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지식] 올림픽 출전한 장애인 선수, 패럴림픽도 가능?

 



지난 6일 프랑스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 16강. 
한국 대표팀과 경기를 치른 브라질의 브루나 알렉산드르는 날카로운 ‘한 팔 탁구’를 선보였다. 
그는 오른팔이 없는 장애인 프로 선수다. 
비록 브라질은 이날 한국에 패했지만 알렉산드르는 29일 개막하는 패럴림픽에도 출전해 메달을 향한 도전을 이어갈 예정이다.

 

 

<6일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 16강 브라질과 대한민국의 경기에서 브라질의 브루나 알렉산드르가 대한민국 이은혜와 단식 대결을 펼치고 있다.>

 


일반적으로 올림픽은 비장애인 선수들이, 패럴림픽은 신체적·지적장애를 가진 선수들이 참가한다. 
하지만 비장애인과 겨뤄도 승산이 있을 정도의 기량을 갖춘 장애인 선수들은 올림픽에 참가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알렉산드르도 지난해 9월 남미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내면서 당당히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했다. 
이 외에도 데이비드 스미스(미국·배구), 멀리사 테퍼(호주·탁구) 같은 선수들도 청력·팔 등 신체 일부에 장애가 있지만 자국 국기를 달고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올림픽에 참가한다고 해서 패럴림픽 참가가 제한되는 건 아니다. 
올림픽과 패럴림픽은 각기 다른 목적으로 열리는 별개의 스포츠 행사이기 때문이다. 
알렉산드르에 앞서 이란의 양궁 선수인 자라 네마티, 여자 친구를 총으로 살해해 징역 6년을 선고받았던 남아공의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 등도 두 대회에 모두 출전했다.(24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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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지식] 女육상 100m 금메달 나라, 세인트루시아 어디 있지?

 



지난 3일 파리 올림픽 육상 여자 100m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한 사람은 섬나라 세인트루시아 출신의 쥘리앵 앨프리드였다. 
그는 금메달을 따내고 눈물을 터뜨렸다. “내 조국 세인트루시아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우리나라에 새 육상 트랙이 더 생기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낯선 듯 익숙한 이 나라는 대체 어디일까.

 

 




세인트루시아는 카리브해 위, 남미 베네수엘라에서 북쪽으로 780km쯤 떨어진 곳에 있다. 
면적(617㎢)은 서울(605㎢)과 거의 비슷하지만 인구는 18만명밖에 안 된다. 하지만 역대 노벨상 수상자 2명을 배출해 낸 저력 있는 나라다.

 

 

<3일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 스태디움에서 결승선을 1등으로 통과하고 기쁨으로 포효하고 있는 세인트루시아의 쥘리앵 앨프리드 선수. 
파리 올림픽 육상 여자 100m 종목의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름은 가톨릭 성인인 ‘루치아’에서 따왔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탈리아 가곡 제목 ‘산타 루치아’가 바로 이 성인의 이름을 딴 나폴리의 항구 이름이다. 
16세기 초 프랑스 선원들이 성 루치아 축일(12월 13일)에 이 섬에 난파하면서 이렇게 부르기 시작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세인트루시아의 국민 80% 이상은 가나, 나이지리아 같은 영국 또는 프랑스의 식민지에서 온 흑인 노예의 후손들이다. 
프랑스 식민지가 된 1674년부터 파리조약으로 영국 식민지가 된 1814년 사이, 이 나라의 통치권은 열 차례나 영·프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1979년 독립 후엔 영연방 국가로 남았지만, 아직도 영어 대신 프랑스어를 기반으로 한 토착 언어를 더 많이 쓴다.(24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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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지식] 복싱 동메달은 왜 둘?

 



한국 여자 복싱 대표 임애지(25)는 지난 4일 프랑스 파리 올림픽 54㎏급 준결승에서 튀르키예 선수에게 패한 즉시 동메달 수상자로 호명됐다. 
다른 준결승 패자 북한 방철미(29)도 같은 메달을 땄다. 왜 올림픽 복싱은 3·4위전 없이 준결승에서 진 두 선수에게 동메달을 수상할까.


올림픽 복싱은 두 선수가 링 위에서 3분 3라운드 동안 주먹으로 상대 얼굴과 몸통을 가격하는 방식이다. 
경기 중간마다 휴식 시간이 있는 타 종목에 비해 체력 소모가 크다. 
복싱이 올림픽 종목으로 도입된 1904년 세인트루이스 대회에선 다른 종목들처럼 3·4위전을 치렀다. 
하지만 결승보다 일찍, 즉 준결승 직후에 치러지는 3·4위전 특성상 선수들의 휴식 시간이 부족해 부상 우려가 커져 1952년 헬싱키 대회를 시작으로 지금 같은 방식이 도입됐다.

