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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지원자들을 위해 일부러 체력 검사 기준을 낮춘 거 아닌가요?”


최근 경찰 공무원(순경) 준비생들 사이에서 내년부터 새로 치러지는 체력 시험 전형을 두고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내년부터 선발 인원이 가장 많은 순경(매년 약 4000명)을 남녀 구분 없이 동일한 체력 검사를 통해 채용한다. 
그런데 여러 코스를 각각 점수로 매기는 종전 기준에서 ‘통과·탈락(Pass·Fail)’ 방식으로 바꾸기로 하면서 현장 대응 능력이 필수인 경찰관들의 ‘체력’ 분야의 변별력을 낮춰 여성 지원자들을 더 뽑겠다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남성 준비생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2023년 9월 경기남부경찰청이 여경 채용 응시자 체력시험을 기존 '무릎대고 팔굽혀펴기'에서 '정자세 팔굽혀펴기'로 변경 시행하고 있다.>

 


그간 경찰은 순경 공채에서 남녀 인원을 미리 정해 채용해왔다. 
경찰은 올해 상반기 순경 공채에 남자 1754명·여자 435명을 뽑고, 하반기에는 남자 1599명·여자 297명을 선발한다. 내년부터는 이런 구분을 없애기로 했다. 
당초 체력 검사는 팔굽혀펴기·윗몸일으키기·100m, 1000m 달리기·악력 등 다섯 종목을 각각 치르고 종목마다 1~10점을 매겼다. 
그런데 내년부터는 ‘통과’ 아니면 ‘탈락’이다. 그간 논란의 중심이었던 팔굽혀펴기 종목도 없어졌다. 
‘1인 몸무게’를 온전히 감당할 수 있는지를 볼 수 있는 완력의 ‘척도’였던 팔굽혀펴기는 여경들의 체력 논란을 불 지폈었다. 
대신 장애물 코스 달리기, 허들 넘기, 32kg 기구 밀고 당기기, 방아쇠 당기기 등 5개 코스를 4분 40초 안에 들어오면 된다.


이를 두고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체력 시험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했던 지원자들이 피해를 보고, 필기 점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여성 응시생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남성 응시생들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기존 시험 방식에서는 체력이 뛰어난 응시자가 고득점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바뀐 시험 제도에선 체력으로 변별력을 갖기 힘들어졌다는 취지다. 
실제 경찰은 2023년부터 경위 공채 전형에 이 같은 방식을 도입해 시행 중인데 그해 남자는 전원이, 여자는 89.3%가 체력 시험을 통과했다. 
이듬해엔 남자는 97%, 여자는 73%가 체력 시험에서 만점을 받았다. 
이런 이유로 “범죄 현장에 대응해야 하는 경찰은 ‘강인한 체력’이 필수인데, 이 기준을 낮춘 것”이란 반발이 만만치 않다.


회원이 28만명인 한 경찰 공무원 준비 인터넷 사이트가 지난 7일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투표자 344명 중 약 38%(130명)가 ‘체력 시험 기준이 약화됐다’고 응답했다. 
남성 준비생에게 불리한 방향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30.5%(105명), 성별 간 신체 능력 차이를 반영하지 않아 불공정하다고 응답한 이들도 26%(88명)였다.


경찰이 특정 성별이 전체 합격자의 15%에 미치지 못할 경우 15%까지는 추가 합격시키기로 한 것도 논란이다. ‘양성 평등 채용’이라는 이 계획은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9년 결정됐다. 
서울 노량진 경찰 시험 학원가에선 “새 체력검사가 도입되면 여성 합격자가 절반이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경찰은 새로운 체력 종목의 난도가 높아진 만큼 여성 지원자들이 시험을 통과하기 더 어려워졌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여성이 남성과 마찬가지로 4분 40초 이내에 5개 코스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를 통과하기 위해 여성 지원자들은 체력 훈련을 종전보다 훨씬 더 많이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250515)


 

 

 

서울 한 사립대 A교수는 지난달 말 우연히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에 접속했다가 깜짝 놀랐다. 
‘A교수 녹음본 판매’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한 달 전에 올라온 걸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조회 수가 100회가 넘었다. 작성자는 A교수의 대형 교양 강의를 언급하면서 ‘300분 분량의 강의 녹음 파일을 3만원에 판매한다’고 올렸다. 
A교수는 “실제 몇 명이 구매했는지 알 수 없지만 내가 수업 중 던진 농담까지 문서화돼 온라인에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니 끔찍했다”며 “다음 학기부터 강의 계획서에 ‘강의자 허락 없는 녹음 금지’라는 내용을 수강생들에게 공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학에서 학생들이 수업 내용을 몰래 녹음하는 사례가 늘면서 일부 교수가 대응책을 고민하는 등 논란이 되고 있다. 
단순히 본인 공부를 위해 녹음하는 것 외에 음성 파일과 녹취록을 거래하는 학생까지 등장했기 때문이다. 
수업에 결석한 학생이나 과거 수업 내용을 공부해 학점을 잘 받으려는 학생 등이 사려는 경우가 많다. 
특히 최근 음성을 실시간으로 텍스트(문자)로 자동 변환해주는 AI(인공지능)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강의 녹취록’을 ‘시험 족보’처럼 공유하는 게 가능해졌다.


그동안 대학 교수들 중에는 학생들이 수업 중엔 필기를 하지 않고 강의와 토론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강의를 녹취하는 것을 암묵적으로 허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등을 위해 수업 내용을 녹음·녹화해 제공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이를 판매하는 등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학생이 수업 내용을 복습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녹음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녹음 파일을 팔거나 주변에 공유하는 행위는 명백한 저작권법 위반이다.

 

 




불법 강의 녹음은 온라인 게시판이나 판매자·거래자가 드러나지 않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 등을 통해 거래된다. 
이름 등 개인 정보를 가린 학생증으로 본인을 인증하면 거래가 이뤄진다. 
구매 학생은 2만~3만원가량의 현금 혹은 기프티콘(온라인 상품권)을 대가로 지불한다. 
거래 액수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위법 행위로 인식하지 못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강의실 앞자리에서 녹음한 것은 음성이 더 또렷하게 들리기 때문에 웃돈이 붙기도 한다.


대학 강의 녹음 거래 문제가 심각해지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4월 ‘강의 내용 녹음·녹화 파일을 개인 학습용 외 사용하는 행위는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대학생이 반드시 지켜야 할 저작권 상식 자료집’을 각 대학에 배포하기도 했다.


교수들 사이에선 ‘녹음 학생 감별법’도 돌고 있다. 수업 내내 볼펜을 들지도 않고 노트북을 켜놓은 채 턱을 괴거나 팔짱을 낀 채 있는 학생, 스마트폰 수신 마이크가 있는 하단 부분을 교수를 향해 돌려놓은 학생은 녹음을 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는 식이다. 
부산의 한 대학 교수는 “학생들 휴대폰을 수업 중 강제로 끄게 하고 싶지만 반발할 게 뻔해 조교를 통해 주의만 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교육계는 ‘강의 녹음’이 불법 판매뿐 아니라 딥페이크(AI를 활용한 불법 합성 기술) 등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교수의 특정 발언을 문제 삼기 위한 ‘감시 목적 녹음’도 종종 문제가 된다. 
강의 내용을 녹음한 뒤 일부 내용만 온라인에 올리고 ‘남녀 차별’ ‘정치 편향’ 발언이라고 망신 주는 사례도 있다. 
서울 지역 한 사립대 교수는 “몰래 녹음하는 학생들이 워낙 많아서 3시간짜리 강의를 하고 나면 ‘내가 오늘 말실수한 게 없나’ 곱씹어 보게 되는데, 엄청난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미국 주요 대학들은 무단 녹음·녹화를 금지하는 경고문을 강의실에 설치하거나 강의 계획서로 미리 고지한다”면서 “한국에서도 학교 차원에서 ‘목적 외 사용 금지’를 명확하게 알리는 등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25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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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저 조던이랑 손 잡았어요. 레츠 고, 조던!”


10일 오후 4시 서울 강서구 KBS 아레나의 661㎡(약 200평) 규모 경기장에 키 193㎝, 몸무게 110㎏의 미국 프로레슬링 선수 조던 오아시스(27)가 등장하자 유치원·초등학생 1000여 명이 두 손을 흔들면서 환호성을 질렀다. 
국내 신생 프로레슬링 단체 PWS(프로레슬링 소사이어티)가 개최한 이날 경기는 3000여 전석이 매진됐다. 
관객 대부분이 6~12세 어린이들과 부모들이었다. 
미국·일본·한국 국적의 레슬링 선수 30명이 고개를 숙여 허리까지 오는 어린이들과 주먹을 부딪친 뒤 링 위로 올랐다. 
어린이들은 ‘악역(惡役)’을 맡은 선수들에겐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내리며 야유했고, 영웅 캐릭터의 레슬러들이 나타날 땐 자리에서 일어나 “승리하라”고 외쳤다.

 

 

<10일 오후 서울 강서구 KBS아레나에서 열린 레슬네이션에서 인기 선수 진개성이 우승 후 팬들의 축하를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이날 경기장은 메치고 엎어지는 선수들이 몰아치는 뜨거운 열기와 땀 냄새로 가득 찼다. 
그러나 보통 레슬링 경기에서 관객들 흥을 돋우기 위해 사용됐던 무자비하고 과격한 퍼포먼스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철제 의자로 상대 선수를 내려치는 모습도 없었고, 이른바 ‘유혈 사태’도 없었다. 
대신 “못된 악당들!” “영웅 파이팅” 같은 어린이 관객들 구호에 맞춰 레슬러들이 기술을 걸었다.


명맥이 끊기다시피했던 국내 프로레슬링을 유치원·초등학생 어린이들이 부활시키고 있다. 
PWS에 따르면 2023년 900명 정도였던 한 해 관객이 올해 상반기에만 4600명이 돼 5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PWS 관계자는 “관람객 90% 정도가 부모님과 손을 잡고 온 유치원·초등학생들”이라고 했다.

 

 




프로레슬링은 1970년대만 해도 전 국민 스포츠였다. 
‘박치기 왕’ 김일, ‘당수 귀신’ 천규덕의 프로레슬링 경기가 있는 날이면 온 동네가 경기를 중계하는 TV 앞에 앉았다. 
그러나 1982년 프로야구, 1983년 프로축구 시대가 열리면서 프로레슬링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줄었다. 
1990년대 청소년들에겐 미국 프로레슬링 WWE가 인기였지만, 여전히 국내 레슬링은 외면받았다. 
‘한물간 스포츠’로 수십 년간 내리막길을 걷던 프로레슬링이 어린이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인기를 끄는 것이다.

