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학가 헬스장 회원 김모(30)씨는 최근 화장실 쓰레기통에서 주사기 몇 개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김씨는 “스테로이드 호르몬 사용이 이렇게 만연한 줄 몰랐다”고 했다. 
23일 본지 기자가 찾은 서울 서초구의 한 화장실엔 “주사기 사용 적발 시 퇴출하겠다”는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인터넷 헬스 동호인 게시판엔 주사기가 잔뜩 쌓인 화장실 사진이 종종 올라온다. 
인천의 한 헬스장 관장은 지난달 “주사기를 제발 변기에 버리지 말아달라. 수리비만 50만원 나왔다”는 호소문을 붙이기도 했다.

 

 


<인천 서구의 한 헬스장 화장실에 최근 “주사기는 쓰레기통에 버려달라”며 “모르는 척하겠다”는 안내문이 올라와 있다(왼쪽). 
헬스장 업주는 불법 약품 주사기 무단 투기로 변기 수리비가 50만원 발생, ‘피눈물’이 난다고 호소한다. 
오른쪽은 지난달 서울 중랑구의 한 헬스장 화장실 내부에 사용 후 버려진 주사기들이 쌓여 있는 모습.>

 

2030 세대 사이에서 최근 웨이트트레이닝이 인기를 끌면서 불법 약물 오·남용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과거 전문 보디빌딩 업계에서 은밀하게 유통됐던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등이 이젠 일반인들에게까지 퍼졌다. 
서울 성동구의 헬스 트레이너 최모(26)씨는 “인스타 몸짱 인플루언서 상당수는 불법 약물 사용자”라고 했다. 
근육 합성을 촉진하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나 성장 호르몬을 복용한 뒤 근육을 불리고, 교감신경을 촉진하는 에페드린을 사용해 체지방을 빠르게 줄인다. 
일반적인 운동과 식단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근육량과 선명도를 얻을 수 있다.

 

 

 


본지 기자가 23일 회원 수 약 4000명의 스테로이드 정보 공유 카페에 가입하자, 판매 업자 6명이 텔레그램·카카오톡 계정을 안내했다. 
한 업자는 텔레그램으로 “단 하루 만에 받아볼 수 있다”며 제품 목록과 가격표를 건넸다. 
‘디볼(스테로이드제) 10mg 100정에 6만5000원’ ‘아나바 10mg 100정에 10만원’ 같은 식이었다. 
이 업자는 “경구용은 일반 알약처럼 먹으면 된다”며 “주삿바늘도 직경이 작아 통증이 적고 엉덩이 아무 곳에나 찌르면 된다”고 했다. 
이 업자들은 중국·동남아·인도 등에서 정체 불명의 약물을 수입해 유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 헬스 트레이너나 보디빌딩 선수들은 “이 업계는 약물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실제 전국체전 보디빌딩 부문은 20여 년간 도핑으로 몸살을 앓았다. 
오는 10월 전국체전 일반부는 아예 폐지됐다. 사설 보디빌딩 대회는 약물이 없으면 아예 입상이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한다. 
지난 7일 경기 김포에서 열린 한 대회에서 무작위 도핑 검사 대상으로 지목된 입상자가 검사를 거부하고 종적을 감춘 일도 있었다.


문제는 취미로 보디빌딩을 하는 일반인들까지 약물에 쉽게 노출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강원 원주시의 헬스 트레이너 A씨는 회원에게 불법 스테로이드제를 권유해 54만원 상당의 의약품을 판매하고, 어깨에 스테로이드 주사제를 주입한 혐의 등으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실이 문화체육관광부·한국도핑방지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5~2024.9) 대회 금지 약물 복용 적발 건수는 239건으로 집계됐다. 
10대 청소년은 42건으로 5명 중 1명 수준이었으며, 이 중엔 9세 어린이도 있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당국이 사실상 손을 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등을 의사 처방 없이 복용·주사하는 행위는 현행 의료법·약사법 위반이다. 
약사법 개정으로 2022년 7월 이후 이런 약물을 구매한 사람도 처벌이 가능하지만 현재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구매자를 처벌한 사례는 없다. 
텔레그램 등에서 활발히 영업 중인 판매 업자들에 대한 단속·처벌도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2021년 2건, 2022년 0건, 2023년 2건, 2024년 8월 기준 3건이 전부였다.


심경원 이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스테로이드제는 치료 목적으로 사용해도 기저 질환, 용량, 투약 중단 등에 있어 굉장한 주의가 필요한 약물인데 이를 근육 증가, 체지방 감소 등 목적으로 사용하는 건 말도 안 된다”며 “단기적으로 큰 문제가 없더라도 누적되면 심한 경우 급사할 수도 있다”고 했다. 
실제 30~40대 젊은 보디빌더들이 세균 감염, 심장마비 등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있다.(240924)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단백질 합성을 촉진하는 스테로이드. 남성 호르몬(테스토스테론)이라고도 불린다. 
염증 치료용으로 쓰는 코르티코스테로이드와 구분된다. 
근위축증이나 테스토스테론 결핍 환자 등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지만, 근육량 증가·운동 능력 향상을 노린 오남용 문제도 심각하다.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위해 평생을 독재·불의·특권에 맞서 싸워온 ‘거리의 혁명가’ 장기표(78) 선생이 22일 오전 1시 35분 일산 국립암센터에서 영면했다. 
민주화 운동의 동지이자 반려였던 아내 조무하 여사는 “살 만큼 살았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았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건 생명을 가진 인간의 의무이자 순리. 그러니 울지 마라”는 고인의 마지막 말을 전했다.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 빈소에 조문객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1945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난 장기표는 마산공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으나 전태일 열사의 분신을 계기로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서울대생 내란 음모 사건을 시작으로 민청학련 사건, 청계피복노조 사건,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 등으로 9년간 옥살이를 하고 12년간 수배 생활을 했다. 
90년대 사회주의 붕괴 후 제도권으로 간 재야 동지들과 달리 “내가 추구하는 정치를 하겠다”며 7번의 창당과 낙선을 거듭했고, 지난 4월 총선 때 ‘특권폐지당’을 끝으로 정치 인생을 마무리했다. 
억대의 민주화운동 보상금을 “파렴치한 짓”이라며 거부한 일화가 유명하다.


서울법대 선후배로 장기표와 민주화 투쟁을 했던 고(故) 조영래 변호사는 “세상이 다 취해도 홀로 깨어 있으려는 그 지나친 순수함이 그의 병이요, 죄”라고 했다. 
전태일 어머니 고(故) 이소선 여사는 생전에 “기표는 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진실하고 바르게 살려는 첫 사람이자 나에게는 영원한 스승이었다”고 했다.


유족으로 조 여사와 딸 하원, 보원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으로, 장례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26일, 장지는 이천 민주화운동기념공원이다.

두 달 전 보리굴비 곁들인 소찬이 그와의 마지막 식사였다. 
담낭암 4기.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으니, 가족과 함께 손잡고 다 같이 우시라”는 선고를 받고도, 장기표는 밥 먹는 내내 나라와 지구를 걱정했다. 
“국민소득이 3만5000달러인데도 다들 불행하다고 한다. 과도한 욕심, 과도한 소비로 환경이 파괴되고, 기후 재앙이 오고. 코로나 팬데믹이 이걸 경고한 건데 우리는 다 잊고 다시 바보들의 행진을 하고 있다.”

 

 


<1972년 ‘서울대생 내란 음모 사건’으로 구속된 장기표가 구형 공판을 받는 모습(왼쪽사진). 
장기표는 1970~90년대 주요 시국 사건에 관계된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었다. 
오른쪽 사진은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이 지난 5월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회의원 특권폐지를 촉구하며 인간띠로 국회를 에워싸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모습. 
장기표는 특권폐지당을 창당해 지난 4월 총선에 도전했지만 원내 진입에는 실패했다.>

 


죽음을 의연히 받아들이겠다며 항암 대신 숲속을 맨발로 걷겠다던 장기표의 입원 소식은 그로부터 한 달 뒤인 9월 1일 문자로 왔다. 
복수가 차올라 항암 치료를 받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아내 조무하(73)는 “무너진 체력으로도 잘 견뎌냈는데 항암 주사 맞고 6일이 지나면서 혈압이 떨어지고 상태가 악화돼 중환자실로 갔다”며, “병세가 호전되나 싶어 음식도 먹고 물리치료도 받았는데 오늘(22일) 새벽 갑자기 떠나셨다”고 했다.

 

 

 


<장기표에 추서된 국민훈장 -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장기표 선생 빈소에 국민훈장이 놓여 있다. 
훈장은 이날 고인 별세 직후 추서가 결정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전달했다.>

 

민주화 투쟁을 함께 한 고(故) 조영래 변호사 말대로 “창랑(滄浪)의 물처럼 살아온” 인생이었다. 터무니없는 자존심, 타협을 모르는 강직함이 그의 ‘죄’였다. 재야의 동지들조차 그를 ‘시대의 몽상가’라며 피해 다녔다. 그때마다 자신은 지독한 현실주의자라고 반박했다. 
“길을 가는데 술 취한 사람이 쓰러져 있다. 그 사람을 지나치지 않고 일으켜 세워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이상주의자인가, 현실주의자인가?”(본지 2021년 7월 10일 자)


1970년 전태일 열사의 분신을 보고 학생운동에 뛰어든 뒤 돈키호테처럼 앞만 보고 달렸다. 
장리쌀로 고통받는 빈농 아버지를 보며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 게 국민학생 때였다. 
서울대생 내란 음모 사건(1971년), 민청학련 사건(1974년), 청계 피복 노조 사건(1977년),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1980년), 5·3 인천 사태(1986년), 중부지역당 사건(1993년) 주요 시국 사건에 관계되지 않은 적이 없다.


그러나 장기표는 소련 붕괴 후 독자적 행보를 했다. 
제도권으로 앞다퉈 들어간 민주화 동지들과 달리 선거 때마다 정당을 새로 만들어 출마했고 낙선했다. 
김대중·이명박 정부에서 공천과 입각을 제안받았지만 이 또한 거절했다. 
“기존 정당으로는 우리나라 고질병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정치권력이 된 진보 진영과 귀족화된 노동계를 ‘운동권 사쿠라’라고 질타해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박근혜에게는 최순실이 한 명이지만 문재인에게는 최순실이 열 명이 될 것”이라 했고, “민주노총은 망국의 제일 적(敵)”이라 비판했다. 
민청학련 사건의 재심을 청구하지 않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장기표는 “민청학련 사건 등은 다 실체가 있었고 당시 실정법을 위반했다. 재심 법정에서 해석을 달리해 무죄로 받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본지 2019년 6월 3일 자) 
억대에 달하는 민주화 운동 보상금을 “파렴치한 짓”이라 일갈하며 거부한 것도 그 때문이다.


