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지식 Q]IS, ISIS, ISIL, ISIS-K… 도대체 뭐가 다르지

 

 

약 140명이 목숨을 잃은 22일 러시아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 배후를 자처한 ISIS-K(이슬람 국가 호라산)의 전신은 이슬람 극단 무장 세력 IS(Islamic State·이슬람 국가)다. 
2011년 9·11 테러를 벌인 오사마 빈 라덴의 알카에다가 반미(反美)를 내세운 극단 이슬람 1세대라면, 2014년 정식 출범한 2세대 IS는 알카에다를 넘어서는 폭력성을 무기로 이슬람 국가 건설을 지향했다. 
IS 출범 이전 ISIS(Islamic State of Iraq and Syria·이라크와 시리아의 이슬람 국가)로 불렸는데, 알카에다의 이라크 지부로 시작해 시리아로 세력을 넓혔기 때문이다.


IS가 테러를 일삼자, 미국·러시아 등이 2019년까지 IS 거점을 소탕했다. 
와해된 IS 세력 일부는 호라산(Khorasan·아프가니스탄과 이란 일대)에서 재기, IS 원조인 ISIS에 호라산의 ‘K’를 붙인 ISIS-K가 됐다. 
3세대 알카에다 격인 ISIS-K는 IS보다 잔혹한 테러를 자행, 악명을 떨치고 있다. 
한편, ISIS는 ISIL(Islamic State of Iraq and the Levant·이라크와 레반트의 이슬람 국가)로도 불렸다. 
레반트는 시리아 등 동부 지중해 연안을 뜻한다.(240403)

 

 

로버트 케네디 출마하는데... 케네디 일가가 백악관에 몰려간 까닭은

로버트 무소속 출마에 가족들 반대 성명… 대선 앞 쪼개진 케네디家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가족들 만류 속 대선 출마
케네디家 상당수, 바이든 지지… 유세 동행도 고려

 


지난 17일 미국 백악관의 대형 접견실인 이스트룸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주최한 ‘성 패트릭의 날’ 축하 행사가 열렸다. 
이 기념일은 5세기 아일랜드의 수호 성인 패트릭을 기리는 기독교 축일이다. 
이날 행사에는 민주당의 정치 명문가인 케네디가(家) 사람들이 50여 명이나 참석해 워싱턴 정가에서 여러 뒷얘기가 나오고 있다. 
아일랜드 민족 축제일인 성 패트릭의 날에 아일랜드계인 케네디가 사람들이 백악관을 방문한 일은 전에도 있었지만,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이번엔 특별한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10월 민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대선 출마를 선언한 ‘제3 후보’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70)가 가족들 만류에도 대선 완주를 공언하고 있는 상황 때문이다.

 

 

<지난 18일 백악관에서 열린 '세인트 패트릭 데이' 축하 행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케네디가 사람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아일랜드에서 이주해 온 케네디가 사람들이 (아일랜드산) ‘기네스 맥주’를 마시려 백악관을 찾은 것만은 아니다”라며 “(이날 행사는) 때론 ‘가족’보다 ‘정치’가 우선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이날 백악관 행사에 불참했다. 
그는 재임 중 카퍼레이드를 하다 암살당한 존 F 케네디(1917~1963) 전 대통령의 조카이자, 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세하던 중 총을 맞고 숨진 로버트 F 케네디(1925~1968) 전 법무 장관의 아들이다. 
환경 전문 변호사로 활동해오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백신 접종 반대’ 활동으로 유명해졌다. 
지난해 여름 케네디가에선 그의 대선 출마를 놓고 한바탕 격론이 벌어졌다. 
“왕성한 가족 대화”라고 전해진 이 과정에서 일부는 케네디 주니어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원격 회의 프로그램인 줌(Zoom)을 통해 화상 회의까지 하며 출마를 만류했다고 한다. 
재선에 도전하는 민주당 소속 바이든이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인 ‘민주당 가문’ 인사의 출마가 바이든 표를 잠식하지 않을까 우려한 것이다. 
가족 일부는 “민주당 후보로 뛰는 것이 낫다”고도 했다. 
하지만 케네디 주니어가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자 누나 캐서린, 형 조셉, 여동생 케리·로리 등 4명은 공개 성명을 내고 “그의 출마는 우리나라에 위험이 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케네디 주니어는 “나에게 사랑이 듬뿍 담긴 편지를 써준 가족도 꽤 많다”며 “반대하는 이들에게 나쁜 감정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케리는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바이든과 케네디 일가가 찍은 단체 사진을 두 차례나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세상이 더 좋아지길 바라지만 말고, 당신이 나서서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에 대한 투표를 독려한 것이다. 
NBC는 20일 “케네디가 사람 일부는 올가을 바이든의 대선 유세에 동행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케네디 가문이 갖는 상징성을 잘 알고 있는 바이든 역시 ‘구애’에 힘을 썼다. 
바이든은 “내가 정치할 수 있게 영감을 준 건 존 F 케네디와 로버트 F 케네디였다”며 “같은 아일랜드 가톨릭 가족으로서 케네디가의 참석을 환영한다”고 했다. 
바이든 역시 아일랜드계 가톨릭 가정에서 자랐다. 
바이든은 자신이 북아일랜드 대통령 특사로 임명한 조 케네디를 향해선 “괜찮아. 57명밖에 안 데려왔군”이라고 농담했다. 
바이든은 취임 후 미국의 주요 우방인 호주 대사에 존 F 케네디의 딸인 캐럴라인 케네디를 임명했다. 
대통령 부인 질 바이든 여사 역시 지난 7일 바이든의 국정 연설 때 존 F 케네디의 조카인 마리아 슈라이버를 초청해 자리에 앉혔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지난달 5일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케네디가의 백악관 단체 방문이 화제가 된 건 케네디 주니어가 의외의 선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애리조나·조지아·미시간 등 이번 대선의 승패를 좌우할 경합주에서 후보 등록을 위한 유권자 서명을 모두 받았는데, 한 표가 소중한 바이든 입장에선 적잖은 골칫거리다. 
실제 케네디 주니어의 선전은 트럼프보다 바이든에게 손해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뉴욕타임스는 “민주당이 제3 후보 약진을 방해하고, 법적 문제 제기를 통해 후보 등록을 지연시킬 별도의 법률팀을 구성했다”고 보도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오는 30일 민주당 아성인 캘리포니아주에서 대규모 행사를 열어 부통령 후보(러닝메이트)를 지명한다. 
그는 일부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20%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 같은 지지가 계속될 경우 11월 대선 직전 있을 세 차례 TV 토론에도 나올 수 있다.(240322)


 

 

[글로벌 5Q] ‘국가안보수호조례’ 홍콩 입법회 통과


‘홍콩의 중국화’ 쐐기 박았다… 반역 혐의에 최대 종신형

 


홍콩 반정부 세력 통제를 대폭 강화하는 ‘국가안보수호조례[維護國家安全條例]’가 19일 홍콩 입법회(의회 격)에서 통과됐다. 
중국 정부가 2020년 6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4년 만에 ‘홍콩 중국화’에 쐐기를 박는 자체적인 법안을 제정한 것이다. 
홍콩 입법회의 입법위원 88명과 입법회 주석은 이날 전체 회의에서 홍콩 정부가 제출한 조례를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논의부터 통과까지 단 50일이 걸려 ‘홍콩 반환 이후 가장 빠르게 제정된 법안’에 등극했다. 
‘홍콩 기본법(미니 헌법) 23조’에 근거했다는 이유로 중화권에선 이 법이 ‘23조 법’이라고 불린다. 오는 23일부터 발효된다.

 

 

<작년 12월 22일 반중 매체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의 국가보안법 재판이 열린 홍콩 서구룡 법원 밖에서 경찰이 영국 국기를 든 활동가 알렉산드라 웡을 막고 있다. 
홍콩에서는 19일 홍콩판 국가보안법이 통과됐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일인자)은 “오늘은 홍콩의 역사적인 날”이라면서 “(영국이 홍콩을 반환한 지) 26년 8개월 19일을 기다려 홍콩의 모두가 힘을 합쳐 영광스러운 역사를 썼다”고 말했다. 
23조 법의 의미와 영향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본다.

 

 

<19일 홍콩 입법회(의회 격) 전체 회의에서 '국가안보수호조례'가 만장일치로 통과된 직후 앤드루 렁(앞줄 맨 왼쪽) 홍콩 입법회 주석, 존 리(앞줄 왼쪽에서 둘째) 홍콩 행정장관과 입법위원들이 박수 치고 있다. 
법안 논의부터 의회 승인까지 단 50일이 걸린 이 법안은 반역이나 내란 등 범죄에 최대 종신형을 선고하는 내용을 담았다. 
홍콩을 중국 체제에 통합하고 반중(反中)의 싹을 자르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Q1. 이번에 제정된 법은 무엇인가

홍콩 내 반중(反中)·반정부 세력을 감시하고 처벌하는 중국의 홍콩보안법을 보완하기 위해 홍콩이 자체적으로 만든 국가 보안 관련 법이다. 
법 제정의 근거가 되는 홍콩 기본법 23조는 홍콩이 자체적으로 국가 분열, 선동과 반란, 국가 기밀 절도 등을 금지하는 법안을 입법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새 법은 중국이 홍콩보안법에 담고자 했던 내용들을 노골적으로 채워넣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만 연합보는 새 법이 국가 배반[叛國], 국가 분열, 선동·반란, 정부 전복, 국가 기밀 절취, 외국 정치 조직·단체의 홍콩 내 정치 활동, 홍콩 정치 조직과 외국 단체의 교류 등 분야에서 ‘7가지 대죄(七宗罪)’를 규정했다고 분석했다. 
대부분은 적용 범위가 모호하게 광범위하다. 새 법에는 특히 ‘외부 세력과의 결탁’을 원천 차단하는 조항이 다수 들어 있다. 
외부 세력엔 외국 정부·정당·국제기구 및 일부 외국 기업 등 광범위한 대상이 포함된다. 
반역·내란죄는 최대 종신형을 선고할 수 있고, 허위 사실 공표 등 죄질이 비교적 가벼운 경우에도 외부 세력과 공모했다면 10년형에 처할 수 있다.


◇Q2. 왜 제정했나

‘홍콩의 중국화’를 가속하고 반중의 싹을 자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앞서 중국은 2019년 홍콩에서 발생한 대규모 반중, 반정부 시위를 계기로 홍콩보안법을 제정했다. 
2022년에 취임한 친중 성향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23조 법 제정을 임기 내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 
중국 입장에선 홍콩보안법 시행으로 홍콩 통제가 탄력을 받은 현시점이 23조 법을 제정할 절호의 기회로 여겼을 수 있다. 
23조 법은 미·중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서구와 가까웠던 홍콩을 폐쇄하는 효과도 있다. 
실제로 새 법은 특정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외국 세력과 공모할 경우 독립적인 범죄보다 더 엄중한 처벌을 내리고 홍콩 경제·사회 관련 정보까지 국가 기밀로 간주한다. 
중국 입장으로만 보면, 23조 법 제정은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홍콩의 이웃인 마카오는 일찌감치 2009년 자체적인 국가보안법을 통과시켰다. 내용은 23조 법과 비슷하다.

 

 

 



◇Q3. 홍콩 시민들은 반대 안 하나


안 하는 것이 아니다. 못 하는 것이다. 
왜 그러는지를 이해하려면 중국의 체계적인 홍콩 비(非)민주화 과정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홍콩에서 23조 법을 제정하려는 첫 시도는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 5년 만에 나왔다. 
2002년 9월 홍콩 정부는 3개월의 공공 협의를 거쳐 초안을 내놨다. 
이듬해 7월쯤 법안이 통과되리라 기대했지만, 이 법으로 시민권과 자유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여론이 홍콩에서 형성되며 상황이 반전됐다. 
2003년 7월 50만명이 거리로 나와 법 제정 반대를 외쳤다. 
2012년 행정장관에 오른 렁춘잉도 여론을 의식해 제정을 추진하진 못했다. 
그러나 2017년 강경 친중 성향 캐리 람이 행정장관에 오른 이후 시위 탄압을 강화하며 23조 법 제정 여론 조성에 힘썼고, 2022년 취임한 존 리 행정장관이 법안을 쾌속으로 통과시켰다.


