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생계비가 전 세계 도시 227곳 중 16번째로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전 세계 도시의 삶의 질을 평가하는 항목에선 241곳 중 81번째 순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머서(Mercer)가 지난 2023년 전 세계 주재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18일 발표한 내용이다. 
서울 생계비는 영국 런던(17위), 이웃 나라 일본 도쿄(19위)보다 비싼 수준이었다. 
서울의 주거비와 교통비, 식품비와 의복비 같은 전반적인 생활 비용이 매년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이젠 전 세계 웬만한 주요 도시를 웃도는 수준이 된 것이다. 
지난 2020년만 해도 일본 도쿄는 3위였고, 서울은 11위였으나 수년 사이 기록적인 엔화 가치 하락과 상대적인 서울 물가 상승으로 두 도시의 생계비 순위가 뒤집혔다.

 

 




머서가 매년 발표하는 생계비 조사는 전 세계 도시의 주거비와 교통비, 식품비, 의복비 등 200개 항목의 가격을 미국 달러로 환산해 종합 비교한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직원들을 해외에 파견하면서 체재비를 책정할 때 참고 자료로 활용하기도 한다.


머서 조사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전 세계에서 생활비가 가장 많이 드는 도시 1위는 홍콩이었다. 2위가 싱가포르였다. 
머서는 “아시아권 나라가 1~2위를 차지했다”고 했다. 
생계비 ‘상위 10위’ 도시 중 4곳이 스위스에 있었다. 3위 취리히, 4위 제네바, 5위 바젤이다. 
미국 뉴욕은 6위였다. 덴마크 코펜하겐이 9위, 미국 로스앤젤레스 11위, 중국 상하이 12위, 중국 베이징은 13위였다.


서울은 작년보다 두 계단 떨어진 16위였다. 
세계에서 생계비가 비싸기로 유명한 홍콩과 싱가포르, 스위스와 미국 뉴욕, 덴마크 같은 일부 북유럽 국가를 제외하면 서울이 가장 생계비가 비싼 도시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닌 상황이다. 
일본 도쿄(19위)보다도 생계비가 많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을 뿐 아니라, 유럽 웬만한 도시보다 순위가 높았다. 
런던(17위), 두바이(18위), 보스턴(21위), 시카고(24위), 빈(25위), 헬싱키(34위), 파리(35위) 등이다. 
도쿄는 엔화 가치 하락 등으로 최근 몇 년 사이 계속 생계비 순위가 낮아져 지난 2020년 3위에서 2023년엔 19위로 크게 떨어졌다.

 

 




뛰어오르는 서울의 생활 물가도 생계비를 높인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전 세계 주재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지표인 만큼 이들이 공통으로 가장 많이 구입하는 품목 중 하나인 버터 물가를 살펴봤을 때, 작년 한 해 서울의 버터 물가는 전년보다 26% 올랐다. 전 세계 도시 평균 상승률은 23.8%였다. 
또 지난해 우유 소비자물가 지수가 전년보다 9.9% 상승한 것이 버터 가격 상승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기간 뉴욕이 20.2% 올랐고, 파리 20.3%, 싱가포르는 17.4% 올랐다.


머서는 또한 전 세계 도시의 삶의 질 순위를 측정하는 지표를 함께 발표했다. 
이 조사 역시 전 세계 파견 지역에 있는 해외 파견 직원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한다. 
전 세계 도시 241곳 중 서울은 도시 삶의 질 부문에선 81위에 그쳤다. 
머서는 삶의 질을 측정할 때 “각 도시의 소비재 가격과 경제 환경, 주택 안정, 의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환경, 정치적·사회적 환경, 공공 서비스 및 교통, 휴양, 사회 문화적 환경, 자연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런 조건을 잘 충족해 삶의 질이 가장 좋은 도시는 오스트리아 빈으로 꼽혔다. 
2위는 스위스 취리히였고, 3위는 뉴질랜드 오클랜드였다. 
덴마크 코펜하겐이 4위, 스위스 제네바가 5위였다. 싱가포르는 29위, 도쿄는 50위였다. 
포르투갈 리스본(39위), 슬로베니아의 류블랴나(78위), 헝가리 부다페스트(80위) 같은 도시들도 서울보다 삶의 질이 앞선 곳으로 꼽혔다.(240319)


 

 

 

지난 13일 오후 7시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 앞 왕복 4차선 도로. 
400m 남짓한 도로에 신호등 7대가 설치돼 있었다. 
한 신호등에 파란불이 켜지자 차량은 50여m를 주행하다 다음 신호등에서 멈춰 섰다. 
15초가 지난 후 파란불이 켜졌다. 그사이 아파트 단지 출입구에서 나온 차가 도로로 합류하면서 약 100m 차량 정체가 벌어졌다. 
주민 김종영(43)씨는 “신호등마다 파란불이 켜지는 시점이 달라서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게 일상”이라며 “출퇴근 시간에는 이 구간을 통과하는 데 30분 넘게 걸리기도 한다”고 했다. 
이지영(35)씨는 “작년부터 아이들 등굣길이 위험해지는 문제도 생겨 주민들이 꾸준히 민원을 넣고 있지만 해결되는 게 없다”고 했다.

 

 


<15일 오후 경기도 신도시 내 한 아파트 단지 앞 도로에서 정지 신호에 차들이 멈춰 서 있다. 
400m 남짓한 이 도로에는 신호등만 7대가 설치돼 있다. 
짧은 구간에 신호등이 여러 개가 있다 보니, 이 일대는 수시로 차량 정체가 빚어진다. 
주민들은 “출퇴근 시간엔 400m를 통과하는 데 30분 넘게 걸린다”고 불평했다.>

 



전국 도로 곳곳에서 어긋난 신호등 체계로 인한 교통 혼잡이 일어나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주민 민원의 40%가량은 교통 관련이고, 이 중 상당수가 신호등 민원이라고 한다. 매년 수천 건의 민원이 접수되는 셈이다. 
신호등은 위험을 방지하고 차량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혼란 없이 설치·운용하는 게 원칙이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혼잡이 가중되는 곳이 많다. 
경찰 관계자는 “특히 아파트가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신도시는 사람들이 입주한 후에 도로나 신호 체계가 만들어져 어긋나는 일이 잦다”고 했다.


무질서한 신호 체계는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14일 오전 8시 경기 용인시 동백중학교 앞 약 300m 도로엔 신호등이 세 곳에 설치돼 있었다. 
이 중 하나는 파란불이 30초간 켜졌지만, 나머지 둘은 1분 30초 동안 파란불이 들어왔다. 
연동되지 않는 신호등 때문에 차량이 멈추는 바람에 도로 전체가 막혔다. 
이 구간에서 교통 안내 봉사 활동을 하는 박모(76)씨는 “개학한 3월부터 유독 차와 학생이 많아지면서 혼잡이 심해졌다”며 “어린이들이 건너는 횡단보도까지 신호 대기하는 차가 진입해서, 아이들이 차를 피해 길을 건너야 한다”고 했다. 
아파트 경비원 이모(68)씨는 “3월 들어서면서 갑자기 길이 자주 막히길래 처음에는 사고가 난 줄 알았다”며 “하루 이틀이면 괜찮아지겠지 싶었는데 매일 이러니 아침에 교통정리를 할 때마다 힘들다”고 했다.


뜻밖의 장소에 신호등이 설치돼 혼란을 겪기도 한다. 
경기 동두천시 일반산업단지 인근 왕복 4차선 도로에는 정지선 없이 놓인 신호등이 있다. 
김모(21)씨는 “분기점도 사거리도 아닌 직선 도로 중간에 뜬금없이 설치된 신호등을 보고 당황했다”며 “빨간불이 켜졌는데 정지선이 없으니 어디서 멈춰야 할지 몰라서 급정거하는 바람에 사고가 날 뻔했다”고 했다.

 

 




경찰은 신호등 문제를 인지해도 바로 대책을 마련하긴 어렵다고 했다. 
신호등 설치·관리는 지자체가, 신호체계는 관할 경찰서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자체 관리 부서와 합동해서 최대한 문제 해결을 하려 하지만, 차량 몰림 현상까지 막긴 어렵다”고 했다. 
지자체 관계자는 “민원이 제기되면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문제가 있는 곳이 통상 교통량이 많은 지역이라 변화를 느끼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유정훈 교수는 “교통량과 통행 속도를 고려해서 교통 신호 연동 체계를 시간대와 상황에 따라 달리해야 이상적이지만 예산 등 문제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부자연스러운 차량 흐름은 사고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민원이 있다면 빨리 현장 조사를 마무리해 조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240316)



 

 

 

삼성전자가 1990년대 애니콜 시절부터 적용해왔던 ‘천지인’ 자판 대신 쿼티(QWERTY·컴퓨터 자판과 같은 형태)를 자사 스마트폰 기본 자판으로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글을 가장 정확하고 빠르게 입력할 수 있는 방식으로 여겨졌던 천지인 자판이 쿼티 자판에 익숙한 Z세대들의 외면을 받으며 30년 만에 뒷자리로 물러난 것이다.


11일 삼성전자는 올해 출시한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24 시리즈부터 기본 자판을 쿼티로 바꿨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용자 조사를 한 결과 쿼티 자판이 사용자들에게 더 친숙하고 사용하기 편리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편의성을 고려해 갤럭시S24 시리즈부터 천지인에서 쿼티 형태로 기본 자판을 변경했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천지인 자판을 선호하는 사용자들을 위해 설정에서 쿼티 대신 천지인을 기본 자판으로 바꿀 수 있는 옵션을 남겨뒀다.


천지인은 1994년 개발 당시부터 삼성전자 휴대전화를 대표하는 상징적 기능이었다. 
삼성은 훈민정음 창제 원리에 따라 ‘ㅣ, ·, ㅡ’ 세 자판만 이용해 모든 모음을 표기할 수 있는 천지인 자판을 개발해 애니콜 초기 모델부터 휴대전화에 탑재했다. 
천지인 입력 체계는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낼 수 있는 시대가 열렸던 1990~2000년대 전성기를 맞았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천지인 자판이 LG의 나랏글, 팬택 스카이 등 경쟁사 자판보다 간편하다는 입소문을 타며 삼성의 휴대전화 점유율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고 했다.

 

 




문제는 개발 7년째인 2001년 불거졌다. 
삼성전자에 근무하며 천지인 자판을 개발한 직원 최모씨는 그해 회사가 자신의 특허권을 가로채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는 내용의 부당이익반환청구소송을 법원에 제출했다. 
그는 “삼성전자로부터 받아야 할 부당이익금이 약 266억원에 이른다”며 “이 중 10억원을 먼저 돌려달라”고 주장했다. 
삼성은 개발 당시 개발진에게 보상금으로 21만원을 지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2003년 삼성과 합의하고 소송을 취하했다.



비슷한 시기 삼성은 외부에서도 천지인을 둘러싼 소송전에 휘말렸다. 
최씨가 소송을 제기한 이듬해인 2002년 개발자 조관현씨가 삼성이 탑재한 천지인은 자신이 1996년 낸 특허라며 삼성전자를 상대로 900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과 조씨는 법정 다툼을 이어가다가 2008년 합의를 하고 소송을 취하했다. 
합의 과정에서 천지인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얻은 삼성 측이 조씨에게 합의금을 지급했지만, 정확한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후 조씨는 자신의 특허를 조건 없이 기증했고 2011년 천지인은 국가 표준으로 채택이 되며 국내 경쟁사 스마트폰은 물론 애플 아이폰에도 탑재됐다.


2010년대 들어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며 터치 패널 도입 등으로 자판이 들어갈 수 있는 영역이 넓어졌지만, 천지인의 인기는 이어졌다. 
한 글자를 치고 나서 일일이 밀어쓰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쳐야 하는 타수가 많다는 단점에도 한 손으로 입력하기 쉬운 데다가 처음 사용하는 사람도 직관적으로 쓰기 좋다는 장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천지인 자판을 쓰면 옛날 사람’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며 논란이 커지기 시작했다. 
어려서부터 태블릿PC나 노트북의 쿼티 자판에 익숙한 Z세대들이 천지인을 외면하기 시작한 것이다. 
휴대전화 기종과 관계없이 쿼티 자판을 설정해 쓰는 젊은 세대가 급증했고, 온라인상에서 천지인 사용자들을 조롱하는 경우도 생겼다. 
삼성전자도 이 같은 변화에 맞춰 30년 만에 기본 자판 설정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 층을 고객으로 끌어들여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사용자들의 선호도는 물론 외부로 보이는 브랜드 이미지도 신경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240312)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학전블루 소극장. 
167석을 빈틈없이 채운 관객들이 목이 터져라 곡 ‘아침이슬’을 합창했다. 
무대 위 공연자들의 퇴장 후에도 박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1970년 탄생한 이 곡은 대중에겐 ‘가수 김민기’의 대표 수식어가 됐지만, 그 스스로에겐 “각자의 마음으로 간절하게 불렀기에 내 손을 떠난 노래”였다. 
발표곡들이 ‘민주화 염원곡’으로 줄줄이 낙인찍히자 그는 농촌으로 향해 소작농살이를 했다. 
다시 서울로 돌아왔을 땐 벼 대신 사람을 키우겠다며 학전(學田)을 일궜다.

 

 

<마지막 무대 마지막 노래는 ‘아침 이슬’ - 서울 종로구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14일 열린 마지막 공연 출연진이 마지막 노래 ‘아침 이슬’을 부르고 있다. 
왼쪽부터 노찾사 박종홍·송숙환·유연이, 가수 알리, 배우 황정민, 가수 박학기·권진원·정동하, 노찾사 최문정·신지아·김명식. 
지난달 28일부터 3주간 열린 이 콘서트는 이날 마지막 공연까지 총 20회의 공연이 전일 매진을 기록했다.>

 

이날 ‘아침이슬’에는 ‘학전의 33년 역사의 끝을 장식한 노래’란 수식어가 더해졌다. 
학전은 앞서 ‘설립 33주년 생일인 3월 15일에 문을 닫겠다’고 밝혔다. 
공연 적자로 인한 경영난과 김민기 대표의 암 투병이 겹친 탓이다. 
지난달 28일부터 ‘학전 출신’을 자임하는 33팀이 “학전의 마지막 모습을 아름답게 남기겠다”며 ‘학전, 어게인 콘서트’를 열어왔다. 
윤도현, 윤종신, 김현철, 장필순, 동물원, 나윤선, 설경구 등 학전을 거쳐간 굵직한 이름들이 무대를 꾸린 총 20회의 공연이 티켓 오픈 10분 만에 전석 매진됐다.


폐관 전 가장 마지막 인사를 전한 14일 오후 7시 무대는 약 2시간 반 동안 김민기의 곡만을 노래하는 ‘김민기 트리뷰트’로 꾸려졌다. 
‘석별의 정’ 멜로디를 차용한 편곡으로 공연 첫 문을 연 ‘봉우리’부터 마지막 곡 ‘아침이슬’까지 객석은 연신 눈시울을 붉혔다. 
출연진(박학기, 노찾사, 권병호, 권진원, 황정민, 알리, 정동하, 한영애)도 눈물을 꾹꾹 참는 얼굴로 ‘가을편지’ ‘아름다운 사람’ ‘백구’ ‘상록수’ 등 김민기의 맑고 서정적인 대표곡들을 나눠 불렀다.

 

 

 


곡 사이사이 저마다 ‘김민기의 학전’에 진 빚에 대한 일화가 이어졌다. 
공연 첫 순서를 맡은 노찾사는 “1984년 우리 1집을 김민기 선배님이 만들어 주셨지만 어디서도 그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 그 시절 ‘김민기’ 이름만 적혀도 정권의 검열 통과가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김광석 형이 공연하면 내가 나가 티켓도 팔고, 관객들에게 자리도 안내했다”며 학전에서 보낸 자신의 20대를 회상한 배우 황정민은 “(김민기 대표가) 늘 기본에 충실하라며 박자 세는 것부터 가르쳤다. 학전이 (영화) 작품을 하는 원동력이자 초심이 됐다”고 했다. 
가수 한영애는 “김민기씨가 빨리 (암을) 털고 일어날 수 있으면 좋겠다”며 김민기의 육성 내레이션이 섞인 곡 ‘내 나라 내 겨레’를 열창해 큰 박수를 받았다.


지난 3주간 학전이 릴레이 공연을 펼치는 동안 김민기는 항암치료를 하느라 참석하지는 못했다. 
대신 병원에서 매일 콘서트 녹화 영상을 전달받아 챙겨 봤다고 한다. 
지난 11일 학전을 대표하는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초연 배우인 재즈 가수 나윤선, 배우 설경구 등 총 70여 명의 학전 출신 배우들이 소극장 무대를 꽉 채운 가운데 김민기를 위해 감사패를 준비한 장면도 있었다. 
당시 배경에는 학전을 거쳐간 780여 명의 제작진과 출연진의 이름이 엔딩 크레디트로 흘렀고, 일부 객석에선 울음이 터졌다. 
가수 박학기는 “(김민기) 형님이 공연자들에게 자주 전화로 고마움을 표했다”고 했다.

 

 




학전은 이날 공연을 끝으로 당분간 ‘동숭동 1-79번지’의 이름으로 돌아간다. 
지난 12월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 사업을 통해 학전 공간을 인수·재정비해 정체성을 계승하겠다’고 했지만, 김민기는 “학전의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 독자적인 공간으로 운영해 나가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이 공간을 임차해 명칭을 변경하고, 7~8월 재개관해 어린이·청소년 전문극장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매년 1월 김광석 기일에 맞춰 학전에서 열던 ‘김광석 노래상 경연대회’의 개최지 변경 여부도 아직 조율 중이다.


