중구 ‘세브란스헬스체크업’에서 한 외국인이 건강검진을 받고 있는 모습. 
지난해 국내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외국인은 6만5228명으로 2년 전보다 약 30% 늘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외국인은 총 6만5228명. 2년 전인 2023년(5만385명)보다 약 30% 증가했다. 
피부과, 성형외과, 내과 다음으로 외국인이 많이 찾는 ‘K의료’가 바로 건강검진 기관이었다.


외국인들은 K건강검진의 대표적인 장점으로 저렴한 비용을 첫손에 꼽는다. 
미국 등에선 아무리 좋은 보험에 가입해 있더라도 건강검진 최소 비용이 600~800달러(약 88만~117만원) 정도 든다. 
특히 컴퓨터 단층 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은 그 비용만 300만~400만원 수준인 데다, 촬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사 진단이 있어야만 찍을 수 있다. 
반면 한국에선 100만원 정도면 대부분의 검진을 받을 수 있고, 이를 대학병원급이 아닌 검진 전문 병원에서 받으면 그 가격이 40만원대로 낮아진다.

 

 

 

건강검진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는 점도 강점이다. 
이 때문에 기업 경영진이나 기관장 같은 주요 인사가 한국에 출장 온 김에 검진까지 받고 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김세르게이 분당서울대병원 국제진료센터 교수는 “유럽에선 독일이 검진으로 유명하지만, 최소 사흘 정도 걸리기 때문에 병원 근처 호텔을 잡거나 입원을 해야 한다”며 “하지만 한국은 오전 안에 검사가 다 끝나기 때문에 주요 VIP(귀빈)들이 한국 출장 중에 짬을 내서 건강검진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검진만 빨리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결과도 빨리 나온다. 
정혜원 세브란스 헬스체크업 부원장은 “정말 빠른 경우엔 이틀 만에 결과를 받아보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이곳에선 지난해 한국 지사에 근무하는 미국의 정보기술(IT) 기업 임원이 어머니를 모시고 와 검진을 받게 했는데, 어머니의 유방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돼 조직 검사를 거쳐 일주일 만에 수술을 받기도 했다.

 

 




진료 수준이 높은 데다 서비스까지 친절한 점도 외국인들에게 인기를 끄는 요소다. 
외신들은 병원마다 통역 가능한 인력이 충분한 점, 환자의 개인정보 보호가 철저하다는 점, 검진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즉각 치료 가능한 병원으로 연계해준다는 점이 외국인들에게 뛰어난 서비스로 받아들여진다고 분석했다. 
특히 동양적인 외모를 가져 코로나 팬데믹 이후 유럽에서 인종차별을 받았던 중앙아시아 국가 출신들이 한국의 서비스에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성창현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한국의 건강검진은 높은 의료 수준과 우수한 서비스로 외국인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정부도 외국인 환자 유치 확대를 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260728)


 

 

 

지난 23일 경북 경산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발생한 방화 사건과 관련해, 경북경찰청이 24일 불을 지른 류모(71)씨를 현주건조물방화치사상 혐의로 입건하고 류씨의 집과 차량을 압수 수색했다. 
경찰은 이 아파트 주민인 류씨가 계획적으로 불을 지른 것으로 보고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화상을 입은 8명 중 50대 여성 1명이 이날 숨졌다.


