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지식Q] '미승인국' 팔레스타인은 어떻게 올림픽·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나

 



팔레스타인 축구대표팀이 5일 서울에서 열린 2026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FIFA(국제축구연맹) 순위가 73단계 위인 한국과 비기며 승점 1점을 얻었다. 
이스라엘과 분쟁 중인 팔레스타인은 제대로 된 나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유엔에도 ‘비회원 옵서버 국가(참관국)’라는 지위에 머무르고 있다. 
그런데 월드컵 출전은 어떻게 가능할까.

 

<지난 7월 26일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식에서 국기를 흔들며 입장하는 팔레스타인 선수단.>

 


팔레스타인은 1990년대 전까지는 국제 스포츠 행사에 거의 참여하지 못하다가 1993년 이스라엘과 맺은 ‘오슬로 협정’을 계기로 출전하기 시작했다. 
‘오슬로 협정’의 골자는 이스라엘군이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서 철수하고 팔레스타인에 이 지역의 자치를 맡긴다는 것이다. 
아직 실현되진 않았지만 국제 사회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처리하는 원칙인 ‘두 국가 해법’이 수립된 계기이기도 하다. 
이듬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출범하고 자치가 자리를 잡으면서 1996년 애틀랜타(미국) 올림픽에 처음으로 출전했다.


1998년엔 국제축구연맹(FIFA)에도 가입했다. 
FIFA는 새 멤버를 받을 때 기존 회원국의 표결을 거친다. 당시 이스라엘을 포함한 모든 회원국이 팔레스타인의 가입에 찬성했다. 
팔레스타인의 가입은 ‘정치 배제’를 강조하는 FIFA의 기조를 홍보하기에도 좋은 이벤트였다고 평가받는다. 

2002 월드컵 아시아 1차 예선에서 홍콩과 1대1 무승부를 기록한 것이 팔레스타인의 월드컵 데뷔전이었다. 
팔레스타인은 아직 월드컵 본선에 올라간 적이 없다. 
본선 진출국이 기존 32국에서 48국으로 늘어나는 2026 월드컵(미국·캐나다·멕시코 공동 개최)을 기회로 보고 있다고 한다.(240907)




 

 

[글로벌 5Q]한국선 늘 하는데...트럼프 국립묘지 참배 '정치 행위' 논란, 왜?

 


한국에선 정치인들이 때만 되면 국립묘지를 참배하고 기념사진을 찍는다. 
한국 정계에선 때마다 볼 수 있는 이 행동이 최근 미국 정가를 흔드는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미국 대선의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버지니아주(州) 알링턴 국립묘지를 참배한 것을 두고 미 정치권이 일주일 넘게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가 참배하는 모습을 촬영·공개하자 이것이 ‘국립묘지 내의 정치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위반한 것인지를 놓고 민주·공화 양당은 거세게 충돌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호국(護國)의 성지’가 정쟁의 핵심 소재로 떠오른 모양새다. 
이 사건은 왜 이렇게 큰 논란으로 번진 것일까. 5문답으로 풀어봤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열린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테러 3주년 추모 행사에서 헌화하고 있는 모습.>

 

Q1. 논란 내용이 무엇인가.

이번 논란은 트럼프가 지난달 26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폭탄 테러 3주기를 맞아 알링턴 국립묘지를 방문해 희생자 묘역에 헌화하면서 불거졌다. 
트럼프가 찾은 곳은 조 바이든 행정부 임기 첫해인 2021년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는 과정에서 숨졌던 미군 13명이 묻힌 ‘제60구역’이다. 
이곳에서 트럼프가 헌화하는 장면을 공화당 대선 캠프 직원들이 사진 찍으려고 하자 묘지 직원들이 이를 제지했다. 
헌화 장면을 촬영하는 것은 연방법과 미 육군 규정 등에 명시된 ‘국립묘지 내 정치 행위 금지’ 조항 위반이라고 국립묘지 관리 측에선 판단한 것이다.


국립묘지 측에선 이 과정에서 트럼프 캠프 관계자들이 촬영을 제지하는 묘지 직원들에게 폭언을 하고 그들을 밀치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트럼프 측에선 “충돌 자체가 없었다. 
허위 주장”이라고 맞받았다. 
급기야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가 정치적 쇼를 위해 신성한 장소를 모독했다”고 주장하면서 두 후보 간 주요 공방 소재로 확대됐다.


Q2. 해당 사건과 관련한 연방법과 육군·국방부 규정은 어떠한가.

미 연방규정집 제36장은 국립묘지의 존엄성과 엄숙함을 유지하기 위해 묘지 부지에서는 어떠한 정치적 활동도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알링턴 묘지를 관할하는 미 육군 및 국방부 규정에 따르면 특정 선거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이 적힌 물건의 반입은 금지된다. 
‘제복을 입은 현역 군인은 묘지 내에서 정치 활동에 참여하지 않아야 한다’ 같은 내용도 포함돼 있다.


Q3. 국립묘지 측은 왜 유독 트럼프의 참배를 문제 삼았나.

트럼프는 그간 미군이 쫓기듯 아프간에서 물러난 직후 이슬람 무장 단체 탈레반이 재입성한 것을 두고 정치 유세나 토론 등을 통해 ‘미국의 수치’ ‘부끄러운 순간’이라며 바이든 행정부를 공격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국립묘지 측은 철군 3주기 당일에 이뤄진 트럼프의 참배가 상대 진영을 공격하기 위한 ‘대선 캠페인’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립묘지 측은 성명을 내고 “사진사, 콘텐츠 제작자 등이 의식(참배)에 참석하거나 특정 정당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직접 지원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반면 트럼프 캠프와 지지자들은 “과거에도 참배 장면을 공개한 정치인들이 한두명이 아닌데 묘지 측이 자의적으로 정치 행위를 구분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전에 있었던 정치인들의 ‘정치 행위’는 묵인하면서 트럼프의 참배는 막으려 했다는 주장이다.


Q4. 트럼프 측 반응은 어떤가.

트럼프 캠프는 “국립묘지 측에 촬영을 미리 허가받았고 엄숙하게 의식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국립묘지 관계자가 우리를 막아선 것”이라며 “물리력 행사도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1일 “국립묘지 참배와 사진 촬영 자체가 카불 테러 희생자 가족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며 “여러분이 내게 국립묘지에서 함께하고 싶고,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해 감사하다”고 했다. 
실제 그는 묘지 방문 당일에 희생자들의 일부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헌화와 참배를 했고, 이 가족들도 성명 및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해리스 측이 이번 사안을 정치적 목적을 위해 왜곡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이 가족들이 희생자 가족 전체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Q5. 향후 전망은?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논란으로 과거 군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해서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던 트럼프가 또다시 군심(軍心)을 건드리게 됐다고 본다. 
시사지 애틀랜틱은 2020년 9월 트럼프가 2018년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을 맞아 프랑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미군 전사자를 ‘패배자’ ‘호구’라고 불렀다고 보도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이번 사건으로 민주당은 군인 가족이나 안보를 중요하게 여기는 보수층이 트럼프에게 등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공세 수위를 더 높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2008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출마했던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의 막내아들이자 현역 군 장교인 지미 매케인이 3일 “트럼프 측이 규정을 위반했다”며 트럼프를 정면 비판한 것이 중도 보수층 표심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반면 트럼프 진영은 이 논란을 서둘러 차단하고 바이든 정부의 아프간 철군 난맥상을 부각하겠다는 전략이다. 
트럼프는 이날 “모든 논란은 바이든의 무능한 아프가니스탄 철군 때문에 자신들의 손에 피를 묻힌 것을 가리기 위해 해리스가 지어냈다”고 했다.(240905)


 

 

[깨알지식 Q] 중동 '필라델피 회랑' 美 도시 필라델피아와 무슨 관련 있을까?

 


지난 29일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폭발물 설치를 방지하기 위해 가자지구와 이집트 국경 사이 완충지대인 ‘필라델피 회랑(Philadelphi Corridor)’을 아스팔트로 포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지역은 이스라엘이 직접 통제하지 않는 가자지구 내 유일한 육상 국경으로,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이 지역 내 밀수 터널을 작전에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14㎞의 좁디 좁은 이 땅이 미국의 대도시 ‘필라델피아’와 비슷한 ‘필라델피 회랑’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집트와 가자지구 사이의 필라델피아 회랑에 있는 성벽을 배경으로 팔레스타인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가 흔히들 알고 있는 도시 이름 필라델피아와 필라델피 회랑은 관계가 전혀 없다. 
필라델피 회랑은 2005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철수할 즈음 이스라엘군이 붙인 이름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무작위 암호명(코드네임) 중 하나인 ‘필라델피’를 이 지역 이름으로 지정했다고 한다. 
무작위로 붙은 군사작전의 암호명이다 보니 딱히 뜻이 있는 것이 아니고, 도시 필라델피아와 발음이 비슷한 것도 따라서 우연이라는 것이다.

 

 




한편 미국의 필라델피아는 과거 소아시아 지역에 있던 ‘필라델피아’라는 도시에서 이름을 본떠왔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어로 우정, 사랑, 우애를 의미하는 ‘필로스’와 형제, 친밀한 동료를 의미하는 ‘아델포스’의 합성어로, ‘우애의 도시’란 뜻을 지녔다.(24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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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원(38·강원특별자치도장애인체육회)이 3일(한국 시각) 프랑스 파리 사우스 아레나1에서 열린 파리 패럴림픽 보치아 남자 개인전(스포츠 등급 BC3) 결승에서 호주의 대니얼 미셸을 4엔드 합산 점수 5대2(3-0 1-0 0-2 1-0)로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호원의 우승으로 한국 보치아는 1988 서울 대회부터 이번까지 10회 연속 금메달 획득이란 금자탑을 쌓았다.

 

 

<3일 프랑스 파리 사우스 아레나1에서 파리 패럴림픽 보치아 남자 개인전 BC3 금메달을 따낸 정호원(가운데)이 대표팀 임광택(오른쪽) 감독, 김승겸 코치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정호원은 안경을 벗으며 환호성을 질렀다. 
경기 파트너로 곁에 있던 김승겸 코치는 정호원을 꼭 껴안았다. 
굳은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임광택 보치아 대표팀 감독은 속이 후련한 듯 연신 숨을 내쉬면서 크게 웃었다. 
정호원이 태극기를 두르고 세리머니를 마치자 그를 휠체어에서 들어 올려 김 코치와 함께 헹가래 쳤다. 
헹가래 후 임 감독과 김 코치는 정호원을 안고 옆으로 뒹굴었고, 세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은 채 아이들처럼 기뻐했다.

 

 

<파리 패럴림픽 보치아 결승 경기 중인 정호원.>

 


정호원은 생후 100일 때 바닥에 머리를 부딪힌 충격으로 뇌병변 장애를 갖게 됐다. 
지하철 대성리역에서 매점을 하던 엄마 홍현주(64)씨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벌어진 일이었다. 
풍파는 계속됐다. 정호원이 여덟 살이던 해 집에 불이 났다. 정호원을 보호하기 위해 감싸안은 홍씨와 형 정상원씨가 심한 화상을 입었다. 
엄마와 형 병원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특수학교에서 보치아를 처음 접한 정호원은 그때부터 엄마와 형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공을 굴리기 시작했다. 
열여섯 살 때인 2002년 국가대표가 됐고 부산 아시아태평양 장애인경기대회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처음 출전한 2008년 베이징 패럴림픽부터 2024 파리 패럴림픽까지 한 번도 메달을 놓쳐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 메달 7개(금4, 은2, 동1)를 따냈다.


