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경기도 고양의 그랜드백화점 일산점이 문을 닫는다. 1996년 개점 후 28년 만이다. 한때 일산 신도시 중심에서 지역 주민들의 인기를 끌었지만, 매출 부진으로 운영을 종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6월엔 서울 구로구에 있는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도 폐점한다. 빅3 백화점인 현대백화점이 서울 점포의 문을 닫는 것은 처음이다. 현대백화점은 건물 소유주인 자산운용사와 임차 계약을 맺고 점포를 운영했는데,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작년 롯데백화점 마산점, NC백화점 서면점 등이 폐점한 데 이어 백화점이 잇따라 문을 닫고 있는 것이다.
백화점이 사라지고 있다. 인터넷 쇼핑의 일반화와 함께 오프라인에선 복합 쇼핑몰에 소비자들이 몰리는 쇼핑 문화의 변화 때문이다. 장기간 ‘유통업의 제왕’으로 불렸던 백화점의 입지가 좁아지며 아예 문을 닫는 점포가 늘고 있는 것이다. 전국의 좋은 입지를 선점해 백화점을 세우면 돈을 쓸어 담던 시절은 끝난 지 오래다. 게다가 백화점 업계에서도 극심한 양극화로 지방이나 중소 점포는 겨우 숨통만 이어가는 수준이라는 말이 나온다. 매출 상위 12개 점포의 매출이 국내 전체 백화점 매출의 50%를 넘을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문을 닫고 싶어도 고용 문제와 지자체와의 협의에 가로막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점포가 수두룩하다”면서 “폐점을 적기에 할 수 있는 기업의 경쟁력이 올라갈 것이란 말도 나온다”고 했다.
작년 문을 닫은 롯데백화점 마산점은 5대 백화점(롯데, 신세계, 현대, 갤러리아, AK) 점포 가운데 매출 최하위였다. 그랜드백화점 일산점 역시 매출 부진으로 영업 종료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부산 센텀시티점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롯데백화점은 10여 개 매출 부진 점포에 대해 점포 효율화를 하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화점이 사라지고 있는 건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 대표 백화점 브랜드 메이시스(Macy’s)는 지난달 11일 3분기 콘퍼런스 콜을 통해 2025년 2월까지 65개 점포의 문을 닫는다고 밝혔다. 작년 초 50개의 점포를 닫겠다고 발표했는데, 폐점하겠다는 매장이 15개 늘어났다. 일본백화점협회에 따르면 2010년 261개였던 일본의 백화점은 현재 171개로 줄었다.
백화점의 몰락을 두고 쇼핑 문화의 변화를 꼽는 사람이 많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의 공습에 직격탄을 맞은 게 가장 큰 이유”라며 “가만히 있으면 찾아왔던 손님들이 이제는 백화점 대신 먹거리, 즐길 거리가 풍부한 복합쇼핑몰을 찾으면서 백화점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졌다”고 말했다.
실적이 부진한 점포를 무작정 닫을 수 없는 것도 백화점 업계의 고민이다. 국내 대형 백화점 관계자는 “경영진 입장에서는 장사 안 되는 점포를 닫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고용된 직원들의 문제도 있고 여기에 더해 지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줘 지자체와 정치인들의 반대도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백화점 관계자는 “각 백화점이 팀을 꾸려 점포 효율화 전략을 짜내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백화점들이 폐점과 함께 찾아낸 자구책은 ‘간판 바꿔 달기’다. 백화점 간판을 떼고 소비자들이 찾아올 수 있는 공간으로 재단장하는 것이다.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은 작년 8월 ‘신세계 사우스시티’로 재탄생했다. 현대백화점도 작년 9월 부산점을 새단장하며 ‘커넥트현대’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롯데백화점은 작년 5월 수원점 이름을 ‘타임빌라스 수원’으로 바꾸고 인근 복합쇼핑몰과 경쟁을 하고 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업태의 경계를 허무는 쇼핑몰로 전환하는 등 살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5대 백화점 68개 점포의 전체 거래액은 39조8002억원으로 전년(39조4281억원) 대비 0.9% 느는 데 그쳤다. 성장세가 꺾였다고 백화점 업태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드물다. 다만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메가 점포만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중소형 점포는 생존이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 작년 거래액 1조원을 돌파한 12개 점포는 5대 백화점 68개 점포 전체 거래액의 53%를 차지했다. 2023년 12개 점포가 전체에서 차지한 비율은 51%였는데 2%포인트 높아졌다. 국내 백화점 매출 1위 점포인 신세계 강남점의 경우 작년 11월 28일 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매출 3조원 돌파 시점이 전년(12월 20일)에 비해 약 3주 빨라졌다. 2023년 2조7000억원대 거래액을 올린 롯데 잠실점은 작년에 처음으로 매출 3조원을 넘어섰다.
매출 하위권 점포는 매출 부진이 가속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68개 점포 가운데 매출 기준 31위~68위 점포 중 작년에 2023년보다 매출이 증가한 점포는 7개뿐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이 나오지 않는 점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정리하는 데 백화점 기업의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250108)
로봇은 이제 대한민국의 산업 현장 구석구석을 바꾸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로봇 밀도(공장 직원 한 명당 로봇 수)가 가장 높은 국가인 만큼, 많은 기업들은 계속되는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인건비 문제와 주 52시간 근무제의 한계를 로봇화(化)를 통해 극복하고 있다.
로봇화 비율이 올라가면서 인력 채용 관행도 달라지는 모습이다. 단순 수작업보다는 기술 설계·관리·기획 분야의 직원을 채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로봇 대체가 가능한 기존 업무 담당자들을 다른 분야로 돌리기도 하고, 심지어 야근을 할 업무량도 로봇의 효율성으로 주간 근무시간에 대체하는 등의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있는 제조 업체 뉴서광의 공장 풍경. 다(多)관절 로봇 여러 대가 냉장고 등 생활 가전에 붙이는 문(door)을 만들고 있다. 이 업체는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건비가 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체 공정의 70%를 로봇화했다.>
반면 자본력이 부족해 로봇화(化)를 따라잡지 못하는 기업들은 점점 도태되는 그늘도 엄혹한 현실이 되고 있다. 이들은 “로봇화에 한번 뒤처지니 양극화의 간극을 따라잡기가 갈수록 더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있는 생활 가전 전용문 제조업체인 뉴서광도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건비가 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로봇화에 박차를 가한 경우다. 이곳 관계자는 “2019년에 최저임금이 8000원대로 오를 때부터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로봇 도입을 했고 그 결과 전체 공정의 70%가량 로봇화를 이뤘다”면서 “인력을 새로 채용할 때도 단순 작업자보단 기술 설계 및 관리, 기획 부문에서 직원을 뽑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경북 칠곡에 있는 자동차 부품 가공 업체 화신정공은 2016년에 처음 산업용 로봇을 두 대 도입한 이후 현재 로봇 27대를 운용하는 곳이다. 전체 공정의 87%까지 로봇화를 이뤘다. 이 업체는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건비가 오르자 로봇화를 서둘렀다고 했다. 김철우 화신정공 대표는 “우리 월평균 임금이 이젠 일본을 넘어섰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인건비가 오르는 것을 보고 로봇 도입에 속도를 더 냈다”고 했다. 로봇화 덕에 인력 배치도 달라졌다. 김 대표는 “기존 5명이 작업하던 부품 가공 공정에는 로봇 2대를 비치하고 사람은 두 명만 남겼다. 나머지 3명은 새로운 신규 라인에 배치했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직원 수는 줄었지만 생산량은 더 늘었다. 3300여㎡(1000평)가량 공장을 증축했다. 2016년 135명이던 직원은 현재는 120명 정도다.
주 52시간 근로제의 한계를 로봇 도입을 통해 극복하는 경우도 있다. 경남 창원에 있는 한 도금업체 대표는 “주 52시간 근로제로 인해 직원들에게 야근이나 추가 근무를 시킬 수 없게 되면서 로봇을 전체 공정에 투입시킬 방법을 연구하게 됐다”고 했다. 로봇 한 대를 들여놓으면 직원 10명 몫을 하니 인력을 더 뽑지 않아도 생산량을 늘릴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기업들의 로봇 도입과 신기술 투자는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 따르면 로봇화에 뛰어든 우리 기업은 2524곳(2023년 기준)으로 2019년보다 13%가량 증가했다. 이들 중 41%는 로봇 관련 연구소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고, 특히 ‘전문서비스용 로봇(66.0%)’ ‘로봇임베디드(59.6%)’ ‘개인서비스용 로봇(49.4%)’에 비용을 투자하고 있었다.
반면 로봇화에 돈을 쓸 여력이 없는 기업들은 점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남 창원의 자동차 부품 업체를 운영하는 하모(58)씨는 “로봇화를 위해 몇억원씩 하는 자금을 조달하는 게 영세기업 입장에선 쉽지 않고, 정부 지원을 받으려고 해도 어느 정도 스마트 공장을 구축한 곳이 먼저 되기 때문에 디지털 전환율이 낮을수록 로봇화는 더 어렵다”고 말했다. 로봇화에 뒤처질수록 인건비에 허덕여 매출과 생산율을 올리기 쉽지 않고, 로봇 투자는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을 겪는다는 설명이다.
작년 한국산업단지공단이 경남 창원 산단을 중심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곳 중소제조업체의 40.7%는 “자금 조달이 어렵다”고 대답했다. “정부, 지자체 지원이 부족하다”고 답한 경우는 25.9%, “투자 비용 대비 회수 기간이 길다”고 답한 경우는 20.4%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신기술 도입률 격차도 아직 크다. 작년 중기중앙회와 통계청에 따르면, 로봇 및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도입률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대기업이 신기술을 도입한 경우는 24.5%, 중소기업(50인 이상 300인 미만)의 신기술 도입률은 12.1% 정도였다.(250102)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합의한 휴전안에 따르면 양측은 여성 인질 3명과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90명을 교환하는 것을 시작으로 6주 동안 이스라엘 인질 33명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737명을 맞교환한다. 이스라엘 인질 한 명당 팔레스타인 수감자 22.3명에 해당한다. 이스라엘은 왜 불리해 보이는 거래 조건을 받아들일까.
유대교 교리의 영향을 받은 이스라엘의 국가 이념 때문이다. 유대교 지침서 탈무드는 “한 생명을 구하는 것은 온 세상을 구하는 것과 같다”는 말로 단 한 명이라도 위험에 처한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율법을 어겨도 된다는 ‘피쿠아흐 네페시’라는 예외 원칙마저 있다. 이러한 세계관은 예수 그리스도 탄생 이후를 다루고 있는 기독교 신약성서에도 나타난다. 마태·누가 복음에도 “양 100마리 중 한 마리가 길을 잃으면 99마리를 내버려두고 길 잃은 양을 찾아 나서며, 잃지 않은 99마리보다 한 마리를 찾은 것을 더 기뻐한다”는 내용이다.