사건은 지난 23일 오전 8시 29분쯤 발생했다. 
당시 관리소장(관리인)과 입주민 등 6명이 회의를 하려고 관리사무소에 모였다. 
관리사무소를 찾은 류씨는 소장 김모씨 등과 관리 규약을 놓고 말다툼을 벌였다고 한다. 
아파트 방범 카메라 전선이 뽑혀 있었던 것을 두고도 고성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중 류씨가 갑자기 관리사무소 지하 창고에 보관 중이던 시너를 갖고 와 관리사무소 바닥에 뿌린 뒤 불을 질렀다. 
류씨는 그 뒤 흉기를 들고 “다 죽인다”고 소리치다 출동한 경찰에 검거됐다. 
이 사고로 류씨 등 8명이 화상을 입었다. 그중 50대 여성은 중상을 입고 서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이날 결국 숨졌다. 
이 여성은 “아파트 방범 카메라가 작동하지 않는다”며 관리사무소를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지난 23일 오전 방화 사건이 발생한 경북 경산시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경찰과 소방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이 사건으로 이 아파트 입주민 1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목격자들은 “갑자기 펑 하는 소리가 2~3차례 났다” “몸에 불이 붙은 사람들이 ‘살려 달라’고 소리치며 밖으로 뛰어나왔다”고 했다. 
이날 찾은 관리사무소는 폭탄이라도 터진 것처럼 새카맣게 그을린 상태였다. 
주민들은 불안해했다. 60대 주민 이모씨는 “무서워서 관리사무소 앞을 지나다니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주민들은 류씨가 관리비 내역 등을 놓고 관리사무소와 갈등이 잦았다고 했다. 
주민 신고를 받고 여러 차례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고 한다. 
지난 5월 관리소장 선거 후 류씨와 관리소 간에 갈등이 심해졌다고 한다. 
류씨는 감사위원 후보로 출마했으나 중도 사퇴했다. 자기가 지지한 소장 후보도 떨어졌다고 한다. 
류씨는 이후 새로 선출된 관리소장에게 수시로 욕설을 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사건 전날인 지난 22일 오전에도 류씨가 관리소장 등과 말다툼을 벌여 경찰이 출동했다. 
관리소장 김씨는 류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그러자 류씨는 확성기를 들고 단지를 돌아다니며 “주민이 주민을 고소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외쳤다고 한다. 

김씨는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 월 50만원씩을 받으며 관리소장을 겸하고 있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일부 주민은 관리사무소도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경산시는 작년 말 주민 요청에 따라 이 아파트를 감사한 뒤 과태료 2건, 행정지도 7건 등 처분을 내렸다. 
관리비 내역 등을 주민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사실 등이 적발됐다.


이 같은 아파트 내부 분쟁은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2024년 11월 부산 동래구에선 입주민이 “관리비 회계에 문제가 있다”며 관리사무소를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하자 이 입주민은 경찰서 민원실에서 분신을 시도했다.


그해 2월 경기 평택 아파트에선 동대표끼리 몸싸움이 붙었다. 
관리사무소에서 불법 주·정차한 차량에 스티커를 붙이는 문제로 회의를 하던 중이었다. 이 과정에서 50대 동대표가 쓰러져 숨졌다.


올 4월 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선 방수·외벽 도색 공사를 두고 입주민들과 입주자대표회의가 맞서 고소전이 벌어졌다. 
일부 주민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공사 비용을 횡령했다”며 경찰에 고소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심각한 분쟁은 대부분 300가구 미만 소규모 단지에서 발생한다”며 “전국 기초단체에 지방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가 있지만 한쪽이 거부할 경우 진행이 안 돼 실효성 있는 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300가구 이상 아파트 등 ‘의무 관리 대상 공동주택’은 매년 외부 회계 감사를 받아야 한다.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하고 주택관리사도 뽑아야 한다. 
반면 300가구 미만 아파트 등 ‘비(非)의무 관리 대상 공동주택’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번에 방화 사건이 발생한 경산 아파트도 204가구 단지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비의무 관리 대상 공동주택은 총 29만218곳으로 전체 단지의 94%였다. 가구 수 기준으로는 35%다. 
법무법인 효현의 김재권 대표 변호사는 “이런 단지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유지·보수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처리하는 등 불투명하게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며 “주민들 간 갈등이 생겨도 조정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고소·고발 등 법적 분쟁으로 번지기 쉽다”고 했다.(260725)



 

 

 

네이버가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로부터 10억달러(약 1조47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받는다고 27일 발표했다. 
네이버가 해외 빅테크로부터 대규모 직접 투자를 받는 것은 처음이다. 
네이버는 동시에 글로벌 투자사 브룩필드로부터 최대 90억달러(약 13조2300억원) 규모의 인프라 자금 조달도 추진한다. 
총 100억달러(약 14조7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은 정부의 ‘3대 메가 프로젝트’ 일환으로 추진되는 1GW급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투입된다. 
검색·쇼핑 중심의 인터넷 플랫폼에서 ‘AI 인프라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한 승부수다.


