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표-모으다 보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랑스 맥시카드 1  (0) 2024.09.09
식물  (0) 2024.09.06
식물.  (0) 2024.09.03
인물  (0) 2024.09.02
서커스  (0) 2024.08.30

 

 

 

세계 최대 맥주 기업 안호이저-부시 인베브(AB 인베브)는 26일 개막하는 파리올림픽에서 삼성전자, 인텔, 비자 등과 함께 15개 최상위 공식 후원사 중 하나다. 
버드와이저, 스텔라 아르투아, 호가든 같은 유명 브랜드를 보유한 AB 인베브는 파리올림픽 공식 맥주로 논(non)알코올 맥주인 ‘코로나 세로’를 내세웠다. 
미셸 케리스 AB 인베브 CEO는 “전 세계 올림픽 팬들에게 코로나 세로가 최적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올림픽 공식 맥주가 될 정도로 논알코올 제품이 글로벌 맥주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아직 전체 맥주 시장에서 비율은 미미하지만, 시장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미국 내 논알코올 맥주 1위 ‘애슬레틱’은 출시 6년 만에 생산량이 285배 늘었다. 
국내 시장 규모도 2020년 236억원 규모에서 올해 704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술자리에서 음주가 내키지 않거나 운전을 해야 하는 경우, 임신부처럼 술을 마실 수 없는 상황의 소비자들이 논알코올 맥주를 많이 찾는다. 
맥주 회사들이 제조 공법을 대폭 개선한 덕분에 “맛이 밍밍하다”며 외면했던 소비자들도 가세하고 있다. 
일반 주류와 달리 음료로 취급돼 인터넷에서도 주문할 수 있고 가격이 저렴한 것도 인기를 끄는 이유다.


일본에서 지난 2008년 처음 맥주맛 탄산음료가 등장했고, 이어 아사히·기린 같은 맥주 제조사들이 공법을 개발해 논알코올 맥주를 출시했다. 
이에 국내에서도 하이트진로가 2012년 ‘하이트제로 0.00′을 처음 출시했고, 롯데칠성음료는 2017년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를 선보였다. 
그러나 초기 국내 선보인 제품들은 실제 맥주처럼 제조 과정에서 발효를 거친 것이 아니라, 맥주 원료인 맥아와 홉에서 추출한 엑기스에 탄산을 배합한 것이었다. 
일반 맥주와는 맛이나 목넘김에서 차이가 커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제조 기술이 발전하면서 논알코올 맥주의 맛이 일반 맥주와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비맥주의 논알코올 제품 ‘카스 0.0′은 실제 맥주처럼 발효 과정을 거친 후 마지막에 알코올 성분만 빼내는 공법으로 만든다. 
맛이나 청량감이 기존 맥주와 유사하고, 알코올은 0.05% 이하만 남게 된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도 계속 새로운 논알코올 제품을 내놓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2021년 알코올은 물론 칼로리와 당류까지 모두 제거한 ‘올프리(All-free)’ 제품으로 차별화에 나섰고, 롯데칠성음료는 작년 8월 기존 맥주처럼 발효 과정을 거친 ‘클라우드 클리어 0.5′를 출시했다.


버드와이저·호가든·칭다오·칼스버그 등 해외 유명 맥주 브랜드의 논알코올 제품도 해마다 수입이 늘고 있다. 와인, 샴페인, 사케 등도 논알코올 제품이 나온다.


논알코올 맥주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것도 인기 요인이다. 
법적으로는 음료로 취급돼 주류 가격에 포함되는 주세(酒稅)가 붙지 않기 때문이다. 
편의점 기준 카스 프레시나 테라·하이트 355ml는 개당 2250원이지만, 논알코올 제품은 1800원에 판매된다.


지난달부터는 식당에서도 논알코올 맥주가 판매되면서 시장은 더 커질 전망이다. 
주류 도매업자가 마트나 편의점 외에 음식점에도 논알코올 맥주를 공급할 수 있도록 주류면허법 시행령이 바뀌면서다.

 

 




해외에서는 논알코올 맥주의 인기가 더욱 뜨겁다. 
현재 미국 논알코올 맥주 1위는 2017년 출시된 ‘애슬레틱’이다. 
출시 첫해 875배럴(1배럴은 약 159리터)에 그쳤던 애슬레틱의 생산량은 지난해 25만배럴까지 늘어났다. 
수퍼마켓 체인 홀푸즈마켓 관계자는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일반 맥주를 포함해도 애슬레틱 맥주가 가장 많이 팔린다”고 했다.


미국양조협회에 따르면 애슬레틱을 생산하는 애슬레틱브루잉컴퍼니는 논알코올 맥주만을 생산하는데도 지난해 1만여 곳에 달하는 미국 전체 수제 맥주 양조장 중에서 맥주 매출액 기준 10위를 차지했다. 
이 회사의 기업 가치는 2022년 말 5억달러(약 6900억원)에서 지난 9일 기준 8억달러(약 1조1000억원)까지 치솟았다.


일본에서도 논알코올 맥주는 인기를 끌고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아사히는 올해 1~5월 ‘아사히 제로’ 판매량이 740만병에 달해 연간 판매 목표치의 60%를 이미 넘겼다. 
이런 인기에 아사히는 아사히 제로 생산량을 기존의 2배 수준으로 늘리기로 했다.(240711)



 

 

 

구독자 1010만을 보유한 ‘먹방 여신’ 유튜버 쯔양을 협박하기로 모의한 사건으로 유튜브 세계의 민낯이 드러났다. 
폭로 영상으로 조회수를 올리는 이른바 ‘사이버 레커’들은 쯔양이 전 남자친구에게 폭행과 협박당했다는 사실을 약점으로 잡아 거액을 편취하려고 했다. 
한국인들이 월 평균 40시간 이상 이용하고 있는 유튜브가 ‘야수들의 돈벌이 놀이터’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이 조회수를 올리려고 가짜 콘텐츠와 폭로성 콘텐츠를 만들어 수익을 얻는 범죄 혐의 행위를 벌이는데도 유튜브는 이를 방치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스포츠 스타·연예인·정치인 등의 치부를 들춰내거나 이를 영상으로 올리지 않는 조건으로 돈을 뜯어낸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5월 범죄 의혹 등을 폭로하지 않는 조건으로 수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유명 유튜버 엄태웅(30)씨를 구속 기소했다. 
격투기 선수 출신으로 구독자 29만명을 가진 엄씨는 이른바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가해자 신모씨의 고등학교 선배인 A씨에게서 신씨와의 친분이나 A씨의 별도 범죄 의혹을 방송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3억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유튜버들의 폭로성 콘텐츠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2년 유튜버 ‘잼미’는 일부 유튜브에 의해 극단적 페미니스트 성향이라는 지목을 받은 뒤 인터넷상에서의 ‘사이버 불링’으로 괴로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같은 해 2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조회 수를 올리기 위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일부 유튜버를 강력 처벌해달라는 글이 올라와 사흘 만에 10만명 넘게 동의를 받았다.


가로세로연구소가 공개한 ‘쯔양 협박 모의’ 녹취에는 구제역, 전국진, 카라큘라 등 3명의 유튜버가 등장한다. 이들의 총 구독자 수는 12일 기준 160만명을 훌쩍 넘어선다. 이들의 월 추정 수익은 약 3000만원에 달한다. 
이번 사태가 터지지 않았다면 최소 연 3억6000만원을 벌어들이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유튜브는 10분 분량 유튜브 영상에 광고가 붙고 200만뷰를 얻으면 200만원 정도의 이익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버들은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선정적인 영상을 만들고, 이 과정에서 조작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난 2020년 12월 유튜버 A씨는 또 다른 유튜버 B씨가 지하철 역사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영상을 촬영했는데, 이 과정에서 서울교통공사 소속 역무원이 시위를 저지하며 자신들을 때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후 인근 지구대에서 “1인 시위를 하다가 폭행을 당했으며, 역무원을 강력히 처벌하기 원한다”는 내용으로 신고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폭행은 없었으며 시위를 벌이면서 단속 나온 역무원의 폭행을 고의로 유도하는 것까지 모두 사전에 모의된 것이었다. 
서울중앙지법은 작년 10월 유튜버 A·B씨에게 무고 혐의로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지난해 6월 구독자 2만여 명의 한 유튜브 해외 토픽 채널에 파리 생제르맹(PSG) 소속 축구 선수 킬리안 음바페의 한글 자막 인터뷰 영상이 올라왔다. 
일본 기자가 “이강인이라는 한국 선수가 (PSG에) 오는 것은 마케팅을 위한 영입이라고 생각하는가”라며 이강인 선수를 평가절하하는 질문을 던졌고, 음바페는 고개를 저으며 “(이강인을) 신뢰하고 있다. 재능을 가졌기에 여기에 올 수 있는 것이다”로 답변한다. 
이 영상은 ‘반일(反日) 코드’와 결합해 1100만명의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지만, 음바페가 2021년 ‘유로 2020′ 기자회견에 참석해 답변한 영상 앞부분에 일본 기자 음성을 만들어 넣은 조작된 영상이었다.


이들은 ‘우리 사회 정의 구현’이란 슬로건을 가지고 사람들의 치부를 드러내면서 늘어난 조회수와 광고로 수입을 얻는다. 
수의대생 유튜버 박모(30)씨는 유기 동물을 거둬 기르는 ‘천사 콘셉트’로 유튜브를 운영하다 거짓말이 폭로되며 사기 등 혐의로 기소당했다. 
펫숍에서 구매한 동물들을 유기·파양 동물인 것처럼 유튜브 콘텐츠를 조작해 기부금을 챙긴 혐의다. 
그는 사죄 영상을 통해 “(구조했다고 한) 레이, 노루, 절구가 펫숍에서 왔다는 보도는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 “관심이 좋아 더 큰 채널을 바라게 됐고 그러면서 거짓 영상을 찍게 됐다”고 고백했다.


유튜버들의 공갈 및 협박 사건은 과거에도 있었다. 
‘탁재훈 사생활 폭로’ 등 수많은 연예인의 사생활 의혹을 제기하며 ‘시민들의 알 권리’를 주장하던 유튜버 김용호씨는 지난 2022년 8월 가수 김건모 전 아내 장모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박수홍 허위 사실 유포, 강요 미수, 모욕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후 김씨는 지난해 10월 부산 해운대의 한 호텔에서 투신해 숨졌다. 
그의 소식을 접한 다수의 커뮤니티에서는 “이게 사이버 레커의 말로” “남의 눈에 피눈물 나게 만들고 무사할 줄 알았나” 등의 비난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법적 처벌도 이들에겐 무용지물이다. 
과거 130만 구독자를 보유했던 유튜버 송모(31)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배달 음식이 도착했는데 배달 내용물을 누가 빼 먹었다’는 영상을 올렸다. 
당시는 배달원이 음식을 몰래 빼 먹는다는 이른바 ‘배달 거지’가 이슈가 된 상황. 송씨는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영상을 제작했다. 
하지만 이는 송씨가 콘텐츠를 제작하려고 일부러 음식을 빼 먹은 뒤, 지인과 미리 짜인 각본에 따라 통화를 나누고 마치 점주가 부적절한 응대를 한 것처럼 조작한 영상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송씨는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2022년 10월 1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럼에도 송씨는 현재 새로운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복귀해 구독자 10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쯔양 협박 모의에 연루된 구제역도 허위 사실 폭로 등으로 이미 재판 4건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3월 부산지방법원에서 손해배상 2000만원, 2022년 7월에는 수원지방법원에서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세연 녹취에서 구제역이 “고소당해 봤자 끽해야 벌금 몇백 나오고 끝난다”고 했던 발언으로 볼 때 그가 상습적으로 송사에 휘말려 왔음을 알 수 있다. 구제역은 이번 사태로 또다시 서울중앙지검 조사를 받게 됐다.(240713)


 

 

 

 

 

 

 

 

'우표-모으다 보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식물  (0) 2024.09.06
동물  (0) 2024.09.05
인물  (0) 2024.09.02
서커스  (0) 2024.08.30
교통수단-자전거  (0) 2024.08.29

 

 

 

서울시가 마포구 상암동에 100층 이상으로 지으려던 ‘상암 DMC 랜드마크’ 사업을 최근 포기했다. 
현대차그룹이 추진 중인 강남구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는 105층 계획을 철회하고 새 설계안을 마련하고 있다. 
중국 대표 부동산 기업 헝다(恒大)는 130억위안(약 2조4710억원)을 투자해 2021년 저장성 닝보에서 높이 453m(88층) 규모 ‘에버그란데 시티 라이트’를 착공했지만, 이듬해 공사를 중단했다. 26층까지 골조가 올라간 건물이 흉물처럼 남아있다.


