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대학가에선 ‘인문학 부흥’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전국 대학 도서관에서 최근 5년간 900만권 가까운 장서를 폐기한 것으로 1일 나타났다. 
책이 가득한 어두침침한 서가보다는 카페나 독서실처럼 쾌적한 공간을 추구하는 트렌드에 맞춰 ‘불필요한’ 책을 폐기한다는 취지지만, 후세를 위한 지식 전수의 수단인 책을 마구잡이로 없애는 것은 문제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본지가 학술정보통계시스템에 등록된 전국 대학의 2019~2023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3년 3월 기준 5년간 대학에서 폐기된 장서는 874만6540권이었다. 
폐기 장서 2020년 110만여 권, 2021년 165만여 권, 2022년 205만여 권, 2023년 251만여 권으로 증가 추세다. 
보유 장서가 줄어든 대학도 홍익대·울산대·인하대 등 전국 31곳, 학술정보통계시스템에 등록된 전국 대학 217곳 중 14%다.

 

 




대학 관계자들은 “최근 학생들은 도서관을 ‘서가에서 책을 찾아 읽는 공간’보다는 ‘취업·자격증 등 수험 준비를 하는 공간’으로 여긴다”며 “도서관 공간이 부족하다는 민원에 따른 것”이라고 말한다. 
경상국립대는 지난 5년간 책 37만여 권을 버려 ‘장서 폐기 1위’를 기록했다. 
학생들이 수년 전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늘려달라’고 건의하자 3개 층이던 자료실을 2개 층으로 줄이고 열람실을 늘리면서 장서를 폐기했다. 
홍익대도 2022년 세종캠퍼스 도서관 1층 공간에 휴식 공간과 라운지를 마련하며 지난해에만 10만권 가까운 책을 버렸다.


이런 과정에서 역사적 가치가 있는 사료나 희귀 고서(古書)가 폐기 위기를 겪기도 한다. 
울산대는 지난해에 중앙도서관 본관 1~5층 서가를 없애고 디지털 열람실, 전시관, 노트북존 등을 만들겠다며 보유 장서 94만여 권 중 절반에 가까운 45만권 폐기를 추진해 논란이 일었다. 
폐기 목록에는 1852년 런던에서 출판된 찰스 매케이의 ‘대중의 미망과 광기’ 초기 판본, 조선총독부가 발간한 잡지 ‘조선’(朝鮮) 50여 권 등이 포함됐다. 
“없애면 안 되는 책들”이라는 지적에 울산대는 도서를 재선별, 27만여 권을 폐기했다.

 

 




일부 대학에선 “자리만 차지하고 무겁기만 한 종이책을 계속 소장하느니, 디지털화한 뒤 폐기하는 것이 낫다”는 결정에 따라 장서를 폐기하고 있다. 
인하대는 지난 5년간 12만여 권을 버렸다. 인하대 관계자는 “디지털로도 보급이 되는 단행본과 학술 잡지를 비롯, 이용이 적은 도서를 코로나 시기에 폐기했다”고 했다.


하지만 일선 교수와 연구자들은 “종이책을 마구잡이로 버리는 건 후세에 재앙이 될 수도 있다”며 “지식의 영속성을 보장하는 건 종이이지 불안정한 디지털 매체가 아니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탈리아 작가 움베르토 에코(1932~2016)는 2012년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서 자신의 ‘장미의 이름’ 종이책과 전자책 ‘킨들’을 집어던지는 퍼포먼스를 했다. 킨들은 산산조각이 났지만 종이책은 멀쩡했다. 
그는 당시 본지 인터뷰에서 “종이책이 사라진다고 하지만 전자책이 이렇게 취약할 수도 있다는 걸 말하고 싶다”고 했다.


1990~2000년대 각 대학은 ‘100만권 장서 확보’ 운동을 경쟁적으로 벌였다. 
원로 학자나 유명 인사의 장서를 기증받으려 백방으로 뛰었고, 서울 청계천 헌책방 거리에서 ‘차떼기’로 책을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장서 폐기 열풍’이 부는 대학가에서 은퇴를 앞둔 노교수들은 “대학 도서관에서 ‘자리가 없다’며 내 책을 받아주지 않으니 연구실에서 책을 버리고 있다”며 격세지감을 호소하고 있다.


장서 폐기로 인한 불편은 이미 학계 전반으로 퍼졌다. 
김윤희 한남대 사학과 교수는 “과거 잡지는 소중한 사료인데 도서관에서 마구잡이로 없애 국립중앙도서관까지 찾아가는 상황”이라고 했다. 
윤석호 부산대 사학과 교수는 “연구 필수 자료를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요즘 대학생들은 퀴퀴한 서가보다는 카페 같은 도서관을 원하는 추세여서 도서관을 증축하지 않는 한 장서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학들은 교육부에 국가가 운영하는 ‘공동보존서고’를 만들어달라고까지 요청하고 있다고 한다.


이혜은 숙명여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도서관이라는 공간은 인류 문명의 발상지나 다름없는데 지나치게 시류에 따라 도서 폐기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지식 보존·전수에 대한 자각 없이 마구잡이로 책을 버리는 건 문제”라고 했다.(241102)



 

 

 

최근 서울동부지법의 한 민사 단독부 영상 재판에서 변호인이 운전하면서 변론을 해 논란이 됐다. 
핸들을 쥔 변호인의 옆모습 뒤로 차창 밖 풍경이 법정 화면에 그대로 나온 것이다. 
법원 관계자는 “백번 이해해 남이 운전하는 차를 탔나 싶었는데, 변호인이 직접 핸들을 움직이자 법정 안 모두가 당황해 얼음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 2022년 11월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상재판 전용 법정이 개소했다. 
사진은 그 전날인 9일 진행된 영상 재판 시연회 중 공개된 법정 입구 모습.>



다음 달이면 영상 재판이 확대·시행된 지 3년이 된다. 
갈수록 영상 재판을 남용하는 변호인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영상 재판은 소송 관계인이 법정에 출석하지 않고 컴퓨터 등을 이용해 영상으로 재판을 진행하는 제도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2021년 11월 전면 확대됐다. 민사·형사·가사·행정 사건 등에서 이용할 수 있는데, 주로 민사재판에서 많이 활용된다. 
처음엔 지방에 거주하거나 교도소 수감 등으로 부득이 재판에 나오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재판 지연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지난 2023년 11월 9일 진행된 영상 재판 시연회의 모습.>

 


지난 5월 서울동부지법의 한 민사재판에선 원고 측 변호인이 “노트북이 고장나 얼굴은 노트북의 카메라로 비추고, 음성은 통화로 변론하겠다”고 했다. 
법정에선 녹음을 위해 스피커폰으로 변호인과 전화를 연결했지만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결국 재판은 미뤄졌다. 

판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영상 재판 신청을 모두 받아줬는데, 이 일을 계기로 원칙을 바꿨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재판에선 지하철 플랫폼에서 변호인이 영상 재판을 연결하는 바람에 법정에 지하철 안내 음성이 중계되기도 했다.


한 서울중앙지법 판사는 “법원 바로 앞 서초동에 사무실을 둔 변호사가 ‘교통 불편’을 이유로 영상 재판을 신청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며 “1km 남짓 거리에 어떤 교통 불편이 있다는 것인지 황당할 뿐”이라고 했다.


현행법이 영상 재판 출석과 관련한 규정을 따로 두지 않아 빚어지는 일들이다. 
법조계 한 인사는 “대학 온라인 수업도 조용한 장소, 단정한 복장 등 최소한의 규정이 있는데, 법원 재판에 관련 규정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의뢰인에게 돌아가는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영상 재판 이용 건수는 2021년 11월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 지난 한 달에만 7157건 시행됐다. 역대 최고치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실시된 영상 재판은 7만8796건에 이른다.(241031)



 

 

 

 

고맙습니다, 따뜻한 시간 되세요


                                                 신현림

 



따뜻한 외투와 모자를 쓰면 바람이 불었고

따뜻한 가방을 메면 빵과 우유와 과일이 담겨 왔다

따뜻한 영화를 생각하면 비디오가 돌아가고

 

밥 딜런의 「유 빌롱 투 미」는

자동응답기에서 융단처럼 펼쳐진다

“고맙습니다 좋은 시간 되세요”

군밤처럼 따뜻한 인사를 남기고

내가 만지면 기뻐 흐늘대는 문을 잠근다

아팠으나 따뜻했던 기억들이 떠밀려 온다

 

한겨울 유형지처럼 방은 추워도 책이 있어 아늑했지

아버지 어머니, 이만큼 따뜻한 이불도 없을 거야

형제 자매들, 이만큼 아름다운 나무도 없을 거야

지긋지긋했던 다툼도 이젠 뼈아프게 그립다

 

보길도 쓸쓸한 시월 들녘 사람이 반가워 울던 황소

그 큰 눈망울처럼 서글픈 해가 질 때나

정선 땅 굽이굽이 출렁이는 길 위에서

이 풍경이 바로 인생이야, 되뇌고

붉은 들꽃을 씹으며 목이 메어 나는 울었다

 

내 고향 부곡 역사(驛舍)와 철로 가에

눈이 퍼붓던 날은 생각해도 목이 메었다

목메게 아름다운 기억을 굴려가며

끝없는 시간, 끝없이 사라진 나날을 견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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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27일 경북 김천시 사명대사 공원에서 열린 ‘제1회 김천 김밥 축제’는 ‘김밥 없는 김밥 축제’였다. 