 

 

<10일 오후 서울 강서구 KBS아레나에서 열린 레슬네이션에서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2025.5.10.>

 


이날 경기 하이라이트는 ‘악당’ 역을 맡은 이랑(32·본명 이재완)과 ‘영웅’ 역의 진개성(28·본명 김찬호)·김정욱(25) 선수 간 삼파전. 
링 밖에 숨어 있던 이랑이 온몸을 링 위로 던지며 날아올라 진개성의 등을 가격했다. 
어린이들이 흥분하면서 “정정당당하게 해” “못된 악당, 인성이 잘못됐다”고 했다. 
엎치락뒤치락하길 20여 분, 진개성의 승리로 경기가 끝나자, 어린이 관객들이 “정의는 승리한다!”고 소리쳤다.


‘악당’의 이야기가 판치는 요즘 세상. 이날 경기장에서 만난 어린이들은 “악당을 물리치는 레슬러들의 모습이 통쾌하다” “반칙을 계속하는 악당들이 벌받는 걸 보면서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이른바 ‘권선징악(勸善懲惡)’의 교훈이다. 
이희정 PWS 총괄이사는 “뉴스에 온갖 흉흉한 이야기만 나오는데, 어린이들이 실제 ‘영웅’들을 접할 기회가 얼마나 적으냐”며 “응원하는 레슬러가 악의 무리를 무찌르는 모습을 보면서 만화영화를 본 것처럼 좋아한다”고 했다.


PWS는 작년 하반기부터 ‘과격한 레슬링’을 접기로 하고, 각본과 연출 수위를 확 낮췄다.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기술을 뽐내는 미국 WWE와 달리 공격적인 기술들을 모두 없앴다. 
막이 오른 지 10초 만에 어린이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모든 배역에 ‘선’과 ‘악’을 나눴고, 의상·분장도 다시 설계했다. 
WWE 출신 유명 레슬러 타지리(55·본명 타지리 요시히로)를 섭외하고 초등학생 관객을 대상으로 코미디물을 제작하는 유튜버 ‘급식왕’(구독자 149만명) 출연진을 선수로 등장시킨 것도 흥행 요소다. 
PWS는 경기 평택시에 198㎡(약 60평) 규모의 레슬링 훈련장을 만들어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레슬링 수업도 운영 중이다. 
몇 년 전만 해도 1년에 2~3번 경기를 열었던 PWS는 흥행을 바탕으로 매달 경기를 개최할 예정이다.


작년 6월 프로레슬링 경기를 처음 ‘직관’하며 팬이 됐다는 형제 이정훈(12)·이승훈(9)군은 “얄미운 말을 하고 반칙을 계속하는 악당 선수를 혼쭐내주는 선수를 보면서 나도 약한 친구를 괴롭히는 사람을 물리쳐주고 싶었다”고 했다. 
박태민(11)군은 “아이돌 가수보다도 프로레슬링 선수가 좋다”며 “다음에도 보러 오겠다”고 했다. 
학부모 장선영(43)씨는 “레슬링을 애들이 봐도 되나 걱정했다”며 “경기를 본 아이들이 ‘나쁜 짓 하면 벌받나 봐’라고 해 뿌듯했다”고 했다.


프로레슬링 선수들도 새로운 관객층으로 떠오른 어린이들에게 ‘본보기’가 돼야 한다는 마음으로 링에 오른다. 작년 데뷔한 이재완씨는 “나도 어렸을 때 프로레슬러들이 우상이었는데, 이젠 내가 어린 관중에게 꿈을 선물해주고 싶다”고 했다.(250512)


 

 

 

수도권의 한 상급종합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A(31)씨는 올해 2월과 4월 두 차례 각각 1박 2일 일정으로 일본에 다녀왔다. 
둘 다 미국 간호사 면허 시험인 ‘엔클렉스(NCLEX)’에 응시하기 위해서였다. 2월 시험에선 낙방했지만, 4월엔 합격증을 손에 넣었다. 
A씨는 “전에 비해 일은 너무 힘들어졌는데, 인력 충원이 없어 ‘더는 못 버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제 해외 취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간호사들 사이에서 ‘탈(脫)한국’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12일 미국간호사국가시험원에 따르면 지난해 엔클렉스에 응시한 한국인은 2636명으로, 2019년(834명)에 비해 5년 새 3.2배로 늘었다. 
지난해 한국 엔클렉스 응시자는 세계 5위 기록이다. 필리핀(2만8258명), 인도(5869명), 케냐(3740명), 네팔(2662명) 다음이다.

 

 




엔클렉스는 미국 간호대학 졸업자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간호사 면허를 취득한 이들도 응시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치러지지 않아 괌·사이판 등 미국령이나 일본, 대만에 직접 가서 응시해야 한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접수비, 시험장 예약 등 응시료만 493달러(약 70만원)가 든다. 
미국령이 아닌 곳에서 시험을 볼 경우 추가 비용이 붙는다. 
일본이나 대만에서 응시할 경우 항공료와 숙박비 등을 포함해 한 번 응시하는 데 150만원 가까이 들어간다고 한다.


당초 한 해 700~800명 선이던 엔클렉스 응시 한국인은 코로나 초기인 2020년 198명, 2021년 396명으로 줄었다가 코로나가 장기화된 2022년 1816명, 2023년엔 역대 최다인 3299명으로 폭증했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간호사들의 과중한 업무가 만성화된 상황에서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떠나려는 이가 많아진 이유가 크다”고 했다.


여기에 지난해 시작된 의정 갈등도 한몫했다. 
간호사들에게 인기가 높고 채용 규모가 큰 대형 병원들이 수익 악화로 간호사 채용을 대거 줄이면서 일부 간호사의 해외 진출 시도가 이어졌다. 
올해 1분기 상급종합병원 44곳이 채용한 간호사는 2901명으로, 2023년(1만3211명)이나 지난해(8906명)와 비교하면 20~30% 수준이다.

 

 



지난해 하반기 수도권의 대형 병원에 합격한 간호사 이모(24)씨는 음식점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며 오는 7월 엔클렉스 시험을 치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그는 신규 간호사로 뽑히고도 병원 사정 때문에 수개월째 발령을 받지 못한 이른바 ‘웨이팅게일’이다. 
그는 “언제 병원에서 근무를 시작할지도 알 수 없다”며 “한국에서 임상 경험을 쌓고, 기회가 되면 미국으로 가 일할 것”이라고 했다.


‘보험용’에 그치지 않고 실제 해외 취업에 나서는 경우도 늘었다. 
미국 간호사 취업 중개 업체 관계자는 “통상 1년에 20~30건 정도 계약을 해왔는데, 올해는 지난달까지만 60건이 훌쩍 넘었다”고 했다. 
미국에 간호사로 취업하려는 이들은 중개 업체와 계약을 맺은 뒤 취업할 병원을 알아보고, 비자 등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의료 현장에서는 간호사들의 ‘탈한국’ 현상이 심화되면 향후 간호 인력 부족을 겪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35년까지 간호사 5만6000명이 부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250513)


☞엔클렉스

미국 간호사 면허 시험. 미국에서 간호사로 취업하려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간호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도 응시할 수 있다.

 

 

 

고물가로 실질 소득 감소를 겪고 있는 영미권에서는 예비부부들이 결혼식 하객 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있다. 
장소도 예식장이 아닌 레스토랑 등에서 치르고, 결혼 반지나 신혼여행 비용도 낮춘다. 
결혼식을 대규모 행사(세리머니)가 아닌 소규모로 치르는 ‘미니머니(minimony)’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


USA투데이가 2021년부터 2024년 사이 결혼한 미국인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52%)은 결혼식에 1만달러(약 1400만원) 미만을 지출했다고 답했다. 응답자 44%는 50명 이하의 하객을 초대했다. 
미국 유명 결혼 정보 업체 ‘더낫(The Knot)’은 “결혼식에 더 많은 하객을 초대할수록 필연적으로 비용도 증가한다”며 “코로나 팬데믹 이후 물가 상승 등으로 커플들이 성대하게 결혼식을 치르기보다는 작은 결혼식을 선호한다”고 했다.

 

 




기업 홍보 담당 임원인 멜라니 네프 디아즈(33)와 변호사인 실비노 에드워드 번즈(37)는 지난해 6월 미국 플로리다주의 한 와인바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풀과 나무로 장식된 테라스에서 혼인 서약을 했고, 기념 촬영 대신 가족·친구 등 하객 33명에게 축하를 받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이 부부는 결혼식에 1만3000달러(약 1800만원)를 들였다.


뉴욕 맨해튼에 사는 제니퍼(43)·매슈(44) 키셔살만 부부는 2023년 5월 언약을 맺었다. 
이들은 맨해튼 첼시의 한 레스토랑에서 하객 48명을 초대해 ‘작은 결혼식’을 올렸다. 
아내 제니퍼는 “결혼식과 피로연을 한번에 열 수 있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장소가 필요했다”며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가족, 친지와 웃음을 나눴다”고 했다. 비용은 2만달러(약 2800만원) 미만으로 썼다고 한다. 
지난해 8월 뉴욕타임스는 이들을 포함해 ‘작은 결혼식’을 올린 부부를 조명하며 “크고 전통적인 예식 대신 작지만 편안한 결혼식을 올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예물이나 신혼여행 등에 들이는 돈도 줄이는 게 미국 추세다. 
USA투데이 조사에서 약혼반지에 1000달러(약 140만원) 이하를 들였다는 이들은 31%였고, 결혼반지를 1000달러 이하로 장만했다는 이들도 47%였다. 
신혼여행도 간소화하는 추세다. 응답자의 28%는 신혼여행 자체를 가지 않았다고 했다.

 

 




영국은 코로나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결혼 비용이 낮아졌다. 
영국 결혼 정보 업체 히치드의 조사에 따르면 2019년 평균 결혼 비용은 3만2000파운드(약 6000만원)에 달했다. 2014년(2만800파운드·약 3900만원)에 비하면 50% 이상 오른 것이다. 
당시 영국 언론들은 “신혼부부들이 ‘인스타그램에 자랑할 만한 장소에서 결혼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면서 예식 비용이 크게 늘었다”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닥치면서 결혼식이 급감해 2020년엔 결혼 비용이 9100파운드(약 1700만원)까지 떨어졌다. 이어 2021년 1만7300파운드(약 3200만원), 지난해 2만3250파운드(약 4350만원)로 오르긴 했지만 코로나 이전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히치드는 “부부들이 작은 결혼식을 선택한 결과”라며 “최근 결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예식 공간 등을 ‘셀프’로 꾸미는 이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인 루크(35)씨는 2023년 아내와 결혼하며 예식 날짜로 평일인 목요일을 택했다. 

