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예대는 2학기부터 여학생이 생리 공결을 사용할 때 소변검사로 ‘생리 중’임을 증빙하는 서류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대학 생리 공결제는 여학생이 생리통으로 강의에 불참해도 출석을 인정해주는 제도다.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로 일선 학교에 도입됐다. 
생리 공결에 소변검사 결과를 요구한 대학은 전국에서 서울예대가 처음이다.

 

 




2018년에 이 제도를 도입한 서울예대는 일부 여학생이 실제 생리 중이 아닌데도 제도를 부정 사용하고 있다고 보고 생리 공결 인정 기준 강화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681건이었던 생리 공결 건수가 지난해 2773건으로 폭증했고, 올해 1학기 전체 출석 인정 건수 53.5%가 생리 공결이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 대학은 최근 학내 공지에서 “일부 학생은 생리통과 무관하게 결석을 인정받는 수단으로 생리 공결을 활용해 부정 사용 예방 방안을 모색했다”며 “반드시 병원에서 ‘소변검사’ 실시 후 발급되는 진단서·진료 확인서를 첨부해야만 출석이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학 인근 특정 협력 병원에서 소변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지난 8일 서울예대가 발표한 생리 공결 개편안>

 


서울예대는 현재까지 진단서·진료 확인서만 제출해도 생리 공결을 인정해줬다. 
그런데 이 결과도 신뢰할 수 없으므로 생리를 할 때 호르몬 변동으로 인한 단백질이 검출되는지 소변검사를 받으라는 것이다. 
일부 교수는 여학생들이 금요일이나 월요일에 생리 공결을 신청하는 사례가 잦아지자 ‘주말을 끼고 쉬려는 의도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고 한다.


여학생들은 반발한다. 재학생 김모(21)씨는 “한 학기 세 번 생리 공결은 학칙에 규정된 권리”라며 “지금까지도 진단서·진료 확인서를 제출했는데 소변검사까지 받으라는 건 과한 것 아니냐”고 했다. 
일부 여학생은 “피 묻은 생리대를 학교 게시판에 붙이는 항의 집회를 하겠다”고도 하고 있다. 
서울예대는 지난해 기준 재학생 3153명 가운데 여학생이 1963명(62%)인 여초(女超) 대학이어서 반발 여론은 확산 중이다.

 

 




대학 생리 공결제는 각 학교 자율에 맡겨져 있다. 
거점 국립대 10곳 중에선 서울대·경상국립대·제주대·전남대 등이 실시하고 있다. 
연세대·고려대·성신여대·중앙대 등 사립대도 생리 공결제를 받아들였다. 
한 달에 한 번 별도 서류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대학(중앙대)부터 교수 재량에 맡긴 대학(고려대)까지 인정 기준은 다양하다. 
하지만 상당수 여학생은 증빙 서류 제출 등이 부담스러워 생리통을 참으면서 출석할 때도 많다. 
한 여학생은 “남성 교수·의사에게 생리 공결을 신청하거나 진단서를 발급받는 과정 자체가 쉽지는 않다”고 했다.


여학생들은 “강의에 출석하지 못할 정도의 통증이면 이미 강의 불출석만으로도 시험이나 과제에 불이익을 받는 것”이라며 “진단서도 모자라 소변검사까지 받아오라는 건 신체의 자유를 제약하는 인권침해”라고 반발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의학적으로는 소변검사로 100% 생리 여부를 판별할 수 없다”고 했다. 
서울예대는 “여러 지적이 있어 이번 조치를 재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학내에선 “생리 공결 건수 증가를 제도 활성화로 볼 수도 있는데 왜 부정 사용으로 몰아가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나온다.


한국외대는 2018년 생리 공결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명목으로 여학생들에게 생리 주기를 전산망에 입력하라고 했다가 “대학이 여성의 몸까지 통제하겠다는 것이냐”는 반발에 철회한 바 있다. 
지난해엔 조선대의 한 교수가 “여학생들이 생리 공결을 쓰면 태도 점수를 깎겠다”며 “신고할 거면 신고해라. 난 국가의 부름(예비군)이나 3촌 이내 사망만 공결을 인정한다”고 했다가 논란을 빚었다.


여성학자들은 “생리는 여성의 고유한 신체 경험으로 증상도 개인마다 다르다”며 “남성 보직 교수들이 주류인 대학 사회에서 이 신체 경험까지 일률적으로 통제하려는 발상은 문제”라고 했다. 
일부 남학생은 “우리는 예비군 훈련 공결도 인정 못 받을 때도 많고 아프면 그냥 결석을 하는데 왜 생리만 예외냐”며 “생리 공결제는 불공정한 제도”라고 한다. 
이현재 서울시립대 교수는 “여학생 생리 공결 사용을 제한하기보단 남학생 병가를 일정 부분 보장하는 식의 제도 개선을 생각해 볼 때”라고 했다.(240817)


 

 

 

15일(현지 시각)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유제프 피우수트스키 광장. 
이날 오후 2시쯤 광장에 수천 명이 모인 가운데 안제이 두다 대통령이 군을 사열하며 ‘국군의 날’ 기념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30여 분가량 진행된 이날 군사 퍼레이드의 하이라이트는 행사 시작 20여 분 뒤 펼쳐진 폴란드군이 자랑하는 주요 무기 7종을 선보인 행진이었다.

 

 

<지난 15일(현지 시각)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서 진행된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 안제이 두다 대통령이 차량을 타고 군을 사열하는 모습. 
두다 대통령 차량의 바로 뒤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수출한 K9 자주포(맨 오른쪽)가 뒤따르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지난해 퍼레이드에서는 선보이지 않고 올해 첫 등장한 다연장로켓(MLRS) ‘호마르K’였다. 
이는 K방산의 대표 주자인 천무를 폴란드 정부의 요구 사항에 맞게 개조해 지난해 납품한 ‘폴란드 버전’의 무기다. 
이번 퍼레이드에서는 미국에서 만든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보다 앞서 소개되며 관중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5분 뒤에는 또 다른 한국산 무기인 K2 전차가 등장했다. 
독일의 레오파드2, 미국의 에이브럼스 전차와 함께 등장한 K2는 폴란드군이 세대교체를 추진하는 차세대 기갑부대의 주력이다. 
그로부터 3분 뒤에는 지난해 행사에도 동원됐던 K9 자주포가 또다시 등장했다. 
또한 이날 K9 자주포에 이어 등장한 폴란드형 자주포 ‘크라프(KRAB)’가 행사의 대미를 장식했는데, 크라프의 차체는 한국산 K9 차체를 사용했다.

 

 




폴란드 정부와 현지 매체 디펜스24 등에 따르면, 이날 폴란드군은 병력 2500명과 전차, 자주포, 미사일 발사대, 방공 시스템, 220여 대의 군용 차량 등을 동원했다. 
주요 무기 7종을 선보였는데, 이 가운데 한국산이 3종을 차지하며 최근 폴란드 국방력에서 커진 한국산 비중을 엿볼 수 있었다.


이날 퍼레이드가 ‘K방산 전시장’을 방불케 할 만큼 한국에서 수입한 최신 무기들이 줄이어 등장했다. 
기존에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 대부분 국가들은 미국이나 유럽 국가에서 생산된 무기 의존도가 높았다. 
하지만 한국 방산 기업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급박한 상황에서 신속하게 무기를 생산·납품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수출 계약을 따냈다. 
이에 더해 현지에 기술 이전과 비교적 낮은 가격에 팔 수 있다는 점도 어필했다.

 

 




이에 폴란드 정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2022년 천무 288대, K9 자주포 672문, 현대로템과 K2 전차 1000대를 도입하는 내용의 기본 계약을 발표하고 순차적으로 한국산 무기 체계를 들여오고 있다. 
이 같은 기본 계약을 토대로 폴란드 정부는 천무와 관련해 2022년 218대에 대한 1차 실행 계획을, 올해 72대에 대한 2차 실행 계획을 각각 체결해 최종 도입 규모를 290대로 정했다. 
K2 전차는 2022년 1차 계약을 통해 180대에 대한 계약을 완료했으며 현재는 820대에 대한 잔여 계약 협상이 진행 중이다. 
K9 자주포는 2022년 218문에 대한 실행 계약을 체결한 뒤 지난해 12월 금융 계약 체결 등을 조건으로 152문에 대한 2차 계약에 서명한 상태다.


폴란드 진출은 K방산의 유럽 시장 첫 진출일 뿐만 아니라 동유럽 시장을 개척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동유럽 국가들은 앞다퉈 국방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루마니아도 한국산 무기 도입 계약을 맺었다.


폴란드 정부가 최근 수년간 K방산 무기 체계를 대규모로 도입한 것은 군 현대화와 최신 무기 도입 필요성이 커져서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폴란드가 기존에 보유하던 소련 및 러시아산 등의 무기를 우크라이나군에 지원하면서 생긴 공백을 메우기 위한 목적도 있다.


폴란드 정부는 군 현대화와 함께 미국, 영국 등 나토(NATO)와의 결속 강화를 통해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폴란드 정부는 나토의 신속 대응력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나토는 집단 방위 조약에 따라 회원국이 공격당하면 함께 방어에 나서는 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실제로 긴급 상황에서 모든 회원국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특히 폴란드는 자국의 위치가 러시아와의 최전선에 가까워, 신속한 군사적 대응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한국산 무기를 대규모 수입하는 등 국방력 강화에 나선 상황이다.(240819)



 

 

 

 

비겁 5 
        이정하 

 

 



 가야할때가언제인지분명히알고간다는사람 
 마치그때가오기를기다렸다는듯이 
 훌훌털고일어서는사람 
 그러면서또무슨말은그리많은지 
 사랑했네못잊을거네다시돌아올거네 
 떠나려면그냥떠나라공연히개폼잡지말고 
 너는가도내사랑엔흠집을내고싶지않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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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과일의 본고장 동남아시아가 한국 과일에 빠졌다. 
베트남 제사상에 배와 사과가 오르고, 인도네시아는 한국 딸기 수입국 1위가 됐다. 
동남아 현지에 진출한 대형마트에서 한국 과일을 찾는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을 경험한 동남아 사람이 많아지고, 방탄소년단(BTS) 멤버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과일 화채를 먹거나 아이브 장원영이 딸기를 먹는 장면이 전파되는 등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과일이 고급 과일 대우를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류의 영향으로 열대 과일의 본고장 동남아 지역에서 한국 과일이 고급 과일 대우를 받고 있다. 
사진은 롯데마트 베트남 하노이센터점 입구에서 보이는 ‘과일 특화존’.>

 



이달 초 롯데마트는 베트남 하노이센터 지점을 리뉴얼하면서 ‘과일 특화존’을 열었다. 
마트 전면에 배치된 과일 판매대에서 한국 제철에 맞게 딸기·배·샤인머스켓이 팔리고 있다. 
유교 문화권 베트남은 고급 과일을 제사상에 올리는 관습이 있는데, 한국 배·사과가 오르기도 한다. 
명절 ‘뗏(Tet)’ 기간 선물용으로도 인기다. 
롯데마트 베트남 법인 상품 총괄 박동환 디렉터는 “제수 음식이 정형화된 한국과 달리 베트남에선 고인이 생전 좋아했던 음식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 과일이 고급으로 인식돼 부유층 자제들은 제사상에 한국 과일을 올린다”고 했다.


현지 과일 물가를 고려하면 비싼 가격이지만 구매 열기가 높다. 
현지에서 재배한 딸기는 롯데마트 하노이센터점 기준으로 12만9000동(한화 7000원)인데, 한국 수입 딸기는 18만9000동(1만원)으로 50% 가깝게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롯데마트에서 베트남산 배는 1개에 4.5만동(2400원)에 팔리는데, 한국산 배는 9만동(4900원)에 팔린다.