정호원은 “어머니께서 ‘이제 마음 편하게 하고 오라’고 말씀하셨는데, 금메달을 갖고 돌아가게 돼 기쁘다”며 “큰 부담감에 시달렸는데 후련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작년까지는 원하는 성과가 안 나오면서 ‘이제 보치아를 좀 내려놔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다. 
옆에서 코치님이 이것저것 실험도 하고, (보치아 홈통을) 개발도 하면서 노력해줬다. 
덕분에 경기력이 점점 올라왔고 올해 초부터 다시 ‘보치아가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보치아는 다른 종목과 달리 장애에 맞춰 장비를 만들어 쓸 수 있다. 
공도 둘레와 무게 기준만 있어, 선수 손에 맞춰 갈아내기도 하고 딱딱하게 만들기도 한다. 
BC3 선수들이 공을 잘 굴릴 수 있도록 돕는 보조 기구인 홈통도 최대 크기 규정만 있다. 
선수가 제 기량을 펼칠 수 있게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김 코치의 후방 지원이 선수 역량에 날개를 달아준 셈. 
또 정호원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조준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사격 선수용 안경까지 쓰면서 연습에 몰두했다. 
이번 대회 2관왕이 목표인 정호원은 페어 종목에서 강선희(47·한전KPS)와 함께 다시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보치아는 1988년 서울 패럴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국내에 도입됐다. 
2006년 대한장애인보치아연맹이 창립됐고 오텍그룹 등에서 보치아 선수들 후원과 지원을 꾸준히 이어오며 10회 연속 금메달을 달성할 수 있었다.


보치아는 뇌병변·중증 장애인 선수들이 참가하며 장애 등급에 따라 BC1~BC4로 나뉜다. 
BC3는 혼자 공을 처리할 수 없는 사지 마비 선수로, 투구를 도울 코치(보조 선수)가 필요하다. 
공의 방향과 속도 등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주는 코치와의 호흡과 협업이 중요하다. 
코치는 경기 상황을 볼 수 없도록 코트를 등지고 앉는다. 
선수가 팔다리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코치에게 지시해 홈통 높이와 방향, 공 발사 각도 등을 조절한다. 
이후 선수는 막대기를 입에 물거나 머리에 매달아 공을 밀어 굴린다.

☞보치아(Boccia)

올림픽 종목에서 유래하지 않은 독자 종목 중 하나로 뇌성마비 장애인을 위해 고안됐다. 
‘땅 위의 컬링’이라 불린다. 
가로 6m, 세로 12.5m 경기장에서 한 팀은 적색구, 다른 팀은 청색구를 6개씩 던져 흰색 표적구에 더 가까이 붙인 공을 점수로 계산한다. 
장애 등급에 따라 BC1~BC4로 나뉜다. BC3는 혼자 공을 처리할 수 없는 선수가 출전하며 투구를 도울 코치(보조 선수)가 필요하다. 
선수가 코치에게 홈통 높이와 방향, 공 발사 각도 등을 알려준 다음 막대기를 입에 물거나 머리에 매달아 공을 밀어 굴린다.


 

 

 

지난 8일 막을 내린 한국과 일본, 아시안투어가 공동 주관하는 제40회 신한동해오픈 골프선수권대회. 신한동해오픈 대회 준비팀과 경기가 펼쳐진 인천 클럽72 관계자들은 악전고투를 벌였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를 비롯해 국내외 여러 대회를 개최한 클럽72 오션 코스는 한지(寒地)형 잔디. 티잉 구역과 러프 지역은 켄터키 블루 그래스, 그린과 페어웨이는 벤트 그래스다. 
한지형 잔디는 손상 후 회복이 빠르고 늦은 겨울까지 푸른 잔디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최적 생장 온도가 섭씨 25도 안팎이라 30도가 넘어갈 경우 성장을 멈추고, 뿌리가 급격히 짧아지는 특징을 지닌다. 
이보다 온도가 더 올라가면 타들어가는 현상이 발생한다. 올해처럼 고온 다습한 기후에선 관리가 어렵다.

 

 

<신한동해오픈을 앞두고 열대야가 지속되자 그린 위에 얼음을 뿌려 식히고 있다.>

 


처음 코스 상태에 적색 경보가 켜진 건 지난 7월 말. 
7월 초만 해도 지난해보다 코스 상태가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본격 무더위가 시작된 7월 중순부터 급격히 나빠졌다. 
잔디가 타들어가는 잔디 마름병도 도지기 시작했다. 
비상 대응에 나선 클럽72는 인근 소래포구에서 공수한 얼음을 그린 위에 뿌리는 등 대책에 나섰다. 
지난달 16일엔 코스 전문가 박형식 대표를 클럽72 공동 대표에 선임했다. 
하지만 지난 8월 무더위는 1973년 통계 집계 이후 처음 열대야 일수가 두 자릿수(11.3일)를 기록할 정도였다.


지난 8월 21일 대회 개막을 2주 앞두고 현장 답사를 한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경기 위원들은 “대회장을 옮기거나 대회 기간을 변경할 수밖에 없다”고 대회 조직위에 권고했다. 
그러자 대회 관계자들은 다음 날 비상 대책 회의를 열고 대회 코스를 1주일간 휴장하고 비상 조치를 마련했다. 
그린 통풍을 위해 18개 전 홀에 선풍기를 설치해 가동하고, 페어웨이에는 고온에 버틸 수 있는 UV(자외선) 차단제를 뿌렸다. 
잔디가 잘 자라지 않는 곳에는 그늘막을 설치했다. 
한동안 뿌리던 얼음은 그린을 축축한 상태로 만든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더는 사용하지 않았다.


비상한 노력에도 잔디는 생각만큼 잘 자라지 않았다. 
대회 기간 그린스피드 3.0~3.1m, 러프 70㎜ 이상으로 유지했지만, 페어웨이에 떨어진 공을 옮겨 놓고 치는 프리퍼드 라이(Preferred lies) 규정을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 
프리퍼드 라이는 볼이 페어웨이에 떨어질 경우 볼을 닦아 한 클럽 이내에서 다시 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로컬 룰이다. 
진흙과 과도한 습지, 불량한 코스 상태로 인해 정상 진행이 어려울 때 코스를 보호하고 원활한 경기를 위해 시행한다. 상당수 대회가 이렇게 진행됐다.


일단 올해 대회는 무사히 치렀지만 장기적으로 무더위에 강한 잔디로 교체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박형식 클럽72 공동 대표는 “단기적으로 9월 초까지도 무더위가 이어지는 날씨를 예상하고 잔디 갱신 작업과 통풍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240911)



 

 

 

3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삼천리이앤이’ 연탄 공장. 
직원들이 서울의 마지막 연탄 공장인 이 공장을 철거하고 있었다. 
1968년 이후 56년 동안 쉴 새 없이 연탄을 만들던 생산 라인이 하나둘 뜯겨나갔다. 
굴착기가 연탄을 찍어내던 ‘쌍탄기’를 눌러 부수자 공장 직원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한 번에 연탄 2장을 찍어낼 수 있어서 ‘쌍탄기’다.

 

 

<지난 3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삼천리이앤이 연탄공장의 모습. 철거 작업이 한창이다. 
직원들이 뜯겨나간 생산 라인을 올려다보고 있다. 공장 바닥은 56년간 쌓인 석탄 가루가 화석처럼 남아 있다. 서울의 마지막 연탄공장인 이곳이 폐업한 자리에는 반도체, IT(정보통신) 등 첨단 산업 기업이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저걸로 밤새 연탄을 찍어낼 땐 힘들었지만 신이 났었어요. 우리 공장의 자랑이었는데….”

이 공장에서 45년 일한 김두용(75)씨 말이다.

공장 바닥은 석탄가루가 쌓여 새카맸다. 반백 년 켜켜이 쌓인 석탄가루가 단단하게 굳어 화석을 보는 것 같았다.

1970~1980년대에는 집집마다 연탄을 때 겨울을 났다. 
서울 시민들은 많을 땐 하루에 1000만장씩 연탄을 썼다. 
당시 이 공장에서는 하루에 연탄 200만장을 찍어냈다. 1987년 서울에만 크고 작은 연탄 공장이 18곳 있었다.

이후 아파트가 늘어나고 가스보일러가 보편화하면서 연탄을 찾는 이가 줄었다. 
2000년대 들어 경영난에 빠진 연탄 공장들이 줄줄이 폐업하기 시작했다. 
2020년 서울 금천구에 있던 연탄 공장이 문을 닫자 이 동대문구 공장이 서울 마지막 연탄 공장이 됐다.

연탄은 석탄 값, 인건비 등 원가가 판매가보다 높다. 정부 보조금으로 근근이 버티는 구조다.

하지만 손님이 너무 줄어 공장을 돌리는 최소한의 비용도 충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기름 값이 오를 때마다 반짝 손님이 늘기도 했지만 대세를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공장은 2020년부터 내리 4년간 적자를 냈다. 은행 빚을 내고 직원들 임금을 4년 연속 동결했다. 
업체 관계자는 “IMF(국제통화기금) 위기도 넘겼는데 이제 더 이상은 안 되겠더라”고 했다.

그러다 지난해 동대문구가 공장 매각을 제안했고 회사는 3990㎡(약 1200평) 공장을 230억원에 팔았다. 
동대문구는 “연탄 가루 때문에 문을 못 열고 살겠다”는 주민 민원이 잇따르자 예산을 들여 직접 공장을 사들였다.

동대문구는 연탄 공장이 떠난 부지에 반도체, IT(정보 통신) 등 첨단 산업 기업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조만간 주민 여론조사도 실시한다. 이필형 동대문구청장은 “연탄 공장이 이제 기회의 땅이 된다”고 했다.

공장 직원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있다. 마지막 남은 직원 20명 중 9명은 퇴직했다. 
2명은 수도권 마지막 연탄 공장인 경기 동두천 연탄 공장으로 이직했다. 대부분 70대 이상 고령이다. 나머지 9명은 철거 작업을 돕고 있다.

 

 


<1998년 서울 동대문구 삼천리 연탄 공장 모습.>

 

서울 곳곳에 연탄을 실어 나르던 배달원들은 택시 운전이나 공사 일 등을 하러 떠났다.

이들은 지난 7월 공장 가동을 중단한 날 마지막 회식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이제 할 만큼 했습니다” “그래도 우리나라 산업화에 한 역할 했잖아요” 소주 한잔 하며 서로 등을 두드렸다고 한다.

서울에서 아직도 연탄을 때는 집은 1800가구 정도로 추정된다. 
이들은 올겨울이 걱정이다. 노원구 상계동 덕릉로 일대는 아직 늦여름인데도 집집마다 연탄을 100~200장씩 쌓아두고 있었다. 
주민 강월선(70)씨는 “연탄 공장이 문을 닫는다고 해서 미리 올겨울을 버틸 연탄을 쟁여놨다”고 했다.