 

 

 

<한국 여자 복싱 대표 임애지가 4일 프랑스 파리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진행된 복싱 여자 54kg급 준결승 튀르키예의 해티스 아크바스 선수와의 경기에서 동메달 수상을 확정하고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복싱처럼 두 선수가 링 위에서 맞붙는 유도·태권도·레슬링도 동메달 시상대에 두 선수가 오른다. 다만 수상자 선정 방식이 다르다. 
유도는 8강에서 진 네 선수가 패자부활전을 치르고, 여기서 이긴 두 명이 준결승에서 진 두 명과 각각 맞붙는다. 두 경기 승자가 동메달을 딴다. 
태권도·레슬링은 16·8강전에서 결승 진출자에게 패한 선수 네 명이 패자부활전에 출전한다. 
이후 패자부활전 승자, 준결승 패자가 동메달 두 개를 놓고 겨룬다. 
이처럼 복잡한 방식 덕에 선수들은 경기 간 휴식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 
메달 수상자 선정 방식은 IOC(국제올림픽위원회)와 각 종목 단체의 논의로 정해진다.(240806)



 

 

[깨알지식Q] 김예지는 양쪽, 오예진은 한쪽 눈… 저 안경들 뭐지?

 



사격 여자 공기권총 10m 종목에서 나란히 금·은메달을 거머쥔 오예진·김예지 선수. 오예진 선수는 한쪽 눈만 가리는 안경을, 김예지 선수는 왼쪽과 오른쪽 모두에 필터와 가림막 등이 붙어있는 안경을 쓰고 나와 관심을 끌었다. 
여기서 궁금한 점. 이렇게 사격 선수들이 대회에서 쓰는 이 독특한 안경엔 어떤 기능이 있을까.


김예지 선수가 쓰는 안경 렌즈의 오른쪽 부분을 덮고 있는 동그란 장치는 다름 아닌 초점과 조도(照度)를 조절할 수 있는 ‘필터’다. 
사진상에서 잘 보이지 않지만 가운데에 바늘구멍만 한 틈이 나 있다. 
선수는 마치 카메라 조리개처럼 이 구멍의 크기를 수동으로 미세하게 조절해 초점을 정확히 맞출 수 있다. 
필터를 바꿔 끼우는 것도 가능하다. 경기장의 환경이나 선수의 눈 상태에 따라 그때그때 다른 색을 선택한다.

 

 

<2024 파리올림픽 사격 여자 10m 공기권총 금메달 결정전이 열린 28일 프랑스 샤토루 CNTS 사격장에서 대한민국 대표팀 김예지(왼쪽)와 오예진이 각각 메달을 확정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반면 선수 본인의 시력이 좋은 경우엔 안경을 끼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안경에 붙이는 필터 장치가 무거워 오히려 집중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필터를 달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안경 대신 간편하게 콘택트 렌즈만 착용하는 선수도 있다.


오예진 선수와 김예지 선수가 쓴 안경엔 또한 각각 모두 왼쪽에 사각형의 가림막이 붙어있다. 
다른 한쪽 눈의 시야를 차단하는 용도다. 
오랫동안 경기를 진행하면서 계속 한쪽 눈을 계속 감고 있는 것이 쉽지 않고, 눈도 피로해지는 만큼 나머지 한쪽 눈을 아예 가려서 안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대한사격연맹 관계자는 “국제 규격만 지키면 필터나 가림막은 선수가 자유롭게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다”라고 했다.


챙이 달린 모자도 사격 선수들이 자주 쓴다. 
사격 대회장의 조명이 선수들 머리 위에 있어 눈부심을 유발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다. 
모자는 또한 선수들의 머리카락이 얼굴에 닿지 않도록 고정해줌으로써 집중력 유지를 돕는 역할도 한다.(240802)


 

 

[깨알지식] '일국양제' 홍콩… 50년 기한 끝나면 올림픽 못 나갈까

 


31일 파리올림픽 국가별 메달 순위(금메달 숫자 기준)에서 중국은 2위, 홍콩은 10위에 올라있다. 
홍콩은 중국의 일부인데 왜 별도로 팀을 꾸려서 파리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었을까.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되면서 도입된 ‘일국양제(一國兩制)’ 원칙 때문이다. 
말 그대로 한 나라에 두 체제가 있다는 의미로, 외교와 국방은 중국이 관할하지만 내정 분야에서는 자치를 허용한다. 여기에 스포츠도 해당한다.


이에 따라 영국 식민지 시절에 설립한 홍콩올림픽위원회 지위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다만 국제대회 참가 시 영문 국가명을 ‘홍콩, 차이나(Hong Kong, China)’로 해 중국 영토임을 분명히 밝히도록 했다. 
금메달을 따면 시상식에서 중국 국가가 울려퍼진다. 
1999년 포르투갈에서 중국에 반환된 마카오도 역시 일국양제 원칙에 따라 올림픽에 독자 출전한다.