주최 측인 김천시가 예상한 방문객 2만명의 5배인 10만명 인파가 몰리면서 준비해둔 1만6000인분 김밥이 행사 시작 3시간 만에 동이 났기 때문이다. 
김천시가 마련한 오단이김밥·톳김밥·다담김밥·사명대사호국김밥·지례흑돼지김밥이 모조리 사라졌고 방문객들은 “멀리서 왔더니 떡볶이만 먹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천시가 김밥 축제를 연 까닭은 김밥과 연고가 있어서가 아니다. 
인구 13만5000명인 김천시는 2019년 말부터 노인 인구가 전체의 22%가 넘는 초고령 사회, 소멸 위기 지역이 됐다. 
이 위기를 타개하고자 전국의 2030세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김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이냐고 묻자 ‘김밥천국’(줄임말 김천)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김천시는 그간 관내에서 재배하는 자두·포도 등을 특산물로 부각하려 애를 썼다. 
별안간 ‘김밥’을 내걸고 축제를 열었다가 뜻밖의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김천시 관계자는 “인구가 13만명인데 10만명이 오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고 했다.

 

 


<지난 26일 경북 김천시 사명대사 공원에서 열린 ‘제1회 김천 김밥 축제’ 현장. 
김밥 맛을 보러 온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지난 26~27일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은 10만명에 달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연고도 없는 음식을 내걸면서까지 축제를 여는 이유는 지역 활성화와 국고 보조금이 그만큼 간절하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소멸 위기 지자체 인구에 맞먹는 10만명 인파가 하루만 몰려도 50억원가량 경제 효과가 발생한다. 
축제가 성공하면 투입 예산의 최대 20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축제 예산에 중앙정부가 일정 부분 국비 보조금을 주기도 한다. 
정부는 외지에서 와서 단기간 생활하는 인구까지 포함해 지방교부세를 주는 제도까지 검토 중이다. 
이런 장점 덕에 2022년엔 전국에서 944건 열린 지역 축제가 2024년(12월까지 계획 건수) 1170건으로 약 24% 늘었다. 
전국 시군구가 260곳인데 1곳에서 4건 이상 축제가 열리는 셈이다.


하지만 중앙 정부보다 행정력이 미약한 지자체들이 방문객 규모 예측에 실패하거나 부실한 행사 준비로 축제를 망치는 사례가 속출한다. 
광주광역시가 지난 18~20일 개최한 ‘제31회 광주 김치 축제’엔 관람객 6만8000명이 몰렸지만, 먹거리 부스에서 파는 홍어 삼합 메뉴에 홍어가 없거나 1만원짜리 두부 김치엔 고기가 6점밖에 없어 불만이 발생했다. 
지난 3~4월 열린 ‘제62회 진해 군항제’에선 꼬치 어묵 2개에 1만원, 돼지 바비큐·통삽겹·쪽갈비 400g에 4만원 등 비싼 가격으로 ‘바가지 논란’이 일었다.


지자체마다 고육지책으로 짜낸 각종 축제들은 각종 논란과 화제 속에서 그나마 지역 경제 활성화엔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조기 품절이니 바가지니 욕을 하면서도 사람들이 볼거리를 찾아오는 현상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최근 기후 변화라는 거대한 위기에 직면한 지자체들은 울상을 짓는다. 
이상고온으로 식물의 성장 주기와 직결되는 날씨 주기 자체가 어그러져버렸기 때문이다. 
꽃 축제엔 꽃이, 얼음 축제엔 얼음이 없는 식이다.

 

 




전남 신안군은 지난달 27일 개막 예정이던 퍼플섬 아스타 꽃축제를 취소했다. 
‘퍼플(Purple·보라색)섬’으로 유명한 안좌도에 보라색 품종인 아스타 국화를 대량으로 심어 볼거리로 만든 축제였다. 
2021년부터 시작된 이 축제는 한때 ‘인스타 명소’가 됐다. 
하지만 서늘한 기후에 개화하는 아스타 국화는 올여름 기록적 폭염이 가을까지 이어지면서 거의 피지 못하고 죽어버렸고 축제는 취소됐다.


지난달 중순 전남 함평군 ‘모악산 꽃무릇 축제’와 전남 영광군 ‘불갑산 상사화 축제’도 모두 이상기후 탓에 모두 ‘꽃 없는 꽃 축제’가 됐다. 
강원 속초시는 올해 벚꽃 개화 시기를 3월 30~31일로 예상하고 벚꽃 축제 일정을 잡았지만 결국 빗나갔다. 결국 4월에도 추가로 축제를 열었다. 
지난 3일부터 열린 경북 봉화군의 송이 축제도 여름 폭염과 고온 다습한 날씨로 송이 농사를 망치면서 송이 채취 체험 행사를 취소했다. 대신 호두 채취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경북 안동시는 지난 1월 겨울 이상고온으로 썰매와 빙어 낚시 등을 하는 암산 얼음 축제를 취소했다. 
안동시 관계자는 “이전에는 ‘얼음 두께가 25㎝ 이상이냐’가 관건이었지만 이제는 ‘얼음이 어느냐 마느냐’가 문제”라며 “얼음 축제의 존속이 가능한지 논의 중”이라고 했다. 
안동시는 인공 얼음을 활용해 축제의 명맥을 잇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산천어 축제’로 유명한 강원 화천군도 “이젠 강원도에도 겨울에 눈이 아니라 비가 잦아졌다”며 “얼음 보호 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했다.(241029)


 

 

 

수도권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 A씨는 지난 2월 퇴직했다. 
23년간 근무한 법원을 떠난 이유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20년 넘게 판사를 해도 빚 얻어서 집 한 채 겨우 살까 말까 하는 수준이다. 아예 집이 없는 경우도 많다”며 “한창 자녀들 교육비가 필요한 상황에 보수가 나은 변호사 개업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같은 시기 퇴직한 지방의 한 고등법원 판사도 “법원에 더 남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불경기를 판사만 피해 가란 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딸 대학 등록금에 연로하신 부모님 부양비에 마이너스 생활을 끝내려면 법원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판사들이 법원을 떠나고 있다. 연말까지 퇴직 판사가 100명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 최근 10년 사이 최대치다. 
특히 법원의 ‘허리’라고 불리는 15년 차 이상 중견 법관의 퇴직이 두드러진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작년 12월 취임 후 법관 증원과 인력 확충을 강조하며 관련 정책을 쏟아냈지만 아직까지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대법원 법원행정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전국 법원에서 퇴직한 판사는 94명이다. 
2021년 91명에서 2022년 88명, 2023년 80명으로 줄다가 올해 급격히 늘었다.


특히 지방법원 부장판사와 고등법원 판사 등 경력 15년을 넘긴 중견 법관들의 이탈이 부쩍 늘었다. 
2019년에는 지방법원 부장판사·고등법원 판사 33명이 퇴직했는데, 올해는 9월까지 72명이 법원을 떠났다. 
6년 사이 중견 법관 퇴직자가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전체 퇴직 법관의 76.5%다. 
중견 법관은 실무에 가장 능통하다는 평가를 받는 법원의 핵심 인력인데, 이들이 법원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판사들이 법원을 떠나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먼저, 변호사 생활과 비교할 때 처우 및 보수 격차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중견 법관들은 로스쿨 도입 전 사법고시 출신이 대부분이다. 동년배 변호사들이 대형 로펌에서 버는 수입과 판사 월급은 비교가 안 될 만큼 차이가 크다고 한다. 
서울고법 판사 출신 변호사는 “부장판사 이상 출신으로, 로펌에 가면 판사 월급의 최소 3~4배는 될 것”이라며 “대형 사건 참여나 직접 수임한 사건 수당 등을 보태면 판사 몇 년 치 연봉을 몇 달 안에 벌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방 순환 근무로 인한 부담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판사는 일정 근무 기간을 채우면 지방→수도권→서울 등으로 근무지를 옮겨 다녀야 한다. 
연차가 찰수록 판사들이 지방 근무 등으로 가족과 떠나 지내야 하는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현직 서울중앙지법 판사는 “기본적으로 모든 판사에겐 ‘언젠가 지방을 가야 한다’는 불안감이 있다”며 “특히 서울에서 자리 잡은 판사가 지방 발령을 받으면 차라리 사표를 내고 정착을 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실제 서울중앙지법 퇴직자 수는 2020년 6명, 2021년 8명, 2022년 11명, 2023년 15명, 올해(9월까지) 18명으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서울고법도 2020년부터 작년까지는 퇴직자 13~14명 수준을 유지하다가 올해 18명으로 증가했다.