◇Q4. 그런데 이번엔 왜 조용한가

최근 몇 년 동안 홍콩보안법 시행과 홍콩 선거법 개정, 장기 코로나 방역으로 홍콩 내 민주 세력이 괴멸됐기 때문이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홍콩 내 반중 시위대는 동력을 잃었다. 
중국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같은 해 6월 홍콩 내 반중·반정부 세력을 감시하고 처벌하는 홍콩보안법을 시행했다. 또 2021년 ‘애국자(친중 인사)’만 홍콩의 선출직이 될 수 있다는 선거법을 처리하며 야당 없는 입법부를 차근차근 만들었다. 
2022년 12월 19일 실시된 홍콩 입법회 선거는 전체 90석 가운데 89석을 친중계가 차지했다. 
2016년 입법회 선거 때 친중 진영이 40석, 민주·중도가 30석을 차지했던 것과 완전히 달라졌다. 
이 과정에 반대 여론을 형성해온 빈과일보를 강제 폐쇄하기도 했다. 
결국 거리에도 의회에도 23조 법 반대를 위해 싸울 사람이 남지 않게 된 것이다.


◇Q5. 앞으로 홍콩은 어떻게 되나

이번 법안 통과로 홍콩 사회가 더욱 경직되고, 흔들리던 ‘아시아 금융 허브’ 위상도 한층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홍콩 내 대규모 반중 시위가 원천 차단되고 홍콩에서 공권력이 강화되며 시민 자유가 제한될 전망이다. 홍콩의 ‘특별지위’도 회복되기 어려워졌다. 
미국은 1992년 홍콩정책법을 제정해 관세·투자·무역 등에서 홍콩을 중국 본토와 다르게 우대했지만, 2020년부터 이러한 지위가 철회된 상태다. 
아울러 홍콩의 기업들이 23조 법의 리스크를 고려해 자본과 인력을 다른 곳으로 옮길 가능성도 있다. 
미 국무부는 19일 23조 법에 대해 “한때 개방적이었던 홍콩의 폐쇄를 가속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법의 많은 문구와 범죄가 빈약하게 정의됐으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잔즈훙 대만·홍콩경제문화합작책진회(策進會) 이사장은 “외국인의 홍콩 여행과 비즈니스가 모두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24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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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전은 김광석·황정민 키워낸 ‘문화 사관학교’


‘배움의 밭’ 의미, 1991년 설립
배우·연주자 등 780명 거쳐가

 



‘배움의 밭.’ 
1991년 3월 15일 김민기가 설립한 소극장 ‘학전(學田)’의 이름 뜻이다. 
“문화예술계 인재를 촘촘하게 키워내는 못자리”를 바랐던 그의 초심은 지난 33년간 다양한 분야의 인재 추수로 이어졌다. 
학전이 기획·제작한 359개 작품으로 배출된 배우, 연주자, 스태프만 780명. 설경구, 황정민, 김윤석, 조승우, 이정은, 장현성 등 굵직한 이름들이 탄생했다.


대중음악계에도 학전에 뿌리를 박고 자란 모들이 많다. 
1991~1995년 학전에서 1000회 라이브 공연으로 이름을 알린 고(故) 김광석을 비롯해 들국화, 안치환, 이소라, 장필순, 윤도현, 성시경, 유리상자, 장기하 등이 학전에서 노래했다. 
1990년대 말 댄스 음악 인기의 공습으로 통기타 라이브 공연들이 수익에 어려움을 겪을 땐 학전이 숨통을 틔워주는 대피소 역할을 하기도 했다.

 

 




1994년 학전이 초연한 ‘지하철 1호선’은 ‘아침이슬’ ‘상록수’의 가수 대신 ‘학전 대표’로 불리길 원했던 김민기의 첫 뮤지컬 연출작이다. 
그가 독일 뮤지컬 ‘Line1′을 한국어로 직접 번안한 극 속에는 베를린 대신 IMF 시절 서울의 풍속화가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4000여 회 공연 동안 73만명 관객이 들었고, “원작을 뛰어넘는 각색”이라며 1000회 차부턴 저작권료를 면제받을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우리는 친구다’(2004) ‘고추장 떡볶이’(2008) 등 어린이 공연들은 ‘김민기의 학전’이 추구한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준 무대다. 
2011년 20주년 당시 어린이 공연은 이미 회당 4000만~5000만원의 적자가 나고 있었다. 
지하철 1호선으로 모아둔 자금을 다 쓰고도 운영난이 이어졌지만, 김민기는 “미련하지만 이게 학전이 문 닫을 때까지 내가 할 일”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 아이들이 너무 바빠요. ‘교육 횡포’로 학원 가느라 극장에 올 수가 없어요. 그래도 아동·청소년의 현실을 담은 공연은 필요하잖아요.”(240315)


 

 

美 육사 강령서 ‘맥아더 정신’ 지웠다, 이유는?

웨스트포인트 교장, ‘의무·명예·조국’ 빼고 ‘육군의 가치’ 넣어 논란



‘의무(Duty), 명예(Honor), 조국(Country).’


미국 뉴욕주에 있는 미군 최정예 장교 양성의 요람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가 생도들에게 4년 내내 되뇌도록 하는 ‘학교 강령(mission statement)’이다. 
군 지휘관으로 항상 국가에 대한 의무를 생각하면서 군의 명예를 더럽히지 말라는 뜻이다. 
이 강령을 미국인들에게 널리 알린 사람은 6·25 전쟁 영웅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다. 
웨스트포인트 동문으로 이 학교 교장도 지낸 그는 세상을 떠나기 2년 전인 1962년 모교에서 연설을 통해 이 단어를 언급했다. 
이후 많은 미국인들이 알게 됐고, 지난 1998년 학교 강령으로 공식 채택됐다. 
그런데 학교 당국이 이 강령을 다른 단어로 바꾸기로 하자 보수 진영이 들고일어나면서 이념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정치·사회·문화 등 미국의 각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 논쟁에 군(軍)까지 휘말리는 양상이다.


웨스트포인트는 지난 11일 보도 자료를 내고 학교 강령 교체 사실을 발표했다. 
스티븐 길랜드 교장(중장)은 “전쟁에서 싸우고 승리할 지도자를 배출해야 하는 웨스트포인트는 정기적으로 우리 자신을 평가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이에 따라 지난 1년 반 동안 우리의 비전과 전략 등을 검토했고, 강령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교의 새 강령을 ‘의무·명예·조국’에서 ‘육군의 가치(Army values)’로 바꿨다고 했다. 
그는 “크리스틴 워머스 육군장관과 랜디 조지 육군 참모총장 모두 변경안을 승인했다”며 “의무·명예·조국 이 세 단어는 여전히 웨스트포인트 문화의 근간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발표는 후폭풍을 불러왔다. 
교체 사실이 알려진 사흘 뒤인 14일 웨스트포인트 동문 단체 중 하나인 ‘맥아더 웨스트포인트 졸업생 협회’가 ‘조국’과 ‘의무’가 공식 강령에서 삭제된 것을 문제 삼아 학교 당국을 겨냥해 포문을 열었다. 
협회는 성명에서 “새 강령은 ‘좌파 이데올로기’를 반영하고 있다”며 “우리의 적들이 (웨스트포인트에) 침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국’ ‘의무’와 같이 군인으로서 가져야 할 명확한 기준을 ‘가치’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대체하기로 한 결정이 육군의 역량을 약화하려는 의도 아니냐”고도 했다. 
엄정한 기율과 상명하복을 중시하는 군에서 사관학교 동문들이 현직 장성이 이끄는 모교 당국을 들이받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그런데 이 같은 공세에 웨스트포인트가 강령 변경 이유나 배경 등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으면서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보수 진영에 몸담고 있는 주요 동문과 군 출신 인사들이 비판에 가세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안보보좌관을 지냈던 마이클 플린 예비역 중장은 소셜미디어에 “시대를 초월한 표현(의무·명예·조국)이 DEI 같은 새로운 ‘가치’로 바뀌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DEI는 다양성·형평성·포용성(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을 뜻하는 말로 민주당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군의 다양성 강화를 위해 강조하는 개념이다.


공화당 폴 고사, 클레이 히긴스 하원의원 등은 “우리 군에 ‘워크’(woke·깨어 있음)가 완벽하게 침투했다”고 했다. 
워크는 원래 PC 가치관을 중시하는 생활양식을 뜻하는 말이었지만, 보수 진영에서 PC를 멸시·조롱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 
이날 X(옛 트위터)에서도 “의무와 명예, 조국을 마음에 품은 채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켰다” “오래된 전통을 누가 어떤 권한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냐” 등 웨스트포인트 출신 예비역들의 항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미국 뉴욕주 웨스트포인트 캠퍼스에 있는 한 동상에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널리 알렸던 학교 강령 ‘의무(Duty), 명예(Honor), 조국(Country)’이 새겨진 모습. 
그러나 학교 당국이 최근 이 강령을 교체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군대 내 다양성 중시 정책에 불만이 쌓였던 보수 성향 웨스트포인트 동문들이 학교 강령 교체를 계기로 누적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국방부는 DEI 부서를 신설해 인종 및 성소수자 차별 금지, 군대 내 트랜스젠더를 위한 수술·치료 지원 등을 시행해왔다. 
이런 움직임에 공화당은 “국민을 최전선에서 지켜야 하는 군에서까지 좌파 이념을 주입하려 한다”며 강력 반발해왔다. 
그런데 웨스트포인트의 새 강령인 ‘가치’가 DEI를 연상시킨다는 주장이 보수 진영 동문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강령 변경을 생도 지원자 숫자를 늘리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기도 한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군대 인기가 떨어지면서 지원율을 높이기 위해 ‘조국’이나 ‘의무’처럼 진중한 표현을 삭제했다는 것이다. 
1802년 개교한 웨스트포인트는 미 연방정부에서 운영하며 학비를 전액 지원하는 국립 사관학교지만, 최상위권 사립 명문대 못지않은 평판과 전통을 자랑한다. 
하지만 최근 미국 사회의 전반적인 군 입대 기피 분위기의 영향으로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AP에 따르면 웨스트포인트는 입학 2년 전인 11학년(고등학교 2학년)에 지원서를 받고 있는데, 2026학년도 신입생 모집에 전년 대비 약 10% 감소한 1만2589명이 지원했다.(240316)


☞정치적 올바름(PC)

Political Correctness의 줄인 말. 
다양성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추구해 일상에서 성소수자등 소수 계층이나 약자에 대한 편견을 타파하고 이들을 배려하려는 움직임을 말한다. 
인종과 성별, 종교 등을 근거로 차별하지 말고 포용성을 증진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특정 인물의 발언이나 영화 등 콘텐츠를 금기시하는 일이 잇따르면서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또 다른 폭력’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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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 3Q] ‘틱톡 금지법’ 하원 통과됐는데 트럼프는 왜 갑자기 반대하나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 소유 동영상 기반 소셜 미디어 ‘틱톡’을 강제 매각해 미국에서 퇴출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틱톡 금지법’이 13일 미국 연방 하원에서 찬성 352 대 반대 65라는 압도적 표차로 가결됐지만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14일 워싱턴DC 백악관 앞에서는 수백명이 집결해 반대 시위를 열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법안이 통과되면 서명하겠단 입장이고, 트럼프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틱톡 금지법을 둘러싼 논란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13일 미국 워싱턴DC 연방 의사당 앞에서 틱톡 사용자들이 의회에 상정된 ‘틱톡 금지법’에 반대하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연방 하원은 본회의를 열어 틱톡 금지법을 찬성 352, 반대 65로 가결했다.>

 


Q1. 입장 바꾼 트럼프, 오락가락하는 이유는?

틱톡 금지를 줄곧 주장해온 트럼프는 최근 “페이스북이 더 문제”라며 입장을 바꿨다. 
틱톡을 퇴출해 자신과 사사건건 충돌해왔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이 반사이득을 보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소 석연찮아 보이는 해명 때문에 일각에선 지난 1일 플로리다에서 이뤄진 트럼프와 공화당 거액 기부자 제프 야스의 만남이 트럼프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낸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보수 단체 또는 공화당 정치인에게 1년에 많게는 500억원 이상도 쾌척하는 야스는 바이트댄스 지분의 상당부분을 가진 핵심 주주로 알려져 있다. 
폴리티코는 “야스가 트럼프의 귀를 사로잡았다”고 했는데, 각종 소송으로 돈줄이 마른 트럼프와 야스가 모종의 거래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트럼프는 4년 전에도 틱톡 금지를 추진했다 틱톡을 고객사로 두고 있는 오러클의 창업자 래리 엘리슨의 집요한 설득에 뜻을 접은 전례가 있다.