 

 

<지난 7월 27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펜싱 경기에서 홍콩 관중들이 기뻐하고 있다.>

 


그런데 홍콩 일국양제 정책의 유효 기간은 2046년까지다. 
이에 따라 2047년이 되면 홍콩은 중국으로 완전히 흡수돼 올림픽 독자 출전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문제는 아직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다. 
국제사회의 비판 속에 강력한 국가보안법을 만들어 홍콩인들의 민주화 시위를 무력화시킨 중국 당국이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대외 선전용으로 명목상 일국양제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지금처럼 ‘홍콩, 차이나’라는 이름으로 올림픽 참가를 이어갈 수 있다.(24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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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지식] 남녀 구분 없이 참석 가능한 종목

 


30일 오후 6시 프랑스 파리 베르사유 궁전에선 올해 올림픽 승마 개인전 그랑프리의 첫 대회가 열렸다. 
우리나라에선 황영식(34) 선수가 출전했고, 영국에선 말 학대 논란을 빚은 샬럿 뒤자르뎅 대신 베키 무디가 나왔다. 남녀 구분 없이 출전한 것이다.


승마는 기수 개인의 기량보다 말과 교감하는 능력을 더 우선시하기 때문에 기수의 성별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성별 구분 없이 경기를 치른다. 
세계 최고 승마 선수로 꼽히는 독일의 여성 선수 이자벨 베르트는 1992년부터 6차례 올림픽에 참가해 금메달 7개를 거머쥐기도 했다.

 

 


<지난 29일(현지시각) 2024 파리 올림픽 승마 종목에서 개인 점프 예선 경기가 열리고 있다.>

 


승마 종목에서 ‘성별 무관 규정’은 말에게도 적용된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말은 암컷(mare)이든 수컷(stallion)이든 생식 기능을 상실한 말(gelding)이든 출전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단 임신 4개월 이상 된 암컷은 출전할 수 없다.


요트 또한 방식에 따라 성별 구분 없이 참가하는 경기를 종종 치르는 종목으로 꼽힌다. 
가령 요트의 경기 방식 중 하나인 ‘매치 레이스’에선 탑승하는 배의 제한 몸무게를 맞추기 위해 남녀 선수를 섞어 성별 관계없이 경기를 진행하기도 한다.


다만 올해 올림픽 요트 종목에선 성별 구분 없는 경기가 열리지 않는다. 
남녀 선수 경기를 따로 나눴고, 혼성 경기도 2인승 배를 사용하고 남녀 선수 한 명씩 출전하도록 했다. 
따라서 남자 1명, 여자 1명을 내보내는 다른 올림픽 혼성 경기들과 차이가 없다.(240731)


 

 

[깨알지식] 왜 올림픽 축구는 나이 제한을 두나


올림픽 농구나 야구 경기를 보면 전 세계 수퍼스타가 총출동한다. 프로 선수들도 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 축구 경기에는 반면 23세 초과 선수는 3명까지만 출전할 수 있다. 왜 그럴까? 
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 흥행을 위해 올림픽 축구 대회의 인기를 견제하기 때문이다.


본래 올림픽은 아마추어 정신을 표방하는 만큼 프로 선수는 출전할 수 없었다. 
IOC가 프로 축구 선수 출전을 부분적으로 허용하기 시작한 것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이다. 
올림픽 경기에서 축구 강국인 유럽과 남미 국가들이 오히려 유명 선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공산권 국가에 번번이 패하자 관중들의 불만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2024 파리올림픽 축구 공인구>

 


문제는 월드컵의 명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FIFA가 프로 선수들의 출전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는 데 있다. 
그래서 FIFA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부터 축구에서는 23세 이하 선수만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도록 했다.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는 베테랑 선수들을 올림픽 무대에선 볼 수 없도록 하는 전략이다.


와일드 카드 제도는 그 뒤에 생겼다. 
올림픽 축구 역시 흥행을 위해서는 베테랑 선수들이 뛸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고, FIFA와 IOC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부터 3명까지는 23세 초과 선수도 출전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는 데 합의했다.(24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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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지지 않은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a little-known luxury car brand).”


2021년 2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제네시스 GV80을 타고 가다 사고가 났을 때, 현지 매체는 제네시스를 이렇게 불렀다. 
경찰이 “차량 내부가 파손되지 않아 목숨을 건졌다”고 해 우즈의 차에 관심이 쏠렸을 때다. 
우즈는 이례적으로 1년 뒤 정의선 회장에게 “고맙다”며 식사도 대접했다.

 

 

<중동 VIP들 상대로 ‘맞춤형 제네시스’ 소개 - 지난해 12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현대차그룹 글로벌디자인본부 CDO(최고 디자인 책임자)인 루크 동커볼케 사장이 지역 유명 사업가 등 VIP들을 대상으로 ‘원 오브 원(One of One)’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모습. 
‘원 오브 원’은 단 한 명의 고객을 위해 맞춤형 제네시스를 만들어 주는 프로그램이다. 
최근 1년 새 3억~4억원 안팎의 맞춤형 제네시스는 중동 왕족과 사업가 등에게 총 5대 팔렸다.>

 


일본 도요타가 독일 벤츠·BMW 등이 장악한 미국에서 대결하려 1989년 럭셔리 브랜드 렉서스를 내놨듯, 현대차그룹도 같은 이유로 2015년 선보인 게 제네시스였다.