네이버는 지난 2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엔비디아 사옥에서 이해진 이사회 의장과 최수연 대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한 가운데 이와 같은 내용의 ‘전략적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네이버가 새로 발행하는 주식 724만여 주를 엔비디아가 주당 20만4500원에 사들이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엔비디아는 창업자인 이해진 의장보다 많은 4.5%의 지분을 확보하며 국민연금, 블랙록에 이어 네이버 3대 주주가 된다. 
이날 네이버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8.4% 오른 22만5000원에 마감했다.

 

 

<계약 체결 후… 이해진·젠슨 황 ‘하트’ 네이버 이해진(왼쪽부터 여섯째) 의장과 최수연(왼쪽 넷째) 대표, 젠슨 황(왼쪽 다섯째)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지난 24일 미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엔비디아 본사 로비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날 엔비디아는 네이버 주식 10억달러어치를 인수하는 내용의 전략적 투자 계약을 맺었다. 
엔비디아는 국민연금·블랙록에 이어 네이버 3대 주주가 된다.>

 


이번 투자는 지난 6월 황 CEO의 방한 당시 양사가 발표한 ‘기가와트(GW)급 AI 팩토리 구축 협약’의 후속 조치다. 

네이버는 현재 세종시에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각 세종’을 운영 중이다. 
여기에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인프라 플랫폼 ‘DSX’를 도입해 ‘AI 팩토리’로 고도화한다.


AI 팩토리는 서버를 모아 연산(컴퓨팅) 자원을 제공하는 데이터센터의 개념을 ‘데이터와 전력을 투입해 토큰(AI가 문장과 정보를 처리·생성하는 기본 단위)을 생산하는 공장’ 개념으로 전환한 것이다. 
네이버는 이 시설을 2027년 상반기 55MW(메가와트), 2027년 말 100MW, 2028년 200MW 규모로 확장하고, 장기적으로 1GW급까지 키울 계획이다.


네이버는 이를 위해 브룩필드를 파트너로 끌어들였다. 
2028년까지 최대 90억달러를 여러 금융회사가 참여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방식으로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브룩필드는 1조달러 이상을 운용하는 글로벌 대체 투자사다. 
단순 자산 운용사가 아니라 데이터센터·전력·신재생에너지 등 실물 인프라 자산을 직접 보유·투자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이번 지분 투자의 선결 조건으로 90억달러 규모의 별도 자금 확보를 요구했다. 
브룩필드 자금이 그 ‘조건’을 충족한 셈이다. 
엔비디아 투자 납입 기한은 10월 30일로, 네이버는 그 전에 브룩필드와의 계약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가 유상증자를 하는 것은 22년 만이다. 
네이버는 주주 가치 희석 우려를 줄이기 위해 약 1조170억원 규모의 자사주 490만주를 다음 달 소각하기로 했다. 
업계에선 이번 투자 유치로 네이버가 AI 모델부터 인프라까지 아우르는 ‘종합 AI 기업’으로 도약할 기반을 만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네이버는 그간 검색 광고와 커머스(쇼핑) 등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인터넷 플랫폼 회사였다. 
이로 인해 내수 시장의 성장 한계에 갇혀 있다는 지적도 받았다. 
반면 AI 기술과 인프라가 중심이 된 AI 사업은 B2B(기업 간 거래) 중심의 자본 집약적 사업이다.

