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녀 가정에서 자란 학생이라면 앞으로 대학 진학이 더 수월해질 전망이다. 
대학들이 저출생의 한 원인으로 꼽히는 ‘입시 경쟁’ 부담을 줄여주고자 다자녀 가정 자녀들에 대한 입시 혜택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디지스트(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는 2026학년도 입시에서 ‘고른 기회 전형’에 지원할 수 있는 다자녀 조건 중 ‘소득 8분위 이하’ 기준을 없애기로 했다. 
고소득자라도 자녀가 셋 이상인 다자녀 가구 자녀라면 모두 ‘고른 기회 전형’에 지원할 수 있는 것이다. 자녀가 셋이면 첫째, 둘째, 셋째 모두 해당 전형 대상자다.

 

 




‘고른 기회 전형’은 고등교육법에 따라 저소득층, 농어촌 출신, 장애인, 탈북민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들을 별도로 뽑는 전형이다. 대학마다 전체 모집 인원의 10% 이상 뽑아야 한다. 
일반 학생들과 경쟁하지 않고 해당 전형 지원자들끼리 경쟁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입학이 수월하다.


디지스트 관계자는 “학령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만큼 정부의 저출생 극복 대책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지난해 다자녀 가정 자녀를 고른 기회 전형 대상자에 포함했다”면서 “다자녀 가구에 소득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그런 취지에 안 맞는다는 지적이 많아서 폐지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디지스트는 2025학년도 입시부터 고른 기회 전형 대상에 ‘다자녀’를 포함했고 그 결과 24명 중 4명(17%)이 다자녀 가정 자녀들이었다. 
2026학년도 입시에서 소득 기준이 폐지되면 더 많은 다자녀 가정 자녀들이 입학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희대도 내년도 입시부터 다자녀 가정 자녀들의 지원 조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올해 고른 기회 전형의 다자녀 기준은 ‘네 명 이상’이었는데, 2026학년도엔 ‘세 명 이상’으로 완화할 예정이다. 
경희대는 원래도 다자녀 가정의 소득 기준 제한이 없었다.


정부 차원에서도 다자녀 가정에 대입 혜택을 확대할 예정이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고른 기회 전형’으로 다자녀 학생을 뽑는 대학은 총 51곳이다. 이런 대학을 확대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주형환 저출산위 부위원장은 지난달 전국 4년제 대학 총장들의 모임에 참석해 “대학들은 교육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은 다자녀 가정 자녀의 고등교육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다자녀 특별 전형’을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저출산위는 대학들의 동참을 늘리기 위해 대학들이 따르는 입시 가이드라인인 ‘2027학년도 대입 전형 기본 사항’에서 ‘고른 기회 전형 지원 자격 대상’에 ‘다자녀 가정 자녀’를 명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렇게 되면 더 많은 대학이 고른 기회 전형으로 다자녀를 선발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소득에 상관없이 다자녀 가정 학생 모두에게 입시 혜택을 주는 것은 ‘특혜’라는 의견도 있다. 
이미 다자녀 학생들은 국가장학금 혜택을 받고 있는데 입시 혜택까지 주는 건 과도하다는 것이다. 
현재 교육부는 다자녀(세 자녀 이상) 가정 자녀들에게 소득에 따라 등록금 전액부터 연간 최대 135만원까지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다자녀 가정 혜택을 과도하게 늘리면 다른 사회적 배려 대상자들의 입학 기회가 줄어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카이스트는 2024학년도부터 고른 기회 전형으로 다자녀 가정 학생을 뽑았는데, 해당 전형 입학생 55명 중 21명(38%)이 다자녀 학생이었다.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고른 기회 전형 입학생 가운데 다자녀 가정 자녀는 59명 중 25명(42%)으로 전년보다 늘어났다. 
기초생활수급자(11명), 농어촌 출신(11명), 차상위(4명), 다문화(4명), 한부모(3명), 국가보훈대상자(1명) 등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250225)



 

 

 

직장인 박모(39)씨는 아침에 네 살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오전 10시에 출근한다. 
그의 회사는 오전 7~11시 사이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출근하면 되는 유연 근무제를 적용 중이다. 
직장인 이모(46)씨는 월~목요일 1시간씩 연장 근무를 해서 매주 금요일마다 오후 2시에 일찍 퇴근한다. 
이씨는 “요즘 금요일에 아들을 데리고 종종 스키장에 간다”고 말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유연 근무제가 확산하고 있다. 
유연 근무제는 근로자들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일하는 근무 형태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추구하면서, 근로시간이 고정된 주 52시간제를 보완하는 효과가 있다.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가정은 유연 근무제가 아니면 육아가 힘들다는 점에서 최근 사용이 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1월부터 직원들에게 ‘격주 주 4일제형 선택 근로제’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한 주에 주 5일 44시간을 일하면, 그다음 주는 월~목요일 나흘 동안 36시간을 일하는 식이다.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도 2022년 유연 근무제를 도입했다. 학위를 받아야 하거나 가족을 돌봐야 할 사정이 있으면 다른 날 8시간 넘게 일한 뒤 그만큼을 다른 날에 쉴 수도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롯데그룹 등 다수의 대기업도 여러 유연 근무 제도를 운영 중이다. 
네이버, 카카오, 넥슨, NC소프트 등 IT 기업들은 거의 모두 유연 근무제를 도입한 상태다.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원격 근무, 재택근무와 함께 유연 근무제가 대거 확산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경우 유연 근무제를 사용하기 힘들다. 
2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대표적 유연 근무제인 ‘선택 근무제(출퇴근 시간과 하루 근무시간을 직원이 결정)’는 300인 이상 대기업은 36%가 도입했지만 300인 미만 중소기업은 2.6%만 도입했다. 
중소기업 도입률이 대기업의 10분의 1도 채 안 되는 것이다. 
‘탄력 근로제(일이 많은 주·일의 근로시간을 늘리고, 다른 주·일에서 줄임)’는 대기업은 40.6%, 중소기업은 4%가 운영 중이다. 
야근한 만큼 휴가로 돌려주는 ‘보상 휴가제’는 대기업은 43.1%, 중소기업은 5.2%가 도입했다.


대기업은 유연 근무제 도입을 위한 여건을 갖추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하다. 
임희정 한양사이버대 교수(인사 조직)는 “유연 근무제가 잘돼 있는 기업에 취업을 원하는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250226)


 

 

 

한의사들이 초음파, 뇌파계에 이어 의사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엑스레이 검사도 직접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 검사들은 지금도 수가(의료 서비스 가격)가 높고, 무엇보다 50조원에 달하는 ‘노인 의료’ 진입을 위한 필수 요소로 통한다. 
의사들은 오진 우려 등을 이유로 강력 반발하고 있어 양측의 ‘영상 검사 전쟁’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대한한의사협회는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부터) 한의사들의 본격적인 엑스레이 사용을 선언한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진단용 방사선 책임자 자격 기준’ 명단에 의사와 방사선사는 명시돼 있지만 한의사는 없다. 
정부 규정상 한의사는 사실상 엑스레이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의사협회는 “법원이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을 승인했다”며 밀어붙이고 있다. 
수원지법(2심)은 지난달 엑스레이 골밀도 측정기를 사용해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의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도 이날 오후 보도 자료를 내고 “수원지법 판결은 한의사의 엑스레이 골밀도 측정기의 보조적 사용이 형사 처벌을 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이를 법원이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을 인정했다고 발표하는 것은 궤변이자 아전인수”라고 했다.


한의학계와 의학계의 입장이 가장 첨예하게 갈리는 부분은 ‘환자 피해’ 여부다.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엑스레이를 사용하면 환자가 염좌(타박상)인지 골절인지 정확히 알 수 있고 이에 맞춰 정확한 침, 뜸 시술 등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한의원에 내원한 환자가 골절 여부를 알아보려고 다시 병·의원에 가서 영상 검사를 받은 뒤 한의원에 오는 불편을 겪고 있다”며 “진료비도 두 배 지출되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김석희 대한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한의사도 한의대 교육 과정을 통해 전문적인 엑스레이 교육을 받고 있고, 한의사 국가 고시에도 관련 문제가 출제된다”고 했다.

 

 




의료계 입장은 정반대다. 대한영상의학회 관계자는 “영상 검사 판독은 전공의를 거쳐 전임의(세부 과 전문의)가 돼서도 교육을 받아야 하는 분야”라며 “전문적 교육을 받지 않은 한의사의 엑스레이 촬영은 과다 검사와 이로 인한 환자의 불필요한 방사선 노출을 유발할 것”이라고 했다.


의사들은 특히 오진 확률이 높아질 것을 우려한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영상 검사 판독은 매우 전문적인 영역”이라며 “평생 흉부 엑스레이 판독을 해온 의사도 간혹 (폐암의 시작일 수 있는) 미세한 폐 결절을 놓칠 때가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오진으로 인해 치료 적기를 놓치면 피해는 100% 환자가 본다”며 “영상의학과 교수지만 자기 전공이 아닌 부위의 영상 판독은 하지 않는 이유도 이런 특수성 때문”이라고 했다.


앞서 법원은 엑스레이 외에도 한의사의 초음파, 뇌파계 사용이 위법이 아니라고 판결한 바 있다. 
수도권의 한 법원장은 “한의사가 보조적 수단으로 영상 검사 기기를 사용했다면 형사 처벌을 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일관된 판단”이라고 했다. 
한의사협회는 이런 판결 흐름을 타고 향후 한의사의 CT(컴퓨터 단층촬영) 사용도 검토할 방침이어서 영상 검사 기기를 둘러싼 양측의 갈등은 더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일각에선 이를 양측의 ‘영역 다툼’으로 보기도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집계 결과, 2023년 기준 국내 65세 이상 노인의 한 해 진료비는 약 50조원이었다. 
‘노인 의료’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선 영상 검사 기기 사용이 필수적이다. 
엑스레이로 뼈를, 초음파로 힘줄·인대를 검사한 뒤 도수 치료나 통증 주사 같은 치료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노인의 치매나 파킨슨병 진단을 위해선 뇌파계 사용이 필요하다. 뇌파계는 뇌 활동을 파동 형태 그림으로 나타내는 의료기기다.


현재 ‘노인 의료’ 시장 확대의 과실은 의료계가 누리고 있다. 
정형외과와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가 ‘정재영’이라 불리며 최고 인기과로 부상한 것도 이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그런데 한의원의 평균 매출은 2019년 이후 감소세다. 한의사의 평균 연봉(1억800만원)은 의사(2억3000만원)의 절반 밑이다. 
한의사는 영상 기기 사용을 불사하고, 의료계는 총력을 다해 막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뜻이다.(250226)


 

 

 

경찰청이 현직 경찰관 체력 검정 종목에서 윗몸일으키기를 빼기로 결정한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이 동작이 허리와 목에 무리를 준다는 내부 민원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11년 만들어진 ‘경찰공무원 체력관리 규칙’에서 14년 만에 윗몸일으키기가 빠질 예정이다. 
군(軍)과 소방도 비슷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국내 척추 질환 환자가 1100만명이 넘는 현 상황에선 다른 종목으로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현행 경찰 체력 검정 기준을 보면, 30~34세 남성이 윗몸일으키기에서 1등급을 받으려면 1분에 48개 이상을 해야 한다. 
1.2초에 1개씩 정자세로 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일선 경찰관들 이야기다. 
경찰청 내부망엔 체력 검정 때마다 “제발 없애달라” “허리 박살 내는 운동 언제까지 할 거냐” “디스크 수술받은 저는 어떻게 하라고요” 같은 민원이 올라온다.

 

 




경찰 관계자는 “허리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의학계 소견도 있고, 대체 운동도 많아진 상황이라 윗몸일으키기를 없애기로 했다”고 했다. 
윗몸일으키기 대신 ‘코어(core·척추를 둘러싼 인체 중심부) 근육’의 근지구력을 평가할 종목으로 팔꿈치를 바닥에 대고 엎드려 버티는 ‘플랭크(plank)’ 동작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정선근 교수는 “코어 근육을 기르는 데는 허리 디스크 퇴행을 가속화할 수 있는 윗몸일으키기보다는 플랭크가 훨씬 안전하다”고 했다. 
서울대 체육교육과 김유겸 교수는 “윗몸일으키기를 하면서 목을 쥐고 팔힘으로 억지로 상체를 끌어올리면 목과 척추 전반에 무리가 갈 수 있다”고 했다.


이윤정 명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윗몸일으키기를 하는 과정에서 허리를 굴곡시키면 뒤쪽에 압력이 가해지면서 디스크가 뒤로 빠지기 쉬워지기 때문에 허리에 안 좋다”면서도 “허리 질환이 있거나 디스크가 있는 사람들을 제외한 건강한 사람은 윗몸일으키기를 해도 된다”고 했다.

 

 




경찰의 이번 결정은 윗몸일으키기를 체력 검정 종목으로 채택하고 있는 군·소방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체력 검정 항목을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국방부 관계자는 “윗몸일으키기가 포함된 체력 검정의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생활체육계에서 윗몸일으키기는 이미 ‘구시대 유물’ 취급을 받고 있다. 
경기 군포의 8년 차 트레이너 한모(31)씨는 “윗몸일으키기는 요추·경추에 부담을 줘서 요즘엔 거의 교육시키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 양평동의 한 트레이너도 “윗몸일으키기는 사실 복근·코어가 잘 발달된 고급자가 자극을 느끼면서 할 수 있는 고난도 운동”이라며 “초심자들에게는 권장하지 않는다”고 했다.


군·경·소방에서 체력 테스트 때 윗몸일으키기를 본격적으로 실시한 시기는 196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미 육군의 체력 테스트 시스템을 국내로 들여온 것으로 안다”고 했다. 
미 육군은 세계 제2차 대전 시기 일부 병사가 체력이 약해 전투 수행을 제대로 못하자 1944년부터 체력 테스트를 도입했다고 한다. 
이때 윗몸일으키기가 처음으로 도입됐고 이후 한국군과 경찰 등으로 ‘수입’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 육군에서도 윗몸일으키기의 위험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고 한다. 
미 육군은 2020년 10월 체력 검정 때 윗몸일으키기 대신 플랭크로 종목을 변경해 시행 중이다. 
카투사(KATUSA·미8군에 증강된 한국군 육군 요원)도 플랭크로 테스트를 한다.


미국 뉴욕 경찰국 체력 검사 항목에도 ‘15m 구간 질주 후 장벽(1.8m) 뛰어넘기’ ‘계단 오르내리기’ ‘밀기-당기기’는 있어도 윗몸일으키기는 없다. 
영국 수도경찰과 프랑스 국립경찰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일본 국가경찰은 윗몸일으키기, 팔굽혀펴기, 버피 테스트, 사이드 스텝을 체력 검정 항목으로 유지 중이다.(250221)

 

 

 

서울시가 올 하반기 미국, 일본 등에서 활용 중인 ‘용적 이양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고도(높이) 제한 등 규제 때문에 다 못 쓴 용적률을 사고팔 수 있게 허용하는 제도다. 국내에서 용적 이양제가 시행되는 건 처음이다. 
서울시는 “올 상반기 관련 조례를 제정해 하반기부터 시행할 것”이라고 23일 밝혔다. 서울시가 조례를 제정하면 용적 이양제를 시행할 수 있다. 
송파구 풍납토성 주변이나 강서구 김포공항 주변 등 각종 규제로 재산권 침해가 큰 지역이 시행 후보지로 꼽힌다.

