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가 한창 피는 철이면 19세 나이에 불치의 병으로 죽은 동생 해럴드의 무덤 앞에 장미가 꼭 한 송이 놓여 있는 것을 부모님이나 내가

더러 보곤 했다.
동생이 죽은 지 3년이 지날 때까지는 누가 갖다두는 것인지 알 길이 없었다. 그 뒤에 결국은 알게 되었지만.
해럴드는 생전에 몸 상태가 괜찮을 때면 동네 세탁소에다 세탁물을 거두어다 주기도 하고 배달도 하여 용돈을 벌어 썼다.
그애는 언제나 세탁물을 배달하는 길에 장미가 아름다운 어느 단골손님 집 정원 앞에 잠깐 멈춰서서 장미꽃밭을 칭찬하곤 했다.
그럴 때면 그 집 아줌마가 장미꽃다발을 주려고 했지만 내 동생은 번번이 사양하고 한 송이만 받아 단추구멍이나 모자띠에 꽂고 다니면서

하루 종일 좋아했다는 것이다.
동생이 죽은 뒤 이 친절한 아주머니는 “해럴드가 생전에 늘 한 송이만을 원했기 때문에” 장미를 딱 한 송이 그애 무덤에 놓아 주곤 했다.
거의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우리 동생이 그처럼 훈훈한 인정 속에 추모되고 있음을 알고서 우리 가족이 고맙고 흐뭇해했음은 물론이다. 





버드와 수전 부부는 딸 쌍둥이를 낳고 기뻐했다.
수전이 출산 후 퇴원하여 집으로 오는 날 버드도 직장에서 휴가를 얻었다.
그리고는 며칠간 낮이고 밤이고 미친듯이 돌아가며 잠도 못 자고 매일 우유를 16병씩 타 대고 기저귀를 빨고 집안청소며

끼니 때 식사준비를 하고 또 그 짬짬이 두 살짜리 큰놈하고도 놀아 주었다.
휴가가 끝나는 날인 일요일 밤, 버드는 완전히 녹초가 되어 침대에 쓰러졌다.
수전이 남편쪽으로 돌아누우며 물었다.
“여보, 내일 꼭 출근해야 하우 ?"
“응, 여보 출근을 안 하다간 큰일나겠어.”





존의 고양이 월리가 나무에 올라가 내려올 생각을 않고 있자 우리들은 존에게 걱정할 것 없다고 말했다.
“생각이 달라지고 배가 고파지면 내려올꺼야.’’
그러나 사흘이 지났는 데도 고양이 월리가 나무에서 내려오질 않자 존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고양이를 쫓아 나무 위로 올라갔다.
존이 나무 위로 20m쯤 올라 갔을 때 고양이는 땅위로 허겁지겁 내려왔다
“됐어, 존. 이제 내려와.” 우리들이 큰소리로 외쳤다.
한참동안 대답이 없더니 겁먹은 소리가 들려 왔다.
"생각이 달라지고 배가 고파지면 내려 갈께."





나는 몇해전 어느 개울가에서 야영을 하면서 송어낚시를 했는데 재미를 톡톡히 보았다.
조금 내려가노라면 잡화가게를 겸한 주유소가 있는데 나는 자주 그곳에 들려 사람좋은 그 가게주인에게 내가 잡은 송어에 대해

자랑을 늘어 놓곤 했다.
집으로 돌아가던 날 그 가게에 들러 작별인사를 하고는 자동차에 휘발유를 넣고 외상전표를 건네주었다.
이듬해에도 나는 그곳으로 가 우선 그 가게에 들려 낚시가 잘되는지 묻기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한참 이야기가 계속된 후 가게주인은 작년에 내가 준 휘발유 외상전표를 내 놓았다.
유효기간이 지나 석유사측에서 대금지불을 해주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왜 저에게 알리시지 않으셨죠 ? 내 이름과 주소가 적혀있는데, 알려 주셨으면 돈을 보내드렸올 텐데요."
“그럴 필요가 없었지요.” 그는 느긋하게 말했다.
"작년에 여기서 재미를 톡톡히 보셨으니 금년에 다시 오리란걸 알았으니까요 !”





아홉살 난 딸애가 피아노렛슨을 받게 되어 고물 수형(堅形) 피아노 1대를 사주었다.
몇 달후 보다 작은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어 가구 몇 개를 처분해 버릴 때 까지 피아노를 악기 점에 보관시키기로 했는데

악기점 주인은 그곳에서 딸애가 피아노 연습을 해도 좋다고 승낙해 주었다.
첫날 연습을 끝낼 무렵 딸애를 데리러 갔더니 피아노는 진열창 안에 놓여 있었고 딸애는 그 진열창 안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진열창에는「우선 선금으로 50달러만 내면 멋진 피아노를 살 수 있는데 왜 이런 고물 피아노를 치는 지 알 수가 없군요.」 란 글귀가

보이고 화살표 하나가 다른쪽 진열창을 가리키고 있었다.
물론 그 쪽에는 멋진 새 피아노 한 대가 진열되어 있었고.
비상한 장사 수완을 가진 악기점 주인은 피아노 보관료는 보관료대로 받고 아이는 아이대로 무료광고 모델로 이용했던 것이다. 





딸 캐럴라인이 6개월 된 쌍동이 손녀들을 돌보며 집을 지켜 달라는 부탁을 했을 때 나는 주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에이프릴과 스테이지를 어떻게 구별하지 ?” 내가 물었다.
"릭에게 물어 보세요.” 외출준비에 여념이 없던 딸애는 네 살 먹은 제 아들을 턱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 녀석은 텔리비전의 만화영화를 보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그애가 알아요.”
나는 자신이 생겨 두 쌍동이의 옷을 벗기고 목욕을 시켰다.
그리곤 옷 입힐 준비를 끝낸 뒤 릭을 불렀다.
“얘야,난 누가 누군지 모르겠구나.”
“그건 쉬워요.”
릭은 텔리비전에서 눈도 떼지 않은 채 크게 외쳤다.
“에이프릴은 언제나 파란 옷을 입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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