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는다 
                 박완서

 

 



심심하고 심심해서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 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 



나이 드는 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꽃 피고 낙엽 지는 걸 

되풀이해서 봐온 햇수를 생각하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내년에 뿌릴 꽃씨를 받는 내가 

측은해서 시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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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따르라 

                   정호승

 



돈을 따르지 말고
꽃을 따르라

봄날에 피는 꽃을 따르지 말고
봄날에 지는 꽃을 따르라

벚꽃을 보라
눈보라처럼 휘날리는 꽃잎에
봄의 슬픔마저 찬란하지 않으냐

돈을 따르지 말고
지는 꽃을 따르라

사람은 지는 꽃을 따를 때
가장 아름답다

 



.............................................
꽃이 오고 있다. 꽃이 와서 봄에게 새 의상(衣裳)을 입히고 있다. 산과 들에 헐벗은 구석이 사라지고 있다. 
시인은 봄날에는 꽃을 좇아서 꽃 가는 대로 같이 가라고 말한다. 
돈을 선호하지 말고 꽃을 애호하라고 말한다. 꽃을 맘껏 완상하라는 권유이기도 하겠다. 
그런데 피는 꽃보다 지는 꽃을 숭상하라는 속뜻은 무엇일까. 
꽃에게는 개화와 낙화의 일기(日記)가 각각 있음을 기억하라는 뜻 아닐까. 
우리의 일상에도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함께 있음을 잊지 말라는 뜻 아닐까. 
흐뭇하고 흡족한 때도 있고, 아프고 괴로운 때도 있듯이.


마음을 접어야 할 때와 손을 떼어야 할 때가 있다. 
이별을 받아들이고 견뎌야 하는 때가 있다. 이때가 바로 꽃이 지는 시간이다. 
나는 정호승 시인의 시 가운데 ‘반달’이라는 시를 또 좋아한다. 
“아무도 반달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반달이 보름달이 될 수 있겠는가/ 보름달이 반달이 되지 않는다면/ 사랑은 그 얼마나 오만할 것인가” 
낙화는 보름달이 반달이 되는 일이기도 하다.
- 문태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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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편지 
       이해인

 

 



해마다 너의 편지는

꽃으로 말을 건네는 

꽃편지



봄에는 진달래 

여름엔 장미

가을엔 코스모스

철따라 꽃잎을 붙여서 내게 보내온

네 편지를 읽으면

네 고운 마음과 함께

글씨도 꽃으로 피었났지



네얼굴 네 목소리

꽃 위에서 흔들리고

네가 보고 싶은 너는

마른 꽃잎 향기에

가만히 입맞추고

끝나는 게 싫어서 

일부러 천천히 읽는 네편지는

꽃마음으로 사랑을 전하는 

꽃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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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가 더 꽃이다  

        
                       유안진

 

 


어린 매화나무는 꽃 피느라 한창이고
사백년 고목은 꽃 지느라 한창인데
구경꾼들 고목에 더 몰려섰다
둥치도 가지도 꺾이고 구부러지고 휘어졌다
갈라지고 뒤틀리고 터지고 또 튀어나왔다
진물은 얼마나 오래 고여 흐르다가 말라붙었는지
주먹만큼 굵다란 혹이며 패인 구멍들이 험상궂다
거무죽죽한 혹도 구멍도 모양 굵기 깊이 빛깔이 다 다르다
새 진물이 번지는가 개미들 바삐 오르내려도
의연하고 의젓하다
사군자 중 으뜸답다
꽃구경이 아니라 상처 구경이다
상처 깊은 이들에게는 훈장(勳章)으로 보이는가
상처 도지는 이들에게는 부적(符籍)으로 보이는가
백년 못 된 사람들이 매화 사백년의 상처를 헤아리랴마는
감탄하고 쓸어보고 어루만지기도 한다
만졌던 손에서 향기까지도 맡아 본다
진동하겠지 상처의 향기
상처야말로 더 꽃인 것을.