Q2. 트럼프 반대에도 공화 의원들 왜 찬성했나?

법안은 공화당 마이크 갤러거 의원과 민주당 라자 크리슈나무르티 의원 등이 공동 발의해 8일 만에 속전속결로 통과됐다. 
그만큼 미 의회 내 중국에 대한 견제 심리가 진영을 초월해 팽배해 있었고, 이로 인해 공화당 다수 의원 사이에서도 “지금 와서 되돌리기 어렵다”는 정서가 퍼져 있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바이트댄스가 중국 공산당의 요구로 사용자들의 개인 정보를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그런 유출 상황을 막겠다는 게 이 법의 핵심 취지이고 이는 초당적 공감을 이끌어냈다. 
트럼프가 방송에 출연해 법안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밝혔지만 반대를 종용·압박했다기보다는 개인적 의견 차원으로 인식됐다. 
법안 통과를 주도한 공화당 캐시 맥모리스 로저스 의원은 “이 법은 재임 중 틱톡이 ‘국가 안보 위협’이라 말한 트럼프 인식과 일치하는 것”이라며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Q3. 향후 절차는 어떻게 되나?

하원처럼 상원에서 속전속결로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상원 다수당인 민주당의 척 슈머 원내대표는 “의원들과 대화해볼 것”이라면서도 아직 투표에 부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하원과 달리 상원 내부적으로는 법안에 대한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공화당 랜드 폴 의원 등은 “표현의 자유를 명문화한 수정헌법 1조에 위배된다”며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미국 내 사용자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1억90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바이든조차 최근 ‘젊은 이미지’를 위해 틱톡 계정을 만들었을 정도다. 
틱톡은 인플루언서와 이용자들을 동원해 각 의원실에 항의 전화·문자를 독려하는 반대 캠페인을 펼치는 등 발 빠른 대응에 나섰고, 상원에서 통과되더라도 위헌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틱톡의 미국 내 퇴출이 실현될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240316)


 

 

[깨알지식] 기자들이 바짝 긴장하는 날, 만우절은 왜 4월 1일?

 


매년 4월 1일은 기자들이 바짝 긴장하는 날이다. 
만우절(萬愚節)을 맞아 친구들의 장난기 어린 거짓말과 함께 전 세계 매체들의 그럴듯한 가짜 뉴스가 쏟아지기 때문이다. 
만우절은 ‘거짓말을 하거나 장난을 쳐도 나무라지 않는 날’로, 영어로는 ‘에이프릴 풀스 데이(April Fools’ Day·4월 바보의 날)’라고 한다. 
정확한 기원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력설 가운데 하나는 한 해가 매년 1월 1일에 시작된다고 선언한 1564년 프랑스 샤를 9세의 칙령이다.

 

<2008년 4월 1일 만우절을 맞아 영국 BBC가 공개한 '날고 있는 펭귄(Flying Penguin)'이라는 이름의 가짜 다큐멘터리 비디오. 
이후 펭귄이 날고 있는 모습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밝혀졌다.>

 


이전까지는 춘분(春分)과 부활절 즈음인 매년 3월 말, 4월 초를 새해 시작으로 보고 축제를 벌였다. 
그런데 해마다 춘분·부활절 날짜가 달라 혼란이 있었다. 
상당수는 새 조치를 모르는 채 종전처럼 3월 말, 4월 초에 축제를 즐겼다고 한다. 
세상이 바뀐 줄 모르는 이들을 놀리면서 장난 삼아 거짓말을 한 것이 만우절의 유래라는 설이 있다. 
프랑스어로 만우절은 ‘푸아송 다브릴(Poisson d’avril·4월의 물고기)’이다. 
4월에 물고기가 잘 ‘낚인다’는 점에서 쉽게 속아 넘어가는 사람을 부르는 말로도 쓰인다. 
독일은 아프릴셰르츠(Aprilscherz·4월의 농담), 중국은 위런제(愚人節·사람을 놀리는 날)라고 한다.(240402)

 

 

[스피드 3Q] ‘푸틴 5선’ 투표·득표율 기록 세운 이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17일 사흘간 실시된 러시아 8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 5선에 성공했다고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8일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로써 지난 2000년 5월부터 시작된 자신의 집권 기간을 2030년 5월까지 연장했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푸틴은 이번 선거에서 역대 러시아 대선 최고인 87.3%의 득표율을 기록했고, 대선 투표율 역시 역대 최고인 77.4%로 집계됐다. 
푸틴은 17일 자신감을 드러내듯 “러시아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직접 충돌은 세계가 3차 대전에서 (겨우) 한 걸음 떨어져 있음을 의미한다”며 서방에 대한 위협을 이어갔다.

 

 

<대선 승리로 5연속 집권에 성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모스크바의 선거 캠페인 본부에서 기자들을 만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15∼17일 진행된 대선에서 90%에 가까운 득표로 5선을 확정했다.>

 

Q1. 득표율 87%, 왜 이렇게 높았나?

지난해 6월 무장 반란을 일으킨 용병 단체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두 달 만에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고, 수감 중이었던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리도 지난달 의문사했다. 
이로써 푸틴 위협 세력 대부분이 사라진 가운데, 언론인 예카테리나 둔초바, 시민발의당 소속 보리스 나데즈딘 등 반(反)정부 성향 후보들의 대선 후보 등록도 서류 미비 등을 이유로 선거관리위원회가 차단했다. 
‘비밀 선거’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점도 득표율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 투표함’과 가림막이 없이 훤히 뚫려 있는 기표대가 사용됐다. 
투표지마저 접지 않고 넣도록 해 선거 관리인들이 기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Q2. 투표율까지 높았던 이유는?

2022년 9월 도네츠크주(州) 등 러시아가 점령했다고 주장하는 우크라이나 지역의 ‘병합 찬반 투표’ 당시 등장했던 ‘찾아가는 투표함’이 이번 대선 격오지 사전 투표에서도 모습을 드러냈다. 
공무원들은 친척들의 투표 현황을 앱을 통해 보고해야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또 부재자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을 위한 인터넷 ‘온라인 투표’도 러시아 대선 최초로 도입됐다. 
푸틴도 모스크바 외곽 관저에서 온라인 투표에 참여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온라인 투표는 투표율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투표 결과) 조작도 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Q3. 푸틴 당선의 다른 요인은 없나?

서방의 경제 제재가 2년 이상 지속되고 점점 그 수위도 높아지고 있으나 중국과 인도 등의 도움으로 러시아 경제는 여전히 잘 굴러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황도 나쁘지 않다. 
이런 와중에 푸틴 정부는 서방과 러시아 간 ‘문명 대결’을 부각시키며 “푸틴의 지도력 덕분에 위기를 이겨내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대안 세력의 부재 속에 다수 유권자들이 푸틴을 굳이 반대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수 대중의 입장에선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없고, ‘위대한 러시아’와 ‘신(新)나치·제국주의 서방’의 대결로 덧칠된 민족주의 서사 영향을 받아 푸틴 지지가 공고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푸틴의 기존 임기를 백지화하는 2020년 개헌으로 푸틴은 2030년 대선에도 출마할 수 있다. 
당선될 경우 2036년 5월까지 36년간 집권할 수 있다.(240319)


 

 

[깨알지식 Q]美 대통령·언론인 만찬 모임을 왜 ‘석쇠’라 부를까

 



매년 미국 대통령을 초청해 만찬을 여는 그리드아이언 클럽(Gridiron Club)은 수도 워싱턴 DC에 기반한 중견 언론인들의 모임이다. 
1885년 출범 당시 회원은 편집국장이나 발행인 등 60여 명이었다. 
활동 초기에는 소수의 사교 모임에 가까웠고, 이후 대통령 등 정치인들의 풍자와 유머를 섞은 ‘뼈 있는’ 연설로 널리 알려졌다. 
뉴욕타임스 등은 “이 클럽은 1970년대 초·중반까지는 백인과 남성 회원만으로 폐쇄적인 형태로 운영됐다”고 전했다.

 

 

<귤을 고기와 함께 석쇠에 올려 놓고 굽는 모습>

 


‘그리드아이언’이란 단어는 ‘격자 형태’와 ‘쇠’의 합성어로, 고기를 굽는 ‘석쇠’ 또는 석쇠처럼 생긴 ‘미식축구 경기장’ 등의 의미로 쓰인다. 
통상 미국에서 스테이크를 굽는 넓은 쇠판은 ‘그릴(grill)’이라고 부르며, 그리드아이언은 보통 손잡이가 있는 작은 형태다. 
그리드아이언 클럽의 명칭 역시 기자들이 대통령을 포함한 권력자들을 불러다 들들 볶듯 한다는 뜻을 담았다는 설이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985년 3월 24일 기사에서 ‘그리드아이언에서 들들 볶이다(Grilled on the Gridiron)’란 제목으로 만찬 행사를 다뤘다. 실제 클럽 만찬 초대장에 석쇠를 그려 넣기도 한다. 
이는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도 권력자들을 따끔하게 비판하고 질문해야 한다는 기자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다. 
반면 정치인에게 과도하게 자신을 유머러스하게 포장하고 변명할 기회를 주고 있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240403)


 

 

차별 아닌 듯한 차별...오스카 시상식장 ‘마이크로어그레션’ 논란


여우주연·남우조연 ‘동양인 패싱’
“백인의 아시아계 편견 보여” 시끌

 


10일 열린 제96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각각 여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에마 스톤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이들이 자신의 이름을 호명하고 트로피를 건넨 전년도 수상 배우들과 제대로 인사를 나누지 않는 모습이 포착됐는데 시상자들이 공교롭게 모두 아시아계 배우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여우주연상 시상 순서에선 어색한 장면이 연출됐다. 
수상자 스톤이 자신의 이름을 부른 후 무대에서 기다리던 중국계 말레이시아 배우 양자경이 주는 트로피를 바로 받지 않고, 옆에 있던 제니퍼 로렌스의 손에 가져다준 뒤에야 받은 것이다. 
스톤의 이런 동작은 ‘양자경이 아닌 로렌스로부터 트로피를 받고 싶다’는 뉘앙스로도 읽힐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때 함께 무대에 있던 원로 배우 샐리 필드는 ‘이건 경우가 아닌데’라고 생각한 듯, 순간적으로 로렌스의 팔과 옷을 붙잡기도 했다. 
스톤은 소감을 말하기 전에야 양자경과 짧게 악수했다.

 

 

<엠마 스톤의 수상 장면>

 


앞서 진행된 남우조연상 시상식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연출됐다. 
수상자 다우니 주니어는 무대에 올라 베트남계 미국 배우 키 호이 콴으로부터 트로피를 건네받을 때 자신의 팔에 손을 얹고 축하하는 콴과 인사를 나누지 않았다. 
반면 무대에 있던 다른 백인 배우들과는 주먹을 맞대는 등 친밀감을 과시했다. 
콴을 의도적으로 하대한 것처럼 읽힐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수상 장면.>

 

 


이날 시상·수상 장면이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하면서 두 배우의 행동이 전형적인 ‘마이크로 어그레션(micro aggression)’이라는 비판 글이 쏟아졌다. 
마이크로 어그레션은 아주 작다는 뜻의 ‘micro’와 공격이라는 뜻의 ‘aggression’의 합성어로, 일상에서 미묘한 말이나 행동으로 소수자를 차별하는 것을 뜻한다. 
흑인이나 동양인이 버스 옆자리에 앉을 경우 자리를 옮겨 피한다거나, 식당에 빈자리가 많은데도 백인이 아닌 사람들은 구석 자리로 안내하는 등의 행동이 이에 속한다. 
당한 사람이 적극적으로 항의하기도 애매하고, 항의를 하더라도 ‘피해의식’이나 ‘유난스럽다’ 등 역으로 공격당하기 쉬운 상황이다. 
이날 스톤과 다우니 주니어가 보인 행동이 얼핏 경황없는 와중에 의도치 않게 벌어진 일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아시아계에 대한 ‘속내’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것이다. 
두 배우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양자경은 시상식 뒤 인스타그램에 “당신(에마 스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지만, 당신의 절친 제니퍼와 함께 오스카를 당신에게 넘겨주는 영광스러운 순간을 공유하고 싶었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네티즌들은 “(양자경이) 기분이 좋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완곡하게 남긴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아시아계는 미국 내 소수인종 중에서도 특히 마이크로 어그레션에 대한 문제의식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지런하고 일처리는 깔끔하지만 자신의 의견이나 주관을 확실하게 밝히려 들지 않는 수동적인 사람들이라는 이미지가 고착화돼 있고, 이런 이미지 때문에 마이크로 어그레션의 주 타깃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11월 대선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사회자 지미 키멀의 발언이 지나쳤다는 논란도 벌어졌다. 
키멀은 트럼프를 겨냥해 “감옥 갈 때가 지나지 않았냐”고 했고, 트럼프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키멀을 비난하자 그는 시상식 말미에 휴대폰을 꺼내 트럼프의 글을 그대로 낭독했다. 
이에 대해 자신의 정치성향을 필요 이상으로 노골화하고, 미국 사회의 극렬한 분열상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비판이 잇따랐다.(240313)

 

 

[깨알지식 Q]라마단 무슨 뜻인가? 날짜는 왜 매년 바뀌나

 


이슬람교의 금식 기간인 라마단이 시작되면서 이스라엘·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세력) 간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극단주의자들의 테러가 라마단 기간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라마단은 아랍어로 ‘더운 달’을 뜻한다. ‘타는 듯한 더위’를 의미하는 ‘라미다’에서 유래했다. 
영적인 열(熱)이 무슬림(이슬람 신자)들의 죄를 태워준다는 의미가 깃들어 있다.