2018년 제네시스 미국 판매량은 1만312대로 렉서스(29만8310대)의 29분의 1이었다. 
그러나 지금 제네시스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고급차 브랜드다. 
작년 미국 판매량은 6만9175대로, 5년 새 570.8% 늘었다. 
미국 진출 30년이 넘은 렉서스, 혼다 아큐라와의 격차도 좁아지고 있다. 
미국 ‘빅3′인 포드의 링컨(약 8만대)은 추월이 멀지 않았다.


현대차가 미국에 처음 진출하던 1986년, ‘포니 엑셀’ 광고를 하면서 내건 문구가 있다. 
“신차 한 대 값이면 우리 차 2대를 살 수 있습니다.” 
미국 신차 한 대가 1만달러 안팎일 때 포니 엑셀 한 대당 수출 가격은 약 5000달러였다.


지금은 다르다. 제네시스의 올 초 미국 평균 판매 가격은 6만2526달러로, 렉서스나 독일 아우디 등과 대등하다. 
평균 3만5000달러 안팎인 현대차·기아와도 다른 시장에서 그룹의 외연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 한쪽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었던 현대차·기아가 작년 연 730만대를 판매하며 2년 연속 글로벌 톱3에 오른 건 기적 같은 일로 평가받는다. 
이제는 제네시스가 고급차 시장에서 또 하나의 기적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현대차그룹 서울 강남사옥에서 만난 송민규 제네시스사업본부장(부사장)은 “제네시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현대차그룹의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와 다른 것을 하자”는 도전 정신이 일종의 모토다.


2015년 현대차로부터 독립 브랜드로 분리해 출범한 제네시스 사업부의 전체 인력은 240명. 
이 중 40%가 외부 경력직이다. 
보석이나 패션 명품 업계는 물론 호텔, 게임, 화장품, 건축, 주류(酒類), 외식, 스포츠 등 다양하다. 
전체 인원의 47%가 여성이기도 하다. 
그래서 ‘공채’ 같은 순혈주의도 없다. 일하는 사람부터 질적으로 다르게 구성한 것이다.


제네시스에는 ‘판매 목표’도 없다. 연간 판매 목표나 신차 예상 판매량 등을 두지 않는다. 
판매 목표를 두면 할인 등을 하면서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게 되고,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 고급차가 아니라 ‘비싼 현대차’가 된다는 것이다. 
판매량을 늘려 빠르게 성장하는 것보다 고급 브랜드로서의 원숙함을 갖추는 게 우선 목표다.


정의선 회장의 엄명도 있었다. 
제네시스 브랜드 도입을 주도한 그는 지금도 “돈 벌려고 제네시스를 만든 게 아니다”라고 한다. 
작년 판매량 기준 약 20만대가 글로벌 시장에 나간 제네시스가 700만대 넘는 현대차·기아 제품 가치를 끌어올리는 게 진짜 임무란 뜻이다.


‘고급차 스타트업’에선 다양한 실험이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게 제네시스 원 오브 원 프로그램이다. 
현대차·기아는 연 수백만 대를 만들어 팔지만, 단 한 명의 고객을 위한 차를 수익성을 갖춰 만드는 시도를 해보자는 일종의 스토리텔링 전략으로 2022년 시작됐다.


지난해 5월 처음으로 34만달러(약 4억7000만원)짜리 제네시스 세단 G90 롱휠베이스를 개조한 첫 ‘원 오브 원’ 제품을 중동에 수출했다. 구입한 사람은 이 지역 한 왕족이었다. 
사실상 이 차는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 역사에서 가장 비싸게 수출된 국산 승용차다. 
만드는 데 7개월 걸렸다. 
중동의 왕족, 개인 사업가 등에게 판매한 3억~4억원 안팎 맞춤형 제네시스는 이 차 포함해 총 5대. 
송민규 본부장은 “고객에게 폐가 될까 봐 이런 사실도 1년 넘게 그룹 내부에서 소수만 공유할 정도로 극비리에 진행했다”고 말했다.


제네시스 성장 비결 중 또 하나는 고객 체감 품질이다. 
제네시스 출범 이후 제네시스만 개발하는 별도 전담팀을 두고 있고,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가장 최신 기술은 제네시스부터 적용한다는 원칙 아래 차를 만든다. 
그룹 관계자는 “실험실 테스트나 실제 주행 평가에서는 벤츠나 BMW, 렉서스를 앞서는 경우도 많다”면서 “차 실내의 향기까지 고려하는 기술로 고객들의 오감(五感)을 만족시키는 럭셔리 브랜드가 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최근 해외 주요 평가에서 상도 잇달아 받고 있다. 
G70이 2019년 미국에서 최고 권위의 자동차 상인 ‘북미 올해의 차’를 받았고, 2023년엔 GV70 전기차가 같은 상의 SUV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것 등이 대표적이다. 
자동차 본고장 독일에서도 2022년 제네시스 GV60이 고급차 부문 ‘올해의 차’ 상을 받았다.


