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살고 있는 중학생 A(14)군은 3년 전 혈액암 진단을 받은 어머니를 홀로 모시며 살고 있다. 
A군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생계급여 월 117만원을 받지만 어머니 간병을 위해 2000만원의 빚까지 지게 되면서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친구들과 어울려 떡볶이를 먹으러 가는 사소한 일상조차 A군에게는 사치다.

 

 


<주택가에서 손주가 할머니를 업고 가는 모습. 
아픈 조부모나 부모 등을 돌보느라 학업마저 미루게 되는 10대 ‘영 케어러’가 서울·경기 지역에서만 7만명 넘게 존재한다는 연구 보고서가 발표됐다. 
전국적인 영 케어러 규모는 아직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가족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10대 ‘영 케어러(young carer)’들이 서울·경기 지역에만 7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학교가 이들을 찾아내 적절한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몸이 불편한 할머니 봉애(손숙 분)를 돌보는 주인공 이지안(아이유 분)처럼 20·30대 들어서도 부모나 조부모를 돌보느라 꿈을 저당 잡힌 경우까지 합치면 영 케어러 규모는 12만명을 넘는다. 
서울에 사는 B(26)씨는 7년 전 아버지가 뇌전증으로 쓰러지면서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어머니와 B씨가 번갈아가며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면, 남은 한 명은 간병해야 했기 때문이다. 
성인이 되고부터 편의점과 식당 등에서 안 해 본 아르바이트가 없지만, 매달 아버지에게 필요한 주사비만 400만원이 넘는 탓에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B씨는 “아버지를 돌본 게 경력으로 인정받는 것도 아니어서 진로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해온다”고 말했다.

 


20일 한국사회보장정보원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경기의 9~39세 영 케어러 가운데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모자 세대가 52.1%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영 케어러 2명 중 한 명은 홀어머니를 봉양하고 있는 셈이다. 
B군처럼 아버지·어머니가 모두 있지만 부모 간병과 가족 생계를 모두 책임져야 하는 ‘부모 자녀 세대’ 영 케어러가 29.3%로 뒤를 이었다. 
11.3%는 자녀가 홀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경우였고, 손자·손녀가 할아버지·할머니를 돌보는 조손 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1.1%였다.


영 케어러들은 빠듯한 형편 탓에 진로마저 위협받고 있다. 
C(17)군은 호흡기 장애가 있는 아버지 대신 생계를 책임지느라 하교 후 음식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주말에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대부분 시간을 보낸다. 
지적 장애가 있는 동생을 돌보느라 정신이 없는 어머니 대신 가장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지원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김승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옹호본부장은 “지난달 기준으로 전국 지자체 87곳이 영 케어러 지원 조례를 제정했지만, 연령이나 부양 기준 등은 여전히 통일돼 있지 못한 실정”이라고 했다.

 

 




3년 전 대구에서 아픈 아버지를 간병하다 살인을 저지른 22세 청년의 ‘간병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원도 물꼬를 텄다. 
그러나 아직 영 케어러의 전체 규모조차 불명확한 상황이라, 지원받는 대상은 매우 제한돼 있다. 
영 케어러들이 자신의 사연을 드러내기 꺼린다는 점도 이들의 정확한 규모 파악을 막는 장애물이다. 
2021학년도 기준 초·중·고 학업 중단 학생 3만2027명 중 1만9189명이 장기 결석·가사 등의 사유로 학업을 중단했는데, 이 중 상당수가 가족 돌봄 청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영 케어러들이 도움이 필요하다고 손 들고 나서는 일은 매우 드물기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인 발굴이 필요하다”며 “중·고등학교에서 가정 상담 등을 통해 영 케어러들을 찾아내고, 지역 복지센터 등과 연계해줘야 한다”고 했다. 
치매 조부모나 알코올 중독 부모를 돌보는 일을 어린 손주에게 떠넘기지 말고 국가와 지자체가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김보영 영남대 휴먼서비스학과 교수는 “영 케어러에게 생계비 일부를 보조해주는 수준의 지원책에 머물러선 안 된다”며 “영 케어러 가구에 대해 간호·간병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돌봄 부담을 덜어줄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24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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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특수' 나흘간 50만부 팔려...한강 친필 사인본 50만원 거래도

 


“난 ‘채식주의자’ 읽고 싶은데.” “지금은 이거밖에 없다잖아.”


13일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 증쇄본이 입고됐다. 
시민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잽싸게 책을 집어 들었다. 매대에서 책이 훅훅 빠졌다.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 발표 하루 만에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책 재고가 바닥났다. 말 그대로 ‘완판 사태’. 
교보문고에선 절판된 2017년 판본 ‘여수의 사랑’을 창고에서 꺼내 와 파는 일까지 벌어졌다. 
저자 친필 사인이 있는 초판본이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50만원에 팔렸다.

 

 


<13일 오후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 관련 코너가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주말 근무라 화 나냐고요? 전혀요. 오랜만에 일이 많아서 좋지요. 한국인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나와서 자부심이 넘칩니다.”


12일 오후 경기 파주출판단지 인쇄 업체 ‘영신사’ 공장. 20년 넘게 이곳에서 일한 직원 최정순(62)씨가 손으로 ‘V’ 모양을 만들어 보였다. 기계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11일 오후 문학동네에서 ‘증쇄가 급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곧바로 한강의 ‘희랍어 시간’ ‘흰’ 표지를 인쇄했고, 12일 새벽 2~3시쯤 본문 인쇄를 시작했다. 스무 명 넘는 직원들이 주말을 반납하고 특근에 나섰다.


기자가 공장을 찾은 오후 3시쯤 책 3만5000부의 본문 인쇄 작업은 이미 마친 상황. 
제본 작업 중 하나인 접지 공정이 한창이었다. 본문이 찍힌 종이를 기계에 넣으면 책 모양으로 접어준다. 
‘다다다다’ 소리가 귀를 때렸다. 기계 아홉 대가 일사불란하게 접은 종이를 뱉어냈다. 
28년 경력 인쇄 베테랑인 김경연(51) 영신사 인쇄 파트 부장은 “오랜만에 정신없이 바쁘다. 노벨상이라 확실히 레벨이 다르다”며 웃었다.

 

 

<12일 경기도 파주출판단지 인쇄소 '영신사'. 인쇄된 '희랍어 시간'과 '흰'을 접는 제본 작업이 한창이다.>

 

인근 ‘천광인쇄소’ 1공장. 한강의 가장 최근작 ‘작별하지 않는다’ 인쇄와 제본 작업으로 분주했다. 
잉크와 화학약품 냄새가 그득했다. 인쇄한 ‘작별하지 않는다’ 십여 더미가 사방에 쌓여 있었다. 
160cm쯤 돼 보였다. 
두 인쇄기가 굉음을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이 중 한 대는 13일 밤까지 멈추지 않고 돌릴 예정이다. 
30년 경력 직원 전대근(64)씨는 인쇄된 종이를 몇 분에 한 번씩 꺼내보며 상태를 확인했다. 
“날파리라도 들어가면 까만 점이 찍혀서 계속 인쇄되거든요. 급하게 작업하는 만큼 꼼꼼히 잘 봐야 합니다.” 
천광인쇄소 관계자는 “급한 대로 2만부 먼저 찍어 (물류 센터로) 보냈고, 3만부, 2만5000부 순으로 더 보낼 예정”이라고 했다. 
주말 동안 이 공장에서만 약 7만5000부를 찍는 것이다.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와 ‘흰’을 낸 문학동네는 15만부와 6만부씩 먼저 증쇄하기로 했다.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를 펴낸 창비는 “주말 동안 인쇄소 6곳을 돌려 되는 대로 10만부를 먼저 풀려고 한다”고 했다. 
문학과지성사도 한강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비롯한 도서 6종을 주말 내내 찍었다.


주말에 인쇄된 따끈따끈한 증쇄본이 서점에 입고되면서 판매량은 더 치솟고 있다. 
수상 직후부터 13일 오후까지 교보문고·예스24의 누적 판매량은 각각 26만부, 27만부로 집계됐다. 
나흘 새 50만부가 넘게 팔린 것이다. 
김현정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담당은 “월·화 중 차례로 더 많은 물량이 들어올 예정”이라고 했다.


해외에서도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프랑스 파리 서점에서도 씨가 말랐다. 프랑스판 현지 출판사 그라세도 ‘작별하지 않는다’ 8000부를 긴급 추가 인쇄한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 맨해튼가 서점에서도 매진 행렬이 이어졌다.

 

 

<지난 12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 5번가에 있는 대형 체인 서점 반스앤드노블(Barnes & Noble) 매장의 모습. 한강의 저서는 매진돼 찾을 수 없다.>

 

문학과지성사·문학동네·창비 등 출판 3사와 인쇄소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지만, 한강 작가 책이 없는 출판사들은 부러운 눈길을 보내고 있다. 
문학 애독자들이 ‘노벨 문학상 생중계 맛집’이라 부르는 유튜브 채널 ‘민음사tv’에는 노벨 문학상 발표 당일 특집 방송에 해외문학팀 편집자 세 명이 출연했다. 
당연히 해외 작가가 받으리라 예상한 것이다. 
이들은 중국의 찬쉐, 일본의 다와다 요코, 캐나다 시인 앤 카슨 등을 수상 후보자로 점찍었다가 ‘한강’이라는 말을 듣고는 “와!” 하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패널들은 “기쁜 마음(?)으로 퇴근한다” “내년에는 한국문학팀 편집자를 모시자”며 방송을 마쳤다.


독자들은 책 구매에 열을 올리는 한편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한강의 최신작인 ‘북향 방’ ‘고통에 대한 명상’ 등 시 두 편이 실린 ‘문학과사회’ 가을호를 찾아보는 등 본격적인 ‘한강 파고들기’에 나섰다. 
2019년 발매한 악동뮤지션의 노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는 국내 음원 플랫폼 멜론에서 역주행을 시작했다. 
한강이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초고를 쓸 때 이 노래를 인상 깊게 들었다고 이야기하는 영상이 퍼진 영향이다.(241012)


 

 

독일어에도 '아포스트로피(Apostrophe·'s)' 쓰기로

소유격에 '아포스트로피' 사용
"영어에 문법 흔들렸다" 비판

 


독일어정서법위원회가 독일어에서 소유격을 쓸 때 영어식으로 ‘아포스트로피(Apostrophe·‘s)’를 사용해도 틀리지 않는다는 규정을 새롭게 내놓으면서 반발이 일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DW는 8일 독일어정서법위원회(RdR)가 내년부터 수정된 소유격의 표현법 규정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원칙적으로 독일어에서 아포스트로피는 단어를 축약할 때만 쓰고 소유격을 나타낼 때는 쓰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안네의 빨래방’이라는 말을 독일어로 쓸 땐 보통 ‘Annes Waschsalon(안네스 바시살롱)’이라고 표기한다. 
하지만 위원회는 앞으로 고유명사에 한해서는 영어식으로 아포스트로피를 활용해 소유격을 나타내는 표기도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럴 경우엔 ‘Anne’s Waschsalon’이라고 쓰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내년부터 공식적인 독일어 표기법에 일괄 적용된다.