 

 

 

 

 

 

 

 

 

 

 

 

휘청
      서덕준

 

 



왜 이리도 징검돌을 허투루 놓으셨나요

당신 마음 건너려다 첨벙 빠진 후로

나는 달무리만 봐도

이제는 당신 얼굴이 눈가에 출렁거려

이다지도 생애를 휘청입니다.







 

 

 

 

누가 울고 간다

                      문태준 

 

 

 



밤새 잘그랑 거리다 
눈이 그쳤다 

나는 외따롭고 
생각은 머츰하다 

넝쿨에 
작은새 
가슴이 붉은새 
와서 운다 
와서 울고 간다 

이름도 못 불러 본 사이 
울고 
갈 것은 무엇인가 

울음은 
빛처럼 
문풍지로  들어온 
겨울빛처럼 
여리고 여려 

누가 
내 귀에서 
그 소릴 꺼내 펴나 


저렇게 
울고 
떠난 사람이 있었다 

가슴속으로 
붉게 
번지고 스며 
이제는 
누구도 끄집어 낼 수 없는 




 

 

 

 

 

 

 

 

그대 수종사에 오시려거든 

                                        김택근

 

 



그대여!
수종사에 오시려거든 세욕(世慾)의 옷 훌훌 벗어버리고
 선(善)마음 하나만 가지고 오십시오
 행여, 힘들다고 차를 타고 오시질랑 말고
 그져 산길따라 산다랑치 논 쟁기질 하듯
 그렇게 천천히 고삐를 늦추고
 산길에 핀 원추리꽃 달맞이꽃 
 그리고 금불초 양지꽃 같은 그 이름들을 불러내어 
 손인사라도 나누며 천천히 오십시오
 오시는 길에 혹,
조안면 능내리에 이르거든
 잠시, 다산 유적지에 들러 초당에 앉아 
 오순도순 대화도 나누시고
 목민심서 한구절 읊어도 좋고
 내친김에 여유당, 기념관을 둘러봐도 좋으리
 그러나 북한강 남한강이 서로 그리움을 안고 흐르다가
 양수강(兩水江)에서 만나 포옹을 하며
 몸을 섞는 것을 보시고
 행여, 발길 멈춰 유혹되지 말고 눈인사만 나누고 오십시오
 누구나 수종사에 오실때는
 세월에 옹이 박힌 가슴의 상처 하나쯤 안고 오시겠지만
 그렇다고 북한강이나 남한강물에게 
 속마음 내비치시는 마십시오
 삼정헌에 앉아 마음의 문 활짝 열고
 녹차 한잔 음미하기 전까지는
 그대는 아직 수종사에 이르지 못한 것,
비로소 수종사에 올라 감로수 한잔 드시고
 맘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水鐘소릴 들어보십시오
 그럼, 아미타불의 미소가 마음에 떠오르면
 그땐, 세욕(世慾)의 짐 모두 부려놓고
 허리 굽혀 두손을 합장해도 좋으리

 

 

 

 

 

 

 

 

 

 

 

 

얼굴 반찬
              공광규
 

 



 
옛날 밥상머리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이 있었고
어머니 아버지 얼굴과
형과 동생과 누나의 얼굴이 맛있게 놓여 있었습니다
가끔 이웃집 아저씨와 아주머니
먼 친척들이 와서
밥상머리에 간식처럼 앉아 있었습니다
어떤 때는 외지에 나가 사는
고모와 삼촌이 외식처럼 앉아 있기도 했습니다
이런 얼굴들이 풀잎 반찬과 잘 어울렸습니다
 

그러나 지금 새벽 밥상머리에는
고기 반찬이 가득한 늦은 저녁 밥상머리에는
아들도 딸도 아내도 없습니다
모두 밥을 사료처럼 퍼넣고
직장으로 학교로 동창회로 나간 것입니다
 

밥상머리에 얼굴 반찬이 없으니
인생에 재미라는 영양가가 없습니다
 


 
 