 

 

<10일 이슬람교 신자들이 이스라엘 예루살렘 알아크사 사원 앞에서 기도하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세력) 전쟁이 6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이슬람 금식 기간인 라마단이 11일 일출과 함께 시작되면서 유대교 신자들과 이슬람교 신자들 사이의 무력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알아크사 사원 일대는 유대교와 이슬람교 모두 성지(聖地)로 여기는 곳으로, 과거에도 라마단 기간을 전후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폭력 사태가 자주 일어났다.>

 

 

이번 라마단은 지역별로 11~12일 전후 시작돼 다음 달 9~10일까지 이어진다. 
이 기간 무슬림은 매일 일출부터 일몰까지 금식·금욕해야 한다. 
지난해 라마단 시작일은 3월 23일이었고, 10년 전에는 한여름이었던 6월 28일이었다. 
이처럼 라마단 시작 시점이 해마다 들쭉날쭉인 것은 라마단 날짜가 이슬람력(曆)을 따르기 때문이다. 
라마단은 이슬람력 기준으로 아홉째 달이다. 
달의 움직임을 따르는 태음력인 이슬람력으로 1년은 평균 354일이며, 그레고리력(양력)보다 11일가량 짧다. 
한국과 중국 등 동양권 음력과 달리 계절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두는 윤달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양력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라마단 날짜가 해마다 전년보다 앞당겨진다. 
아홉째 달을 성스러운 단식 기간으로 정한 것은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가 알라의 계시를 받은 시기가 9월이기 때문이다.


매년 라마단이 가까워지면 이슬람을 믿는 각국의 종교 기관은 전문가단을 구성해 초승달을 관측한다. 
최고 종교 지도자가 아홉째 달 첫 초승달을 육안으로 확인하고 라마단 시작을 알린다. 
날씨나 지역에 따라 달 관측 시기가 제각각이어서 국가마다 시작하는 날짜도 다소 차이가 있다. 
다만 수니파 국가는 통상 성지 메카가 있는 사우디의 발표를 따르고, 이란 등 시아파를 신봉하는 국가는 이보다 하루 늦게 라마단을 시작한다.


라마단 기간 매일 일몰 후 하루의 단식을 마치고 시작하는 첫 식사를 ‘이프타르’라고 하는데, 수니파 아랍 국가에서는 하늘에 붉은 노을빛이 남아 있어도 해가 이미 수평선 아래로 넘어갔다면 이프타르를 할 수 있다. 
반면 시아파 국가에서는 노을도 사라지고 완전히 어두컴컴해졌을 때 식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240403)

 

 

[깨알지식Q]노란 리본, 흰 단체복, 그리고 MAGA?… 알고 보면 재밌는 美 국정연설 이모저모 

 

매년 3월 열리는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엔 상·하원 의원과 내각뿐 아니라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드러내기 위한 여러 인사들이 초청된다. 
전 세계에 생중계돼 큰 관심을 끄는 대형 이벤트이기 때문에 참석자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눈에 띄는 패션이나 소품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7일 미 워싱턴 DC 연방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국정연설에도 눈길을 끄는 다양한 장면들이 있었다. 그 의미를 해부했다.

 

 

 


<미국 연방 상원 팀 케인 의원(민주당, 앞줄 왼쪽)과 테드 크루즈 의원(공화당, 앞줄 오른쪽)이 7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연설을 듣기 위해 연방의회 본회의장에 들어서는 모습. 케인 의원의 상의 옷깃에 노란 리본이 달려 있다.>



일부 의원과 보좌진들은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나왔다.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당시의 희생자들을 기리고, 납치된 이들의 빠른 귀환을 바라는 뜻이 담겨 있다. 
남북전쟁 당시 영국 청교도 군대가 무사 귀환을 바라며 노란 리본을 전장에 묶어둔 이후 노란 리본은 전사한 군인을 추모하거나 무사 귀환을 바라는 용도로 널리 쓰이고 있다. 
미국인 인질의 친·인척 17명은 이날 모든 상·하원 의원실에 편지를 보내 노란색 리본이나 ‘집으로 데려와 달라’는 문구가 적힌 인식표를 착용해달라 요청했고 일부가 이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민주당 여성 하원 의원 상당수가 단체로 흰색 옷을 입었다. 
민주당 여성 의원모임 ‘우먼스 코커스’가 사전 기획한 것이다. 
로이스 프랑켈 하원의원은 “여성들이 자신의 의지에 따라 가족 계획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우리의 메시지”라고 했다. 
앞서 앨라배마주 대법원의 인공 체외수정(IVF) 규제 강화 결정, 낙태 문제 등이 전국적인 논란이 되고 11월 대통령 선거에서도 핵심 쟁점이 된 가운데 나온 행동이다. 
흰옷은 20세기 초반 여성 참정권 운동가인 이른바 ‘서프러제트(Suffragette)’들이 자주 입었고, 이후 여성 정치인들의 연대 메시지를 전할 때 자주 활용돼 왔다.

 

 


<미국 공화당의 마조리 테일러 그린 연방 하원의원이 트럼프의 선거 구호인 매가(MAGA, 미국을 더 위대하게)가 적힌 빨간 모자를 쓰고 7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참여한 모습.
 '정치 캠페인을 벌여서는 안 된다'는 의회 규정을 어긴 패션이다.>


공화당의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은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 적힌 빨간 모자를 쓰고 나왔다. 
그린은 공화당 내 대표적인 친(親)트럼프 인사며, 극단적 언행으로 유명하다. 
빨간 재킷 안에 ‘그녀의 이름을 말하라: 레이큰 라일리’란 문구가 적힌 흰 티셔츠를 입었다. 
지난달 베네수엘라 출신 불법 이민자에 살해된 조지아대 여대생의 이름이다. 
그린의 ‘매가 모자’는 ‘의사당 건물은 정부의 공식 시설로 정치적 캠페인에 활용돼서는 안 된다’는 의회 규정을 어긴 것이다.

 

 



질 바이든 여사 오른쪽엔 이날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가 앉았다. 바이든이 직접 초청했다. 
이날 국무부를 찾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조약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공식 가입 문서를 전달해 서른두 번째 회원국 합류를 위한 마지막 절차를 마쳤다. 
바이든은 연설에서 크리스테르손을 호명하며 나토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전임자는 푸틴에게 조아렸지만 우리는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카메라엔 거짓 이력이 논란이 돼 지난해 12월 하원에서 제명된 조지 산토스의 모습도 잡혀 의문이 일었다. 
미 언론들은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이라 입장 자체는 가능하고, 전직 의원 특권 중에 의사당 등 시설 이용이 포함된다”고 했다.

 

 


<7일 바이든 국정연설에서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앞에 놓인 은색 잉크스탠드.>



한편 이날 연설에선 바이든 우측 뒤편으로 빛나는 은색 주조물이 관심을 끌었다. 
이는 동전 주조용 은(銀)으로 된 만년필용 잉크 통으로, 워싱턴의 은세공자·시계제작자인 제이콥 레오나드가 1810년경에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안에는 3개의 크리스탈 잉크 통이 있고, 벽면에 독수리 문양이 새겨져 있는데 현재 하원에 있는 가장 오래된 유물 중 하나로 꼽힌다.

 

 



‘지정생존자’는 국정연설 도중 의회에 테러와 같은 비상사태가 발생해 대통령을 비롯한 내각 주요 인사들의 집단 유고 사태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한 역할이다.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대통령 권한대행 임무를 맡는다. 
매년 바뀌는데 올해 지정생존자는 연방 정부 서열 15위인 미구엘 카르도나 교육부 장관이었다. 
카르도나는 이날 의회에서 떨어진 한 미공개 시설에서 대통령 수준의 경호를 받으며 대기했다. 
핵무기 발사 버튼을 누를 수 있는 이른바 ‘핵 가방’도 휴대했다.

 

 


<케이티 브릿 공화당 연방 상원의원(맨 아래)이 바이든 국정연설에 대한 반박 연설을 한 자택 주방에서 가족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공화당에선 1982년생으로 최연소 상원의원인 케이티 브릿이 반박 연설을 했다. 
브릿은 “바이든이 머무적거리고 권위가 떨어진 대통령”이라며 이민·경제 정책을 비판했다. 
야당은 보통 반박 연설을 신예 의원에게 맡기는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08년 조지 부시 대통령 연설을 반박하며 전국구 정치인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올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서 연설 내용을 실시간으로 반박하면서 예년보다 관심이 덜했다는 얘기가 나왔다.(240403)


[윤주헌의 what’s up 뉴욕] 자유·인권 상징 뉴욕서 ‘가방 수색’이 부활한 이유?

 



지난 7일 오후 4시 미국 뉴욕시 맨해튼 중심가에 위치한 그랜드센트럴역. 
하루 유동 인구만 75만명에 달하는 역 광장 한편에서 군인들이 소총 방아쇠에 손가락을 건 채로 시민들을 지켜봤다. 
에스컬레이터 옆 계단에는 평소 없었던 경찰 세 명이 서 있었다. 
맨해튼의 또 다른 교통 관문인 펜스테이션에서 지하철을 타고 콜럼버스 서클역에 도착할 때쯤에도 “이 역에는 경찰이 있다”는 방송이 나왔다. 
열차 출입문이 열리자 방송대로 승강장에 서 있는 경찰들과 마주쳤다.




날로 기승을 부리는 뉴욕 지하철 강력 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뉴욕주(州)가 군인과 경찰을 동원하고 있다. 
전날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뉴욕시 지하철에 주 방위군 750여 명과 주 경찰 250여 명을 배치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범죄 예방을 위한 순찰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요 지하철역을 찾는 시민들의 가방까지 무작위로 검사하고 있다. 
가방 검사를 거부할 순 있지만, 이 경우 지하철에 탑승할 수 없다. 
한국에서도 1990년대 들어 점차 자취를 감춘 가방 수색 등 불심검문이 자유와 인권의 상징 뉴욕에서 부활한 것이다.

 

 


<지난 7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펜스테이션에서 뉴욕주 경찰과 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 경찰이 소총으로 무장한 채 시민의 가방을 검사하고 있다.>

 

뉴욕주가 특단의 조치를 취한 이유는 최근 지하철 역사와 승강장, 열차 등에서 강력 범죄가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브롱크스의 한 지하철역 승강장에서 총격 사건으로 30대 남성 1명이 죽고 5명이 다쳤다. 
1월엔 브루클린에서 맨해튼으로 달리던 열차에서 “음악 소리가 시끄럽다”며 다투던 승객들을 말리던 40대 남성 1명이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11월 콜럼버스 서클역을 출발한 열차에서는 한 승객이 스크루 드라이버(나사를 조이는 공구)에 머리가 찔리는 일이 발생했다.


뉴욕 시민 상당수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호컬 주지사가 “사람들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지만, “가방 검사를 한다고 범죄가 줄겠느냐”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우범 지역에서도 하지 않는 가방 검사를 단지 사람들이 많이 다닌다는 이유로 혼잡한 지하철역에서 불심검문 형태로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불만이 잇따르자 호컬 주지사는 지하철 역사에 배치된 군인들에게 더 이상 총을 들지 말라고 했다. 
뉴욕주 정부는 지하철에서 승객 폭행으로 유죄판결을 받으면 3년간 열차 탑승을 금지하는 법안도 추진하고 있다.(24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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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지식Q]네덜란드, ASML 잡기 위한 ‘베토벤 작전’... 그런데 베토벤이 언제부터 네덜란드人?