앞으로 주민들은 동두천 연탄 공장에서 만든 연탄을 주문해 써야 한다. 
사회복지법인 연탄은행의 허기복 대표는 “배달 비용이 늘어나 한 장에 900원인 연탄 값이 1000원 이상으로 뛸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이문동 주민들은 막상 공장이 떠난다고 하니 시원섭섭하다고 했다. 
박승구(61) 주민자치회장은 “목에 낀 연탄 가루를 없앤다고 삼겹살을 참 많이 먹었는데 그 시절이 가끔 생각날 것 같다”고 했다.(240905)





 

 

 

경마장(競馬場)을 찾는 2030세대가 지난 5년간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9일 나타났다. 
한국마사회가 SKT 위치정보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자료를 보면, 서울·부산경남·제주 전국 경마장 세 곳을 찾은 2030 세대 비율은 2019년 10.8%(전체 표본 928명 조사)에서 2022년 22.1%(26만7500여 명), 지난해 24.4%(35만9900여 명)로 늘었다. 
젊은이들은 이용 가격이 싸고 경기가 쉽고 단순하다는 이유로 경마장을 찾는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 청년은 경마 중독을 호소하거나, 전 재산도 모자라 대출까지 일으켜 베팅을 하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만성 취업난 등 답답한 현실을 경마로 해소하려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25일 오후 경기 과천 렛츠런파크 서울(과천 경마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경마 경기를 보고 있다. 이 중 상당수가 20·30대였다.>

 



실제 본지 기자가 최근 방문한 렛츠런파크 서울(과천 경마장) 이곳저곳에선 2030세대가 눈에 띄었다. 
대학생 이모(22)씨는 주말마다 렛츠런파크 서울(과천 경마장)을 찾는다. 
그는 “하루 입장료 2000원으로 실제 달리는 말을 보며 박진감도 느끼고, 소액 베팅도 하며 스트레스를 푼다”고 했다. 
대학 동아리 회원들과 경마장을 찾았다는 김모(24)씨도 “경마는 어르신들의 취미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막상 와보니 또래도 많고 아이들을 데려온 가족들도 있어 신기하다”고 했다. 
간호사 최모(27)씨도 “데이트 장소로 경마장을 자주 찾는다”며 “가성비가 좋고 경기도 어렵지 않아 야구보다 훨씬 재밌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청년은 경마 중독을 호소한다. 
한국마사회 규정에 따르면 마권(馬券) 1회 구매 상한액은 10만원이지만 경마장 현장에선 유명무실한 경우도 적잖다. 
교차 베팅을 하면 수십만원도 날릴 수 있기 때문에 2030 세대에겐 도박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느 중독 상담 단체엔 “20대인데 빚이 1500만원이다. 부모님이 1000만원은 해결해주셨는데 또 빚졌다” “대학 등록금은 물론이고 대출받은 돈까지 모두 잃었는데 멈출 수가 없다” 같은 상담 요청이 수백건씩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소셜미디어에서도 ‘경마’를 검색하면 ‘고배당’, ‘다적중’ 등 용어가 포함된 불법 사설 경마 중계·분석방이 다수 나온다. 
경마에 중독됐다는 한 20대 대학생은 “돈을 더 쓰면 한 방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이런 불법 사설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했다.


전문가는 경마가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숏폼(10초 내외 짧은 동영상)과 비슷하다고 했다. 
한남희 고려대 국제스포츠학부 교수는 “경마는 경기가 짧고 긴박하게 흘러가기 때문에 숏폼 문화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몰입해 빠져들기 쉽다”고 했다. 
임충훈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요즘같이 경기가 좋지 않고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젊은 세대들이 도박·경마 등 사행성 취미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며 “경마는 비교적 제도권 영역에 있기 때문에 공공 차원에서 교육과 예방책 등을 함께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마사회 차원에서 중독 상담과 불법 도박 신고 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고 전자카드를 활용해 도박 고위험군을 파악하고 구매 한도를 엄격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240910)


 

 

 

스물여덟 살 김모씨는 신용유의자(옛 신용불량자)다. 
2017년 무작정 서울로 온 그에게 저축은행은 연 10%대 금리로 400만원을 빌려줬다. 
그는 “몇 달 치 생활비를 어렵지 않게 빌릴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고 했다. 
카드사, 인터넷은행 등에서 돈을 빌려 쓰던 그의 빚은 결국 2850만원까지 불었다. 
김씨는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채무 조정을 받은 후, 일자리를 찾기 위해 국비 지원으로 영상 편집 학원에 다니고 있다. 
그는 여전히 신용카드를 발급받지 못하고, 대부분의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 모습.>

 


김씨와 같은 20대 신용유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실에 따르면, 올 7월 말 한국신용정보원에 신용유의자로 등록된 20대는 6만5887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5만2580명)보다 25.3% 급증했다.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부터, 빚에 미래를 저당 잡힌 청년들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신용유의자는 원금과 이자를 3개월 이상 못 내는 등의 이유로 한국신용정보원에 등록된 이를 말한다.


20대 신용유의자의 증가 속도는 다른 연령대보다 훨씬 빠르다. 
전체 신용유의자는 2021년 54만8730명에서 올 7월 59만2567명으로 약 8% 늘었다. 
20대 신용유의자 증가율(25.3%)이 전체 평균(8%)의 3배를 웃돈다.

 

 




청년들이 어마어마한 빚을 갚지 못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신용유의자까지는 아니지만 1개월 이상 빚을 연체한 청년 연체자 대다수는 수백만 원 정도의 대출을 갚지 못한 소액 연체자다. 
신용평가회사(CB)에 단기 연체 정보가 등록된 20대는 지난 7월 말 7만3379명이다. 
이 중 연체 금액이 ‘1000만원 이하’인 경우는 6만4624명으로 전체 연체자의 88%에 달했다. 
20대 연체자 10명 중 9명은 소액 채무자라는 뜻이다.


직업이나 자산이 부족한 20대는 은행 등 1금융권에서 빚을 내기는 쉽지 않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받지만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는 카드사 등 2금융권에 발을 들였다가, 연체로 신음하는 잠재적 신용불량자가 되기 쉽다.

 

 




9일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연령대별 카드사 리볼빙 잔액·연체율’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업 카드사 8곳에서 리볼빙을 이용한 회원 중 29세 이하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기준 2.2%로 집계됐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보다 연체율이 높은 연령대는 60대 이상(2.6%)밖에 없다. 
리볼빙은 카드 대금의 최소 10%만 우선 갚고 나머지는 다음 달로 넘겨 갚을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카드 대금을 갚기 어려운 이용자들이 일단은 당장 연체를 막기 위한 용도로 쓴다.


빚더미에 눌린 20대가 법원에 개인 회생을 신청하는 사례도 해마다 늘고 있다. 
작년 20대가 서울회생법원에 신청한 개인 회생 사건은 3278건으로 2022년(2255건)보다 45% 증가했다. 
2021년(1787건)과 비교하면 83% 늘었다.


전체 회생 신청자 중 20대 비율은 2021년 상반기 10.3%였던 것이, 작년 말에는 17%로 올랐다. 
회생법원은 “최근 가상 화폐·주식 투자 등으로 20대의 경제활동 영역이 확대된 결과”로 보고 있다.

 

 


<좋은 일자리를 찾아… - 9일 오전 서울 동작구 중앙대에서 열린 취업 박람회에서 학생들이 취업 상담을 받고 있다. 
최근 고물가와 구직난으로 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20대 청년층이 늘고 있다. 
금융권에서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해 신용유의자(옛 신용불량자)가 된 20대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생활고에 빚을 지게 된 청년들도 적지 않다. 
서울시복지재단 청년동행센터(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회생을 신청한 만 29세 이하 청년 중 처음 빚을 지게 된 원인으로 ‘생활비 마련 때문’이라는 응답이 59%로 과반을 넘었다. 
‘주거비’(18%)나 ‘사기 피해’(12%), ‘학자금’(10%)으로 빚을 지게 됐다는 응답도 있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젊은 시절에 신용 점수가 낮아져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기 어려워진다면 결국 개인과 사회 모두에 악순환으로 작용하게 된다“며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나, 이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제도적 지원 등이 사회에 충분히 공급돼야 한다”고 말했다.(24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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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남산순환로 내리막길에서 01B번 순환 버스가 전복했다. 
다행히 버스 안에 승객이 없어 인명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당시를 버스를 몰았던 35년 차 버스 기사 A씨는 “원래도 길이 가파른데 소나기가 한차례 쏟아진 뒤라 더 미끄러워서 시속 20km 미만으로 천천히 내려왔는데도 차가 밀렸다”며 “브레이크를 힘껏 밟았는데도 제동이 걸리지 않아 스케이트 타듯이 미끄러지더니 차가 뒤집혔다”고 했다.

 

 

<지난달 24일 오후 12시 30분 서울 중구 남산 둘레길에서 순환버스 한 대가 빗길에 미끄러져 옆으로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승객이 타고 있지 않아 인명 피해는 없었다.>

 


버스가 전복된 곳은 라이딩을 즐기는 자전거 운전자들에게는 ‘명소’로 꼽히는 ‘남산 둘레길’이다. 
서울 국립극장부터 이어지는 소월길과 함께 운전자들에겐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코스이지만, 다른 도로들보다 사고 위험이 커 악명 높은 곳이기도 하다. 
경사도 경사지만 길 양쪽 숲이 우거져 있고, 보행자가 많이 없어 운전자들은 이곳을 지날 때 무심코 속도를 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남산에서 자전거를 즐겨 탄다는 김모(38)씨는 “업힐(오르막길) 중에도 선선한 바람이 불어 기분이 좋고, 밤에 내려오면 한적해서 속도를 즐기기가 좋다”고 했다. 
자전거 동호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이곳이 ‘전국에서 가장 라이딩하기 좋은 코스’ 5순위 내에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곳을 오가는 버스 기사들 사이에서 남산 둘레길은 ‘공포의 도로’로 불린다. 
경사가 최고 15.3도에 달하고, 일방통행인 1차로와 인도가 구분 없이 붙어 있어 폭이 1.2~2.1m밖에 되지 않는다. 180도를 틀어야 하는 급커브 구간도 있어 서행을 해도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2022년 이 길에 미끄럼 방지를 위해 빨간 도료로 코팅을 했는데, 오히려 더 미끄럽다는 말도 나온다.


순환 버스 운전기사 A씨는 “내리막길은 진짜 위험하다”며 “나무와 식물이 우거져 있어서 겨울엔 눈이 잘 녹지 않고, 시야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버스 운전기사 B씨도 “한번 미끄러지면 그대로 넘어질 수밖에 없는데, 도로가 꺾여 있어 잘못하면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도 있다”며 “보조 브레이크까지 밟아도 둘 다 제동이 안 걸려 차가 미끄러져 당황한 적이 여러 번”이라고 했다. 
버스 기사들은 경찰과 관할 구청에 “미끄러워 위험하니 도로를 개선해달라”는 민원도 여러 번 넣었다고 한다.