―시집『말똥 한 덩이』(실천문학사, 2008)

 

 

 

 

바람 부는 저녁 

                       이현승

 

 

 

 


산책로에서 갈대의 간격을 본다

 


바람이 불 때마다 촘촘하게 서걱이는 갈대들

 


눈물을 훔쳐 주기 좋은, 부대끼기 좋은,

 


흐느끼는 사람의 곁에서 가만히 외면하기 좋은 간격이 있다

 

 

 

 

 

 

 

 

 

 

 

단어와 사랑을 나누다 

                            김민정

 



글을 쓴다는 건 늘 내게 숙제다.

나는 언제나 어디서나 단어와 만난다.

그러다가 사랑에 빠졌다.

사랑하는 건 어렵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가라고 했지

나는 매일 한 걸음씩 한 걸음씩

그 길을 걷고 있다.

 

어느 날 멈춰 보니

읽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모여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주어와 동사, 그리고 명사, 형용사들은

서로 앞에 서겠다고 토닥거린다.

나는 그들을 안정시키고 차례를 정해준다.

 

고요해진 싸움쟁이들은

말쑥한 꽃망울이 되었다.

지난 밤 천둥치던 순간에도

나는 밤새도록 단어와 사랑을 나누었다.

 

 

 

 

 

 

성공은 가장 달콤하게 여겨지지(Success is counted sweetest)

                                          에밀리 디킨슨 (Emily Dickinson·1830~1886)

 

 



성공은 한번도 성공하지 못한 사람에게

가장 달콤하게 여겨지지

과일즙의 참맛을 알려면

가장 쓰라린 허기가 필요하지

오늘 깃발을 들고 있는 자주빛 옷을 입은

사람들 중 누구도 (패배한 자만큼)

승리의 뜻을 분명히 알지 못하지

패배해 죽어가는 병사의 귀에

멀리서 어렴풋이 승리의 환호가

고통스럽고 분명하게 들리지


 


........................
성공이란 무엇일까? 
전투에서 승리한 군대와 패배해 죽어가는 병사의 이미지를 대비시키며 시인은 패배를 경험한 자만이 성공을 이해한다고 말한다. 
가장 쓰라린 허기를 경험한 자가 과일즙의 달콤한 맛을 안다는 주장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허기가 너무 심하면 주스를 마셔도 주스의 순수한 맛을 모를 수 있다. 
허기가 너무 심하면 주스를 급하게 마시다 죽을 수도 있다. 
적당히 목마른 자가 과일즙의 맛을 음미할 줄 안다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은 19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문학적 상상력으로 평가받지만, 에밀리 디킨슨은 살아서 시집 한 권 펴내지 않았고, 자신의 시에 제목을 붙이지도 않았다. 
시 ‘성공…'을 읽으며 매사추세츠의 집과 마을을 떠나지 않았던 ‘은둔 시인’ 디킨슨에 대한 선입견이 깨졌다. 
그녀도 성공을 갈망했었다. 
영화 ‘조용한 정열’에서는 예민하고 까칠한 노처녀로 그려졌지만 에밀리 디킨슨의 세계는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넓고 깊었다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Success is counted sweetest (영시 원문)


Success is counted sweetest,

By those who ne’er succeed.

To comprehend a nectar

Requires sorest need.

Not one of all the purple Host

Who took the Flag today

Can tell the definition

So clear of Victory

As he defeated – dying –

On whose forbidden ear

The distant strains of triumph

Burst agonized and clear!

