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특수' 나흘간 50만부 팔려...한강 친필 사인본 50만원 거래도

 


“난 ‘채식주의자’ 읽고 싶은데.” “지금은 이거밖에 없다잖아.”


13일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 증쇄본이 입고됐다. 
시민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잽싸게 책을 집어 들었다. 매대에서 책이 훅훅 빠졌다.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 발표 하루 만에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책 재고가 바닥났다. 말 그대로 ‘완판 사태’. 
교보문고에선 절판된 2017년 판본 ‘여수의 사랑’을 창고에서 꺼내 와 파는 일까지 벌어졌다. 
저자 친필 사인이 있는 초판본이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50만원에 팔렸다.

 

 


<13일 오후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 관련 코너가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주말 근무라 화 나냐고요? 전혀요. 오랜만에 일이 많아서 좋지요. 한국인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나와서 자부심이 넘칩니다.”


12일 오후 경기 파주출판단지 인쇄 업체 ‘영신사’ 공장. 20년 넘게 이곳에서 일한 직원 최정순(62)씨가 손으로 ‘V’ 모양을 만들어 보였다. 기계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11일 오후 문학동네에서 ‘증쇄가 급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곧바로 한강의 ‘희랍어 시간’ ‘흰’ 표지를 인쇄했고, 12일 새벽 2~3시쯤 본문 인쇄를 시작했다. 스무 명 넘는 직원들이 주말을 반납하고 특근에 나섰다.


기자가 공장을 찾은 오후 3시쯤 책 3만5000부의 본문 인쇄 작업은 이미 마친 상황. 
제본 작업 중 하나인 접지 공정이 한창이었다. 본문이 찍힌 종이를 기계에 넣으면 책 모양으로 접어준다. 
‘다다다다’ 소리가 귀를 때렸다. 기계 아홉 대가 일사불란하게 접은 종이를 뱉어냈다. 
28년 경력 인쇄 베테랑인 김경연(51) 영신사 인쇄 파트 부장은 “오랜만에 정신없이 바쁘다. 노벨상이라 확실히 레벨이 다르다”며 웃었다.

 

 

<12일 경기도 파주출판단지 인쇄소 '영신사'. 인쇄된 '희랍어 시간'과 '흰'을 접는 제본 작업이 한창이다.>

 

인근 ‘천광인쇄소’ 1공장. 한강의 가장 최근작 ‘작별하지 않는다’ 인쇄와 제본 작업으로 분주했다. 
잉크와 화학약품 냄새가 그득했다. 인쇄한 ‘작별하지 않는다’ 십여 더미가 사방에 쌓여 있었다. 
160cm쯤 돼 보였다. 
두 인쇄기가 굉음을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이 중 한 대는 13일 밤까지 멈추지 않고 돌릴 예정이다. 
30년 경력 직원 전대근(64)씨는 인쇄된 종이를 몇 분에 한 번씩 꺼내보며 상태를 확인했다. 
“날파리라도 들어가면 까만 점이 찍혀서 계속 인쇄되거든요. 급하게 작업하는 만큼 꼼꼼히 잘 봐야 합니다.” 
천광인쇄소 관계자는 “급한 대로 2만부 먼저 찍어 (물류 센터로) 보냈고, 3만부, 2만5000부 순으로 더 보낼 예정”이라고 했다. 
주말 동안 이 공장에서만 약 7만5000부를 찍는 것이다.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와 ‘흰’을 낸 문학동네는 15만부와 6만부씩 먼저 증쇄하기로 했다.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를 펴낸 창비는 “주말 동안 인쇄소 6곳을 돌려 되는 대로 10만부를 먼저 풀려고 한다”고 했다. 
문학과지성사도 한강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비롯한 도서 6종을 주말 내내 찍었다.


주말에 인쇄된 따끈따끈한 증쇄본이 서점에 입고되면서 판매량은 더 치솟고 있다. 
수상 직후부터 13일 오후까지 교보문고·예스24의 누적 판매량은 각각 26만부, 27만부로 집계됐다. 
나흘 새 50만부가 넘게 팔린 것이다. 
김현정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담당은 “월·화 중 차례로 더 많은 물량이 들어올 예정”이라고 했다.


해외에서도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프랑스 파리 서점에서도 씨가 말랐다. 프랑스판 현지 출판사 그라세도 ‘작별하지 않는다’ 8000부를 긴급 추가 인쇄한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 맨해튼가 서점에서도 매진 행렬이 이어졌다.

 

 

<지난 12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 5번가에 있는 대형 체인 서점 반스앤드노블(Barnes & Noble) 매장의 모습. 한강의 저서는 매진돼 찾을 수 없다.>

 

문학과지성사·문학동네·창비 등 출판 3사와 인쇄소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지만, 한강 작가 책이 없는 출판사들은 부러운 눈길을 보내고 있다. 
문학 애독자들이 ‘노벨 문학상 생중계 맛집’이라 부르는 유튜브 채널 ‘민음사tv’에는 노벨 문학상 발표 당일 특집 방송에 해외문학팀 편집자 세 명이 출연했다. 
당연히 해외 작가가 받으리라 예상한 것이다. 
이들은 중국의 찬쉐, 일본의 다와다 요코, 캐나다 시인 앤 카슨 등을 수상 후보자로 점찍었다가 ‘한강’이라는 말을 듣고는 “와!” 하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패널들은 “기쁜 마음(?)으로 퇴근한다” “내년에는 한국문학팀 편집자를 모시자”며 방송을 마쳤다.


독자들은 책 구매에 열을 올리는 한편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한강의 최신작인 ‘북향 방’ ‘고통에 대한 명상’ 등 시 두 편이 실린 ‘문학과사회’ 가을호를 찾아보는 등 본격적인 ‘한강 파고들기’에 나섰다. 
2019년 발매한 악동뮤지션의 노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는 국내 음원 플랫폼 멜론에서 역주행을 시작했다. 
한강이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초고를 쓸 때 이 노래를 인상 깊게 들었다고 이야기하는 영상이 퍼진 영향이다.(241012)


 

 

독일어에도 '아포스트로피(Apostrophe·'s)' 쓰기로

소유격에 '아포스트로피' 사용
"영어에 문법 흔들렸다" 비판

 


독일어정서법위원회가 독일어에서 소유격을 쓸 때 영어식으로 ‘아포스트로피(Apostrophe·‘s)’를 사용해도 틀리지 않는다는 규정을 새롭게 내놓으면서 반발이 일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DW는 8일 독일어정서법위원회(RdR)가 내년부터 수정된 소유격의 표현법 규정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원칙적으로 독일어에서 아포스트로피는 단어를 축약할 때만 쓰고 소유격을 나타낼 때는 쓰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안네의 빨래방’이라는 말을 독일어로 쓸 땐 보통 ‘Annes Waschsalon(안네스 바시살롱)’이라고 표기한다. 
하지만 위원회는 앞으로 고유명사에 한해서는 영어식으로 아포스트로피를 활용해 소유격을 나타내는 표기도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럴 경우엔 ‘Anne’s Waschsalon’이라고 쓰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내년부터 공식적인 독일어 표기법에 일괄 적용된다.


위원회는 독일인들이 이미 영어식 표기를 익숙하게 쓰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해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DW는 “본래 아포스트로피를 쓰지 않는 것이 독일어 전통이었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대중 사이에선 영어식 표기가 대단히 친숙해졌다”고 했다. 
실제로 독일의 거리 간판에서 영어식으로 아포스트로피를 쓰는 경우는 흔하게 찾을 수 있다.

 

 




독일 전통 매체는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오랜 독일어의 전통을 영어가 흔들도록 위원회가 내버려두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 빌트지는 “이런 영어식 표기로 된 표지판을 보면 머리카락이 곤두설 것만 같다. 독일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번 사태에 개탄할 것”이라고 했고,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도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면서 일부러 단어 중간중간에 어색하게 아포스트로피를 끼워넣으며 조롱하는 사설을 내놨다.


반면 학자들은 언어가 문화의 산물인 만큼 변화를 겪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베를린자유대학 언어학자 아나톨 스테파노비치는 영국 가디언에 “독일어가 과거 프랑스어의 영향을 받았던 것처럼, 이젠 영어의 영향을 받는 것일 뿐이다”라고 했다.(241011)



 

 

스벅의 위기… 몸집은 커지는데 실속이 없다

영업이익률 3년째 4~5%대



8.5%(2020년)→10%(2021년)→4.7%(2022년)→4.8%(2023년)→5.1%(올해 상반기).


한국 스타벅스의 최근 영업이익률 추이다. 
1999년 1호점을 내며 한국 시장에 진출한 스타벅스가 어느덧 1900여 개까지 매장이 늘고, 연 매출도 3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실속이 떨어지는 외화내빈(外華內貧)에 몸살을 앓고 있다. 
저가 커피 업체들이 수천 개의 매장을 내고 많게는 4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내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스타벅스는 그동안 고객과의 ‘인간적 소통’을 철칙으로 여겼지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진동벨을 배치한 매장을 100개 가까이로 늘리고, 키오스크 설치도 검토하는 등 이전에는 터부시했던 대책도 내놓으며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한국 스타벅스뿐 아니라 글로벌 스타벅스도 실적 부진에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는 등 위기에 맞서고 있다.

 

 




스타벅스는 1999년 이화여대 앞에 1호점을 내며 한국 시장에 진출한 뒤 몸집을 키워 왔다. 
매년 매출과 매장 수가 급증했다. 문제는 실속이다. 
이마트는 지난 2021년 7월 싱가포르투자청(GIC)과 손잡고 미국 스타벅스 본사가 갖고 있던 스타벅스 코리아 지분 50%를 인수했다. 
미국 본사가 갖고 있던 지분 50% 중 이마트가 17.5%, GIC가 32.5%를 인수하면서 이마트는 기존 보유 지분에 더해 스타벅스 코리아의 지분 67.5%를 가진 최대 주주가 됐다.


공교롭게도 이마트가 최대 주주가 된 이듬해인 2022년 영업이익률은 4.7%로 뚝 떨어졌다. 
작년에도 스타벅스 코리아의 영업이익률은 4.8%에 머물렀다. 
올해 상반기에는 사정이 조금 나아졌지만, 영업이익률은 5.1%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모든 커피 전문점이 위기인 건 아니다. 
컴포즈 커피는 작년 영업이익률이 41.3%에 달한다. 
메가MGC커피(18.8%), 더벤티(14.4%) 등도 스타벅스 코리아에 비해 월등히 높은 영업이익률을 보이고 있다. 
커피업계 관계자는 “스타벅스가 생기면 주변 커피 전문점이 문을 닫았던 과거와 달리 높은 회전율과 박리다매를 내세운 저가 커피 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자층이 생기면서 스타벅스의 경쟁력이 예전만 못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컴포즈 커피와 메가MGC 커피의 가맹점 수는 각각 2600여 개, 3000여 개에 달한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가맹사업을 하는 회사와 달리 넓은 매장을 운영하고 많은 인력이 투입돼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벅스는 고객과의 인간적인 소통을 철칙으로 여겨왔다.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도 고객의 이름을 직접 부르고, 제조한 음료를 직접 전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스타벅스가 ‘감당할 수 있는 사치’라고 불리며 비교적 높은 가격에도 인기를 끈 이유다. 하지만 스타벅스 코리아는 최근 이 철칙도 바꾸는 모양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지난 1일부터 이전에 없던 구독 서비스를 시작하고, 온라인스토어를 강화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선 진동벨을 배치한 매장이 90여 개로 늘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최근 키오스크 설치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내부적으로 영업이익률 두 자릿수 회복을 목표로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벅스 글로벌 본사도 실적 부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글로벌 스타벅스는 지난 2분기(4~6월) 전 세계에서 625개의 새 매장을 열었다. 전체 매장수는 3만9477개가 됐다. 1년 전 3만7000개였던 매장이 2477개 늘어난 것이다. 매장이 2000개 넘게 늘었는데, 매출은 오히려 줄었다. 
특히 전 세계 매장의 61%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매출 감소세가 스타벅스 위기론에 힘을 실었다. 
북미 지역 매출이 1분기와 2분기 모두 전년 동기 대비 2~3% 줄어들었다.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커피 시장이 된 중국에서의 매출은 1분기 11% 줄었고, 2분기에는 14% 감소했다. 
스타벅스는 작년 중국 브랜드인 루이싱커피에 중국 매출 1위 자리를 빼앗기는 굴욕도 맛봤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스타벅스는 최근 모바일 주문 증가 등으로 음료 제조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고객들을 기다리게 만들고, 바리스타들도 지치게 만들었다”며 “동시에 가격 인상, 직원들의 이직, 충성 고객의 감소 등으로 실적이 부진해졌다”고 지적했다. 
저렴한 데다 빠르게 픽업할 수 있는 경쟁 브랜드가 잇따라 생겨난 것도 스타벅스의 아성을 흔들고 있다.