<19일 가자지구에서 석방된 이스라엘 인질 도론 스타인브레처(31) 아버지를 껴안고 있다.>
2000여 년에 걸친 방랑 생활과 제2차 세계대전 홀로코스트(대학살)를 통해 이 같은 신념은 더욱 강해졌다. 이스라엘은 공동체의 ‘책임’을 의미하는 ‘아하라이우트(Achrayut)’란 표현을 통해 국민 한 사람, 병사 한 사람을 지키는 것을 국가와 군대의 책임이자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인식한다. 이는 “이스라엘인을 구하기 위해선 어떤 대가도 감수할 수 있다”는 이스라엘 정치의 한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들은 이스라엘의 이런 ‘약점’을 적극 활용했다. 1970년대부터 소수의 이스라엘 민간인이나 군인을 납치, 다수의 팔레스타인 수감자와 교환을 요구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2006년에는 가자지구에서 납치된 이스라엘 군인 1명을 돌려받기 위해 팔레스타인 수감자 1027명을 석방했다.(250121)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고록이 최근 출판돼 주목을 받았다. 교황 이름은 선출된 후 스스로 정하는데 전임자이자 열여섯 번째 ‘베네딕토 교황’을 뜻하는 베네딕토 16세처럼, 대부분의 교황엔 ○세가 붙는다. 2013년 즉위한 지금의 교황은 ‘프란치스코’를 처음 선택했기 때문에 ○세가 없다. 그의 전에 아무도 안 쓴 교황명을 선택한 사례는 913년 즉위한 란도 교황이 마지막이었다. 그만큼 드물다는 뜻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차별화된 행보를 보여온 프란치스코 교황의 독특한 특성과 관련이 있다. 프란치스코는 ‘가난한 이들의 성자’로 불리는 ‘아시시의 프란치스코’에서 딴 이름이다. 사치를 멀리하고 소박하게 빈자(貧者)를 챙기는 교황과 성품이 닮았다. 첫 남미 출신이자 첫 예수회 출신 교황인 그가 가톨릭의 화합을 역설하기 위해 ‘프란치스코’를 선택했다고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가톨릭 수도회 중 하나인 예수회는 과거 선교 방식 등을 두고 프란치스코회와 대립했다. 교황이 갈등의 역사를 뒤로하자는 뜻을 담아 ‘프란치스코’란 이름을 골랐다는 것이다.
<15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아지를 쓰다듬고 있는 모습.>
특이하게 자주 선택되는 교황 이름 둘을 합쳤던 요한 바오로 1세(1978년 즉위)처럼,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1세’를 붙이자는 의견도 나왔다. 교황은 사양했다. 왕이나 귀족 등에게 많이 붙어 권위적이란 느낌이 드는 ‘○세’를 수수한 성품의 교황이 달가워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풀이된다.
한편 역대 교황 중 가장 많이 선택된 이름은 예수의 제자였던 요한이다. 21명이 썼다. 공동 2위는 가톨릭 성인인 그레고리오·베네딕토로 16세까지 있다. 최초의 교황으로 불리는 예수의 제자 베드로의 경우 스포츠팀의 영구 결번처럼, 감히 이름을 따서 쓴 후임자가 없는 경우다.(250118)
교통 전문가들은 “‘블랙 아이스(Black Ice)’는 눈길이나 빙판길과 달리 눈에 보이지 않아 위험하다”며 “눈으로 보고 피하려고 하면 이미 늦는다”고 했다. 겨울철 새벽에 운전할 때는 항상 블랙 아이스가 있다고 생각하고 방어 운전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블랙 아이스가 특히 잘 생기는 구간을 알아두면 좋다. 터널과 지하차도 출입구는 보통 햇볕이 잘 들지 않아 블랙 아이스가 생기기 쉽다. 다리와 고가도로도 위험하다. 공중에 떠 있어 찬 바람이 많이 불고 도로 표면 온도도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그늘진 산모퉁이 도로도 조심해야 한다.
블랙 아이스가 있거나 미끄러운 도로를 달릴 때는 속력을 줄이고 앞 차와 거리를 평소의 2배 이상 띄워야 한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블랙 아이스가 낀 도로에서는 제동 거리가 평소의 9배까지도 늘어날 수 있다”며 “고속도로에선 시속 80㎞ 이하로 달리고 앞 차와 간격도 100m 이상 유지해야 안전하다”고 했다.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블랙 아이스가 생긴 도로는 일반 도로보다 14배, 보통 눈길보다 6배 미끄럽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끄러운 도로에선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거나 핸들을 확 돌려선 안 된다. 차량이 중심을 잃고 회전해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핸들은 최대한 한 방향으로 유지하고 브레이크는 가볍게 두드리듯 여러 번 끊어서 밟아야 한다”고 했다. 엔진 브레이크를 활용해 속도를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눈앞에서 추돌 사고가 벌어졌을 경우엔 “무리하게 사고를 피하려고 하지 말고 앞차와 최대한 살살 부딪힌다고 생각하고 대응하는 게 낫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도로에 제설제가 뿌려져 있다고 방심하면 안 된다. 현철승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AI빅데이터융합센터장은 “제설제를 뿌리면 쌓인 눈은 녹지만 도로가 축축하게 젖는다”며 “기온에 따라 살얼음이 낄 수 있다”고 했다.(250115)
“이곳에선 사람 한 명이 로봇 6대를 움직입니다. 로봇이 주요 공정의 100%를 처리하는 거죠.”
지난달 중순 광주광역시 광산구 뉴서광 공장. 이곳에서 일하는 김형진 연구소장이 공장 안쪽을 가리키며 들려준 말이었다. 뉴서광은 냉장고와 같은 생활가전 전용문을 만드는 중소 제조업체다. 전체 공정의 70%를 다(多)관절 로봇을 활용해 자동화했다. 특히 주요 공정으로 꼽히는 철판 부품 삽입 및 조립과 문(door)을 프레스 공정을 거쳐 모양을 잡고 완성하는 과정에선 제어·관리하는 사람 한 명에 로봇 8대가 움직인다. 김 연구소장은 “우리뿐 아니라 다른 제조업 공장을 가봐도 주요 공정은 사람 한 명에 로봇 여러 대가 붙어 처리한다”며 “로봇과의 협업은 이젠 일상”이라고 했다.
<기아 전기차 전용 공장 - 로봇만 움직일 뿐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경기도 광명에 있는 기아 오토랜드 전기차 전용 공장. 전기 차량의 몸체가 모듈 조립 공정 라인 상부에 도착하자, 로봇이 밑에서 차체와 배터리 모듈 시스템을 나사로 조이며 합체시키고 있다. 이곳 공장엔 수십 대의 완전 자동화 로봇이 매일 가동된다. 사람(관리자) 한 명에 로봇 수십 대가 함께 일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1950~1960년대만 해도 노동집약 산업의 대표격인 봉제나 가발 같은 경공업에서 출발, 1970년대 중공업화를 추진할 때도 조선, 자동차 등 대규모 노동력이 필요한 분야 중심으로 산업화를 이뤄냈다. 하지만 우리 산업의 현장은 이제 로봇이 좌지우지한다. 2025년 한국 산업 현장의 주역이 로봇이란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는 직원 1만명당 로봇 1012대를 쓰는 나라였다. 이미 우리나라는 로봇 밀도(공장 직원 한 명당 로봇수) 전 세계 1위 국가인 것이다. 싱가포르와 중국이 그 뒤를 이었다. 전 세계 평균(1만명당 162대)의 6배가 넘는 수치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중소기업 제조업 현장에서도 로봇은 이제 각종 공정을 해결하는 ‘필요 조건’이다. 일부 주요 공정에선 ‘1직원 1로봇’을 훌쩍 넘어 ‘1직원 N로봇’ 시대에 이미 진입했다. 사람보다 로봇이 많은 현장을 보는 것이 갈수록 흔한 풍경이 되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가파른 경제성장 이후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사람’에서 ‘로봇’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는 산업 현장을 살펴봤다.
로봇 밀도는 그 나라의 제조업이 얼마나 자동화됐는지 평가하는 기본 지표로 여겨진다. 우리나라는 로봇 밀도 1위 나라일 뿐 아니라, 지난 2018년 이후로 매년 5%씩 성장한 유일한 나라이기도 하다. 국제로봇연맹 다카유키 이토 회장은 “강력한 자동차 산업과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자제품 부문을 보유한 한국은 산업용 로봇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국가”라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경기도 광명에 있는 기아 오토랜드 전기차 전용 공장. 이곳에서도 전기차 조립은 로봇이 담당한다. 사람은 한두 명이 완전 자동화 로봇 수십 대를 작동·관리하고, 주요 공정의 일부분은 로봇이 처리한다. 대표적인 과정이 차체와 배터리 모듈 시스템을 조립하는 공정이다. 전기차 몸체가 모듈 조립 공정 라인 상부에 도착하면 매일 수십 대의 로봇이 그 밑에서 배터리 시스템을 나사로 조이고 합체한다. 기아 관계자는 “나사를 조이는 압력과 각도의 수치를 매번 균일하게 작업하기 위해 100% 로봇을 사용한다”면서 “이를 통해 압력을 너무 주거나 혹은 덜 줘서 생기는 각종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고 했다.
제조업뿐 아니라, 물류·서비스업 현장에서도 로봇 활용도 100%를 달성한 곳은 적지 않다. 국내 1위 택배업체 CJ대한통운의 용인 스마트센터에서는 직원은 35명이 일하고 로봇만 수백 대가 움직인다. 이들 직원 중 지게차 운전 및 상하차 인력을 뺀 순수 센터 내 작업자는 25명 정도다. 이곳에선 230여 대의 고정노선운송로봇(AGV·Automatic Guided Vehicle)와 미니 AGV가 같이 움직인다. 또한 상품 피킹부터 검수, 포장, 출고까지 로봇이 모두 관여한다.
중소·중견 기업의 제조·물류 과정에서도 ‘로봇 100%’는 이미 실현되고 있다. 경남 창원에 있는 38년 된 자동차 조향 장치 부품 기업인 태림산업. 이곳은 전체 공정의 50%를 로봇화했고, 주요 공정은 100% 로봇화를 달성했다. 입고부터 출하까지 모든 물건을 사람이 실어나르던 풍경은 이제 볼 수 없다. 물류공정 및 후공정은 모두 양팔 로봇 3~4대가 동시에 움직이면서 해결한다.
국내 제조업 현장에선 로봇화는 인력 충원보다 더 중요한 과제가 되어가고 있다. 단순 반복 작업에까지 인력을 더 투입하는 대신 로봇DX(Digital Transformation)를 추진하는 것이 문제를 더 빠르게 해결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충북 음성에 있는 중소기업 ㈜제일참은 물티슈 및 위생용품을 만드는 곳이다. 이곳에서 물티슈를 포장하고 싣는 모든 과정은 이제 다관절 로봇 5대가 해결한다. 이곳 관계자는 “로봇 자동화를 통해 생산량은 로봇을 들이기 이전보다 38% 올라갔고 원가도 45%가량 줄일 수 있었다”고 했다. “이제 직원들은 단순 작업에 투입되는 대신, 작업 효율화를 진행하고 제품 아이디어를 내는 일을 더 많이 한다”고 했다.