그 결과 토요일 결혼식보다 3000파운드(약 560만원)를 아낄 수 있었다고 한다. 

그의 아내는 BBC에 “절약한 돈으로 기억에 남는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다”고 했다.


호주에서도 결혼식 비용을 아끼기 위해 소규모 결혼식이 확산하는 추세다. 
호주 ‘7뉴스’는 “최근 몇 년간 5000호주달러(약 450만원) 정도로 할 수 있는 소규모 결혼식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25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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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 3Q] 영화에도 관세 100% 물린다는 트럼프… 대체 왜, 그리고 어떻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 “상무부와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외국에서 제작된 모든 영화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하는 절차를 즉시 시작하도록 승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CNN은 “영화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트럼프의 관세 인상 대상이 아니었다. 이번 조치가 실행에 옮겨진다면 서비스에 관세가 부과되는 첫 사례가 된다”고 했다. 
일각에선 현재 0%인 영화에 대한 관세가 불필요하고, 지금의 제작 환경을 고려하면 ‘미국산 영화’를 골라내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트럼프의 의도는 무엇이고 ‘영화 관세’ 실현은 가능한지 3문답으로 풀었다.


◇Q1. 트럼프는 왜 이런 조치를 취했나

트럼프는 “미국 영화 산업은 매우 빠르게 쇠퇴하고 있다. 다른 국가들이 조직적으로 노력해 영화 제작자들이 다른 시장으로 빠져나가고 외국산 영화로 유입되는 선전(宣傳)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했다. 
미국 영화 산업은 최근 몇 년간 노동자 파업과 코로나 등의 영향으로 타격을 입었다. 이로 인해 미 영화 산업의 중심지인 할리우드가 있는 캘리포니아주에선 영화 제작이 줄었다. 
반면 호주·뉴질랜드·캐나다 등 영어권이면서 세제 혜택 등을 많이 주는 국가에서 영화가 촬영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로이터는 “전 세계 국가들이 영화 제작 유치를 위해 세금 공제와 현금 환급을 공격적으로 늘려온 결과”라고 했다.

 



 


◇Q2. ‘외국에서 제작된 영화’의 범위는

트럼프가 지목한 ‘외국에서 제작된 영화’는 정의하기 힘들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외국 정부에서 영화 제작 과정에 세금 혜택을 받은 영화인지, 해외에서 찍기만 하면 과세 대상인지, 해외에서 촬영 후 미국에서 후반 작업을 마친 영화까지 관세 부과 대상인지 등 논쟁이 될 요소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많은 수퍼히어로 영화의 경우 전 세계에 흩어진 여러 업체가 촬영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아울러 극장에 걸리는 영화만 대상인지, 넷플릭스 같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공개작이 포함되는지도 불분명하다. 
일단 한국 영화의 경우 매출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10% 정도여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할리우드 영화가 한국에서 촬영할 때 발생하는 서비스 수출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Q3. 정작 할리우드는 이번 조치를 반기나

미국의 영화 제작 업계에선 트럼프가 상품에 상호 관세를 부과했을 때처럼, 다른 국가가 영화에 맞불 관세를 매길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블록버스터 영화 상당수는 매출의 대부분이 해외에서 발생하는 만큼 외국의 보복 관세는 할리우드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했다. 
영화 산업의 부흥을 위해선 미국에서 제작하는 작품에 대해 연방 정부 차원에서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지적도 있다. 
블룸버그는 “많은 영화 제작사 경영진이 정부 혜택 확대를 트럼프에게 제언했지만 결국 발표된 조치는 관세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 실망하고 있다”고 전했다.(250506)

 

 

[깨알지식Q] 바티칸 공식 언어는 뭘까

로마서 많이 쓴 라틴어 사용

 

새 교황 레오 14세는 18일 취임 미사에서 라틴어로 성호경(聖號經·성호를 그을 때의 기도문)을 외운 뒤 이탈리아어로 취임사를 했다. 
지난 13일엔 소셜미디어에 “여러분 모두에게 평화가 함께하길 바란다”는 첫 글을 영어·스페인어·독일어 등 7개 언어로 올렸다. 
바티칸의 공식 언어는 무엇일까.

 

 

<12일 바티칸 바오로 6세 알현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레오 14세 교황. 교황은 이날 연설에서 영어와 이탈리아어를 사용했다.>

 


교황청의 공식 언어는 라틴어다. 오랫동안 추기경 회의와 공식 문서, 미사에 라틴어를 사용했고 지금도 공식 문서는 모두 라틴어로 먼저 작성된 후 다른 언어로 번역된다. 
콘클라베(교황 선출 투표)의 주요 절차도 라틴어로 진행된다. 
초기 그리스도교가 로마 제국의 국교가 되면서, 로마의 언어였던 라틴어가 교회의 공식 언어로 굳어졌다. 
로마가 이탈리아 중부에서 생겨났기 때문에, 이 지역을 이르던 ‘라티움’이라는 지역명에서 라틴어라는 말이 나왔다.


교황청은 196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바티칸뿐 아니라 전 세계 교회에서 라틴어로 미사를 드리도록 했다. 
하지만 사용자가 줄다 못해 거의 사라진 라틴어를 고수하는 것이 포교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년)에서 미사 때 현지 언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추기경들도 일상 대화에선 여러 언어를 자유롭게 쓴다. 
아르헨티나 출신인 프란치스코 전 교황도 접견 때 모국어인 스페인어를 주로 썼다. 
프란치스코는 이런 현실을 반영해 2014년 10월 ‘시노드’(세계 주교 대의원 회의) 공식 언어를 (라틴어보다는 사용자가 많은) 이탈리아어로 바꿨다. 
하지만 여전히 바티칸에선 ‘라틴어가 신성한 언어’라는 인식이 강하다.


라틴어는 여러 서구권 언어의 근간이 됐다. 
미디어(매체), 비토(거부권), 페르소나(인격) 같은 영 단어는 라틴어를 그대로 가져온 경우다. 
이력서를 가리키는 ‘CV’도 삶의 궤적을 뜻하는 ‘Curriculum Vitae’의 약자다. 브랜드 이름에도 자주 사용된다. 
자동차 브랜드 볼보(Volvo)는 굴러간다는 뜻의 라틴어 ‘volvere’에서 왔다. 
라디오·녹음기로 번창한 일본 소니(Sony)도 소리를 뜻하는 라틴어 ‘sonus’에서 따온 것이다.(250519)


 

 

[글로벌 5Q]추기경 전원 후보이자 유권자...교황 선거 '콘클라베' 예측 불허인 까닭

 


지난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의 뒤를 잇는 267대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교황 비밀투표)가 다음 달 초 열릴 예정이다. 
교황 선거권이 있는 80세 미만 추기경 135명이 시스티나 경당(經堂·작은 예배소)에 모여 3분의 2 이상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무기명 투표를 반복한다. 
세례받은 남성 가톨릭 신자라면 누구나 교황이 될 수 있지만, 통상 추기경단이 곧 후보단이다.

 

 

<2013년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에 앞서 전 세계 추기경들이 성베드로 성당에서 차기 교황 선출을 기원하는 미사를 진행하고 있다. 
미사는 일반인에게 공개되지만 오후부터 시스티나 성당에서 시작 되는 콘클라베에는 추기경들을 제외한 누구도 입장할 수 없다>

 


이런 절차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공식 입장은 “성령의 인도에 따라 새 교황이 결정된다”는 것이지만 물리학에서 카오스(chaos·혼돈) 이론 설명 사례로 콘클라베를 들 만큼 결과 예측이 불가능에 가깝다. 
이코노미스트는 23일 “콘클라베에서 가장 확실한 점 한 가지는 무엇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1일 선종함에 따라 267대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가 다음 달 초 열린다. 

사진은 2005년 4월 18일 요한 바오로 2세 선종 이후 열린 콘클라베에 참석하기 위해 바티칸 시스티나 경당에 입장하는 추기경단의 모습.>

 

 


Q1. 결과 예측 왜 이리 어려운가

콘클라베에 참가하는 추기경이 전원 후보인 동시에 유권자라는 점이 일반 선거와는 가장 큰 차이점이다. 별도 후보 등록 절차가 없다. 
전 세계에서 온 추기경들은 출신이나 가치관에 대해 서로 잘 알지 못하고 언어도 다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위 기간 추기경단 회의를 전임자들만큼 많이 열지도 않아 추기경들이 서로를 파악할 기회도 많지 않았다. 
이번 콘클라베는 ‘주요 후보군‘을 추리는 작업부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 득표자가 없으면 재투표한다.


Q2. 재투표는 어떻게 하나

콘클라베엔 상위 득표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결선투표가 없다. 재투표를 할 때도 135명 전원이 다시 후보가 된다. 

하지만 이미 첫 번째 투표 결과가 나오고 공개되기 때문에 비교적 표를 많이 받은 ‘유력 후보군‘이 형성되고 있음을 추기경단은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표가 한쪽으로 모이거나 분산되기를 반복한다. 1위 후보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동하거나, 2~3위 후보 지지 세력 간 합종연횡이 벌어질 수 있다. 
교황 요한 23세(재위 1958~1963)는 “콘클라베 때 추기경들 마음은 ‘끓는 냄비 속 완두콩‘처럼 동요한다”고 했다.

 

 




Q3. 종일 투표만 하나

오전 2회, 오후 2회로 하루 총 4회 투표한다. 
콘클라베 개시일 오전엔 미사가 있기에 오후 1회에만 투표한다. 3일째에도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추기경들은 4일 차에 ‘성찰을 위한 휴식‘을 하고 5일 차에 투표를 재개한다. 
지난 100년 동안 열린 일곱 차례 콘클라베는 모두 4일 안에 결론이 났다. 
요한 바오로 2세, 베네딕토 16세, 프란치스코 모두 이틀 만에 선출됐다. 
최근 개봉한 영화 ‘콘클라베‘에 따르면 투표 사이사이 쉬는 시간에 치열한 물밑 선거전이 펼쳐진다.


Q4. 이념·대륙 파벌로 결과 예측 가능한가

낙태, 동성애, 여성 사제 서품 등 첨예한 주제에 대한 견해에 따라 가톨릭 내에도 보수·진보파가 있다. 
이탈리아 추기경들이 가톨릭의 ‘전통 주류‘를 대표하며 작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운데 유럽과 북미,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등 대륙별 추기경 구성이 콘클라베에 영향을 끼친다. 
생전 교회 내 부패와 성 착취를 엄단한 프란치스코가 추기경단 135명 중 80%를 임명했다는 점도 큰 변수다. 
프란치스코가 자신의 교회 개혁을 완수해 주기를 바란다는 의도로 추기경단 ‘물갈이‘를 했다는 해석도 있다.


