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우의 쉬운 사진] (41) 억새 예쁘게 찍는 법

 

해 질 무렵, 바람과 햇살을 함께 담아라

렌즈 135㎜, 셔터스피드 1/1250sec, 조리개 f/5.6, ISO 200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사람에게 10월은 '억새의 계절'로 통한다. 산과 들에서 자라는 억새의 매력은 9~10월이 절정이다.

9월쯤부터 줄기 끝에 꽃이 달리기 시작한다. 작은 이삭도 촘촘해진다. 보송보송한 잔털도 풍성해진다.



이런 억새가 빛을 받아 일렁이는 모습을 두고 시인 오세영은 '흐르는 것이 어이 강물뿐이랴.

계곡의 굽이치는 억새꽃밭 보노라면 꽃들도 강물임을 이제 알겠다'고 썼다.

카메라를 손에 쥐고 떠나지 않을 수 없는 계절이 온 것이다.



억새가 은빛으로 빛나며 일렁이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억새만 찍은 사진은 어쩐지 촌스러울 때가 많다.

마치 일출 사진을 해돋이에만 초점을 맞춰 찍다 보면 달력 사진 이상을 벗어나기 쉽지 않듯이 말이다.

억새는 그럼 어떻게 찍을까. "바람과 햇살을 함께 담아내라"고 조언하고 싶다.



억새의 은빛 일렁임은 바람과 햇빛이 더해질 때 완성된다.

억새 잔털에 빛이 투과되거나 억새가 바람에 춤을 추는 모습이 없다면, 억새는 그저 그런 여러해살이 풀에 지나지 않는다.

사진 찍는 사람에게 매력이 있으려면 억새는 홀로 있어선 안 된다.

바람과 만나고 빛 앞에서 얼굴을 환하게 밝힐 때 비로소 근사한 피사체가 된다. 억새는 기왕이면 늦은 오후에 찍을 것을 권한다.

오후 4시 이후 해 질 무렵이면 빛이 대개 비스듬히 누워서 들어온다. 한층 사물의 입체감이 강조되는 시간이다.

이때 억새를 찍으면 억새의 잔털까지 빛이 투과해 한층 억새꽃을 강조한 사진이 된다.



해를 눈앞에 두고 역광으로 찍는 것도 좋다.

역광으로 찍으면 억새만 환하게 빛나고 배경은 어두워져 오로지 억새에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춘 것 같은 사진이 된다.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이때 바람이 더해지면 화룡점정이다.

바람 부는 방향으로 몸을 맡긴 억새들의 율동이 더해져 한층 더 재미있는 사진이 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보태자면 이름난 억새꽃밭은 산 정상 부근에 위치한다. 등산화를 챙겨 가는 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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