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우의 쉬운 사진] (36) 휴가철 가족사진

  • 영상미디어 기자

               입력 : 2012.07.26 04:00

렌즈 23㎜₩셔터스피드 1/200 sec₩조리개 f/3.5₩감도 ISO 800.
최근 아버지가 환하게 웃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기회가 있었다. 다시 들여다봐도 나로선 참 맘에 드는 사진이었다.

사실 그동안 아버지 사진을 찍을 기회가 별로 없었고, 찍는다 해도 표정이 그리 자연스럽지 않아 맘에 안 들 때가 잦았다.

'어쩌다 모처럼 이렇게 맘에 드는 사진을 찍게 됐나' 돌아봤다. 그 답은 이제 막 돌을 넘긴 우리 집 녀석에게 있었다.

손자 녀석이 돌아다니면서 손뼉을 치고 "까꿍!"을 외치는 모습에 아버지가 그 어느 때보다 환하게 웃었고, 난 바로 옆에서 그 모습을 찍은 덕에 좋은 사진을 얻은 것이다.

다시 말해, 그 사진은 내가 잘 찍어서 얻었다기보단, 녀석이 도와줘서 건져낸 '결정적 한 컷'이었던 셈이다.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사진 찍기 좋아하는 사람에겐 '자신의 역량보다도 좋은 사진을 건질 수 있는 시기'란 말도 해주고 싶다.

모처럼 함께 가족과 달콤한 휴가를 누리면서 사진을 찍다 보면, 나 혼자만 셔터를 눌러서 만드는 장면이 아닌, 가족의 도움으로 빚어낸 사진을 건져낼 수 있다는 얘기다.

휴가야말로 '협업'이 가능한, '2인 1조로 사진을 찍는 것'이 유리한, 여럿이 함께 힘을 합쳐 사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최상의 시기라는 얘기다.

사실 카메라 조작을 제대로 하기도 벅찬 아마추어 사진가가 익살까지 떨면서 사진 찍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럴 때 옆에 가족이나 친구가 있으면 큰 도움이 된다. 할머니나 할아버지를 찍을 땐 손주를 동원하면 좋다.

어린아이들이 재롱을 떠는 모습만 앞에서 보여줘도 표정이 달라진다. 아내나 남편을 서로 찍어줄 때도 마찬가지다.

다른 가족들이 옆에서 함께 말을 걸어주고 웃겨주면 틀에 박힌 사진을 벗어나 부드럽고 편한 사진을 건질 수 있다.

반대로 아이를 찍을 때라면? 이때도 역시 엄마나 아빠가 옆에서 도와주면 한결 편하다.

아이들은 카메라만 들이대면 잘 웃지 않거나 표정이 굳어질 때가 잦은데, 이때 다른 가족이 재미있는 소리를 내거나 아이가 좋아하는 동작을 보여주면 긴장이 살짝 풀어진다.

아기가 비눗방울을 보며 감탄하는 이 사진도 그렇게 가족과 함께 휴가철에 찍은 것이다.

잘 웃다가도 카메라 앞에선 무표정해지는 녀석을 위해 식구들은 비눗방울 놀이도구를 꺼냈다.

'후' 불 때마다 하나 둘 공중으로 두둥실 떠오르는 비눗방울을 보면서 녀석은 "히야!" 하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깔깔 웃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셔터를 눌렀다.

휴가철 사진이 좋은 이유도 결국 이 때문 아닐까 싶다. 혼자 찍은 게 아닌, '함께' 찍은 사진이니까.

나중에 꺼내 봤을 때 뭉클하고 아련한 것도 결국은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유창우의 쉬운 사진] (35) 장마철 빗속에선 이렇게 찍어라

  • 유창우 영상미디어 기자

 

입력 : 2012.07.12

흠뻑 젖은 도시 야경 속 '환상의 공간' 숨어있었네

렌즈 23mm·셔터스피드 1/125 sec·조리개 f/5.6·감도 ISO 800.
비가 쏟아지는 계절, 장마철이다. 제아무리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이라도 장마철엔 주춤하기 마련이다.

카메라를 망가뜨리기도 쉽고, 사진이 잘 나오지 않을 확률도 높기 때문이다.

빗방울이 온몸을 공격하는 것을 감내해야 하는 '우중(雨中) 촬영'은 어느 정도 준비가 필요하다.

촬영이 여러모로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만큼 남들이 잘 찍지 않는 장면을 얻을 기회이기도 하니, 사진에 욕심이 있다면 한 번쯤 용기를 내봐도 좋겠다.

가장 중요한 건 디지털 카메라가 물에 젖지 않도록 방수 대책부터 마련하는 것이다.

보슬비처럼 빗방울이 가늘게 떨어질 땐 입은 옷으로 감싸거나 우산으로 비를 막을 수 있겠지만, 장마철 세찬 빗줄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방수 카메라 가방, 방수 커버, 방수 팩, 우비, 커다란 수건, 제습제, 삼각대 우산 정도는 챙기는 게 좋다.

일단 카메라·렌즈·건전지·메모리 카드·충전기 등은 방수 카메라 가방에 잘 넣어 비를 맞지 않게 해야 한다.

장시간 비를 맞으면 아무리 방수가 잘되는 카메라 가방도 100% 습기를 막아주진 못한다. 이럴 때 필요한 게 제습제다.

장비를 제습제와 함께 방수 팩에 넣고, 다시 방수 카메라 가방에 넣어 이중으로 습기를 차단하자.

카메라를 꺼내 촬영할 땐 카메라에 방수 커버를 입히고 사진을 찍는 것도 방법이다. 이때 카메라에 빗물이 어느 정도는 묻을 수밖에 없다.

미리 준비한 커다란 수건으로 빗물을 중간 중간 닦아주며 촬영하면 한결 낫다.

비 오는 날은 대개 어둡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초점이 잘 맞지 않거나 흔들리기 쉽다. 적절한 노출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일단 카메라 감도(ISO)를 800 또는 1600까지 올려서 셔터 스피드를 확보하자.

요즘엔 디지털 카메라가 워낙 성능이 좋아서 감도를 크게 높여도 사진 질이 나쁘지 않다.

또 될 수 있는 한 사진에서 하늘은 뺄 것을 권한다. 비 오는 날엔 하늘이 대부분 하얗게만 나온다.

하늘을 사진에 담으면, 하늘을 제외한 부분은 너무 어둡게만 나와 이상한 사진이 된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힘들더라도 야경(夜景) 사진에 한 번쯤 도전할 것을 권한다. 비가 쏟아지면 거리가 온통 젖는다.

도심의 불빛이 빗물에 젖은 거리와 건물에까지 온통 반사돼 한층 더 환상적인 분위기를 빚어낸다.

노출을 확보하는 것도, 흔들리지 않는 사진을 찍는 것도 쉽진 않겠지만, 그만큼 더 아름다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비가 쏟아지는 밤, 삼각대와 우의를 챙겨서 카메라를 들고 나가보자. 그 어느 때보다 만족스러운 사진을 얻게 될지 모른다.

'유창우의 쉬운 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37) 여행 속 음식사진  (0) 2012.08.16
(36) 휴가철 가족사진  (0) 2012.07.26
(34) 반영 이미지 찍기  (0) 2012.06.20
(33) 골목길 사진 잘 찍으려면  (0) 2012.06.02
(32) 창가에서 명품사진 찍기  (0) 2012.05.21

 

 

 

[유창우의 쉬운 사진] (34) 반영 이미지 찍기

 

안경·유리창·수면에 비친 풍경… 플래시 끄고 초점은 수동으로

아내의 사진첩엔 이 친구가 출장길에서 찍어온 사진이 제법 많다. 어느 날 그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찍었다는 사진이었다. 눈동자가 새까맣고 동그란 아기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귀엽네! '하고 넘기려다 자세히 보니 그 아기 눈동자 위에 아내 얼굴이 비친 게 보였다.

아내가 아기를 보면서 헤죽헤죽 웃으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바로 그 장면이 아기의 새까만 눈동자에 비친 것이다.

"이거 알고 찍었어?" 아내는 사진을 열심히 들여다보더니 "이런 것까지 찍힌 줄은 미처 몰랐다"고 했다.

난 '이거야말로 반영의 마법이네…'라고 속으로 중얼거리곤 씩 웃었다.

사진 한 장에 담을 수 있는 이야기의 양(量)이란 대개 정해져 있다고들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를 찍을 때 그 아이를 바라보는 내 표정까지 같이 찍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수영장 의자에 누워 있는 사람의 모습을 찍는 건 어렵지 않지만, 그 사람 눈에 수영장 풍경이 어떻게 보이느냐까지 묘사하는 건 역시 쉽지 않다.

'반영(反映)'은 바로 이런 순간에 아주 요긴하게 쓰이는 마법이다.

유리창이나 수면(水面)처럼 매끄러운 표면 위에 빛이 반사돼 사물이 비치는 '반영'을 잘 활용하면 순식간의 사진 속 공간이 확장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거울 하나만 잘 활용해도 건물 안과 밖을 동시에 찍을 수 있고, 사진을 찍는 내 모습과 내가 찍는 풍경을 한꺼번에 담을 수 있다.

난 그래서 이런 반영 기법을 두고 '액자 끼워넣기'라고도 부른다.

렌즈(110mm)· 셔터스피드(1/125 sec)· 조리개(f/8)· 감도(ISO 200).

 

여름 한낮 호수 위에 떠 있는 배 한 척을 찍었다고 치자. 사각 프레임 안에 넣을 수 있는 풍경이란 어느 정도 제한돼 있다.

하지만 그 호수 위로 여름 숲의 모습이 또렷하게 비친다면, 그리고 그 물 위의 반영된 풍경까지 함께 찍는다면, 우리는 네모난 사진 한 장 안에 담아낼 수 있는 풍경을 벗어난, 다른 장면까지 함께 찍을 수 있게 된다.

수영장 의자에 누워 있는 사람을 찍을 때, 그 사람이 쓴 선글라스에 비치는 모습을 함께 담는다면 이 역시 또 다른 액자 끼워넣기가 될 수 있다.

만약 그가 쓴 선글라스 위로 사람들이 유유히 헤엄을 치며 노는 활기찬 수영장의 모습이 비친다면, 의자에 누워 있는 한 사람의 모습을 찍는 것을 벗어나 그가 바라보는 여름 풍경까지 사진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먹는 걸 좋아하는 친구를 찍을 때 그 친구가 그저 열심히 밥 먹는 모습을 찍는 것보단, 그 친구 안경에 어른어른 비치는 피자 한 판을 찍는 게 더 재미있을 수도 있다.

반영 사진을 찍을 때 플래시는 켜지 않을 것을 권한다. 플래시를 터트리면 오히려 그 빛 때문에 표면에 비친 반영 이미지가 사라진다.

또 되도록 자동 초점 모드(오토 포커스·AF)를 쓰지 않을 것을 권한다.

반영 이미지라는 게 대부분 정확하고 또렷한 상(像)이 아니기 때문에 자동 초점 모드가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

 

 

 

 

 

 

 

[유창우의 쉬운 사진] (33) 골목길 사진 잘 찍으려면

 

2012.05.31

좁은 길은 '명당'… 사람 냄새를 찾아가 볼 것

렌즈 35㎜·셔터스피드 1/160 sec·조리개 f/5.6·감도 ISO 400

 

담벼락 앞에 빨래집게를 엮어 왕관처럼 머리에 쓴 남자 아이가 서 있다. 수줍게 해죽 웃는 입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랑스러운 표정이다.

어떤 장난꾸러기들은 당시 유행하던 코미디 프로그램 '쓰리랑 부부' 흉내를 내듯 다 같이 눈썹에 새까만 검정 테이프를 일자로 붙이고 좁은 길에

우르르 모였다.

녀석들이 끌어안은 강아지 눈썹에도 검정 테이프가 일자로 붙어 있다.



사진가 고(故) 김기찬(1938~2005)은 살아생전 30여년에 걸쳐 우리나라 골목 안 풍경을 사진으로 담았다.

그가 찍은 사진을 보다 보면 설명하기 어려운 그리움이 '울컥' 목까지 올라온다. 골목 풍경은 곧 내가 자라온 시대의 풍경이기도 하다.

사실 골목처럼 이야깃거리가 풍부한 장소도 없다. 또 골목처럼 사진적으로 완벽한 구도를 갖춘 공간도 찾기 쉽지 않다.

이래저래 골목은 사진 찍는 사람이라면 놓쳐서는 안 될 또 하나의 '명당'이다.



좁고 구불구불한 길. 사실 이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그림이 된다. 사진의 구도는 본디 열린 넓은 공간보단 닫힌 좁은 공간에서 완성되니 말이다.