- Emily Dickinson(1830~1886)

 

 

 

나는 배웠다 2

                      양광모

 



삶은 산문이지만

사랑은 운문이라는 것을



어떤 사랑은 눈물로 마침표를 찍지만

어떤 사랑은 기도로 느낌표를 찍는다는 것을



낯 뜨겁게 만드는 사람이 있고

가슴 뜨겁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희망은

아침에 떠오르는 찬란한 태양이 아니라

어두운 밤하늘의 희미한 별빛이라는 것을



촛불이 뜨겁게 타오를수록 

촛농도 더 많이 고인다는 것을



눈과 얼음에게는

겨울이 봄이요, 응달이 양지라는 것을


성공의 무게를 재는 저울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행복의 길은

혼자 걸어가기에는 너무 좁고

함께 걸어가에는 충분히 넓다는 것을



너무 불행한 것이 아니라

조금 덜 행복할 뿐이라는 것을



가장 현명한 사람은 

빈틈 없는 사람이 아니라 

쉴 틈을 잘 만드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생이란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고

하나를 잃으면 다른 하나를 얻는다는 것을



운명이 모든 것을 빼앗아 갔다고 느낄 때

운명이 얼마나 많은 것을 주었는지 깨달아야 한다는 것을


마음은 빈 상자와 같아

보석을 담으면 보물 상자가 되고 

쓰레기를 담으면 쓰레기 상자가 된다는 것을



가방끈이 길면

땅에 끌리기 마련이라는 것을



진정한 배움을 위해 필요한 것은

비움이라는 것을



인생을 통해

나는 내 삶을 비우는 법을 배웠다

 

 

 

 

 

 

 

 

 

 

따뜻한 슬픔 

                    홍성란 

 

 



너를 사랑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차마, 사랑은 여윈 네 얼굴 바라보다 일어서는 것 
묻고 싶은 맘 접어두는 것
말 못하고 돌아서는 것 
하필, 동짓밤 빈 가지 사이 어둠별에서 
손톱달에서 가슴 저리게 너를 보는 것 
문득, 삿갓등 아래 함박눈 오는 밤 
창문 활짝 열고 서서 
그립다 네가 그립다 눈에게만 고하는 것 
끝내, 사랑한다는 말 따윈 끝끝내 참아내는 것


숫눈길  
따뜻한 슬픔이
딛고 오던
그 저녁

 

 

 

 

 

 

 

 

 

 

 

 


허영자(許英子)

 

 


이 맑은 가을 햇살 속에선

누구도 어쩔 수 없다

그냥 나이 먹고 철이 들 수밖에는



젊은 날

떫고 비리던 내 피도

저 붉은 단감으로 익을 수밖에는.



 

 

 

.......................
가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학창 시절에 이웃집 담벼락 위로 뻗은 감나무에 매달린 감을 보며 가을을 느끼곤 했는데, 요즘 도시인들은 감나무를 보기 힘들다. 어디 하나 뺄 곳 없이 순도 높은 시어들로 완성된 시. “떫고 비리던”이라니. 얼마나 생생한 표현인가. 덜 익은 감의 떫은맛에 “비리던”이 들어가 청춘의 아픔과 서투른 우여곡절이 연상되었다. 더 이상 떫고 비리지도 않은 ‘내 피’가 갑자기 약동하면서 빈속에 소주 한 병을 들이부은 듯 가슴이 쓰렸다.

허영자 선생님은 현존하는 한국 시인 중에서 한국어의 맛과 향기를 가장 잘 구사하는 시인 중 한 분이시다. 당신의 시를 읽을 때마다 노래처럼 자연스러운 리듬을 느끼는데, 아마도 시를 쓸 때 일부러 의식하지 않아도 우리말의 전통적인 운율이 몸에 배어 그대로 나오는 것 같다.