학전이 그간 시달려왔던 만성 적자는 이번 ‘학전, 어게인 콘서트’로 해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출연진 전원이 출연료를 받지 않았고, 티켓 수익금 전액을 기부했기 때문이다. 
김민기의 학전은 이제 세상에 진 물질적 빚을 청산하고 홀가분해졌다. 
하지만 학전에 진 대중문화계의 빚도 과연 함께 사라진 것일까. 
‘돈 안 되지만 가치 있는 공연’을 해왔던 학전과 김민기의 행보는 한때 세간의 이해를 얻기 어려운 행동처럼 비쳤다. 
학전의 복도 문짝을 떼어 관객을 받을 만큼 흥행했던 김광석 콘서트를 ‘너무 잘되니 그만할 때가 됐다’며 종료했고, 누적 공연 4000회를 넘길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지하철 1호선’은 적자 경영의 주원인이 된 아동극을 하기 위해 2008년부터 10년간 공연을 멈췄다. 
하지만 그가 뿌린 인재의 씨앗은 우리 문화계 구석구석으로 날아가 이름을 새겼다. 

학전의 마지막 인사에 동참한 출연진이 “‘학전’은 사라져도 그 DNA는 영원할 것”(배우 설경구)이란 외침에 고개를 끄덕인 이유다.(240315)


 

 

 

오는 6월 결혼식을 앞둔 직장인 김모(28)씨는 결혼 비용이 예상보다 많이 들어 걱정이다. 
스튜디오 촬영은 생략하고 야외 스냅 사진만 찍었지만, 의상과 메이크업 비용으로 200만원 넘게 썼다. 
결혼식 당일에도 드레스 대여료와 메이크업 비용 등으로 300만원 넘게 들어간다. 
대학 동문회관에서 결혼해 예식장 비용은 아꼈지만, 그래도 결혼 준비 비용이 총 4000만원을 넘는다. 
김씨는 “초라하지 않을 정도로만 결혼식을 하려 했는데 이렇게 많은 돈이 든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불투명한 가격 정보 탓에 ‘바가지 요금’ 피해가 발생하기 쉬운 결혼 관련 업체들에 대해 ‘가격 표시제’를 내년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스드메(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 등의 평균 가격도 공개해 업체별 가격 수준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는 13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비상 경제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웨딩 서비스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가격 표시제는 식당에서 메뉴판 가격을 붙여 놓듯이 결혼 준비 업체들도 서비스별 비용을 구체적으로 적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결혼 준비 업체들이 가격을 표시해야 하는 대상과 항목,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정해 발표하기로 했다.


웨딩플래너와 드레스 임대, 사진 촬영, 예식장 대여 등 결혼 관련 품목·서비스의 평균 가격 정보는 내년부터 한국소비자원 가격 정보 사이트(참가격)에 공개된다. 
2026년부터는 여성가족부가 결혼 서비스 산업 현황과 비용, 소비 피해 사례 등에 대한 정기 실태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정부가 결혼 비용 공개를 추진하는 것은 고질적 병폐인 ‘가격 거품’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비 신랑·신부들이 가장 많이 지적하는 부분은 스드메나 예식장 대관료 등에서 ‘가격 정찰제’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혼자서 스드메를 알아보고 예약을 잡을 경우 웨딩플래너를 통하는 것보다 더 비싼 경우가 많다. 
작년 5월 결혼한 김모(36)씨는 “드레스숍에 전화해 대여료를 물어봤는데 웨딩플래너를 통한 가격보다 30~40% 이상 비쌌다”고 했다. 
그렇다고 웨딩플래너로 결혼을 준비하는 게 유리하다고 할 수도 없다. 
드레스 대여료는 낮아지더라도 웨딩플래너가 추천하는 스튜디오, 메이크업 업체, 예식장 등을 패키지로 계약하면 어디서 얼마나 바가지를 쓰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총액이 수천만원인데 드레스는 싸게 해줘도 수십 개에 달하는 세부 항목 중 어디에서 폭리가 취해지는지 알기 어려운 구조”라고 했다.


가격 정보가 투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결혼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결혼 정보 업체 가연이 결혼 1~5년 차 신혼부부 1000명을 지난 1월 조사한 결과, 평균 결혼 준비 비용은 6298만원에 달했다. 
혼수(2615만원) 비용이 가장 많이 들었지만, 예식장(990만원)과 스드메(479만원) 비용만도 1500만원 가까이 들었다.

 

 




사소한 서비스가 더해질 때마다 추가 비용이 붙는 것도 문제다. 
대표적인 것이 ‘퍼·얼·레’다. 업계 용어인 퍼얼레는 ‘퍼스트 웨어(처음 입는 드레스)’와 ‘얼리 스타트(오전 9시 이전 메이크업)’ ‘레이트 아웃(오후 5시 이후 메이크업)’의 줄인 말이다. 
퍼얼레에 해당하면 기본 비용 외에 추가금을 내야 한다. 
퍼스트 웨어의 경우 100만원 이상 더 내기도 하고, 메이크업을 일찍 혹은 늦게 받으면 10만원 안팎을 더 낸다.


스튜디오 촬영이나 결혼식에서 추가금이 붙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작년 11월 결혼한 윤모(29)씨는 90만원을 내고 스튜디오 촬영을 한 뒤, 사진 파일 원본을 받으려면 40만원의 추가금을 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윤씨는 “소중한 추억인 사진·영상으로 업체들이 장난을 치는 것 같아서 불쾌했다”고 말했다.


불투명한 가격 정보, 과다 추가금 등의 문제로 결혼 준비 과정에서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사례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결혼 서비스 피해 구제 접수 건수는 최근 4년(2020~2023년) 연평균 778.5건으로 직전 4년(2016~2019년) 연평균(573.5건)보다 36% 늘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음식점처럼 지도 앱에서 예식장 찍으면 대관료 나오고, 드레스숍 찍으면 드레스 대여료 나오는 식으로 결혼 시장에서의 ‘가격 표시제’가 하루 속히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240314)




 

 

 

지난 8일 오전 이탈리아 로마에서 남동쪽으로 100㎞ 정도 떨어진 인구 2928명의 작은 마을 마엔차(Maenza)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일행이 방문했다. 
마엔차는 기차역에서 차로 40분, 관광객이라곤 찾아보기 어려운 해발 358m 산기슭 마을이다.

 

 


<이탈리아 남부의 산골 마엔차(Maenza) 전경. 

마엔차시(市)는 늘어나는 빈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유로 빈집 재생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전날 한-이탈리아 수교 140주년 기념으로 이탈리아 공공 행정 포럼에 참석한 이 장관이 이 시골 마을을 찾은 이유는 ‘1유로 빈집 재생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하는 것이었다. 
클라우디오 스페르두티(Claudio Sperduti) 마엔차 시장은 마을의 한 폐가를 소개하며 “이 집이 단돈 1유로에 이탈리아의 한 건축가에게 팔렸다. 
건축가가 리모델링해 전망 좋은 2층 집으로 바꿔 살 계획”이라며 “우리 시(市)엔 이런 1유로 빈집 매물이 벌써 15건이나 나왔다. 10년만 지나면 황폐해진 마을이 몰라보게 바뀔 것”이라고 했다.


‘1유로 프로젝트’는 마을의 폐가를 정비해 줄 사람을 찾아 지자체가 부동산 중개 역할을 해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처치 곤란한 빈집을 팔고 싶은 주인과, 싼 가격에 시골 주택을 사고 싶은 사람을 맺어 주는 것이다. 
2004년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시칠리아, 칼라브리아 등 이탈리아 여러 도시가 추진 중이다.


조건은 간단하다. 버려진 집을 자기 돈으로 리모델링만 하면 1유로에 살 수 있다. 
계약 때 담보로 5000유로(약 720만원)를 내야 하지만 3년 안에 리모델링을 마치면 보증금은 되돌려받는다. 
1유로 빈집은 경쟁률 100대1을 보일 만큼 인기가 높다고 한다.


매입하는 사람만 득을 보는 것은 아니다. 집을 파는 사람은 빈집 때문에 내는 다주택자 세금 부담을 덜 수 있다. 
이탈리아는 우리나라와 달리 실거주 주택을 제외한 나머지 집에 대해 재산세를 평균 1% 이상 부과하는데, 이 때문에 도시로 이주한 뒤 골칫덩이 고향집을 처분하려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이날 이상민 장관은 “우리나라도 이탈리아처럼 도시로 떠난 사람들이 남긴 빈집 문제가 심각하다”며 “이탈리아의 ‘1유로 주택’ 사례를 우리나라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이탈리아와 다른 방식으로 빈집 재생 사업을 해 왔다. 
지자체가 집주인에게 빈집을 빌려 개조한 뒤, 귀농·귀촌인들에게 빌려 주는 방식이다. 
전남 강진군과 해남군, 경남 남해군 등 일부 지자체는 빈집을 정비하고 임대해 도시인 유입을 유도했지만 사업 규모는 크지 않다.


행안부는 이런 지자체 사업에 올해 5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 전국 13만2000채 정도로 추산되는 빈집 가운데 46%(6만1000채)가 인구 감소 지역에 있다.


이제 행안부는 빈집 임대를 넘어 매매를 유도하는 쪽으로도 방향을 잡고 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인구 감소 지역에 있는 주택을 사면 세금 부담을 확 줄여준다는 것이다. 
1주택자가 인구 감소 지역의 주택 1채를 더 살 경우, 가격·규모와 상관없이 기존 주택에 대한 재산세율 인하(-0.05%포인트) 특례와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등에서 ‘1가구 1주택’ 세제 혜택을 그대로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매매가 안 되는 빈집은 철거를 유도하기 위해 지방세법도 개정했다. 
빈집을 철거하면 그 자리에 남은 토지에 대한 재산세를 내야 하는데, 재산세가 주택세보다 비싸 빈집을 처분하지 않고 놔두는 경우가 많았다. 
올해부터 빈집 철거로 생긴 토지에 대한 주택세액 적용 기간을 종전 3년에서 5년으로 늘렸다. 
정부 관계자는 “종전 대책을 뛰어넘는 방안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했다.(240312)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모의 평가 출제에 참여한 고교 교사들이 조직적으로 수능 대비 문제를 만들어 사교육 업체에 거액을 받고 팔아온 사실이 감사원 감사로 11일 확인됐다.


수능 출제 경력이 있는 교사들끼리 대규모 조직을 만들어 문항을 일타 강사에게 팔고, 차명 출판사까지 차려 십 수억 원을 벌어들였다.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평가원에 파견 나와 일하는 교사가 일타 강사와 거래했는데도 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교사들의 모럴 해저드와 교육 당국의 수능 출제진 관리 부실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은 또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지문이 ‘일타 강사’ 모의고사 문항과 일치한 것과 관련해 해당 지문이 사전에 유출됐을 정황이 있다고 봤다.

 

 




감사원은 이날 이런 내용의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교사 27명과 사교육 업체 관계자 23명, 대학 교수 1명, 평가원 직원 4명 등 56명에 대해 업무 방해와 배임 수재,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교육부에 사교육 업체와 문항 거래를 했다고 자진 신고한 교사 322명 중 신고액이 5000만원 이상인 교사를 우선 조사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교사들은 피라미드식 조직(사교육 업체→중간 관리 교사→문항 공급 교사)을 꾸려 문항 거래를 했다. 
EBS 교재 집필 경력이 있는 한 고교 교사는 다른 교사 35명을 끌어들여 대규모 문항 출제 조직을 운영했다. 
그는 배우자 명의로 출판사를 세우고 2019~2021년 문항 판매로 18억9000만원을 벌었다. 
이 중 12억5000만원은 다른 교사들에게 나눠주고, 나머지는 자신이 가졌다.


또 다른 고교 교사는 수능 검토위원에 참여하면서 알게 된 다른 출제·검토위원 교사 8명을 ‘문항 거래 조직’으로 포섭했다. 
교사들은 입시 강사 등에게 문제 2000여 개를 팔고 총 6억6000만원을 받았는데, 이 중 2억7000만원은 조직을 구성한 교사가 알선료 명목 등으로 가져갔다. 
감사원 측은 “교사들은 대학 동기, 선후배 등으로 조직을 구성했고, 친분 있는 교사를 업체에 새 문항 공급처로 소개했다”고 밝혔다.

 

 




한 교사는 2020년부터 3년간 문제를 팔아 5000여 만원을 받았는데, 그 사이 수능·모의 평가 출제위원으로 5번이나 참여했다. 
평가원에 파견 근무까지 했다. 평가원은 교사에게 여섯 차례나 ‘사교육 영리 행위’를 확인했는데, 교사는 그때마다 거짓말을 했다.


감사원은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판박이 출제 논란’과 관련된 평가원 직원 4명도 경찰에 수사 요청했다. ‘판박이 사건’은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교수의 책 ‘Too Much Information’ 일부 내용이 대형 입시 업체 조모 강사의 모의고사와 수능, 출간 예정인 EBS 교재에 똑같이 출제된 사건이다.


감사 결과, 국립대 영문과 A 교수가 EBS 교재를 감수하면서 알게 된 지문을 수능 출제에 들어가 그대로 낸 것으로 확인됐다. 
강사 조씨는 해당 지문을 현직 고교 교사 B씨에게 사서 모의고사에 냈고, B씨는 EBS 교재에 같은 지문을 출제한 교사 C씨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감사원은 국립대 교수와 강사 조씨, B·C 교사와의 유착 관계는 확인하지 못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들은 우연의 일치라고 설명하고 있다”면서도 “일부 (유착) 개연성을 확인해 경찰에 수사 요청했다”고 밝혔다.


평가원이 ‘판박이 사건’을 미리 알고도 조치하지 않은 사실도 밝혀졌다. 
2023학년도 수능 직후 이 문제에 대한 이의신청이 215건이나 접수됐는데도 평가원 직원들은 이를 문제 삼지 않으려고 공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이의 심사 결정을 좌우하는 외부 자문위원들에게 “지문이 같아도 문제 유형이 다르면 문제로 보지 않는다”는 기준을 강조했다고 한다. 
결국 해당 문제는 이의 심사 대상에도 오르지 못했다.


평가원은 조씨의 모의고사를 제대로 모니터링하지 않은 합리적 이유도 대지 못하고 있다. 
평가원은 2021년, 2022년엔 조씨 모의고사를 입수해서 수능에 출제하지 않았는데, 2023년엔 이 모의고사를 입수하지 않았다. 
수능 직후 평가원은 “수강생만 볼 수 있는 교재여서 입수하지 못했다”고 외부 자문위원들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모의고사는 인터넷에서 누구나 살 수 있는 교재다. 거짓 보고를 한 것이다.


교사들이 EBS 수능 연계 교재를 출간되기도 전에 입시 강사들에게 빼돌린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판박이 논란’ 관련자 조모 강사도 EBS 교재를 출간되기 전에 집필자인 교사에게서 미리 입수해 ‘최신 출제 동향’을 빨리 파악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다른 EBS 집필진 교사도 학원 강사에게 6년간 EBS 변형 문제 8000여 개를 팔아 5억8000만원을 벌었는데, 이 중 1000여 개는 EBS 교재가 출간되기도 전에 강사에게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240312)


 

 

 

최근 디스플레이·이차전지 관련 기업 투자가 잇따르고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노선 연장이 추진 중인 충남 아산시. 
지난해 아산에서 매매 거래된 아파트·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의 매수자는 1만4831명이었다. 
이 가운데 국적이 중국·미국·베트남 등 외국인 매수자가 402명으로 2.7%를 차지했다. 
이 지역은 외국이 이용할 만한 식당이나 학교 같은 것이 부족해, 외국인이 거주하기에는 적합한 곳이 아니다. 
그럼에도 외국인 부동산 투자가 많은 것은 일자리를 찾아 오는 사람들에게 세를 놓고 임대 수익을 거두기 위한 것이다.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지역은 소형 아파트나 오피스텔이 매물로 나오면 금방 팔린다”고 말했다.


지난해 외국인이 국내에서 사들인 부동산이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우려 등의 여파로 내국인의 주택 수요는 주춤했지만, 외국인의 한국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본지가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투자 비중을 지역별로 분석한 결과, 외국인 투자는 반도체·이차전지 등 대규모 기업 투자가 많은 지역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들이 서울뿐 아니라 충남 아산이나 천안, 경기 평택 등 지역 부동산까지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10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부동산을 매수하고 소유권 이전 등기를 신청한 사람 중 외국인은 총 1만5614명으로 전체 매수인의 0.9%를 차지했다. 
매수 건수로는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던 2020년의 역대 최다(1만9371명)에는 못 미치지만, 매수 비율로는 2010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높다.


2010년만 해도 한국 부동산을 매수한 외국인은 4307명으로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0.2%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후 제주에서 외국인이 부동산을 취득할 경우 한국 국적을 주는 제도가 시행되면서, 중국인을 중심으로 외국인 매수 비중은 꾸준히 늘었다.


외국인들은 국내 부동산 중에서도 아파트, 오피스텔, 오피스와 같은 집합건물에 집중했다. 
지난해 국내 집합건물을 매수한 외국인은 1만2027명으로 전체 매수인의 1.21%를 차지했다. 
이 비율 역시 2022년에 처음으로 1%를 넘긴 데 이어 지난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광역시도 기준 외국인의 집합건물 투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인천(2.09%)이었고, 충남(1.74%), 경기(1.68%), 제주(1.54%), 충북(1.21%), 서울(1.16%) 등이 뒤를 이었다. 
제주를 제외하면 모두 일자리가 풍부하고 젊은 층의 주거 수요가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추세는 시군구 단위로 살펴보면 더욱 뚜렷이 확인된다.