골목엔 그러나 길만 있는 게 아니다. 골목엔 사람이 있다. 그 골목에 들어선 집. 그 집에 사는 사람들. 그들이 얽히고설켜 이야깃거리를 만든다.

사람 냄새를 풍긴다. 골목은 그래서 언제나 무궁무진한 사진 거리를 제공한다. 강아지를 쫓아다니는 아이. 빨래를 탁탁 터는 여자.

내다 버리려고 쌓아둔 고물 가구와 책 등등….



난 그래서 무작정 사진을 찍고 싶을 땐 대개 가까운 골목길을 헤매는 것부터 택한다.

언젠가 서울 종로 피맛골 골목에서 찍은 이 냉장고 사진도 그렇게 얻었다. 피맛골이 사라지기 직전, 이미 가게들은 하나 둘 문을 닫았다.

골목은 이미 절반쯤 허물어져 한창 공사 중이었다. 공사 가림막 아래 누군가가 내다 버린 고물 냉장고. 멀리 보이는 빌딩.

냉장고와 빌딩은 같은 곳을 바라보며 서 있지만, 두 피사체의 운명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골목을 뒤지다 보면 때때로 이렇게 뜻밖의 풍경과 마주한다.

시간을 조금 허비해도 아까워하지 않을 마음의 여유만 넉넉히 챙긴다면 누구나 좋은 사진을 한 장쯤 건질 수 있다.

한 가지 더. 사진에 좀 더 욕심을 내는 사람이라면, 같은 골목이라도 여러 번 가볼 것을 권한다. 골목 사람들과 얼굴을 미리 익힐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들의 모습을 찍을 때 갑자기 낯선 사람처럼 나타나 '펑' 하고 찍는 것보단, 이미 안면을 튼 또 하나의 이웃으로 다가가 사진을 찍는 게 더

자연스러울 테니 말이다.



예전엔 골목이 무척 흔했지만, 이젠 하나 둘 사라져 점점 주변에서도 찾기가 쉽지 않다. 더 사라지기 전에 한 장이라도 더 찍어서 남겨두면 어떨까.

시간이 흘러도, 기록은 남는다. 우리가 떠나가도, 우리가 살았던 흔적은 그렇게 사각 프레임에 아련하게 새겨진다.

 

 

[유창우의 쉬운 사진] (32) 창가에서 명품사진 찍기

 

입력 : 2012.05.17

 

구름이 하늘을 살짝 덮고 햇볕이 유리창을 비추면… 피사체는 입체를 입는다

렌즈 85㎜·셔터스피드 1/125 sec·조리개 f/2·감도 ISO 100.

 

예전부터 예술가들은 유난히 창가에 집착했다. 네덜란드 화가 베르메르(Vermeer·1632~1675)는 창가에 숱하게 여인을 세워놓고 그림을 그렸다.

'우유 따르는 여인'이 대표적 작품이다. 창문에서 부드럽게 꺾여 들어오는 빛은 여인의 옷소매를 적시고 볼과 어깨와 치맛자락으로 흘러내린다.

그 보드랍고 달콤한 빛이 아니었다면 이 그림은 완성될 수 없었을 것이다.



독일 낭만주의 풍경화 작가인 프리드리히(Friedrich·1774~1840)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그린 '창가의 여인'이란 그림은 여인의 뒷모습을 빛과 그림자로 표현해낸다.

똑같은 뒷모습이라도 창가에 세워놓고 그린 덕에, 여인의 뒷모습은 뭉근한 공기의 질감 속에 둘러싸여 더욱 그윽해 보인다.

이들은 어쩌면 본능적으로 알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빛이라도 다 같은 빛은 아니라는 걸. 창문을 통해 흘러드는 부드러운 빛이야말로 똑같은 사물도 한층 극적으로 보이게 하는 '마법의 빛'이라는 걸.



사진을 찍을 때도 마찬가지다. 창문은 사진가의 명당이다. 왜 창문일까. 창문은 사방에 흩어져 있는 빛을 한곳으로 모아 다시 퍼지게 하는 역할을 한다.

사진이나 그림은 2차원의 평면에 불과하지만, 그 평면에 입체감을 더해주는 것이 바로 그림자와 양질의 빛이다.

창가를 통해 부드럽게 흐르는 양질의 빛이야말로 사진을 아름답게 만드는 '비밀의 무기'가 되는 이유다.

난 그래서 "사람이건 꽃이건, 창문에 세워놓는 게 최고"라고 말하곤 한다.



창가에서 사진을 찍을 때 실내등은 끄는 게 좋다.

실내등을 켜놓으면 창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고유한 입체감과 볼륨감이 실내조명 빛에 묻혀 사진이 밋밋하게 나올 가능성이 커진다.

또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이라고 무조건 다 좋은 건 아니다. 가령 직사광선이 창문으로 들어올 땐 사진 찍는 걸 피하자.

구름이 하늘을 살짝 덮어, 햇살이 부드럽고 포근해졌을 때가 사진 찍기엔 더 좋을 때다.



찍기 전에 빛의 느낌을 미리 가늠해 보는 것도 좋겠다.

가장 쉽고 간편한 방법은 사진을 찍고 싶은 피사체가 서 있으면 좋을 바로 그 장소에, 주먹을 살짝 쥐고 다가가 창가로 쏟아지는 빛이 주먹 위로

어떻게 떨어지는가를 지켜보는 것이다.

육안으로 봤을 때 주먹 위로 떨어지는 빛이 부드럽고 온화하다면 더 망설일 것 없이 사진을 찍어보자.

늘 보던 여자친구도, 매일 키우는 화초도, 그 빛 속에선 한층 더 아름다워진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심호흡을 하는 것도 잊지 말자. 프레임 속 그 피사체가 예쁜 나머지 가슴이 떨릴 수도 있을 테니까.

 

 

 

[유창우의 쉬운 사진] (31) 돌·백일 사진 특별하게 찍기

 

웃는 얼굴 집착 버리고 우는 모습 담아보세요

렌즈 140㎜·셔터스피드 1/500 sec·조리개 f/4·감도 ISO 400.

"아기 백일 사진을 직접 찍어보려고 하는데, 어떤 것부터 준비해야 할까?"

백일·돌잔치를 간소하게 치르는 게 최근 추세인가 보다.

부모가 아기 백일·돌 사진을 직접 찍는 건 힘들지만 장점도 많다. 무엇보다 틀에 박히지 않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업체에서 찍는 사진은 대개 배경과 포즈가 정해져 있는데, 가족끼리 편하게 찍는 사진은 아무래도 제약이 적다.

시간을 두고 찍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돈을 주고 찍는 사진은 1~2시간 안에 빨리 원하는 표정과 동작을 뽑아내려고 한다.

하지만 아기가 어른 마음대로 움직여주는 경우는 많지 않다.

"비싼 돈 주고 스튜디오에 갔는데도, 아기가 온종일 울고불고 힘들어서 제대로 된 사진 한 장 못 건졌다"고 푸념하는 경우 여러 번 봤다.

직접 찍을 땐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여유를 갖고 아기를 계속 지켜보며 곁에서 셔터를 눌러주면 된다.

따라서 "어떤 것을 준비하면 좋겠냐"는 질문을 받으면 나는 보통 "뻔한 사진만 찍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일단 맘 편하게 나오면 된다"고 대답한다.

사실 '맘 편하게 나오라'는 말엔 여러 가지 의미가 숨겨져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빨리 찍겠다는 조급증을 버리라'는 것.

그리고 '사진을 건지겠다는 생각만 하지 말고 아기 컨디션을 계속 살펴주라'는 것. 마지막으론 '웃는 사진만 찍겠다'는 강박관념을 버리라는 것이다.

아기는 보통 어른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일단 기분이 좋아야 표정이 밝고 예쁘다. 사진 찍을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아기 기분을 살피는 것이다.

아기가 아프고 피곤하다면 아무리 노력해도 좋은 사진을 찍기 어렵다. 촬영 전날, 또는 그날 아침까지 아기의 몸 상태를 살피자.

아기가 몸이 안 좋다면 굳이 그날 사진 찍을 것을 고집하지 말고 촬영 날짜를 바꾸는 게 낫다.

아기를 잘 아는 사람을 부르는 것도 좋다.

아기와 친한 사람, 아기가 자주 봐 온 사람, 그래서 아기를 낯선 카메라 앞에서 안심시키고 기분을 북돋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상관없다.

이들과 아기를 천천히 놀게 하면 아기의 표정이 다양해진다. 셔터는 그때 눌러주면 된다.

꼭 웃는 모습만 찍을 필요는 없다.

많은 부모가 아기가 울면 사진 찍기 글렀다고 아쉬워하는데, 사실 아기가 우는 모습도 생동감 있는 그날의 모습이다.

울음을 터뜨리기 직전의 표정, 눈물을 뚝뚝 흘릴 때 표정, 울고 나서 머쓱해진 얼굴, 다시 기분이 좋아진 모습까지….

그날 그 순간 아기의 다채로운 표정을 놓치지 말고 담아보자. 비슷비슷한 백일·돌 사진과 전혀 다른 나만의 기념사진을 얻을 수 있다.

 

 

[유창우의 쉬운 사진] (30) 결혼식 사진 이렇게

 

입력 : 2012.04.19

긴장이 풀어지는 그 순간, 찍어라!

우편함에 하나 둘 청첩장이 도착한다. 바야흐로 결혼의 계절.

렌즈 135㎜, 셔터 스피드 1/320 sec, 조리개 f/5.6m, 감도 ISO 800.
결혼식에 갈 땐 카메라를 하나 챙긴다. 나뿐 아니라 결혼식에서 친구들이 신랑 신부의 사진을 찍어주는 경우가 요즘 많다.

결혼식 사진은 그러나 남다르게 찍기가 쉽지 않다. 결혼식 실내가 보통 어두워 사진이 흔들리기 쉬운 데다, 예식이라는 게 대개 전형적이어서 그렇다.

많은 사람 앞에 서야 하는 부담감 때문인지 주인공인 신랑 신부 표정도 굳어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틈새'는 있는 법이다. 결혼식 사진을 찍을 땐 일단 '두 번의 기회'를 노리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먼저 퇴장할 때. 긴장한 상태로 입장해서 주례를 듣고 부모님께 절을 하고 축가까지 듣고 나면 퇴장이다. 굳어 있던 마음이 확 풀리는 시간이다.

퇴장할 때 신랑 신부의 표정은 그래서 변화무쌍하다. 생동감이 넘친다. 환하게 웃는가 하면 서로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한다.

사진은 이때 찍어야 한다. 전문 사진가가 퇴장하는 장면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친구는 이들의 표정을 중심으로 찍어주면 좋겠다.

뒷모습이나 옆모습을 찍는 것도 괜찮다. 대부분 이런 모습은 찍지 않기 때문이다. 내 경우는 퇴장하는 뒷모습을 종종 찍는 편이다.

보통 놓치는 장면인데, 신랑 신부에겐 정작 이런 사진이 더욱 애틋할 수도 있다.

가족·친구들과 기념사진을 찍기 전 준비하는 시간도 중요하다. 준비하는 동안엔 수다도 떨고 웃음도 터뜨린다.

신랑 신부도 뒤를 돌아보며 장난도 치기도 한다. 이때 찍으면 전형적인 결혼사진을 벗어난 자연스러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결혼 사진 찍을 땐 실내가 어두워서 플래시를 터트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미리 한두 번 시험 삼아 찍어보는 것도 좋겠다.

또 신랑 신부의 표정을 세밀하게 포착하고 싶다면 망원렌즈를 준비할 것을 권한다. 사진기를 의식해 얼굴이 굳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유창우의 쉬운 사진] (29) 공연장에서 사진 찍을 때

 

  입력 : 2012.04.05

조명이 터지는 그때 그 순간을 놓치지 마

렌즈 180mm·셔터스피드 1/200 sec·조리개 f/4.0·감도 ISO 800.
날씨가 풀리면서 공연 소식도 많아졌다. 공연장에 가면 다들 손에 카메라 하나쯤 든 걸 보게 된다.

공연장에서 사진은 대체 왜 찍는 걸까? 친구는 내 질문에 어깨를 으쓱했다.

"모처럼 놀러 왔으니 그걸 기념으로 남기고 싶은 거지. 대부분의 사람에겐 그야말로 오랜만에 누리는 즐거운 시간이잖아."

이 말을 듣고 보니 사람들이 공연장에서 찍는 사진이라는 게 대개 세 종류로 나뉘겠다 싶었다.

첫째는 공연장에 찾아온 자신의 모습을 담는 것. 소위 '셀프카메라'로 찍을 수도 있고, 같이 온 친구에게 찍어달라고 할 수도 있겠다.