중대재해법 관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로봇을 쓰는 경우도 있다. 경기도 파주의 한 소규모 도서물류 업체 관계자는 “물류 현장에서 각종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허리나 허벅지에 차면 근력을 올려주는 웨어러블 로봇 7대를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3년까지 로봇화에 뛰어든 우리 기업은 2524곳으로 지난 2019년보다 13%가량 증가했다. 진흥원 관계자는 “아직 2024년 조사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지난 3년보다 더 많은 증가율을 보였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250101)
자동차 업체들이 유리를 없애며 디자인 혁신에 나서고 있다. 자동차가 IT(정보 기술)와 접목돼 마치 ‘움직이는 스마트폰’처럼 달라지면서, 운전할 때 유리의 필요성이 줄어든 영향이다. 뒷유리를 없애고, 사이드 미러나 백미러 대신 디지털 카메라를 단 차량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차에서 유리를 없애면 공기 저항을 줄여 연비를 높이고, 실내 공간을 넓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뒷유리를 없애 차의 윗면과 뒷면을 같은 소재로 매끄럽게 연결하고, 사이드 미러 대신 작은 디지털 카메라를 달아 공기와 닿는 면적을 줄이는 방식이다. 가령 사이드 미러를 없애면, 차의 공기 저항이 최고 7% 안팎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선 지난 8월 폴스타가 출시한 쿠페형 전기차 ‘폴스타4′가 대표적이다. 차량 뒷유리를 없앤 대신 2열 좌석을 뒤쪽에 가깝게 배치해 다리 공간을 넓힐 수 있었다. 보통 쿠페형 자동차에선 뒷좌석에 사람이 탈 경우 후방 시야가 제한되는데, 121도 시야각을 지닌 후방 카메라를 탑재해 이런 단점도 보완했다.
지난 3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미술 박람회 ‘마이애미 아트위크’. 처음 실물이 공개된 영국 재규어의 콘셉트카 ‘타입00′은 일반적 자동차 외관에서 볼 수 있는 요소들이 과감히 생략됐다. 뒷유리는 없고 그 자리에 테일게이트(트렁크 문)가 달렸다. 사이드 미러도 없었다. 대신 후방과 양옆을 찍는 작은 카메라가 달렸다. 재규어는 2026년부터 ‘타입00′에 기반한 전기차를 생산, 오직 전기차만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변화 배경으로는 최근 운전에서 유리의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점이 꼽힌다. 카메라로 차량 주변을 살피는 ‘서라운드 뷰 모니터’ 기능 등이 신차에 탑재되고, 주차를 돕는 기능 등이 확대되면서 유리로 바깥을 보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늘었다. 외부에 달린 유리 부품을 줄일수록 성능이 높아지는 것도 유리를 없애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뒷유리가 없으면 차체 윗부분과 뒷면의 단차(段差)가 사라지면서, 공기가 매끄럽게 뒤로 흘러간다. 그 덕에 공기 저항이 줄어 연비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향후 미래차 기술이 발전되면 유리를 넘어 다른 부품도 사라지리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 테슬라가 지난 10월 공개한 로보 택시(무인 자율 주행 택시) 콘셉트카 ‘사이버캡’에는 운전대·페달·뒷유리·사이드미러가 없다. 사람이 아닌 AI(인공지능) 기반의 자율 주행 시스템이 운전하기 때문에 이런 부품이 필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테슬라는 이 차를 2026년 양산한다는 목표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앞다퉈 유리의 기능을 전장 부품으로 대체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차 후방을 백미러가 아닌 카메라로 보게 하는 ‘디지털 센터 미러’를 2022년 ‘팰리세이드’에 처음 도입해, 현재 10여 차종에 적용하고 있다.
‘디지털 사이드 미러’는 2021년 ‘아이오닉 5′부터 탑재, 곧 출시될 ‘아이오닉 9′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사이드 미러 대신 카메라를 달아 실내 화면으로 양옆을 볼 수 있게 한 장치다. 일반 자동차의 사이드 미러는 뒤쪽으로 최대 18도까지만 볼 수 있지만, 디지털 사이드 미러는 29도까지 볼 수 있다. 사각지대를 줄여 사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업체들은 시야가 잘 확보되지 않는 야간이나 우천 주행, 그리고 트렁크에 짐을 많이 실을 경우엔 디지털 사이드 미러를 이용하면 백미러보다 선명하게 후방을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소비자 사이에는 사이드 미러 변화에 익숙하지 않다는 반응도 아직 많다. 현대차 차량 구매자 중 디지털 사이드 미러를 옵션으로 선택하는 경우는 20% 정도다.(241230)
한국과 ‘북한 형제국’ 쿠바가 수교한 지 11개월 만에 쿠바 현지에 한국 대사관이 개설됐다. 양국은 지난해 2월 14일 미국 뉴욕에서 양국 유엔 대표부가 외교 공한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
외교부는 17일 “쿠바 수도 아바나 리라마르에 있는 주쿠바 한국 대사관에서 개관식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한국 대사관 개관식엔 한국 정부 대표로 이주일 중남미국장이 참석했고, 쿠바 정부에선 카를로스 페레이라 외교부 양자 총국장이 참석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정부는 쿠바 대사관 개관을 통해 쿠바에 거주하거나 (여행을 위해) 방문하는 국민들에게 영사 서비스, 재외 국민 보호 등을 제공할 예정”이라며 “(쿠바 대사관 개관은) 중남미에 새로운 외교 거점을 마련한다는 외교적 의미가 크다”고 했다. 주쿠바 한국 대사 지명자는 최근 쿠바 정부에서 아그레망(외교 사절에 대한 사전 동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외교부는 “대사 지명자는 최종 외교적 절차가 마무리된 후에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서반구 유일 공산 국가인 쿠바는 그간 북한과 함께 반미(反美) 기치를 내걸고 ‘형제 국가’로 지내왔다. 그러나 북한 김씨 일가와 가까웠던 카스트로 형제 통치가 종식된 이후 북한과의 관계가 이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는 2000년부터 쿠바와의 수교를 물밑에서 추진해 왔다. 북한을 의식한 문재인 정부가 영사 관계 수립 정도의 제안을 한 반면, 윤석열 정부는 정식 수교 의지를 쿠바에 여러 차례 전달했다. 결국 양국은 서울과 쿠바 수도 아바나에 각각 상주 공관을 개설하기로 하고 실무 작업을 이어왔다. 당초 우리 정부는 작년 연말 대사관을 개관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잦은 정전과 연료 부족 등으로 물자 조달에 차질이 생겨 개관 일자를 한 달 미뤘다.
한편 쿠바의 클라우디오 라울 몬손 바에사(40) 대사도 이달 초 부임해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주한 쿠바 공관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개설을 완료한다는 계획으로 전해졌다.(250118)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은 올해 50세인 우수 교수를 대상으로 앞으로 20년 동안 학교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70세 정년’을 보장하는 제도를 시작한다. 기존에는 연구 성과가 우수한 교수더라도 60세가 넘어야 정년 연장을 결정했는데, 앞으로는 중견 교수 시기부터 정년 연장을 약속해 안정적인 연구 여건을 보장해주겠다는 것이다.
국내 대학가에도 미국처럼 우수 교수의 정년을 없애고 늘리는 등 교수 정년 연장 바람이 불고 있다. 작년 말엔 국내 대학 최초로 ‘종신 교수’가 나오기도 했다. 올해 65세로 정년이 되는 박남규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안정성과 효율성이 높은 태양전지 연구 공로를 인정받아 정년이 아예 없는 종신 교수가 됐다. 노벨상 후보로도 거론되는 박 교수는 “앞으로도 태양전지 효율성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우수 교수들이라도 정년이 도래하면 모두 학교를 떠나야 하는 건 문제로 지적돼 왔다. 건강 수명 연장으로 ‘노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20~30년 전과 크게 달라졌는데, 연륜을 바탕으로 계속 성과를 낼 수 있는 우수한 60대 교수가 짐을 싸야 하는 건 국가적으로도 낭비라는 지적이다.
현재 대학 교수 정년은 65세이지만, 주요 대학들은 별도 정관을 만드는 등의 방법으로 우수 교수들에게 정년을 연장해주고 있다.
포스텍은 교수 정년을 65세에서 70세까지 연장해주는 제도를 2009년부터 운영해왔다. 60세가 넘은 교수들 중 연구 성과가 탁월한 교수를 선정해 5년 더 학교에 머물며 연구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선정된 교수는 6명에 그쳤다.
포스텍은 작년부터 정년 연장 대상 교수 확대에 팔을 걷어붙였다. 심사 대상자의 연령을 60세 이상에서 50세 이상으로 낮춰, 더 많은 교수에게 정년 연장의 기회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오는 9월 10여 명의 교수에게 70세 정년을 보장하는 걸 검토 중이다. 현재 50세 교수에게 앞으로 20년 추가 근무가 확정되는 것이다. 이 같은 소식에 “포스텍으로 갈 수 있느냐”며 문의하는 수도권 대학 교수들도 있다고 한다.
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부 A교수는 올해 2월 정년이 도래한다. 원래대로라면 학교를 떠나야 했지만, 앞으로도 계속 학교에서 연구를 할 수 있게 됐다. ‘정년 후 교수’로 임용됐기 때문이다. 카이스트는 61~65세 교수 중 심사를 거쳐 정년 이후에도 계속 연구와 교육을 하도록 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카이스트는 ‘70세까지’로 정했던 정년 후 교수 관련 규정을 재작년부터는 아예 삭제했다. 지금은 68세가 최고령 정년 후 교수이지만, 앞으로는 70대 교수도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대학들이 정년 연장 제도를 확대 적용하는 건 교수들의 연구 여건을 보장해 우수 교원을 유치하고, 학문 성과를 내게 하기 위해서다. 포스텍 관계자는 “10년이 넘는 긴 호흡을 갖고 과학기술 연구를 하고 싶은 과학자들이 많다”며 “연구를 보장하는 건 우수 교수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된다”고 했다. 사회 전반에서 노인 연령 상향 및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진 것 역시 교수 정년 연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교육계는 분석한다. 전국 국공립대학 교수 노동조합은 최근 정년을 65세에서 67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교육부에 제안하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우수 인력 확보 등을 위한 학계 정년 연장은 이미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다. 한 이공계 대학 관계자는 “교수라고 무작정 정년을 보장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기술 발전을 위해 오랜 연구가 필요한 우수 교수에게 기회를 보장하자는 것”이라고 했다.(250118)
평균 연봉이 1억원대인 은행 노조들이 잇따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고 있다. 작년 은행 이익이 늘어난 만큼 연봉을 올려 달라는 요구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막대한 이자 부담을 지고 있는 고객들의 어려움을 외면한 채 노조가 집단 이익에 몰두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노조는 전체 조합원 1만1600여 명을 대상으로 총파업 투표를 진행한 결과 9702명이 투표에 참여해 9274명(96%)의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했다. 실제 파업에 돌입할 경우 지난 2019년 이후 6년 만이다. 국민은행 노조는 1인당 2000만원가량의 성과급과 특별격려금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상급 노조인 금융노조가 올해 2.8% 임금 인상에 합의했기 때문에 250만원가량 연봉이 오르게 돼 있는데, 더 달라는 것이다. 국민은행 직원 수가 약 1만5000명인 점을 고려하면 총 2000억~3000억원에 달하는 액수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민은행 직원의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1821만원으로, 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 가운데 가장 높다.