장기표는 너무 맑은 일급수라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는 비아냥거림을 받았으나, 정연두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렇게 썼다. 
“많은 사람이 문통과 더민당을 지지하는 이유를 ‘약자의 편에 서는 점’으로 꼽지만 그들이 약자 편에 서는 경우는 자신들 가진 것이 침해되지 않을 경우에 한해서만 그렇다. 장기표는 다르다. 
그의 삶은 인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초지일관된 노력의 연속이었다. 
무수한 유혹들을 뿌리치고 소위 ‘안 되는 길’만 고집함으로써, 그동안 쌓았던 명예와 동지들을 잃었다.”


장기표의 곁을 끝까지 지킨 건 아내 조무하였다. 
민청학련 사건으로 도망 다니던 1976년, 서울 왕십리 중앙시장에 있는 다방에서 커피 두 잔 놓고 장기표와 결혼한 조무하는 논술 교사로, 교습소와 문화 센터 강사로 생계를 이으며 두 딸을 키우고 남편을 옥바라지했다. 
아이들이 아빠 얼굴 잊을까 봐 면회 갈 때마다 데려갔더니, 하루는 큰딸이 ‘엄마, 내 짝은 서울구치소를 몰라’ 하며 으쓱해하더란다. 
감옥에 있을 때 매일 밤 10시로 시간을 정해 부부가 신약성경을 함께 읽어 나갔다는 일화가 적힌 장기표의 책 ‘우리, 사랑이란 이름으로 만날 때’는 당시 운동권 남녀들의 연애 교본이 됐다.


투사 장기표는 사상가이기도 했다. 
‘문명의 전환, 새로운 비전’ ‘행복 정치론’ 등 30여 권의 책을 냈다. 
이윤의 극대화를 위한 경제활동이 ‘자아실현의 수단’으로 바뀌어야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것이 핵심이다. 
마지막 저서가 된 ‘위기의 한국, 추락이냐 도약이냐’는 지난 4월 총선에서 특권폐지당이 원내 진입에 실패한 것에 낙담한 뒤 두 달간 밤새워 쓴 책이다. 
장기표는 “오직 집권욕에만 사로잡힌 여야가 적대적 공생 관계를 이뤄 나라와 민생을 거덜내고 있다. 도덕성과 인간성을 회복하지 않고는 미래가 없다”고 질타했다.


장기표 부고를 듣고 가장 먼저 달려온 이는 60년지기 이재오 전 의원이다. 
이부영 전 의원과 김문수 장관도 달려와 조문객을 맞았다.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을 지낸 한석호는 “‘장키호테’로 불린 저돌적 실천가 장기표 선생이 시대의 모든 짐을 내려놓고 전태일 열사, 이소선 여사와 얼싸안고 평안히 영면하길 기원한다”고 했다.


불평등 세상을 전복시키겠다던 20대의 장기표에게 “사랑이 넘칠 때 가장 인간적이고, 가장 인간적인 것이 가장 진보적”임을 일깨웠다는 전태일은, 하늘로 돌진해 온 자신의 ‘대학생 친구’에게 뭐라고 인사를 건넬지 문득 궁금해졌다.(24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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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의 한 호프집. 식사 시간임에도 25개 탁자 중 2개만 손님이 앉아 있었다. 
20대 남녀는 술 없이 피자와 파스타만 주문했고, 30대 남녀 세 명의 탁자엔 피자 한 판뿐이었다. 
호프집 주인 박모(42)씨는 “우리는 술 장사로 먹고 사는데, 1년 전에 비해 주류 매출이 3분의 1은 줄어 올해 적자가 6000만원이 넘는다”고 했다.


과거 주류 시장의 ‘큰손’이었던 2030세대가 술을 외면하고 있다. 
2020년대 초반 코로나를 거치면서 대학·직장의 회식 문화가 ‘마시고 죽자’에서 ‘적당히 즐기자’ 기조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최근 본지 기자들이 방문한 강남·건대·수유 등 서울 주요 유흥가에서 만난 주점 업주 수십 명은 “2030세대가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강남엔 ‘소주 빼고 다 있는 술집’까지 등장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국내 전체 주류 출고량은 코로나 이전이었던 2019년 384만1000kL에서 작년 361만9000kL로 약 6% 줄었다. 
20세 이상 국민의 1인당 연간 알코올 소비량도 2015년 9.813L에서 2021년 8.071L로 18% 감소했다. 
올해 초부터 지난 7월까지의 주세 수입 또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6% 줄어들었다.


특히 한때 ‘국민 술’로 불렸던 희석식 소주를 외면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과거 주머니 가벼운 대학생들이 싼값으로 금방 취할 수 있었던 소주를 즐겨 찾았고, MT나 학과 행사 등에서 ‘사발식’ 등으로 소주를 폭음했던 문화가 코로나를 지나면서 ‘멸종’ 수준이라는 것이다. 
코로나 이전 2019년 91만5596kL였던 희석식 소주 출고량은 작년 84만4250kL로 약 8% 감소했다. 
주류 업계에선 “젊은 대학생과 직장인의 소주 소비가 줄어든 탓”이라고 분석한다.


전 사회적인 술 소비량이 줄어들면서 그간 경찰이 골머리를 앓던 ‘주취 소란’도 감소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6년 2만1923건이었던 ‘음주소란 통고처분’은 작년 6160건으로 약 72%가 줄어들었다. 
취객들로 몸살을 앓던 일선 지구대 경찰들도 “수년 전보다는 확실히 주폭(酒暴)들의 난동 강도와 빈도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선진국 한국’에서 태어난 2030세대의 입맛이 과거와는 다르다는 분석을 내놨다. 
고재윤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장(경희대 호텔경영학과 고황명예교수)은 “요즘 젊은이들은 술을 취하려고 마시기보단 그 자체의 맛을 즐기려는 미식(美食)의 차원에서 향유하고 있다”며 “전체 술 소비량 감소와 희석식 소주의 퇴조는 향후 주류 시장의 트렌드일 것”이라고 했다.(240921)


 

 

 

현대자동차는 9월 실시한 신입사원 수시 채용에서 132개 부문에 걸쳐 지원서를 받았다. 
연구·개발(R&D) 부문만 58개다. 
내역을 들여다보면 고성능차 프로젝트 관리, 고성능차 개발, 로봇 사업 관리, 배터리 설계, 배터리 셀 개발, 배터리 제어개발 등 세세하게 분야가 나뉘어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고성능차 프로젝트 관리 분야의 경우 ‘기계·자동차·산업공학 등 이공계열 전공자’ ‘고성능차 관련 기초지식 보유자’ ‘자동차·항공 공모전 활동 경험’ ‘경진대회에서 리더 역할’ 등이 있어야 우대를 받을 수 있다고 적혀 있다.


현대차에 지원했던 박모(27)씨는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현대차가 요즘 가장 선호하는 기업이지만, 채용 공고에 나열된 것들은 이제 대학 졸업을 앞둔 사람은 쉽게 갖출 수 없는 스펙”이라고 했다.

 

 




이런 변화는 현대차가 지난 2019년 모든 채용을 수시 채용으로 바꾼 결과다. 
신입사원의 경우 과거 상·하반기 한 번씩 선발하던 것을 이제는 1년에 4차례 뽑는다. 
구체적인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LG그룹, SK그룹, 롯데그룹 등 주요 대기업들이 최근 수년간 잇따라 수시 채용으로 전환했다.


한국 사회가 고속성장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은 대규모 공채로 청년들을 뽑은 뒤 자체적으로 교육해 그 회사의 ‘산업 전사’로 빠르게 키워냈다. 
하지만 요즘은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공채로 어디에서나 평균 이상의 능력을 내는 범용(汎用) 인재를 찾기보다 수시 채용으로 필요할 때 적재적소에 투입 가능한 스페셜리스트를 뽑으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런 ‘공채의 종말’이 본격화하면서 취업 준비생들의 어려움은 더 커지고 있다. 
원하는 분야의 구직 공고가 날 때까지 1년 내내 대기해야 하고, 지원 분야를 세분화하면서 채용 공고에 나오는 선발 인원은 더 줄어들었다. 
거기다 직무에 따른 구체적인 역량까지 요구하면서 경험이 많은 ‘중고 신입’만 찾는 곳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서울의 유명 사립대를 졸업한 장모(27)씨는 올해 9월까지 대기업 입사지원서를 30번 냈다. 
현대차에 2번, 롯데에 2번 등 한 기업에 2~3번씩 원서를 쓰기도 했다. 공채 대신 수시 채용이 늘면서 원서를 더 많이 쓰게 된다고 했다.


거기다 원하는 분야 공고가 나지 않을 때도 잦다. 
장씨는 경영학을 전공해 재경 부문 취업을 희망하는데, 올 초 한 대형 플랫폼 기업이 신입사원 채용 공고를 띄워 들어가 봤더니 재경 부문은 아예 선발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 그는 홍보, 마케팅, 영업 등 마구잡이로 원서를 내고 있다.

 

 




특히 자동차나 조선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올해 경기 침체가 뚜렷해지면서 수시 채용의 단점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내부적으로 채용 규모를 줄인 곳이 늘었는데, 수시 채용으로 ‘적게 여러 번 뽑는’ 방식까지 쓰니 지원자들은 취업 문이 더 좁아졌다고 느끼는 것이다. 
HR기업 인크루트 조사에서도 작년 하반기 채용을 준비하는 대기업의 70%는 두 자릿수 채용을 하겠다고 했지만, 올해는 이 비율이 46.2%로 떨어졌다. 
사립대 졸업한 취업 준비생 강모(26)씨는 “기업별로 요구하는 것도 다르고 선발 시기도 제각각이니 늘 취업 공고를 살피고 원서를 쓰면서 지낸다”며 “입사지원서를 ‘난사(亂射)’하는 시대”라고 했다.


수시 채용이 대세가 되면서 기업들 사이에선 이른바 ‘중고 신입’을 원하는 분위기도 강해지고 있다. 
서울 사립대 4학년 김모(27)씨는 작년 A 기업 면접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같이 면접을 본 6명 가운데 4명이 이미 다른 회사 정규직으로 입사해 1년 안팎 일하다 이 회사 신입사원으로 다시 지원한 것이다. 
결국 김씨는 그 면접에서 떨어졌고 “나도 어디라도 취업했다가 다시 와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고 했다.