2000년대 이후 아시아와 중동을 중심으로 치열하게 벌어졌던 ‘마천루 경쟁’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국가와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초고층 건물을 지으려다가 사업이 무산되거나 자진 철회하는 일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치솟는 공사비와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이 주원인이지만, 이젠 마천루 대신 혁신 설계나 독특한 외관의 건축물로 상징성을 확보하는 것에 주력하는 분위기도 한 이유로 꼽힌다.


9일 세계초고층도시건축학회(CTBUH)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공사가 중단된 400m 이상 초고층 프로젝트는 24곳에 달한다. 현재 공사 중인 400m 이상 건물(12곳)의 배(倍)에 달한다.

 

 




세계적으로 초고층 경쟁이 주춤한 것은 고금리와 지정학적 위기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건축비는 폭등했는데, 경기 침체로 빌딩 임차 수요는 적어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세계 100대 초고층 건물 중 46개가 있는 중국은 텅 빈 마천루가 늘자 2021년부터 높이 500m 이상 빌딩 신축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건설업계에선 70층 이상 초고층을 시공할 때 3.3㎡(1평)당 공사비가 2000만원 이상인 것으로 보고 있다. 
35층 정도 대형 빌딩 공사비(3.3 ㎡당 1000만원)의 두 배 수준이다. 
초고층 빌딩은 건물 하중과 횡으로 작용하는 풍압을 견디기 위해 고강도 철근·콘크리트를 써야 하고, 들어가는 자재도 1.5배 이상이다. 
구조 안전을 위해 지하를 더 깊게 파야 하고, 지진 등에 대비한 피난안전구역, 비상용 승강기 등을 추가 설치하는 비용도 만만찮다. 
30개 층마다 대피 공간으로 한 층을 통째로 비워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국내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70층 1동(棟)을 짓는 비용이 35층짜리 2동 짓는 것보다 최대 두 배가 더 든다”며 “동시에 2동을 지을 때보다 공기(工期)도 길어 인건비와 금융비용도 급증한다”고 말했다.


처음 105층으로 계획한 삼성동 GBC의 경우 2016년엔 공사비가 2조5600억원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5조원가량으로 전망된다. 
건설업계에선 105층 대신 55층짜리 2동으로 설계를 바꾸면 공사비가 최대 2조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본다.


최근 세계 각국은 랜드마크 높이 경쟁에서 손을 떼는 분위기다. 
마천루 대신 혁신적인 설계나 독특한 외관으로 랜드마크 건축물로서의 가치를 부각시키고 있다. 
미국 뉴욕 허드슨야드의 랜드마크는 마천루 사이에 들어선 높이 45m 벌집 모양의 개방형 건축물 ‘베슬(Vessel)’이다. 
계단 2500개와 전망 공간 80개로 이뤄진 독특한 외관 덕분에 ‘뉴욕의 에펠탑’이란 별칭까지 붙었다.


작년 11월 개장한 일본 도쿄 ‘아자부다이 힐스’ 역시 330m의 최고층 건물보다 부지의 3분의 1을 채우는 ‘수직 정원’이 랜드마크로 꼽힌다. 
중앙 광장부터 중저층 건축물 옥상까지 입체적으로 320종이 넘는 식물로 뒤덮고 보행로로 연결해 2만4000㎡의 녹지 공간을 조성했다. 
국내 한 건축가는 “일본이 기술이 부족해 100층짜리 건물을 안 짓는 게 아니라 건물의 가치를 높이는 콘텐츠에 더 신경을 쓰는 것”이라고 했다.(240710)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인 이화여대 사범대학 부속 이화금란고등학교(이대부고)는 최근 자사고 운영을 스스로 포기하고 내년부터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한때 교육 당국이 일반고로 강제 전환하려고 하자 행정소송까지 내 승소했던 이대부고는 2024학년도 입학 경쟁률이 0.79대1에 그쳐 학생 정원을 다 채우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뿌리가 같은 서울 중구에 있는 자사고인 이화여고는 입학 경쟁률이 1.48대1로 서울 지역 자사고(하나고 제외) 중 가장 높다.

 

 


<10일 서울 중구 정동에 있는 이화여자고등학교 정문. 
이화여고는 올해 서울 지역 자사고(하나고 제외) 중 입학 경쟁률이 가장 높았다. 
같은 뿌리에서 시작한 이대부고가 최근 자사고 운영을 포기한 것과 대조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교육계에서는 각 학교 재단의 운영 방식 차이에서 두 학교의 길이 엇갈렸다고 보고 있다. 
이대부고는 재단법인 ‘이화학당’ 소유다. 이 재단은 이화여대, 이대부고·중·초·유치원, 이대병설미디어고, 이대병설영여중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화여고는 이화여자외고, 팔렬중·고를 운영하는 재단법인 ‘이화학원’ 소속이다.


두 재단 모두 1886년 미국인 선교사 메리 스크랜턴 여사가 서울 중구 정동에 세운 이화학당이 모체(母體)다. 
그러나 1935년 이화여대(당시 이화여자전문학교)가 정동에서 신촌으로 이전하며 공간적으로 분리됐다. 
1943년 재단법인도 이화여대를 운영하는 ‘이화학당’과 이화여고를 운영하는 ‘이화학원’으로 완전히 나뉘었고, 이후 아예 별도의 재단으로 운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국세청 법인 공시에 따르면, ‘이화학당’ 순자산 규모는 2월 기준 1조3911억원으로 ‘이화학원’(1732억원)에 비해 훨씬 크다. 
하지만 이화여대가 작년 영업이익 기준 약 407억원 손실을 보는 등 최근 몇 년 사이 재단 재정이 나빠지고 있다.


10년 넘게 이화여대가 등록금을 인상하지 못한 것이 재정 악화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정부는 2012년부터 등록금을 올린 대학에 재정 지원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등록금 동결을 사실상 강제해왔다. 
이화여대는 재정 적자를 타개하려 2016년 고졸 직장인을 대상으로 패션 등 과목을 가르치는 미래라이프대(평생교육단과대)를 설립하려 했지만, 학생 반발에 부딪혀 무산되기도 했다.

 

 




특히 올해는 ‘의대 증원’으로 전공의 파업 등이 이어져 이대목동병원 등 이대의료원 산하 병원들 적자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령인구 감소로 앞으로 학생 모집이 더 어려워질 이대부고를 자사고 형태로 계속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자사고는 일반고와 달리 교육청으로부터 지원금도 받지 못한다. 
이대부고가 내년 일반고로 전환되면 정부로부터 ‘일반고 전환 지원금’ 25억원을 받고, 앞으로 인건비와 학교 운영비 등도 교육청으로부터 지원받는다.


반면 이화여고는 앞으로도 일반고로 전환할 계획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기독교 정신에 기초한 교육’이라는 건학 이념을 지키려면 자사고 형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교육계 인사는 “사업 규모가 큰 이화학당과 달리 이화학원은 중등교육 사업에만 집중해 재정 변동이 크지 않고 동창회 기부 규모도 커 안정적이다”라고 말했다. 
이화여고 졸업생은 약 6만5000명으로, 작년 동창 등이 낸 기부금만 6억원에 달한다.


입시 업계에서는 두 학교의 가장 큰 차이로 ‘역사’를 꼽았다. 
이화여고가 1886년 설립된 한국 최초 여성 교육기관인 이화학당을 잇는 곳이라는 상징성이 큰 데다 여전히 동창 사회 교류가 활발하다. 이대부고는 1958년에 설립됐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화여고가 전통이 있을 뿐 아니라 최상위권 대학으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더 많은 것도 인기의 한 이유”라고 했다. 
서울 지역에 있는 자사고 17곳 중 여고는 이화여고와 서초구에 있는 세화여고가 유일하다 보니 여학생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240711)

 

 

 

대기업 A사에 다니는 이모(43) 차장은 다음 달 결혼을 앞두고 청첩장을 돌리고 있다. 
31세에 취직해 뒤늦게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연애도 결혼도 늦었다고 한다. 
그는 “아이를 갖고 싶은데 빨리 낳더라도 아이가 대학에 입학할 60대 중반까지 일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대기업 B사 이모(44) 부장은 작년 말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이미 육아휴직을 쓴 아내 대신 유치원생 아들을 돌보겠다는 ‘부장님의 육아휴직’ 소식에 회사는 술렁였다.


우리나라가 취업과 결혼, 출산이 점점 늦어지는 ‘지각 사회’에 접어들고 있다. 
30대 초반 신입 사원과 40세 전후 신랑·신부, 40대 초반의 아기 아빠·엄마를 쉽게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취업·결혼·출산은 1980~1990년대까지 20대에 해결하지 않으면 “늦었다”는 소리를 들었던 ‘성인 인증 3종 세트’였는데, 지금은 30·40대로 밀리고 있다. 그만큼 인생 시계가 늦춰진 것이다.

 

 




지각 사회가 장기화할 경우 자녀 학자금을 대려고 환갑을 훌쩍 넘겨서도 일하는 60대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회적 제도 개선으로 취업·결혼·출산 각 단계에 진입하는 시기를 앞당겨야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어서자 연금 개혁과 정년 연장 등 초고령화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행정안전부는 지난 10일 기준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가 1000만62명으로, 전체 주민등록인구의 19.51%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으면 초고령 사회라고 부른다.


5년간 취업 준비생으로 지내다 올 1월 스타트업 회사에 취업한 이모(31)씨는 취직 전인 지난해 아버지 환갑을 맞았다. 
그는 “내 월급으로 아버지에게 ‘한 턱’을 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고 했다. 
더 견디기 어려웠던 것은 서른이 됐는데도 은퇴한 아버지에게 용돈을 받아 쓰는 일이었다. 
그는 “가족에게 짐이 된 것 같아 불효자가 된 심정으로 죄송스러웠던 5년이었다”고 했다.



번듯한 월급쟁이의 등용문이었던 대기업 신입 사원 공채가 줄어드는 등 취업 시장이 좁아지면서 20대의 ‘취업 지각’ 현상은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작년 9월 취업 준비생과 직장인 등 897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들은 신입 사원 나이의 마지노선으로 남자는 평균 33.5세, 여자는 평균 31.6세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 같은 조사에서 남자는 31.8세, 여자는 30세였는데, 각각 1.7세, 1.6세 상승했다. 
그만큼 30대 초반 신입 사원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취준생과 직장인이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20대의 취업이 늦어지는 반면, 환갑을 넘긴 60대 초반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20대 초반을 넘어선 지 오래다. 
경제활동 참가율은 인구 대비 ‘취업자+실업자’의 비율로, 직장 생활을 하거나 직장을 구하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들의 비율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만 20~24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48.5%로, 60대 초반(65.5%)보다 17%포인트나 낮았다. 2005년까지만 해도 20대 초반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0대 초반보다 높았는데, 2006년부터 역전됐다. 
만 18세에 대학에 입학해 4년제 대학을 졸업한다고 가정해도, 여성은 빠르면 22세, 군 복무를 마친 남자는 24세부터 사회에 진출할 수 있다. 
더 나은 취업을 위해 ‘대학교 5학년’ 생활을 이어가는 등 지각 인생을 선택한 20대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늦깎이 취업에 성공해도 결혼은 또 다른 문제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홍모(32)씨는 여자 친구와 교제한 지 2년 다 돼 가는데, 결혼 얘기를 선뜻 못 꺼내고 있다. 생각은 굴뚝같지만, 신혼집 장만이 고민이기 때문이다. 
홍씨는 “서울 집값이 워낙 높아 직장 근처에 ‘원룸’ 얻는 것도 엄두가 안 나는 상황”이라며 “결국 빚을 잔뜩 내야 하는데, 얇은 지갑에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요즘엔 입사 직후 1~2년을 버티지 못해 퇴사하는 경우도 많아, 결혼 속도를 더 늦추기도 한다


‘결혼 지각’은 ‘출산 지각’으로 직결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이 처음 결혼하는 평균 나이는 지난 1993년 약 25세에서 작년 31.5세로 30년 동안 약 6.5세 올랐다. 
같은 기간 여성이 첫아이를 낳는 평균 나이도 약 26.2세에서 33세로 약 6.8세 높아졌다. 
지각 결혼·출산이 늘면서 어린 자녀를 키우는 대기업 임원들도 종종 볼 수 있다. 
유치원생 딸을 키우는 대기업 C사 김모(47) 이사는 “아이가 빠른 친구들은 대학 입학식에 간다는데, 나는 유치원 참관 수업을 다니고 있다”며 “상무를 천천히 다는 게 목표”라고 했다.