 

 


네덜란드가 28일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의 이탈을 막기 위해 ‘베토벤 작전’이라는 지원책을 발표했다. 
유명한 작곡가인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이 네덜란드계라는 점이 지원책 작명(作名)에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그런데 독일 사람 베토벤을 왜 네덜란드계라고 할까.


베토벤과 이름이 같은 그의 할아버지는 지금은 벨기에 중북부 플랑드르 지역인 메헬런에서 어린 시절 성악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플랑드르는 1830년 벨기에 독립 전쟁 전까지 네덜란드의 일부였고, 지금도 네덜란드어를 쓴다. 
그는 17세 때 신성로마제국에 속했던 본으로 이주했는데, 신성로마제국이 해체되면서 본은 독일 도시가 됐다.

 

 


<독일 본에 그려진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벽화 앞으로 한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손자이자 유명한 작곡가 베토벤의 성과 이름 사이에 있는 판(van)도 네덜란드와 연관이 있음을 드러낸다. 
‘~로부터’란 뜻의 ‘판’은 네덜란드인들이 쓰는 표시다.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반’과 비슷하다. 
베토벤의 이름은 표기법에 따라 ‘판’으로 적지만, 고흐는 예전에 굳어진 외래어 표기 관용에 따라 ‘반’으로 쓴다. 
‘판 베토벤’이 현재 벨기에 도시인 베탕쿠르의 네덜란드식 이름 ‘벤트호번’에서 유래했다는 설 등도 있다. 다만 베토벤은 네덜란드에서 살지는 않았다.(240403)



 

 

[깨알지식Q] 삭발 시위 문화 다른 나라도 있나?

 


최근 의과대학 증원에 반대해 의대 교수가 삭발하는 일이 있었다. 
서양 언론들은 신체의 일부인 머리카락을 소중히 여기는 유교 문화로부터 ‘저항에 대한 결의’를 뜻하는 한국 삭발 시위가 비롯했다고 해석한다. 
그런데 다른 나라에도 항의한다는 의미로 삭발하는 관행이 있을까.

 

 


<2022년 10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집회에서 한 참가자(오른쪽)가 이란에서 20대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금됐다가 의문사한 사건에 항의하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고 있다.>

 

 


일단 유교 문화의 흔적이 남은 중국엔 한국과 비슷한 삭발 시위가 있다. 
중국에선 ‘대머리(无发)’와 ‘무법 상태(无法)’라는 단어가 발음이 ‘우파’로 같아, 정부의 국민 탄압을 비판하는 시위에 삭발이 특히 자주 등장했다. 
2014년 ‘우산 혁명’ 당시 홍콩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던 지도자들이 삭발을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일본에선 저항보다는 사죄의 의미로 삭발하는 일이 가끔 있다. 
예를 들어 2013년 걸그룹 가수인 미네기시 미나미가 소속사의 ‘연애 금지’ 규정을 어겼다는 사실이 드러나 삭발한 후 울면서 사죄했다.


삭발까지는 아니지만 이란에선 여성들이 국가 권력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머리카락의 상당 부분을 잘라내는 시위를 했다. 
2022년 20대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금됐다가 의문사한 후 이에 분노한 여성들이 시위 현장 등에서 가위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며 항의했다. 
1000년 전 집필된 페르시아어 장편 서사시 ‘샤나메’의 등장인물인 한 여성이 권력에 의해 부당한 죽음을 당한 가족을 애도하며 머리카락을 뽑는 장면에 이런 행동의 뿌리가 있다고 알려졌다.(240403)

 

‘건축 노벨상’ 최다 배출 일본… 미국 제치고 1위 오른 저력은?

올해 프리츠커상 수상자에 야마모토 리켄 선정

 


‘건축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올해 수상자로 일본의 야마모토 리켄(79·山本理顯)을 선정했다고 미국 하얏트 재단이 5일(현지 시각) 밝혔다. 
이로써 일본은 1979년 이 상이 제정된 이래 가장 많은 수상자(9명)를 배출한 국가가 됐다. 
수상 횟수는 8회로 미국과 같지만, 2010년 2인 공동 수상이 포함돼 있어 수상자는 1명이 더 많다. 한국인 수상자는 아직 없다.

 

 

<내부가 들여다보이도록 설계한 요코스카 미술관. 
야마모토 리켄이 여러 작품을 통해 추구해 온 투명성은 사용자는 물론 외부의 관찰자에게도 건축의 개방성을 환기한다. 
요코스카 미술관은 전시 공간 대부분을 지하에 배치하고, 나머지 공간에서 관람객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휴식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야마모토는 사생활만 중시해 밀실이 되어가는 건축을 비판하며 공동체의 교류를 강조해왔다. 
심사위원회는 “자유와 프라이버시에 대한 전통적 관념을 해체하고 주택을 이웃과 단절된 상품으로 전락시킨 조건을 거부한다”며 “조화로운 사회를 위해 공적·사적 영역의 유대를 구축하는 건축가이자 사회 운동가”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야마모토는 “나에게 공간을 인식한다는 것은 공동체를 인식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오늘날 건축의 접근 방식은 사생활을 강조한 나머지 사회적 관계의 필요성을 부정한다. 
그러나 우리는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공간 안에서 삶과 문화의 조화를 추구할 수 있다.” 
이처럼 공동체를 중시하는 철학을 지역사회권(圈)이라는 용어로 개념화했다.


그가 설계한 경기 판교의 타운하우스와 서울 세곡동 아파트는 이런 생각을 실현한 작품들이다. 
판교에서는 주민들이 공유하는 정원 주위에 각 세대를 배치하면서 현관 벽에 유리를 사용했다. 
세곡동 아파트 역시 현관문을 유리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국내에서 사생활 침해 논란을 빚었고, 판교 타운하우스는 초기 미분양을 기록하기도 했다.

 

 

<공동 정원 주변 각 세대의 현관 부분을 유리로 설계한 ‘판교 하우징’. 
소통을 강조한 디자인이지만 사생활 침해 논란을 낳기도 했다.>

 

 

1945년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나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일본 요코하마로 이사했다. 
1968년 니혼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1973년 자신의 설계 사무소인 ‘리켄 야마모토&필드 숍’을 설립했다. 

이후 50여 년에 걸쳐 일본은 물론 스위스, 중국, 한국 등지에서 작품을 설계하며 투명성과 공공성을 중요한 어휘로 삼았다. 
예컨대 히로시마 니시 소방서(2000)는 건물을 투명하게 만들어 안전의 파수꾼인 소방관들의 활동을 드러내고, 방문자들이 건물 곳곳의 공공 구역에서 소방관들과 마주칠 수 있도록 했다. 
요코스카 미술관(2006)은 관람객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전망대 등에서 도쿄만 일대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쉼터로 디자인했다.


건축계에서는 수상자 개인의 역량을 포함한 일본 건축 전체의 저력이 ‘최다 수상’의 바탕이 됐다고 본다. 
프리츠커상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실제로 지어진 작품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수상자를 결정한다. 
여기에는 디자인뿐 아니라 시공 능력, 자본, 관련 법규와 같은 건축 문화가 총체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KAIST 인문사회과학부 조현정 교수는 “일본은 1960년대부터 ‘일본성(性)’을 내세워 국제 건축계에서 영역을 구축했고, 그때부터 ‘아시아’나 ‘지역’ 딱지를 떼고 국제 수준의 건축으로 대접받았다”고 말했다. 
일본 첫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단게 겐조가 패전 이후 국가 재건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도쿄대학 연구소가 이 시기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조 교수는 저서 ‘전후 일본 건축’(마티)에서 단게 연구소를 ‘전후 일본이라는 국가 자체를 설계하는 싱크탱크’이자 ‘이소자키 아라타, 구로카와 기쇼, 마키 후미히코 등 재능 있는 건축가들이 모여드는 사관학교’로 표현했다. 
이 중 단게 본인과 이소자키, 마키가 프리츠커상을 받았고 이소자키와 마키는 초창기 프리츠커상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일본 건축의 연구소 문화는 단게의 시대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조 교수는 “일본 건축가들은 유학을 떠나기보다 대학별 연구소에서 네트워크를 만들고 경험을 쌓는 경우가 많다”면서 “해외에 나가서 비슷비슷한 고민을 하기보다 일본 사회를 깊이 탐구하면서 노하우를 전수하는 쪽을 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일본 특유의 장인 정신도 비결로 거론된다. 
서울대 건축학과 서현 교수는 “일본은 현대 이전부터 ‘완성도’에 대한 집착이 엄청나게 강했던 사회”라면서 “지금도 건축가가 아이디어를 내면 세계 최고 수준의 시공자들이 그걸 구현할 방법을 줄줄이 제시하면서 건축물의 완성도를 높인다”고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적 번영을 누리면서 설계는 물론 시공이나 재료 등에 충분한 비용을 투자할 수 있었던 점, 패전 이후에도 많은 건축 잡지가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건축가들에게 공론장을 열어준 점도 성공 비결로 꼽힌다. 
단독주택 중심의 주거 문화 덕에 젊은 건축가들이 일찍부터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는 점도 아파트 위주의 한국에 비해 유리한 점으로 거론된다.(240307)


 

 

경기 중 이러면 싸움 납니다
[타임아웃] 스포츠 세계의 금기 플레이들



지난달 25일 미 프로농구(NBA) 경기 종료 20초 정도를 남기고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마이크 콘리(27·미국)가 3점슛을 성공시켰다. 
그 직후 상대팀 브루클린 네츠 데니스 슈뢰더(31·독일)가 착지 중인 콘리의 가슴팍을 밀쳤다. 
양 팀 선수들이 달려와 둘을 감싸면서 난장판이 벌어졌다. 
현지 전문가들은 먼저 밀친 슈뢰더가 아닌 “콘리의 잘못”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25일 NBA 경기에서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마이크 콘리(10번)가 경기 막판 승부가 사실상 결정됐는데 3점슛을 성공시키자 브루클린 네츠 데니스 슈뢰더(17번)가 항의하고 있다.>

 


이는 NBA 불문율 때문이다. 
경기 막판 승리를 확정한 팀이 득점을 시도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인식이다. 
팀버울브스가 12점 차 리드(98-86) 중이었는데도 콘리가 3점슛을 넣자 바로 앞에 있던 슈뢰더가 밀친 것이다. NBA를 포함한 전 세계 농구에 있는 문화다.


농구뿐 아니라 모든 스포츠에는 어겨서는 안 되는 금기가 있다. 
규칙으로 쓰여 있지는 않지만, 시간이 쌓이면서 자연스레 굳어진 예의범절 비슷한 행태들이다.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선 타자들이 타격을 마치고 방망이를 던지는 ‘배트 플립(Bat flip)’을 금기시한다. 투수를 조롱하는 행위로 여겨진다. 
MLB 투수들은 ‘배트 플립’을 한 타자를 기억해 뒀다가 그다음 맞설 때 빈볼(투수가 타자 머리를 향해 의도적으로 던지는 공)을 던진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배트 플립이 ‘빠던(빠따 던지기)’이라 불리며 통용되는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최근 미국에서는 분위기가 바뀌어 배트 플립을 조금씩 용인하고 있다.


축구는 ‘레인보 플릭(Rainbow flick)’이라는 기술을 경기 중 사용하면 분란이 일어난다. 
두 발로 공을 움켜쥐고 머리 뒤쪽 위로 띄워서 상대 수비수 키를 넘겨 제치는 것인데 한국·일본에서는 ‘사포’라고도 부른다. 
너무 화려한 동작이라 수비에겐 모욕적인 느낌을 준다는 게 이유다. 
브라질 네이마르(32·알 힐랄)가 이 기술을 자주 쓰는데 쓸 때마다 거의 시비가 붙는다. 
한국에선 황희찬(28·울버햄프턴)이 2018년 키르기스스탄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조별리그 3차전에서 1-0으로 앞서고 있을 때 이를 시도하면서 비판을 받았다.