전관(前官)예우를 기대하기 어려워지는 변호사 업계 분위기도 퇴직을 앞당기는 이유 중 하나다. 
국내 변호사 수는 2014년 1만8708명에서 올해 10월 3만5983명으로 10년 사이 2배가량으로 늘었다. 
실무에 능통한 중견 변호사들도 이미 시장에선 포화 상태다. 
그래서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법원을 나가 경험을 쌓으려는 판사가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직 서울고법 판사는 “과거보다 전관의 힘이 약해져 솔직히 개업해도 예전만큼 쉽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나왔다”며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나와야 나이 들어 밥이라도 먹고 살겠다 싶어 결심한 것”이라고 했다.


판사들은 “변호사뿐 아니라 다른 진로의 선택지가 많아진 것도 퇴직을 부추긴다”고 말한다. 
최근 학계나 다른 공직(公職)으로 직업을 아예 바꾸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5년 법관 생활을 뒤로하고, 서울의 한 로스쿨 교수로 이직했다. 
한 고등법원 판사는 “평생 법조계에서 일해야 한다는 과거 인식과 달리 역량을 개발하거나 관심 분야를 연구하고 싶어 하는 젊은 판사가 많아졌다”며 “법조계 틀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 하는 게 젊은 판사들의 특징”이라고 했다.


이런 법관 이탈 가속화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중견 법관 퇴직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풍부한 재판 경험을 갖춘 중견 법관이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처우나 근무 환경·인사 제도 등을 개선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241025)


 

 

 

경남 거제의 조선업체 한화오션은 요즘 직원 안전 교육을 할 때 베트남어, 네팔어, 중국어 등 7개 국어로 만든 교재를 쓴다. 
직원 2만8000명 중 3900명이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 외국인 근로자 수는 1년 새 2.4배로 늘어났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요즘 지방 조선업체는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문을 닫아야 할 정도”라며 “이들의 국내 정착이 물량 수주만큼 중요해졌다”고 했다.


울산 현대중공업은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구내식당 메뉴로 인도네시아 볶음밥 ‘나시고렝’과 헝가리 국물 요리 ‘굴라시’를 내놓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고향을 생각하며 자주 시켜 먹는다고 한다. 
BNK경남은행은 지난 3월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경남 창원과 울산 지역 지점에 외국인 근로자 전용 창구를 열었다.

 

 




최근 국내에 외국인 주민이 증가하면서 생겨난 새로운 풍경이다. 
행정안전부가 24일 발표한 ‘2023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에 따르면, 국내에 사는 외국인 주민은 작년 11월 기준 246만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대구 인구(238만명)보다도 많다. 
단기 체류자가 아니라 근로·유학 등 목적으로 3개월 넘게 사는 외국인 수다.


총인구 대비 비율도 4.8%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학계에서는 외국인 주민 비율이 5%를 넘으면 다문화사회에 진입했다고 보는데 그 목전에 들어선 것이다. 
행안부는 “지금 추세라면 내년에는 5%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역별로는 이미 외국인 주민 비율이 5% 이상인 시·군·구가 97곳에 달했다. 이는 1년 전보다 29곳 늘어난 것이다. 
전남 영암이 18.6%로 가장 높았고, 충북 음성(18.1%), 경기 안산(15.2%) 등의 순으로 높았다.


외국인 주민의 증가세도 가파르다. 코로나 시절을 제외하면 매년 전년 대비 5% 이상 증가하고 있다. 작년에는 8.9%였다. 
지난 1년 새 증가 폭이 가장 큰 지역은 전남(18.5%)이었다. 이어 경남(17%), 울산(15.6%), 충남(14.4%) 등의 순으로 외국인 주민이 빠르게 늘었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 지역은 특히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늘어난 곳”이라고 했다. 
외국인 근로자 수는 1년 새 6만7111명(16.6%) 증가해 전체 외국인 주민 수 증가를 주도했다.


외국인 주민이 가장 많은 시·도는 경기도(80만9801명)였다. 이어 서울(44만9014명), 인천(16만859명) 등의 순으로 많았다. 
시·군·구 중에서는 경기 안산(10만8033명), 경기 화성(7만6711명), 경기 시흥(7만4653명) 등에 외국인 주민이 많이 사는 것으로 집계됐다. 주로 공단이 많은 지역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구 감소 등으로 일손이 부족한 지방을 중심으로 외국인 주민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다문화사회 진입에 대비해 근로 환경, 복지 서비스 등을 외국인 친화적으로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24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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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지식 Q] 대선·총선 등 투표일이 휴일 아닌 나라 많아요

 



일본 중의원 총선이 일요일인 27일 진행된다. 
한국에선 평일인 선거일이 ‘빨간 날’이 되는 게 익숙한데, 왜 휴일을 총선 날짜로 택한 걸까.


사실 세계적으로는 휴일에 선거를 치르는 나라가 많다. 
호주 언론 더컨버세이션이 1945~2020년 190국 선거를 분석한 결과, 일본·오스트리아·벨기에 등 94국이 일요일에, 호주·대만 등 25국은 토요일에 선거를 치른 것으로 나타났다. 
휴일이어야 투표율이 높을 것이라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다.

 

 


<24일 미국 위스콘신주 소머스의 마을 회관에서 주민들이 미국 대통령 선거 사전 투표를 하고 있다.>

 


평일이더라도 선거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나라는 드물다. 
미국은 1845년부터 대선을 포함한 모든 연방 선거를 11월 첫 월요일의 다음 화요일에 실시하지만 국가 차원의 공식 휴일은 아니다. 다만 일부 주는 선거일이 공휴일이다. 
영국도 총선과 보궐선거 등을 목요일에 치르지만 휴일로 지정하지는 않는다. 대신 일과를 마치고 투표할 수 있도록 오후 10시에 마감한다.


한국도 제헌 국회의원을 선출한 1948년 첫 총선을 일요일인 5월 9일 치를 예정이었다. 
그러나 교회에 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날짜를 하루 미루고,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공휴일로 지정했다. 
한국처럼 평일 선거일이 공휴일이 되는 나라로 이스라엘이 있다. 
건국 이듬해인 1949년 첫 총선을 시작으로 화요일에 선거를 치른다. 
선거일에 대부분의 직장과 학교가 문을 닫고 대중교통은 무료로 운영한다. 
멕시코도 선거일과 대통령 취임일을 공휴일로 지정한다.


선거일이 휴일인지가 투표율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컨버세이션 조사에 따르면 일요일 선거의 평균 투표율은 71.6%, 월요일은 평균 71.7%였다.(241031)

 

 

[깨알지식 Q]하마스 공격은 10월 7일… 왜 희생자 1주기는 27일?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 27일 국립묘지 예루살렘 헤르츠 언덕에서 ‘하마스 공격 희생자 1주기 추모식’을 열었다.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 영토를 공격한 날은 지난해 10월 7일이다. 
그런데 ‘1주기’ 행사는 왜 7일이 아닌 27일에 열렸을까.


유대 국가인 이스라엘은 공식 기년법으로 태양력(曆)이 아닌 유대력을 따르기 때문이다. 
유대력에서 ‘한 달’은 태음력처럼 달이 차오르는 주기를 따른다. 따라서 한 달이 29일 혹은 30일이다. 
그런데 1년의 주기는 태양력을 따른다. 태양력과 태음력을 절충한 것이다. 
한 달이 29·30일이다 보니, 1년은 353·354·355일 중 하나가 된다. 
이에 태양력(1년 365일)과의 차이를 메우려 19년을 주기로 7번의 윤달을 추가해 지낸다. 
19년 중 7년은 1년이 열세 달인 것. 이 때문에 매해 기념일이나 명절 날짜가 전년과 비교해 길게는 약 한 달까지 차이가 난다.