 

 




네이버는 자국의 데이터와 언어를 미국 빅테크에 맡기지 않으려는 각국 정부·기업의 ‘소버린 AI’ 수요를 노리고 있다. 
네이버 측은 “2027년부터 AI팩토리 매출을 내겠다”며 “아시아·태평양과 유럽·중동의 소버린 AI 수요를 흡수할 것”이라고 했다. 
교보증권은 네이버의 AI팩토리 사업이 2028년 2조5000억원의 매출을 낼 것으로 추정했다.


네이버와 엔비디아의 관계는 한층 깊어지게 됐다.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클라우드는 엔비디아와 글로벌 AI 팩토리 사업을 함께 추진하는 ‘AI 컴퓨트 파트너십’ 체결을 논의 중이다. 
네이버는 또 엔비디아의 오픈소스(공개) AI 모델 ‘네모트론3 울트라’에 독자 데이터와 학습 기술을 결합해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고도화하고 있다.


이해진 의장은 이번 계약을 발표하며 “네이버가 굉장히 큰 변화와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는 계기”라며 “자본뿐만 아니라 두 회사가 가진 글로벌 브랜드와 네트워크를 통해 우리의 노하우를 스케일업하는 데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260728)



 

 

 

지난 17일 오전 8시 국내 최대 수산물 위판장인 부산 서구 부산공동어시장. 
경매에 나온 고등어 약 3만 박스를 두고 도매상 80여 명이 경쟁을 벌였다. 
경매가 이어진 1시간 동안 계속 값을 높여 부르며 연이어 낙찰받는 일행이 있었다. 
전체 물량의 3분의 2를 약 11억원에 쓸어 담은 한 수산물 수출기업 관계자들이었다. 
낙찰된 고등어는 태극기 문양이 새겨진 종이 박스에 담겨 수십 대의 화물차 편에 인근 냉동 창고로 옮겨졌다. 
해당 기업 관계자는 “고등어는 영하 42도로 급속 냉동한 뒤 24시간 안에 해외로 내보낸다”며 “특히 연간 800억원어치 수산물을 중국에 수출하는데 그 절반이 고등어”라고 말했다.

 

 

한국인의 밥상에서 가장 흔한 국민 생선 고등어가 K수산물 수출의 새 주력 품목으로 떠올랐다. 
27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고등어 수출액은 1억8170만달러(약 2670억원)로 작년 동기보다 247% 급증했다. 
2024년만 해도 수출 12위 품목이던 고등어는 작년 3위로 뛰어오른 데 이어 올해 상승세에 가속이 붙었다. 
‘바다의 금’으로 불리는 부동의 수출 1위 김(6억820만달러)은 같은 기간 2% 증가에 그쳤다. 
김과 고등어의 수출액 격차는 1년 만에 11배에서 3배로 좁혀졌다. 
고등어의 강세에 힘입어 올 상반기 수산물 수출액은 19억달러로 22% 늘었다. 
현재 추세라면 3년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17일 오전 부산 서구 부산공동어시장에서 고등어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산 고등어 수출 폭증세를 촉발한 건 세계 최대 고등어 수출국 노르웨이의 감산이었다. 
노르웨이 정부가 어자원 보호를 위해 올해 어획 쿼터를 작년의 절반인 8만1000t으로 줄이면서, 노르웨이산 고등어 품귀 현상이 빚어졌다. 
이를 대체하기 위한 수요가 한국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그간 한국산 고등어의 주 수요지는 소형 고등어를 통째로 튀겨 먹는 아프리카였다. 
하지만 올해는 찜·구이용 중대형어를 찾는 중국의 상반기 구매액이 작년의 36배로 뛰었고, 통조림 가공용 소형어를 가져가는 유럽도 23배로 늘었다.