노조의 인상 요구에 경영진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을 가장 많이 판 은행(판매액 약 8조1900억원)이다. 이로 인해 약 8400억원에 달하는 보상금을 고객들에게 물어야 하는 처지다. 국민은행 사측은 “ELS 보상 문제 등으로 회사가 어렵다. 노조의 요구는 무리”라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오히려 “직원들이 ELS를 판매하면서 고생을 했다”며 성과급과 격려금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조만간 입장을 정해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에는 국책은행인 기업은행 노조가 “임금을 올려 달라”며 파업을 벌였다. 공공기관인 기업은행은 정부의 통제를 받다 보니 평균 연봉이 8528만원으로 시중은행 평균(1억1600만원)보다 낮다. 대신 60세 정년이 보장되는 등 고용의 안정성은 높다. 노조는 “시중은행과 하는 일이 같은데, 연봉이 30% 이상 적어 차별을 겪고 있다. 연봉을 올려 달라”는 입장이다. 그러자 한국은행 노조도 “정부로부터 급여 예산 통제를 받는 모든 공공 부문 노동자에게 적정 보상을 제공하지 않아 모두가 함께 질식하고 있다”며 기업은행 노조와 연대를 선언했다.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돼 2년 넘게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MG손해보험은 메리츠화재가 인수하겠다고 나서면서 살아날 기회를 맞았다. 그런데 노조가 “직원 전원에 대한 고용 승계를 약속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인수금액 산정을 위한 실사 작업을 막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회사 여건을 고려하면 MG손보 직원 580여 명 가운데 일부의 고용만 승계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끝내 실사가 이뤄지지 못하면 인수는 물거품이 된다. 매각 작업을 주관하는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MG손보를 청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노조가 파업을 들고 나온 데는 지난해 이자 장사로 거둔 역대급 실적이 한몫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1~3분기 기준 5대 은행의 누적 순익은 약 11조7883억원으로 1년 전보다 4% 넘게 증가했다. 국민은행은 작년 1~3분기에 2조6179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여기에는 은행 수익의 원천인 예대금리차(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이)가 크게 벌어진 것이 영향을 끼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 은행권 예대금리차는 1.41%포인트로, 2023년 8월(1.45%포인트) 이후 1년 3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벌어졌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두 차례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예대금리차가 줄어들 여건이 조성됐지만, 가계 부채 증가를 우려한 금융 당국이 금리 인하 자제를 요구했다. 이로 인해 오히려 예대금리차가 벌어져 은행들은 가만히 앉아서 막대한 이익을 거둔 것이다.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일부 금융권 노조는 지나치게 정치화돼 과한 요구를 하는데, 자칫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250117)
바다와 육지의 일부 장소에 화장한 유골의 뼛가루(골분)를 뿌리는 ‘산분장(散粉葬)’이 오는 24일부터 합법화된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의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 시행령 개정안이 1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화장한 유골을 분쇄한 뼛가루를 산 등에 뿌리는 산분장은 그동안 법에 규정되지 않아 합법도 불법도 아닌 상태였다. 1961년 제정된 장사법엔 매장·화장만 규정돼 있다가 2008년 수목장 등 자연장(自然葬)이 추가됐다. 여기에 더해 24일부터 산분장이 새롭게 포함된 시행령 개정안이 적용되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산분장이 가능한 바다는 ‘육지의 해안선에서 5㎞ 이상 떨어진 해양’이다. 상수원 보호 등의 문제로 강에서는 산분장 자체가 불가능하다. 바다여도 해양 보호 구역이나 어로 행위, 수산물 양식에 방해되는 지역 등에서는 산분장을 할 수 없다. 또 선박 통행로에서는 금지돼 있기 때문에 바다를 오가는 여객선에서도 골분을 뿌리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앞으로 해상 산분장이 가능한 설비가 설치된 선박을 보유한 해양장(海洋葬) 업체나 장례 지도선 등의 이용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개인 선박이나 어선을 보유한 경우에도 ‘해안가에서 5㎞ 이상’ 등 원칙만 지키면 개별 산분장이 가능하다.
바다 산분장은 뼛가루가 흩날리지 않도록 수면 가까이에 뿌려야 한다. 또 조화나 유골함, 유품 등은 안 되고, 생화(生花)만 함께 뿌릴 수 있다.
육지의 경우에도 뼛가루를 뿌릴 수 있는 시설이나 장소가 마련된 묘지, 화장·봉안 시설, 자연 장지 등에서 산분장이 가능하다. 화장장이나 사설·공공 묘역 등에 산분장을 위한 시설이 설치돼야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2023년 발표된 ‘제3차 장사시설 수급 종합계획(2023~2027년)’은 스웨덴 스톡홀름의 묘지공원 우드랜드 내 ‘회상의 숲’을 산분장의 모델로 제시했다. 소나무 숲의 일부를 산분 장소로 사용하고, 헌화 장소 등 추모 공간을 별도로 마련하는 방식이다.
별도 시설을 갖추지 않더라도, 개인 묘지나 문중 묘지 등 묘지 용도로 허가받은 장소에서 개별 산분도 가능하다. 시행령은 이 경우 뼛가루를 뿌린 후 잔디로 덮거나, 뼛가루를 깨끗한 흙과 함께 섞어 뿌린 후 지면에 흡수될 수 있도록 충분한 물을 줘야 한다고 규정했다. 현재 수목장 등 자연장의 경우 지면 아래 30cm 이상 깊이에 생분해 골분함을 묻을 수 있지만, 산분장은 골분함을 묻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타인이나 국가 소유 임의의 산이나 임야 등에서는 산분장을 할 수 없다.
정부는 전국 장사 시설에 산분장을 위한 시설을 갖춰달라는 공문을 조만간 발송할 계획이다. 현재도 일부 국내 화장장에 장지(葬地)가 없는 고인을 위한 ‘유택동산’ 등 산분이 가능한 시설이 있는데, ‘전 국토의 묘지화’를 막기 위해 앞으로 산분장 장사 방식을 크게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다.(250115)
☞산분장(散粉葬)
화장한 유골의 뼛가루를 바다 또는 묘지 내 지정 장소 등에 뿌려 장사 지내는 것. 바다와 육지 일부 장소에서 합법화되며, 강에서는 금지된다.
밤새 내린 눈비가 도로 위에 얼어붙으면서 14일 아침 수도권 곳곳에서 차량 추돌 사고가 잇따랐다.
이날 아침에만 사고 12건이 발생해 차량 166대가 추돌하고 22명이 다쳤다. 50대 운전자 1명은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숨졌다. 출근길 사고로 수도권 일대에는 ‘교통 대란’이 벌어졌다.
<뒤엉킨 사고 차량 - 14일 오전 5시 16분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자유로 구산IC 인근에서 발생한 44중 추돌 사고 현장의 모습. 차량이 어지럽게 뒤엉켜 있다. 도로 표면의 얇은 얼음층인 ‘블랙 아이스’가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사고 원인으로 ‘블랙 아이스(Black Ice)’를 지목했다. 블랙 아이스는 도로 표면에 생기는 매우 얇은 얼음층이다. 살얼음보다 얇아 아스팔트의 검은색이 그대로 비치기 때문에 블랙 아이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눈길과 달리 눈에 잘 보이지 않아 ‘도로 위의 암살자’라고 불린다.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16분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자유로 구산IC 인근 도로에서 차량 44대가 연쇄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운전자 1명이 경상을 입었다. 차량 44대가 뒤엉키며 교통 정체가 10㎞까지 이어졌다.
이어 5시 50분쯤 고양시 덕양구 성사동 서울문산고속도로에서는 43중 추돌 사고가 나 13명이 다쳤다. 이 고속도로에서는 50분쯤 뒤 덕양구 도내동 구간에서도 18중 추돌 사고가 발생해 2명이 다쳤다.
오전 8시 5분쯤 화성시 오산동에서는 차량 10대가 연쇄 추돌했고, 안산시와 김포시에서도 각각 7중 추돌 사고가 났다.
서울에서도 연쇄 추돌 사고가 4건 발생했다. 이날 오전 6시 7분쯤 노원구 월계2지하차도에서 18중 추돌 사고가 발생해 1명이 부상을 당했다. 은평구 진관동에서는 시내버스가 미끄러져 다른 버스 3대를 덮쳤다.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 도로에서는 1t 트럭이 차량 2대를 추돌한 뒤 인근 상가 1층을 들이받았다.
인천 미추홀구 주안역 인근 교차로에서는 오전 8시 20분쯤 화물차가 미끄러져 신호 대기 중이던 승용차 2대를 들이받았다.
사망자도 나왔다. 이날 오전 7시 49분쯤 김포시 월곶면 도로에서 5t 트럭이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넘어져 50대 운전자가 숨졌다.
수도권에는 이날 아침까지 눈비가 내렸다. 적설량은 1㎝ 안팎으로 많지 않았다. 아침 기온은 영하 3~4도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밤에 내린 눈비가 새벽에 살짝 얼면서 도로를 코팅한 것처럼 얇은 얼음층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며 “블랙 아이스가 생기기 좋은 조건이었다”고 했다. 고양시 관계자는 “13일 밤 12시부터 두 차례 제설제 790t을 뿌렸지만 소용없었다”고 했다.
블랙 아이스로 인한 교통사고는 해마다 끊이지 않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블랙 아이스, 살얼음 등으로 인해 발생한 교통사고는 총 3944건이었다. 이 사고로 95명이 사망하고 6589명이 다쳤다. 역대 최대 차량 연쇄 추돌 사고인 ‘2015년 인천 영종대교 106중 추돌 사고’도 블랙 아이스가 원인이었다.
블랙 아이스 등 겨울철 빙판길 교통사고는 출근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겨울철 빙판길 교통사고의 34.9%가 오전 6~10시에 발생했다.
기상청은 15일 출근길도 블랙 아이스를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15일 전국의 아침 기온이 영하 14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눈비가 내려 축축해진 중부 지방 도로에 또다시 살얼음이 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250115)
1995년 제작돼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영화 ‘러브레터’(감독 이와이 슌지)가 지난 1일 재개봉해 열흘 만에 6만 관객을 넘어섰다. 13일까지 관객은 6만7665명(오후 10시 현재). 개봉 첫날인 1일엔 좌석판매율(확보한 좌석 대비 실제 관객 비율)이 전체 영화 중 1위(42%)를 차지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러브레터’ 재개봉은 이번이 9번째인 데다 멀티플렉스 중 메가박스에서만 단독으로 개봉했다는 점에서 예상을 뛰어넘은 반응이다. 배급사 워터홀컴퍼니의 주현(43) 대표는 13일 본지 통화에서 “3만명만 들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두 배 이상 관객이 몰려 저희도 놀랐다”고 말했다.