 

 


<27일 이스라엘의 국립묘지 예루살렘 헤르츨 언덕을 찾은 베냐민 네타냐후(맨 앞) 총리가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 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숨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유대력은 서기 359년 유대인 자치의회 ‘산헤드린’에서 처음 고안됐다고 전해진다. 
그 전까지 유대인들은 순수 태음력과 태양력을 함께 썼다고 알려졌다. 
유대력 시작일은 ‘천지 창조의 해(하나님이 세상을 만든 해)’인 기원전 3761년 10월 7일이다. 
올해는 유대력 기준 5785년째가 된 해다.(241030)




 

 

[깨알지식 Q] 日의회는 왜 하원을 중의원, 상원을 참의원으로 부르나

 

자민당의 참패로 끝난 지난 27일 일본 총선은 중의원 선거였다. 
양원제인 일본에선 하원을 중(衆)의원, 상원을 참(參)의원이라고 부른다. 
중의원이 ‘대중(大衆)을 대표한다’는 뜻이라면 참의원은 ‘중의원 논의에 참여(參與)한다’는 의미다. 
이 명칭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중의원이라는 표현은 1889년 새로운 제국 의회의 구성을 명시한 메이지 정부 때 처음 등장했다. 
메이지 정부는 영국 의회를 본떠 상원에 ‘귀족원’, 하원에 ‘중의원’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영국은 14세기부터 귀족 등 특권층에서 상원인 ‘귀족원’을, 시민·기사 계급에서 하원인 ‘서민원’을 뽑는 양원제를 구축해왔다.

 

 

<27일 일본 중의원 선거를 앞둔 15일 도쿄 시내에서 한 남성이 중의원 선거 벽보를 쳐다보고 있다.>

 


참의원은 일본 황족과 귀족 자제 등 특권층 중심이었던 귀족원의 후신이다. 
일본은 태평양 전쟁 패전 후 1947년 귀족원을 폐지하고 국민 누구나 선거를 통해 의원이 될 수 있는 참의원을 도입했다. 
참의원은 중의원을 통과한 법률안을 부결시킬 수 있고, 임기도 6년으로 중의원(4년)보다 길다.


한국도 1952년 개헌에서 양원제를 도입하고 상·하원을 각각 참의원과 민의원으로 정했다. 
민의원의 ‘민(民)’은 단순히 대중 집단을 의미하는 ‘중(衆)’보다 국가 일원인 국민으로서의 정치 참여를 강조하는 의미로 쓰였다. 
이후 민의원은 10년 정도 활동했지만 참의원은 제대로 활동하지 못했다. 
1960년 제5대 총선에서 대한민국 역사상 유일한 참의원 선거가 치러졌지만, 1961년 5·16으로 양원이 해산돼 약 9개월간 유지되는 데 그쳤다.(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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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아웃] 61억원 가치 '오타니 50-50′ 홈런볼

스포츠 공 경매 사상 최고액 경신

 



오타니가 또 새 역사를 만들었다. 
미 프로야구(MLB) 첫 50(홈런)-50(도루)을 달성했을 당시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날린 50호 홈런 공이 경매에서 439만2000달러(약 61억원)에 낙찰됐다. 
스포츠 공 경매 사상 최고 액수다. 종전까지는 1998년 마크 맥과이어가 세운 시즌 70호 홈런 공 300만5000달러(약 40억원)였다.

 

 

<귀하신 공 - 오타니 쇼헤이의 50호 홈런공. 23일 61억원에 낙찰됐다.>

 


미국 경매 업체 골딘(Goldin)이 지난달 28일부터 진행한 이 경매는 60만달러(약 8억3000만원)를 시작가로 설정했다. 
450만달러(약 62억원)를 내면 경쟁 없이 바로 구매할 수 있었지만 입찰자들이 경쟁을 벌인 끝에 23일(한국 시각) 439만2000달러에 낙찰됐다. 낙찰자가 누군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경매에서 마감 3분을 남기고도 낙찰가는 256만달러에 머물러 있었지만, 마감 직전 입찰자들이 몰리면서 시간을 연장한 끝에 입찰가는 300만달러를 넘어서 400만달러를 돌파했다. 
미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이 기념비적인 공을 갖기 위해 수집가들이 경매에 적극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홈런 공 소유권을 놓고 법적 분쟁도 이뤄지고 있다. 
당시 홈런 공이 날아간 좌측 외야 관중석에서 관중이 그 공을 잡기 위해 몸싸움을 벌였다. 
마지막에 잡은 관중이 이번에 경매에 그 공을 내놓았다. 그런데 다른 관중 두 명이 자기 공을 뺏었다면서 소송을 냈다. 
경매를 중단해달라면서 낸 소송은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아 일단 경매가 진행됐고, 앞으로 공 소유권을 놓고 어떤 식으로 법적 결론이 내려질지는 알 수 없다. 
공동 소유권이 인정되면 경매 수익을 분배해야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저스 구단은 ‘50-50 공’을 돌려받기 위해 사례금 30만달러(약 4억원)를 제안했으나 해당 관중은 이를 거절한 바 있다.

 

 



공 이외 역사 상 가장 비싼 스포츠 물품 경매 낙찰가는 지난해 MLB 베이브 루스 유니폼이었다. 
2410만달러(약 333억원). 1932년 월드시리즈에서 ‘예고 홈런’을 날렸을 때 입은 것이라 한다. 
축구에서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디에고 마라도나가 ‘신의 손’ 골을 넣었을 때 입었던 유니폼이 가장 비싼 경매가를 기록했다. 2022년 930만달러(약 128억원)에 팔렸다. 
이번에 오타니와 월드시리즈에서 맞붙는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 시즌 62호 홈런 공(2022년)은 경매에서 150만달러(약 20억원)에 낙찰됐다. 
경매 업체 소더비 담당자는 “모두가 기억하는 위대한 선수 업적이 이뤄진 순간을 상징하는 물건”이라면서 그 가치를 평가했다.(241024)

 

 

[깨알지식 Q] 국제 협의체 브릭스 누가 처음 만들었나

 


러시아에서 열리고 있는 제16회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는 36국과 6개 국제 기구가 참가한다. 
이 국제 협의체는 누가 처음 만들었을까.


‘브릭스’라는 말은 2000년대 들어 빠른 경제성장을 보인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을 일컫는 경제 용어였다. 
2001년 골드만삭스그룹 보고서에 처음 등장했다. 
4국이 2050년의 세계경제를 주도할 잠재력을 가졌다는 내용의 보고서에서 각국 이름의 앞글자에 복수형을 뜻하는 s를 붙여 ‘BRICs’라는 용어를 썼다.

 

 

<22일 러시아 타타르스탄공화국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담에 (왼쪽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앉아 있다>


2006년 4국 외무장관이 회담을 개최하면서 브릭스는 협의체 성격을 띠게 됐다. 
2009년엔 최초로 브릭스 정상회담이 열렸다. 
비(非)서방의 경제 후발 주자인 이들은 서방의 G7을 견제하는 개발도상국 블록을 추구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회원국으로 추가되면서 소문자 s를 대문자로 바꿔 브릭스(BRICS)가 됐다. 
지난해 이집트·에티오피아·이란·UAE의 가입이 결정돼 현재 회원국은 9국이다.


브릭스의 위상이 커지면서 지난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 수장 최초로 브릭스 정상회담에 참석했고, 올해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동한다. 
푸르니마 아난드 브릭스국제포럼 의장은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참여는 브릭스 회담의 국제적 중요성을 보여준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24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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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지식Q] 러시아도 연방공화국인데 그 안에 왜 또 공화국 있나

 


22일 브릭스(BRICS) 정상회의가 개막한 카잔은 러시아 중서부 ‘타타르스탄 공화국’의 수도다. 
러시아어로 ‘레스푸블리카’라고 하는 공화국은 러시아 연방을 이루는 행정 구역의 일종이다. 
러시아도 하나의 연방 공화국인데, 왜 그 안에 공화국이라는 행정 구역을 또 두고 있을까.

 

 


<21일(현지시각) 제16차 브릭스 정상회의 전날 러시아 카잔 크렘린 성벽에서 열린 조명 쇼와 함께 쿨 샤리프 모스크가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러시아인을 비롯한 200여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다. 
옛 소련 건국을 이끈 레닌은 소수 민족의 지지를 얻기 위해 자치권을 부여했다. 
정치·외교 등에선 연방의 통치를 받지만, 독자적으로 지도자를 뽑고 자체 의회와 헌법도 두도록 했다. 
이런 지역을 공화국이라고 불렀다. 예컨대 타타르스탄 공화국은 타타르족의 자치 지역이다.


이후 공화국의 자치권은 약화됐지만 행정 구역의 명맥은 이어지고 있다. 
스탈린 시대에는 ‘러시아화’ 정책 여파로 러시아인들이 공화국 지역에 이주해 소수 민족의 색채가 옅어졌다. 

소련 붕괴 이후 2000년 취임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를 7개 연방관구(현재는 8곳)로 나누고 각 당국이 관할 공화국의 자치 활동을 감시하도록 해 이들의 자치권을 대폭 축소했다.