 

 




용적 이양제는 고도 제한 등 규제 때문에 법이 정한 용적률만큼 건물을 높이 올리지 못하는 경우 못 쓴 용적률을 다른 재개발·재건축 단지에 팔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법정 용적률이 1000%인 A 단지가 근처 문화재 때문에 높이 제한에 걸려 용적률을 400%밖에 쓰지 못한다면, 나머지 600%를 고도 제한 구역 밖에 있는 B 재개발·재건축 단지에 팔 수 있게 된다. 
A 단지는 규제로 인한 손해를 덜 수 있고 B 단지는 용적률을 추가로 확보해 사업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 
서울시 입장에서는 도심을 고밀도로 개발해 토지의 효율을 더 높일 수 있다.


용적률은 대지 면적 대비 건물의 연면적(각 층의 면적을 모두 합친 것)을 말한다. 
주거지역, 상업지역 등 대지의 용도지역에 따라 정해지는데, 용적률이 높을수록 더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다.

 

 




그러나 경복궁, 덕수궁, 선릉 등 문화재 주변 반경 100m 지역은 건물을 높게 지을 수 없는 ‘앙각 규제’를 받고 있다. 
풍납토성 인근 지역은 땅을 깊게 팔 수 없어 고층 건물 신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김포공항 주변에는 항공기 운항을 위한 높이 규제가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러한 규제 지역이 총 152만㎡에 달한다. 여의도의 절반 정도 크기다.


서울시 관계자는 “문화재나 공항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용적률만큼 건물을 올릴 수 없어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며 “못 쓴 용적률이라도 팔 수 있게 허용해 재산권 침해를 완화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미국 뉴욕이나 일본 도쿄 등에선 이미 용적 이양제를 활용하고 있다. 
뉴욕의 랜드마크인 ‘원 밴더빌트’는 근처 그랜드센트럴터미널의 용적률을 넘겨받아 93층 높이(용적률 약 3000%)로 지었다. 
도쿄역 근처의 신마루노우치 빌딩(38층), 그랑도쿄(43층) 등 6개 빌딩도 도쿄역이 사용하지 않은 용적률 700%를 사들여 고층으로 올린 사례다. 도쿄역은 용적률을 판 돈으로 역사의 옛 모습을 복원했다. 
해외에선 문화재를 보존하는 동시에 도심을 고밀도로 개발할 수 있는 방법으로 통한다. 
오세훈 시장은 2023년 도쿄와 뉴욕을 잇따라 방문해 용적 이양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었다.


우리나라에선 생소한 제도라 선도 사업지를 우선 지정해 시범 운영부터 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선 풍납토성,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경복궁 인근 등이 선도 사업지로 거론된다.


서울시는 제도 시행 후 새로 짓는 건물뿐 아니라 기존 건물도 남은 용적률을 팔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이 돈으로 건물 리모델링 비용을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용적률을 팔 수 있는 지역의 범위, 용적률을 최대 몇 %까지 살 수 있는지 등도 검토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용적률을 파는 곳과 가까운 단지를 중심으로 제도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서울 사대문 안의 용적률을 강남 재개발 사업지에 팔 수는 없게 하겠다는 뜻이다. 
용적률 거래는 용도 지역별로 정한 용적률의 법정 상한까지만 허용하기로 가닥이 잡혔다. 
서울시는 오는 25일 ‘서울형 용적 이양제’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어 이 같은 방안을 논의한다.


전문가들은 용적 이양제를 도입하면 각종 규제 탓에 지지부진한 서울 도심 재개발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본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뉴욕이나 도쿄처럼 고밀도 복합 개발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일부 지역에서는 고밀 개발로 땅값이 뛸 가능성이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용적률의 가치를 두고 매도자와 매수자 간 입장 차가 클 가능성이 높아 일반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250224)

 



☞용적률

대지 면적 대비 건물의 연면적(각 층의 면적을 모두 합친 것)을 말한다. 
주거지역, 상업지역 등 땅의 용도지역에 따라 정해지는데 용적률이 높을수록 더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다. 
건물의 연면적을 대지 면적으로 나눈 뒤 100을 곱해 계산한다. 
예를 들어 100㎡ 땅에 층당 면적이 50㎡인 건물을 4층까지 올리면 용적률은 200%가 된다.



 

 

 

손흥민이 또 하나 새로운 업적에 도달했다. EPL(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통산 70골-70도움, EPL 역사상 11명만이 이룩한 고지다. 
골도 잘 넣고 어시스트도 잘해야 하는 양수겸장(兩手兼將)만이 할 수 있는 기록이다.


손흥민(33·토트넘)은 23일(한국 시각) 입스위치와 벌인 EPL 원정 경기에 선발 출전해 74분을 뛰면서 도움 2개를 올렸다. 토트넘은 4대1로 승리하며 리그 3연승을 달렸다.

 

 


<23일(한국 시각) 영국 입스위치 포트먼 로드에서 열린 입스위치 타운과 토트넘 홋스퍼의 EPL 경기에서 손흥민(오른쪽)이 오마리 허친슨을 상대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그는 전반 18분 브레넌 존슨 선제 골을 도왔다. 
수비수 아치 그레이의 긴 패스를 받아 상대 선수 2명을 개인기로 제치고 강하게 문전으로 찔러준 패스를 존슨이 달려들면서 오른발로 골문 안에 밀어넣었다. 
이어 전반 26분 존슨은 추가 골을 넣었는데, 역시 손흥민 도움을 받았다. 
손흥민이 페널티 지역 안 왼쪽으로 파고든 뒤 반대편으로 내준 공을 존슨이 왼발로 마무리했다. 
토트넘은 전반 36분 한 골을 허용해 전반을 2-1로 마친 뒤, 후반 32분 제드 스펜스와 후반 39분 데얀 쿨루세브스키 추가골로 승리를 확정 지었다.


이번 시즌 EPL에선 6골 9도움, 다른 대회까지 합치면 35경기 10골-10도움이다.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에서 6경기 3골, FA컵 1도움, 리그컵 1골이다. 
시즌 10-10은 다섯 번째다. 토트넘 소속으로 2017-2018시즌(18골 11도움), 2019-2020시즌(18골 11도움), 2020-2021시즌(22골 17도움), 2023-2024시즌(17골 10도움)에 이어 올해도 다재다능을 뽐냈다.

 

 




EPL 통산 손흥민은 326경기 126골 71도움을 기록 중이다. 
웨인 루니(208골 103도움), 프랭크 램파드(177골 102도움), 라이언 긱스(109골 162도움), 티에리 앙리(175골 74도움) 등 11명이 도달한 ’70-70′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현역 선수 중에선 무함마드 살라흐(181골 84도움)와 케빈 더브라위너(70골 118도움)와 더불어 3명 중 하나다.


EPL 역대 최다 득점 1위 앨런 시어러(260골 64도움), 2위 해리 케인(213골 46도움)을 비롯해 마이클 오언(150골 31도움), 데이비드 베컴(62골 80도움) 등 내로라하는 전설들도 간발 차로 못 미친 기록이다.


득점과 도움을 합친 공격 포인트에서도 손흥민은 역대 공동 14위(공격 포인트 197개)에 올라섰다. 
저메인 데포 195개(162골 33도움)와 동률이었다가 한 발짝 더 나아갔으며, 로빈 판 페르시(144골 53도움)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공격 포인트 200개까지 3개만 남겨뒀다. EPL 역사상 공격 포인트 200개를 넘어선 선수는 12명. 1위는 시어러(324개)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도 뛰는 이재성(33·마인츠)도 이날 맹활약했다. 
그는 손흥민과 동갑내기 국가대표다. 그는 장크트파울리와 23라운드 경기에서 후반 교체 투입으로 그라운드를 밟아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마인츠가 2대0으로 이겨 리그 2연승을 달리며 5위로 도약했다.


이재성은 후반 22분 나딤 아미리 슈팅이 골키퍼에게 막히자 쇄도하며 왼발로 선제 결승골을 넣었다. 
시즌 6호골. 지난해 12월 14일 바이에른 뮌헨전 멀티골 이후 2개월 만에 득점포를 재가동했다. 
이어 후반 추가 시간, 하프라인에서 절묘한 패스로 파울 네벨의 추가골을 도왔다. 이재성은 올 시즌 리그 6골 3도움, 공식전 6골 4도움을 기록했다.(250224)


 

 

 

중국 인공지능(AI) 딥시크의 개인 정보 유출 이후 사생활 보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일상은 감시가 가능한 기기들로 둘러싸여 있다. 
로봇청소기에 달린 카메라, 스피커에 달린 마이크, 스마트폰에 내려받은 앱 등으로 행동과 목소리, 위치 등 일상의 모든 정보가 추적된다. 
이런 디지털 기기들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중국산에 빠르게 점령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산 제품들은 상대적으로 보안에 취약하다. 
수집된 정보들은 해킹이나 느슨한 보안 규정으로 외부에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 
이 정보를 민주적 통제를 받지 않는 중국 당국이 악용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데이터 보안법에 따라 필요하면 얼마든지 자국 기업이 확보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며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중국발 ‘감시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중국산 전자 제품에 부착된 마이크와 카메라는 개인 정보 수집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IP캠이다. 
IP캠은 인터넷에 연결해 원격으로 시청할 수 있는 카메라다. 보안용 이외 최근에는 청소 구역 식별을 위해 로봇 청소기에도 탑재되고 있다. 
국내 로봇 청소기 점유율 약 40%로 1위를 차지한 중국의 ‘로보락’, 또 다른 중국의 대표 브랜드 ‘에코백스’에도 IP캠이 들어 있다. 
미국에서는 중국 에코백스의 로봇 청소기가 해킹된 사례가 보고됐다. 
국내 업체들이 로봇 청소기에 국제 인증을 받은 별도의 보안 프로그램을 탑재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가정과 상업 시설에서 보안·안전을 위해 실시간 현장 확인용으로 설치된 IP캠은 중국산이 압도적이다. 
80%가 중국산으로, 여기서 수집된 사생활 영상 정보가 중국 웹사이트에 공개된 적도 있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전자 제품들도 표적이 된다. 
전 세계 인터넷 공유기 기업 중 1위는 중국 티피링크(TP-Link)다. 
인터넷 공유기를 해킹하면 인터넷이 연결된 다른 IT 기기들도 손쉽게 침투할 수 있다. 
예컨대, 인터넷 공유기를 통해 연결된 컴퓨터뿐 아니라 냉장고, 세탁기 등도 해킹 대상이 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중국 해커들이 티피링크 무선 공유기를 활용해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한 사실을 적발해 지난해 공개했다. 이에 미 정부는 미국 내 티피링크 공유기 판매 금지를 검토 중이다. 
국내 점유율은 집계되지 않았지만, 국내에서도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사회 인프라 곳곳에도 중국산 장비가 침투해 있다. 
2023년 기준 국내 항구 10곳 크레인 809기 중 427기(52.8%)가 중국 ZPMC의 대형 크레인이 설치됐다. 
미국 정부는 크레인에 탑재된 센서가 물자 이동 정보를 수집해 ZPMC 크레인을 ‘트로이 목마’로 지목한 바 있다.


중국 앱도 개인 정보 유출 통로로 지목되고 있다. 
앱에 몰래 내장된 소프트웨어를 통해 개인 정보가 유출된다. 
중국에서는 사용자 몰래 불법 ‘투명 앱’이 설치돼 휴대전화 이용 데이터 등을 수집하는 방식이 유행이다. 
투명 앱은 웹 검색을 하다가 나타나는 광고창을 닫거나 넘길 때, 다른 앱을 설치할 때 휴대전화에 사용자 몰래 설치된다. 앱 이름과 아이콘이 없어 휴대전화 홈 화면에서 보이지 않는다. 
이 불법 앱은 악성 코드를 통해 사진이나 통신·위치 기록 등 개인 정보를 빼내고, 수집된 정보는 다른 사업자에게 판매된다.


이런 ‘투명 앱’이 중국의 앱을 내려받을 때 설치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국내 앱 설치 1위는 테무였고 틱톡 라이트(2위)와 알리익스프레스(5위)도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희조 고려대 교수는 “중국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무조건 막을 수는 없기 때문에, 도입할 때 검증을 철저히 하고 관리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250219)


 

 

 

이르면 내년부터 대표적 만성 질환 중 하나인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 환자도 국가로부터 의료비 지원 혜택을 받아 정기적인 질환 관리에 대한 본인 부담 진료비가 무료가 될 전망이다. 
서울 성동구, 경기 부천시 등 19개 시군구에 사는 65세 이상 주민이 이런 혜택을 받게 된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18일 “올해 4분기(10~12월) 고혈압, 당뇨병에 이어 고지혈증을 ‘만성 질환 등록 관리 사업’에 추가할 계획”이라며 “관련 절차를 거쳐 이르면 내년부터 65세 이상 본인 부담 진료비 지원이 적용될 것”이라고 했다.


질병청은 2009년부터 ‘고혈압·당뇨병 등록 관리 사업’을 시행 중이다. 
만 30세 이상 고혈압·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매달 혈압 관리·혈당 조절 등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도록 혜택을 제공한다. 
현재 보건소 25곳, 병의원 1544곳, 약국 2204곳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혈액검사를 위해 채혈하는 모습.>

 


이번에 추가되는 고지혈증은 혈액에 지질·지방이 과다한 상태로, 심혈관 질환의 직접적인 위험 인자로 알려져 있다. 
고혈압, 당뇨병과 함께 ‘3대 만성 질환’으로 불린다. 국내 환자만 단순 합산해도 1400만명이 넘고, 세 질환을 모두 갖고 있는 복합 만성 질환자도 232만명에 이른다. 
질병청 관계자는 “당뇨병 환자의 87%, 고혈압 환자의 72%가 고지혈증을 갖고 있다는 조사 결과 등에 따라 관리 질환으로 추가하게 됐다”고 했다. 
이 사업을 통해 전산 등록 관리 시스템에 환자 정보가 저장돼 지속적인 관리가 가능해진다.


만 65세 이상 환자에게는 진료비 혜택도 있다. 
한 달에 한 번 병원에 갈 때 드는 진료비 본인 부담분(1500원)을 안 내도 된다. 약값은 2000원이 지원돼 이를 넘는 금액만 지불하면 된다. 
거주 지역 보건소를 통해 사업 지정 병의원·약국을 확인해 찾아가면 된다. 
지정 의료기관에는 ‘고혈압·당뇨병 등 등록 관리 병의원·약국’이라는 스티커가 부착돼 있다.