위협 요소는 계속 등장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을 타깃으로 삼기도 했던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지난 7월 스타벅스의 지분을 확보하고 주가 부양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 이슈도 있다. 지난 1일 스타벅스 노조에 가입한 매장이 500개를 돌파했다. 2021년 처음 스타벅스 노조가 만들어진 뒤 노조에 가입한 바리스타는 1만1000명이 넘는다.


위기가 계속되자 스타벅스는 지난 8월 패스트푸드 체인 치폴레 CEO였던 브라이언 니콜을 새 CEO로 선임했다. 

니콜은 “일부 지역, 특히 미국에서 우리는 항상 만족스럽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본래 스타벅스 모습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241011)



 

 

윔블던 테니스 대회도 'AI 심판' 도입

내년 선심 없애고 '호크아이' 작동

 


‘전통’을 중시해 온 윔블던도 결국 AI(인공지능)란 조류를 따라간다. 
AP통신 등은 윔블던 테니스 대회를 개최하는 올잉글랜드 클럽이 내년부터 선심을 없애고 전자 라인 판정을 시행한다고 10일 보도했다. 
2000년 등장한 판독 시스템 ‘호크 아이(Hawk-Eye)’로 판정을 대신하겠다는 것이다. 
호크 아이는 경기장 곳곳에 설치한 카메라로 공의 궤적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해 정확한 낙구 지점을 찾아낸다. 2000년대 중반부터 선수들이 판정에 이의를 제기할 때 이 기술을 활용했다. 
올잉글랜드 클럽 측은 “판정 정확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2022년 7월 6일 영국 런던 남서부 윔블던의 올잉글랜드 테니스 클럽에서 열린 2022 윔블던 챔피언십 열흘째 남자 단식 8강전 호주 닉 키르기오스와 칠레 크리스티안 가린의 테니스 경기에서 선심들이 코트를 응시하고 있다.>

 


테니스 4대 메이저 대회 중 호주 오픈(2021년)과 US 오픈(2022년)은 이미 선심을 없앴다. 
당시 코로나19 유행으로 경기장에서 접촉하는 인원을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이 영향을 미쳤다. 
US 오픈은 이미 2006년부터 선수들이 세트당 세 번씩 전자 판독을 신청할 수 있는 챌린지 제도를 운영, ‘AI 선심’ 활용을 위한 준비는 끝난 상태였다. 
1877년 창설된 윔블던은 지난 7월 열렸던 올해 대회에서도 아웃과 폴트 등을 판정하는 ‘인간’ 선심 제도를 고수했다. 
대회 때마다 300여 명 선심이 등급에 따라 일당 40~180파운드를 받고 코트 주변에서 육성으로 판정을 내렸다. 
비디오 판독은 있긴 했지만 제한적으로 활용했다. 그러나 이 전통을 포기하기로 한 것이다. 
영국 테니스 심판협회는 “예상하긴 했지만 윔블던 전통 가운데 하나가 끝나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BBC는 “주심도 언제까지 남을지 모른다”고 전했다. 
인간 선심이 남은 메이저 대회는 이제 클레이(구운 흙을 분쇄한 것) 코트에서 열리는 프랑스 오픈뿐이다. 
프랑스 오픈은 경기장에 전자 판독 장치가 설치되어 있기는 한데, TV 중계 등에 참고용으로만 쓴다. 
하지만 주심이 종종 오심을 내리는 광경이 중계 화면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에 AI 심판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축구와 농구, 야구 등 다른 종목에서도 첨단 기술을 활용해 판정 공정성을 높이려는 시도는 계속 확산하는 추세다. FIFA(국제축구연맹) 주관 대회와 세계 주요 프로 리그에선 VAR(비디오 보조 심판) 시스템으로 오프사이드, 핸드볼 등 다양한 파울과 거친 반칙 행위를 잡아내고 있다. 
FIBA(국제농구연맹)나 NBA(미 프로농구)에서도 현장 화면을 판정에 폭넓게 활용한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홈런이나 아웃-세이프 여부 등을 가리는 기존 비디오 판독에서 나아가 올해부터는 기계로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하는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남자 프로테니스(ATP) 투어 대회에서도 내년부터는 전자 판독이 선심을 대체할 예정이다.(241011)


 

 

이름값 못하는 유엔평화유지군

분쟁 지역서 존재감 없고 사고 쳐

 



레바논 남부의 유엔평화유지군(UNIFIL) 기지가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은 다음 날인 1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안보리는 15이사국 만장일치로 채택한 성명에서 “유엔평화유지군 인원과 시설의 안전을 존중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슬람 무장 단체 헤즈볼라의 본거지 레바논 남부에서 지상전을 시작한 이스라엘군은 지난 13일 레바논 주둔 평화유지군 기지 정문을 탱크로 부수고 진입했고, 앞서 레바논을 공습하는 과정에선 유엔 병사 다섯 명이 다쳤다.


레바논에서 평화유지군이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 신세가 됐다. 
국제사회는 유엔군을 공격한 이스라엘을 일제히 비판하고 있지만, 수십 년간 주둔하면서도 평화를 유지하지 못하는 평화유지군에 대한 회의론도 나온다.

 

 


<지난 8일 레바논 남부 마르자윤에서 파란색 헬멧을 착용한 유엔평화유지군(UNIFIL) 대원들이 순찰을 하고 있다.>

 


레바논 주둔 평화유지군은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를 침공한 1978년 창설됐다. 
규모는 50여 국에서 파병된 약 1만명으로, 한국의 동명부대도 그 일원으로 2007년부터 레바논에 주둔하고 있다. 2000년 유엔이 이스라엘과 레바논 사이에 설정한 ‘블루 라인’이 사실상 국경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이스라엘·헤즈볼라의 교전을 막아내지 못하면서 평화유지군의 억지 능력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평화유지군은 민간인 보호나 자기 방어 등 제한된 조건에서만 무력을 사용할 수 있어서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2006년 안보리가 유엔군 주둔 지역에서 적대 행위를 금지한 ‘1701 결의안’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리타니강 이북에 머물러야 하지만 수년 동안 이를 위반해 왔다”고 비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로켓을 발사한 국경 인근 리타니강 지역은 유엔이 평화를 유지하기로 되어 있는 곳”이라고 지적했다.


리타니강 남쪽으로 내려온 헤즈볼라는 로켓과 미사일, 드론(무인기) 등을 동원해 이스라엘 북부를 공격했다.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 단체 하마스를 돕는다는 구실이다. 
이스라엘이 북부 주민의 안전 보장을 명목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전면전이 이어지고 있다.

 

 




평화유지군은 중재 역할도 제대로 못 하는 상황이다. 
2006년부터 레바논군·이스라엘군과 3자 회담을 정기적으로 주재했지만 지난해 10월부터 중단됐다. 
친(親)이스라엘 성향인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는 지난 8월 보고서에서 이런 상황을 전하며 “평화유지군은 계속해서 임무를 다하지 못해 신뢰를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평화유지군은 분쟁 예방과 평화 유지를 목적으로 1948년 창설돼 지금까지 54국에 파병됐다. 
대원들이 파란 헬멧을 써서 ‘블루 헬멧’이라는 별칭도 있다. 
냉전 시기였던 1988년 군대로서는 유일하게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당시 노벨위원회는 선정 이유로 “유엔평화유지군은 국제사회의 명백한 의지를 나타낸다”며 이들이 분쟁 지역에서 긴장을 완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유엔은 레바논, 남수단, 인도-파키스탄 등 11곳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하고 있다. 
6·25전쟁 때 한국을 돕느라 참전한 유엔 회원국 군대를 통괄 지휘하기 위해 안보리 결의로 창설된 유엔군사령부와는 별개 조직이다.


평화유지군이 평화를 지키지 못한 사례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2012년 서아프리카 말리에서 내전이 격화하자 유엔은 이듬해 평화유지군을 파병했다. 
2015년 말리 정부와 반군 세력이 평화 협정을 체결한 뒤에도 양측 갈등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2020·2021년 군사 쿠데타가 일어났고, 10여 년 주둔하는 동안 평화유지군 병사 총 311명이 사망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해 6월 말리 평화유지군 철수를 승인했다.


대원 약 1만7000명으로 파병 규모가 가장 큰 아프리카 남수단은 수년간 이어진 내전과 무장단체 난립, 종교·부족간 갈등 여파로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해 있다. 
남수단과 수단 사이 아베이 지역에선 영유권을 둘러싼 양측의 충돌이 끊이지 않는다. 
현재 평화유지군이 주둔 중인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서사하라 등에서도 내전에 따른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2004년 파병한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선 평화유지군이 성범죄를 저지르고, 콜레라균에 오염된 하수를 강에 버려 아이티 국민의 공분을 샀다. 
2017년 평화유지군이 철수한 아이티는 현재 갱단이 나라를 장악해 국정이 사실상 마비됐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콩고민주공화국에서도 평화유지군의 성폭력 사건이 보고됐으며, 1990년대 보스니아에선 일부가 인신매매 피해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알선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벌어졌다.(241016)



☞유엔평화유지군

1948년 창설된 국제연합군. 유사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각국 정부에서 자발적으로 파병한 부대로 구성됐다. 
분쟁 지역을 감시하고 협정 이행을 지원하는 임무 등을 수행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특정 국가나 지역에 파병이나 철수 여부가 정해진다. 
파란색 방탄모를 착용해 ‘블루 헬멧’이라고도 불린다. 1988년 세계 평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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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지식Q] 노벨상 준 스웨덴 아카데미… 왜 '한림원'으로 번역하나

 


24년 만에 한국인 수상자가 배출된 올해 노벨상 시즌이 끝났다. 
노벨상은 분야마다 선정 기관이 다르다. 생리의학상은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학연구소, 물리·화학·경제학상은 스웨덴 왕립과학원, 평화상은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서 선정한다. 
소설가 한강이 받게 된 문학상의 선정 주체는 스웨덴 한림원(翰林院)으로 1786년 당시 국왕 구스타브 3세가 설립한 스웨덴어·스웨덴 문학 진흥 기관이다. 
스웨덴어로 Svenska Akademien, 영어로 Swedish Academy인 이 기관을 왜 한림원이라고 번역할까.

 

 

<노벨상 메달의 모습. 메달 앞면에 노벨의 옆모습이 양각되어 있다.>

 


기원은 확실치 않지만 중국에서 유래됐을 가능성이 유력하게 꼽힌다. 
당나라 현종 때 설치한 왕립학술기관을 한림원이라 부른 것이 용어의 시초로 알려져 있다. 
붓[翰]을 든 학자들이 숲에 모여 고담준론(高談峻論)을 나눈다는 의미에서 한림원이란 이름이 지어졌다. 
이 영향을 받아 학술 기관을 한림원으로 부르는 관행이 주변 동아시아 국가로도 퍼졌다. 
실제로 통일신라와 고려 시대에는 임금의 명령을 받아 문서를 꾸미는 기관을 각각 한림대(臺)·한림원으로 불렀다.