<영화 '러브레터'의 도입부에서 약혼자 후지이 이쓰키의 추모식에 찾아온 주인공 와타나베 히로코(나카야마 미호)가 설원에서 눈을 감고 흩날리는 눈발을 느끼는 모습. 가장 유명한 '러브레터' 이미지 중 하나다.>
‘러브레터’의 일본 개봉은 1995년이나 국내 첫 개봉은 1998년 일본 문화 개방 이후인 1999년 11월이었다. 정식 개봉 전에도 이미 ‘불법 비디오 300만장’ 설이 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최승호(49) 워터홀컴퍼니 이사는 90년대 비디오 가게 아르바이트를 하다 “이 테이프 좀 복사해 달라”며 손님이 건넨 ‘러브레터’ 비디오를 보고 단박에 빠져들었다. 최 이사는 “그 무렵엔 대학가 동아리실, 분식집과 카레집에서도 ‘러브레터’ 상영회가 열렸다”며 “일본 영화를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아 대여점에서도 내내 틀어놓고 볼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최 이사는 1999년 11월 21일 일요일에 관람한 ‘러브레터’ 티켓을 아직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첫 개봉 시기는 현재의 영화진흥위원회 전산망이 구축되기 전이었다. 정확한 관객 집계는 어렵지만, 서울 115만명, 전국 300만명쯤으로 추산된다. 영화 ‘타이타닉’(1998)이 약 197만명(서울 기준)으로 최고 흥행작에 꼽히던 시절에 로맨스 영화가 불러들인 관객으로는 놀랄 만한 성적이었다.
<‘러브레터’ 주요 촬영지는 오타루. 하지만 주인공 히로코가 ‘오겡끼데스까’를 외치는 뒷모습은 이와이 순지가 별도로 찾아낸 나가노의 야쓰가타케산 근처에서 찍었다. 배우도 촬영 스태프다.>
올해 재개봉 흥행의 가장 큰 힘은 비디오테이프 세대와 유튜브 세대를 모두 빠져들게 하는 작품성이다. 특히 ‘오겡끼데스까’를 쇼츠나 밈으로만 알고 있는 1020 세대가 온전한 작품으로 감상하기 위해 극장을 많이 찾는다. 메가박스 관객 데이터에 따르면, 최다 관람층은 20대(36%)로, ‘러브레터’ 세대인 40대(17%)의 두 배가 넘는다. 1020 세대가 46%로 절반에 가깝다. 지난달 숨진 주연 배우 나카야마 미호를 추억하는 팬들도 많다. 메가박스 측은 “추모 분위기도 재개봉 인기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굿즈 수집에 열성인 팬층에 맞춤한 배급사와 메가박스 콘텐츠팀의 기획력도 한몫했다. 흰 커튼 뒤에서 책을 읽는 소년 이쓰키의 모습이 담긴 도서 카드, 자전거를 타고 따라와 소녀 이쓰키에게 봉투를 씌워주고 달아나던 소년의 모습이 새겨진 배지 등 특별 제작한 굿즈 10종으로 관객을 끌었다. 배급사의 소셜미디어에는 “이름만 알다가 이제 봤는데 감명 깊었다” “이 겨울에 감동이 따뜻하게 마음을 데워준다”는 관객평이 올라왔다.
이번 30주년판은 첫 개봉 때처럼 세로 자막을 넣고 일부 오역도 바로잡았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가슴이 아파서 이 편지는 보내지 못할 것 같다”는 이쓰키의 대사 중 ‘가슴이 아파서’로 오역됐던 ‘てれくさくて’를 정확한 뜻인 ‘부끄러워서’로 고쳤다. 주 대표는 “기존 자막이 오역이라 해도 가슴 아픈 멜로의 결말로 느껴져 선호한다는 분도 있었다”며 “그래도 원작의 의도가 잘 반영된 것이 좋은 자막이라는 생각에 정확한 번역을 살렸다”고 말했다.(250114)
[’러브레터’ 뒷얘기]
―엔딩의 도서 카드에 그려진 소녀 이쓰키의 얼굴은 감독 이와이 순지가 직접 그렸다.
―’오겡끼데스까’를 외치는 히로코의 뒷모습은 나카야마 미호가 아니라 촬영 스태프다.
―제니바코역 인근의 이쓰키 집은 2007년 화재로 전소돼 대문과 담장만 남아있다.
―어린이 애니메이션 ‘새콤달콤 캐치! 티니핑’에서도 눈꽃핑을 찾는 주인공이 ‘오겡끼데스까’를 패러디했다.
☞러브레터
일본 감독 이와이 순지(62)가 본인의 동명 소설(1994)을 바탕으로 쓰고 연출해 1995년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 지난해 12월 사망한 배우 나카야마 미호가 주인공 와타나베 히로코와 후지이 이쓰키의 1인 2역을 맡았다. 국내 개봉한 일본 영화 중 가장 인지도 높은 작품으로, 뮤지컬(2014)로도 만들어졌다.
오는 15일 민간 우주 기업이 만든 2대의 무인 달 착륙선이 동시에 우주로 발사된다. 지난해 2월 미국 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오디세우스’가 민간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지 약 1년 만이다. 오디세우스는 달에 착륙하는 과정에서 옆으로 넘어지듯 기울어져 태양광 충전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결국 열흘을 버티지 못해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오디세우스에 이어 이번에 미국과 일본 기업이 쏘아 올리는 달 착륙선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세계 최대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발사체에 탑재돼 우주로 향한다. 달 탐사의 모든 과정을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15일 미국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미국 우주 기업 파이어플라이의 달 착륙선 ‘블루 고스트’와 일본 우주 기업 아이스페이스의 ‘레질리언스’가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탑재돼 발사될 예정이라고 12일 밝혔다.
블루 고스트는 달까지 약 45일간 이동해 3월 초 달 앞면 북동부에 위치한 ‘위난의 바다(Mare Crisium)’에 착륙할 계획이다. 2027년으로 예정된 달 유인(有人) 탐사에 앞서 NASA의 과학 조사 임무를 수행한다. 이를 위해 전기장과 자기장으로 달 반지름(1737㎞)의 약 60%에 해당하는 1100㎞ 깊이까지 달 내부를 탐사하는 계측기,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를 측정하는 반사경 등이 탑재됐다. 또 달의 일몰 이미지를 촬영하고, 달의 황혼 동안 달 표면이 어떻게 태양의 영향을 받는지 등을 관찰한다. 블루 고스트는 높이 2m, 폭 3.5m의 달 탐사선으로, 약 14일간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일본의 레질리언스는 블루 고스트와 함께 발사되지만 5~6월은 돼야 달에 착륙할 전망이다. 연료 절감을 위해 지구에서 약 100만㎞ 지점까지 나아간 뒤, 지구 중력으로 가속해 달까지 날아가는 우회 경로를 택했기 때문이다. 착륙 예정지는 달 앞면 북극 인근의 ‘추위의 바다(Mare Frigoris)’다. 임무에 성공할 경우 달 탐사선 중 가장 북쪽에 착륙하게 된다. 레질리언스는 달 토양을 채취하기 위해 높이 26㎝의 초소형 달 탐사차 ‘티네이셔스’를 탑재하고 있다. 티네이셔스는 전방에 장착된 HD 카메라로 달 표면의 이미지를 촬영하고, 삽으로 달 샘플을 수집한다.
이번 달 탐사 임무는 NASA의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계획’과 연계한 ‘민간 달 탑재체 수송 서비스(CLPS)’의 일환이다. NASA는 CLPS를 통해 여러 민간 기업에 달 탐사 프로젝트를 배분하고,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현재 파이어플라이를 비롯해 14개 기업이 달 탐사선 임무를 진행하고 있으며, 2028년까지 계약액은 26억달러(약 3조8300억원)에 달한다. 아이스페이스는 미국 비영리기관 ‘드레이퍼’와 함께 CLPS에 참가하고 있다.
민간 기업의 달 탐사선 개발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스라엘의 스페이스IL이 개발한 달 탐사선 ‘베레시트’는 2019년 4월 달 착륙 중에 표면에 충돌해 폭발했다. 일본 아이스페이스가 2023년 4월, 미국 애스트로보틱이 지난해 1월 잇따라 달 탐사선을 보냈지만 실패했다. 이후 달 탐사선 개발을 민간이 주도하는 것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됐지만, 지난해 2월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오디세우스가 착륙에 성공하면서 민간 달 탐사 계획이 허황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NASA는 “달 기지는 인류가 화성을 비롯해 다른 목적지로 갈 수 있는 출발점”이라며 “앞으로도 NASA는 민간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달을 탐사할 것”이라고 했다.(250113)
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의 한 아파트에 사는 윤모(41)씨는 작년까지 출근하는 날이면 매일 3시간을 길 위에서 허비했다. 서울 광화문으로 출근하기 위해 가장 가까운 전철역(야당역)까지 자동차로 10분이었고, 경의중앙선을 타고 44분을 가야 서울역에 도착했다. 지하철 1호선으로 환승해 시청역에서 내려 사무실까지 걸어가면 약 1시간 20분이 걸렸다. 버스를 타면 한 번에 닿는 광역 버스가 없어 걸리는 시간이 1시간30분을 넘었다.
<파주행 GTX에 몰린 서울역 퇴근길 - 13일 오후 GTX-A 운정중앙역~서울역 구간의 서울역 승강장에서 이용객들이 파주 운정중앙역행(行) 열차에 올라타고 있다. 지난달 28일 개통한 이 노선 덕에 파주 운정중앙역을 이용하는 주민들은 서울역까지 22분 만에 주파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파주와 서울역을 잇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A 노선이 개통하면서 새해부터 윤씨의 출퇴근 시간은 눈에 띄게 단축됐다. 집에서 운정중앙역까지 10분 정도 걸어가서 GTX를 타면 22분 후 서울역에 도착했다. 아파트 현관을 나서서 사무실 책상 앞까지 50분이면 충분했다. 윤씨는 “출퇴근 시간이 절반 정도로 줄고, 주말이면 서울에서 쇼핑하고 문화 생활을 즐기는 것도 너무 편해졌다”며 “운정신도시 주민 사이에선 ‘GTX 개통은 혁명’이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했다.
GTX 개통으로 파주 운정이 입주 15년 만에 비로소 수도권 신도시로서의 기능을 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구 28만여 명인 운정신도시는 2003년 수도권 2기 신도시로 계획돼 2011년 입주가 시작됐다. 서울에 집중된 주택 수요를 분산하려고 조성됐지만, 서울 시내와의 접근성이 ‘낙제점’이었다. 일자리는 서울에 있는데 변변찮은 철도망 하나 없는 베드타운을 수요자들은 외면했다. 서울로 연결되는 대중교통이 부실하니 입주민들은 교육·쇼핑·문화생활 같은 생활 인프라에 부족함을 느꼈다. 아파트 값은 제자리걸음이었고, 미분양 단지도 많았다.