Q5. 한국인 교황 나올 수 있을까

2013년 콘클라베 때 남미 출신인 프란치스코는 이른바 ‘유력 후보‘가 아니었다. 
당시 추기경단은 보수 성향이 강했다. 하지만 프란치스코가 심금을 울리는 소견 발표 등을 통해 추기경단의 마음을 움직여 진보파·비유럽권 표뿐 아니라 일부 유럽권 표까지 얻는 데 성공해 당선됐다고 알려졌다. 
현재 추기경단은 아시아 출신이 20% 가까이 된다. 투표가 거듭되는 과정에서 아프리카·남미 등 비유럽권 표심이 결집한다면 한국인 유흥식 추기경을 포함해 역대 최초 아시아·아프리카 출신 교황이 탄생하는 ‘반전‘도 가능하다.(25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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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재산을 빼앗으려고 조직폭력배·특수부대가 쫓아옵니다. 전직 검사장이 살인 청부까지 하고 있습니다.”


서울경찰청과 서울 관악·방배·혜화경찰서 등에 이런 내용의 고소장이 지난달 잇달아 접수됐다. 
서울 종로구에 사는 전모(82)씨가 지난달 30일 이 고소장을 들고 혜화서에 나타나자 수사관들이 ‘또 오셨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작년 7월부터 ‘누군가 나를 위협하고 있다’는 취지의 고소장을 내용을 조금씩 바꿔가면서 제출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모습.>

 


작년 말 서울 강남경찰서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됐다. 
재선에 성공해 현재 47대 대통령인 트럼프가 45대 대통령 시절 자신을 꼬드겨 돈을 받아 간 뒤 갚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강남서 한 수사관은 “범죄 혐의점도 없어 보이고 사실상 수사도 불가능하지만, 고소장이 한번 접수되면 무조건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했다.


작년 한 해 전국 경찰서에 접수된 고소·고발 사건이 총 67만7979건에 달하는 것으로 8일 나타났다. 
직전 해인 2023년 45만2183건보다 50% 증가했다.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2021년 경찰에 들어온 고소·고발 건수는 약 40만건이었지만 2023년부터 매년 5만~22만건씩 급증하고 있다.


본지 취재팀이 서울 지역 경찰서의 사건 접수 및 수사 과정을 취재해 봤더니 정식 수사를 시작하기도 힘든 황당 고소·고발 사건이 매일같이 쏟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관들은 밤낮으로 벌어지는 실시간 범죄 대응 이외에도 사실상 ‘민원’에 가까운 고소·고발 건을 처리하느라 씨름하고 있었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 2023년 검경의 수사 절차 규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해 10월 법무부는 법 개정을 통해 검경 등 수사기관의 고소·고발장 접수 의무 조항을 신설했다. 법무부는 당시 “국민들의 억울함을 줄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제도의 취지는 선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범죄 성립이 안 된다고 판단되는 고소·고발 건도 무조건 수사를 진행한 뒤 각하(범죄 혐의가 없어 사건 종결)하는 절차를 거치다 보니 정작 다급한 범죄에 대응할 시간을 뺏기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최근 근방 마사지 업소들 모두가 안마사 자격 없이 운영되고 있다며 줄줄이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민원인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강남서 관계자는 “고발이 들어오면 일단 현장 조사를 나가야 하는 데다가 왜 문제가 아닌지 설명하기 위해 증거 수집 및 보고서 작성까지 해야 한다”며 “과거엔 ‘줄고발’ 사건은 일부 사건만 조사하다 수사를 접었지만 이마저도 불가능하게 됐다”고 했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자신이 고소한 사건이 ‘무혐의’ 처분되자 1년 넘게 ‘경찰이 내 사건을 뭉갰다’며 진정을 넣는 일부 민원인에게 시달리고 있다.


과도한 고소·고발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었다. 
본지가 최근 서울 경찰서 10곳의 수사관 20여 명을 조사한 결과, ‘허위 고소·고발’ 사건으로 밝혀진 사건을 처리하는 데 평균 6시간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고발을 넣은 당사자를 불러 최소 1시간 정도 조사를 진행하는 데다가, 진술 조서와 증거물 등을 분석해 수사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과장급 경찰에게 결재를 받은 이후에도 송치·불송치 결정서를 작성해야 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사건 처리 기간이 6개월이 넘는 사건의 비율은 2019년 5.1%에서 2022년 13.9%까지 늘었다. 
이 때문에 매년 급증하는 가상 화폐 및 ‘돌려막기’ 폰지 사기 등 다급한 민생 수사도 지체되고 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정치권과 시민단체들도 이 같은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 정치권이 당리당략에 따라 수사기관에 고소·고발장을 제출하고 이를 대대적으로 알리는 관행도 수사기관의 수사력을 약화시킨다는 비판이 많다.


미국·일본 수사기관은 범죄 혐의가 없어 보이거나, 경미하다고 판단되는 사건에 대해선 자체 판단하에 사건을 접수하지 않고 있다. 
민사로 해결할 수 있는 사건들은 일차적으로 개인 간 조정에 맡기는 시스템이다. 
이찬희 서울대 로스쿨 객원교수는 “허위 고소·고발로 인한 수사기관의 행정력 낭비나, 피고소인의 변호사 수임료 등 불필요한 비용을 고소·고발인에게 부담시키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250509)




 

 

 

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7일부터 버스 운행을 지연시키는 이른바 ‘준법 투쟁(태업)’을 시작했다. 
노조는 “8일 전국 버스 노조 회의를 열고 총파업에 돌입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전국 버스 노조와 연대 파업을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서울 시내버스 노사의 임금·단체협약 협상이 교착 상태라 실제 파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경기·인천·부산·대구·광주 등 전국 10개 지방자치단체 버스 담당자들은 이날 서울시청에 모여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노조는 기본급 8.2% 인상, 63세에서 65세로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작년 12월 대법원 판결에 따라 격월로 받는 정기 상여금을 통상 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회사 측은 “대법원 판결은 임·단협을 통해 노사가 통상 임금의 범위를 다시 정하라는 취지”라며 “인건비 부담이 너무 크니 통상 임금 등 임금 체계를 먼저 개편한 뒤 임금 인상률을 정하자”고 주장한다.


통상 임금은 근로자가 정기적으로 받는 급여로, 초과 근무 수당 등 수당과 퇴직금을 계산하는 기준이 된다. 
통상 임금이 오르면 수당과 퇴직금도 연동해 오르게 된다.


서울시 안팎에선 “시내버스 기사들이 지금도 웬만한 공기업 직원보다 좋은 처우를 받고 있는데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서울시와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서울 시내버스 기사의 초봉은 약 5400만원이다.

 

 




취업 정보 사이트 인크루트가 ‘2025 공공기관 채용 정보 박람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초봉이 가장 높은 곳은 중소기업은행(5466만원)이었는데 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조사에서 공기업 평균 초봉은 3961만원이었다. 신용보증기금은 5220만원, 한국산업은행은 5000만원, 인천국제공항공사는 4894만원이었다.


서울 시내버스 기사의 평균 연봉은 약 6300만원이다.


복지 제도도 많은 편이다. 버스 조합에 따르면, 대학생·고등학생 자녀의 학자금은 물론 매년 건강검진 비용과 식비 등을 지원한다. 1년에 400명씩 태국으로 해외여행도 보내준다고 한다. ‘이사 휴가’도 쓸 수 있다.


근무는 2교대로 하루 약 9시간씩 운행한다. 조합 관계자는 “처우가 좋고 안정적인 직장이라 박사나 대기업 출신 기사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서울 시내버스 기사직이 사실상 ‘세금 일자리’라는 것이다.

 

 




서울 시내버스는 민간 회사가 버스를 운행하고 시가 예산을 들여 적자를 보전해 주는 ‘준공영제’로 운영한다. 

서울시는 시내버스 적자를 메워주는 데 한 해 5000억원가량을 쓴다. 작년에는 4800억원을 들였다. 그런데도 버스 회사들의 누적 부채가 약 9500억원에 달한다.


서울시는 노조 요구를 반영할 경우 서울 시내버스의 인건비 총액이 약 25% 늘어날 것이라고 추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기 상여금을 통상 임금에 넣는 것만으로도 매년 15% 안팎의 임금 인상 효과가 생기는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노조는 별도로 기본급 8.2% 인상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버스 기사의 평균 연봉은 6300만원에서 7900만원으로 뛰게 된다. 
지난 3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체의 평균 임금은 7121만원이었다. 

웬만한 대기업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게 되는 것이다. LG이노텍은 7900만원, CJ제일제당은 8200만원 수준이다.


서울시가 시내버스 회사에 주는 지원금은 연간 7800억원 안팎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서울 성동구의 올해 예산이 7217억원이다.


시내버스 기사의 임금은 준공영제를 시행한 2004년 이후 연평균 3.4%씩 올랐다. 작년에는 4.48% 인상됐다.


노조 관계자는 “통상 임금 문제는 대법원 판결에 따른 것으로 당연한 요구”라고 했다.


노동계는 서울 시내버스 노사의 임·단협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다른 지자체 버스 노사도 서울시 협상 결과를 참고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전국 지자체 버스 담당자들이 이날 서울시청에 모인 것도 이 때문이다. 전국 지자체 중 절반 정도가 준공영제로 시내버스를 운영한다. 
회의에 참석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관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세금으로 적자를 메워주니 노사 모두 협상에 소극적인 상황”이라며 “인건비 상승은 결국 버스 요금 인상 등 시민 부담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250508)


 

 

 

 

7월, 아침밥상에 열무김치가 올랐다

                                                     김종해

 

 



흙은 원고지가 아니다. 한 자 한 자 촘촘히 심은 내 텃밭의 열무씨와 알타리무씨들, 
원고지의 언어들은 자라지 않지만 내 텃밭의 열무와 알타리는 이레 만에 싹을 낸다. 
간밤의 원고지 위에 쌓인 건방진 고뇌가 얼마나 헛되고 헛된 것인가를 
텃밭에서 호미를 쥐어 보면 안다.
땀을 흘려보면 안다.물기 있는 흙은 정직하다
그 얼굴 하나하나마다 햇살을 담고 사랑을 틔운다. 
하늘에 계신 어머니가 내 텃밭에 와서 일일이 이름을 불러낸다.



칠월, 아침밥상에 열무김치가 올랐다.
텃밭에서 내가 가꾼 나의 언어들.
하늘이여, 땅이여, 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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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주부 A씨는 고령의 아버지가 지난해 초 치매 진단을 받았다. 처음에는 증상이 심하지 않았지만, 집 밖으로 배회하는 경우까지 생겨 A씨는 올해 초 결국 아버지를 요양원에 모셨다. 
문제는 A씨 아버지 재산이 모두 A씨 아버지 이름의 계좌에 들어 있다는 것이다. 