질병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이 사업 누적 등록 환자 수는 70만4842명으로, 2021년(57만1708명) 대비 23.3% 증가했다. 
사업 초기인 2012년(20만4762명)과 비교하면 3.4배로 늘었다. 
고혈압·당뇨병 모두 가진 복합 만성 질환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매해 30%에 이른다.(250219)


 

 

 

조윤빈(24)씨는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서 일하는 장례지도사다. 
지난해 을지대 성남캠퍼스 장례지도학과를 졸업하고 곧장 이곳에 취업했다. 
조씨는 장례식을 마치고 화장터로 옮겨진 고인을 화장로 안으로 옮기고, 화장이 잘 진행되는지 확인하는 일을 맡고 있다. 
화장이 끝나고 남은 뼈를 수습해 골분으로 만들어 유족에게 전달하는 것도 조씨의 역할이다. 
조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장례지도사를 꿈꿨다. 
그는 “장례를 접하기 힘든 젊은 사람들은 장례지도사를 멀고 어려운 직업이라고 느끼지만, 저는 사람들의 ‘마지막 복지’를 챙기는 명예로운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요즘 같은 취업난 속에서도 졸업하자마자 바로 취업되고 오래 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초고령 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에 접어들면서 장례지도사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710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차례차례 65세를 넘기는 등 향후 30년간 사망자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장례지도사 국가 자격증 발급 건수는 2020년 1602건에서 지난해 2967건으로 4년 사이 85% 증가했다. 
장례지도사는 유족 상담부터 시신 관리, 빈소 설치 등 장례 의식을 총괄하는 직업으로, 학원이나 대학 등 정부 인증 기관에서 현장 실습 등 최대 300시간의 교육을 받으면 자격증을 딸 수 있다.

 

 


<한 장례식장 모습.>

 


그간 남성들이 주로 하는 직업으로 알려졌던 장례지도사에 2030세대, 여성, 은퇴자들이 도전하면서 연령과 성별이 다양해지고 있다. 
한 대형 상조 회사에서 일하는 장례지도사 박정현씨는 “제가 일하는 회사의 장례지도사들은 남녀가 반반 정도”라면서 “20대와 30대가 가장 많다”고 말했다. 
박일도 한국장례협회장은 “지난해 제가 운영하는 장례식장에 체구가 작은 여자 장례지도사가 취업했는데 처음엔 ‘몸을 많이 쓰는 일인데 잘하려나’ 걱정했지만, 맡겨보니 세심하게 업무를 잘해냈다”며 “장례지도사가 점차 유망 업종으로 여겨져 다양한 사람이 장례지도사를 하려고 한다”고 했다.


대학의 장례 관련 학과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대전보건대 장례지도과는 작년 입학생 34명 가운데 80%가 20대였고, 절반(17명)은 여성이었다. 
은퇴 후 재취업을 위해 입학한 남성도 있었다. 
장례 관련 학과가 학생 모집이 잘되자 경북 경주의 신경주대는 지난해 4년제 장례문화산업학과를 신설했다.


고인의 존엄이 중요해지면서 장례지도사에게 강조되는 업무나 자질도 달라지고 있다. 
예컨대, 지도사 교육 과정에서 고인의 사진을 보고 생전 얼굴 모습과 가깝게 화장을 해주는 ‘장례 복원 메이크업 교육’이 강화되고 있다고 한다. 
또 대형 참사 등으로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 유족과 소통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도 강조되는 추세다. 
작년 12월 179명이 사망한 제주항공 참사 현장에도 보건복지부가 장례지도사 278명을 파견해 시신 수습과 장례 절차를 지원하도록 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늘어나면서 외국인 장례 관련 교육도 이루어진다. 
대전보건대 장례지도과 2학년 김소하(20)씨는 “외국인 사망자를 해외로 운구할 때 부패를 최대한 막는 방법도 학교에서 배웠다”고 했다. 
‘반려동물도 가족’이라는 인식이 확산돼 민간 자격증인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함께 따는 경우도 있다.


상조업계에 진출하려는 기업도 늘고 있다. 
정수기 등 렌털 서비스 기업인 코웨이는 올해 상반기부터 신사업으로 상조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교육 기업인 대교와 웅진도 상조업에 뛰어들고 있다. 
대교는 지난달 상조 서비스를 출시했고, 웅진도 상조업계 1위 기업인 프리드라이프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250217)


☞장례지도사

장례 관련 일을 하는 사람. 장의사라고도 불린다. 
시신을 닦고 수의를 입히는 일부터 영구차로 운반하고 화장·매장하는 일까지 담당한다. 
유족에게 장례 절차에 대한 상담도 해준다.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김새론(25)씨 빈소엔 ‘그때 그 아이는 하늘의 별이 되었다’ ‘다음 생에 또 만나자. 그때는 잔소리 줄일게’ 같은 문구가 적힌 화환이 놓여 있었다. 
김씨는 전날 성동구 성수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아홉 살에 영화 ‘여행자’(2009)로 프랑스 칸 영화제에 진출한 최연소 대한민국 배우였고, 영화 ‘아저씨’(2010)로 628만 관객을 모았던 재능 있는 배우가 유명을 달리하자 사회 곳곳에선 애도와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씨는 2022년 5월 강남구 신사동에서 음주 운전이 적발돼 이듬해 법원에서 2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후 영화계 복귀를 시도했지만 여론은 따가웠다. 
생활고를 겪어 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모습이 공개되자 일부 악플러는 “벌어 놓은 돈이 얼만데 생활고”냐고 손가락질했다. 
하지만 김씨는 배우 생활로 번 돈을 모두 가족에게 줬고, 원래 살던 아파트도 소속사를 통해 임차한 것이었다.

 

 




본지는 17일 고인이 숨진 채 발견된 성수동2가의 한 다세대주택을 찾았다. 
골목은 차 한 대도 들어가기 어려울 만큼 좁았고 곳곳에 담배꽁초가 쌓여 있었다. 
김씨가 살았던 35년 된 주택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김씨가 생전 쓰던 것으로 보이는 분홍색 여행 가방이 보였다. 허름하고 낡은 철문은 잠겨 있었다.


넷플릭스 ‘사냥개들’(2023)에서 주연 ‘차현주’ 역으로 재기를 시도하려는 김씨에게 여론은 냉담했다. 
“존재 자체가 민폐” “왜 스멀스멀 기어 나오려고 하느냐”고 했다. 
제작진은 촬영을 멈췄고 고인은 자진 하차했다. 이후 이 작품이 넷플릭스 비영어권 국가 주간 시청 시간 1위를 기록하자, “‘김새론 리스크’를 이겨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생전 김씨는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활동을 활발히 했다. 
그럴 때마다 악플러들은 “‘SNS병 말기 환자” “정신 연령이 너무 낮은 듯” 같은 비난을 했다. 
17일 빈소를 찾은 지인 차현중(25)씨는 “고인은 겉으로는 까칠해 보여도 속은 매우 긍정적인 친구였다”며 “평소 SNS에 사진 한 장 올려도 달리는 악플을 보며 속앓이를 많이 하면서도 티를 내지 않았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떠났다”고 했다. 
차씨는 고인과 1년여 전 한 카페에서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알게 된 사이라고 한다.


고인은 지난해 4월 연극으로 복귀를 시도했으나 여론 비난으로 무산됐다. 
지난해 11월 저예산 영화 ‘기타맨’ 촬영을 완료했고, 이름도 김새론에서 ‘김아임’으로 개명하며 복귀를 타진했다. 
지인들은 “개명한 뒤 연예계 생활과 카페 창업 등 여러 준비를 해왔고, 정신적·심리적 치료도 꾸준히 받았다”고 했다. 
영화 ‘기타맨’은 오는 5월 개봉한다. 고인의 유작(遺作)이 됐다.

 

 




경찰 수사 결과 고인은 유서를 남기지 않고 세상을 떠났다. 
심정지 상태인 고인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사건 당일 고인을 만나기로 했던 친구였다. 
경찰은 “외부 침입 흔적 등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단순 변사 사건으로 종결할 예정”이라고 했다.


나종호 미 예일대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조교수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실수하거나 낙오된 사람을 버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나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흡사 거대한 ‘오징어 게임’ 같다”고 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악플은 단순한 댓글이 아니라 ‘칼로 한 번씩 사람을 찌르는 행위’”라며 “이런 상황에 놓인 유명인은 어마어마한 무기력과 공포에 빠지게 된다”고 했다.


김씨 팬들은 이날 추모 성명문에서 “김새론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하며 다시 일어서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가 감당해야 했던 비난과 외면은 인간적인 한계를 넘는 것이었다”고 했다. 
가수 미교는 “사람이 죽어야 악플러들 손이 멈춘다”고 했다.(250218)



 

 

 

지난 2023년 국내 최대 병원인 서울아산병원에서 집단 사직한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5명 중 3명은 현재 ‘마취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우리나라 최고 병원에서 중환자를 보고 학생을 가르치던 교수가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며 마취를 하는 ‘개인 사업자 의사’로 변신한 셈이다. 
의료계 은어로 이들을 ‘보따리상’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대학 병원의 마취과는 필수 진료과다. 
마취과 의사가 없으면 암·소아 환자 같은 중환자 수술을 못 한다. 
전신 마취 중 환자의 바이털 사인(호흡·맥박 등)을 관리하고, 환자가 무사히 마취에서 깨어날 수 있도록 하는 고도의 전문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필수 진료과 의사의 ‘고통’도 똑같이 겪는다. 
의료계 인사들은 “전신 마취 수가(건보공단이 병원에 주는 돈)는 원가에도 못 미치고, 마취과 의사는 잦은 당직과 의료 소송에 휘말린다”고 했다.

 

 




바깥 상황은 정반대다. 숙련된 대학 병원 마취과 교수가 워라밸을 챙기면서 돈은 2~3배 벌 수 있는 길이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프리랜서’다. 한 전문 병원장은 “전에는 외부 마취과 의사에게 하루 150만원 정도를 지급했는데, 이젠 수요가 더 많아져 하루 250만~300만원을 줘야 한다”며 “그래도 사람이 없다”고 했다. 
부산의 한 대학 병원 교수는 “외부 마취과 의사가 야간 수술까지 참여하면 하루 500만원 정도를 받는다”며 “한 달에 나흘만 일하면 나머지는 쉴 수 있는 셈”이라고 했다.


마취통증의학과로 개원을 해도 전망이 좋다. 
비급여인 도수 치료와 체외 충격파(통증 완화 시술), 통증 주사 등을 통해 당직·소송의 피로 없이 고소득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2022년 기준 마취통증의학과 개원의의 평균 소득은 3억9100만원으로 안과, 정형외과 등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수도권의 한 마취과 의사는 “중환자 없는 중형 병원에 취업을 하면 소송 부담 없이 월급은 대학 병원 때보다 두 배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형 병원은 극심한 마취과 의사난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이런 현상은 작년 2월 시작된 의정 갈등 이후 더 심해졌다. 
기존엔 마취과 전공의들도 수술실에 들어갔고, 교수는 본인이 맡은 수술 환자가 안정되면 제자들의 수술실을 돌며 감독을 했다. 
그런데 의정 갈등으로 마취과 전공의들이 대학 병원을 떠났고, 그 여파로 피로가 누적된 교수들도 덩달아 사직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한 대형 병원 교수는 “수술을 해야 하는데 마취과 의사가 없을 때가 많아 큰 병원들도 외부에서 프리랜서를 불러 수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전담 마취과가 있는 한 국립대 병원도 최근 ‘프리랜서’를 불러 수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의료계 인사들은 “경기도 북부와 부산의 한 대학병원에도 ‘마취과 프리랜서’를 종종 부른다”고 했다.(250214)


 

 

 

구글이 9년 만에 최근 한국 정부에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요구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구글은 2011년과 2016년에 구글 지도 개선을 위해 고정밀 지도의 해외 반출을 요구했으나, 한국 정부는 분단 국가라는 특수성을 들어 안보 문제를 이유로 이를 거부해 왔다. 
해외에 있는 서버에 고정밀 지도 데이터가 있으면, 관리 감독을 하기 어렵다는 것도 거부 사유 중 하나였다.


구글이 한국 정부에 다시 지도 데이터를 요구한 것은 최근 미국 트럼프 정부의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정부는 자국 빅테크에 대한 각국 정부의 규제를 ‘비관세 장벽’으로 규정하고,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한국 정부가 구글에 지도 데이터를 이번엔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구글은 서버를 한국이 아닌 해외에 두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선 ‘해외 반출’ 승인을 받아야 한다. 
주요국 가운데 구글에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는 국가는 한국과 중국, 이스라엘 정도다.

 

 




구글 미국 본사는 지난 18일 5000대1 국내 축척 지도를 해외에 있는 구글 데이터센터로 이전할 수 있도록 요청하는 내용의 ‘지도 등 또는 측량용 사진의 국외 반출 허가 신청서’를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 국토지리정보원에 제출했다. 
5000대1 축적 지도는 50m 거리를 지도상 1cm 수준으로 표현한 고정밀 지도를 말한다.


구글은 현재 국토지리정보원이나 한국도로공사에서 제공하는 2만5000대1 축척의 공개 지도 데이터에 항공·위성 사진과 거리 뷰 등을 결합해 한국 지도를 제공한다. 
하지만 세세한 골목길 등 정밀한 지도 정보는 부족하고, 이 때문에 길 안내 서비스 기능이 네이버·카카오 등 한국 플랫폼과 비교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글은 지도 국외 반출을 재요청하면서 안보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구글은 고정밀 지도와 위성 사진을 결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렇게 되면 군사 기지와 정부 주요 시설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이를 감안해 구글은 한국 정부가 보안 시설에 대한 가림(blur) 처리를 요청할 경우 구글이 직접 나서서 지도에서 가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한국 정부와 소통하는 임원급 담당 책임자를 지정하고, 정기적인 미팅과 핫라인(직통 연락처)도 구축한다고 했다.


구글의 위성 사진 서비스(구글 어스)는 그간 청와대와 비행장, 군부대, 미사일 기지 같은 곳의 위치를 노출시켜왔고, 여기에 고정밀 지도가 결합되면 유사시 적의 타격 정밀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받았다. 
과거 우리나라 정부는 고정밀 지도를 반출하려면 ‘구글 어스에 노출된 주요 안보 시설을 가려라’라는 조건을 내걸었지만, 당시 구글은 “지도 반출과 위성 사진 필터링은 별개”라며 “다른 해외 업체도 위성 사진을 파는데 구글어스만 필터링하는 건 의미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요청은 이런 입장을 전향적으로 바꾼 것이다.

 

 




구글이 지도 반출을 거듭 요구하는 배경에는 사업 확대가 있다. 
구글은 신청서에서 “구글 지도가 한국 관광 산업의 성장을 도울 수 있다”며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지만, 해외에서 많이 쓰는 구글 지도가 유독 한국에선 제대로 구현돼 있지 않아 많은 불편함을 초래하고 있다고 했다.


구글의 입장 변화에도 우려는 남아 있다. 
구글은 위성 사진에서 가림 처리를 직접 하겠다면서 그러려면 “한국 정부로부터 보안 시설 좌표를 제공받아야 한다”고 했다. 
구글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해외 기업에 국가 보안 시설 위치를 모두 넘겨야 한다.


정부의 입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 내 분위기가 이전과 달라졌다는 평가가 있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지도 국외 반출 여부를 심사하는 ‘측량성과 국외 반출 협의체’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추가하는 데 찬성 입장을 밝혔다. 
문체부는 방한 외국인 관광 산업 활성화를 위해 지도 국외 반출을 지지하는 부처로 알려져 있다.