어머니는 연시를 좋아하셨다. 작년 봄에 어머니를 잃은 뒤 힘들어하는 나를 보며 어느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자식은 부모가 죽어야 철이 들어요.”
-최영미<시인.이미출판 대표>

 

 

 

 

 

가지가 담을 넘을 때 

                                정끝별

 

 



이를테면 수양의 늘어진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그건 수양 가지만의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얼굴 한번 못 마주친 애먼 뿌리와

잠시 살 붙였다 적막히 손을 터는 꽃과 잎이

혼연일체 믿어주지 않았다면

가지 혼자서는 한없이 떨기만 했을 것이다



한 닷새 내리고 내리던 고집 센 비가 아니었으면

밤새 정분만 쌓던 도리 없는 폭설이 아니었으면

담을 넘는다는 게

가지에게는 그리 신명 나는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가지의 마음을 머뭇 세우고

담 밖을 가둬두는

저 금단의 담이 아니었으면

담의 몸을 가로지르고 담의 정수리를 타 넘어

담을 열 수 있다는 걸

수양의 늘어진 가지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목련 가지라든가 감나무 가지라든가

줄장미 줄기라든가 담쟁이 줄기라든가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가지에게 담은

무명에 획을 긋는

도박이자 도반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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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배웠다 
                   양광모 

 



나는 몰랐다



인생이라는 나무에는

슬픔도 한 송이 꽃이라는 것을



자유를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은

펄럭이는 날개가 아니라 펄떡이는 심장이라는 것을



진정한 비상이란

대지가 아니라 나를 벗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인생에는 창공을 날아오르는 모험보다

절벽을 뛰어내려야 하는 모험이 더 많다는 것을


절망이란 불청객과 같지만

희망이란 초대를 받아야만 찾아오는 손님과 같다는 것을

 

12월에는 봄을 기다리지 말고 

힘껏 겨울을 이겨내려 애써야 한다는 것을



친구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내가 도와줘야만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누군가를 사랑해도 되는지 알고 싶다면 

그와 함께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면 된다는 것을

 

어떤 사랑은 이별로 끝나지만

어떤 사랑은 이별 후에야 비로소 시작된다는 것을

 

시간은 멈출 수 없지만

시계는 잠시 꺼둘 수 있다는 것을



성공이란 종이비행기와 같아

접는 시간보다 날아다니는 시간이 더 짧다는 것을



행복과 불행 사이의 거리는

한 뼘에 불과하다는 것을


삶은

동사가 아니라 감탄사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인생이란 

결국 배움이라는 것을



인생이란 결국

자신의 삶을 뜨겁게 사랑하는 방법을 깨우치는 일이라는 것을



인생을 통해

나는 내 삶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나도 마른다
신달자

 


붉은 고추 널어놓은
옆집 한옥 마당에
나도 누워 뒹굴면
온몸 배어나는 설움 마를까


그러려무나
물기 완전 날아가고
빈 젖 같은
마른 씨 안고 있는 화형 직전의 고추같이
바다를 제 몸 안으로 거둬들였음에도
바짝 마른 멸치같이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
붉은 고추가 한옥 마당에서 마르고 있다. 아마도 '앞니만 한 뜰'에서였을 것이다. 
물기가 다 날아가서 없어지고 있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처럼 가을이 마르고 있다. 
가을 햇살에 하나의 풍경도 마르고 있다. 
우리 모두도 마른다. 수척해진다. 구르는 낙엽처럼 종일 뒤척인다. 형체가 왜소해진다. 비워진다. 
그리하여 무념(無念)에 이르러도 좋을 일이다.


신달자 시인은 시 '계동 가을'에서 '구절초// 한 잎 같은// 방에 누워// 그 꽃잎만 한 이불로// 11도의 서늘함을 가리고// 그 꽃잎 하나 같은// 내일을 생각하다'라고 썼다. 
가을에는 실로 우리도 구절초 한 잎 같다. 한 잎처럼 작아져 한 가닥 바람에 홀로 흔들린다. 
- 문태준<시인>

 

 

 

 

아픈 사람

            김언

 

 