A씨는 “매달 요양원비를 내야 하는데, 아버지 명의 계좌에서 마음대로 돈을 뺄 수는 없고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국내 치매 환자들이 갖고 있는 자산, 이른바 ‘치매 머니’가 154조원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처음 나왔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건강보험공단, 서울대 건강금융센터와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 65세 이상 고령 치매 환자들이 보유한 ‘치매 머니’가 2023년 기준 153조541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6일 밝혔다. 
국내총생산(GDP)의 6.4%에 해당하는 규모다. 정부 차원에서 치매 환자들의 자산을 전수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저출산위는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 등에서는 ‘치매 머니’가 이미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며 “우리도 ‘치매 머니’를 체계적으로 파악해 정책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조사를 진행했다”고 했다. 
‘치매 머니’ 증가로 인한 실물 경제 위축과 치매 환자의 인지 능력 저하를 이용한 금융 사기 등을 막을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주형환 저출산위 부위원장은 “(치매 머니 때문에) 사회적으로 자산이 동결되면 투자 및 소비로 이어지는 경제 선순환 구조가 붕괴되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정부 조사 결과 65세 이상 고령 치매 환자는 2023년 기준 124만명에 달했다. 이 중 약 62%인 76만명이 자산을 가지고 있었다. 
자산이 있는 1인당 평균 약 2억원을 가졌다는 계산이 나온다. 65세 이상 고령 치매 환자는 전체 인구의 2.4% 수준인데 들고 있는 자산은 전체 GDP의 6.4%에 달하는 것이다. 
치매 머니 중 74.5%(114조원)는 본인의 사망과 상속 이전에는 유동화가 어려운 부동산 자산이었고, 21.7%(33조4000억원)는 금융 자산이었다.


저출산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향후 치매 환자가 2030년 178만7000명, 2040년 285만1000명, 2050년 396만7000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치매 머니는 2030년 220조원, 2040년 351조원, 2050년 488조원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2050년의 488조원은 그해 전체 GDP의 15.6%에 달하는 액수다.

 

 




치매에 걸렸다는 이유로 경제 활동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금융 기관 등은 치매에 걸렸다고 해도 본인이 아니면 타인이 대신 거래토록 허용하지 않는다. 
원칙적으로 본인이 아니면 예금 인출을 할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치매 환자가 한 경제 활동은 ‘당시 제대로 된 의사 결정 능력이 없었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할 위험이 있다. 
극단적으로는 ‘존재는 하지만, 아무도 쓸 수 없는 동결 자산’이 될 위험이 있는 셈이다. 
조사를 진행한 홍석철 서울대 건강금융연구센터장은 “치매 머니는 일종의 ‘숨어 있는 돈’이자, 어떻게 보면 ‘죽은 돈’”이라고 했다. 

치매 환자의 판단력이 떨어져 보이스피싱 등의 사기 피해자가 될 위험도 있다.


치매 머니가 가족들 간 다툼 대상이 되는 경우도 많다. 
치매 환자가 특정 자녀에게만 증여했을 경우, 다른 자녀들이 반발해 법적 분쟁으로 번지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서울에서는 몇 년 전 80대 치매 어머니를 모시던 60대 아들이 형제들 몰래 10억원가량의 재산을 빼돌린 일이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본인이나 배우자, 4촌 이내 친족 등이 가정법원에 치매 환자를 ‘피성년 후견인(질병·장애·노령 등으로 사무 처리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이나 ‘피한정 후견인(일상생활은 가능하지만 중요 결정이 어려운 사람)’ 등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할 수는 있지만, 법적 절차가 까다롭다.(250507)

 

 

☞치매 머니

치매 환자가 갖고 있는 예금·부동산 등 자산을 일컫는 말. 
치매 증상이 심할 경우 금융 계좌 인출이 힘들어지고 부동산 매매에 제약이 생기는 등 사회 문제가 된다.



 

 

 

환경부는 ‘재활용품 분리배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에서는 가이드라인과 다르게 제각각 분리배출이 이뤄지고 있다. 
지자체마다 쓰레기를 수거·선별·처리하는 능력이 달라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통일된 기준이 존재해도 막상 현장에선 지켜지지 않다 보니 국민의 ‘분리배출 상식’이 저마다 다르게 형성되는 것이다.


5일 본지가 분리배출 항목별로 전국 지자체의 처리 방식을 분석한 결과, 환경부 가이드라인은 유명무실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분리배출 정책은 환경부가 일괄적으로 정하지만, 이를 실행하는 지자체마다 갖추고 있는 선별장이나 처리장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간극이다.


우유·두유 등 포장재로 쓰이는 ‘종이팩’은 지자체마다 처리 방식 차이가 가장 크다. 
환경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종이팩은 내용물을 비우고 물로 헹군 후, 펼치고 완전히 말려서 종이팩 수거함에 버려야 한다. 
문제는 종이팩 수거함 자체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다는 것이다. 
서울 송파구에선 가이드라인대로 배출함을 두고 일반 종이류와 구분해 배출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반면 부산 해운대구에선 인구 밀집도에 비해 수거함이 적어 종이팩의 일반 종이류 처리가 많고, 광주광역시 남구는 다른 구 대비 수거함이 적어 일반 쓰레기 처리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냉장·냉동식품을 배송할 때 쓰는 스티로폼은 테이프·스티커 등 이물질 제거 후 버리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이물질’이라는 기준이 모호해서 지자체마다 처리 방식이 제각각이다. 
서울 노원구는 깨끗한 스티로폼은 재활용으로, 오염도가 심하면 일반 쓰레기로 버리도록 하고 있다. 
‘심한 오염도’의 기준은 배출자 판단에 달려 있어서 사실상 재활용하지 않아도 문제는 없다. 반면 스티로폼 공공 처리 설비가 적은 충북 청주시는 일부만 재활용되고 여전히 종량제 처리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는 어민을 대상으로 대형 스티로폼만 전용 수거 장소로 직접 운반해 버리도록 하고 있다.


온라인 배송 증가로 사용량이 많아진 젤 타입 ‘아이스팩’을 버리는 법은 애초 환경부 가이드라인에 없다. 
분리배출 기본 원칙대로는 내용물은 종량제 봉투, 포장재는 비닐류로 구분해 버려야 한다. 
문제는 젤을 종량제 봉투에 담을 경우 운반 과정에서 새어 나갈 우려가 있고, 토양·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스팩 재활용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인 서울 은평구에선 별도 수거함을 두고 있다. 
부산 사하구에선 아이스팩을 따로 개봉하지 않고 종량제 봉투에 한꺼번에 버리도록 하고 있다. 전남 여수시는 거점 수거소에 직접 버려야 한다.


분리배출법이 지나치게 세분화된 것도 혼란을 가중시키는 원인으로 꼽힌다. 
재활용이 쉬워 별도 배출토록 하는 투명 페트(PET)의 경우 재질이 다른 비닐류인 라벨은 제거한다. 
또 병 내부가 오염되면 재생 원료로서 가치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뚜껑은 닫아서 버리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렇게 배출법이 복잡하지만 제품에는 재활용 표지와 함께 ‘PET’라는 재질만 표시돼 있다. 
한때 뚜껑과 뚜껑 링을 모두 제거해 버려야 한다는 잘못된 정보가 돌면서 ‘뚜껑링 제거 전용 커터칼’ 등 제품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비닐류의 경우 내·외부를 깨끗이 씻어 버리도록 하는데, 비닐 특성상 내부 물기를 건조시키기가 쉽지 않아 현실과 동떨어진 배출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장용철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분리배출은 쉽게, 선별은 과학적·현대적으로 바꿔 가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변화가 더디다”고 말했다.(250506)


 

 

 

“결혼 준비할 때 한옥이나 야외 예식을 생각했는데 가격이 너무 비쌌어요. 그런데 신랑이 어느 날 ‘청남대에서 예식도 한대’라며 사진 하나를 보내줬어요.”


작년 10월 6일 충북 청주시 청남대에서 신랑 김종화(39)씨와 야외 예식을 올린 신부 노효진(35)씨는 “처음에 공공 예식장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는데 청남대 야외 예식 사진이 너무 예뻤다”며 “전화로 ‘예약 가능하다’는 말을 듣자마자 예약금을 보냈다”고 했다.

 

 

<충북 청주시 청남대에서 대청호를 배경으로 야외 결혼식이 진행 중인 모습. 
하객 150명을 초대할 수 있는 이 공공 예식장은 정부 공유누리 사이트 등을 통해 예약·문의하면 관리 기관 심사를 거쳐 이용할 수 있다. 이용료는 4시간에 50만원이다.>

 


‘남쪽의 청와대’라는 뜻의 청남대는 1983년 말 대통령 별장으로 지어졌다. 
2003년 4월 일반인들에게 공개됐고, 2009년부터 관리사업소가 야외 예식장으로도 공간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초기엔 예식이 1년에 한두 건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충청북도가 청남대에서 웨딩 박람회를 여는 등 홍보를 강화하고, 청남대 안에서 야외 웨딩이 가능한 장소를 기존 2곳에서 5곳으로 늘리는 등 공을 들이자 상황이 바뀌었다. 2023년 말까지 예약된 2024년 예약만 25건에 달하는 등 수요가 급증했다. 
청남대에서는 현재 대통령 골프장으로 활용됐던 호수광장과 음악 분수가 있는 대통령기념관 광장·영빈관, 호수가 있는 호수갤러리에서도 야외 예식이 가능하다.


호수갤러리에서 식을 올린 아내 노씨는 “수도권에서 결혼식을 했다면 식대 포함 최소 3000만원은 들었을 텐데, 웨딩드레스 비용 등을 포함해 1500만원 정도로 식을 치를 수 있었다”며 “하객들도 ‘기억에 남는 결혼식 중 하나였다’고 해서 뿌듯했다”고 했다.

 

 




행정안전부의 공공 개방 자원 사이트 공유누리(http://www.eshare.go.kr)에 등록된 전국의 공공 예식장은 총 157곳. 
서울시도 전용 홈페이지(wedding.seoulwomen.or.kr)를 통해 25곳의 공공 예식장을 운영 중이다. 이 중에는 민간 예식장처럼 1년 전부터 예약이 찰 정도로 인기 많은 곳이 꽤 있다.