 

 

<이마트 베트남 고밥점의 신선과일 매대.>

 


베트남 현지 이마트에서도 한국산 배·사과·딸기를 판매하고 있다. 
특히 작년과 올해 초 사과·배는 국내에서도 물량이 적어 가격이 크게 뛰었는데, 베트남 전역에서 품귀 현상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딸기의 경우 현지 이마트에서 설향 품종을 항공 직송으로 받아 판매하고 있는데, 전년 대비 판매율이 2022년 15%, 2023년 30%, 24년 상반기 30%가량 신장하면서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지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딸기는 1팩(330g)에 30만동(1만6500원) 수준이다. 
온도에 민감한 딸기 특성상 신선도를 지키기 위해 항공으로 상품을 받고 냉장 차량을 사용하는 등 물류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태국·베트남 등 동남아 젊은 층 사이에서 소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일반 소주보다 과일 소주의 인기가 높다고 한다. 
하이트진로는 ‘자몽에 이슬’을 비롯한 과일 소주를 수출하고 있다. 
수퍼마켓에서 판매되는 하이트진로 과일 소주 가격은 6만5000동(3500원)으로 하이네켄 맥주 캔 2만500동(1100원)의 3배가 넘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맥주 거리 주점 78곳 가운데 64곳에서 과일 소주와 참이슬 후레쉬를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롯데칠성음료의 과일 소주 ‘처음처럼 순하리’도 동남아에서 인기를 보이고 있다. 
최근 3년간 해외 판매 실적을 보면 미국과 중국의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각각 45%와 49%이지만, 동남아 시장인 베트남은 102%, 필리핀은 271%를 기록했다. 
무학 역시 동남아 시장에 꾸준히 문을 두드리고 있다. 
국내 주류 기업으로서 처음으로 2017년 6월 같은 업종의 해외 업체인 베트남 ‘빅토리’를 인수하기도 했다. 
주력 소주 제품인 ‘딱 좋은데이’, 과일 리큐르 ‘좋은데이’ 컬러 시리즈, 탄산주 ‘톡소다’가 주요 수출 품목이다.


한국 과일들은 신선도와 판매처를 표기하는 등 신뢰성을 내세워 경쟁력을 키워 나가고 있다. 
롯데마트 동남아 법인은 국내 지자체와 업무 협약을 맺고 사과·배·복숭아 등을 주력으로 수입한다. 
복숭아의 경우 딸기와 마찬가지로 항공으로 운송해 출하한 지 48시간 이내에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페덱스 익스프레스는 경상북도 지역 농가와 과일 수출업체의 신선 과일에 대해 홍콩 당일 배송을 지원한다. 
올해 6월부터 신선 과일 당일 배송 서비스를 시작해 인천에서 홍콩으로 주 4회 과일을 운반한다. 
온도에 민감한 과일의 품질 유지를 위해 페덱스 인천 물류센터의 120㎡ 규모 콜드체인 시설에 보관된다.(240722)



 

 

 

120년 전통 서울 종로 광장시장이 새판을 짠다. 
‘먹방 투어’의 성지로 손님을 끌어 모았지만, 특정 구역에만 몰리거나 시장 건물 2층과 3층에는 빈 점포가 많아 실속 없는 유명세라는 분석도 있었다. 
게다가 국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음식값 바가지 논란까지 거세게 일기도 했다. 
인근 상인들이 모여 1905년 설립한 광장주식회사는 현재까지 시장 건물의 관리와 운영을 도맡고 있는데, 이 광장주식회사가 최근 카페 스타벅스, 영화 스타워즈 팬덤 등과 손잡으며 대규모 혁신을 준비 중이다. 
이곳 하면 떠오르는 ‘먹거리’ 문화를 유지하면서도 오래 머무르는 곳, 볼거리가 있는 장소로 탈바꿈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광장시장에 새로운 랜드마크가 들어선다. 
빈대떡 골목, 육회 거리와 같이 식당 위주로 들어선 시장의 한가운데 건물에 스타벅스가 입점하는 것이다. 
예정 부지는 시장 만남의 광장과 인접한 한복 별관 건물 2층이다. 
원래 이곳은 시장이 들어선 1900년대부터 영업을 이어오던 한복, 원단 가게들이 있었다. 
점차 손님이 줄고 영업이 부진하자 가게들이 떠나고 공실로 남아 있었다. 
광장주식회사와 서울시는 이곳의 활성화를 위해 ‘핫 플레이스’의 지표라고도 불리는 스타벅스를 입점시키기로 했다. 
스타벅스에 건물 소유주인 ‘광장주식회사’가 임대하는 방식이다.

 

 

 

 

같은 건물 3층에는 오타쿠(마니아)들을 위한 ‘덕질 발효 창고’가 들어선다. 
집에 두면 짐이 되는 오래된 피규어, 장난감을 한 데 모아 장난감 박물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상인들이 쓰지 않던 낡은 장소가 ‘레트로 감성’을 입고 오타쿠들의 성지로 재탄생될 예정이다. 
종로구가 기획하고, 덕질을 좋아하는 동호회 ‘뉴팬덤’이 소속 회원을 모아 전시를 꾸려나간다. 
전시관은 ‘추억 보관 창고’ ‘창의력 보관 창고’ ‘애착 보관 창고’ 등 3개 콘셉트로 구성된다. 
이달 초부터 시범 운영 중이며 주요 물품은 스타워즈, 마블 피규어와 같은 장난감 등이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1호 기증자로 나섰다. 
지난 1일 스타워즈 팬덤, 광장시장 관계자와의 업무 협약식 자리에서 정 구청장은 1호 보관 물품으로 자신의 아들에게 선물한 스타워즈 광선검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광장주식회사 관계자는 “시장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것 같지만 1층과 식당 점포에만 몰리고 그 이외의 구역에는 공실이 많았다”며 “먹거리 시장이라는 특색을 잃지 않으면서도 전략적으로 다양한 손님을 맞을 수 있도록 꾸미는 게 목표였다”고 했다.


광장시장의 또 다른 전략은 오랜 전통이 있는 가게와 한 달마다 바뀌는 가게를 공존시키는 것이다. 
청계천 마전교와 인접한 시장 입구로 들어서면 ‘365일장’이라는 소품숍이 나온다. 
이곳은 평소에는 소품과 광장시장 먹거리를 재구성한 식품을 팔지만, 기업과 협업해 팝업스토어(임시 매장)를 열기도 한다. 
최근 2년간 주류회사 제주맥주, 홍수골 막걸리, 느린마을 막걸리, 요리주점 용용선생과 협업해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현재는 와인 유튜버 ‘와인킹’과 와인과 식품을 파는 팝업스토어를 운영 중이다.

 

 




365일장을 운영하는 추상미(46) 대표는 “부모님이 평생 광장시장에서 빈대떡을 해오셨는데, 나는 시장의 새로운 형태를 실험해보고 싶었다”며 “다양한 연령대와 국적, 성별의 손님이 오는 만큼, 같은 가게만 운영하지 않고 팝업스토어 형태로 여러 가게의 콘셉트를 실험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최근 시장 안에는 MZ 세대의 필수 코스라 불리는 놀거리들이 한데 모였다. 
전생 테스트를 하고 왕·성균관 유생·황진이·주모·돌쇠 등 콘셉트로 네컷 스티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전생 사진관, 소쿠리에 담긴 수박 미니어쳐 등 아기자기한 물건을 파는 소품숍, 아코디언 모양 가방으로 유명한 플리츠마마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대표적 사례다. 
또 시장 바깥까지 줄이 이어지는 찹쌀 꽈배기 외에도 광장 라테로 유명한 커피 바(bar) ‘일호상회’, 튀르키예 간식 카이막을 파는 ‘미크플로’ 카페도 방문객들이 몰리고 있다.


작년 말 바가지 논란으로 반성 대회까지 열었던 광장시장의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당시 ‘정량 표시제’를 시행하고 카드 결제를 거부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내걸었다. 
또 바가지를 씌우거나 강매를 할 경우 영업정지 조치를 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비싼 가격으로 바가지를 당한 것 같다”는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태준 종로광장전통시장상인총연합회 회장은 “겉모습만 바뀌는 게 아니라 상인들도 모두 바뀔 필요가 있다. 내부 자정 노력을 계속해서 할 것”이라고 했다.(24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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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올림픽에서 중국은 금 40개(은 27개·동 24개)로 종합 2위, 일본은 금 20개(은 12개·동 13개)로 3위에 올랐다. 
한국이 금 13개(은 9개·동 10개)로 8위를 하면서 ‘아시아 빅 3′가 종합 10위 안에 들었다. 
2020 도쿄에서 16위로 밀렸던 한국이 스포츠 강국 위상을 되찾았다. 
다만 한국은 양궁이 5개 전 종목 금메달을 따내고 사격에서 깜짝 금메달 3개를 따낸 덕이 컸다. 
저변이 광범위하고 탄탄한 중국·일본과 다소 차이가 있다.

 

 

<(왼쪽) 파리 올림픽 다이빙 여자 싱크로나이즈드 10m 플랫폼 금메달을 따낸 중국 취안훙찬-천위시. (가운데) 레슬링 여자 자유형 76㎏급 금메달을 딴 일본 유카 가가미. (오른쪽) 양궁 3관왕을 달성한 한국 임시현.>

 


중국은 미국(금 40개·은 44개·동 42개)과 끝까지 1위 경쟁을 했다. 
미국이 대회 마지막 경기였던 여자 농구 결승에서 개최국 프랑스를 67대66, 1점 차로 누르고 올림픽 8연패(連覇)를 달성하면서 중국에 역전할 수 있었다. 
중국은 2008 베이징 1위 이후 가장 많은 금메달을 파리에서 거둬들였다. 
전통적인 메달 밭 다이빙(금 8개)과 탁구(금 5개)에선 전 종목을 석권했다. 
다이빙이나 탁구는 축적된 경험에 1세대 스타들이 코치나 감독으로 활동하며 경험을 물려주는, 이른바 ‘성공의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유망주를 일찍 발굴하고, 앞선 ‘성공 세대’들 노하우를 접목해 엘리트 선수를 키워내는 프로그램은 독보적이다.


사격과 역도에서도 각각 금메달 5개를 차지했다. 아티스틱 스위밍에 걸린 금 2개를 다 땄다. 
이 종목 최강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올림픽 출전 금지를 당한 영향이 있었다. 
중국 금메달 종목은 13개(메달 종목 21개). 특히 판잔러(20)가 수영 남자 자유형 100m에서 세계신기록으로 우승(46초40)한 장면이 백미였다. 
남자 자유형 단거리는 아시아 선수가 정복할 수 없다고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판잔러는 지상 훈련을 할 때 외국인 트레이너 도움을 받고, 수중 카메라를 동원해 프레임 단위로 영법을 분석한 다음 교정하는 과학적 지원을 마음껏 받았다. 
정친원(22)은 남녀 통틀어 아시아 국가 선수로는 첫 올림픽 테니스 단식 챔피언에 올랐다.


일본은 2020 도쿄에 이어 연속 3위를 차지했다. 전체 16종목에서 메달을 획득했다. 
효자 종목인 유도(금 3·은2·동3)가 예상 밖으로 ‘부진’했지만 레슬링에서 금메달 8개(남녀 각각 4개)를 쓸어담았다. 지난 도쿄 대회(금 5개)보다 더 성과가 좋았다. 
일본은 여자 레슬링(자유형만 진행)이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기 전부터 유망주 발굴에 힘썼다. 
20여 년 전인 1980년대 중반부터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한 클럽을 만들며 저변을 넓혀왔다. 
4회 연속 올림픽을 제패한 이초 가오리, 일본 레슬링 영웅 요시다 사오리는 이때 발굴한 1세대 레슬러다. 
2016 리우 올림픽 레슬링에서 금 4개, 은 3개를 획득한 일본은 도쿄에서 10개를 따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그 투자 결실은 이번 파리에서 나왔다.


육상 여자 창던지기 기타구치 하루카는 이 종목 첫 일본 올림픽 사상 첫 육상(트랙·필드) 여자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기타구치는 2019년부터 체코 등 이 종목 선진국인 유럽에서 집중 훈련을 하며 실력을 끌어올렸다. 
작년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하는 등 최근 1~2년 사이 급성장했다.


일본은 젊고, 역동적인 신생 스포츠에도 강하다. 
스케이트 보드에서 금 2개(은 2개)를 따 이 종목이 처음 치러진 도쿄 대회(금 3·은1·동1)의 선전을 이어갔다. 
여자 스트리트 우승자인 고코 요시자와는 다음 달에 만 15세가 되는 어린 선수다.


