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산(産) 와인인 ‘디아블로’는 가성비가 좋다는 이유로 국내 편의점에서 많이 팔려 ‘편의점 대표 와인’으로도 불린다.
달러당 원화 환율이 1100원대였던 2021년에 국내 마트와 편의점에서 1만2900원에 팔렸는데, 환율이 1400원대 후반까지 껑충 뛴 올해에도 국내 시장 가격은 오르지 않고 똑같이 유지되고 있다.
디아블로 수입사인 아영FBC는 “가성비를 앞세운 상품인 만큼 환율이 더 오른다고 해도 국내 소비자 가격은 가능한 한 동일하게 유지할 계획”이라고 했다.
환율이 계속 요동치고 각종 먹거리와 생필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는 중에도 유독 같은 값을 유지하는 상품이 있다. 국내 시장에서 1만원 안팎에 유통되는 소위 ‘저가(低價) 와인’이다.
‘가성비 와인’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는 이 저가 와인들은 물량 대부분을 해외에서 들여옴에도 불구하고 환율 변동과 상관 없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그대로 유지한다.
비결이 대체 뭘까? 업계 관계자들은 크게 ①다량의 와인을 선(先)결제하는 방식을 활용해 달러 가격이 요동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②수입 국가를 다변화함으로써 달러화 외에도 유로화 등으로 결제 통화를 다양화해 환율 상승을 방어하는 전략을 갖췄다는 점을 저가 와인 가격 유지의 핵심 비결로 꼽았다.
와인 가격을 낮추는 핵심 비결엔 ‘미리, 많이, 섞어서 사는 전략’이 있다.
와인업체들은 보통 1~2년 전에 물량을 미리 확보해 놓음으로써, 짧은 기간에 환율이 요동쳐도 악영향을 받지 않도록 대비한다.
또한 1만~2만병씩 다량의 와인을 한꺼번에 구입해 특정 상품의 재고가 갑자기 떨어지지 않도록 조절한다.
이를 통해 고환율 상황이 한두 달가량 이어져도 가격 경쟁력이 흔들리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가령, 유럽과 남미 산지의 와인을 1병당 5990원과 9990원에 판매하는 이랜드는 아직 오크통에서 숙성 중인 와인 구매를 놓고 1~2년 전 미리 협상한다고 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지난 10월 출시한 포르투갈 와인은 2023년에 이미 현지에서 계약을 마친 상품”이라고 했다. 지난 한 달 사이 원·달러 환율은 50원가량이나 올랐지만, 국내에 유통되는 저가 와인의 소비자 가격은 동일하게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전략을 통해 국내 재고를 충분히 확보한 덕분이었다는 것이다.
<매장에 진열된 이랜드의 가성비 와인 '모두의 와인'>
와인은 여러 대륙에서 들어오는 만큼 현지 운송에 시간이 제법 걸리기 때문에라도 한참 전에 결제를 해야만 구입할 수 있는데, 이 역시 가격 경쟁력엔 도움이 된다.
한 주류 수입업체 관계자는 “와인은 현지에서 운송해오는 데 보통 5개월가량 걸리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기 전에 상당수 와인은 이미 배에 실려 오는 중일 것”이라고 했다.
수입 국가를 다양하게 섞어 사는 것도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이를 통해 특정 상품이 기후 변화로 인해 가격이 갑자기 오르거나 재고가 부족해져도 대체재를 충분히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결제 통화도 다양해졌다. 최근엔 와인업체들이 미국이나 칠레, 아르헨티나산뿐 아니라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조지아, 남아프리카 등지에서도 상품을 구입하는데, 덕분에 달러화의 변동 폭이 커도 유로화 결제 물량으로 저가 와인을 구성할 수 있게 됐다.
지난 3개월 동안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1.5% 올랐지만, 유로 대비 원화 환율은 4.5% 올라 상대적으로 상승 폭이 작았다.
고물가 시대에도 가격을 유지한 덕분에 저가 와인 판매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며 급격히 성장한 국내 와인 시장은 2022년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에 접어들었지만, 저가 와인은 성장세다.
<소비자가 1만2900원의 가성비 와인 '디아블로' >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내 총 와인 수입액은 4억2317만달러(약 6130억원)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9.1% 감소했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저가 와인 ‘알파카 쇼비뇽 블랑’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0% 늘었다.
디아블로는 지난해 단일 브랜드 와인 최초로 200만병 이상 팔렸다. 2019년 100만병을 넘은 뒤 5년 만이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국내 와인 시장이 저가 와인과 고가 와인 양극단으로 수요가 몰리는 ‘U자형’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전체 와인 시장은 줄어도 저가 와인 선호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25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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