올해부터 야외 예식장으로 탈바꿈한 광주광역시 청사도 인기가 높다. 지난해 한 광주시의원이 야외에서 예식을 한 것을 계기로 올해부터 아예 공공 예식장으로 청사를 개방한 것이다. 
야외 결혼은 사용료 1만원, 실내 결혼은 시간당 1만원의 비용을 내면 된다. 원한다면 구내식당에서 1인당 5000원에 국수를 제공받을 수도 있다. 
지난달 26일 이곳에서 결혼한 신랑 최민(36)씨는 “남들 다 하는 결혼식보다 시청에서 한다는 자체가 의미 있어서 (식장으로) 선택했다”고 했다.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도 “시청 청사가 이렇게 훌륭한 예식장이 될 줄 몰랐다”고 했다.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서울시립대 캠퍼스 내 자작마루 야외 예식장. 올해 예약이 거의 다 찼을 정도로 인기다.>

 


인기 있는 공공 예식장에서 식을 올린 신혼부부들은 “만족한다”는 반응이 많다. 
지난달 19일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서울시립대 자작마루에서 야외 예식을 올린 박시연(37)·이향선(36)씨 부부는 “남들 다 하는 일반적인 웨딩홀 예식은 보여주기식 같아 하기 싫었다”고 했다. 
박씨 부부는 소수의 하객만 초대하는 ‘스몰 웨딩’을 하고 싶었다. 신랑 박씨는 “스몰 웨딩 장소를 알아보니 말만 ‘스몰’이지 실제 비용은 ‘스몰’이 아니었다”라며 “자작마루 예식은 꽃 장식이나 무대 수준 등이 정말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자작마루는 서울시립대 안에 있는 건물로, 1937년 건축된 서울시 등록 문화재다. 
박씨는 “메이크업과 드레스 등까지 해서 총 1900만원이 들었는데, 같은 규모로 일반 예식장에서 했다면 1000만원은 더 들었을 것 같다”고 했다.


여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다는 점도 공공 예식장의 장점으로 꼽힌다. 
일반 예식장은 짧은 간격으로 여러 부부가 식을 올리다 보니 시간 제약이 많은 편이다. 
작년 10월 5일 서울 영등포구 선유도 공원에서 야외 예식을 올린 신부 이신후(31)씨는 “품이 많이 들었지만 소품과 사진을 활용해 식장을 특별하게 꾸몄다”며 “토요일은 우리만 식을 올리는 것도 장점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이씨 부부는 선유도 공원이 공공 예식장이 된 뒤 식을 올린 첫 커플이다.


하지만 모든 공공 예식장이 인기 있는 것은 아니다. 
공공 예식장도 민간 예식장처럼 인기 있는 곳은 사람이 몰리고, 인기 없는 곳은 한산한 양극화 현상이 심하다. 
5일 현재 서울 대치동 전시관 ‘세텍’, 대구 도시관리본부 종합복지회관 예식장, 충남 천안 관세청 관세인재개발원 야외 정원, 경남 김해 비즈컨벤션센터 등 일부 공공 예식장은 예약 건수가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기관도 청사 내 공간 등을 예식장으로 내놓고 있지만 예약이 없었다. 
충북 음성군 한국소비자원 본원 1층 대강당,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공공 예식장,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글로벌리더십연수원(강원 태백)·호남연수원(광주광역시 북구) 등이다.


한 민간 예식 업체 관계자는 “공공 시설 등을 개방하는 것도 좋지만, 요즘 젊은 층은 단순히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예식장을 선택하지는 않는다”며 “공공 예식장도 질이 좋아야 신혼부부들에게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25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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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전국 대학들이 봄맞이 축제를 여는 가운데 올해 지역 국립대들이 ‘최정상급 아이돌’을 축제에 부르기 위해 수억 원을 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계에서는 정부가 학령 인구 감소에 대응해 경쟁력 있는 일부 지역 국립대를 집중 지원하자, 호주머니가 두둑해진 이 대학들이 돈을 방만하게 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대는 오는 28~30일 열리는 학교 축제 ‘대동제’를 준비하기 위해 조달청에 용역 입찰 공고를 내며 사업비를 3억3000만원으로 잡았다. 
대학에서 축제 한 번에 3억원 넘는 돈을 쓰는 건 유례를 찾기 어렵다. 축제 비용이 높은 건 이른바 ‘최정상급 아이돌’을 섭외하기 위해서다. 
부산대는 입찰 공고에서 ‘국내 최정상급 가수 3팀, 정상급 가수 3팀 이상 섭외’를 용역 업체 선정 조건으로 걸었다. 
요즘 유명 아이돌은 학교 축제에서 20~30분 공연하고 공연비 3000만~5000만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축제 비용 대부분이 아이돌 공연비란 뜻이다.

 

 




국립대들은 그간 축제에 유명 연예인을 부르기보다 학생과 교직원, 지역 예술 단체 등이 주도해 축제를 꾸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 학교는 작년 3억300만원을 축제에 쓰며 ‘뉴진스’ ‘여자아이들’ ‘지코’ 등 유명 아이돌을 불러모았다. 
2023년 축제 비용(1억5000만원)보다 배 이상 쓴 것이다. 올해 주요 사립대들의 축제 비용은 부산대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예컨대 올해 5월 열리는 울산대와 경희대의 축제 비용은 각 1억5000만원이다.


다른 지역 국립대들도 최근 축제 투입 예산을 대폭 늘리고 있다. 
국립순천대는 28~29일 열리는 축제 사업비로 1억7950만원을 쓴다고 최근 용역 입찰 공고를 냈다. 
이 학교 대학회계에 따르면, 축제 운영비는 2023년 4000만원에 불과했다. 
그런데 작년 1억500만원을 들여 ‘에이핑크’ ‘멜로망스’ 같은 유명 아이돌을 축제에 불렀다. 
순천대는 올해 입찰 공고에서 ‘최정상급·정상급 아티스트 각 2~3팀 이상 섭외’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요즘 큰 인기를 끄는 아이브, 르세라핌 등이 ‘최정상급 아이돌’에 해당한다는 기준도 제시했다.


안동대와 경북도립대가 합쳐져 올해 3월 통합 대학으로 출범한 국립경국대도 오는 21~22일 여는 첫 축제에 ‘연예인 최정상급 2팀, 정상급 4팀’을 섭외하겠다며 1억6000만원을 쓸 계획이다. 
국립부경대도 오는 27~29일 열리는 봄 축제 사업비로 1억9090만원을 배정했다. 
이처럼 지역 국립대들이 아이돌을 불러 모으기 시작하자, 학생들에게 무료로 배포된 좌석표가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7만~8만원에 암표로 팔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 대학들이 대규모 정부 지원 사업을 따내고 곳간이 넉넉해지자 선심성으로 학교 축제에 돈을 쓰기 시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올해 축제 예산을 대폭 늘린 부산대·순천대·경국대 모두 2023년 말 혁신하는 지방대에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하는 정부 ‘글로컬 대학’ 사업에 선정됐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에 진출하려는 국립대 총장이 ‘표(票)퓰리즘’으로 대학 축제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부산대는 작년 5월 차정인 전 총장이 임기를 마치기 전 학교 축제 예산을 대폭 늘린 바 있다. 
차 전 총장은 올해 초 부산시교육감 재선거에 출마했다가 중도 사퇴했다.


이에 대해 지역 국립대들은 “지역의 문화 소외가 갈수록 심화하는 점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부산대 관계자는 “거점 국립대로서 학생들과 주민들에게 지역에서는 보기 어려운 문화 공연을 축제를 통해서라도 즐길 수 있게 도울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서울에서 먼 지역까지 연예인들을 부르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비용이 높아진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250507)

 

 

 

쓰레기 종량제 도입과 함께 쓰레기 분리배출이 전국에 의무화된 것은 1995년으로, 꼭 30년이 됐다. 
그런데 각 가정에서 정성껏 분리배출한 재활용 쓰레기는 제대로 ‘재활용’되고 있을까.


본지는 분리배출 후 재활용 실태를 파악하고자 지난달 1일부터 서울 25구(區)에 폐플라스틱 100개를 버려봤다. 
가로 13.5㎝, 세로 10㎝, 높이 3.5㎝의 주로 반찬 통으로 쓰이는 제품에 위치 추적기를 달았다. 
폴리프로필렌(PP) 재질로 ‘무색’ ‘단일 재질’ ‘낮은 오염도’ 등 조건을 충족해 100% 재생 원료로 재탄생할 수 있는 양질의 플라스틱이었다. 
구마다 500가구 이상 공동주택 2곳, 단독·다가구주택가 2곳 등 총 4곳씩 수거일에 맞춰 배출을 진행했다.

 

 




4일까지 약 한 달간 플라스틱의 이동 경로를 추적한 결과, 양질의 플라스틱에 걸맞게 재생 원료 재활용 업체로 향한 것은 전체 100개 중 17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83개는 물질 재활용이 되지 않는 파·분쇄 재활용 업체(41개)와 제지 공장(4개)으로 가거나, 아예 재활용 경로에 해당하지 않는 환경부 미등록 업체(18개), 지자체 선별장(12개) 등으로 흘러들었다. 

8개는 어디로 갔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분리배출의 수고로움이 배신당한 것이다.


지난달 25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한 야적장. 서울 동작구 한 대학가에 지난달 3일 버린 플라스틱 통이 환경부에 폐기물처리업으로 신고조차 되지 않은 업체로 흘러들어 있었다. 
드론을 띄워 일대를 살펴보니, 마구잡이로 쌓인 쓰레기들이 노출된 채 방치돼 있었다. 
도로변에도 무방비로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지난달 봄비가 수시로 내렸으나 방수포조차 씌우지 않아 야적장 주변엔 쓰레기 냄새가 진동했다.

 

 




본지가 분리배출한 플라스틱 100개는 ‘이동’과 ‘선별’ 과정을 제대로 밟았다면 모두 재생 원료가 될 수 있었다. 
환경부에 따르면, 깨끗한 PP 재질의 플라스틱은 재생 원료로 만든 뒤 새 플라스틱 제품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재생 원료가 되려면 양질의 폐플라스틱을 골라낸 후 잘게 쪼개 펠릿(pellet)으로 만들고, 세척·소독해야 한다. 
그런데 새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물질 재활용’ 업체로 들어간 것은 100개 중 17개에 불과했다.


41개는 저품질 폐플라스틱이 가야 하는 ‘파·분쇄 재활용’ 업체로 향했다. 
불에 타기 좋게 폐플라스틱을 파쇄한 후 소각열 회수 시설과 제지 공장, 시멘트 공장 등에 땔감으로 보내는 곳이다. 

