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국내 최대 병원인 서울아산병원에서 집단 사직한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5명 중 3명은 현재 ‘마취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우리나라 최고 병원에서 중환자를 보고 학생을 가르치던 교수가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며 마취를 하는 ‘개인 사업자 의사’로 변신한 셈이다.
의료계 은어로 이들을 ‘보따리상’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대학 병원의 마취과는 필수 진료과다.
마취과 의사가 없으면 암·소아 환자 같은 중환자 수술을 못 한다.
전신 마취 중 환자의 바이털 사인(호흡·맥박 등)을 관리하고, 환자가 무사히 마취에서 깨어날 수 있도록 하는 고도의 전문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필수 진료과 의사의 ‘고통’도 똑같이 겪는다.
의료계 인사들은 “전신 마취 수가(건보공단이 병원에 주는 돈)는 원가에도 못 미치고, 마취과 의사는 잦은 당직과 의료 소송에 휘말린다”고 했다.
바깥 상황은 정반대다. 숙련된 대학 병원 마취과 교수가 워라밸을 챙기면서 돈은 2~3배 벌 수 있는 길이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프리랜서’다. 한 전문 병원장은 “전에는 외부 마취과 의사에게 하루 150만원 정도를 지급했는데, 이젠 수요가 더 많아져 하루 250만~300만원을 줘야 한다”며 “그래도 사람이 없다”고 했다.
부산의 한 대학 병원 교수는 “외부 마취과 의사가 야간 수술까지 참여하면 하루 500만원 정도를 받는다”며 “한 달에 나흘만 일하면 나머지는 쉴 수 있는 셈”이라고 했다.
마취통증의학과로 개원을 해도 전망이 좋다.
비급여인 도수 치료와 체외 충격파(통증 완화 시술), 통증 주사 등을 통해 당직·소송의 피로 없이 고소득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2022년 기준 마취통증의학과 개원의의 평균 소득은 3억9100만원으로 안과, 정형외과 등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수도권의 한 마취과 의사는 “중환자 없는 중형 병원에 취업을 하면 소송 부담 없이 월급은 대학 병원 때보다 두 배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형 병원은 극심한 마취과 의사난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이런 현상은 작년 2월 시작된 의정 갈등 이후 더 심해졌다.
기존엔 마취과 전공의들도 수술실에 들어갔고, 교수는 본인이 맡은 수술 환자가 안정되면 제자들의 수술실을 돌며 감독을 했다.
그런데 의정 갈등으로 마취과 전공의들이 대학 병원을 떠났고, 그 여파로 피로가 누적된 교수들도 덩달아 사직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한 대형 병원 교수는 “수술을 해야 하는데 마취과 의사가 없을 때가 많아 큰 병원들도 외부에서 프리랜서를 불러 수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전담 마취과가 있는 한 국립대 병원도 최근 ‘프리랜서’를 불러 수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의료계 인사들은 “경기도 북부와 부산의 한 대학병원에도 ‘마취과 프리랜서’를 종종 부른다”고 했다.(25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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