40·50대 직장인이 육아 때문에 휴직하는 것도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 '세종 관가에서는 간부급인 과장이 육아휴직을 쓰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한 중앙 정부 부처에선 지난달 이후 과장급 2명이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다른 중앙 부처 과장도 40세인 2년 전 첫째를 낳아 육아휴직을 썼다. 
한 중앙 부처 과장은 “40대에 첫아이를 출산한 동기에게 ‘늦게까지 애를 키워야 하니 네가 장·차관 달아라’고 농반진반의 덕담을 건네기도 한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40세 이상이 쓴 육아휴직은 4만858건으로 30세 미만 (1만6740건)의 2.4배다. 육아휴직 통계가 처음으로 집계된 2010년만 해도 30세 미만의 육아휴직이 40세 이상의 19배에 달할 정도로 40대 육아휴직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 
하지만 20대 출산이 줄고 40대 출산이 늘면서 격차가 점차 좁혀졌고, 2019년 들어 40세 이상의 육아휴직 건수가 30세 미만을 처음으로 앞섰다.(240712)



 

 

 

 

정직한 사람 
박세현

 

 



잿빛 슬래트 지붕들이 다닥다닥 붙어


서로 가녀린 정을 이어붙이며 살아가는 나라


떠나는 사람은 또 어디론가 훌쩍 떠나가고


다시 오는 사람은 또 그만그만한 인생을 앞세우고


방 둘 부엌 하나인 사택으로 접어들어 살 같은 이웃이 된다


아직도 비어 있는 17호 사택의 벽바닥엔


정직한 사람이라고 씌어진 낙서와


그림책에서 오려낸 티티새 두 마리가


떠나간 주인의 생활을 회상하고 있다

 

 

 

 

 

 

 

'(詩)읊어 보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3168]이정하 / 비겁 5  (0) 2024.10.05
[3167]의자 / 박철  (0) 2024.10.01
[3165]여름편지 / 마종기  (0) 2024.08.15
[3164]당신의 여름을 사랑합니다 / 이채  (0) 2024.08.01
[3163]우산 / 박연준  (0) 2024.07.26

 

 

 

 

 

 

'우표-모으다 보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물  (0) 2024.09.05
식물.  (0) 2024.09.03
서커스  (0) 2024.08.30
교통수단-자전거  (0) 2024.08.29
동물-말  (0) 2024.08.28

 

 

 

무선 청소기, 날개 없는 선풍기 등 혁신적 가전제품을 만들어 온 다이슨이 영국 현지 직원의 3분의 1에 가까운 인원을 감축하기로 했다. 
다이슨을 모방하면서도 가격은 저렴한 중국 제품인 일명 ‘차이슨(차이나+다이슨)’이 중국은 물론 전 세계 시장을 잠식하면서 다이슨을 위기로 몰아넣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중국산 가전제품은 로봇 청소기 등 일부 품목에서 ‘가성비 제품’이라는 딱지를 떼고 ‘하이엔드(고가) 시장’까지 장악하고 있다.


9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다이슨이 영국 현지 직원의 약 3분의 1에 달하는 1000여 명을 감원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감원은 끝이 아니라 회사의 글로벌 인력 1만5000명을 대상으로 하는 구조 조정의 일환이다.

 




외신은 다이슨의 직원 감축 이유로 ‘차이슨’을 지목했다. 
FT는 “다이슨의 가장 큰 시장은 아시아”라며 “그곳에서 다이슨은 자신들이 만든 제품이 나온 직후 비슷한 제품을 생산하는 현지 업체와 경쟁한다”고 전했다. 
한노 키너 최고경영자(CEO)는 “다이슨은 혁신과 변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는 등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며 “일자리 감축은 항상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다이슨은 2013년 중국 시장에 진출한 뒤 현지 시장을 석권했다. 
중국 인민일보에 따르면, 다이슨 무선 청소기는 2018년 기준 시장점유율이 61%까지 늘었다. 
하지만 그 무렵 다이슨 제품을 모방한 중국산 저가 청소기를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다이슨보다 성능이 떨어져도 가격이 10분의 1에 불과하다 보니 중국 현지는 물론 국내에서도 해외 직구로 중국산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가격 비교 사이트 ‘다나와’를 보면,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다이슨 제품(싸이클론 V10)은 최저 가격이 40만원 수준이다. 
이 제품과 모양이 비슷한 중국 디베아 제품(TSX-25000A)은 17만원, 샤오미의 M22는 15만원이다. 
모방 제품은 무선 청소기뿐만이 아니다. 최저가 65만원인 다이슨 에어랩을 베끼다시피 한 제품은 최저가 2만원에 팔린다.



최근 들어 중국산은 가격뿐 아니라 성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는 제품이 늘고 있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5~6년 전만 해도 검증이 안 된 제품들을 내놓다 보니 성능이 떨어졌는데 지금은 성능마저 중국 업체들이 상향 평준화됐다”고 말했다.

 

 




로봇 청소기 시장은 중국 업체들이 석권했다. 
다나와에 따르면, 국내 로봇 청소기 시장 점유율(판매량 기준)은 중국의 로보락이 20.1%로 1위, 샤오미가 17.7%로 2위였다. 
LG전자(17.7%)와 삼성전자(15.5%)에 이어 중국의 에코백스(10.8%)가 4위를 기록했다. 
150만원 이상 하이엔드급 로봇 청소기 시장에선 로보락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80% 수준이다.


가격이 184만원인 로보락의 ‘S8 맥스 V울트라’는 삼성의 ‘비스포크AI 스팀’보다 가격이 5만원 더 비싸고 청소 시간, 먼지통 용량 등 일부 성능이 더 우수하다. 
작년 6월 에코백스가 출시한 ‘디봇 T20 옴니’도 출고가가 159만원으로 고가였지만, 물걸레 세척 기능과 청소 중 카펫이 있으면 자동으로 물걸레를 들어올리는 기능 등을 탑재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중국 제품들의 성능이 뛰어나다 보니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효녀 심청보다 낫다는 의미로 ‘효녀로청(효녀+로봇 청소기 합성어)’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2022년 한국소비자원이 실시한 무선 청소기 성능 테스트에서 당시 90만원에 판매되던 다이슨의 SV17은 최대 모드에서 연속 사용 시간이 15분, 충전 시간은 4시간 6분이었다. 
당시 18만원인 디베아의 무선 청소기도 최대 모드에서 연속 사용 시간이 15분, 충전 시간은 4시간 36분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50만원대인 일본의 발뮤다 선풍기와 디자인이 비슷한 샤오미 선풍기는 가격은 5분의 1 수준이지만, 무게는 0.5kg 정도 가볍다.(240711)

 

 

 

공공기관 41곳(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중 절반이 넘는 23곳이 ‘CEO(최고경영자) 공백’ 상태다. 
CEO가 공석이거나 임기가 끝난 곳은 전체의 56%를 웃돈다. 공기업 17개 중 경영 공백 상태인 곳은 70%인 12곳에 이른다. 
4월 총선과 지난달 공공기관 경영 평가가 끝나면서 최근 들어 정부가 기관장 물갈이에 나서고 있지만, 서류·면접 심사와 인사 검증, 주주총회 등 기관장 선임 절차를 거치는 데 통상 3~4개월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지금부터 서둘러도 연말에야 공공기관 전반에 걸친 경영 공백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국전력은 작년 6월 22일 사장 후보자 모집 공고를 내고 선임 절차를 시작했지만, 신임 사장이 취임한 건 석달 뒤인 9월 20일이었다.


특히 총선 등 대형 선거를 전후해 이 같은 공기업 CEO 무더기 공백 사태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현상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진다. 
공기업 CEO 자리가 정치권의 낙천·낙선자를 챙기기 위한 도구로 전락한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민간이 하지 못하는 공익 목적의 일을 대신 하기 위해 만든 공공기관이 정치권의 밥그릇 챙기기에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9일 공공기관 경영 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산업부 산하 41개 공공기관 가운데 CEO가 공석인 기관은 8곳, 이미 임기가 끝난 기관장이 임시로 CEO직을 수행하는 곳은 15곳에 이른다.


여기에 25일 나란히 임기가 만료되는 한국석유관리원과 세라믹기술원 등 5곳은 올 하반기면 현 CEO가 물러나야 한다. 
사실상 레임덕이 없다고 할 만한 곳은 41곳 중 13곳에 그친다. 
지난 문재인 정부가 임기를 1년가량 남겨둔 2021년에 신임 기관장을 대거 선임하며 3년이 지난 올해 공공기관장의 임기 만료가 집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기관장이 사퇴한 곳도 사정은 비슷하다. 
경영 평가에서 해임 건의 조치가 내려진 뒤 지난해 8월 원장이 물러난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자리가 빈 지 11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새 원장을 찾지 못했고, 한국에너지재단은 업무추진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던 전 이사장이 지난해 9월 물러난 뒤 아직 후임이 정해지지 않았다.

 

 




지난 8일 한국남동발전과 서부발전이 사장 공모 절차를 시작하며 5개 발전 공기업 사장 선임은 본격화됐다. 
하지만 작년 12월 사장이 사퇴하며 반년 넘게 대행 체제가 이어지는 강원랜드와 지난 5월 사장이 해임된 한국가스기술공사 등 경영 공백 상태인 23곳 중 아직 모집 공고조차 올리지 않은 곳은 11곳에 이른다.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대행이나 임기가 끝난 CEO 입장에서는 큰 그림을 보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진다. 
동해 영일만 심해 가스전 개발에 나서는 한국석유공사와 정부는 시추 작업을 연말부터 본격화한다고 했지만, 실무를 사실상 챙길 석유공사 사장의 임기는 이미 지난달 초 끝났다. 
수년에 걸친 프로젝트의 밑그림을 그려야 할 책임이 석유공사 사장에게 주어졌지만, 어느 시점에 후임 사장이 취임할지도 지금으로선 가늠하기 어렵다.


한전의 총부채가 200조원을 넘어서며 재무구조 부실의 직격탄을 맞은 발전 공기업도 사장 5명의 임기가 지난 4월 25일 일제히 끝났다. 
석탄발전소 폐쇄와 LNG(액화천연가스) 발전 등으로 에너지 전환, 그에 따른 인력 재배치 등 현안이 산적하지만, 현재 상태에서는 제대로 된 대응책이 나오기 어려운 형편이다.


중소·중견기업들의 수출을 뒷받침하는 코트라도 신임 사장 선임 문제로 어수선하다. 
주로 전직 차관 등 산업부 관료 출신이 사장으로 내려오던 이곳은 사장 임기가 끝난 지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정치권에서 온다’ ‘관료가 온다’ 등 하마평만 무성한 가운데 후임이 지명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경영 공백의 부작용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기관의 기강은 잡히지 않고, 정책 추진 동력도 생기지 않는다. 
한 공공기관장 출신 인사는 “민간 기업보다 공공기관은 훨씬 상명하복 문화가 강하다”며 “대행이나 임기 끝난 사장이 지시해서는 제대로 정책 집행이 안 된다”고 말했다. 
CEO들이 인사발령에 부담을 느끼다 보니 정기 인사가 지연되면서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도 커진다.


