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우의 쉬운 사진] (52) 집에서 찾은 반사판 효과

입력 : 2013.03.21

'송혜교 조명' 우리집 욕실에도 있다

"아, 정말 예쁘다." 아내가 한숨을 쉰다.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 주인공으로 출연한 송혜교를 보면서다.

하긴, 내가 봐도 저 드라마 속 송혜교의 모습은 참 예쁘다. 얼굴빛은 화사하고 눈동자도 반짝반짝하다.

아내는 "저게 다 전생에 나라를 구해서 그렇다"고 농담하지만, 글쎄, 난 좀 생각이 다르다. 옆에서 같이 드라마를 보다가 한마디를 슬쩍 보탰다.

"저거, 어느 정도는 조명발이야." "그래?" "그럼. 조명이 얼마나 중요한데." 난 제법 확신에 찬 말투로 대답했다.

짐짓 큰 소리를 친 데는 사실 이유가 있다.

사진가나 촬영·조명 기사들은 사실 화면에 찍힌 피사체의 눈동자만 봐도 주변에 조명이 얼마나 있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에 조명을 몇 개나 두고 찍었는지, 얼굴을 환하게 밝혀주는 흰 반사판(빛의 반사를 이용하여 조명의 밝기를 조절하는 판)은 또 얼마나 썼는지, 눈동자만 유심히 살펴봐도 답이 어느 정도는 나온다.

드라마 속 송혜교의 눈동자를 살펴보면, 역시 그 속에도 다양한 형태의 반영이 어른거린다.

자세히 뜯어보면 얼굴 아래 큼직한 반사판이 있다는 것, 인공조명도 1~2개는 있다는 것이 어느 정도 보인다.

1 눈동자를 뜯어 보면 큼직한 반사판이 보인다. 2 화장실 욕조 안에서 촬영.
드라마에서만 이렇게 조명과 반사판을 많이 쓰는 걸까. 그렇지 않다. 나 역시 가끔 소위 '뷰티 화보'라는 걸 찍을 때가 있다.

모델을 불러다 놓고 촉촉한 피부를 연출하거나 화사하게 메이크업을 한 모습을 찍는 것이다. 이럴 때 절대 빠져선 안 되는 게 바로 반사판이다.

화보 속 모델들은 대개 윤이 나면서도 모공이 보이지 않는 피부를 자랑하는데, 이는 보통 사방에서 골고루 빛이 들어와 얼굴을 밝혀준 덕분이다.

일단 이마 위에 조명을 하나 밝히는 건 보통이다. 마치 태양광처럼 사람 얼굴을 또렷하면서도 자연스럽고 환하게 밝혀주기 때문이다.

이럴 때 자칫하면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질 수도 있는데, 이럴 때 반사판이 필요하다.

반사판은 얼굴 그림자를 줄여주면서도 얼굴 전체에 부드러운 빛을 던져주는 역할을 한다.

자, 여기서 질문. 그렇다면 '쉬운 사진'의 독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진 초보자도 인공조명과 반사판을 구입해서 들고 다녀야 하나?

대답은 '그럴 필요는 없다'다. 반사판으로 둘러싸인 공간이 집에도 있기 때문이다. 바로 욕실이다.

욕실엔 대개 새하얀 욕조나 새하얀 타일로 둘러싸여 있다.

바로 이런 곳에서 사람 얼굴 사진을 클로즈업으로 찍으면 욕실 벽면과 욕조 자체가 반사판 역할을 해서 사진이 환하고 예쁘게 나온다.

많은 여성이 "백화점 화장실에서 셀프 카메라를 찍을 때 사진이 제일 잘 나오더라"고 말하는 덴 사실 다 이런 이유가 숨어 있는 것이다.

그러니 송혜교가 부럽다면, 오늘 일단 욕실에서 찍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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