실제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을 조사한 결과 전체 신입사원 중 중고 신입 비율은 재작년 22.1%에서 작년 25.7%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수시 채용이 장점도 있지만 공채 시대에 기업이 맡았던 청년 교육 기능이 구직자들에게 전가되면서 경력을 쌓기 위해 사교육 등 취업 준비 비용이 많이 늘어나는 부작용도 있다”고 말했다.(240921)


 

 

 

65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 수가 큰 폭으로 불어난 가장 큰 이유는 고령화다. 
전체 인구에서 고령자의 비율이 20%에 육박할 정도로 고령층 인구 자체가 늘어난 것이다. 
또 평균수명 증가로 노후 기간은 길어졌는데 노후 준비는 제대로 안 된 고령층이 돈을 벌어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 

경기 부천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이모(68)씨는 “60세까지는 전업주부로 살았는데, 애들 다 키우고 나니 노후 준비가 안 돼 일을 시작했다”며 “내가 돌봄받아야 하는 처지가 되지 않는 이상 계속 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년이 60세인 우리나라에선 정년퇴직 이후 최소 3년에 달하는 ‘소득 크레바스(공백기)’가 생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65세 이상의 연금 수급액은 월평균 65만원으로 생계비를 충당하는 데 턱없이 모자란다. 
이조차도 법적 정년(60세)을 훌쩍 넘긴 63세(1961~1964년생 기준)가 돼야 받을 수 있다. 
1969년생부터는 65세가 돼야 연금을 받기 때문에 시차가 5년으로 늘어난다. 
따로 일자리를 구하지 않는 이상 5년간 ‘연봉 0원’ 상태에서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중장년층이 상담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금을 받는다 해도, 그 액수가 적어 일을 하지 않고선 기초적 생활도 영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 결과, 노인 빈곤율이 세계적으로 높다. 
노인 빈곤율은 66세 이상 중 소득이 중위 소득(소득순으로 순위를 매겼을 때 딱 중간 소득)의 절반에 못 미치는 사람의 비율이다. 
한국은 2020년 이 비율이 4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이 때문에 최근 고령층 취업자는 청년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2만3000명 늘었다. 
그런데 60대 이상에서만 23만1000명 증가해,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증가 폭이 컸다. 
증가 폭이 둘째로 많은 30대(9만9000명 증가)의 2배 이상이다. 
20대와 40대는 오히려 각각 12만4000명, 6만8000명 감소했다.

 

 




한국의 ‘고령층 취업 열풍’은 선진국 가운데서도 두드러진다. 
우리나라 65세 이상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지난 2022년 들어 37.3%로 집계돼, OECD 38국 가운데 1위로 올라섰다. 
이어 아이슬란드(32.6%)와 일본(25.6%), 뉴질랜드(25.2%) 등 순이었다. 
경제활동 참가율은 인구 대비 ‘취업자 수와 실업자 수’ 비율이다. 
지난달에는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경제활동 참가율이 40%까지 올라갔다. 
고령층 10명 가운데 4명이 취업했거나 취업하지 않았더라도 일하려고 구직 활동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의학 기술 발달 등으로 60·70대의 건강 수준이 높아지면서, 일하는 보람을 느끼려 일터로 뛰어드는 고령층도 늘어나는 추세다. 
교사로 정년퇴직한 후 현재 다른 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다시 일하고 있는 김모(63)씨는 “평생 일해오다가 갑자기 맨손으로 쉬자니 적응이 안 됐다”며 “용돈 벌이도 되고, 체력 닿을 때까지는 최대한 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통계청의 2022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씨처럼 일하는 고령층이 스트레스도 덜 받고 삶의 보람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하는 65세 이상 고령자 가운데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은 34.4%로, 일하지 않은 고령자(36.4%)보다 2%포인트 낮았다.


노동시장의 고령화 추세에 맞춰 정부의 고령층 일자리 대책도 바뀌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공원에서 쓰레기를 줍거나 잡초를 뽑는 단순한 저임금 일자리는 고령층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국가 경제 차원에서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승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고령층이 은퇴 전까지 20~30년 이상 쌓은 전문성을 살릴 수 있도록 적재적소의 기업에 배치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 국가가 은퇴자에게 재교육과 직업훈련을 제공하는 제도가 더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240920)


☞계속 고용

기업이 근로자를 정년 이후에도 계속 고용하는 것. 
일단 퇴직한 직원과 계약을 맺고 재고용하는 방식, 정년 자체를 연장·폐지하는 방식 등이 있다. 
현재 정부는 계속 고용 제도를 도입한 중소·중견기업에 근로자 1명당 최대 1080만원(3년간)을 지원하고 있다.



 

 

[깨알지식 Q]메이저리그 홈런볼·파울볼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나?

 

 


오타니 쇼헤이의 MLB(미국 프로야구) 시즌 50번째 홈런 공을 잡은 관중이 이를 경매에 넘겼다. 
‘홈런볼’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미국 프로야구(MLB) LA(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서 활약하는 일본 야구스타 오타니 쇼헤이.>

 


MLB 운영 규정에 따르면 ‘경기에서 사용되는 야구공은 리그 재산’이다. 
그런데 홈런·파울 등으로 그라운드를 벗어난 야구공 소유권을 두고 분쟁이 일어 왔다. 
야구 팬인 구율화 변호사는 “MLB 설립(1903년) 초기엔 홈런볼 소유권이 (홈런을 친) 구단에 있었다. 

하지만 20세기 초 공을 주운 관중이 구단과 법정 싸움을 벌인 끝에 ‘관중석에 떨어진 공은 관중 것’이란 판결이 나왔다”고 말했다. 
당시 재판부는 관중이 산 티켓 값에 홈런·파울볼 소유권 및 이를 획득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포함된 것으로 봤다. 

이후 공이 ‘담장’을 넘어가면 소유권이 관중에게 있다고 정리가 됐다. 한국 프로야구도 같다.


‘공을 주운 임자’가 누군인지, 관중 사이에 다툼이 벌어지는 경우는 있다. 
예를 들어 2001년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73호 홈런으로 한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웠을 때 두 명이 공을 빼앗으려 몸싸움을 했다. 
소송까지 갔는데 법원은 ‘공동 소유’란 판결을 내렸다. 두 사람이 경매 낙찰가(45만달러·약 5억9800만원)를 절반씩 나눠 가졌다.


다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공의 경우 구단 측이 공을 주운 관중에게 답례를 약속하며 양보를 요청하는 일도 있다. 

오타니가 지난 4월 LA 다저스로 이적하고 처음 친 홈런 공은 구단 요청에 따라 오타니에게 건네졌다. 
양보한 관중에겐 오타니가 사인한 야구 배트 등이 제공됐다.(240927)




 

 

[깨알지식 Q]무장단체 헤즈볼라, 왜 아직도 '삐삐' 쓰나

 


레바논의 이슬람 무장 단체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무선호출기를 동시다발적으로 터뜨린 이스라엘 소행 추정 테러가 지난 17일 발생하고서 헤즈볼라가 무선호출기를 많이 쓴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삐삐’라고도 불리는 무선호출기는 단문 메시지 및 별도 전화를 통해 확인해야 하는 음성 메시지 수신을 위한 기기다. 
20세기 말 광범위하게 쓰였고 지금은 휴대전화에 밀려 사실상 ‘멸종’했다. 
헤즈볼라는 그런데 왜 무선호출기를 주요 통신수단으로 쓰고 있을까.

 

 

<1990년대 한국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삐삐.>

 


반(反)이스라엘 무장 활동을 주력으로 해 지속적으로 이스라엘의 표적이 되는 헤즈볼라는 위치 추적이나 도청 등을 피하기 위해 무선호출기를 쓰고 있다. 
메시지를 받기만 하는 무선호출기는 기지국으로 어떤 정보도 보내지 않아 자신의 ‘위치’를 노출하지 않는다. 개인 정보 보호에 유용하다는 뜻이다. 
로이터는 “무선호출기는 휴대전화와 달리 GPS(위성항법장치)가 내장되지 않아 위치 추적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
이스라엘이 이슬람 무장 단체 요원들의 위치를 파악하려 종종 휴대전화 추적 기술을 활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선호출기가 훨씬 안전한 통신수단인 셈이다.


이런 이유로 헤즈볼라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 사무총장은 지난 2월 연설을 통해 헤즈볼라 대원과 가족에게 휴대전화를 버리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는 당시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묻고 철제 상자에 넣어 가둬버려라. 당신과 당신 아내·자녀의 손에 있는 휴대전화는 이스라엘의 협력자이자 살인자”라고 했다.(240919)





 

 

[깨알지식Q]펌킨 스파이스 라떼, 펌킨 파이…미국이 가을만 되면 호박國 되는 이유

 


“펌킨 스파이스 라떼(호박맛 라떼)의 계절이 돌아왔다.”
9월에 접어들며 미국 내 카페 체인점들은 하나둘 펌킨 스파이스 라떼 출시를 발표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는 더위가 채 가시지도 않은 지난달 22일부터 펌킨 스파이스 라떼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예년보다 2주 빠른 시기다. 
20여년 전인 2003년 스타벅스가 처음 개발한 이 음료는 우유에 호박 시럽, 에스프레소 샷 등을 더한 메뉴로 미국인들에게 ‘가을이면 꼭 먹어야 하는 음료’로 자리 잡았다.

 

 

<호박은 미국에서 가을을 상징하는 작물이다. 사진은 한 사람이 호박을 들고 있는 모습.>

 


펌킨 스파이스 라떼의 인기에서 알 수 있듯 미국인들의 ‘호박 사랑’은 유별나다. 
카페 음료뿐만 아니라 호박 파이, 호박 수프 등 호박을 이용한 각종 음식을 만들어 나눠먹는다. 
매년 10월 31일인 핼러윈 시기가 되면 호박의 존재감은 더욱 커진다. 
호박의 속을 파내고 껍질에 눈과 입 등 표정을 그린 으스스한 등불 ‘잭 오 랜턴(Jack-o’-lantern)’이 거리 곳곳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왜 미국에선 가을만 되면 식탁 위와 온 거리가 호박으로 뒤덮이는 걸까.