일본은 올림픽에서 부진이 이어지자 2010년 ‘스포츠 입국 전략’이란 활성화 정책을 세우고 이듬해 스포츠 기본법을 만들어 5년 단위 계획을 통해 경기력 강화에 나섰다. 
2015년엔 스포츠·청소년국을 스포츠청으로 격상시켜 엘리트 스포츠 육성에 투자했다. 
2008 베이징, 2012 런던에서 한국에 뒤졌던 일본은 2016 리우부터 추월에 성공했다.(240813)



 

 

 

서울대 기부금을 모으는 서울대발전재단이 최근 ‘서울대 학부모’임을 나타내는 차량 스티커를 홍보물로 발급하고 있다. 
고가 아파트나 백화점·면세점 VIP 스티커 같은 ‘과시용 상징’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12월부터 이번 달까지 2100명이 ‘서울대 자식 자랑 스티커’를 발부받은 것으로 14일 나타났다.


서울대 관계자는 이날 “자녀 학적 인증을 거쳐 무료로 학부모들에게 스티커를 발급하는데 반응이 매우 좋다”고 했다. 
서울대 로고와 함께 ‘프라우드 페어런트(Proud Parent·자랑스러운 부모)’ ‘아임 맘(I’m Mom)’ ‘아임 대드(I’m Dad)’라는 문구가 영어로 표기됐다. 
발급 비용은 무료다. 학부모 연락처 등 정보를 수집, 서울대 기부금 모금을 위한 판촉물이라고 서울대는 설명했다.

 

 

<서울대발전재단이 지난해 12월부터 이달까지 2000부 이상 찍어낸 차량용 스티커. 
서울대 로고와 함께 ‘프라우드 패밀리’ ‘프라우드 페어런트’ ‘아임 맘’ ‘아임 대드’ 등 문구가 영어로 적혀 있다. 
서울대 학부모임을 나타내는 일종의 ‘자랑 스티커’다.>

 


서울대 안팎에선 “학벌주의에 편승한 천박한 구별 짓기 아니냐” 같은 지적이 나왔다. 
서울대 재학생 김모(24)씨는 “재학생 의견도 듣지 않고 만든 스티커”라며 “‘서울대생은 선민의식이 있다’는 식의 괜한 선입견만 고착시킬까 우려된다”고 했다. 
대학생 이모(23)씨도 “유명 대학이나 특목고·자사고 학생들이 입고 다니는 점퍼는 소속감 고취 차원에서 그럴 수 있다 쳐도, ‘우리 애 서울대 다녀’ 스티커는 좀 과한 것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 이 스티커를 발부받아 차량에 부착했다는 한 50대 전문의(서울 강남 거주)는 “자식 자랑이 불법도 아닌데 왜 난리인지 모르겠다”며 “백화점 명품관 스티커보다도 기분이 좋다”고 했다. 
역시 서울대 재학생 딸을 둔 윤모(55)씨는 “국회의원 배지, 대기업 사원증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상징”이라며 “부모가 자기만족을 하겠다는데 뭐가 문제인가”라고 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학부모들에게 ‘자녀 키워서 서울대 보내느라 고생하셨고, 또 감사하다’는 뜻이 담긴 기념품”이라며 “미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등 유명 대학에서도 이 같은 스티커를 만든다”고 했다. 
실제 유학파 학부모 사이에선 ‘우리도 미국처럼 이런 걸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 현지에서도 “학부모 인증 기념품은 과시 욕구가 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서울대는 “사업 중단 계획은 없다”고 했다.(240815)




 

 

 

서울 광진구에서 자폐를 가진 초4 아들을 키우는 임모씨는 매주 월요일 오전 특수학교 수십 곳에 전화를 돌리는 것으로 한 주를 시작한다. 자리가 났는지 묻기 위해서다. 
임씨 아들은 3~4세 수준 지능으로 말은 알아듣지만 일반 학교 수업은 이해하지 못한다. 혼자 식사나 화장실 가기도 어렵다. 
그런데 집 근처 특수학교는 정원이 꽉 차 일반 초등학교에 있는 특수학급을 다니고 있다. 
임씨는 “3년째 전화를 돌리고 있지만 ‘입학 희망자가 너무 많다’ ‘정원 초과’라는 말뿐”이라며 “학교에 앉아만 있다 오는 아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학령인구는 줄고 있지만 임씨 아들처럼 특수교육이 필요한 장애 학생들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교육부가 최근 공개한 ‘2024년 특수교육 통계’에 따르면, 올해 특수교육 대상자는 11만5610명으로 전년보다 5% 늘었다. 
특수교육 대상자는 교육청이 특수교육이 필요하다고 진단한 학생이다. 
2019년 대비 전체 유·초·중·고 학생 수는 5.7%(2023년 기준) 줄었지만, 특수교육 대상자는 오히려 20% 이상 증가했다.

 

 




이렇게 특수교육 대상자가 늘어나는 건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며 학부모들이 적극적으로 진단검사를 받는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과거엔 자녀에게 장애가 있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진단조차 안 받는 경우도 많았지만 최근엔 일찍부터 검사받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같은 드라마가 흥행해 장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완화된 영향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영유아 발달장애 정밀검사 건수는 2013년 2만1789명에서 2022년 18만1219명으로 약 8배 늘었다.


여러 장애 중에서도 최근엔 자폐성 장애와 지적장애 학생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자폐성 장애 학생은 2020년 1만3917명에서 올해 2만2194명으로 4년 만에 59% 늘었고, 지적장애 학생은 같은 기간 5만693명에서 5만7883명으로 14% 증가했다. 특수교육 대상자 중 70%가 자폐성·지적장애다.

 

 

<지난 12일 공립 특수학교인 동진학교가 들어설 서울 중랑구 부지 인근에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문제는 이들이 다닐 특수학교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전국 특수학교는 195개. 10년 전보다 29개 늘었지만 여전히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다. 
여러 교육청들이 특수학교 신설을 추진하지만 주민 반발 때문에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예컨대, 서울교육청은 특수학교가 하나도 없는 중랑구에 특수학교(동진학교)를 짓는 계획을 2012년 세웠지만 12년째 착공도 못 하고 있다. 
부지를 정했다가 주민이 “집값 떨어진다”고 반발해서 바꾸는 등 지금까지 8번이나 설립 계획을 바꿨다. 
2020년 개교한 서울 강서구 서진학교는 장애 학생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호소하는 모습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뒤에야 계획 발표 6년 만에 문을 열 수 있었다.


그 때문에 특수학교 대신 일반 학교에 가는 장애 학생도 많다. 
특수학교는 장애 정도가 가장 심한 학생들만 입학하는 ‘중증화’가 심해지고 있다고 한다. 
25년 차 특수교사 A씨는 “장애 학생 수준에 맞춘 개별화 교육이 가장 중요한데, 중증 학생 비율이 높아지면서 교육은커녕 기본 생활을 봐주기도 벅차다”고 말했다.


특수교사도 여전히 부족하다. 특수교사 1명이 맡는 학생 수는 2021년 4.17명에서 올해 4.28명으로 늘었다. 
현행법상 교사 1명당 학생 4명이 기준이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매년 교사 수를 늘리고 있지만, 늘어나는 학생 수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서울 한 초등 특수교사는 “6명 정원인 학급에 7~8명 받는 경우도 많다”면서 “3~4개 학년을 동시에 가르치는 경우도 많아 사실상 제대로 된 수업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권택환 대구교대 특수통합교육과 교수는 “최소한 법으로 정해진 학급 정원은 지킬 수 있도록 교사를 충원해야 한다”고 말했다.(24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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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Y염색체 주먹' 이길 여성은 없었다... 성별 논란 확산

여자복싱 金 켈리프·린위팅
성별 논란 커지게 된 이유는

 



“여성으로 태어나 여성으로 성장했고, 여성으로 경쟁했다.”(이마네 켈리프) 2024 파리 올림픽 최대 쟁점 중 하나였던 ‘성별 논란’ 당사자들이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마네 켈리프(25·알제리)는 지난 9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열린 66kg급 결승전에서 중국 양류에게 5대0 판정승을 거뒀다. 
16강에선 기권승, 8강부터 결승까지는 모두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이다. 
다음 날 린위팅(28·대만) 역시 57kg급 결승전에서 율리아 세레메타(폴란드)에게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두며 금메달을 따냈다.

 

 


<알제리 선수 이마네 켈리프(오른쪽)가 9일(현지 시각) 파리 올림픽 여자 복싱 66kg급 결승전에서 중국 양류를 상대로 펀치를 날리고 있다.>

 


국제복싱협회(IBA)는 지난해 3월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켈리프와 린위팅을 “혈액 검사 결과 여성부 경기에 부적합하다”며 실격 처리했다. 
IBA는 규정상 염색체(XX·XY)를 기준으로 성별을 구분하기에, 두 선수에게서 XY 염색체가 검출됐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게다가 켈리프와 이번 올림픽 16강전에서 맞붙은 이탈리아 선수 안젤라 카리니가 1라운드 46초 만에 기권을 선언하며 “살면서 그런 펀치를 맞아본 적 없다”고 발언하면서 논란이 번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 외부 유명인들이 켈리프를 ‘남자’로 칭하며 “경기가 불공정하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온라인에서는 이들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한 트랜스젠더’라는 거짓 정보도 나돌았다.

 

 

<9일(현지 시각)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여자 복싱 66kg급 결승전에서 우승한 이마네 켈리프(알제리)가 금메달에 입을 맞추고 있다>


켈리프와 린위팅이 실제 XY 염색체(남성)를 가졌는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외관상 여성 몸이라도 XY 염색체가 검출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지만 발견된다. 
‘성발달 이상’ 질환 중 하나인 안드로겐 무감응 증후군(AIS·Androgen Insensitivity Syndrome)으로 불린다. AIS는 체내 존재하는 남성호르몬 수용체에 이상이 생겨 남성적 성별 발달이 불완전하게 이뤄지는 것이다. 
Y염색체가 있긴 하지만 수용체 이상으로 생물학적 남성 외관이 나타나지 않고 여성적 특성이 나타난다고 한다.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센터 설명을 보면 AIS 환자는 사춘기 이후에도 남성 특징이 나타나지 않아 대부분 자신을 여성으로 알고 살아간다. 
통계적으로 10만명 중 2~5명 정도가 이 질환을 갖고 태어난다. 다만 켈리프와 린위팅이 이 경우에 해당하는지 밝혀진 바는 없다.


올림픽에서 종목 운영은 대부분 해당 국제 연맹이 담당한다. 
그런데 IOC(국제올림픽위원회)는 복싱 종목을 주관해야 할 IBA(국제복싱연맹)에 대해 지난해 부정 판정과 재정 비리 등 이유로 올림픽 주관 자격을 박탈했다. 
IOC는 두 선수 성별 논란을 두고 “여권상 성별이 여성”이라며 “IBA 실격 결정은 IBA 회장과 사무총장이 단독으로 내린 것이고, 성별 적격성 테스트 과정이 불투명하고 허술하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반대로 IBA는 IOC가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고 비난하는 상황이다.


IOC는 두 선수 ‘성별 논란’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고 주장한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2022년 10월 올림픽 출전 자격을 박탈당한 러시아가 자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IBA를 앞세워 논란을 만들었다는 의심이다. 
IOC는 “켈리프와 린위팅이 (러시아가 올림픽 출전 금지를 당하기 전인) 2022년 5월 세계선수권대회까지는 아무 문제 없이 여자부 경기에 출전했다”고 했다. 
IBA 회장 우마르 크레믈레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지인으로 알려진 점도 이런 의혹을 부채질한다. IBA 최대 후원사 역시 러시아 국영 에너지 회사 가스프롬이다. 크레믈레프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을 “사악한 자”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러시아 정부는 “올림픽이 체면을 잃고, 변태에 가까운 유사 자유주의 희생양이 됐다”고 했다.(240812)



 

 

전기차가 내연차보다 불 잘 난다는데… 진실일까

[뉴스Q] 전기차 화재 둘러싼 5가지 의문점 체크

 


지난 1일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서 시작된 대형 화재로 ‘전기차 공포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고 일주일이 지나도록 경찰과 소방 당국은 애초에 전기차에서 불이 난 원인이 무엇인지, 주변 차량 140여 대를 태울 만큼 피해가 커진 까닭 등을 조사하고 있다. 
주차장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사실이 밝혀졌지만, 근본적인 화재 원인에 대한 뚜렷한 해답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자동차·배터리 업계 안팎의 전문가들 도움을 받아 이번 사고를 둘러싼 궁금증을 정리해 봤다.