 

 




실제 사고로 이어지는 일도 빈번하다. 
지난 5월 20대 남성이 오후 11시쯤 이 도로 내리막길에서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던 중 자동차를 피하려다 자전거에서 튕겨 나가 목숨을 잃었다. 
작년 8월에는 30대 남성이 오후 10시쯤 자전거를 타고 남산 둘레길 내리막에서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마주 오는 차량과 정면충돌했다. 
같은 해 2월에는 이 길을 내려오던 오토바이가 미끄러져서 운전자가 골절상을 입은 일도 있었다.


2022년에도 자전거를 타던 한 남성이 이 길에서 교통사고로 숨졌는데, 경찰이 당시 자전거에 부착돼 있던 속도계를 확인한 결과, 시속 20km로 달리던 자전거가 시속 40~50km로 갑자기 속력이 붙으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 
한 자전거 동호회 회원은 “1년에 2~3차례 정도 남산 자전거 사고를 목격한다. 그중 90%가 남산 둘레길 내리막 사고”라고 했다.


경찰은 “남산 둘레길 내리막은 속도가 시속 20km로 제한돼 있지만 지키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단속을 자주 하는 수밖에 없지만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했다. 
본지 기자가 지난달 27일 직접 남산 둘레길 내리막길을 찾았을 때도 제한 속도를 지키는 차량은 거의 없었다. 
급커브 한 구간에만 차량 속도를 측정해 운전자에게 과속 경고를 하는 안내판이 3개 설치돼 있는데, 이날 오후 2시쯤 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삐익’ 하는 경고음이 울렸다.


빈번한 사고 때문에 라이더들 사이에서도 남산 둘레길은 자전거 출입을 금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2022년 남산 둘레길 사고로 사망한 남성과 같이 자전거를 탔었다는 한 동호회원은 “자전거 라이더들에게 정말 매력적인 곳이지만 그만큼 위험한 곳”이라며 “남산 둘레길에 아예 자전거 출입을 금지해야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제한 속도를 현재 시속 20km에서 10km 정도로 낮춰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내리막길은 물론이고 커브길의 경우 제동 거리가 더 길기 때문에 급브레이크를 밟을 경우 자전거나 버스 등 차량이 넘어지거나 전복될 가능성 크다”며 “사고를 예방하려면 커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부터 속도를 낮추고 천천히 커브를 돌아야 한다”고 했다.(240903)


 

 

 

“여러분, 올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서 이길 것 같나요? 아니면 민주당 후보인 바이든이 새 대통령이 될 것 같나요?”


지난 학기 서울 성균관대의 한 인문학 강의를 온라인 수업으로 들은 20학번 A(23)씨는 “처음엔 화면 속 교수님이 올해 11월 치러지는 미 대선을 이야기하는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2년 전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했다” “미 주가가 올해 3월 대폭락했다”는 등의 내용이 흘러나오자 그제야 올해가 아닌 2020년 미국 대선을 뜻한다는 것을 알아챘다고 했다. 
A씨는 “강의를 들으며 한숨이 나왔다”며 “강의 질이 안 좋은 것은 차치하더라도, 미국이 대선을 다시 치를 때까지 영상을 재탕했다는 뜻 아니냐”고 했다.

 

 




코로나 때 온라인으로 했던 대학 강의가 대부분 오프라인(대면) 강의로 바뀐 지 3년이 지났다. 
그러나 몇몇 대학에서는 온라인 강의에서 코로나 당시 녹화해 둔 동영상 강의를 ‘재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본지가 각 대학의 강좌 현황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2024학년도 2학기 기준 온라인 강좌를 가장 많이 개설한 곳은 성균관대였다. 
성균관대는 총 1082개의 온라인 강좌를 개설했는데, 이는 전체 강좌의 37.9%다. 
연세대는 460여 개(전체의 약 15%) 강의를, 중앙대는 229개(약 5%)를 온라인으로 개설했다. 
학생들은 “온라인 강의는 실제로 듣는 것에 비해 집중도가 훨씬 떨어지는데다, 다시 찍지 않고 그대로 재활용하는 교수님들이 많아 솔직히 듣기 싫다”고 했다.


지난 1학기에 온라인으로 3과목을 신청했다는 연세대 경제학과 B(24)씨는 “한 강의는 교수님이 예전에 녹화했던 강의를 다시 썼는데, 동영상의 화질이나 음질이 현저히 떨어져 강의 내용을 식별하기조차 힘들었다”며 “교양 과목으로 신청했던 ‘수리통계학’ 과목도 온라인이었는데, 동영상을 통해서는 도무지 내용을 이해할 수가 없어서 중간에 철회했다”고 했다. B
씨가 수강한 전공 과목을 담당한 교수는 “관련해서는 따로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이 중에는 연평균 등록금이 1000만원에 가까운 대학도 있다. 
온라인 강좌 개설 비율이 가장 높은 성균관대의 경우 2024년 9월 기준 1년 평균 등록금이 845만원이었고, 둘째로 온라인 비율이 높은 연세대는 919만원이었다. 
서울 시내 한 대학 생명과학대에 다니는 C씨는 “내가 다니는 학과는 1년 등록금이 1300만원인데 전공 과목을 돌연 온라인으로 들으라고 하더니 거의 10년 전 강의를 재활용하더라”며 “등록금은 대체 어디다 쓰는지, 교수님들은 왜 업데이트를 안 해주시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이에 한 사립대 교수는 “학문의 내용이 변하는 것은 아니기에 ‘○○학 입문’ 같은 학부 기본 과목은 과거에 촬영한 것을 다시 써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

 

 




대학에서는 학생들의 선호, 강의실 부족 등의 이유로 온라인 수업을 늘렸다고 설명한다. 
한 대학 관계자는 “새내기인 24학번들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온라인 수업을 들었던 세대라 온라인 강의를 더 편하게 여긴다”고 했다. 
100명이 넘는 학생들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는 강의실이 부족한 것도 온라인 강의를 운영하는 이유다. 
성균관대는 “캠퍼스의 디지털 전환을 추구하는 분위기”라고 온라인 강의 비율이 높은 이유를 설명했다.


온라인 강의를 남용하고 강의의 재활용이 잦아지면 학생들의 배울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불가피한 사정으로 결석하는 경우, 수강 희망 인원이 많은 경우 등엔 온라인 강의가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면서도 “이 또한 오프라인 수업처럼 잘 전달되도록 화질과 음향 품질 향상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학문 내용이나 사회 현상이 변화하고, 시류 변화가 중요한 강의들은 재빨리 업데이트해야 학생들의 교육권이 보장될 수 있다”고 했다.(24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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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이던 지난달 14일 오후 5시쯤 제주시에서도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제주 동문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중국어로 호객하는 소리가 들렸다. 
한 상점 앞에서 큰 소리로 중국어로 손님을 불러 모으던 여직원은 중국인 부부 관광객이 가게 앞에 멈춰 서서 제주도 감귤 초콜릿, 우도 땅콩 샌드 등을 구경하자 시식을 부추기며 중국어로 상품 설명을 했다. 
이곳에서 20년째 제주 특산품을 팔고 있다는 박모(42)씨는 “체감상 중국인 관광객이 배로 늘어서 지난 2월 중국인 직원을 고용했다”며 “전통시장에도 중국인 손님이 90%라 하루 종일 한국말 듣기가 어렵다”고 했다. 
기자가 이날 동문시장 내부를 돌아다니는 내내 중국어가 끊임없이 들렸다.

 

 

<지난달 15일 오후 5시쯤 방문한 제주시의 한 약국 앞(왼쪽사진). 
간판도 중국어로 되어 있고, 고객 대다수가 중국인이었다. 
가게 내부는 "니하오" 등 중국어로 소통이 대부분 이뤄지고 있었고, 종업원들도 한국어에는 서툰 모습이었다. 제주시의 한 베이커리 메뉴판의 모습(오른쪽 사진).>

 


제주도의 ‘중국화(化)’가 가속화하고 있다. 
역대급 엔저 현상으로 가까운 나라 일본으로 향하는 한국인 관광객이 늘고, ‘바가지 해산물’ ‘비계 삼겹살’ 등 각종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제주도로 여행을 가는 내국인들의 발걸음은 뜸했다. 
작년 한 해 1266만여 명의 한국인이 제주도를 찾았는데, 이는 전년도에 비해 8.3% 감소한 것이다. 
올해 상반기엔 여기서도 약 8% 줄어든 592만여 명이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다.


반면 제주도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 6월까지 68만8095명으로 작년 동기(7만9409명) 대비 766.5%가 늘었다. 
올해 상반기 관광객만도 코로나 전인 2018년(66만6120명)의 관광객 수를 뛰어넘었고, 이런 추세로는 2019년 관광객 수(107만9133명)도 넘을 전망이다. 
전통시장뿐만 아니라 제주도 골목마다 중국어만 적힌 간판이 늘어섰고, 상점과 식당 등에도 앞다투어 중국어로 된 메뉴판과 중국식 전자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섬 전체가 중국인과 중국 자본에 좌지우지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튿날인 지난달 15일 정오쯤 방문한 제주시 연동의 한 뼈해장국 전문점엔 손님 24명이 9개 테이블에 나눠 앉아 점심으로 뼈해장국을 먹고 있었다. 모두 중국인 관광객이었다. 
이 식당뿐만 아니라 이 골목 뼈해장국 전문점 두어 군데를 더 살펴봤지만 식당마다 중국인들이 빼곡했다. 
이 식당을 운영하는 주모(46)씨는 “우리 가게 매출의 80%가 중국인 손님일 정도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며 “원래 주변에 뼈해장국 가게가 우리 식당을 포함해 2개뿐이었는데, 중국인들이 워낙 좋아하는 메뉴이다 보니 올해 들어 근방에 5곳 정도가 더 생겼다”고 했다.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 동네엔 ‘뼈해장국 골목’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주씨는 중국인 관광객과의 소통을 위해 올해 초부터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고 했다. 
만석인 가게에 중국인 관광객 두 명이 들어오자 주씨는 능숙한 중국어로 “잠시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중국인 입맛을 맞추지 못한 식당은 문을 닫기도 한다. 
전국에 총 9개의 카이센동(일본식 회덮밥) 전문점 ‘오복수산’을 운영하는 임동훈(45)씨는 작년 7월에 제주시 애월읍에 새로 열었던 지점을 약 1년 만인 지난 6월 말 폐업했다고 했다. 
임씨는 “제주도는 지금 내국인 관광 경기가 안 좋고 중국인들이 관광 수요를 떠받치는 추세인데, 카이센동의 주재료인 회는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편이 아니라 문을 닫게 됐다”고 했다. 
내국인 관광객 수요가 줄면서 회와 초밥 등을 내놓는 오마카세(맡김 상차림) 위주의 식당들도 다수 문을 닫았다고 한다. 
제주도에서 일본식 선술집을 운영하는 김모(44)씨는 “재작년까지만 해도 주중 저녁 예약도 꽉 찼는데 요즘은 중국인을 못 잡으면 장사가 아예 안 되니 마라 소스를 첨가하거나 튀김류를 늘리는 식으로 메뉴를 조금씩 변형했다”며 “특히 날것은 중국인들이 먹지 않는다고 해 고민이 많다”고 했다.