일단 호박이 많이 재배되기 때문이다. 재작년 기준 미국에선 약 54만5000t의 호박이 수확됐다. 
중서부 곡창지대인 일리노이주가 전체 호박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커다란 호박이 많이 나는 만큼 추수감사절과 핼러윈 등 가을철 축제에서 호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됐고, 호박은 가을의 대표적인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2020년 기준 미국의 1인당 호박 소비량은 2.7kg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박의 용도가 다양한 만큼 식용이 아닌 장식용 호박을 주로 기르는 주들도 있다.


문화적 상징이 된 호박은 노스텔지어를 자극하는 요소가 됐다. 
대부분의 성인 미국인들이 유년 시절 가족과 다같이 둘러앉아 호박을 재료로 한 음식을 나눠 먹고, 호박 속을 파낸 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마케팅 부팀장 토마스 프래더는 펌킨 스파이스 라떼의 인기 비결로 ‘익숙함’을 들며 “(호박맛 음료는) 삶에서 평범하고, 예측 가능하며, 편안함을 주는 무언가”라고 설명했다.(240918)



 

 

[스피드 3Q] 국민이 법관 전원 뽑는 나라, 멕시코·볼리비아밖에 없나

 


멕시코 상원이 지난 11일 의결정족수인 재적 의원(128명) 3분의 2를 턱걸이로 넘는 86명 찬성으로 ‘사법부 개혁 법안’을 통과시켰다. 
입법·행정·사법의 삼권분립 원칙을 기초로 하는 현대 민주 국가에서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라 불리는 법관을 투표로 선출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났고 어떤 논란이 있는지 문답으로 정리했다.

 

 

<멕시코 판사들, 직선제 반대 시위.>

 


Q1. 개편안의 내용은

핵심은 7000여 법관(대법관 포함) 전원을 국민투표로 선출하는 판사 직선제 도입이다. 
경력 5년 이상 법조인이 9년 임기의 판사직에 출마할 수 있고 당선되면 한 번 연임할 수 있다. 
‘사법부 개혁안’이라지만 사실상 사법부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대법관 정원은 11명에서 9명으로 줄고 임기도 15년에서 12년으로 단축된다. 
객관성·공정성에 어긋난 판결을 한 판사 등을 대상으로 하는 ‘고등징계법원’도 신설했는데, 단심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징계·파면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Q2. 왜 추진하고, 왜 난리인가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과 집권 여당 국가재생운동은 사법 개혁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가 사법부의 부패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마약 카르텔 등 조직범죄가 성행하는 것은 이들에게 매수당한 법관들이 제대로 처벌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부를 견제하는 사법부의 기능을 무력화하겠다는 것이 오브라도르 대통령과 여당의 진짜 의도로 풀이된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법률 개정이 필요한 정책들을 대통령령 등 다른 방법으로 추진하다 위헌 판결 등으로 제동을 걸고 나선 대법원에 수차례 가로막혔고 이에 강한 불만을 표해 왔다.


국회의원과 대통령은 투표로 뽑더라도 법관만큼은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할 수 있도록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 현대 민주 국가의 기본적인 철학이다. 
국가의 기반을 흔드는 법안이 실제 통과될 위기에 처하자 사법부 노조는 “판사들의 정치화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몇 주 전부터 파업을 벌였다. 
이들은 법학부 대학생들과 함께 의사당에 난입해 의원들의 출입을 막으며 농성을 벌였지만 법안 통과를 막을 수는 없었다.
 켄 살라자르 주멕시코 미국 대사는 지난달 “판사를 직접 선출하면 마약 카르텔과 범죄자가 정치적 동기를 가진 법관을 더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가 멕시코 정부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Q3. 미국도 판사를 선출하지 않나

멕시코가 추진하는 것처럼 모든 판사를 선거로 뽑는 나라는 현재 볼리비아밖에 없다. 
미국과 스위스에서 판사 직선제를 택한 주(州)가 있지만 이 나라들도 연방 판사는 기본적으로 임명제를 채택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50주 가운데 39주가 판사를 선출한다. 
모든 판사를 선거로 뽑는 곳도 있고 일부만 선출하는 주도 있다. 
국가가 형성되던 초창기에 법관도 민의(民意)를 거스를 수 없다며 직선제를 택한 주가 많다. 
그러나 미 연방은 권력 분립을 엄격히 지킨다는 원칙을 철저히 고수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도 선거 자금 모금과 후보자 매수, 판사들의 정치 성향에 따른 당파성, 선출된 판사의 자질 부족 논란 등 여러 부작용 때문에 판사 직선제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첫 임명은 선거가 아닌 선발 방식으로 하되, 주민의 찬반 투표를 통해 임기 연장 여부를 정하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240914)





 

 

 

 

 

그의 시 
           도종환



그의 시는 비단처럼 화사하지 않다  

그의 시는 달변이지 않고  

세련된 기교로 탄성을 불러일으키지도 않는다  

그의 시는 연필로 쓴 시라서  

읽다가 조금 고쳐도 될 것 같다  

다소 어눌한 데가 있고 투박한 것은  

고향 언저리를 맴돌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시는 잡곡밥처럼 따스해서  

천천히 음미하며 읽게 된다  

그가 뜨겁기보다 따스한 사람이라 그럴 것이다  

그는 시를 쓰다가 가만히 눈물을 흘리곤 한다는데  

그래서 그의 시를 읽다가 눈물 날 때 있다  

사는 건 고달프고 

많이들 외로워한다는 걸 그는 안다  

그 자신이 그렇게 살았기 때문이다  

그의 시를 읽는 동안 남을 용서하게 되는 것도 좋다  

그의 시는 깃발처럼 휘날리지 않고  

나팔 소리가 되어 전선으로 몰려가게 하지도 않는데  

어떤 때는 명치끝을 뜨겁게 하고  

주먹을 쥐게 한다



그의 눈빛이 맑기 때문이다

맑은 눈으로 차분하게

먼 노을을 응시하곤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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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에 사는 이현진(29)씨는 지난여름 처음으로 야구장에 발을 디뎠다. 
‘이름 같은 류현진 보러 가자’는 친구 말에 무심코 따라갔다. 
이씨는 “처음 갔는데 너무 재밌었다. ‘치맥(치킨+맥주)’을 즐기며 응원가에 맞춰 노래하고 춤추고 축제가 따로 없더라”라면서 “그 뒤로 5번 넘게 ‘직관(경기장에서 경기를 직접 관람하는 것)’했다. 류현진 유니폼까지 샀다. 앞으로 계속 야구장에 갈 것”이라고 했다.

 

 

<18일 경기 수원 KT 위즈 파크에서 열린 KT와 삼성 경기에서 1루 홈 관중석을 꽉 채운 KT 팬들이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채 응원봉(비트배트) 등을 들고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 42년 만에 1000만 관중을 동원했다. 
17일까지 올해 1014만4279명이 프로야구 경기장을 찾았다. 
이전 최다 기록(2017년 840만688명)은 이미 지난달 18일 넘어섰고 한 달 만에 1000만 고지를 돌파했다. 
10구단 중 KIA, 삼성, LG, 두산, SSG, 롯데 6구단이 시즌 100만명(홈 관중 기준)을 넘겼다.


이런 흥행 폭발을 이끈 건 경기 자체 요소로는 전례 없이 치열한 순위 경쟁. 시즌 막바지까지 포스트 시즌 진출 경쟁이 치열한 덕에 각 구단 팬들은 끝까지 관심을 놓지 않고 있다. 
정규 시즌 종료를 열흘 남긴 상태에서 1위 KIA 외에는 ‘가을 야구’ 진출 팀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새로운 젊은 스타 탄생도 영향을 미쳤다. 
역대 최연소 30홈런-30도루를 달성하며 MVP를 사실상 예약한 KIA 김도영(21), 고졸 신인 최다 세이브 기록을 넘어선 김택연(18세이브) 등 “젊은 선수들이 비약적 발전을 보이면서 젊고 새로운 팬이 많이 유입된 효과(이순철 해설위원)”라는 분석이다.

 

 




경기 외적 요소로는 야구가 승부를 넘어 일종의 나들이나 오락처럼 소비되는 문화가 퍼졌다는 점이 거론된다. 
특히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흥겨운 응원 문화는 야구장을 축제의 장으로 만들고 젊은 팬들을 대거 끌어모으고 있다. 
관중에게 야구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물으면 43.2%가 응원 문화를 꼽을 정도다. 
나팔과 북으로 똑같은 응원가를 울리는 일본, 좋아하는 선수에게만 환호성을 지르는 미국과 달리 한국에는 선수마다 다 다른 응원가와 구호가 있고 구단 치어리더가 나와 경기 내내 흥을 돋운다. 
‘노래는 임영웅, 야구는 김영웅’ ‘리그 1위 고산병 너무 힘들다’ 등 관객들이 재기 넘치는 응원 문구를 경쟁적으로 생산하고, 이 문구들이 방송을 타면서 온라인에서 ‘밈(meme)’으로 재생산되기도 한다. 
최근 KIA 치어리더들 응원 춤인 ‘삐끼삐끼 댄스’가 전 세계적으로 화제에 오르면서 ‘K응원’이 새롭게 부각되기도 했다.

 

 




여성 팬들 증가는 금상첨화 같은 효과다.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조사해보니 처음 야구장을 찾았다고 답한 응답자 중 여성 비율은 48.6%. 
기존 관람객은 37.2%가 여성이었는데 올해 여성 야구팬들이 대폭 늘었다는 얘기다. 
이들 ‘신규 관람자’ 중 20대가 31.4%, 미혼이 53.2%를 차지해 젊은 싱글들이 야구장에 많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함태수 두산 홍보팀장은 “젊은 여성 팬들은 팀보다도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들을 열성적으로 응원하기 때문에 이기건 지건 야구장을 꾸준히 찾는다”며 “아이돌 팬덤 못지않은 열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젊은 여성 열성팬들은 “아이돌 콘서트 공연장 표는 구하기 어렵고 각종 ‘굿즈(기념 상품)’ 값은 턱없이 비싼 반면 야구 스타들은 매일 경기장 가면 볼 수 있고 표 값도 1만~2만원대로 저렴하다”고 설명한다. 
각 구단도 이런 열성팬들 기호에 맞춰 경기 후 선수들 모습, 일상, 훈련 모습 등을 유튜브 영상 등으로 만들어 관심을 지속 가능하게 이어가려 노력하는 중이다. 
버전을 다양화한 유니폼 출시도 아이돌 문화를 벤치마킹한 전략이다.(240919)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가 18일 발표한 ‘2025 세계 최고 전문 병원’ 평가에서 국내 병원 3곳이 암 분야 10위 안에 포함됐다. 
의료계에서는 “전공의 이탈 여파에도 불구하고 한국 의료가 다시 한번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라고 했다.