러시아는 2014년 강제 병합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2022년 2월 침공 이후 점령한 도네츠크·루간스크도 ‘공화국’으로 연방에 편입시켰다. 
이를 합쳐 현재 러시아 내 공화국은 24개다. 다만 미국과 서방은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세 공화국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2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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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레이커스가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에 51-35로 앞서던 2쿼터 종료 4분 전. 
레이커스의 간판 스타 르브론 제임스(40·206cm)가 코트로 돌아왔다. 
그와 함께 한 신인 선수가 교체 투입되며 NBA(미 프로농구)에 데뷔했다. 
르브론의 아들인 브로니 제임스(20·188cm)였다. 
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부자(父子)가 같은 현역 선수로 뛰는 순간이었다. 
레이커스의 홈 구장인 크립토닷컴 아레나가 팬들의 함성으로 달아올랐다.


유니폼에 등번호 9번과 ‘제임스 주니어’라는 이름을 새기고 나온 브로니는 2분41초를 뛰고 물러났다. 
2점슛 1개는 상대 팀 루디 고베어의 블록에 걸렸고, 아버지의 패스를 받아 시도한 3점슛은 빗나갔다. 
공격 리바운드 1개를 잡은 것이 의미 있는 성적의 전부였다. 
르브론은 “슛 시도는 좋았다”며 아들이자 동료인 브로니를 격려했다. 
J J 레딕 레이커스 신임 감독도 ‘테스트 케이스 1번’이라며 브로니의 발전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네 뒤에 아버지 있다, 마음 놓고 뛰어 - LA 레이커스 르브론 제임스(왼쪽)와 그의 장남 브로니 제임스가 23일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와 벌인 미 프로농구(NBA) 개막전에서 나란히 코트를 밟았다. 
리그 역사상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현역 선수로 뛴 건 제임스 부자(父子)가 처음이다.>

 


브로니는 USC(서던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한 시즌을 보낸 뒤 지난 6월 NBA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 전체 55순위로 레이커스의 지명을 받았다. 
팬들은 브로니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NBA 스타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브로니의 기량 자체는 검증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는 신입생이었던 작년 여름 훈련 도중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쓰러져 치료·재활을 한 끝에 작년 12월에야 대학 무대 첫 경기를 치렀다. 
NBA 입성은 아버지의 후광 덕분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브로니는 2024-2025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렸던 6차례의 평가전에서 평균 16분을 뛰며 평균 4.2점(1.7리바운드)에 그쳤다. 
3점슛은 총 12개를 시도해 1개만 넣었다. 19일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전에선 17득점을 해 잠재력을 보였다.


NBA 역대 최다 득점(4만490점)의 주인공이자, 챔피언전 우승 반지 4개를 수집한 르브론은 “아들과 함께 NBA 코트를 누비고 싶다”는 소망을 이뤘다. 
MLB(미 프로야구)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한솥밥(1990~1991년)을 먹었던 켄 그리피 부자가 현장을 찾아 르브론 부자를 응원하기도 했다. 
현지에선 이번 시즌 브로니가 NBA의 하부 리그인 G리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레이커스는 23일 개막전에서 팀버울브스를 110대103으로 물리치고 순조롭게 출발했다. 
앤서니 데이비스가 양 팀 최다인 36점(16리바운드 4어시스트)을 올렸다. 
선발 출전했던 르브론 제임스는 16점(5리바운드 4어시스트 2블록슛), 일본 국적의 혼혈 선수 하치무라 루이가 18점(5리바운드)을 보탰다. 
팀버울브스는 앤서니 에드워즈(27점)를 비롯해 6명이 두 자릿수 득점을 했지만 전반전의 열세(42-55)를 극복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 우승팀 보스턴 셀틱스는 뉴욕 닉스와 벌인 공식 홈 개막전에서 132대109로 대승을 거뒀다. 
특히 3점슛 29개(61개 시도·성공률 47.5%)를 터뜨리면서 역대 한 경기 최다 3점슛 공동 1위를 기록했다. 
2020년 12월 30일 밀워키 벅스가 마이애미 히트를 144대97로 대파하며 작성했던 3점슛 29개(51개 시도·성공률 56.9%)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날 셀틱스의 제이슨 테이텀(37점 10어시스트)이 3점슛 8개, 데릭 화이트(24점)가 6개, 제일런 브라운(23점)이 5개, 즈루 할러데이(18점)가 4개 등 7명이 장거리포 29개를 합작했다.


셀틱스는 전반에 3점슛 17개를 넣었고, 후반엔 12개를 추가했다. 
4쿼터 종료 8분54초 전 알 호포드(11점·3점슛 3개)가 팀의 29번째 3점포를 꽂아 점수를 126-93으로 벌렸다. TD 가든을 메운 셀틱스 팬 1만9000여 명은 “한 개 더!”를 외쳤다. 
셀틱스는 이후 3점슛을 13번 더 시도했으나 모두 빗나가면서 30개 달성엔 실패했다. 
셀틱스의 종전 한 경기 최다 3점슛은 27개(2022년 11월 6일 뉴욕 닉스전)였다.


닉스는 제일런 브런슨(22점)과 마일스 맥브라이드(22점)로 맞섰으나 셀틱스의 화력을 감당하지 못했다. 닉스의 3점슛은 11개(30개 시도)였다.(241024)


 

 

 

일본에서 80세 이상인 부모의 유산을 60세 이상의 자녀가 상속하는, 이른바 노노(老老) 상속이 증가하고 있다. 
평균 수명이 81세인 일본에서 상속 재산이 젊은 세대에게 넘어가지 않고 고령층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내각부의 ‘2024년 경제 재정 백서’를 인용해, 일본의 상속인 가운데 60세 이상이 절반이 넘는 52%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50대 상속인은 27%, 40대는 12%였다. 39세 미만은 9%에 불과했다. 사망자인 피(被)상속인의 70%가량은 80세 이상이었다. 
80세 넘은 사망자의 재산이 30·40대가 아닌, 60대 자녀에게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상속인이 없어서 유산이 국고로 들어가는 금액도 2022년에 768억엔(약 7000억원)에 달해, 10년 전(375억엔)보다 100% 이상 증가했다. 
이런 ‘노노 상속’은 일본의 부(富)가 고령층에 머물면서 경제 전체에 돈이 돌지 않는 악순환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육아 등 돈을 쓸 곳이 많은 젊은 세대로의 자금 이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고령 가구는 젊은 세대보다 지출은 적고 저축은 많다. 
일본의 70세 이상 2인 가구는 평균 가계 지출이 월 24만9177엔(약 226만원·2023년 기준)으로, 전 세대 평균인 29만3997엔(약 266만원)보다 적었다. 
반면 70세 이상 고령자의 작년 저축 잔고는 전년보다 3.8% 늘어난 2503만엔(약 2억2680만원)으로, 전 세대 평균(1904만엔·약 1억7250만원)보다 훨씬 많았다.


40세 미만은 반면 저축은 적고 부채만 많은 ‘가난한 세대’였다. 
40세 미만의 평균 저축 잔고는 782만엔(약 7080만원)이었고, 부채는 이보다 많은 1757만엔(약 1억5920만원)이었다.


일본 정부는 이에 고령층의 재산이 젊은 세대로 넘어가도록 증여를 장려하고 있다. 
예컨대 ‘상속 전 증여 제도’를 통해 2500만엔(약 2억2650만원)까지는 증여세를 물리지 않고 부모가 사망하면 상속세만 내도록 한다. 
조부모가 손자의 교육 목적으로 증여할 경우엔 1500만엔(약 1억3590만원)까지 비과세다.(24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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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걸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로제가 미국 유명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함께 18일 발표한 노래 ‘아파트(APT.)’가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싱글곡 ‘아파트’는 공개된 지 나흘 만인 22일 오전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 글로벌·미국 차트 1위에 올랐고, 23일엔 유튜브 1억 조회 수를 돌파했다. 
한국 여성 솔로 가수가 스포티파이 글로벌 차트와 미국 차트 1위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K팝 아이돌 여가수 로제의 신곡 '아파트(APT)' 뮤직비디오>

 


K팝이 인기를 끌며 한국 가수의 노래가 인기몰이를 하는 일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아파트’는 한국 술 먹기 게임에 착안해 (로제가) 작사·작곡을 했고 최고 수준급 가수인 마스가 ‘소맥(소주와 맥주를 섞은 술)’을 마시며 ‘건배, 건배’를 외치는 식으로, 외국인에겐 생소한 한국의 술 문화를 모아 만든 노래임에도 빠른 인기를 얻어 주목받고 있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에 유머를 섞어 한국의 ‘서브컬처(하위 문화)’를 녹인 뮤직비디오로 시선을 잡는다는 점에서 K팝 글로벌화에 촉매가 된 싸이의 2012년 발표곡 ‘강남스타일’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파트’라는 말 자체가 ‘콩글리시(한국에서만 쓰는 영어식 표현)’다.