 

 

<독일에서 온 벤츠 본사 직원들도 감식 참여 - 8일 인천 서구의 한 차량 정비소에서 지난 1일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서 불이 난 벤츠 전기차에 대한 합동 감식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5일에 이어 두 번째다. 벤츠 독일 본사에서 파견된 직원들도 이날 감식을 참관했다.>

Q1. 전기차가 불이 더 자주 나나?

전기차 화재가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2018년 자동차 1만대당 화재 건수는 전기차 0.4건, 내연차 2.2건이었다. 
그러나 작년엔 전기차가 1.3건으로 약 3배가 된 반면, 내연차는 1.9건으로 14% 줄었다. 
특히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더 불안하게 느끼는 것은 전기차는 제작·판매한 지 오래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새 차’가 많은데도 불이 나는 빈도가 잦아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내연차는 노후 차를 조기 폐차할 때 지원금을 주는 정책 등으로 연식이 오래된 차량이 줄면서 화재 비율도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Q2. 전기차는 불 끄기가 훨씬 어렵다는데?

그렇다. 전기차 배터리는 손상을 막기 위해 단단한 금속으로 둘러싸 놓아 불이 붙었을 때 발화 지점에 직접 물을 부어 끄기가 어렵다. 
또 한번 불이 붙으면 주변 온도가 급격히 오르는 ‘열 폭주’ 현상이 나타나면서 배터리를 모두 태울 때까지 화재가 이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내연차 화재를 1시간 안에 진압할 수 있다면 같은 규모의 전기차 화재를 진압하는 데 7~8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진압이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다. 
작년 7월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실시한 전기차 화재 진압 시연회에서 당시 조선호 본부장은 “전기차라고 초기 진화나 불 확산을 막는 게 내연차보다 더 어려운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전기차를 물에 빠뜨려 불을 끄는 ‘소화 수조’, 이불처럼 차를 덮어 공기를 차단하는 ‘질식 소화포’ 등을 쓰면 된다는 것이다. 
지난 5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표한 연구도 스프링클러만 정상 작동해도 전기차 화재가 인접 차량으로 옮겨붙는 것을 막는 데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Q3. 주차 중 전기차 화재는 이례적이라고 하는데?

청라에서 불이 난 벤츠 전기차는 충전 중이 아닌 주차 상태였다. 
그간 전기차는 배터리를 과도하게 충전하는 ‘과(過)충전’ 상태에서 화재가 자주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전이 끝났는데도 전기가 계속 공급될 경우 자칫 배터리 내부 압력이 높아져 부풀어 오르거나 분리막이 손상돼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차 중에도 전기차에 불이 날 수는 있다. 
배터리는 양극재과 음극재, 그리고 전자의 이동 통로인 전해액, 합성수지로 만든 분리막이 기본 구조다. 
양극재와 음극재를 나누는 분리막이 전기차 운행 중에 손상을 입으면 주차된 상태에서 양극재와 음극재가 섞여 열이 발생하면서 화재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8년부터 작년의 전기차 화재 160건 중 28.8%가 주차 중 일어났다. 
운행 중(46.9%)에 가장 많이 불이 났고, 주차 중이 2위, 충전 중(18.8%)은 그다음이었다. 
화재 원인으로만 볼 때 과충전이 가장 위험한 게 아닌 셈이다.

또 배터리의 열을 식히는 냉각수가 새거나, 배터리 내부에 이물질이 생기는 등의 결함 가능성도 화재 원인으로 거론된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는 배터리 내부에서 화학반응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충전 중이 아니더라도 미세한 변화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Q4. 자동차-배터리 업체 중 누구 책임이 큰가?

불이 난 벤츠 전기차에는 우리에겐 낯선 세계 10위권 중국 파라시스의 배터리가 장착된 것이 알려지면서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불안이 커졌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 점유율(사용량)이 작년 기준 1.6%에 그친 회사라 충분히 실력이 증명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에서는 “배터리 안전성은 최종적으론 자동차 회사 책임”이라는 의견이 많다. 
전기차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차의 특성에 맞는 사양을 정해서 주문하는 데다가 배터리가 차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안전성을 높이는 시스템도 자동차 회사가 제어·개발하기 때문이다. 
2021년 현대차 전기차 리콜 때도,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셀 일부 불량 가능성이 확인됐지만 현대차도 전체 리콜 비용의 30%를 부담했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중국 배터리가 아무리 저렴해도 최소한 성능·안전 요건을 갖췄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채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화재처럼 배터리가 모두 타 버린 경우에는 배터리 결함인지, 자동차 회사의 시스템 문제인지 등이 명백하게 드러나기 어렵다. 
그래서 자동차 회사와 배터리 기업의 책임 공방이 종종 벌어진다. 
아예 최근 자동차 회사들은 배터리 제작 기술을 스스로 연구하고 배터리 제조사의 생산·개발 과정에도 깊숙이 개입하는 추세다.


Q5. 전기차 화재 대책은 부족했나?

국내 첫 전기차 화재는 지난 2017년이었다. 그런 만큼 대비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전기차 전환이 본격화된 지 오래되지 않은 만큼 해외에서도 우리 소방 당국과 유사한 방식 외에 크게 차별화한 전기차 화재 대응 방안은 찾기 어렵다.

그러나 한국은 전국 주택 중 아파트 비율이 65%에 달하고, 요즘엔 지상 주차장이 아예 없는 단지도 많다. 
충전기도 지하 주차장에 비치된 경우가 다수라, 지상에서만 전기차를 충전하고 주차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화재 때 소방차 진입에 시간이 걸린다는 지적이 많아 소비자 불안감이 더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청라 화재를 계기로 이런 현실을 극복할 더욱 촘촘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24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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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뉴욕 브로드웨이까지 날아가지 않아도 좋다. 
지금 우리 극장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함께 인정받은 미국의 ‘공연계 오스카’ 토니상 수상 대작 뮤지컬들로 북적인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는 우리 창작진과 배우들이 빚어낸 화려한 무대는 덤이다. 
13일 현재 우리 극장에 공연 중인 주요 라이선스 뮤지컬들이 받은 토니상 숫자는 총 18개. 
토니 8관왕 ‘하데스타운’, 6관왕 ‘시카고’, 4관왕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이 맞붙고 있다. 
내달 7일엔 토니 6관왕 ‘킹키부츠’도 초호화 캐스팅 10주년 기념 공연을 개막한다. 
‘토니상 뮤지컬 대전’이라 할 만하다.


공연계에선 지난해 티켓 매출만 5000억원에 육박한 한국 뮤지컬 시장을 미국과 영국,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넷째로 큰 시장으로 본다. 
시장이 크고 관객이 열정적인 만큼 뮤지컬 본산인 뉴욕 브로드웨이와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인정받은 대작 뮤지컬들도 해외 투어나 라이선스 공연 때 늘 우선순위에 놓고 한국 시장 문을 노크한다. 
영국 로런스올리비에상을 7개, 미국 토니상을 5개 받은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의 뮤지컬 ‘마틸다’나 토니상 10관왕 ‘물랑루즈!’처럼 유럽이나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최초로 현지 언어 라이선스 공연을 하는 경우도 이젠 낯설지 않다.

 

 




‘넌 또 출근해, 또 출근해, 퇴근은 없어….’ 
마녀들이 부르는 이 복장 터지게 애절한 노래 속에, 지옥의 왕 하데스가 지배하는 하데스타운의 사람들은 고향도 잊고 이름도 잊은 채 고된 노동의 춤을 춘다. 
올여름 가장 주목받는 토니상 수상 뮤지컬은 21세기의 새로운 고전이 될 ‘하데스타운’. 
그리스 신화의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이야기를 뉴올리언스풍의 재즈와 포크 록에 실어 대공황기를 연상시키는 스팀펑크 분위기의 현대적 서사로 재해석했다. 
초연부터 “완벽하게 천국 같은 작품”(버라이어티)이자 “현대의 우화가 된 그리스 신화”(가디언)로 극찬받았고, 브로드웨이에서 벌써 1억8900만달러(약 2600억원) 매출을 올렸다. 
우리나라에선 코로나 팬데믹 와중이던 2021년 초연에 이어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라이선스 재연이 진행 중이다.

 

 

<뮤지컬 '하데스타운' 2024년 공연.>

 


관객을 사로잡는 힘의 요체는 신화를 지금 우리 이야기로 다시 풀어낸 동시대성일 것이다. 
예술가 오르페우스(조형균·박강현·김민석)는 가혹한 겨울을 보내고 봄을 불러올 노래를 완성하려 발버둥치느라 자신을 애타게 부르는 연인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에우리디케(김수하·김환희)는 배고픔과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하데스가 내민 ‘노예 계약서’에 서명한다. 
젊은이들 앞에 펼쳐진 세상이 황량하고 신산한 것은 신화 속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https://youtu.be/Pfwt09WDFAs?si=XsPY0omD5Tqp8jyj




고된 불황기를 연상시키는 지상 세계는 자유로운 대신 춥고 배고프고, 하데스타운에선 허기를 채우기 위해 하데스에게 영혼을 팔아버린 인간들이 녹슨 기계를 돌리며 장벽을 쌓아 올린다. 
이 설정은 이민을 막기 위해 국경 장벽을 쌓았던 트럼프 시대의 미국 사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뮤지컬은 배우·음악·무대장치 등 무대 위 모든 것이 우아하게 세공된 톱니바퀴처럼 쉬지 않고 움직이며, 그 전체가 어우러져 하나의 거대한 그림을 이룬다. 
비록 끝이 정해져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꿈과 사랑, 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지옥 끝까지라도 가보는 것이 젊음. 신화의 결말을 알면서도 무대 위 젊은이들은 다시 처음부터 노래를 시작한다. 
여배우 최정원이 최재림, 강홍석과 함께 극의 안내자인 헤르메스 역을 맡아 성별 벽을 허문 캐스팅도 화제다. 
10월 6일까지, 8만~17만원.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 사랑과 살인편' 다이스퀴스 역 배우 정상훈의 지난달 9일 언론 시연회 공연 장면.>

 


하데스타운이 본격 문학이라면,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은 부담없이 깔깔 웃으며 볼 수 있는 주말 심야 코미디 영화 같다. 
20세기 초 영국 런던, 가난한 청년 ‘몬티 나바로’(송원근·김범·손우현)는 어머니의 죽음 뒤 자신이 고귀한 귀족 다이스퀴스 가문의 여덟 번째 후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야기는 백작 작위와 가문의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자신보다 서열이 높은 후계자들을 한 명씩 제거하는 과정을 상류사회의 가식과 허영을 꼬집는 블랙 유머,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 불가한 구성으로 코믹하게 그려나간다.


이 뮤지컬의 진짜 볼거리는 몬티 나바로의 살인 행각에 차례로 우스꽝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는 귀족 가문의 후계자들을 포함해 1인9역을 연기하는 ‘다이스퀴스’(정상훈·정문성·이규형·안세하)의 대활약이다. 
성직자, 동성애자, 은행장, 백작 등 남자뿐 아니라 중년 여성들까지, 수십 초 사이에 옷을 바꿔 입고 분장을 고치곤 다시 무대에 올라 온몸을 내던지며 관객을 웃긴다. 
다이스퀴스 역에 캐스팅된 정상훈은 국내 OTT의 코미디 시리즈 ‘SNL’로 이름을 알린 희극 배우. 
그는 언론 공개 시연회에서 “이 작품엔 어디 견줘도 손색없는 음악이 있고, 다른 작품에 없는 코미디가 있다. 파격적인 소재에도 극본이 아름답고 군더더기가 없는, 총천연색을 모두 모아놓은 것 같은 뮤지컬”이라고 했다.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10월 20일까지, 6만~15만원.