두 번째는 공연장 분위기와 느낌을 스케치하는 것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를 찍는 건 사실 그리 어렵지 않다.

휴대전화 카메라로도 손쉽게 담을 수 있다. 문제는 세 번째, 내가 좋아하는 무대 위 주인공의 모습을 기록하는 것이다.

공연이라는 게 대부분 어두운 실내에서 이뤄지는 데다 무대와 객석 거리도 꽤 멀다. 무대 위 주인공은 또 끊임없이 움직인다.

좋은 사진을 찍기엔 여러모로 열악한 상황이다.

아쉽게도 이럴 땐 카메라 장비 타령을 하게 된다. '똑딱이 카메라'로 찍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기왕이면 렌즈를 교환하며 찍을 수 있는 카메라를 쓰고, 렌즈는 먼 곳을 찍을 수 있는 망원 렌즈를 준비하는 게 좋겠다.

이런 사진을 찍을 땐 셔터스피드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셔터스피드는 1/250 이상의 빠르기로 설정하고, 감도는 800 정도로 맞춰놓을 것을 권한다.

만약 똑딱이 카메라로 찍는다면 자동셔터모드로 찍지 말고 '셔터우선모드(tv)'로 세팅을 해놓고 줌 기능을 이용해 찍는 게 좋다.

무대 조명을 활용하는 재치도 필수다. 무대 위 '오빠'의 모습을 또렷이 기록하고 싶다면, 조명이 터지는 순간을 잘 봐두었다가 셔터를 눌러야 한다.

어두운 공연장이 갑자기 밝아지면서 스포트라이트 조명이 켜지는 순간을 노리는 것이다.

이때 카메라 셔터를 누르면 아무래도 사진이 상대적으로 잘 나오기 마련이다.

필자 역시 몇 년 전 브릿팝 밴드 '블러'가 내한공연을 했을 때 서울 정동문화체육관 관중석에서 스포트라이트 조명이 터지길 기다렸다 사진을 찍었다.

환한 조명 덕에 보컬리스트의 모습은 선명하게, 관객의 손놀림은 몽환적으로 찍혀 나왔다.

공연장 에티켓을 지키는 것도 잊지 말자.

사진 촬영을 금하는 곳에선 사진기를 꺼놓고, 촬영이 가능한 곳에서도 가급적이면 플래시는 터뜨리지 않는 것이 예의다.

 

 

 

 

 

[유창우의 쉬운 사진] (28) 풍경의 규모를 보여주려면

 

입력 : 2012.03.22

사람·자동차·동물… 크기를 가늠할 힌트를 주라!

'아, 좋다!' 근사하게 찍은 풍경 사진을 대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반응이란 대개 이렇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그 사진 속 풍경이 처음 보는 장소라면 이런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 것이다.

'이야, 저기 한번 가보고 싶다'. '그런데 저 길에 사람이 다닐 수가 있나. 차만 다니는 길인가?' '저 길은 실제로 보면 얼마나 넓지?'

'저 나무는 실제로 보면 얼마나 크려나?' 등등.

그래서 사진기자들은 종종 사진을 찍을 때 사람이나 자동차, 강아지 같은 장치를 그 속에 집어넣고 찍는다. '정보'를 주기 위해서다.

우리는 일단 사람이 어느 정도로 큰지 대충은 안다.

물론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일반적인 경우엔 우리가 가늠하는 사람의 크기란 게 비슷할 것이다. 강아지,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일상에서 늘 보고 지나쳤던 사물이니 어느 정도 크기인지는 대충 알 수 있다.

이런 장치를 끼워넣고 사진을 찍으면 그 풍경의 규모를 아무래도 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가령 나무 아래 어떤 사람이 서 있다면, 그 나무가 얼마나 큰지 가늠이 되는 식이다.

그 사람이 나무를 쳐다보기 위해 허리를 뒤로 젖히고 뒷짐을 지고 있다면, '아 저 나무는 가지가 저 정도로 길게 뻗어 있구나'라는 정보도 함께 알 수

있다.

건축 사진도 그래서 드물지만, 사람을 넣는다.

전문적인 건축 사진은 대개 사람을 빼고 그 건축 본연의 아름다움을 강조해서 촬영하지만, 사진을 보는 사람은 '저 건물을 실제로 보면 얼마나

클까'가 궁금하기 마련이다.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간혹 사람이 건물 앞을 지나가는 모습을 넣는 것이다.

'정보'를 넘어서는 기능도 있다. 사람은 그야말로 어떤 풍경의 화룡점정이다. 황량한 사막 한복판을 찍은 사진이 있다 치자.

사람이 없다면 그 풍경은 아름답지만, 왠지 좀 멀게 느껴진다. '저곳을 여행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사막을 사람이 건너가는 장면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아, 저곳에도 사람이 지나다닐 수가 있구나' 싶어진다.

사진과 보는 사람 사이의 심리적 거리가 줄어드는 셈이다. 사람의 모습이 여러 가지 힌트를 주기도 한다.

그 사람이 입은 옷, 신은 신발, 손에 든 물건으로 풍경 속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몇 년 전 지리산 둘레길을 지나가는 아주머니를 찍은 적이 있다.

지리산 둘레길만 찍었다면 뻔하게 보였을 수도 있는 사진이, 아주머니의 뒷모습 덕분에 한층 더 부드러워졌다.

아주머니가 입은 바지(몸뻬) 색깔, 머리에 얹은 대야의 색깔도 재미있다.

풍경 사진에 때로는 사람, 자동차, 동물…, 다양한 장치를 넣어보자. 사진엔 표정이 생기고, 보는 사람도 사진 속 풍경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된다.

 

 

[유창우의 쉬운 사진] (27) 소품 하나가 사진을 바꾼다

 

 

입력 : 2012.03.08

꽃게 위에 휴지… '이야기'가 생겼다

렌즈(100mm)·셔터스피드(1/25 sec)·조리개(f/5.6)·감도(ISO 400)·사진용 형광램프 사용
"형, 여기 너무 덥다. 거긴 어때?" 언젠가 친한 동생 녀석 하나가 이런 말을 던지면서 메신저로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사진 속 녀석은 새하얀 아랍 옷 '카프탄'을 입고 바닷가에 서 있었다. 턱수염까지 기르고서.

최근까지 녀석이 서울에 있는 줄 알았던 나는 깜짝 놀라서 물었다. "야, 너 언제 외국 나갔어?"

그러자 녀석이 이런 답장을 보내왔다. "하하, 형 미안. 여긴 강릉이거든?"

 


그제야 '속았구나!' 싶었다. 원래도 종종 희한한 옷차림으로 사람을 웃기는 녀석인데, 이번엔 아랍 옷까지 입고 장난을 친 것이다.

속은 게 분했지만 웃음을 멈출 순 없었다. "야, 그러고 있으니 꼭 두바이에서 찍은 사진 같네…." 키득거리며 내가 한 말이다.



사진은 참 재미있는 매체다. 때론 작은 눈속임만으로 큰 효과를 낼 수가 있다.

원근법을 잘 활용하면 마치 램프의 거인이 도심 한복판에 나타난 것처럼 커다란 빌딩을 손으로 들어 올리는 착시효과를 낼 수가 있다.

의상 하나만으로도 종종 큰 효과가 난다.

동생 녀석처럼 강릉 바다 앞에서 사진을 찍어도 겉옷 하나만 살짝 바꿔주면, 그곳이 강릉인지 두바이인지 알 수 없다.



사진에서 소품의 활용은 그래서 생각보다 중요하다.

가령 시골 밥상을 찍을 때 너무 깨끗하고 반들반들한 사기그릇에 밥을 담아내면 영 분위기가 살지 않는다.

시인 사진을 찍을 때 배경으로 번득이는 샹들리에가 보이면 어쩐지 어색해진다. 반대로 이런 효과를 노려서 낯선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작은 장치 하나가 사진의 분위기를 크게 좌우하고, 때론 웃음을 주기도 하는 것이다.



나 역시도 사진을 찍을 때 소품을 활용한 장난을 종종 즐기는 편이다.

재작년쯤인가. 꽃게 사진 촬영이 있던 날에도 내 안에 있는 장난기가 발동했더랬다. 휴지를 작게 잘라 돌돌 말아서 꽃게 머리 부분에 얹어봤다.

꽃게 다리는 냄비 바깥으로 길게 빼 봤다. 이렇게 세팅을 해놓고 사진을 찰칵찰칵 찍었다.

제목은 '꽃게의 휴식'. 꽃게탕 사진이 아닌, 마치 꽃게가 반신욕이라도 하는 듯한 사진이 나왔다.

지금도 심심할 때면 이때 사진을 꺼내보며 혼자 피식 웃는다.

 

 

 

 

 

 

(26) 연인 사진,틀을 벗어나보자

 

 

 

입력 : 2012.02.16

속삭이듯 아련히… 분위기를 잡아내라

렌즈 50㎜·셔터스피드 1/160sec·조리개 f/5.6·감도 ISO400
오래전 어떤 가수는 "사랑을 쓰려거든 연필로 쓰라"고 노래했다. 제법 일리가 있는 말 같다.

너무 선명한 펜보단 지울 수도 있는 연필이 사랑을 써내려 가기엔 더 적합하다는 얘기인데, 사진도 비슷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찍을 땐 선명하고 또렷한 추억의 기록보단 조금쯤 아련한 느낌의 사진이 더 어울린다.

정면에 세워놓고 찍는 것보단 조용히 옆에서 뒷모습이나 옆모습을 '찰칵' 담는 게 때론 더 자연스럽다는 말이다. 연필로 가만히 써내려 가듯이.

일단은 '말을 걸 듯이, 속삭이듯이' 사진을 찍어 보자.

사랑하는 사람이 찍어준 사진이 특별한 건 연인만이 아는 모습을 사진을 통해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은 연인이 아니고선 잡아낼 수 없다.

연인의 모습을 찍을 땐 뻔한 사진의 틀을 벗어나 보라고 권하고 싶다. 기왕이면 대화를 하면서 찍는 게 좋겠다. 대단한 얘기를 할 필요는 없다.

"어, 지금 아주 예쁘다." "머리칼 좀 넘겨봐. 응 그게 낫다." 이런 대수롭지 않은 말만 해도 사진 찍히는 사람의 표정은 미세하게 달라진다.

두 번째로 기억해야 할 것, '때론 분위기를 찍어라'. 꼭 앞모습만 찍을 필요는 없다. 뒷모습에도 표정이 있다.

함께 데이트를 나간 상대방이 활기차게 걸을 때 그 걸음걸이를 유심히 봐뒀다가 찍어도 좋은 사진이 나온다.

중요한 건 그 몸동작이 '그 사람다워 보일 때' 찍는 것이다.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까치발을 들고 서서 먼 곳을 바라보는 사진을 찍는 게 어울릴 것이다.

가끔은 역광을 이용해서 찍어도 괜찮다. 그렇게 선(線)으로만 남은 연인의 모습은 또렷한 사진보다 때론 더욱 아름답게 기억된다.

일부분만 찍어도 멋진 사진이 된다. 데이트하러 나온 그녀의 구두가 그날따라 무척 예쁘다면 찰칵 찍어두자. 손을 유심히 보는 것도 재미있다.

가방 끈을 쥐고 있는 손, 찻잔을 잡는 손, 꽃을 만지는 손…. 손은 때론 얼굴이나 몸동작보다도 더 많은 것을 말하니 말이다.

함께 있을 때의 두근거리는 마음이 손동작에 비친다면 그 순간을 카메라에 담아보자. 그 손가락만 봐도 추억이 떠오르는 예쁜 사진이 나올 것이다.

 

 

 

(25) 친구 사진 찍을 땐 기왕이면 즐겁게

 

 

 

입력 : 2012.02.09

기술은 중요하지 않다, 편하게 웃어라

'그 자식….' 비속어를 써서 미안하지만, 친한 친구 얼굴을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제일 먼저 혼잣말로 되뇌는 말이다.

오랫동안 사귄 친구 녀석들은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서 옆구리가 간질거린다.

술 먹고 주정 부리고 추태 부리던 일, 다 같이 놀러 가서 기상천외한 장난 치던 일…. 그 모든 일이 스쳐 지나가면서 혼자 키들키들 웃게 된다.

그래서일까. 친구 사진을 찍을 땐 사진 기술이나 방법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 친구와 보낸 즐거운 시간을 떠올릴 수 있도록 유쾌하고 재기 발랄하게 찍으면 그만이다.

말이 쉽지 실천이 어렵다? 아래 몇 가지 원칙만 기억하면 된다.

첫째, '어떻게'보단 '누구와 어디서'를 따져라. 친구끼리도 왠지 머쓱해하고 어색해하는 사이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 사람들끼리만 모아놓고 찍는다면 제아무리 능력 있는 사진가라고 해도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없다.