한 발전 공기업 직원은 “올 초부터 다음 사장님이 누가 오는지로 뒤숭숭하다”며 “퇴직이나 임금피크, 교육 등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인사도 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의 손발 역할을 하는 공공기관장 선임을 조속히 마무리해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수영 서울대 교수는 “오너가 없으면 민간 기업도 사업 추진이 어려운 것과 같이 주인 없는 공공기관은 앞에서 이끌 기관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며 “적임자를 찾는 과정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CEO 공백이 더 길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240710)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쟁 피해 온 러시아인 8800명, 난민 인정해야 하나


우크라戰 이후 한국 몰려와
난민 인정 놓고 법조계 엇갈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발발한 이후, 우리나라에서 난민 인정을 받으려고 신청한 러시아인이 8800명을 넘어선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전쟁 전과 비교하면 20~120배가량 폭증했다. 이들을 난민으로 인정해야 하는지를 두고 찬반 여론이 뜨겁다.


1일 법무부에 따르면, 전쟁이 발발한 2022년부터 올해 5월까지 우리나라에 난민 심사를 신청한 러시아인은 모두 8871명. 
전쟁 전인 2021년 45명에서 2022년 1038명, 2023년 5750명 등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도 5월까지 2083명이 신청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은 거의 없다. 이들의 신청 사유가 ‘징집 거부’이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에는 ‘단순 징집 거부는 난민 인정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2022년 10월 우크라이나 전쟁을 피해 우리나라로 온 러시아인 안드레이(가명)가 출국대기실 인근의 환승통로에서 여객기를 바라보고 있다. 
그는 전쟁이 계속되면서 1년 8개월째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5월 러시아인 A씨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을 상대로 낸 난민 불인정 결정 취소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은 당시 “A씨는 일관되게 전쟁에 반대하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하거나 다른 사람 게시물에 댓글을 달았고, 우크라 전쟁 반대 시위에도 참석했다”며 “전쟁 반대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외부적으로 표시해왔기에, 본국에서 박해받을 수 있다는 공포가 인정된다”고 했다. 법무부는 항소해 2심을 기다리고 있다.


러시아와 한국은 협약에 따라 60일 동안 비자 없이 입국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난민 인정 절차는 신청 단계부터 복잡하고 까다롭다. 심사 대상이 되는지가 첫 관문이다. 
심사 대상에서 떨어지면 고국으로 송환되는데, 대부분 “이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벌인다. 
판결이 나올 때까지 보통 4~5개월 걸리고, 신청자들은 이 기간 공항 내 출국 대기실에서 머물게 된다. 
재판에서 승소한 사람은 G-1 비자를 받아 입국하지만, 패소한 사람은 송환 절차를 밟게 된다.


2022년 10월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안드레이(가명)는 난민 신청 후 출국 대기실에서 5개월을 보냈다. 
출입국외국인청이 심사 대상이 아니라며 신청을 반려하자 불복 소송을 냈고, 그때부터 공항에서 지냈다. 
이후 2심을 거쳐 작년 6월에야 난민 심사를 받게 됐고, 6개월짜리 임시 체류 비자인 ‘G-1 비자’를 받아 입국했다. 
안드레이는 “공용 화장실 세면대에서 손빨래를 하고, 바닥 위에 모포를 깔아 겨울을 지냈다”며 “공항 내 난민들이 수백 명에 달해 벤치 위에서 쪽잠을 자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향과 가족이 생각나면, 통로에서 비행기를 하염없이 바라봤다”고 했다.

 

 




갑자기 몰려든 전쟁 난민에 법무부는 고민이 많아졌다. 
법무부 한 관계자는 “러시아 난민 신청자가 몰리면서 대기자들의 식사와 잠자리 등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인도적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임시 체류 허가 등은 불법 체류 문제를 낳을 수도 있어서 고민이 많다”고 했다. 
난민법에는 난민 신청자에게 생계비와 주거, 의료 지원을 하도록 돼 있다. 미성년자들에게는 교육 지원도 한다.


법조계에서는 “국제적 책임을 수행해야 한다”는 의견과 “난민으로 인한 사회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난민인권센터 김연주 변호사는 “현재 매년 겨우 100명 정도 난민을 받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 등을 고려할 때 더욱 적극적으로 난민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면 법무부 출신 한 법조인은 “과거 독일과 프랑스 등은 난민을 쉽게 받아준다는 인식을 주는 바람에 아프리카 국가 난민들이 몰려들어 여러 사회 문제를 낳았다”며 “불법 체류나 범죄 등에 대한 대비 없이 난민을 허용하는 것은 또 다른 사회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했다.(240702)


 

 

[깨알지식 Q]스펙트럼 다양한 유럽 극우, 일부는 이민 제한적 수용

 



유럽의 극우 성향 정당들은 ‘극우(far-right)’라는 단어 하나로 뭉뚱그리기엔 다양한 성향과 스펙트럼을 보인다. 
가장 극단적 형태를 보이는 것은 ‘네오파시즘’ 정당들이다. 
이들은 백인 우월주의나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 반(反)유대주의 등을 공공연히 드러내며 과거 나치류의 독재나 전체주의·권위주의적 통치를 합리화한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 불법화됐기 때문에 현재는 이런 입장의 공당(公黨)을 찾기는 쉽지 않다.


최근 ‘극우’로 불리는 정당의 다수를 이루는 것이 민족주의 기반의 극우 성향 혹은 강경 우파 정당들이다. 
합법적 공당으로 적나라한 인종주의적 요소를 민족·국가주의로 대체하고, 우익 포퓰리즘적 특성을 보인다. 
반이민, 반유럽연합(EU), 반세계화 등을 내세우며 경제 주권을 강조한다. 
다만 이민자라고 해도 자국 문화를 수용하고 순응하는 이들은 용인한다. 
프랑스 국민연합(RN), 스웨덴 민주당 등이 대체로 이런 성향이다. 
그러나 나치 미화, 이민자 추방 계획 등으로 물의를 빚은 ‘독일을 위한 대안(AfD)’처럼, 제도권에 머물기 위해 차별·배타적 이념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 본질적으로는 인종차별적인 전체주의 성향이란 의심을 받는 정당도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프랑스 북부 에냉보몽에서 극우 성향 국민연합(RN) 지지자들이 총선 1차 투표 결과를 보고 환호하고 있다. 
이날 치러진 프랑스 조기 총선에서 RN이 득표율 1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들은 사회적으로 매우 보수적인 가치를 강조하기도 한다. 
남녀 간 결혼과 다자녀로 이뤄진 전통적 가정을 중시하고, 동성애와 성전환을 혐오하며, 낙태에 반대한다. 때로 권위주의적 면모도 보인다. 
이들은 진보의 ‘정치적 올바름’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건강한 사회를 파괴하고 타락시킨다고 본다. 
이탈리아 집권당 이탈리아형제들(FdI)이 이런 입장이다.


폴란드의 법과정의당, 헝가리 오르반 빅토르 총리의 피데스(Fidesz)당 등은 선거 때는 드러내지 않다가 정권을 잡은 후 민족과 국가, ‘국민의 뜻’을 내세워 민주적 정치 체제와 과정을 파괴했다며 더 극단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당이다.(240702)


 

 

[글로벌 5Q]佛 선거 왜 이렇게 복잡한가… 2차 투표·동거정부는 뭔가

 


지난 30일 프랑스 조기 총선 1차 투표 결과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압승이 예상된다. 

다만 지역구 577곳 가운데 1차에서 당선자가 확정된 곳은 약 100곳에 불과해 나머지 지역구에선 오는 7일 2차 결선 투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30일 프랑스 파리의 한 광장에서 1차 총선 결과 발표 후 극우당인 RN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Q1. 프랑스는 왜 갑자기 총선을 하나.

지난달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에 참패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조기 총선은 보통 의원내각제 국가의 정부 수반이 국민의 판단을 구해 의회의 정치 지형을 재편하는 승부수로 통한다. 
승리할 경우 정국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지만 패배하면 정치생명이 위험해지기 때문에 ‘도박’으로도 불린다. 
이번 1차 투표에선 RN의 승리로 마크롱의 입지가 더 위태로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마크롱은 조기 총선으로 프랑스가 극단으로 치닫는 것을 멈추고자 했지만 반대의 결과가 됐다”고 평가했다. 
프랑스 의원 임기는 5년이지만 이번 선거는 2022년 총선 이후 2년만에 열렸다.


Q2. 2차 투표는 어떻게 진행되나.

1차 투표에서 당선자가 나오지 않은 지역구에서 2차 투표를 진행한다. 
1차에서 당선이 확정되려면 지역구별로 당일 총 투표수의 50% 이상, 등록 유권자 수의 25% 이상 득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 
당선자가 나오지 않은 경우에는 등록 유권자 수의 12.5% 이상 득표한 후보들이 2차 투표에 진출한다. 
이 기준을 충족하는 후보자가 2명 미만일 경우 상위 득표자 2명을 대상으로 2차 투표를 치른다. 
2차 투표에서는 최다 득표자가 당선된다. 
대선에서는 1차에서 과반 득표한 후보가 나오지 않을 경우 1·2위가 결선 투표를 벌여 최종 당선자를 가린다.

 

 

<프랑스 조기 총선이 열린 지난달 30일 북부 도시 에낭 보몽에 모인 국민연합(RN) 청년 지지자들이 국기를 흔들면서 개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Q3. 결과에 따른 이후 일정은.

오는 7일 2차 투표 이후 최종 결과가 나오면 대통령은 총리를 임명한다. 
총리 임명은 대통령 권한이지만 내각 불신임권을 가진 의회 다수당이 반대하는 총리를 임명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이에 따라 통상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된다. 
현재로서는 RN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가 총리가 돼 대통령이 야당 총리와 국정을 이끄는 ‘동거 정부’가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역대 네 번째 동거 정부가 된다.


Q4. 지금의 예상대로면 RN이 다수당이 되나.

RN을 저지하기 위해 지역구별로 2·3위 후보가 단일화할 수 있어 단언하기는 어렵다. 
이처럼 극우의 집권을 막기 위해 다른 정치 세력이 이념을 초월해 연대하는 전통을 ‘공화국 전선’이라고 부른다. 총선에서는 아직 전례가 없지만 대선에서는 1차 2위로 결선에 진출한 극우 후보를 저지하기 위해 공화국 전선이 세 차례 형성됐다.


Q5. 이런 연대가 실패하면 프랑스는 ‘극우의 나라’가 되나.

총선 2차 투표에서 RN이 의회 과반수를 확보할 경우 극우가 정책의 상당 부분을 좌우할 수 있다. 
의원내각제와 대통령제가 혼합된 프랑스의 이원 집정부제에서 총리는 외교·국방을 제외한 행정부 전반을 총괄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정치학자 진 가리게스는 AP통신에 “동거 정부에선 실질적으로 대통령이 아니라 총리의 정책으로 국가가 돌아간다”며 “정부 조례나 법령에 서명하지 않을 권한이 있는 대통령이 총리의 정책을 일시적으로 막는다 해도 총리는 이를 국회 표결에 부쳐 뒤집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240702)

-

 

 

[깨알지식 Q]韓, 언제 세계박람회 참가했나

 



세계박람회는 영국의 산업 박람회에서 출발, 1851년 런던에서 처음 열렸다. 
서구 열강들은 세계박람회를 주도하면서 자국 첨단 기술 소개의 장(場)으로 삼아왔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언제부터 세계박람회에 참가했을까?


1893년 시카고박람회가 시작이다. 당시 조선은 첫 공식 참가단을 파견했다. 
서방 세계에 조선을 알리라는 고종의 지시를 받고, 정3품 참의내무부사 정경원은 통역원과 국악사 10명 등을 이끌고 24일 동안 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22일 영국 런던에서 '부산엑스포' 택시를 통해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막바지 유치전을 지원했다. 
엑스포 유치를 응원하는 메시지와 부산의 명소를 표현한 일러스트로 전면 도배된 이 차량은 버킹엄궁, 웨스트민스터, 런던아이, 피카딜리 광장 등 런던 시내 곳곳을 누볐다.>

 


조선의 첫 전시 규모는 25평(83.5제곱미터) 크기로 무척 작고 초라했다고 전해진다. 
당시 일본관은 면적만 한국관의 40배가 넘는 대규모였을 뿐 아니라, 일본 목조 건축부터 길거리까지 재현해냈을 정도로 뛰어난 기술을 자랑했다. 
반면 한국관엔 의복과 도자기류 정도의 전시품이 전부였다. 
당시 뉴욕헤럴드 기자 존 코커릴이 “싸구려 쓰레기(junk)를 실어 왔다”고 했을 정도다.