예매 사이트에서 뮤지컬 ‘시카고’를 열면 가장 먼저 ‘티켓 판매 사기 주의’ 공지가 뜬다. 
돈이 있어도 표를 구할 수 없을 지경인 이 뮤지컬의 놀라운 인기의 방증. 
‘시카고’ 역시 1997년 토니상 6관왕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 초연 이후 이번 17번째 시즌까지 누적 공연 1500회, 관객 154만명을 넘어섰다. 
미워할 수 없는 두 여주인공 ‘벨마 켈리’와 ‘록시 하트’ 역에 각각 최정원·윤공주·정선아와 아이비·티파니·민경아가, 변호사 ‘빌리 플린’ 역에 박건형·최재림이 열연 중이다. 
디큐브링크아트센터에서 9월 29일까지, 8만~16만원.


이 밖에도 토니상 뮤지컬은 한 해 내내 우리 극장 무대에 오르고 있다. 
봄엔 토니 3관왕 ‘넥스트 투 노멀’, 2관왕 ‘그레이트 코멧’, 5관왕 ‘디어 에반 핸슨’이 공연을 마쳤다.(240814)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12일 당산동 버스 정류장에서 발생한 80대 여성 사망 사고가 버스 기사의 과실로 일어났다고 보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해당 기사를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피해자 A씨는 12일 오전 10시 46분쯤 문래역 인근 정류장에 멈춘 지선 버스에서 내리고 있었다. 
그런데 기사가 피해자가 완전히 하차했는지 확인하지도 않고 문을 연 채 급출발하자, 피해자는 버스 계단에서 추락해 뒷바퀴에 치여 숨졌다는 것이다.


경찰이 확보한 감시 카메라 화면엔 피해자가 버스가 완전히 멈춘 뒤에야 자리에서 일어나 하차를 시작했지만 버스는 그가 두 발을 땅에 완전히 딛기도 전에 출발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이후 피해자는 이미 움직이고 있는 버스 뒷바퀴에 깔렸고, 승객들이 “멈춰요, 멈춰” “사람이 떨어져 깔렸다”고 소리를 지른 뒤에야 버스 기사가 상황을 인지하고 정차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는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을 받았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피해자의 아들은 본지 통화에서 “몇 달 전에도 어머니가 버스 급정거로 사고를 당해 입원했다”며 “그때 ‘버스가 정차하면 일어나시라’고 당부를 드렸는데, 원칙대로 행동하셔서 변을 당했다”고 했다. 
그는 “귀중한 인명의 안전을 책임지는 버스 기사가 기본적인 규정조차 지키지 않았다니 말이 되느냐”며 “어머니의 죽음이 너무도 허망해 화가 난다”고 했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보면, 버스·택시 등 여객운수업 종사자는 승객 승하차 시 전후방을 살펴 안전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문을 완전히 닫지 아니한 상태에서 자동차를 출발시키거나 운행하는 행위’ ‘여객이 승하차하기 전에 자동차를 출발시키는 행위’는 모두 금지돼 있다. 
특히 ‘승객 추락 방지 의무 위반’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12대 중과실로 분류, 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형사처벌된다.

 

 

<지난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에서 버스에서 내리던 80대 여성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버스 기사는 승객이 내리는 중인데도 문을 연 채 버스를 급출발했고, 완전히 내리지 못한 승객은 계단에서 추락해 뒷바퀴에 치여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지난 3월 서울 시내의 한 버스 공영 차고지의 모습.>

 



그러나 이날 오전 서울 도심 곳곳의 정류장에서 승하차가 끝나자마자 문도 닫지 않고 출발하는 버스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급출발·급가속·급제동은 일상이었다. 
한 30대 승객은 “문 열리기 전에 다 의자에서 일어나 대기한다”며 “승객도 바쁘고 기사도 바쁘니 그러려니 한다”고 했다. 
버스에서 내리던 70대 승객은 “버스가 멈추기를 기다리면 이미 출발해 버리니 위험을 감수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2022년 12월 광주광역시에선 한 어린이 통학 버스 기사가 11세 아동이 땅에 두 발을 모두 딛기도 전에 출발해 전치 11주의 부상을 입혔다. 
2020년엔 서울 중구에서 버스 급제동으로 70대 노인이 사망했다.


한국소비자원이 2019~2023년 5년간 접수한 버스 난폭 운전 관련 민원은 428건. 이 중 절반 이상인 219건(51%)이 60대 이상 고령자 피해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끄러짐·넘어짐’이 282건(65.9%), ‘부딪힘’이 61건(14.3%), ‘눌림·끼임’이 58건(13.6%) 이었다. 
경기도버스운송사업조합 민원 게시판에는 올해 2월부터 ‘난폭 운전’ 키워드로만 “급출발 덕에 다칠 뻔했다” “난폭 운전으로 관절 나간다” 등 민원 2650건이 올라와 있다.

 

 




지난해 서울 시내버스 11개 노선 23대와 마을버스 14개 노선 28대를 조사한 결과, 주행거리 100㎞당 62.6회꼴로 급출발·급정지 등 위험 운전이 발생하기도 했다. 
일선 버스 기사들은 “배차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며 “우리도 억지로 난폭 운전의 벼랑으로 몰리고 있다”고 했다. 
교통 체증·사고 등으로 배차 시간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는데 회사에서 심하면 징계까지 준다고 한다. 
승객 승하차 안전 교육을 일선 업체에서 실시하고 있고, 이번 사고 버스 기사도 수시로 교육을 받았지만 형식에 그친다고도 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유능한 기사는 무조건 시간을 맞추는 사람”이라고 했다.


일본 등 선진국에선 승차 승객이 완전히 차내에 자리를 잡고 하차 승객이 정류장에 내려 안전을 확보한 모습을 확인한 뒤에야 버스·택시 등이 출발하는 모습이 일상적이다. 
이미연 한국교통안전공단 교수는 “후진적인 ‘빨리빨리’ 대중교통 문화를 청산해야 한다”며 “배차 시간 준수보다 중요한 것이 안전임을 전체 사회 구성원이 인지하게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240814)



 

 

세계 여자 탁구 대부분 중국계

10개국 이상 중국인 선수 보유… 한국팀 전지희·이은혜도 귀화

 


“이게 정말 독일과 미국 경기인가요?”


지난 6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치른 탁구 여자 단체 16강전. 독일과 미국이 맞붙었다. 
그런데 다소 어색한 광경이 펼쳐졌다. 선수들은 독일과 미국 유니폼을 입고 있었지만 아시아인들이 많았기 때문. 실제 양 팀 선수 6명 중 독일 아네트 카우프만을 제외한 5명이 중국계였다. 
독일 산 샤오나와 위안 완은 중국에서 태어나 독일로 귀화한 선수고 미국 릴리 장과 에이미 왕, 레이철 성은 미국 태생 중국계다. 
복식에서 중국계 4명이 맞선 장면은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됐다. 
“오직 중국인만 중국인을 이길 수 있다” “독일 선수와 미국 선수 모두 아시아 프록시(대리) 서버를 통해 경기를 하고 있군” 같은 댓글도 달렸다. 경기는 독일이 이겼다.

 

 


<지난 6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치러진 탁구 여자 단체 16강전. 
독일과 미국의 대결이었지만, 중국계 선수들이 대표팀으로 출전한 탓에 소셜미디어(SNS)에서 대결 장면이 화제가 됐다.>

 



이처럼 올림픽 때마다 중국 일색인 각국 탁구 대표 선수 구성을 두고 화제가 끊이지 않는다. 
한국 여자 탁구 대표팀도 3명 중 한국 태생은 신유빈뿐이다. 팀 리더이자 맏언니 전지희는 중국 출신으로 2008년 한국으로 건너와 2011년 귀화했다. 
이은혜도 중국 허베이성 출신으로 2011년 귀화했다. 이번이 첫 올림픽 도전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파리 올림픽 탁구 종목에 출전한 각국 대표팀 중 중국 출신이거나 중국 혈통 선수가 한 명이라도 있는 나라는 10국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을 비롯, 독일, 호주, 캐나다, 프랑스, 미국, 룩셈부르크, 칠레, 슬로바키아, 피지, 모나코, 포르투갈, 홍콩 등이다. 
모국에서 워낙 경쟁이 치열해 해외로 가 활로를 찾아보려는 중국 선수들과, 탁구 경쟁력 확보를 노리는 나라의 심산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를 두고 “이길 수 없으면 우리 편으로 만들라”는 전략이란 분석도 있다. 
룩셈부르크 ‘탁구 할머니’ 니샤롄도 귀화한 중국인이다. 
그럼에도 중국 탁구 아성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중국은 2020 도쿄 올림픽까지 탁구 금메달 37개 중 32개를 쓸어 담았다. 
한국은 3개. 이번 올림픽에서도 남녀 단체전과 개인전, 혼합 복식 등 다섯 종목을 모두 노리고 있다.(240810)



 

 

밴스·월즈 모두 사랑한 이 음료… 美대선 화제의 중심에


중서부 출신 두 후보, 모두 '마운틴 듀' 애호가
80년 넘는 전통 자랑… 고카페인 함유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이 대통령 후보에 이어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를 각각 확정하자 한국에서도 익숙한 라임·레몬 맛 탄산음료 마운틴 듀(Mountain Dew·'산의 이슬’이란 뜻)가 화제로 떠올랐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Walz) 미네소타 주지사, 공화당 후보인 J D 밴스(Vance) 오하이오 상원의원 모두 이 음료의 마니아이기 때문이다. 
USA투데이는 “극심한 분열 속에서도 월즈와 밴스는 같은 음료의 팬”이라며 “그야말로 초당파적인 버블(bubble·탄산음료의 기포)”이라고 했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다이어트 마운틴 듀 음료를 왼손에 들고 인증 사진을 찍고 있다.>



마운틴 듀는 1940년 테네시주 녹스빌에서 출시돼 8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월즈와 밴스의 선택은 카페인 함량이 높고 설탕은 적은 ‘다이어트 마운틴 듀’다. 
12온스(약 350ml)짜리 한 캔에 54㎎의 카페인이 들어있어 같은 용량의 다이어트 펩시(35㎎)나 다이어트 코카콜라(46㎎)를 압도한다. 
1964년 펩시코에 인수된 마운틴 듀는 중서부와 애팔래치아 산지 지역을 중심으로 청소년과 블루칼라(생산직 노동자) 사이에서 특히 인기를 끌었다. 
마운틴 듀라는 이름부터가 ‘달빛이 비추는 밤에 산 속에서 몰래 만든 밀주’를 뜻하는 애팔래치아 지역의 속어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왼쪽)이 최근 뉴스맥스에 출연해 다이어트 마운틴 듀 음료를 진행자와 마시고 있다.>

 


중서부 출신 백인인 월즈와 밴스 모두 어려서부터 이 음료를 접했다. 
밴스는 회고록 ‘힐빌리의 노래’에서도 마운틴 듀를 언급했다. 
최근에는 보수 성향 뉴스맥스 방송에 출연해 이 음료를 마시며 “고카페인, 저칼로리 다이어트 마운틴 듀는 좋은 제품”이라고 했다. 
민주당 선거 캠프는 이 장면을 부각시켜 편집한 영상을 공유하며 “밴스가 점점 더 이상해지고 있다”고 공격했다. 
밴스는 최근 유세에서는 “민주당은 (내가) 뭘 해도 인종차별주의자라고 한다”며 “다이어트 마운틴 듀를 어제도 마셨고 오늘도 마셨는데 민주당은 이것도 인종차별주의라고 할 것”이라고 했다.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뒤 ‘중서부 아재’로 주목받고 있는 팀 월즈 역시 이 음료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 왔다. 2019년 X(옛 트위터)에서 “다이어트 마운틴 듀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고 했다. 
“아침 식사로 52온스(1.5L) 짜리 한 병을 거뜬히 마신다”는 농담도 했다. 
올해 4월 그의 참모진이 월즈의 회갑을 맞아 준비한 깜짝 생일 파티에도 “당연히” 다이어트 마운틴 듀가 등장했다. 
그가 공식 석상에서 마운틴 듀를 마시거나 들고 다니는 모습도 자주 카메라에 잡혔다. 
월즈는 고등학교 교사 시절인 1995년 음주 상태에서 과속·난폭 운전을 하다 단속돼 경력을 접을 뻔한 적이 있다. 이후 술을 완전히 끊은 그의 ‘영혼’을 달래준 음료가 마운틴 듀였다.(240809)

 

 

성평등 올림픽… 피날레 주인공도 남자 아닌 여자 마라톤

과거와 어떻게 달라졌나

 

 


지난 4일(현지 시각) 한국 여자 복싱 사상 최초 올림픽 메달이 나왔다.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복싱 54kg급 준결승전에서 임애지(25·화순군청)가 동메달을 목에 건 것. 
‘밴텀 급(bantamweight)’으로 불리는 이 체급은 여성 선수들 참가율을 높이기 위해 이번 올림픽에 새로 도입됐다. 
한국도 파리 올림픽 ‘성평등’ 정책에 수혜를 입은 셈이다.