운정신도시의 가장 큰 단점이던 대중교통 문제를 GTX가 해결하면서 신도시 본연의 기능이 살아나고, 입주민들의 생활 범위가 서울로까지 확장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GTX-A 노선이 서울역부터 삼성역을 거쳐 수서까지 이어져 완전히 개통하는 2028년이면 수도권 인구 분산과 부동산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파주 운정중앙역과 서울역을 잇는 GTX-A 구간은 총 32.3㎞로 킨텍스, 대곡, 연신내 등 다섯 역에 정차한다. 최고 시속 180㎞로 운정중앙역과 서울역을 22분에 주파한다. 이 구간 요금은 4450원이다. 개통 직후부터 파주·고양 지역 주민들이 활발히 이용해 빈 좌석을 찾기 어렵다. 개통 후 16일간 누적 이용객이 58만7094명이다. 작년 3월 먼저 개통한 GTX-A 남부 노선(수서역~동탄역)이 첫 16일 동안 15만447명이 이용한 것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많다. 휴일에도 서울로 오가는 이용객이 많다. 지난 12일 4·6세 두 자녀와 명동에 놀러가려고 GTX를 탔다는 파주 운정신도시 주민 임정은(35)씨는 “일상을 즐길 수 있는 생활권 자체가 서울까지 넓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운정신도시는 GTX-A 개통 전까진 양주신도시 등과 함께 부동산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동탄 등 다른 2기 신도시가 서울 강남권으로 연결되는 교통망이 계속 확충된 것과 달리 강북 지역 도심으로의 접근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GTX-A 개통 직후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운정신도시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작년 11~12월까지는 매매뿐 아니라 전·월세 문의도 별로 없었는데, 요즘은 하루에 20통 넘게 전화가 온다”며 “아직 이 지역 집값이 저평가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아서, 장이 좋아지면 실제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11일 GTX-A를 타고 운정중앙역과 킨텍스역 근처 아파트 단지를 둘러봤다는 직장인 김지원(30)씨는 “6월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을 찾고 있는데, GTX를 타면 서울 출퇴근도 할 만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운정 전셋값이 서울 외곽 신축의 절반 정도라고 해 예비 남편과 진지하게 상의할 생각”이라고 했다.
현재 서울역까지만 연결되는 노선이 2028년 전 구간 개통돼 삼성역으로 이어지면 운정신도시를 찾는 수요는 지금보다도 늘어날 전망이다. 운정중앙에서 삼성역까지 이동 시간이 30분 이내로 단축되기 때문이다.
다만 GTX-A 노선 하나만으론 서울로 쏠리는 주택 수요를 완전히 분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직도 대다수 수도권 신도시가 서울과 먼 거리에서 교통망이 단절된 채 방치돼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장기적으로 GTX-B·C 같은 다른 광역 교통망까지 갖춰져 수도권 어디서든 서울 시내로 30분 안팎에 진입할 수 있는 정도가 되면, 수도권 주택 가격이 단계적으로 안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250114)
중국의 인기 소셜미디어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오는 19일까지 미국 기업에 매각하지 않을 경우 미국 내 서비스를 금지하는 ‘틱톡 금지법’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법 시행을 유예하는 행정명령을 검토 중이고, 중국 지도부가 틱톡을 자국에 우호적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법안 시행을 막기 위해 뛰는 저우서우쯔 틱톡 CEO는 트럼프 취임식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소셜미디어 서비스 하나를 두고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문답으로 정리했다.
<'틱톡 금지법' 시행이 다가오면서 이에 대비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차기 행정부와 중국, 틱톡 이용자들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Q1. 이대로 19일이 되면 틱톡은 어떻게 되나.
미국 내에서 앱을 새로 내려받을 수 없게 된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배포되지 않는다. 이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앱의 성능이 서서히 저하돼 사용하기 어려워진다. 서비스가 금지돼도 내려받은 틱톡 앱이 사라지거나, 앱에 접속한다고 처벌받는 것은 아니다.
Q2. 틱톡 금지법이 나온 배경은.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가 중국 기업이라는 점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우선 1억7000만명을 넘는 미국 내 틱톡 이용자의 성별, 거주지, 전화번호 등 개인 정보가 중국에 유출돼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중국 앱이 미국에 깊이 침투하면 중국 공산당 관련 콘텐츠가 청소년에게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이에 지난해 4월 상·하원이 틱톡 금지법을 통과시켰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해 법안이 시행됐다.
Q3. 틱톡은 어떻게 대응했나.
틱톡 금지법이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또 미국 이용자 데이터를 미국 내 서버에만 저장하고 제3자 감사를 받는 보안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홍보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데이터 저장 위치와 상관없이 소프트웨어 운영에 관여하는 중국 엔지니어 등이 미국 데이터에 접근 가능하고, 중국의 국가안전법에 따라 틱톡이 데이터를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Q4. 트럼프의 입장은 무엇인가.
법 시행 이튿날인 20일 정오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하는 트럼프는 지난달 27일 연방대법원에 “취임 후 정치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법 발효 시한을 늦춰달라고 요청했다. 대법원이 반응을 보이지 않자 취임 직후 행정명령을 통해 60~90일 동안 틱톡 금지법 시행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20년엔 미국에서 틱톡을 금지할 것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바이트댄스 지분 상당 규모를 보유한 공화당 거물 기부자 제프 야스를 지난해 만난 직후 입장을 바꿨으며, 대선 캠페인 콘텐츠가 틱톡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고 반복해서 언급했다”고 했다.
Q5. 틱톡의 대안은 없나.
틱톡 금지법에 반감을 가진 미국 이용자들은 대거 중국판 인스타그램인 ‘샤오훙수(레드노트)’로 몰리고 있다. 샤오훙수에서 이들은 ‘틱톡 난민’으로 자칭하며 “중국이여, 내 개인 정보를 가져가 달라”는 문구를 띄우기도 한다. 다만 이는 미국 정부에 대한 항의에 가깝고, 틱톡의 유명인이 샤오훙수로 진출한 경우 또한 거의 없다. 20~30대 여성이 중심인 샤오훙수는 틱톡과 성격이 달라서 미국의 틱톡 이용자들이 얼마나 잘 적응할지 미지수다.
샤오훙수 역시 중국 앱이기 때문에 틱톡과 비슷한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새로운 플랫폼을 찾는 사람들에게 레드노트는 좋은 선택이 아닐 수 있다”면서 “중국인 소유라는 문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샤오훙수 측도 연일 엔지니어들이 밤을 새며 알고리즘 ‘보수’와 검열 시스템 업그레이드에 나서며 신규 사용자 진입에 대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인들을 해외 사이트로부터 차단한 중국 당국이 중국인과 외국인이 같은 소셜미디어를 쓰길 바라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250117)
역사상 가장 위대한 농구 선수는 누구인가. 팬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쟁이 끊이지 않는 주제다.
최근 미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뉴욕 타임스 소유)은 자사 칼럼니스트, 분석가들이 공동으로 저술한 ‘더 바스켓볼 100′이라는 책을 소개하면서 이 문제를 다뤘다.
이 책은 작년 11월 발간됐다. 활동 시기와 포지션 등이 다른 선수들의 능력치를 계량화하기 위해 각종 데이터를 활용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NBA(미 프로농구)에서 지난 75년간 뛰었던 선수들 중 100명을 추리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챔피언전 우승이나 개인상 수상 경력을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 선수 경력을 통틀어 정규 리그 MVP(최우수선수)나 NBA 퍼스트 팀 혹은 올스타에 얼마나 여러 번 뽑혔는지, 팀을 챔피언전 우승으로 몇 번 이끌었는지 등등이다.
‘바스켓볼 100′ 프로젝트는 최고 수준의 경기력으로 오래 멋진 활약을 펼쳤던 전설적 선수들에게 GOAT(Greatest Of All Time·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수) 포인트라고 명명한 점수를 부여했다.
<마이클 조던과 함께 23번은 가장 유명한 백넘버가 됐다.>
‘선수 퀄리티’를 가리는 누적 포인트 시스템은 다음과 같다. 매 시즌 MVP 투표 상위권에 올랐던 선수가 차지했던 지분 비율을 더해 1.0이 될 때마다 50점을 줬다. 2022-2023시즌까지 역대 최고 기록은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의 8.8이었다. 제임스는 통산 MVP 투표 1위 4번, 2위 4번, 3위 3번 등 데뷔부터 매 시즌 MVP 투표에서 일정 지분 이상을 얻었다.
또 특정 선수가 NBA 퍼스트 팀에 들었을 때마다 10점(세컨드 팀 3점, 서드 팀 1점씩)을 배정했다. 챔피언전 MVP는 10점, 올스타 1점, 선수 경력 통산 100승 이상 1점, 통산 BPM(BOX Plus/Minus·특정 선수가 팀에 미친 공헌도를 리그 평균과 대비한 2차 통계. 기록지 수치뿐 아니라 선수가 뛰고 있을 때의 득실 마진 등도 따진다) 2.0이상은 7.5점이었다.
GOAT 포인트를 통해 어떤 시기를 빛냈던 스타가 동시대 경쟁자들에 비해 얼마나 지배력을 발휘했는지는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여전히 1950년대와 1990년대, 2000년대에 뛰었던 선수들의 실력이나 시대에 따른 리그의 상대적 수준 등을 정확하게 비교하기는 어렵다. 포인트 산정 가중치가 과연 공정한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다만 이 자료가 토론을 위한 무대를 제공한다는 점엔 의의가 있다. 이 책은 앞으로 GOAT 포인트를 개선할 수 있는 고급 통계 기법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GOAT 포인트로 낸 결론은 르브론 제임스(40)가 1위, 마이클 조던이 2위였다. 제임스는 10대부터 40대까지 NBA 무대를 누빈 최초의 선수이며, 자신이 보유한 통산 득점 1위(4만1261점) 기록을 경신해 나가고 있다. 1525경기를 뛰는 동안 30점 이상을 넣은 횟수(563회)도 조던(562회)를 넘어섰다. 제임스는 챔피언전 우승 4회, 챔피언전 MVP 4회, 정규리그 MVP 4회, NBA 퍼스트 팀 13회 등 수많은 수상 경력도 자랑한다.
조던은 선수 경력 도중에 두 번 은퇴했다가 컴백을 하면서 4년가량 공백기가 있었다. 그는 제임스보다 500경기 가까이 적은 통산 1072경기만 뛰었는데도 챔피언전 우승 6회, 챔피언전 MVP 6회, 정규 리그 MVP 5회, NBA 퍼스트 팀 10회, 득점왕 10회(제임스는 1회)라는 업적을 남겼다.
제임스가 괴물 같은 신체 능력을 앞세워 꾸준하게 리그 최정상급 기량을 유지해 왔다면, 조던은 상대적으로 ‘재위 기간’은 짧았으나 코트에서 더 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조던과 시카고 불스 시절 6회 우승을 일궜던 스카티 피펜이 GOAT 포인트 49위였다.
