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6일 일본 도쿄 주오쿠(區)에 있는 53층짜리 초고층 타워 맨션 ‘가치도키 더 타워’.
이곳은 출입구가 두 개다. 한쪽은 70㎡(전용) 한 채가 2억엔(약 18억8000만원)인 1420가구의 고급 아파트 로비. 그 맞은편에 노인 주택 ‘코코판 가치도키’의 출입구가 있다.
이 입구로 들어가자, 34채의 노인 주택과 함께 공용 식당과 노인 돌봄 시설이 나왔다.
돌봄 시설에선 80~90대 할머니 5명이 돌봄 강사의 지도에 따라 식사 후 소화를 돕는 노래와 율동을 하고 있었다. 이 노인 주택을 운영하는 가켄홀딩스의 모치즈키 히사토요씨는 “고령자의 거주 공간이 일반 아파트와 같은 곳에 있으면, 편의점·약국은 물론이고 교류 공간도 젊은이들과 같이 쓸 수 있다”며 “노인들이 사는 주택은 유동 인구가 있는 지역과 따로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게 좋다”고 했다.
<도쿄 주오구에 있는 초고층 아파트 가치도키 더 타워 2층에 있는 노인 돌봄 시설에서 80~90대 할머니들이 돌봄 강사의 지도를 받으며 소화를 돕는 노래와 율동을 배우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높이 179m에 53층인 타워의 전경. 1~4층의 일부가 노인 주거 시설인 ‘코코판 가치도키’고 나머지는 일반 분양 아파트다.>
노인 주택 코코판 가치도키의 1인용 아파트(전용 26㎡)는 임차료와 관리비를 합쳐 월 11만1300엔(약 105만원)을 낸다.
여기에 세탁이나 입욕, 긴급 시 대응과 같은 간단한 도움을 주는 생활 지원 서비스(월 3만2400엔)를 합쳐도 14만3700엔(약 135만원)이다.
아파트 내 식당에선 411~617엔(약 3800~5800원)이면 한 끼 식사가 가능하다.
또 경증 질환을 앓는 노인을 위해 간병인이 365일 24시간 상주한다.
입주민들은 의사나 간호사의 방문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병원비가 나오지만 노인은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진료비의 10%만 지불하면 된다.
일본인의 국민연금 평균 수령 금액이 20만엔(약 188만원) 안팎이니, 직장 생활을 오래 하고 은퇴했다면 노후 걱정 없이 입주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일본은 2005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초고령 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 20% 이상)에 진입했다.
우리나라보다 고령화를 먼저 겪은 일본은 일상생활에서 돌봄을 제공하며 높은 삶의 질을 누리게 해주는 노인 주택 확충에 힘을 쏟고 있다.
정부·지자체, 민간 기업이 힘을 합쳐 다양한 주택 유형을 만드는 ‘돌봄 시설 실험’을 통해 노인들이 소득 수준과 건강 상태, 취향 등을 고려해 주거지를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일본 지바현 도요시키다이 단지는 ‘노인 맞춤형’ 마을이다.
도쿄에서 40km 정도 떨어진 곳으로, 과거 도쿄 직장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던 이 지역은 저출생·고령화로 점차 인구가 줄며 슬럼화됐다. 그러자 2009년부터 도시 재생을 통해 ‘노인 마을’로 만들었다.
보행 노인의 안전을 위해 자동차는 시속 20km로 다니고, 고령자를 위한 교육·운동·요양 시설이 마을 안에 있다. 노인 일자리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도심에서도 새로운 형태의 노인 시설이 등장했다.
2021년 도쿄 이타바시구 주택가 가운데에 ‘집으로 돌아가자’ 병원이 문을 열었다.
급성기 환자는 아니지만 재활이 필요한 노인들이 잠시 입원하는 곳이다.
노인이 살아온 집이나 지역사회에서 벗어나지 않고 여생을 보내는 것을 뜻하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를 실현하는 셈이다. 또 접근성도 좋아 친구나 가족과 단절되지 않는다.
세대 통합형 노인 주택도 등장하고 있다.
유치원·보육원이나 청년 시설을 노인 주택 안에 만들어 노인이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하고 세대 간 교류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젊은 세대가 일정 부분 노인 돌봄에 참여하고, 노인들은 영유아 돌봄에 관여한다.
도쿄 ‘오렌지 하우스’ 같은 노인 시설이 대표적인 예다.
노인·아이 돌봄 시설이 함께 있는 이 복합 시설에선 노인들이 동화책을 읽어주며 아이를 돌보고, 아이들은 노인과 산책하며 노인을 돌본다. 이런 시설은 홋카이도 등 일본 전역에 있다.(25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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