전통시장이나 요식업뿐만 아니라 제주도 관광과 관련한 대부분의 산업에 중국인의 경제력이 뻗쳐 있는 모습이었다. 
제주도에서 29년째 택시를 운전하고 있다는 임모(67)씨는 “제주도 기사들 중 중국인 대상 장거리 운행만 받는 사람들이 있어 간혹 내국인 관광객들로부터 ‘제주도는 택시가 없나’라는 민원을 듣기도 한다”며 “야간에 중국에서 입국하는 공항 손님만 받아도 연봉 6000만~7000만원은 벌 정도로 관광객이 많다”고 했다.


최근엔 중국에서 주로 쓰이는 전자 결제 시스템 ‘알리페이’ 등도 제주도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제주 동문재래시장과 서귀포매일올레시장 내 ‘알리페이 플러스’의 결제 금액이 지난 3월 약 1700만원이었으나, 지난 5월에는 15배 정도 증가한 약 2억5000만원이었다.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가맹점도 제주도에서 급속도로 늘고 있다. 
알리페이, 위챗페이의 한국 공식 대행사 ICB KS 가입센터를 운영하는 이공세(51)씨는 “제주도 내 알리페이나 위챗페이 가맹점은 작년에 비해 70~80% 정도 늘었고, 중국인이 많이 가는 제주시 연동 등에는 가맹 업체가 전체의 50~60%에 달한다”고 했다.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 제주시 면세점과 호텔 주변에는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식품점이 다수 몰려 있는데, 이 중엔 가격이 중국 화폐 위안화로 표기된 곳도 있었다. 
이 상점의 중국인 직원과는 한국어로 소통하는 것조차 어려워 번역기를 통해 대화할 수 있었는데, 이 직원은 “위안화로 가격이 쓰여 있긴 하지만, 한국 화폐를 받고 있다”고 했다. 
이곳에는 제주도 특산품뿐만 아니라 마파두부 소스, 고량주 등 중국 식료품도 다수 판매하고 있었다.


중국인들이 유독 제주도를 찾는 이유에 대해 김의근 제주국제대 호텔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제주도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중국인들이 비자 없이 들어올 수 있는 곳이고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에서 가깝다”며 “중국은 남쪽과 동쪽 등 해안 도시에 사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내륙에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도는 중국인들에게 여행지로서 매력이 매우 크다”고 분석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며 관련 범죄나 각종 문제도 늘었다. 
지난 6월에는 제주의 한 대로변에서 중국인 관광객으로 추정되는 아이가 바지를 내리고 용변을 보는 모습이 포착돼 공분을 사기도 했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외국인 범죄 중 피의자가 중국인인 경우가 매년 60% 내외다. 

특히 작년에는 중국인 강도 범죄가 16건에 달했는데, 이는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수치(8건)의 2배다.


중국인 관광객의 경제력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이들이 빠져나가면 서울 명동의 경우처럼 섬 전체에서 ‘공동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현재 중국 관광객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혹여 중국 정부와의 갈등으로 인해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지면 제주도 경제 자체가 휘청할 위험이 있다”며 “과거 일본인과 중국인 등 외국인만을 겨냥해 영업했던 명동 상권이 국경이 닫혔던 코로나 때 완전히 무너졌던 것처럼 제주도도 텅 빈 거리가 될 수 있다”고 했다.(240902)



 

 

 

구독자 2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한 연예 가십 유튜브 채널은 작년 5월 한 여자 아이돌 A씨가 다른 남자 아이돌 B씨와 사귄다는 3분짜리 허위 영상을 올렸다. 
영상 게시 후 1년 3개월간 9만회에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두 사람이 등장하는 사진과 영상이 등장하고, 인공지능(AI) 음성이 허위 내용을 읽어준다. 역시 불법 콘텐츠다. 
한 유튜브 PD는 “이렇게 영상을 짜깁기하고, 음성을 입히는 데 AI 프로그램으로 30분도 안 걸린다”고 했다.

 

 




유튜브 등 플랫폼들은 “범죄·불법 콘텐츠라는 게 명확히 확인이 되면, 삭제 조치나 계정 정지를 한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테크업계 관계자는 “특히 가짜뉴스의 경우엔 법원으로부터 ‘명예훼손’이라는 판결을 받기 전에는 삭제가 어렵다”며 “법원 판결을 받았을 때는 이미 콘텐츠가 다 돌 만큼 돈 이후가 된다”고 했다. 
이렇게 제작자들이 AI를 활용해 적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불법·가짜 콘텐츠를 대거 만들어 올리고, 여기서 나오는 광고 수익은 제작자와 플랫폼이 나눈다. 
한 법조 관계자는 “플랫폼과 불법 제작자들이 공생하며 ‘수익형 불법·가짜 콘텐츠 시장’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공생 관계를 끊기 위해서는 플랫폼에 대한 처벌과 제재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불법 콘텐츠 제작자와 플랫폼의 공생법은 교묘하다. 
최근 검거된 명문대생 마약 동아리 사건의 경우, 학생들은 유튜브 등에서 마약 콘텐츠를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본 동영상은 특정 문양이 반복적으로 움직여 사람을 몽롱하게 하는 영상을 보여준다. 
이런 영상은 ‘마약 체험’이라는 단어로 검색된다. 일부 영상은 조회 수가 201만회에 이른다. 
일부 영상은 ‘마약 체험 게임’이라는 제목도 붙어 있다. 검색어와 실제 유통되는 목적으로 보면 마약과 연관돼 있으나, ‘게임’이나 ‘체험’ 등의 이름으로 불법성을 피해 가는 것이다.

 

 




영상 추천 알고리즘(자동 추천 기능)도 플랫폼에서 불법·유해 콘텐츠의 확산을 부추긴다. 
유튜브에서 ‘베트남’을 검색하면 ‘베트남 유흥’이 자동완성 검색어로 뜨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성매매를 암시하는 콘텐츠들이 셀 수 없이 이어진다. 
정확한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통상 사람들이 최근에 많이 본 영상들이 우선순위로 올라온다. 이런 것들은 자극적인 경우가 많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자극적인 영상이 우선 추천돼 클릭이 많이 되고, 그렇게 발생한 광고 수익을 제작자와 플랫폼이 나눈다”며 “결과적으로 불법 콘텐츠 제작자와 플랫폼의 공생이 더 강화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플랫폼에선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유해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10대가 많이 이용하는 플랫폼 중 단 한 군데도 성인 인증이나 연령 인증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회원 가입 시 출생 연도를 요구하긴 하지만, 실제 태어난 해를 기입하지 않아도 가입이 가능하다.


구글, 메타(페이스북·인스타그램), 바이트댄스(틱톡) 등은 마약이나 폭력, 성매매 등 불법 콘텐츠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을 하고, 계정 정지나 수익화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이 플랫폼들에선 불법 행위를 교묘하게 피해 가는 유해 콘텐츠로 클릭 수를 늘리고 있다.

 

 




‘수익형 불법·가짜 콘텐츠 시장’이 유지되는 것은 이를 규제·처벌할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구글이나 메타 등 글로벌 플랫폼은 법원의 판결이 나오지 않는 이상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가짜뉴스에 대해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한 유명 아이돌 가수의 경우 유튜브에서 가짜뉴스와 허위 비방으로 시달렸지만 구글코리아에서 수사 협조를 해주지 않아 구글 본사가 있는 미국의 법원을 통해 가짜뉴스 제작자의 신원을 밝힐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불법 콘텐츠 유통과 관련해 플랫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국회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최근 입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장겸 의원은 지난 6월 유튜브, 네이버와 같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플랫폼)에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 유통 방지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이 담긴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플랫폼에 유통되는 가짜뉴스에 대해서 플랫폼도 책임을 져야 하며,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징역 또는 과태료 부과 등의 제재를 가하겠다는 것이다.(240903)


 

 

 

“전문 기술 없어도 바로 창업 됩니다. 오늘 계약하면 가맹비 500만원 할인 혜택 드려요.”


지난달 말 서울 양천구에서 열린 한 프랜차이즈 카페의 사업설명회. 
한 달에 3회씩 수시로 본사 직원이 예비 창업자들을 모아두고 창업 비용과 수익, 입지에 대한 설명을 1시간가량 진행하고 있다. 
이날 해당 직원은 “전국 곳곳에 우리 매장 90여 곳이 있는데, 한 달 매출 평균은 3900만원이고, 마진율만 따지면 업계 최대 수준”이라며 창업을 유도했다. 
또 직원은 퇴직 후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외식업 경력이나 특별한 기술 없이도 쉽게 창업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카페를 여는 데 드는 창업 비용은 50㎡(약 15평) 기준 7750만원이었다. 
가맹비와 점주 교육비, 설계비, 인테리어 시공비, 가구와 간판 등이 포함돼 있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실제 창업 비용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 임대료, 시설 설치비, 주방기기 비용 등은 별도였다. 
한 예비 창업자가 “모든 가게가 일률적으로 같은 비용이 드는 것이냐”라고 묻자, 직원은 “우리가 안내해 준 좋은 입지에 가게를 열수록 가격은 싸진다. 허름한 곳 가면 인테리어 비용이 더 들지 않겠나”라고 하기도 했다.


직원은 “오늘 바로 계약을 하면 한시적 할인으로 가맹비 500만원을 깎아 주겠다”고도 했다. 
타 업체와 비교하며 창업을 부추기기도 했다. 
이 직원은 “저가 커피로 유명한 A업체는 창업 비용만 2억5000만원 이상인데, 매출이 아무리 높아도 우리만큼 수익 못 가져간다”고 했다.


최근 자영업자들이 급격히 늘어난 배경에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공격적인 예비 창업주 모집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작년 기준 60세 이상 자영업자 수는 전년보다 7만4000명 증가한 207만3000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이런 상황 속 은퇴 후 전문 기술 없이 자영업을 시작한 영세 창업주들을 노리는 이른바 ‘꾼’들도 넘쳐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특정 프랜차이즈 본부는 오픈 직후 내부 직원을 동원해 가맹 점포를 수십 개 확장하는 전략을 쓴다고 한다. 
소위 ‘잘나가는 업체’처럼 보이게 한 뒤, 실제 점주들이 가게를 열면 가맹비만 받고 나 몰라라 하는 식으로 수익을 내는 경우도 있다. 
또 가맹점주를 유인해 프랜차이즈 본부에 소개하며 중개 수수료만 취하는 부동산 컨설팅 업체나 창업 컨설팅 업체도 있다.


온라인상에서 과장된 정보로 예비 점주들을 낚는 프랜차이즈 가맹점 모집을 전문으로 하는 사이트도 많았다. 
네이버 포털 상단에 노출된 프랜차이즈 점주 모집 홈페이지를 들여다보니, ‘○○버거 월 매출 5000만원에 순수익 1800만원, 창업 비용 11개월이면 회수 가능’ ‘라면만 끓일 줄 알면 OK’ ‘업계 최다 마진율’ 등의 문구로 예비 창업자들을 유인하고 있었다. 
또 매출 중 일정 지분을 본사에 지급해야 하는 로열티나 가맹비, 인테리어비 등을 선착순으로 면제해준다며 점주들을 유혹하기도 했다.


