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우의 쉬운 사진] (37) 여행 속 음식사진

입력 : 2012.08.16 04:00

음식과 배경 동시에 '찰칵'… 추억을 함께 담아라

렌즈 28mmㆍ셔터스피드 1/1328 secㆍ조리개 f/5.6ㆍ감도 ISO 400.

 

사진 찍고 여행하는 게 일이다 보니, 전국 방방곡곡을 돌면서 맛집은 꽤 다닌 편이다.

그럼에도 누군가 "여행하면서 먹었던 음식 중 어떤 게 제일 맛있었느냐"라고 묻는다면 난 주저 없이 "울릉도에서 먹었던 해삼과 성게"라고 대답하겠다.

2008년 여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동료들과 부푼 마음으로 울릉도 여행을 떠났다. 해안길을 따라 달리다가 식당 하나를 발견했다.

싱싱한 해산물을 먹고 싶은 마음에 '해삼 한 접시, 성게 한 접시'를 주문했더니, 식당 주인은 "좀만 기다리라"고 했다.

그러더니 잠시 후 주인아주머니가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풍덩' 뛰어들었다. "엥, 기다리라는 게 잡아오겠다는 뜻이었어?" 동료들은 소란스러워졌다.

잠시 후 바다 위로 주인아주머니 머리가 쑥 올라왔다. 손에 든 그물엔 갓 잡은 성게와 해삼이 담겨 있었다.

갓 잡아 손질한 해산물이 접시에 담겨왔을 때, 나도 모르게 "이야!" 하고 탄성을 질렀다. 동료들도 "와!" 하고 손뼉을 쳤던 게 기억난다.

이 장면을 놓치기 아깝다 싶었다.

식탁 위에 접시를 올려놓고 찍으면 이 순간이 온전히 담기지 않을 것 같았다. 접시를 바닷가 바위 위에 올려놓았다.

배경으로 넘실대는 울릉도 바다, 검은 돌, 그리고 또다시 누군가의 주문을 받자마자 해녀복을 입고 바다로 내려가는 주인아주머니의 모습이 한꺼번에

잡혔다.

'이거다.' 속으로 생각하면서 셔터를 눌렀다. 지금도 이 사진을 볼 때면 그때 친구들과 나눴던 수다, 주인아주머니가 바다에 뛰어들 때의 놀라움,

성게를 입에 넣자마자 코로 물씬 밀려오던 바다 냄새가 생각난다.

사실 여행하다 보면 음식 사진을 찍을 때가 종종 있다. 이때 음식만 찍으면 어쩐지 좀 밋밋한 느낌이다.

음식과 '추억'을 함께 찍으면 한층 더 생동감 있는 사진을 만들 수 있다. 이럴 땐 배경과 함께 찍는 게 좋다.

야유회에서 김밥을 먹는다면, 그 김밥만 찍는 게 아니라 김밥 뒤로 보이는 풍경이나 그 김밥을 보고 좋아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같이 찍는 식이다.

산에 올라가서 간식을 먹었다면 그 간식 뒤로 펼쳐진 산자락과 푸른 하늘을 같이 담아도 좋겠다.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소품을 활용해도 괜찮다.

산이라면 나뭇잎이나 나뭇가지, 바닷가라면 현무암, 수영장이라면 밀짚모자나 선글라스, 튜브 등을 적절히 배치해 보여줘도 나쁘지 않겠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음식과 배경의 밝기가 너무 차이 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가령 해가 쨍쨍한 바깥에서 그늘에 음식을 놓고 사진을 찍으면 음식이 너무 어둡게 나오거나 배경이 허옇게 나온다.

음양(陰陽)의 차이가 적은 곳, 다시 말해 노출 차이가 적은 장소를 골라서 찍어야 음식과 배경이 고루 사진에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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