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자녀들이 다 장성해서 어른이 되었는데도 마음이 놓이지 않으시는지 하루가 멀다 하고 밤 10시경이면 전화를 걸어

별일 없느냐고 물으신다.
아버지의 그러한 습관은 내 남동생이 결혼한 후에도 여전했다.
신혼 후 여러 달이 지났는데도 영낙없이 그 시간이면 전화벨이 울렸다.
올케가 전화를 받았다.
“아버님,손자가 보고 싶으시면 좀더 일찍 전화를 거시는 게 좋겠어요.”
며느리가 이렇게 말하자 아버지는 밤늦게 전화를 거시지 않게 되었다.
10개월 후, 아버지는 떡두꺼비 같은 손자를 보시게 되었다.





조그만 스포츠카 한 대가 쇼핑센터 주차장에 세워져 있었는데 인근 병원의 인턴인 듯한 흰 가운을 입은 젊은이가 서둘러 차를 타더니

급히 후진해 나가다가 옆차의 뒤쪽 펜더에 스치고 말았다.
그는 손상된 부분을 자세히 들여다보고는 카드 한 장을 꺼내 뭐라고 쓰더니 그 카드를 반창고로 그 '상처'에 붙이고 나서 차를 몰고

가 버렸다.
무엇이라고 썼을까 궁금해서 가까이 가보았더니 이렇게 적혀 있었다.
"죄송합니다. 아스피린 두 알을 드시고 내일 아침 전화해 주십시오.”
그리고 그 밑에 그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보스턴에 간 아내와 나는 어떤 고급 호텔에 묵게 되었다.
우리가 들게 된 넓은 객실에는 큰 침대 두 개가 놓여 있었는데 매일 저녁 객실 청소 담당 여자가 와서 금방 들어가 잘 수 있도록

시트를 젖혀 놓곤 했다.
사흘째 묵던 날은 마침 결혼기념일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그날을 기념하는 카드를 교환하고 그것을 테이블 위에 나란히 놓은 다음 시내구경을 하러 밖으로 나갔다.
그날 저녁 호텔에 돌아와 보니 방안에 싱싱한 꽃과 달콤한 박하사탕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한 침대의 시트만이 젖혀져 있었다. 


 



나의 아들은 중학교에서 가르치면서 대학에 다니고 있다.
한편 며느리는 탁아소를 운영하면서 라마즈식 자연분만법을 지도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아이들이 넷이나 되는데 모두들 운동을 좋아한다.
따라서 늘 집안이 마치 태풍이 휩쓸고 간 곳처럼 엉망인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들 집에 들른 나는 집안이 너무 깨끗한 것을 보고 아들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아주 효과적으로 집안청소를  하는 방법을 마침내 알아냈습니다.”
아들이 대답했다.
“간단한 방법이지요. 아이들을 모두 모아놓고 각자 쓰레기를 500개씩 주우라고 하는거예요 !”





우리 할머니가 텔리비전의 살인추리극을 보고 있었다.
극이 클라이맥스에 이르러 할 무렵 전화벨이 울렸다.
삼촌이 요리점을 묻기 위해 건 전화였다.
“5분 후에 다시 걸어라.” 할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시고는 요리책을 찾아가지고 와서 다시 텔리비전을 보고 계셨다.
그런데 살인범의 정체가 막 드러나려고 하는 순간 또 전화벨이 울렸다.
“연필 준비해 !” 할머니는 짜증을 내며 소리를 지르셨다.
“네,준비했습니다, 부인 !” 전화를 건 외판원이 놀라며 대꾸했다.
“하루 종일 여러 집에 전화를 했습니다만 이렇게 쉽게 주문을 받기는 처음입니다.”





우리 시아버지는 네브래스카주에서 카우보이로 일하신 적이 있다.
지금은 집에서 쉬고 계시지만 투박하고 과묵한 성격을 가지신 분이다.
그런데 최근까지도 나는 그분이 얼마나 과묵한 분인가를 잘 모르고 있었다.
시아버지께서 하루는 자동차로 시골 길을 달리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오던 트럭 한 대가 옆을 스치며 지나갔다.
그 트럭에는 이웃에 사는 사람이 타고 있었다.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트럭을 세운 다음 후진해서 차를 나란히 세웠다.
두 사람은 서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가던 길로 차를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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