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우의 쉬운 사진] (57) 무더운 여름철 사진 찍는 법
입력 : 2013.05.30
- 렌즈 110㎜, 조리개 f/5.6, 셔터스피드 1/400 sec, ISO 400.
미안하지만, 난 이럴 때 무책임한 말을 하고 싶다. '그냥 쉬자'고. '대충 놀면서 찍자'고.
게으른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정말 게을러서 하는 말만은 아니다. 날씨가 더워지면 신문 두께도 점점 얇아지고, 인터넷 클릭 수도 떨어진다고 한다.
집중력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얘기다. 이럴수록 사진은 오래 찍으면 망친다. 찍는 사람도 괴롭지만, 찍히는 사람도 힘들다.
그러다 보면 사진 속 사람들의 표정이 좋을 수가 없다. 사진 찍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진도 재미없게 찍히는 것이다.
결국 해법은 '놀면서 찍는 것'이다. 실제로 내가 찍은 여름철 사진은 대부분 정말 놀면서 찍은 것이다.
재작년쯤 하와이 트레킹을 떠난 적이 있는데, 이때도 사실 열심히 걷기보단 중간중간 쉬엄쉬엄 놀면서 사진을 찍었다.
계곡에서 발 담그고 물놀이를 즐기다 옆에서 놀던 가족 사진을 찍었는데, 함께 오랫동안 웃으며 얘기하고 놀다가 찍어서인지 표정들이 참 밝고 흥겹다.
열심히 일하겠다는 마음으로 꾸역꾸역 걷다가 툭 찍었다면 결코 얻을 수 없는 즐거운 표정이다.
한낮 뙤약볕 아래에서 사진 찍는 것도 가급적이면 피했으면 한다.
이런 때는 워낙 덥고 눈이 부셔서 찍히는 사람이 힘들어하다 보니 표정이 잘 안 나오는 건 둘째치고, 직사광선이 워낙 강한 때라 그림자도 강하게 져서
사진이 꽤 거칠게 나오기 때문이다.
인물 사진을 찍고 싶다면 정오~오후 2시 무렵은 특히 피하는 게 좋다. 얼굴 사진이 너무 강하게 나와 본래 생김새 속에 숨어 있는 매력을 못 살릴 수 있다.
이른 아침 또는 늦은 오후에 찍는 게 좋다. 끈적끈적한 한낮보단 기분이 좋을 때다.
사람들 얼굴에도 그런 시간적 특성이 반영될 테니, 결과물도 좀 더 나을 것이다.
옷차림에 좀 신경 쓸 필요도 있다. 놀면서 찍으려면, 정말 노는 사람처럼 옷을 입는 게 더 낫기 때문이다.
혼자 당장 서류 가방 들고 출근하는 사람처럼 입고 있으면, 여름을 즐기는 사람들 속에 자연스럽게 섞일 리 만무하다. 사진도 놀면서 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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