위원회는 독일인들이 이미 영어식 표기를 익숙하게 쓰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해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DW는 “본래 아포스트로피를 쓰지 않는 것이 독일어 전통이었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대중 사이에선 영어식 표기가 대단히 친숙해졌다”고 했다. 
실제로 독일의 거리 간판에서 영어식으로 아포스트로피를 쓰는 경우는 흔하게 찾을 수 있다.

 

 




독일 전통 매체는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오랜 독일어의 전통을 영어가 흔들도록 위원회가 내버려두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 빌트지는 “이런 영어식 표기로 된 표지판을 보면 머리카락이 곤두설 것만 같다. 독일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번 사태에 개탄할 것”이라고 했고,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도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면서 일부러 단어 중간중간에 어색하게 아포스트로피를 끼워넣으며 조롱하는 사설을 내놨다.


반면 학자들은 언어가 문화의 산물인 만큼 변화를 겪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베를린자유대학 언어학자 아나톨 스테파노비치는 영국 가디언에 “독일어가 과거 프랑스어의 영향을 받았던 것처럼, 이젠 영어의 영향을 받는 것일 뿐이다”라고 했다.(241011)



 

 

스벅의 위기… 몸집은 커지는데 실속이 없다

영업이익률 3년째 4~5%대



8.5%(2020년)→10%(2021년)→4.7%(2022년)→4.8%(2023년)→5.1%(올해 상반기).


한국 스타벅스의 최근 영업이익률 추이다. 
1999년 1호점을 내며 한국 시장에 진출한 스타벅스가 어느덧 1900여 개까지 매장이 늘고, 연 매출도 3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실속이 떨어지는 외화내빈(外華內貧)에 몸살을 앓고 있다. 
저가 커피 업체들이 수천 개의 매장을 내고 많게는 4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내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스타벅스는 그동안 고객과의 ‘인간적 소통’을 철칙으로 여겼지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진동벨을 배치한 매장을 100개 가까이로 늘리고, 키오스크 설치도 검토하는 등 이전에는 터부시했던 대책도 내놓으며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한국 스타벅스뿐 아니라 글로벌 스타벅스도 실적 부진에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는 등 위기에 맞서고 있다.

 

 




스타벅스는 1999년 이화여대 앞에 1호점을 내며 한국 시장에 진출한 뒤 몸집을 키워 왔다. 
매년 매출과 매장 수가 급증했다. 문제는 실속이다. 
이마트는 지난 2021년 7월 싱가포르투자청(GIC)과 손잡고 미국 스타벅스 본사가 갖고 있던 스타벅스 코리아 지분 50%를 인수했다. 
미국 본사가 갖고 있던 지분 50% 중 이마트가 17.5%, GIC가 32.5%를 인수하면서 이마트는 기존 보유 지분에 더해 스타벅스 코리아의 지분 67.5%를 가진 최대 주주가 됐다.


공교롭게도 이마트가 최대 주주가 된 이듬해인 2022년 영업이익률은 4.7%로 뚝 떨어졌다. 
작년에도 스타벅스 코리아의 영업이익률은 4.8%에 머물렀다. 
올해 상반기에는 사정이 조금 나아졌지만, 영업이익률은 5.1%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모든 커피 전문점이 위기인 건 아니다. 
컴포즈 커피는 작년 영업이익률이 41.3%에 달한다. 
메가MGC커피(18.8%), 더벤티(14.4%) 등도 스타벅스 코리아에 비해 월등히 높은 영업이익률을 보이고 있다. 
커피업계 관계자는 “스타벅스가 생기면 주변 커피 전문점이 문을 닫았던 과거와 달리 높은 회전율과 박리다매를 내세운 저가 커피 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자층이 생기면서 스타벅스의 경쟁력이 예전만 못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컴포즈 커피와 메가MGC 커피의 가맹점 수는 각각 2600여 개, 3000여 개에 달한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가맹사업을 하는 회사와 달리 넓은 매장을 운영하고 많은 인력이 투입돼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벅스는 고객과의 인간적인 소통을 철칙으로 여겨왔다.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도 고객의 이름을 직접 부르고, 제조한 음료를 직접 전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스타벅스가 ‘감당할 수 있는 사치’라고 불리며 비교적 높은 가격에도 인기를 끈 이유다. 하지만 스타벅스 코리아는 최근 이 철칙도 바꾸는 모양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지난 1일부터 이전에 없던 구독 서비스를 시작하고, 온라인스토어를 강화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선 진동벨을 배치한 매장이 90여 개로 늘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최근 키오스크 설치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내부적으로 영업이익률 두 자릿수 회복을 목표로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벅스 글로벌 본사도 실적 부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글로벌 스타벅스는 지난 2분기(4~6월) 전 세계에서 625개의 새 매장을 열었다. 전체 매장수는 3만9477개가 됐다. 1년 전 3만7000개였던 매장이 2477개 늘어난 것이다. 매장이 2000개 넘게 늘었는데, 매출은 오히려 줄었다. 
특히 전 세계 매장의 61%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매출 감소세가 스타벅스 위기론에 힘을 실었다. 
북미 지역 매출이 1분기와 2분기 모두 전년 동기 대비 2~3% 줄어들었다.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커피 시장이 된 중국에서의 매출은 1분기 11% 줄었고, 2분기에는 14% 감소했다. 
스타벅스는 작년 중국 브랜드인 루이싱커피에 중국 매출 1위 자리를 빼앗기는 굴욕도 맛봤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스타벅스는 최근 모바일 주문 증가 등으로 음료 제조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고객들을 기다리게 만들고, 바리스타들도 지치게 만들었다”며 “동시에 가격 인상, 직원들의 이직, 충성 고객의 감소 등으로 실적이 부진해졌다”고 지적했다. 
저렴한 데다 빠르게 픽업할 수 있는 경쟁 브랜드가 잇따라 생겨난 것도 스타벅스의 아성을 흔들고 있다.


위협 요소는 계속 등장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을 타깃으로 삼기도 했던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지난 7월 스타벅스의 지분을 확보하고 주가 부양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 이슈도 있다. 지난 1일 스타벅스 노조에 가입한 매장이 500개를 돌파했다. 2021년 처음 스타벅스 노조가 만들어진 뒤 노조에 가입한 바리스타는 1만1000명이 넘는다.


위기가 계속되자 스타벅스는 지난 8월 패스트푸드 체인 치폴레 CEO였던 브라이언 니콜을 새 CEO로 선임했다. 

니콜은 “일부 지역, 특히 미국에서 우리는 항상 만족스럽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본래 스타벅스 모습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24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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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해킹당해 스팸 문자가 발송됐습니다. 제발 누르지 말아주세요.”


직장인 안모(39)씨는 최근 이런 문자메시지를 휴대전화 주소록에 저장된 지인 400여 명에게 하나하나 보냈다. 
안씨 휴대전화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라는 부고장 사칭 ‘미끼 문자’가 일괄 발송됐기 때문이다. 
안씨는 “동료 직장인 이름으로 서울 유명 병원에 빈소가 있다는 부고 문자가 왔길래 의심 없이 링크를 눌렀다가 순식간에 악성 앱이 설치됐고 곧바로 해킹됐다”고 했다. 
이후 안씨는 신용카드 사용을 정지하고 대출 계좌를 동결하는 등 조치를 취한 뒤 휴대전화를 아예 초기화했다.

 

 




지인이 보내는 부고장·청첩장 등을 사칭해 지인의 휴대전화를 해킹하는 악성 미끼 문자가 올해 24만건(올해 1~9월·전체 124만건) 적발됐다고 경찰청·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15일 밝혔다. 
미끼 문자에 있는 링크를 누르면 악성 앱이 설치되고, 휴대전화 내 연락처, 통화 목록, 사진첩 등 모든 개인·금융 정보가 빠져나간다. 
당장 돈이 빠져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이용해 휴대전화 소액 결제나 은행 앱을 통한 계좌이체 등 피해가 발생한다.


이렇게 악성 앱에 감염된 폰을 ‘좀비 폰’이라고 부른다. 
범죄자들은 이런 좀비 폰 주소록에 있는 지인들에게 대량의 미끼 문자를 유포한다. 
모르는 번호가 아닌 평소에 알고 지내던 사람의 이름과 연락처가 부고장·청첩장에 적혀 있어 별다른 의심 없이 문자 속에 있는 링크를 눌렀다가 피해를 당한다. 
‘어머니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습니다’ ‘모바일 청첩장, 많이 와주세요’ 같은 식이다.


범죄자들은 단순 미끼 문자를 유포할 뿐 아니라, 아예 원격조종 기술을 통해 막역하다고 판단되는 지인에게 말을 걸어 직접 금전을 갈취하기도 한다. 
30대 남성 A씨는 최근 친한 학교 선배 B씨에게 “거래처에 물품 대금을 보내는데 1일 이체한도를 초과해서 돈이 부족하다”며 “1000만원을 거래처에 보내주면 내일 바로 갚겠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평소 선배 B씨의 말투 그대로여서 A씨는 1000만원을 입금했다.

 

 




그런데 다음 날 선배 B씨가 “누가 내 명의를 도용해 돈을 빌려달라고 다닌다니 조심하라”는 문자를 보냈다. 그제야 A씨는 사기 피해자가 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A씨는 “미끼 문자 범죄를 조심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친하게 지내던 선배한테 메시지가 원래 나누던 대화창에서 오니 꼼짝없이 속았다”고 했다. 
KISA는 “범죄자들이 기존 대화 내용을 면밀하게 분석, 지인 사이에서만 알 수 있는 내용을 언급하면서 접근하기 때문에 의심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지인뿐 아니라 시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공공기관의 범칙금 부과 통지서를 사칭하는 유형도 있다. 
‘쓰레기 분리 위반 대상으로 민원이 신고돼 안내 드린다’ 같은 문자다. ‘고객님 택배 배송 주소 불일치로 물품이 취소됐다’ 같은 택배 사칭형 피해도 상당수다.

 

 




정부는 이런 미끼 문자 사기를 예방하려면 V3·알약·모바일가드 등 모바일 백신 프로그램을 실행해 수시로 보안 상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앱이 함부로 설치되지 않도록 스마트폰 보안 설정을 하고(보안 위험 자동 차단 활성화) 대화 상대방이 개인·금융 정보 또는 금전을 요구하거나 앱 설치를 요구하면 반드시 전화나 영상 통화 등으로 상대방을 정확히 확인하는 편이 좋다.