서울 도봉구·관악구 아파트 1곳과 마포구 아파트 2곳에 버린 4개는 경기 평택과 오산에 있는 제지 공장으로 곧바로 들어갔다. 
제지 공장과 시멘트 공장에서는 불을 땔 때 화석연료 대신 폐기물을 쓰기도 한다. 
유연탄 대신 폐기물을 쓴 만큼 탄소 감축분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양질의 폐플라스틱까지 마구잡이로 태워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드론으로 촬영한 경기 남양주시의 한 미등록 업체 야적장에 각종 재활용품과 쓰레기가 섞여 방치되고 있다. 
본지가 지난달 1일 서울 광진구의 한 대학가에 버린 양질의 플라스틱의 이동 경로를 추적한 결과 이곳으로 흘러들어가 결국 재활용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활용 업체 문턱도 못 밟은 플라스틱도 38개에 달했다. 이 중 ‘미등록 깜깜이 업체’로 들어간 플라스틱이 18개였다. 
서울 광진구 한 대학가에 버린 플라스틱은 경기 남양주시에 있는 철거 업체 야적장으로 갔다. 
서울 종로구·동대문구 대학가에 각각 버린 플라스틱 2개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야적장으로 옮겨졌다. 
이 업체들 모두 환경부에 폐기물처리업 신고가 돼있지 않았다. 
지자체 선별장으로 들어간 후 이동이 없어 재활용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된 플라스틱도 12개에 달했다.


이런 엉터리 재활용이 만연한 것은 우리나라에 ‘재활용 우선순위’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선 ‘물질 재활용’만 재활용으로 인정한다. 반면 급격한 도시화와 매립장 부족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는 ‘열적 재활용’까지 재활용 범주에 포함한다. 
장용철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이제는 ‘양적 재활용’에서 ‘질적 재활용’으로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25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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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 시절’을 아십니까. 
그 인터넷 유행어를 낳았던 잉글랜드 축구 팀 리즈 유나이티드가 세 시즌 만에 1부 리그(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로 돌아온다.


리즈는 22일(한국 시각) 2024-2025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44라운드 홈경기에서 한국 국가대표 배준호(22)가 선발로 나선 스토크시티를 6대0으로 대파했다. 
이날 승리로 승점 94(27승13무4패)를 기록, 번리(승점 94)에 1대2로 패한 3위 셰필드 유나이티드(승점 86)와 승점 차를 8점으로 벌리면서 두 경기를 남겨 놓고 최소 2위를 확보, 다음 시즌 EPL에서 뛰게 됐다. 
잉글랜드 챔피언십에선 1~2위가 EPL로 자동 승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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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표정이 이럴까 - 리즈 유나이티드의 조엘 피로에(10번)가 22일 스토크 시티와 벌인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홈경기에서 골을 터뜨린 뒤 마노르 솔로몬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잉글랜드 북부 도시 리즈(Leeds)를 연고로 하는 리즈 유나이티드는 2001년 마크 비두카와 리오 퍼디낸드, 로비 킨, 해리 키웰 등을 앞세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올랐던 명문 클럽이다. 1부 리그 우승도 세 차례 차지했다.


리즈는 한국에선 전성기를 뜻하는 ‘리즈 시절’이란 유행어 주인공인 팀이다.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2005년 무렵 팀 동료이자 잘생긴 외모로 인기를 끌었던 앨런 스미스가 부진에 빠지자 국내 유럽 축구 팬들은 ‘스미스가 리즈에서 뛰던 시절엔 대단했는데 맨유 와서 활약이 예전 같지 않아 안타깝다’는 등 댓글을 달았다. 
이때 EPL에 입문한 신생 팬들도 아는 체하려고 ‘스미스 리즈 시절 후덜덜’ 운운하며 동조하자,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긴 다른 팬들이 ‘베컴 리즈 시절’ ‘지단 리즈 시절’ 등 아무 상관없는 스타들로 장난 댓글을 단 것이 인터넷 밈이 됐다. 
이후 ‘찬란하고 아름다웠던 시기’를 뜻하는 관용구처럼 자리 잡았다


한때 재정난으로 3부 리그까지 추락했던 리즈는 2020-2021시즌 EPL로 승격했지만, 2023-2024시즌 다시 2부로 떨어졌는데 올 시즌 리그 최다 득점(89골)을 올린 화끈한 공격을 앞세워 3년 만에 EPL 무대를 누비게 됐다. 
리즈와 승점이 같은 번리는 2부 리그 강등 뒤 곧바로 승격 기쁨을 맛봤다.


챔피언십 3~6위는 EPL행 마지막 티켓을 놓고 플레이오프를 벌인다. 
3위와 6위, 4위와 5위가 홈 앤드 어웨이로 경기를 펼쳐 이긴 팀끼리 웸블리 구장에서 단판 승부로 승격 팀을 가린다. 
EPL 명문 클럽이 연이어 2부와 3부 리그로 떨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성원을 보내는 팬들의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다큐 시리즈 ‘죽어도 선덜랜드’로 유명한 선덜랜드는 현재 4위(승점 76)를 달리고 있어 2016-2017시즌 이후 처음으로 EPL 승격을 꿈꾼다.(250423)


 

 

 

전국적으로 빈집이 153만 가구를 넘어섰고, 전체 228개 시군구에서 절반이 넘는 122곳(53.5%)은 빈집 비율이 10%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열 집 중 한 집은 비어 있는 지역이 전국의 절반을 넘는다는 얘기다. 
우리보다 앞서 초고령화와 인구 감소를 겪으며 빈집이 900만 가구가 넘는 일본처럼 국내에서도 빈집 증가에 따른 지역 소멸, 도심 슬럼화 문제가 가속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일 본지가 통계청 자료(2023년 인구주택총조사)를 분석한 결과, 전국 빈집은 1년 새 8만 가구 넘게 증가해 153만4919가구로 나타났다. 
강원 평창군(25.1%), 경남 남해군(22.4%), 강원 양양군(21%)은 빈집 비율이 20%가 넘었다. 일부 전문가는 2050년이면 국내 빈집이 324만 가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빈집 증가에 심각성을 느낀 정부가 처음으로 범정부 TF를 만들어 이날 ‘빈집 관리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빈집을 철거하고 관리·개발하는 데 정부가 직접 참여하고, 빈집을 없애는 소유주에게 세제 지원 등 혜택을 강화하는 게 골자다. 
일부에선 “일본처럼 빈집을 방치하는 집주인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징벌적 세금을 물리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본지가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강원도 평창군은 아파트, 빌라, 다세대주택 등 전체 주택 2만2755가구 가운데 5704가구가 빈집으로 나타났다. 
빈집 비율이 25.1%로, 네 집 중 한 집은 사람이 살지 않고 비어 있다는 뜻이다. 경남 남해군은 2만3434가구 중 5238가구(22.4%)가 빈집으로 나타났다.


전국 228개 시군구 중 빈집 비율이 10% 이상인 곳은 122곳으로 집계됐다. 
수년 전부터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심각한 지방 도시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빈집 비율이 10% 이상인 시군구는 전라남도(21곳)가 가장 많았다. 경북(17곳), 경남·충남(14곳), 강원·전북(13곳)이 뒤를 이었다. 

광역시인 부산(6곳), 인천(4곳)의 일부 구(區)에서도 빈집 비율이 10%가 넘었다.


정부는 이날 최상목 부총리 주재로 처음으로 범정부 차원에서 빈집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가 민간과 손잡고 빈집 관리·개발에 직접 개입하고 부처별로 제각각이었던 빈집 기준이나 지원책 등도 일원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토교통부는 공공 기관이 출자한 법인을 통해 직접 빈집을 사들여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소유주가 빈집을 철거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먼저 나서서 철거 후 개발까지 챙기는 시행자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지자체가 빈집 소유자와 갈등이 있어도 직접 철거에 나설 수 있도록 빈집 철거 근거도 명확화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빈집 확산은 전염성이 매우 강해 철거 속도전에 나서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또 특별법을 통해 기존에 없던 ‘빈집 관리업’이란 업종을 신설하기로 했다. 
빈집을 임차해 리모델링한 뒤 수익을 내는 기업들을 행정적으로 지원해 도심 슬럼화를 방지한다는 취지다. 
농어촌 지역의 빈집을 민박으로 활용하도록 실거주 의무를 면제해주는 ‘농어촌 재생 민박업’도 새로 추가한다. 

이 밖에 빈집 소유주가 철거에 나섰을 때 세금 혜택을 주고, 지자체에 리모델링 재정 지원도 한다.


정부는 부처마다 제각각이던 빈집의 정의와 기준도 일원화하기로 했다. 
그간 조사 기관마다 기준이 달라 빈집 집계가 최대 10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했다. 
정부는 작년 말 각 지자체에 의뢰해 ‘1년 이상 거주자가 없는 집’을 조사했는데, 이 기준이면 전국 빈집은 13만4000가구로 전체 주택의 0.7%에 불과하다. 
현재는 빈집 증감률이나 등급 통계 등을 확인할 수 없지만, 앞으로 조사를 정례화하고 국가승인통계로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지방은 이미 빈집으로 인한 슬럼화 문제가 많이 진행됐고, 수도권 지역에서도 대책이 시급했다”며 “도시 재생 사업과 연계해 빈집을 적극적으로 처리하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본에선 지자체가 빈집을 관광·숙박 시설, 공유 사무실 등으로 리모델링하는 등 도시 재생 차원에서 접근해 성과를 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빈집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리는 일종의 ‘빈집세’도 시행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 TF에서도 빈집세 도입 논의가 있었지만, 경기 침체가 심한 현실을 감안했다”고 말했다.(250502)


 

 

 

서울 광화문 직장에 다니는 허모(29)씨는 올 들어서만 7차례 결혼식에 참석해 총 140만원 넘는 축의금을 냈다. 
그는 “친한 친구들 결혼식은 10만원을 내기 미안해 20만원씩 냈다”며 “호텔에서 열린 몇몇 결혼식에도 20만원 이상씩 냈다”고 했다. 
반면 지난달 결혼한 신부 노모(41)씨는 “결혼식을 위해 예식장 대관료와 식대비 등을 내고 나니, 받은 축의금에서 거의 돈이 남지 않았다”고 했다.


최근 ‘결혼 물가’가 치솟으면서 하객들이 부담하는 축의금 수준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신혼부부 입장에서는 축의금을 받더라도 예식을 치르는 데 모두 써버릴 뿐, 실제 결혼 생활에 도움 되는 일에 사용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과거 신혼 부부를 위해 전셋값 등에 도움을 주기 위한 ‘품앗이’ 성격이 강했던 축의금 문화가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요즘 ‘5만원 축의금’은 옛말이다. 기본 10만원에, 친한 친구거나 가까운 직장 동료에게는 20만~30만원을 내는 경우도 빈번해졌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직장인 정모(32)씨는 “같은 결혼식장에 가는 친구들끼리 ‘이번엔 얼마 내자’고 금액을 맞추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도 5만원 내자는 얘기는 드물고 최소 10만원부터 시작하는 식”이라며 “결혼 시즌에 한 달에 결혼식이 4~5건 몰리면 100만원 가까이 써야 한다”고 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청첩장 받는 게 두렵다”는 말도 나온다. 
카카오페이의 온라인 축의금 송금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축의금 평균액은 2022년 8만원, 2023년 8만3000원, 지난해 9만원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1994년 한국갤럽 설문조사에서 그해 축의금 평균이 2만8000원이었는데, 지난해까지 30년간 3.2배로 오른 셈이다.