 

 




고등어의 인기는 한국 수산물 수출 판도까지 바꿨다. 
올 상반기 주요 수출국 순위에서 중국(3억9180만달러)이 일본(3억5880만달러)을 제치고 1위에 오른 것이다. 
중국은 2021~2023년에도 1위였던 적이 있지만, 당시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중국이 러시아 수산물 직수입을 막으면서 러시아산 명태·오징어가 한국을 거쳐 우회 수출된 영향이 컸다. 
부산의 한 수산물 도매상은 “한국산 수산물 시장에선 그동안 일본이 부동의 1위였는데 고등어의 등장으로 그 벽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수출 호황의 그림자도 있다. 
국내 중·대형 고등어 어획량이 주춤한 가운데 수출까지 급증하면서 밥상 물가를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우려다. 가격은 이미 뛰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노량진수산시장의 고등어 도매 단가는 kg당 4334원으로 작년 동기(3584원)보다 21% 올랐다. 
전체 수산물 단가 상승률(11%)의 두 배 수준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 수출업자와의 매입 경쟁으로 대형마트·백화점에 납품되는 고품질 고등어 조달 비용이 뛰면서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세계가 한국 고등어를 찾을수록 국내 소비자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260728)


 

 

 

‘총성 없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본회의에선 자국의 대표 유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는 각국 대표단의 노력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심사에서 유산 등재 결정이 ‘반려’되자 ‘물밑 로비’와 격론을 통해 결과를 뒤집는가 하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이곳에서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24일부터 사흘간 본회의 현장을 지켜봤다.

 

 

<25일 세계유산으로 추가 등재된 전남 고흥 갯벌.>

 


우리나라 대표 자연유산인 ‘한국의 갯벌’은 25일 본회의에서 세계유산에 확대 등재됐다. 
5년 전 등재된 4개 갯벌에 충남 서산과 전남 고흥·여수·무안 갯벌을 추가해 유산의 범위와 대상을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한국이 세계유산의 경계를 대폭 수정하는 ‘확대 등재’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의 갯벌’은 지난 2021년 제44차 위원회에서 충남 서천, 전북 고창, 전남 신안, 전남 보성·순천 등 4개 갯벌이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이날 확대 등재가 결정됨에 따라 한국의 갯벌은 ▲보성·순천·여수·고흥 갯벌 ▲신안·무안 탄도만 갯벌 ▲무안 함해만 갯벌 ▲고창갯벌 ▲서천갯벌 ▲서산갯벌 등 총 6곳으로 구성된다. 
면적은 기존 12만8411ha에서 15만6386ha로 22% 늘었다.


‘한국의 갯벌’은 2446종의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멸종 위기종 철새들이 쉬어 가는 생명의 터전이다. 
위원회는 ‘한국의 갯벌’이 생물 다양성과 멸종 위기종 보전의 중요성을 다루는 세계유산 등재 기준을 충족한다고 인정했다. 
특히 황해 생태계와 동아시아∼대양주를 잇는 철새 이동 경로의 핵심 서식지로서 이동성 물새와 다양한 해양 생물의 보전에 기여하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등재 직후 “우리 갯벌의 생물 다양성 보전 가치와 유산의 완전성을 한층 강화한 뜻깊은 성과”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일본과 몽골 유산도 세계유산으로 새롭게 등재됐다. 
일본의 ‘아스카·후지와라 고대 수도’는 26일 본회의에서 등재에 성공했다. 
백제와 고구려의 영향을 받은 유적들이자 한국인들도 많이 찾는 답사 장소다. 
일본 나라현의 아스카와 후지와라 궁궐 터, 아스카데라(飛鳥寺) 터, 다카마쓰(高松) 고분 등 19개로 구성된 연속 유산이다. 
몽골이 등재한 ‘흉노 지배층 무덤군’은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이 몽골 국립박물관 등과 공동 조사에 참여한 유적이다.



