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우의 쉬운 사진] (61) 사진 합성하기

 

입력 : 2013.09.12

사진 한 장에 '그녀'가 다섯 명… 어떻게 된 일이지?

신문 사진을 찍는 입장에선 금기(禁忌)에 가까운 게 하나 있다. 바로 합성이다.

보도 사진이라면 사진에 포토샵을 하거나 합성을 한다는 건 사실 있을 수 없는 일.

사과 색깔을 더 먹음직스럽게 보이도록 빨갛게 바꾼다거나 벽에 그려진 낙서가 지저분하다고 포토샵으로 쓱쓱 지우는 것도 보도 사진에선 안 될 말이다.



포토샵이 발달하면서 합성은 점점 손쉬워졌다. 요즘 웬만한 잡지 사진에서 합성과 보정(補正) 사진이 아닌 걸 보는 게 더 힘들 지경이다.

그렇다 해도 보도 매체에선 합성 사진을 함부로 쓸 순 없는 노릇이다.



원래 '하지 말라'는 것일수록 더 해보고 싶은 법. 한 번쯤은 합성 사진으로 재기 발랄한 장난을 쳐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기회가 쉽게 오진 않았지만. 그러다 몇년 전 조선일보 주말매거진 섹션에서 '요즘 나 홀로 있는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데,

이들이 노는 모습을 기사로 쓰고 싶다.

그 풍경을 사진으로 표현해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글 쓰는 후배는 이 '나 홀로 족'을 '글루미족'이라고 표현했다.

혼자 있을 때 느끼는 외로움과 약간의 우울을 오히려 즐기는 사람이란 뜻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아, 이걸 합성 사진으로 표현해보면 재미있겠다!'란 생각을 했다.


	렌즈 27㎜, 조리개 f/11, 셔터스피드 1/125, ISO400, 삼각대 사용(삼각대로 화면고정 후 서로 다른 5장면 촬영하여 합성).
렌즈 27㎜, 조리개 f/11, 셔터스피드 1/125, ISO400, 삼각대 사용(삼각대로 화면고정 후 서로 다른 5장면 촬영하여 합성).

 

남산도서관 계단(113계단)에서 삼각대에 카메라를 올려 구도를 잡은 후 한 명의 모델이 카메라프레임 안에서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면서 노는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그중에서 다섯 장을 골라 합쳐봤다. 이 사진을 섹션 1면에 실었다. 합성 사진을 이렇게 신문에 대놓고 쓴 건 아마도 내가 처음이 아닐까 싶다.

반응은 뜻밖에도 무척 좋았다.

'재미있는 사진'이란 말도 많이 들었다. 연인이나 친구들과의 기념 촬영에 합성 사진을 시도해봐도 재미있고 색다른 추억이 될 것 같다.



어떤 주제를 표현하는 데 적합하다면 그게 사실을 왜곡하는 게 아니라면 때론 합성 사진을 시도해보면 어떨까. 주제를 좀 더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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