개인·금융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스마트폰에 신분증 사진이나 계좌·비밀번호 등을 저장해두지 않아야 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초기 악성 앱은 정보를 탈취하는 기능 위주였으나 최근에는 휴대전화를 원격조종하는 기능까지 추가될 정도로 진화했다”며 “좀비 폰 상태로 남아 있으면 범인들이 언제든지 조종해 가족·지인에게까지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휴대전화 보안 상태 점검을 생활화해야 한다”고 했다.(241016)




 

 

 

출산과 육아에 따른 경력 단절로 20대나 40·50대보다 낮았던 30대 여성의 고용률(인구 중 취업자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70%를 넘었다. 
30대 여성 10명 중 7명은 일한다는 뜻으로,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고용률이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의 연령대별 여성 고용률은 10대 후반보다 20대가 높고, 출산과 육아 부담이 큰 30대에 낮아졌다가 40·50대에 다시 높아지고 60세 이후 꺾이는 패턴을 보였다. 
그래프로 그리면 알파벳 ‘M’ 자와 비슷하다고 해서 ‘M 커브(M-curve)’로 불렸다. 
하지만 일·가정의 양립 문화가 확산되면서 여성 경력 단절의 상징인 M 커브가 사라진 것이다.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30대 여성 고용률은 지난해 68%로 40대(66%)와 50대(67.8%)를 제치고 전체 연령대 가운데 1위가 됐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후 처음이다. 
1년 전에는 30대 여성 고용률(64.4%)이 50대(66.8%)와 40대(64.7%)에 이어 3위였다. 
올 들어서는 지난달까지 30대 여성 고용률이 70.9%로, 처음으로 70%대로 올라섰다.


20년 전인 2004년 여성 고용률은 20대 59.3%에서 30대 53.1%로 꺾였다가 40대에 62.9%로 다시 높아지는 M 커브 형태가 뚜렸했다. 
하지만 비혼(非婚)주의가 확산하고 저출산 추세가 이어지면서 30대 여자 고용률이 점차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후 2010년대 들어서는 육아휴직과 유연근무제 등 일하는 엄마와 아빠를 위한 각종 제도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으면서 작년과 올해 2년 연속으로 30대 여성 고용률이 1위로 올라선 것이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여성 고용률 그래프가 남성처럼 완만한 ‘역(逆)U자 형’에 수렴해가고 있다”며 “일과 가정 문제가 충돌하면 여성이 가정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사회적 편견이 깨진 결과”라고 했다.


시중은행 영업점 창구 직원으로 일하는 A(42)씨는 육아휴직 기간이던 지난 7월 대리에서 과장으로 승진했다. 
비교적 단순한 업무를 담당하는 특수직으로 채용된 A씨는 이미 육아휴직을 두 번 썼고 지난해 7월 셋째를 출산하면서 세 번째 육아휴직에 들어간 상태였다. 
세 번의 육아휴직에도 불구하고 그는 특수직에서 처우가 더 좋은 일반직으로 전환된 데 이어 승진까지 하게 됐다. 

이 은행 관계자는 “최근 여성들이 회사에서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고 있고, 육아휴직에 따른 인사 불이익도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일을 그만두지 않고도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육아는 부부 공동의 몫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국내 노동시장에서 여성들의 M커브(M-curve) 현상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우리나라 못지않게 M커브 현상이 심각했던 일본도 30대 여성 고용률이 70%대를 넘어섰다.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10만4996명 수준이던 육아휴직자 수는 2022년 19만9976명으로 거의 2배가 됐다. 또 지난 2015년 남성의 육아휴직급여 수급 비율은 5.6%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5배인 28%로 급증했다. 
여성 외에도 육아를 위해 휴직하는 남성 비율이 증가했다는 뜻이다. 
과거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는 인식이 팽배했지만, 지금 청년 세대에서는 부부가 분담해야 할 일로 바뀌었다.


특히 과거에는 육아휴직에 들어가면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 관행이 만연해 있어, 아이를 키우려면 일을 아예 그만둬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육아는 여성 경력 단절의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그러나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기업 문화가 점차 자리 잡으면서 여성 경력 단절도 줄어들고 있다.


국내 한 광고 회사에 다니는 여성 B(37)씨는 지난 2022년 1년간 육아휴직을 쓰고 복직했지만, 복직한 직후 과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요즘엔 철저히 성과 중심으로 인사 평가를 하기 때문에 육아휴직 사용 여부가 인사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건 옛말이 됐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육아 지원을 위해 직장 내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3년 619곳에 불과하던 전국의 직장 어린이집은 지난해 1308곳으로 10년 새 2.1배로 증가했다. 
직원들이 육아 부담을 덜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아이를 낳은 엄마들의 평균 출산 연령이 33.6세로 높아졌는데도 일하는 30대 여성 비율이 더 올라간 이유다.


선진국들은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생산 인구 감소에 맞서기 위해 여성 경력 단절 해소를 주요 과제로 추진해 왔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M커브 현상이 뚜렷했던 일본은 10여 년 전부터 30대 전후 엄마들이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일·가정 양립 정책을 펼쳤다. 
2013년 당시 아베 신조 총리 체제의 일본 정부는 저성장 탈출을 위해 ‘여성 활약’을 내걸고 2020년까지 여성 고용률을 70%대로 높이겠다고 했다. 
2015년 ‘여성활약추진법’을 제정, 여성 고용을 늘리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보육 시설을 대대적으로 확대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해 기준 30~34세 일본 여성 고용률은 75.4%로 2012년(56.2%)보다 20%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일본의 전체 연령대 여성 고용률은 72.4%(2022년 기준)로 G7 중 독일(73.1%), 캐나다(72.8%)에 이어 셋째로 높다. 
다만 우리나라와 일본 모두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장기 저성장 터널에서 벗어나려면 일하는 엄마가 더 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6월 보고서에서 “여성 고용 증대는 향후 수십 년 동안 경제 성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241017)


☞M 커브(M-curve)

20대에 늘어나던 여성의 경제활동이 결혼과 출산, 육아를 겪으며 30대에 줄어들었다가 다시 40·50대에 늘어나는 현상.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가 심각한 한국과 일본의 연령대별 여성 고용률 그래프가 알파벳 ‘M’자 모양이라고 해서 M 커브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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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는 ‘1동 1황톳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동네마다 맨발로 걷기 좋은 황톳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작년에 3곳을 조성했고 올해 6곳을 추가로 만들었다. 
올해 조성한 6곳에는 250도 고온에서 구운 ‘어싱(earthing) 황토’를 깔았다. 
동작구 관계자는 “비가 오더라도 미끄럽지 않게 해달라는 민원이 들어와 전남 보성에서 구운 황토를 구해왔다”며 “일반 황토보다 30% 비싸지만 물이 잘 빠지고 까칠까칠해 덜 미끄럽다”고 했다.


서대문구는 사시사철 촉촉한 촉감을 느낄 수 있는 황톳길을 만들기 위해 ‘머드 축제’로 유명한 충남 보령에서 황토를 사다가 깔았다. 
황톳길 옆에는 물안개를 뿌려주는 ‘쿨링 포그’를 설치했고, 비가 오는 날에도 걸을 수 있게 길 따라 지붕도 만들었다. 
김종철 서대문구 푸른도시과장은 “부드럽고 쫀득쫀득한 느낌을 좋아하는 시민들이 자주 찾는다”고 했다.

 

 

<1년새 64만명이 찾은 서대문구 ‘안산황톳길’ - 지난 9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 서대문구 안산황톳길을 맨발로 걷고 있다. 
서대문구는 시민들이 촉촉한 촉감을 느낄 수 있게 ‘머드 축제’로 유명한 충남 보령에서 황토를 구해왔다. 비가 와도 걸을 수 있도록 지붕도 만들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 사이에서 ‘명품 황톳길 만들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 이후 맨발 걷기가 유행하면서 산책로나 산길에 황토를 뿌려 황톳길을 조성한 곳은 많았다. 
요즘은 시민들 눈높이가 높아지고 지자체 간 경쟁이 붙으면서 황토에 섞는 흙의 ‘황금 비율’과 습도까지 따지는 시대가 됐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시민들이 ‘접지(接地·땅과 몸을 직접 접촉한다)’ ‘어싱(earthing·지구와 몸을 연결한다)’ 한다고 하는데 우리도 흙 공부를 해야 할 정도”라고 했다.


지자체들이 가장 신경 쓰는 건 황토의 비율이다. 
서울 도봉구는 황톳길을 찾은 주민 1871명을 대상으로 선호도 조사도 했다. 
“여러 흙을 섞는 게 가장 촉감이 좋다”는 응답이 절반 가까이 나왔다. 
이에 도봉구는 지난달 개장한 초안산근린공원 황톳길에 황토(60%)와 마사토(20%), 어싱 황토(20%)를 섞었다.


광주광역시 서구는 100% 황토로 채운 황톳길뿐 아니라 물이 잘 빠지는 마사토 산책길도 따로 만들었다. 

서구 관계자는 “알갱이가 굵은 마사토 산책로를 좋아하는 어르신도 많다”고 했다.


경북 안동시는 건강에 좋은 원적외선이 나온다는 적운모(레드 일라이트)를 활용해 낙동강 변에 ‘맨발로’를 조성했다.


편의 시설로 승부하는 지자체도 있다. 
경기 하남시는 지난 4월 미사한강모랫길에 황톳길을 추가로 조성하면서 ‘얼음 냉장고’를 설치했다. 냉장고 안에는 얼린 생수를 비치했다. 
하남시 관계자는 “더운 날 시원한 물을 마시며 걸을 수 있게 만든 것”이라며 “올해는 가을까지 더위가 이어져 냉장고를 채워 넣기 바빴다”고 했다.


지자체들이 황톳길 경쟁에 뛰어든 것은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유튜브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어디 황톳길이 좋다’는 얘기가 돌면 전국의 황톳길 마니아들이 줄줄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작년 8월 문을 연 서대문구 안산황톳길은 1년새 64만4000여 명이 찾았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그중 절반은 다른 지역에서 온 황톳길 선수들”이라며 “외국인 관광객도 많다”고 했다.


경북도는 안동의 도청 청사 앞에 800m 길이 황톳길을 깔았는데 지난해 10만명 이상이 방문했다고 한다. 
경북도 관계자는 “도청 방문하는 민원인보다 황톳길 걷는 관광객이 더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강원 속초시는 어린이 관광객을 겨냥해 영랑호 황톳길에 ‘황토볼 체험장’을 만들었다. 
황토볼은 황토를 구슬 모양으로 만든 것이다. 
속초시 관계자는 “황토볼을 만지면서 촉감 놀이를 할 수 있다고 소문이 나면서 가족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고 했다.