파리 올림픽은 개최 전부터 ‘완전한 성평등 실현’이라는 기치 아래 기존 대회와 차별화되는 요소들을 도입했다. 실제 다양한 변화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호주 언론 더 컨버세이션은 “파리 올림픽은 올림픽 정책과 관행 등 세세한 부분에서 체계적 변화를 위한 발판이 됐다”며 “여성 운동선수들은 더 이상 경기장에서 자신들을 쫓아내려는 남성 중심 체제 희생양이 아니다”라고 했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에 2024 파리 올림픽을 기념하는 오륜기가 걸린 모습.>

 


이번 파리 올림픽은 사상 최초로 참가 선수 성비를 남녀 동수로 맞췄다. 
여성 선수 참가율을 높이기 위해 일부 종목에서 여성 경기를 늘렸다. 
복싱·레슬링은 지난 도쿄 올림픽에 비해 여성 체급이 1개씩 늘어났고, 카누·요트 등은 혼성 경기를 신설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이 걸린 경기는 총 329개. 이 중 남성 경기는 157개, 여성 경기는 152개이지만 혼성 경기가 20개로 증가하면서 여성 선수들이 메달을 딸 수 있는 기회도 늘었다.

 

 




남성 경기를 대회 ‘하이라이트’로 배치하는 관습도 사라졌다. 
마라톤이 대표적이다. 통상 여자 마라톤 경기를 폐막식 전날 치르고, 폐막식 당일에는 남자 마라톤 경기가 ‘피날레’를 장식하도록 하는 게 관례였다. 
그러나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는 여자 마라톤이 폐막식 직전 치러진다. 
마라톤 코스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1789년 프랑스 혁명 당시 있었던 ‘여성 행진’ 경로를 반영했다. 오렐리 메를 파리 올림픽 전무 이사는 “이 획기적인 (마라톤 종목의) 변화는 ‘여성을 주목하자’는 파리 올림픽 가치와 연결되어 있다”고 했다. 
이 외에도 과거 대회에서 주로 여성 경기를 오전 시간대, 남성 경기를 저녁 황금 시간대에 할당하던 관행도 이번 올림픽에서 자취를 감췄다.


경기장 밖에서도 성평등 기조는 이어졌다. 
아이를 키우는 여성 선수들이 마음 놓고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선수촌 내에는 어린이집이 만들어졌다. 
‘엄마 선수’들이 훈련을 받거나 경기를 치를 때 자녀를 돌봐주는 용도다. 
지난 1월 프랑스 여자 유도 간판 스타 클라리스 아그벵누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딸과 올림픽 선수촌에서 함께 지내며 경기를 치르고 싶다”고 건의하면서 도입됐다. 
근대 올림픽 128년 역사상 선수촌에 어린이집이 도입된 것은 처음이다.

 

 

 


‘올림픽의 꽃’으로 불리는 중계방송 역시 달라졌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 방송사(OBS)뿐 아니라 각 나라 방송사 중계진 발언 등을 꼼꼼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수영 여자 400m 계주 경기 직후 유로스포츠 소속 한 해설자가 금메달을 딴 호주 대표팀 선수들을 향해 “여자들은 놀고 화장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나”라고 발언하자, OBS는 즉시 방송사 측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고 이 해설자는 해고됐다. 
IOC는 또 카메라 기자들에게 여자 선수 특정 신체 부위를 부각하는 성차별적인 촬영을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런 ‘성평등’ 방침이 역차별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남성 위주 종목에서는 여성 경기를 늘렸지만, 반대로 여성 위주 종목에서는 남성·혼성 경기를 도입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1984 LA 올림픽에서 ‘여성만 참가할 수 있는 종목’으로 처음 도입된 아티스틱스위밍은 30년째 금남(禁男)의 벽이 깨지지 않고 있다. 
유로뉴스는 “2022년 세계수영연맹이 아티스틱스위밍 종목에 최대 2명의 남성 선수를 선발할 수 있도록 했지만, 여전히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모두 여성”이라고 했다. 
타임(TIME)은 “올림픽 아티스틱스위밍에 남자 선수들이 계속 출전할 수 없는 상황은 해당 종목과 남성 선수들 발전이라는 두 가지 기회를 모두 잃는 것”이라고 했다.(240808)


 

 

 

 

의자
      박철

 

 



갈참나무 허리에

연선아 좋아해, 하고 새기는 일이나

원고지에 몇 자 적는 일이나

본질은 같다



의자 모서리를 움켜쥐고 그때 그 자리에

다시 노을이 젖어오고

나는 더 우회적으로 이 일을 생각한다



어떤 기적이 있어

기대앉은 의자에 새잎이 돋고

수맥이 흐르고

나는 둥둥 떠서

기어이 너에게 갈 수도 있다

 

 

이렇게 충분히 상상할 수 있겠다. 
첫 사랑의 푸르른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한 사람이 있다. 
지금 그는 의자를 유심히 바라본다. 
의자는 낡은 정물이다. 스스로 움직이지 못한다. 
어쩌면 의자는 갈참나무를 켜서 만든 의자일지도 모른다.

갈참나무에는 “연선아 좋아해”라는 사랑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오늘 해질녘에는 노을이 축축하게 의자에 앉는다. 
의자는 수많은 계절이 흐르고 지나가는 것을 보아왔다. 
그는 정물인 의자가 다시 활물(活物)로, 갈참나무로 돌아갈 수 있을까, 생각한다. 
파릇한 새잎처럼 새뜻하고, 두근거리고, 빛이 많아 찬란하고, 속마음이 둥둥 높게 떠서 가던 그 첫사랑의 때로, 순수한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까, 묻는다.


박철 시인은 시 ‘소년에서’를 통해 그때의 어린 자아를 나무에 빗대어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멀리 대지에, 대지를 향하여, 대지를 이루고/ 너는 너 하나로 가득 자유와 생명을” 가꾸며 살라고 말한다. 
내게도, 모든 이들에게도 이렇게 속삭여주고 싶은, 어린아이가 각자의 마음속에 있을 테다.
-문태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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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역 역주행 참사’ 등으로 고령 운전자 사고의 우려가 커지자, 서울시가 만 75세 이상 고령자의 ‘택시 면허 취득’을 제한하는 등 택시 면허 제도 개선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고령 택시 기사’ 수를 점진적으로 줄여 안전사고 가능성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달 중 ‘택시 운송 사업 발전 계획안’에 이 같은 내용을 담아 국토교통부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12일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국토부가 택시발전법 등의 시행령을 개정해야 시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번 계획안을 통해 국토부에 건의하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서울 시내 택시 기사 6만8989명 중 75세 이상은 5263명으로 약 7.6% 정도다. 
서울시는 이 숫자를 점차 줄여 나가겠다는 것이다.


현재 개인택시 기사가 되려면, 다른 개인택시 기사의 영업 면허를 양수(讓受)해야 한다. 이른바 ‘번호판 구매’다. 
서울시는 이번 계획안에서 75세 이상 운전자가 앞으로 번호판을 살 수 없게 하자고 제안할 예정이다. 
이미 75세를 넘긴 개인택시 기사는 어쩔 수 없지만, 신규 진입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반 운전자의 고령화도 문제지만, 택시 운전사의 고령화는 승객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제한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법인택시의 경우 면허를 가진 택시회사가 기사를 고용해 운전을 맡기는 형태인데, 65세 이상의 경우 촉탁직으로 단기간만 고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따로 연령 제한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 도심에 빈 택시들이 줄지어 늘어서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서울시는 75세 이상 택시 기사가 면허를 시(市)에 반납할 경우 ‘감차 지원금’을 대폭 올려주는 방안도 내놨다. 

감차 지원금은 일종의 ‘보상금’ 제도다. 지원금 총액은 법인 2300만원, 개인 2800만원 수준인데, 시중의 거래 시세보다 턱없이 적어 2016년 이후 지급된 적이 없다. 
서울의 경우 개인택시 면허는 8500만~1억2000만원, 법인은 3000만~4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지원금을 총 4000만원 수준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국토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이 경우 개인택시엔 별 효과가 없을 수 있지만 법인택시엔 효과적일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75세 이상 택시 기사의 은퇴를 유도하는 ‘당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 ‘면허 자격 유지 검사’도 강화할 방침이다. 
현행 도로 찾기, 표지판 인식 등 검사에 ‘야간 시력 검사’ ‘브레이크 압력 검사’ 등 세부 항목을 추가해 검사의 문턱을 높이자는 게 서울시의 계획이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작년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총 3만9614건이었다. 
2005년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대치다. 2020년 3만1072건, 2021년 3만1841건, 2022년 3만4652건 등으로 매년 느는 추세다.


지난달 1일 ‘시청역 역주행 참사’를 낸 운전자도 68세로, 사고 원인은 ‘운전 미숙’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30일 인천 남동구에선 70대 화물차 운전자가 사고를 내 가로수를 정비 중이던 작업자 2명이 숨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초고령 운전자’ 기준을 75세 이상으로 보는 것은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있다고 보고 택시 운전자부터 개선안을 마련했다”고 했다. 
다만 택시 업계 등에선 “신체 능력이 각자 다른데 나이로 일률 제한하는 것은 기본권, 직업 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240813)


 

 

 

검찰·경찰이 한국 남성을 비하한다는 논란을 부른 손동작인 ‘집게손’ 표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9일 넥슨이 제작한 게임 ‘메이플스토리’에 이른바 ‘집게손’을 그린 것으로 허위 지목된 여성 작가의 신상을 무단으로 공개하고 모욕한 혐의를 받는 네티즌들을 재수사하라고 경찰에 요청했다. 
앞서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 서초경찰서는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가, 여성계 비판이 쏟아지자 지난 7일 번복했다. 
“수사가 미흡했다”며 다시 수사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집게손은 무언가를 집으려고 엄지와 검지를 모으는 손동작을 가리킨다. 
2030 남성들은 극단적인 여성주의 진영에서 ‘한국 남성의 성기(性器)가 작다’고 조롱하는 표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메이플스토리 홍보 영상에서 집게손 동작을 한 캐릭터를 본 남성들은 이를 ‘남성 혐오’라고 주장했다. 
일부 네티즌은 영상 제작에 참여한 여성 A씨가 과거 여성주의 성향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올렸다는 이유로 집게손을 그린 주동자로 지목하고 그의 신상 정보를 유포하고 모욕성 글을 올렸다. 
하지만 집게손을 그린 사람은 40대 남성으로 밝혀졌다. 
A씨는 지난 6월 서울 서초서에 명예훼손 등 혐의로 네티즌 35명을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A씨가 과거 여성주의에 동조하는 듯한 소셜미디어 글을 게시했었던 사실을 파악하고, 피의자들이 A씨 관련 글과 댓글을 올린 행위를 처벌할 만한 일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자 여성계는 “여성주의를 지지한다는 이유로 온라인에서 혐오 대상이 됐는데도 경찰이 직무를 유기했다” “피해자가 비판받을 만한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불송치한 것은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를 탓하는 전형적인 논리”라며 반발했다. 
경찰청 홈페이지 등에도 항의가 쇄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불송치 번복 결정과 검찰의 사실상 재수사 지휘는 이례적으로 해석됐다. 
검찰은 “피의자들이 모욕적이고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만한 글을 게시하거나 전송한 점을 고려할 때 계속 수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집게손은 성별 대결의 ‘뜨거운 감자’와도 같은 표현인데 경찰의 수사와 입장 표명에 미흡한 측면이 있지 않았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집게손은 2021년 GS25 편의점 행사 포스터에서 소시지를 이 동작으로 집는 모양이 묘사되면서 논란이 되기 시작했다. 
이후 서울경찰청의 도로교통법 개정 안내 포스터, 르노코리아 사내 홍보 채널 등에서 집게손이 등장했다며 남녀가 갈등했다. 
이후 GS리테일 계열사 홍보물에서만 집게손 관련 논란이 15건이 넘었고, SK하이닉스·LG전자·현대건설·농심·무신사·이마트 등 민간 업체 홍보물 20여 건, 국방부·여성가족부·행정안전부 등 정부 부처와 지자체 홍보물 20여 건 등에서 집게손이 문제가 됐다. 
외신도 이 논란에 주목, “한국에선 남녀의 전쟁이 격렬하게 벌어진다”고 했다.