구글이 굳이 ‘해외 반출 승인’을 받지 않고, 국내에 서버를 두는 것도 방법이다. 
이에 대해 테크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 서버를 두면, 한국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한 세금을 피하기 어렵다”며 “한국에서 이런 의무는 피하면서 지도 정보만 요구하는 것은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250228)

 

 

 

최근 남편과 미국 조지아주를 여행한 유모(38)씨는 남편의 전역증 덕분에 수족관 입장료를 20% 할인받았다. 
조지아 아쿠아리움에서 전역증을 제시하자 밀리터리 디스카운트(Military Discount·군인 할인)를 받아 1인 입장권이 13만원에서 11만원이 됐다. 
유씨는 “현역 군인으로 제대한 남편이 자랑스러웠다”고 했다.

 

 

<전역증 인증사진>

 


최근 소셜미디어에 미국 여행 경험자들의 ‘전역증 인증샷’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미국 박물관이나 수족관은 물론 아웃렛 매장, 음식점에서도 할인받을 수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군 전역자 사이에서 ‘전역증’이 미국 여행 필수 준비물이 됐다. 
여성들은 남편이나 남자 친구에게 “전역증을 재발급받으라”고 성화다.


전역증 재발급 열풍이 불어 지난 1월 재발급된 전역증은 1만1957장이나 된다. 
2024년 한 해 재발급된 1만2568장에 맞먹는다. 지난해 1월 965장의 12배 이상이다. 
2020년 5706건에 불과했던 전역증 재발급은 지난해까지 2배 넘게 증가했다.


과거 전역증은 구겨지기 쉬운 코팅 용지에 구시대적 디자인으로 전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전역 즉시 찢어버리고 나온다”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이런 지적에 병무청은 2021년 신분증과 같은 플라스틱 카드 형태 전역증을 발급하기 시작했다. 
외국에서도 전역 사실을 증명할 수 있도록 뒷면엔 영문으로 인적 사항을 기재했다.

 

 




미국 전역의 박물관·식당·쇼핑몰 등에선 군 전역자 할인이 일반적이다. 할인 혜택엔 연령 제한도 없다. 
백발 노인이 전역증을 제시하고 할인받는 일이 일상적이다. 
전역자 할인율은 10~20%가 대부분인데 원래 할인과는 상관없이 추가 할인을 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역·전역 군인이 받는 혜택이 어지간한 VIP 신용카드나 멤버십보다 좋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골프장 그린피는 전역증을 내밀면 30~50%까지 할인해주는 곳도 있다.


2006년에 육군을 만기 제대한 박모(44)씨는 최근 미국 뉴욕을 여행하다가 전역증 덕을 톡톡히 봤다. 
한 의류 매장에 들어가 원하던 옷을 고른 뒤 계산대에서 전역증을 내밀었다. 
직원은 “밀리터리 디스카운트?”라고 하더니 바로 10% 할인해줬다. 
박씨는 “한국군 전역자가 미국에서 더 대우받다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한 한국인 전역자는 할인을 받으면서 “왜 외국 군대를 전역한 내게까지 이런 혜택을 주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직원은 “우리는 모든 베테랑(전역 군인)을 존경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각종 기업이나 업장마다 전역 군인 국적 할인 기준이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한인은 “많은 미국인이 대한민국을 6·25, 베트남전 때 함께 싸운 ‘혈맹’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한국군 전역증을 미군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실제 한국군 군복을 입고 미군과 같은 예우를 받았다는 예비역·현역들의 증언도 다수다.


함남규(전 한미연합사 인사처장) 대구가톨릭대 군사학과 교수는 “군인과 군대를 보는 한·미의 시각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했다. 
징병제를 채택해 오랜 시간 군사 독재를 겪은 한국에선 군인을 ‘군바리’ 같은 멸칭으로 칭할 때도 흔하다. 
하지만 미국은 독립전쟁(1775~1783), 남북전쟁(1861~1865), 2차 세계대전(1939~1945), 6·25전쟁(1950~1953), 베트남전쟁(1955~1975), 걸프전쟁(1990~1991), 이라크전쟁(2003~2011), 아프가니스탄 전쟁(2001~2021) 등 건국과 발전의 역사가 전쟁사 그 자체인 나라다.


따라서 군인은 나라를 지켜주는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라는 인식이 1776년 건국 이후 지금까지 미국인의 심층 심리에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주한 미군 관계자는 “위험한 전쟁터에서 몸 바치는 사람들 덕에 현재의 번영과 행복이 있다는 사실을 미국민 전체가 확고하게 알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최근 모르는 현역 군인들의 음식값을 계산해주거나, 카페에서 무료 커피나 간식을 대접한다는 이야기가 보도되곤 한다.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은 “베테랑 예우가 과거보다는 나아지고 있지만, 현역·예비역 군인에 대한 예우가 휘발성 미담으로 그치기보다는, 군인을 비롯한 수많은 경찰·소방관 등 제복 입은 사람들(MIU)의 희생 덕에 현재의 평화가 있다는 사실을 제도적으로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250215)

 

 

 

“세전 연봉 3000만원 미만, 시행 술기(시술·수술) 추가에 따라 인상 가능.”

 

 

<전문의 자격시험 566명 응시… 작년의 20% 수준 - 14일 서울 노원구 삼육대학교에서 의사 전문의 자격 시험 응시자들이 시험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번 시험엔 전년도 응시자(2782명)의 5분의 1 수준인 566명이 지원했다.>

 


최근 의사 전용 인터넷 구인 공고 사이트에 올라온 ‘피부·미용’ 분야 의사 채용 공고문이다. 
평일 오전 10시~오후 8시, 토요일 오전 10시~오후 4시 근무하는 조건이다. 
의사들 사이에선 “아무리 일반의라지만, 의사 월급이 월 300만원이 안 된다니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또 다른 피부·미용·비만 클리닉도 연봉 3000만~4000만원(세전)을 제시하며 의사를 구하고 있다. 
역시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 토요일 오전 8시~오후 1시 30분 ‘풀타임’ 근무 조건이다. 
최근 한 병원은 가정의학과·신경과·정신건강의학과 사직 전공의를 구한다는 공고를 하며 세후 월급 300만~350만원을 내걸었다. 연봉 3600만~4200만원 수준이다.

 

 

<지난 7일 서울시내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의정 갈등 이후 이탈 전공의가 개원가에 쏟아지면서 일반의 급여 수준이 폭락하고 있다. 
일반의는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해 의사 면허를 땄으나, 4~5년의 전공의 과정을 마치지 않아 전문의 자격은 없다. 반면 필수 의료 분야의 전문의 몸값은 크게 올랐다. 
대전의 한 대학병원은 연봉 4억5000만원을 내걸고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모집 중이다.


의정 갈등 이전인 지난해 초만 해도 피부·미용 분야 의사는 주 5일 근무에 월 1000만~1500만원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의대를 갓 졸업하고, 전공의 수련을 받지 않은 일반의들도 이 같은 조건에서 일했다. 
세부 전공 분야나 경력이 없어도, 월 1000만원 이상을 받고, 도시에서 일하는 의사라는 뜻에서 ‘무천도사(無千都師)’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런데 불과 1년 만에 처우가 급전직하했다. 
박근태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의사가 취업 시장에 한꺼번에 많이 쏟아져 나오니 급여가 하락한 것 같다”고 했다. 
의정 갈등으로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이 ‘취업 전선’에 뛰어든 것은 정부가 협상 카드로 사직을 허용한 지난해 6월 이후다. 
당시에는 취업을 하지 않고 관망하던 전공의들도 탄핵 국면 등으로 의정 갈등의 출구가 보이지 않자 생각을 바꿔 최근 구직 시장에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의정 갈등 전 국내에서는 매년 3000명 가까운 신규 전문의가 배출됐다. 
그런데 지난해 의정 갈등이 발생하자 전문의 코스를 포기하고 수련 병원을 떠난 전공의(인턴 및 레지던트)는 1만2000여 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4600여 명은 일반의로 의료 현장에 근무하고 있는데, 상당수가 의원급 의료 기관에 취직했다. 이들의 영향으로 일반의가 급증한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전국 의원에서 근무 중인 일반의는 의정 갈등 전인 2023년 4분기 4073명에서 지난해 4분기 7170명으로 76% 증가했다. 
특히 서울·경기만 놓고 보면 2083명에서 3916명으로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수도권에 집중된 피부과 의원 등에 취직하려는 의사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급여가 크게 떨어진 동시에, 근무 조건도 깐깐해졌다. 
의사 채용 시장 역시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개원의는 “지난해 여름에도 전공의들이 취업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급여가 이전에 비해 200만~300만원 정도 줄었는데, 올 들어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전보다 나빠진 조건에도 인기 과에선 취업 문의가 쏟아진다”고 했다.

 

 




주로 보톡스·제모를 맡는 등 업무 강도가 세지 않고, 사고 위험도 거의 없는 피부·미용 계통은 구직 경쟁이 더욱 치열했다. 
그러자 급여 낙폭도 더 커졌다. 한 피부과 의사는 “피부·미용 분야도 레이저 시술 등을 배우려면 몇 달 정도 걸린다”며 “적은 돈을 내걸어도 ‘일을 배우겠다’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임상 경험이 부족하고, 채용을 하더라도 병의원 내에서 사실상 ‘수련’을 시켜야 하는 경우도 있어 급여를 낮게 책정한다는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개원가 취업 시장이 저연차 전공의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서울의 한 개원의는 “지난해에는 고연차 전공의 상당수가 일반의로 의료 현장에 복귀했는데, 올 들어서는 저연차들이 본격 구직에 나서면서 그에 맞춰 임금 수준도 더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올해도 전문의 시험 응시자가 예년의 20% 수준인 566명에 그치는 등 일반의 구직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필수 의료 분야의 전문의 몸값은 치솟고 있다. 
대구의 한 대학병원은 연봉 3억5000만원 조건에 마취 전담 의사를 구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서울의 한 대학 병원 혈액종양내과에서 당직 전담 의사를 구하며 당직 1회당 세전 220만원을 제시한 경우도 있었다.(250215)


 

 

 

2013년까지만 해도 한국은 빚쟁이 국가였다. 한국인이 외국에 보유한 자산보다 외국인이 국내에 깔아둔 돈이 더 많았다. 
2014년을 기점으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베트남에 공장을 짓는 등 기업들이 직접 투자를 늘렸고, 국민연금은 해외 주식, 채권, 부동산 등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개인 투자자들도 고수익을 노리고 해외 투자에 눈을 돌렸다. 물건 팔아 돈을 벌던 국가가, 자본을 해외에 풀어 돈을 버는 국가로 진화한 것이다.

 

 




지난해 한국은 순대외금융자산이 1조달러를 넘는 국가가 됐다. 
외환 위기의 방파제 역할을 하는 외환보유액을 4156억달러 정도 보유한 한국 입장에서 1조1023억달러의 순자산을 해외에 갖고 있다는 것은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집계한 국가별 순대외금융자산 순위에서 한국은 2012년 133위에 그쳤지만, 2021년에는 10위권으로 수직 상승했고, 작년엔 7위 규모로 집계됐다.


한국의 순대외금융자산이 1조달러를 돌파한 데는 서학 개미(해외 주식 투자자)의 약진이 큰 역할을 했다.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1년 76억달러(약 11조원)에 불과했던 서학 개미의 해외 주식·채권 보관액은 지난해 1587억달러로 20배로 급증했다.

 

 




전년과 비교해서도 50% 넘게 급증하는 등 해외 투자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지난해 S&P500이 23%, 나스닥은 29% 오르면서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 개미들이 투자 심리에 기름을 부었다. 
일본과 유럽 주식 시장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일학 개미(일본 주식 투자자)와 유럽 개미(유럽 주식 투자자)들도 증가했다.


엔비디아·테슬라 등 해외 주식에 거부감이 적은 젊은 층이 서학 개미의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엔비디아 주가가 171%, 테슬라가 63% 상승하며 이 주식들을 추종하는 투자자들을 ‘엔덕후(엔비디아 팬)’, 테슬림(테슬라는 종교)’으로 부르는 유행어도 생겼다. 
미국 주식으로 큰 수익을 올리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포모(FOMO·나만 소외된다는 두려움)를 느끼며 해외 주식에 뛰어든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회사원 이모(32)씨는 “미국 주식에 투자한 친구가 엔비디아로 큰돈을 벌면서 나도 투자하게 됐다”며 “글로벌 기술 흐름을 선도하는 미국 IT(정보기술) 산업이 망할 리는 없다고 생각하며 투자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증권사들도 서학 개미 잡기에 나서고 있다. 
작년 삼성증권·메리츠증권 등 증권사들은 장·단기적으로 해외 주식 수수료 무료 서비스를 내놓았다. 
삼성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들도 Kodex 미국서학개미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상품을 출시했다.

 

 




국민들의 노후 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의 해외 주식·채권 투자 규모도 급증했다. 
2019년 197조원에서 지난해 3분기까지 480조5000억원으로 144% 증가했다. 
해외 주식의 직접 운용 금액도 2019년 64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189조7000억원로 늘었다. 
국민연금은 현재 약 50%인 해외 투자 비율을 2028년까지 60%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개인과 국민연금 같은 기관 투자자가 해외에 깔아놓은 금융 자산은 무역수지가 악화됐을 때도 주기적인 이자·배당으로 경제 버팀목 역할을 한다.


일본이 그랬다. 일본의 지난해 무역수지 적자 폭은 3조8990억엔(약 37조원)이다. 
그러나 해외 이자·배당까지 감안한 경상수지는 29조6215억엔(약 280조원) 흑자다. 
과거처럼 일본이 무역에서 많은 돈을 벌지 못하지만, 해외 자산에서 벌어들이는 돈을 뜻하는 소득수지가 40조엔(약 380조원) 흑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3조달러가 넘는 일본 순대외금융자산의 힘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11월 한국이 해외 투자로 벌어들인 돈이 266억달러에 달했다. 
수출로 벌어들인 상품수지 흑자(1000억달러)만큼의 효자는 아직 아니지만, 고질적인 서비스수지 적자(237억달러)를 충분히 메울 정도는 됐다.


하지만 순대외금융자산 증가가 경제에 항상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돈이 빠져나가 미국 등 해외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간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달러로 바꿔 해외에 투자하는 돈이 늘면 원화 환율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국내 주식시장에도 부담이다. 
지난해 외국인 국내 주식 투자액은 1143억달러 줄었고, 이 또한 순대외금융자산이 증가하게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해외 투자 급증은 국내 기업을 육성할 수 있는 모험 자본이 외국으로 과도하게 빠져나간다는 의미도 된다”고 했다.(250228)



☞순대외금융자산

국내 거주자의 해외 주식, 채권 등 투자액인 대외금융자산에서 외국인의 국내 주식, 채권 투자액을 뜻하는 대외금융부채를 뺀 값이다. 
순대외금융자산이 크다는 것은 한국인이 해외에 투자한 금융자산이 외국인이 한국에서 사들인 금융자산보다 많다는 뜻이다.