다만 렉서스, 아큐라와의 격차를 더 좁히고 제네시스 브랜드를 더 널리 알리기 위해 미국 이외의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숙제다. 
제네시스의 작년 글로벌 판매량 중 한국(12만6567대)과 미국 비중이 전체의 87%라서다. 
제네시스는 현재 미국을 제외한 해외 시장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향후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미국에서의 성장에 만족하지 않고 유럽과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 더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240702)



 

 

 

교육부가 내년에 학교에 도입될 ‘AI(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를 한창 개발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학부모들이 국회 청원까지 내면서 반발하고 나섰다. 
“아이들 문해력이 떨어지고 스마트 기기 중독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도입을 유보해 달라는 것이다. 
반면 교육부는 “AI 교과서로 오히려 맞춤형 교육이 가능해져 교육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내년에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수학·영어 과목에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한다. 
외국 일부 도시에서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한 곳은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도입하는 건 한국이 최초다.

 

 




그러나 도입 한 학기를 앞두고 최근 학부모 반발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지난 5월 27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 ‘교육부의 2025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유보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온 것이다. 
해당 청원은 한 달 만인 지난달 27일 동의 수 5만6000명으로 마감됐다. 
국민동의청원은 동의수가 5만 명을 넘으면 소관 국회 상임위원회가 심사해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 
이 경우 정부는 국회에 대책을 보고해야 한다.


교육부가 내년에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는 이유는 ‘맞춤형 교육’을 하기 위해서다. 
AI가 학생의 학습 활동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며 수준에 맞는 문제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분간 종이책을 병행한다.


본인을 ‘학부모’라고 밝힌 글쓴이는 “학부모들은 자녀의 과도한 스마트 기기 사용으로 이전에 없던 가정 불화를 겪으며 살아가고 있으며 자포자기에 가까운 심정으로 스마트 기기와 위험한 동거를 지속하고 있다”며 “하루 일과의 절반 이상을 보내는 학교에서조차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야 하는가”라고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늦었지만 AI 교과서를 도입하는 게 교육적으로 맞는지 살펴보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달 29일 교육계 전문가들 모임인 한국교육네트워크는 ‘AI 디지털 교과서, 독인가 약인가’ 포럼을 열었다.


디지털 교과서에 대해 학부모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자녀의 문해력 저하다. 
6·8세 자녀를 둔 서선미(36)씨는 “글 읽는 능력을 길러주려 가정에서는 스마트 기기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려고 노력하는데 학교는 물론이고 요즘은 유치원에서도 아이들에게 태블릿을 나눠주고 교육하더라”며 “학교에서까지 태블릿을 사용하는 건 반대”라고 말했다. 
회원수 300만명인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지난 한 달간 디지털 교과서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글이 50개 가까이 올라왔다.

 

 




디지털 교과서가 학생들의 ‘스마트 기기 중독’을 부추길 것이란 걱정도 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작년 기준 한국 청소년(만 10~19세) 10명 중 4명(40.1%)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이었다.


종이 교과서를 디지털 기기로 대체하는 정책에 대해 해외 국가들의 선택도 갈리고 있다. 
폴란드는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작년 9월부터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에게 노트북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싱가포르도 2020년 모든 초등·중학교 학생들에게 태블릿 등 디지털 기기를 지급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스웨덴은 일찍부터 초·중·고교에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수업을 의무화했고 2017년 이를 유치원까지 확대했다. 그런데 작년 8월 유치원에는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너무 어릴 때부터 디지털 기기를 많이 사용하면서 아이들의 읽기 능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디지털 교과서의 핵심은 학생의 학습 특성 데이터를 수집해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한다는 것”이라며 “저출생 시대엔 디지털 교과서로 맞춤 교육을 해서 한 학생도 뒤처지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는 “디지털 교과서는 정보를 빠르게 제공할 순 있지만 종이책과 달리 학생 스스로 텍스트를 이해하는 능력은 길러주지 못한다”며 “적어도 초·중·고교 시기엔 종이책을 읽게 해야 한다”고 했다.