이날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은 ‘세계 최고 전문 병원’ 3위에 올랐다. 
지난해 5위에서 2계단 올라서며 ‘세계 3대 암병원’으로 꼽힌 것이다. 
1위와 2위는 미국의 MD 앤더슨 암센터,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가 각각 차지했다. 
이 두 병원이 암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곳임을 감안하면, 종합병원 중에서는 삼성서울병원의 암 치료 역량이 가장 뛰어나다는 의미다. 
암 분야 평가에서는 삼성서울병원 외에 서울아산병원(5위), 서울대병원(8위)도 톱10에 들었다.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은 “미국을 제외하고 단일 국가에서 10위 안에 3곳이 포함됐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성과”라며 “진료의 질과 임상, 연구, 교육 모두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라고 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소화기(6위), 비뇨기(9위), 내분비(14위), 신경(16위), 호흡기내과(23위), 정형외과(39위), 심장(64위) 분야에서도 10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18일 발표한 ‘2025 세계 최고 전문 병원’ 평가에서 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대·세브란스·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이 대거 상위에 올랐다. 
사진은 삼성서울병원 양성자치료센터에서 의료진이 양성자 치료에 앞서 환자 상태를 확인하는 모습.>



국내 대형 병원들은 암 외에 다른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서울아산병원은 내분비(3위), 소화기(4위), 비뇨기·암(5위) 등 4개 분야에서 세계 5위권 내에 들어가는 기록을 달성했다. 
서울아산병원 이외에 4개 이상의 분야에서 5위권 이내에 이름을 올린 곳은 미국 메이요 클리닉·클리블랜드 클리닉·매사추세츠 종합병원·존스홉킨스 병원과 독일 샤리테 병원 등 5곳에 불과하다.


의료계에서는 국내 병원이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발 빠른 신기술 도입과 뛰어난 의료진 역량이 합쳐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삼성서울병원은 2008년 단일 건물로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암병원을 열었고, 2015년에는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 일부 선진국에서만 이뤄지던 양성자 치료를 국내 민간 병원 최초로 선보였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은 2010년 국내 최초로 ‘대동맥 판막 치환술’을 시행했다. 
대동맥 판막이 좁아져 제대로 기능을 못 하는 환자에게 ‘개흉 수술’ 대신 최소 절개로 인공 판막을 넣는 방식이다. 한 해 300건 넘게 실시하고, 성공률(99%)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이번 평가에서 서울대병원도 10개 분야에서 10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암(8위)을 비롯해 비뇨기(4위), 내분비(5위), 소아(10위) 등이 상위권으로 꼽혔다. 
세브란스병원은 9개 분야가 100위 안에 들어왔다. 
정형외과(10위), 내분비(12위), 신경외과(15위)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강영 세브란스병원장은 “한국 의료가 해외 의료를 따라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치료법을 많이 개발해 세계의 중심으로 올라서고 있다”고 했다. 
서울성모병원은 내분비(10위), 소화기(15위) 등을 포함해 5개 분야가 100위권에 들었다.


뉴스위크는 이번 평가를 위해 독일 글로벌 마케팅 조사 업체인 ‘스태티스타’에 의뢰해 세계 30국 의료진 수만 명을 설문 조사했다. 
주요국 의료 전문가들도 우리나라 의료 인력과 기술, 인프라를 최고 수준으로 평가했다는 의미다. 
국내 병원들은 지난 6월 뉴스위크가 아시아·태평양 전문 병원을 대상으로 발표한 평가 순위에서도 전체 9개 분야 중 암·호흡기·심장내과·내분비·호흡기·정형외과·소아과 등 6개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국 의료가 뛰어난 인력과 기술, 인프라를 인정받으면서 외국인 환자도 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환자는 60만5768명으로, 처음 60만명을 넘어섰다. 
대형 병원에서는 중증·고위험 외국인 환자들도 치료를 받고 있다.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은 “지난해에만 120국, 1만9000여 명의 외국인 환자가 서울아산병원에서 진료와 수술을 받았다”며 “해외 환자뿐만 아니라 해외 의사들도 암, 장기 이식 등 중증 질환 치료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꾸준히 방문하고 있다”고 했다.(24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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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후 충북 청주시 청주국제공항. 약 5000여 대 규모 주차장 네 곳이 전부 꽉 차 있었다. 
차들이 빈자리를 찾아 뺑뺑 돌았다. 청사 안은 비행기를 타려는 여행객들로 붐볐다.


경기 화성에서 왔다는 이정현(45)씨 가족은 “요즘은 김포공항 대신 청주공항을 항상 이용한다”며 “차도 안 막히고 김포공항보다 탈 수 있는 노선도 많다”고 했다.

 

 


<지난 7일 오후 충북 청주시 청주국제공항 1층 대합실의 모습. 전국 각지에서 온 여행객들로 붐볐다. 
청주공항 이용객은 지난해 369만6000명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고, 올해는 4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지방 공항은 손님이 없어 ‘활주로 위에서 고추를 말린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최근 지방 공항인 청주공항에 여행객이 몰리고 있다. 
12일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청주공항 이용객은 지난해 369만6000명으로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올해는 8월까지 314만7000명으로, 400만명을 넘으리라 예상된다. 
지난해 대구공항을 앞질렀고 올해는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이 중 국제선 이용객은 지난 2일 100만명을 넘었다. 
올해 100만명을 넘어선 지방 공항은 ‘빅3′인 제주·김포·김해 공항 말고는 청주공항뿐이다.


청사 안 편의점과 식당에는 대기 줄까지 생겼다. 
편의점 직원은 “예전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뿐이었는데 요즘은 성수기·비수기 가릴 것 없이 매일 제주나 해외로 나가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고 했다.

 

 




충북도에 따르면 청주공항을 찾는 승객 4명 중 1명(26.2%)은 서울 등 수도권 주민이었다. 
대구, 경북 등 영남권에서 온 승객도 10.5%였다. 충청권뿐 아니라 전국에서 여행객이 몰린다는 뜻이다.


이날 만난 수도권 여행객들은 청주공항이 김포공항보다 가깝고 교통 체증도 덜해 편리하다고 했다. 
경기 평택에서 왔다는 오정현(38)씨는 “인천공항이나 김포공항까지 가려면 교통 체증 때문에 주말에는 2시간이나 걸리는데 청주공항은 1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인천공항을 생각하고 공항에 일찍 왔는데 발권 절차를 마치고도 탑승까지 2시간이 남았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 평택 등 경기 남부 지역에 신도시가 잇따라 생기면서 수도권 수요는 더 늘어나고 있다. 
청주공항 관계자는 “국토의 중앙에 있다 보니 전북, 경북에서 오는 사람도 많다”며 “수도권은 물론 전국적으로 이용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청주공항을 거점으로 삼고 있는 저비용 항공사 에어로케이도 공격적으로 국제 노선을 늘리고 있다. 
이 때문에 탈 수 있는 항공편이 많다. 국제선 노선 수를 비교하면 청주공항(10)이 김포공항(7)보다 많다. 
예를 들어 일본 후쿠오카와 베트남 다낭 등 노선은 김포공항에는 없는 노선이다. 
수도권 주민들은 이 노선을 이용하려면 인천공항까지 나가야 하는데 지역에 따라서는 청주공항이 가까울 수 있다. 
청주공항도 취항 노선을 늘리기 위해 항공사가 새로 취항하거나 항공편을 늘릴 경우 공항 착륙료를 2년간 면제해 준다.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 등에는 “제주도를 갈 때 김포공항 출발은 거의 자리가 없는데 청주공항 출발은 여유가 있다”는 말도 있다.


일본 도쿄나 후쿠오카 노선 등은 인천공항에서 탈 때보다 요금도 10만~15만원 정도 싼 편이다. 비행 거리가 짧기 때문이다. 
지방 공항이라 주차 요금도 싸다. 김포공항은 30분에 1000원, 하루 주차비는 2만원이다. 반면에 청주공항은 1시간 1000원, 하루 1만원으로 절반 수준이다.


박원태 청주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청주공항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김포공항 등 수요를 흡수하고 있어 이용객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활주로를 신설하고 좁은 청사와 주차장 시설도 늘려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240913)


 

 

 

오페라 ‘토스카’ 공연 당시 소프라노의 ‘무대 난입’ 사건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 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토스카’ 공연 때 3막 테너의 앙코르에 무대에 들어와 “나를 존중하라”고 소리치며 항의했던 루마니아 출신 세계적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기우(59)가 소속사를 통해 장문의 반박 성명을 냈다. 
공연 주최 측인 세종문화회관도 즉시 재반박에 나섰다. 국내 오페라 공연을 둘러싼 논란이 국제적 공방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지난 5일 오페라 ‘토스카’ 공연 당시 테너 김재형(왼쪽)과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기우. 마지막 8일 공연 당시 테너 아리아의 앙코르 문제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게오르기우의 소속사인 인터무지카는 “오페라 공연 도중 어떤 연주자도 앙코르를 하지 않기로 사전에 지휘자와 제작진과 합의했는데도, 이런 상황이 일어난 것에 대해 게오르기우가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고 오페라 전문지 ‘오페라 와이어’가 1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 공연을 주최한 세종문화회관이 공연 직후인 지난 8일 게오르기우 측에 사과를 요구한 데 대해 반박한 것이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기우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오페라단의 푸치니 '토스카(Tosca)'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소속사 인터무지카는 성명서에서 “이런 합의에도 불구하고 2막 직전에 지휘자는 소프라노 아리아의 앙코르를 제안했지만 게오르기우는 공연의 통일성을 지키기 위해 다시 한번 거절했다”면서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3막 테너의 아리아에서는 이런 결정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이 문제에 대해 굳은 신념을 지니고 있는 게오르기우는 개인적 모욕(personal affront)으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세종문화회관은 12일 재반박했다. 
세종문화회관은 “소프라노가 개인 매니저를 통해 ‘자신을 포함해 전 출연자의 앙코르가 없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통역에게 문자로 전달한 사실은 있지만 이를 합의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본인의 앙코르 이외에 다른 성악가들의 앙코르에 대한 결정권까지 소프라노가 가질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이 사안의 본질은 게오르기우가 오페라 3막에서 공연 진행을 방해함으로써 관객의 공연 관람권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오페라 ‘토스카’ 공연에서 주인공 토스카 역을 맡은 게오르기우(왼쪽 아래 빨간옷)가 커튼콜 중 인사하기 위해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 곳곳에서 야유가 빗발쳤다. 
그러자 게오르기우는 제대로 인사도 하지 않은 채 퇴장하고 있다.>

 


앙코르란 ‘다시 한번’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다. 
피아니스트나 바이올리니스트 같은 기악 연주자의 리사이틀이나 성악가의 독창회, 오케스트라 연주회에서 앙코르는 청중의 박수 갈채에 대한 따뜻한 답례가 된다. 
하지만 오페라 공연 중에 아리아를 한 번 더 부르는 앙코르 관습에 대해서는 지휘자나 성악가 사이에서도 이견이 존재한다. 
게오르기우는 오페라 도중의 앙코르 관행에 대해 지극히 비판적이다. 
2016년 빈 국립 오페라극장에서도 공교롭게 같은 오페라 ‘토스카’에서 같은 아리아인 ‘별은 빛나건만’을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이 앙코르로 거듭 부르자 이에 항의하며 퇴장해 한동안 공연을 지연시키기도 했다.