학술·연구 단체를 한림원으로 부르는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오늘날에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국공학한림원’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등 여러 학술 단체가 ‘한림원’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다만 과거에는 노벨상을 주는 스웨덴의 모든 기관을 ‘스웨덴 한림원’으로 통칭했지만, 최근에는 문학상을 선정하는 기관으로 의미가 좁혀졌다.(241017)

 

 

봉지에 화약띠, 타이머 전선... 北 오물풍선, 이건 무기다

북한 오물풍선 구조 살펴보니

 

북한이 지난 5월부터 살포한 오물 풍선은 쓰레기를 채운 비닐봉지에 ‘화약띠’를 둘러 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타이머 장치가 스파크(불꽃)를 일으켜 이 화약띠를 폭발시키는 방식으로 쓰레기를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쓰레기 봉지를 실어나른 풍선에는 수소 가스를 채운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정도면 단순히 쓰레기를 매단 풍선이 아니라 특정한 의도를 갖고 제작한 무기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채현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방부에서 받은 ‘북한 오물 풍선 구조도’에 따르면, 오물 풍선은 지름 3~4m 크기 고무풍선에 쓰레기, 거름 등을 채운 비닐봉지를 매달아 만들었다.

 

 




풍선과 봉지 사이에 건전지로 작동하는 발열 타이머를 달았다. 
쓰레기 봉지에는 허리띠처럼 화약띠를 두르고 발열 타이머와 전선으로 연결했다. 
발열 타이머는 풍선이 이륙한 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전선에 전기를 흘려보내 스파크를 튀긴다. 
그러면 봉지를 두른 화약띠가 펑 터지면서 봉지 아랫부분이 열려 안에 있는 쓰레기가 넓게 뿌려진다. 
채 의원은 “과거 운동회 때 박을 터뜨리는 것과 같은 구조로 보인다”며 “그동안은 발열 타이머에 연결된 열선이 봉지를 녹여 쓰레기를 떨어뜨렸다고 알려졌는데 사실상 화약이 봉지를 터뜨린 것”이라고 했다.


다만 북한이 어떤 종류의 화약을 어떻게 처리해서 띠 형태로 만들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화약띠의 존재가 확인되면서 일부 오물 풍선이 떨어진 곳에서 왜 불이 났는지 의문도 풀리게 됐다. 
합참 관계자는 “타이머에 설정한 시간보다 일찍 풍선이 떨어지면 지상에서 화약이 터지면서 쓰레기 봉지에 불이 붙을 수 있다”고 했다.

 

 




고무풍선에는 수소 가스를 채운 것으로 파악됐다. 
군 당국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기구를 띄울 때는 가볍고 안전한 헬륨 가스를 쓰는데 가격이 싼 수소를 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수소 가격은 헬륨의 10분의 1 수준으로 싸지만, 불이 붙으면 폭발하는 성질이 있어 위험하다고 한다. 
수소는 물을 전기 분해해서 만들거나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얻는다. 둘 다 전기가 많이 든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무게 10㎏ 안팎인 오물을 우리나라까지 날려보내려면 상당한 양의 수소가 필요한데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는 북한이 조달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고무풍선의 고무는 천연고무를 쓴 것으로 파악됐다.


채 의원이 행정안전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5월 28일부터 지난달 22일까지 총 22차례에 걸쳐 오물 풍선 5530개를 살포했다. 
창고와 공장에 불이 나거나 차량 유리, 건물 지붕이 파손되는 등 피해도 78건으로 집계됐다.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에서는 총 20여 차례 항공기 이·착륙이 중단되기도 했다.


군 당국 관계자는 “군이 수거한 오물 풍선 대부분이 타이머와 화약띠 등 구조를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군은 북한이 주민들을 동원해 오물 풍선을 자체 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오물 풍선 하나 만드는 데 10만원 정도 들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최근까지 총 5530개를 살포했으니 오물 풍선 살포에 약 5억5300만원을 들인 셈이다.

 

 




북한은 남한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응하기 위해 오물 풍선을 살포한다고 하지만 군 전문가들은 오물 풍선이 언제든 무기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 등 우리나라 땅에 떨어지는 ‘적중률’도 높아지고 있다. 
군 당국 관계자는 “처음에는 서해 바다에 떨어지는 풍선도 많았는데 횟수를 거듭할수록 우리나라 땅에 떨어지는 오물 풍선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지난 6월 2차 살포 때는 우리나라 영토에 떨어진 오물 풍선 비율이 12.5% 수준이었는데 지난 7월 10차 살포 때는 그 비율이 96%에 달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 달 새 적중률이 8배가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물 풍선이 겨냥한 듯 용산 대통령실과 국회도서관, 국방부 청사에 떨어진 경우도 있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오물 풍선 수천개를 살포하면서 풍향과 풍속, 타이머 작동 시간, 풍선에 채우는 수소 가스의 양 등에 대한 노하우와 데이터가 쌓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나중에는 목표물을 꽤 정확하게 타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구체적인 적중률은 파악하기 어렵다”면서도 “오물풍선의 정확도가 상승하는 추세인 것은 맞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는 북한이 오물 풍선에 쓰레기 대신 생화학 물질을 담아 서울 등 도시에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금까지는 오물 풍선에서 생화학 물질이 검출된 적이 없지만 콜레라균이나 독극물 등을 살포해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241007)


 

 

[깨알지식 Q] 아소 다로 14선... 일본엔 왜 10선 넘는 정치인이 많나

 

이달 취임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12선(選)의 중의원(하원) 의원이다. 
전임 기시다 후미오·아베 신조 전 총리는 10선이고 아소 다로 전 총리도 14선이다. 
마흔셋의 나이로 일본 역대 최연소 총리까지 노렸던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도 5선이다.


일본에 이처럼 20~40년씩 의원을 하는 정치인이 많은 것은 다선 의원 배출에 유리한 정치 제도 때문이다. 
1996년 중의원 선거 때 도입된 ‘소선거구 비례대표 병립제’는 지역구 출마 후보가 정당 비례대표 명단에도 이름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지역구에서 낙선하더라도 비례 안정권에 들면 당선할 수 있는 방식인데, 이 제도를 활용해 많은 정치인이 의원 경력을 이어갔다.

 

 


<지난 9일 오전 일본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는 아소 다로(왼쪽) 당 최고고문과 이시바 시게루 총리.>

 


예컨대 3년 전 선거 때 자민당 간사장이었던 아마리 아키라 의원이 가나가와현 지역구에서 입헌민주당 신인 후토리 히데시에게 패배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입후보한 비례 대표를 통해 13선 의원이 됐다. 
일본은 지역구 289석에다 비례대표도 176석으로 꽤 많아, 지역구 출마자는 든든한 ‘당선 안전망’을 두고 선거운동에 나서는 것이다.


이달 27일 총선의 관전 포인트는 이시바 총리가 정치적 경쟁 관계였던 아베 전 총리의 옛 파벌 소속 의원 30여 명에게 이런 안전망인 ‘중복 입후보’를 허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치인도 하나의 직업’이란 인식을 가진 일본 유권자의 성향, 세습(世襲) 정치인이 우대받는 풍토, 중의원의 경우 임기(4년) 종료 전 해산돼 새로 선거를 치르는 경우가 잦다는 점도 다선 의원이 많은 요인으로 꼽힌다.(241016)


 

 

신발 과학이 날개… 여자 마라톤 '2시간 10분 벽' 깼다

케냐 체픈게티 세계 신기록



여자 마라톤 ‘2시간10분 벽’이 깨졌다.

 


케냐 출신 루스 체픈게티(30)가 13일(현지 시각) 미국 시카고 마라톤에서 2시간9분56초 만에 결승선을 통과해 세계 기록을 새로 쓰며 우승했다. 
종전 기록은 지난해 9월 베를린 마라톤에서 티지스트 아세파(28·에티오피아)가 작성한 2시간11분53초였는데, 이를 2분 가까이 앞당겼다. 
여자 마라톤 ‘2시간10분’은 남자 마라톤 ‘2시간’의 벽과 비교되는 꿈의 기록으로 여겨져 왔다.

 

 

<루스 체픈게티가 13일(현지 시각) 여자 마라톤 세계 신기록을 세우면서 미국 시카고 마라톤 결승선을 통과한 뒤 케냐 국기를 들고 달리며 기뻐하고 있다.>

 


체픈게티는 이날 첫 5km를 15분 만에 거침없이 내달렸고, 하프 지점을 1시간4분16초 만에 통과했다. 
여자부 2위 수투메 케베데(30·에티오피아·2시간17분32초)를 7분 이상 앞서는 압도적 기록으로 골인했다. 
이날 남자부 우승자 존 코리르(28·케냐)의 기록은 2시간2분44초였다. 
이번 대회 남자부에서 여자부 우승자 체픈게티보다 더 빨리 달린 선수는 9명뿐이었다.


2017년 마라톤에 데뷔해 2019년 세계선수권 우승을 차지한 체픈게티는 시카고 마라톤에서는 2021·2022년에 이어 올해 3번째로 우승했다. 지난해엔 준우승했다. 
2022년 이 대회 우승 기록 2시간14분18초는 이번 대회 전까지 체픈게티 자신의 최고 기록이자 역대 여자 선수 중 넷째로 빠른 기록이었다. 이날 4분 이상 단축했다.


이날 출발할 때 기온은 10도 정도였고 구름 낀 흐린 날씨에 바람이 적었다. 
체픈게티는 “세계 기록은 꿈이었고 이제 실현됐다. 날씨가 완벽했고 나는 준비를 잘했다”며 “이 기록을 켈빈 킵툼에게 바친다”고 했다. 
케냐 출신 킵툼은 작년 이 대회에서 2시간35초로 종전 기록을 34초 앞당기며 남자 마라톤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서브2(2시간 이내 풀코스 완주)′의 거대한 벽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지난 2월 교통사고로 25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이날 출발할 때 기온은 10도 정도였고 구름 낀 흐린 날씨에 바람이 적었다. 
체픈게티는 “세계 기록은 꿈이었고 이제 실현됐다. 날씨가 완벽했고 나는 준비를 잘했다”며 “이 기록을 켈빈 킵툼에게 바친다”고 했다. 
케냐 출신 킵툼은 작년 이 대회에서 2시간35초로 종전 기록을 34초 앞당기며 남자 마라톤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서브2(2시간 이내 풀코스 완주)′의 거대한 벽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지난 2월 교통사고로 25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여자 마라톤 세계 기록은 최근 5년 사이 급격히 단축됐다. 
2003년 폴라 래드클리프(51·영국)가 세운 2시간15분25초 기록이 16년 동안 유지되다가 2019년 브리지드 코스게이(30·케냐)가 시카고 마라톤에서 2시간14분4초로 경신했다. 
이후 지난해 티지스트 아세파가 2시간 14·13·12분 벽을 한 번에 깼다.


최근 마라톤 기록이 극적으로 향상된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수퍼 슈즈’다. 
완충 기능과 복원력이 뛰어난 초경량 중창 소재와 뻣뻣한 탄소섬유를 활용해 스프링 효과를 만들어낸 고기능성 신발이다. 
지면을 박찰 때 더 많은 추진력을 얻게 하며 에너지 손실을 줄여 기록 단축을 이끈다. 
리듬과 균형, 보폭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체픈게티가 13일 자신이 세운 세계 신기록이 표시된 시간 기록계를 가리키고 있다.>



작년 티지스트 아세파는 여자 세계 기록을 세울 때 아디다스 아디제로 아디오스 프로 에보1을 신었다. 
이날 체픈게티는 나이키 알파플라이3을 신고 아세파 기록을 깼다. 
지난해 킵툼이 남자 세계 신기록을 작성할 때도 나이키 알파플라이3을 신었다. 
지난 1월 시중에 발매된 알파플라이3은 추진력과 안정감을 더하기 위해 신발 전체 길이에 폭을 넓힌 탄소섬유판을 중(中)창에 삽입했고, 가벼우면서도 두꺼운 중창 소재를 썼다. 
발 앞부분에는 내디딜 때 충격을 완화하고 다음 걸음을 이어가도록 돕는 에어 줌을 달았다. 
이날 체픈게티의 우승으로 수퍼 슈즈 전쟁에서 나이키가 아디다스를 앞질렀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퍼 슈즈는 2016년 처음 등장했다. 
엘리우드 킵초게(40·케냐)가 나이키 베이퍼플라이 시제품을 신고 그해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에너지 반환율을 높여주는 자체 개발 폼, 뛸 때 힘을 덜 들이도록 돕는 탄소섬유판이 장착됐다. 
남자 마라톤 세계 기록은 2003년부터 2014년까지 11년간 118초 단축됐는데, 수퍼 슈즈 등장 이후로는 8년간 142초를 단축했다. 
2020년 세계육상연맹이 밑창 두께를 40㎜ 이하로 제한하고 탄소섬유판은 한 장만 허용하는 등 규정을 만들었으나, 장비 기술과 성능 발전에 의존하는 ‘신발 도핑’이란 논란도 여전하다. 
한동안 세계 신기록을 쏟아내다 결국 2009년 금지된 전신 수영복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241015)



 

 

[깨알지식 Q] 노벨 평화상 후보 286명… 누구나 추천할 수 있나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11일 발표된다.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평화상은 노벨의 고국 스웨덴이 아닌 이웃 나라 노르웨이에서 국제 분쟁 해결, 인권과 민주화에 기여한 이 및 기관에 주고 있다.


