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우의 쉬운 사진] (56) 접사 렌즈 이용한 촬영법
입력 : 2013.05.16
꽃에 바짝 다가가라, 낯선 속살 보일테니
- 렌즈 니콘 90㎜ micro, 조리개 f/11, 셔터스피드 1.6 sec, ISO 100 삼각대 사용. / 사진가 유재력
꽃과 나무를 좋아하는 어머니가 싱싱한 봄 식물로 집안을 채워놓은 것을 보더니, 사진기자 선배이자 광고 사진가였던 아버지는 "내가 오늘은 조금 다른 선물을 해주고 싶다"고 하셨단다.
그러고 나서 혼자 카메라를 들고 왔다 갔다 하더니, 그렇게 사진 몇 장을 완성했다.
사진을 펼쳐놓고 잠시 말을 잃었다. 기대 이상이었다. 하지만 남자끼리, 부자(父子) 사이에 칭찬을 길게 늘어놓는 건 어색했다.
"아버지, 이거 좋네요." 아버지는 내 짧은 칭찬에 싱긋 웃더니 한마디를 툭 던졌다. "원래 가장 사실적인 그림이 가장 초현실적인 법이다."
아버지 말대로 이 사진이 낯설면서도 아름다운 건 지극히 사실적으로 접근하려고 애썼기 때문이다. 어떤 연출도 어떤 트릭도 없다.
그저 바짝 카메라를 갖다 댔고, 피사체의 본질, 그 속살을 찍기 위해 숨을 참아가며 셔터를 누른 흔적만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그 어떤 연출 사진보다 색다르게 읽힌다. 본질이란 본래 이토록 낯선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애써 돌아보지 않을 뿐.
아버지에게 물었다. "어떻게 찍으셨어요?" 아버지는 역시 짧게 대답했다. "접사 렌즈를 썼지. 접사 필터나 접사 링을 쓸 수도 있다."
아버지가 말하는 접사 렌즈란 매크로 렌즈(Macro·니콘에선 마이크로 렌즈라고 부름)를 말한다. 보통 렌즈의 최단 거리는 1m 내외다.
접사 렌즈는 30㎝ 안팎이다. 일반 렌즈로도 접사 기능을 약간 구현할 순 있지만, 제대로 바짝 들어가서 찍고 싶다면 접사 렌즈를 쓰는 게 낫다.
이 밖에 접사 필터를 끼우거나 카메라 몸체와 렌즈 사이에 접사 링을 끼워 찍을 수도 있다.
이도 저도 다 없을 때도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일반(표준) 렌즈를 뒤집어 카메라 몸체에 바짝 갖다 대면 제법 훌륭한 접사 렌즈가 된다.
임기응변으로 접사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솔직히 이런 설명이 뭐가 필요한가 싶다.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전혀 다른 꽃을 사진 몇 장으로 선물했다.
그건 렌즈 덕도, 렌즈 필터 덕도 아니었다. 아버지는 알았던 거다. 눈앞에 뻔히 보이는 꽃과 나무도 전혀 다르게 찍을 수 있음을.
문득 나도 이런 선물을 하고 싶다, 그런 생각을 했다.
'유창우의 쉬운 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58)자세히, 오래 들여다봐라… 작은 풀도 풍성해 보일 테니 (0) | 2013.06.22 |
---|---|
(57) 무더운 여름철 사진 찍는 법 (0) | 2013.05.30 |
(55) 풍경 사진의 셔터 타임 (0) | 2013.05.02 |
(54) 바람을 활용한 야외 촬영법 (0) | 2013.04.20 |
(53) 캠핑 사진 촬영법 (0) | 2013.04.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