 

 

 

우리가 먹는 마른김의 원료인 물김이 버려지고 있다. 
13일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지난달 전남, 전북, 경인, 충남, 부산의 산지위판장에서 폐기된 물김은 5989t으로 집계됐다. 
마른김 가격은 장당 145원에 달하며 평년보다 55.5% 비싼데, 원료인 물김은 폐기되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김 수출액이 역대 최고치를 찍는 등 김값이 ‘금값’이 되면서 ‘김이 돈이 된다’고 생각한 어민들이 앞다퉈 물김 양식에 뛰어들어 벌어진 일이다. 
이번 김값 촌극을 통해 우리나라 1차 산업의 민낯이 또다시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남 신안 앞바다에 있는 김 양식장에서 한 어민이 김을 채취하는 모습. 

최근 1~2년 사이 K푸드 인기로 해외에서도 조미김 수요가 계속 늘자 국내 어민들은 앞다퉈 물김 양식에 나섰고, 이에 물김 가격은 최근 크게 폭락했다. 

반면 마른김 가공 설비는 그만큼 빠르게 늘지 않아 마른김과 조미김 가격은 계속 높은 상태다.>

 


그동안 농어업계에선 이른바 ‘뜨는 아이템’이 있으면 우르르 몰려가 생산량을 늘리고, 이로 인해 곧 가격 폭락이 이어지는 일들이 반복돼 왔다. 
전문가들은 농어민들을 탓하는 걸 넘어 정책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금처럼 주먹구구식 수요 예측과 뒷북 대응을 해결하지 않으면 반복되는 과잉 생산, 가격 폭락의 사슬을 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김은 ‘검은 반도체’라 불리며 지난해 수출 9억9700만달러(약 1조3000억원)로 역대 최대 기록을 썼다. 
미국, 유럽에서도 김을 ‘건강한 간식’으로 즐기면서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는 김 산업을 키우겠다며 김 양식장을 축구장 3800개 규모에 달하는 2700㏊(헥타르)만큼 늘렸다. 
해수부 관계자는 “당초 지방자치단체에선 2만㏊를 늘려달라고 했지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예측에 기반해 2700㏊만 늘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월 수온이 예상보다 따뜻해서 김이 더 빨리 자랐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수요 예측의 실패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김 유통업체 관계자는 “기후와 수요 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게 어렵다는 걸 안다”면서도 “김 산업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좀 더 세밀하게 정책을 짰다면 지금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수부와 해경, 지자체 등은 이달 들어서야 뒤늦게 불법 시설 특별 단속과 철거에 나섰다. 
김은 면허를 받은 구역에서만 키울 수 있는데, 김이 돈이 된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무면허 김 양식에 나서자 단속에 나섰다는 것이다. 
물김 생산량이 급증해 이미 가격이 급락했는데 뒷북 대응을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수요 예측 실패와 뒷북 대응 등으로 물김 가격은 급락했는데 마른김은 되레 값이 오르는 이상 가격 현상이 나타났다. 
통상 원료 공급이 늘면 완성품 가격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김은 그 공식이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마른김 업체들은 김 수요가 는다고 가공 설비를 빠르게 확대할 여력이 없는 게 사실”이라며 “급증한 물김 수확량이 마른김으로 이어지지 않으니 폐기되면서 가격 불균형이 나타난 것”이라고 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수급 불균형이 나타났을 뿐 소비자 가격도 곧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김값 촌극은 몇 년 사이 ‘귀한 과일’에서 지위가 확 바뀐 샤인머스캣을 연상시킨다. 
샤인머스캣은 최근 5년 사이 재배 면적이 2배 이상으로 늘며 가격이 40% 가까이 떨어졌다. 
공급 과잉과 조기 출하로 품질도 떨어졌다는 평가를 듣는다. 
농협과 생산자협회, 지자체에선 농민 피해가 커지자 뒤늦게 조기 출하를 단속하고 새로운 수출길 확보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1차 산업에서 반복되는 쏠림 현상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좀 더 정밀한 관측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해마다 예상 재배 면적과 생산량을 사전에 정확히 예측하고 그에 따라 가격이 어떻게 바뀌게 될 것인지 구체적인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정빈 서울대 농업·자원경제학 교수는 “돈을 더 벌기 위해 뛰어든 농어민을 탓할 순 없다”며 “정부가 고도화된 가격 관측 정보를 공개해 생산량을 적극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250214)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사업지만 남기고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를 대거 해제했다.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과 송파구 잠실이 약 5년 만에 규제 지역에서 풀렸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침체해 규제 필요성이 줄어든 데다 주민의 재산권 행사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지적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선 규제가 풀리면서 갭투자 수요 등이 몰려 강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값이 다시 들썩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는 12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삼성동 코엑스 주변과 잠실 종합운동장을 잇는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 네 동(잠실·삼성·대치·청담동) 아파트 305곳 중 291곳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13일 해제한다고 밝혔다. 2020년 6월 규제 지역으로 묶은 지 4년 8개월 만이다. 
토지거래허가제는 투기가 우려되는 지역에서 일정 규모 이상 집이나 땅을 거래할 때 관할 기초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규제다. 
주택은 2년간 실거주 목적 매매만 허용하며, 전세를 끼고 집을 매수하는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가 불가능하다. 
현재 서울시 전체 면적(605.24㎢)의 10.8%에 해당하는 65.25㎢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서울시는 “부동산 거래량 감소 등 경제 상황을 고려해 ‘핀셋 규제’로 전환하고 재건축 사안이 없는 지역은 토허제를 해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잠실과 삼성·대치·청담동에서 안전 진단을 통과한 재건축 아파트 단지 14곳은 투기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있어 현행대로 규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허가구역으로 남는 아파트는 강남구 대치동 개포우성1·2차, 선경, 미도, 쌍용 1·2차, 은마아파트, 삼성동 진흥아파트, 청담동 현대1차아파트,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우성 1·2·3·4차,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등이다.


서울시는 또 강남구 압구정동, 양천구 목동, 영등포구 여의도, 성동구 성수동 등 주요 재건축·재개발 구역과 투기과열지구(강남·서초·송파·용산구) 내 신속 통합 기획 대상지, 공공 재개발 34곳에 지정된 토지거래허가구역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지난 2020년 6월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등 일대 개발로 인한 투기를 막기 위해 잠실·삼성·대치·청담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GBC를 비롯한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이 늦어지자 해당 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토허제로 인해 재산권이 침해된다는 불만이 컸다. 
같은 강남권에서도 토허제 적용을 받지 않는 서초구 반포 일대 집값이 폭등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서울 아파트 시장이 최근 하향 안정화한 것도 토허제 해제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전문가들은 토허제 해제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주택 공급이 부족한 강남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달 오세훈 서울시장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한 뒤 잠실동과 대치동 일대 아파트의 호가(呼價)가 뛰고, 거래가 늘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규제가 풀린 지역에서 갭투자가 가능해져 거래량이 늘고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했다.(250213)


☞토지거래허가구역

투기를 막고자 국토교통부 장관이나 시·도지사가 거래를 규제한다고 지정한 구역. 
이 구역에선 일정 규모 이상 토지를 거래할 때 시·군·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택의 경우 2년 동안 실거주 의무가 있어 매매와 임대가 제한된다.

 

 

 

국내에서 수제 맥주에 이어 수제 소주, 수제 위스키 시장이 대폭 커진다. 
정부가 소주와 위스키 같은 증류주도 작은 양조장에서 빚을 수 있게 허가했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맥주나 막걸리, 과실주 등 발효주에 대해서만 소규모 주류 면허를 허용했다.


정부는 12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증류식 소주와 위스키 등 증류주까지 소규모 주류 제조 면허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주류 업계는 정부의 새 정책으로 다양한 소주와 위스키가 출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편의점, 마트 등에서 쉽게 접하게 된 수제 맥주처럼 독특한 소주, 위스키가 주류 시장에 등장할 여건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정부에 따르면, 국내 주류 산업 시장 규모(2023년 기준)는 10조원 정도다. 
이 중 증류식 소주의 출고액은 전체의 1%대인 1330억원에 불과하다. 
흔히 접할 수 있는 희석식 소주의 출고액은 3조9938억원에 달한다. 줄곧 그랬던 건 아니다. 
1965년 쌀로 술을 빚지 못하게 하는 양곡관리법을 시행하면서 증류식 소주는 주정에 물을 섞어 만드는 희석식 소주에 대세를 넘겨줬다.

 

 



기존에는 증류식 소주와 위스키는 소규모 제조 면허 자체가 발급이 안 됐다. 
소주와 위스키를 빚는 양조장에서 일반 주류 제조 면허를 발급받으려면 한 번에 생산할 수 있는 양을 뜻하는 담금조 용량이 5000L(리터) 이상이어야 했다. 
정부는 앞으로 담금조 용량이 1000L 이상 5000L 미만이어도 면허를 발급해 주겠다는 계획이다. 
대규모 설비를 갖춘 대형 업체가 아니더라도 증류식 소주와 위스키를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쉽게 말해 동네 소주, 위스키가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 업계에서는 수제 맥주 붐이 일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수제 소주, 수제 위스키가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혀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02년 정부가 소규모 맥주 제조 면허를 도입하면서 국내에 수제 맥주 시장이 열렸다. 
현재 편의점 CU에서는 200여 종의 맥주를 판매하고 있는데, 그중 소규모 양조장에서 만든 수제 맥주가 49종에 달한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소주, 위스키의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고 곧장 붐이 일긴 어렵겠지만, 맛과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은 마케팅이 더해지면 이전보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쉬워질 것으로 본다”며 “새로운 제품을 찾는 편의점, 대형 마트는 물론 소비자들도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전통주 시장 확대도 추진한다. 
세제 혜택을 받는 전통주 양조장 범위를 연간 500kL(킬로리터) 이하로 생산하는 양조장에서 1000kL 이하로 생산하는 양조장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생산량 200kL 이하에 대해 주세의 50%를 경감해주던 것에서 200~400kL에 대해 추가로 30% 경감해주기로 했다.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지역 특산주 규정도 완화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핵심 원료 3개를 모두 지역에서 공급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는데, 지역에서 공수한 원료가 일정 비율 이상이면 지역 특산주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예컨대 예전에는 ‘장미 막걸리’를 빚을 때 쌀, 누룩, 장미 등 핵심 원료 3개를 모두 지역에서 공급받아야 했다면, 이제는 지역 쌀을 95% 이상 사용하면 장미는 다른 지역에서 공수한 것을 써도 지역 특산주로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전통주 산업을 고품질 명주(名酒) 산업으로 육성할 것”이라며 “국내 판로 확대는 물론 해외 시장 개척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250213)


☞소규모 주류 제조 면허

생산 설비 규모가 작은 양조장에 발급하는 면허. 
일반 주류 제조 면허는 한 번에 생산할 수 있는 술의 양을 뜻하는 담금조 용량이 5000L(리터) 이상이어야 발급받을 수 있다. 
소규모 주류 제조 면허는 소규모 양조장의 시장 진입을 지원하기 위해 면허 발급 기준을 낮춘 게 특징이다. 
막걸리, 맥주 등 발효주에 더해 이번에 증류식 소주·위스키 등 증류주도 소규모 주류 제조 면허 대상에 포함됐다.

 

 

 

한양대 20학번 박서영(24)씨는 이달 말 졸업을 앞두고 있다. 
졸업 앨범을 사는 대신 개인 사진작가를 고용해 캠퍼스에서 스냅 사진을 찍었다. 
코로나 확산기에 입학한 박씨는 “신입생 엠티도 안 갔는데, 공장에서 똑같이 찍어내는 졸업 앨범을 사고 싶지 않았다”며 “학사모를 쓰고 찍는 개인 사진만으로도 대학 생활 추억은 충분히 남길 수 있다”고 했다. 
헤어·메이크업을 모두 포함, 30만원대에 캠퍼스 명소 5~6곳에서 500장 정도 사진을 찍었다. 
박씨는 “천편일률적인 자세와 표정을 강요하는 졸업 앨범보다 훨씬 낫다”고 했다.


전국 대학이 이달 말 졸업식을 앞두고 있다. 
‘코로나 학번 졸업생’들 사이에서 졸업 앨범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 
과거 대학생들이 ‘그래도 대학 졸업 앨범이니까’ 하는 마음에 구매했다면 20학번 졸업생들은 “어차피 코로나로 ‘신입생 소속감’도 못 느꼈는데, 잘 알지도 못하는 동문 사진이 실린 무거운 앨범은 필요 없다”고 말하고 있다.


졸업 앨범 가격은 5만~7만원대. 개인 사진 촬영은 최소 10만원대다. 
하지만 졸업생들은 이런 비용을 지불하고라도 ‘나만의 졸업 사진’을 가지고 싶어 한다. 
캠퍼스 명소 등 원하는 배경에서 마음에 들 때까지 보정도 가능하다. 
한 사립대 졸업생 김모(26)씨도 “캠퍼스 도서관 앞에서 청춘 영화 스타일로 사진이 나와서 마음에 든다”고 했다.


‘개인 스냅 졸업 사진 업체’는 코로나 확산으로 졸업 앨범 촬영이 줄취소되던 4~5년 전부터 시장에 본격적으로 등장, 코로나 확산 이전에 비해 2~3배가량 늘어났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졸업 앨범 취소로 사진작가들이 대체 수요를 개척했다”고 했다. 
개인 졸업 사진 촬영이 늘면서 졸업 앨범 판매량도 감소하고 있다. 
서울의 A 사립대에선 2019년 1100부 판매된 졸업 앨범이 올해는 500부가량으로 반 토막이 났다. 
같은 기간 B 사립대의 졸업 앨범 판매량도 862부에서 230부로 감소했다.


20년째 졸업 앨범 제작자로 일하는 이모(44)씨는 “체감하기로는 코로나 이전보다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며 “코로나 때는 확진자가 발생해 촬영이 취소되는 일이 문제였지만, 지금은 학생들의 소속감이나 동문 간 유대감이 줄어 앨범 구매가 줄었다”고 했다. 
결국 ‘코로나 효과’가 도미노처럼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250211)


 

 

 

지난 10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김하늘(8)양을 살해한 40대 교사 A씨는 우울증 등을 이유로 이미 4차례에 걸쳐 200일가량 병가와 휴직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이 학교의 정규직 교사다.


자살까지 고민했을 정도로 증세가 심했던 그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 주변 교사들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사실상 정상적인 교육 활동이 불가능한 교사였는데도 범행을 저지를 때까지 아무도 이를 막지 못한 것이다.

 

 

<숨진 김하늘(8)양과 같은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11일 김양을 추모하며 학교 담벼락에 하얀 꽃을 가져다 놓고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2018년부터 우울증을 앓던 A씨는 2021년 10월과 2023년 3월, 작년 10월 병가를 썼다. 
우울증 등을 이유로 두 달가량씩 병가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작년 12월 9일부터는 우울증을 이유로 6개월간 질병 휴직을 냈다. 
교직원은 1년에 두 달까지만 병가를 낼 수 있기 때문에 휴직을 쓴 것으로 보인다.


그러던 A씨는 작년 12월 30일 돌연 복직했다. 동료 교사들은 “갑자기 돌아와 의아했다”고 전했다.