반대로 언제 어디서나 분위기를 띄우는 친구도 있다. 이런 친구와 같이 찍으면 사진은 대체로 생동감 있게 나온다.

따라서 사진 속 구성원이 누군지 따져보는 게 좋다.

어색한 사이라면 그 분위기를 누그러뜨려 줄 제3의 인물을 끼워 넣거나, 웃긴 소품이라도 배치해서 같이 찍는 게 좋겠다.

친구 사진에서 즐겁고 자연스러운 표정보다 중요한 건 없으니까 말이다.

둘째, '찍기 편한 분위기'를 조성하자. 기왕이면 사진 속 인물이 흥이 올랐을 때,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즐겁게 놀 수 있을 때 찍는 게 좋다.

술 먹고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친구라면 해질 무렵 모여 술잔을 기울이다 찍는 게 좋고, 운동을 좋아하는 친구라면 야외에 나가 다 같이 몸을

부딪쳐 가며 놀다가 찍는 게 좋다.

노래 부르기 좋아하는 친구끼리 모였다면 노래방이 최적의 스튜디오가 될 수도 있다.

셋째, 가끔은 지형지물을 이용해도 재미있다. 친한 동생 녀석 하나가 있다. 이 녀석이 찍힌 사진은 하나같이 배꼽 잡을 만하다.

파바로티가 출연한 광고 포스터 앞에서 찍으면 녀석은 꼭 파바로티와 똑같은 포즈를 취해서 보는 사람을 웃긴다.

야자수가 빽빽한 제주도 휴양림에서 사진을 찍을 땐 나무에 손을 기대는 전형적인 자세를 취하는 대신 난데없이 웃옷을 벗고 머리칼을 풀어헤치고

숲 한가운데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선다.

누가 보면 영락없는 머나먼 외국 밀림 지대 속에 서 있는 원주민 사진인 줄 알 것이다.

가끔은 '오버'해도 좋은 게 친구 사진이다. 사진 찍는 순간도 재밌고, 찍고 난 후에도 즐겁다.

 

 

 

(24) 낯선 곳 찾아 헤매지 말자

 

 

 

입력 : 2012.01.12

출퇴근길에 보이는 것 찰칵… 그저 그런 일상이 낯설게 다가옵니다

렌즈 28mm₩셔터스피드 1/125 sec₩조리개 f/5.6₩감도 ISO 400
카메라는 제법 비싼 물건이다. 작은 것이든 큰 것이든 하나 장만하려면 목돈이 든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카메라를 새로 장만하면 갑자기 마음이 비장해지는 모양이다. "뭐부터 찍어야 제대로 찍었다는 말을 듣겠느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태반.

"어떤 오지를 찾아가야만 멋진 첫 출사여행이 되겠느냐"고 묻는 경우도 있다.

새로 산 DSRL 카메라를 가슴에 품고는 "사진가 배병우씨처럼 근사한 풍경 사진을 찍어 보이고 말겠다"고 다짐하는 사람도 봤다.

이들에게 내가 들려줄 수 있는 대답이란 꽤 싱거운 것이다. "출퇴근길에 보이는 걸 찍어봐. 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 찍는 것도 좋고."

기대에 찬 표정이 허무하게 변할 때면 좀 미안해지지만, 나로선 이게 가장 좋은 조언이다.

왜 다들 먼 곳에서만 사진 재료를 찾을까. 멀리 가려면 일단 돈과 시간이 든다. 낯선 곳으로 갔으니 뭘 찍을지 몰라서 헤매기도 한다.

간 김에 뭔가를 건져오겠다는 부담감에 편하게 사진 찍을 즐거움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늘 다니는 곳, 가까이에 있는 물건, 늘 보는 얼굴부터 찍으면 마음이 일단 편하다.

그리고 아무래도 좀 더 친숙한 각도, 더 나은 장면을 찾아낼 수 있다.

가령 매일 지나치는 출근길에 카메라를 들고 나가보면 늘 똑같던 아침이 자못 특별해지는 걸 느낄 게다.

담벼락과 골목, 그냥 지나쳤던 동네 가게 간판, 집 앞에 놓인 자전거, 돌담에 누군가 그려놓은 귀여운 낙서까지.

늘 보던 것이라고 무심히 넘겼던 것이 새삼스레 세밀하게 보인다. 그저 그런 일상의 순간이 낯설게 다가온다. 카메라의 힘은 이런 것이다.

손에 쥐는 순간 갑자기 관찰력이 생기고 데면데면하게 지나쳤던 사물이나 사람도 사진적 관점에서 다시 보게 되는 것 말이다.

그 묘미를 알면 사진이 재밌어진다. 즐거워진다. 낯선 곳에서 허둥지둥할 때보다 더 좋은 사진을 건질 수 있다.

난 그래서 요즘도 종종 출퇴근길에 카메라 하나를 메고 어슬렁어슬렁 회사 주위를 돌아다닌다.

이 사진도 2008년 어느 날 다니던 길을 배회하다 찍었다. 입사 이후 18년 가까이 드나든 서울 광화문거리.

그 근처 피맛골 골목을 카메라를 들고 기웃거렸다.

'식사 균일 5000원' '고갈비구이 백반, 삼치구이 백반, 조기구이 백반' 같은 문구가 빽빽하게 박힌 간판이 경쟁하듯 늘어서 있는 거리.

매일 보던 이 풍경이 어쩐지 그날따라 재밌게 보였다. 그 사이를 터덜터덜 걸어가는 남자 뒷모습까지 보이자 나도 모르게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2012년이 된 지금 이 사진을 꺼내보니 감회가 새롭다.

2008년 자취를 감추고 재개발의 뒤안길로 사라진 피맛골 골목의 풍경을 담은 사진이기 때문이다.

이젠 서울에선 더는 볼 수 없는 장면. 늘 보던 장면이라고 그냥 지나쳤다면 아마 피맛골이 사라진 뒤에야 아쉬워했을지도 모른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찍은 사진이 이렇게 소중한 기록이 됐다.

 

 

 

 

 

 

(23) 떠오르는 해 잘 찍으려면

 

 

 

입력 : 2011.12.29

태양 속 '희망' 담고 싶다면 1분1초 방심 마라

렌즈 16mm·셔터스피드 1/60 sec·조리개 f/11·감도 ISO 160·삼각대 사용.
"형, 일출(日出) 사진은 새벽 몇시쯤 찍어야 해?" 친한 동생이 뜬금없이 묻는 걸 듣고 날짜를 새삼 확인했다.

시를 읽고 쓰고 싶은 마음을 '시심(詩心)'이라고 한다면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은 농담 삼아 '사심(寫心)'이라고 불러도 될까.

희한하게 연말 또는 연초가 되면 사람들의 '사심'이 유난히 강해진다. 그리고 그 사심을 자극하는 건 대개 '태양'이다.

해는 날마다 뜨고 진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맘때가 되면 떠오르는 해를 보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곤 한다.

그 '말갛게 씻은 앳된 얼굴'을 보고 있으면 잊고 있던 희망이 다시 생각나기 때문인가 보다. 하지만 일출 사진을 잘 찍는 건 여러모로 쉽지 않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해서 그런 건 아니다. 정보를 부지런히 모으고 짧은 시간에 집중해서 찍어야 하는 부담감 때문이다.

정보란 다름 아닌 해가 뜨는 시간과 해가 뜨는 각도를 파악하는 것이다. 해는 계절마다 뜨고 지는 시각이 다르다. 해 뜨는 각도도 매달 달라진다.

가령 해 뜨는 시각은 보통 6월이 가장 빠르고 12월이 가장 늦다. 6월에 동북쪽에서 해가 뜬다면 12월은 동남쪽에서 뜬다.

이런 정보는 기상청 홈페이지(www.kma.go.kr)에서 제공하는 '해·달 뜨고 지는 시각'에서 볼 수 있지만, 보통 사람들은 이때부터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동북쪽은 어디고 동남쪽은 대체 어디란 말인가. 그래서 난 일출 사진을 찍겠다는 사람에게 웬만하면 나침반을 하나 살 것을 권한다.

눈치작전도 가끔 필요하다. 요즘엔 전국 어딜 가도 '해 뜨는 명소'에 사진을 찍는 아마추어 사진가가 붐빈다.

나침반을 봐도 알쏭달쏭하면 이들이 어떤 방향으로 카메라를 두는지 슬쩍 보면 도움이 된다.

정보를 얻었다면 집중해야 할 때. 일출을 제대로 찍으려면 해 뜨는 시간 30분 전엔 미리 가서 대기하는 게 좋다.

해 뜨기 전 주위가 밝아지는 여명(黎明)부터 찍는 게 좋은데, 여명은 해 뜨기 30분 전쯤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더 부지런하다면 해 뜨기 1시간 전, 더 욕심을 낸다면 전날 가서 장소를 둘러보는 것도 괜찮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이유는 해가 떠오르는 시간이 워낙 짧기 때문이다. 해는 그야말로 순식간에 떠오른다.

잠시만 방심하면 어느덧 두둥실 하늘 한가운데 있다. 해 뜨기 전부터 카메라 앞에 바짝 서 있지 않으면 모처럼 마음먹고 나간 게 헛일이 된다.

여명 사진에 집중하는 것도 괜찮다. 일출을 찍고 나면 감격스럽고 즐겁겠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 사진을 다시 보면 대개 촌스러워 보인다.

다 비슷하기 때문이다. 반면 여명 사진은 365일 다 다르다. 구름에 따라 여명은 붉은빛이기도 하고 주홍빛이기도 하고 노란색이기도 하다.

은근한 분위기도 있다. 오래 두고 보기 좋은 사진이다.

 

 

 

 

 

 

(22) 사진 찍을 땐'총잡이'처럼

 

 

 

입력 : 2011.12.15

상상 밖의 사진 찍고 싶다면, 카메라는 언제나 '장전'!

렌즈(35mm)·셔터스피드(1/1000 sec)·조리개(f/5.6)·감도(ISO 400)
흔히들 우연히 얻은 결과를 두고 '소 뒷걸음치다 쥐 잡았다'라고 한다. 성과를 얕잡아 볼 때 쓰는 말이다.

하지만 사진 찍을 땐 '소 뒷걸음치는' 능력보다 중요한 것도 없다. 특히 여행지에선 '소 뒷걸음' 없인 어떤 재미있는 사진도 건질 수 없다.

사람들이 여행지에서 사진 찍을 때 가장 많이 범하는 오류가 '목적지에서 잘 찍는 것'에 집착하는 것이다.

지리산에선 천왕봉 정상에서 사진 찍을 생각만 하고, 중국에 가면 자금성 또는 만리장성 앞에서 찍을 사진에만 집착한다. 준비도 많이 한다.

관련 웹사이트를 뒤지고, 블로거들이 올린 사진을 미리 살핀다. 혹시나 배터리가 닳아 떨어질까봐 카메라는 평소엔 꺼 놓는다.

목적지에 닿으면 비로소 그때 카메라를 꺼내 든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이건 가장 재미없게 사진 찍는 방법 중 하나다.

예측을 벗어나는 흥미진진한 사진을 찍고 싶다면, 여행지에선 일단 찍는 사람부터 '총잡이'처럼 행동해야 한다.

황야의 총잡이들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바로 총을 꺼내 들 수 있도록 준비한다. 여행사진도 비슷하다.

'사진 찍는다'는 뜻의 영어 단어 '슛(shoot)'엔 '총을 쏘다'는 뜻도 있지 않나. 카메라는 일단 항상 켜두자. 가방에 넣지 말고 어깨나 목에 건다.

방전될까 걱정돼서 꽁꽁 싸두고 꺼놓으면 정작 중요한 순간을 놓친다.

뛰어가는 강아지, 꽃 위에 앉은 벌, 재빨리 지나가는 현지인. 대개 여행사진은 이런 요소들 덕분에 더 빛난다.

이때 카메라를 꺼놓고 있으면 이런 순간이 지나가는 것을 그저 보고 있다가 뒤늦게 '앗'하고 후회하게 된다.

카메라를 미리 세팅해 놓는 것도 좋다. 급하게 찍으면 사진이 흔들리거나 초점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전체가 모두

흔들린 사진보단 차라리 초점이 약간 빗나간 사진이 기록으로 남기기엔 낫다.

셔터 스피드를 높게 설정해두면 재빨리 사진을 찍어도 어느 정도 잘 나온다.

내 경험을 돌아보면 그동안 맘에 드는 사진의 대부분은 사실 '뒷걸음치다' 얻었다.

올해 여름 전북 김제시 하소백련지 청운사에서 찍은 이 연꽃 사진도 그렇게 건졌다.