<지난 7일 댈러스 매버릭스 경기에 나선 르브론 제임스>
조던의 불스에 밀려 챔피언전 준우승 2회만 했던 유타 재즈의 ‘메일맨’ 칼 말론(5위)과 역대 어시스트 1위 존 스탁턴(30위)도 높은 GOAT 포인트를 받았다. 2000년대 LA 레이커스 왕조의 주역이었던 샤킬 오닐(10위)과 코비 브라이언트(11위)는 각자 확실한 영역을 구축했던 사례로 꼽힌다.
GOAT 포인트 100걸 중 제임스를 포함한 NBA 현역 선수는 케빈 듀랜트(피닉스·12위). 제임스 하든(LA 클리퍼스·13위), 니콜라 요키치(덴버·21위), 야니스 아데토쿤보(밀워키·22위), 스테픈 커리(골든스테이트·27위), 조엘 엠비드(필라델피아·34위) 등 18명이다. 이번 시즌 MVP를 다투는 아데토쿤보(31)와 요키치(30)의 경우 전성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GOAT 포인트를 많이 적립하며 순위를 높일 전망이다.(250111)
‘중동의 파리’ 레바논의 신임 대통령으로 선출된 조셉 아운 전 육군 참모총장은 9일 수락 연설에서 “레바논 역사의 새 장이 열릴 것”이라며 이스라엘과 이슬람 무장 단체 헤즈볼라의 전쟁으로 피폐해진 국가를 재건하고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헤즈볼라를 겨냥해 “정부가 무기를 독점할 권리를 갖겠다”고도 했다. 무슬림 인구가 약 70%인 레바논에서 기독교 신자 아운은 어떻게 선출됐고, 대통령직은 왜 2년 넘게 공석이었을까. 문답으로 정리했다.
<조셉 아운>
Q1. 아운은 어떻게 대통령 될 수 있었나
마론파 기독교인이 대통령, 수니파 무슬림이 총리, 시아파 무슬림이 국회의장을 맡는 레바논 특유의 체제 때문이다. 1943년 프랑스에서 독립하면서 레바논 정치권이 마련한 ‘국민 협정’에 따른 것이다. 협정은 수니파·시아파 무슬림이 각각 국민의 30%, 마론파 기독교인이 25%를 차지하는 종교의 다양성을 고려해 권력을 배분했다. 레바논에는 기독교·이슬람교 등 18개 이상 종파가 공존한다.
의회 의석도 정확하게 배분한다. 1943년 당시에는 마론파 기독교인이 50%를 넘는다는 조사 결과에 따라 전체 99석 중 기독교 종파가 54석, 이슬람 종파가 45석을 가졌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난민이 유입되며 무슬림 인구가 급속도로 늘었고, 인구에 비례해 의석수를 조정해야 한다는 불만이 내전으로 이어졌다. 이에 1989년 전체 의석을 128석으로 확대하고 기독교·이슬람교 종파 의석을 64 대 64 동수로 조정했다. 확실한 다수파가 없어 협치가 필수인 민주적 시스템이라는 평가와 교착 상태가 만성화된다는 평가가 엇갈린다.
Q2. 대통령직은 왜 2년 이상 공석이었나
2022년 10월 미셸 아운 전 대통령이 퇴임한 이후 종파 간 불협화음으로 열두 차례나 후임자 선출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친(親)헤즈볼라 성향 술레이만 프란지에 후보가 사퇴하고 아운을 지지하면서 판세가 변했다. 이스라엘과 오랜 전쟁으로 헤즈볼라 영향력이 줄어든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레바논 대통령은 국민 직선이 아니라 의회 표결로 선출된다. 재적 의원 128명 중 3분의 2인 86표 이상 확보해야 당선된다. 86표 이상 얻은 후보가 없으면 2차 투표를 진행한다. 2차 투표에선 최소 과반 65표 이상을 얻으면 당선된다. 의원들의 투표 거부 등으로 당선 요건에 맞는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대통령직이 공석으로 유지된다. 아운은 이번에 1차 투표에서 71표를, 2차에서 99표를 얻어 선출됐다.
Q3. 조셉 아운은 어떤 인물인가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마론파 몫인 육군 참모총장직을 2017년부터 지냈다.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 IS(이슬람국가) 격퇴전을 이끌었고,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무력 충돌을 관리해 왔다. 헤즈볼라에 비해 군사력이 약하다고 평가받는 레바논 정부군이 헤즈볼라에 종속되지 않기를 바라는 미국의 물밑 지원을 받았다고 알려졌다. 대통령 임기는 6년이다.(250111)
8일 낮 12시 일본 도쿄의 헌책방 거리 진보초에 있는 라멘(일본식 라면)집 후쿠마스. 점심시간인데도 대기 줄이 없었다. 가게 안에 군데군데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입간판 메뉴엔 800엔(약 7350원)이었던 라멘 가격 위에 스티커로 ‘900엔’을 덧붙였다. 가게 입구에 큰 글씨로 “라멘 주문한 분은 생맥주·하이볼·레몬사와(레몬 소주) 한 잔 300엔, 이 지역 최저가”라고 쓰여 있었다.
같은 시각 길 건너 라멘집 뉴토모친에는 10여 명이 늘어섰다. 비결은 라멘 가격이 750엔이고 밥이 공짜라는 점이었다. 150엔 차이가 두 가게의 희비를 가른 것이다. 뉴토모친은 손님이 자리에 앉지 못하고 선 채로 음식을 먹는 다치구이(立食) 방식이다.
<8일 낮 12시, 한 손님이 도쿄 진보쵸의 라멘집 후쿠마스에 들어가고 있다. 입구에는 '라멘을 주문한 분은 주류 전품 300엔. 생맥주는 이 지역의 최저가.'라는 간판을 걸어놨다.>
고물가에 신음하는 일본에서 ‘라멘 위기설(說)’이 나오고 있다. ‘1000엔의 벽’을 넘지 못하고 도산 위기에 내몰리는 라멘집이 속출하는 것이다. 일본의 대표적 서민 음식인 라멘은 ‘한 그릇 1000엔 이하’라는 불문율이 있다. 실제로 도쿄 통계연감에 따르면 라멘 평균 가격은 2000년 548엔에서 2023년 567엔으로 거의 오르지 않았다. 물가는 오르는데 음식 값은 그만큼 올리지 못하는 라멘집들이 위기에 처한 것이다.
<진보쵸에 있는 라멘집 뉴토모친의 입간판 메뉴표. 밥은 공짜라는 글귀와 함께 가장 싼 라멘이 750엔이다. 하지만 뉴토모친은 '다치구이' 방식으로, 손님은 자리에 앉지 못하고 선채로 식사를 해야한다.>
7일 시장조사 업체 제국 데이터 뱅크는 지난해 도산한 기업형 라멘 체인이 72곳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53건이었던 전년보다 약 30% 급증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일본의 기업형 라멘 체인은 500~1000곳 정도로 추정된다. 라멘 체인 열 곳 중 한두 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이 통계에는 자영업자의 동네 라멘집 폐점은 잡히지 않아, 실제로는 훨씬 많은 라멘집이 위기에 처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조사 업체가 기업형 라멘 체인 350곳의 실적(2023년)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적자’가 33.8%, ‘이익 감소’가 27.7%를 기록해 61.5%가 경영 악화 상태로 나타났다.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은 2020년(81%)에 이어 역대 둘째로 어려운 상황이다.
라멘의 위기는 일본인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2%대 물가 인상률 탓이 크다. 라멘 재료 원가는 최근 2년 사이 10~15% 정도 올랐다. 돼지고기는 지난해 한때 전년보다 40% 급등하기도 했다. 최저임금도 지난해 10월부터 시간당 1163엔(도쿄 기준)으로 전년보다 약 4.5% 올랐다. 600~800엔의 라멘 가격을 고수하면 적자를 피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1000엔 이상으로 올렸다간 “라멘마저”라는 고객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 일본 라멘 시장에선 100엔만 값을 올려도 옆집에 손님을 뺏길 위험이 크다. 실제로 진보초 사거리 반경 20m 안에만 라멘집이 6~7곳 있다.
일부 인기 라멘집이 1000엔의 벽을 깨는 사례도 등장했다. 도쿄 간다에 있는 산마로 도쿄점은 소금 라멘이 1300엔, 인기 프랜차이즈 하카타 라멘은 1100엔이다. 후지타의 쓰케멘(국물에 찍어먹는 라멘)도 1100엔이다. 한 시간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인기 라멘집 라멘재지비트는 500엔짜리 ‘퍼스트 패스’를 판매한다. 줄을 서지 않고 곧장 입장하는 데 추가로 500엔을 내라는 것이다.
동네 라멘집엔 꿈같은 이야기다. 제국 데이터 뱅크는 “라멘은 가격을 1000엔 이상으로 하면 손님의 발길이 끊기는 경향이 강하다”며 “올해는 중소 라멘집을 중심으로 도산이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소비자들도 라멘 한 그릇 마음 놓고 사 먹기 어려운 상황이다. 라멘뿐 아니라 대부분 식재료 가격이 올라 식비 부담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일본 3인 가족 식비는 지난해 8월 평균 9만3130엔을 기록해 3년 전보다 16% 증가했다. 식비 지출이 늘어나는 12월을 제외하면 역대 최고치다. 2년 전과 비교하면 감자(53%), 오이(39%), 상추(34%) 등 대부분 식재료가 10% 이상 올랐다. 생계비 중 식료품 지출 비율을 뜻하는 엥겔 지수는 30.4%로 42년 만에 최고치다. 한국의 엥겔 지수는 12.8%(2021년)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가구당 소고기 구매량(2024년 8월)은 전년보다 6%, 돼지고기는 2% 감소할 정도로 소비자들은 절약하고 있다”며 “이렇게 높은 엥겔 지수가 지속되면 오락이나 내구재 지출을 삭감할 수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경제 여러 분야에 악순환이 올 수 있다는 의미다. 라멘의 위기는 라멘집만의 위기가 아니라 취약해진 일본 가계 전체의 위기라는 것이다.(250109)
사고 등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가족을 잃었을 때, 사망자의 지인에게 부고를 알리고 싶어도 연락처를 알지 못해 속을 태우는 상황이 벌어진다. 특히 스마트폰 암호는 본인이 아니면 풀 수 없고, 아무리 가족이라도 스마트폰 제조사나 통신사가 이를 알려주지 못한다. 소셜미디어(SNS)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제주항공 참사’ 유족들이 희생자들의 카카오톡 등에 있는 연락처를 공개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하는 일도 있었다. 정부가 네이버·카카오 등과 협의했으나, 개인 정보 보호 원칙에 따라 회원 아이디와 비밀번호 같은 계정 정보를 제공할 수 없었다. 하지만 유족 요구가 커졌고, 결국 지난 9일 삼성전자·애플·카카오는 정부와 법령 검토 끝에 ‘이름을 뺀 전화번호’만 유족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이를 계기로 사망자가 생전에 동의한 경우, 스마트폰 속 연락처나 소셜미디어의 기록 등 ‘디지털 유산’을 유족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생전에 특정한 사람들이 연락처 등을 열람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하고 있다.