관객이 지켜야 할 불문율도 있다. 
피겨스케이팅이나 역도, 골프 등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개인 종목에선 관중이 소음을 내선 안 된다.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환호를 자주 받는 유명 선수들은 불편을 호소하기도 한다. 
여자 피겨스케이팅 김연아는 2008년 한국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매 동작마다 엄청난 환호를 받자 “기권할까 고민했다”고 뒤늦게 밝히기도 했다. 당시 김연아는 2위에 머물렀다. 
여자 역도 장미란 역시 2009년 고양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비슷한 이유로 “다시는 한국에서 대회를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기를 넘어 규칙으로 바뀐 불문율도 있다. 
배구에서는 득점을 하고 네트 반대편 상대를 향해 기뻐해서는 안 된다.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이를 어기면 경고를 받는다. 
선수가 다칠까봐 규칙으로 금지한 기술도 있다. 피겨에서 공중으로 뛰어올라 뒤로 한 바퀴 도는 ‘백 플립’이다. 
지난 1월 중국계 프랑스 선수 아담 샤오 힘 파(23)가 유럽선수권대회 남자 피겨에서 인종차별을 하지 말자는 의미로 이 기술을 쓰고 감점을 받기도 했다. 샤오 힘 파는 감점에도 여유 있게 우승을 차지했다.(240307)

 

 

[스피드 3Q] 스페인도 5마리 돌려보내… 中 ‘판다 외교’의 명과 암

 


‘한국 출생 1호 판다’인 ‘푸바오’가 다음 달 초 중국 이동을 앞두고 3일 일반 관람객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푸바오는 2016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보내온 한 쌍의 판다 사이에서 2020년 7월 태어났다. 
중국의 판다 외교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3문답으로 풀었다.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가 오는 4월 중국 이동을 앞두고 관람객들과 3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Q1. 중국이 보낸 판다 얼마나 되나.

중국 국가임업초원국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해외 18국에 판다 56마리가 살고 있다. 
1990년대부터 중국이 외국과의 판다 교류를 본격화하면서 20국 26개 기관에 판다를 보냈다. 
푸바오처럼 국외 번식이 이뤄진 경우는 41차례고, 이를 통해 68마리가 태어났다. 
판다들의 고향은 중국 쓰촨성에 있는 자이언트 판다 보존 연구 센터다.


중국이 해외로 보내는 판다는 초기에는 조건 없는 선물이었지만, 1975년 멸종 위기종 국제 거래 협정이 발효되면서 임대 형식으로 해외에 보내게 됐다. 
임대료는 한 쌍 기준 해마다 100만달러(약 13억원)고, 임대 기간은 10년 안팎이다. 
해외에서 태어난 판다도 출생국이 아닌 중국 국적이다. 
해외에서 판다가 사망하면 중국에 보상금도 지급해야 한다. 
태국 동물원에서 기르던 판다가 지난해 4월 고령으로 죽자 태국 측이 중국에 6억원의 보상금을 줘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 중국 방문 때 중국이 선물한 판다 링링과 싱싱의 1974년 모습.>

 

Q2. 새끼를 왜 다시 데려가나.

해외에서 태어난 판다 새끼는 근친교배를 피하기 위해 번식기인 4∼6세가 되기 전인 2∼4세 때 중국으로 보내진다.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에 따른 것이다. 
암컷인 푸바오는 중국에 간 이후 성적으로 성숙해지면 바로 짝짓기에 들어간다. 
다만 이미 다 자란 판다는 중국과 임대 연장 협상을 할 수 있다.


푸바오가 중국에 도착하면 건강 상태와 기지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합한 사육 장소를 배정받게 된다. 
쓰촨성에는 청두를 중심으로 판다 기지 6곳이 흩어져 있는데 이 중 한 곳으로 가게 된다. 
한두달 정도 적응 기간을 거쳐 일반 공개가 이뤄진다. 다만 예외도 있다. 
성격이 예민했던 일본의 샹샹은 작년 2월 중국으로 왔고, 비교적 늦은 11월에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됐다.

 

Q3. 중국이 판다 외교에 열심인 까닭은.

국익 수호를 위한 공세와 압박 때문에 ‘전랑(늑대전사)’으로 수식되는 중국 외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미수교 상태였던 중국을 전격 방문한 뒤 중국은 판다 한 쌍을 워싱턴에 보냈다. 
이 판다가 폭발적 인기를 얻으면서 적성국 이미지가 급속도로 개선됐다. 
같은 해 역시 미수교 상태였던 일본의 다나카 가쿠에이 총리 방중 뒤 중국은 일본에도 판다를 보냈다. 
사드 사태 등으로 반중 감정이 치솟은 한국에서도 푸바오는 사실상 ‘중국 이미지 관리자’ 역할을 했다.


중국은 판다 외교를 통해 압박을 가하거나 관계 변화의 신호를 주기도 한다. 
중국은 최근까지 미국과의 갈등이 지속되자 올해까지 미국 내 모든 판다를 회수하겠다고 했고, 스페인의 판다 5마리는 지난 2일 한꺼번에 반환시켰다. 
그러다 지난달 22일 중국은 돌연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 스페인 마드리드 동물원에 판다를 보내기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이 서방과의 갈등으로 경제·외교에서 궁지에 몰리자 이 국가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신호를 판다를 이용해 보낸 것이다. 
반면, 중국의 앙숙인 인도는 여러 차례 판다 임대를 요구했지만 중국이 답하지 않고 있다. 
홍콩의 중국화와 공격적인 대외 정책으로 중국의 소프트파워가 약해지면서 판다 외교의 힘이 약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240304)

 

 

[깨알지식] “메이데이! 메이데이!” 대체 무슨 뜻?

 


26일 미국 동부 메릴랜드주(州) 볼티모어 항구 인근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가 화물 컨테이너선 ‘달리’와 충돌해 붕괴됐는데도 대형 참사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국제 조난 신호 ‘메이데이(Mayday)’ 덕분이다. 
충돌 직전 달리의 신호를 받은 당국은 즉각 차량 통행을 통제했다. 
메이데이는 1927년 국제무선전신회의에서 공식 조난 신호로 채택됐다. 
전신(電信) 통신이 일반적이었던 1920년대 초까지 대표 조난 신호는 모스부호로 표현하기 쉬운 ‘에스오에스(SOS)’였는데, 무선 교신 발달로 별도 음성 신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 동부 메릴랜드주(州) 볼티모어의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에 26일 새벽 화물 컨테이너선(船) ‘달리’가 충돌한 뒤 교각과 다리 본체가 무너진 모습.>


메이데이는 프랑스어로 ‘와서 나를 도와주시오’란 말인 브네 메데(venez m’aider)의 뒷부분 ‘m’aider’가 영어식으로 바뀐 것이다. 
당시 항공 용어는 주로 영어와 프랑스어였는데, 영국·프랑스 간 항공 통행량이 많았기 때문이다. 
메이데이는 선박·항공·경찰·소방 분야에서 주로 쓰는데, 노동절(May day·5월 1일)과 구별하려 “메이데이! 메이데이! 메이데이!”라고 세 번 외친다. 
연료 고갈, 일부 설비 고장 등 위험 수준이 한 단계 낮은 경우 프랑스어 ‘판(panne·고장)’에서 비롯된 ‘팬팬(pan-pan)’이라는 신호를 쓴다.(240328)

 

 

[깨알지식] “모스크바 테러, 극단 이슬람 소행”… 그런데 용의자는 왜 다 타지키스탄 출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2일 모스크바 외곽 공연장 테러 사건에 대해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소행”이라고 25일 인정했다. 
테러는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이 주도했다고 알려졌다. 
‘호라산(영문명 <Khorasan>)’은 아프가니스탄·이란 일대 지역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데 테러 용의자 네 명은 모두 중앙아시아에 있는 타지키스탄 국적이다. 
타지키스탄과 ISIS-K는 무슨 관계일까.


타지키스탄은 아프간·우즈베키스탄·중국 등과 국경을 접하는, 중앙아시아 최소·최빈국이다. 
빈곤 탓에 러시아 등 이웃 나라로 건너가 저임금 일자리에 종사하거나 이런저런 무장 단체의 ‘생계형’ 대원으로 활동하는 타지키스탄인들이 있다. 
이번 테러 용의자 중 한 명은 실제로 돈 때문에 테러를 감행했다고 증언했다.

 

 


<중앙아시아 국가 타지키스탄의 국기가 수도 두샨베에 걸려있는 모습.>

 



탈레반이 아프간 정권을 잡은 2021년 이후엔 타지키스탄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무장 단체가 특히 많이 늘었다. 
아프간 내 ISIS-K처럼 탈레반과 대립해온 다른 이슬람 무장 단체 대원들이 타지키스탄으로 적잖이 넘어왔기 때문이다. 
이슬람과 종종 충돌해온 러시아는 이슬람 세력이 자국과 멀지 않은 타지키스탄에서 창궐하지 못하게 하려고 파병까지 하면서 힘썼다. 
하지만 이번 테러는 이런 노력에도 적잖은 타지키스탄인이 이슬람 극단 세력에 포섭됐을 수 있음을 드러냈다.(240327)



 

 

“배설물보다 못한 게 넘쳐난다”... 페북·네이버 이용자 급감 이유

 


윤이슬(30)씨는 페이스북 앱을 열어보지 않은 지 한 달이 넘었다. 
윤씨는 중학교 때부터 페이스북에 일거수일투족을 올리고 ‘페메’(페이스북 메신저)로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열혈 사용자였다. 
그는 “‘페친’(페이스북에서 맺는 친구)이 올린 글보다 광고가 더 많아 마치 광고를 보기 위해 앱을 쓰는 것 같다”며 “최근에는 친구들도 페이스북에 글이나 사진을 올리는 횟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2000년대 말 등장해 모바일 시장을 대표하는 서비스로 발돋움했던 온라인 플랫폼의 열화(劣化)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용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보다 광고가 많아지거나 가짜 뉴스, 스팸과 같은 질 낮은 콘텐츠들이 범람하면서 페이스북·인스타그램·네이버 같은 플랫폼의 전반적인 질이 떨어지자 이용자들이 떠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해외에서는 플랫폼의 열화를 지칭하는 ‘엔시티피케이션(enshittification·이하 엔시트화)’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배설물’이란 의미의 ‘shit’을 써서 플랫폼이 더럽고 쓸데없는 것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한 것이다. 
지난달 미국 언어 학회가 선정한 ‘2023년 올해의 단어’다.


엔시트화는 2022년 캐나다 출신 작가 코리 닥터로가 만든 용어다. 
사용자에게 편익을 주고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던 온라인 플랫폼이 사용자 경험보다 수익 창출을 우선시하면서 플랫폼의 품질과 사용자 경험이 저하되는 현상을 설명하는 데 쓰인다. 
파이낸셜타임스와 가디언은 “대부분의 플랫폼이 인기를 끌다가 하락세로 접어드는 과정에는 엔시트화가 있다”고 했다.

 

 




올 들어 국내 페이스북 월간 활성 사용자(MAU)는 100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모바일 빅데이터를 제공하는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1월 MAU는 991만3855명으로 지난해 1월(1155만2420명)과 비교해 1년 새 약 164만명 줄었다. 
2020년 페이스북 전성기(1487만명)와 비교하면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에서도 이미 2021년 페이스북 사용자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닥터로에 따르면 이용자들이 플랫폼을 떠나는 과정엔 엔시트화가 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은 이용자들이 글과 사진을 공유하고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친분을 쌓을 수 있는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해 이용자를 늘렸다. 
이용자들은 플랫폼 안에서 형성한 네트워크 때문에 쉽게 떠나기 어렵다. 
플랫폼은 이들의 데이터를 제공하며 광고주를 유치하고, 일단 유치된 광고주는 수십억 이용자가 있는 플랫폼에 묶이게 된다. 
플랫폼은 갈수록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광고를 계속 늘리고 이용자들은 이를 감내해야 한다. 
광고주 역시 치열해지는 경쟁 때문에 더 많은 광고비를 지출할 수밖에 없다. 
결국 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광고(-)를 참고 봤지만 이제는 단점이 더 커지면서 플랫폼을 떠나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검색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던 네이버의 점유율이 최근 떨어지고 있는 것도 엔시트화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줄곧 70~80%대를 유지하던 네이버의 점유율은 지난해 60% 선이 무너졌다. 
네이버는 출시 초기 깔끔한 화면과 강력한 검색 기능, 메일 등으로 사용자들을 끌어모았다.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식당이나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이 홍보를 하거나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몰려들고 검색 광고 시장이 형성됐다. 
하지만 네이버의 검색 광고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비슷한 열화 과정을 겪고 있다. 
1일 현재 네이버 검색창에 ‘광화문 맛집’을 검색하면 상단에는 네이버에 광고비를 낸 식당 열 군데가 우선적으로 노출된다. 
지도와 함께 나오는 식당 리스트에서도 광고비를 낸 식당이 더 위에 나온다. 
네이버 사업의 핵심이었던 검색의 신뢰성까지 담보할 수 없는 것이다. 
네이버는 하루 단위로 클릭 수에 따라 광고비를 책정하고, 상단에 노출될 수 있는 기회는 경매 형식으로 판매한다. 네이버 광고를 최근 그만둔 한 자영업자는 “불과 1~2년 전만 해도 클릭 한 건당 50원씩 하던 광고비가 한 건당 1100원까지 올랐는데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고 했다.(240302)


☞엔시티피케이션(enshittification)

’배설물’이란 의미의 ‘shit’ 앞에 접두사 ‘en’(~이 되게 하다), 뒤에 ‘~화(化)’라는 의미의 접미사 ‘fication’을 붙인 신조어. 
양질의 무료 콘텐츠로 사용자를 모은 온라인 플랫폼이 수익 창출을 우선시하면서 이용자의 만족도가 떨어지고 결국 이탈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2022년 작가 코리 닥터로가 만든 용어이다.