게오르기우는 지난 8일 세종문화회관에서도 ‘토스카’ 3막에서 테너 김재형이 같은 아리아를 한 번 더 부르자 무대에 등장해서 “이것은 독창회가 아니다. 나를 존중해달라”고 소리쳤다. 
또 공연이 끝난 뒤 모든 출연진이 관객들에게 인사할 때에도 관객 야유에 무대 인사를 마치지 않은 채 퇴장했다. 당시 연주는 부천 필하모닉(지휘 지중배)이 맡았다.(240913)


 

 

 

‘폭염 한가위’가 예고됐다. 
기상청은 추석 연휴 기간(14~18일) 최고 기온이 33~35도 수준으로 매우 덥고 습한 날씨가 될 것이라고 13일 밝혔다. 
추수 전 곡식을 미리 걷어 차례를 지내며 풍년을 기원한다는 추석(秋夕)의 의미는 퇴색했다. 
적잖은 시민이 추석 더위를 피해 ‘늦여름 휴가’를 떠나고 있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13일 부산역에서 귀성한 가족들을 마중 나온 할아버지를 향해 손자가 환하게 웃으며 달려가고 있다.>

 


직장인 문모(28)씨는 올 추석 귀성 대신 가족들과 호캉스(호텔+바캉스)를 하기로 했다. 
그는 “날씨가 너무 더워 호텔 수영장에서 추석을 보내기로 했다”고 했다. 
주부 김한나(41)씨는 날씨가 선선한 강원 홍천으로 가족 여행을 간다. 
김씨는 “수타사 앞 계곡이 시원하다고 해서 수영복을 챙겨 간다”고 했다.


제주도 해수욕장 12곳엔 ‘늦여름 피서객’이 몰리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달 31일 도내 해수욕장을 공식 폐장했지만 이달 15일까지 안전관리 요원 40여 명을 배치한다는 방침이다. 
제주 해경과 소방 등에는 해수욕장 폐장 이후에도 각종 수난 사고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제주 해경 관계자는 “추석 연휴 때 해수욕장과 포구 등에 피서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안전 사고 방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했다.


추석 연휴 해외 출국자 숫자는 역대 최다를 경신할 전망이다. 
9월에도 폭염이 가라앉지 않자 아예 외국으로 떠나겠다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날 “13~18일까지 인천공항 하루 평균 이용객은 지난해 추석 연휴 대비 11.6% 늘어난 20만1000명가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전 최고치인 2017년(18만7623명)보다 7%가량 높은 수치로 역대 최다 규모다. 
출발 여객은 14일(12만1000명), 도착 여객은 18일(11만7000명)이 가장 많을 것으로 예측됐다.

 

 

 

추석 폭염은 명절 밥상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추석 특산품인 송이버섯을 재배하는 경북 농가는 ‘개점휴업’ 상태다. 
이번 여름 덥고 습한 날씨와 태풍으로 송이버섯의 재배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산림조합중앙회에 따르면 13일 기준 송이버섯을 판매하는 공판 자체가 없다. 
해마다 9월 초 공판을 시작했지만, 올해는 첫 공판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울진산림조합 관계자는 “30도를 웃도는 폭염으로 포자(胞子)도 형성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경북 봉화에서 송이버섯을 키우는 이모(53)씨는 “4000만~5000만원을 주고 송이 산을 임차한 농민들은 앉아서 하늘만 원망하고 있다”고 했다. 
꿀 사과로 유명한 경북 영천시도 더운 날씨로 사과가 튼실하게 자라지 않아 당도가 떨어진다고 한다. 
사과는 상대적으로 서늘하고 일조량이 많은 곳에서 재배하기 적합한 과일이다.


단감 농가도 울상이다. 단감이 일소(日燒·과일 화상)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경남농협 관계자는 “경남 진주의 한 농가는 재배 면적의 20%가 일소 피해를 입었고, 창원·김해 지역에서는 평균 5~10%의 면적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단감이나 사과 등 기존 특산물의 재배에 어려움을 겪자, 더운 날씨에도 잘 자라는 제주 애플망고 등 열대 과일이 추석 특산품으로 인기를 끈다고 한다.


상당수 가정은 “날씨도 더운데 전을 왜 부치냐”며 차례상을 간소화하고 있다. 
주부 임모(51)씨는 “시부모가 이번 추석에는 날씨도 더우니 전 같은 요리를 하지 말자고 했다”고 말했다. 
고온 다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상온에서 장시간 보관하는 기름진 명절 음식을 먹지 않겠다는 시민도 많다. 
권모(56)씨는 “남편이 최근 전을 먹고 장염에 걸렸다”며 “이번 추석 때는 차례상에 과일과 한과, 술 정도만 올릴 예정”이라고 했다.


추석 빔을 제작하던 한복 업체들도 폭염 직격탄을 맞았다. 
대학생 권모(22)씨는 “반바지·반팔 차림으로 고향에 내려가려고 하는데 한복이 웬말이냐”고 했다. 
서울 광장시장의 한 한복 상인은 “명절마다 어린이·아기 한복 주문이 제법 들어오는 편이었는데 올해는 날씨가 워낙 더워 명절 한복을 찾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엔 “에어컨 트는 추석은 처음이다” “미리 사둔 추석 빔은 설날에나 입어야 하나” 같은 글이 올라오고 있다.(24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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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교수 노조가 전체 교수 2300여 명 중 1200여 명을 노조원으로 확보, 가입률 50%를 넘기는 ‘과반수 노조’가 된 것으로 11일 나타났다. 
연세대·고려대엔 교수 노조가 아예 없고, 국공립대 교수 노조원도 수십 명에 그치는 현상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라는 해석이 대학가에서 나온다. 
서울대 교수들은 노조 가입 이유로 “월급이 너무 적다” “과거 공무원 때보다 신분이 불안하다” 같은 불만을 제기한다.


서울대 교수 노조는 2019년 40여 명 규모로 출범했다. 
노조원이 5년 새 30배가량인 1200여 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대학가 교수 노조는 2018년 헌법재판소가 “대학교수들의 노동조합 설립을 금지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하며 생겨나기 시작했다. 
2019년 10월 국내 최초로 원광대에 교수 노조가 생겼고 같은 해 11월 서울대에도 ‘교권 확보’와 ‘임금·근로 조건 개선’을 명분으로 내걸고 두 번째 교수 노조가 설립됐다. 
이후 국공립대와 일부 사립대에 교수 노조가 생겼지만 서울대처럼 노조 활동이 활발한 곳은 거의 없다.

 

 




서울대 교수들은 사립대에 비해 적은 연봉이 노조 가입의 주된 이유라고 말한다. 
실제 서울대 정교수 평균 연봉(2021년 기준)은 1억2173만원으로 연세대(1억8470만원), 고려대(1억5831만원), 성균관대(1억9027만원), 포스텍(1억6409만원) 등 주요 사립대보다 낮다. 
최근엔 신임 교수가 임용 직후 노조에 가입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수 노조 관계자는 “새내기 교수들은 일한 만큼 받으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과거엔 월급이 조금 적어도 ‘서울대 교수’라는 명예로 보상받는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는데 요즘 젊은 교수들은 다르다”고 했다.


수년 전 임용된 한 서울대 교수는 “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마흔이 넘어 겨우 교수가 됐다”며 “공부하느라 모아둔 재산도 없는데, 서울에 자가 아파트까지 마련한 대기업 다니는 동기들을 보면 나 자신이 초라해 보인다”고 했다. 
‘내 집’이 없는 서울대 교수들은 대개 서울대 관악캠퍼스 낙성대 자락에 있는 교수 아파트로 들어간다. 
5년간 월세 50만~60만원에 살 수 있다. 5년이 지나면 월세가 차츰 오른다. 
공대 A 교수는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0억원을 넘나들고 전셋값도 수억 원 대인데 매매는커녕 셋집 구하기도 엄두가 안 난다”며 “그냥 교수 아파트에 눌러앉는 경우도 적잖다”고 했다.

 

 




자연대 B 교수는 “미국 유학 마치고 서울대 교수를 하려고 온 후배가 서울 집값과 서울대 연봉을 보고 놀라 미국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며 “아마존 같은 미국 빅테크 기업은 박사급 인재의 초봉이 최소 2억인데 서울대 교수 초봉은 1억도 안 된다”고 했다.


서울대는 2011년 법인화되면서 공무원 연금·대출 같은 혜택이 사라졌다. 
정교수가 되면 종전처럼 65세 정년을 보장해 주지만, 정년 이후 받게 될 사학 연금의 재정이 최근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서울대 교수들의 불안 요소라고 한다. 
서울대 당국이 최근 추진하는 교수 성과 연봉제 때문에 불이익을 겪을까 봐 노조 가입률이 높아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정부는 서울대에서 신청한 성과 연봉제 예산 중 60% 수준인 139억원가량만 승인한 것으로 이날 알려졌다. 서울대는 추가 재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교수 노조 관계자는 “교수들도 근로자로서 성과 연봉제 등에 대해 단결된 목소리를 내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했다.(240912)


 

 

 

과거 ‘편파 방송’ ‘정치 방송’ 논란에 휩싸였던 TBS(서울교통방송)가 결국 민영 방송이 됐다. 
행정안전부는 “11일부터 TBS의 서울시 출연기관 지정을 해제한다”고 10일 밝혔다.