예컨대 지방에서 가장 외국인 투자가 활발했던 충남에서는 아산(2.7%)과 천안 동남구(2.1%)의 외국인 투자 비율이 가장 높다. 
아산에서는 국내 최대 규모 디스플레이 생산시설이 가동되고 있으며, 천안 동남구에도 LG생활건강 공장을 비롯해 대규모 산업단지가 여럿 있다. 
‘반도체 메카’로 불리는 경기 평택 역시 지난해 집합건물 매수자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2.1%로 전국 평균의 두 배에 가깝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중국 등 일부 국가에는 한국 부동산 투자를 전문적으로 도와주는 컨설팅 업체들이 성행하고 있어 내국인 못지않은 정보력을 갖춘 외국인 투자자도 많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부동산 투자를 국적별로 살펴보면 중국이 1만157명, 65.1%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미국(15.2%), 캐나다(3.6%), 베트남(2.5%), 우즈베키스탄(2%), 러시아(1.8%), 대만(1.2%) 등의 순이었다.


외국인이 국내에 자가 거주지를 두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에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입은 대부분 임대 목적이다. 
지난해 확정일자를 받은 임대차 계약 가운데 임대인이 외국인인 계약은 1만7786건으로 2010년 이래 가장 많았다. 
지역별로 서울(4612건)과 경기(3814건)에 집중됐고, 인천(499건), 충남(301건), 부산(296건), 제주(155건) 등이 뒤를 이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중국·동남아 등지의 부자들에겐 한국, 특히 수도권의 부동산은 안전 자산으로 통한다”며 “2022년 이후 국내 부동산 시장의 가격 조정을 투자 기회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24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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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포장 때 빈 공간을 상자의 절반 이하로 줄여야 하는 제도가 다음 달 30일부터 시작한다고 환경부가 7일 밝혔다. 
과대 포장을 막아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택배 상자 속 빈 공간 비율을 규제하는 건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환경부는 업계 혼란을 줄이기 위해 2년간 과태료 처분을 유예하는 유예 기간을 두기로 했다. 
반면 업계에선 “포장지 내 공간 계산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단속은 힘들 것”이란 반응이 나온다.

 

 

<차량 가득 채운 택배 상자.>

 


이날 환경부에 따르면 택배는 포장 횟수를 1차례로 규제하고, 상자 내 빈 공간을 50% 미만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다만 물건 파손을 막기 위해 들어가는 에어 쿠션이나 신문지 등 보조 포장재가 차지하는 공간은 상품처럼 인정해 준다. 
신선 제품 포장 때 들어가는 얼음팩 등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본 상품보다 보조 포장재 부피가 더 크면 인정해 주지 않기로 했다. 
이번 제도가 현실화하면 40억개 이상 유통되는 택배 포장이 가벼워질 전망이다. 
택배 포장 간소화는 비용 절감 측면에서 온라인 유통업체도 불리하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계도 기간이 끝나는 2026년 이후엔 과대 포장한 택배는 1년 내 위반 횟수에 따라 100만~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연매출액 500억원 미만 업체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국내 택배 물량의 40%를 상위 10여 개 업체가 차지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매출 500억원 미만 업체가 처리하는 물량은 10%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뿐 아니라 아마존이나 알리 등을 통한 ‘해외 직구’도 이번 환경부 규제에 적용받지 않는다.

 

 



택배 공간 규제는 2022년 4월 처음 도입됐다. 
환경부는 지난 2년간 제도 보완을 해왔다. 택배로 유통되는 물품 종류가 1000만개 이상인 데다 온라인 상거래 업체로 등록된 국내 통신판매업자만 132만개에 달해 바로 시행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다시 2년간 계도 기간을 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정부 관계자는 “택배의 과대 포장은 줄여야 하지만 단속이 쉽지 않은 현실적 문제도 있다”고 했다.



세계 각국은 코로나 기간을 거치며 택배 쓰레기가 급증하자 포장을 줄이려는 노력을 해왔다. 
유럽연합(EU)은 오는 2030년부터 택배를 포장할 때 ‘빈 공간 40% 이하’ 규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한국과 달리 에어캡 등 보조 포장재가 들어간 공간은 빈 공간으로 간주한다. 
중국은 지난해 비닐 포장백의 두께 기준을 0.06㎜에서 0.03㎜로 강화했다. 
작년부터 베이징, 상하이, 광둥 등 일부 지역의 우체국 택배를 대상으로 분해되는 택배용 비닐포장재 사용을 권고했다. 2026년부터 전국으로 확대한다. 
아마존은 2019년부터 자체적으로 ‘택배 포장 인증제’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1단계는 제품이 파손되지 않도록 포장된 상태에서 택배 상자에 담아보내는 경우, 2단계는 제품 포장 상태 그대로 택배를 부치는 경우, 3단계는 2단계에서 개봉과 재활용이 편하고 포장 빈 공간도 50% 미만으로 낮추는 것이다. 아마존은 모든 물량이 3단계에 맞춰지도록 포장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다.


그러나 택배업계 관계자는 “계도 기간이 끝나도 소비자가 신고해야만 적발이 가능한 만큼 단속이 사실상 어렵고, 제품별로 포장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포장 공간 비율을 계산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재사용 박스 사용을 확대하거나 생분해 포장지를 쓰도록 하는 방법 등이 훨씬 현실적”이라고 했다.(240308)

 

 

 

경기 안산시에 사는 김민선(40·가명)씨는 10년 차 프리랜서다. 
2015년 육아와 일을 병행하려고 직장을 그만뒀다. 요즘은 그림 등을 사용해 온라인 강의 동영상의 줄거리를 짜는 일로 월 100만원을 벌어 살림에 보탠다. 
그는 “아이를 잘 돌봤던 행복한 10년이었지만, 불공정 계약, 단가 후려치기 등 숱한 ‘갑질’과의 싸움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6일 오전 10년 차 프리랜서 김민선(40·가명)씨가 경기 안산시의 자기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다 머리에 손을 올린 채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는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 위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2015년 프리랜서를 택했다. 
아이를 돌보는 것은 그의 행복이었지만 불공정 계약 등 ‘갑질’을 당하는 고통이 작지 않았다.>

 


한국 노동시장은 대기업 정규직 12%와 중소기업, 비정규직 등 나머지 88%로 쪼개져 따라잡기 어려운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 
이 이중 구조가 기업에 속한 임금 근로자의 격차라면,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채 사실상 방치된 또 다른 수백만의 근로자 집단이 있다. 
우리가 ‘프리랜서’라고 부르는 사람들이다.


프리랜서는 원할 때 일하고 일한 만큼 버는 화려한 면만 부각되는 경우가 많다. 
시장 논리에 따라 차별화한 자기 경쟁력으로 연 수억원을 버는 스타 프리랜서도 꽤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육아를 하거나 부족한 생활비를 보충하려고 프리랜서가 된 평범한 사람들이다.

 

 

 


한국 노동 시장에 존재하는 중요한 한 축이지만 이들은 노동법 밖에 있다. 
근로기준법은 ‘사업주와 종속적 관계에 놓여 지휘·감독에 따르는 사람’을 근로자로 보는데,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간주하는 일이 많아서다. 
프리랜서가 국내에 얼마나 있는지 공식적으로 집계하는 곳도 없다. 
노동 정책을 연구하는 ‘일하는시민연구소’는 2022년 기준 국내 프리랜서 규모가 약 406만5000명이라고 추정한다.


현행 노동법과 기업의 울타리, 각종 복지로 보호받는 사람들과 다른 ‘법 밖의’ 프리랜서는 한국 노동시장에서 또 하나의 이중 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프리랜서 중에는 기업의 하청을 받아 일하면서 영세 기업 근로자나 비정규직이 겪는 것 이상의 불공정한 대우와 복지 공백을 견뎌야 하는 사람이 상당수다.


전태일재단은 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프리랜서의 경력을 증명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시중노임단가 적용 업종 확대 여부를 적극적으로 논의해 최소한의 보호 장치를 늘려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온라인 콘텐츠 제작 회사에 다닐 때 김민선(40)씨의 출퇴근 시간은 왕복 3시간이었다. 
임신 당시 김씨는 정규직이었지만 서른 명도 안 되는 회사라 야근도 잦고 육아휴직 등이 어려운 환경이었다고 한다. 
“재택근무를 주로 하며 아이를 잘 키우는 게 프리랜서를 시작한 이유였다”고 했다.


직장을 다닐 때 200만원 수준이었던 김씨의 수입은 프리랜서를 하면서 4분의 1 수준인 월 50만원 선으로 줄었다. 대학 계약직 교직원으로 일하는 남편 수입 250만~300만원과 합해 빠듯하게 살림을 했다. 
처음 몇 년은 아이가 커지는 모습을 매 시각 눈에 담으며 ‘프리랜서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말이 좀 느렸던 아이가 7살이 되던 해, 자폐성 장애 진단을 받았다. 
하루 4시간 정도였던 일하는 시간을 8시간으로 늘려 수입을 100만원까지 끌어올려야 했다. 
김씨와 남편이 버는 돈을 합치면 많아야 월 400만원쯤이지만, 지금 9살인 아이에게 미술 치료, 언어 치료, 특수 체육 교육 등으로 월 150만원 안팎이 들어간다. 
정부나 지자체가 지원하는 것을 뺀, 김씨 부부가 부담하는 몫이다. 생활비 등을 빼고 나면 한 달 50만~60만원 정도 저축한다. 
김씨는 “프리랜서는 소득 증명이 쉽지 않아 급할 때 대출받기 어려워서 현금을 잘 모아놔야 한다”고 했다.


정작 김씨를 힘들 게 하는 건 육아가 아니다. 김씨가 하는 일은 10만~20만원짜리 소액 일감이 많다. 
“지금 회사 형편이 나빠졌는데 좀 이따 주겠다”며 입금을 미루거나 아예 돈을 떼먹는 일이 반년에 1~2번씩은 일어난다. 단가 후려치기도 일상이다. 
김씨는 대기업 등으로부터 콘텐츠 제작을 하청 형태로 의뢰받는 업체와 주로 계약을 하는데, 과도한 수수료를 떼 간다는 것이다. 
그는 “내가 원래 원청 회사가 하는 일을 했기 때문에 발주를 얼마에 하는지 뻔히 아는데 중간 업체에서 지나치게 많은 수수료를 떼 간다”면서 “60만원짜리를 35만원으로, 20만원짜리를 10만원으로 깎는 것도 봤다”고 했다. 그는 “항의를 하면 ‘너 아니어도 일할 사람 많다’는 식의 답이 돌아온다”고 했다.


지방고용노동청 등에 신고해도 해결이 어렵다. 
원청의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자라는 걸 스스로 증명해야 부당노동행위 여부를 판정해주기 때문이다. 
박현호 경기비정규직지원센터 소장은 “노동청 절차가 워낙 복잡해서 민사 소송을 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는데 체불 임금 수십만원 때문에 소송하느니 포기하는 프리랜서가 많다”고 했다.


아이 셋을 키우는 서울의 9년 차 프리랜서 요가 강사인 박미숙(53·가명)씨는 매달 자기가 일하는 지역의 시설관리공단 산하 복지관 등 5곳을 돌아다니며 급여 명세서를 떼는 게 일이다. 급여가 정확하게 입금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올 초 한 기관은 70만원을 줘야 하는데 60만원만 줬다. 박씨가 확인하기 전까지 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박씨는 “법적으로 정식 근로자가 아니라 급여 명세서를 떼 줄 의무가 없다더라”면서 “명세서 달라고 하면 ‘선생님, 요즘 돈 부족해요?’ 같은 핀잔만 돌아온다”고 했다.


19년 차 일본어 통·번역 프리랜서 정모(49)씨도 “경력이 오래돼 나름 인정을 받고 있지만 아직 돈을 떼먹히는 일을 겪는다”고 했다. 
통역 업계는 통상 통역사를 원하는 기업 A사가 중간 업체인 에이전시(기획사) B사에 일감을 의뢰하면, B사가 통역사와 기업을 연결해 주는 식으로 일한다. 
일이 끝나면 A사가 B사에 대금을 지급한다. 그럼 B사는 중간 마진을 뗀 남은 금액을 통역사에게 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중간 업체가 잠적하거나, 대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는 일이 흔하다는 것이 정씨를 비롯한 업계 얘기다.(240309)



☞12대88 사회

12대88은 국내 전체 임금 근로자의 12%인 대기업 정규직(260만명)과 나머지 88%인 중소기업, 비정규직 근로자(1936만명)로 나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상징한다.

☞프리랜서(freelancer)

일정한 소속 없이 일감 계약을 근거로 자유롭게 일하는 사람을 보통 가리킨다. 
중세에 특정 영주에게 소속되지 않은 채 자유롭게(free) 창(lance)을 들고 싸우던 용병을 가리키는 말에서 유래했다. 
근로기준법은 ‘사업주와 종속적 관계에 놓여 지휘·감독에 따르고 있는지’를 판단해 법적인 근로자로 본다. 
프리랜서는 여기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해석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코로나 비상사태 해제 이후 일본을 찾는 외국인이 급증해 교통 혼잡, 쓰레기 공해 등 문제가 발생하자 일본 지방 도시들이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돈을 더 물리는 방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비용을 늘려 관광객 유입을 통제하는 동시에 지방정부 수익도 챙기겠다는 계획이다. 
외국인에게 별도의 숙박세(稅)를 징수하거나 관광지 입장료를 올려 받는 방식이 거론된다. 
일본 방문 외국인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한국인의 부담이 특히 커질 전망이다.

 

 

<2023년 6월 24일 일본 도쿄 시부야역 근처 미야시타공원의 맛집 거리가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요시무라 히로후미 일본 오사카부(府) 지사는 지난 6일 “관광객 급증으로 인한 오버투어리즘(관광 과잉 공해)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앞으로 외국인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한 징수금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오사카는 지역 내 호텔 등 숙박업소에 머무는 내·외국인 모두를 대상으로 이미 1박당 최대 300엔(약 2700원)을 걷는 제도를 2017년 도입했는데, 여기에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한 부담금을 더하겠다는 뜻이다. 
금액과 징수 방법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몰리는 관광객의 비용 부담을 늘리려는 움직임은 일본 전역에서 확산하는 중이다. 
도쿄도(都)도 숙박세 인상을 논의하고 있고 디즈니 리조트(디즈니랜드·디즈니시)가 있는 지바현 우라야스시 또한 내년을 목표로 숙박세 인상안 논의를 시작했다. 
환경 훼손 우려가 커지는 도쿄 인근 후지산은 외국인이 가장 많이 오르는 등산로(요시다 루트) 이용자에게 2000엔을 추가로 거두기로 했다.

 

 



중국인 단체 관광까지 재개돼 도시가 포화되자 오사카는 외국인에게 추가로 숙박 부담금을 걷어 이를 거리 청소 등의 비용으로 쓰겠다는 계획이다. 
오사카는 내년 ‘오사카 엑스포(만국박람회)’가 열리고 2029년 일본 최초의 카지노가 들어설 통합형 리조트 건설을 앞두고 있어 관광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오사카는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일본 도시이기도 하다.


일본 ABC TV는 오사카의 외국인 대상 관광 추가 징수금에 대해 “외국인들에게만 돈을 징수하는 것이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지, 또 일본에 사는 외국 국적 거주민들은 예외로 할 것인지 등이 과제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또 “징수한 금액이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는지 투명성이 보장돼야 반발을 방지할 수 있을 것”(FNN)이란 지적도 나온다.

 

 


일본 최초로 2002년에 1박당 최대 200엔의 숙박세를 도입했던 도쿄 당국 또한 지난해 10월 “관광 진흥에 필요한 비용이 갈수록 늘어나 숙박세를 인상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고이케 유리코 지사에게 제출했다. 
당시 고이케 지사는 “숙박세를 둘러싼 상황이 도입 당시와 비교해 많이 달라졌다”며 사실상 숙박세 인상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도쿄에도 오사카와 비슷한 추가적인 숙박 부담금이 더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일본 관광 명소인 디즈니 리조트가 위치한 우라야스시도 내년을 목표로 숙박세 도입 논의를 위한 외부위원회를 조만간 꾸리기로 했다. 
우치다 에쓰시 우라야스시 시장은 지난달 8일 기자회견에서 “디즈니 리조트가 있는 지역에 관광객이 급증해 기반 시설 정비에 막대한 비용이 필요해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밖에도 미야기현 센다이시, 시즈오카현 아타미시, 아이치현 도코나메시, 아오모리현 히로사키시, 아키타현 아키타시, 구마모토현 구마모토시, 나가노현 하쿠바무라 등이 최근 숙박세 도입 논의에 돌입했다. 

현재 일본에서 숙박세 제도를 도입한 지역은 도쿄·오사카·교토·가나자와 등 9곳인데 향후 최소 17곳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일본 여행 전문 매체 트래블저널은 “인바운드(외국인 국내 관광)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전국 각지로 숙박세 논의가 확산 중”이라고 전했다. 
최정자 동국대 호텔관광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유럽 등 관광 선진국들은 일찍이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숙박세 같은 사실상의 ‘관광세’를 운영해 왔다”며 “당장은 관광객들의 비용 부담으로 직결돼 반발이 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관광 소득을 지역에 환원하고 환경 보전 비용을 충당할 수 있어 인기 관광 도시를 중심으로 (관광세) 도입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도쿄 인근의 유명 관광지이자 일본 최고봉인 후지산은 오버투어리즘 문제 해소를 위해 통행료를 새로 도입할 방침이다. 
코로나 종식 이후 외국인 관광객을 포함해 하루 3000명이 넘는 등산객이 몰려 쓰레기 무단 투기, 노상 흡연 등 민원이 급증한 데 따른 조치다. 
후지산이 있는 야마나시현 의회는 지난 4일 후지산 등산로 중 난도가 가장 낮아 외국인이 특히 많이 몰리는 ‘요시다 루트’에 1인당 2000엔씩 통행료를 걷기로 하는 조례를 의원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후지산은 현재 등산객들이 자율적으로 내는 형식의 ‘보전 협력금(1인당 1000엔)’을 받고 있어, 등산객 부담금은 최대 3000엔으로 오르게 됐다. 추가 통행료는 7월부터 징수한다. 
야마나시현은 7~9월에만 통행료를 통해 3억엔 정도를 거둘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후지산에 강제 통행료 제도가 도입되는 데 대해 일본 내에서도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나가사키 고타로 야마나시현 지사는 “라멘(라면) 한 그릇 값도 2000엔인데 후지산의 가치가 그렇게 낮진 않지 않으냐”며 “2000엔을 부담하더라도 만족할 수 있는 등산 환경을 조성하는 게 목적으로, ‘쌀수록 좋다’는 생각을 삼가줬으면 한다”고 반박했다.(24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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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에 사는 ‘워킹맘’ 이모(37)씨는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시기 재택근무를 시작한 뒤 가사 노동을 하지 않고 있다. 
집에서 살림과 업무를 병행하면서 청소와 설거지, 육아 등 집안일은 계속 쌓이고 업무까지 지장을 받는 상황이 되자 집안일을 모두 전문 업체에 맡긴 것이다. 
쌓이는 세탁물은 현관문 앞 전용 수거함에 놔두면 이튿날 아침 세탁과 다림질까지 해서 갖다 주는 서비스를 이용하고, 매주 두 차례 방 청소와 설거지는 물론 화장실 청소까지 해주는 가사도우미 서비스도 정기 구독하고 있다. 

