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의 조선업체 한화오션은 요즘 직원 안전 교육을 할 때 베트남어, 네팔어, 중국어 등 7개 국어로 만든 교재를 쓴다. 
직원 2만8000명 중 3900명이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 외국인 근로자 수는 1년 새 2.4배로 늘어났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요즘 지방 조선업체는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문을 닫아야 할 정도”라며 “이들의 국내 정착이 물량 수주만큼 중요해졌다”고 했다.


울산 현대중공업은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구내식당 메뉴로 인도네시아 볶음밥 ‘나시고렝’과 헝가리 국물 요리 ‘굴라시’를 내놓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고향을 생각하며 자주 시켜 먹는다고 한다. 
BNK경남은행은 지난 3월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경남 창원과 울산 지역 지점에 외국인 근로자 전용 창구를 열었다.

 

 




최근 국내에 외국인 주민이 증가하면서 생겨난 새로운 풍경이다. 
행정안전부가 24일 발표한 ‘2023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에 따르면, 국내에 사는 외국인 주민은 작년 11월 기준 246만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대구 인구(238만명)보다도 많다. 
단기 체류자가 아니라 근로·유학 등 목적으로 3개월 넘게 사는 외국인 수다.


총인구 대비 비율도 4.8%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학계에서는 외국인 주민 비율이 5%를 넘으면 다문화사회에 진입했다고 보는데 그 목전에 들어선 것이다. 
행안부는 “지금 추세라면 내년에는 5%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역별로는 이미 외국인 주민 비율이 5% 이상인 시·군·구가 97곳에 달했다. 이는 1년 전보다 29곳 늘어난 것이다. 
전남 영암이 18.6%로 가장 높았고, 충북 음성(18.1%), 경기 안산(15.2%) 등의 순으로 높았다.


외국인 주민의 증가세도 가파르다. 코로나 시절을 제외하면 매년 전년 대비 5% 이상 증가하고 있다. 작년에는 8.9%였다. 
지난 1년 새 증가 폭이 가장 큰 지역은 전남(18.5%)이었다. 이어 경남(17%), 울산(15.6%), 충남(14.4%) 등의 순으로 외국인 주민이 빠르게 늘었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 지역은 특히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늘어난 곳”이라고 했다. 
외국인 근로자 수는 1년 새 6만7111명(16.6%) 증가해 전체 외국인 주민 수 증가를 주도했다.


외국인 주민이 가장 많은 시·도는 경기도(80만9801명)였다. 이어 서울(44만9014명), 인천(16만859명) 등의 순으로 많았다. 
시·군·구 중에서는 경기 안산(10만8033명), 경기 화성(7만6711명), 경기 시흥(7만4653명) 등에 외국인 주민이 많이 사는 것으로 집계됐다. 주로 공단이 많은 지역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구 감소 등으로 일손이 부족한 지방을 중심으로 외국인 주민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다문화사회 진입에 대비해 근로 환경, 복지 서비스 등을 외국인 친화적으로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24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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