지난 4일 개학 날부터 현장에 돌아온 A씨는 곧바로 이상 행동을 보였다. 
지난 5일 “교육청 업무 포털 접속이 느리다”며 이용하던 학교 컴퓨터를 부수어 망가뜨렸다. 
6일에는 동료 교사가 “함께 퇴근할까요” “말씀 좀 나눌까요”라고 하자 갑자기 팔로 동료 교사의 목을 조르는 등 폭행했다. 
당시 A씨는 동료 교사에게 “내가 왜 이렇게 불행해야 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초등학생 피살 사건’이 발생한 대전 서구의 초등학교 앞. 11일 학생들이 꽃과 인형을 내려놓으며 숨진 김하늘양을 추모하고 있다.>

 


3년 전 A씨와 함께 근무했던 한 초등학교 교사는 “A씨가 회의 때 싸우듯 소리치거나 복도에 서 있는 교사들을 몸으로 치고 지나가는 등 종종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주변에 가까운 교사도 없었다”고 말했다.


우울증을 앓던 A씨가 학교 현장에서 잇따라 폭력적인 행동을 했는데도 학교 측은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대신 A씨에게 구두 경고를 하고 대전시교육청에 상황을 신고했다고 한다. 
대전시교육청은 10일 오전 장학사를 파견해 사건 조사를 진행했다. 
A씨에 대한 대면 조사는 진행하지 않았다. 
A씨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교장, 교감 등을 대상으로 1시간가량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청은 학교 측에 A씨를 학생들과 분리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이 조치는 곧바로 이행되지 않았다. 
A씨는 이날 오후 1시쯤 학교 인근 마트에서 길이 28㎝ 흉기를 구입했다. 
그리고 오후 4시 30분쯤 돌봄 수업을 마치고 혼자 나오는 김양을 근처 시청각실로 유인해 범행을 저질렀다. “책을 준다”며 김양을 유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계에서는 “범행을 막을 기회가 적어도 세 번은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A씨는 6개월간 질병 휴직을 냈다가 한 달도 안 돼 돌연 복직했는데 학교는 그의 건강 상태를 면밀히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예규와 규정에 따라 의사 소견서만 받고 복직을 허가했다고 한다. 
김동욱 대한정신건강의학과 의사회장은 “A씨가 오랫동안 정신 질환을 앓았던 만큼 심층 면접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판단했어야 한다”고 했다.


A씨는 지난 5~6일 잇따라 폭력적인 행동을 했지만 계속 출근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를 바로 교육청 ‘질환교원심의위원회’에 회부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도 교육청은 A씨처럼 심각한 질환을 앓는 교사를 학교 현장에서 배제하기 위해 질환교원심의위원회를 두고 있다. 
문제가 확인되면 교육감이 직권으로 휴직 처분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학교와 교육청 모두 이러한 조치를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 교육계 인사는 “제도를 만들어 놓고 ‘교권 침해’ 등을 들며 제대로 활용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했다. 
실제 대전시교육청 질환교원심의위원회는 2021년부터 한 차례도 열린 적이 없다고 한다.


김양은 돌봄 수업을 마치고 혼자 교실을 나섰다가 A씨 범행의 표적이 됐다. 
누군가 김양 곁에 있었다면 범행을 막을 수도 있었지만 현재 실효성 있는 규정은 없다. 
지난해 교육부가 발표한 ‘늘봄학교 운영 가이드라인’에는 ‘학생이 귀가할 때 보호자나 보호자가 지정하는 대리자가 동행한다’는 내용만 있다.(250212)


 

 

 

지난해 불닭볶음면을 1조원 넘게 수출한 삼양식품은 20%에 육박하는 영업 이익률을 기록했다. 
영업 이익률은 매출에서 영업 이익의 비율로, 기업이 장사를 얼마나 잘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삼양식품의 매출에서 수출의 비율은 77%에 달했다. 
라면은 국내에서 인구가 줄고,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기피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데 삼양식품은 수출에 총력을 기울이며 작년 삼성전자(10.9%)보다 영업 이익률이 높았던 것이다.

 

 




10년 전인 2015년 삼양식품의 영업 이익률은 2.4%에 그쳤다. 하지만 2017년 불닭볶음면 수출액이 내수를 넘어서면서 수익성이 몰라보게 개선됐다. 
이 회사의 영업 이익률은 2018년 11.8%를 기록한 데 이어 작년에는 약 20%로 치솟았다.


원재료비와 인건비 비율이 커서 대표적인 저마진 산업으로 꼽히는 식품 산업의 수익 구조가 달라지고 있다. 
인구 감소, 내수 시장 불황 장기화를 피부로 느끼는 국내 식품 업계에서는 “영업 이익률 5%만 나와도 잘하는 회사”라는 말이 통용됐는데, 삼양식품·오리온·빙그레 등이 이를 깨고 있는 것이다. 
‘마의 영업 이익률 5%’를 깬 식품 기업들은 해외시장을 공략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마의 5% 영업 이익률을 깨고 있는 건 삼양식품뿐 아니다. 빙그레도 바나나맛 우유와 아이스크림 메로나 등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하며 재미를 보고 있다. 
2016년 469억원이었던 빙그레의 해외 매출액은 2022년 1000억원을 돌파(1042억원)했다. 
북미와 필리핀, 베트남 등에서 인기를 끌던 메로나는 2023년부터 네덜란드,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으로 수출국을 확대했다. 
작년 메로나 유럽 지역 매출액은 2023년 매출액의 3배를 뛰어넘었다. 
2021년 2.29%에 그쳤던 빙그레의 영업 이익률은 2023년 8.05%로 치솟았다. 
증권가에서는 작년 빙그레의 영업 이익률이 8.71%로 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찌감치 중국·베트남·러시아·미국 등에서 해외 사업을 펼치고 있는 오리온은 식품 업계에서 높은 영업 이익률로 잘 알려진 회사다. 
오리온은 2018년 이후 한 해도 빠지지 않고 10% 중반대 영업 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작년 3분기 기준 오리온의 해외 매출 비율은 64%에 달한다. 
오리온은 해외 법인의 영업 이익률을 별도로 집계하는데, 중국·베트남·러시아 법인의 2022년, 2023년 영업 이익률은 모두 한국보다 높았다.

 

 




식품 기업 입장에서 한국과 해외시장이 얼마나 차이가 난다고 볼까. 
국내 사업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한 식품 기업 관계자는 “정책 당국의 가격 통제와 소비자의 저항으로 가격을 올리는 건 엄두를 내기 어렵다”며 “먹는 사람도 줄어드는데 가격도 올리지 못하니 점유율을 높이려면 1+1 행사와 같은 출혈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식품 업체들은 원재료, 인건비 등은 치솟는데 제품 가격은 물가 상승률만큼도 올리기 어려워 영업 이익률을 높이는 건 어려운 구조라고 주장한다.


식품 업계는 인기 제품을 보유한 기업일 경우 해외에서 충분히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본다. 
실제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국내 이마트몰에서 5봉에 5100원에 판매되는데 미국 아마존에서는 7.29달러(약 1만1000원)에서 9달러(약 1만3000원)에 판매된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은 소비자가 판단할 문제라고 보는 해외에서는 인기 있는 제품의 경우 높은 마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시장 공략에 성공한 한 기업 관계자는 “수출할 때는 물류비가 들어가고, 해외에 법인을 세울 경우 큰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지만, 그 비용을 상쇄하고도 이득이 남는 게 해외시장”이라고 말했다.


국내 사업의 미래가 어둡다고 보는 식품 기업들은 저마다 해외 진출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복수의 식품 업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차별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다들 삼양식품·오리온·빙그레처럼 해외를 공략하고 싶지만 해외 사업이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에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250210)


 

 

 

직장인 김모(43)씨는 신용카드 6장을 갖고 있다. 그런데 김씨가 실제 쓰는 카드는 2장이다. 나머지 4장은 마지막으로 쓴 지 일 년이 훌쩍 넘고, 어디 뒀는지도 모른다. 
김씨는 “일단 연회비를 안 내도 되고, 일 년 이상 내가 쓰지 않은 카드라 누군가 가져가도 이용할 수 없다 보니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10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우리나라 카드사 8곳과 은행 11곳이 발행한 신용카드 중 휴면 카드는 1941만장에 이른다. 
휴면 카드는 소비자가 사용한 지 1년 넘은 카드를 가리킨다. 
휴면 카드는 2021년만 해도 1299만장이었는데, 매년 200만장 가까이 늘고 있다. 
전체 신용카드(휴면 카드 포함)가 매년 600만장 정도 느는 점을 고려하면, 신규 신용카드 세 장당 휴면 카드가 한 장씩 늘어나는 셈이다.

 

 




휴면 카드는 카드사나 소비자 모두에게 손해다. 
카드사는 초기 상품 개발비를 포함해 마케팅·발급·배송 등에 드는 이른바 ‘매몰 비용’이 증가한다. 
카드 업계에 따르면, 신용카드 1장을 발행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데까지 드는 비용은 평균 1만원~1만5000원 정도다. 
매년 휴면 카드가 200만장씩 늘어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카드사들은 연간 휴면 카드 발급에 200억~300억원 정도를 더 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카드사가 부담한 카드 발급 비용은 2021년 2777억원에서 2023년 3193억원으로 400억원 넘게 늘었다.


카드사들은 휴면 카드로 생기는 비용을 주로 고객에게 걷는 연회비를 올려 충당한다. 
10년 전만 해도 흔했던 연회비 2000~5000원짜리 카드들은 하나둘씩 자취를 감췄고, 현재 대부분 연회비가 1만원을 넘는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연회비를 올리면 쉽게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 보니 굳이 공을 들여 휴면 카드를 없앨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실제 카드사들의 연회비 수익은 매년 1000억원씩 증가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2021년 1조1347억원이던 전체 신용카드사 연회비 수익은 2022년 1조2259억원, 2023년 1조3312억원으로 늘었다.

 

 




휴면 카드가 많으면 개인의 신용 평가가 낮아져 카드당 이용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에게 손해다. 

카드사들은 카드를 세 장 이상 소지한 회원에 대한 이용 금액, 연체 금액, 이용 한도 등 카드 발급 관련 정보를 한국신용정보원에서 받는다. 
이를 회원의 신용 평가에 활용하고 있다. 카드 수가 많은 경우 카드당 이용 한도가 낮게 책정될 수 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여러 장의 휴면 카드를 그대로 놔두면 신용 평가가 낮아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휴면 카드가 늘어나는 것은 카드사 간 치열한 외형 경쟁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카드사들은 포화 상태인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쿠팡, 이마트, 올리브영 같은 특정 업체와 제휴해 발행하는 ‘상업자 전용 신용카드(PLCC)’를 내놓고 있다. 
또 공격적인 현금 마케팅 등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른바 ‘체리피커 소비자(실속만 챙기는 소비자)’들이 필요한 혜택만 잠깐 쓰고 버리다 보니 휴면 카드가 대거 양산되고 있다.


휴면 카드를 자동 해지할 수 없도록 한 정부 정책도 휴면 카드 증가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엔 휴면 카드로 분류되면 고객이 한 달 동안 계약 유지 의사를 통보하지 않으면 이용 정지됐고, 이후 9개월이 지나면 자동으로 계약이 해지됐다. 
하지만 나중에 휴면 카드를 다시 쓰려면 재발급 등 불편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정부는 휴면 카드라도 통상 5년인 유효 기간까지는 카드가 살아있도록 법을 바꿨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평소에는 연회비를 내지 않다가 필요하면 연회비를 내고 다시 살려서 쓰면 되는데 굳이 휴면 카드를 해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작년 9월부터 ‘내 카드 한눈에’ 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휴면 카드를 한 번에 조회하고 해지하거나 되살릴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지만 매달 이를 통해 휴면 카드를 해지하거나 되살리는 사용자는 1500여 명에 불과하다.(250211)



 

 

 

지난해 국내 전력 거래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율이 15년 만에 가장 높은 32.5%를 나타냈다. 
우리 국민이 100의 전기를 썼다면 그중 32.5가 원전이 만든 전기였다는 의미다. 
신한울 2호기가 본격 상업 운전에 들어가며 탈(脫)탈원전이 본격화했고 극심한 무더위로 전력 수요가 역대 최고를 기록해 원전 의존도가 어느 때보다 높았던 영향으로 보인다. 
원전은 2007년부터 17년간 전력 거래량 1위를 차지했던 석탄도 18년 만에 제쳤다. 
탈석탄 흐름에 따라 석탄 발전은 2021년 이후 꾸준히 축소되고 있다.

 

 

<울산광역시 울주군에 위치한 새울 원전 1·2호기>

 


9일 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원전 전력 거래량은 17만8749GWh(기가와트시)로, 전체 전력 거래(54만9387GWh)의 32.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LNG(29.8%), 석탄(29.4%), 신재생(6.9%)이 그 뒤를 이었다. 
원전 비율은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 정책으로 2018년에는 23.7%까지 줄었지만, 이후 계속 회복세를 보이며 2009년(34.8%) 이후 최고 수준까지 돌아왔다. 
전력 거래량은 한전이 발전 자회사와 민간 발전 업체 등에서 사들이는 전력량을 말한다.


원전이 석탄을 제치고 ‘1위 발전원’이 된 것은 18년 만이다. 
우리나라는 2007년부터 2023년까지 전력의 가장 많은 부분인 40% 안팎을 석탄에 의존해왔다. 
당시 석탄의 가격 경쟁력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2011년 후쿠시마 사고를 겪으며 원전 가동률이 다소 줄면서 석탄의 비율은 45%를 웃돌기까지 했다. 
그러나 최근 탈탄소 흐름이 강해지며 석탄의 비율은 2017년(44%)을 기점으로 계속 줄었고, 지난해에는 30% 선까지 무너졌다. 
줄어든 석탄의 빈자리는 원전과 LNG가 채웠다. 2010년대 20% 초반에 머무르던 LNG 비율도 지난해 약 30%까지 높아졌다.


원전의 비율이 15년 만에 최고를 기록한 데는 원전 가동률이 높아진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목표보다 5년 넘게 가동이 늦어진 신한울 2호기가 지난해 4월 본격 상업 운전을 시작하면서, 원전의 발전 능력 대비 실제 발전량을 가리키는 ‘원전 이용률’도 9년 만에 가장 높은 83.8%를 나타냈다.


정동욱 중앙대 교수는 “원전은 24시간 전원 공급이 가능한 무탄소 발전원인 만큼 앞으로 폭증하는 인공지능(AI) 수요에 대응하려면 발전량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250210)


 

 

 

올해 서울대 정시 모집 합격자 5명 중 1명은 수능을 세 번 이상 친 장수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Z세대(1990년대 후반~2000년대 출생)가 ‘대학 간판’을 높이려 입시에 재도전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6일 서울대가 발표한 ’2025학년도 서울대 정시 모집 선발 결과’에 따르면, 전체 합격자 1570명 가운데 삼수 이상 합격자가 330명(21%)으로 최근 10년 사이 가장 많았다. 
고3 재학생 합격자는 633명(40.3%), 재수생 합격자는 571명(36.4%)이었다.