황톳길이 인기를 끌면서 “관광객이 몰려 시끄럽다”는 민원도 많이 들어온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다른 동네는 황톳길을 깔았는데 우리 구청은 뭐 하느냐는 민원이 빗발쳐 황톳길을 깔았는데 이제는 ‘멀쩡한 숲길을 왜 갈아엎느냐’는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이에 서울시는 ‘맨발 산책로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 이달 중 배포할 계획이다. 
심현보 서울시 공원관리팀장은 “’일반 산책로와 맨발 산책로의 경계를 명확하게 나눠 이용객들 사이의 마찰을 예방하라’ 같은 지침을 담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맨발 걷기가 건강에 좋기만 한 건 아니다. 
전문가들은 “가시 등에 찔리면 파상풍에 걸릴 수도 있기 때문에 황톳길을 자주 걷는 사람은 예방접종을 받는 게 안전하다”고 했다.(241011)



 

 

 

경찰청이 전국 경찰 관서에 있는 중국산 등 해킹 위협에 취약한 보안 카메라 667대를 교체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중국산 보안 카메라가 산업 스파이를 검거하는 산업기술안보수사대 등 경찰 내 각종 중요 시설에 설치된 사실을 뒤늦게 파악했기 때문이다. 
이런 중국산 보안 카메라는 최근 3년간 전국 지자체와 공공기관에 1만5000개가량이 설치됐던 것으로도 나타났다.


경찰청이 더불어민주당 박정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경찰청을 비롯해 시·도 경찰청 18곳, 중앙경찰학교에 중국산 보안 카메라 760대가 설치돼 있다. 
경기남부청(177대)엔 중국산 보안 카메라가 가장 많은데, 산업 스파이를 잡는 산업기술안보수사대 사무실에도 중국산 보안 카메라를 운용 중이다. 
광주(光州) 경찰청에서 간첩·이적 사범을 수사하는 안보수사대에도 중국산 보안 카메라가 있다.

 

 




경찰이 운용하는 중국산 보안 카메라 중엔 중국 항저우에 본사를 둔 다후아(大華)사의 제품이 590대로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중국 정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실 자료를 보면, 최근 3년간 다후아가 제작한 보안 카메라는 경찰뿐 아니라 한국토지주택공사(4095대), 항만공사(358대), 한국도로공사(348대)를 비롯해 지자체 79곳에 총 1만4495대가 설치됐었다. 
일부 기관은 이런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고 교체 작업에 착수한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운용하는 감시 카메라는 독립망으로 운영되고 있어 외부에서 해킹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예방적 차원에서 전량 교체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최근 중국산 IP카메라를 통해 내밀한 사생활 영상이 중국에 대량 유출된 사실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중국이 카메라뿐 아니라 와이파이 공유기 등 장비를 해킹해 국가 기밀 등을 조직적으로 탈취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경찰이 운용하는 보안 카메라 대부분이 중국산인 이유는 ‘중소기업 제품 구매 촉진 및 판로 지원법’ 때문이다. 

중소기업 진흥을 꾀한다는 취지지만 기술력과 자금력이 딸리는 중소기업들은 값싼 중국산을 ‘상표 갈이’해 국산으로 둔갑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럼에도 해당 법률 때문에 경찰청 등 공공기관은 중소기업 간 공개 입찰로 중국산 납품을 사실상 강제받는 형편이다.


실제로 조달청 공고를 보면 보안 카메라 제품은 2만999개가 있는데,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의 보안 인증을 받은 제품은 736개(3.5%)에 불과하다. 
중국산 보안 카메라 대부분은 100만원 안팎으로, 협회 인증을 받은 보안 카메라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중국은 2017년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정보기관들의 도청·감시 및 조사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국가정보법을 전격 시행했다. 
서방에선 중국 기업이 자국 장비에 정보를 몰래 빼낼 장치를 설치해 놓았다가 추후 이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주요국들은 정보 보안을 이유로 중국산 영상 보안 장비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2022년 중국산 영상 보안 장비 수입을 전면 금지시켰다. 
영국·호주 등도 주요 국가 시설에서 중국산 영상 장비를 철거하는 조치를 취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군부대에 설치된 방범 카메라(보안 카메라) 1300여 대가 중국산인 걸 확인하고, 순차적으로 철거키로 했다.(241011)


 

 

 

지난 7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피부 관리 학원. 
유럽인과 튀르키예인, 나이지리아인 등 6명이 마네킹 인형을 눕혀놓고 피부 미용 장비 사용법을 익히고 있었다. 이 학원엔 중국인뿐 아니라 미국, 유럽, 아프리카에서도 ‘K피부 관리법’을 배우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수강생들은 7~10주 코스로 미용 의료 기기 사용법부터 위생 관리법, 피부 관리법 등을 집중적으로 배운다. 
이 업체 관계자는 “과거엔 외국인 수강생이 있더라도 대부분 중국인이었는데 최근엔 절반 이상이 미국이나 유럽 출신이고, 10% 정도는 아프리카 학생”이라며 “K뷰티의 인기가 높아지고, 세계적으로 한국인의 화장법과 피부 관리법을 선망하는 분위기가 있어 해외 의사나 피부 관리 숍을 운영하는 사람들도 배우러 온다”고 했다.

 

 

<캄보디아에서 열린 ‘필러 세미나’ - 지난 5월 24일 캄보디아 한 콘퍼런스홀에서 미용·의료 제품 제조업체 코루파마가 개최한 ‘필러 교육 세미나’에서 한 의사가 필러 시술을 시연하고 있다.>

 


K팝·드라마 열풍에서 시작된 ‘K뷰티’ 열풍이 피부 관리·미용 등까지도 번져나가고 있다. 
한국 화장품이 역대 최대 수출을 연일 기록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제는 필러·보톡스나 미용 의료 기기까지 불티나게 수출되고 있다. 
한국 피부 관리 학원마다 “한국인처럼 물광 피부 되는 ‘K피부 관리법’을 배우겠다”는 외국인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 관광 중 ‘피부 관리’는 필수 코스가 됐고, 해외에선 ‘한국 필러 주사법’ 세미나가 열린다. 기업들은 앞다퉈 미용 의료 기기 시장에 뛰어드는 중이다.


해외에서 한국의 미용·의료 관련 제품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126국으로 필러 등 미용 의료 제품을 수출하는 ‘코루파마’는 매년 주요 수출국에서 ‘필러 주사법’ 세미나를 연다. 
의사가 코루파마의 필러 제품을 어떻게 주사하는지, 위생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부작용을 어떻게 안내하면 되는지 등을 가르쳐준다. 
지난 5월 ‘캄보디아 세미나’엔 150여명의 현지 의사가 참석했고, 다음 달 홍콩과 미얀마에서도 같은 세미나가 열릴 예정이다. 
이 회사 로만 베르니두브 대표는 “한국 필러 제품은 세계적으로 큰 인기라서 세미나 규모도 점차 커지는 중”이라며 “많은 곳에서 쓰이는 만큼 혹시 모를 오남용을 막기 위해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 의료용 기기 수출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1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8월까지 의료용 기기 수출액은 10억 7000만달러(약 1조 4000억원) 규모다. 
지난해 8월까지 10억1600만달러 규모였는데, 올해 소폭 상승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의료용 기기 수출액은 2015년 5억9200만달러 규모에서 2018년 8억4400만달러 수준으로 오른 뒤 2021년 처음으로 10억달러를 돌파했고 꾸준히 상승세다. 
제약사 등 기업들도 앞다퉈 미용 의료 기기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미용 의료 기기뿐 아니라 ‘K뷰티 선봉장’인 화장품 수출 또한 연일 역대 최대치를 경신 중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 화장품 누적 수출 규모는 74억달러(약 10조원)로 전년 동기(62억달러) 대비 19.3% 증가했다. 
유럽, 미국 등에서 한국 제품의 인기가 높아진 가운데 대(對)중국 수출도 살아나면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운 것이다.


일부 피부 관리 업체 대표들은 해외로 나가 강연을 하기도 한다. 
이현숙 빈뷰티아카데미 원장은 “외국에서 피부 관리를 하면 주로 기계를 활용한 관리가 전부인데, 한국에선 마사지 같은 수기(手技)관리가 함께 들어가다 보니 이런 관리법을 배우려는 사람이 많다”며 “1~2일 단기 속성 코스 수강료가 500만~600만원 정도”라고 했다. 
학원들은 영어가 가능한 강사를 채용하거나, 외국어 사이트를 개설하기도 한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겐 피부 관리, 네일 아트, 헤어 스파 등 뷰티 체험은 필수 관광 코스가 됐다. 
과거 중국인이나 일본인이 국내에서 성형을 하거나, 저렴한 ‘로드숍’ 화장품 가게를 찾는 경우는 많았는데, 이런 ‘K뷰티’ 인기가 피부 관리, 보톡스 시술 등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서울 중구의 피부 관리 숍 HN스파는 하루 4~5명의 외국인이 방문하는데, 대부분 인근 호텔에 묵는 유럽이나 미국 관광객이라고 한다. 
윤다예 부원장은 “한국인들처럼 촉촉하고 탱탱한 피부를 가지고 싶다는 손님이 많다”면서 “외국인들은 한국인에 비해 피부가 얇고, 건조한 기후 때문에 주름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보습에 특히 신경 쓴다”고 말했다.(241012)


 

 

 

 

나는 낯설다
천양희

 


우울이 우물처럼 깊다고 말할 때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노래가 좋아질 때

 

아무것도 놓여 있지 않은 받침을 물끄러미 볼 때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동할 때


소유를 자유로 바꾼 사람을 잊어버릴 때


슬픔을 이기려고 꽃 속에 얼굴을 묻을 때


목 놓은 바람 소리 나를 덮칠 때


먼 것이 있어서 살아 있다고 중얼거릴 때


남의 고통 앞에 '우리'라는 말을 쓰고 후회할 때


흰 구름으로 시름을 덮으려고 궁리할 때


쓰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쓸 때
나는 낯설다

 

 

*조용필  「그 겨울의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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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서 아동들에게 건널목을 건네주는 일을 하는 진저라는 여자는 아동 하나하나를 자기 아이처럼 소중히 다룬다. 
출근길에 차가 마구 달려 아동들이 위험하다고 생각한 진저는 경찰서장에게 스피드 건을 하나 지급해달라고 졸랐다. 
그러나 경찰서장은 예산이 없기 때문에 더이상 스피드 건을 구매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진저는 이튿날부터 자기의 헤어드라이어를 들고 나와 달려오는 자동차들을 겨냥했다. 
그러자 차들은 속도를 많이 늦추기 시작했다.

 

 



어느 날 아침 내가 일하는 보석상의 문을 열자마자 어떤 사람이 헐레벌떡 상점 안으로 들어와서 다이아몬드 귀고리 한 쌍이 필요하다고 했다. 
내가 여러가지 귀고리를 보여주자 그는 그중 한 벌을 얼른 골랐다. 
내가 "선물로 포장해드릴까요?” 하고 물었더니 그는 “그러면 좋죠" 하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포장을 빨리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이 우리 결혼기념일인 줄을 잊고 있었거든요. 집사람은 내가 지금 쓰레기 버리러 나간 줄 알고 있어요."

