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우의 쉬운 사진] (35) 장마철 빗속에선 이렇게 찍어라

  • 유창우 영상미디어 기자

 

입력 : 2012.07.12

흠뻑 젖은 도시 야경 속 '환상의 공간' 숨어있었네

렌즈 23mm·셔터스피드 1/125 sec·조리개 f/5.6·감도 ISO 800.
비가 쏟아지는 계절, 장마철이다. 제아무리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이라도 장마철엔 주춤하기 마련이다.

카메라를 망가뜨리기도 쉽고, 사진이 잘 나오지 않을 확률도 높기 때문이다.

빗방울이 온몸을 공격하는 것을 감내해야 하는 '우중(雨中) 촬영'은 어느 정도 준비가 필요하다.

촬영이 여러모로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만큼 남들이 잘 찍지 않는 장면을 얻을 기회이기도 하니, 사진에 욕심이 있다면 한 번쯤 용기를 내봐도 좋겠다.

가장 중요한 건 디지털 카메라가 물에 젖지 않도록 방수 대책부터 마련하는 것이다.

보슬비처럼 빗방울이 가늘게 떨어질 땐 입은 옷으로 감싸거나 우산으로 비를 막을 수 있겠지만, 장마철 세찬 빗줄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방수 카메라 가방, 방수 커버, 방수 팩, 우비, 커다란 수건, 제습제, 삼각대 우산 정도는 챙기는 게 좋다.

일단 카메라·렌즈·건전지·메모리 카드·충전기 등은 방수 카메라 가방에 잘 넣어 비를 맞지 않게 해야 한다.

장시간 비를 맞으면 아무리 방수가 잘되는 카메라 가방도 100% 습기를 막아주진 못한다. 이럴 때 필요한 게 제습제다.

장비를 제습제와 함께 방수 팩에 넣고, 다시 방수 카메라 가방에 넣어 이중으로 습기를 차단하자.

카메라를 꺼내 촬영할 땐 카메라에 방수 커버를 입히고 사진을 찍는 것도 방법이다. 이때 카메라에 빗물이 어느 정도는 묻을 수밖에 없다.

미리 준비한 커다란 수건으로 빗물을 중간 중간 닦아주며 촬영하면 한결 낫다.

비 오는 날은 대개 어둡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초점이 잘 맞지 않거나 흔들리기 쉽다. 적절한 노출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일단 카메라 감도(ISO)를 800 또는 1600까지 올려서 셔터 스피드를 확보하자.

요즘엔 디지털 카메라가 워낙 성능이 좋아서 감도를 크게 높여도 사진 질이 나쁘지 않다.

또 될 수 있는 한 사진에서 하늘은 뺄 것을 권한다. 비 오는 날엔 하늘이 대부분 하얗게만 나온다.

하늘을 사진에 담으면, 하늘을 제외한 부분은 너무 어둡게만 나와 이상한 사진이 된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힘들더라도 야경(夜景) 사진에 한 번쯤 도전할 것을 권한다. 비가 쏟아지면 거리가 온통 젖는다.

도심의 불빛이 빗물에 젖은 거리와 건물에까지 온통 반사돼 한층 더 환상적인 분위기를 빚어낸다.

노출을 확보하는 것도, 흔들리지 않는 사진을 찍는 것도 쉽진 않겠지만, 그만큼 더 아름다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비가 쏟아지는 밤, 삼각대와 우의를 챙겨서 카메라를 들고 나가보자. 그 어느 때보다 만족스러운 사진을 얻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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