 

 

<서울대 정문.>

 


삼수 이상 합격자 비율은 2016학년도 89명(9.6%)에서 2020학년도 134명(15.5%), 2024학년도 298명(19.3%) 등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2019년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자녀 입시 비리 사건 이후 입시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며 정부가 주요 대학들의 정시 모집 인원을 크게 확대한 것이 장수생이 늘어난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2025학년도 수능에 응시한 ‘N수생’은 18만1893명으로 2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올해 의대 모집 정원이 1500명가량 늘면서 대학에 다니며 수능에 재도전한 경우가 늘었는데, 그 학생들이 의대와 서울대를 동시 지원한 경우도 많을 것”이라고 했다.(250208)

 

 

 

A씨는 최근 충청권의 한 대학병원에서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입원·수술 일정은 잡을 수 없었다. 그는 “병원이 ‘의사가 없어 수술까지 시간이 엄청 걸린다’면서 일정 잡기를 주저해 다른 병원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했다. 
유방암 진단만 받고 치료 병원은 따로 알아보고 있다는 것이다. 
A씨는 “병원들이 비싸고 건보(건강보험) 적용도 잘 안 되는 검사만 하고, 단가가 낮고 어려운 수술은 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장암 환자였던 B씨는 최근 고열로 응급실을 찾았다가 숨졌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장은 “대장암은 수술을 먼저 하고 항암 치료를 받는데, 이 환자는 경기도 성남시 한 대학병원에서 항암 치료만 받다가 사망한 것”이라고 했다. 항암 치료 대부분은 건보 적용이 안 되는 비급여다.


의정 갈등이 1년째 이어지면서 요즘은 대형 병원들에서도 ‘과잉 비급여 진료’ 논란이 터져 나오고 있다. 
‘과잉 진료비’ 논란은 피부·미용 쪽이나 노인성 질환을 보는 병·의원에서 많이 불거졌는데 이제 중환자를 치료하는 대학병원에서도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작년 2월 전공의 이탈 후 수술·입원 급감으로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대형 병원 일부가 비급여 진료에 매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빅5’ 병원 중 4곳(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서울성모)의 경우 작년 상반기에만 총 2315억원의 적자를 봤다. 
의료계 인사들은 “인지도가 높지 않은 수도권 대학병원이나 지방 사립대 병원들은 사정이 더 나쁘다”고 했다. 
경희대병원 등이 소속된 경희의료원은 작년 5월 “매일 억 단위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직원 급여 중단까지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최근 관절염 환자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에는 고가의 관절염 치료제인 ‘카티스템’ 주사를 맞았다가 생활고에 빠진 환자의 사연이 올라왔다. 
자신을 관절염 4기라고 밝힌 C씨는 “최근 경기도의 대형 병원에서 (비급여인) 카티스템 주사를 2회 맞았다”며 “진료비 3900만원이 나와 실손보험사에 실비 청구를 했는데 1회만 인정되고 나머지 1회 시술비(1200만원)는 지급이 보류됐다”고 했다. 
보험사는 “감정 결과, 1회가 아닌 2회 시술은 과잉 진료”라며 지급을 거부했다고 한다.


김모(50)씨는 작년 12월 70대 어머니와 함께 서울의 한 대학병원을 찾았다. 
어머니가 과거 인공 관절 수술을 받은 팔꿈치 등에 염증이 생겨 패혈증에 걸렸다고 한다. 
김씨는 “당시 병원은 노모의 높은 염증 수치를 낮추기도 전에 절단 수술부터 여러 차례 권했다”며 “신체 절단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니 기관 절개술이라도 하자고 해서 치료를 강권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중형 병원에서도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의정 갈등으로 대형 병원 진료가 막히면서 중형 병원은 환자가 10~15% 늘어난 곳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부 병원은 ‘비급여 바가지’를 씌워 수익을 올리려 한다는 것이다.


경남 창원의 한 종합병원은 유방 종양을 제거하는 고가의 ‘맘모톰’ 시술을 과다하게 한다는 지역 환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단순 유방 뾰루지 같은 거였는데 이 시술을 권했다. 
나중에 다른 병원에 가보니 할 필요가 없는 거였다’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이 시술로 종양을 하나 제거하면 150만~200만원이 든다. 비급여라서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서울·경기·인천 소재 종합병원 중에서도 의정 갈등이 한창이던 작년에 로봇 수술을 개원 이래 가장 많이 했다고 홍보한 곳이 적지 않다. 
의료계에선 “환자들에게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개복 수술이나 복강경 수술을 하지 않고 비급여인 로봇 수술을 많이 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로봇 수술 비용은 300만~1500만원 선이다.


소규모 병·의원도 마찬가지다. 
경기도 성남에 사는 최모(43)씨는 지난달 9세 아들을 데리고 동네 의원에 갔다가 독감 판정을 받았다. 
병원비가 30만원이나 나왔다. 병원이 건보 적용을 받을 수 있는 먹는 타미플루 대신 비급여인 항바이러스제 수액 주사를 처방했기 때문이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 4곳(메리츠·현대·KB·DB)이 올해 1월 1~15일 독감·감기로 비급여 주사 치료를 받은 환자에게 지급한 실손보험금은 27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40억원)에 비해 2배로 늘었다.(250208)


☞급여·비급여

의료비 가운데 급여 항목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것이다. 
보통 환자 본인이 20~60%를 부담하고 나머지는 건보공단이 지불한다. 
반면 비급여 항목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항목으로, 모든 의료비를 환자가 부담한다. 대신 실손보험 가입자는 보험사에서 대부분 돌려받는다.

 

 

 

5일 베이징에서 만난 중국의 30대 직장인은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의 ‘7세 이력서’를 자랑스럽게 보여줬다. 
빼곡한 한 장의 이력서에는 ‘지린성 소년 코딩 대회 2등상’ ‘중국 전자학회 로봇 자격증 2급’ 등의 이력이 적혀 있었다. 
초등학생의 성취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는 “이 이력서를 차곡차곡 업데이트해 영재학교와 명문 중학교에 지원할 때 보낼 것”이라고 했다. 
한국의 초등학생들은 유명 영어 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7세 고시’라 부르는 영어 레벨 테스트를 치르는데, 중국의 학부모들은 ‘이공계 천재’를 키우기 위한 ‘7세 테크 이력서’를 만드는 중이다.


중국의 토종 인재인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40)은 17살에 명문대(저장대)에 입학한 천재로서, 결국 미국 실리콘밸리를 긴장하게 한 고성능 AI(인공지능) 모델을 선보였다. 
광둥성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량원펑의 성장 과정을 보면 중국의 중등교육이 ‘비평준화’ 방식과 ‘학교 간 경쟁’을 이용해 이공계 천재를 길러내는 방식을 볼 수 있다. 
중국의 대학 시스템이 선택받은 소수의 인재에게 최고 석학을 붙여 초고속 인재 양성에 매진한다면, 중국의 초중고 교육 시스템은 학교 간의 인재 유치전(戰)을 통해 천재를 찾아내 길러내기에 집중한다 .

 

 

<중국 명문 중학교인 인민대 부속중학교 학생들.>

 


중국의 천재 발굴·육성 시스템은 초등학교 때부터 가동된다. 
베이징에선 2010년부터 인민대부속중학교 자오페이반(早培班·조기교육반)과 베이징8중학교의 팔소팔소(八少八素·베이징8중학교의 영재와 수재)반이 10~12세 영재 선발을 놓고 겨루고 있다. 
인민대부속중 출신의 A(32)씨는 “두 학교는 매년 200명 미만의 천재 소년들을 뽑는데, 지원자 가운데 2%에 불과한 고(高)지능 아이를 데려가기 위해 학부모 설득까지 한다”고 했다. 
자오페이반은 4년 동안 수학·물리·화학을 대학 수준까지 가르치고, 중국 명문대 학생들도 만나기 어려운 원사(院士·최고 과학자)들이 직접 과학기술 논문 작성을 지도한다. 
팔소팔소는 학습 진도는 자오페이반보다 약간 느리지만, 이공계의 다양한 분야를 가르치고, 리더십·토론 교육도 가미한다.


중학생 나이인 15살 전후의 천재들을 유치하기 위해 베이징(두 곳)·저장·장쑤·산시·안후이의 명문대 여섯 곳도 혈투를 벌인다. 
‘중국판 카이스트’인 안후이성 중국과학기술대는 매년 16세 미만 학생 50명을 받아 ‘소년반(班)’에서 학사 과정을 밟게 한다. 

량원펑의 후배인 저장대 출신 투자 업계 종사자는 “량원펑은 대학 조기 입학 사례라고 하기 애매할 정도”라면서 “지난해 12월 중국 증시에서 우량주로 편입된 반도체 설계 기업 ‘한우지’의 창립자 천톈스 등 중국 기술 기업 수장 상당수가 소년반 출신”이라고 했다. 
베이징대는 수학 영재반과 물리 인재 육성 계획에 따라 15세 이하 천재를 따로 받고, 시안교통대는 파격적으로 ‘이공계 천재’인 중학교 졸업생을 선발해 ‘예과 2년, 학부 4년, 석사 2년’ 과정을 밟게 한다.

 

 




보통의 중·고등학교도 ‘수재 골라내기’에 열중한다. 
량원펑은 중국의 가난한 시골 마을인 미리링촌(村)에서 태어났지만, 마을에서 거의 유일하게 지역의 중점(重點) 중·고등학교인 ‘우촨 제1중’에 합격하며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았다. 
이 학교는 졸업생의 80%가 중·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만큼 지역 인재들을 흡수한 학교다. 
중국의 모든 중학생들은 고교 입학을 위해 매년 6월 중카오(中考)라 불리는 학업 수준 평가 시험을 봐야 한다. 
시험 성적 상위 5%는 지역 내 최고 고등학교에 들어간다.
베이징 차오양구(區) 쇼핑몰의 식당 주인은 “매일 저녁 6시쯤 인근 명문고인 인민대부속고등학교 학생들이 이곳에 몰려와 밥 먹는데 다들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본다”고 했다. 
베이징시의 사립·공립 실험학교(환경과 교사진이 우수한 학교)들도 매년 도시의 중학교 2학년생 중에 수학·물리·추론 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을 선발해 자교로 유치한다. 
이를 ‘1+3 전형’이라고 부르는데, 선발된 아이는 중3부터 고등학교까지 4년을 새로운 학교에서 공부한다.


현재 어린 자녀들을 키우는 중국의 바링허우(80년대생) 세대는 고속 경제 발전 시기에 성장하며 ‘공부해서 운명을 바꿨다’는 인식이 크다.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의 학부모들은 초등학생 자녀의 명문 중학교 ‘YL(優錄·특별 입학)’을 노리고 강도 높은 과학 교육을 시키고, 각종 과학기술 대회에 출전시킨다. 
중국 중소 도시 학부모들이 자녀를 대도시 학교에 보내기 위해 ‘위장 전입’을 불사하는 등 ‘맹모삼천지교’도 종종 발생한다. 
중국은 ‘사교육 금지’ 정책을 시행 중이지만, 학원가에서는 ‘가정 서비스’ ‘개인 교사’ 등의 이름을 걸고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베이징의 한 40대 변호사 부부는 “우리 세대의 교육열과 재력이 중국의 AI 천재 군단을 만든다고 믿는다”고 했다.(250207)


 

 

 

2022년 1월 도입된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올해로 시행 3년을 맞았지만 건설 현장을 중심으로 사상자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실질적인 예방 조치보다 강력한 처벌 위주의 법 제정으로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당초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6일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상위 20위 건설사 공사 현장에서 사망한 근로자는 35명으로, 전년(28명)보다 25% 증가했다. 
중처법 시행 첫해인 2022년(33명)과 비교해도 별반 차이가 없다. 
정부 건설공사 종합정보망(CSI)에 등록된 사망자 수를 집계한 자료로, 건설사는 법에 따라 사고가 발생하면 즉시 CSI에 신고해야 한다.

 

 

<서울시내 한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1명 이상 사망하거나 부상자가 10명 이상 발생하는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혹은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법으로, 지난해 1월부터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건설업의 경우 50억원 미만 현장)으로 확대 시행됐다.>

 

 

지난해 20대 건설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자와 부상자는 모두 1868명으로 중처법 시행 첫해인 2022년(1666명)과 비교하면 되레 12.1% 늘었다. 
중처법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산업 재해가 줄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특히 최근 건설 경기 악화로 공사 현장 자체가 2년 전보다 크게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재해를 줄인다는 취지가 무색하다는 점이 더욱 뚜렷해진다. 
작년 1~11월 건축 착공 동(棟) 수는 10만1678동으로, 중처법 시행 첫해인 2022년 같은 기간(14만2969동)과 비교해 28.9% 급감했다.


다른 산업으로 넓혀봐도 중처법의 효과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 중대재해알림e에 따르면, 작년 3분기까지 제조업 현장 사망자는 134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123명)보다 8.9%(11명) 증가했다. 
운수·창고·통신업 역시 같은 기간 12명에서 19명으로 58%(7명) 늘었다.


시공능력평가 30위 이내의 한 중견 건설사는 지난해 안전 관리 비용으로 정해진 예산보다 50억원을 더 썼다.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을 준수하기 위한 안전 인력 인건비와 현장 컨설팅 비용 등이 공사비에 포함된 안전 관리 예산을 훨씬 초과했기 때문이다. 
이 건설사 관계자는 “대부분이 안전 관리자나 안전 감시단 등을 추가 투입하기 위한 인건비나 현장별 안전 컨설팅비로 쓰인다”며 “손실을 감수하면서 비용을 늘리고는 있지만, 많을 때는 1000명씩 동시에 투입되는 근로자를 다 관리하기엔 역부족”이라고 했다.

 

 




한 철근콘크리트 업체 소속 안전관리자 강모(42)씨는 매일 챙겨야 하는 서류만 안전점검회의(TBM) 일지, 안전보건관리업무 일지, 보호구 지급 대장, 각종 작업계획서 등 30종이 넘는다. 
강씨는 “중처법 시행 이후 하루 종일 서류를 꾸미느라 정작 현장을 순찰할 시간을 내지 못한다”며 “서류를 쓸 시간에 작업자들 안전모 잘 썼는지 한 번 더 확인하는 게 사고를 막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3년이 지났지만, 건설을 비롯한 여러 산업 현장에서 사망·부상자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적으로 산업 재해를 줄이는 것보다 사후 처벌에 중점을 둔 법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작업자의 안전모와 안전장갑 등이 놓여있는 인천의 한 건설 현장 모습.>

중처법이 시행된 지 3년이 됐지만, 산업 현장에선 여전히 사망 사고가 줄지 않고 있다. 
그 배경으로 ‘사전 예방’보다 ‘사후 처벌’에 방점을 둔 중처법의 한계를 지적한다. 
산업 재해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해결하지 못한 채 사고가 발생했을 때 중처법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형식적인 안전 조치만 늘었다는 것이다. 
한 제조업체 안전 관리 담당자는 “중처법이 서류만 잘 작성하면 의무 위반을 피하는 구조여서 정작 해야 할 일을 못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했다.


건설사들은 중처법 시행 이후 안전 관련 예산을 크게 늘리고 있지만, 대부분 안전 관리자 인건비나 사고 예방을 위한 컨설팅비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중처법 시행 이후 경력이 있는 안전 관리자가 귀해져 인건비가 40% 넘게 올랐다”며 “공사비에 상한이 있으니 결국 근로자를 위한 직접적인 재해 예방 비용은 크게 늘리지 못한다”고 했다.