상을 주관하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올해 “총 286명의 개인·단체 후보가 추천됐다”고 밝혔다. 
지난해의 351명보다 많이 줄었지만, 수십 명 정도로 알려진 과학 분야보다 월등히 많다. 
최고 기록은 2016년의 376명이다. 이렇게 후보가 많은 것은 추천권자가 다른 부문보다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러시아 모스크바 법정에서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는 생전 알렉세이 나발니의 모습>

 


노벨상 후보가 되려면 주최 측이 선정한 추천권자로부터 추천받아야 한다. 
과학 분야의 경우 해당 분야 전문가로 한정하지만, 평화상 후보 추천권을 가진 사람은 각국 정치인과 장관급 인사, 학자, 국제 관계 및 국제법 연구소의 관계자 등 최소 수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매년 9월부터 이듬해 1월 말까지 평화상 후보자를 추천받고, 3월 말까지 20여 명의 최종 후보군(쇼트리스트·shortlist)을 추린다. 
쇼트리스트에 오른 인물은 50년간 공개 않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추천자들이 언론에 자신이 누구를 후보로 미는지 밝히면서 알려지는 경우가 많다.


올해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지난 2월 옥중 의문사한 러시아 민주화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 기구, 국제사법재판소, 투옥된 위구르족 인권 운동가 일함 토티, 프란치스코 교황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1974년 “노벨상은 살아있는 사람에게만 준다”는 규정이 생겼기 때문에 나발니는 받을 수 없다. 
대신 그가 이끌던 러시아 인권 운동 단체 ‘반부패 재단’이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나발니의 아내 율리야 나발나야와 동료들이 조직을 이끌고 있다.(24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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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지식Q]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신체 부위 중 왜 '눈과 이'?

 


이스라엘이 최근 중동 전역으로 전선을 확대하자 지난 2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죽음을 부르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의 폭력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고대 바빌로니아 왕국의 함무라비 법전과 성경에 적힌 격언으로 알려졌다. 
유대교와 이슬람 경전에도 같은 내용의 구절이 있다. 

 

 

<지난 2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참석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신체 부위 중 왜 하필 눈과 이만 언급했을까.

 

이 표현은 후대 사람들이 짧은 격언으로 쓰기 위해 전체 내용을 요약한 말이다. 
함무라비 법전은 상해(傷害)에 관한 규정에서 눈을 빠뜨린 경우, 뼈를 부러뜨린 경우, 이를 빠뜨린 경우, 뺨을 때린 경우 등을 나열하고 있다. 
재판에 대해 언급한 구약성경 신명기에도 “생명에는 생명으로,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 손에는 손으로, 발에는 발로이니라”라고 적혀 있다. 
죄에 합당한 판단을 내리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처럼 ‘상해를 가한 이상으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법칙을 담은 고대 원전(原典)은 꼭 눈과 이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후대 사람들은 왜 하필 눈과 이를 언급했을까. 
이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보는 것과 먹는 것이 인간의 일상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신체적 기능이었기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치료가 어려웠던 당시로선 가장 다치면 안 되는 부위가 상징적으로 언급됐다는 얘기다.(241008)




 

 

[깨알지식Q] 日 정치인 공식 행사 때 왜 연미복 차려입을까

1일 일본 자민당 이시바 시게루 총재가 이끄는 새 내각이 공식 출범했다. 
이시바 총리와 신임 장관들은 천황의 공식 임명을 받은 직후 총리 관저의 붉은 카펫이 깔린 계단 앞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여성 장관 두 명을 제외하면 모두 연미복을 차려입었다. 
일본 정치인들은 왜 공식 행사에서 꼭 연미복을 입을까?


일반적으로 턱시도보다 연미복이 더욱 격식 있는 정장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 옷의 정확한 명칭은 ‘모닝 드레스(morning dress)’로, 18세기 전후 영국 귀족들이 낮에 업무를 보고 승마할 때 입던 옷이다. 
궁정에 들를 때 격식을 갖출 수 있도록 옷감이 길게 늘어져 엉덩이 부위를 가리지만, 승마할 땐 활동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가운데 부분이 갈라져 있다.

 

 

<1일 출범한 일본 이시바 시게루 내각 관료들이 총리 관저 계단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기 전 옷매무새를 다듬고 있다. 
맨 앞줄 가운데가 이시바 신임 총리.>

 


일본은 19세기 말 메이지유신으로 서구 열강들과 수교를 맺으면서 동등한 국제적 지위를 갖추기 위해 서양의 의복 문화를 빠르게 받아들였다. 
이후 국회의원이 아니더라도 국가를 대표해 해외 국빈을 만나는 자리에선 꼭 모닝 드레스를 입으며, 특히 천황을 알현하는 자리에서는 이 복식을 엄격하게 지켜야 하는 불문율이 생겼다. 
일반인들도 자녀의 결혼식이나 학교 졸업식 같은 특별한 날에 빌려서 입는 경우가 많다. 
일본 여성 국회의원은 보통 전통 복장인 기모노를 많이 입지만 요즘엔 활동하기 편한 양장도 많이 입는다.(241003)


 

 

[깨알지식 Q] 레바논 국기에 웬 나무?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이슬람 무장 단체 헤즈볼라의 충돌이 격화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레바논인들이 가운데 초록색 나무가 그려진 레바논 국기를 흔들며 이스라엘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다. 
마치 붓으로 풍경화를 그린 듯 세밀하고 자연스럽게 그려진 레바논 국기의 나무는 국가 상징인 백향목(柏香木·레바논삼나무)이다.


만년설을 볼 수 있는 고산지대에서 주로 서식하는 이 나무는 추위와 거친 바람을 이겨내고 꿋꿋하게 자라나는 습성 때문에 예로부터 성스러운 존재로 인식돼 중동 고대사의 여러 장면에 등장한다.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인류의 시조 아담이 에덴동산에서 쫓겨날 때 포도·올리브와 함께 백향목 묘목을 가지고 나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지난 9월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을 규탄하는 시위에 참석한 한 남성이 레바논 국기를 들고 있다.>

 


단단하면서도 벌레가 쉽게 끼지 않고 이름처럼 그윽한 향기가 피어나 최고의 건축 재료로 사랑받았다. 
고대 페니키아인들은 백향목으로 만든 무역선으로 지중해를 누비며 강력한 해상 왕국을 구축했고, 솔로몬왕 치세의 이스라엘 왕국은 성전을 짓는 주재료로 백향목을 썼다. 
백향목에서 흘러나온 송진은 고대 이집트 파라오들의 미라를 만들 때 방부제로도 쓰였다고 전해진다.


1943년 프랑스 식민지에서 독립한 레바논은 국기를 제정할 때 위엄·힘·영화·영원의 상징으로 백향목을 한가운데 넣으면서, 눈덮인 산과 순수함·평화를 상징하는 흰색, 조국을 위해 싸운 이들의 희생을 뜻하는 빨간색을 바탕색으로 정했다.(241002)

 

 

[깨알지식Q] 中 해상 방어선 3개 왜 도련선이라 부르나

4개월 전 중국 우한의 조선소에서 정박 중 침몰한 것으로 알려진 핵잠수함은 중국이 자체 설정한 해상 방어선인 ‘1도련선’을 장악할 목적으로 개발됐다고 알려졌다. 
왜 해상 방어선을 ‘도련선’이라고 부를까.


도련선(島鏈線·island chain)은 말뜻 그대로 섬을 사슬처럼 이은 선이라는 뜻이다. 
1982년 해군 사령관이던 류화칭이 만든 개념으로, 해군의 태평양 내 작전 반경을 뜻한다. 
중국이 남중국해 수역의 90%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며 유(U)자 형태로 그린 ‘남해구단선’보다는 상위 개념이다.

 

 

<중국 핵잠수함>

 


중국이 계획한 도련선은 총 3개다. 
제1도련선은일본과 대만·필리핀을 잇는 중국 본토 근해를 뜻한다. 
제2도련선은 그보다 더 동쪽에 있는 서태평양의 오가사와라 제도에서 괌·사이판·파푸아뉴기니로 이어진다. 
제3도련선은 태평양 한가운데에 있는 알류샨열도부터 하와이를 거쳐 뉴질랜드 일대까지를 뜻한다. 
다만 중국 정부는 미국과의 충돌을 우려해 공식적으로는 제2도련선까지만 언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도련선이 단순한 해상 ‘방어선’이 아닌, 태평양 진출이라는 중국의 야욕을 드러내는 영해 설정선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류화칭이 도련선 개념을 창시할 당시 중국은 제1도련선을 사수한 후 2020년까지 제2도련선을 장악하고, 2040년에는 제3도련선까지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었다. 
중국은 시진핑 집권 후 ‘해양 굴기’를 선언하고 핵항모·핵잠수함·스텔스 핵 폭격기 등 핵심 전략무기들을 제1도련선 인근 해역에 파견해왔다. 
지난 6월에는 대만 해협에서 중국 인민해방군의 핵추진 잠수함이 목격되기도 했다.(24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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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5Q] 이스라엘 폭격에 600명 숨진 레바논, 대통령 2년째 없다

한때 '중동의 진주' 왜 이런 혼란 맞았나

 


이스라엘이 사흘째 레바논 이슬람 무장 단체 헤즈볼라를 겨냥한 대규모 공습을 이어가면서 긴장이 최고 수위로 치닫고 있다. 
이스라엘은 23일 레바논 전역을 공습해 헤즈볼라 시설 1600곳을 타격한 데 이어, 24일에도 수도 베이루트를 비롯한 각지에서 공격을 이어갔다. 
이번 공격에 따른 사망자는 600명에 육박한다. 
헤즈볼라도 이번 분쟁 후 처음으로 이스라엘 최대도시 텔아비브를 공격했다. 
25일 오전 텔아비브의 모사드(이스라엘 해외 정보 기관) 본부를 겨냥해 미사일을 발사했고 이스라엘은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이스라엘 언론들은 군 관계자를 인용해 레바논으로의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고 전했다.

 

 

<레바논의 이슬람 무장단체 헤즈볼라 대원들이 10일(현지 시각) 남부 케르베트 셀렘 마을에서 이스라엘의 포격으로 사망한 동료의 장례식에 참석해 깃발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레바논은 지중해에 접한 아름다운 환경에 이슬람교와 기독교가 공존하는 독특한 문화로 ‘중동의 진주’로 불렸던 나라다. 
하지만 절체절명 위기 속에서 국민을 다독이고 군을 통솔해야 할 대통령은 2년째 공석이고, 레바논 정부는 아무런 역할을 못 하고 있다. 
레바논이 어떻게 이런 상황에 이르렀는지 문답으로 정리했다.