 

 




우리는 매주 부동산 평가모임을 갖고 매물로 나와 있는 집들의 가격을 검토한다. 
위치, 규모, 가격 등 부동산의 모든 장점들을 하나하나 검토하는 것이다.
어느 날 한 중개인이 최근에 나온 매물에 관한 설명을 마치자 다른 중개인이 물었다. 
“그건 교통이 빈번한 철길 옆에 있는 집 아니오?"
첫번째 중개인이 서슴없이 대답했다. “그러니까 교통편이 좋지요."

 

 




어머니가 몸이 아파 누워 계시자 아버지가 부엌살림을 맡았지만 살림이 엉망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는 차를 타 마시려고 물을 끓이면서 차를 담은 통을 찾기 위해 찬장 안을 샅샅이 뒤졌지만 찾지 못했다. 
아버지는 하는 수 없이 큰소리로 어머니를 불렀다. 
“여보! 차 담은 그릇이 안 보이는데 어디 두었지?"
"그것도 못 찾으세요?” 어머니는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찬장 속 선반의 바로 앞에 있잖아요. '성냥'이라는 글씨가 적힌 코코아 통에 들어 있어요."

 

 




나는 첫아기를 낳으려고 진통을 시작한 아내와 함께 분만실에 있었다. 
조산원이 아기를 받을 준비를 하고 있고 여의사가 침대 맞은편에서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나는 아내를 안심시키느라고 이불 밑으로 손을 넣고 아내의 손을 꼭 잡았다. 
잠시 후 여의사가 나를 바라보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하지만 제 손을 잡아야 부인에게는 별도움이 될 것 같지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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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나이트클럽에서 음식과 술을 나르고 있던 나는 춤추는 무대를 가로질러 가다가 발을 잘못 딛는 바람에 벌렁 나자빠지고 말았다. 
나는 재빨리 일어나 아무도 본 사람이 없겠거니 하고 얼른 주방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러나 다시 식당으로 돌아와보니 한 식탁에 앉은 여섯 명의 손님이 제각기 냅킨에 내 점수를 매겨 들고 있었다. 

내 점수는 10, 9.85, 10, 10, 9.5, 10이었다.

 

 




텔레비전에서 뉴스 방송을 하는 뉴스캐스터들은 한 뉴스에서 다른 뉴스로 넘어갈 때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 농담을 하곤 한다. 
미국 중서부의 한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여자 뉴스캐스터가 심한 폭풍이 불고 있다고 말하고는 옆에 있는 기상캐스터를 보고 이렇게 물었다. 
"오늘 저녁 우리는 담요 두 장이 필요한가요?"
그러자 그 남자 기상캐스터는 "'우리'라니, 그게 무슨 뜻이죠?" 하고 반문함으로써 그 여자 뉴스캐스터를 당황하게 했다.

 

 



어느 날 나는 직장에서, 대학에 다니고 있는 아내가 강의 받으러 갔다는 사실을 깜박 잊고 집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응답기에 메시지를 남겨놓고 나는 “당신을 사랑하오”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전화를 끊으면서 나는 내 직장 동료가 문밖에 서서 내가 전화하는 것을 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그 여직원이 경멸하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1번 전화에 부인의 전화가 걸려와 있어요."

 

 





비영리법인의 전무인 내가 급한 인쇄물을 믿고 맡기는 한 인쇄소가 있다. 
우리 이사회의 회장이 곧 결혼할 예정이라고 얘기했을 때 나는 그녀에게 청첩장 인쇄를 그 인쇄소에 맡기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회장이 내 말을 받아들여 그 인쇄소에 찾아가서 내가 보내서 왔다고 말하자 인쇄소 주인은 이렇게 말했다. 
“그럼 결혼식이 내일인 모양이군요."

 

 



우리 회사는 직원이 자기 사무실에 있는지 없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하이테크 점검시스템을 설치해놓고 있다. 
최근에 나는 비서에게 어떤 부장이 출근 했느냐고 물었다. 
비서가 알아보겠다며 밖으로 나갔다가 잠시 후에 돌아왔다. 
내가 비서에게 새로 들여온 시스템을 이용하여 그 부장의 출근여부를 알아봤느냐고 물었다.
“아니에요." 비서가 대답했다. “창밖을 내다보고 그분 자동차가 있는지 확인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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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우리 반 학생의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동료 교사 한 명이 지나갔다. 
그 어머니는 그 여선생이 참 예쁘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저런 미인이 담임선생님이라면 아들녀석이 공부에 집중하기 어렵겠네요."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 “선생님이 담임이신 게 다행이에요."

 

 




내가 가스배달을 하던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나는 연립주택단지의 한 건물 5층 옥상으로 가스를 배달해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40kg이 넘는 가스통을 어깨에 메고 낑낑대면서 계단을 타고 옥상으로 올라가 교체할 가스통을 찾고 있는데 맞은편 건물 옥상에서 한 아주머니가 나에게 손짓을 하며 이렇게 외쳤다. 
“젊은이, 그 가스 이쪽에서 주문한거야!"

 

 



우리 동네 부녀회에서 바자회를 연다고 해서 나는 옷가지 몇 벌과 남편이 작년에 사놓고 한번도 신지 않은 축구화를 내놓았다. 
그런데 그날 저녁 퇴근한 남편이 "내일부터 조기축구를 하기로 했는데 축구화가 안 보여” 하고 말했다. 
나는 이튿날 서둘러 바자회에 가서 그 축구화를 1만 원에 사와야 했다.

 

 



지난 겨울 지리산으로 등산을 갔을 때의 일이다. 
눈이 온 다음날이라 파란 하늘과 눈 덮인 산이 그림같이 아름다웠다. 
남편과 내가 힘들게 장터목산장에 도착했을 때 먼저 와 있던 등산객 한 사람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며 "어디서 올라오는 길입니까?” 하고 물었다. 
막 도착해서 정신이 없던 남편이 대답했다. “저 아래서요."

 

 



우리 회사 부사장은 시간엄수를 역설하기로 유명하다. 
누구든 회의에 지각하면 1달러씩 벌금을 물렸다. 
어느 날 지각한 사람이 부사장에게 벌금을 어디에 쓸거냐고 물었다. 
“내 퇴직금으로 쓸거요.” 그가 빈정대며 대답했다. 
회의 참석자 전원이 즉시 지갑을 꺼내더니 거액을 보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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윔블던 테니스 대회도 'AI 심판' 도입

내년 선심 없애고 '호크아이' 작동

 


‘전통’을 중시해 온 윔블던도 결국 AI(인공지능)란 조류를 따라간다. 
AP통신 등은 윔블던 테니스 대회를 개최하는 올잉글랜드 클럽이 내년부터 선심을 없애고 전자 라인 판정을 시행한다고 10일 보도했다. 
2000년 등장한 판독 시스템 ‘호크 아이(Hawk-Eye)’로 판정을 대신하겠다는 것이다. 
호크 아이는 경기장 곳곳에 설치한 카메라로 공의 궤적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해 정확한 낙구 지점을 찾아낸다. 2000년대 중반부터 선수들이 판정에 이의를 제기할 때 이 기술을 활용했다. 
올잉글랜드 클럽 측은 “판정 정확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2022년 7월 6일 영국 런던 남서부 윔블던의 올잉글랜드 테니스 클럽에서 열린 2022 윔블던 챔피언십 열흘째 남자 단식 8강전 호주 닉 키르기오스와 칠레 크리스티안 가린의 테니스 경기에서 선심들이 코트를 응시하고 있다.>

 


테니스 4대 메이저 대회 중 호주 오픈(2021년)과 US 오픈(2022년)은 이미 선심을 없앴다. 
당시 코로나19 유행으로 경기장에서 접촉하는 인원을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이 영향을 미쳤다. 
US 오픈은 이미 2006년부터 선수들이 세트당 세 번씩 전자 판독을 신청할 수 있는 챌린지 제도를 운영, ‘AI 선심’ 활용을 위한 준비는 끝난 상태였다. 
1877년 창설된 윔블던은 지난 7월 열렸던 올해 대회에서도 아웃과 폴트 등을 판정하는 ‘인간’ 선심 제도를 고수했다. 
대회 때마다 300여 명 선심이 등급에 따라 일당 40~180파운드를 받고 코트 주변에서 육성으로 판정을 내렸다. 
비디오 판독은 있긴 했지만 제한적으로 활용했다. 그러나 이 전통을 포기하기로 한 것이다. 
영국 테니스 심판협회는 “예상하긴 했지만 윔블던 전통 가운데 하나가 끝나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BBC는 “주심도 언제까지 남을지 모른다”고 전했다. 
인간 선심이 남은 메이저 대회는 이제 클레이(구운 흙을 분쇄한 것) 코트에서 열리는 프랑스 오픈뿐이다. 
프랑스 오픈은 경기장에 전자 판독 장치가 설치되어 있기는 한데, TV 중계 등에 참고용으로만 쓴다. 
하지만 주심이 종종 오심을 내리는 광경이 중계 화면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에 AI 심판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축구와 농구, 야구 등 다른 종목에서도 첨단 기술을 활용해 판정 공정성을 높이려는 시도는 계속 확산하는 추세다. FIFA(국제축구연맹) 주관 대회와 세계 주요 프로 리그에선 VAR(비디오 보조 심판) 시스템으로 오프사이드, 핸드볼 등 다양한 파울과 거친 반칙 행위를 잡아내고 있다. 
FIBA(국제농구연맹)나 NBA(미 프로농구)에서도 현장 화면을 판정에 폭넓게 활용한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홈런이나 아웃-세이프 여부 등을 가리는 기존 비디오 판독에서 나아가 올해부터는 기계로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하는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남자 프로테니스(ATP) 투어 대회에서도 내년부터는 전자 판독이 선심을 대체할 예정이다.(241011)


 

 

이름값 못하는 유엔평화유지군

분쟁 지역서 존재감 없고 사고 쳐

 



레바논 남부의 유엔평화유지군(UNIFIL) 기지가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은 다음 날인 1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안보리는 15이사국 만장일치로 채택한 성명에서 “유엔평화유지군 인원과 시설의 안전을 존중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슬람 무장 단체 헤즈볼라의 본거지 레바논 남부에서 지상전을 시작한 이스라엘군은 지난 13일 레바논 주둔 평화유지군 기지 정문을 탱크로 부수고 진입했고, 앞서 레바논을 공습하는 과정에선 유엔 병사 다섯 명이 다쳤다.


레바논에서 평화유지군이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 신세가 됐다. 
국제사회는 유엔군을 공격한 이스라엘을 일제히 비판하고 있지만, 수십 년간 주둔하면서도 평화를 유지하지 못하는 평화유지군에 대한 회의론도 나온다.