중동 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의 산악 지대 담수 서식지인 ‘와디 우라야’는 한 시간 넘는 격론 끝에 등재에 성공했다. 
이 유산은 앞서 유네스코 자연유산 분야 자문기구인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평가에서 불합격에 해당하는 ‘반려’를 받았다. 
하지만 이 결과가 본회의 현장에서 뒤집어졌다. 
통상 자문기구는 심사 후에 ‘등재 권고’ ‘보류’ ‘반려’ ‘불가’의 4가지 권고안 중 하나를 결정한다. ‘등재 권고’를 받으면 등재가 확실하고, 보류는 본회의에서 뒤집을 수 있지만, 반려는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신청국이 본회의 전 신청을 자진 철회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날 본회의에선 갑자기 방글라데시가 앞장서 UAE 유산에 대해 수정안을 제출하고 “서둘러 등재를 결정해달라”며 의장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위스·폴란드·체코 등 유럽 국가들이 “자문기구의 평가를 존중하라”며 반대했지만, ‘와디 우라야’는 결국 등재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현장을 지켜본 국내 세계유산 전문가들은 “오일머니의 위력을 실감한 순간”이라고 했다.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안건 논의가 시작된 24일 오후 부산 벡스코 본회의장에서 21개 위원국들이 팔레스타인의 '세바스티아' 긴급 등재 의제를 논의하고 있다. 
'세바스티아'는 이날 긴급 등재로 세계유산과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 동시에 올랐다.>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호수인 러시아의 바이칼호는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후보에 올랐으나, 러시아 측 의견에 따라 심의가 내년 위원회로 연기됐다.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거칠게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키이우·르비우·오데사 등 전쟁 중 위기에 처해 있는 우크라이나 세계유산의 보존 상태를 두고도 충돌했다. 
유산 훼손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놓고 또 다른 전선이 만들어진 것이다. 
김지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정책팀장은 “국가 간 전쟁이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장에서도 벌어진다”며 “치열한 물밑 로비와 외교 싸움, 국제 정치가 개입되는 현장”이라고 했다.

 

 


<사도 광산 갱 내부 모습.>



위원회는 지난 23일 본회의에서 일본에 대해 사도광산의 전시 전략과 시설 개선을 요구하는 결정문도 채택했다.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을 등재할 당시 한 약속과 달리 조선인 강제 동원이 이뤄진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은 내년 12월까지 이행 사항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라자르 엘룬두 아소모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장은 24일 한국 기자단과 만나 “유네스코는 대화와 협력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기구인 만큼 강제할 수단은 없지만, 중요한 사실은 이번 결정문이 21개 위원국의 합의를 통해 채택됐다는 점”이라고 했다.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 한국위원장인 최재헌 건국대 교수는 “일본이 약속을 지킬 듯하면서 나중에 엉뚱한 결과를 내놓는 데 대해 위원회가 ‘경고 방송’을 한 것”이라며 “강제성은 없지만 계속 경고를 하면 일본도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고, 보고서 제출 의무를 명문화한 것은 큰 성과”라고 말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29일까지 계속된다.(260727)




 

 

'킹'은 왜 연봉 10분의 1에 필라델피아 갔나, 이 사진 속 답 있다

르브론 품은 필라델피아 비결

 


‘오하이오 고교 농구 커넥션에 찬사를!’(미국 야후스포츠)


고향 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도, 최전성기를 보냈던 마이애미 히트도 아니었다. 
NBA(미 프로농구) 수퍼스타 르브론 제임스(42)의 인생 네 번째 ‘더 디시전(the decision·선택)’은 고교 농구 시절 경쟁자가 구단 사장으로 갓 취임한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였다.