교육부는 난감해하는 분위기지만 ‘도입 유보’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미 AI 업체와 출판사가 진행해온 AI 교과서 개발이 막바지 단계다. 
교육부 관계자는 “아직 교과서 실물이 공개되지 않다 보니 부정적인 면만 부각된 것 같다”며 “AI 교과서는 학생들이 자기주도적 학습을 할 수 있게 해서 전반적인 학업 능력을 끌어올릴 필수 도구”라고 말했다.(24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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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부터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가회동 등 북촌한옥마을 일대의 관광이 제한된다. 
일부 지역은 오후 5시부터 오전 10시까지 관광이 금지된다. 어길 경우 10만원 안팎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종로구는 “관광객이 몰려 주민들이 못 살겠다고 한다” “정주권(定住權) 침해가 심각해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시민들 사이에서는 “현실적으로 주민과 관광객을 어떻게 구별하느냐” “시민들의 자유로운 통행권을 제한하는 정책”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북촌한옥마을 북촌로 11길에서 노란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관광객들에게 조용히 해달라는 안내판을 들고 서 있다. 
종로구는 관광객들의 방문 시간과 구역을 제한할 예정이다.>

 


종로구는 1일 북촌한옥마을을 관광진흥법상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관광객들의 통행을 제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관광진흥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는 필요한 경우 특정 구역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관광객의 방문 시간과 통행을 제한할 수 있다. 
종로구는 “지자체가 특별관리지역을 지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날 지정한 특별관리지역은 112만8000㎡(약 34만평) 규모다. 
주민 불편이 많은 정도에 따라 ‘레드존’ ‘오렌지존’ ‘옐로존’ 등 3개 구역으로 나누고, 주민 민원이 가장 많이 제기되는 레드존의 경우 관광객의 통행 시간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제한한다. 
이른 아침이나 저녁 이른바 ‘통금 시간’에 북촌한옥마을을 다니다 적발되면 10만원 안팎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1988년 통행금지 조치가 풀린 이후 37년 만에 관광객 대상 통금이 생기는 셈이다.


레드존은 주거용 한옥이 많고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북촌로11길(3만4000㎡) 일대다. 
정독도서관 북쪽으로 관광객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진 촬영 명소다.

 

 




오는 10월부터 시범 운영한 뒤 내년 3월부터 정식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종로구 관계자는 “구청 직원을 투입해 순찰하고 안내판도 설치할 계획”이라며 “과태료 액수는 나중에 확정될 것”이라고 했다.


북촌로5가길(2만6400㎡)과 계동길 일대(3만4000㎡)는 오렌지존으로 정했다. 
종로구 관계자는 “이곳은 주거용 한옥과 카페, 식당 등이 섞여 있다”며 “방문 시간을 제한하기보다 직원을 배치해 계도할 계획”이라고 했다.


북촌로12길(1만1700㎡)은 옐로존으로 정해 방문객 실태를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안내판 설치도 검토한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삼청공원 입구까지 북촌로 1.5㎞ 구간은 ‘전세버스 통행제한구역’으로 지정했다. 
내년 7월부터 시범 운영 기간을 거쳐 2026년 1월부터 전세버스 통행을 차단할 계획이다. 
북촌한옥마을의 중심 도로에 전세버스 통행을 막아 단체 관광객의 방문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종로구는 “북촌한옥마을 외곽에 전세버스 승·하차장을 조성해 걸어서 마을을 여행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했다.


종로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북촌한옥마을의 인구는 6100명이다. 관광객은 644만명으로 1000배 이상 많았다. 
소음과 쓰레기, 불법 주정차 등으로 북촌한옥마을의 인구는 2018년 8437명에서 지난해 6108명으로 최근 5년 새 27.6%(2329명) 줄었다. 
구청에 접수된 관광객 관련 민원도 같은 기간 56건에서 202건으로 증가했다.


해외 유명 관광지들도 과도한 관광객들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수’를 두고 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지난 4월부터 세계 최초로 ‘도시 입장료’ 5유로를 받고 있다. 
일본 야마나시현의 후지카와구치코 마을은 지난 4월 후지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몰려드는 관광객을 막기 위해 사진 명소로 유명한 편의점 앞에 차단막을 설치했다.(240702)



 

 

 

한국의 정부·기업·가계의 부채를 모두 합한 국가총부채 6033조원 중 가계 부채가 37%(2246조원)를 차지한다. 같은 기간 선진국들의 부채 중 가계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이 27%다. 
한국 경제는 가계 부채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가계 부채는 정부·기업 부채보다 소득과 자산 가격의 변동에 더 취약하다.


한국의 가계 부채 총액은 2011년에 1000조원을 넘어선 이후, 우상향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작년 말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100.5%다. 
BIS가 선진 국가·지역으로 분류한 11곳 중 스위스(127.8%), 호주(109.7%), 캐나다(102.2%)에 이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의 가계 부채 비율은 지난 10년 동안 22.1%포인트 상승했다. 
10년 동안의 상승 폭이 이들 11개 선진 국가·지역 중 가장 높았다. 
이 기간 동안 영국(-10.2%포인트), 미국(-8.9%포인트), 유로존(-7.9%포인트) 등은 가계 부채 비율이 오히려 줄었다. 
가계들이 빚의 절대 규모를 줄였거나, 경제성장 속도가 가계 빚의 증가 속도를 앞섰기 때문이다.