 

 


<지난 8일 레바논 남부 마르자윤에서 파란색 헬멧을 착용한 유엔평화유지군(UNIFIL) 대원들이 순찰을 하고 있다.>

 


레바논 주둔 평화유지군은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를 침공한 1978년 창설됐다. 
규모는 50여 국에서 파병된 약 1만명으로, 한국의 동명부대도 그 일원으로 2007년부터 레바논에 주둔하고 있다. 2000년 유엔이 이스라엘과 레바논 사이에 설정한 ‘블루 라인’이 사실상 국경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이스라엘·헤즈볼라의 교전을 막아내지 못하면서 평화유지군의 억지 능력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평화유지군은 민간인 보호나 자기 방어 등 제한된 조건에서만 무력을 사용할 수 있어서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2006년 안보리가 유엔군 주둔 지역에서 적대 행위를 금지한 ‘1701 결의안’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리타니강 이북에 머물러야 하지만 수년 동안 이를 위반해 왔다”고 비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로켓을 발사한 국경 인근 리타니강 지역은 유엔이 평화를 유지하기로 되어 있는 곳”이라고 지적했다.


리타니강 남쪽으로 내려온 헤즈볼라는 로켓과 미사일, 드론(무인기) 등을 동원해 이스라엘 북부를 공격했다.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 단체 하마스를 돕는다는 구실이다. 
이스라엘이 북부 주민의 안전 보장을 명목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전면전이 이어지고 있다.

 

 




평화유지군은 중재 역할도 제대로 못 하는 상황이다. 
2006년부터 레바논군·이스라엘군과 3자 회담을 정기적으로 주재했지만 지난해 10월부터 중단됐다. 
친(親)이스라엘 성향인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는 지난 8월 보고서에서 이런 상황을 전하며 “평화유지군은 계속해서 임무를 다하지 못해 신뢰를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평화유지군은 분쟁 예방과 평화 유지를 목적으로 1948년 창설돼 지금까지 54국에 파병됐다. 
대원들이 파란 헬멧을 써서 ‘블루 헬멧’이라는 별칭도 있다. 
냉전 시기였던 1988년 군대로서는 유일하게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당시 노벨위원회는 선정 이유로 “유엔평화유지군은 국제사회의 명백한 의지를 나타낸다”며 이들이 분쟁 지역에서 긴장을 완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유엔은 레바논, 남수단, 인도-파키스탄 등 11곳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하고 있다. 
6·25전쟁 때 한국을 돕느라 참전한 유엔 회원국 군대를 통괄 지휘하기 위해 안보리 결의로 창설된 유엔군사령부와는 별개 조직이다.


평화유지군이 평화를 지키지 못한 사례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2012년 서아프리카 말리에서 내전이 격화하자 유엔은 이듬해 평화유지군을 파병했다. 
2015년 말리 정부와 반군 세력이 평화 협정을 체결한 뒤에도 양측 갈등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2020·2021년 군사 쿠데타가 일어났고, 10여 년 주둔하는 동안 평화유지군 병사 총 311명이 사망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해 6월 말리 평화유지군 철수를 승인했다.


대원 약 1만7000명으로 파병 규모가 가장 큰 아프리카 남수단은 수년간 이어진 내전과 무장단체 난립, 종교·부족간 갈등 여파로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해 있다. 
남수단과 수단 사이 아베이 지역에선 영유권을 둘러싼 양측의 충돌이 끊이지 않는다. 
현재 평화유지군이 주둔 중인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서사하라 등에서도 내전에 따른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2004년 파병한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선 평화유지군이 성범죄를 저지르고, 콜레라균에 오염된 하수를 강에 버려 아이티 국민의 공분을 샀다. 
2017년 평화유지군이 철수한 아이티는 현재 갱단이 나라를 장악해 국정이 사실상 마비됐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콩고민주공화국에서도 평화유지군의 성폭력 사건이 보고됐으며, 1990년대 보스니아에선 일부가 인신매매 피해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알선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벌어졌다.(241016)



☞유엔평화유지군

1948년 창설된 국제연합군. 유사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각국 정부에서 자발적으로 파병한 부대로 구성됐다. 
분쟁 지역을 감시하고 협정 이행을 지원하는 임무 등을 수행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특정 국가나 지역에 파병이나 철수 여부가 정해진다. 
파란색 방탄모를 착용해 ‘블루 헬멧’이라고도 불린다. 1988년 세계 평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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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지식Q] 노벨상 준 스웨덴 아카데미… 왜 '한림원'으로 번역하나

 


24년 만에 한국인 수상자가 배출된 올해 노벨상 시즌이 끝났다. 
노벨상은 분야마다 선정 기관이 다르다. 생리의학상은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학연구소, 물리·화학·경제학상은 스웨덴 왕립과학원, 평화상은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서 선정한다. 
소설가 한강이 받게 된 문학상의 선정 주체는 스웨덴 한림원(翰林院)으로 1786년 당시 국왕 구스타브 3세가 설립한 스웨덴어·스웨덴 문학 진흥 기관이다. 
스웨덴어로 Svenska Akademien, 영어로 Swedish Academy인 이 기관을 왜 한림원이라고 번역할까.

 

 

<노벨상 메달의 모습. 메달 앞면에 노벨의 옆모습이 양각되어 있다.>

 


기원은 확실치 않지만 중국에서 유래됐을 가능성이 유력하게 꼽힌다. 
당나라 현종 때 설치한 왕립학술기관을 한림원이라 부른 것이 용어의 시초로 알려져 있다. 
붓[翰]을 든 학자들이 숲에 모여 고담준론(高談峻論)을 나눈다는 의미에서 한림원이란 이름이 지어졌다. 
이 영향을 받아 학술 기관을 한림원으로 부르는 관행이 주변 동아시아 국가로도 퍼졌다. 
실제로 통일신라와 고려 시대에는 임금의 명령을 받아 문서를 꾸미는 기관을 각각 한림대(臺)·한림원으로 불렀다.


학술·연구 단체를 한림원으로 부르는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오늘날에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국공학한림원’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등 여러 학술 단체가 ‘한림원’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다만 과거에는 노벨상을 주는 스웨덴의 모든 기관을 ‘스웨덴 한림원’으로 통칭했지만, 최근에는 문학상을 선정하는 기관으로 의미가 좁혀졌다.(24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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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부산의 한 초등학교 2학년 담임 교사였던 민지영(가명·30)씨는 수업 중 딴짓하는 A양에게 “OO이는 한눈팔지 말고 칠판을 봅니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A양이 집중을 안 하자 자리에서 일으켜 세워 교과서 한 대목을 소리 내어 읽게 했다.


이 사실을 안 A양 부모는 민씨를 아동 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자녀에게 수치심을 줬다는 이유였다. 
한 달간 조사 끝에 무혐의 처분이 났지만, 부모는 교육청에 다시 민원을 넣었다. 
그 과정에서 “너 같은 게 무슨 담임이냐, 선생 그만둬라” 등의 폭언과 삿대질을 당한 민씨는 우울감이 심해져 한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그해 2학기가 시작되기 직전 다른 교사로 담임을 대체해 달라고 학교에 요청했다.

 

 




스스로 담임을 그만두는 교사가 갈수록 늘고 있다. 
9일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국공립 교원 담임 교체 현황’에 따르면, 교사 본인이 원해서 학년 중간에 담임이 바뀌는 경우가 최근 3년 새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2020년 54명을 시작으로, 2021년 90명, 2022년 118명, 지난해 124명이 스스로 담임을 관뒀다. 
이어 올 들어 7월까지 담임 교사 55명이 자진해 교체됐다. 
학부모 요청으로 담임 자리에서 물러난 교사도 2020년 17명에서 지난해 79명으로 늘었다. 
이렇게 작년 한 해에만 전국 초·중·고교에서 교체된 담임 수가 도합 203명이다. 
2022년(206명)에 이어 2년 연속 200명을 넘었다. 2020년(71명)과 비교하면 3배 수준이다.


지난해 담임 교체는 대부분 초등학교에서 발생했다. 
교체된 담임 61%(125명)가 초등 교사였다. 중학교는 18%(36명), 고등학교는 21%(42명)였다. 
학교에서는 담임이 바뀔 때 인사자문위원회에서 논의해 기간제 교사를 새로 뽑거나 교과 전담 교사에게 맡기기도 한다. 
중학교의 경우엔 해당 학급 부담임이나 그 반에서 교과목을 가르치는 교사 등을 후보에 놓고 의논한다.

 

 




교원 단체는 교권 침해 등에 따른 교사들 의욕 상실을 담임 교체 증가 원인으로 지목한다. 
업무 부담은 큰데 담임 수당은 적고, 학부모가 학생 생활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원래 교사들, 특히 담임을 거의 필수적으로 맡는 초등 교사들 사이에서 담임 교사가 된다는 건 학생 수십 명의 학업 및 생활 태도, 가치관 형성 전반을 이끌고 돌본다는 책임이 수반돼 자부심으로 여겨졌다. 
34년째 근무 중인 50대 초등 교사 이모씨는 “초임 교사 시절만 해도 교내 사정 등으로 담임을 못 맡으면 속이 상해 온종일 울었다”면서 “하지만 요즘 교사들은 담임을 서로 안 맡으려고 난리”라고 했다.


23년 차 초등 교사 한모씨는 “숙제를 안 해온 아이들에게 쉬는 시간에 숙제를 시키면서 ‘애들 휴식 시간을 빼앗아 과제를 억지로 시켰다고 아동 학대 신고를 당하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에 시달린다”고 했다. 
교실 뒤편에서 말다툼하는 여학생들에게 담임 교사가 교실 앞쪽에서 “착한 사람은 친구와 다투지 않습니다”라고 반복해 외친 웃지 못할 사례도 있다. 
가까이서 싸움을 말리거나 혼내면 아동 학대 신고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초등학교 교사 B씨는 “학생 인사를 제대로 안 받아줬다”며 아동 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당했다.

 

 




정성국 의원은 “교권 5법 개정에도, 일부 학부모의 과도한 요구나 악성 민원, 생활지도나 학교폭력 사안 조사 과정에서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로 인한 담임 교체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갑작스러운 담임 교체는 해당 교사의 의지를 꺾고 대다수 학생들의 학습권과 교육권을 침해할 수 있어 심각한 교육적 저하 등 사회적 우려가 크다”고 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교권본부장은 “현재 담임 교체는 인사자문위원회를 거쳐 이뤄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절차적 민주성을 갖추고 있어 담임 교사들이 납득하는 경우도 많지만, 학부모의 지나친 요구나 민원 제기로 학교장 등이 권유해 담임을 그만두는 경우도 잦다”며 “담임 교체의 합당한 기준 및 절차 마련이 절실하다”고 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 관계자는 “학부모가 직접 교사에게 폭언·폭행할 수 없도록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민원을 전담 처리하는 중간 단계를 마련해 교사를 보호하는 방안을 우선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241010)

 

 

 

경북 경주에서 펜션을 운영 중인 김모(45)씨는 지난 8월 한 고객에게서 “혼숙(混宿·남녀가 여럿이 한데 뒤섞여 잠)이 안 되는 특별한 이유가 있냐. 혼자 가고 싶었는데 아쉽다”는 예약 문의를 받고 어리둥절했다. 
1분쯤 지나서야 문의자가 ‘혼숙’을 ‘혼자 숙박’이라는 뜻으로 썼음을 직감하고 “혼자서 숙박하실 수 있다”고 답변했다.