이씨는 “요즘 모바일 앱 기반의 홈서비스는 원하는 방문 시간과 필요한 집안일도 개인 사정에 맞춰 쉽게 정할 수 있다”며 “한 달에 30만~40만원만 쓰면 집을 호텔처럼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소·세탁 같은 가사 노동을 지원하는 홈서비스 스타트업들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씨가 애용하는 비대면 모바일 세탁 서비스 ‘런드리고’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의식주컴퍼니는 누적 세탁 건수가 900만건이 넘어서는 등 작년에만 500억원의 매출을 냈다. 
지난 2020년만 해도 매출 규모가 70억원에 그쳤지만, 매년 약 2배씩 성장했다. 
조성우 의식주컴퍼니 대표는 “작년 11월 부산에 이어 이달 대구·대전·울산 등으로 서비스 지역 확대를 준비 중”이라며 “세탁 공장을 증설하는 등 대규모 투자로 아직 영업 적자를 보고 있지만, 지금 추세라면 연내 흑자 전환을 달성할 전망”이라고 했다.


각종 홈서비스 앱을 이용하는 사람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앱 시장 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미소·청소연구소·대리주부·런드리고·세탁특공대·오늘의분리수거·해주세요 등 주요 홈서비스 앱을 설치한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는 작년 4월 기준 350만명에 달한다.

 

 




지난 2020년 4월 규모(120만명)와 비교하면 3년 만에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과거 상류층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가사도우미 서비스도 도시 중산층과 1인 가구가 애용하는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모바일 앱 기반의 가사도우미 중개 플랫폼 ‘미소’의 경우 작년 4분기 90만명이 이용하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0% 성장했다. 
미소 관계자는 “배달 앱 플랫폼이 배달 시장을 키운 것처럼 홈서비스 플랫폼이 이 시장을 키우고 있다”며 “2년 연속 흑자를 내는 등 성장이 안정되면서 오는 2026년 상장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가사도우미 중개 앱 ‘청소연구소’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생활연구소 역시 작년 매출이 전년 대비 30% 늘었다. 
서비스 가입자 수만 150만명, 등록 가사도우미는 14만명에 이른다. 
생활연구소 관계자는 “전체 서비스 이용자의 20% 정도는 1인 가구”라고 했다.



생활 서비스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맞벌이 부부의 증가가 꼽힌다. 
주요 생활 서비스의 핵심 고객층은 대부분 30~40대 여성이다. 
런드리고의 경우 여성 고객이 70%, 30~40대 비율은 75%에 달한다. 
작년 기혼 여성 고용률이 사상 처음 60%대에 진입하는 등 일하는 엄마가 늘면서 집안일을 별도 서비스에 맡기는 사례도 증가한 것이다. 
의식주컴퍼니 관계자는 “일하는 여성들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보다 ‘시성비(가격 대신 시간 중시)’를 따지는 경우가 많다”며 “세탁·건조·정리에만 주 평균 5시간이 필요한데, 돈을 지불하고 이 시간을 아끼는 것”이라고 했다.

 

 




각종 서비스가 신뢰도를 높이고, 이용 편의성을 극대화한 점 역시 홈서비스 활성화의 배경이다. 
인력사무소에 전화를 거는 대신, 모바일 앱으로 예약·결제를 하고 일정도 쉽게 변경할 수 있다 보니 서비스 이용에 걸리는 시간이 분(分) 단위로 단축됐고, 서비스 이용 방식도 세분화됐다. 
미소 관계자는 “과거 가사도우미를 고용할 때는 최소 고용 시간이 4시간이고, 연회비나 가입비를 내야 하는 등 불합리한 시장 관행이 많았다”며 “집 평수가 작은 1인 가구를 위한 3만원대 2시간 서비스처럼 고객 수요에 맞춰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240308)

 

 

 

“범죄와 아무런 관련 없는 반성, 인정, 불우한 가정환경이 도대체 재판과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피해자가 용서하지 않겠다는데 왜 판사가 마음대로 용서를 하겠다고 하는 겁니까. 사법부가 그렇게 하면 안 되죠.”


지난해 10월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 가림막 뒤 참고인의 질타에 장내가 숙연해졌다. 
참고인 김진주(가명·28·프리랜서 디자이너)씨는 일명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그는 2022년 5월 새벽 귀갓길에 일면식도 없는 30대 남성에게 무차별 폭행당하고 바지 지퍼가 열린 채 실신한 상태로 발견됐다. 
검찰은 1심에서 가해자에게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20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가해자의 반성 등을 이유로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김씨가 끈질기게 재조사를 요구한 끝에 2심에서는 검찰이 강간 등 살인미수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해 징역 20년으로 형량이 늘었고, 이 판결은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김진주씨가 얼굴 공개를 원치 않아 책으로 얼굴을 가리고 사진을 찍었다. 
김씨는 “피고인의 방어권은 보호받으면서 피해자의 방어권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나는 피해자인데 법원에 내 피해의 심각성을 구걸하고 눈치 보며 ‘잘 봐주세요’ 아첨을 떨어야 하는 상황이 너무 괴로웠다”고 했다>

 

 

1년 4개월간 투쟁의 기록을 최근 ‘싸울게요, 안 죽었으니까’라는 책으로 펴낸 김씨를 지난 6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160㎝가 채 안 되는 자그마한 체구. 활짝 웃으며 활달한 부산 말씨로 “만난 기념이에요” 하며 푸른색 폼폰국화 한 송이를 내밀었다.



–끔찍한 일을 당했는데 굴하지 않고 투쟁했다. 맞서 싸운 이유는.

“나는 피해자인데 마치 사법부가 나를 ‘방해물’로 여기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다. 
내가 뭔가를 알고 싶다고 하면 법원 직원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피해자는 재판의 당사자가 아니에요.’ 형사사건의 원고는 검사이기 때문이란다. 
경찰이 개인 정보라며 가해자 이름도 알려주지 않아 재판 방청을 가서야 이름을 확인했다. 
공판 기록 열람 및 등사를 요청했지만 판사에게 거절당했고, 공소장 열람만 겨우 허락받았다. 
법원에서 재판 기록을 보려면 가해자에게 민사소송을 걸어 문서 송부 촉탁을 하라고 해서 진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신상 정보가 가해자에게 노출됐다. 
구치소에 있는 가해자가 내 주소를 달달 외우며 나를 죽여버리겠다고 했다는 걸 가해자 감방 동기들이 출소해 내게 알려주더라. 
1심 중간에 CCTV 등 재판 기록을 요청했는데 1심이 다 끝나고야 받을 수 있었다. 
재판부가 귀찮아했고, 잡음이 생기지 않길 바라서라 생각한다.”


–가해자 전 여자 친구와 친해져 재판 기록 일부를 받아볼 수 있었다고 했는데.

“피고인 방어권 덕에 피고인은 대부분의 재판 기록 열람이 가능하다. 
가해자의 전 여자 친구는 가해자를 숨겨준 혐의로 공범이 되어 피고인 신분이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그에게 연락했는데 첫마디가 ‘미안하다’였다. 
남자들끼리 다퉜다는 가해자 말만 믿고 숨겨줬다고 하더라. 그가 도와줘 일부 재판 기록을 볼 수 있었다. 
가해자에겐 국선 변호사가 있었는데, 내겐 없었다. 성범죄 피해자는 국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지만 1심에서 가해자의 성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직접 변호사를 선임해 24개월 카드 할부로 수임료를 결제했다.”


–온라인 게시판에 ‘12년 뒤에 저는 죽습니다’라는 글을 올려 사건을 공론화했다.

“1심 재판에서 가해자가 받은 형량은 12년이었다. 
검찰이 구형한 20년보다 8년이 적었는데, 가해자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했기 때문이라 하더라. 
사법 체계에 배신당한 것 같았다. 차라리 내가 죽었으면 형량이 올라갔을 텐데. 
많은 범죄 피해자들이 너그러운 양형 기준에 절망하며 ‘판사가 살아 있는 피해자를 죽였다’고들 말한다. 
1268장에 달하는 가해자 관련 재판 자료를 받아보니 거짓말투성이였다. 
법정에서 가해자가 너무 차분한 게 이상했는데, 전과 18범으로 사법 체계의 모든 혜택을 다 받은 사람이었다. 
소년 보호처분, 반성, 인정, 합의 등. 사법 체계가 만든 ‘괴물’이었다. 
반성, 인정, 심신미약, 초범 등으로 디스카운트해 주는 ‘형량 아웃렛’에 얼마나 익숙해졌겠나. 
‘범죄자가 시스템을 학습하면 이렇게 되는구나’ 싶었다. 
그래서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의 감형이 다른 피해자들을 낳을 수도 있으니까.”


–가해자의 성범죄 가능성을 조사해 달라고 검찰과 법원에 요구했다.

“그가 무엇 때문에 나를 죽이려 했는지 알고 싶었다. 
모든 범죄가 그렇지만 특히 살인(미수)죄는 동기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 
범행 당시 CCTV를 보니 7분의 사각지대가 있었다. 속옷이 벗겨져 있었던 것 등 성범죄 정황이 있었다. 
나는 범행 충격으로 당시 기억을 잃었다. 2심 공판 전부터 나는 성범죄가 추가돼야 한다고 했고, 공판 때 검사님이 바지에서 검출된 DNA 재감정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항소심에서 공소장도 없는 죄명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감정은 허락하지 않는다고 했다.”

 

 

<2020년 5월 22일 부산 서면에서 발생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 당시, 피해자를 따라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온 가해자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갑자기 돌려차기를 하고 있다(왼쪽 사진). 
가해자는 쓰러져 의식을 잃은 피해자를 어깨에 메고 CCTV가 없는 곳으로 가(오른쪽) 성폭행을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언론 보도 이후 법원의 태도가 확연히 바뀌었다고 책에 썼다.

“한 방송사 시사 프로그램이 내 사건을 보도한 이후 두 번째 공판이 열렸는데 재판부가 갑자기 피해자 탄원서를 봤다며 DNA 재감정을 허락해 줬다. 진짜 씁쓸했다. 
이래도 사법부가 과연 독립적인 기관인가. 사법부가 제 할 일을 하면 어떤 피해자가 시간 들여가며 언론을 찾겠는가.”


–국민 신문고에 법원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는데.

“‘신림동 공원 살인 사건’ 가해자 최윤종이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모방한 거라는 보도가 나왔다. 
내가 CCTV 영상을 언론에 공개한 영향일까봐 마음이 너무 괴로웠는데 유가족들은 오히려 그런 생각하지 말라며 나를 위로했다. 
그런데 ‘부산 또래 여성 살인 사건’ 가해자 정유정 사건을 맡은 재판부가 ‘부산 돌려차기 사건 모방 범죄 사건 등이 일어나고 있으니 자극적인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했다’는 뉴스가 떴다. 
그 재판부가 바로 내 1심 재판부였다. 내가 언론을 찾은 게 재판 기록을 보여주지 않은 1심 재판부 때문이었는데, 감히 판사가 내게 잘못했다고 하다니…. 
‘모방 범죄는 영상 때문이 아닌 판사님들의 너그러운 양형 기준 때문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본인이 성범죄 피해자라는 걸 입증해 공소장을 변경했다. 여성으로서 쉬운 일이 아니다.

“1심 끝날 때까지 성범죄는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사건 당시 입었던 바지에서 가해자 DNA가 검출된 것 같다는 이야길 들었을 때 기쁘면서도 눈물이 났다. 
‘성범죄 피해자라는 걸 내가 스스로 세상에 알렸네’ 싶어서. 
법정에서 바지를 다시 봤는데 구멍이 송송 나 있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대검 유전자 감식실에 121부위의 광범위한 정밀 감정을 지시했다고 하더라. 
바지 안쪽서 가해자 DNA가 나왔을 때, 담당 검사인 김태훈 검사가 결과를 알려주며 내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사건 이후 가해자 전 여자 친구에 이어 내가 받은 두 번째 사과였다. 
나는 정작 가해자랑은 싸운 적이 없다. 사람들 시선, 언론, 경찰, 법원과 싸웠고 결국 나 자신과도 싸웠다. 외롭고 힘들었다.”


–가해자 공판을 방청하러 법원에 간 경험을 적으며 “나는 법원에서 가장 밝고 색채로운 사람이었다”고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다.

“처음 재판정에 갔을 땐 위축돼 있어서 모자도 쓰고 후줄근하게 하고 갔다. 
돌이켜보니 그 모습이 너무 싫었다. 내가 그 누구보다 ‘멋진 피해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반항심이 들어서였는지는 몰라도 이런 피해자도 있다는 걸 재판부에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두번째 공판부터는 최대한 화려하고 근사하게 꾸미고 갔다. 
화장도 진하게 하고, 원피스도 입었다. 튀는 가발을 쓰고 간 적도 있다. 
죄수복 차림의 가해자에게 ‘너는 패션에 선택권이 없다’는 걸 알려주고 싶기도 했다. 
나중에 가해자가 ‘피해자X이 법원에 원피스를 입고 왔더라’고 발언했는데, 내 전략이 ‘먹혔다’ 싶었다. 
너는 감옥에 있는 거지 궁궐에 있는 게 아니라고 알려주고 싶었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과 통화한 이야기를 책에 적었다.

“지난해 대법원이 2심 결과를 확정한 후 박용진 민주당 의원, 조정훈 시대전환(현 국민의힘) 의원 등에게서 국감 출석 제안이 왔다. 
조정훈 의원이 법무부 국정감사 때 한동훈 장관에게 영상 편지 보낼 기회를 마련해주겠다고 했다. 
유튜브 라이브로 국감을 봤는데 한 장관이 내 영상 끝난 후 조 의원에게 질의받고 ‘피해자께서 많이 부족한 점을 느낀 것에 대해 죄송하다’고 하더라. 잘못 들은 건가 했다. 
법무부 최고위직에 있는 사람이 민간인인 내게 죄송하다니. 눈물이 핑 돌았다. 
매번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 회피하며 잘잘못을 따지기 바빠하는 사법체계였는데 장관이 내게 사과를 하다니, 진짜 살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이후 장관님이 전화를 걸어와 피해자 보호 제도가 미흡한 점을 이야기해 달라고 하길래 ‘메일로 정리해 보내겠다’ 했더니 흔쾌히 메일 주소를 주셨다. 
그간 준비했던 내용을 A4 8장짜리 문서로 정리해 보냈다. 
2차 피해(보복 범죄)를 막고, 사건과 관련 없는 양형 기준을 빼고, 피해자들의 알 권리를 챙겨달라고 했다. 
말만 하고 끝나는 거 아닐까 불안했는데 법무부에서 범죄 피해 지원 TF를 만들더라. 
‘결국 윗사람이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구나’ 깨달았다.”


–한 전 장관이 책에 추천사도 썼던데.

“장관이었으면 공직자라 못 쓰는데 그만둬서 써줄 수 있다고 했다더라. 그만두셔서 다행이다(웃음).”

–당신 덕에 피해자 재판 기록 열람·등사를 강화하는 개정안도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당신을 버티게 한 힘은 무엇인가.

“내 사람들. 소중한 사람들이 피해자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버티고 싸웠다. 
피해자들이 숨지 않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피해자들을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었고, 교육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내가 죽었어야 법이 바뀌었을텐데’, 생각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살아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다른 피해자들을 도울 수 있으니. 가해자가 20년 후 출소하니 내 삶엔 20년의 ‘유통기한’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삶을 가성비 있게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20년 뒤에 죽을 사람에게 돈이 중요할까, 명예가 중요할까. 내일 당장 내가 죽어도 아쉽지 않은 일, 가치 있는 일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책을 쓰면서 많이 치유받았다. ‘내 잘못이 아니다’라는 메시지, 그 일념이 흔들리지 않아 힘들었지만 쓰러지지 않았다.”(240308)


☞부산 돌려차기 사건

2022년 5월 22일 새벽 귀가하던 김진주씨를 30대 남성이 무차별 폭행하고 성범죄를 저지른 사건. 
작년 9월 대법원에서 가해자에 대해 강간 등 살인미수 혐의로 20년형이 확정됐다. 
김씨가 피해자 권리를 위해 노력해 피해자가 재판 기록을 열람·복사할 수 있는 권리를 강화하고, 가해자 신상 공개를 확대하는 등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 개정안이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싱가포르와 이탈리아, 태국은 해마다 각각 1400만명, 5300만명, 2800만명씩의 관광객이 방문한다. 
하지만 이들 나라도 ‘바가지 관광 대국’의 오명을 벗기 위해 국가 차원의 총력전을 펼치며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앙정부가 적극적으로 벌금형 같은 규제와 가격 상한제, 인센티브 제도 등을 운영하는 방식이었다.