TBS는 서울시의 자금 지원을 받는 서울시 산하 출연기관이었는데 이제 출연기관 지위를 잃고 독자 경영을 해야 하는 비영리 재단법인이 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가 TBS에 세금을 지원할 법적, 제도적 근거가 모두 사라졌다”고 했다.

 

 

<서울 상암동 tbs 사옥.>

 


앞서 서울시의회는 2022년 11월 TBS에 대한 서울시의 예산 지원을 중단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통과시켰고 이어 서울시는 지난 6월 행안부에 출연기관 지정 해제를 신청했다.


그동안 연 400억원 예산의 70%가량을 서울시에 의존해왔던 TBS는 자구책을 찾아야 할 상황이 됐다. 
TBS는 현재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본사도 서울시 건물을 빌려 쓰고 있다. 서울시 지원금은 지난 6월 완전히 끊겼다.


서울시의 예산 지원이 끊기고 법적으로도 남남이 되면서 TBS는 이제 폐업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를 두고 “그동안 방송 본업의 경쟁력을 키우기보다 정치 방송, 편파 방송에 몰두해온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TBS는 1990년 서울시 교통방송으로 개국했다. 당시에는 서울시의 사업소 중 하나였다. 
TBS를 바꾼 건 박원순 전 시장이었다. 
2020년 TBS를 서울시 출연기관인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로 키우고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화’를 내세워 작가, PD 등 비정규직 직원들을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시민들에게 교통 정보를 전달하던 TBS는 이후 ‘정치 방송’ ‘편파 방송’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대표적이다. ‘뉴스공장’ 진행자인 김어준씨는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유튜브에서 “이재명은 혼자서 여기까지 온 사람이다. 이제 당신들이 좀 도와줘야 한다”면서 이재명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러한 편파 발언을 한 진행자를 계속 출연시킨 TBS에 경고 제재를 내렸다. 
유언비어에 가까운 음모론이 전파를 타는 경우도 많았다. 
TBS 라디오 진행자인 신장식 변호사는 2022년 대선 전날 ‘뉴스공장’에 출연해 ‘윤석열 커피’ 가짜 뉴스를 옹호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윤 대통령이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하면서 대장동 대출 브로커에게 커피를 타 주고 수사를 덮었다는 것이다. 이 뉴스는 나중에 허위 사실로 드러났다.


방심위 제재가 이어졌지만 TBS는 해당 프로그램을 폐지하거나 진행자를 바꾸지 않았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21건, 신장식의 신장개업은 3건 방심위의 법정 제재를 받았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섰고 서울시의회도 국민의힘이 다수당이 됐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2022년 7월 의회가 열리자마자 TBS에 대한 예산 지원을 중단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발의했다. 
이후 김어준씨 방송을 옹호했던 TBS 직원들이 돌아서기 시작했다. 
그해 11월 노조원들의 사퇴 요구를 받은 이강택 대표가 물러났다. 이어 12월 김어준씨도 방송에서 하차했다.


TBS는 작년 9월 경영난을 불러온 김어준씨와 이강택 전 대표에게 총 1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성구 TBS 대표대행은 지난달 기자설명회 자리에서 “TBS가 김어준이 만든 불행한 유산에 고생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때는 늦었다. 이미 ‘홀로 서기’가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TBS 관계자는 “현재 재단 잔고가 바닥나 9월부터 임금 체불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했다. 
TBS에 따르면, 지난해 380여 명이었던 TBS 임직원 수는 희망퇴직 등을 거쳐 240여 명으로 줄었다.


서울시가 작년 말부터 TBS를 인수할 기업을 찾았지만 번번이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라디오 방송에 관심이 있던 투자자들도 TBS의 방만한 경영 상황, 정규직 위주의 인력 구조 등을 보고 등을 돌렸다”고 했다.


TBS는 올 연말 방송통신위원회의 주파수 재허가 심의를 앞두고 있다. 
심의를 통과해야 방송사의 핵심 자산인 라디오 주파수를 계속 쓸 수 있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재허가를 받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자금 조달 능력”이라며 “자금난을 겪고 있는 TBS가 심의를 통과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TBS 측은 “독립 경영을 위해 민간 투자자를 계속 찾을 것”이라고 했다.(24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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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선 플라스틱 빨대를 볼 수 없었다. 
이 카페는 ‘환경 보호’를 위해 종이 빨대만 제공하는 매장이다. 
손님들은 빨대를 아예 쓰지 않거나 종이 빨대를 썼다. 
다 쓴 빨대는 ‘일반 쓰레기’라 적힌 쓰레기통에 버리거나 컵에 그대로 꽂아둔 채 떠났다. 
반면 이 카페 바로 맞은편에 있는 포장 전용 간이 카페에서는 플라스틱 빨대를 쌓아 놓고 쓰고 있었다.


환경부가 카페 등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일회용품 규제를 철회하고 업체 자율에 맡기기로 한 지 열 달이 지났다. 
많은 카페에서 가격이 더 저렴한 플라스틱 빨대를 쓰고 있지만, 일부 카페는 ‘친환경’을 앞세워 종이 빨대만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환경에 더 악영향을 미친다는 환경부 용역 보고서가 올해 3월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종이 빨대는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산성화, 담수 생태 독성, 인간 독성, 부영양화 항목에서 플라스틱 빨대보다 환경에 더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종이 빨대도 결국 쓰레기로 배출되기 때문에 대체품을 찾기보다는 아예 빨대 사용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가 국민의힘 김위상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환경부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플라스틱(PP) 빨대와 종이 빨대를 각각 생산해 사용하고 폐기하는 순간까지 전과정평가(LCA·제품의 전 과정에 소모되는 에너지와 배출되는 물질량을 정량화하는 환경 영향 평가 방법)한 결과 종이 빨대가 유해 물질 배출량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위상 의원은 “전 정부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대체하도록 유도했던 것은 전형적인 ‘그린 워싱’ 정책”이라며 “플라스틱 빨대도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전반적으로 빨대 자체의 사용을 줄이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우선 지구온난화의 척도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다 쓴 빨대를 매립하건 소각하건 둘 다 종이 빨대가 더 배출량이 많았다. 
미국의 일일 빨대 소비량이라고 알려진 5억개를 매립할 때를 기준으로, 종이 빨대는 258만㎏의 탄소를 배출해 플라스틱 빨대 탄소 배출량(56만6000㎏)의 4.6배에 달했다. 
매립 대신 소각했을 때도 종이 빨대의 탄소 배출량이 플라스틱 빨대의 1.9배였다. 
이 밖에 물이나 토양을 산성으로 바꾸는 산성화는 종이 빨대가 2배, 강·호수 등 담수(淡水) 생태에 미치는 독성은 7배, 인간에 미치는 독성은 4.4배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영양화(강·바다·호수 등에서 영양 물질이 증가해 조류가 급속히 증식하는 현상) 물질은 종이 빨대를 매립했을 때가 플라스틱 빨대를 매립했을 때보다 4만4000배 이상 많이 배출됐다. 
플라스틱 빨대가 종이 빨대보다 환경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 항목은 오존 고갈, 토양 독성, 자원 고갈 정도에 불과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2021년 환경부가 빨대 규제를 추진했을 때와는 정반대다. 
당시 환경부는 2019년 실시한 연구 용역을 토대로 “플라스틱 빨대보다 종이 빨대의 (부정적인) 환경 영향이 평균 72.9% 낮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 연구 용역에서는 사용한 빨대의 폐기 단계는 빼고 ‘원료의 취득 및 제품 생산 시’까지의 환경 영향만 비교했다. 
이후 환경부는 1년간 계도 기간을 거친 뒤 “종이 빨대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가 낮았다”는 이유를 들며 빨대 규제를 무기한 유예했다.

 

 




종이 빨대가 생각만큼 친환경적이지 않은 이유는 100% 종이거나 생분해되는 제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종이 빨대를 포함한 종이 일회용품은 젖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코팅을 하는데, 코팅된 부분이 매립, 소각되는 과정에서 환경과 인체에 안 좋은 물질이 배출된다. 
종이 빨대가 물에 녹거나 땅에 묻혀도 미세 플라스틱이 배출돼 해양 생물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종이를 가공하는 과정에서도 탄소와 유해 물질이 배출되고, 여기에 플라스틱 코팅을 하면서 이중으로 탄소가 배출된다.


결국 종이 빨대도 쓰레기이기 때문에 빨대 사용 자체를 줄여 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연구팀은 “종이 빨대보다 일부 항목에서 환경적 영향이 적다고 해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빨대 없이 뚜껑에 입을 대고 마시는 방법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240904)

 

 

 

발전소 엔지니어, 방사선 치료사, 엘리베이터 설치·수리공. 
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가 꼽은 미국에서 올해 평균 연봉이 10만달러(약 1억3400만원) 이상인 고소득 블루칼라(생산·기능직 노동자) 직종이다. 
대학 교육을 받지 않았어도 직업학교를 수료하고 관련 자격증·면허만 있다면 미국 직장인 평균 연봉(5만3490달러)의 두 배 가까이 벌 수 있게 된 것이다. 
미국·유럽에서 이런 고임금의 생산·기능직군에 화이트칼라(사무·전문직)를 선호하던 20~30대 젊은 세대들이 몰리고 있다. 
스스로를 고소득 현장직으로서 ‘공구 벨트(Tool Belt)’ 세대라고 부를 정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에는 더 많은 배관공이 필요하고, Z세대(1990년대 출생 세대)가 그 수요에 응하고 있다”고 했다.

 

 




블루칼라 직종이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한 배경에는 임금이 있다. 
미국 급여 정보 관리업체 ADP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건설 분야 신규 채용자의 중간 임금(순서대로 줄을 세웠을 때 가운데 임금)은 4만8089달러(약 6500만원)로 전문 서비스 분야 신규 채용자의 중간 임금(3만9520달러)보다 1만달러 가까이 높다. 
건설 직군 신입이 회계사나 IT 산업 신입보다 더 많이 버는 것이다. 
ADP는 이런 임금 역전이 4년 전부터 벌어진 현상이라고 밝혔다. 
코로나를 계기로 화이트 칼라 직종에선 대규모 구조조정이 발생한 반면, 블루칼라 업종은 수요가 꾸준하다는 해석이다.