그러나 정경원은 참가국 귀빈들을 모아 고종의 42세 탄신일 기념으로 연회를 열고 손님을 접대하는 등 적극적인 외교 활동을 펼쳤다. 
귀국 후 고종에게 “조선의 물품을 구경하려는 사람이 무척 많아 붐볐다”고 선의의 거짓말을 한 기록도 고종실록에 남아 있다.


두 번째인 1900년 파리박람회엔 프랑스 초청으로 참가했고, 전시관 구색도 갖췄다. 
당시 유럽 대사였던 민영환이 참가단 대표였다. 
고종의 어진과 금속활자 직지, 한지, 나전칠기 등을 전시했다. 
이것이 조선 이름으로 참가한 마지막 세계박람회였다. 
1905년부터는 을사조약으로 외교권을 박탈당하고, 조선 이름으로 국제박람회에 참가할 수 없게 돼서다.


대한민국 이름으로 다시 참가하게 된 건 1962년 시애틀 엑스포부터다. 
98평(324㎡) 크기 전시관을 짓고 6·25 전쟁을 극복했음을 국제 사회에 알렸다. 
1993년엔 대전엑스포를 열고 개최국에도 이름을 올렸다.(240703)


 

 

 

 

 

 

 

'우표-모으다 보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식물.  (0) 2024.09.03
인물  (0) 2024.09.02
교통수단-자전거  (0) 2024.08.29
동물-말  (0) 2024.08.28
명화  (1) 2024.08.27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인 이화여대 사범대학 부속 이화금란고등학교(이대부고)가 내년 일반고로 전환할 예정이다. 
2009년 7월 자사고로 지정된 지 15년 만에 스스로 자사고 운영을 포기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 모집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내년 모든 고등학교에 고교 학점제가 도입돼 자사고만의 강점이 줄어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8일 서울교육청은 이대부고가 지난 5월 30일 자사고 취소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서울교육청 측은 “자율 학교 지정 심의 위원회에서 일반고 전환을 허가했고, 교육부 최종 동의 절차만 남은 상황”이라고 했다. 
현재 서울엔 이대부고를 포함해 자사고가 17곳 있다. 이대부고가 일반고로 전환하면 서울에서 자발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한 11번째 사례가 된다.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대부고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2009년 7월부터 자율형 사립고로 운영해온 이대부고는 내년에 일반고로 전환할 예정이다.>

 


교육계에선 이대부고의 일반고 전환이 의아하다는 반응도 있다. 
이대부고는 2019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자사고 8곳을 일반고로 강제 전환하려고 하자 다른 학교들과 함께 행정소송까지 내 승소하며 끝까지 자사고 지위를 지켰기 때문이다. 
이후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을 뒤집고 자사고를 계속 유지하기로 올해 초 결정했다.


그런 이대부고가 스스로 자사고 지위를 내려놓자 “학령인구 감소를 못 피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남녀공학으로 신입생 정원이 420명인 이대부고는 입학 충원율이 2022학년도(87%), 2023학년도(85%), 2024학년도(79%) 등으로 매년 낮아지는 추세다. 
정부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일반고와 달리 자사고는 학생들이 내는 학비로 운영되기 때문에 신입생을 못 채우면 그만큼 손해다. 이대부고의 연간 학비는 1인당 600만~700만원이다. 
앞으로 인구가 줄어 학생 모집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학교 재정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서울의 한 자사고 교사는 “교육청들이 일반고 지원금을 늘리면서 일반고 운영비가 자사고 수입을 앞지른 지 오래됐다”며 “재단 입장에서는 굳이 미래 수익성이 불투명한 자사고를 유지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또 자사고는 지원한 학생 중에 선발해야 하지만, 일반고는 교육청이 학생을 자동 배정하기 때문에 신입생 미달 걱정이 덜하다.

 

 




대학 입시에서 수시 전형 비율이 늘어난 것도 자사고 인기가 떨어진 이유다. 
수시 전형에선 고교 내신 성적이 가장 중요한데, 상대적으로 우수 학생들이 모인 자사고에선 성적 경쟁이 일반고보다 더 치열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과거 자사고는 동아리 등 비교과 활동이 풍부해 일반고보다 유리하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최근 이런 장점도 희미해졌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 사건이 드러난 후 수시 전형에서 자기소개서도 금지됐고, 동아리 등 비교과 활동에 대한 평가가 금지됐기 때문이다. 
이에 “굳이 내신 성적 받기 어려운 자사고에 갈 바에야 일반고 가겠다”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내년 전면 실시되는 ‘고교 학점제’ 영향도 있다. 
고교 학점제는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서 듣는 제도로, 내년 전국 모든 고등학교 1학년에 적용된다. 
자사고의 가장 큰 강점은 일반고에 비해 교육과정을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는 점이다. 
그런데 일반고 학생들도 다양한 교과목을 골라 들을 수 있게 되면 자사고만의 차별성이 사라진다.


이대부고는 일반고로 전환하는 동시에 중·고등학교 6년 과정을 통합 운영하는 ‘이음학교’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대부고와 이대부중은 같은 재단에서 운영하고 둘 다 이화여대 캠퍼스 안에 있다. 
중·고 공동 교육과정을 운영하면 학생들은 예술, 체육 등 다양한 활동을 연속적으로 할 수 있다. 학교는 급식 등을 함께 운영해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대부고 관계자는 “이대부중 학생이 이대부고로 자연스럽게 진학하며 학생 수 유지도 쉬워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240709)


 

 

 

일본 도쿄 마치다시의 한 관광버스 회사는 내년 상반기 채용부터 설립 이래 처음으로 고졸자들을 뽑기로 했다. 
고졸자는 면허 취득 연령 제한 탓에 입사하더라도 즉시 운전사로 투입될 수 없다. 
그러나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력난에 올해 시작된 정부의 운송업 노동시간 규제까지 더해져 업무가 마비될 위기에 처하자 고육지책을 꺼낸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앞으로 채용할 고졸자에겐 몇 년간 다른 일을 시키면서 적성을 파악하는 한편, 회사에서 비용을 부담해 대형 면허 취득도 도울 예정”이라고 했다.

 

 


<일본 아키타현에서 지난해 열린 고졸 취업 설명회에 300명에 달하는 학생이 참석해 있다. 
일본 NHK·FNN 등은 과거 대졸자에게 밀려 취업이 어려웠던 고졸자들이 취업 시장에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고질적인 저출산의 여파로 일본 기업들의 인력난이 갈수록 심화하자, 과거 대졸자에게 밀려 취업이 어려웠던 고졸자들의 ‘몸값’이 최근 눈에 띄게 치솟고 있다고 FNN·NHK 등이 보도했다. 
지난 3월 고졸자 구인 배율(구직자 한 명당 빈 일자리 개수)은 3.98로 역대 최고였다. 
고졸자 채용을 진행한 기업 네 곳 중 세 곳은 사람이 없어 뽑지 못했다는 뜻이다. 같은 시기 대졸자 구인 배율(1.71)을 훌쩍 뛰어넘었다. 
일본 간사이 지역 방송 KTV는 “고도 경제 성장기였던 ‘버블기’(1980년대)를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고졸자를 조기 선점하려는 기업들의 ‘인력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최근 일본 기업들은 고졸자를 ‘레이와(令和·2019년부터의 일본 연호)의 황금알’이란 신조어로 부른다. 
‘황금알’ 다루듯 대우해야 뽑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전국 80여 점포를 운영하는 한 라면 체인점은 고졸 신입 초봉을 현재 18만엔(약 155만원)에서 내년 22만엔(약 190만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대졸 초임과 같은 수준의 ‘파격 대우’다. 
나아가 이 기업은 고졸 신입들에게는 앞으로 2년간 회사 기숙사를 무료로 대여해주기로 했다. 
NHK는 현재 고졸 채용을 진행하는 기업 445곳에 ‘(고졸) 초임 임금을 올릴 것이냐’고 묻자 54%가 “그럴 예정”이라 답했다고 보도했다.


도쿄 기타토시마공고(工高)엔 올해 작년보다 2배 이상 많은 200여 기업이 ‘고졸 채용을 희망한다’면서 취업 설명 자료를 보내왔다고 한다. 
후쿠오카현 후쿠오카시에선 지난 5일 건설·음식·레저 등 기업 50여 곳이 아예 ‘합동 고졸 취업 설명회’를 열었다. 
그동안은 고교 측 요청으로 기업 취업 설명회가 열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 학교에 ‘설명회를 열고 싶다’는 연락이 쇄도해 다 같이 모여 개최하게 됐다고 한다.


매년 80%가량의 취업률을 자랑하는 오사카 사카이공고 관계자도 “최근에는 전화통에 불이 날 정도로 (설명회를 열겠다는) 기업들 쪽에서 연락이 쏟아져 우리가 오히려 요청을 고사하고 있다”고 했다. 
가고시마·사이타마 등 다른 지역에서도 최근 합동 고졸 취업 설명회가 연일 열리고 있다. 
많게는 200여 기업이 참여했다고 한다. 
한 기업에선 고졸 채용 응시자를 늘리기 위해 사원들이 직접 모교 축제를 찾아 무료 음식을 나눠주기까지 했을 정도라고 NHK는 전했다.


현지 매체들은 또한 과거 단순 육체노동에 그쳤던 고졸 직원들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사카의 한 건설사는 최근 건설 현장 감독으로 고교 졸업 2년 차 사원을 투입했다. 
일본 건설 업계는 올 상반기 일손 부족으로 인한 도산 건수가 역대 최다(53건)일 정도로 위기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장 업무 역량은 나이와 무관하다”고 했다.


과거 대졸자가 아니면 눈길조차 주지 않던 IT 업계에서도 최근 고졸자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KTV는 전했다. 
재작년 고졸 채용을 시작한 효고현의 한 IT 기업 대표는 “’디지털 네이티브’ 시대에 자라 IT에 익숙한 요즘 고교생들은 업무에 즉시 투입돼도 손색이 없다”고 했다.


일본 기업들은 고졸자를 선호하게 된 이유로 ‘대졸자보다 트러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작다’는 점도 꼽았다. 
일본에선 그동안 취업을 원하는 고교 졸업 예정자들은 담당 교사의 중개를 통해 한 명당 한 회사씩 입사 내정을 받는 반면, 대졸자는 개인이 자유롭게 기업을 찾아다니며 구직 활동을 하는 것이 관례처럼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입사가 내정된 대졸자들이 입사 직전에 다른 회사로 가겠다고 통보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기업들은 입사를 취소할 확률이 비교적 낮은 고졸자들에게 시선을 돌리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기업 인사 담당자는 “(대졸자에 비해) 고졸자는 기업이 바라는 ‘헝그리 정신’이 투철하다”고 했다.(240710)



 

 

 

서울에 사는 A씨는 최근 무릎 통증으로 강남구에 있는 한 의원을 찾았다. 
병원 측은 “도수 치료가 필요한데 피부 시술을 추가하면 그것까지 모두 실손보험이 적용되도록 처리해주겠다”고 했다. 
이에 A씨는 도수 치료와 함께 200만원 상당의 피부 시술을 받았고, 피부 시술 비용 일부를 포함 총 300만원을 ‘도수 치료’ 항목으로 처리해 실손보험금을 탔다. 
경기 과천에 사는 B씨는 아들(16)의 허리 통증 때문에 동네 소아과를 찾았다. 
검사 결과 뼈와 근육에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병원 측은 “도수 치료로 자세도 교정하고, 아이의 숨은 키도 찾아줄 수 있다”고 했다. 
B씨 아들은 3년간 총 120여 차례 도수 치료를 받았고, 2000만원 이상을 실손보험으로 보전받았다.


