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취업자의 연령대별 분포가 나이가 많을수록 늘어나는 역(逆)피라미드형으로 바뀌었다. 
1980년대에는 20대 이하 취업자가 가장 많고 이어 30대, 40대, 50대 순으로 줄어드는 피라미드형이었는데 40년 만에 피라미드가 뒤집힌 것이다. 
저출산·고령화가 장기화한 가운데 길게는 80대 초반까지 일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져 일자리를 찾는 고령층이 늘어난 결과다.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법적 정년을 넘긴 직장인이나 자영업자 등 60세 이상 취업자가 사상 처음으로 다른 모든 연령대를 제치고 가장 많아졌다. 
9월 60세 이상 취업자는 1년 전보다 27만2000명 늘어난 674만9000명으로 1982년 7월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60세 이상 취업자가 전체 연령대 가운데 가장 많았고, 이어 50대(672만명), 40대(619만1000명), 30대(547만3000명), 15~29세(371만명) 순이었다. 
8월까지는 50대 취업자(671만3000명)가 60세 이상(665만명)보다 많았는데, 지난달에 처음으로 60세 이상이 50대를 추월했다. 
이런 경우는 관련 통계 집계 이후 42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전남의 한 조선소에서 일하는 백모(60)씨는 올해 정년을 맞았지만 내년에도 일할 예정이다. 
회사가 정년이 지난 직원을 계약직으로 재채용하는 ‘고령자 계속 고용’ 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씨는 “기력이 50대 때보다 떨어지지 않았는데 일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회사는 70세까지 있어 달라고 하더라”고 했다.

 

 




취업자 연령대별 분포가 피라미드형에서 역피라미드형으로 뒤집힌 것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저출산·고령화가 오래 이어진 결과다. 
기대 수명이 68세로 낮았고 합계 출산율(여성 한 명이 낳으리라 예상하는 아이 수)이 1.74명이었던 1984년만 해도 연령대가 낮을수록 취업자가 늘어나는 피라미드 구조가 뚜렷했다. 
당시 60세 이상 취업자는 100만1000명으로 50대(212만7000명)의 절반에도 못 미쳤고, 20대 이하(475만9000명)의 21%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의료 기술 발달로 고령화가 장기화한 데다 저출산이 본격화하면서 2000년대 들어서는 30·40대 취업자 수가 60대 이상, 20대 이하를 웃도는 다이아몬드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이후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가 본격적으로 60대에 진입한 2010년대 중반부터 60세 이상 인구와 취업자가 함께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2000년 기준 521만2000명에 불과했던 60세 이상 인구는 2017년(1024만5000명)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어섰다. 
올해는 기대 수명이 84.3세로 늘어나고, 합계 출산율이 0.7명대로 떨어질 정도로 저출산·고령화가 심해지면서 취업자 연령대별 분포가 처음으로 역피라미드형으로 나타났다.

 

 




고령자들이 자녀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노후를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인식과, 80만원 초반대에 불과한 월평균 연금으로는 노후를 대비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점차 퍼진 결과다. 
통계청의 지난 5월 조사에 따르면, 55~79세 인구 1598만3000명 가운데 국민연금이나 개인연금, 주택연금 등 연금을 조금이라도 받는 이는 절반이 조금 넘는 817만7000명(51.2%)에 그쳤다. 
연금을 받는 고령층의 평균 수령액은 월 82만원가량으로, 회생법원이 판단하는 1인 가구 최저 생계비(133만7067원)의 61.3% 수준이다.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연금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딘 반면 노인 빈곤 문제가 심각한 점도 우리나라 고령층 취업자가 증가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60세 이상 인구 대비 취업자 수 비율을 뜻하는 60세 이상 고용률은 지난달 기준 47.4%로 모든 월 기준 역대 최고다. 
30대(80.4%), 40대(79.6%), 50대(77.6%)에는 못 미치지만 사회 초년생인 15~29세(45.8%)보다는 높다. 
올해 3월까지만 해도 60세 이상 고용률(45.5%)은 15~29세(46.2%)보다 낮아 전체 연령대 가운데 최저였는데, 4월부터 6개월 연속 20대 이하를 앞섰다.


고령층 취업자가 늘어나면서 정년이 지난 고숙련자들의 경륜과 전문성을 활용하는 양질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부 교수는 “노인 일자리에 쓸 예산을 계속 고용 기업 인센티브에 집중해야 한다”며 “연봉 3000만원 정도의 진로 상담 교사 자리 등 은퇴 고령층의 자질을 충분히 활용할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했다.(2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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