싱가포르 정부는 일부 택시 운전사들이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가격을 임의대로 더 받는 일이 생기자, 2017년 이를 막기 위해 불법으로 택시 요금을 부과하는 경우에 외국인 관광객들은 24시간 상담 창구를 통해 신고할 수 있게 했다. 
신고하면 교통부가 곧바로 조사를 나와 해당 기사에게 과태료를 물렸다. 
가령 작년 싱가포르 교통국은 2023년 9~12월 동안 20달러가 채 안 되는 요금을 관광객에게 더 받은 택시 기사 7명을 체포, 이들에게 100~500달러가량의 벌금을 물리기도 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경우엔 코로나 직전까지만 해도 곤돌라 요금이 부르는 게 값이어서 논란을 빚자 중앙정부가 가격 상한제를 도입했다. 
베네치아에선 곤돌라 한 대당 30분에 80유로, 오후 7시부터는 100유로까지만 받도록 정해 놓았다. 
한 대당 받는 가격으로, 3~4명이 타도 값을 더 받을 수 없다. 
관광객에 대해 과도한 가격을 부과하는 식당에 대해선 또한 24시간 신고 제도를 운영한다. 
이탈리아 관광청 한국 사무소 관계자는 “지난 2018년 베네치아의 한 식당이 일본인 관광객 4명에게 스테이크 4접시, 생선구이 1접시를 1100유로(약 159만원)에 팔아 사회 문제가 된 적이 있다”면서 “이후 이탈리아 중앙정부는 24시간 신고제를 운영하고, 식당 음식 가격을 속이는 가게는 영업정지 및 벌금 처벌 등을 부과하고 있다”고 했다.


태국 방콕 시청(BMA)의 경우엔 가격 정찰체를 잘 지키는 툭툭(현지 인력거) 등의 운전사에게만 인증 스티커를 부여한다. 
또한 가격을 속인 옷 가게나 식당은 최소 일주일에서 최대 한 달까지 영업정지 명령을 내린다. 
태국 관광청 관계자는 “코로나 직전까지 태국에서도 각종 바가지 사건이 논란을 빚자 정부가 강력 처벌에 나섰다”고 말했다.(240307)


 

 

 

지난 4일 인천 소래포구 종합 어시장. 
한산한 평일 점심 시간 시장에 들어서자 “언니 이리 와”라며 상인들의 호객 행위가 이어졌다. 
이 중 한 상인이 기자의 팔을 끌며 “주꾸미 1㎏에 4만원”이라고 했다.
 “좀 더 둘러보겠다”고 하자 그는 “1㎏에 3만5000원”이라고 가격을 낮췄다. 
바로 옆 다른 상점 주인은 “주꾸미 상품(上品) 1㎏에 3만원”이라고 했다.


인천 소래포구는 최근까지 ‘깜깜이 가격’, 상품 무게를 늘리기 위해 물을 더 넣는 소위 ‘물치기’, 다리가 잘렸거나 몸통이 망가진 대게 등을 섞어 파는 ‘섞어치기’ 등으로 홍역을 앓았던 곳이다. 
논란이 심해지자 작년 상인들은 다 같이 절을 하며 “뼈 깎는 자세로 자정 노력을 보여주겠다”고 한 바 있다.

 

 




이날 기자가 다시 찾은 소래포구는 달라진 게 거의 없었다. 
일반 소비자들은 품목당 1㎏에 정확히 얼마인지 기준 가격조차 알기 어려웠다. 
한 가게 주인은 중간 크기 피조개 1㎏을 “2만8000원”이라고 했다. 
수협에 따르면 이날 여수 피조개는 1㎏(중간 크기)에 1만800원 정도였다. 
소비자들은 이런 가격 차이를 일일이 알기 어렵다.

 

 




세계 GDP 13위 대한민국이 ‘바가지 공화국’이라는 오명에 계속 몸살을 앓고 있다. 
K컬처 열풍으로 작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이 1103만명에 달하지만, 국내 유명 전통 시장과 명동을 비롯한 주요 상권, 제주도·강원도 같은 유명 관광지에서 ‘바가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요일인 지난 3일 오후 4시쯤 명동 쇼핑 거리는 넘쳐나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곳곳에서 영어, 중국어, 일본어가 들렸다. 
외국인 관광객 수십명이 몰린 한 길거리 음식점에선 손가락 마디만 한 꼬마 김밥 6줄을 6000원에 팔고 있었다. 일반 식당보다 50%가량 비싼 수준이다. 
버터구이 오징어는 1만5000원으로 국내 대형 영화관 판매 가격의 3배 수준이었다. 
이날 만난 한 베트남 관광객은 “모든 가격이 예상보다 너무 비싸서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어시장서 ‘저울 눈속임’ 점검 - 지난 5일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남동구청 직원들이 저울 눈속임 등 불법 상거래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메뉴 바꿔치기’, ‘최소 주문 기준 맘대로 바꾸기’에 대한 신고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광장 시장에선 한 유명 여행 유튜버가 8000원짜리 순대 메뉴를 시켰는데 판매상은 내장이 섞인 모둠 순대를 1만원에 내밀어 이른바 ‘메뉴 바꿔치기’라는 비난을 받았다. 
부산 자갈치 시장에선 곰장어 2인분을 주문한 손님에게 “최소 5인분은 주문해야 먹을 수 있다”고 대답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들끓게 한 바 있다. 
대구 서문 시장에선 한 상인이 일본인 관광객에게 가짜 밍크 모자 제품을 20만원에 팔려고 하는 장면이 유튜브 영상으로 공개돼 논란을 빚었다.



국내 주요 놀이공원과 스키장, 골프장 등에서도 ‘깜깜이 가격 논란’은 이어진다. 
강원도 스키장 한 식당은 소고기 미역국을 1만9000원, 어린이 전용 메뉴인 반상을 1만5000원씩 받는다. 
경기도 한 골프장은 전복이 들어간 미역국을 3만6000원, 사이다 1병을 7000원 받는다.


제주도나 강원도의 국내 대표 관광지도 바가지로 홍역을 앓고 있다. 
최근 제주도에서는 고등어회 3만원어치를 주문했더니 20점만 내준 사례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됐다. 
강원도 속초에선 대게 2마리를 25만원에 팔면서도 대게보다 저렴한 홍게를 섞은 사례가 신고됐다.

 

 




‘바가지 상혼’은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방문을 기피하게 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이 2022년 기준 주요국 관광산업 경쟁력을 평가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종합 평가에서 15위에 올랐지만 가격 경쟁력 부문에서는 80위에 그쳤다. 
관광·유통 업계 관계자들이 “바가지 요금 논란이 모처럼 기지개 켜고 있는 관광산업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물론이고 국가적 망신까지 초래할까 우려스럽다”고 하는 이유다.


제주도는 바가지 요금 논란으로 관광객이 줄어드는 부작용도 겪고 있다. 
작년 1~10월 기준 제주도 3박 4일 여행 1인당 지출 금액은 52만8000원으로 국내 여행 평균(33만9000원)보다 1.6배 비쌌다. 
“제주 갈 돈이면 일본 여행이 낫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올해 1월 제주도를 찾은 여행객은 97만6888명(내국인 기준)으로 한국에서 일본으로 떠난 관광객 수(198만7038명)의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240307)

 

 

 

한국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매달 40시간을 유튜브 시청에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난 수치다.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은 한국 스마트폰 사용자를 표본 조사한 결과, 1인당 유튜브 앱 사용 시간이 2019년 1월 21시간에서 지난 1월 40시간으로 늘어났다고 4일 밝혔다. 
한 사람이 한 달에 평균 이틀 가까운 시간 동안 유튜브를 보고 있는 셈이다. 
한국인의 유튜브 앱 총 사용 시간도 지난 1월 1119억분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9년 1월만 해도 총 사용 시간은 519억분이었다.


유튜브는 이용자 수에서도 이미 국내 모바일 앱 시장 1위를 차지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작년 12월 유튜브는 월간 활성 이용자(MAU) 4565만명을 기록해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4554만명)을 제치고 처음으로 국내 1위 앱으로 올라선 뒤 격차를 벌리고 있다. MAU는 한 달에 1번 이상 앱을 쓴 이용자 수를 뜻한다.


유튜브는 한국에서 유독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023년 기준 미국인의 월평균 유튜브 앱 사용 시간은 24시간 정도이고, 세계 평균(중국 제외)도 23시간을 약간 넘어서는 수준이다. 한국의 60% 수준이다.


유튜브가 한국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이유로는 숏폼(1분 안팎의 짧은 동영상) 서비스가 꼽힌다. 
2021년 7월 중국의 틱톡과 경쟁하기 위해 출시한 숏폼 서비스인 ‘쇼츠’는 간결한 편집 방식과 짧은 호흡을 앞세워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를 공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년 2월부터는 쇼츠 제작자들도 광고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해 더 많은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한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틱톡의 인기가 떨어지기 때문에 유튜브가 숏폼 인기를 독점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글로벌 소셜미디어 시장에서 이용자 수는 페이스북, 이용 시간은 틱톡이 선두다. 반면 한국은 유튜브가 이용자 수와 이용 시간 모두 1위이다.


유튜브는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운 ‘검색 포털’ 역할도 하고 있다. 
유튜브에 게시된 영상 콘텐츠 규모가 커지면서, 필요한 정보를 유튜브에서 찾는 이용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지난해 15~59세 인터넷 사용자가 궁금한 것을 검색하려고 이용하는 서비스에서 유튜브는 79.9%를 기록해 1위인 네이버(87%)를 바짝 뒤쫓았다. 
국내 시장만 봤을 때 구글(65.8%)보다 유튜브에서 정보를 찾는 사람이 많다. 유튜브에서 검색하는 비율은 10~20대에서 더 높았다.


하지만 유튜브가 한국인의 삶 전반에 파고들며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특히 유튜브를 통해 확산되는 허위 정보와 혐오 발언은 극단적인 정치·사회 양극화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는다. 
유튜브는 또 동영상 시장의 지배력을 기반으로 음원 유통, 쇼핑 시장까지 잠식하고 있다. 
유튜브는 유튜브 유료 구독자에게 음원 서비스 ‘유튜브 뮤직’을 공짜로 제공하는 ‘끼워 팔기’로 지난해 말 국내 음원 시장 1위에 올랐다.(240305)



 

 

 

지난 2022년 여름,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옥포조선소에서는 배를 만드는 핵심 작업장인 독(dock) 한 곳이 51일간 점거되는 사건이 있었다. 
민노총 소속 조선 하청 업체(협력사) 노조 파업으로 인한 일이었다. 
한 노조원은 아예 가로·세로·높이 1m 크기의 좁은 철제 구조물 안에 들어간 뒤 용접해 출구를 막아버린 이른바 ‘옥쇄 파업’을 했다. 
대우조선 측은 경제적 피해가 수천억 원이라고 주장했고, 경찰청장이 헬기로 조선소 주변을 둘러보는 등 공권력 투입 직전에 협상이 타결됐다.

 

 

<지난달 28일 울산 HD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원청인 이 회사 직원들과 하청인 협력업체 직원들이 모여 “안전, 좋아, 좋아, 좋아!”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매일 조선소에서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안전하게 작업하자는 다짐을 담은 의식 같은 절차다. 
조선업은 원·하청 간 격차로 갈등이 큰 산업으로 꼽혀 왔다. 
하지만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조선업계 원·하청과 정부와 지자체 등이 모여 상생을 위한 실험을 시작했다.>

 


이 사건 이후 정부 조사로 밝혀진 사실은 국민들을 한 번 더 놀라게 했다. 
조선업 하청 직원들은 연봉이 대기업 원청 근로자의 50~70% 수준이고, 원청이 기피하는 더 위험한 업무를 도맡는 일이 많았다. 
전체 임금 근로자 중 12%인 대기업 정규직(260만명)과 중소기업 및 비정규직 근로자 등 나머지(1936만명) 88%로 쪼개진 한국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민낯 중 하나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 후 국내 조선소에서는 원·하청 격차를 줄이려는 실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대기업 조선사와 협력 업체, 정부·지자체 등이 2023년 2월 함께 마련한 상생 협약이 하나둘 가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은 이번 달부터 협력사 직원들 월급을 별도의 전용 계좌로 입금하는 방식을 도입한다. 
이 계좌는 월급 지급같이 사전에 정해진 용도로만 출금할 수 있다. 
임금 체불 등을 예방하는 게 목적이다. 협력사들 몫의 성과급도 늘렸다. 
호텔 등 휴양 시설을 협력 업체 직원들도 이용할 수 있게 복지도 확대했다. 
지난 2월엔 협력사 직원의 기술 수준을 높이기 위한 교육 시설도 문을 열었다. 
협력사의 실질 임금을 늘리고, 복지를 확충하고, 생산성을 키우는 ‘3개의 화살’인 셈이다.


현장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조선업의 고질적 문제를 파악하고 고치기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반응이 많다. 
특히 자동차, 석유화학, 항공 우주 산업, 식품 등 다른 산업에서도 원·하청의 격차를 줄이려는 시도가 이어지면서 조선업계의 첫 실험이 어떤 성과를 낼지 각계가 주목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노동 시장에서는 높은 임금을 받으면서 다양한 복지 등으로 겹겹이 보호받는 대기업 정규직 12%와 낮은 임금에 사회적 안전망도 부족한 나머지 중소기업, 비정규직 88% 간 이중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88%가 낮은 임금과 고용 불안, 불투명한 미래로 고민하는 상황은 고스란히 저출산, 노인 빈곤, 청년들의 취업 포기 등 여러 사회 문제로 이어지는 중이다.


모두가 대기업에서 일할 수 없고 비정규직을 ‘제로(0)’로 만드는 것도 불가능하다. 
다만 지금의 이중구조를 조금씩 개선해 나간다면 현재 어려움을 겪거나 미래를 설계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을 수 있다. 
변화를 만드는 것은 강력한 투쟁도, 시장 논리도, 자본가나 정부만의 몫도 아니다. 
거제 조선소에서 시작된 변화처럼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 낸 다양한 상생 시도가 사회를 바꿔나가는 계기가 된다. 
본지 역시 지난 2011년 ‘자본주의 4.0′ 기획 연재를 통해 시장에 모든 걸 맡기는 신자유주의가 만든 한계를 극복하는 시도를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전태일재단과 함께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넘어서기 위한 상생 방안을 모색한다.(240305)

 

 

 

충남도는 2014년 충남도립대학의 운영을 위해 대학운영위원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 위원회에서는 최근 3년 동안 한 차례도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광주광역시의 국제문화교류협의회, 울산시의 전시컨벤션운영자문단, 인천시 연수구 관광진흥위원회, 강화군 남북교류협력위원회 등도 운영 상황은 비슷했다. 이른바 ‘식물 위원회’다.


행정안전부는 오는 2027년까지 3000여 개 위원회 정비를 목표로 지난 2022년 5월 전국 지자체에 ‘위원회 정비 지침’을 내리고, 위원회 정비를 실시했다. 
그 결과 ‘식물 위원회’ 1362개를 정비했다고 3일 밝혔다.


2022년부터 1년 동안 한 차례도 회의를 열지 않거나, 최근 3년간 연평균 회의를 2회 미만으로 연 지방자치단체 산하 위원회가 정비 대상이었다. 
행안부는 671개 위원회를 폐지 및 통폐합하고, 28개를 협의체로 전환했다. 
또 안건 자체가 없거나 적은 651개 위원회는 비상설화로 돌렸고, 이미 유명무실해진 12개 위원회는 운영 종료 기한을 정해 통보해 없애도록 조치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비슷한 형태와 기능의 위원회가 여러 개 존재하고, 불필요한 회의들이 예산 낭비의 소지가 있어 식물 위원회에 대한 실태 점검 및 정리를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이번 정비로 위원회 수가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대전(17.3%)이었고, 충남(15.9%), 전남(12.6%) 등의 순이었다. 시군구에서는 강원 양구군이 43.8% 줄어, 만들어 놓은 위원회의 절반가량이 식물 위원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 창녕군(24.1%), 경남 거제시(22.6%) 등도 이번 정비로 위원회 수가 많이 줄었다.


이에 따라 전국의 지자체 산하 위원회는 2022년 2만8652개에서 453개가 줄어든 2만8199개가 됐다. 
지금까지 위원회 수가 줄어든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2017년 2만3500개였던 지자체 위원회는 2018년 2만4874개, 2019년 2만6395개, 2020년 2만8071개 등으로 매년 늘어 2022년에 최고치(2만8652개)를 기록했다. 연평균 1000여 개씩 늘어난 셈이었다.


행안부 관계자는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기조가 ‘위원회를 통한 현안 해결’이어서, 지자체마다 우후죽순으로 위원회가 생겨났다”며 “기능이 중복되거나 운영 실적이 저조한 이런 위원회들은 결국 예산 낭비와 행정 불신을 가져올 뿐”이라고 말했다.(240304)


 

 

 

3일 충남 홍성군의 한 목욕탕 입구. 인근 서부초등학교의 홍보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신입생 모집’이라고 적힌 포스터에는 학교에서 피아노는 물론 승마, 골프까지 배울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포스터 한쪽의 QR 코드에 휴대전화를 갖다 대니 학교 6학년 학생들이 직접 만든 광고 영상이 나왔다. 
26초 길이의 이 영상에서 학생들은 “서부초 수영 어때, 승마 어때, 골프 어때”라고 노래를 불렀다. 
서부초 관계자는 “작년에 도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지원금을 대부분 방과 후 수업에 배당했다”며 “승마, 골프, 수영 등 학생이 원하면 전부 무료”라고 했다. 
승마는 홍성군이 운영하는 승마장에서, 골프·수영은 대관해 수업을 진행한다고 한다.


