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우의 쉬운 사진] (36) 휴가철 가족사진

  • 영상미디어 기자

               입력 : 2012.07.26 04:00

렌즈 23㎜₩셔터스피드 1/200 sec₩조리개 f/3.5₩감도 ISO 800.
최근 아버지가 환하게 웃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기회가 있었다. 다시 들여다봐도 나로선 참 맘에 드는 사진이었다.

사실 그동안 아버지 사진을 찍을 기회가 별로 없었고, 찍는다 해도 표정이 그리 자연스럽지 않아 맘에 안 들 때가 잦았다.

'어쩌다 모처럼 이렇게 맘에 드는 사진을 찍게 됐나' 돌아봤다. 그 답은 이제 막 돌을 넘긴 우리 집 녀석에게 있었다.

손자 녀석이 돌아다니면서 손뼉을 치고 "까꿍!"을 외치는 모습에 아버지가 그 어느 때보다 환하게 웃었고, 난 바로 옆에서 그 모습을 찍은 덕에 좋은 사진을 얻은 것이다.

다시 말해, 그 사진은 내가 잘 찍어서 얻었다기보단, 녀석이 도와줘서 건져낸 '결정적 한 컷'이었던 셈이다.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사진 찍기 좋아하는 사람에겐 '자신의 역량보다도 좋은 사진을 건질 수 있는 시기'란 말도 해주고 싶다.

모처럼 함께 가족과 달콤한 휴가를 누리면서 사진을 찍다 보면, 나 혼자만 셔터를 눌러서 만드는 장면이 아닌, 가족의 도움으로 빚어낸 사진을 건져낼 수 있다는 얘기다.

휴가야말로 '협업'이 가능한, '2인 1조로 사진을 찍는 것'이 유리한, 여럿이 함께 힘을 합쳐 사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최상의 시기라는 얘기다.

사실 카메라 조작을 제대로 하기도 벅찬 아마추어 사진가가 익살까지 떨면서 사진 찍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럴 때 옆에 가족이나 친구가 있으면 큰 도움이 된다. 할머니나 할아버지를 찍을 땐 손주를 동원하면 좋다.

어린아이들이 재롱을 떠는 모습만 앞에서 보여줘도 표정이 달라진다. 아내나 남편을 서로 찍어줄 때도 마찬가지다.

다른 가족들이 옆에서 함께 말을 걸어주고 웃겨주면 틀에 박힌 사진을 벗어나 부드럽고 편한 사진을 건질 수 있다.

반대로 아이를 찍을 때라면? 이때도 역시 엄마나 아빠가 옆에서 도와주면 한결 편하다.

아이들은 카메라만 들이대면 잘 웃지 않거나 표정이 굳어질 때가 잦은데, 이때 다른 가족이 재미있는 소리를 내거나 아이가 좋아하는 동작을 보여주면 긴장이 살짝 풀어진다.

아기가 비눗방울을 보며 감탄하는 이 사진도 그렇게 가족과 함께 휴가철에 찍은 것이다.

잘 웃다가도 카메라 앞에선 무표정해지는 녀석을 위해 식구들은 비눗방울 놀이도구를 꺼냈다.

'후' 불 때마다 하나 둘 공중으로 두둥실 떠오르는 비눗방울을 보면서 녀석은 "히야!" 하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깔깔 웃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셔터를 눌렀다.

휴가철 사진이 좋은 이유도 결국 이 때문 아닐까 싶다. 혼자 찍은 게 아닌, '함께' 찍은 사진이니까.

나중에 꺼내 봤을 때 뭉클하고 아련한 것도 결국은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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