마음에 병을 얻어서 나누어줄 게 없다. 얻은 것이 하필 병이라면 병이라도 나누어야 한다. 아프다고 말하면서 아픈 마음을 나누고 아픈 마음을 덜어가는 사람에게 더 아프라고 채근하지는 못해도 은근히 바라는 마음이 병을 나눈다. 염치도 없이 병을 나누려면 병이 깊어야 한다. 마음이 깊어야 병도 깊다. 병이 깊어야 나눌 수 있는 마음도 깊어지는 법. 한없이 깊어지다 보면 병도 법이 되는가 보다. 그걸 생각하면 아프다. 아픈 사람이 아프면 아프지 않은 사람도 아프다. 그래서 아프다. 이 아픈 현실을 못 이겨서 떠나는 사람도 아프다. 남아 있어도 아프고 떠나 있어도 아픈 사람. 그가 아프다고 전갈을 보내면 나는 어디에 있어야 할까. 어느 쪽에서 그 소식을 듣고 움직여야 할까. 아픈 쪽에서 더 아픈 쪽으로 움직이다 보면 모두가 아픈 것처럼 아프다. 더 아프지 말아야지. 이런 충고를 하는 사람도 아프다. 아파서 여기까지 왔다. 어서 일어나라고 아픈 사람이 말했다.

 

 

 

 

 

 

 

은현리 홀아비바람꽃
 
                                  정일근

 

 



산다는 것은 버리는 일이다

내 심장 꺼내고 그 자리에 채워 넣었던
첫사랑 했으나, 그해 가을
진해 바다로 투신하고 싶었던
여린 나이에 감당할 수 없었던 심장의 통증까지
추억에서 꺼내 내버린 지 오래다

詩에 목숨 걸었으나, 당선을 알려주던 노란 전보
첫 청탁서, 첫 지면, 첫 팬레터… 詩로 하여 내 전부를 뛰게 했던
무엇 하나 온전하게 남아 있지 않다

가슴 설레며 읽은 신간 서적 책장에 꽂아둔 채
표지가 낡기도 전에 잊히듯이
산다는 것은 또 그렇게 잊어버리는 일이다

만남보다 이별이 익숙한 나이가 되면
전화번호 잊어버리고 주소 잊어버리고
사람 잊어버리고, 나를 슬프게 하는 것 모두
주머니 뒤집어 탈탈 털어 잊어버린다

행여 당신이 남긴 사랑의 나머지를
내가 애틋하게 기억해주길 바란다면
그건 당신의 검산이 틀렸다

솥발산 깊은 산길에 홀아비바람꽃 피었다
잎 버리고 꽃잎 버리고 홀아비바람꽃 피었다

나도 홀로 피어 있을 뿐이다
그것이 내 인생이다
내가 나를 인정하고부터 편안하다
편안해서 혼자 우는 날이 많아 좋다

다시 바람 불지 않아도 좋다
혼자 왔으니 혼자 돌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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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소
                 李相潤 

 

 



땡볕 속에서 쟁기를 끄는 소의 불알이 
물풍선처럼 늘어져 있다 
아버지는 쟁기질을 하면서도 마음이 아프신지 
자꾸만 쟁기를 당겨 
그 무게를 어깨로 떠받치곤 하셨다 
금세 주저앉을 듯 흐느적거리면서도 아버지의 
말씀 없이는 결코 걸음을 멈추지 않는 소 
감나무 잎이 새파란 밭둑에 앉아서 
나는 소가 참 착하다고 생각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도 아버지는 
동네 앞을 흐르는 거랑 물에 소를 세우시고 
먼저 소의 몸을 찬찬히 씻겨준 뒤 
당신의 몸도 씻으셨다 
나는 내가 아버지가 된 뒤에도 한참동안 
그 까닭을 알지 못하였으나 
파킨슨씨병으로 몸의 근육이란 근육이 
다 자동차 타이어처럼 단단해져서 
거동도 못하시는 아버지의 몸을 씻겨드리면서야 
겨우 아버지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힘들고 고단한 세월을 걸어오시는 동안 
아버지의 소처럼 
나의 소가 되신 아버지 
아버지가 끄는 쟁기는 늘 무거웠지만 
나는 한번도 아버지를 위해서 
백합처럼 흰 내 어깨를 내어드린 적이 없다 
입술까지 굳어버린 아버지가 겨우 눈시울을 열고 
나를 바라보신다 
별이 빛나는, 
그 사막의 밤처럼 깊고 아득한 길로 
아직도 무죄한 소 한 마리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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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있었다 
                     