발전소와 엘리베이터 관리 외에도 고압 케이블 설치·철거나 배관 정비 등 각종 사회 기반 시설에 대한 유지·보수 업무는 인공지능(AI) 같은 것으로 대체할 수 없다. 
하지만 고령화로 인해 은퇴 숙련공은 계속 증가하고 젊은 인력의 공급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노동력은 점점 희소해지는 데다, 기술로 대체하기 어려운 육체노동에 대한 보상은 더 좋아지고 있다”며 “블루칼라 노다지가 터졌다(Bonanza)”라고 평가했다.


블루칼라 직군의 인기는 미국 교육 시장에서도 감지된다. 
전문 직업 교육 프로그램 중심의 2년제 전문대(커뮤니티 칼리지)에 등록하는 학생 수가 급증하고 있다. 4년제 대학의 전체 등록률은 감소 추세다. 
미국 전국대학생정보연구센터(National Student Clearinghouse)에 따르면, 직업 교육 중심 전문대 등록 학생 수는 지난해 16% 증가했다. 
이 데이터를 추적하기 시작한 2018년 이래 최고치다. 같은 기간 건설 관련 학과 학생 수는 23% 늘었고, 난방·환기·공조(HVAC)와 차량 정비 프로그램 등록 학생 수도 7% 증가했다.

 

 




세계 최대 검색 포털인 구글에선 ‘블루칼라 일자리’ 키워드 검색량이 최근 3년 사이 3배 이상 늘어나는 등 최근 몇 년간 줄곧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포브스는 “진입 장벽은 낮고 대학 학위를 따기 위해 필요한 학자금 대출까지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블루칼라 직업은 젊은 층 사이에서 좋은 대안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시기를 거치며 빅테크 등 화이트칼라 직군을 중심으로 발생한 대규모 구조조정 역시 블루칼라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을 키운 요인이다. 
비영리단체 ‘임플로이 아메리카’는 2022년 3월부터 1년간 미국에서 직장을 잃은 화이트칼라 실업자가 15만명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일부 산업을 제외한 IT 업종에서도 인력 감축은 이어지고 있다.


AI 기술의 발달과 보급으로 사라진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회복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는 지난해 정리 해고를 단행한 뒤 “직원들이 떠난 자리가 앞으로도 채워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 결과, 2020년 4월 지금까지 미국 전역에서 건설·제조·운송 및 창고 산업은 450만개의 일자리를 추가했지만, 전문 서비스 및 정보 부문 일자리는 410만개를 추가하는 데 그쳤다. 
엘리스 굴드 미국 경제정책연구소(Economic Policy Institute) 수석 경제학자는 “1979년부터 2019년까지 블루칼라 그룹의 실질 임금은 거의 성장하지 않았지만, 지난 4년간은 달랐다”며 “이는 우연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240911)


 

 

 

수원에서 배관 용접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학원에는 최근 20대 학생의 등록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5년 전만 해도 30대가 가장 어린 학생에 꼽혔지만 이제는 절반 이상 학생이 20대일 정도다. 
과거에는 현장 기술직이 장시간·저임금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이제는 정년이 없다는 장점과 함께 사무직보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20대 학생들이 학원을 찾고 있는 것이다. 
김종훈 원장은 “배관 용접은 3개월 교육을 받고, 기술이 좋으면 한 달에 500만원도 벌 수 있다”며 “업무 특성상 일과 휴식 시간이 분명히 나눠지는 만큼 ‘워라밸’이 높은 것도 20대들에게 인기가 높아진 이유”라고 했다.

 

 

<세계적으로 고임금을 받는 블루칼라 직업군(생산·기능직 노동자)이 떠오르고 있다. 
고령화로 인해 숙련공이 부족해지자 임금이 크게 올랐고, 사무직을 선호하던 20~30대 역시 현장직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기능경기대회에 참가한 배관공(왼쪽)과 국내 한 조선소에서 용접 작업을 하고 있는 숙련공(오른쪽)의 모습.>

 


한국에서도 기술직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첫 직장을 찾는 20대부터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40~50대까지 현장 기술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지문인식기 등 전자제품을 개발하던 김모(49)씨는 8년 전부터 에어컨 전문 청소업을 시작했다. 
그는 “일반 중소기업에서는 승진 적체로 50대까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적은데 현장 기술직은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돼서 이 일을 선택했다”면서 “최근 3년 사이에 관심이 급증하면서 곳곳에 업체들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기술직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는 데는 임금이 큰 요인이다. 
대한건설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지난해 평균 노임을 집계한 결과 특고압 케이블을 작업하는 기술직의 하루 8시간 평균 노임은 42만1236원으로 한 달 평균 약 840만원 이상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 현장에서 높은 곳에 임시 가설물을 설치하는 비계공은 28만1721원, 용접공 26만2551원, 미장공 25만6225원으로 뒤를 이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장에는 특근과 야근 등이 많기 때문에 실제는 평균 노임보다 50%는 더 번다”고 했다.


기술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수요에 비해 공급은 부족하다. 
기술만 있으면 언제나 일감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 평택시에서 전봇대에 올라 2만2900볼트의 특고압 케이블 설치·수리·철거 작업을 하는 업체인 ‘파워케이블공사’ 관계자는 “넉넉한 임금에다 회사에 지원만 하면 회삿돈으로 배전전공 자격증 교육까지 다 시켜서 숙련공으로 만들어주지만 여전히 일손이 모자란다”며 “대표까지 현장에 나가 일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2년 전부터 백화점, 아웃렛 등에서 전기 배선 설비 공사를 하는 최모(37)씨도 “여기저기서 현장에 와달라는 요청이 많아서 지금은 오히려 쉬는 날을 확보하는 게 어려울 정도”라며 “원할 때 원하는 만큼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국내에서 기술직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기술직의 구인·구직을 돕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포항공대 출신들이 창업한 HR 스타트업 ‘디플에이치알’은 생산·기술직 채용 공고만 다루는 전문 채용 플랫폼 ‘고초대졸닷컴’을 지난해 12월부터 운영하기 시작했다. 
생산·기술직은 전체 채용 시장의 약 30%를 차지하는 큰 시장이지만, 이 분야를 모르는 젊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맞는 공고를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현재 고초대졸닷컴의 20대 지원자 비율은 71.5%이며 월간활성이용자(MAU)는 15만명을 넘어섰다.


젊은 기술공 양성을 위한 기업들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초 기능직 인력 양성을 위해 도장 교육이나 용접 실습 등을 위한 ‘뿌리아카데미관’의 문을 열었다. 
국내 대표 전동공구 기업인 계양전기도 지난달 전문 숙련공을 꿈꾸는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선발해 소속 학교와 개인에게 수백만원 상당의 각종 공구를 무상 지원하는 ‘네오블루’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었다. 
미국과 독일 등을 중심으로 기술직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기술직 근로자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임영환 계양전기 대표는 “전문성을 갖춘 숙련공은 사회적으로도 귀중한 인재”라며 “프로젝트를 더욱 확대해 취업 연계 및 장학금 지원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240911)






 

 

 

 

늦저녁의 버스킹

                           김종해

 

 

 


나뭇잎 떨어지는 저녁이 와서
내 몸속에 악기(樂器)가 있음을 비로소 깨닫는다
그간 소리 내지 않았던 몇 개의 악기
현악기의 줄을 고르는 동안
길은 더 저물고 등불은 깊어진다
나 오랫동안 먼 길 걸어왔음으로
길은 등 뒤에서 고단한 몸을 눕힌다
삶의 길이 서로 저마다 달라서
네거리는 저 혼자 신호등 불빛을 바꾼다
오늘밤 이곳이면 적당하다
이 거리에 자리를 펴리라
나뭇잎 떨어지고 해 지는 저녁
내 몸속의 악기를 모두 꺼내어 연주하리라
어둠 속의 비애여
아픔과 절망의 한 시절이여
나를 위해 내가 부르고 싶은 나의 노래
바람처럼 멀리 띄워 보내리라
사랑과 안식과 희망의 한때
나그네의 한철 시름도 담아보리라
저녁이 와서 길은 빨리 저물어 가는데
그동안 이 생에서 뛰놀았던 생의 환희
내 마음속에 내린 낙엽 한 장도
오늘밤 악기 위에 얹어서 노래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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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지식Q] 팔레스타인·요르단 국기 별 하나만 다른 이유는

 


10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을 치른 이웃 나라 팔레스타인과 요르단(요르단이 3-1 승)의 국기는 차이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하다. 
깃대 쪽 붉은 삼각형과 그 옆 검정·하양·초록 줄무늬의 배치는 완전히 똑같고, 요르단 국기의 붉은 삼각형에 하얀색 별이 있다는 점만 다르다. 무슨 관계일까.

 

 


<지난 5월 요르단 수도 암만 인근에 위치한 팔레스타인 난민캠프. 
한 상인이 좌판대에 두 나라 국기를 나란히 꽂아 뒀다. 별이 있는 왼쪽 깃발이 요르단, 별이 없는 오른쪽 깃발이 팔레스타인 국기다.>

 


두 국기 모두 1916년 아랍 반란의 봉기군 깃발을 계승했다. 
아랍 반란 깃발은 줄무늬 색상의 순서만 빼면 팔레스타인·요르단 국기와 거의 똑같다. 
아랍 민족주의자들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오스만제국에서 독립하기 위해 반란을 일으켰다. 
이때 아랍인들의 단결을 촉구하기 위해 과거 아랍 지역에서 번성했던 이슬람 네 왕조의 상징색을 사용해 깃발을 만들었다. 
이렇게 탄생한 빨강·검정·하양·초록 조합은 ‘범(汎)아랍 색상’으로도 불린다. 
모양은 각각 다르지만 아랍에미리트(UAE)·이라크·쿠웨이트·시리아·리비아 등의 국기도 이 색상으로 구성돼 있다.

 

 

<팔레스타인, 요르단>

 


요르단의 초대 국왕 압둘라 1세는 아랍 반란 주도 세력의 후손이다. 
요르단은 봉기군의 깃발을 계승하면서 흰 별을 추가했다. 
꼭지가 일곱 개인 별은 이슬람 경전 코란 제1장에 나오는 7절(節)의 기도문 ‘알파티하’를 상징한다. 
7은 일곱 언덕 위에 세워진 요르단 수도 암만을 상징하는 숫자이기도 하다.


팔레스타인은 아랍 민족의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 국기를 사용해 왔다. 
오늘날 이 깃발은 아랍의 정체성을 넘어 팔레스타인의 자유를 위한 투쟁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24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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