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를 데리고 유원지에 놀러가서 녹초가 되던 날의 일.
우리는 탈것은 모조리 두 번 이상 탔다. 분홍 퓨마인형을 상품으로 받기까지 했는데 두 아이가 서로 가지겠다고 떼를 썼다.
마침내 출구에 다다르니 그 곳은 지쳐서 돌아가는 가족들로 빽빽하게 몰리고 있었다.
바로 그때 인형극이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마지막으로 이것만 꼭” 보고 가자고 졸라댔다.
너무 피곤하여 말릴 기운조차 없어서 아이들 뜻대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런데 인형극에 열중한 막내딸애가 박수를 치려고 갑자기 뛰어나가면서 퓨마인형으로 불 붙은 담배를 들고 있던 내 손을 밀었다.
잠시 후 나는 퓨마인형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보고 깜짝놀란 나머지 인형을 땅바닥에 내려치기 시작했는데 내 행동이 남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그때 지나가던 어떤 부인이 내 어깨를 툭특 두드리며 말했다.
“여보세요,여보세요. 댁의 기분을 충분히 이해하겠어요.” 





토요일 밤부터 치통이 심했으므로 월요일 아침 일찍 치과에 갔다.
의사가 오라는 시간에 갔는데도 다른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었다.
열 아홉 살 난 굉장히 이쁜 아가씨였다.
스키를 타다가 앞니 두 개를 부러뜨렸다는데 그때까지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치과의사는 환자를 진정시키는 데 도사인 듯했다.
“내가 해드리는 의치는 이십 년 쯤 갈거에요. 그리고 그때 가서 또 해 넣으면 돼요. 아가씨의 외모에도 지장이 없고 아프지도 않아요.”
처음에는 의사가 무슨 말을 하건 말건 그 처녀가 어찌나 겁을 내는지 저러다간 진정제를 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때,의사가 진정제 이상가는 치료를 했다.
환자 쪽으로 몸을 수그리면서 의사는 속삭였다.
“아가씨 애인이 키스를 하면서도 의치인지 모를거에요.”
그 말에 환자는 안도의 기색이 역력했다.
마침내 진짜 희망의 말을 들은 것이었으니까. 





어느 날 저녁, 이웃의 어머니들 몇 분이 모여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아이들이 부모에게 애를 가장 심하게 먹이는 때가 언제인가

하는 데에 화제가 미쳤다.
“두 살을 잘 넘기면 얼마나 좋겠어요 !” 한 어머니가 신음하듯 말했다.
“아니에요. 학교에 들어갈 나이일 때는 어떡하고요 ! 두 살때는 아무 것도 아니죠."
다른 엄마가 급히 반론을 내세웠다.
“십대가 되면 말도 못한답니다.” 세번째 부인이 탄식했다.
대화가 뜸해지는가 싶더니 거기 모인 중에 단 한 명뿐인 할머니가 진지하게 한마디 덧붙였다.

“자식이 마흔 두 살이 되어 봐야 정말 어려운 걸 알거요 .”





강풍이 몰아치며 영하 20도를 오르 내리던 혹한은 마침내 그 흔적을 남겨 놓았다.
전선들이 끊겨 스파크를 내면서 눈으로 뒤덮인 길 위에 뱀처럼 이리저리 꼬여져 있었다.
순찰대원인 나는 황량한 교차로 위 전선들이 어지러이 늘려 있는 현장의 안전을 책임맡게 됐다.
밤 12시 40분, 앞 근무자와 교대하러 갔을 때 기온은 영하 19도였다.
앞 근무자는 꽁꽁 언 몸으로 순찰차에 올라타며 주전선에서 빠져나온 듯한 위태롭게 생긴 선을 가리키며 저 놈이 위험하니 잘 지키라고

지적해 주었다.
나는 코트깃을 올리고 목도리를 꽉 매고는 그 가느다란 줄이 있는 곳에 서서 밤새 지켰다.
새벽 5시 40분경 전기 설비차가 왔다.
전공 하나가 그 줄을 점검하다가 갑자기 폭소를 터뜨리며 이렇게 말했다.
"정말 수고가 많았군요. 얼어 붙은 연줄 한 가닥을 밤새 무사히 지켰으니 !” 





딸네 집에서 봉투에 주소를 쓰고 우표를 붙이고 있었는데 우표가 모자랐다.
"여기 더 있어요” 하더니 딸애는 성경책을 집었다.
“‘도움이 필요하면 성경을 펴라’는 말 그대로구나.”
그랬더니 그애는 이렇게 대답했다.
"난 돈도 여기다 두어요. 감춰 두기엔 성경책이 최고예요.
성경을 펴보는 사람이라면 홈치지 않을 것이고 도둑이라면 아예 성경을 들춰 볼 생각을 않을테니까요.”





일요학교에서 4살짜리들만 있는 우리 반 애들 중 몇이나 식사 전에 감사 기도를 올리고 있나 한번 알아 보았더니 기도를 하는 애가

하나도 없었다.
나는 감사기도를 드리는 뜻을 설명해 주고 나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간단한 기도문을 가르쳐 주며 식사 전에는 꼭 기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몇 주가 지난 뒤 한 자모가 찾아왔다.
“스프라울선생님, 우리 애에게 참 좋은 기도를 가르쳐 주셨더군요. 그런데 우리 애 아빠는 그 기도 때문에 아주 골치 아파해요.
냉장고에서 맥주 하나 꺼내 먹을 때에도 그때마다 꼭 기도를 강요당하지 뭡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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