 

 

[깨알지식 Q]유럽 호령하던 오스트리아는 왜 중립국 됐나

 


지난해 4월 핀란드에 이어 최근 스웨덴이 서방 최대 군사동맹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합류했다. 
이로써 “어느 나라와도 싸우지 않겠다”는 중립국 지위를 포기했다. 
2년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오스트리아에서도 나토 가입 주장이 나왔지만, 중립국 유지 여론이 우세해 무산됐다. 
중립국의 대명사 스위스와 달리 오스트리아도 중립국이라는 사실은 낯선 편이다.

 

 

<2016년 10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서 열린 국제 군사 훈련에 참가한 오스트리아>

 

 


중립국이 되려면 “어느 나라와도 싸우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주변국들에 이를 인정받아야 한다. 
스위스는 1798년 프랑스에 점령됐다가 나폴레옹 전쟁에서 프랑스가 영국 연합군에 패배한 1815년 열린 빈 회의에서 영세중립국이 됐다. 
오스트리아·프랑스·영국·프러시아·러시아·포르투갈·스페인·스웨덴 8국은 이 회의에서 스위스가 프랑스·오스트리아 사이에서 완충지대 역할을 하길 기대했다. 
오스트리아는 이 전쟁으로 강대국으로 떠올랐고, 1867년 이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으로 유럽을 호령했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1919년 제국은 해체됐고, 2차 대전이 끝난 1945년부터 10년간 미국·영국·프랑스·소련 4국의 신탁통치를 겪었다. 
이후 오스트리아는 중립국을 선언했고, 1955년 4국의 합의로 오스트리아는 신탁통치에서 벗어나면서 중립국으로 인정받았다.


오스트리아·스위스 같은 유럽 한복판의 군사 요충지는 이곳을 차지하기 위한 강대국들의 전쟁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특정 국가의 중립국 선언과 주변국의 인정은 출혈경쟁을 피하기 위한 약속인 셈이다.(240229)

 

 

[What&Why]AI 열풍에 카리브해 소국 돈벼락

앵귈라 국가 도메인 .ai 글로벌 IT기업에 인기


중미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 앵귈라(Anguilla)가 1980년대 확보한 국가 도메인(domain·인터넷 주소) 덕에 돈방석에 앉았다. 
국가 도메인은 인터넷 사이트 뒤에 붙이는 알파벳 2자로, 대부분 국가명을 축약해 만들었다. 
한국(Korea)에 할당된 국가 도메인은 ‘.kr’이다. 
앵귈라의 국가 도메인은 ‘.ai’인데, 최근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세계 IT 기업들에서 인기를 끌면서 도메인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일부 국가는 도메인을 민간에 위탁해 해외 기업 등에 판매하기도 한다.

 

 




앵귈라의 도메인 판매를 관리하는 빈스 케이트씨는 최근 미국전기전자공학회(IEEE)의 전문지 IEEE스펙트럼 인터뷰에서 도메인 수익이 한 달에 300만달러(약 40억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ai’ 도메인 수요 급증에 따라 1년 후에는 월 600만달러로 수익이 두 배가량 뛸 것으로 예상했다. 
앵귈라는 관광업과 은행업, 어업이 주 산업인데 최근 도메인 판매 대박으로 재산세 등 일부 세금이 감면됐다. 
앞서 AI 사업에 뛰어든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앞다퉈 ‘ai’ 도메인을 확보했다. 
국내에선 네이버 클로바와 카카오 등이 ‘ai’ 도메인 사용 대열에 합류했다.


‘ai’ 도메인이 인기를 끄는 건 직관적으로 인공지능과 관련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생성형 AI인 챗GPT의 초기 베타(시험판)가 출시된 2022년 11월 30일 이후 5개월간 ai 도메인 매출이 약 4배 뛴 적도 있다.


앵귈라는 영국 자치령으로, 인구 1만6000명가량의 대부분은 아프리카계 카리브인이다. 
총면적 91㎢로 전남 완도(섬) 크기와 비슷하다. 
앵귈라가 ‘ai’ 도메인을 사용한 건 1980년대 후반부터다.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가 국가별로 알파벳 두 개로 구성된 도메인을 할당했다. 
당시 국가명을 축약한 ‘ai’를 받은 앵귈라는 향후 수익을 예상한 건 아니었지만 시대가 지나며 뜻밖의 행운을 잡게 됐다.


도메인 장사로 재미를 본 나라는 앵귈라가 처음은 아니다. 
과거 라디오 시대엔 오세아니아 지역의 미크로네시아 연방(Federated States of Micronesia)의 도메인 ‘.fm이 많이 쓰였고, 이후 인터넷 동영상 열풍 때는 인근 섬나라 투발루(Tuvalu)의 ‘.tv’ 도메인이 인기를 끌었다.(240226)

 

 

[깨알지식Q] 美 대통령의 날은 왜 2월 셋째주?

 

지난 19일은 미국 연방 정부 공휴일인 ‘대통령의 날(매년 2월 셋째 월요일)’로 전국에서 역대 대통령들의 업적을 기리는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렸고, 관공서와 주식시장 등은 일제히 문을 닫았다. 
어떻게 해서 2월 셋째 월요일이 대통령의 날이 된 걸까? 
미국인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꼽히는 초대 조지 워싱턴과 노예 해방의 주역 16대 에이브러햄 링컨의 생일 사이서 날짜를 정한 것이다.


대통령의 날의 전신은 조지 워싱턴 탄생 기념일(2월 22일)이다. 
그의 탄생 100주년이던 1832년 의회 주도로 경축 위원회가 구성돼 기념행사가 열리기 시작했고, 1879년에 연방 공휴일로 지정됐다. 
하지만 당시 여러 주에서는 자체적으로 링컨의 생일(2월 12일)도 공휴일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었다. 
이렇게 공휴일로 경축하는 두 대통령의 생일이 가까워 자연스럽게 모든 미국 대통령을 기념하는 날로 통합해 격상시키자는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지난 19일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대통령의 날 기념행사.>

 


1968년 의회에서 미국 근로자들이 주말과 붙여 쉴 수 있도록 몇몇 휴일 날짜를 공식적으로 월요일로 변경하는 ‘월요일 공휴일법’이 제정돼 1971년부터 시행됐는데, 이를 계기로 워싱턴·링컨의 생일 사이인 2월 셋째 월요일을 연방 공휴일인 ‘대통령의 날’로 지정했다.(2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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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 3Q]가자 휴전 안보리 결의 또 무산… 美는 왜 세 번이나 거부했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의 즉각 휴전을 촉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이 다시 부결됐다. 
20일 안보리는 중동 상황을 의제로 회의를 열어 알제리가 제안한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반대해 채택이 무산됐다.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가 커지는 전쟁의 휴전을 권고하는 안보리 결의안이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좌초되기는 이번이 세 번째다.


◇Q1. 안건 내용은 무엇이고 표결은 어떻게 진행됐나.

이번에 표결에 부친 결의안은 ‘즉각적인 휴전’이 핵심 내용이다. 
이와 함께 가자지구 전역에 인도주의적 지원 전달, 팔레스타인 주민 강제 이주 반대 등 내용도 담겼다. 
유엔 내에서 구속력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최고 권위 기관인 안보리는 상임이사 5국(러시아·미국·영국·중국·프랑스)과 2년 임기 비상임이사 10국으로 구성된다. 
결의안이 통과되려면 총 15개 이사국 중 9국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와 동시에 상임이사 5국 어느 한 곳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미국은 거부권(비토)을 행사했고 영국은 기권해 결의안이 부결됐다.


◇Q2. 왜 알제리가 가자지구 휴전안을 발의했나.

아프리카 대륙 북서부의 알제리는 지난해 6월 회원국들의 투표로 비상임이사국에 선출됐다. 
당시 투표에서 뽑힌 10국 중 아랍 지역을 대표하는 유일한 국가다. 
알제리는 비상임이사국 선출 이후 “아프리카와 아랍권 목소리를 대변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맥락에서 알제리는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지난달 이스라엘에 집단 학살을 방지하라는 임시 명령을 내린 직후 이번 결의안 준비에 착수했고, 중동 국가들을 대표해 제출했다. 
AP 등은 “전통적으로 반이스라엘·친팔레스타인 입장인 알제리는 앞으로도 ‘주요 글로벌 국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현재 이스라엘-하마스 갈등 국면에서 중요 역할을 하려고 할 전망”이라고 했다.


◇Q3. 미국은 왜 자꾸 반대하나.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이유에 대해 “(해당 결의안은) 하마스 인질 석방 요구 없이 즉각적이고 조건 없는 휴전을 요구하고 있어 지속 가능한 평화를 가져올 수 없다”고 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의 중재로 휴전 및 인질 협상을 진행 중이다. 
당장 휴전을 하라는 건 현재 진행 중인 중동 휴전 협상을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다.


대신 미국은 ‘가자지구에서 가능한 한 빠른 일시적 휴전’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마스가 모든 인질을 석방하는 방식에 근거해 임시 휴전을 촉구하는 ‘조건부’ 휴전 요구안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이스라엘과 오랜 외교 관계와 자국 내 유대계의 영향력 때문에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휴전 결의안 추진에 다소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240222)



 

 

[글로벌 5Q]우크라·국경 문제 얽혀 치고받고… 美 의회에 무슨 일?

 

 


미국 정치권에서 ‘두 개 전쟁(우크라이나전, 이스라엘·하마스전)’ 지원 예산 법안이 국내 문제인 이민 통제 방안과 복잡하게 얽혀 의회의 벽을 좀처럼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일 연방상원의 민주·공화 양당 지도부는 오랜 협상을 거쳐 남부 국경 통제 강화 방안과 우크라이나·이스라엘 지원안을 합한 1180억달러(약 156조원) 규모의 긴급 안보 예산 법안을 초당적으로 공개했지만, 이틀 만에 폐기될 운명에 처했다.


공화당 유력 대선 경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5일 “오직 멍청이 혹은 극좌파 민주당원이나 이런 끔찍한 국경 법안을 위해 투표할 것”이라고 한 뒤, 공화당 의원들이 줄줄이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어서다. 친(親)트럼프 인사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예산 법안이 하원에) 오는 순간 죽을 것”이라며 법안 통과 가능성이 없다고 공언했다.


Q1. 왜 국경 문제가 전쟁 지원과 얽혔나

우선 조 바이든 대통령 집권 후 멕시코와 인접한 남부 국경을 통해 미국에 입국한 불법 이민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 국경수비대가 남부 국경에서 불법 이민자를 적발한 건수는 약 250만건으로 역사상 가장 많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계 각국이 봉쇄됐던 2020년의 40만건은 물론, 팬데믹 전인 2019년의 85만건과 비교해서도 3배가량으로 폭증한 수치다.


미국 국민, 특히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에 대한 불만이 팽배한 가운데 2022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됐다.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한 트럼프는 해외 군사 지원을 선호하지 않으며 존슨 하원의장을 비롯한 트럼프계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존슨 의장은 지난해 12월 “미국민은 국가 안보 문제가 우리 국경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데 동의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처리에 앞서 남부 국경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Q2. 양당이 상원에서 제안한 법안 내용은?

하원의 친트럼프 의원들과 달리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공화당 상원의원 중에는 우크라이나 지원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가 많다. 
이 때문에 상원에서 양당이 남부 국경 통제 강화와 우크라이나 지원을 한데 묶은 타협안을 협상할 수 있었다.