창업 컨설팅 업체는 허위로 창업 비용과 매출을 꾸며내는 식으로 점주들을 속이고 있다. 
한 창업 컨설팅 홈페이지에 올라온 호프집 프랜차이즈의 경우, 예상 연매출은 10억8000만원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보고된 전국 평균 연매출은 4억2100만원에 불과했다. 
또 이들은 돈가스 프랜차이즈의 연매출을 7억8000만원이라고 홍보했지만, 공정위에 따르면 4억7700만원에 그쳤다.


또 컨설팅 비용으로 수백만원을 뜯어내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5월 자영업자 커뮤니티에 B씨가 올린 글을 보면,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려고 창업 컨설팅 업체와 계약을 맺고 300만원을 입금했는데, 업체가 상권 분석해준 내용이나 광고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아 환불을 요구했지만 내부 자금 사정이 어렵다며 환불을 해주지 않고 있다”고 했다.(24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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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는 길 
            -어느 학생의 말-

         정희성

 

 


모든 문제의 답은 학교에 있고 
정답은 언제나 근엄해서 
담임선생님의 얼굴 같지요 
답답한 세상을 살아오는 동안 
삼차방정식보다 난해하게 변해 버린 
선생님의 표정을 읽으며
정답까지 가는 길은 너무도 아득해 
나는 가끔 다른 길을 갑니다
비록 험하기는 하지만 
이 세상 어딘가엔 즐거움도 있겠지 
생각하며 길모퉁이 돌아서면 
찍소리 말고 공부나 하라는 
어머니의 고함소리 멀어지고 
친구가 다닌다는 공장을 지나면 
신축공사장 인부들 
오락실 근처에선 재수할 때 만난 
친구의 옆보습도 보이지요 
무언가 고달파 보여도 
정답처럼 엄숙하지 않아서 
볼수록 정다운 얼굴들을 떠올리며 
나는 교실로 돌아오곤 하지요 
그러면서 나는 자신에게 곧잘 
어리석은 질문을 던집니다 
ㅡ정답은 학교에만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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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 개강을 앞둔 대학가가 수강 신청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20일 조선대 수강 신청 홈페이지에선 다른 학생 학번을 입력하고 일부러 비밀번호를 5회 이상 틀려 수강 신청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조선대 관계자는 “수강 신청 경쟁자를 제거하려는 목적으로 자행한 범죄로 추정된다”며 “범인을 추적해 업무 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했다. 
조선대는 ‘일단 고발을 하면 취소가 불가하니 지금이라도 자수하라’는 전체 문자도 발송한 상태다.


대학가 수강 신청 대란 10여 년 넘은 고질적 문제다. 
만성 취업난이나 로스쿨 등 진학 경쟁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학점을 받기 쉬운 인기 과목 등에 몰려 수강 신청 서버가 다운되는 일은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학생들의 수강 신청 경쟁이 단순 과열을 넘어 범죄로까지 비화하고 있는데도 비싼 등록금을 받는 대학과 교수들이 이 문제를 방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수강권 사고 팔기’는 일상적 풍경이 됐다. 
최근 2학기 수강 신청 기간이었던 서울대 익명 커뮤니티에는 ‘죽음의 과학적 이해’ 과목을 20만원에, 5개년 ‘족보’(시험 기출 문제)까지 묶어서 22만원에 판다는 글이 올라왔다. 
의대 법의학교실에서 개설한 이 강의는 과제가 없고 시험이 한 번뿐이라 인기가 높다. 이번 학기 경쟁률은 5.77대1이었다.


고려대에선 수강 신청 종료 1시간 전부터 강의 거래 ‘경매장’이 열린다. 
수강 취소를 한 뒤 30분~1시간가량 시간이 지나야 다른 강의를 신청할 수 있는 ‘수강 신청 지연제’가 이때부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마감 직전 긴급한 사정 등으로 강의를 변경해야 하는 학생을 위한 선의(善意)로 마련한 시간이지만 고려대 학생들은 “강의를 사고팔 마지막 기회”라며 온갖 익명 카톡·텔레그램 대화방 등으로 몰려든다.

 

 




강의를 사고자 하는 학생은 이 카톡방에 들어가 판매자와 강의 취소 시간을 조율한 뒤 돈을 주고받는다. 
최근에는 익명 송금이나 네이버페이, 문화상품권 번호를 활용한다. 
강의를 구매하는 사람이 신고를 해도 판매자가 누군지 알 수 없게 하기 위해서다. 
강의 판매 경험이 있는 이모(22)씨는 “판매금이 10만원이면 먼저 7만원을 받고 수강 신청이 성공하면 남은 3만원을 받는다”고 했다.


최근엔 아예 수강 신청 대행 전문 업체까지 등장했다. 
한 업체는 “업계 최고의 성공률과 서비스로 고객님들의 성공적인 신청을 책임진다”며 “후회 없는 선택, 완벽한 결과를 보장한다”고 했다. 
“매번 떨리는 대학교 수강 신청, 수년에 걸쳐 쌓아놓은 저희만의 노하우로 수강 신청을 대신해드린다”고 했다. 각종 콘서트 예매나 골프장·결혼식장·부동산 청약 등 모든 선착순 예매를 대행해준다는 이들 업체는 매크로(반복 입력 프로그램)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업무 방해 목적이 없다면 이런 매크로나 대행 업체 사용이 불법은 아니다.


한양대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의 한 학년 정원은 130명이지만, 전공 필수 수업 정원은 60~100명에 불과하다. 
서강대 컴퓨터공학과의 한 전공 필수 과목의 경쟁률은 2.35대1이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도 사정은 비슷하다. 
신림동 PC방으로 달려가 마우스에 안마기를 올려놓고 ‘자동 클릭’으로 수강 신청을 시도하는 학생들이 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에 재학 중인 김한들(21)씨는 “최근 취업난으로 인문·사회대생들도 코딩 등 컴퓨터공학 강의를 들으려고 몰려든다”며 “대학 당국이 학생들의 강의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2월 세종대 컴퓨터공학과 학생들은 수강 신청 홈페이지 해킹을 시도하다가 적발됐다. 
해킹이 이뤄지기 전 학교 전산실에서 이를 감지해 사전 차단했다. 
이들은 “전공 수업을 듣기 위해 강의 인원을 늘리려 했다”며 순순히 범행을 인정했다고 한다. 
학교 측은 이들에게 유기 정학 1년을 내렸다.


서울대 유성호 교수는 자신의 강의가 20만원에 거래되는 현상과 관련, “다수 학생들이 수강을 원하는 과목은 수백 명이 들을 수 있는 ‘초대형 강의’로 개편하고, 등급별 학점 대신 합격·불합격 평가만 내리는 강의를 늘려 불필요한 수강 신청 경쟁을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240831)


 

 

 

최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를 가계약한 정모(34)씨 부부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자 부동산 전자계약을 통해 우대 금리를 받으려 했다. 
정씨 부부는 4억원을 30년간 빌리려고 하는데, 전자계약 우대 금리 0.2%포인트를 받으면 대출 기간 이자를 총 1700만원가량 절감할 수 있다. 
그러나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는 “전자계약서를 써본 적이 없고, 매도인도 연로해 그냥 서면 계약하길 원한다”면서 이를 거절했다. 
정씨는 “가산 금리가 갑자기 크게 올라 우대 금리가 절실한 상황이었는데 속상하다”고 말했다.

 

 




대출 금리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부동산 전자계약 제도가 도입된 지 올해로 8년이 됐지만, 전체 부동산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이 계약서 없이 온라인 전자 방식으로 계약하는 전자거래 시스템은 부동산 거래 투명성 확보를 위해 2016년 도입됐다. 
그러나 연령대가 높고 IT 기술에 익숙지 않은 공인중개사들에게 진입 장벽이 높고 인센티브도 없어 여전히 전자계약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주택 실수요자들이 안전하고 경제적인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더욱 편리하게 개선하고, 공인중개사들에게도 인센티브를 부여해 전자계약 활용률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민간 중개 거래 전자계약 체결 건수는 2만7325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6973건)보다 4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여전히 전체 부동산 거래에서 전자계약이 차지하는 비율은 4.93%에 그쳤다. 
전자계약을 하면 주택 매수인이나 임차인이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때 0.1~0.2%포인트의 우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임대차계약의 경우 별도의 신청 없이 확정일자가 부여되고, 매매 계약은 실거래가 신고가 자동으로 이뤄지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전자계약 활용률은 2021년(3.16%)이 돼서야 3%를 넘었고, 여전히 5%를 밑돌고 있다. 
복잡한 절차 탓에 공인중개사들이 전자계약 이용을 꺼리기 때문이다. 
김정재 의원실(국민의힘)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등록 공인중개사(11만6083명) 중 전자계약을 활용한 중개사는 6%(6997명)에 그쳤다.


공인중개사가 전자계약 시스템 이용을 위한 공동인증서를 발급받으려면 직접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찾아가거나, 우편(4~5일 소요)으로 인가 코드를 우선 받아야 한다. 
이를 국토부 전자계약 인증센터에 입력해야 인증서가 발급되고, 1년마다 갱신도 해야 한다. 
갱신 기한을 놓치면 인가 코드를 받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전자계약 시스템 자체도 번거로운 부분이 많다. 
계약서를 작성하고 실거래 신고가 끝난 뒤 잔금일이나 매수인의 주소·전화번호 등 계약서 기재 사항이 바뀔 경우 정정 기능이 없어 계약을 해제하고 처음부터 다시 계약서를 써야 한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아파트 면적 소수점 한 자릿수가 틀려 수정이 필요했는데 정정 기능이 없어 결국 계약을 해제하고 매도인에게 양해를 구해 전자계약서를 처음부터 다시 작성해야 했다”며 “한번 해보니 너무 번거로워 웬만하면 전자계약은 안 하려고 한다”고 했다.


또 규제 지역 주택이거나 거래가액이 6억원 이상인 주택을 매매할 때 작성해야 하는 자금조달계획서는 전자계약시스템이 아닌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으로 이원화돼 있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경기 고양시의 한 공인중개사는 “서면 계약을 하면 매수인에게 자금조달계획서를 받아 중개사가 등록하면 되는데, 전자계약은 반드시 매수인이 직접 제출하도록 돼 있어 설명하느라 한참 애를 먹었다”고 했다.

 

 




전자계약이 실수요자에게 혜택이 많고 안전한 만큼 공인중개사들의 참여 독려를 위해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시스템을 개선해 복잡한 절차를 간소화하고, 정부와 공인중개사협회 차원에서 공인중개사의 참여를 높이기 위한 교육이나 인센티브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240829)


☞부동산 전자계약

부동산 매매·전월세 등 계약 시 종이 계약서를 쓰는 대신 ‘부동산거래 전자계약시스템(http://irts.molit.go.kr)’에 접속해 계약서를 작성하는 제도다. 
시·군·구청에 등록된 공인중개사만 사용할 수 있어 무자격·무등록자에 의한 불법 중개 행위를 막을 수 있고, 계약서 위·변조나 허위 신고를 예방할 수 있다.



 

 

[깨알지식Q] 앗, 헤즈볼라가 쏜 로켓 이름이 '카튜샤'라니…

 



지난 25일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 단체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선제 타격 직후 ‘카튜샤’ 로켓 320발을 쏘아 올렸다. 
이스라엘 최첨단 방공 시스템 ‘아이언돔’을 교란하려는 공격이었다.


