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걸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로제가 미국 유명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함께 18일 발표한 노래 ‘아파트(APT.)’가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싱글곡 ‘아파트’는 공개된 지 나흘 만인 22일 오전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 글로벌·미국 차트 1위에 올랐고, 23일엔 유튜브 1억 조회 수를 돌파했다. 
한국 여성 솔로 가수가 스포티파이 글로벌 차트와 미국 차트 1위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K팝 아이돌 여가수 로제의 신곡 '아파트(APT)' 뮤직비디오>

 


K팝이 인기를 끌며 한국 가수의 노래가 인기몰이를 하는 일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아파트’는 한국 술 먹기 게임에 착안해 (로제가) 작사·작곡을 했고 최고 수준급 가수인 마스가 ‘소맥(소주와 맥주를 섞은 술)’을 마시며 ‘건배, 건배’를 외치는 식으로, 외국인에겐 생소한 한국의 술 문화를 모아 만든 노래임에도 빠른 인기를 얻어 주목받고 있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에 유머를 섞어 한국의 ‘서브컬처(하위 문화)’를 녹인 뮤직비디오로 시선을 잡는다는 점에서 K팝 글로벌화에 촉매가 된 싸이의 2012년 발표곡 ‘강남스타일’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파트’라는 말 자체가 ‘콩글리시(한국에서만 쓰는 영어식 표현)’다.

 

 

<한국 아이돌 가수 로제가 지난 18일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함께 발표한 신곡 ‘아파트(APT.)’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한국 술자리 게임에서 착안했다는 노래 ‘아파트’가 글로벌 음원 차트를 석권하면서 ‘K서브컬처’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노래는 ‘채영이(로제의 한국명)가 좋아하는 랜덤 게임’이라는 한국말로 시작한다. 
곧이어 마스가 로제와 함께 ‘아파트, 아파트’라고 외치며 노래한다. 
이 ‘아파트’ 부분의 음정과 박자는 한국에서 유행했던 술자리 게임 ‘아파트’에서 그대로 따왔다. 
뮤직비디오에서도 마스와 로제는 이 노래를 하면서 실제로 손을 위아래로 교차하는 아파트 게임을 재현한다. 
로제는 여러 매체와 한 인터뷰에서 “원래 아파트 게임을 좋아하는데 음악에도 넣으면 재밌을 것 같아 노래를 만들게 됐다”고 했다. 
마스는 노래 가사 ‘건배 건배’를 한국말 그대로 부르고, 뮤직비디오에선 이 대목에 태극기를 흔들기도 한다.


해외 팬들은 자극적이면서도 단순한 이 ‘아파트’의 선율 반복이 “대단히 중독성 있다”는 반응을 보인다. 
유튜브·틱톡·인스타그램 같은 각종 소셜미디어엔 곳곳에서 ‘아파트’를 다 같이 부르거나 ‘아파트’ 게임을 재현하는 이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속속 올라오는 중이다. 
한 독일의 클럽에서 ‘아파트’ 노래가 나오자 이를 다 같이 따라 부르는 영상이 화제를 모았고, 브라질에서 열린 브루노 마스 콘서트에서 관객들이 다같이 “아파트 아파트”를 외치는 모습도 소셜미디어를 달궜다. 
뉴욕 맨해튼 코리아타운 거리에서도 ‘아파트’가 밤새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영어론 ‘떨어져(apart)’라는 부사처럼 들리지만, 한국에서만큼은 공동주택을 뜻하는 ‘아파트’라는 단어 자체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유튜브·틱톡 등엔 마스가 ‘아파트’를 외친 것처럼 ‘아파트’를 어설프게 계속 따라 발음하는 외국인들의 영상이 수백 건씩 검색된다. 
그래미상을 여러 개 받은 유명 팝스타 찰리 푸스도 자신의 틱톡 계정에 “아파튜”라며 발음을 연습하는 영상을 올리고 “(이 단어가) 영원히 내 머릿속에 갇혀버렸다”고 적었다. 
로제는 인스타그램 계정에 한 팬이 “아파트는 아파트먼트(apartment)?”라고 묻자 로제가 “아니요, 아파트(apatue)!’라는 답을 달기도 했다.


노래 인기는 다른 한국 문화에 대한 호기심으로도 이어지는 중이다. 
로제는 ‘아파트’를 발표한 직후인 20일 잡지 ‘보그’와 인터뷰한 영상을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렸다. 
이때 그는 직접 김치볶음밥, 마른오징어에 찍어 먹는 청양고추·마요네즈 소스, ‘소맥’을 만드는 모습 등을 보여줬다. 
해당 영상은 조회 수 250만회를 금세 넘어섰다.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도 김치볶음밥과 마른오징어, 소맥은 화제의 중심에 섰다. 
글 쓴 이들은 “로제의 영상을 보고 처음으로 소맥을 만들어 마셔봤다” “김치볶음밥까진 따라 해도 마른오징어까지는 여전히 자신 없다” 같은 반응을 올리고 있다.

 

 


<아파트 게임 즐기는 외국인들 - 인도네시아 여성과 영국인 남성이 22일 틱톡에 ‘아파트’를 따라 하는 모습을 올렸다.>

 


‘아파트’ 열풍에 1982년 발표된 가수 윤수일의 노래 ‘아파트’도 새삼스럽게 재조명되고 있다. 
윤수일이 ‘아파트’를 부르는 유튜브 영상엔 “이분이 브루노 마스인가요” “빌보드 진입을 축하한다” 같은 장난스러운 댓글이 이어지는 중이다. 
윤수일은 최근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졸지에 ‘아파트 2′가 나와서 이렇게 라디오를 통해 인사드린다. (갑작스러운 인기로) 여러 사람에게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윤수일이 작사·작곡한 ‘아파트’도 중독성 있고 간결한 멜로디로 노래방이나 야구장 등에서 여전히 애창되는 노래다.(241024)



☞서브컬처(Sub-culture)

주류 문화가 아닌 하위 문화를 일컫는 말. 
미국 시카고대 사회학 교수였던 데이비드 리스먼이 비주류 문화라는 뜻으로 1950년 처음 사용했다.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부른 노래 ‘아파트’는 술자리에서 즐기는 게임에서 착안, 한국의 서브 컬처를 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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