 

 

 


지난 4일 이들이 발표한 법안에는 남부 국경 관리 예산 200억달러와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600억달러, 이스라엘 지원 예산 140억달러,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국 지원금 48억달러 등이 포함돼 있다. 
또 국경을 넘은 이민자가 직전 일주일간 하루 평균 5000명 이상이 되거나, 어느 하루라도 8500명보다 많으면 국경을 폐쇄할 수 있게 했다. 
보수 성향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이 사설을 통해 “이 국경 법안은 통과시킬 만하다”며 “(이민 통제를 주장한) 공화당이 오랫동안 우선시했던 조항들을 담고 있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Q3. 왜 트럼프와 하원 공화당 의원들은 반대하나

표면적인 이유는 이 법안의 국경 통제 조항이 너무 약하며, 국경 법안을 따로 만들어야지 우크라이나 지원과 연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11월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계산이 담겨 있다고 미 언론들은 분석한다. 
국경 관리 문제는 바이든 대통령의 큰 약점인데, 새로운 입법을 통해 이 문제가 해결돼 버리면 대선에서 바이든을 공격할 포인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5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 “이 법안은 민주당에 큰 선물이고 공화당에는 죽고 싶다는 바람(Death Wish)”이라며 “민주당이 이민과 국경 문제에 대해 해온 끔찍한 일을 용서해 주고 곧바로 공화당에 떠맡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Q4. 바이든 대통령의 주장은

대선을 앞두고 국경과 우크라이나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는 바이든은 트럼프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 
바이든은 6일 “(트럼프는) 지난 24시간 동안 상·하원의 공화당 의원들을 접촉해 그들이 이 법안에 반대하도록 협박하고 강압하기만 했다고 들었다. 
그들(의원들)이 굴복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민은 지금부터 11월까지 국경이 안전하지 않은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공화당 친구들 때문이란 점을 알 것”이라고 했다.


Q5. 우크라이나에는 어떤 영향을 주나

백악관은 지난달 10일 예산 고갈로 인해 우크라이나 지원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이 지난 1일 500억유로(약 71조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극적으로 결정했지만 이는 피란민 지원 같은 비(非)군사적 재정 지원이다. 
지난해 가을부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선이 큰 변동 없이 교착돼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군사 지원을 받지 못하면,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완전히 장악하면서 전쟁은 러시아의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진다.(240208)


 

 

[궁금한 별별 순위] 넷플릭스가 레슬링 잡은 이유 있었네


스포츠 유튜브 구독자 1위는 WWE
1억명 근접… 그다음은 NBA·UFC

 



유튜브 세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는 축구나 야구가 아니다. 레슬링이다. 
정확히는 세계 최대 프로레슬링 단체 WWE(월드 레슬링 엔터테인먼트)다. 
WWE 유튜브 채널은 전 세계 구독자가 9950만명으로 모든 스포츠 종목 중 1위다. 
구독자 1억명을 달성하는 건 시간문제로 여겨진다. 다음은 NBA(미 프로농구)다. 
2140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3위는 UFC(종합 격투기)로 1750만명을 끌어들였다. 
미국에서 독보적인 인기를 누리는 NFL(미 프로풋볼·1260만명)과 스페인·잉글랜드 프로축구 리그 채널이 각각 980만명과 609만명으로 다음을 달린다.

 

 


<작년 열린 WWE의 한 행사 모습.>

 

미국 4대 스포츠(풋볼, 농구, 야구, 아이스하키) 중에선 NHL(북미 아이스하키 리그)이 207만명으로 가장 적었고, MLB(미 프로야구)는 489만명이 구독한다. 국내 스포츠는 아직 유튜브 활용도가 떨어진다. 
국내 프로 배구와 야구 리그를 총괄하는 한국배구연맹(KOVO)과 한국야구위원회(KBO) 구독자 수는 각각 16만명과 9만명대에 머물러 있다.


WWE가 대규모 구독자를 확보한 비결은 ‘링 위의 드라마’를 내세우며 화려한 의상, 웅장한 테마음악, 조명, 특유의 제스처 등을 섞은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에 집중한 덕으로 분석된다. 
팬들은 몸을 사리지 않는 선수들의 고난도 묘기에 열광한다.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가 최근 WWE와 WWE 인기 프로그램인 ‘RAW’ 경기를 독점 중계하는 대가로 10년 50억달러(약 6조6400억원) 이상 중계 계약을 맺은 이유다. 
넷플릭스는 “WWE 팬층은 두껍고 열정적이다. RAW는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정점에 있다”고 전했다. 
RAW는 1993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매주 월요일 방송하는 간판 주간 프로그램으로 미국에서 평균 200만명 이상 시청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드웨인 존슨(52), 존 시나(47) 등 다수 프로레슬링 스타가 배출됐다.

 

 




최근 OTT 업계에선 이처럼 스포츠 중계권을 따내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국내 CJ ENM OTT 티빙은 지난달 프로야구 온라인(유무선) 중계권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흥행 여부가 들쑥날쑥한 영화와 드라마에만 의존하지 않고 비교적 고정 팬층이 확고한 스포츠를 통해 유료 구독자를 늘리려는 속셈이다. 
“중요한 스포츠 경기는 TV로 본다”는 공식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미 수많은 팬은 OTT와 유튜브로 주요 경기들과 하이라이트 영상을 감상하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240214)

 

 

[깨알지식 Q] 인니 투표자, 왜 손가락에 잉크?

 



14일 인도네시아 대선과 관련해, 조코 위도도 대통령을 포함한 유권자들이 투표소를 나서며 짙은 색 잉크가 칠해진 손가락을 뽐내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무슨 표시일까.


‘손가락 잉크’는 인도네시아의 투표 완료 인증이다. 
주민등록 체계가 한국처럼 완벽하지 않은 인도네시아에선 한 사람이 여러 번 투표하는 것을 막기 위해 투표 후 검은 잉크에 손가락을 담갔다 꺼내야 한다. 
보통 새끼손가락에 잉크를 묻히지만 다른 손가락도 무관하고 여러 손가락에 잉크를 다 묻혀도 된다.

 

 

 

<14일 치러진 인도네시아 대선의 후보 중 한명인 프라보워 수비안토가 투표를 마친 후 손가락에 묻은 잉크를 펴 보이고 있다. 
중복 투표를 막기 위해 투표 완료자에게만 묻히는 이 잉크는 보통 새끼 손가락에 묻히지만 프라보워는 둘째·셋째 손가락에 잉크를 묻히고 '브이'자를 그렸다. 
프라보워의 선거 기호는 2번이다.>

 


투표 인증을 위한 잉크는 질산 은을 주성분으로 해서 당일엔 지워지지 않는다. 
엄밀히는 질산 은이 피부와 만나 피부가 염색되는 것으로 피부 세포가 완전히 자랄 때까지 남는다. 
보통 72~96시간 정도 유지되고, 길게는 한 달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1960년대 인도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잉크 인증 방식은 주민등록 상황이 비슷한 다른 나라에서도 쓰인다.


인도네시아의 또다른 특이한 투표 방식으로 ‘못 투표’가 있다. 
투표 용지에 도장 등을 찍는 것이 아니라 못을 사용해 지지하는 후보 쪽에 구멍을 뚫는다. 
도장이나 펜에 비해 투표 결과 조작을 어렵게 한다는 명분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조작 세력이 구멍을 하나 더 뚫는 방식으로 무효표를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240215)



 

 

[깨알지식Q] 성씨 없이 이름만… 희한한 인니 작명법



14일 치르는 인도네시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프라보워 수비안토의 러닝메이트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 부통령 후보는 조코 위도도(조코위) 현 대통령의 장남이다. 
그런데 성(姓)이 왜 다를까.


자식에게 부모, 대개 아버지의 성을 물려주는 많은 국가와 달리 인도네시아는 성씨 제도가 법제화돼 있지 않다. 
인도네시아 국민 2억7000여 만명은 문화와 언어가 제각각인 약 1300개 민족으로 나뉜다. 
작명 관습도 다른데, 국민 40%를 구성하는 자바족이 성 없이 이름만 쓴다. 
조코위 부자도 자바족이다. 자바족은 수도 자카르타가 있는 자바섬을 본거지로 하며 정치적 영향력도 세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 전체가 자바족 전통에 따라 작명 때 성을 쓰지 않아도 되도록 관습이 굳어졌다. 
일부 인도·중국계 인도네시아인은 자체적으로 전통을 따라 자식에게 성을 물려주고 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조코 위도도’는 언뜻 보기엔 성과 이름으로 나뉜 듯 보이나, 사실은 성 없이 전체가 이름이다. 자바어로 ‘건강한 청년’이란 뜻이다. 
줄여 부를 때 ‘위도도 대통령’이 아닌, ‘조코위 대통령’이라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의 아버지 이름 또한 노토 미하르조로 완전히 다르다. 
다만 대통령 배우자인 이리아나 여사는 해외 공식 일정이 잦아, 국제 무대에서 혼동되지 않게 ‘이리아나 위도도’로 개명했다. 원래 이름은 그냥 ‘이리아나’였다.(240214)



 

 

中관영 매체가 용의 영문표기를 ‘드래곤’에서 ‘룽(Loong)’으로 바꾼 이유는

 

용띠 해의 본격 시작을 알리는 음력설을 앞두고 중국에서 용의 영문 표기를 널리 알려진 드래건(dragon)이 아닌 한자 용(龍)의 중국 발음인 ‘룽(loong)’으로 표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국영 CCTV 계열 영어 채널인 중국국제방송(CGTN)은 지난달 15일 베이징의 용 모양 조형물 설치 소식을 전하면서 용의 해를 ‘이어 오브 더 룽(year of the loong)’으로 표기했다. 
지난달 9일 하얼빈의 댄스 경연 대회를 다룬 기사에선 용춤을 ‘룽 댄스(loong dance)’라고 했고, 이달 6일에는 기사 제목에 룽을 넣어 “중국의 기술 발전이 ‘용’솟음치고 있(Chinese tech goes a ‘loong’ way)”고 썼다. 
매체에 따라서 ‘드래건’으로 표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룽’을 혼용하기도 하고 ‘룽(드래건)’이라는 식으로 병기하는 경우도 있다.

 

 

<중국 쓰촨성에서 지난 1일 공연단이 전통 용춤을 추고 있다.>

 



이처럼 ‘룽’의 출현 빈도가 점차 찾아지는 것은 용을 자국 문화 홍보 수단으로 적극 사용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용은 아시아를 포함한 여러 문화권에서 공유하는 설화 속 동물이지만, 중국의 상징으로 세계인들이 인식하게끔 하려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자신을 ‘용의 후손(龍的傳人)’이라고 여긴다.


중국에서 용의 영문 표기를 ‘룽’으로 바꾸려는 것은 ‘중국의 용은 서양의 용과 다르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서양의 용은 육중한 몸통에 길고 튼튼한 네 다리가 달려있고, 날개가 달렸으며 입에서는 불을 뿜는다. 
뱀처럼 기다란 몸에 다리가 짧고, 수염이 달려 있으며 입에는 구슬을 물고 있는 동양 용과 생김새가 다르다. 
무엇보다 중국에서 용을 신비롭고 상서로운 존재로 인식해온 반면 서양에선 불길하고 사악하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이 때문에 ‘드래건’을 ‘룽’으로 교체하려는 시도가 과거에도 있었다. 
황지 화둥사범대 커뮤니케이션학부 부교수는 2006년 인민망(網)에 게재한 칼럼에서 이런 점을 거론하며 용을 영어로 표현할 때 ‘드래건’이 아니라 중국어 발음을 살린 ‘룽’으로 번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용의 영문 표기를 개선하자는 인터넷 홈페이지도 만들었다.


상형문자에 익숙한 중국인들은 룽이란 영문 표기에 긍정적이다. 
알파벳 철자(loong)의 ‘oo’가 용의 눈이나 긴 몸통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중국 인터넷 매체 상하이원롄(上海文聯)의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0%가 용의 영문 표기로 ‘룽’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중국 매체들은 역사적 근거를 찾느라 바쁘다. 양즈완보는 “1809년 영국의 한 선교사가 논어를 번역하면서 용을 ‘룽’이라고 썼다”고 보도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할리우드의 액션 스타 이소룡(李小龍)의 이름도 ‘드래건’을 ‘룽’으로 바꾸려는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그의 이름의 중국어 발음이 ‘리샤오룽’이다. 
아직 중국의 주요 영문 매체인 신화통신·글로벌타임스·차이나데일리 등은 기사에서 룽을 쓰고 있지 않지만, 향후 이 같은 표기를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24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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