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지식Q] 美 의회 연설 왜 한밤중에 했을까?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 연설은 출범 후 파격적 정책으로 미국 안팎을 혼돈으로 몰아넣고 있는 그의 국정 방향을 예측해 볼 수 있는 자리로 주목받았다. 
이날 연설에는 미 대통령의 연설 때마다 되풀이되는 장면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장면도 있었다. 
관련한 궁금증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왜 늦은 밤에 하나

미 대통령 연설은 워싱턴 DC 등이 있는 동부 시각 오후 9시로 고정돼 있다. 
한국에서 국가 정상 주요 일정이 통상 해 지기 전에 마무리되는 것과 비교하면 낯설다. 
오후 9시를 연설 시작 시각으로 잡은 것은 1963~1969년 재임한 린든 존슨 대통령 때였다. 
되도록 많은 미국인에게 대통령의 국정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도시의 직장인들이 귀가해 저녁을 먹은 뒤 TV를 보는 황금 시간대로 연설 시각을 잡은 것이다. 
대통령 연설은 이전부터 TV로 생중계했지만 낮에 해 국민 주목도가 떨어졌다. 
동부에서는 취침하기에 얼마 남지 않은 시각이지만, 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시애틀 등 대도시가 있는 서부에서는 초저녁이라는 점도 고려해 연설 시각은 오후 9시로 유지되고 있다.

 

 


<1947년 처음으로 텔레비전에 중계된 해리 트루먼 당시 미국 대통령의 새해 국정연설>



연단에 보이는 은색 장식물은

이날 연설 때는 관례에 따라 상원 의장을 겸하는 J D 밴스 부통령과 마이크 존슨 하원 의장이 뒤에 나란히 앉았다. 존슨 의장 단상 위에 놓인 반짝이는 장식물은 은으로 만든 잉크병 거치대다. 
한 뼘쯤 되는 크기로 교체용 크리스털 잉크병 3개가 꼭 맞게 들어간다. 
이 잉크병은 1810년대 등장해 20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원 의장이 최소 44명 의회를 거쳐가는 모습을 지켜본 역사의 산증인인 셈이다.


더 이상 의회에서 잉크펜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병은 깨끗하게 비어 있고, 본래 용도가 없어진 뒤에도 의회의 역사와 권위를 보여주는 상징물 구실을 한다. 
거치대의 다리 부분에는 뱀이 나뭇가지 다발을 휘감고 있는 로마 시대 집정관 상징인 ‘파스케스’가 조각돼 있고, 정중앙에는 미국의 상징인 흰머리수리 문양이 새겨져 있다.


연설 공식 명칭은 늘 같은가

세계의 주목을 받는 미국 대통령의 의회 연설은 보통 ‘국정 연설(State of the Union address)’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트럼프의 이날 연설 명칭은 ‘상·하원 합동 연설(Address to Congress)’이었다. 
대통령 임기 만 1년이 지난 후에 하는 연설부터 ‘국정 연설’이라는 명칭을 쓰기 때문이다. 
이는 헌법상 국정 연설의 취지를 살리고, 국가적 상황에 대한 책임 소재를 묻는 과정에서 생긴 관습이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국가 상황 정보를 의회에 제공하는 것이 국정 연설의 취지다. 
‘돌아볼 한 해’가 없는 상황에서 하는 연설은 헌법상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봐 ‘국정 연설’로 간주하지 않는 것이다. 
다만 연임에 성공해 두 번째 임기 첫해에 하는 연설도 ‘국정 연설’로 친다.(250306)

 

 


<2022년 3월 1일 조 바이든(가운데) 전 미국 대통령의 새해 국정연설 모습. 
카멀라 해리스(왼쪽) 당시 부통령 옆에 앉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단상에 은제 잉크 거치대가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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