충남 홍성군 서부면의 공립 초등학교인 서부초는 학생 수 40명으로, 저출생의 직격탄을 맞았다. 
서부초 신입생은 2020년 8명에서 2021년 6명, 2022년과 작년엔 3명으로 줄었다. 
서부초 관계자는 “작년 11월부터 유치원 행사가 있을 때마다 홍보 유인물을 제작해 뿌리다가 교무부장이 포스터 아이디어를 냈다”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신입생 모집을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고 했다. 
자신들이 직접 제작한 포스터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목욕탕과 카페 등에 붙였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올해 신입생은 2명뿐이었다고 한다.


지방 초등학교들이 저출생으로 인한 폐교를 막기 위해 ‘럭셔리 호객’에 나서고 있다. 
‘1인 1악기 수업’은 물론 첨단 기술을 가르쳐 주겠다는 학교도 있다. 
지방 교육청에서는 이들 학교에 수천만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이런 마케팅으로 일부 학교에서는 폐교 위기를 넘겼다고 한다.

 

 




작년 11월엔 네이버 블로그에 올라온 신천초등학교 신입생 모집 홍보 글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강원 영월군 한반도면의 신천초 측은 홍보 글에서 ‘입학을 위해 전입이 필요할 경우 월 40만원을 교육 사업 주거비로 지원해준다’고 했다. 
피아노·바이올린·플루트 ‘1인 1악기’ 수업, ‘드론축구’ 등 학교에서 진행 중인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도 광고했다. 
강원도와 영월군이 예산을 지원한 이들 방과 후 프로그램은 모두 무료다. 수업을 위한 악기도 모두 대여 가능하다. 
영월군 관계자는 “지난 수년간 자녀의 교육 문제로 고향을 떠나는 군민들을 수도 없이 봤다”며 “마을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학교의 붕괴가 지방 소멸을 더욱 가속한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학교부터 살려보자고 나섰다”며 “올해 신천초 신입생 10명 중 3명은 경기 안산시 등 다른 곳에서 이사 온 학생”이라고 했다. 
다른 지자체도 학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전남‧북 교육청은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농촌 유학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이나 대도시에서 농촌 학교로 전학을 오면 학생들에겐 매월 30만~60만원의 장학금을 주고, 부모에겐 주택과 일자리도 제공한다.


저출생으로 인한 초등학교 폐쇄를 막기 위해 동문회까지 나선 곳도 있었다. 
충남 보령시의 한 교차로에는 최근 ‘광명초등학교 신입생 및 전학생 모집, 축하금 지급’이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보령시 오천면의 공립 초등학교인 이곳은 올해 재학생이 14명이고 2021년 이후로 신입생이 3명을 넘지 못했다고 한다. 
광명초 30회 동문회장 신세철(67)씨는 “올해 전입 학생 4명에게 각각 300만원을 줬다”며 “신입생 3명 중 1명도 전북 전주에 살던 아이를 동문회에서 유치해 데려온 것”이라고 했다. 
신씨는 “1937년 개교한 학교가 사라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5학년 전학생 한 명에게도 전학금 300만원과 등하굣길 자동차 기름값 500만원을 줬다”고 했다.


일각에선 이런 움직임이 미봉책에 그친다는 지적도 있다. 
충남 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지자체 프로젝트에 선정된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지만, 공모에 탈락한 곳은 소멸이 오히려 더 가속화되는 부작용도 있다”고 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전입해 온 학생들이 길어야 2~3년 머물다가 다시 도시로 돌아가지는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240304)

 

 

 

선거 때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도입한 ‘시민안전보험’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시민안전보험은 지자체가 예산을 들여 단체보험을 들어 시민들이 다치거나 사망했을 때 치료비와 위로금 등 보험금을 주는 복지 정책이다. 
해당 지자체에 주소를 둔 시민이면 자동으로 가입되고, 3년 전 사고까지 보험금을 청구해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연간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수십억원씩 예산이 투입되는데도, 실제 보험금을 타가는 사람은 극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보험에 가입돼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시민들이 대부분이다. 
일부 지자체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자니 보험금 청구가 급증해 보험료가 오를까 봐 걱정되고, 이미 도입한 걸 없앨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계륵(鷄肋)’이 따로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의 부작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김혜지 서울시의원(국민의힘)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시민안전보험 및 자치구 구민안전보험 현황’에 따르면,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시절인 2020년 8억7000만원을 들여 보험에 처음 가입했다. 
이후 사회재난 등 보장 항목이 추가되면서 보험료 예산은 지난해 21억480만원으로 불어났다. 
자연재해나 대중교통 사고 등으로 후유장해를 입거나 사망하면 최대 2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는 조건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4년 동안 보험금을 탄 서울 시민은 300명뿐이었다. 1년에 75명꼴이다. 
사고별로는 대중교통 이용 중 사고가 143건으로 가장 많았고, 폭발·화재 등 130건, 스쿨존 교통사고 17건, 자연재해·사회재난 10건 등의 순이었다. 
최대 보장액인 2000만원을 받은 시민은 47명이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서울 시민 940만명 중 300명만 보험 혜택을 봤다는 것은 대부분 시민이 안전보험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이야기”라며 “시민들 대상으로 보험금 찾기 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각 구(區)도 2018년 이후 잇따라 시민안전보험을 도입했다. 
지난해 기준 25구 중 20구가 평균 1억원 이상을 보험료로 썼지만, 상황은 서울시와 비슷하다. 
인구 54만명인 강남구는 작년 한해 보험금을 신청한 사람이 3명밖에 없었다. 
지난해 보험 혜택을 받은 주민이 40명 미만인 구가 전체의 70%(14개) 수준이었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송파구 관계자는 “서울시가 가입했는데, 굳이 비슷한 보험을 또 만들 필요가 있나 싶어서 도입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지방도 사정은 비슷했다. 세종시는 시민 안전보험에 가입한 2019년부터 5년간 보험금을 수령한 사람이 40명에 불과했다. 
경기 성남시는 지난해 보험료로 1억7264만원을 냈지만 보험금 청구 사례는 15명, 5784만원에 그쳤다.


시민들은 “시민 안전보험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고 했다. 
강남구에 사는 이모(48)씨는 “주변에서 보험금을 탄 사람도, 신청하는 사람도 못 봤다”며 “시나 구, 보험사 어디든 주민들에게 가입 사실과 보장 범위 등을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혜지 서울시의원은 “관성적으로 보험 예산만 책정할 게 아니라 시민들에게 널리 알려 이용률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그래야 보험사 배만 불린다는 지적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손해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2018년 지방선거 때 안전보험 공약이 쏟아져 나왔고, 이후 눈에 띄게 늘었다”며 “선거용으로 도입하다 보니 운용이나 관리에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보장 범위가 넓어 시민안전보험 이용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곳도 있었다. 
서울 성동구는 모든 상해 의료비가 보장돼 최근 2년간 646명이 보험금을 타갔다. 
지난해 10월 자기 집 침대에서 떨어진 A씨는 치료비를 청구해 100만원을 탔고, 앞서 5월엔 손자에게 허리를 밟힌 B씨가 골절상으로 100만원을 받기도 했다.


도봉구는 코로나 사망 위로금이 보장돼 2020~2023년까지 4년간 보험금으로 3억2500만원을 들여 189명이, 11억7408만원을 받아갔다. 
전남도도 지난해 코로나 사망자 등 1181명에게 33억6700만원이 지급됐다. 
지난 4년간 보험료로 81억원을 투입해 주민 2262명에 93억2400만원이 지급됐다. 
다만, 전남도 관계자는 “투자 대비 효율이 높아 안전보험은 핵심 복지 정책으로 자리 잡았지만, 보험 예산이 대폭 늘어나는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240304)

 

 

 

직장인 박성효(41)씨는 지난해 필리핀항공 비즈니스석을 왕복 60만원대에 구매해 보라카이 여행을 다녀왔다. 
가격은 일반 이코노미보다 20만원 더 비싼 정도였다. 
개인 스크린이나 고급 기내식은 없었지만, 넓은 좌석과 우선 탑승 서비스는 만족스러웠다. 
지난 1월에는 일본 저가항공사 집에어(Zip Air)의 고급 좌석인 ‘풀플랫(180도 펼쳐짐)’을 왕복 30만원에 구매해 도쿄를 여행했다. 
박씨는 “요즘 비행기 좌석은 단순히 이코노미와 비즈니스가 아니라 그 중간인 ‘프리미엄 이코노미’도 있고, 그 외에도 좌석 위치나 서비스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며 “잘만 고르면 10~20% 추가 요금으로 프리미엄 좌석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에어프레미아의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

 


최근 항공사들의 좌석 다변화 전략으로 여행객들이 좌석 고르는 재미에 빠졌다. 
코로나 이전부터 항공업계가 진행해온 ‘비행기 좌석 구조조정’이 팬데믹이 끝나고 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빛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것도 좌석 다변화 전략이 한몫을 했다는 평가다. 
회사 관계자는 “비즈니스와 ‘이코노미 스마티움’ 등 수익성 높은 좌석이 코로나 직전인 2019년보다 더 많이 팔렸다”며 “바이러스에 민감해진 승객들이 더 넓은 공간을 원하고, MZ세대가 단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플렉스’(과시용 소비)를 위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아시아나는 지난 2019년 퍼스트 클래스(일등석)를 없애고 ‘비즈니스 스위트’ ‘비즈니스 스마티움’으로 비즈니스석을 세분화했다. 
또 2017년부터 구형 비행기를 신형 A350으로 교체하면서, 기존 이코노미 좌석 간격(31~32인치)보다 더 넓은(36인치) ‘이코노미 스마티움’ 좌석을 늘리고 있다. 
노선별로 5만~21만원을 더 내면 우선 탑승, 수하물 우선 수취, 비즈니스 라운지 이용도 가능해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까지 15대의 A350을 도입했고, 2025년까지 추가로 15대를 들여올 예정으로 ‘좌석 구조조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대한항공도 2019년 퍼스트 클래스를 미주·유럽 등 일부 장거리 노선만 남기고 없앴다. 대신 비즈니스 좌석을 더 늘렸다. 
퍼스트 클래스는 수요가 한정돼 있어 빈 좌석으로 비행할 때가 잦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추가로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도 도입할 예정이다. 
원래 ‘프리미엄 이코노미’는 비즈니스 클래스가 없는 LCC들의 좌석 전략이었지만, 수요가 늘자 대형 항공사들도 앞다퉈 도입에 나선 것이다. 
침대와 대형 스크린을 갖춘 초호화 좌석을 중점 홍보하는 에미리트항공 등 중동 항공사들도 도입하고 있다. 
대형 항공사들은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에 그냥 넓은 공간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비즈니스석과 같은 어메니티(칫솔·안대·화장품)를 주는 것부터 우선 탑승, 수하물 추가 제공 등 여러 혜택을 덧붙이며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

 

 




비즈니스 클래스가 없던 저가 항공사(LCC)들은 대형 항공사 비즈니스석과 비슷한 수준으로 좌석 공간을 넓히고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좌석 간격이 42인치에 달하는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을 갖추고 있다. 
‘와인 2종을 포함한 기내식’을 무료로 제공하고, 개인 스크린이 있고, 핸드크림·립밤 등 화장품 세트와 수하물 우선 수취 서비스도 누릴 수 있다. 
제주항공은 좌석 간격 42인치인 ‘비즈라이트’라는 비즈니스 유사 좌석을 도입했다. 
다만 개인 스크린은 없고, 개인 충전이 가능한 USB 포트를 제공하는 정도다.


일본 LCC 집에어는 비즈니스석의 ‘풀 플랫’ 개념만 도입했다. 
좌석만 보면 비즈니스석처럼 고급스럽고, 180도 젖혀지지만, 다른 서비스는 이코노미와 같다. 
기내식과 어메니티 등은 모두 유료이고, 위탁 가능한 수하물도 0㎏이고, 심지어 물도 안 준다. 
최초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하고, 필요한 서비스는 알아서 추가 구매하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항공사 좌석이 3~4가지 분류로는 표현이 안 될 만큼 다양해지고 있다”며 “여행을 즐기는 승객들은 기종·노선에 따라 좌석과 서비스가 어떻게 다른지 꼼꼼히 따져보기도 한다”고 말했다.(240229)


 

 

 

‘0교시 아침 운동’이 올해 새 학기부터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으로 확대된다. 
작년 부산교육청에서 시작한 아침 운동이 호평을 얻으면서 전국으로 퍼진 것이다. 
전국 교육감들은 지난달 말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아침 운동을 활성화하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필라테스, 플래시몹, 웨이트트레이닝 등 교육청별로 준비한 체육 프로그램이 전국 초∙중∙고에서 시작한다. 
‘운동시키는 정신과 의사’로 알려진 존 레이티 하버드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학생 체육에 대해 “운동할 때 나오는 (호르몬인) 세로토닌과 도파민이 학생들의 불안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며 “이런 호르몬들은 뇌를 조절하는 통제력을 길러줘 소위 ‘문제아’ 학생들의 폭력성을 줄이는 데도 기여한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시작된 ‘아침 체인지’ 
부산 해운대구 센텀초등학교 강당에서 지난해 2월 학생들이 아침 체육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부산교육청이 수업 전 0교시 아침 운동을 지난해 가장 먼저 도입한 데 이어, 이달 새 학기부터는 다른 시도 교육청도 이를 실시한다.>

 


서울 초등학교에선 학교 운동장이나 강당을 걸으며 아침 잠에서 몸을 깨우는 ‘맨발 걷기’를 시작한다. 
중·고교에선 아침 시간을 이용해 농구·축구·배드민턴 등 종목별 스포츠 활동을 하고, 학교 스포츠 클럽 참여와도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코로나 이후 줄어든 학생들 간 대면 소통을 체육 활동을 통해 늘리겠다는 의도도 있다. 
부산은 지난해 ‘아침 체인지(體仁智)’라는 이름으로 0교시 아침 운동을 처음 시작했다. 
올해 새 학기에는 학생이 일주일에 5번까지 아침 운동에 참여하도록 운동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기로 했다. 
작년 5억여 원이던 프로그램 운영비는 올해 5배가량인 25억원으로 늘렸다. 
달리기와 스트레칭과 같은 맨몸 운동뿐 아니라 웨이트트레이닝과 필라테스 등도 할 수 있게 지원한다.


울산은 아침뿐 아니라 점심 시간과 방과 후에도 체육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틈틈짬짬 운동’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체력 교실과 운동 동아리 참여를 틈틈이 할 수 있도록 9억원을 들여 학교 31곳의 체육 시설을 개선한다. 
경기교육청은 ‘오아시스(오늘 아침 시작은 스포츠로)’ 아침 운동을 도입한다. 
아침마다 태권도와 종목별 스포츠 동아리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학급 친구들과 함께 체조·안무로 아침을 여는 학교들도 생긴다. 
충북은 아침 운동 프로그램 외에도 ‘함께해유’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맨손체조 영상 3편(교실형, 체육관형, 댄스형 체조)을 보급한다. 
‘건강해유’ 프로그램을 통해 학교별로 저체력·비만 학생을 위한 웨이트트레이닝과 등산 활동 등을 운영하기로 했다. 
제주는 학생들끼리 군무를 추는 플래시몹을 활용하기로 했다. 
공모전을 통해 선정한 플래시몹 안무를 학교에 보급해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 학생들의 신체·정신 건강은 계속 악화하고 있다. 
코로나 시기 운동 기회가 감소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전국 초·중·고교 학생들의 신체 상태를 파악하려고 매년 실시하는 ‘학생 건강 체력 평가(PAPS·팝스)’ 결과만 보더라도, 가장 낮은 등급인 4·5등급 비율이 2019년 12.2%에서 2022년 16.6%로 늘었다. 
같은 기간 과체중·비만 학생 비율도 25.8%에서 30.5%로 증가했다. 
신체 활동이 부족하면 우울감이나 불안감, 폭력성도 커질 수 있다. 
최근 정신과 치료를 받은 1020세대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7년 정신과 입원 환자 중 1020세대 비율은 14.6%(1만3303명)였는데 2022년 22.2%(1만6819명)로 10%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교육부도 학생 체육을 늘리고 있다. 
현재 초등학교 1~2학년 학생의 2년간 체육 시간은 80시간인데 144시간으로 확대한다. 
교육과정에 ‘체육’ 과목도 새로 만들기로 했다. 중학생의 학교 스포츠 클럽 활동 시간은 102시간에서 136시간으로 30%가량 늘린다. 
고교생도 고교 학점제를 시행하는 2025년부터 체육 과목으로 10학점을 이수해야 한다.(240302)



 

 

 

지난 19일 오전 도쿄에서 600여㎞ 떨어진 오카야마현 나기초. 
공동 육아 시설인 ‘나기 차일드 홈’에선 10여 명의 아이들이 뛰놀고 있었다. 
한 살짜리 딸과 방문한 쓰키야마 마코토(27)씨는 “아이와 종일 집에 있으면 스트레스가 쌓이는데, 여기서 다른 엄마들과 같이 돌보다 보면 금방 회복된다”고 했다. 
그는 “아이가 2~3명인 엄마들이 더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아이를 더 낳아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진다”고 했다.


인구 5700여 명의 농촌 소도시인 나기초는 일본에서 출산율 반등의 ‘기적’을 이뤄낸 대표적 지역이다. 
일본 합계 출산율이 평균 1.39명 정도인데 나기초는 2019년 출산율 2.95명을 찍었다. 
코로나 시기였던 2021년에도 2.68명을 기록했다. 
나기초에서 아이를 키우는 약 760가구(전체 2533가구) 중 48%는 자녀가 셋 이상이다. 
자녀가 둘인 경우도 40%에 달한다. 
‘기적의 비결’은 뭘까. 나기초 사람들은 ‘무료 공동 육아’를 첫손가락으로 꼽았다.