 

 

<한국 아이돌 가수 로제가 지난 18일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함께 발표한 신곡 ‘아파트(APT.)’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한국 술자리 게임에서 착안했다는 노래 ‘아파트’가 글로벌 음원 차트를 석권하면서 ‘K서브컬처’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노래는 ‘채영이(로제의 한국명)가 좋아하는 랜덤 게임’이라는 한국말로 시작한다. 
곧이어 마스가 로제와 함께 ‘아파트, 아파트’라고 외치며 노래한다. 
이 ‘아파트’ 부분의 음정과 박자는 한국에서 유행했던 술자리 게임 ‘아파트’에서 그대로 따왔다. 
뮤직비디오에서도 마스와 로제는 이 노래를 하면서 실제로 손을 위아래로 교차하는 아파트 게임을 재현한다. 
로제는 여러 매체와 한 인터뷰에서 “원래 아파트 게임을 좋아하는데 음악에도 넣으면 재밌을 것 같아 노래를 만들게 됐다”고 했다. 
마스는 노래 가사 ‘건배 건배’를 한국말 그대로 부르고, 뮤직비디오에선 이 대목에 태극기를 흔들기도 한다.


해외 팬들은 자극적이면서도 단순한 이 ‘아파트’의 선율 반복이 “대단히 중독성 있다”는 반응을 보인다. 
유튜브·틱톡·인스타그램 같은 각종 소셜미디어엔 곳곳에서 ‘아파트’를 다 같이 부르거나 ‘아파트’ 게임을 재현하는 이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속속 올라오는 중이다. 
한 독일의 클럽에서 ‘아파트’ 노래가 나오자 이를 다 같이 따라 부르는 영상이 화제를 모았고, 브라질에서 열린 브루노 마스 콘서트에서 관객들이 다같이 “아파트 아파트”를 외치는 모습도 소셜미디어를 달궜다. 
뉴욕 맨해튼 코리아타운 거리에서도 ‘아파트’가 밤새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영어론 ‘떨어져(apart)’라는 부사처럼 들리지만, 한국에서만큼은 공동주택을 뜻하는 ‘아파트’라는 단어 자체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유튜브·틱톡 등엔 마스가 ‘아파트’를 외친 것처럼 ‘아파트’를 어설프게 계속 따라 발음하는 외국인들의 영상이 수백 건씩 검색된다. 
그래미상을 여러 개 받은 유명 팝스타 찰리 푸스도 자신의 틱톡 계정에 “아파튜”라며 발음을 연습하는 영상을 올리고 “(이 단어가) 영원히 내 머릿속에 갇혀버렸다”고 적었다. 
로제는 인스타그램 계정에 한 팬이 “아파트는 아파트먼트(apartment)?”라고 묻자 로제가 “아니요, 아파트(apatue)!’라는 답을 달기도 했다.


노래 인기는 다른 한국 문화에 대한 호기심으로도 이어지는 중이다. 
로제는 ‘아파트’를 발표한 직후인 20일 잡지 ‘보그’와 인터뷰한 영상을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렸다. 
이때 그는 직접 김치볶음밥, 마른오징어에 찍어 먹는 청양고추·마요네즈 소스, ‘소맥’을 만드는 모습 등을 보여줬다. 
해당 영상은 조회 수 250만회를 금세 넘어섰다.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도 김치볶음밥과 마른오징어, 소맥은 화제의 중심에 섰다. 
글 쓴 이들은 “로제의 영상을 보고 처음으로 소맥을 만들어 마셔봤다” “김치볶음밥까진 따라 해도 마른오징어까지는 여전히 자신 없다” 같은 반응을 올리고 있다.

 

 


<아파트 게임 즐기는 외국인들 - 인도네시아 여성과 영국인 남성이 22일 틱톡에 ‘아파트’를 따라 하는 모습을 올렸다.>

 


‘아파트’ 열풍에 1982년 발표된 가수 윤수일의 노래 ‘아파트’도 새삼스럽게 재조명되고 있다. 
윤수일이 ‘아파트’를 부르는 유튜브 영상엔 “이분이 브루노 마스인가요” “빌보드 진입을 축하한다” 같은 장난스러운 댓글이 이어지는 중이다. 
윤수일은 최근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졸지에 ‘아파트 2′가 나와서 이렇게 라디오를 통해 인사드린다. (갑작스러운 인기로) 여러 사람에게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윤수일이 작사·작곡한 ‘아파트’도 중독성 있고 간결한 멜로디로 노래방이나 야구장 등에서 여전히 애창되는 노래다.(241024)



☞서브컬처(Sub-culture)

주류 문화가 아닌 하위 문화를 일컫는 말. 
미국 시카고대 사회학 교수였던 데이비드 리스먼이 비주류 문화라는 뜻으로 1950년 처음 사용했다.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부른 노래 ‘아파트’는 술자리에서 즐기는 게임에서 착안, 한국의 서브 컬처를 녹였다.

 

 

 

“‘좋아요’ 버튼, 무한 스크롤(화면 내리며 보기), 끊임없는 알림. 이런 요소들은 모두 청소년의 소셜미디어(SNS) 중독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법원은 지난 17일 메타(페이스북·인스타그램 모회사)와 관련한 소송 판결문에서 소셜미디어의 중독 요인에 대해 이같이 적시했다. 
미국 41주 정부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높은 중독성으로 청소년에게 해를 끼친다며 메타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맞서 메타는 ‘소셜미디어의 콘텐츠에 대해선 기업의 책임이 없다’는 통신품위법 230조를 근거로 해당 소송을 중단해 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다. 
법원은 메타의 요청을 기각하며 소송을 계속하도록 했다. 
법원은 “끊임없는 알림, 의미 없는 게시물, 무한 스크롤까지 면책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이번 법원의 28쪽 분량 판결문에는 소셜미디어가 어떤 기능과 과정을 통해 청소년의 중독을 유발하고 있는지 조목조목 나와 있다. 
피터 크럽 매사추세츠 주법원 판사는 “‘좋아요’처럼 사용자들이 더 큰 자극을 원하게 하는 기능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울리는 ‘알림’이 소셜미디어 중독을 유발했다”며 “특히 무한 스크롤 형식의 플랫폼은 사용을 중단할 시점을 알 수 없어 어린 이용자들이 소셜미디어를 떠나기 어렵게 만든다”고 했다.


매사추세츠 주법원이 판결문에서 가장 먼저 언급한 중독 유발 기능은 ‘알림’이었다. 
법원은 “인스타그램을 스마트폰에 설치하면 기본적으로 40가지 유형의 오디오와 시각적인 푸시 알림(강제 알림)이 활성화된다”며 “메타는 의도적으로 중독성을 유발하도록 기능들을 설계한 것”이라고 했다. 
또 “인스타그램에 머무르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알림 소리나 진동으로 청소년들의 도파민 방출을 유발했다”며 “결국 밤낮 가리지 않고 앱을 반복적으로 방문하도록 해 청소년들의 신체와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줬다”고 지적했다.


판결문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 중 하나인 도파민은 뇌신경 세포의 흥분을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해 ‘행복 호르몬’이라고도 불리지만, 분비량이 과도하면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다양한 중독 증상을 일으킨다. 
알코올·마약·담배 등의 중독도 도파민 과도 분비와 관련된 경우가 많다.


법원이 꼽은 또 다른 중독 유발 기능은 ‘좋아요’ 버튼이다. 
콘텐츠 시청자는 마음에 드는 콘텐츠에 의사 표시를 하고, 콘텐츠 제공자(게시자)는 더 많은 ‘좋아요’를 받기 위해 애쓴다. 
법원은 “도파민은 무작위로 예측할 수 없는 간격으로 방출이 된다”며 “’좋아요’에 대한 기대와 갈망을 유발해 사용자들이 더 큰 자극을 원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메타 등 소셜미디어에 심어진 중독 유발 기능으로 청소년들의 소셜미디어 이용 시간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기업 ‘쿠스토디오’가 전 세계 만 4~18세 아동·청소년 70만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인스타그램의 하루 평균 이용 시간은 2021년 41분에서 2023년 63분으로 2년 만에 54% 증가했다. 
페이스북 하루 평균 이용 시간 역시 같은 기간 10분(2021년)에서 19분(2023년)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틱톡도 91분(2021년)에서 112분(2023년), 유튜브 이용 시간은 42분(2021년)에서 50분(2023년)으로 증가했다.


