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교수는 못 돼도 학생들에게 강의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이번에 박사 졸업을 앞두고 여러 학교에 (시간)강사 지원을 했지만 지방 사립대 서류 전형까지 모두 탈락했다. 진로가 막막하다.”


지난달 수도권 한 대학에서 인문·사회 계열 박사 학위를 딴 A씨는 최근 국내 석박사 채용 정보 커뮤니티에 이런 글을 올렸다. 
그는 “강의 경력이 없어서인지, 수도권 대학을 나온 것 때문인지, 서류 전형조차 통과 못 하는 이유를 알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박사 학위를 딴 사람 10명 중 3명은 A씨처럼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통계청의 ‘2024년 국내 신규 박사 학위 취득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만442명 중 조사 당시 일을 하고 있거나 취업이 확정된 사람은 70.4%였다. 
일자리를 못 구한 사람은 26.6%, 일할 의사가 없는 사람은 3%였다. 29.6%가 무직자인 것이다.


조사를 시작한 2014년에 무직자 비율은 24.5%였는데 이후 오르내리다 지난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30세 미만 박사 취득자 537명 중 무직자는 47.7%로 거의 절반이 일자리가 없었다. 
성별로는 남성(6288명)의 27.4%, 여성(4154명)의 33.1%가 무직이었다.


이렇게 ‘박사 무직자’가 늘어난 것은 국내 박사 취득자는 급증한 반면 경기 침체로 이들의 일자리는 그만큼 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의 박사 취득자는 2019년 1만5308명에서 작년 1만8714명으로 3406명(22.2%)이나 늘었다. 
반면 학령인구 감소, 등록금 동결 등으로 재정난을 겪는 대학들은 교수 채용을 대체로 줄이는 추세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요즘 AI(인공지능) 등 수요가 높은 첨단 분야는 모든 대학이 교수를 뽑으려고 난리지만, 인문계 등 대다수 학과는 교수가 정년퇴직하면 새로 안 뽑고 있다”면서 “인문계 등은 시간강사 자리도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무직 박사’는 전공별로 ‘예술·인문학(40.1%)’ ‘자연과학·수학·통계학(37.7%)‘ ’사회과학·언론·정보학(33.1%)’ 등 순으로 비율이 높았다. 
반면 ‘보건·복지(20.9%)’ ‘교육(21.7%)’ ‘경영·행정·법(23.9%)’ 등은 무직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지난해 취업한 박사 취득자(7346명)의 연봉을 살펴보니, 2000만~4000만원을 받는 경우(27.6%)가 가장 많았다. 
연봉 4000만~6000만원(19.8%), 6000만~8000만원(16.2%), 1억원 이상(14.4%) 등이 뒤를 이었다. 2000만원 미만을 받는 박사 취득자 비율도 10.6%에 달했다.(250303)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