카튜샤 로켓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소련이 만든 다연장 로켓포다. 
발명 당시엔 기밀을 유지하느라 정확한 명칭 대신 소련 군사 과학자 안드레이 코스티코프 이름을 따서 ‘코스티코프’로 불렀다고 한다. 
이후 로켓 발사대에 생산 공장인 보로네시 코민테른의 각인 ‘K’를 새긴 것을 본 군인들은 당시 전쟁터에서 유행한 미하일 이사콥스키의 노래 제목인 ‘카튜샤의 노래’ 제목을 따서 ‘카튜샤’란 별명을 붙였다. 
이 별명은 이후 그대로 정식 명칭으로 굳어졌다.

 

 

<BM-13 카튜샤 로켓포>

 


‘카튜샤’는 흔한 러시아 여성 이름이다. ‘예카테리나’를 줄여 부르는 애칭이기도 하다. 
이사콥스키의 노래 가사 속 ‘카튜샤’는 전쟁터에 나간 연인을 애타게 기다리는 여인 이름이다. 
1960년 한국에서 같은 제목의 노래가 나왔다. 제목 빼고는 러시아 노래와는 다른 곡이다. 
지난해 8월 러시아 모스크바시는 시내 동물원에서 처음 태어난 자이언트 판다 이름을 시민 투표에 부쳤는데, ‘카튜샤’가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카튜샤’는 주한 미8군에서 복무하는 대한민국 육군 요원 ‘카투사(KATUSA)’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카투사는 ‘미 육군에 배속된 한국군 증강 요원(Korean Augmentation To the United States Army)’의 첫 글자를 딴 명칭이다.(240828)



 

 

[깨알지식Q] 제트기·제트엔진… '제트'는 무슨 뜻?

 


지난 24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 33주년 연설에서 “본국의 신형 무인기(드론) ‘팔랴니치아’로 러시아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 신형 무인기에는 항공기나 순항미사일(로켓) 등에 사용되는 ‘제트 엔진’이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트 엔진은 노즐이나 조리개에서 물·가스 등 유체를 뿜을 때 발생하는 제트 추진력을 사용하는 엔진이라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다. 
그렇다면 제트 엔진과 제트 추진력의 ‘제트’는 무슨 뜻일까?

 

 

<보잉사의 항공기 보잉 737 맥스(MAX)에 장착된 제트 엔진.>

 


제트 추진력의 ‘제트’는 ‘던지다’, ‘밀치다’는 뜻을 가진 프랑스어 ‘제테(jeter)’에서 유래했다. 
유체가 뿜어져 나오면서 반대 방향으로 발생하는 힘이, 주변 공기를 ‘밀어내면서’ 동력을 얻는 모습과 비슷하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제트 엔진은 종류에 따라 터보 제트, 터보 팬, 램 제트 등으로 나뉘지만, 주변 공기를 빨아들여 압착하고 압착한 공기를 순식간에 내뿜으면서 발생하는 ‘제트 추진력’을 사용한다는 점은 모두 같다.


일상생활에서 제트 추진력은 오징어 같은 두족류(頭足類)의 움직임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 
오징어가 포식자를 만날 경우, 빠르게 벗어나기 위해 바닷물을 흡입해 몸을 부풀리고 순식간에 이를 다시 내뿜으면서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는데, 이때 움직임도 ‘제트 추진력’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240827)

 

 

에어매트 5층까지 '안전'… 50층 이상은 '피난구역'으로
화재시 대피 어떻게 하나

 


지난 22일 발생한 경기 부천 호텔 화재를 계기로 고층 건물에 사는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7층에서 불이 나도 저렇게 많이 숨지는데 고층 건물에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냐’ ‘에어매트도 소용 없고 막막하다’ 등 글이 올라왔다.


당시 불이 크게 번지지 않았지만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소방이 10층까지 쓸 수 있는 에어매트를 설치했지만 7층 투숙객이 한쪽 모서리 근처로 떨어져 숨졌다. 
매트가 딱지처럼 뒤집어지면서 곧이어 뛰어내린 투숙객은 맨바닥에 떨어져 사망했다. 
2명은 8층에서 7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근처에서 유독가스에 질식사했다.

 

 




소방 당국은 비상벨이 울린다고 무작정 집을 나와 대피하기보다 상황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119에 전화해 건물 몇 층에서 불이 났는지, 연기나 화염이 어느 정도 확산됐는지 등을 먼저 파악한 뒤 안내에 따라 이동하는 게 안전하다는 것이다. 
소방 관계자는 “고층 건물 화재 때 많은 사람들이 급하게 대피하다가 유독가스를 마셔 질식사한다”며 “연기는 위로 확산되기 때문에 자기 집보다 아래층에서 불이 나면 더 위층인 옥상으로, 위층에서 불이 나면 1층으로 대피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0~2022년) 아파트 화재 사상자의 40.4%가 대피 도중 발생했다. 
작년 3월에는 경기 수원의 아파트 1층에서 불이 났는데 10층 주민이 계단으로 대피하다 질식사했다. 
고층 건물은 연기나 화염이 계단을 타고 위쪽으로 급격하게 퍼지는 ‘굴뚝효과’ ‘연돌효과’가 발생한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방화문을 닫지 않을 경우 연기가 1초당 1개 층씩 올라갈 정도”라고 했다.

 

 




이 때문에 연기가 가득차 대피가 어려운 경우에는 집 안 대피 공간이나 화장실로 들어가 젖은 수건으로 문틈을 막고 119에 구조 요청하는 게 더 안전하다. 
2005년 이후 지은 아파트에는 발코니 쪽에 별도 대피 공간이 있다. 
소방청 관계자는 “화장실에 들어가 젖은 수건으로 문틈을 막고 샤워기로 물을 뿌리는 것도 방법”이라며 “수막이 연기를 막아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이번 부천 호텔 화재 때도 20대 여대생이 같은 방법으로 버틴 끝에 구조됐다. 
대피할 때는 젖은 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은 뒤 낮은 자세로 벽을 짚으며 이동하면 된다.


에어매트는 5층용, 10층용, 15층용, 20층용 등이 있지만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은 5층용까지만 안전 인증을 내준다. 5층까지만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방 전문가들도 “그보다 높은 층은 최후의 수단으로 써야 한다”고 했다.


다만 생존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20년 대구의 초고층 아파트 51층에서 투신한 여중생이 갈비뼈 2개가 부러지는 부상만 입은 사례도 있다. 
이 여중생은 에어매트 한가운데 떨어져 목숨을 건졌다. 
같은 해 경기 구리에서는 8층에서 뛰어 내린 10대가 가벼운 부상만 입기도 했다.

 

 




생존율을 높이려면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엉덩이부터 떨어져야 한다. 
여러 명이 뛰어내릴 때는 소방대원의 통제에 따라 한 명씩 간격을 두고 뛰어내려야 한다. 
에어매트에 다시 공기를 주입하는 데 20초 정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함승희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5층 이상에서 내려다보면 에어매트가 손바닥 정도로 작게 보인다”며 “한가운데를 향해 뛴다고 생각하고 뛰어야 한다”고 했다.


줄을 타고 내려올 수 있는 완강기는 건물 10층까지 설치하게 돼 있다. 10층 안팎에 사는 주민은 고려해 볼 수 있다.


사다리차는 일반적으로 최대 30층 정도까지 구조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사다리를 펼치려면 건물과 사다리차 사이에 일정한 간격이 확보돼야 하기 때문에 긴급한 상황에서 쓸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이번 부천 호텔 화재 당시 사다리차가 출동했지만 호텔 앞에 주차한 차량 때문에 무용지물이 됐다. 
게다가 주상복합 등은 창문이 없거나 작은 경우가 많아 사다리차로 구조하기 어렵다.


50층 이상 초고층 건물은 2012년부터 30층마다 피난구역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했다. 
피난구역은 방화 처리를 해 불이 나도 일정 시간 버틸 수 있는 공간이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서울 잠실 롯데타워(123층)는 22층, 40층, 60층, 83층, 102층에 각각 피난구역이 있다. 
롯데 측은 “최대 3시간까지 버틸 수 있게 설계했다”며 “내부에는 마실 물과 화장실, 방독면, 소화기 등이 있다”고 했다. 
피난구역에는 1층으로 바로 내려갈 수 있는 피난용 직통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다. 
이 엘리베이터는 불이 나도 운행할 수 있도록 별도 전원을 갖추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불이 나면 엘리베이터를 타지 말고 계단으로 대피하라고 하지만 피난 엘리베이터는 예외”라고 했다.


2020년 10월 울산 남구의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 아파트(33층)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지만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다. 
15층과 28층에 피난구역을 만들어 주민들이 대피한 덕분이었다.


안전 전문가들은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평상시 실전 훈련이라고 했다. 
피난구역이나 완강기 등 시설이 있더라도 위치나 이용 방법을 모르면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부천 호텔 화재 때도 호텔에 완강기가 있었지만 완강기로 탈출한 투숙객은 없었다. 
이용재 교수는 “불이 나면 연기가 자욱해 피난구역이나 완강기 위치를 알고 있어도 찾기 어렵다”며 “평소 훈련을 통해 몸으로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240826)



 

 

[깨알지식Q]우크라이나는 '로켓 드론'에 왜 빵 이름을 붙였나 

 


24일 우크라이나군이 공개한 신형 드론 ‘팔랴니치아’는 우크라이나 전통 빵에서 이름을 따왔다. 
우크라이나·러시아는 같은 키릴 문자를 사용하지만 알파벳 구성과 발음 방법이 조금 다르다. 
팔랴니치아(паляниця) 같은 경우, 모음 ‘и’ 을 발음하고 사용하는 방법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러시아인들은 이를 ‘팔랴니차’에 가깝게 발음한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에선 이 단어를 말해보라 하면 러시아 스파이를 색출해낼 수 있다는 말이 전부터 돌았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우표에 그려진 우크라이나 전통 빵 ‘팔랴니치아’. 
24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공개한 자국산 신형 로켓 드론 ‘팔라니치아’와 이름이 같다.>


 


<한 우크라이나 티셔츠 쇼핑몰에서 팔고 있는 상품. 
'애국심 가득한 Ї 키보드가 새겨진 셔츠'라는 설명이 달려 있다. >

 


우크라이나어엔 러시아어에 없는 알파벳이 네 개 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이 중에서도 특히 ї를 저항과 독립의 상징으로 여긴다. ї는 ‘이’를 길게 발음하며 끝부분에 강세를 두는 모음이다. 
러시아어 알파벳 체계엔 없다. 이 알파벳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제국의 일부였던 1876년 우크라이나어 사용이 금지되며 사라졌다가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하고 나서 다시 쓰이기 시작했다. 
소련 시절 키예프(러시아어 표기로 Киев)라고 발음했던 우크라이나의 수도는 이제 키이우(우크라이나어 표기로 Київ)라고 불리는데, 여기에도 이 알파벳이 들어간다. 
우크라이나에선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를 기원한다는 뜻을 담아 ї를 새긴 티셔츠 등을 많이 팔고 있다.(24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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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앞바다의 수온이 급상승해 양식장 피해가 커지면서 높은 수온에도 잘 버틸 수 있는 ‘수퍼 어종’ 개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10여 년 전부터 해수 온도 상승에도 잘 버틸 수 있는 어종을 연구해왔다. 
하지만 여름에는 뜨겁고 겨울에는 차가운 우리나라 바다를 견딜 수 있는 어종을 개발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2021년 동남아산 대왕바리(자이언트그루퍼)와 ‘다금바리’로 불리는 제주 자바리를 교잡해 ‘대왕자바리’를 개발했다. 
하지만 치어 한 마리 가격이 약 3000원으로 우럭(120원)의 20배가 넘어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2일 충남 태안군 안면읍 대야도 양식어민이 망연자실한 채 죽은 우럭들이 담긴 통을 바라보며 앉아 있다.