수년 전 일부 청소년의 문제로 지목됐던 문해력 저하 현상이 2030 성인층 전반에서 나타나면서 일상생활 소통이 어려워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선 고교 현장에서 한자보다 영어 교육을 우선시하면서 한국어의 어휘력 기반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며 “이대로 수십 년이 지나면 서로 같은 한국어로 소통하는 일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진학사 채용 플랫폼 ‘캐치’가 7일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 시민 1344명을 조사한 결과 무려 61%가 ‘가결(可決·회의에서 의안을 합당하다고 결정함)’의 뜻을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결’을 포함, ‘이지적(理智的)’ ‘북침(北侵)’ ‘무운(武運)’ ‘결재(決裁)’ ‘모집인원(募集人員): 0명’ 등 여섯 문항의 정답을 모두 맞힌 비율은 28%에 불과했다.


일선 어린이집 교사들은 “가정통신문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은 이미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금일(今日)까지 지문 등록 동의서를 제출해 달라’고 공지하면 대부분이 금요일에 가져오고, ‘우천 시(雨天時) 행사가 취소될 수 있다’는 공지엔 “우천시(市)가 어디냐”고 묻는 식이다.


종교 기관에서도 한자어가 대부분인 경전과 교리를 신도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개신교회에선 고어체로 된 개역 성경 대신 ‘현대인의 성경’ ‘쉬운 성경’ 등을 도입했지만 이마저도 어렵다며 아예 영어 예배로 가는 신도들이 적잖다. 불교도 마찬가지다. 
서울의 한 유명 사찰 관계자는 “법회 때마다 한글 풀이 불경을 나눠주고 진행하는데도 이마저도 이해를 못 한다”고 했다.

 

 




젊은 층 문해력 저하의 원인으로는 부실한 한자 교육이 꼽힌다.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고교학점제로 한문(한자) 교육이 더 부실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국어 어휘의 70%를 차지하는 한자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며 문해력 자체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충남의 한 국어 교사는 “일상적인 한자어의 의미를 확인하는 시험 문제의 정답률이 25~35% 정도로 해가 갈수록 떨어진다”고 했다. 
울산의 한 교등학교 교감 이모(52)씨는 “수업 시수도 적고 수능도 치지 않기 때문에 한문 수업의 중요도가 많이 떨어졌다”고 했다.


신종호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 때문에 현 2030세대는 한자의 뜻을 배우지 않고 한글의 소리로만 낱말을 배운 세대”라며 “유사한 발음을 들으면 의미를 헷갈리고, 생소한 단어를 들으면 익숙한 소리로 의미를 대체하는 형편”이라고 했다. 
그래서 대충돌(大衝突)을 대충 지은 돌[石] 이름으로, 시발점(始發點)을 욕설로, 족보(族譜)를 족발 보쌈 세트의 준말로, 두발(頭髮)을 두 다리로 착각하는 일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한자어에 익숙하지 않은 2030세대가 사회에 진출하면서 기성세대와의 마찰도 잦아지고 있다. 
현역병 정모(23)씨는 “입대 초반엔 ‘점호’ ‘당직사관’ ‘행정반’ 같은 단어 자체를 이해할 수 없어서 몇 달 동안 눈치로 때웠다”고 했다. 
일반 회사에서 쓰이는 구두(口頭), 반려(返戾), 품의(稟議), 송부(送付), 하기(下記) 같은 단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해 ‘성인 대상 문해력 과외’를 받는 젊은 직장인들도 있다. 
이 과외를 하는 강사 이승화(36)씨는 “한자어는 대부분 이해하지 못하고 문장을 구성해도 주술 호응이 안 되며, 그나마 서너 문장을 잇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년 국민 독서 실태 조사 결과, 성인 종합 독서율은 43%였다. 
10명 가운데 약 6명이 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은 것으로, 10년 전(72.2%)보다 대폭 감소한 수치다. 
오현석 부산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독서를 하면 정확한 한자어 뜻을 몰라도 단어 간 유추 능력으로 어휘력을 늘릴 수 있는데 현 상황은 우려스럽다”고 했다.


신종호 교수는 “한자 중심 문화에 속한 한국의 특성상 학술 용어 등 대다수 전문 용어는 순수 우리말이 아닌 한자어로 돼 있어 한자를 이해하지 않고는 그 개념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김덕호 사단법인 국어문화원 연합회장은 “젊은 세대에게 한자어의 개념과 기원을 익히도록 해 우리말로서 한자어에 익숙해지도록 교육 체계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오현석 교수는 “청소년의 문해력 문제가 성인까지 연속적으로 이어지는데, 제도권 교육을 떠난 성인들이 어휘력·문해력을 높이기 가장 좋은 방법은 원론적이지만 꾸준한 독서”라고 했다.(24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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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과 고령화 여파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노인 돌봄 시설 등 이른바 ‘노치원’으로 바뀌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에서 제출받은 장기요양기관 전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어린이집·유치원에서 장기요양기관으로 전환한 사례는 38건이었다. 
경상남도가 8곳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도(7곳), 인천시·충청남도(4곳) 순이었다.


장기요양기관은 장기요양보험에서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요양원과 주야간보호·방문요양센터 등을 말한다. 
장기요양기관과 어린이집 등은 건축법상 동일한 ‘노유자(老幼者·노인 및 어린이)’ 시설로 분류돼 용도 전환이 쉽다. 
저출산 고령화로 아이가 줄고 노인이 늘자, 어린이집·유치원을 장기요양기관으로 전환해주겠다는 유료 컨설팅 업체도 성행하고 있다. 
기존 어린이집 등 운영 경험이 있는 사람이 시설을 리모델링해 장기요양기관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 2023년 6월 21일 오후 서울 강동구 양재대로 노인돌봄센터 '엄마를 부탁해'에서 어르신들이 공놀이를 비롯한 실내체육활동을 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10년 사이 유치원이 ‘노치원’으로 전환한 사례는 총 283건으로 집계됐다. 
2014~2018년 5년간 24건에 불과했으나 2019년 36건, 2020년 41건으로 증가했다. 
2022년에는 54건으로 50곳을 넘어섰고, 지난해도 56곳이 전환했다. 
지자체별로 보면 경기도가 52곳으로 가장 많았고, 경남(47곳), 충남(28곳), 광주광역시(24곳), 경북(23곳) 순이었다. 
산후조리원이 ‘노치원’으로 바뀐 곳도 서울과 충남, 대전, 전북, 인천에 1곳씩 있었다.


한편 65세 이상 인구는 지난 7월 10일 기준 1000만62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어섰다. 
2014년 652만명에서 10년 만에 350여만명이 늘어나, 전체 국민(5126만9012명) 가운데 19.51%가 65세 이상이다. 
반면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은 세계 최저 수준인 0.72명이다.(241009)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7일 고등학교에서 학생 휴대전화를 수거하는 것은 인권침해가 아니라고 결정했다. 
인권위는 2014년 11월 학생 휴대전화 수거가 인권침해라고 봤는데 10년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인권위는 이날 오후 전원위원회를 열고 지난해 3월 제기된 ‘고등학교 교칙에 따라 일과 시간에 학생 휴대전화를 수거·보관하는 일은 인권침해’라는 진정을 8대2로 기각했다.


인권위는 2014년 이후 휴대전화 수거가 인권침해라는 진정 300여 건을 모두 ‘인권침해 행위가 맞는다’고 인정했다. 
당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한 고등학생은 휴대전화를 월요일 오전에 수거해 보관하다가 금요일 오후 일과가 종료될 때 돌려주는 기숙사 규정이 인권침해라고 했다. 
당시 인권위는 이런 학칙이 헌법상 행복추구권이 포괄하는 행동 및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봤다. 
또 휴대전화의 부정적인 영향을 인정하면서도 휴대전화가 단순한 통신 기기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을 돕는 긍정적인 면이 크다고 봤다. 
이후에도 비슷한 논리로 교내 휴대전화 수거가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지난 2023년 9월 1일 대전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가 수업에 앞서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수거하고 있다. 
당시 교육부가 ‘교원의 생활지도에 관한 고시’를 시행하면서 학생이 수업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했으나 휴대전화 수거가 ‘인권 침해’ 아니냐는 논란은 계속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7일 휴대전화 수거가 인권 침해가 아니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이번 인권위 결정은 달랐다. 
휴대전화 소지를 허용함으로써 수업 불법 촬영 등으로 인한 교권 침해로 발생하는 인권침해가 단순 수거로 인한 인권침해보다 더 크다고 봤다.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갈등·징계 논란으로 교사의 교권과 학생의 학습권 침해 피해가 휴대전화 사용 허용으로 인한 인권 보장보다 크다고 봤다. 
학생들이 휴대전화에 과몰입하는 탓에 다른 학생과 제대로 상호작용을 하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라고 판단했다.


인권위의 이번 판단은 경기도 등 일부 광역자치단체에서 시행 중인 학생인권조례와 충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교육부는 지난해 7월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원의 학생 생활 지도에 관한 고시’를 마련하고 수업 중 휴대전화를 수거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일선 교육 현장에선 ‘학생은 소지품, 사적 기록물 등 사생활의 자유와 비밀이 침해되거나 감시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는 학생인권조례와 상충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권위는 그간 학생 휴대전화를 수거하는 학교들에 대해 “인권침해”라며 “수거하지 말라”는 권고를 해왔다. 하지만 일선 학교장들은 “휴대전화를 수거하지 않을 경우 수업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이를 따르지 않는 경우가 상당했다. 
한 고교장은 “교육청이 지급한 태블릿PC를 걷는 데 10분 넘게 걸린다”며 “정상적인 교육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했다.


외국에선 휴대전화가 학생 교육에 지장이 된다는 데 공감대를 갖고 이를 규제하고 있다. 
프랑스는 최근 중학교 200곳을 시범 대상으로 지정,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했다. 
뉴질랜드도 지난 5월 전국 모든 초중고교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했다. 
미국에서도 이 같은 조치를 취하는 주(州)가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이번 결정에 대해 일부 단체는 반발하고 있다. 
35곳 단체로 구성된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에선 “인권위는 그간 여러 번 휴대전화 수거를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는데, ‘그때는 인권침해가 맞고 지금은 아니다’라는 것인가”라며 “과거로 퇴보한 결정”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인권위원들의 성향이 보수적이기 때문에 이런 결정이 나왔다는 지적도 나온다.(241008)



 

 

 

유튜브 채널로 돈을 벌고 있는 국내 유튜버 A씨는 2021년 3월부터 유튜브 측에서 ‘미국에 세금을 내야 하니 영문 이름과 거주지, 법적 주소 등 세금 정보를 제출하라’는 공지를 받았다. 
A씨가 유튜브로 번 돈 가운데 미국 사람들이 시청해서 발생한 수익에 대해선 미국에 세금을 내라는 것이다. 
세율은 해당 수익의 10%. 이를 위해 유튜브는 접속하는 인터넷 주소 등을 추적해 A씨 수익 중 미국 시청자 기여분을 발라냈다. 
유튜브는 만약 세금 정보를 제때 제출하지 않으면 총수입의 최대 24%를 공제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했다.