 

 


<22일(현지 시각) 레바논 남부 집킨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발생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의 교전을 벌였다>



육군(7만명)과 해·공군(각 1만5000명)으로 구성된 정규군이 있다. 
그러나 내전과 테러를 겪으면서 해체 수준으로 약화됐다가 1990년대 이후에야 재건에 나서는 등 부침을 겪었다. 만성적인 예산 부족으로 전력 강화가 지지부진했고 선진국의 무상 지원 등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 
4만~5만 병력과 최신 무기로 무장한 헤즈볼라 전력에 크게 못 미친다. 
군이 제 역할을 못 해 국가 안보의 상당 부분을 유엔군에 의탁하고 있다. 
1978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력 충돌 격화로 레바논 남부 치안이 악화되자 유엔 결의로 레바논 평화 유지군이 창설됐다. 
한국(동명 부대) 등 각국에서 보낸 1만여 명이 주둔하고 있다.


◇Q2. 레바논 대통령은 왜 없나

레바논의 복잡한 정치 시스템 때문으로 2년째 선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레바논의 권력 구조는 기독교와 이슬람 종파들에 골고루 분배되어 있다. 
국가수반이자 군 최고 사령관인 대통령은 6년 단임이다. 
1943년 프랑스로부터 독립 때 정한 종파별 권력 배분 원칙에 따라 대통령은 기독교 중에서 신도 수가 가장 많은 종파인 마론파에서 뽑기로 했다. 
내각을 이끄는 총리는 이슬람 수니파에서, 국회의장은 이슬람 시아파에서 배출하는 식으로 권력을 나눈 것이다. 대통령은 의회 선거를 통해 전체 의석수(128석)의 3분의 2 이상 득표한 인사가 선출된다.

전임 미셸 아운 대통령의 임기가 2022년 10월 끝나고 후임자를 뽑기 위한 의회 투표가 열두 차례 열렸지만 번번이 필요 득표수를 채우지 못했다. 
입후보 인사들에 대해 이해관계가 제각각인 정파별로 지지가 분산되어 압도적 다수 지지를 얻는 후보가 나오지 않은 것이다. 
원내에 13석을 확보하고 있는 헤즈볼라의 돌발 행동도 혼란을 줬다. 
그간의 관례를 깨고 자신들이 지지하는 독자 후보를 출마시켜 선거를 더 혼전으로 몰고 갔다. 
레바논의 대통령 장기 공석 사태는 처음이 아니다. 
2014년 5월 미셸 술레이만 대통령이 퇴임한 다음에도 2년 5개월간 대통령을 뽑지 못했다.

 

 


<유엔 레바논평화유지군(UNIFIL) 대원들이 정찰을 하고 있다.>



◇Q3. 왜 이렇게 복잡한가

레바논의 복잡한 역사와 지정학적 환경 때문이다. 
레바논은 16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는 이슬람계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받았다. 
이후에는 기독교세가 강한 프랑스의 통치를 받다 1943년에 독립했다.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에 이슬람교 신자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은 다른 중동 국가와 달리 이슬람과 기독교의 비율이 50대41로 반반에 가깝다. 각 종교도 서로 다른 종파들로 얽혀 있다. 
이 때문에 독립을 앞두고 각 정치 세력과 종파의 합의를 통해 지금의 권력 분점 체계인 ‘국민 합의(National Pact)’를 만들었다. 
별도의 법 규정이 있진 않지만, 마땅히 지켜야 할 불문율로 준수돼왔다. 
의회의 경우엔 의석수가 기독교와 이슬람교에 절반(64석)씩 있다. 
의회 부의장과 부장관직은 기독교 중에서도 그리스 정교회, 군 최고 지휘부는 이슬람 시아파의 분파인 드루즈에서 보통 나온다.


◇Q4. 이 시스템의 장점도 있나

이슬람과 기독교의 평화 공존을 꾀하는 개방적인 국가로 널리 알려지면서 서방과의 교류가 활발하고 투자도 잇따랐다.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와 아름다운 풍경 때문에 휴양지로도 사랑받았다. 
수도 베이루트는 ‘중동의 파리’로 불리며 1970년대 중반까지 중동 최대의 금융 중심지였다. 
그러나 1970년대 후반 들어 이란 친서방 왕정의 붕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력 충돌 격화 등으로 중동 정세가 급속하게 악화하면서 레바논의 정치 시스템은 오히려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고질적인 정치권력·종파 간 갈등으로 중앙정부의 힘이 빠지면서 이스라엘·시리아·이란 등 인접국의 패권 다툼에 휩쓸린 것도 문제였다. 
1980년대 들어 베이루트 미국 대사관 폭탄 공격(1983년) 등 서방 겨냥 테러가 잇따랐고, 2000년대 이후 헤즈볼라의 근거지 남부가 여러 차례 이스라엘 공격을 받았다.

 

 


<이웃 나라로 탈출하는 레바논 피란민들 - 24일 시리아 다마스쿠스 근처 국경 지대에서 레바논을 빠져나온 피란민들이 지친 표정으로 쉬고 있다. 이들이 기대 앉은 차엔 짐이 가득하다. 
레바논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무장 단체 헤즈볼라를 상대로 하는 이스라엘의 대규모 폭격이 계속되자 이웃 나라 시리아로 탈출하려는 레바논 피란민들의 행렬도 끊이질 않고 있다.>



◇Q5. 앞으로 전망은

레바논 정부와 정부군이 힘을 쓰지 못하면서 1982·2006년에 이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세 번째 전면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외교·안보 연구소 애틀랜틱카운슬은 “헤즈볼라가 레바논 북부로 철수하지 않을 경우 이스라엘이 기갑 부대와 포병, 특수부대를 동원해 지상 침공을 감행할 수 있다”고 했다. 
헤즈볼라 거점인 레바논 남부뿐만 아니라 수도 베이루트에서까지 전투가 벌어지면서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악의 경우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이 전쟁에 직접 개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24일 “헤즈볼라가 최근 이란에 이스라엘에 대한 직접 공격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현재까지 이란은 이스라엘에 직접적인 군사행동을 실시하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알려졌다. 
유엔총회 참석 중인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23일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확전을 노리지만, 이란은 그 덫에 걸려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맞붙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총력 외교전을 펼칠 가능성도 있다.(240926)



 

 

[깨알지식 Q]메이저리그 홈런볼·파울볼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나?

 

 


오타니 쇼헤이의 MLB(미국 프로야구) 시즌 50번째 홈런 공을 잡은 관중이 이를 경매에 넘겼다. 
‘홈런볼’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미국 프로야구(MLB) LA(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서 활약하는 일본 야구스타 오타니 쇼헤이.>

 


MLB 운영 규정에 따르면 ‘경기에서 사용되는 야구공은 리그 재산’이다. 
그런데 홈런·파울 등으로 그라운드를 벗어난 야구공 소유권을 두고 분쟁이 일어 왔다. 
야구 팬인 구율화 변호사는 “MLB 설립(1903년) 초기엔 홈런볼 소유권이 (홈런을 친) 구단에 있었다. 

하지만 20세기 초 공을 주운 관중이 구단과 법정 싸움을 벌인 끝에 ‘관중석에 떨어진 공은 관중 것’이란 판결이 나왔다”고 말했다. 
당시 재판부는 관중이 산 티켓 값에 홈런·파울볼 소유권 및 이를 획득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포함된 것으로 봤다. 

이후 공이 ‘담장’을 넘어가면 소유권이 관중에게 있다고 정리가 됐다. 한국 프로야구도 같다.


‘공을 주운 임자’가 누군인지, 관중 사이에 다툼이 벌어지는 경우는 있다. 
예를 들어 2001년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73호 홈런으로 한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웠을 때 두 명이 공을 빼앗으려 몸싸움을 했다. 
소송까지 갔는데 법원은 ‘공동 소유’란 판결을 내렸다. 두 사람이 경매 낙찰가(45만달러·약 5억9800만원)를 절반씩 나눠 가졌다.


다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공의 경우 구단 측이 공을 주운 관중에게 답례를 약속하며 양보를 요청하는 일도 있다. 

오타니가 지난 4월 LA 다저스로 이적하고 처음 친 홈런 공은 구단 요청에 따라 오타니에게 건네졌다. 
양보한 관중에겐 오타니가 사인한 야구 배트 등이 제공됐다.(240927)




 

 

[깨알지식 Q]무장단체 헤즈볼라, 왜 아직도 '삐삐' 쓰나

 


레바논의 이슬람 무장 단체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무선호출기를 동시다발적으로 터뜨린 이스라엘 소행 추정 테러가 지난 17일 발생하고서 헤즈볼라가 무선호출기를 많이 쓴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삐삐’라고도 불리는 무선호출기는 단문 메시지 및 별도 전화를 통해 확인해야 하는 음성 메시지 수신을 위한 기기다. 
20세기 말 광범위하게 쓰였고 지금은 휴대전화에 밀려 사실상 ‘멸종’했다. 
헤즈볼라는 그런데 왜 무선호출기를 주요 통신수단으로 쓰고 있을까.

 

 

<1990년대 한국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삐삐.>

 


반(反)이스라엘 무장 활동을 주력으로 해 지속적으로 이스라엘의 표적이 되는 헤즈볼라는 위치 추적이나 도청 등을 피하기 위해 무선호출기를 쓰고 있다. 
메시지를 받기만 하는 무선호출기는 기지국으로 어떤 정보도 보내지 않아 자신의 ‘위치’를 노출하지 않는다. 개인 정보 보호에 유용하다는 뜻이다. 
로이터는 “무선호출기는 휴대전화와 달리 GPS(위성항법장치)가 내장되지 않아 위치 추적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
이스라엘이 이슬람 무장 단체 요원들의 위치를 파악하려 종종 휴대전화 추적 기술을 활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선호출기가 훨씬 안전한 통신수단인 셈이다.


이런 이유로 헤즈볼라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 사무총장은 지난 2월 연설을 통해 헤즈볼라 대원과 가족에게 휴대전화를 버리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는 당시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묻고 철제 상자에 넣어 가둬버려라. 당신과 당신 아내·자녀의 손에 있는 휴대전화는 이스라엘의 협력자이자 살인자”라고 했다.(240919)





 

 

[깨알지식Q]펌킨 스파이스 라떼, 펌킨 파이…미국이 가을만 되면 호박國 되는 이유

 


“펌킨 스파이스 라떼(호박맛 라떼)의 계절이 돌아왔다.”
9월에 접어들며 미국 내 카페 체인점들은 하나둘 펌킨 스파이스 라떼 출시를 발표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는 더위가 채 가시지도 않은 지난달 22일부터 펌킨 스파이스 라떼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예년보다 2주 빠른 시기다. 
20여년 전인 2003년 스타벅스가 처음 개발한 이 음료는 우유에 호박 시럽, 에스프레소 샷 등을 더한 메뉴로 미국인들에게 ‘가을이면 꼭 먹어야 하는 음료’로 자리 잡았다.

 

 

<호박은 미국에서 가을을 상징하는 작물이다. 사진은 한 사람이 호박을 들고 있는 모습.>

 


펌킨 스파이스 라떼의 인기에서 알 수 있듯 미국인들의 ‘호박 사랑’은 유별나다. 
카페 음료뿐만 아니라 호박 파이, 호박 수프 등 호박을 이용한 각종 음식을 만들어 나눠먹는다. 
매년 10월 31일인 핼러윈 시기가 되면 호박의 존재감은 더욱 커진다. 
호박의 속을 파내고 껍질에 눈과 입 등 표정을 그린 으스스한 등불 ‘잭 오 랜턴(Jack-o’-lantern)’이 거리 곳곳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왜 미국에선 가을만 되면 식탁 위와 온 거리가 호박으로 뒤덮이는 걸까.


일단 호박이 많이 재배되기 때문이다. 재작년 기준 미국에선 약 54만5000t의 호박이 수확됐다. 
중서부 곡창지대인 일리노이주가 전체 호박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커다란 호박이 많이 나는 만큼 추수감사절과 핼러윈 등 가을철 축제에서 호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됐고, 호박은 가을의 대표적인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2020년 기준 미국의 1인당 호박 소비량은 2.7kg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박의 용도가 다양한 만큼 식용이 아닌 장식용 호박을 주로 기르는 주들도 있다.