국민 4000만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이 오히려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키우고 필수 의료도 망가뜨리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손보험은 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하지 않는 의료비(급여 중 본인 부담분+비급여)를 보장하는 상품이다. 
국민 의료비 지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설계됐지만, 정부의 제대로 된 관리 없이 방치되면서 의료 과다 이용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도수 치료, 비타민·무릎줄기세포 주사 같은 비급여 항목이다. 
지난해 지급된 실손보험금 14조813억원 가운데 비급여 보험금이 57%(8조126억원)를 차지했다. 
특히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기본 물리치료(급여)에 실손보험이 보장하는 도수 치료(비급여)를 끼워 파는 방식 등의 ‘혼합 진료’가 횡행하면서 불필요한 진료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남규 건강보험공단 비급여관리실장은 “비급여 진료가 목적이 돼 급여 진료까지 팽창하고 전체 의료 수요가 증가하는 구조”라며 “실손보험 아래서 벌어지는 의료 남용 행태가 국민 전체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 국민의 의료비 지출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주요국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022년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 대비 경상의료비(국민이 쓴 의료비 총액) 비율’은 9.7%로, 처음 OECD 평균(9.2%)을 넘어섰다. 
2016년 대비 증가율은 40.6%로, OECD 평균(5.7%)의 약 7배다. 
인구 고령화와 함께 실손보험 등으로 인한 의료 과다 이용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실손보험 때문에 필수 의료 공백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급여 진료로 수익을 많이 올릴 수 있는 피부과·안과·성형외과·정형외과·재활의학과 등 개원의와 그렇지 않은 2·3차 병원의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 등 ‘필수 의료’ 의사들 간 소득 격차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상급종합병원에서 의료진 5명이 각종 의료 장비를 이용해 3시간 동안 대장암 수술을 할 때 받는 수가(건보공단이 병원에 주는 돈)가 약 250만원이다. 
의사 또는 물리치료사 한 명이 30분 남짓 시행하는 도수 치료 10~20회 가격과 비슷하다. 
필수 의료 건보 수가는 거의 오르지 않는데, 비필수 의료에선 경증 환자의 비급여 진료를 최대한 늘려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다. 
서울 대학 병원의 한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고, 직업적 자긍심으로도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소득) 격차가 커지면 자기 자리를 떠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과다 의료 이용으로 지난해 실손보험 적자 규모는 1조9738억원에 달했다. 
보험사 입장에선 상품을 팔면 팔수록 손해가 발생하자, 보험료를 인상하고 보장 영역도 줄이고 있다. 
실손보험료는 2020년 이후 매년 7~14% 올랐다. 지난해까지 5년간 누적 상승률만 58%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비급여 진료가 꼭 필요한 환자들, 실손보험에 가입했지만 의료 이용량이 적은 평범한 가입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지역별·병원별로 천차만별인 비급여 진료 가격을 정부가 관리·규제하고, 국민이 사전에 비교할 수 있도록 비급여 명칭·코드 사용도 의무화하자고 주장한다. 
비급여 항목은 이용 횟수와 보장 한도를 설정해 상품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도수·체외충격파 치료, 비급여 주사료 등을 실손보험 보장 항목에서 제외하고, 실손보험 본인 부담률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240710)



 

 

 

 

 

 

 

 

 

 

 

'우표-모으다 보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물  (0) 2024.09.02
서커스  (0) 2024.08.30
동물-말  (0) 2024.08.28
명화  (1) 2024.08.27
취미  (0) 2024.08.26

 

 

 

2016년, ‘군대식’으로 유명했던 현대차그룹의 조직 문화를 바꾼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쏘나타·투싼·싼타페 등 주력 차종의 ‘세타2′ 엔진에서 시동 꺼짐, 소음 등의 결함이 미국에서 발견된 것이다.


현대차·기아는 처음에는 미국 엔진 생산 공장의 청결 문제로 생긴 일이라고 했지만, 결국 미국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리콜(무상수리)을 결정했다. 
또 현대차·기아는 이 엔진을 쓴 모든 차량 469만대에 대한 평생 품질 보증을 약속하면서 2019~2022년 약 7조7000억원의 충당금을 쌓아야 했다. 
미국 정부에 낸 과징금 8100만달러(1120억원)까지 합치면 8조원에 가까운 비용이 들었다.

 

 

<지난해 7월 현대차 고성능차 브랜드 ‘N’ 소속 직원들과 드라이버들이 영국에서 열렸던 자동차 축제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 참가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기뻐하며 해단식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최근 현대차그룹은 회사 행사도 과거 형식과 복장에 엄격했던 분위기에서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

 



리콜 사태 직전까지 현대차·기아는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 같았다. 
2014~2015년 2년 연속 글로벌 800만대 판매를 돌파하며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리콜 사태 이후 내부 충격이 작지 않았다. 
연구개발 분야 임원은 “‘우리가 단기간 너무 빠르게만 달려왔다’는 인식이 생겼다”며 “회사 전체가 고민에 빠졌고 그때부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내부 TF(태스크포스)를 여럿 만들었다”고 했다.


현대차·기아는 반세기 가까이 강력한 ‘패스트 팔로어’였다. 
선두 주자를 따라잡기 위해 장시간 근무도 마다하지 않았고, 일사불란하게 목표를 향해 뛰었다. 
그런 힘이 작년 ‘글로벌 톱3′의 비결 중 하나였다. 
하지만 ‘8조원의 교훈’을 통해 현대차그룹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목표 달성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아니오’라고 말하고 새로운 의견을 낼 수 있는 기업 문화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연구개발(R&D) 메카인 남양연구소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패스트 팔로어’의 전형이었다. 
오랫동안 연구소 별명은 ‘불이 꺼지지 않는 곳’이었다. 
연구소 내에선 늘 ‘도요타 캠리보다 연비가 0.01%라도 우수한가’ ‘폴크스바겐 티구안보다 출력이 높은가’ 등을 따졌다. 
전략을 정할 때도 도요타나 폴크스바겐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야 했다. 
20년 차 실장급 연구원은 “연구를 물건 파는 영업사원처럼 목표를 정해놓고 하던 시절이었다”면서 “우리가 정답이니 너는 따라오기만 하라는 상급자가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빨리빨리’ 대신 ‘미리미리’를 더 강조하고 있다. 
지난 130여 년을 지탱해온 내연기관차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미래차 시대가 열리면서 도요타·폴크스바겐은 물론 테슬라마저도 한 치 앞을 예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불확실성 속에서 자유로운 의견 개진과 과감한 시도로 변화에 미리 대비하고, 시장을 선도하자는 것이다.


실제 본지가 최근 만난 연구원들은 요즘 연구소는 크게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큰 변화는 ‘실패해도 좋다’고 말하는 분위기다. 
입사 5년 차 한승우 연구원은 이런 문화 덕에 2021년 연구소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자동차 시트를 고정하는 차체 바닥 중요 부품 5~6개를 하나로 결합하는 아이디어를 냈는데, 실제 생산하는 자동차에 적용돼 원가 절감에 기여하고 있다. 
그는 “입사 3년 차에 테슬라 사례를 보면서 고민하다가 혹시나 하고 옆자리 선배에게 말을 꺼냈는데 흔쾌히 부족한 부분을 피드백해줬다”고 말했다.


연구소 보고 체계도 간편해졌다. 
과거 각종 실험 데이터를 파워포인트나 엑셀 파일로 만들어서 정리해야 하는 일이 대폭 줄었다. 
문제가 있다면 바로 실무자가 팀장과 함께 담당 임원을 만나 문제를 상의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됐다. 
15년 차 남양연구소 연구원은 “팀원들끼리 이런저런 메모를 하며 끄적거린 종이 쪽지를 그대로 임원에게 건네며 보고해도 될 정도”라고 했다.


2019년에는 리콜 사태 이후 2~3년 내부적으로 고민한 제도들이 잇따라 도입되기 시작했다. 
우선 그해 직장 내 서열을 의미하는 사장 이하 직급 개수를 11개에서 6개로 줄였다. 좀 더 수평적인 조직을 만든다는 취지다.


현대차는 ‘기본 복장’을 ‘넥타이에 양복’으로 정해 놓은 복장 규정도 있었는데, 2019년 3월에는 근무 상황에 맞추는 자율복장제로 전환됐다. 
5년이 지난 지금, 그룹 본사나 남양연구소에서 칼라(collar)가 없는 티셔츠에 면바지를 입거나, 슬리퍼에 반바지를 입은 직원을 흔히 볼 수 있다.


그해 ‘결재판 수거함’까지 만들면서 보고 방식도 바꿨다. 
종이 문서를 결재판에 넣어 상급자에게 가져가는 보고는 이제 필요 없고, 사내 메신저나 이메일로 충분하다는 취지다. 
지난달엔 ‘현대 웨이’라는 기업 문화 캠페인도 따로 발표했다. ‘협업’ ‘집요함’ ‘회복탄력성’ ‘민첩함’ ‘전문성’ 등 10가지 일하는 방식을 정한 것이다.(240708)



 

 

 

대기업 A사의 직원들은 50대가 돼도 임원이나 팀장으로 승진하지 못한 만년 차장급을 ‘엘더(elder·연장자)’라고 부른다. 
임원이나 팀장을 뜻하는 ‘리더(leader)’에 빗댄 것이다. 
이 회사 팀장급 이모(46)씨는 “10여 년 전만 해도 승진에서 밀린 선배들이 편의점이나 치킨집을 차리거나 납품사를 꾸리는 식으로 ‘제2의 인생’을 찾아나갔는데, 요즘은 정년까지 버티는 분위기”라고 했다.


나이는 많지만 직급이 낮은 엘더들을 대하는 방식은 직군마다 다르다. 
사무직군 부서에서는 40대 후반 ‘리더’가 50대 ‘엘더’들에게 회계 서류 검토 등 단순 업무를 맡기는 식으로 새로운 트렌드에 적응하고 있다. 
반면 상·하급자 간 위계질서가 강한 생산직군은 불편한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해 엘더들을 따로 모아 품질 검수 등을 담당하는 별도 팀을 만들고 있다.

 

 




은퇴를 앞두고 자영업 창업에 도전하기보다 회사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으려는 50대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현재 60대가 된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가 50대 시절 만년 차장·부장 생활을 접고 편의점 등을 차린 것과 달리, 지금 50대인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들은 회사 밖에서 지옥을 맛본 선배들의 ‘학습 효과’를 교훈 삼아 어린 상급자 밑에서 직장 생활을 이어가는 것이다.


7일 통계청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정규직 임금 근로자의 평균 근속 연수는 지난해 98개월로 첫 통계가 집계된 2004년 이후 최장 기록을 세웠다. 
평균 근속 연수는 1차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시작된 2015년엔 88개월이었지만, 8년새 10개월 늘어난 것이다. 
근속 연수가 늘어난 것은 창업하는 50대가 줄어든 점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 사업자나 법인 형태로 신규 사업체를 꾸린 50대는 26만2877명으로 2021년부터 3년 연속 감소세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6년(28만9138명) 이후 가장 적다. 전체 창업자 가운데 50대의 비율도 지난해 21.2%로 역대 최저다. 
소자본 창업이 가능한 인터넷 쇼핑몰, 1인 미디어 등 창업이 늘면서 20대 창업 비율은 지난해 13.7%, 30대는 25%로 역대 최대다.

 

 




20년 차 IT 분야 대기업 부장 김모(47)씨는 “정년퇴직하는 직장 선배들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10년 전만 해도 1년에 한두번 정년퇴직 공지가 뜨고 정년퇴직자 수도 한 자릿수에 그쳤는데, 요즘은 한 달에 10여 명씩 정년퇴직 명단이 게시된다는 것이다. 
김씨는 “‘창업해본 선배들’을 만나면 ‘회사 안은 전쟁터지만 회사 밖은 지옥’이라는 웹툰 ‘미생’의 대사를 인용하며 창업을 만류한다”며 “선배들의 잔소리가 40·50대 동료들이 회사에서 버티는 원동력”이라고 했다.