이날 새벽부터 일어나서 수백 장을 찍었지만, 연꽃 바로 옆에 벌 한 마리가 다가온 순간 빠르게 셔터를 눌러 딱 한 장을 건진 게 지면에 크게 실렸다.

카메라를 꺼놨거나 잠시 방심했다면 놓쳤을 장면이다.

나중에 사진을 보고 많은 사람이 "저 벌 진짜 찍은 거야? 합성 아냐?"라고 물었다.

난 짐짓 너스레를 떨며 이렇게 대답했다. "준비하면 다 보여. 장전 안 하면 못 찍지."

 

 

 

 

 

 

(21) 겨울 하늘 찍기

 

 

 

입력 : 2011.12.01

새파랗고 투명한 하늘 시린 공기까지 담으려면 태양에 등을 돌려라

렌즈 18㎜:셔터스피드 1/1000초:조리개 f/5.6:감도 ISO 100.
아침 출근길에 아내가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불쑥 이렇게 말했다. "날씨가 추운 만큼 하늘도 새파래졌네." 맞는 말이었다.

머리 위에 걸린 하늘은 갓 닦은 유리창처럼 맑고 정갈했다.

흔히들 하늘 하면 가을 하늘을 가장 낫다고 하지만, 겨울도 실은 '하늘의 맨살'을 보기엔 참 괜찮은 계절이다.

구름이 적당하면서도 새파란 얼굴을 자랑한다. 가을 하늘보다 그래서 때론 좀 더 극적이고 시적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하늘은 언제 나타날까. 흔히들 사진 찍는 사람들은 "눈앞을 가리는 불순물이 없을 때 하늘이 파랗고 쨍해진다"고 한다.

비 내린 직후나 눈이 펑펑 쏟아지고 난 뒤가 그렇다. 바람이 거세게 불고 난 다음도 마찬가지다.

대기를 채우고 있던 먼지나 수증기가 말끔히 사라져 보다 멀리 훤하게 보인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선명한 겨울 하늘을 볼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는 것도 이 덕분이다.

또한 가시거리(可視距離)가 길어져 그만큼 사진 찍기 좋은 순간이 많아진다. 추위 덕분에 오히려 사진 찍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다.

이럴 때 기왕이면 산에 올라가길 권한다. 꼭 정상까지 올라가지 않아도, 날씨가 맑고 하늘이 새파랗게 빛나는 만큼 그 아래 펼쳐진 산의 구불구불한

능선과 그 아랫자락에 펼쳐진 마을의 모습까지 생생하게 볼 수 있다.

그 위에서 벗들과 사진을 찍으면 하늘과 겨울 산, 그리고 사람들의 정겨운 모습까지 모두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

후배 기자와 산악 가이드와 함께 떠났던 강원도 평창 계방산행도 그래서 내겐 제법 즐거운 기억이다.

하늘은 청명했고 구름도 딱 사진 찍기 알맞게 퍼져 있었다. 정상 부근에서 셔터를 눌렀다.

투명한 하늘, 차가운 겨울의 공기, 발아래 펼쳐진 계방산 자락이 온전히 사각 프레임에 들어왔다.

이렇게 겨울 하늘을 찍을 때 기왕이면 기억해야 할 것 몇 가지를 더 첨언한다. 일단 태양의 위치를 살피자. 기왕이면 태양은 등지고 찍는 게 좋다.

태양을 바라보고 찍으면 그 빛 때문에 파란 하늘이 허옇게만 찍힌다.

보통 태양이 머리 위에 떠 있는 한낮보다 아침이나 오후 무렵의 하늘이 더 파란 것도 같은 이치다.

기상청을 '비서'로 삼는 것도 잊지 말자.

요즘엔 기상청 홈페이지(www.kma.go.kr)에 접속하면 그날의 가시거리가 얼마나 되는지를 알려주는 '시정(視程·visibility)', 구름이 얼마나 하늘을 덮고

있는지 말해주는 '운량(雲量)' 같은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시정이 길고 운량이 적은 날이라면 카메라를 들고 나서도 후회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기왕이면 노출도 확인하자.

사진 찍을 때 노출을 반 스텝에서 한 스텝 정도 줄여주면 더욱 짙고 선명한 하늘빛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

 

 

(20)노출의 마법

 

 

 

입력 : 2011.11.10

노출, 보이지 않는 세상으로 데려다주네

렌즈 70㎜ㆍ셔터스피드 0.5초ㆍ조리개 f/22ㆍ감도 ISO 50ㆍ삼각대와 ND4 필터 사용
어린 시절 친구가 식초와 레몬즙을 붓에 묻혀 쓴 쪽지를 준 적이 있다.

쪽지를 펼치면 글씨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지만 다리미로 다렸더니 글씨가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던 것이 그렇게 열(熱)을 만나 모습을 드러내는 게 신기했다.

사진을 찍기 시작한 건 중학교 1학년 때다. 노출을 공부하다 보니 뜻밖에도 그 식초로 쓴 편지가 생각났다.

노출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육안으로 보이지 않던 것이 사진에 찍히기도 하고, 그 반대로 육안으론 보였던 것이 사진엔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노출은 한마디로 빛을 조절하는 구멍(조리개)과 빛이 상(像)에 맺히는 시간(셔터스피드)을 조절해서 만드는 일종의 마법이다.

구멍을 줄이면 줄일수록 사진은 선명해지고 빛이 상에 맺히는 시간도 길어진다. 이걸 장(長)노출이라고 한다.

반대로 구멍의 크기를 늘리면 빛이 상에 맺히는 시간도 짧아진다. 단(短)노출이다.

이 두 가지를 적절히 활용하면 생각보다 재미있는 사진을 얻을 수 있다. 흔히들 처음 사진을 배울 때 많이 찍는 게 야경(夜景)이다.

장노출로 야경을 찍으면 불빛이 움직이는 궤적(軌跡)이 모두 사진에 잡힌다.

육안으로 볼 땐 잘 안 보였던 부분이 사진에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는 것이다.

마치 레몬즙으로 감춰놨던 글씨가 다리미 아래에서 보이는 것처럼. 하지만 이 장노출을 필요 이상으로 길게 잡으면 눈에 보였던 것도 아예 사진에선 사라지게 된다.

한 사진가(박홍천)는 이걸 이용해서 놀이공원 사진을 찍었다. 그의 사진엔 희한하게도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움직이는 것(사람)은 찍히질 않고 정지해 있는 것(놀이공원 기구)만 기록에 남기 때문이다.

그의 사진은 '움직이는 모든 것은 언젠간 사라진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재작년 여름 계곡의 흐르는 물을 좀 더 극적(劇的)으로 표현할 방법이 없나 궁리하던 때에 어린 시절 친구의 레몬즙 편지가 생각났다.

장노출을 활용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물줄기의 흐름까지 모두 표현할 수 있다.

후배를 계곡 끄트머리에 앉히고 셔터를 눌렀다. 넘칠 듯 흐르는 물. 앉아 있는 후배의 모습. 그 대비 덕에 재미있는 사진이 나왔다.

 

 

 

 

 

그림자를 통해 사진에 상상력을 더해보세요

 

 

입력 : 2011.10.27

은유의 도구, 그림자

▲렌즈 135㎜₩셔터스피드 1/125 sec₩조리개 f/5.6₩감도 ISO 100.
'파란 하늘 하드록처럼 사랑해'라는 책이 있다.

저자인 로브 쉐필드(Sheffield)는 아내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공테이프에 음악을 서로 녹음해 들려주며 마음을 나눴던 이야기를 책으로 썼다.

'사랑한다, 미안하다, 끝까지 옆에서 지켜주겠다…' 이런 얘기는 입으로 하기엔 참 민망하고 멋쩍다.

저자는 대신 음악을 들려준다. 하고 싶은 말을 음표에 담아 노래로 공테이프를 채워넣고 아내에게 조용히 건네주는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진도 때론 이런 공테이프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사진은 상당히 직접적인 매체다. 신문에 실리는 보도사진은 특히 그렇다. 육하원칙의 정보가 꽉꽉 이미지로 들어간다.

빵 만드는 명장을 찍을 땐 대개 그가 빵을 굽는 모습을 찍고, 오래된 숲을 찍을 땐 그 숲이 얼마나 울창하고 광활한지 보여주기 위해 나무를 올려다보는 사람을 작게 넣는 경우가 많다.

친절하긴 하지만 때론 재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몇 마디의 말을 음악으로 대신하듯, 사진에도 때론 은유(隱喩)가 필요한 것이다.

은유의 도구, 그림자는 바로 이렇게 사진을 통해서 살짝 '돌려 말하고 싶을 때' 찍으면 좋은 피사체가 아닐까.

신혼여행지를 예로 들어보자. 리조트 앞에서 커플 티셔츠를 입고 서 있는 부부 사진은 너무 전형적이지만 두 사람이 다정하게 걷는 모습의 그림자를

찍으면 사진이 제법 시적(詩的)이 된다.

때에 따라선 직접적 묘사보다도 효과적일 수가 있다.

2008년 11월 찍은 이 경복궁의 나무 그림자 사진도 정보를 강조하기보단 느낌을 살리기 위해 찍은 사진이다.

경복궁에 뿌리내린 오래된 나무들을 찍는 게 주제였다. 그냥 궁 안에 나무들이 서 있는 모습을 찍는 건 지나치게 설명적이라고 생각했다.

한참을 고민하면서 궁을 둘러보다 돌담에 겹쳐진 나무 그림자를 보았다.

돌담에 새겨진 옛 문양과 나무 그림자. 나무를 직접 찍는 것보단 이 그림자를 찍는 것이 흘러간 시간과 오랜 역사를 서정적으로 표현하기에 더

적합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자가 기울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계속 주위를 돌다 오후 5시 무렵 찍은 기억이 난다.

그림자는 해가 길게 늘어지는 늦은 오후에 찍으면 좀 더 극적이다. 그림자가 어디에 겹쳐지는지도 유심히 봐야 한다.

그림자의 질감과 모양이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말이나 설명하고 싶은 정보를 때때로 그렇게 그림자에 압축해 보자. 형태는 단순해지고 사진은 강렬해진다.

'유창우의 쉬운 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21) 겨울 하늘 찍기  (0) 2012.02.22
(20)노출의 마법  (0) 2012.02.20
(18) 좋은 단풍사진 찍기  (0) 2012.02.20
(17) 풍경사진 찍는 법  (0) 2012.02.20
(16) 가족사진 찍는법  (0) 2012.02.20

 

 

(18) 좋은 단풍사진 찍기

 

 

 

 

입력 : 2011.10.13

부지런히 발품 팔아 최상의 단풍을 찾아라

렌즈 85㎜·셔터속도 200/1sec·조리개 f/5.6·감도 200

'단풍 사진 찍는 법'이라고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쳐넣으면 무수히 많은 글이 뜬다.

어떤 사람은 빛을 따져가며 찍어야 한다고 하고, 또 다른 이는 날씨를 가려가며 찍어야 좋은 단풍 사진을 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글을 읽을 때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글쎄, 과연 그런가?

내가 생각하는 단풍사진의 '절대 원칙'은 따로 있다. 그건 바로 '단풍 사진을 잘 찍고 싶다면 좋은 단풍을 찾으면 된다'는 것이다.

너무 당연한 말처럼 들리지만 이것보다 중요한 것도 없다. 훌륭한 단풍만 찾아낸다면 다른 요소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단풍을 찍으러 갔는데 사진이 별로였더라면 그건 그때 그 장소의 단풍이 별로여서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다.

색감이 화려하고 선명한 단풍을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에 사진도 애매하게 나오는 것이다.

좋은 단풍은 그렇다면 어떻게 찾을까? 일단 체력이 좋아야 한다. 가장 찬란한 단풍은 대개 산꼭대기, 깊은 숲 속에 있다.

일교차가 클수록 단풍은 고와진다. 산 언저리나 산 중턱보단 일교차가 더 심한 산꼭대기가 단풍이 더 좋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좋은 단풍을 찍고 싶다면 산을 부지런히 타고 남들보다 빨리 올라가야 한다. 단풍철엔 산마다 행락객으로 붐빈다.

사람이 너무 많아 단풍을 제대로 찍을 수 없을 때도 있다.

이러니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고 열심히 몸을 움직여 인적이 드문 시간에 산꼭대기까지 올라가서 찍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부지런할 필요도 있다. 기상청은 매년 홈페이지에서 단풍 정보를 제공한다. 전국 유명산의 단풍이 언제가 절정인지 상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이걸 뒤져 참고하면 큰 도움이 된다.

조금 수고롭지만 가고 싶은 산에 있는 국립공원 관리공단에 전화를 걸어 직원에게 "올해는 언제 가야 단풍을 잘 찍을 수 있겠느냐"고 물어보는 것도

좋다.

