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수리공으로 일하는 자동차판매점의 자동차 세일즈맨은 일이 잘 안 풀릴 때면 뒤편의 주차장에서 산책을 하곤 했다.
그곳의 배수구가 상습적으로 막히기 때문에 비가 내리면 그곳엔 큼직한 웅덩이가 생기고 물새들이 그곳으로 모여들곤 했다.
웅덩이의 물은 기름과 부동액으로 오염되기 일쑤였다.
어느 날 이 더러운 물에서 청둥오리 한 쌍이 헤엄치는 것을 본 세일즈맨은 슬픈 어조로 말했다.
"저것들은 스스로 죽이고 있으면서도 너무 어리석어서 그 사실을 알지도 못하고 있어."

그리고 나서 그는 머리를 흔들며 담배를 마지막으로 한 모금 빨고 안으로 들어 갔다.





우리 부모님은 결혼한 누이와 바로 이웃집에 사시는데 전화가 걸려 오면 두 집에서 동시에 벨이 울리도록 해놓았다.
이렇게 해놓으니까 전화를 대신 받아 줄 수 있어 편리하긴 하지만 가끔 혼란이 일어날 때도 있다.
한번은 매부가 어떤 물건을 팔겠다는 광고를 냈는데 마침 그날이 아버지의 생신이었다.

매부와 아버지는 외출했기 때문에 어머니 혼자서 걸려 오는 전화를 받느라고 무척 바빴다.
전화를 건 사람들은 대개 매부의 이름이나 아버지의 이름을 댔는데 한 사람은 그냥 "바깥양반 좀 바꿔주세요” 하고 말했다.
그러자 화가 난 어머니는 무뚝뚝한 목소리로 "어느 바깥양반요 ?” 하고 반문했다





남자용품 판매부 계산대에서 일을 하고 있던 나는 쇼핑하러 온 친구의 어머니를 발견했다.
할인판매중인 셔츠를 사려고 왔는데 아들의 셔츠 치수를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여러 번 그 친구에게 셔츠를 팔았기 때문에 치수를 기억하고 있었으므로 "15인치 반,33인치"라고 가르쳐 드렸다.
친구의 어머니는 셔츠 두어 벌을 더 사고 계산을 마쳤다.
다음 차례인 부인이 손으로 카운터를 짚고 몸을 앞으로 숙이며 이렇게 물었다.
"내 남편의 셔츠 치수는 얼마죠 ?"





내가 동네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던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나는 남편이 그날 아침 하키경기를 하다가 다리가 부러져서 응급실에 들어와 있다는 전갈을 받았다.
급히 응급실로 달려가 보니 남편은 부러진 곳을 접합하기 위해 마취를 기다리고 있었다.
남편은 심한 통증에 시달리고 있었으므로 나는 그의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 이마를 문질러 주기도 하고 부드럽게 키스도 해주고

껴안아 주기도 했다.
나는 일하러 가기 위해 자리를 뜨면서 "시간이 나는 대로 금방 다시 올게요" 하고 말했다.
그러자 전에 나를 만난 적이 없는 남편의 팀 동료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야아,이 병원의 간호사들은 굉장히 친절한데 !”





요즘 더하기와 빼기를 조금씩 배우고 있는 여섯 살짜리 우리 아들 교중이는 가끔 아빠가 주머니에서 꺼내놓은 지폐 몇 장을 가지고

얼마인지 세어보기도 한다.
어느 날 아침 식사를 하다가 교중이가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 삼천만원만 주세요."
남편과 나는 우리의 2세가 통이 큰 것에 약간 놀랐다.
"삼천만원이 만원짜리 몇 장인지 맞추면 줄게." 남편이 말했다.
교중이는 잠시 골똘히 생각하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천원짜리 석장하고 만원짜리 한장."
그날 저녁 교중이는 1만3000원짜리 장난감을 선물받았다.





성탄절에 부모님을 찾아갔더니 80을 넘긴 고령임에도 어머니는 전통적인 성탄절 만찬 준비를 손수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온종일 음식준비를 하느라고 부산하던 어머니가 마침내 잠자리에 들 준비를 했다.
그런데 자명종 시계를 새벽 4시에 맞춰놓고 있었다.
그때 일어나서 오븐을 켜 칠면조 요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오븐에 타이머가 달려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우리는 안쓰러운 생각에서 타이머를 사용할 줄 아느냐고 어머니에게 물었다
"물론 알고말고." 어머니가 대답했다.
"그렇지만 난 60여년 동안 성탄절만 되면 새벽에 일어나 오븐을 켰단다. 그런데 그 일을 스토브에 대신 시키는 것이

내가 하는 것과 같을 수야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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