 

 


<일본 오카야마현의 농촌 소도시 나기초에 있는 무료 육아 시설 ‘나기 차일드 홈’ 
정원에서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놀고 있다. 나기초는 다양한 육아 지원 정책을 20년간 꾸준히 추진해 높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나기초는 2007년 ‘나기 차일드 홈’이라는 무료 육아 시설을 만들었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운영하는데, 또래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자녀를 같이 돌보거나 맡길 수 있다. ‘독박 육아’의 어려움을 줄이는 것이다. 상주 직원인 ‘육아 어드바이저’도 6명 있다. 
구보야마 유이(33)씨는 “다른 엄마들과 함께 아이들을 돌보다 보니 세 살, 한 살짜리 두 아들을 키우는 게 별로 힘들지 않다”고 했다.


아이를 잠시 봐줄 사람이 필요할 땐 긴급 보육 서비스인 ‘육아 스마일(smile)’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차일드 홈이 아이를 맡아 줄 자원봉사자들을 바로 연결해 주고 있다. 자원봉사자 15명 중 11명이 60대 이상 마을 어르신이다. 
토박이인 간넨 사키코(78)씨는 “아이 맡길 데 없는 부모들의 어려움을 알기 때문에 10년 전 돌봄 봉사를 시작했다”며 “집에 틀어박혀 있는 것보다 행복하다”고 말했다.


차일드 홈은 어린이집·유치원처럼 정해진 정원이 없다. 
나기초 아이들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하루 평균 부모와 아이 20여 명이 놀고 간다고 한다. 
‘육아 어드바이저’ 가이하라 히로코씨는 “아이를 3명 둔 엄마가 힘들어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다른 엄마들도 ‘나도 더 낳고 싶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 이곳의 장점”이라고 했다.

 

 




나기초는 젊은 부부들에게 주택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임대 사업을 직접 하고 있다. 
2층짜리 단독 주택 21채를 확보해 40세 이하 부부 또는 중학생 이하 자녀를 키우는 가정에 월 4만5000~5만엔을 받고 임대해준다. 연립 주택 60채는 월 2만~3만엔에 빌려준다. 
나기초에서 1~2년 살아보고 이사 오려는 다른 지역 젊은 인구를 유치하기 위한 것이다. 
주변 지역 임대료 월 7만~8만엔의 30~50% 수준이다.


나기초 아이들은 고등학생 때까지 의료비가 무료다. 
감기부터 백혈병, 심장 질환처럼 장기간 돈이 많이 드는 질병도 나기초가 부담한다. 
다른 지역 병원에 가도 수납 창구에서 ‘나기초 의료비 지원 카드’만 보여주면 병원이 나기초에 비용을 직접 청구한다. 
일본의 다른 지자체에선 초등학생 때까지만 의료비를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에서 어린이집 한 달 평균 보육비는 5만엔 정도다. 
나기초는 첫째 아이의 어린이집 보육료 55%, 둘째는 75%, 셋째 이후는 전액을 지원한다.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부모에겐 매달 1만5000엔을 준다. 
다른 지역으로 고등학교를 다녀야 하는 학생들에겐 교통비 등으로 매달 2만엔을 졸업 때까지 지원한다.


저출생 위기를 겪던 2002년 나기초는 인근의 인구 10만 도시 쓰야마시와 합병이 추진됐다. 
그런데 주민 투표에서 나기초 마을 70%가 반대했다. 독자 생존하려면 인구 감소를 막아야 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6700여 명이던 나기초 인구가 2030년 4700명, 2050년 3300명, 2060년 2800명대로 줄어 결국 소멸할 것으로 예측했다. 
충격받은 나기초 마을은 대책을 논의한 끝에 2004년 “육아는 마을 전체가 나서야 한다”는 합의를 만들었다. 
그렇게 20년을 꾸준히 노력한 결과 2005년 1.41명이던 합계 출산율을 2.95명까지 끌어올렸다는 것이다.(240229)

 

 

 

28일 오전 전남 강진군 육아지원센터 1층의 ‘공동 육아 카페’에선 6~42개월 된 아이 10여 명이 장난감 공룡과 퍼즐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무료 개방하는데, 오후 5시 이후엔 ‘돌보미’ 2~3명이 상주하며 아이를 봐준다. 5시 이후 돌봄도 무료다. 직장 다니는 부모들이 주로 이용한다. 아이가 한 달 누적 300~400명 이곳을 찾는다.


두 딸의 엄마 최미성(36)씨는 일주일에 4번 정도 육아 카페를 찾는다. 
가까워진 엄마들끼리 “급한 일이 있으니 잠시만 아이를 봐달라”고 하면 서로 돌봐준다. 
최씨는 “아이 한 명을 키우려면 온 동네가 나서야 한다는 말도 있다”며 “아이를 같이 키우는 ‘공동 육아’를 하는 셈”이라고 했다. 
강진 출생인 최씨는 2015년 결혼해 첫째(42개월)와 둘째(6개월)를 낳았다. 
두 아이를 낳고 중앙정부와 전남도, 강진군에서 받는 돈을 더하면 월 210만원이다. 
그는 “둘째를 임신하고 강진군에서 주는 월 60만원이 심리적으로 많은 힘이 됐다”고 했다. 
강진군은 2022년부터 아이가 태어나면 만 7세까지 매달 60만원을 ‘육아·양육 수당’으로 지급하고 있다. 
소득이나 자녀 수 구분도 없다. 84개월(7세)간 매달 60만원씩이면 5040만원이 된다. 전국 지자체 중 최고 수준이다.

 

 

<28일 전남 강진군 육아지원센터에 있는 ‘공동 육아 카페’에서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저녁엔 카페에 돌보미가 상주하면서 맞벌이 부모들의 아이를 무료로 봐준다.>

 

 

강진군은 이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사업의 운영비와 관리비를 재조정했다. 
불요불급한 사업을 없애 작년에만 11억5000만원을 확보했고, 올해는 아이가 더 태어날 상황에 대비해 3분기까지 12억원을 마련했다. 
군 관계자는 “순수 군 예산으로만 주고 있다”고 했다. 
월 60만원의 양육 수당은 지역 화폐로 매달 25일 지급돼 엄마들은 “애기 월급”이라고 부른다. 
최씨는 이를 아껴 양육과 생활비로 쓰고, 남편 월급은 아이들 미래를 위해 저축한다.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우리나라 출산율에 따르면, 강진군 출생아 수는 200명으로 합계 출산율 1.47명을 기록했다.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228곳 중 2위(1위는 전남 영광군)에 올랐다. 
작년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 0.72의 두 배가 넘는다. 
2022년 강진군 합계 출산율은 0.89명이었는데 1년 만에 60%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인구 통계에서 단시간에 출산율이 큰 폭으로 반등하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다. 
강진군에선 올해 1월에만 21명의 아이가 첫울음을 터뜨렸다. 
강진군 보건소 관계자는 “올해 250여 명의 아이가 더 태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강진군은 ‘현금성 지원’이 출산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고 본다. 
군이 양육 수당 신설 1년째인 작년 9월, 혜택을 받은 부모 169명을 설문 조사했더니 10명 중 6~7명이 ‘육아 수당이 출산에 영향을 줬다’(66.4%)고 답했다. 
‘육아 수당 덕분에 자녀를 더 낳고 싶다’는 응답도 49.4%에 달했다. 절반 가까이 ‘추가 출산 계획’을 밝힌 것이다.

 

 




강진군은 작년부터 부모가 군에 주민등록을 하고, 출생신고를 하면 산모에게 2주간 산후조리원 이용료로 154만원을 지원한다. 
전국의 공공 산후조리원이라면 어디에 있든 준다. 소득과 무관하게 주는 돈이다. 
산후조리원에 안 간 산모에게는 지역 화폐로 100만원을 준다. 
산모들은 “농촌에 살면 도시에서 ‘원정 출산’을 하고 2주에 300만원이 넘는 민간 산후조리원을 이용할 때가 많다”며 “군에서 산후 조리비까지 주는 건 큰 도움”이라고 했다. 
강진군에 있는 전남 공공 산후조리원은 지난해 201명의 산모가 이용했다. 
2021년 90명, 2022년 147명에서 계속 늘고 있다. 1인실 10곳이 거의 ‘만실’ 가까이 운영된 적도 있다.


‘육아 인프라’도 늘렸다. 
연령별 장난감을 군에서 1개월간 빌려주거나, 이동이 어려운 가정에는 집 앞까지 장난감을 배달해 주기도 한다. 

결혼 9년 만에 딸(18개월)을 얻은 안지숙(44)씨는 “군 육아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놀이 수업’이 가장 좋다”며 “예전에 이런 놀이 수업에 참여하려면 차로 40분 떨어진 목포까지 가야 했다”고 말했다.


이제는 ‘아이를 낳겠다’며 강진군을 찾기도 한다. 
군은 지역 내 빈집을 수리해 최장 7년간 귀농인에게 월 1만원에 빌려주고 있는데, 정모(39)씨는 “강진이 전국 최고 수준의 출산·육아 지원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돌이 안 된 아들과 귀농했다”며 지난달 ‘1호 입주’를 했다. 그는 “강진에 음악 학원을 열고 아이 넷을 더 낳을 것”이라고 했다.(240229)


 

 

 

헌법재판소가 28일 ‘임신 32주 전 태아의 성별을 의사가 임부나 그 가족에게 알려주면 안 된다’는 내용의 의료법 20조 2항에 대해 위헌(違憲) 결정을 내렸다. 
앞으로는 임신 32주 전이라도 예비 부모가 태아의 성별을 법적 제약 없이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위헌 결정을 받은 조항은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날 헌재는 의료법 20조 2항에 대한 위헌 여부 확인 소송에서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위헌 의견은 이영진·김기영·문형배·이미선·정정미·정형식 재판관이 냈다. 
위헌 의견에 속하지 않은 이종석 헌재소장과 이은애·김형두 재판관도 의료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다만 위헌 결정으로 해당 조항이 즉시 무효가 되면 낙태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국회가 합리적인 내용으로 법 개정을 하라는 헌법불합치(憲法不合致) 의견을 냈다.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 6명은 “의료법 20조 2항은 태아의 성별을 이유로 하는 낙태를 방지하겠다는 입법 목적을 내세우면서 실제로 낙태로 나아갈 의도가 없는 부모까지도 규제하고 있는 과도한 법률”이라며 “해당 조항은 부모가 태아의 성별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기본권을 필요 이상으로 제한하기 때문에 헌법 위배”라고 밝혔다.


이번에 위헌 결정을 받은 의료법 20조 2항은 지난 2009년 개정된 조항이다. 
앞서 1987년 의료법은 임신 기간에 상관없이 의사가 태아 성별을 알려주는 행위를 ‘전면 금지’하고 있었다. 
당시 남아 선호 사상에 따라 태아의 성(性)을 가려 출산하려는 경향이 생기면서 남녀 성비에 심각한 불균형이 벌어지자 의료법에 강력한 규제 조항을 둔 것이다. 
그러나 헌재가 지난 2008년 이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지금처럼 ‘임신 32주 전 태아 성별 고지 금지’로 완화됐다.


이에 대해 위헌 의견 재판관 6명은 “(의료법이 2009년 개정되고 15년째가 된) 현재 우리나라는 여성의 지위 향상과 함께 양성 평등 의식이 상당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국민 가치관과 의식이 변화했으며 남아 선호 사상이 확연히 쇠퇴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보건복지부의 2021년 인공임신중절 실태 조사에 따르면, 태아 성별과 낙태 사이에 유의미한 관련성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셋째 아이 이상에서도 지난 2014년부터 출생 성비(性比)가 자연 성비의 정상 범위에 도달해 있어 성별과 관련해 인위적 개입이 있다는 뚜렷한 징표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료법이 임신 32주 이전 태아의 성별을 알려주는 행위를 태아의 생명을 직접 위협하는 행위로 보고 낙태 전 단계로 취급해 이를 제한하는 것은 더 이상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위헌 의견 재판관 6명은 “의료법 20조 2항을 어긴 의사를 2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는 조항이 있지만 사문화됐다”고 했다. 
헌재가 검찰에 사실 조회를 했더니 의료법 20조 2항 위반으로 지난 10년간 고발, 송치 또는 기소된 사건이 단 한 건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의료법 20조 2항이 존재했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임신 32주 전에도 태아 성별을 우회적으로 알려주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 임신 11주째인 송모(34)씨는 “산부인과 의사가 예비 엄마들에게 ‘파란 옷 사세요’ ‘아기가 엄마를 닮았네요’라며 성별을 알려주고 있다”면서 “요즘 성별을 골라 낙태하는 사람들이 있겠느냐”고 했다. 
경기 용인에 살고 있는 이모(38)씨도 “아내가 임신 20주쯤이었을 때 산부인과 의사가 초음파 검진을 하면서 ‘여기 매운 게(고추) 있네요’라고 말해줬다”면서 “태아 성별을 알려주지 못하게 하는 법이 이제야 없어진다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또 30년 넘게 산부인과 전문의로 근무한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예비 부모들이 아이 성별을 알려달라고 하면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걱정을 하면서 난처한 상황에 빠졌던 의사들도 많았다”면서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이런 문제가 해결될 것 같다”고 했다.(240229)

 

 

 

북유럽의 군사 강국 스웨덴이 마침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32번째 회원국이 되는 티켓을 거머쥐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3개월 만인 2022년 5월, 200여 년간의 비동맹 중립 노선을 포기하고 핀란드와 함께 나토 가입 신청서를 제출한 지 1년 9개월 만이다. 
나토는 미국과 영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등 북미와 유럽 국가들이 과거 구(舊)소련의 위협에 맞서 맺은 군사 동맹이다. 
“회원국 중 한 나라가 공격받으면 회원국 전체에 대한 침공으로 간주해 집단으로 대응한다”는 집단 방위 원칙을 갖고 있다.

 

 

<23일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방문한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왼쪽)가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헝가리 의회는 사흘 후인 26일 스웨덴의 나토 가입 의정서를 비준했다.>

 


헝가리 의회는 26일 오후 부다페스트 국회의사당에서 본회의를 열어 재적 의원 199명 중 184명 찬성으로 스웨덴의 나토 가입 의정서를 비준했다. 
스웨덴은 이로써 나토 가입에 필요한 회원국 전체(가입 신청서 제출 당시 30국)의 가입 동의를 받았다. 
헝가리 의회 비준이 대통령 서명으로 발효되고, 나토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공식 가입 문서가 작성·제출되면 스웨덴은 정식 나토 회원국이 된다. 
AFP는 “지난해 4월 가입한 핀란드는 이 과정에 5일이 걸렸다”며 빠르면 이번 주 중 스웨덴이 나토의 일원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스웨덴은 나폴레옹 전쟁 기간인 1814년 이후에는 어느 국가와도 군사 동맹을 맺지 않는 중립 노선을 지켜왔다. 
대신 자체 안보 역량 강화를 위해 북유럽 최대 규모의 육·해·공군을 유지해 왔다. 
스웨덴의 재래식 군사력 순위는 세계 20위권으로 평가된다. 
북유럽에서 유일하게 자체 전투기 개발과 생산 능력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재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약 80년 만의 전면전이 유럽에 발발하자 서둘러 나토 가입에 나섰다. 
스웨덴은 지정학적으로 발트해를 사이에 두고 러시아와 직접 대립하고 있다. 
러시아 발트함대의 본거지이자, 핵무기가 배치돼 있는 칼리닌그라드와는 불과 300㎞ 거리다.

 

 




스웨덴의 나토 가입은 그러나 튀르키예와 헝가리의 반대로 계속 지연돼 왔다. 
튀르키예는 스웨덴이 테러 단체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을 지원하고 반(反)이슬람 시위를 방조해 왔다고 주장했고, 헝가리는 스웨덴이 자국의 정치 상황을 ‘비민주적’이라고 비판해 온 것을 문제 삼았다. 
스웨덴은 결국 지난해 7월 튀르키예의 유럽연합(EU) 가입을 적극 지지키로 약속하고, 지난 23일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와 스웨덴산 그리펜 전투기 판매 협정을 맺는 ‘선물’을 안기며 두 나라의 동의를 받아냈다. 
튀르키예는 지난달 24일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비준했다.

 

 




<튀르키예도 ‘북극곰’ 봉쇄 훈련 - 26일 이탈리아 남부 카타니아 해역에서 시작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다이내믹 만타(역동적인 큰가오리) 24’ 훈련에서 튀르키예 해군 소속 헬리콥터와 잠수함 등이 작전을 펴고 있다. 
지중해 최대 규모인 이 훈련에 올해는 미국, 영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 9국이 참가해 다음 달 8일까지 해상과 수중에서 대잠수함 작전 등을 진행한다.>

핀란드에 이어 스웨덴까지 나토에 가입하자 러시아는 북유럽과 발트해 방면의 영향력 확장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러시아의 북서쪽 육로는 핀란드에, 해로는 스웨덴에 가로막힌 형국이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의 대서양 진출로 역할을 해온 발트해가 나토 회원국에 둘러싸여 이른바 ‘나토의 내해(內海)’가 됐다. 
이로써 북극해에서 남유럽까지 나토의 ‘러시아 봉쇄선’이 구축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나토는 지난해 7월 새로운 ‘지역 방위 전략’을 통해 북극부터 남유럽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을 러시아의 위협에서 보호하는 육·해·공 통합 방위 체계를 구축하기로 한 상태다.


러시아의 남쪽 캅카스 지역에선 구소련의 일원이었던 조지아가 나토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조지아가 나토에 가입하면 러시아는 서쪽 방향으로 완전히 나토에 막힌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같은 나토의 확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계산 못 한 우크라이나 침공의 결과”라고 했다. 
‘나토의 확장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시작한 전쟁이 오히려 나토의 확장과 러시아의 지정학적 고립을 급격히 심화하는 역설적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 장관도 “스웨덴의 나토 가입은 푸틴의 ‘전략적 참패’를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한편 친러 성향의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가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지원 국제회의를 앞두고 “나토와 EU 일부 국가가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러시아와 서방의 군사적 긴장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 회의 직후 “지상군 파병에 대한 합의는 없었으나 이를 배제할 수는 없다”며 “우리는 유럽의 안보를 위해, 러시아가 승리하지 못하도록 필요한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AP에 “우크라이나에 나토 동맹의 전투 병력을 투입할 계획이 없다”며 일단 선을 그었다.