가장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길이다.

이렇게 체력을 쓰고 발품을 들여 최상의 단풍을 찾아냈다면 그땐 어떻게 찍어도 좋다! 찬란한 단풍은 역광(back lighting)에서 찍어도 근사하고

순광(front lighting)에서 찍어도 아름답다.

햇살이 투명한 날에 찍어도 매혹적이고 비가 온 다음 날 찍어도 빛깔이 진해 분위기가 있다.

바닥에 떨어진 것을 찍어도, 계곡물 위에 떠있는 것을 찍어도 멋지다. 사진에서 중요한 건 결국 '기술'보단 '기본'을 지키는 것이다.

단풍 사진의 기본은 당연히 단풍이다.

 

 



 

 

 

(17) 풍경사진 찍는 법

 

 

 

입력 : 2011.09.29

자작나무 풍경에 여인 담으니 금상첨화네

가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꺼내 보는 책이 있다. 다케타즈 미노루란 일본 수의사가 쓴 '숲 속 수의사의 자연일기'다.

글도 재미있지만 책 속 사진도 좋다.

사진은 이런 식이다. 커다란 나무 아래 풀밭이 펼쳐진 고요한 숲 사진이다.

한데 유심히 들여다보면 그 아래 다람쥐 한 마리가 서서 보랏빛 꽃 한 송이를 소중하게 쥐고 있다.

참으로 평범했을 사진이 이 다람쥐의 눈빛과 손동작 덕분에 갑자기 빛을 발한다.

다람쥐가 왜 이런 동작을 취하고 있을까, 여긴 어딜까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도 된다. 이 수의사의 사진은 나를 새삼 가르친다.

풍경 사진을 아름답게 만드는 건 결국 풍경에 담긴 내밀한 '이야기'라는 사실을 말이다.

렌즈 70mm·셔터스피드 1/400 sec·조리개 f/5.6·감도 ISO 200·삼각대 사용
흔히들 풍경 사진을 찍을 때 사람이나 동물을 하나씩 넣어 찍어 보라는 말을 한다. 풍경의 규모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커다란 바위만 찍는 것과 그 아래 사람이 서서 바위를 올려다보는 것을 찍는 건 느낌이 꽤 다르다.

하지만 이 장치가 단순히 풍경의 '규모'를 보여주는 데서만 그친다면 조금 재미없다.

기왕이면 그 장치를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으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가령 야생화가 앞다투어 핀 숲을 찍을 때 부드럽게 그 꽃을 스치는 가냘픈 손이 하나 들어가면 한결 흥미로운 사진이 된다.

서울 종로 피맛골의 마지막 풍경에 골목 구석에 지친 표정으로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강아지 한 마리를 넣으면 사진에도 나름 서사(敍事)가 생긴다.

이때 기왕이면 사진에 들어가는 이 '장치'에 좀 더 애정과 관심을 기울이면 한층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강원도 태백 35번 국도 삼수령길 자작나무 숲에서 찍은 이 사진도 그래서 사람을 넣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자작나무가 다 같이 휘어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 나무들의 움직임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

마침 카메라를 들고 자작나무 숲을 찍는 여성이 눈앞에 있었다.

그녀가 사진을 찍는 것을 뒤에서 지켜보다가 그녀의 몸이 바람이 부는 방향을 따라 휘어질 때 찰칵 셔터를 눌렀다.

나무와 사람이 재밌게도 같은 동작을 취하게 된 것이다. 한층 율동감 있는 사진이 나왔을 뿐 아니라, 내 인생도 덕분에 흥미진진해졌다.

사진 속 여성이 지금 내 아내가 됐으니 말이다. 나로선 이 사진만큼 '이야기가 있는 풍경 사진'도 없는 셈이다.

 

 

 

 

(16) 가족사진 찍는법

 

 

입력 : 2011.09.15

생생한 가족의 모습 찍고 싶다면 거울 앞에 모이세요

"이번에 아기랑 같이 가족사진 좀 찍으려고 하는데, 잘 찍는 곳은 예약만 6개월치가 밀려 있다네. 어느 스튜디오가 괜찮은지 혹시 알아?"

연락이 뜸했던 친구 녀석이 대뜸 이런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고민을 하다가 이렇게 답을 보냈다. "거울 앞에서 먼저 한 번 찍어보지?"

이렇게 뜬금없는 대답을 한 건 아버지가 우리 가족을 찍은 사진 한 장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게 있어 좋은 가족사진이란 사실 대단한 게 아니다.

가족들의 표정이 살아 있고 각각의 얼굴이 돋보이는 사진. 그러면서도 틀에 박히지 않고 유쾌한 사진.

이 요건만 갖추었다면 훌륭한 사진이 아닐까. 그런 사진을 찍기 위해 굳이 돈을 내고 스튜디오까지 갈 필요는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40년 전 아버지가 휴일날 찍었다는 이 사진을 보면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된다.

휴일에 집에서 쉬면서 아들인 나와 놀아주던 아버지는 문득 장롱거울에 비친 부자(父子)의 모습을 보고 '이걸 사진으로 찍으면 재밌겠다'고 여겼다고

했다.

부엌에 있던 어머니를 불러들였고 그렇게 세 사람이 장롱거울을 보면서 사진을 찍었다. 오래된 사진이지만 다시 봐도 재기발랄하고 유쾌하다.

세 사람의 표정이 생생하고 뻔하지 않아서 더욱 좋다.

요즘엔 가족사진을 셀프로 찍는 경우도 많다. 그것보단 역시 먼저 거울 앞에서 옹기종기 모여 찍어 보는 걸 권한다.

삼각대에 올려놓고 그 앞에서 찍으면 찍고 싶은 바로 그 '순간'에 찍기가 쉽지 않다.

정확한 셔터 찬스를 맞추기가 어렵고, 결국 전형적이고 딱딱한 사진이 나온다.

하지만 거울을 보면서 찍으면 자신의 얼굴뿐 아니라 다른 가족의 얼굴까지 함께 보며 즉흥적인 표정과 동작을 만들어낼 수 있고 찍고 싶은 순간에

아무 때나 셔터를 누를 수 있다.

이 때 감도는 높게 셔터스피드는 빠르게 조정하면 흔들리지 않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⑮물에 비친가을 풍경 찍는 법

 

 

 

입력 : 2011.09.01

바람 없는 잔잔한 날물에 비친 풍경 담아라

렌즈 50mm·셔터스피드 1/125 sec·조리개 f/8·감도 ISO 400. 삼각대 사용.

그리스 신화엔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해 그만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는 소년 나르키소스의 얘기가 나온다.

사람들은 이 얘기에서 자기애(自己愛)가 지나칠 때 생기는 비극을 읽곤 하지만, 엉뚱하게도 난 이 얘기를 들을 때마다 이렇게 중얼거리게 된다. '그래, 원래 물에 비친 모습이 실제보다 더 멋져 보이는 거야.'

사실이다. 물에 비친 사물은 실제와 똑같아 보이지만 조금은 다르다. 일단 위아래가 바뀐다. 선명도가 또 다르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엔 실물이 거의 그대로 보이지만 바람 부는 날엔 모습이 살짝 흐트러진다.

그래서 난 대개는 실물만 찍는 것보단 그 실물과 물에 비친 모습이 함께 있는 장면을 담는 게 더 멋지다고 생각한다.

더 극적이니까. 특히나 가을 풍경 사진을 찍을 땐 이 사실을 새삼 되새긴다.

가을은 물과 풍경을 섞으면 가장 기막힌 효과를 내는 계절이다. 온 세상이 다채로운 빛깔에 겨워 춤추는 시기.

산도 들도 제 몸 안에 숨겨 놓았던 마지막 채도까지 내뿜으며 환호한다. 이 풍경을 그러나 그냥 카메라에 담으면 좀 뻔한 사진이 된다.

울긋불긋 달력 사진에 그치기 쉽다.

'변주(變奏)'를 꾀하고 싶다면 이럴 때 물에 비친 가을 풍경을 찍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가장 쉬운 건 강·호수에 비친 가을 풍경을 찍어보는 것이다. 화려하게 빛나는 가을 풍광, 그 풍광이 다시 물에 비쳐 또 다른 화려함을 만드는 모습을

한꺼번에 찍는 것이다.

자연이 만들어 낸 가장 눈부신 데칼코마니(d�[calcomanie)를 포착하는 과정인 셈이다. 이때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날씨다.

실물과 거의 똑같도록 선명하고 쨍쨍한 반영(反映)을 찍고 싶다면 하늘이 맑고 바람은 잔잔한 날을 고른다.

수면이 얼어붙은 듯 고요할수록 날카롭고 명확한 풍광 사진을 얻을 수 있다.

경북 청송에 있는 주산지는 사진 찍는 사람들 사이에선 반영 사진을 찍기 좋은 장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작년 가을 이곳에서 또 사진을 찍어야 할 일이 생겼다.

한 뼘이라도 다른 사진을 찍기 위해 주왕산과 주산지를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 헤맸다.

촬영은 햇살의 각도상 수면이 풍광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아침나절에 했다. 마침 바람 한 점 없는 잔잔한 날씨가 사진의 극적 효과를 더했다.

이때 초점은 수면 위에 맞췄고, 셔터스피드는 조금 빠르게 조절했다.

반대로 은은한 반영을 찍어 몽환적인 효과를 얻고 싶다면 바람이 살짝 부는 날을 택한다.

이지러진 반영과 실제 풍광이 함께 어우러져 시적(詩的)인 느낌마저 준다.

마지막 팁 하나. 더 재미있고 유쾌하게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면 빗물이 만든 물웅덩이, 손으로 살포시 떠올린 물에 비친 풍경도 찍어보길 권한다.

그렇게 카메라 셔터를 누르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나르키소스가 물에 빠진 계절은 가을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⑭뒷모습 멋지게 찍는 법

 

 

 

입력 : 2011.08.18

뒷모습에서 진짜 표정 찾다

"얘 뒷모습 좀 봐봐. '그냥 다 엄마 아빠 맘대로 하세요'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아?"

생후 40일 된 아이를 목욕시키면서 아내가 건넨 말이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푸하하"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울다가도 물에만 들어가면 신나서 조용해지는 녀석이다. 등을 씻기려고 잠시 세웠더니 아기는 고개를 아래로 살짝 떨구고 몸을 맡긴 채 가만히 있었다.

그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녀석이 내게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방실방실 웃는 얼굴로 날 쳐다볼 때도 미처 실감하지 못했던 사실을 녀석의 뒷모습에서 찾은 셈이다.

렌즈 50㎜·셔터스피드 1/60 sec·조리개 f/5.6·감도 ISO 400
사람들은 그래서 뒷모습을 두고 '거짓이 없는, 사람의 진짜 표정'이라고 하나 보다.

프랑스 문호 미셸 투르니에(Tournier)는 사진가 에두아르 부바(Edouard Boubat)가 찍은 사람의 뒷모습 사진에 글을 붙여 '뒷모습'이란 책을 낸 바 있다.

책에서 투르니에는 "뒷모습이야말로 꾸밀 수 없는 진실의 표정"이라고 웅변한다.

축 처진 부모님의 어깨, 조심조심 발을 떼는 소녀, 서로를 바라보는 남녀.

이들의 뒷모습을 통해 우리는 굳이 몸을 돌려세워 표정을 확인하지 않아도 그 감정과 마음, 때론 성격까지도 짐작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인물 사진을 찍을 때 때론 뒷모습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보통 인물을 찍을 땐 앞모습과 옆모습에 집중하기 마련이지만, 뒷모습만 잘 포착해도 의외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재작년 10월 경기도 안성에 있는 한 사찰에서 찍은 이 사진도 사실 뜻밖의 수확이었다.

애초에 여행을 떠나면서 내가 찍고자 했던 건 '길'이나 '숲'이었지 '사람'은 아니었다.

그러나 카메라를 메고 사찰로 들어섰을 때 이 두 스님이 내 앞을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

개 한 마리를 앞세우고 뒷짐을 진 채 느릿느릿 걸어가는 모습. 서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얼굴을 마주 보지도 않고 조용히, 나란히 걸어가고 있었다.

순간 자석처럼 끌렸다. 나도 모르게 두 사람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30분쯤은 그렇게 두 스님의 뒤를 따라 걸었던 것 같다.

내 인기척을 못 느꼈는지 스님들은 뒤를 돌아보지도 않았다.

보폭은 고요하면서도 느긋하게 일정했고 두 사람이 걷는 걸음의 속도는 일부러 맞춘 듯 똑같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아, 이 두 사람은 족히 10년은 이렇게 매일 걸었겠구나. 이 뒷모습은 한두 번의 산책에서 나오는 건 아니겠구나….'