하지만 반대 상황은 없다. 
미국 유튜버가 한국인 시청자들 때문에 번 돈에 대해 한국에서 내는 세금은 한 푼도 없다. 
7일 본지가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년간(2021~2022년) 우리나라 유튜버들이 번 수익에서 미국 시청자 기여분으로 낸 세금(외국납부세액 공제액)은 총 9억6100만원이었다. 
특히 국내 유튜버들은 한·미 조세 조약에 따라 미국에 납세한 금액만큼 국내에서 세액공제를 받고 있다. 한국 입장에선 그만큼 세금이 줄어든 것이다.

 

 




유튜브의 이런 ‘차별적 과세 기준’에 대해 한국 세무 당국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구글(유튜브 운영사)이 국내에 고정된 사업장이 없는 외국 법인이라 세금을 징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재무관리학회에선 구글이 국내에서 유튜브 등의 운영을 통해 실질적으로 12조원이 넘는 매출을 거두고 5000억원이 넘는 법인세를 납부해야 한다고 추정하는 만큼, 미국과 동등하게 과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구글코리아가 공시한 작년 매출은 3653억원, 납부 법인세는 155억원에 불과했다. 
박 의원은 “구글로 인해 국세까지 새 나간 셈”이라며 “국세청은 이 문제를 두고 지난 3년간 미국 과세 당국과 논의조차 한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구글이 한국 유튜버를 대상으로 미국 세금을 원천징수하기 시작한 건 2021년 6월부터다. 
구글이 미국의 과세 강화를 위해 2020년 11월 관련 유튜브 서비스 약관을 개정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담았다. 
당시 카란 바티아 구글 정책 협력 담당 부사장은 “이런 체계를 적용하면 기술을 비롯한 미국 수출품에 대해 해외에서 더 많은 소득세가 발생하고, 미국에 수출하는 외국 기업들이 미국 정부에 더 많은 세금을 납부하게 된다”고 했다.

 

 




한국 세무 당국은 당시만 해도 “한·미 조세 조약과 양국의 세법을 검토하고 미국 과세 당국과도 협의를 해야 한다”며 구글의 국내 유튜버들에 대한 미국 세금 원천징수를 따져보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이와 관련, ‘구글의 원천징수가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놓으며 구글 손을 들어줬다.


구글의 원천징수 방식을 한국에서도 그대로 적용하면, 미국 유튜버들이 한국 시청자들로부터 번 소득에 대해 한국도 과세가 가능해야 한다. 
실제 구글코리아가 꼽은 지난해 우리나라 최고 인기 유튜브 채널은 미국 유튜버 지미 도널드슨이 운영하는 ‘미스터 비스트’였다. 
미국 유튜브 채널에 대한 국내 이용자들의 관심이 그만큼 높지만, 지금까지 과세액은 전무하다. 
현행 소득세법이 서버 등 국내 사업장이 없는 외국 법인에 대한 원천징수 절차를 규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원천징수 절차를 규정하더라도 과세 당국의 국내 원천 소득 파악이 어렵고, 원천징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강제할 수단이 없다”고 했다.


국내 유튜브 채널의 수익이 늘고 이런 채널들의 글로벌 진출도 가속화되면서 국내 유튜버가 미국에 낼 세금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귀속 종합소득세를 신고한 1인 미디어 창작자는 1만9290명으로 이들이 벌어들인 수입은 약 1조4537억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각각 18.4%, 34.2% 늘어난 규모다. 
이미 한국 기반 유튜브 콘텐츠 시청 시간에서 해외 시청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35%에 달한다.(2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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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지에 화약띠, 타이머 전선... 北 오물풍선, 이건 무기다

북한 오물풍선 구조 살펴보니

 

북한이 지난 5월부터 살포한 오물 풍선은 쓰레기를 채운 비닐봉지에 ‘화약띠’를 둘러 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타이머 장치가 스파크(불꽃)를 일으켜 이 화약띠를 폭발시키는 방식으로 쓰레기를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쓰레기 봉지를 실어나른 풍선에는 수소 가스를 채운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정도면 단순히 쓰레기를 매단 풍선이 아니라 특정한 의도를 갖고 제작한 무기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채현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방부에서 받은 ‘북한 오물 풍선 구조도’에 따르면, 오물 풍선은 지름 3~4m 크기 고무풍선에 쓰레기, 거름 등을 채운 비닐봉지를 매달아 만들었다.

 

 




풍선과 봉지 사이에 건전지로 작동하는 발열 타이머를 달았다. 
쓰레기 봉지에는 허리띠처럼 화약띠를 두르고 발열 타이머와 전선으로 연결했다. 
발열 타이머는 풍선이 이륙한 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전선에 전기를 흘려보내 스파크를 튀긴다. 
그러면 봉지를 두른 화약띠가 펑 터지면서 봉지 아랫부분이 열려 안에 있는 쓰레기가 넓게 뿌려진다. 
채 의원은 “과거 운동회 때 박을 터뜨리는 것과 같은 구조로 보인다”며 “그동안은 발열 타이머에 연결된 열선이 봉지를 녹여 쓰레기를 떨어뜨렸다고 알려졌는데 사실상 화약이 봉지를 터뜨린 것”이라고 했다.


다만 북한이 어떤 종류의 화약을 어떻게 처리해서 띠 형태로 만들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화약띠의 존재가 확인되면서 일부 오물 풍선이 떨어진 곳에서 왜 불이 났는지 의문도 풀리게 됐다. 
합참 관계자는 “타이머에 설정한 시간보다 일찍 풍선이 떨어지면 지상에서 화약이 터지면서 쓰레기 봉지에 불이 붙을 수 있다”고 했다.

 

 




고무풍선에는 수소 가스를 채운 것으로 파악됐다. 
군 당국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기구를 띄울 때는 가볍고 안전한 헬륨 가스를 쓰는데 가격이 싼 수소를 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수소 가격은 헬륨의 10분의 1 수준으로 싸지만, 불이 붙으면 폭발하는 성질이 있어 위험하다고 한다. 
수소는 물을 전기 분해해서 만들거나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얻는다. 둘 다 전기가 많이 든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무게 10㎏ 안팎인 오물을 우리나라까지 날려보내려면 상당한 양의 수소가 필요한데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는 북한이 조달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고무풍선의 고무는 천연고무를 쓴 것으로 파악됐다.


채 의원이 행정안전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5월 28일부터 지난달 22일까지 총 22차례에 걸쳐 오물 풍선 5530개를 살포했다. 
창고와 공장에 불이 나거나 차량 유리, 건물 지붕이 파손되는 등 피해도 78건으로 집계됐다.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에서는 총 20여 차례 항공기 이·착륙이 중단되기도 했다.


군 당국 관계자는 “군이 수거한 오물 풍선 대부분이 타이머와 화약띠 등 구조를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군은 북한이 주민들을 동원해 오물 풍선을 자체 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오물 풍선 하나 만드는 데 10만원 정도 들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최근까지 총 5530개를 살포했으니 오물 풍선 살포에 약 5억5300만원을 들인 셈이다.

 

 




북한은 남한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응하기 위해 오물 풍선을 살포한다고 하지만 군 전문가들은 오물 풍선이 언제든 무기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 등 우리나라 땅에 떨어지는 ‘적중률’도 높아지고 있다. 
군 당국 관계자는 “처음에는 서해 바다에 떨어지는 풍선도 많았는데 횟수를 거듭할수록 우리나라 땅에 떨어지는 오물 풍선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지난 6월 2차 살포 때는 우리나라 영토에 떨어진 오물 풍선 비율이 12.5% 수준이었는데 지난 7월 10차 살포 때는 그 비율이 96%에 달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 달 새 적중률이 8배가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물 풍선이 겨냥한 듯 용산 대통령실과 국회도서관, 국방부 청사에 떨어진 경우도 있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오물 풍선 수천개를 살포하면서 풍향과 풍속, 타이머 작동 시간, 풍선에 채우는 수소 가스의 양 등에 대한 노하우와 데이터가 쌓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나중에는 목표물을 꽤 정확하게 타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구체적인 적중률은 파악하기 어렵다”면서도 “오물풍선의 정확도가 상승하는 추세인 것은 맞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는 북한이 오물 풍선에 쓰레기 대신 생화학 물질을 담아 서울 등 도시에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금까지는 오물 풍선에서 생화학 물질이 검출된 적이 없지만 콜레라균이나 독극물 등을 살포해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241007)


 

 

[깨알지식 Q] 아소 다로 14선... 일본엔 왜 10선 넘는 정치인이 많나

 

이달 취임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12선(選)의 중의원(하원) 의원이다. 
전임 기시다 후미오·아베 신조 전 총리는 10선이고 아소 다로 전 총리도 14선이다. 
마흔셋의 나이로 일본 역대 최연소 총리까지 노렸던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도 5선이다.


일본에 이처럼 20~40년씩 의원을 하는 정치인이 많은 것은 다선 의원 배출에 유리한 정치 제도 때문이다. 
1996년 중의원 선거 때 도입된 ‘소선거구 비례대표 병립제’는 지역구 출마 후보가 정당 비례대표 명단에도 이름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지역구에서 낙선하더라도 비례 안정권에 들면 당선할 수 있는 방식인데, 이 제도를 활용해 많은 정치인이 의원 경력을 이어갔다.

 

 


<지난 9일 오전 일본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는 아소 다로(왼쪽) 당 최고고문과 이시바 시게루 총리.>

 


예컨대 3년 전 선거 때 자민당 간사장이었던 아마리 아키라 의원이 가나가와현 지역구에서 입헌민주당 신인 후토리 히데시에게 패배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입후보한 비례 대표를 통해 13선 의원이 됐다. 
일본은 지역구 289석에다 비례대표도 176석으로 꽤 많아, 지역구 출마자는 든든한 ‘당선 안전망’을 두고 선거운동에 나서는 것이다.


이달 27일 총선의 관전 포인트는 이시바 총리가 정치적 경쟁 관계였던 아베 전 총리의 옛 파벌 소속 의원 30여 명에게 이런 안전망인 ‘중복 입후보’를 허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치인도 하나의 직업’이란 인식을 가진 일본 유권자의 성향, 세습(世襲) 정치인이 우대받는 풍토, 중의원의 경우 임기(4년) 종료 전 해산돼 새로 선거를 치르는 경우가 잦다는 점도 다선 의원이 많은 요인으로 꼽힌다.(24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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