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옛 물건들을 사랑한다.
어느 날 골동품 가게를 둘러보다가 우리 부엌에 꼭 들어맞을 파랑색과 노랑색 과자넣는 그릇 몇 개를 보고 만지작거렸다.
그러자 주인이 그것들은,자기 농장을 한번도 떠나 본 적이 없는 한 노파가 1950년에 손수 손으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는 귀가 솔깃해서 그중 제일 작은 것을 집어들고 좀더 자세히 살펴보다가 그 밑바닥에 “메이드 인 저팬” (Made in Japan) 이라고

쓰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옆에서 그 그릇을 같이 들여다보고 있던 골동품점 주인이 얼른 둘러댔다.
"아마 그 노파가 단 한번 농장을 떠난 적이 있었던 모양이에요.” 





대도시에서 태어난 나는 항상 바쁜 도시생활을 떠나 뉴잉글랜드의 작은 마을에 가서 살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새로 이사간 그 마을에서 텔리비전으로 일기예보를 처음으로 듣고서야 비로소 시골 생활이 얼마나 느긋한지 깨달았다.
텔리비전 화면에는 기상 상태를 설명하는 지도나 인공위성 사진도 없었다.
다만 자상하게 생긴 제법 나이든 예보 담당자가 이렇게 예보했다.
“에一 비오고,또 오고, 또 비가 올겁니다 ! 정확하게 얼마나 오겠느냐구요 ?
여러분의 추측이나 저의 추측이나 별로 다를 것이 없겠지요. 그럼 여러분 안녕히 주무세요.” 





로스앤젤레스공항으로 가는 도로에는 차량들이 붐비고 있었다.
우리가 탄 버스의 운전사는 우리 앞을 천천히 달리고 있는 승용차를 추월하려고 차선변경 깜박이를 켰다.
막 앞지르려고 하는데 앞 차를 운전하고 있던 여자가 차 창 밖으로 손을 내밀었다.
왼쪽 차선으로 들어 가겠다는 신호에 틀림없었다.
우리 버스운전사는 차선 바꾸는 것을 포기하고 앞 차가 차선을 바꿀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런데 앞 차는 차선을 바꾸지 않았고, 일분쯤 지난 뒤 창밖으로 내밀었던 손을 거두어 들였다.
우리 버스가 두번째로 추월을 시도하자 그 여자는 또 창밖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다시 1분 후에 손을 거두어 들였다.
“제발, 아가씨,빨리 마음을 정하쇼.” 우리 버스운전사가 답답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네 번이나 추월하려다 실패한 끝에 우리 버스는 마침내 속도를 내어 앞 차를 앞질러갔다.
버스가 앞차를 스쳐갈 때 내려다보니 그 여자는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하고 있었다.
손톱 하나하나에 칠이 끝날 때마다 칠한 것을 말리기 위해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어 흔들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 일요일 예배 때의 일.
회중의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어려운 살림을 꾸려 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교회 목사님이 1달러와 5달러짜리로 100달러를

광주리에 담아 돌리면서, 이 돈은 교회의 자선기금에서 나온 것이라고 하면서, “제가 목사로 있으면서 지금껏 한 적이 없는 일을 하고자

합니다” 하고 선언했다.
이 말과 함께 그는 돈광주리를 회중에게 돌리면서 부끄러워 말고 필요한 사람은 누구나 조금씩 집으라고 권했다.
그러나 광주리가 다 돌고 난 다음에 들여다 보니까 그 속에는 그것을 돌리기 시작했을 때 보다 67달러가 더 많이 담겨 있었다.





미시간주 메어리스빌 공항에서는 해마다 기형아 출산방지운동단체인 “마치 오보 다임스” (March of Dimes)라는 조직이 모금 운동을

벌인다.
경비행기 조종사들은 비행기와 시간을 내어 사람들한테서 돈을 받고 도시상공을 한바퀴 돌아 준다.
어느 날 어떤 모녀가 나의 첫번째 승객으로 탔다.
나는 비행전 점검을 모두 마치고 안전벨트를 매고 난 뒤에 조종석 점검표를 끄집어냈다.
점검표를 4분의 3쯤 읽어 내려갔을 때, 어머니가 딸에게 귓속말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때, 괜찮을까 ? 저 사람이 비행교본을 일일이 읽는 걸 보니 어찐지…”


 


 
아버지는 집에서 기르는 조그만 푸들 강아지에게 신문을 물고 오도록 훈련을 시켰다.
내리 엿새 동안 아버지는 강아지를 뒷문으로 내보냈고 그러면 강아지는 집 앞으로 돌아가서 신문을 입에 물고 의기양양하게 돌아오곤 했다.
이레째 되던 날, 강아지는 풀이 죽은 채 빈 입으로 돌아왔다.
무슨 일인가 하고 밖에 나가 보신 아버지는 금세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조그마한 푸들 강아지가 그 엄청난 부피의 일요판 신문을 물고 온다는 것은 무리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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