매사추세츠 주법원은 메타가 여러 차례 이용자를 기만하는 행동을 했다는 점도 적시했다. 
법원은 “메타는 수차례 플랫폼 기능이 안전하다고 주장했지만, 수익을 늘리기 위해 반복적으로 청소년들의 건강한 생활을 빼앗았다”며 “메타의 경영진은 내부 연구팀이 (중독성을 낮추기 위해) 요구한 설계 변경을 반복적으로 거부했다”고 했다. 
예컨대 광고 수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좋아요’ 기능을 숨겨야 한다는 내부 요구를 거부했다는 것이다.(241022)



 

 

 

우리나라 취업자의 연령대별 분포가 나이가 많을수록 늘어나는 역(逆)피라미드형으로 바뀌었다. 
1980년대에는 20대 이하 취업자가 가장 많고 이어 30대, 40대, 50대 순으로 줄어드는 피라미드형이었는데 40년 만에 피라미드가 뒤집힌 것이다. 
저출산·고령화가 장기화한 가운데 길게는 80대 초반까지 일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져 일자리를 찾는 고령층이 늘어난 결과다.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법적 정년을 넘긴 직장인이나 자영업자 등 60세 이상 취업자가 사상 처음으로 다른 모든 연령대를 제치고 가장 많아졌다. 
9월 60세 이상 취업자는 1년 전보다 27만2000명 늘어난 674만9000명으로 1982년 7월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60세 이상 취업자가 전체 연령대 가운데 가장 많았고, 이어 50대(672만명), 40대(619만1000명), 30대(547만3000명), 15~29세(371만명) 순이었다. 
8월까지는 50대 취업자(671만3000명)가 60세 이상(665만명)보다 많았는데, 지난달에 처음으로 60세 이상이 50대를 추월했다. 
이런 경우는 관련 통계 집계 이후 42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전남의 한 조선소에서 일하는 백모(60)씨는 올해 정년을 맞았지만 내년에도 일할 예정이다. 
회사가 정년이 지난 직원을 계약직으로 재채용하는 ‘고령자 계속 고용’ 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씨는 “기력이 50대 때보다 떨어지지 않았는데 일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회사는 70세까지 있어 달라고 하더라”고 했다.

 

 




취업자 연령대별 분포가 피라미드형에서 역피라미드형으로 뒤집힌 것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저출산·고령화가 오래 이어진 결과다. 
기대 수명이 68세로 낮았고 합계 출산율(여성 한 명이 낳으리라 예상하는 아이 수)이 1.74명이었던 1984년만 해도 연령대가 낮을수록 취업자가 늘어나는 피라미드 구조가 뚜렷했다. 
당시 60세 이상 취업자는 100만1000명으로 50대(212만7000명)의 절반에도 못 미쳤고, 20대 이하(475만9000명)의 21%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의료 기술 발달로 고령화가 장기화한 데다 저출산이 본격화하면서 2000년대 들어서는 30·40대 취업자 수가 60대 이상, 20대 이하를 웃도는 다이아몬드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이후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가 본격적으로 60대에 진입한 2010년대 중반부터 60세 이상 인구와 취업자가 함께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2000년 기준 521만2000명에 불과했던 60세 이상 인구는 2017년(1024만5000명)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어섰다. 
올해는 기대 수명이 84.3세로 늘어나고, 합계 출산율이 0.7명대로 떨어질 정도로 저출산·고령화가 심해지면서 취업자 연령대별 분포가 처음으로 역피라미드형으로 나타났다.

 

 




고령자들이 자녀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노후를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인식과, 80만원 초반대에 불과한 월평균 연금으로는 노후를 대비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점차 퍼진 결과다. 
통계청의 지난 5월 조사에 따르면, 55~79세 인구 1598만3000명 가운데 국민연금이나 개인연금, 주택연금 등 연금을 조금이라도 받는 이는 절반이 조금 넘는 817만7000명(51.2%)에 그쳤다. 
연금을 받는 고령층의 평균 수령액은 월 82만원가량으로, 회생법원이 판단하는 1인 가구 최저 생계비(133만7067원)의 61.3% 수준이다.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연금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딘 반면 노인 빈곤 문제가 심각한 점도 우리나라 고령층 취업자가 증가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60세 이상 인구 대비 취업자 수 비율을 뜻하는 60세 이상 고용률은 지난달 기준 47.4%로 모든 월 기준 역대 최고다. 
30대(80.4%), 40대(79.6%), 50대(77.6%)에는 못 미치지만 사회 초년생인 15~29세(45.8%)보다는 높다. 
올해 3월까지만 해도 60세 이상 고용률(45.5%)은 15~29세(46.2%)보다 낮아 전체 연령대 가운데 최저였는데, 4월부터 6개월 연속 20대 이하를 앞섰다.


고령층 취업자가 늘어나면서 정년이 지난 고숙련자들의 경륜과 전문성을 활용하는 양질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부 교수는 “노인 일자리에 쓸 예산을 계속 고용 기업 인센티브에 집중해야 한다”며 “연봉 3000만원 정도의 진로 상담 교사 자리 등 은퇴 고령층의 자질을 충분히 활용할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했다.(2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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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지식Q] 청원서 서명하면 47달러… 美 금권 선거 안 걸리나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는 ‘미국 수정헌법 1·2조를 지지한다’는 온라인 청원에 경합주 유권자를 추천하면 47달러를 준다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트럼프를 ‘47대’ 대통령으로 만들자는 뜻이 금액에 담겼다. 
휴대폰 번호 등을 수집한 정보를 보수 유권자들 공략에 활용한다는 전략이라는데, 불법 금권 선거 아닐까.

 

 

<머스크가 소셜미디어 엑스(X)에 올린 글.>

 


한국 등 자유선거를 치르는 여느 나라처럼, 미 연방 및 각 주(州)의 선거법은 투표·기권 등을 대가로 돈을 주고받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한다. 
돈을 주거나 받는 사람 모두 연방법상으로만 (법원이 정하는) 벌금 혹은 최대 2년형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유권자가 청원서에 서명하거나 서명하도록 설득하는 사람에게 돈을 주는 것은 미 연방법상 불법이 아니다. 이렇게 주고받는 돈에 대한 별명도 있다. ‘건별 서명 보수(pay-per-signature)’다.


미국에선 청원서에 서명을 받아 오고 그 대가로 돈을 버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도 있다. 
이런 행위가 불법은 아니지만 유권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돈을 건네지 못하니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 돈을 뿌리는 셈일 수 있고, 보수를 받으려고 허위 서명을 받아 오는 등 부작용도 있어 때때로 논란이 일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콜로라도·오리건 등에선 청원 서명을 대가로 돈을 지급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캘리포니아·플로리다 등 몇몇 주는 청원 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법안을 검토 중이다. 
머스크가 돈을 주겠다고 밝힌 ‘경합주’ 중에 이를 금지하는 곳은 없다.(241021)

 

 

[깨알지식 Q] 사살된 하마스 수장 이름 '야히아'의 뜻은

 


16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 단체 하마스의 수장 야히아 신와르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야히아’는 한국에선 생소한 명칭이다. 
이슬람 신자 이름으로 귀에 익은 무함마드·이브라힘 등에 비해 익숙지 않은 이름이어서 그렇다. 
하지만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적잖이 사용되는 이름 중 하나다. 
이슬람이나 유대교 혹은 기독교 문화권에선 경전 속 이름을 따는 경우가 많은데 ‘야히아’의 기원은 무엇일까.


한국인이 흔히 들어온 ‘요한’이란 인물을 이슬람권에선 아랍어 발음을 따 ‘야히아’라고 한다. 
요한이라고 하면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인 사도 요한을 흔히 생각하지만, 이슬람권에서 야히아는 기독교 성경에도 나오는 ‘세례자 요한’을 가리킨다. 
예수가 등장하기 직전 팔레스타인 지방에서 세례를 베풀며 활동한, 기원전(예수 탄생 전) 마지막 예언자라고도 일컫는다. 
기독교에선 사람들을 회개시켜 예수를 믿을 준비를 하게 하고, 예수가 그리스도임을 증언한 인물이라고 묘사된다.

                                                     
이슬람교에선 알라(이슬람의 유일신)가 세상에 내려보냈다고 여겨지는 예언자 25인 중 23번째가 야히아다. 
24번째가 예수, 25번째가 이슬람교의 창시자로 통하는 무함마드이니, 야히아 또한 상당히 중요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영미권에서 가장 흔한 이름 중 하나인 존(John)은 야히아·요한의 영어 표현이다.(241019)

 

 

[깨알지식Q] 日 총리가 봉납한 공물 어떤 것이 들어있을까

 



매년 야스쿠니 신사에서 예대제(例大祭·제사)가 열릴 때마다 일본 현직 총리가 공물(신에게 바치는 물건)을 봉납해 한국 등의 반발을 산다. 
그런데 ‘공물’이라고 봉납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공물이라고 하면 쌀 등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일본 총리가 관례적으로 봉납하는 공물은 ‘마사카키(眞榊)’라고 부르는 나무다. 
‘사카키(榊)’라는 나무 이름에 완전·진실·정확·순수 등의 의미를 지닌 접두어 ‘마(眞)’를 붙인 단어다. 
한자 ‘榊’은 신(神) 앞에 나무 목(木)을 붙인 글자로, 진실하고 신성한 나무라는 의미다. 
17일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나무를 심은 화분을 봉납했는데, 나무조각을 쓰는 경우도 많다.