문화적 상징이 된 호박은 노스텔지어를 자극하는 요소가 됐다. 
대부분의 성인 미국인들이 유년 시절 가족과 다같이 둘러앉아 호박을 재료로 한 음식을 나눠 먹고, 호박 속을 파낸 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마케팅 부팀장 토마스 프래더는 펌킨 스파이스 라떼의 인기 비결로 ‘익숙함’을 들며 “(호박맛 음료는) 삶에서 평범하고, 예측 가능하며, 편안함을 주는 무언가”라고 설명했다.(240918)



 

 

[스피드 3Q] 국민이 법관 전원 뽑는 나라, 멕시코·볼리비아밖에 없나

 


멕시코 상원이 지난 11일 의결정족수인 재적 의원(128명) 3분의 2를 턱걸이로 넘는 86명 찬성으로 ‘사법부 개혁 법안’을 통과시켰다. 
입법·행정·사법의 삼권분립 원칙을 기초로 하는 현대 민주 국가에서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라 불리는 법관을 투표로 선출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났고 어떤 논란이 있는지 문답으로 정리했다.

 

 

<멕시코 판사들, 직선제 반대 시위.>

 


Q1. 개편안의 내용은

핵심은 7000여 법관(대법관 포함) 전원을 국민투표로 선출하는 판사 직선제 도입이다. 
경력 5년 이상 법조인이 9년 임기의 판사직에 출마할 수 있고 당선되면 한 번 연임할 수 있다. 
‘사법부 개혁안’이라지만 사실상 사법부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대법관 정원은 11명에서 9명으로 줄고 임기도 15년에서 12년으로 단축된다. 
객관성·공정성에 어긋난 판결을 한 판사 등을 대상으로 하는 ‘고등징계법원’도 신설했는데, 단심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징계·파면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Q2. 왜 추진하고, 왜 난리인가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과 집권 여당 국가재생운동은 사법 개혁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가 사법부의 부패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마약 카르텔 등 조직범죄가 성행하는 것은 이들에게 매수당한 법관들이 제대로 처벌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부를 견제하는 사법부의 기능을 무력화하겠다는 것이 오브라도르 대통령과 여당의 진짜 의도로 풀이된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법률 개정이 필요한 정책들을 대통령령 등 다른 방법으로 추진하다 위헌 판결 등으로 제동을 걸고 나선 대법원에 수차례 가로막혔고 이에 강한 불만을 표해 왔다.


국회의원과 대통령은 투표로 뽑더라도 법관만큼은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할 수 있도록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 현대 민주 국가의 기본적인 철학이다. 
국가의 기반을 흔드는 법안이 실제 통과될 위기에 처하자 사법부 노조는 “판사들의 정치화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몇 주 전부터 파업을 벌였다. 
이들은 법학부 대학생들과 함께 의사당에 난입해 의원들의 출입을 막으며 농성을 벌였지만 법안 통과를 막을 수는 없었다.
 켄 살라자르 주멕시코 미국 대사는 지난달 “판사를 직접 선출하면 마약 카르텔과 범죄자가 정치적 동기를 가진 법관을 더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가 멕시코 정부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Q3. 미국도 판사를 선출하지 않나

멕시코가 추진하는 것처럼 모든 판사를 선거로 뽑는 나라는 현재 볼리비아밖에 없다. 
미국과 스위스에서 판사 직선제를 택한 주(州)가 있지만 이 나라들도 연방 판사는 기본적으로 임명제를 채택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50주 가운데 39주가 판사를 선출한다. 
모든 판사를 선거로 뽑는 곳도 있고 일부만 선출하는 주도 있다. 
국가가 형성되던 초창기에 법관도 민의(民意)를 거스를 수 없다며 직선제를 택한 주가 많다. 
그러나 미 연방은 권력 분립을 엄격히 지킨다는 원칙을 철저히 고수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도 선거 자금 모금과 후보자 매수, 판사들의 정치 성향에 따른 당파성, 선출된 판사의 자질 부족 논란 등 여러 부작용 때문에 판사 직선제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첫 임명은 선거가 아닌 선발 방식으로 하되, 주민의 찬반 투표를 통해 임기 연장 여부를 정하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240914)





 

 

[깨알지식Q] 팔레스타인·요르단 국기 별 하나만 다른 이유는

 


10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을 치른 이웃 나라 팔레스타인과 요르단(요르단이 3-1 승)의 국기는 차이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하다. 
깃대 쪽 붉은 삼각형과 그 옆 검정·하양·초록 줄무늬의 배치는 완전히 똑같고, 요르단 국기의 붉은 삼각형에 하얀색 별이 있다는 점만 다르다. 무슨 관계일까.

 

 


<지난 5월 요르단 수도 암만 인근에 위치한 팔레스타인 난민캠프. 
한 상인이 좌판대에 두 나라 국기를 나란히 꽂아 뒀다. 별이 있는 왼쪽 깃발이 요르단, 별이 없는 오른쪽 깃발이 팔레스타인 국기다.>

 


두 국기 모두 1916년 아랍 반란의 봉기군 깃발을 계승했다. 
아랍 반란 깃발은 줄무늬 색상의 순서만 빼면 팔레스타인·요르단 국기와 거의 똑같다. 
아랍 민족주의자들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오스만제국에서 독립하기 위해 반란을 일으켰다. 
이때 아랍인들의 단결을 촉구하기 위해 과거 아랍 지역에서 번성했던 이슬람 네 왕조의 상징색을 사용해 깃발을 만들었다. 
이렇게 탄생한 빨강·검정·하양·초록 조합은 ‘범(汎)아랍 색상’으로도 불린다. 
모양은 각각 다르지만 아랍에미리트(UAE)·이라크·쿠웨이트·시리아·리비아 등의 국기도 이 색상으로 구성돼 있다.

 

 

<팔레스타인, 요르단>

 


요르단의 초대 국왕 압둘라 1세는 아랍 반란 주도 세력의 후손이다. 
요르단은 봉기군의 깃발을 계승하면서 흰 별을 추가했다. 
꼭지가 일곱 개인 별은 이슬람 경전 코란 제1장에 나오는 7절(節)의 기도문 ‘알파티하’를 상징한다. 
7은 일곱 언덕 위에 세워진 요르단 수도 암만을 상징하는 숫자이기도 하다.


팔레스타인은 아랍 민족의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 국기를 사용해 왔다. 
오늘날 이 깃발은 아랍의 정체성을 넘어 팔레스타인의 자유를 위한 투쟁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240912)



 

 

[깨알지식Q] '미승인국' 팔레스타인은 어떻게 올림픽·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나

 



팔레스타인 축구대표팀이 5일 서울에서 열린 2026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FIFA(국제축구연맹) 순위가 73단계 위인 한국과 비기며 승점 1점을 얻었다. 
이스라엘과 분쟁 중인 팔레스타인은 제대로 된 나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유엔에도 ‘비회원 옵서버 국가(참관국)’라는 지위에 머무르고 있다. 
그런데 월드컵 출전은 어떻게 가능할까.

 

<지난 7월 26일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식에서 국기를 흔들며 입장하는 팔레스타인 선수단.>

 


팔레스타인은 1990년대 전까지는 국제 스포츠 행사에 거의 참여하지 못하다가 1993년 이스라엘과 맺은 ‘오슬로 협정’을 계기로 출전하기 시작했다. 
‘오슬로 협정’의 골자는 이스라엘군이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서 철수하고 팔레스타인에 이 지역의 자치를 맡긴다는 것이다. 
아직 실현되진 않았지만 국제 사회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처리하는 원칙인 ‘두 국가 해법’이 수립된 계기이기도 하다. 
이듬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출범하고 자치가 자리를 잡으면서 1996년 애틀랜타(미국) 올림픽에 처음으로 출전했다.


1998년엔 국제축구연맹(FIFA)에도 가입했다. 
FIFA는 새 멤버를 받을 때 기존 회원국의 표결을 거친다. 당시 이스라엘을 포함한 모든 회원국이 팔레스타인의 가입에 찬성했다. 
팔레스타인의 가입은 ‘정치 배제’를 강조하는 FIFA의 기조를 홍보하기에도 좋은 이벤트였다고 평가받는다. 

2002 월드컵 아시아 1차 예선에서 홍콩과 1대1 무승부를 기록한 것이 팔레스타인의 월드컵 데뷔전이었다. 
팔레스타인은 아직 월드컵 본선에 올라간 적이 없다. 
본선 진출국이 기존 32국에서 48국으로 늘어나는 2026 월드컵(미국·캐나다·멕시코 공동 개최)을 기회로 보고 있다고 한다.(240907)




 

 

[글로벌 5Q]한국선 늘 하는데...트럼프 국립묘지 참배 '정치 행위' 논란, 왜?

 


한국에선 정치인들이 때만 되면 국립묘지를 참배하고 기념사진을 찍는다. 
한국 정계에선 때마다 볼 수 있는 이 행동이 최근 미국 정가를 흔드는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미국 대선의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버지니아주(州) 알링턴 국립묘지를 참배한 것을 두고 미 정치권이 일주일 넘게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가 참배하는 모습을 촬영·공개하자 이것이 ‘국립묘지 내의 정치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위반한 것인지를 놓고 민주·공화 양당은 거세게 충돌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호국(護國)의 성지’가 정쟁의 핵심 소재로 떠오른 모양새다. 
이 사건은 왜 이렇게 큰 논란으로 번진 것일까. 5문답으로 풀어봤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열린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테러 3주년 추모 행사에서 헌화하고 있는 모습.>

 

Q1. 논란 내용이 무엇인가.

이번 논란은 트럼프가 지난달 26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폭탄 테러 3주기를 맞아 알링턴 국립묘지를 방문해 희생자 묘역에 헌화하면서 불거졌다. 
트럼프가 찾은 곳은 조 바이든 행정부 임기 첫해인 2021년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는 과정에서 숨졌던 미군 13명이 묻힌 ‘제60구역’이다. 
이곳에서 트럼프가 헌화하는 장면을 공화당 대선 캠프 직원들이 사진 찍으려고 하자 묘지 직원들이 이를 제지했다. 
헌화 장면을 촬영하는 것은 연방법과 미 육군 규정 등에 명시된 ‘국립묘지 내 정치 행위 금지’ 조항 위반이라고 국립묘지 관리 측에선 판단한 것이다.


국립묘지 측에선 이 과정에서 트럼프 캠프 관계자들이 촬영을 제지하는 묘지 직원들에게 폭언을 하고 그들을 밀치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트럼프 측에선 “충돌 자체가 없었다. 
허위 주장”이라고 맞받았다. 
급기야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가 정치적 쇼를 위해 신성한 장소를 모독했다”고 주장하면서 두 후보 간 주요 공방 소재로 확대됐다.


Q2. 해당 사건과 관련한 연방법과 육군·국방부 규정은 어떠한가.

미 연방규정집 제36장은 국립묘지의 존엄성과 엄숙함을 유지하기 위해 묘지 부지에서는 어떠한 정치적 활동도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알링턴 묘지를 관할하는 미 육군 및 국방부 규정에 따르면 특정 선거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이 적힌 물건의 반입은 금지된다. 
‘제복을 입은 현역 군인은 묘지 내에서 정치 활동에 참여하지 않아야 한다’ 같은 내용도 포함돼 있다.


Q3. 국립묘지 측은 왜 유독 트럼프의 참배를 문제 삼았나.

트럼프는 그간 미군이 쫓기듯 아프간에서 물러난 직후 이슬람 무장 단체 탈레반이 재입성한 것을 두고 정치 유세나 토론 등을 통해 ‘미국의 수치’ ‘부끄러운 순간’이라며 바이든 행정부를 공격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국립묘지 측은 철군 3주기 당일에 이뤄진 트럼프의 참배가 상대 진영을 공격하기 위한 ‘대선 캠페인’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립묘지 측은 성명을 내고 “사진사, 콘텐츠 제작자 등이 의식(참배)에 참석하거나 특정 정당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직접 지원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반면 트럼프 캠프와 지지자들은 “과거에도 참배 장면을 공개한 정치인들이 한두명이 아닌데 묘지 측이 자의적으로 정치 행위를 구분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전에 있었던 정치인들의 ‘정치 행위’는 묵인하면서 트럼프의 참배는 막으려 했다는 주장이다.