그는 “대기업도 어려운데 직장인들이 주고객인 자영업이 잘될 리가 있겠냐는 분위기가 팽배해 창업은 엄두도 안 내는 분위기”라며 “IT 분야 창업도 20~30대 직원들이 할 뿐, 40~50대는 만년 차장, 부장에 머무르더라도 정년을 채우자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한 50대 은행원은 “늦은 나이지만 은행에 남아서 열심히 해보는 것이 밖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했다.

 

 




‘자영업 사장님’이라는 선택지를 버린 50대들은 만년 차장 신세를 감수하고 직장에서 버티고 있다. 
최근 한 대형 마트가 희망퇴직을 실시했지만, 지원자가 수십명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직원은 “80년생 전후 부서장이 나와도 승진에서 밀린 70년대생이 옛날처럼 그만두지 않고 버티는 분위기”라며 “점포 정리정돈 담당으로 발령이 나도 자녀들이 어리고 ‘나가봐야 뾰족한 수도 없다’는 이유로 적응하고 지내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7일 중식당으로 운영되던 서울의 한 상가 1층에 새 임차인을 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내수 부진과 고금리 장기화로 음식점과 숙박업을 중심으로 자영업 폐업이 늘어나는 가운데, 정년까지 회사를 다니려는 50대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1~3월 외식업 폐업 건수는 2년 전보다 26% 급증했다.>


모바일 금융 확대 분위기에 맞춰 오프라인 점포를 줄이기 위해 억대 퇴직금을 주고 희망퇴직을 독려해온 은행권에서도 희망퇴직 열풍은 식어가는 추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은행의 올해 상반기(1~6월) 희망퇴직 인원은 1496명으로 작년 상반기(1729명)보다 13.5%(233명) 줄었다. 
한 시중은행 차장은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수백만원대 월급이 한 번에 찍히는 수억원대 퇴직금보다 안정감이 오히려 높다고 생각하는 고참 직원이 많다”고 했다. 
다른 시중은행 50대 팀장급 직원은 “50대 후반에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이 돼 월급이 반 토막 나도 버티는 직원이 많다”며 “늦은 나이에 자녀를 갖는 경우가 늘면서 50대가 돼도 중학생, 고등학생 자녀를 둔 경우가 많은데, 자녀들이 장성할 때까지 은행원 직함을 달고 있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고 했다.

 

 




1962년생인 B씨는 5년 넘게 한 대기업에서 ‘부장급 팀원’ 생활을 하다가 2022년 정년을 마치고 퇴직했다. 
동기나 후배들이 팀장 직책을 단 뒤 빠르게는 40대 중반부터 임원으로 승진했지만, A씨는 한 번도 팀장을 달지 못하고 직급만 부장급으로 높아졌다. 
2년 치 월급을 주고 희망퇴직하라는 회사 공고가 수시로 떴지만, 그는 회사를 떠나지 않았다. 
B씨의 회사 후배인 40대 직원은 “거액의 퇴직금을 준비 안 된 창업으로 일시에 날리느니 안정적인 월급을 따박따박 받으며 정년까지 다니는 것이 낫다는 ‘롤 모델’을 알려준 선배”라고 했다.


다니던 직장에서 미래가 보이지 않더라도 창업하는 대신 다른 직장에서 월급쟁이 생활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한 패션업체 인사 담당 팀장(44)은 “10~20년 전만 해도 만년 부장, 차장들이 나가서 도매업을 하거나 숍을 차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작은 브랜드나 신생 브랜드로 옮겨서 노하우를 전수하는 일을 하는 식으로 월급쟁이 생활을 하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240708)

 



☞2차 베이비부머

특정 기간 인구가 급증한 때 태어난 세대를 베이비부머라 한다. 
6·25 전쟁이 끝난 뒤 출생이 늘어난 1955~1963년 태어난 세대를 1차 베이비부머, 이후 산업화가 급속 진행되면서 연간 출생아 수가 90만~100만명에 달했던 1964~1974년생을 2차 베이비부머라 부른다.

 

 

 

 

 

 

 

'우표-모으다 보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커스  (0) 2024.08.30
교통수단-자전거  (0) 2024.08.29
명화  (1) 2024.08.27
취미  (0) 2024.08.26
무기.  (0) 2024.08.23

 

 

 

지난 5월 23일 오전 경남 의령군 한 저수지 둘레길. 
‘우~웅, 윙’ 소리를 내며 드론 2대가 차례로 날아올랐다. 경남경찰청 ‘안전 드림 324 드론 순찰대’가 운용하는 드론이다. 
논밭과 비닐하우스, 하천 등 9m 상공을 선회하던 드론은 40여 분 뒤 빨간색 꽃밭 사진을 전송했다. 
“어, 저거 양귀비 아이가?” 강성우 드론순찰대 팀장은 드론의 비행고도를 지상 1m 높이로 낮췄다. 
“양귀비 맞네.” 드론 순찰대원 5명은 곧바로 출동해 현장을 덮쳤다. 꽃 크기와 솜털, 열매 모양 등이 양귀비였다. 
순찰대는 양귀비 30그루를 몰래 키운 60대 농민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강 팀장은 “외진 곳에서 밀경작하는 양귀비는 드론 아니면 적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전국 곳곳에서 ‘드론 순찰대’가 활약하고 있다. 7월 기준 전국의 경찰청이 운용 중인 드론은 152대. 
양귀비를 몰래 키우는 농가를 적발하기도 하고 실종자를 찾기도 한다. 경찰관이 없는 섬에서는 드론이 파출소장이다.

 

 

<지난달 경남 진주에서 경남경찰청 드론 순찰대가 드론을 띄우고 있다.>

 

 


전남자치경찰위원회는 고흥경찰서, 고흥군 등과 함께 지난해 11월부터 ‘고흥 드론 합동 순찰대’를 운용하고 있다. 경찰 1명과 군청 직원 1명이 2인 1조로 움직인다. 
고흥에는 유인도 23개를 포함해 206개 섬이 있다. 이 중 12개 유인도에 경찰관이 없다. 
섬 양식장 절도 예방과 해양 쓰레기 투기 방지, 낚시꾼 보호 등 임무에 드론을 투입한다.


고흥 드론 순찰대는 1억5000만원짜리 대형 드론 1대와 소형 드론 2대를 보유하고 있다. 
야간 순찰을 위해 열화상·적외선 카메라와 탐조등 등을 달았다.


순찰은 자동으로 한다. 
섬과 가까운 육지에 대형 드론을 싣고 가 순찰 경로를 입력하면 스스로 하늘을 날며 순찰한다. 
2시간 정도 비행하면서 반경 12㎞ 안에 있는 섬을 순찰할 수 있다. 
지난 4월에는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가파른 벼랑 위에서 양귀비 38그루를 몰래 키우는 농가를 적발했다. 
박하은 전남자치경찰 치안기획팀장은 “경찰관이 없는 섬에서는 드론으로 ‘섬 지역 맞춤형’ 치안 활동을 할 수 있다”며 “섬이 많은 서해안과 남해안 지역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다”고 했다.


실종자 수색에도 드론의 활약이 돋보인다. 
지난 4월 1일 제주경찰청에 60대 남성 A씨가 고사리를 캐러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A씨 집 주변의 방범 카메라 영상을 분석하는 등 수사에 나섰다. 동선은 오리무중이었다. 
경찰과 소방이 나서 수색을 했지만 워낙 범위가 넓어 실마리가 잡히지 않았다. 
그러던 4월 4일 드론 순찰대가 A씨의 트럭을 찾아냈고, 그 다음 날 트럭 인근 가시덩굴 속에서 숨져 있는 A씨를 발견했다.


경북 포항시 남구에 사는 지적장애인 하모(46)씨는 지난해 9월 1일 사라졌다. 
경찰은 실종 전담팀을 꾸리고 수색 작업에 나섰다. 실종된 지 6일째. 200여 명이 현장에 투입됐지만 종적이 끊긴 하씨를 발견한 건 드론이었다. 
드론이 야산 풀숲에 쓰러진 하씨의 미세한 팔 움직임을 포착한 것이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드론이 아니었으면 하씨는 사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중구 무의도에서 갯벌 순찰 드론이 한밤중에 탐조등을 켠 모습.>

 


드론은 갯벌에서 인명 사고 예방에도 활용된다. 
“밀물이 시작됐으니, 갯벌 활동을 하는 분들은 안전 구역으로 이동하시길 바랍니다.” 
지난달 24일 오후 11시쯤 인천시 중구 무의도 상공에 드론 한 대가 ‘윙’ 소리를 내며 등장했다. 
갯벌 사고를 막기 위해 인천시가 지난 4월부터 투입한 ‘갯벌 순찰 드론’이었다. 
이 드론에는 물때를 알려주는 스피커와 열화상 카메라, 위성항법장치(GPS), 탐조등 등이 장착돼 있다.


밀물이 시작됐는데도 계속 조개를 캐는 사람들이 있으면 안내 방송을 하고 탐조등을 비춰 대피를 유도한다. 
열화상 카메라가 장착돼 있어 바위 뒤에 숨어 있는 사람도 찾을 수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첨단 장비로 무장해 도입 이후 인명 사고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240705)


 

 

 

법무사, 공인회계사, 변리사, 세무사 등 국가 전문 자격시험에서 관련 공직 경력이 있으면 일부 또는 전 과목 시험을 면제해주거나 시험 없이 자격증을 부여하는 제도가 폐지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 같은 공직 경력 인정 특례를 폐지하는 내용의 개선안을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에 권고했다고 3일 밝혔다. 
관계 부처들은 권고를 수용해 관련 법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지금은 국가 전문 자격 176종 가운데 15종에서 공직 경력자에 대해 1·2차 시험의 전 과목 또는 일부 과목 시험을 면제해주고 있다. 
감정평가사, 경비지도사, 공인노무사, 공인회계사, 관세사, 법무사, 변리사, 보세사, 보험계리사, 세무사, 소방시설관리사, 소방안전관리자, 손해사정사, 손해평가사, 행정사 등이다. 
예를 들어, 5급 이상 공무원 또는 금융감독원 대리급 이상으로 5년 이상 감사 업무 등을 수행한 경력이 있으면 공인회계사 1차 시험 전 과목이 면제된다. 
소방공무원으로 일정 기간 근무한 사람은 아예 시험을 치르지 않고 소방안전관리자 자격을 받는다.

 



이와 관련, 권익위는 “공직 경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 전문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거나 시험 과목을 면제하는 등 공직 경력자들에게 과도한 특혜를 부여하면서 ‘공정 문화 정착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초래됐다”고 했다. 
권익위는 또 “최근 공직자 면제 과목에서 대규모 과락(科落) 사태가 발생하면서, 현행 특례가 청년 수험생들에게 공정한 기회 보장을 저해하고 전문 자격증 취득을 방해하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권익위가 예로 든 ‘대규모 과락 사태’는 2021년 9월 치러진 제58회 세무사 2차 시험이다. 
이 시험에서는 ‘세법학 1부’ 과목에서 응시자 3962명 가운데 3254명(82.1%)이 과락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아 탈락했다. 
그런데 이 과목은 공직 경력자들에게는 면제된 과목이어서, 사실상 공직 경력자들에게 특혜를 준 것이란 논란이 일었다. 
직전 연도 시험에선 최종 합격자 711명 가운데 47명(6.6%)만이 공직 경력자였는데, 이 시험에선 최종 합격자 706명 가운데 237명(33.6%)이 공직 경력자였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가 전문 자격 15종 시험에 있는 공직 경력자 시험 과목 면제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기재부·법무부·행정안전부 등 관계 부처들이 내년 6월까지 관련 법 개정안을 국회에 내기로 했다. 
정부는 또 공무원들이 퇴직하고 나서 전문직으로 활동하는 경우, 전 소속 기관에서 일을 수임하는 것을 1년간 제한하기로 했다.(240704)


 

 

 

페트병 겉포장에 인기 캐릭터를 그려 넣은 생수. 병 디자인에 파도 모양을 새긴 탄산음료.