                   신광철 

 

 

 



옛날 어렸을 적에 술을 담그고 남은 

술지거미를 사다가 물을 조금 넣고 끓여먹으면 

감주처럼 달착지근한 맛과 함께 

어린 나이에도 그 묘한 술맛이 느껴진다

많이 먹으면 취한다 

배고파 먹은 것으로 취하는 그 기분을 아는가

우리 들의 어린 시절은 그렇게 술을 배웠다 

삶도 그렇게 배웠다

 

삶이 실수투성이인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금강초롱
           홍해리

 

 



초롱꽃은 해마다 곱게 피어서

금강경을 푸르게 설법하는데

쇠북은 언제 울어 네게 닿을까

내 귀는 언제 열려 너를 품을까




너를 향해 열린 빗장 지르지 못해

부처도 절도 없는 귀먹은 산속에서

꽃초롱 밝혀 걸고 금강경을 파노니

내 가슴속 눈먼 쇠북 울릴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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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다 
            천양희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고 벼르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세상은 그래도 살 가치가 있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지나간 것은 
그리워 진다고 믿었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사랑은 그래도 할 가치가 있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절망은 희망으로 
이긴다고 믿었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슬픔은 그래도 힘이 된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가치있는 것만이 
무게가 있다고 믿었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사소한 것들이 그래도 세상을 바꾼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바람소리 더 잘들으려고 눈을 감는다. 
'이로써 내 일생은 좋았다'고 
말할 수 없어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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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가 보면  
               이근배

 



살다가 보면
넘어지지 않을 곳에서
넘어질 때가 있다


사랑을 말하지 않을 곳에서
사랑을 말할 때가 있다


눈물을 보이지 않을 곳에서
눈물을 보일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기 위해
떠나보낼 때가 있다


떠나보내지 않을 것을
떠나보내고
어둠속에 갇혀
짐승스런 시간을 살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우물처럼 
          정수자

 

 



무언가에 서러워 뒤란에 숨어들면
제 안에 고이 담은 하늘 한 끝 베어서
말갛게 나를 헹구던 웅승깊은 그 우물


그래 가만 씻기며 팔을 넣어보면
슬픔도 샘처럼 고여 들 줄 알았던
어머니 젖은 손 같은  이끼가 감겨 왔다


전설처럼 서려오는 푸르른 힘에 잡혀
그 속에 들어가 나,물이 되고 싶었다.
누구든 내 가슴으로 별이듯 비춰 주게

 

 

 

 

 

 

 

 

 

부처

     오규원



   남산의 한중턱에 돌부처가 서 있다 

   나무들은 모두 부처와 거리를 두고 서 있고 

   햇빛은 거리 없이 부처의 몸에 붙어 있다 

   코는 누가 떼어갔어도 코 대신 빛을 담고 

   빛이 담기지 않는 자리에는 빛 대신 그늘을 담고 

   언제나 웃고 있다 

   곁에는 돌들이 드문드문 앉아 있고 

   지나가던 새 한 마리 부처의 머리에 와 앉는다 

   깃을 다듬으며 쉬다가 돌아앉아 

   부처의 한쪽 눈에 똥을 눠놓고 간다 

   새는 사라지고 부처는 

   웃는 눈에 붙은 똥을 말리고 있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요 

                        엘러 휠러 윌콕스 

 

 

 

 
오늘날 세상엔 두 부류의 사람이 있지요 
 
부자와 빈자는 아니에요.한 사람의 재산을 평가하려면

그의 양심과 건강한 상태를 먼저 알아야 하니까요 
 
겸손한 사람과 거만한 사람도 아니에요.

짧은 인생에서 잘난 척하면서 사는 이는 사람으로 칠 수 없잖아요. 
 