장민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 부채는 향후 기업 활동에 따라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는 투자로 볼 수 있지만, 가계 부채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가계 부채 증가를 훨씬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이 80%를 넘으면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경기가 침체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취임 초 가계 부채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며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이 80%까지는 떨어져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의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2014년 처음 80%를 넘은 뒤 상승세다. 
정부가 최근 GDP를 산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연도를 바꾸는 과정에서 모수가 되는 GDP 규모가 커져,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이 100% 선 아래로 내려왔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는 “가계 빚은 쌓여 있는데 최근에는 금리까지 높아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다”며 “가계 부담이 크다 보니 소비가 위축되고, 내수가 전반적으로 부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국 가계가 벌어들이는 돈이나 가지고 있는 자산에 비해 가계 빚 규모가 다른 선진국보다 높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인 2008년까지만 해도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 부채 비율(DTI)은 138.5% 수준이었다. 
1년 4~5개월 동안 번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고스란히 넣으면 빚을 갚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2022년 말 기준 이 비율은 203.7%로 치솟았다. 
지금은 가계가 2년 동안 벌어들인 돈을 모두 부어도 다 못 갚는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이 북미 2국, 유럽 11국, 아시아 2국 등 선진 15국과 비교해 보니, 같은 기간 선진국 평균은 160%대로 변화가 거의 없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다른 선진국 가계는 소득이 늘어난 만큼 빚을 늘렸는데, 한국 가계는 소득에 비해 빚을 가파르게 늘렸다는 뜻이다.


금융자산과 주택의 가치를 합쳐 빚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한국 가계의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2022년 말 51% 수준인데, 선진국은 28% 수준이다. 
최근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가계 소득이 하락하거나 자산 가격이 급락하면 채무 상환 능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최근에도 가계 대출 증가세는 지속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6월 말 가계 대출 잔액은 708조5723억원이다. 
전월보다 5조3415억원 증가했다. 증가 폭이 2021년 7월 이후 가장 컸다.


주택 거래 증가와 전셋값 상승으로 은행 창구에서 전세자금 대출과 주택담보 대출이 확연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대출액 최고 한도를 줄이는 조치를 7월에서 9월로 두 달 연기함에 따라 대출 막차를 타려는 심리도 가계 부채 증가세로 이어지고 있다고 금융권은 분석한다.(240702)

 


☞국가총부채

국가 경제의 3대 주체인 가계, 기업, 정부의 부채를 모두 합한 금액이다. 
국가 경제 규모에 따라 부채 규모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가 간 비교를 할 때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총부채 비율을 사용한다.


 

 

 

네이버의 웹툰 플랫폼 서비스 ‘네이버웹툰’의 미국 법인이자 본사인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주가가 미국 뉴욕 증시 상장 첫날 공모가보다 9% 이상 상승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2005년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웹툰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일본에서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글로벌 모바일 웹툰 생태계 강자로 성장했다. 
이날 주가 상승으로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시가총액은 공모가 기준 약 26억7000만달러(약 3조7000억원)에서 첫 거래일 종가 기준 약 29억달러(약 4조원)대로 불어났다.


27일 나스닥에서 웹툰엔터테인먼트는 공모가(21달러) 대비 1.4% 오른 21.3달러에 거래를 시작했다. 
정오를 넘기면서는 23달러 위로 오르며 등락을 거듭했고, 거래 마감 무렵엔 공모가보다 11.8% 오른 23.5달러까지 가격이 솟았다. 
이날 종가는 공모가보다 9.5% 오른 23달러였다.

 

 

<네이버의 웹툰 플랫폼 서비스 '네이버웹툰'의 미국 법인이자 본사인 웹툰엔터테인먼트가 27일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당초 웹툰엔터테인먼트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주식 공모 가격 희망 범위를 주당 18~21달러에 제시한 바 있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이번 상장 과정에 보통주 1500만주를 신주로 발행했다. 
공모가를 적용하면 3억1500만달러(약 4400억원)를 조달했다.


이날 오전 미국 뉴욕 맨해튼 나스닥에선 웹툰엔터테인먼트 상장 기념 타종 행사가 열렸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김준구 웹툰엔터테인먼트 최고경영자(CEO) 등이 나왔다.


타종 행사 이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김 대표는 “콘텐츠 플레이어로서 디즈니처럼 강력한 지식재산권(IP)을 바탕으로 롱런해 100년 기업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웹툰엔터테인먼트를 ‘아시아의 디즈니’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상장은 세계 시장이 웹툰을 하나의 공인된 산업으로 인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한국인이 만든 생태계를 미국인들이 글로벌 산업으로 받아줬다는 의미”라고 했다. 
지난해 기준 네이버웹툰의 보유 콘텐츠는 5500만개, 크리에이터(콘텐츠 제작자)는 2400만명 수준이다.

 

 




이번 나스닥 상장 과정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도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고 알려졌다. 
김 대표는 “(블랙록은) 우리의 비전을 가장 빨리 구매해준 투자자”라고 했다. 
김용수 최고전략책임자(CSO)도 “블랙록뿐만 아니라 이름만 들으면 알 정도의 대형사들이 이번 상장 과정에 대거 투자자로 참여했다”고 했다.


