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조용미
 



마늘과 꿀을 유리병 속에 넣어 가두어두었다 두 해가 지나도록 깜박 잊었다 한 숟가락 뜨니 마늘도 꿀도 아니다 마늘이고 꿀이다 

 

당신도 저렇게 오래 내 속에 갇혀 있었으니 형과 질이 변했겠다 

 

마늘에 緣하고 꿀에 연하고 시간에 연하고 동그란 유리병에 둘러싸여 마늘꿀절임이 된 것처럼 

 

내 속의 당신은 참당신이 아닐 것이다 변해버린 맛이 묘하다 

 

또 한 숟가락 나의 손과 발을 따뜻하게 해 줄 마늘꿀절임 같은 당신을, 

 

가을밤은 맑고 깊어서 방안에 연못 물 얇아지는 소리가 다 들어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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