행복한 사람과 불행한 사람도 아니지요.

유수 같은 세월 누구나 웃을 때도,눈물 흘릴 때도 있으니까요. 


 
아니죠.내가 말하는 이 세상 사람의 두 부류란

짐 들어주는 자와 비스듬히 기대는 자랍니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요?

무거운 짐을 지고 힘겹게 가는 이의 짐을 들어주는 사람인가요? 
 
아니면 남에게 당신 몫의 짐을 지우고

걱정 근심 끼치는 기대는 사람인가요?

 

                                                                    <번역-장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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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붕어 길들이기


                           이안

 

 

 



처음엔 풀 밑으로 숨기 바빴지
한 번 주고 두 번 주고
며칠 지나니
이제는 살랑살랑 마중을 오네
먹이 몇 번 주었을 뿐인데
금붕어와 나 사이에
길이 든 거야


길든다는 말
길들인다는 말


금붕어와 나 사이에
길이 든다는 거였어
살랑살랑
길을 들인다는 거였어


 

 .............

길든다는 것은 익숙하게 된다는 뜻이다. 
정 붙이고 의지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길들기 위해서는 주고받는 것이 있어야 한다. 
눈빛과 조용조용한 귓속말과 작은 몸짓 등을 주고받아야 한다. 
주고받으면서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된다. 
주고받으면서 서로가 잇닿게 되고 그리하여 마음이 쉽게 돌아서지 않게 된다.


길든다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이 시는 금붕어가 가르쳐져 길드는 일을 보여준다. 
물론 화자가 가르쳐져 길드는 일도 동시에 보여준다. 
금붕어와 화자 사이에는 나음과 못함이 없이 대등하다. 
'살랑살랑'이라는 말에는 정붙이는 일의 부드러움과 유쾌함이 잘 배어 있다. 
마치 미풍이 자꾸 가볍게 불어오는 것만 같다.
- 문태준<시인>



 

 

 

 

 

 

아버지의 나이
                      정호승

 



나는 이제 나무에 기댈 줄 알게 되었다
나무에 기대어 흐느껴 울 줄 알게 되었다
나무의 그림자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
나무의 그림자가 될 줄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왜 나무 그늘을 찾아
지게를 내려놓고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제 강물을 따라 흐를 줄도 알게 되었다
강물을 따라 흘러가다가
절벽을 휘감아 돌 때가
가장 찬란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해 질 무렵
아버지가 왜 강가에 지게를 내려놓고
종아리를 씻고 돌아와
내 이름을 한 번씩 불러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 시집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창작과 비평, 1999)

 

 

 

 

 

 

 

 

 

 산골아이들
                 김남주




    이 아이들

    자기들 담임선생과 함께 걷고 있는 나를

    에워싸고 핼끔핼끔 쳐다보다가도

    무엇이 그리도 우스운지 깔깔대며

    천방지축으로 흩어져 달아나는 이 아이들

 

    이 아이들

    낯선 사람을 보면

    그가 무슨 친절이라도 베풀면 그 길로

    지서에 달려가 신고하는 아이도 있다 이 산골 아이들

 

    이 아이들

    집에 가면 어른처럼 일을 하고

    갓난아이 보다 얼러 잠재운다

    이 아이들

    그 얼굴 아직은 함박꽃 같은 웃음뿐이고

    그 손은 아직 고사리손인 이 아이들

    저만큼 쪼르르 빗속으로 달아난다

    저마다 메밀꽃 뽑아 한 손에 모아

    그래도 선생님과 나에게 내밀고

    부끄러워 부끄러워 밤송이 같은 뒷머리 뒤로 하고 달아나는 이 아이들

 

    무엇이 될까 이 아이들은 커서

    나이 사십에 구부러진 허리

    죽으면 죽었지 서른다섯에 아직 장가도 못 가는 이 산골에서

 

    무엇이 될까 그러면 이 아이들 도시로 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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