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33)씨는 퇴근 후 시간이 날 때면 늘 한강 공원을 찾는다. 
벤치에 앉아 30분가량 한강을 바라보다 집에 가는 게 취미라고 한다. 
박씨는 “아무 생각 없이 한강을 보면 회사에서 받았던 스트레스가 머릿속에서 말끔히 사라지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물멍’이 MZ 세대(1980년대 초반~2010년대 초반 출생자)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타오르는 장작을 바라보는 소위 ‘불멍’이 MZ 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었는데, 요즘은 물을 바라보는 ‘물멍’이 유행하고 있다. 
집 근처 강, 산에 가면 누구나 쉽게 물멍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MZ 세대가 물멍에 빠지고 있다. 
경기 남양주시엔 지난 5월 ‘물멍 카페’가 문을 열었다. 
주인 이민후(38)씨는 “열대어가 들어 있는 가로 5m, 세로 1m, 높이 60cm의 어항을 가운데에 두고 테이블을 그 주변에 배치한 구조”라며 “2030 젊은 세대가 전체 이용객의 30~40% 정도”라고 했다.

 

 




낚시도 대표적인 물멍이다. 
과거 아재(아저씨)들만의 취미로 취급받던 낚시가 젊은 세대에게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집에서 가까운 한강에서 가볍게 낚시를 하며 여유를 즐기는 2030이 늘고 있다. 
경기 군포시에 사는 직장인 김모(27)씨는 최근 성산대교 북단에서 쏘가리와 배스 낚시를 했다. 
김씨는 “원래도 여행과 자연경관 보는 걸 좋아해서 낚시를 즐기는 편”이라며 “사람 대하는 일을 하다 보니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 올해도 물때가 맞으면 한강 낚시를 또 할 계획”이라고 했다. 
9만여 명의 회원을 보유한 한 온라인 낚시 카페 운영진인 서모(42)씨는 “요새 바다에 나가면 10명 중 4명이 2030 세대”라고 했다.


중년들의 대표적인 취미로 인식됐던 등산에서 물멍을 즐기는 MZ 세대도 많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취준생 심모(33)씨는 지난 11일에 친구들과 인왕산을 다녀왔다. 
심씨는 “평소 컴퓨터와 핸드폰을 많이 들여다보니 이유 없이 편두통에 시달릴 때가 많다”며 “산에 가면 계곡 물소리를 들을 수 있어 마음도 차분해지고, 정상에 오르면 뿌듯해져 조만간 아차산, 관악산도 오를 생각”이라고 했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한국 MZ 세대는 세대차를 크게 느끼면서도 본인에게 유익하면 기성세대가 즐겨 하는 취미도 기꺼이 따라 하는, 실용성을 가진 세대”라며 “특히 사회 초년생인 MZ 세대가 좌절하는 경험을 많이 겪으면서 휴일엔 힐링과 동시에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물멍을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24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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