중처법 의무 사항인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이나 위험성 평가를 컨설팅하는 전문 업체들도 성행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중처법 시행 초기에 로펌 컨설팅 비용으로만 수십억 원을 썼다”며 “컨설팅 역시 사고 예방 방안보다는 대표이사의 형사 처벌을 피하는 방안에 집중됐다”고 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50억원 미만 건설 공사 현장으로도 중처법 적용이 확대되면서 법무법인, 노무법인, 안전 진단 기관뿐만 아니라 보험설계사까지 영세 업체들을 상대로 영업에 나서 ‘중처법 특수’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산업계에선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히는 최저가 낙찰제와 불법 하도급, 인력 수급 문제 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처벌을 아무리 강화해도 중대 재해 근절이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한 전문 건설업체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와 미숙련 근로자가 급증한 것도 인력 관리에 어려움을 주는 요인”이라고 했다.(250207)


 

 

 

2023년 11월, 조선 왕실 궁궐의 편액(글씨를 써서 건물이나 문루 중앙 윗부분에 거는 액자)이 일본의 한 경매 사이트에 등장했다. 
일제강점기에 사라진 경복궁 선원전의 편액으로 추정됐다. 
해외에 반출된 우리 문화유산을 찾으려 사이트를 검색하던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에 비상이 걸렸다. 
재단은 즉각 경매 중지를 요청하고, 소장자 측과 협상에 돌입했다. 
강혜승 부장은 “이 유산은 조선 왕실의 유물이고, 반드시 한국에 돌아와야 한다고 설득한 끝에 국내로 무사히 들여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게임 회사 라이엇게임즈가 환수에 도움을 준 우리 문화유산. 
①일본에서 돌아온 경복궁 선원전 편액. 가로 3.12m, 세로 1.4m. ②2018년 돌아온 ‘문조비 신정왕후 왕세자빈 책봉 죽책’. 2023년 보물로 지정됐다. ③2014년 돌아온 18세기 조선 불화 ‘석가삼존도’. ④2022년 영국에서 사들인 조선 왕실 ‘보록'>

 



일본으로 반출된 경복궁 선원전 편액이 고국 품에 돌아왔다. 숨은 주인공이 있었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라이엇게임즈의 후원을 받아 지난해 2월 편액을 환수할 수 있었다”고 3일 밝혔다. 
전 세계 한 달 이용자 1억명 이상, 최대 동시 접속자 수 800만명에 달하는 최고 인기의 전투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 제작사다.


이번에 돌아온 편액은 미국에 본사를 둔 ‘라이엇게임즈’가 환수에 도움을 준 7번째 유산이다. 
외국 기업인 라이엇게임즈가 한국의 국외 문화유산 환수를 도운 건 2012년부터. 누적 후원 금액이 92억7000만원에 달한다. 
조혁진 대표는 “놀이 문화를 선도하는 기업으로서 우리 문화의 뿌리인 문화유산을 지키고 보호하는 데 보탬이 되고 싶었다”며 “특히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많은 게임을 서비스하는 만큼 게임 유저들에게 문화의 가치를 알리자는 취지도 컸다”고 했다. 
덕분에 18세기 조선 불화 ‘석가삼존도’를 시작으로 ‘문조비 신정왕후 왕세자빈 책봉 죽책(竹冊)’ ‘척암선생문집 책판’ ‘백자이동궁명 사각호’ ‘중화궁인’, ‘보록(어보를 담는 함)’을 되찾을 수 있었다.

 

 


<조혁진 라이엇게임즈 대표>

 


조 대표는 “기업이 한국에 진출한 초기부터 플레이어들에게 보답하고자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문화유산 지원에 집중하는 이유로 두 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는 게임과 문화유산의 공통적 가치. “전 세계적으로 많이 사랑받는 문화인 게임을 통해 과거의 문화유산과 현대인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데 의미가 크다”는 것. 
문화유산 환수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게이머들 사이에서 “그간 게임에 쓴 돈이 헛되지 않았다”고 환호한다는 게 두 번째 이유다. 
조 대표는 “게이머에 대한 사회적 시선도 바뀌고 있고, 게임을 통해 자신이 속한 사회와 공동체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연결 고리를 만든다는 의미도 있다”고 했다.


장영기 국가유산청 사무관은 “민간 기업에서 10년 넘게 국외 문화유산 환수를 지원하는 건 드문 사례”라고 전했다. 
환수만 후원하는 게 아니다. 라이엇게임즈는 서울 문묘 및 성균관 안내판 개선, 미국 워싱턴 대한제국공사관 보수 공사 지원, 청소년 문화유산 체험 교육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문화유산국민신탁 소장 유물 특별전, 덕수궁 중명전에서 열린 광복 70주년 기념 특별전 등 전시도 후원했다.


환수된 편액은 가로 3.12m, 세로 1.4m 크기로, 검은 바탕에 금빛으로 ‘선원(璿源)’이라는 글자를 새겼다. 
‘선원’은 ‘옥의 근원’이라는 뜻으로 중국 역사서 ‘구당서’에서 왕실을 옥으로 비유한 데서 유래했다. 
선원전은 조선 시대 궁궐 내에서 역대 왕들의 어진을 봉안하고 의례를 지내던 신성한 공간이었다. 
경복궁 선원전은 1444년 창건됐으나 임진왜란 때 전소됐고, 1695년 창덕궁에 선원전이 마련돼 어진을 봉안했다. 경복궁 선원전은 고종 대에 재건되면서 1868년 다시 세워졌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인 1932년 조선총독부가 이토 히로부미를 기리는 박문사(博文寺)를 짓기 위해 선원전을 헐어 사용하면서 수난을 겪었고, 그 후 선원전 편액의 행방도 알 수 없었다.


이번에 돌아온 편액은 각 궁궐의 선원전 건립·소실에 관한 정황과 관련 기록 등을 고려해볼 때, 1868년 고종 대에 재건된 경복궁 선원전 편액으로 추정된다. 
편액 실물은 27일 오전 10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언론에 공개될 예정이다. 
조 대표는 “앞으로도 문화유산 환수와 국내 문화유산 보호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겠다”고 했다.(250204)



 

 

 

지난해 11월 26일 일본 도쿄 주오쿠(區)에 있는 53층짜리 초고층 타워 맨션 ‘가치도키 더 타워’. 
이곳은 출입구가 두 개다. 한쪽은 70㎡(전용) 한 채가 2억엔(약 18억8000만원)인 1420가구의 고급 아파트 로비. 그 맞은편에 노인 주택 ‘코코판 가치도키’의 출입구가 있다. 
이 입구로 들어가자, 34채의 노인 주택과 함께 공용 식당과 노인 돌봄 시설이 나왔다. 
돌봄 시설에선 80~90대 할머니 5명이 돌봄 강사의 지도에 따라 식사 후 소화를 돕는 노래와 율동을 하고 있었다. 이 노인 주택을 운영하는 가켄홀딩스의 모치즈키 히사토요씨는 “고령자의 거주 공간이 일반 아파트와 같은 곳에 있으면, 편의점·약국은 물론이고 교류 공간도 젊은이들과 같이 쓸 수 있다”며 “노인들이 사는 주택은 유동 인구가 있는 지역과 따로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게 좋다”고 했다.

 

 

<도쿄 주오구에 있는 초고층 아파트 가치도키 더 타워 2층에 있는 노인 돌봄 시설에서 80~90대 할머니들이 돌봄 강사의 지도를 받으며 소화를 돕는 노래와 율동을 배우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높이 179m에 53층인 타워의 전경. 1~4층의 일부가 노인 주거 시설인 ‘코코판 가치도키’고 나머지는 일반 분양 아파트다.>

 


노인 주택 코코판 가치도키의 1인용 아파트(전용 26㎡)는 임차료와 관리비를 합쳐 월 11만1300엔(약 105만원)을 낸다. 
여기에 세탁이나 입욕, 긴급 시 대응과 같은 간단한 도움을 주는 생활 지원 서비스(월 3만2400엔)를 합쳐도 14만3700엔(약 135만원)이다. 
아파트 내 식당에선 411~617엔(약 3800~5800원)이면 한 끼 식사가 가능하다. 
또 경증 질환을 앓는 노인을 위해 간병인이 365일 24시간 상주한다. 
입주민들은 의사나 간호사의 방문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병원비가 나오지만 노인은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진료비의 10%만 지불하면 된다. 
일본인의 국민연금 평균 수령 금액이 20만엔(약 188만원) 안팎이니, 직장 생활을 오래 하고 은퇴했다면 노후 걱정 없이 입주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일본은 2005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초고령 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 20% 이상)에 진입했다. 
우리나라보다 고령화를 먼저 겪은 일본은 일상생활에서 돌봄을 제공하며 높은 삶의 질을 누리게 해주는 노인 주택 확충에 힘을 쏟고 있다. 
정부·지자체, 민간 기업이 힘을 합쳐 다양한 주택 유형을 만드는 ‘돌봄 시설 실험’을 통해 노인들이 소득 수준과 건강 상태, 취향 등을 고려해 주거지를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일본 지바현 도요시키다이 단지는 ‘노인 맞춤형’ 마을이다. 
도쿄에서 40km 정도 떨어진 곳으로, 과거 도쿄 직장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던 이 지역은 저출생·고령화로 점차 인구가 줄며 슬럼화됐다. 그러자 2009년부터 도시 재생을 통해 ‘노인 마을’로 만들었다. 
보행 노인의 안전을 위해 자동차는 시속 20km로 다니고, 고령자를 위한 교육·운동·요양 시설이 마을 안에 있다. 노인 일자리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도심에서도 새로운 형태의 노인 시설이 등장했다. 
2021년 도쿄 이타바시구 주택가 가운데에 ‘집으로 돌아가자’ 병원이 문을 열었다. 
급성기 환자는 아니지만 재활이 필요한 노인들이 잠시 입원하는 곳이다. 
노인이 살아온 집이나 지역사회에서 벗어나지 않고 여생을 보내는 것을 뜻하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를 실현하는 셈이다. 또 접근성도 좋아 친구나 가족과 단절되지 않는다.


세대 통합형 노인 주택도 등장하고 있다. 
유치원·보육원이나 청년 시설을 노인 주택 안에 만들어 노인이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하고 세대 간 교류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젊은 세대가 일정 부분 노인 돌봄에 참여하고, 노인들은 영유아 돌봄에 관여한다. 
도쿄 ‘오렌지 하우스’ 같은 노인 시설이 대표적인 예다. 
노인·아이 돌봄 시설이 함께 있는 이 복합 시설에선 노인들이 동화책을 읽어주며 아이를 돌보고, 아이들은 노인과 산책하며 노인을 돌본다. 이런 시설은 홋카이도 등 일본 전역에 있다.(250204)


 

 

 

정치권에서 반도체특별법을 계기로 주 52시간제가 논란인 가운데, 기업들이 “모든 산업이 문제인데 반도체업에만 국한돼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4일 “주 52시간제의 근본 문제는 근무시간을 일주일 단위로만 계산한다는 것”이라며 “특정 산업·직군을 넘어 본질적 문제를 짚어봐야 한다”고 했다.


주 52시간제는 일주일 기본 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하고, 연장 근로를 12시간 허용한다. 
연장 근로 한도를 이렇게 일주일 단위로 규제하는 선진국은 없다. 
물론 보완책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작 기업들은 “활용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보인다.


직원 300명이 넘는 경북의 한 제조 업체는 작년 상반기 주 52시간 근무로는 소화할 수 없는 양의 수출 주문이 들어왔다. 
주 64시간까지 근무가 가능한 ‘특별 연장 근로’를 고용노동부에 신청해 간신히 주문을 맞췄다. 
문제는 하반기에 터졌다. 특별 연장 근로는 한 해 90일만 쓸 수 있는데, 주문이 또 밀려왔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한도를 다 쓴지라 특별 연장 근로를 다시 신청할 수 없었다. 
회사 측은 “지난해 한 나라에서 제품 수요가 갑자기 크게 늘었다”며 “기업은 이렇게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는데, 주 52시간제 때문에 손해를 봤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주문 예측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배관 설치 중소기업 A사는 “신청했다가 예측과 달리 일이 몰리지 않아 한도만 소진한 경험이 있다”며 “지금은 정말 급하면 주 52시간제를 위반하며 일하고 있다”고 했다.


주 52시간제 보완 효과가 있는 각종 유연 근무제도 도입률이 높지 않다. 
유연 근무제는 일과 생활의 균형을 도모하는 것이 애초 취지지만,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어 주 52시간제의 경직성을 보완할 수 있다. 
하지만 고용부에 따르면 도입 비율은 2024년 6월 기준 탄력 근로제 4.1%, 선택 근로제 2.7%, 재량 근로제 0.9%, 사업장 밖 간주 근로제 2.1%에 그쳤다. 
4가지 유연 근무제 유형을 모두 합쳐도 조사 대상인 전국 1인 이상 사업체 178만9100여 곳 중 9.8% 수준에 그친다.


기업들이 이런 보완 제도를 채택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제도가 복잡하다는 점이다. 
20년 경력 중소기업 인사 담당자는 “유연 근무제에 대한 정부 가이드북을 세 번 정독했는데도 잘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을 만큼 절차가 복잡하다”며 “일을 하고자 또 다른 일을 감당하는 구조”라고 했다. 인사·노무 역량이 약한 중소기업이 도입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보완책을 적용하려면 전산 시스템을 갖춰놓고, 몇 달 뒤 근무 계획을 미리 세워야 한다는 점도 대표적 기피 요인으로 꼽힌다. 
자동차 부품 제조 중소기업 B사는 일이 많은 주의 근로시간을 늘리고, 일이 없는 주의 근로시간을 줄이는 탄력 근로제를 도입하기 위해 직원 동의를 받고 취업 규칙까지 바꿨다. 
하지만 직원들의 근태(勤怠)를 관리할 수 있는 전산 시스템이 없어 결국 제도 도입에는 실패했다. 
한 반도체 부품 회사는 주 52시간제 보완책으로 재량 근로제(언제 어떻게 일할지를 근로자가 결정하고, 근로시간 인정도 합의로 정하는 제도) 도입을 검토했지만, 막판에 포기했다. 
이 회사 인사팀 관계자는 “재량 근로제를 도입할 경우 업무 관련해 구체적이고 세세한 지시를 할 수 없다는 큰 문제점이 있어,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런 현실적 제약 때문에, 주 52시간제를 규정한 개정 근로기준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지 7년이 지났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주 52시간제를 지키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소상공인연합회, 벤처캐피탈협회 등 중소기업 관련 단체 12곳은 작년 12월 고용노동부에 “일주일 연장 근로 한도가 12시간으로 빡빡하게 막혀 있는 현재의 주 52시간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건의문을 냈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 부회장은 “산업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특정 분야에 수요가 몰린다고 정규직을 왕창 뽑았다가 수요가 꺼지면 어떻게 할 수가 없다”며 “근로시간 규제를 풀어 기업들이 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게 해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25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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