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원짜리 만드는 데 40원?… 쓸일 없어 90%는 집에서 굴러다녀
[5Q] 美는 없앤다는데 '동전의 경제학'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페니’(1센트짜리 동전)를 없애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쓰임새 적은 1센트 동전을 만드는 데 3.7센트가 소요될 정도로, 배보다 배꼽이 큰 비효율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은 어떨까.


Q1. 1원짜리 동전 본 지 오래됐다

한국 주화 중 10원보다 낮은 화폐 단위로 1원과 5원 동전이 있다. 
1원, 5원은 2005년부터 시중에 유통할 목적으로는 발행하지 않는다. 
대신 기념품인 ‘한국은행 주화 6종 세트’에만 넣어서 판매된다.


시중에 유통하기 위해 찍는 최소 화폐 단위는 ‘10원’이다. 
발행량은 2020년부터 큰 폭으로 줄고 있다. 작년에는 전년보다 17% 줄어든, 4880만개를 발행했다. 
10원뿐 아니라 50·100·500원 등 모든 동전 발행량이 줄었다. 
작년 한은이 발행한 모든 동전의 액면가는 102억4200만원으로, 전년보다 24%가량 줄었다. 
한은 관계자는 “매년 폐기된 지폐 등을 감안해 수요를 추정하고 동전을 발행한다”고 했다.

 

 




Q2. 10원짜리 동전 만드는 데 얼마나 드나

개별 주화 제조 금액은 공개되고 있지 않다. 
한은에 따르면 작년 동전 제조비로 조폐공사에 지급한 금액은 56억원이다. 2023년 164억원에서 크게 줄었다.


지금 유통되는 ‘10원’의 성분은 2006년에 바뀌었다. 
원래 구리 65%, 아연 35% 비율이었는데, 원자재 가격이 오르자 구리 48%, 알루미늄 52%로 조정했다.


현재 형태로 바뀌면서 2010년대 중반까지 10원 주조 원가는 20원대가량으로 알려졌으나, 지금은 40원대 안팎일 것으로 추정된다. 
구리 가격이 10년간 80% 넘게 뛰었고, 인건비, 유통비 등도 올랐기 때문이다. 
또 발행량이 줄면 단가가 더 뛰는 현상도 있다. 
구리 비율이 70~75%이고, 니켈과 합성된 50·100·500원 주화는 10원보다 주조 비용이 더 높다고 알려졌다.


Q3. 10원 동전은 길바닥에 떨어져도 안 줍는다는데

한은은 3년 주기로 현금 사용 행태를 설문한다. 
가장 최근 나온 2021년 자료에 따르면, 갖고 있는 동전 중 일상생활에 쓰지 않고 방치하고 있는 동전 비율이 금액 기준으로 77%에 달한다. 
특히 10원 동전은 방치 비율이 90%에 달해, 10개 중 9개는 집에 묵혀둔다.


2020년부터는 전체 동전 발행액보다 한은으로 돌아오는 동전 환수액이 더 많다. 
하지만 10원짜리는 유일하게 발행액보다 환수액이 적다. 10원 동전은 지폐로 바꾸려는 수고조차 하지 않고 방치되기 때문이다.

 

 




Q4. 호주머니 동전 귀찮을 때가 있다

한은은 동전 발행 비용을 줄이려고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했지만 쉽지 않았다. 
‘동전 다시 쓰기 운동’은 코로나 때 중단됐고, 2017년부터 거스름돈을 선불카드에 충전할 수 있는 ‘동전 없는 사회’ 사업을 진행했지만, 이용률이 하루 1건 정도로 유명무실했다.


동전을 없애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은행에서 교환하는 것이다. 다만 은행 지점마다 교환이 가능한 요일, 시간이 지정된 경우가 많아 미리 확인해야 한다. 
온라인에서는 다양한 방법이 공유된다. 지하철역 발권기는 동전 결제가 가능한 경우가 많아 여기서 동전으로 선불카드를 충전하는 식으로 쓸 수 있다. 
상품권으로 결제하고 잔돈을 동전으로 거슬러받을 상황이 생길 경우에는, 1000원 미만 사용액은 카드로 결제해 거스름 동전을 없애는 방법도 쓴다. 
최근에는 무인 점포 기계에서 동전으로 결제하고, 결제 취소를 해 지폐로 환불받는 식으로 동전을 교환한 사례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Q5. 동전 없애면 인플레이션 일어날까

미국에선 페니 발행 중단의 부작용으로 물가 상승을 꼽기도 한다. 
과거 96센트에 팔던 물건을 페니가 없어지면 1달러에 팔게 될 것이란 우려다.


캐나다는 2013년에 1센트 동전 발행을 중단하고, 현금 거래가 5센트 단위로 이뤄지게 됐다. 
그러나 개별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로버트 웨플스 웨이크 포리스트 대학 교수는 “본질적으로는 영향이 없다”며 “가격이 올라가는 물건이 있고, 내려가는 물건이 있기 때문에 이 효과가 상쇄된다”고 했다.(25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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