Q4. 트럼프 측 반응은 어떤가.

트럼프 캠프는 “국립묘지 측에 촬영을 미리 허가받았고 엄숙하게 의식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국립묘지 관계자가 우리를 막아선 것”이라며 “물리력 행사도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1일 “국립묘지 참배와 사진 촬영 자체가 카불 테러 희생자 가족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며 “여러분이 내게 국립묘지에서 함께하고 싶고,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해 감사하다”고 했다. 
실제 그는 묘지 방문 당일에 희생자들의 일부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헌화와 참배를 했고, 이 가족들도 성명 및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해리스 측이 이번 사안을 정치적 목적을 위해 왜곡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이 가족들이 희생자 가족 전체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Q5. 향후 전망은?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논란으로 과거 군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해서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던 트럼프가 또다시 군심(軍心)을 건드리게 됐다고 본다. 
시사지 애틀랜틱은 2020년 9월 트럼프가 2018년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을 맞아 프랑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미군 전사자를 ‘패배자’ ‘호구’라고 불렀다고 보도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이번 사건으로 민주당은 군인 가족이나 안보를 중요하게 여기는 보수층이 트럼프에게 등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공세 수위를 더 높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2008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출마했던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의 막내아들이자 현역 군 장교인 지미 매케인이 3일 “트럼프 측이 규정을 위반했다”며 트럼프를 정면 비판한 것이 중도 보수층 표심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반면 트럼프 진영은 이 논란을 서둘러 차단하고 바이든 정부의 아프간 철군 난맥상을 부각하겠다는 전략이다. 
트럼프는 이날 “모든 논란은 바이든의 무능한 아프가니스탄 철군 때문에 자신들의 손에 피를 묻힌 것을 가리기 위해 해리스가 지어냈다”고 했다.(240905)


 

 

[깨알지식 Q] 중동 '필라델피 회랑' 美 도시 필라델피아와 무슨 관련 있을까?

 


지난 29일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폭발물 설치를 방지하기 위해 가자지구와 이집트 국경 사이 완충지대인 ‘필라델피 회랑(Philadelphi Corridor)’을 아스팔트로 포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지역은 이스라엘이 직접 통제하지 않는 가자지구 내 유일한 육상 국경으로,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이 지역 내 밀수 터널을 작전에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14㎞의 좁디 좁은 이 땅이 미국의 대도시 ‘필라델피아’와 비슷한 ‘필라델피 회랑’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집트와 가자지구 사이의 필라델피아 회랑에 있는 성벽을 배경으로 팔레스타인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가 흔히들 알고 있는 도시 이름 필라델피아와 필라델피 회랑은 관계가 전혀 없다. 
필라델피 회랑은 2005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철수할 즈음 이스라엘군이 붙인 이름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무작위 암호명(코드네임) 중 하나인 ‘필라델피’를 이 지역 이름으로 지정했다고 한다. 
무작위로 붙은 군사작전의 암호명이다 보니 딱히 뜻이 있는 것이 아니고, 도시 필라델피아와 발음이 비슷한 것도 따라서 우연이라는 것이다.

 

 




한편 미국의 필라델피아는 과거 소아시아 지역에 있던 ‘필라델피아’라는 도시에서 이름을 본떠왔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어로 우정, 사랑, 우애를 의미하는 ‘필로스’와 형제, 친밀한 동료를 의미하는 ‘아델포스’의 합성어로, ‘우애의 도시’란 뜻을 지녔다.(240831)


 

 

[깨알지식Q] 앗, 헤즈볼라가 쏜 로켓 이름이 '카튜샤'라니…

 



지난 25일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 단체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선제 타격 직후 ‘카튜샤’ 로켓 320발을 쏘아 올렸다. 
이스라엘 최첨단 방공 시스템 ‘아이언돔’을 교란하려는 공격이었다.


카튜샤 로켓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소련이 만든 다연장 로켓포다. 
발명 당시엔 기밀을 유지하느라 정확한 명칭 대신 소련 군사 과학자 안드레이 코스티코프 이름을 따서 ‘코스티코프’로 불렀다고 한다. 
이후 로켓 발사대에 생산 공장인 보로네시 코민테른의 각인 ‘K’를 새긴 것을 본 군인들은 당시 전쟁터에서 유행한 미하일 이사콥스키의 노래 제목인 ‘카튜샤의 노래’ 제목을 따서 ‘카튜샤’란 별명을 붙였다. 
이 별명은 이후 그대로 정식 명칭으로 굳어졌다.

 

 

<BM-13 카튜샤 로켓포>

 


‘카튜샤’는 흔한 러시아 여성 이름이다. ‘예카테리나’를 줄여 부르는 애칭이기도 하다. 
이사콥스키의 노래 가사 속 ‘카튜샤’는 전쟁터에 나간 연인을 애타게 기다리는 여인 이름이다. 
1960년 한국에서 같은 제목의 노래가 나왔다. 제목 빼고는 러시아 노래와는 다른 곡이다. 
지난해 8월 러시아 모스크바시는 시내 동물원에서 처음 태어난 자이언트 판다 이름을 시민 투표에 부쳤는데, ‘카튜샤’가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카튜샤’는 주한 미8군에서 복무하는 대한민국 육군 요원 ‘카투사(KATUSA)’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카투사는 ‘미 육군에 배속된 한국군 증강 요원(Korean Augmentation To the United States Army)’의 첫 글자를 딴 명칭이다.(240828)



 

 

[깨알지식Q] 제트기·제트엔진… '제트'는 무슨 뜻?

 


지난 24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 33주년 연설에서 “본국의 신형 무인기(드론) ‘팔랴니치아’로 러시아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 신형 무인기에는 항공기나 순항미사일(로켓) 등에 사용되는 ‘제트 엔진’이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트 엔진은 노즐이나 조리개에서 물·가스 등 유체를 뿜을 때 발생하는 제트 추진력을 사용하는 엔진이라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다. 
그렇다면 제트 엔진과 제트 추진력의 ‘제트’는 무슨 뜻일까?

 

 

<보잉사의 항공기 보잉 737 맥스(MAX)에 장착된 제트 엔진.>

 


제트 추진력의 ‘제트’는 ‘던지다’, ‘밀치다’는 뜻을 가진 프랑스어 ‘제테(jeter)’에서 유래했다. 
유체가 뿜어져 나오면서 반대 방향으로 발생하는 힘이, 주변 공기를 ‘밀어내면서’ 동력을 얻는 모습과 비슷하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제트 엔진은 종류에 따라 터보 제트, 터보 팬, 램 제트 등으로 나뉘지만, 주변 공기를 빨아들여 압착하고 압착한 공기를 순식간에 내뿜으면서 발생하는 ‘제트 추진력’을 사용한다는 점은 모두 같다.


일상생활에서 제트 추진력은 오징어 같은 두족류(頭足類)의 움직임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 
오징어가 포식자를 만날 경우, 빠르게 벗어나기 위해 바닷물을 흡입해 몸을 부풀리고 순식간에 이를 다시 내뿜으면서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는데, 이때 움직임도 ‘제트 추진력’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240827)

 

 

에어매트 5층까지 '안전'… 50층 이상은 '피난구역'으로
화재시 대피 어떻게 하나

 


지난 22일 발생한 경기 부천 호텔 화재를 계기로 고층 건물에 사는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7층에서 불이 나도 저렇게 많이 숨지는데 고층 건물에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냐’ ‘에어매트도 소용 없고 막막하다’ 등 글이 올라왔다.


당시 불이 크게 번지지 않았지만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소방이 10층까지 쓸 수 있는 에어매트를 설치했지만 7층 투숙객이 한쪽 모서리 근처로 떨어져 숨졌다. 
매트가 딱지처럼 뒤집어지면서 곧이어 뛰어내린 투숙객은 맨바닥에 떨어져 사망했다. 
2명은 8층에서 7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근처에서 유독가스에 질식사했다.

 

 




소방 당국은 비상벨이 울린다고 무작정 집을 나와 대피하기보다 상황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119에 전화해 건물 몇 층에서 불이 났는지, 연기나 화염이 어느 정도 확산됐는지 등을 먼저 파악한 뒤 안내에 따라 이동하는 게 안전하다는 것이다. 
소방 관계자는 “고층 건물 화재 때 많은 사람들이 급하게 대피하다가 유독가스를 마셔 질식사한다”며 “연기는 위로 확산되기 때문에 자기 집보다 아래층에서 불이 나면 더 위층인 옥상으로, 위층에서 불이 나면 1층으로 대피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0~2022년) 아파트 화재 사상자의 40.4%가 대피 도중 발생했다. 
작년 3월에는 경기 수원의 아파트 1층에서 불이 났는데 10층 주민이 계단으로 대피하다 질식사했다. 
고층 건물은 연기나 화염이 계단을 타고 위쪽으로 급격하게 퍼지는 ‘굴뚝효과’ ‘연돌효과’가 발생한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방화문을 닫지 않을 경우 연기가 1초당 1개 층씩 올라갈 정도”라고 했다.

 

 




이 때문에 연기가 가득차 대피가 어려운 경우에는 집 안 대피 공간이나 화장실로 들어가 젖은 수건으로 문틈을 막고 119에 구조 요청하는 게 더 안전하다. 
2005년 이후 지은 아파트에는 발코니 쪽에 별도 대피 공간이 있다. 
소방청 관계자는 “화장실에 들어가 젖은 수건으로 문틈을 막고 샤워기로 물을 뿌리는 것도 방법”이라며 “수막이 연기를 막아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이번 부천 호텔 화재 때도 20대 여대생이 같은 방법으로 버틴 끝에 구조됐다. 
대피할 때는 젖은 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은 뒤 낮은 자세로 벽을 짚으며 이동하면 된다.


에어매트는 5층용, 10층용, 15층용, 20층용 등이 있지만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은 5층용까지만 안전 인증을 내준다. 5층까지만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방 전문가들도 “그보다 높은 층은 최후의 수단으로 써야 한다”고 했다.


다만 생존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20년 대구의 초고층 아파트 51층에서 투신한 여중생이 갈비뼈 2개가 부러지는 부상만 입은 사례도 있다. 
이 여중생은 에어매트 한가운데 떨어져 목숨을 건졌다. 
같은 해 경기 구리에서는 8층에서 뛰어 내린 10대가 가벼운 부상만 입기도 했다.

 

 




생존율을 높이려면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엉덩이부터 떨어져야 한다. 
여러 명이 뛰어내릴 때는 소방대원의 통제에 따라 한 명씩 간격을 두고 뛰어내려야 한다. 
에어매트에 다시 공기를 주입하는 데 20초 정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함승희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5층 이상에서 내려다보면 에어매트가 손바닥 정도로 작게 보인다”며 “한가운데를 향해 뛴다고 생각하고 뛰어야 한다”고 했다.


줄을 타고 내려올 수 있는 완강기는 건물 10층까지 설치하게 돼 있다. 10층 안팎에 사는 주민은 고려해 볼 수 있다.


사다리차는 일반적으로 최대 30층 정도까지 구조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사다리를 펼치려면 건물과 사다리차 사이에 일정한 간격이 확보돼야 하기 때문에 긴급한 상황에서 쓸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이번 부천 호텔 화재 당시 사다리차가 출동했지만 호텔 앞에 주차한 차량 때문에 무용지물이 됐다. 
게다가 주상복합 등은 창문이 없거나 작은 경우가 많아 사다리차로 구조하기 어렵다.


50층 이상 초고층 건물은 2012년부터 30층마다 피난구역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했다. 
피난구역은 방화 처리를 해 불이 나도 일정 시간 버틸 수 있는 공간이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서울 잠실 롯데타워(123층)는 22층, 40층, 60층, 83층, 102층에 각각 피난구역이 있다. 
롯데 측은 “최대 3시간까지 버틸 수 있게 설계했다”며 “내부에는 마실 물과 화장실, 방독면, 소화기 등이 있다”고 했다. 
피난구역에는 1층으로 바로 내려갈 수 있는 피난용 직통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다. 
이 엘리베이터는 불이 나도 운행할 수 있도록 별도 전원을 갖추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불이 나면 엘리베이터를 타지 말고 계단으로 대피하라고 하지만 피난 엘리베이터는 예외”라고 했다.