한 30대 직장인은 “예비 신랑, 신부로부터 청첩장을 전달받으면서 식사 대접을 받기도 해서 10만원 아래로 내기는 힘들다”며 “한 친구 결혼식에 당초 10만원을 준비해 갔는데 막상 예식장 규모를 보니 좀 적은 것 같아 급히 현금지급기에서 10만원을 더 뽑아서 낸 적도 있다”고 했다.

 

 




실제 취업 정보 사이트 인크루트 조사에서 ‘거의 매일 연락하고 만남이 잦은 친구·지인’의 경우 적정 축의금 규모는 ‘10만원’이 36.1%로 가장 많았지만, ‘20만원’도 30.2%에 달했다.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축의금 액수는 큰 차이가 없다. 지난 2023년 신한은행이 만 20~64세 1만명을 이메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결혼식에 참석할 경우 축의금은 평균 11만원, 불참할 경우 8만원이었다.


하지만 정작 부부에게 돌아가는 건 얼마 안 돼 문제다. 
본지가 조사한 서울 주요 예식장 다섯 곳의 식대가 올해까지 지난 4년간 40% 수준으로 오를 정도로 ‘웨딩 인플레이션(결혼 물가 상승)’이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결혼 정보업체 듀오의 조사에 따르면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비용은 올해까지 5년 새 87% 올랐다.


올해 2월 초 결혼식을 치른 직장인 A(30)씨는 예식장 대여료와 식대, 꽃장식 등 옵션을 포함한 본식 비용으로 총 3126만원을 냈다. 
스드메(264만원)까지 총 3390만원이 들었다. 그런데 축의금은 이와 비슷한 총 3400만원이 들어왔다. 
하객 수를 330명으로 예상해 식대를 지불했는데 실제 온 하객은 300명에 그쳐 일부 손해를 본 영향도 있다. 
그는 “받은 축의금을 전부 예식장에 갖다 준 셈”이라며 “신혼여행, 가전, 결혼 반지 등은 모두 우리(부부) 돈으로 해결해야 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아예 ‘노웨딩’을 택하면서 축의금도 받기를 거부하는 부부도 생겨나고 있다. 
작년 12월에 ‘노웨딩’으로 결혼한 신부 곽소희(29)씨는 “웨딩 업체 배만 불린다는 생각에 결혼식도 하지 않고 축의금도 받지 않았다”며 “대신 지인들을 신혼집에 초대해 집들이하면서 대접했다”고 했다.(25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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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지식 Q]카타르도 210대 샀다... 美와 협상하는 나라, 왜 보잉기 구매할까

 


카타르가 미국 보잉 항공기 210대를 사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중동 순방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4일 밝혔다. 
앞서 영국도 관세 협상이 한창이던 지난 8일 100억달러 규모 보잉 항공기 주문 계약을 맺었다. 
중국도 트럼프 ‘1기’ 때인 2017년 11월 트럼프의 방중(訪中)에 맞춰 보잉 항공기 300대를 주문했다. 
왜 각국은 미국에 호의를 보이고 싶을 때 항공기를 구매할까.


무기·자동차 등과 함께 미국의 대표적 수출품인 항공기는 ‘단위 가격’이 비싸 생색을 내기에 좋다. 
보잉은 미국을 상징하는 항공기 제조 업체인 데다, 미국 내에서만 생산하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선 일자리·세수에도 도움이 된다. 
보잉의 항공기 한 대 가격은 보통 수천만 달러를 넘는다. 반면, 자동차는 한 대 가격이 약 5만달러(미국 GM 평균 기준) 수준이다. 
백악관은 카타르가 이번에 항공기 약 960억달러어치인 210대를 사기로 했다고 밝혔는데, 같은 금액을 자동차로 채우려면 약 192만대를 사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인구 260만명인 카타르 입장에선 현실적이지 않다. 무기도 비싸긴 하지만, 용처가 제한적이고 주변국과 갈등이 생길 소지도 있다.

 

 

<미국 텍사스 샌 안토니오 국제공항에 지난 2일 카타르 왕실이 사용하는 보잉747이 세워져 있다.>

 


유럽의 다국적 기업인 에어버스와 함께 세계 항공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보잉은 미 정부 덕을 보기도 하지만 반대로 외교 관계가 틀어질 때 피해를 당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중국은 2017년 주문한 항공기 300대 중 지금까지 220대 정도만 인수했다고 알려졌는데, 트럼프가 2기 출범 후 중국과 관세 전쟁을 시작하자 인수하기로 했던 보잉 항공기를 ‘반품’하며 미국을 압박했다. 
미·중이 관세 완화를 위한 협상을 시작한 후인 지난 13일 중국은 항공기 구입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250516)


 

 

[깨알지식Q]흰 연기 뿜고 1시간 뒤 나온 교황, 어디서 뭘 했을까

선출 직후 '눈물의 방'으로 이동
흰색 예복으로 갈아입는 공간
역대 교황들 책임감에 많이 울어

 

 


8일 오후 6시 8분, 콘클라베(교황 선출 비밀투표)가 열린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새 교황의 선출을 알리는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후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 신임 교황 레오 14세가 얼굴을 드러낸 건 그로부터 1시간이 지난 7시 10분쯤. 
이 한 시간 동안, 교황은 어디서 무엇을 할까.


먼저 추기경단 3분의 2 이상 표를 얻은 후보는 “교황 선출을 수락하겠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여기에 동의하면 “어떤 이름으로 불리기를 원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즉위명’을 정한다. 
이 절차가 끝나면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모든 투표용지와 문서는 소각된다.

 

 

<새로운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비밀투표)가 열리는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내부에 위치한 '눈물의 방' 모습. 

새로 선출된 교황은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 나타나기 전 이곳에서 즉위명을 결정하고, 전용 의복을 착용한다.>

 


이후 새 교황은 시스티나 성당 내부의 작은 제의실인 ‘눈물의 방‘으로 이동한다. 
막대한 소명을 지게 됐음을 깨달은 새 교황이 이곳에서 울음을 터뜨리게 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1878년 교황 레오 13세(당시 67세)는 선출 직후 이곳에서 “이 일을 하기에는 너무 늙었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전해진다. 
2005년 교황에 선출된 베네딕토 16세는 2016년 회고록에서 “진심으로 선출되지 않기를 바랐다. 저에게는 진정 눈물의 장소였다”고 언급한 바 있다. 
요한 바오로 2세, 프란치스코 교황 등도 이곳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본래 교황의 의복을 보관하고 옷을 갈아입는 공간이지만, 교황이 자신의 새로운 역할을 받아들이는 곳이라는 상징성이 더해진 것이다.


새 교황은 이곳에서 붉은색 추기경 수단을 벗고 교황이 입는 흰색 수단으로 환복한다. 
소형·중형·대형 크기별로 준비돼 있고, 붉은색 교황 신발과 흰색 주케토(모자)도 마련돼 있다. 
1958년 교황 요한 23세는 큰 체구 탓에 예복 곳곳을 옷핀으로 고정한 거울 속 자신을 가리켜 “텔레비전에 나오면 재앙일 것”이라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검소한 성품을 가졌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붉은 망토를 두르지 않고, 평소 신던 신발을 신고 나가 이목을 끌었다.


눈물의 방을 나온 교황은 시스티나 성당으로 돌아와 짧은 예식을 갖는다. 
이때 나머지 추기경들은 새 교황 앞에 줄 서서 경의를 표하고,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후 교황은 인근 파올리나 성당에 들러 기도를 드린 뒤, 성 베드로 성당 발코니로 향해 신자들 앞에 처음으로 얼굴을 드러낸다.(250512)


 

 

[깨알지식Q] 콘클라베 모인 추기경, 검은 옷은 누굴까

교회 소속 따라 옷 색깔 달라져
검은색 수단 '동방 가톨릭' 의미

 

 

8일 오후 교황을 선출한 콘클라베(교황 선출 비밀 선거)가 시작된 7일, 콘클라베가 열리는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추기경 133명이 ‘비밀 서약’을 하는 모습이 생중계되며 화제가 됐다. 
대부분이 추기경을 상징하는 빨간색 수단(soutane, 가톨릭 성직자의 옷)을 입었으나, 일부 추기경은 검은색 수단을 입고 있었다. 이들의 수단은 왜 색이 달랐을까.

 

 

<7일 새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에 참여하는 가톨릭 추기경들이 바티칸 파올리나 경당에 모여있다. 
대부분 빨간 옷 차림이지만 노란 원 안에 표시된 추기경은 동방 가톨릭 교회 소속임을 나타내는 검은 수단을 입고 있다.>

 


전 세계 대다수 가톨릭 신자가 라틴 가톨릭이지만, 가톨릭은 라틴 가톨릭을 포함해 총 24개의 분파를 아우른다. 
나머지 23개는 ‘동방 가톨릭 교회’에 속하며, 이들은 라틴 가톨릭과 친교를 맺고 교황을 가톨릭 최고 수장으로 인정하는 자치 교회들이다. 
전 세계 13억 명 가톨릭 신자 가운데 약 1800만 명이 동방 가톨릭 교회 신자로 알려져 있다.


1054년 로마 교황인 레오 9세와 콘스탄티노플(현 튀르키예 이스탄불) 총대주교인 케르랄리오스가 서로를 파문하는 사건을 계기로 가톨릭은 동서로 나뉘었다. 
이후 서방은 교황을 중심으로 한 가톨릭을 유지했고, 동방은 ‘동방 정교회’라는 새로운 길을 갔다. 
그러나 일부 동방 정교회 교회들이 교황과 일치됨을 선언하면서 가톨릭에 편입됐는데, 이들이 바로 ‘동방 가톨릭’이다.


검은색 수단을 입었던 추기경들은 모두 동방 가톨릭 교회 소속으로, 각자의 전통에 따른 복식을 갖춘 것이다. 
이번에 콘클라베에 참석한 동방 가톨릭 추기경은 총 5명으로, 칼데아 가톨릭 교회의 루이스 라파엘 이 사코 추기경, 시로-말란카라 교회의 바셀리오스 클레미스 추기경, 에티오피아 가톨릭 교회의 베르하네 예수스 데메레우 수라피엘 추기경, 우크라이나 그리스 가톨릭 교회의 미콜라 비초크 추기경, 시로-말라바르 교회의 조지 쿠바카드 추기경이다.(25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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