고인이 남긴 기록을 ‘디지털 유산’으로 지정해 상속 가능하도록 하는 ‘디지털 유산 제도’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도입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2014년 디지털 자산에 접근하고 관리 권한을 신탁할 수 있는 법이 제정돼 48주에서 시행 중이다. 독일 연방 대법원은 2018년 미성년 자녀를 사고로 잃은 부모에게 자녀의 페이스북 계정 접근 권한을 허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같은 법적 근거가 마련되자 플랫폼 기업들도 관련 제도를 도입하고 나섰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각 나라 법률에 따라 고인 계정 접근 권한을 준다. 구글은 사전에 지정한 사람에게 계정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관련 규정이 아직 없다. 세월호·이태원 참사 등 대형 참사 때마다 디지털 유산 도입 필요성이 나오고 있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현재 개인정보보호법은 ‘살아있는 개인’에 대한 정보만 보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사망한 사람의 데이터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이번 제주항공 유족에게 전화번호를 넘기는 것도 일회성 조치다. 카카오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은 법제화하거나 관련 판례가 있다”며 “우리나라는 디지털 유산 관련 사회적 합의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카카오는 유족의 요청이 있으면 고인의 계정을 삭제하거나, 추모용 계정으로 전환토록 하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이런 법적 문제와 별개로 생전 동의를 통해 ‘디지털 유산’을 상속하는 기능을 도입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속 데이터를 상속하는 기능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달 말 출시하는 갤럭시S25에 우선 이 기능을 탑재하고 점차 다른 갤럭시 스마트폰으로도 확대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인이 생전 작성한 생각들, 연락처, 음성 파일들이 저장된 클라우드(가상 저장 공간)가 잠겨 이를 열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이용자는 상속받을 ‘유산 관리자’를 스마트폰 연락처에 등록된 사람 중 최대 5명까지 지정할 수 있다<그래픽 참조>. 직계 가족뿐 아니라, 연락처만 있다면 누구나 지정할 수 있다. 이렇게 지정된 유산 관리자는 28자로 구성된 등록 코드를 받는다. 추후 스마트폰 주인이 사망하면, 인증 절차를 통해 삼성전자에서 데이터를 전달받을 수 있다.
애플도 비슷한 방식으로 디지털 유산 상속을 하고 있다. 아이폰뿐 아니라 맥(PC)·아이패드(태블릿) 속 데이터도 가능하다. 다만 모든 데이터가 상속되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와 애플 모두 연락처·통화 기록·음성 녹음 같은 자료는 상속이 가능토록 허용했지만 신용카드 등 결제 정보·게임 아이템·비밀번호(이하 애플), 사진·영상·결제 정보·건강 정보(이하 삼성) 같은 데이터는 지정된 상속인이라도 열어볼 수 없도록 했다.(250111)
☞디지털 유산
고인이 생전에 온라인이나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공간에 남긴 흔적을 말한다. 스마트폰 속 연락처와 사진, 주고받은 이메일, 소셜미디어 댓글, 게임 속 아이템 같은 자료가 해당된다.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염곡동의 노인 복지관 ‘내곡 느티나무 쉼터’. 영하 5도 날씨인데 복지관 안은 할머니·할아버지들로 북적였다. “딱!” “딱!” 곳곳에서 공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들이 하는 건 ‘스크린 파크골프’. 노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파크골프를 실내로 들여온 것이다. 서초구가 지난달 복지관 지하에 있던 사우나를 철거하고 개장했다. 3억8000만원을 들였다. 심동연 서초구 어르신정책팀장은 “코로나 이후 사우나를 이용하는 사람이 줄어서 고민이었는데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설치해달라는 민원이 많았다”고 했다.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내곡 느티나무 쉼터’ 노인 복지관의 스크린 파크골프장. 노인들이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다. 자투리땅에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만드는 지방자치단체가 늘어나고 있다.>
타석은 4개, 타석 1개당 요금은 2시간에 1만2000원이다. 노인 4명이 2시간 동안 날씨 상관없이 파크골프를 할 수 있다. 예약제로 운영한다.
파크골프는 보통 골프와 달리 채 1개와 주먹만 한 공만 있으면 즐길 수 있다. 대한 파크골프 협회에 따르면, 2020년 약 4만5000명이었던 전국 파크골프 동호회 회원은 작년 말 기준 약 18만4000명으로 4배가 됐다.
박하늘나라 느티나무 쉼터 관장은 “강의도 개설했는데 30명 모집에 140명이 몰렸다”며 “다른 구에 사는 친구들과도 치고 싶다는 민원이 많아 오는 20일부터는 다른 구민에게도 개방한다. 예약 전쟁이 터질 것 같다”고 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자투리땅을 활용해 잇따라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열고 있다. 복지관은 물론이고 주민센터, 경로당, 전통시장에도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낸다. 서울시 관계자는 “파크골프장을 지으려면 보통 9000㎡ 크기 땅이 필요한데 예산이 부족한 지자체 입장에선 큰 부담”이라며 “반대 민원도 많아서 공원이나 강변에 짓기도 어렵다”고 했다. 현실적인 대안이 스크린 파크골프장이란 얘기다.
작년 9월 개장한 강남구 탄천 파크골프장은 짓는 데 28억원 들었다. 예산을 확보해도 “왜 공원에 노인들만 주로 쓰는 시설을 만드느냐”는 주민 반발이 많아 사업을 포기한 경우도 있다.
은평구는 작년 11월 8000만원을 들여 불광2동 주민센터 2층에 타석 2개짜리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만들었다. 벌써 1월 예약이 꽉 찼다. 은평구 관계자는 “주민센터를 새로 지으면서 2층 한쪽에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만들었다”며 “파크골프장 있는 주민센터로 소문이 나면서 썰렁했던 주민센터가 동네 사랑방이 됐다”고 했다. 강남구는 지난달 ‘도곡 경로당’을 리모델링해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만들었다.
경남 하동군은 작년 5월 공설 시장 안에 있던 빈 가게 4개를 합쳐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열었다. 침체된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예산 1억7000만원을 투자했다. 하동군 관계자는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만든 이후 공설 시장의 한 달 평균 ‘제로페이’ 결제액이 2500만원에서 3500만원으로 40% 늘어났다”고 했다. 그릇 가게 주인 김현채(70)씨는 “동네 노인들이 시장에서 파크골프 치고 밥도 먹고 장도 본다”며 “하동군 밖에서도 손님이 와 요즘은 장사할 맛 난다”고 했다.
충북 제천시도 작년 5월 중앙시장 2층의 빈 가게 22개를 털어 10타석 규모의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만들었다. 제천시와 민간 사업자가 2억8000만원씩 부담해 조성했다. 파크골프 동호회 회원과 시장 상인 등 하루에 100여 명이 찾는다고 한다. 옷 가게를 하는 성다금(57)씨는 “가게 문 열기 전에 30분씩 친다”며 “시장 상인 대부분이 노인인데 운동도 되고 소상공인 복지에 이만한 게 없다”고 했다.
서울시도 올해 스크린 파크골프장 50곳을 연다는 계획이다. 지하철역 빈 가게 등을 활용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는 동별로 스크린 파크골프장 1개 이상을 만드는 게 목표”라며 “직원도 노인을 채용해 노인 일자리도 늘릴 것”이라고 했다.(250110)
서울 서초구에 사는 김모(35)씨는 두 달 전 정부 ‘아이 돌봄 서비스’를 신청했지만 7개월은 대기해야 한다는 답이 돌아와 걱정이 크다. 올해 초 육아휴직이 끝나 복직해야 하는데 어린이집 하원 시간대 세 살 아이를 맡아줄 이가 마땅찮기 때문이다. 김씨는 “7개월 뒤에도 확실히 가능한지도 불투명하다고 하니 실제 이용이 가능한 건지 당황스럽다”고 했다.
아이 돌봄 서비스는 맞벌이 부모 등을 대신해 만 12세 이하 영유아를 돌봐줄 ‘아이 돌보미’를 집으로 파견해주는 여성가족부 사업이다. 이용 요금(시간당 1만2180원)은 부모 소득에 따라 15~90%까지 정부가 지원한다. 그런데 수요는 많고 인력은 적어 장기간 대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가부에 따르면, 아이 돌봄 서비스를 신청한 가구는 2020년 6만7794가구에서 2023년 12만2729가구가 돼 거의 두 배로 늘었다. 그러나 아이 돌보미 인력은 2020년 2만4469명에서 2023년 2만8071명으로 정체 상태다. 이에 따라 서비스 평균 대기일이 2020년 8.3일에서 2023년 33일이 돼 3년 만에 4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이렇게 대기 기간이 늘어난 건 수요만큼 인력을 늘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지역 아이 돌봄 지원 센터 관계자는 “현재 돌보미 급여 수준으로는 수요만큼 채용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올해 아이 돌보미 시급은 1만2180원으로, 최저임금(1만30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돌보미 대기 여부는 지역별로 천차만별이다. 2023년 기준 돌보미 대기 일수가 가장 긴 대구는 53.5일, 가장 짧은 대전은 20.4일이었다. 시·도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차이가 크다. 예컨대 서울의 경우, 종로구는 0~9세 아동 수가 6038명인데 아이 돌보미는 93명이 확보돼 돌보미 대 아동 비율이 1:65다. 이 지역은 수요가 몰리는 등·하원 시간대에 서비스를 신청해도 대개 1~2개월 내 이용이 가능하다. 반면 젊은 맞벌이 부부가 많은 동작구(1:219), 서초구(1:197), 노원구(1:196) 등은 수요 대비 돌보미 인력이 부족하다. 이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1년을 기다려도 돌보미 매칭이 안 된다” “어린이집 다닐 때 신청했는데, 애가 벌써 초등학생” 같은 불만 글들이 종종 올라온다. 이렇게 지역별로 상황이 다른 건 여가부가 예산을 지원하지만, 자치구별로 기관을 지정해서 돌보미를 채용하고 서비스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해당 자치구에서 뽑은 돌보미는 그 지역에서만 활동할 수 있다.
돌보미를 관리하고 부모와 매칭해주는 행정기관에 대한 지원도 열악하다는 평가다. 한미영 동대문구 가족센터장은 “예산이 적어 센터 인력 3명이 모든 행정·민원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며 “이미 행정 과부하 상태라 아이 돌보미를 늘려도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야당은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감액 예산’을 단독 처리하며 아이 돌봄 예산을 기존 정부 예산안 5134억원에서 384억원을 대폭 삭감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부족한 아이 돌보미를 늘리기 위해서는 예산이 확대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줄어 예년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돌보미 처우 개선을 위한 수당 신설, 자치구별 지원 센터 추가 지정 등 가능한 방안을 찾을 계획”이라고 했다.(25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