전날까지 태안에서는 우럭 55만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에는 여름철 제주도와 추자도 근처에서 잡히는 난류성 어종인 벤자리를 눈여겨보고 있다. 
벤자리는 농어목으로 40㎝ 정도까지 자란다. 여름철 회로 먹으면 기름지고 쫀득해 맛이 좋다. 
국립수산과학원 남보혜 박사는 “벤자리는 28~30도 높은 수온에도 서식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남해안 가두리 양식장에서 겨울도 무사히 날 수 있을지 시험할 계획”이라고 했다. 
수산과학원은 이르면 내년에 벤자리 치어를 양식용으로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벤자리 외에 제주도 인근 바다에 사는 잿방어, 긴꼬리벵에돔 등도 시험 후보군이다.


우선 대체하려는 어종은 우럭(조피볼락)이다. 
우럭은 우리나라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국민 횟감’으로 양식장에서 많이 기르는 어종이다. 
생산성이 높아 어민들도 선호한다.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참돔이나 감성돔보다 2배가량 많다고 한다. 
출하하는 데 걸리는 기간도 2년 정도로 짧다. 알 대신 새끼를 낳는 난태성 어종이라 치어 생존율이 높고 키우기 쉽다.


그러나 우럭은 상대적으로 차가운 물에 사는 한대성 어종이다. 요즘 같은 뜨거운 여름철을 버티기 어렵다. 
우럭이 서식할 수 있는 수온은 7~26도로 수온이 28도 이상이면 숨을 쉬지 못하고 폐사한다. 
이 때문에 올여름 해수 온도 상승으로 가장 많이 죽은 어종이 우럭이다. 폐사한 물고기 10마리 중 7마리가 우럭이다.(240831)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성산로 인근에서 30일 오전 8시 40분쯤 도로 침하가 발견돼 교통이 통제됐다. 
전날 싱크홀(땅 꺼짐) 발생으로 운전자 2명이 중상을 입었던 지점에서 약 30m 떨어진 곳이다. 
서울시가 29일부터 이곳 일대를 점검한 결과 사고 지점 건너편 도로 지하에 공동(空洞)으로 의심되는 곳도 추가로 발견됐다. 
서울 도심에서 연일 도로가 내려앉는 상황에 시민들은 불안을 호소했다. 
이날 오전 연희동에서 만난 시민 김모(52)씨는 “자동차가 완전히 추락해버린 모습에 많이 놀랐는데, 이젠 운전하기도 겁난다”고 했다.

 

 


<지난 2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성산로에서 발생한 싱크홀(땅 꺼짐) 사고 현장에서 경찰 관계자가 깊이를 측정하고 있다. 
땅 꺼짐 크기는 가로 6m, 세로 4m, 깊이 2.5m로 측정됐다. 
이 사고로 도로를 달리던 SUV가 통째로 빠져 운전자 등 2명이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에 매년 100개 이상의 싱크홀이 발생한다. 
2021년엔 142개, 2022년엔 177개, 작년엔 161개가 발생했다. 
최근 5년간 발생한 싱크홀은 957개로 매월 16개씩 발생한 꼴이다. 싱크홀 면적을 합치면 약 2.9㎢다. 
그간 여의도 면적만큼 땅이 내려앉은 것이다. 같은 기간 2명이 죽고 49명이 다쳤다. 차량도 81대 파손됐다. 
정부와 지자체 등이 그간 수차례 대책을 마련해왔지만 여름철 폭우 등으로 향후 싱크홀 사고가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5년간 발생한 싱크홀 중 절반 이상(57.4%)이 상하수관 손상 등으로 발생했다. 
주로 낡은 파이프에서 물이 새면서 토사가 유실, 도로가 무너진다는 것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 상하수관은 총 40만㎞ 정도다. 이 중 노후관은 약 7만2500㎞로 전체의 18%가량이다.

 

 




서울시는 시내 노후 상하수관 교체·세척에 3조원 가까운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김두일 단국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상하수관은 도시 인프라의 핵심”이라며 “향후 싱크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예산을 우선 편성해야 한다”고 했다.


연이은 싱크홀 사고에 서울시는 올해부터 지하 공동 탐사 횟수와 구간을 대폭 늘렸다. 
하지만 레이더 성능 등 한계로 이번 연희동 싱크홀 같은 사건을 모두 예측하긴 어렵다. 
지하 2m까지 탐지 가능한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번 싱크홀 사건은 2.5m 깊이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원철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6~7m까진 들여다볼 수 있는 장비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울시는 이번에 연희동 인근에서 하고 있던 빗물 펌프장 공사가 싱크홀 사고 원인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도 조사 중이다. 
이 공사로 지하수의 흐름이 불안정해져 사고 지점의 토사가 유실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각종 건축·토목 공사가 잦은 서울의 지하 상황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안형준 전 건국대 건축대학장은 “공사할 때는 수시로 지하의 빈 공간을 메워줘야 한다”고 했다.


정밀한 지하 지도를 만들어 도심 지하에 설비와 배관 등이 어떻게 얼마나 들어 있는지 파악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현행법에 따르면 지하에 시설물을 매립하면 상세 내용을 구청에 보고하게 돼 있으나 제대로 관리가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 등이 관리하는 ‘지하 공간 통합 지도’ 역시 형식적으로 작성돼 사고 예방에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240831)


 

 

 

20~49세 남녀 약 43%가 ‘출산할 의향이 없다’고 밝힌 설문 결과가 나왔다. 
단, 이들 가운데 44%는 정부 정책과 기업 지원이 대폭 늘면 출산을 고려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은 최근 리서치 업체 엠브레인과 함께 전국 20~49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결혼과 출산에 대한 심층 인식 조사를 해 이같이 나타났다고 1일 밝혔다.

 

 




설문 결과 미혼 남녀(1164명)의 절반(53%)은 ‘결혼 의향이 있다’고 했다. 
‘결혼 의향이 없다’는 27%, ‘잘 모르겠다’는 19%였다. 결혼 의향이 없다는 응답자는 여성(35%)이 남성(22%)보다 높았다. 
결혼을 기피하는 이유로 남성은 ‘경제적으로 불안해서’(20%), 여성은 ‘혼자 사는 것이 더 행복할 것 같아서’(18%)를 들었다.


‘출산 의향이 없다’는 응답은 전체의 43%에 달했다. 여성(53%)이 남성(33%)보다 많았다. 
출산을 원하지 않는 이유로 여성은 ‘아이를 낳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14%)와 ‘자녀를 돌봄·양육할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13%), ‘자녀 교육에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11%) 순으로 답했다. 
남성은 ‘고용 상태·직업이 불안정하다고 느껴서’(18%), ‘자녀를 돌봄·양육할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16%), ‘아이를 낳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11%)였다.

 

 




다만 결혼·출산에 뜻이 없더라도 정부 정책과 기업 지원 등 여건이 바뀌면 달라질 수 있다는 응답이 상당했다. 
결혼 생각이 없는 미혼 남녀 중 39%, 출산에 뜻이 없다는 응답자 중 44%는 정부 정책과 기업 지원이 크게 늘면 결혼과 출산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 있다는 유동층이었다.(24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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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마모(36)씨는 지난 6월 갖고 있던 주식 수백만원어치를 전량 처분했다. 
300만원을 조금 넘는 월급에서 신용카드 대금이 빠져나가고 나면 돈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그는 “5월에 가정의 달이라고 가족들과 모임을 갖고 친구들과 회식을 몇 번 했더니 졸지에 가계부가 적자가 됐다”며 “요즘은 커피 전문점 커피와 배달 음식을 끊었다”고 했다.

 

 

<12일 서울의 한 먹자골목에 음식점 메뉴판이 놓여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쓸 돈은 늘어났는데 소득은 별로 늘어나지 않는 상황이 2년째 이어지면서 소득에서 지출을 빼면 가계부가 ‘마이너스’가 되는 적자 가구 비율이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적자 가구 비율은 23.9%로 1년전보다 0.9%포인트 늘어났다. 
네 집 중 한 집꼴로 적자를 보고 있다는 뜻으로,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2021년 2분기(24.4%)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다.


2분기 전체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은 496만1000원으로 전년 대비 3.5% 늘어났지만, 지출(381만706원)이 4.3% 늘어 소득 증가세를 웃돌았다. 
소득보다 지출이 더 많이 늘어나는 현상이 2022년 3분기부터 8분기째 이어진 것이 적자 가구가 늘어난 원인으로 통계청은 보고 있다.


필수 생계비 물가가 오르면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저소득 가구의 타격이 특히 컸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적자 가구 비율(2분기)은 54.9%로 1년 전에 비해 2.2%포인트 늘었다. 
1분위 가구 열 집 중 다섯 집 이상이 적자 상태인 것으로, 전체 가구 평균(23.9%)의 2배를 훌쩍 넘는다. 
적자비율은 2분위 20.9%, 3분위 19%, 4분위 15.2%, 5분위(소득 상위 20%) 9.5% 등으로 소득이 높은 가구일수록 낮았다. 
통계청 관계자는 “서민 가구에서 고물가·고금리 영향을 더 크게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분기 전체 가구의 이자 비용 지출은 월 평균 12만5147원으로 1년 전에 비해 4.8% 감소한 반면, 1분위 가구의 이자 부담은 1년새 10.8% 늘었다.

 

 




적자 가구의 증가는 내수 소비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세금이나 이자 등을 제외하고 먹거리와 여가 등에 쓰는 소비 지출은 지난 2분기에 가구당 월 평균 281만3000원으로 1년새 4.6% 증가했다. 
하지만 물가 상승분을 뺀 실질 소비 지출은 1.8%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과일과 육류 등 식료품(-0.9%)과 술(-3.8%), 담배(-3.6%), 숙박(-4.6%) 부문에서는 실질 소비 지출이 감소세를 보였다.


고물가·고금리 ‘이중고’에 값싼 해외 직구에 눈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 국내 소비자들의 해외직구 구매액은 2조149억원으로 작년 2분기에 비해 26%가량 늘었다. 
분기별 해외 직구액이 2조원을 넘어선 것은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4년 이후 처음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해외 직구 물량이 늘어나면서, 그 반작용으로 국내 소비가 더욱 위축되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30대 후반 회사원 이모씨는 올 들어 중국 직구(직접 구매) 플랫폼인 ‘테무’를 자주 이용한다. 그는 “높은 물가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이라, 조끼 한 벌에 6000원 수준인 중국 직구 앱에 자연스레 손이 가게 된다”고 했다.(24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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