일부 남성은 ‘집게손’을 “묵과할 수 없는 남성 혐오 표현으로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학생 임모(20)씨는 “일베의 ㅇㅂ 손동작이나 나치의 철십자 같은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직장인 박지연(27)씨는 “어쩌다가 쓸 수 있는 표현을 모조리 남혐으로 몰아가는 건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했다. 
취업 준비생 민승진(28)씨는 “이런 식의 남녀 대결이 소모적이고 피로하다”며 “생각이 다른 타인을 비난하고 파멸시키는 데 전심전력을 쏟는 사회가 된 듯하다”고 했다.(240812)


 

 

 

광복회와 야권이 실체가 없는 ‘건국절 추진’을 문제 삼으며 초유의 광복절 경축식 파행을 예고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건국절 추진을 언급한 적이 없고, 12일 김형석 독립기념관장도 “건국절 제정에 반대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광복회와 야당은 “’뉴라이트’인 김 관장 임명부터가 문제”라며 정부 행사에 불참하고 별도 행사를 열겠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광복회가 김 관장의 사상과 ‘건국절 추진’을 문제 삼는 것은 표면적 이유이고, 실제로는 자신들이 독립기념관장으로 밀던 인사가 탈락하자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대로라면 광복절에 정부의 공식 경축식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광복회 등의 별도 행사는 서울 효창공원에서 두 쪽이 나 열리게 된다.

 

 

<기자회견하는 독립기념관장 -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광복회와 야당 등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12일 광복회관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현 상태에선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대통령실은 여러 경로를 통해 이 회장에게 ‘건국절 추진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회장은 “정부가 그런 생각이라면 (독립기념관장) 인사도 철회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공식적인 행동이 있어야 우리가 정부를 믿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의 발단은 독립기념관장 선출 방식이 잘못됐다는 것”이라며 “독립 유공자 후손들이 믿을 수 있도록 인사 철회라는 공식적인 행동을 취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별다른 입장 변화가 없었다”고 했다.


이 회장은 독립기념관장 선정 과정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겠다고도 했다. 
광복회는 독립기념관장으로 백범 김구의 장손자인 김진(75) 광복회 부회장을 지지했다. 
이 회장은 후보로 올라온 김 부회장 심사 과정에서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제척됐는데 이것이 불법적인 조치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1위 후보(김 관장)가 임명됐다”며 “광복회가 독립기념관장 자리는 독립운동가의 유족만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은 다만 우 의장에게는 “국회의장은 삼부 요인이자 입법부의 수장인데 자칫 국가 행사에 나가지 않으면 정당인으로 취급받으며 오해를 살 수 있다”며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복회와 야당에서 ‘친일파’ ‘뉴라이트’라고 공격받고 있는 김 관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를 열고 논란에 반박했다. 
그는 건국절 제정에 대해 “반대한다”며 1948년 정부 수립보다 1945년 해방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저는 독립운동가를 폄훼하고 일제강점기의 식민 지배를 옹호한다는 의미로 말하는 뉴라이트가 아니다”라며 “(광복회와 야권이) 여론 몰이로 마녀사냥식 인민재판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일본 신민’ 관련 문제 발언에 대해서는 “일본에 강제 편입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손기정이) 일본 국적이 돼 올림픽에 일본 대표로 참가했고 당시 우리 국민이 일본 여권으로 세계를 여행했다는 사실은 아무리 부정해도 없어지지 않는다”며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다시는 나라를 빼앗겨서는 안 되겠다는 걸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연에서 강조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퇴 의사는 없다며 “오늘 이 시간 이후로 부당하게 비방하는 것에 대해 엄중한 법적 대응도 신중하게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오늘 기자회견을 통해 야당 등에서 제기하는 문제는 다 소명됐다고 본다”며 “이를 토대로 광복회에 참석을 재차 설득해 보겠다”고 말했다.(240813)

 



☞건국절 논란

건국절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날을 기념하자는 차원에서 필요성이 제기됐다. 
국가의 기본 요소인 영토·국민·주권을 갖춘 대한민국은 이날 건국됐다고 보고 8월 15일을 건국절로 기념하자는 것이다. 
2차 대전 종전으로 일제에서 해방된 1945년 8월 15일을 기념하는 광복절과는 다른 개념이다. 
그러나 1948년 8월 15일에 대한민국이 건국됐다면 1919년 4월 11일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이 부정된다는 이유로 반대도 만만치 않다. 
윤석열 정부는 건국절을 추진한 적이 없고 그럴 계획도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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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지식] 테니스에서 0점을 '러브'라 하는 이유

 



‘테니스의 전설’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가 3일 파리 올림픽 테니스 남자 단식 결승에서 스페인의 샛별 카를로스 알카라스에게 승리하면서 마침내 올림픽 금메달을 품었다.


세계의 시선이 집중된 이 경기에서 장내 아나운서는 점수가 0점임을 알리면서 제로(zero) 대신 러브(love)라고 불렀다. 
테니스뿐 아니라 탁구와 배드민턴, 스쿼시 등 라켓을 들고 공을 주고받는 스포츠 종목에서도 0점을 러브라고 부른다.

 

 

<지난달 29일 프랑스 스타드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남자 테니스 단식경기에서 세르비아의 노박 조코비치가 공격을 하고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가설이 전해진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게임에 대한 순수한 열정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미국 사전 메리암웹스터는 “금전적 이득을 위해서가 아니라 경기 그 자체를 사랑해서 게임에 임한다는 뜻인 ‘to play for love’라는 문구에서 유래됐다”고 전한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시해 0점도 개의치 않는다는 의미로 확장됐고, 여기서 ‘0′ 대신 ‘love’를 쓰게 됐으며 다른 라켓 스포츠로 전파됐다는 것이다.


테니스공과 비슷하게 생긴 달걀의 프랑스어(L’oeuf·뢰프)에서 유래되었다는 가설도 있다. 
16세기 프랑스에서부터 시작된 귀족 스포츠 테니스가 영어권 국가들에 보급되면서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표현이라는 것이다. 
또 ‘아무것도 아닌(Nothing)’이란 뜻을 가진 스코틀랜드 고어 로브(Loove)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240823)


 

 

교체 선수도 신들린 듯… 펜싱 올림픽 3연패 찌른 3가지 비결

사브르 단체전 세계 정상 비결

 



지난 31일(현지 시각) 그랑 팔레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 
이 종목 통산 10회 우승을 자랑하는 헝가리를 맞아 한국 대표팀은 6라운드까지 30-29로 1점 앞선 채 살얼음판 승부를 벌이고 있었다. 
원우영(42) 대표팀 코치는 이때 과감히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베테랑 구본길(35)을 빼고 도경동(25)을 투입한 것. 8강전과 4강전을 뛰지 않아 “몸이 근질근질하다”던 신예 검객은 피스트(piste·펜싱 경기대)에 오르자마자 5점을 연속으로 따냈다. 
한국 남자 사브르가 올림픽 3연패(連覇)를 이룬 결정적 장면이었다.

 

 

<대한민국 펜싱 대표팀 오상욱을 비롯한 코치진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금메달 결정전 헝가리와의 경기에서 도경동 득점때 기뻐하고 있다.>

 


한국이 헝가리를 45대41로 누르고 금메달을 확정 짓자 “대~한민국!” 응원 소리가 메아리쳤다. 
2012 런던 올림픽 우승 멤버 원 코치는 “도경동이 들어가면서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웃더라. 5점을 연속으로 뽑아낼 땐 소름이 돋았다”고 했다.

 

 

<경기도 예술, 경기장도 예술 - 지난 31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끝난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 대표팀 박상원(앞줄 왼쪽), 오상욱, 구본길(뒷줄 왼쪽), 도경동이 메달을 들고 자축하고 있다.>

 

 

오상욱(28)과 구본길, 박상원(24), 도경동으로 구성된 ‘뉴 어펜저스(어벤저스+펜싱)’가 2012 런던, 2020 도쿄(2016 리우는 사브르 단체전이 열리지 않음)에 이어 3대회 연속 우승 금자탑을 쌓았다. 
지난 27일 개인전 우승으로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겼던 오상욱은 한국 펜싱 사상 첫 올림픽 2관왕에 올랐다. 
한국이 하계 올림픽에서 따낸 통산 300번째 메달. ‘어펜저스’는 한국 사브르 전성기를 상징하는 별명이다. 
김정환(41)과 구본길, 오상욱, 김준호(30)로 이뤄진 원조 ‘어펜저스’는 도쿄 올림픽과 세 차례 세계선수권, 두 차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합작했다. 
김준호가 대표팀을 은퇴하고, 노장 김정환이 부상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대신 신예 박상원과 도경동이 합류하면서 ‘뉴 어펜저스’가 결성됐다. 
오상욱은 “’어펜저스’가 펜싱에 농익은 이들이었다면, ‘뉴 어펜저스’는 쓰나미처럼 몰아치는 힘이 있다”고 했다.


쟁쟁한 선배를 대신하게 된 박상원과 도경동은 압박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두 형이 용기를 심어줬다. 
구본길은 “우리가 못하면 너희가, 너희가 못하면 우리가 커버해줄 수 있다. 서로 믿고 가자”고 했다. 
‘막내 라인’도 두 형에게 힘이 되어줬다. 도경동은 8강전에서 구본길이 흔들리자 라커룸에서 ‘형, 왜 자신이 없어? 내가 (후보로) 뒤에 있으니 하고 싶은 거 다 해봐’라고 했고, 자신감을 찾은 구본길은 4강전부터 제 기량을 발휘했다. 
오상욱도 도경동이 피스트 아래에서 수시로 ‘형이 최고야!’라고 외쳐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오는 10월 전역 예정이던 국군체육부대 소속 도경동은 금메달로 조기 전역 혜택을 받게 됐다. 박상원은 파워 넘치는 플레이를 앞세워 활기를 불어넣었다.


명실상부한 사브르 세계 최강자로 거듭난 오상욱은 “단체전을 완벽하게 끝냈다면 30분 정도는 자만할 수 있었을 것 같다”면서 “마지막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인 게 마음에 걸린다.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올림픽 3연패 과정에 모두 참여한 유일한 선수인 구본길은 “2026 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고 싶다”고 했다. 
결승전이 벌어진 31일은 원래 둘째 아들 출산 예정일. 아내가 코로나에 걸리면서 수술 날짜를 구본길 귀국일(8월 5일)에 맞췄다고 했다. 
“모찌(태명)가 오늘 나왔으면 행운을 가져갔을 거라고 아내가 그러더라고요. 아빠를 위해 기다려준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대한민국 펜싱 대표팀 구본길, 오상욱, 박상원, 도경동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수여받은 후 기뻐하고 있다.>

 


금메달로 가는 길에 가장 고비가 될 것으로 보였던 경기는 프랑스와 4강전이었다. 
프랑스 홈 관중들은 응원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며 분위기를 휘어잡았다. 
하지만 ‘뉴 어펜저스’는 압도적 실력으로 관중을 잠재웠다. 
진천선수촌에서 함성과 박수 소리가 담긴 스피커를 틀어놓고 ‘소음 훈련’을 한 게 도움이 됐다고 한다. 
국제 심판을 초청한 연습 경기에서 일부러 불리한 판정을 해 멘털을 흔드는 모의 훈련도 효과를 발휘했다.