‘킹’ 르브론 제임스가 25일(한국 시각) 세븐티식서스(이하 식서스) 이적을 발표하자 미국 스포츠계에선 ‘놀랍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연고 도시인 필라델피아와 특별한 인연이 없던 제임스가 이전 연봉 5262만달러(약 770억원)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평균 397만달러(약 60억원)에 식서스와 2년 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제임스는 “난 여전히 농구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보여줄 것도 아직 많다”며 “희생하고, 노력하고, 땀을 흘려 우승의 기쁨을 누리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NBA(미 프로농구)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마이크 갠지 사장의 동생 스티븐 갠지가 이달 초 X(옛 트위터)에 올린 사진. 
지난 2000년 미국 클리블랜드 지역 신문 ‘플레인 딜러’가 오하이오주 북동부 지역의 고교 농구 유망주들을 촬영한 것이다. 
맨 오른쪽이 마이크 갠지, 그 왼쪽이 르브론 제임스다. 
갠지는 고교 시절의 인연을 활용해 NBA의 ‘살아있는 전설’ 제임스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시즌 LA 레이커스에서 20.9점, 6.1리바운드, 7.2어시스트를 올리며 건재함을 과시한 제임스가 식서스를 선택한 데엔 농구단 운영 사장인 마이크 갠지(44)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임스와 갠지 사장의 인연은 25년 전 고향인 오하이오주 고교 농구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갠지는 2001년 오하이오 북동부 지역의 올름스테드 폴스 고교 4학년 때 평균 27.2점, 10.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오하이오주 전체 고교 농구 랭킹 2위에 오른 특급 유망주였다. 
당시 그보다 뛰어난 유일한 선수가 바로 인근 세인트 빈센트-세인트 메리 고교 2학년인 제임스였다. 
제임스는 당시 2학년으론 최초로 주 랭킹 1위를 기록하며 미국 전역에 이름을 알렸다.

 

 




고등학생 때 두각을 나타낸 두 유망주는 이후 엇갈린 농구 인생을 살았다. 
제임스는 2003년 고향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서 데뷔한 이후 NBA 파이널 우승 4회, 파이널 MVP 4회, 정규 리그 MVP 4회, NBA 통산 득점(4만3440점)과 출장 경기(1622경기) 1위 등 기록을 쓰며 그야말로 ‘전설’이 됐다. 
반대로 갠지는 NBA 드래프트에서 탈락한 뒤 건강 문제로 20대 후반 일찌감치 현역에서 은퇴했다. 
캐벌리어스 구단 직원으로 NBA에 발을 들인 이후 탁월한 업무 능력으로 단장까지 지냈고, 지난달 4일 식서스 사장에 취임했다.


갠지는 과감한 선수진 개편으로 불과 두 달도 되지 않는 기간에 식서스를 우승권 전력으로 끌어올렸다. 
팀의 간판이지만 ‘계륵’으로 꼽히던 폴 조지와 신인 지명권을 내준 뒤 2024년 파이널 MVP 제일런 브라운을 보스턴 셀틱스에서 받아냈다. 
이어 알짜배기 선수들을 차례로 영입한 뒤 물밑에서 제임스의 에이전트와 접촉을 시작했다. 
식서스가 ‘우승할 수 있는 전력’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어필했고, 타이리스 맥시 등 제임스와 친분이 있는 선수들을 동원해 ‘외곽 지원’을 하는 식으로도 설득에 나섰다. 
제임스의 에이전트는 최근 “제임스는 갠지 사장을 분명히 기억한다. 그가 이적의 결정적 변수”라고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이 됐다. 
식서스 팬 커뮤니티는 “갠지가 취임 두 달도 안 돼 역대 최고의 오프 시즌을 만들어냈다”며 “처음엔 아무도 갠지가 누구인지 몰랐지만, 그는 이제 영원히 기억될 인물이 됐다”고 했다.


1983년 이후 NBA 우승 소식이 없는 필라델피아 팬들은 제임스의 입단에 잔뜩 흥분한 분위기다. 
입단 발표 후 공식 홈페이지에서 제임스의 23번 유니폼은 모든 색상이 2시간 만에 다 팔렸고, 오프라인 숍에서도 매진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제임스의 데뷔전이 될 10월 시범 경기 티켓 가격이 폭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메이저리그(미 프로야구) 필라델피아 필리스 홈구장에도 제임스 환영 문구가 등장했다. 
필라델피아 시 정부와 의회, 지역 정치인들도 앞다퉈 환영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필라델피아가 있는 펜실베이니아주의 조시 셔피로 주지사는 제임스 이적 발표일인 7월 24일을 ‘르브론 제임스의 날’로 선포했다.(26072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