 

 

 

유럽 국가들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유럽산이 아닌 한국 등 제3국에서 생산한 탄약을 지원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프랑스 등이 비유럽 국가에서 만든 탄약과 무기를 EU 예산으로 구입하는 것에 반대했지만, 우크라이나군의 극심한 포탄 부족으로 전세가 불리해지자 최근 입장을 바꿨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유리 김 미국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이날 한미연구소(ICAS) 주최 온라인 심포지엄에서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정치적 지지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방어 지원을 제공했으며, 우리는 그런 물자가 우크라이나로 더 가는 것을 보고 싶다”고도 했다.


반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7일 “나토 회원국이 우크라이나에서 전투를 벌이면 나토와 러시아의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대규모 확전 등 예측 불가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수위를 높일 때마다 전략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 추진 어뢰, 극초음속 미사일 등을 공개하며 ‘핵 무력’ 시위를 계속해 왔다.(240228)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옛 소련의 유럽 침략 가능성에 대비하고자 미국 주도로 출범한 군사동맹. 
1949년 미국·영국·캐나다 및 프랑스·벨기에·네덜란드·이탈리아 등 영미권과 유럽의 12국으로 창립했다. 1990년대 소련 붕괴 후에는 동유럽국도 대거 가입했다. 본부는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 있다.




 

 

 

대졸 신입 사원 채용 절차를 진행하는 일본 기업들이 입사 내정자 부모에게 허락을 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NHK가 26일 보도했다. 
채용 당사자에게 하는 합격 통보와 별개로 어머니나 아버지에게 “당신 자녀를 우리 회사에 채용해도 되겠느냐”며 ‘허락’을 받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3월 일본 도쿄에서 2024년 대졸 예정자들을 상대로 열린 기업 합동 설명회 모습>


일본 취업 정보 사이트 ‘마이나비’가 최근 올봄 취업을 앞둔 일본 대학생·대학원생 학부모 851명을 설문 조사해 보니 52%가 자녀가 합격한 기업에서 채용 허락을 구하는 연락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이는 6년 전보다 약 35%포인트 오른 수치다. 
기업 관계자가 전화해 “자녀분이 우리 회사에 입사하는 데 찬성해줄 수 있느냐”며 ‘승인’을 요청하거나, 부모가 기재하는 서명란이 포함된 입사 서약서를 우편으로 보내 제출을 요구한 경우도 있었다. 
어떤 경우든 다 큰 자녀의 입사 과정의 필수 절차에 부모의 최종 동의를 포함한 것이다. 
이처럼 기업이 입사 내정자 부모의 허락을 구하는 행위가 일반화하면서 ‘오야카쿠’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부모’란 뜻의 ‘오야(親)’와 ‘확인’을 의미하는 ‘가쿠(確)’를 합친 말이다. 
‘오야카쿠’는 과감성과 모험심이 모자라는 일본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은 한국보다 기업 채용 절차 및 합격자 발표 때부터 실제 입사일까지 기간이 긴 편이어서 졸업 1년 전에 취업이 확정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 보니 이 기간에 생각이 바뀌어 입사를 철회하거나 다른 기업을 택하는 일이 적지 않다. 
최근 저출산 영향으로 취업 준비생이 줄면서 기업들의 ‘인재 영입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기업들이 부모까지 설득하고 나서는 것이다.


일본의 한 취업 정보 업체 설문 조사에 따르면, 올해 취업이 확정된 대학생 중 61.9%는 회사를 고르는 데 아버지나 어머니와 상담했다. 
취업 준비생 자녀의 이력서나 입사 지원서 작성을 도와준 부모도 5명 중 1명꼴이었다. 
자녀의 취업 과정에 부모가 큰 영향을 끼치는 만큼, 부모에게 회사 이미지를 좋게 인식시켜야 후에 입사를 철회하거나 퇴사하는 일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이 채용 과정에서 부모 영향력에 의존하는 건 ‘오야카쿠’에만 그치지 않는다. 
도쿄의 소프트웨어 판매 업체 ‘어시스트’는 지난해 12월 입사 내정자 17명과 부모 26명을 상대로 ‘동반 오피스 견학’을 진행했다. 
타지에서 온 부모에겐 교통·숙박비도 지원했다고 한다. 
오사카의 한 IT 기업은 입사 내정자 부모들에게 사장이 손수 작성한 회사 소개 책자를 나눠주고 있다. 
마이나비 소속 하세가와 요스케 연구원은 아사히신문에 “대학생이 갈수록 줄어들어 기업 간 ‘어필 경쟁’이 격렬해지고 있다”며 “’무슨 일이 있어도 내정 철회나 조기 이직은 막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채용 시장에서 두드러지는 ‘부모 입김’에 대해 과보호를 우려하는 등 비판적 목소리도 나온다. 
니시노 미치코 도요대 가족사회학 교수는 “부모의 동의를 ‘블랙 기업(악덕 기업)’이 악용할 우려도 있다”며 “신입 사원이 회사의 잘못된 점을 지적했을 때, ‘부모에게 미리 설명했다’는 식으로 묵살할 수도 있다”고 했다.(240228)

 

 

 

23일 오전 인천 옹진군 덕적면 북리 ‘바람 마을’. 
프로펠러가 뜯겨 나간 풍력발전기 10기가 기둥만 남은 채 전봇대처럼 서 있었다. 
페인트는 대부분 벗겨지고, 군데군데 녹이 슬어 있었다. 풍력발전기의 모습이 아니었다. 
한 주민은 “고철로 가져가라고 해도 고물상도 수지타산이 안 맞아 쳐다보지 않는다”며 “앞이 탁 트인 아름다운 해변이었는데 풍력발전기들이 풍광을 망쳤다”고 했다.

 

 


<인천시가 2017년 옹진군 덕적도 북쪽 해변에 완공한 해상 풍력발전 단지 모습.>

 


덕적도에 풍력발전이 추진된 건 2011년이다. 
당시 인천시는 덕적도 주민 전체가 소비하는 전력을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겠다는 ‘덕적 에코아일랜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섬 특성상 전기 사정이 열악했는데 풍력발전기를 돌리고 태양광을 깔면 전기를 마음껏 쓸 수 있다는 말에 주민들은 이 프로젝트를 반겼다고 한다. 
지방비 30억원을 투입해 태양광·풍력 설비를 짓는 1단계 공사가 2017년 마무리됐다. 
그사이 산업통상자원부는 덕적도와 전남 거문도, 제주 추자도 등 섬 62개를 ‘친환경 에너지 자립 섬’으로 선정했다. 
재생에너지 설비에 투자한 민간 업자가 생산한 전기를 한국전력에 팔 수 있도록 길을 터주면서 공사에 속도도 붙었다.

 

 


<지난 23일 기자가 찾아간 단지에는 풍력발전기의 프로펠러는 없고 녹슨 기둥들만 흉물처럼 방치돼 있었다.>

 


덕적도 북쪽 해변에 풍력발전기가 병풍처럼 설치됐다. 
그런데 2017년 시운전으로 발전기를 돌려보자 크고 작은 문제들이 불거졌다. 
풍력은 ‘일정한 바람’이 핵심인데, 발전기를 세운 장소는 바람의 편차가 너무 심했던 것이다. 
바람이 강하게 불 땐 불꽃이 튈 정도로 터빈에 과부하가 걸렸고, 반대로 바람이 그치면 돌아가지 않을 만큼 풍력이 약했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섬에서 바람이 가장 세게 부는 곳’을 주민들에게 단순하게 물은 뒤 설비를 만든 결과였다. 
풍력발전기는 제대로 전기 한번 생산해 보지 못하고 작동을 멈췄다.


전기를 못 만드는 풍력발전기는 바로 애물단지가 됐다. 
큰 발전기 3기와 프로펠러까지는 해체를 했지만, 기둥만 남은 나머지 발전기 10여 개는 해체 예산이 잡히지 않아 방치됐다. 
‘바람 마을 덕적도 에코아일랜드’라는 안내 표지판과 조감도만 그자리를 지키고 있다. 
표지판엔 3㎾ 발전기 11기, 10㎾ 발전기 3기 등 한 해 110MWh(메가와트시)를 생산하는 풍력발전기 14기가 매년 온실가스 46t을 줄일 수 있고, 20년생 잣나무 1만300그루의 식재 효과도 난다고 홍보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청사진과 달리 세금 53억원만 날린 흉물이 됐다.

 

 




발전기가 꽂힌 해변은 덕적도 명물인 해안가 자갈로 유명한 지역이기도 하다. 
그런데 풍력발전 사업이 망한 이후 이곳을 찾는 방문객도 크게 줄었다고 한다.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풍력발전기가 들어오면 섬이 좋아진다더니 경치만 망친 꼴이 됐다”고 했다. 
태양광만 주민들이 쓸 일부 전기를 만들고 있다. 
주민 최병영(65)씨는 “4년 전쯤 프로펠러를 다 제거한 이후에 나머지 구조물은 예산 문제로 철거를 번번이 거부당했고 방치되고 있다”며 “이제는 전기가 아니라 그저 치워주기만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탄소 발생량을 40% 줄여야 하는 우리나라는 원전만큼 재생에너지 확충도 필요하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는 입지 조건과 전력 저장 장치 설치 등 고려할 요소가 많다. 
무작정 ‘짓고 보자’식의 용량 확대를 경계해야 한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나 원전보다도 면밀한 사전 조사 및 사업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덕적도 풍력발전기는 재생에너지 바람을 타고 면밀한 검토 없이 지어졌다가 섬에 상처만 남겼다는 지적이 나온다.(240227)


 

 

 

한 법무법인의 대표 변호사가 지난 2017년 9월 경찰에 체포된 의뢰인의 변호를 맡았다. 
수임료 2200만원을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바로 건넸다. 
그러나 변호사는 사건 수임 이틀 뒤 오후 3시에 열린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나오지 않았다. 
변호사는 이날 오전 9시 15분에 “골프 미안하네요”라는 문자 메시지를 의뢰인에게 보내고 연락이 끊겼다. 
의뢰인이 수차례 전화와 문자로 “실질심사에 참석해 달라”고 했지만 변호인의 답을 받지 못했다. 결국 의뢰인은 구속됐다.


이후 의뢰인이 변호인을 해임하면서 수임료 중에서 이미 경비로 쓴 200만원을 제외한 2000만원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변호사는 이 돈을 내놓지 않았다. 
의뢰인이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 징계를 요청했더니 정직 4개월이 나왔다. 
그런데 변호사가 법무부에 이의신청을 하자 징계 수위가 정직 3개월로 내려갔다.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

 

 

이에 대해 판사 출신인 한 법조인은 “변호사가 골프를 치느라 영장심사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면 수임료 반환을 넘어 손해배상을 해야 할 사안으로 볼 수 있다”며 “변호사는 공공성을 지닌 법률 전문가로서 사회적 책무를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27일 대한변협에 따르면, 국내 변호사들이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불성실 변론 등으로 징계받은 사례가 총 316건으로 집계됐다. 
징계 사유 중에 ‘성실 의무 위반’이 40건으로 나타났다. 
사건 의뢰를 받고 아예 진행을 하지 않거나 소송 서류를 제때 내지 않은 경우, 의뢰인에게 반환해야 할 수임료나 승소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주지 않은 경우 등이 여기에 속한다. 
직접적으로 의뢰인에게 법률상, 금전상 피해를 줄 수 있는 행위들이다. 제명, 정직, 과태료 등 다양한 징계가 내려졌다.


또 사건 처리 과정에서 각종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등 ‘품위 유지 의무 위반’ 사례도 85건이었다. 
성범죄 사건의 피해자를 대리한 한 변호사는 의뢰인을 집으로 데려와 신체 접촉을 했다가 과태료 400만원 징계를 받았다. 
이 변호사는 “미혼 변호사가 의뢰인과 스킨십했다는 이유로 징계받는 것은 부당하다”며 법무부에 이의신청도 했다. 
결국 법무부가 “의뢰인이 정서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변호사가 적극적으로 접근했다”면서 “징계는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 밖에 한 변호사는 성매매 알선과 음란물 유포가 이뤄지고 있는 불법 사이트에 법률 상담 게시판을 열고 8년간 전화 상담 영업을 했다. 
그러면서 이 사이트 운영에 도움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 변호사는 가장 낮은 징계인 견책만 받았다.


홍승기 법조윤리협의회 위원장은 “비위 변호사에 대한 징계 수위를 합당한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했다.(240228)

 

 

 

“성인 인증 없이도 이상한 상품을 막 볼 수 있더라고요.”


최근 유명한 중국 온라인 쇼핑 앱인 알리익스프레스를 검색하던 직장인 이모(37)씨는 추천 검색어에 ‘흥분 유도제’ ‘섹시돌’ 등이 올라온 것을 보고 화들짝 놀라 앱을 지웠다고 했다. 
혹시나 아이들이 휴대폰을 만지다가 볼까 봐 걱정돼서다. 
이씨는 “(중국 이커머스 앱에서) 어른인 나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이상한 물건을 쉽게 검색하고 살 수 있는 게 정말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권모(48)씨는 최근 주변 권유로 휴대폰에 쇼핑 앱 테무를 깔았더니 ‘밸런타인데이 위한 약’ 같은 팝업 광고가 수시로 날아와 당황했다고 한다. 
권씨도 결국 앱을 지웠다. 그는 “보기도 싫은 선정적 광고가 시도 때도 없이 뜨는데 이걸 그냥 두고 봐야 하느냐”고 했다.

 

 




최근 국내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몸집 불리기를 위해 ‘19금(禁)’ 의 선정성과 유해성이 심한 상품까지 마구잡이로 판매·광고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른바 ‘알·테·쉬’로 불리는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같은 업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에선 애초 판매가 금지됐거나 제한된 상품도 이들 업체 모바일 앱이나 웹에선 쉽게 검색하고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문제가 된)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해 조사·경고 조치를 할 수 있지만 사실상 실효성이 없고, 실제 물건을 파는 플랫폼에 입점한 해외 업체들에 대해선 규제할 법적 근거가 현재로선 마땅치 않다”고 했다. 해외 이커머스 업체들의 불법적인 제품 판매에 대해 우리 정부가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친구들과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휴대전화 알림이 울리면서 ‘홀리는 속옷’ 이라는 팝업 광고가 오더라고요.”


지난달 알리익스프레스에 가입했다는 주부 A씨 얘기다. 
그는 “수시로 선정적인 광고가 뜨는 걸 보면서 적지 않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했다.


중국계 이커머스 업체들은 국내에서 무서운 속도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지난달 알리익프레스의 월간 활성자(MAU)는 약 717만명으로 1년 사이 두 배가량 뛰었다. 
또 다른 중국 이커머스 업체 테무의 지난달 앱 신규 설치 건수는 약 222만건으로 국내 앱 중 1위였다. 
이들 업체는 막대한 자본을 쏟아부으며 전 세계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다.

 

 




현실은 상당수 소비자가 중국 이커머스 앱에 가입하면 선정적인 검색어, 혹은 팝업 광고를 마주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 24일 알리익스프레스에 접속해 봤더니 ‘매춘 의상’ ‘여성 전신 인형’ ‘절정 드레스’ 같은 추천 검색어가 떴다. 
쿠팡·지마켓·SSG 같은 국내 대형 이머커스 업체의 경우 음란물·청소년 유해 상품·성기구 등을 판매할 수 없도록 규제를 받고 있다. 
판매가 가능한 일부 상품의 경우도 성인 인증을 거쳐야 구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쉬인 등 중국 이커머스 앱에 올라와 있는 상품은 성인 인증 없이도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었다.


유사 총기, 신고하지 않은 각종 의료 기기나 건강식품, 청소년 유해 약물도 중국 이커머스 쇼핑몰에선 쉽게 검색하고 살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내에선 의료기기법이나 약국법, 건강기능식품법 등에 따라 식약처 기준을 통과한 상품만 판매할 수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리얼 총기’라는 검색어로 상품을 검색해 봤더니, 비비탄 총알 등을 넣어 멀리까지 쏠 수 있는 상품이 3만9200원에 검색됐다. 
장난감 총알이지만 가까이에서 맞으면 심하게 다칠 수 있다. 
테무에선 ‘테이저 건’과 거의 흡사한 상품을 1만9651원에 구매 가능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에선 국내는 물론 유럽과 미국·일본 등에서 식품 원료로 사용이 금지된 동남아산 불법 정력제인 ‘통캇알리’ 등이 들어 있는 ‘남성기능강화보충제’ ‘최음제’ 등도 팔리고 있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되지만 정작 우리 정부는 제대로 된 규제 방법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외국 플랫폼사와 여기에 입점한 해외 판매사가 편법으로 영업하더라도 이를 규제할 법적 근거가 마땅하지 않고, 있더라도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어서 마땅히 대처 방안이 없다”고 했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국내법에 따라 시정명령 혹은 과징금 조치를 받게 된다고 해도, 우리나라 정부가 실제로 집행할 수 있느냐도 불투명하다. 
한 이커머스 전문 변호사는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국내법을 안 따라서 과징금을 부과받아도 안 내고 버티면 우리 정부가 딱히 할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다”고 했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은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온라인 쇼핑몰 업체들은 국민 정서, 민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문제가 될 상품을 걸러내고 알고리즘을 정화하는 데 엄청난 인력과 비용을 들이고 있다”면서 “정부가 중국 업체들은 놔두면서 국내 업체만 규제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했다.(24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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