 

 

<17일 일본 도쿄 야스쿠니신사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봉납한 공물이 놓여 있다.>

 


이 나무는 일본 고유 종교 신토(神道)에서 신을 모시거나 제사를 지낼 때 쓴다. 
1년 내내 짙은 녹색을 띠는 활엽 교목으로, 한국에선 따뜻한 남해안과 제주도에서 자란다. 한국 이름은 비쭈기나무다.


사카키는 아마테라스오미카미(天照大御神)라는 일본 여신의 신화에 등장한다. 
만물을 밝히는 태양신이자 무녀(巫女)인 아마테라스오미카미가 동굴에 들어가 버려 세상이 암흑에 빠지자 다른 신들이 여신을 불러낼 방책을 짰다. 
신성한 나무 사카키에 거울과 같은 귀한 장식을 걸고 춤추며 기쁨의 환호성을 냈더니 아마테라스오미카미가 호기심에 동굴에서 나왔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일본 신사에서 제사를 올릴 때는 마사카키의 오른쪽에 거울과 곡옥(굽은 옥돌 장식)을, 왼쪽에 검(劍)을 놓기도 한다. 
마사카키에 녹·황·적·백·청색 천을 걸기도 하는데, 음양오행설의 목(木)·화(火)·토(土)·금(金)·수(水)를 뜻한다고 알려졌다.(24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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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33)씨는 퇴근 후 시간이 날 때면 늘 한강 공원을 찾는다. 
벤치에 앉아 30분가량 한강을 바라보다 집에 가는 게 취미라고 한다. 
박씨는 “아무 생각 없이 한강을 보면 회사에서 받았던 스트레스가 머릿속에서 말끔히 사라지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물멍’이 MZ 세대(1980년대 초반~2010년대 초반 출생자)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타오르는 장작을 바라보는 소위 ‘불멍’이 MZ 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었는데, 요즘은 물을 바라보는 ‘물멍’이 유행하고 있다. 
집 근처 강, 산에 가면 누구나 쉽게 물멍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MZ 세대가 물멍에 빠지고 있다. 
경기 남양주시엔 지난 5월 ‘물멍 카페’가 문을 열었다. 
주인 이민후(38)씨는 “열대어가 들어 있는 가로 5m, 세로 1m, 높이 60cm의 어항을 가운데에 두고 테이블을 그 주변에 배치한 구조”라며 “2030 젊은 세대가 전체 이용객의 30~40% 정도”라고 했다.

 

 




낚시도 대표적인 물멍이다. 
과거 아재(아저씨)들만의 취미로 취급받던 낚시가 젊은 세대에게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집에서 가까운 한강에서 가볍게 낚시를 하며 여유를 즐기는 2030이 늘고 있다. 
경기 군포시에 사는 직장인 김모(27)씨는 최근 성산대교 북단에서 쏘가리와 배스 낚시를 했다. 
김씨는 “원래도 여행과 자연경관 보는 걸 좋아해서 낚시를 즐기는 편”이라며 “사람 대하는 일을 하다 보니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 올해도 물때가 맞으면 한강 낚시를 또 할 계획”이라고 했다. 
9만여 명의 회원을 보유한 한 온라인 낚시 카페 운영진인 서모(42)씨는 “요새 바다에 나가면 10명 중 4명이 2030 세대”라고 했다.


중년들의 대표적인 취미로 인식됐던 등산에서 물멍을 즐기는 MZ 세대도 많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취준생 심모(33)씨는 지난 11일에 친구들과 인왕산을 다녀왔다. 
심씨는 “평소 컴퓨터와 핸드폰을 많이 들여다보니 이유 없이 편두통에 시달릴 때가 많다”며 “산에 가면 계곡 물소리를 들을 수 있어 마음도 차분해지고, 정상에 오르면 뿌듯해져 조만간 아차산, 관악산도 오를 생각”이라고 했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한국 MZ 세대는 세대차를 크게 느끼면서도 본인에게 유익하면 기성세대가 즐겨 하는 취미도 기꺼이 따라 하는, 실용성을 가진 세대”라며 “특히 사회 초년생인 MZ 세대가 좌절하는 경험을 많이 겪으면서 휴일엔 힐링과 동시에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물멍을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241021)


 

 

 

국내 최대 규모 노인 단체인 대한노인회가 법적 노인 연령을 65세에서 75세로, 연간 1년씩 10년간 단계적으로 올리자고 정부에 공식 제안했다. 
노인 인구와 기대 수명이 늘어나는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노인의 기준을 재정의하자는 것이다. 
기초연금이나 대중교통 이용 지원 같은 노인 복지 혜택을 뒤로 미루는 대신, 일하고자 하는 노인에겐 정년을 연장하고 기존 최고 임금의 40% 수준에서 시작해 점차 낮춰가는 임금피크제를 적용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이중근(83) 신임 대한노인회장(부영그룹 회장)은 2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19대 대한노인회장 취임식에서 “현재 1000만명인 노인 인구가 2050년에는 20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40%에 달한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노인 연령을 상향 조정하려면 노인복지법 개정이 필요하다. 
1969년 노인 권익 신장을 위해 설립된 대한노인회는 회원 300만명을 보유한 국내 최대 노인 단체다. 
이 회장은 제17대 회장(2017~2020년)을 지내다 중도 사퇴했지만, 지난 8월 투표로 다시 회장에 당선됐다.

 

 

<이중근 신임 대한노인회장이 2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9대 대한노인회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이중근 신임 대한노인회장이 정부에 제안한 ‘법적 노인 연령 상향’의 배경엔 이전보다 훨씬 건강하고 생활 수준도 높아지고 있는 ‘신노년’의 등장이 있다. 
특히 1세대 베이비부머(1955~1963년 출생자)가 은퇴했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고소득, 고학력, 높은 건강 수준을 가지고 있다. 
이 회장은 “현재 65세 연령대에 (본인을) 노인이라고 하는 사례는 거의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우리나라 기대 수명은 1970년 62.3세에서 2022년 82.7세로 20.4세 늘었다. 
하지만 1981년 제정된 노인복지법에서 65세로 경로 우대를 적용한 이후 43년간 노인 기준에 변화가 없었다.


한편 노인 빈곤율(2022년 38.1%)이 높지만,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에 광범위하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월 최대 33만4810원)은 노인 빈곤 개선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올 한 해에만 기초연금에 예산 24조4000억원이 투입된다.


만약 이 회장의 제안대로 노인 연령이 65세에서 75세로 연장될 경우, 현재 60세인 법적 정년을 65세 등으로 연장하는 논의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국가에서 정년 연장 같은 제도를 도입한다면, 정년 연장 첫해(65세)에는 정년 피크 임금의 40%를 받고, 10년 후인 75세에도 20% 정도 받아 (노인의) 생산 잔류 기간을 10년 연장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연금 등 노인 부양을 비롯한 초고령화 사회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2016년부터 적용된 ‘60세 정년’과 함께 도입된 임금피크제는 정년 전 수년간 최대 50% 정도의 임금을 삭감하는 제도인데, 노인층에는 시간제 근무 등을 전제로 최대 80% 삭감까지도 적용할 수 있다는 제안이다. 
이 회장은 부영그룹 자체적으로도 이 같은 임금피크제를 선제적으로 적용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부영그룹 직원들에게 ‘자녀 한 명당 1억원’이란 파격적 출산 장려금을 지급해 저출생 해결사로 나섰던 이 회장이 ‘고령화 해결사’로 나선 것이다.


이 같은 제안 배경엔 저출생·고령화로 무너지기 시작한 우리나라 인구 구조가 있다. 
이 회장은 “(미래 생산 가능 인구인) 중추 인구 2000만명이 2000만명의 노인 복지에 치중하다 보면 (경제를 성장시킬) 생산 인구가 없게 되겠다는 염려가 있다”고 했다. 
지난 7월 기준 국내 노인 인구는 1000만명을 넘어섰고 2050년엔 2000만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생산 연령 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고령 인구를 뜻하는 노년 부양비는 올해 27.4명에서 2072년 104.2명으로 늘어난다. 
향후 국가가 감당해야 할 사회보험 지급액도 급증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국민연금과 공무원·사학·군인연금의 4대 공적연금 지출액이 올해 77조원에서 내년 85조원, 2026년 93조원, 2027년 101조원 등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이 회장은 이날 재가(在家) 임종 제도 추진 등 노인 권익 신장을 위한 4가지 방안도 제시했다. 
재가 임종 제도는 노인들이 요양원이 아닌 집에서 임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 회장은 “현재 요양원에서 쓸쓸히 임종을 맞이하는 분이 많다”며 “요양원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처럼 재가 간병인 예산을 만들어 노인들이 집에서 사랑하는 가족들의 손을 잡고 임종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노인 돌봄을 위한 외국인 간호조무사의 국내 취업 허용 등도 제안했다.(24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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