2020년 10월 울산 남구의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 아파트(33층)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지만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다. 
15층과 28층에 피난구역을 만들어 주민들이 대피한 덕분이었다.


안전 전문가들은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평상시 실전 훈련이라고 했다. 
피난구역이나 완강기 등 시설이 있더라도 위치나 이용 방법을 모르면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부천 호텔 화재 때도 호텔에 완강기가 있었지만 완강기로 탈출한 투숙객은 없었다. 
이용재 교수는 “불이 나면 연기가 자욱해 피난구역이나 완강기 위치를 알고 있어도 찾기 어렵다”며 “평소 훈련을 통해 몸으로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240826)



 

 

[깨알지식Q]우크라이나는 '로켓 드론'에 왜 빵 이름을 붙였나 

 


24일 우크라이나군이 공개한 신형 드론 ‘팔랴니치아’는 우크라이나 전통 빵에서 이름을 따왔다. 
우크라이나·러시아는 같은 키릴 문자를 사용하지만 알파벳 구성과 발음 방법이 조금 다르다. 
팔랴니치아(паляниця) 같은 경우, 모음 ‘и’ 을 발음하고 사용하는 방법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러시아인들은 이를 ‘팔랴니차’에 가깝게 발음한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에선 이 단어를 말해보라 하면 러시아 스파이를 색출해낼 수 있다는 말이 전부터 돌았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우표에 그려진 우크라이나 전통 빵 ‘팔랴니치아’. 
24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공개한 자국산 신형 로켓 드론 ‘팔라니치아’와 이름이 같다.>


 


<한 우크라이나 티셔츠 쇼핑몰에서 팔고 있는 상품. 
'애국심 가득한 Ї 키보드가 새겨진 셔츠'라는 설명이 달려 있다. >

 


우크라이나어엔 러시아어에 없는 알파벳이 네 개 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이 중에서도 특히 ї를 저항과 독립의 상징으로 여긴다. ї는 ‘이’를 길게 발음하며 끝부분에 강세를 두는 모음이다. 
러시아어 알파벳 체계엔 없다. 이 알파벳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제국의 일부였던 1876년 우크라이나어 사용이 금지되며 사라졌다가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하고 나서 다시 쓰이기 시작했다. 
소련 시절 키예프(러시아어 표기로 Киев)라고 발음했던 우크라이나의 수도는 이제 키이우(우크라이나어 표기로 Київ)라고 불리는데, 여기에도 이 알파벳이 들어간다. 
우크라이나에선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를 기원한다는 뜻을 담아 ї를 새긴 티셔츠 등을 많이 팔고 있다.(240826)

 

[깨알지식Q] 美 민주당 상징은 당나귀, 공화당은 왜 코끼리일까

 



민주당은 당나귀, 공화당은 코끼리. 
미국 양대 정당의 상징 동물로 대통령 선거철이 되면 곳곳에서 두 동물이 그려진 포스터나 옷을 볼 수 있다. 
왜 하필 당나귀와 코끼리일까.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둘째날인 20일, 시카고 전당대회장에서 민주당의 상징인 당나귀 모양 모자를 쓴 지지자.>

 


민주당의 당나귀는 1828년 대선에서 공화당의 전신 ‘휘그당’이 민주당 앤드루 잭슨 후보를 비하하기 위해 붙인 별명 ‘잭애스(Jackass·멍청이)’에서 왔다. 
잭애스는 원래 ‘수컷 당나귀’라는 뜻으로 동남부 테네시주의 시골 출신인 잭슨을 촌뜨기 이미지로 깎아내리기 위한 별명이었다.


하지만 잭슨은 이를 역이용했다. 
당시 “국민이 미국을 통치하게 하라”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면서 서민 정치를 표방했던 그는 ‘당나귀는 근면한 동물’이라면서 자신의 선거운동에 활용했다. 
결국 잭슨은 승리했고 민주당은 당나귀를 당의 상징 동물로 삼았다.


공화당의 코끼리는 미국의 시사 만화가 토머스 내스트의 만평에서 시작됐다. 
1874년 그가 한 주간지에 정치적 곤경에 처한 공화당 소속 율리시스 그랜트 대통령을 뒷걸음질치다 구덩이에 빠지는 코끼리로 묘사한 그림이 인기를 끈 것이다.


이 그림 속에서 코끼리를 위협한 건 사자 탈을 쓴 당나귀, 즉 민주당을 의미했다. 
공화당 관계자들은 발끈하기보다는 ‘코끼리는 힘이 세지만 점잖고 위엄 있는 동물’이라며 긍정적으로 해석하려 했다. 
이후 다른 만화가들도 공화당을 코끼리로 그리면서 당의 상징 동물로 굳어졌다.(240823)

 

 

[스피드 3Q]아프리카 밖으로 번진 엠폭스… 무슨 병이길래 WHO 비상 걸렸나

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엠폭스(MPOX)’에 대해 국제적 공중 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했다. 
2022년에 이어 두 번째다. 
중국은 앞으로 6개월 동안 자국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엠폭스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지금 막지 못하면 전 세계가 또다시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엠폭스는 어떤 병이고 증상은 어떤지, 2022년 상황과는 무엇이 달라졌는지 등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17일 콩고민주공화국 북쪽 니라곤고 종합 병원의 엠폭스 치료 센터 상담실 밖에서 환자들이 의료진의 말을 듣고 있다.>

 

 

Q1. 어떻게 세상에 알려졌나

엠폭스는 1958년 싱가포르에서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데려와 실험실에서 사육하던 원숭이에게서 처음 발견됐다. 

사람과 동물이 공통적으로 감염될 수 있는 바이러스로, 1970년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의 생후 9개월 남자아이에게서 인체 감염 사례가 처음 보고됐다. 
아프리카 일부 지역의 풍토병으로 알려졌으나 2022년 5월 이후 유럽과 북미 등 풍토병과 관련 없는 지역에서의 감염 사례가 이례적으로 증가했다. 
2022년 확산 초기에는 공식 명칭이 ‘원숭이 두창(Monkey Pox)’으로, 엠폭스(MPOX)는 약자로만 사용됐다. 
그러나 ‘원숭이’라는 단어가 흑인 등을 비하하는 단어로 사용된다는 비판에 직면하자 WHO가 ‘엠폭스’를 공식 명칭으로 지정했다.


Q2. 감염 경로와 증상은 무엇인가

초기 증상은 독감과 유사하다고 알려져 있으며 열, 근육통, 탈진 등이 나타난다. 
감염 이후 1~5일이 지나면서 얼굴을 시작으로 온몸에 울퉁불퉁한 수포성 발진이 생기는 것도 특징이다. 
발진에는 고름이 들어차고 딱지가 생긴다. 
엠폭스는 체액이나 침방울 등을 통해 전파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감염자와의 성관계나 감염자의 병변 부위를 접촉한 경우 전염될 수 있으며, 밀폐된 공간에서 대화와 호흡을 통해 전염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WHO에 따르면 감염 후 2~4주가 지나면 자연 치유되나, 어린이와 임신부 등은 건강 상태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Q3. 2022년 확산 때와 다른 점은

지난 15일 스웨덴 보건 당국은 스톡홀름에서 치료받던 환자가 엠폭스 바이러스 ‘하위 계통(Clade) 1b’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2022년 WHO의 PHEIC 선언 당시 ‘하위 계통 2′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이뤄진 것과 달리, 최근에는 1b형 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1b형 바이러스의 경우, 2형보다 전파가 빠르고 독성이 강하다는 특징으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엠폭스 1b형은 사망률이 10%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22년 엠폭스 창궐 당시와 달리 최근에는 15세 미만 어린이 감염자가 늘고 있는 것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확산 속도도 이미 올해 아프리카에서는 1만8700명 이상의 감염 사례와 500명 넘는 엠폭스 관련 사망자가 보고되며 지난해 수치를 넘어섰다. 
아프리카 대륙 밖에서도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튿날인 16일 파키스탄에서도 첫 감염자가 보고됐고, 18일에는 국외 여행 기록이 없는 33세 필리핀 남성이 엠폭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240820)


 

 

[What&Why] 푸치니 오페라 '나비 부인'에 왜 일본 國歌 기미가요가 나올까?

개항기 日 항구 나가사키가 배경
게이샤가 된 약소국 소녀의 노래


공영방송 KBS가 광복절 당일 0시에 일본을 배경으로 하는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 공연 실황 영상을 내보낸 뒤 논란이 불거졌다. 
이 오페라 1막에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君が代)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작곡가 푸치니의 오페라에 기미가요가 나오는 이유는 뭘까.


1904년 초연된 푸치니의 ‘나비부인’은 개항기의 일본 항구 나가사키가 배경이다. 
이 오페라에서 묘사되는 일본은 군국주의와 제국주의의 망상에 사로잡힌 침략 국가가 아니다. 
거꾸로 자국 소녀를 보호할 힘조차 없는 초라한 약소국에 가깝다.

 

 

<지난 15일 오전 KBS TV가 방영한 오페라 ‘나비부인’에서 주인공 초초상이 기모노를 입고 노래하는 장면.>

 


이를 보여주는 여주인공이 열다섯 살 일본 소녀인 초초상(나비부인)이다. 
집안의 몰락으로 게이샤가 된 초초상은 미 해군 장교 핀커튼과 진실한 사랑이 가능할 것이라고 굳게 믿지만, 반대로 핀커튼에게 초초상은 ‘현지처’에 불과하다.


푸치니는 이 오페라를 쓰면서 일본 민요 ‘사쿠라 사쿠라’와 군가 ‘미야상 미야상(宮さん 宮さん)’ 등 다양한 선율을 사용했고, 오페라 1막에서 핀커튼과 초초상이 혼례를 올리는 장면에서 일본 국가 기미가요를 삽입했다. 일본 전통 혼례를 의미하기 위한 것이다. 
푸치니가 기미가요 등 일본 선율을 많이 넣은 이유로 19세기 유럽에서 일본 미술이 선풍적 인기를 누렸던 현상을 뜻하는 ‘자포니즘(japonism)’의 영향으로 보기도 하고, 반대로 당시 동양에 대한 서양의 왜곡된 시각을 의미하는 오리엔탈리즘의 반영으로 비판하기도 한다. 
오페라 1막에선 일본 국가만이 아니라 미국 국가도 나온다. 
푸치니는 핀커튼의 활달한 성격 묘사를 위해서 미국 국가 ‘별이 빛나는 깃발(The Star-Spangled Banner)’도 사용했다.


핀커튼은 초초상과 혼례를 올리지만, 미국으로 돌아간 뒤 일말의 주저도 없이 미국 여성과 다시 정식으로 결혼한다. 
이 오페라는 가해자 미국 남성과 희생자 일본 여성의 구도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군주의 치세’를 의미하는 기미가요의 가사는 헤이안(平安) 시대(794~1185)부터 전해졌다. 
1869년 일본 군악대장이었던 영국 작곡가 존 윌리엄 펜튼(1828~1890)이 여기에 처음 곡조를 붙였다. 
하지만 펜튼의 선율은 ‘진지함이 부족하다’ ‘부르기 힘들다’는 비판에 직면했고, 1880년 일본 작곡가들이 새롭게 붙인 선율을 궁내성에서 승인했다. 
당시 일본 해군 군악대장이었던 독일 음악가 프란츠 에케르트(1852~1916)는 서양식 화성을 입혀서 이 곡을 편곡했고, 일본 정부는 1888년 에케르트의 기미가요를 공식 국가로 채택했다. 
공교롭게도 에케르트는 1901년 대한제국 군악대 교사로 부임한 뒤 이듬해 대한제국 애국가도 작곡했다. 
현재 그의 유해도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에 있다.


1945년 종전 이후 더글러스 맥아더 최고사령관의 연합군 최고사령부는 일본에서 기미가요 금지령을 내리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일본 국가로 계속 불리다가 1999년 ‘국기 및 국가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기미가요는 일본 국가로 명문화됐다.(24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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