올림픽 3연패엔 2003년부터 회장사로 후원한 SK텔레콤 역할도 적지 않았다. 
SK텔레콤이 펜싱 경기력 향상과 저변 확대를 위해 쓴 지원금은 300억원에 이른다. 
국제 그랑프리 대회를 매년 1~2개 개최하고, 해외 훈련과 국제 대회 출전을 지원하면서 펜싱 국제 경쟁력이 크게 향상됐다는 분석이다.


☞사브르·플뢰레·에페

펜싱은 플뢰레·에페·사브르로 나뉜다. 
사브르(Sabre)는 머리와 양팔을 포함한 상체만 공격할 수 있다. 총 길이 105㎝, 날길이 88㎝, 무게 500g 칼 앞날 전체와 뒷날 3분의 1부분으로 찌르기와 베기가 모두 가능하다. 
플뢰레는 오직 검 끝으로 몸통을 찔러야 득점이 인정되며, 에페는 검 끝으로 몸 전체를 찌른다.

 

 

오상욱이 궁금해한 이 그림, 명품 포스터

메달리스트가 받은 상자 속엔…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메달리스트들이 메달과 함께 받는 ‘의문의 상자’가 있다. 
무슨 상자길래 메달리스트마다 주는가 했는데 속에는 다름아닌 파리 올림픽 상징 포스터가 담겨 있었다.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겨준 펜싱 국가대표 오상욱(대전광역시청)은 지난 28일 이 포스터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공개했다.

 

 

<오상욱이 펜싱 금메달과 함께 받은 파리 올림픽 포스터.>

 

오상욱은 파리 올림픽 포스터 사진을 게재하면서 “메달이랑 같이 받은 이건 어디에 쓰는 거죠?”라는 글을 남겼다. 
그는 같은 날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올림픽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파레스페르자니(튀니지)를 15대11로 누르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시상식 때 오상욱에게는 금메달과 함께 ‘의문의 상자’도 전달됐는데, 당시 취재진이 그에게 내용물에 대해 묻자 “소셜미디어로 어떤 것인지 공개하겠다”고 답했다. 
영국 매체 ‘메트로’에 따르면, 이 포스터는 파리 출신의 예술가 우고 가토니가 올림픽을 위해 특별 제작한 상징 포스터다. 
가토니는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스카프 디자이너로도 유명하다.


과거 올림픽 상징 포스터는 단순함이 특징이었던 반면, 이 포스터는 파리의 에펠탑·개선문 등 역사적 기념물과 스포츠 시설을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다양한 스포츠 종목도 묘사돼 있는데, 이번 파리 올림픽에 새롭게 추가된 종목 4개의 선수들 모습이 포스터에 숨겨져 있다. 
이번 올림픽에는 브레이크 댄스, 스포츠 클라이밍, 스케이트보드, 서핑이 새로운 종목으로 채택됐다.


가토니는 인공지능(AI)의 도움 없이 수작업으로만 포스터를 완성했다. 
특히 어떤 색상을 사용할지 결정하는 데만 6개월이 걸렸고, 포스터 작업에는 2000시간 이상이 소요됐다고 한다. 또 파리 올림픽 공식 마스코트 8개가 포스터 곳곳에 숨겨져 있다. 
요아킴 론신 파리 올림픽 디자인 디렉터는 지난 3월 이 포스터를 공개하면서 “로고와 날짜만 적힌 지루한 포스터가 되길 원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이 포스터에서 영감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했다.(24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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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 김은지(가명·9)양은 군것질을 입에 달고 산다. 
아빠는 돈벌이를 하느라 바쁘고, 베트남 출신 엄마는 우리말이 서툴러 진솔한 대화를 나누지 못한다. 
김양 몸무게는 92㎏(키 142㎝). 당뇨 전 단계에 지방간과 고지혈증이 있지만 편의점을 뻔질나게 드나들고 어른들 몰래 숨어서 먹는다. 
얼마 전부턴 생리를 시작해 병원을 찾았다. 김양을 진료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비만으로 성조숙증이 발생한 것”이라며 “먹는 것과 운동량 등이 조절 안 돼 살이 찐, 어린이 비만에서 볼 수 있는 최악의 경우”라고 했다.


아이들이 살찌고 있다. 
대한비만학회가 최근 발표한 ‘2023 비만 팩트시트(2023 Obesity Fact Sheet)’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소아·청소년 5명 중 1명(19.3%)이 비만이다. 
최근 10년간(2012~2021년) 소아·청소년 비만 유병률(지역 인구 대비 환자 수 비율)이 남녀 모두 증가했다. 
남아는 2.5배(10.4% → 25.9%), 여아는 1.4배(8.8% → 12.3%)로 늘었다. 특히 학령기 아동 가운데 많다.

 

 

<비만 어린이 캠프에 참가해 안간힘을 쓰며 살빼기 운동을 하는 아이들. 
지난 2007년 8월 2일 오후 군포보건소와 군포청소년수련관에서 함께 마련한 '2007 어린이 건강캠프'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즐겁게 운동을 하고 있다.>

 


문제는 부모 학력이 낮을수록, 가구 소득이 적을수록, 농촌에 살수록 소아·청소년의 비만 확률이 높아져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깊어지는 추세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김현창 교수 연구팀이 지난 5월 질병관리청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매년(2006~2020년) 참여한 중·고등학생 82만명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사회경제 수준 지표 중 청소년 비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아버지 학력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어머니 학력, 가구 소득, 거주 지역 순이었다. 
연구팀은 “소아·청소년에서 비만이 빠르게 증가하고 사회경제적 격차가 커지는 추세는 심각한 문제”라며 “학교와 지역사회가 앞장서서 건강 격차의 근본 원인인 빈곤과 불평등 문제를 줄이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다문화 가정이 급속도로 늘고 있는 점도 비만과 연계해 주의해서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상대적으로 소득이나 교육 기회가 적은 경우가 많은데 보호자가 자녀에게 관심을 쏟는 정도도 낮아서 아이들이 쉽게 살찔 수 있다는 것이다. 
2020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청소년의 비만 관련 요인에 대한 다층 모형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가족의 소득이 낮을수록, 거주 지역에 편의점이 많을수록 비만율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실제로 저소득층의 경우 지자체가 주는 아동 급식 카드를 활용해 아이들이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흔한데, 집 근처 편의점에서 고열량 군것질에 익숙해지는 사례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뚱뚱하면 성인이 됐을 때도 비만할 확률은 70~80% 정도로 높은 편이다. 
몸 안에 지방이 쌓이면 호르몬계가 교란돼 성호르몬이 만 8~9세 이전에 분비되고 성조숙증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비만과 소득 격차, 불평등은 한 줄로 묶여 있는 구조여서 따로 떼놓고 보면 해결이 안 된다”고 했다. 가난과 비만을 함께 대물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정책 연구 ‘소아 비만과 학업성과의 관계’에 따르면 거의 대부분 국가에서 어린 시절 체질량지수가 높을수록 학교 성적이 낮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성인기에 직업 전망 및 소득 격차와 같은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


한편 정부는 9일 신체뿐 아니라 정신·정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돕기 위해 학교 내에 통합 지원 센터를 만드는 ‘학생 맞춤형 마음건강 통합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청소년(12~17세) 5명 중 1명(18%)은 정신장애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240810)



 

 

 

지난 7일 오전 전남 무안군의 한 양계장. 
오전 9시인데도 기온이 33도까지 올라 얼굴이 후끈거렸다. 
1980㎡(약 600평) 크기 축사 안에 들어가니 치킨용 닭 4만 마리가 고개를 쳐들고 입을 계속 뻐끔뻐끔하고 있었다. “닭은 사람처럼 땀샘이 없어서 저렇게 숨을 내쉬면서 체온을 낮춰요. 얘들 보고 있으면 안쓰러워 죽겠어요.” 농장 주인 김화실(59)씨가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6일 전남 장성군 장성읍의 한우 축사. 찜통더위로부터 한우를 지키기 위해 물안개를 뿌리는 '쿨링포그'와 대형 선풍기를 24시간 돌리고 있다.>

 


축사 안에는 ‘쿨링패드’ 2대와 환풍기 18대가 ‘윙윙’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쿨링패드는 벽에 붙어 있다. 가로 25m, 세로 2m로 꽤 크다. 
물을 뿜어 외부에서 들어오는 뜨거운 공기를 식히는 장비다. 1대당 가격이 3000만원이나 한다.


닭이 잘 자라는 온도는 23도, 습도는 50% 정도다. 
김씨는 “24시간 이렇게 용을 쓰는데도 축사 안 온도가 29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아 속이 탄다”며 “무더운데 소나기까지 자주 와 걱정이 태산”이라고 했다.


충북 괴산에서 8년째 닭을 키우고 있는 주영환(69)씨는 “올여름 폭염으로 닭 2000마리가 죽었다”며 “남들은 열대야 때문에 못 잔다고 하는데 농민들은 애들 걱정에 잠을 못 잔다”고 했다.

 

 




연이은 찜통더위에 축산 농가들이 ‘온도 낮추기 전쟁’을 벌이고 있다. 
농민들은 “축사 안 온도를 1도라도 더 낮추려고 매일 악전고투하고 있다”고 했다. 
바닷물 온도가 상승해 양식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8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여름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은 42만4000마리다. 작년보다 17만 마리 많다. 
닭·오리가 39만3000마리, 돼지가 3만1000마리다. 더위에 약한 닭 피해가 특히 크다. 
양식장에서는 강도다리, 조피볼락(우럭), 넙치 등 43만9000마리가 죽었다.


한우 농가는 물안개를 내뿜는 ‘쿨링포그’로 버티고 있다. 
지난 6일 찾은 전남 장성군 한우 농가. 천장에 달린 쿨링포그 장비에서 물안개가 번지자 한우들이 몰려들었다. 
요즘에는 열대야 때문에 24시간 가동한다. 대형 환풍기 40여 대도 함께 튼다. 
농장 주인 심성택(58)씨는 “요새 축사 안 온도가 38도까지 올라가 한우들 살이 쑥쑥 빠진다”며 “쿨링포그를 풀가동해야 겨우 2도 낮추는 정도이지만 이마저 없으면 큰일 난다”고 했다.


충남 홍성군의 젖소 농장에서는 하루 두 번 젖소들에게 물을 뿌려 샤워를 시킨다. 
2시간마다 항문에 얼음을 넣기도 한다. 매일 축사 지붕에 물을 뿌리고 햇빛을 막는 차광막도 설치했다. 
양영모(38)씨는 “이렇게 온갖 방법을 다 쓰고 있는데도 우유 생산량이 15% 줄어 속상하다”고 했다.


여름 영양식을 먹이는 곳도 많다. 지난 5일 찾은 전북 임실군의 한우 농가에서는 소들이 비타민, 염분 등이 든 ‘미네랄 블록’을 핥아 먹고 있었다. 이 농장은 소에게 생옥수수도 먹이고 있다. 
농장주 김모(66)씨는 “생옥수수는 수분이 많아 여름에 꼭 챙겨 먹인다”며 “더위에 소들도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 사료에 스트레스 완화제도 섞는다”고 했다.


바닷물 온도도 상승해 전국 앞바다 곳곳에 고수온특보가 내려졌다. 
수온이 올라가면 물속 산소량이 줄어 어패류가 폐사한다. 
지난 7일 경남 통영시 산양읍 앞바다의 가두리 양식장은 햇빛을 막는 차광막을 점검하느라 분주했다. 
산소발생기도 준비했다. 이곳에서는 조피볼락과 참돔 등 40만 마리를 키운다. 어민 김수환(42)씨는 “올해 폭염이 심해 작년보다 더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전남 완도군은 지난달 29일부터 ‘전복 굶기기’에 나섰다. 전복이 먹고 남은 먹이가 썩으면 물속 산소가 더 줄어들기 때문에 아예 덜 먹이는 것이다. 
주영철 완도군 어패류팀장은 “전복이 살이 빠져 상품 가치가 떨어지더라도 일단 살리는 게 더 중요한 상황”이라고 했다.(24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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