이달 들어 제주삼다수와 코카콜라가 ‘여름 한정판’이라며 출시한 제품이다. 내용물은 달라진 게 없다. 
이들 제품 외에도 화장품, 담배, 골프 클럽 등 품목을 가리지 않고 한정판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기업과 소비자들 사이에서 “한정판 홍수 시대”라는 말이 나온다. 
A편의점의 경우 올해 상반기 출시된 한정판 제품이 100여 종에 달한다. 
B편의점 관계자는 “매주 1~2개의 한정판 제품이 새로 진열된다”고 했다. 
유통 기업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신제품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소비자 눈길을 잡으려면 한정판 마케팅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희소성 높고, 소장 가치가 있는 한정판에 열광했던 소비자들은 어느새 상술로 전락한 한정판 마케팅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기업들이 혁신적인 제품은 만들지 않고, 포장만 바꾸는 등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정판 마케팅은 기업이 상품 판매로 이윤을 남기기보다는 충성도 높은 고객이나 마니아 층이 한정판 제품을 소비하는 자부심을 갖게 한다는 측면이 컸다. 
명품 가방, 시계, 운동화, 자동차 기업들이 공을 들여 가치를 높인 한정판을 내놓았다. 
한정판 제품을 소유하기 위해 소비자들은 밤을 새워서 긴 줄을 섰다. 
일단 사고 나면 남들의 부러움과 자기 만족을 얻는 걸 넘어 ‘수익’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이른바 ‘한정판 제품 리셀(되팔기)’ 시장이 생기고, 한정판 제품만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플랫폼까지 등장했다. 

나이키가 내놓은 한정판 운동화는 발매가 대비 20배 넘는 가격에 팔리곤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정판 마케팅이 희소성과 소장 가치를 모두 잃고 ‘흔한 상술’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달 스포츠 브랜드 배럴과 협업한 트레비를 3개월간 한정 판매한다고 밝혔다. 
농심은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와 손잡고 생수 백산수 라벨에 미키 마우스 같은 디즈니 캐릭터를 넣은 한정판 제품을 선보였다. 
모두 겉포장만 살짝 다를 뿐 내용물은 기존 제품과 똑같다.

 

 




너도나도 한정판 제품을 내놓다 보니 다 팔리지도 않는 한정판 제품도 생겨난다. 
팔도는 지난 2월 ‘팔도비빔면 봄에디션’을 200만개 한정 출시한다고 밝혔다. 
봄을 겨냥해 만든 제품인데 2일 현재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어렵지 않게 살 수 있다. 
정관장은 작년 11월 “창업 124주년을 맞아 우리나라 문화유산에 대한 존중을 담았다”며 ‘홍삼정 헤리티지 에디션’을 한정판으로 출시했다. 
출시 후 7개월이 넘게 지났지만, 정관장 공식 홈페이지와 인터넷 쇼핑몰에서 살 수 있다.


한정판 홍수에 소비자들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한정판 운동화 수집이 취미인 이모(41)씨는 “기업들이 소비자 지갑을 열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없이 한정판이라는 말만 앞세운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정판 제품 출시를 보도한 뉴스의 댓글 창에선 “한정판 별거 아니에요. 포장만 바꾸면 되는 거 아닌가요” “소비자를 호구로 아네요” 같은 반응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업들은 소비자의 구매욕을 최대한 끌어올려 지갑을 열게 하고 매출을 올리는 데 한정판 마케팅만 한 전략이 없다고 말한다. 
최근 한정판 음료를 출시한 업체 관계자는 “예전에는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내세우기만 해도 효과적인 마케팅이 됐지만, 요즘은 소비자에게 브랜드와 제품을 각인시키려면 한정판처럼 눈길을 끄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정판 제품이 일시적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단기 매출을 높일 수는 있지만, 기업 이미지 손상이라는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이키는 최근 시장의 예측에 훨씬 못 미치는 실적을 발표했다. 
해외 전문가들은 나이키가 혁신적인 신제품을 내놓는 대신 한정판 운동화 등의 사업에 주력한 것을 실적 부진의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240703)



 

 

'우표-모으다 보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통수단-자전거  (0) 2024.08.29
동물-말  (0) 2024.08.28
취미  (0) 2024.08.26
무기.  (0) 2024.08.23
민속(북한)  (0) 2024.08.22

 

 

[깨알지식]무기 없이 싸우면 일본이, 무기 들면 한국이 최강...이색 기준으로 본 올림픽

 


2024 파리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다음 대회까지 다시 4년을 기다려야 하는 아쉬움에 조선일보 국제부가 올림픽을 다시 돌아봤다. 
이번에도 종합 순위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1·2위를 차지했지만 종목별로, 국가별로 다양한 기준을 적용하니 새로운 이모저모가 드러났다.


종합 순위는 8위였지만 한국은 ‘무기’를 사용한 종목에선 세계 최강이었다. 
사격(총)·펜싱(칼)·양궁(활) 등 종목을 통틀어 10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특히 양궁에서는 남녀 개인·단체전과 혼성 단체전까지 금메달 5개를 싹쓸이했다. 
중국이 금메달 5개로 ‘무기’ 종목 2위에 올랐고 미국(금3)이 뒤를 이었다.

 

 

<2024 파리올림픽이 열린 프랑스 파리 에펠탑에 오륜기 조형물이 걸려 있다.>

 


반면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격투(태권도·유도·레슬링) 종목에서는 일본이 압도적이었다. 
일본은 레슬링에서만 금메달 8개를 휩쓸었고, 유도에서도 금메달 3개를 따내며 종주국 자존심을 지켰다. 
이어 우즈베키스탄이 복싱에서 금메달 5개, 태권도에서 1개를 수확하며 2위에 올랐다.


구기 종목과 심사위원 채점으로 메달이 결정되는 종목(다이빙·체조 등)에선 만리장성의 벽이 높았다. 
중국은 탁구를 필두로 배드민턴·테니스 등 구기 종목에서만 금메달 8개를 수확했다. 
채점제 종목에서는 다이빙에 걸린 금메달 8개를 모두 쓸어가며 총 14개를 가져갔다. 
미국은 세계 최강 ‘드림팀’을 꾸린 남녀 농구에서 정상에 올랐고, 남자 골프와 여자 축구에서 금메달을 추가하며 구기 종목 2위에 올랐다.


올림픽 종합 순위에는 인구와 경제 규모가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지만 절대적이라고 볼 순 없다. 
인구 1000만 이하 나라들도 이번 올림픽에서 저력을 과시했다. 
인구 526만명인 뉴질랜드는 카누(금 4)를 포함해 사이클링, 여자 골프, 7인제 럭비 등 8종목에서 금메달 10개로 종합 11위에 올랐다. 
헝가리(999만명)도 수영·펜싱·근대5종·태권도에서 금메달 6개를 땄다.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1만달러(약 1370만원) 아래인 나라 중에서는 우즈베키스탄이 금메달 8개를 수확해 종합 순위 1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번 올림픽은 국제 정세의 격랑 속에서 치러졌다. 
세계 평화를 추구하는 올림픽이지만 자유주의·권위주의 진영 간 신(新)냉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으로 긴장감이 대회 내내 사라지지 않았다.


개막 일주일째였던 지난달 31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암살당하면서 전 세계 무슬림 국가들이 동요했다. 
파리에선 이스라엘 선수와 이슬람권 국가 출신 선수들 사이에 충돌이 생기기도 했다. 
이슬람권 국가 성적을 보면 우즈베키스탄에 이어 이란(금 3)이 뒤를 이었다. 
튀르키예와 이란 사이에 위치한 카스피해 연안국 아제르바이잔이 유도에서만 금메달 2개를 얻었고, 세계에서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은 인도네시아는 클라이밍과 역도에서 금메달 2개를 획득했다.


전쟁을 치르고 있는 국가(내전 포함) 중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우크라이나였다. 
역대 최소 규모(100명) 선수단을 보낼 수밖에 없었지만, 펜싱·복싱·높이뛰기에서 금메달 3개를 따냈다. 
올림픽 기간 테러 위협에 시달렸던 이스라엘은 요트에서 금메달을 수확했다. 
지난해 4월부터 정부군과 지역 무장 세력 간 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는 에티오피아는 마라톤에서만큼은 ‘강국’임을 증명했다. 
남자 마라톤에서 금메달, 여자 마라톤에서는 은메달을 획득했다.(240823)



 

 

[깨알지식] 파리 올림픽 마라톤 코스 배경 된 '여성의 행진'

 



11일 막 내린 파리 올림픽은 완벽한 성평등을 추구한 대회답게 마라톤도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운영됐다. 
통상 여자부 경기를 먼저 치른 다음 하이라이트로 폐막일 남자부 경기를 진행했지만, 그 순서까지 맞바꿨다. 
이번 올림픽 마라톤 코스는 파리 시청에서 출발해 루브르박물관, 콩코르드광장, 에펠탑을 거쳐 베르사유궁을 찍고 파리 시내로 돌아오도록 설계됐다.

 

 

<11일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을 배경으로 달리고 있는 여자 마라톤 종목 참가 선수들. 
맨 앞은 이번 대회 9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이스라엘의 로나 쳄타이 선수.>

 


파리의 명소들을 따라 달리는 코스는 시청자들 입장에선 즐겁지만 경사가 가파른 구간이 많아 선수들에게는 상당한 난코스였다고 한다. 
왜 굳이 이런 길을 택했을까. 코스 설정에도 성평등의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대회조직위원회는 프랑스혁명이 시작된 1789년 여성 7000여 명으로 이뤄진 시위대가 걸었던 ‘여성의 행진’ 코스를 따라 정했다.


당시 아이를 먹일 빵조차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굶주리던 파리 서민 여성들은 국왕 루이 16세가 베르사유궁에서 호화롭고 편안한 생활을 하는 데 분노했다. 
시위대는 왕을 만나기 위해 20㎞ 이상 떨어진 베르사유궁까지 찾아가 “빵을 달라”고 외쳤다. 
놀란 루이 16세는 왕실 창고 식량을 나눠주기로 약속했고, 시위대는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를 튀일리궁으로 강제 이송하고 감시했다. 
이 사건은 혁명 세력이 승기를 잡은 중대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이후 루이 16세 부부는 국외 탈출을 시도하다 붙잡혀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했다.(240813)

 

 

[깨알지식] 메달 속 에펠탑 조각은 왜 육각형?

 


11일 폐막한 파리올림픽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것 중 하나를 꼽자면, 프랑스의 상징물인 에펠탑의 조각 일부가 들어갔다는 올림픽 메달일 것이다.


프랑스 명품그룹 루이뷔통모에네시(LVMH)의 주얼리 업체 쇼메가 디자인했다는 이 메달엔 에펠탑을 개·보수하는 과정에서 나온 철 조각이 육각형 모양으로 메달 색에 상관 없이 모든 메달의 뒷면에 붙어있다. 
메달을 따낸 선수들이 파리의 상징이자 역사 에펠탑의 조각을 역사의 한 조각으로 집으로 가지고 돌아가 영원히 간직하길 바라는 의미에서 이렇게 만들었다고 한다.

 

 

<파리올림픽 양궁 3관왕 김우진이 획득한 금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메달에는 육각형 모양의 에펠탑 철조각이 박혀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 하나. 
왜 하필 육각형 모양으로 만들어 붙였을까. 이는 프랑스의 별칭이 ‘육각형(L’Hexagone)’이기 때문이다.


3면은 바다, 3면은 육지와 맞닿아 있는 프랑스는 본토 모양이 육각형을 닮았다고 하여 자국을 종종 ‘육각형’이라는 별칭으로 불러 왔다. 
육각형이라는 표현은 19세기 말부터 지리 교육에서부터 시작돼 20세기 프랑스 영토 개발 계획 정책을 거치며 대중적으로 통용됐다. 
이후 육각형 모양은 프랑스를 상징하는 다양한 곳에 사용돼 왔다. 
프랑스에서 주조된 유로화 동전의 앞면도 그중 하나다. 
유로화의 동전 앞면은 주조한 국가에 따라 모양이 다 다른데, 프랑스에서 만든 동전의 경우엔 육각형에 둘러싸인 참나무 문양이 찍혔다.(24081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