카메라 셔터를 그때부터 누르기 시작했다. 스님들의 발걸음과 팔 동작, 고개를 드는 각도를 보면서 사진을 찍었다.

앞모습에선 '표정'이 중요하지만 뒷모습은 '움직임'을 찍는 것이니까.

나중에 사진을 꺼내보니 이날 찍은 모든 사진 중에서도 이 사진이 가장 내 맘을 끄는 걸 느꼈다. '움직임'을 통해 '진짜 표정'을 건진 것이다.

 

 

 

 

 

⑬바다사진멋지게 찍는 법

 

입력 : 2011.07.21

바다의 빛깔?날씨에게 물어봐

바다를 찍으려면 '날씨'를 찍어라? 예전에 아버지가 내게 들려준 말이다.

사진기자 선배이기도 한 아버지는 어릴 적 바다를 찍으러 간다는 나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바다 풍경을 찍을 생각을 하지 말고 날씨를 찍고 와라."

렌즈(130mm)·셔터스피드(1/10 sec)·조리개(f/8)·감도(ISO 100). 삼각대 사용. 해 지기 5분 전 촬영.
처음엔 무슨 말인가 싶었다. 한두 번 바다를 찍고 나서야 알았다. 이 말보다 좋은 충고는 없다는 걸.

바다 사진만큼 날씨가 중요한 사진도 드물기 때문이다.

흔히들 바다를 찍을 땐 '바닷물'이나 '바다가 있는 풍경'을 찍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처음엔 내 욕심만큼 바다가 아름답게 표현되질 않았다. 일단 태양이 눈부신 한낮에 찍는 바다 사진이 너무 뻔했다.

게다가 햇빛에 반사돼서 투명한 바닷물의 빛깔이 제대로 나오질 않았다.

눈으로 볼 땐 바닷물이 맑은 초록빛인데 사진에선 정작 어두운 은회색 물결로 나올 때도 있었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뒤에야 비로소 알았다. 바다를 찍으려면 날씨에 최대한 민감해져야 한다는 걸 말이다.

바다처럼 날씨를 온몸으로 반영하는 풍광도 드물다. 일단 하늘색이 중요하다. 바다색은 하늘 빛깔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람. 바람이 어떻게 부느냐에 따라 바다 표면은 표정을 달리한다. 다시 말해 바다는 철저한 날씨의 반영이다.

해가 뜨고 지는 시각, 그날의 하늘과 구름을 보고 바다 사진을 찍어도 늦지 않다.

내 경우엔 그래서 낮 시간은 주로 사진 찍는 장소를 고르는 데 쓰고, 바다 사진은 보통 해가 지기 직전 20분 정도를 활용해서 찍는다.

이맘때가 되면 카멜레온처럼 모습을 바꾸는 바다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론 황금빛으로 때론 주홍빛으로 때론 은은한 푸른빛으로 온몸을 물들인다.

낮 사진이 일상적이라면 이때 바다 사진은 시적(詩的)이다. 경남 사천에 있는 비토(飛兎)섬 앞바다 사진도 역시 해질녘까지 기다려 찍은 것이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순발력 있게 찍으면 남들과 한층 다른 색감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바다 사진에 좀 더 욕심을 내는 사람에겐 편광(polarizing) 필터를 써보는 것도 추천한다.

보통 수면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햇살 때문에 정작 사진에선 바다가 제대로 표현이 안 될 때가 많은데, 이 필터를 사용하면 한낮에 찍어도 바다의

푸른 빛을 온전히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팁도 카메라가 망가지면 아무 소용이 없게 된다.

바닷가에 가면 카메라를 손에 들고 다니면서 찍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사실 조심해야 한다.

카메라는 쉽게 달라붙는 모래나 소금기가 있는 바닷물에 무척 약하기 때문이다.

기왕이면 가방에 넣고 다니다가 사진 찍을 때만 꺼내 찍길 권한다.

가방이 없다면? 몸으로라도 감싸고 다니자. 연인의 어깨를 감싸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다.

 

 

⑫ 비 오는 날, 멋지게 찍는 법

 

 

입력 : 2011.07.07

비가 그치려는 순간을 노려라

렌즈(35㎜)ㆍ셔터스피드(1/100〉sec)ㆍ조리개(f/4.0)ㆍ감도(ISO 400).
그룹 '다섯손가락'은 '비 오는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연인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노래했다. 왜 그랬을까.

비 오는 날만큼 붉은 장미가 돋보이는 날도 없기 때문이다. 온 세상이 젖어들어 더욱 생생한 빛깔을 뽐내는 날이다.

장미도 이런 날엔 더욱 붉고 소담스럽게 보인다. 비 오는 날 꽃을 받아들면 설렘은 아마 두 배가 될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이 촉촉하고 싱그럽게 보이는 날. 이 순간을 두고 나 혼자 은밀하게 붙인 별명이 있다. 바로 '질감의 시간'이다.

흔히들 비 오는 날은 사진 찍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비가 막 그치려고 할 때, 또 방금 비가 그치고 햇살이 다시 은은하게 비추는 순간이 사진 찍기엔 오히려 최상의 시간이다.

초보자도 이 순간만큼은 방금 물에 빨아 헹군 것처럼 말끔하고 환한 세상을 사각 프레임에 담을 수 있다.

나무는 빗물에 젖어 잎맥과 줄기의 모양 하나하나까지 또렷하게 보여준다. 빗물을 머금은 꽃잎 역시 더욱 유혹적으로 변한다.

거리는 물에 젖어 반들반들한 채로 도시의 불빛을 온몸으로 반영한다. '질감의 시간'도 이때 시작된다.

3년 전 중국 베이징에 갔을 때가 생각난다. 촬영 일정 내내 비가 내렸다.

'워터큐브'라고 불리는 푸른 불빛의 수영경기장 건물을 촬영해야 하는데도 비는 그칠 줄 몰랐다.

동행했던 취재기자가 사진이 잘 안 나오면 어쩌나 걱정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러나 비가 그치자마자 달려가서 찍은 건물 사진은 우려와 달리 훌륭했다.

비에 젖은 워터큐브는 어둠 속에서 더욱 생생한 푸른 빛으로 빛났고, 반들반들해진 땅바닥 위로 건물이 내뿜는 빛이 어룽거려 아름답게 보이기까지

했다.

비가 오히려 사진을 도와준 셈이었다.

이 울릉도 바다 사진 역시 마찬가지다.〈사진〉 비가 줄곧 내리던 때 하필 울릉도로 출장을 가게 됐다.

할 수 없이 관선 자연굴 옆 바다 앞에서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계속 그 주위를 서성대다 장대비가 이슬비로 변할 무렵부터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는 하늘빛은 흐리기 마련이다.

그 하늘을 반영한 바닷물의 빛깔은 몹시 은은하고 아름다웠다.

주변의 돌들은 빗물에 젖어 검고 생생하게, 반대로 바닷물 중간중간 솟아 있는 바위는 더욱 하얗게 빛났다. 빗방울이 군데군데 파문을 그렸다.

비가 그칠 무렵의 날씨 덕에 동양화처럼 몽환적인 바다 사진이 나온 것이다.

그 후로도 몇 번 더 울릉도 출장을 갈 기회가 있었다. 쏟아지는 햇살 아래 같은 바다를 찍은 적도 여러 번이었다.

하지만 가장 맘에 드는 건 역시나 비가 그치기 직전 찍은 이 사진이다.

 

 



 

 

⑪ 웅장한 숲 사진 연출법

 

입력 : 2011.06.23

누워라, 새로운 숲이 보일 것이니…

6월 말이라서일까. 최근 이런 이메일을 몇 통 받았다. '무르익은 여름을 만끽하러 숲에 자주 갑니다. 숲 사진 잘 찍는 비결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답장을 쓰려고 앉았는데, 의외로 말문이 막혔다. 뭐라고 쓴단 말인가. 사실 숲으로 출장을 떠날 때마다 남몰래 한숨 쉴 때가 많지 않았나.

초록빛 물결, 빼곡한 직선. 숲에선 이 두 가지만 보인다. 그래서 아름답다, 상쾌하다. 하지만 바로 이 때문에 답답하다.

변화가 없고 단조로울 때가 많기 때문이다. 도저히 '그림'이 안 될 때도 종종 있었다.

렌즈(20mm)·셔터스피드(1/30 sec)·조리개(f/5.6)·감도(ISO 400).
고민 끝에 옛날 사진을 뒤져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겨우 한 줄의 답을 찾아냈다. "바닥에 한번 벌렁 누워보시죠."

써놓고 보니 꽤 그럴듯한 대답이란 생각에 웃음이 피식 났다.

시인들이 자주 쓰는 용어 중에 '낯설게 하기'란 말이 있다. 너무 익숙해서 새로울 것도 참신할 것도 없는 것을 새롭게 표현하는 기법을 일컫는 말이다.

영국의 셰익스피어나 독일의 브레히트 같은 시인들은 바로 이 '낯설게 하기' 기법으로 숱한 걸작을 남겼다.

그런데 이게 꼭 시인의 전유물만은 아닌 것 같다. 사진을 찍을 때도 이 기법은 종종 유용하게 쓰인다.

사람들은 사물을 볼 때 대개 비슷한 눈높이에서 본다. 이걸 깨는 게 의외로 쉽지 않다. 아이는 내려다보고, 어른은 올려다본다.

하늘은 서서 찍고, 꽃은 무릎을 구부려서 찍는다. 이걸 정반대로 해보면 어떨까. 한뼘 더 재미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올해 2월 경남 사천 대숲에 갔을 때가 생각났다. 대나무는 직선으로 높이 뻗었다. 키가 휘청했다.

이걸 찍기 위해서 이리저리 카메라를 들이댔지만 어쩐지 밋밋했다. 단조롭게 반복되는 직선만이 프레임에 가득 들어찰 뿐이었다.

"휴" 한숨이 절로 나왔다.

답답한 마음에 바닥에 털썩 앉았다. 그리곤 대나무를 올려봤더니 아까보다 키가 훌쩍 커 보였다. '엇!' 하면서 이번엔 무작정 바닥에 드러누워 봤다.

하늘이 한층 더 아찔해 보였다. 대나무는 더더욱 높이 하늘과 맞닿았다. 그 끝도 없는 직선이 더욱 강조되는 느낌이었다.

누워서 셔터를 계속 눌러댔다. 초록빛 댓잎은 하늘과 햇빛에 부딪혀 더욱 투명하게 찍혔고, 그 길고 가는 몸통도 바닥부터 솟구쳐 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이거구나' 싶었다.

들꽃도 마찬가지다. 흔히들 꽃은 위에서 내려다보고 찍지만, 때론 바닥에 누워 찍어보는 것도 재미있다.

밑에서 올려다보며 찍은 꽃은 마치 껑충하게 튀어나온 낯선 생명체처럼 보인다.

작은 개미나 개구리의 눈엔 꽃이 이렇게 보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숲 사진을 남다르게 찍는 법. 그건 결국 카메라 렌즈나 조리개의 문제가 아니라 무릎을 얼마나 구부리고 허리를 얼마나 쓰느냐에 있는 셈이다.

움직여라, 시선을 바꿔라. 그래도 영 답이 안 나올 땐 한번 벌렁 드러누워보자.

 

 

 

 

⑩ 야경사진, 멋들어지게 찍는법

 

 

 

입력 : 2011.06.08

 

요즘 서울 청계천 일대를 나가 보면 낮보다 밤이 더 북적인다. 도심의 불빛, 강물 위로 반사되는 눈부신 빛의 입자.

여름밤에 도취한 사람들의 얼굴엔 설렘이 묻어난다. 이곳저곳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도 한층 많아졌다.

최근 연애를 시작한 후배도 이들 중 한 명인가 보다. 이런 질문을 해왔다.

"한강에서 친구랑 사진을 찍는데 배경이 흔들리고 온통 새까맣게만 나왔어요. 뭐가 문제예요?" "몇 시에 찍었는데?" "밤 10시요."

"일찍 만나서 일찍 놀면 돼." "네?" 내 말이 알쏭달쏭한지 후배 얼굴 위엔 물음표만 총총했다.

렌즈 (50mm)·감도(ISO 50)·셔터스피드(5 sec)·조리개(f/8). 삼각대 사용.
야경 사진에도 소위 '황금 시간'이라는 게 있다. 흔히들 야경 사진은 밤이 깊었을 때 찍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황금 시간은 대개 해가 지고 나서 30분 이내다. 6월 초순이라면 보통 해가 오후 7시 30분쯤에 지니까 8시까지가 황금 시간대라 할 수 있겠다.

해가 진 뒤 30분가량이 왜 중요할까. 그때 하늘빛이 어떤지 떠올려보면 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해가 기운 뒤에도 한동안은 어슴푸레한 빛이 남아 있다. 우리말로는 '여광(餘光)', 영어로 치면 '애프터글로우(afterglow)'에 해당하는 순간이다.

이때 사진을 찍으면 어둑어둑한 저녁의 분위기는 물론 미세한 도심의 잔상을 모두 찍을 수 있다.

한강을 찍는다면 어둑한 하늘과 도심의 불빛, 강물 표면까지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는 때다.

이때를 놓치면 애석하게도 밤 풍경은 어둠에 아예 잠겨버려 찍기 어려워진다.

황금 시간과 함께 야경사진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황금 요소. 바로 삼각대다. 삼각대 없이 야경을 제대로 찍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사진이 너무 쉽게 흔들리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때를 위해 준비한 귀띔 하나.

초보자들은 대개 셔터를 누르자마자 얼른 손가락을 떼는데, 야경을 찍을 때만큼은 인내심을 갖고 좀 더 지그시 누르고 있길 권한다.

'찰칵' 소리가 날 때까지 손가락으로 셔터를 계속 눌러주면 사진이 흔들리는 걸 한결 방지할 수 있다.

경북 예천에서 찍은 '삼강 주막'의 밤 풍경도 실은 오후 6시 30분쯤 찍은 것이다.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마지막 주막의 풍경을 최대한 은근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때는 2월이라 오후 6시쯤 해가 졌다.

해가 기울자마자 높은 곳으로 기어올라가 삼각대에 카메라를 얹고 여광이 사라지기 직전까지 관찰했다.

어느 순간 주막에 불이 커졌고, 막걸릿잔을 부딪치는 사람들이 보였다. 찰칵, 셔터를 눌렀다.

어둑한 하늘과 멀리 가지를 뻗은 검은 나무, 초가집의 풍경이 찍혔다. 마지막 주막의 모습이 여광 덕분에 그렇게 으슥한 푸른 빛으로 기록됐다.

 

 

 

 

 

⑨ 분위기 있는 실내사진 찍는 법

 

입력 : 2011.05.26

창문은 내 옆쪽에 두고… 카메라 수평 확인 필수

잡지사 에디터로 일하는 후배 A씨는 자칭 '카페 순례자'다.

주말이면 인테리어가 독특하고 예쁜 카페를 찾아다니며 그 공간을 사진으로 찍어 블로그에 올리는 걸 좋아한다.

그런 그녀가 어느 날 내게 전화를 걸어와 대뜸 이렇게 물었다. "선배, 내가 찍은 실내 사진은 왜 어설퍼 보이는 거지? 안정감이 영 없네…."

뜬금없는 질문에 잠시 망설이다 이렇게 대답했다. "먼저 카메라를 똑바로 들어야지." 수화기 너머 후배가 고개를 갸우뚱하는 게 느껴졌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녀석은 이 말이 분위기 있는 건물 실내 사진을 찍기 위한 첫 번째 방법임을 눈치 채지 못한 것이다.

A를 비롯한 사진 초보자들이 건물 실내를 찍을 때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 그건 사진을 '불안하게' 찍는 것이다.

수평·수직선을 제대로 못 맞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모든 건물은 기본적으로 수평·수직선으로 이뤄진다.

많은 이들은 그러나 이를 무시하고 카메라를 들어 사진을 '툭' 찍는다. 그러다 보니 실내도 비딱하게 찍힌다. 사진이 안정감이 없어 보이는 이유다.

이를 피하려면 먼저 카메라를 수평으로 똑바로 들어야 한다.

그리고선 건물 천장·기둥·모서리 같은 선을 하나 찾아, 사진 속 사각 프레임과 평행하게 맞춰야 한다.

이렇게만 구도를 잡고 찍어도 절반은 완성이다. 공간을 담아내는 틀을 안정감 있게 잡았기 때문이다.

렌즈(20mm)·셔터스피드(1/15 sec)·조리개(f/8)·감도(ISO 100). 삼각대 사용.
여기까지 성공했다면 이젠 두 번째 방법에 귀 기울일 차례다. 어려울 건 없다. '흔들리지 않게 찍자'는 것이니까.

카페·레스토랑·갤러리 같은 실내는 대개 빛이 부족해서 사진이 쉽게 흔들린다.

카메라 모니터로 볼 땐 그럭저럭 괜찮은 사진도 나중에 펼쳐 보면 흔들려 엉망인 경우가 많다.

이럴 땐 먼저 숨을 참고 몸의 무게중심을 잘 잡고 찍는다. 그래도 흔들리면 몸을 벽에 기대보자. 사진이 흔들리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안정적으로 사진 찍는 자세를 익혔다면 마지막으로 '분위기'를 살릴 차례. 내가 준비한 귀띔은 '창문을 내 왼쪽·오른쪽에 두고 찍으라'는 것이다.

실내 사진은 자칫하면 밋밋하게 찍힌다. 공간이 널찍한 곳일수록 더욱 그렇다.

인테리어와 분위기를 입체적으로 살리려면 무엇보다 빛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럴 땐 정면으로 스며드는 빛, 등 뒤로 쏟아지는 빛보다는 옆에서 비스듬하게 떨어지는 빛이 더 좋다.

사물을 한층 극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서울 성북구 효자동에서 찍은 한옥 카페 사진도 위 세 가지 방법을 활용해서 완성한 것이다. 카페 실내는 좁은 편이었다.

그 공간을 왜곡하지 않고 제대로 찍기 위해 일단 카페 안 창문과 탁자에 맞춰 수직·수평선이 정확하게 들어맞도록 구도를 잡았다. 빛을 살폈다.

오전 11시. 햇빛이 내 왼쪽 창문으로 비스듬하게 흘러들어왔다.

창틀과 의자, 탁자는 다소 어둡게 나왔지만, 찻잔과 창문 밖 한옥 기와는 생생하게 살았다.

비스듬한 빛 덕에 공간의 표정까지 잡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⑧ 기억에 남는 얼굴사진은 이렇게…

 

 

 

입력 : 2011.05.12

눈빛이 살면사진이 산다

눈동자만 또렷이 떠오르는 그림이 있다. 네덜란드 화가 베르메르(Vermeer·1632~1675)가 그린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가 그렇다.

그림을 오랫동안 바라보다가도 돌아서면 결국 기억에 남는 건 그 그렁그렁한 눈동자다.

왜 그런 걸까 싶어 이리저리 책을 찾아봤더니 이 작품은 윤곽선을 없애고 색조 변화로만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그 은은한 기법 때문에 '네덜란드의 모나리자'라는 별명을 얻었다고도 한다. 그래서 그림의 중심인 눈동자가 더욱 부각된다는 설명이었다.

이 대목에서 '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인물 사진을 찍을 때도 기억해두면 좋을 기법이기 때문이다.

렌즈(50㎜)·감도(ISO 400)·셔터 스피드(1/60sec)·조리개(조리개 f/1.4).
사진으로 치면 이건 일종의 '아웃포커스(out of focus)'다. 피사체에 초점이 제대로 맞지 않아 화면 전체가 그윽하게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억에 강렬하게 남는 건 소녀의 눈동자만큼은 분명하게 관객을 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는 이가 숨을 멈추고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진 초보자들이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기본'을 놓치는 것이다.

조리개·감도·셔터 스피드 같은 단어 앞에서 괜히 움츠러들고 그래서 "사람 얼굴을 찍어오라"고 하면 대개 초점이 제대로 맞지 않은 사진을 가져온다.

왜 그럴까? 욕심이 많아서다. 사람 얼굴 속 이목구비도 다 잘 찍고 싶고 배경도 근사하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

그러다 보니 중요한 것을 잊어버린다. 바로 사람의 눈동자를 제대로 찍는 것이다.

눈동자에 초점을 정확히 맞추는 것. 이건 참 기본처럼 들린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굳이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기억에 남는 인물을 찍고 싶다면 여기에만 집중해도 힘이 모자란다.

얼굴의 다른 부분이 모두 흐릿하게 찍혀도 눈동자만 명확하게 포착하면 얼굴 전체가 강렬해진다.

'눈은 마음의 창(窓)'이란 말은 흔하지만 가장 정확한 말이다.

사진 속 주인공은 나의 조카다. 녀석이 세 살이 되던 날이었다. 선물도 없이 빈손으로 갔더니 녀석은 날 보지도 않았다.

다급해진 마음에 "아이스크림 사줄게!"라고 외치자 아이의 표정이 달라졌다.

'아이스크림?' 하는 표정으로 날 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 눈동자가 어찌나 또렷하고 간절한지 웃음이 날 지경이었다.

손에 들고 있던 카메라로 얼른 조카의 얼굴을 찍었다.

조리개를 최대한 열고(이렇게 하면 초점이 맞는 범위가 매우 좁아진다) 아이의 큼직한 눈동자에만 초점을 정확히 맞췄다.

다른 부분엔 초점이 정확히 맞지 않았지만, 아이의 표정은 이 투명한 눈망울 덕에 어느 때보다 선명하고 정확하게 표현됐다.

요즘도 녀석이 보고 싶을 때면 난 이 사진을 꺼내본다.

 

 

⑦ 음식 사진 맛있게 찍는 법

 

 

입력 : 2011.04.21

창가에 앉아 후다닥 찍으세요

아내는 음식을 먹기 전 자주 사진을 찍는다. 내가 수저를 들려고 하면 곧잘 외치는 말이 "잠깐만"이다.

식당에서 지글지글 고기를 구울 때도, 레스토랑에서 주문한 스파게티가 먹음직스러울 때도 카메라부터 집어든다.

그러곤 이렇게 투덜거린다. "에이, 흔들렸네."

음식 사진을 찍어 웹에 올리는 건 어느덧 문화를 넘어 놀이가 된 것 같다.

올해 초 한 외국 신문에서 이런 현상을 '일단 찍고 그 담에 먹기(First Camera, Then Fork)'란 제목의 기사로 쓴 걸 보고 웃은 적도 있다.

기왕 찍는 음식 사진, 좀 더 폼나게 찍을 순 없을까. 아래 몇 가지 방법만 기억해도 '기본'은 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렌즈(100㎜ macro)·감도(ISO 400)·셔터 스피드(1/200sec)·조리개(조리개 f/4.0)
가장 먼저 해주고 싶은 얘기는 '창가에서 찍으라'는 것이다. 모든 음식은 제각각의 질감과 빛깔을 자랑한다.

가령 국수를 찍을 땐 그 면발의 윤기와 탄력, 김으로 모락모락 올라오는 따뜻한 국물의 온기를 표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 모든 걸 사각형 프레임에 제대로 가둬두려면 양질의 빛이 필요하다.

형광등 불빛에 기대 찍을 수도 있겠지만 이럴 경우엔 음식 자체가 밋밋하게 나올 때가 많다.

창문으로 비스듬하게 스며드는 햇빛은 같은 음식도 한층 탐스럽게 만드는 마법의 빛이다. 음식 사진에 자신이 없다면 일단은 창가 자리부터 고수하자.

두 번째로 하고 싶은 말. '숨을 참고 바짝 찍어라.' 음식 사진을 잘 찍는 또 다른 방법은 음식 그 자체만 간결하게 찍는 것이다.

복잡한 배경까지 찍을 것 없이 음식 그 자체에만 집중하란 뜻.

이를 위해선 음식을 가까이서 바짝 찍어야 하는데 이렇게 찍으면 초점이 쉽게 흔들린다는 단점이 있다. 이때 숨을 참으면 손이 한결 덜 흔들린다.

세 번째. '한 숟갈 크기'로 찍어라. 찌개 사진을 찍을 때도, 스파게티 사진을 찍을 때도 기왕이면 한 숟갈을 떠서 보여주는 게 더 재미있다.

그릇을 통째로 찍다 보면 정작 찍어야 할 부분이 묻힐 때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 동대문시장에 있는 식당에서 찍은 이 생태탕 사진도 이 세 가지 법칙에 기대 찍었다. 후배와 식당에 들어가서 일단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주문한 생태탕이 나오자마자 난 후배에게 속이 꽉 찬 뽀얀 생태 한 토막을 수저로 들어보이라고 했다.

그 보글보글 끓는 국물의 온기와 생태의 부드러운 윤기가 사라지기 직전 접사촬영용 100㎜마크로(macro) 렌즈로 잽싸게 사진을 찍었다.

여기에 마지막 힌트가 숨어 있다. 기왕이면 빨리 찍으라는 것. 그것도 음식이 나오자마자 1분 안에.

왜냐고? 갓 만든 음식이 원래 가장 맛있는 법이니까. 희한하게도 맛없는 음식은 절대 사진에서도 먹음직스럽게 찍히질 않는다.

'맛없게 찍힌다'고 투덜대는 아내에게 사실은 그 말을 해주고 싶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