네이버웹툰이 미 나스닥 상장에 성공하면서 다른 웹툰 업체들도 상장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본 전자 만화·소설 플랫폼 ‘픽코마’를 운영하는 카카오픽코마와 카카오웹툰·카카오페이지·타파스를 운영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대표적이다.

 

 




카카오픽코마는 네이버웹툰의 ‘라인망가’와 함께 일본 웹툰 생태계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듣는 업체다. 
한국·일본·중국 웹툰을 현지화해서 일본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일본 시장에서 1·2위를 다툰다. 
지난해 일본에서 처음으로 연간 거래액 1000억엔을 달성해 일본 증권시장 상장을 저울질하고 있다. 
카카오픽코마 관계자는 “시장 환경과 여러 요인을 종합해 상장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상장 가능성도 제기된다. 
2019년 KB증권 등을 주관사로 선정했고,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싱가포르 투자청(GIC)에서 1조2000억원대 투자 유치에 성공해 상장 기대감을 키웠다. 
당시 한국 콘텐츠에 관심이 많은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의중이 투자에 반영됐다는 말이 돌면서, 중동까지 진출할 수 있게 된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다. 
이후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조종 의혹으로 상장에 제동이 걸렸지만 올해는 웹툰과 웹소설 IP를 활용한 영상 콘텐츠 확보를 통해 상장 진출 밑거름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글로벌 진출 확대를 위한 인기 IP 확보에 쓸 투자금이 필요한 만큼 상장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고 했다.(24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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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피디아] 1900년 파리올림픽부터 女선수 출전


골프·요트 등 상류층 스포츠 국한 여성들 사회진출 늘자 범위 늘려

 



2024년 파리올림픽은 양성평등과 포용을 강조한 ‘완전히 개방된 대회’(Games Wide Open)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성평등을 이뤘다”고 강조했다. 
남녀 선수들이 50대50으로 균등하게 출전권을 배분하며 1만500명 선수 중 처음으로 남녀 각각 동일하게 5250명이 참가하는 올림픽이다.


이번 올림픽에선 여성 선수 출전 종목과 혼성 종목 수를 늘리면서 32종목 중 28종목이 모두 남녀 출전 선수가 같다. 
레슬링(남 192명·여 96명)과 축구(남 288명·여 216명)는 남자 선수가 많고, 체조(남 112명·여 206명)와 수영(남 648명·여 722명)은 여자 선수가 더 많다.

 

 

<2024년 파리 올림픽-패럴림픽을 앞두고 28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인부들이 개선문에 패럴림픽 상징물을 설치하는 동안 경찰이 순찰을 돌고 있다.>

 


최초 근대 올림픽인 1896년 아테네 올림픽에는 여성들은 출전할 수 없었다. 
근대 올림픽을 창시한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은 여성이 스포츠에 참여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며, 여성의 건강과 여성성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성 역할은 스포츠를 관람하는 것에 있다고 믿었다. 첫 올림픽에는 남자만 참가할 수 있었다.


여성들이 처음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건 1900년 파리 올림픽이었다. 
이 대회에선 상류 계급 여성들이 상류층 스포츠인 테니스와 골프, 요트 등 5종목에 참가할 수 있었다. 
전체 선수 997명 중 여성은 22명(2.2%)이었다.


1912년 스톡홀름 대회에선 여자 수영, 다이빙이 도입됐다. 
이때 여성들이 몸매가 드러나는 수영복을 입고 경기에 참여하는 걸 반대하는 사람이 많아 물 밖에 나오자마자 두꺼운 가운을 입는다는 조건으로 포함됐다. 
1928년 암스테르담 대회에선 육상과 체조에서 여성들이 경기를 펼칠 수 있게 됐고, 1948년 런던 올림픽에서 카누, 1952년 헬싱키 올림픽에서 승마 종목을 추가하며 여성 스포츠 범위가 지속적으로 넓어졌다.


1960년대 이후 여성 사회 진출 확대 등으로 거의 모든 종목이 여성에게 문을 열기 시작했다. 
그러나 몇 가지 예외도 존재했다. 
마라톤이나 격투 스포츠인 레슬링과 복싱 등은 제한됐다. 
여성은 ‘체력이 부족하다’ ‘과격한 스포츠는 여성스럽지 않다’는 편견이 존재했고, 여성 종목으로 채택하지 않았다. 
캐서린 스위처가 1967년 보스턴 마라톤을 완주하며 ‘여성이 3000m 이상 뛰는 것은 위험하다’는 의학적 편견을 깨뜨리면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지만, 여자 마라톤이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건 1984년 LA 올림픽에서였다.


1991년 이후로, 올림픽 정식 종목에 추가하고자 하는 모든 신설 종목은 반드시 여자 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규정이 생겼다. 
이와 동시에 현대 올림픽부터 신생 종목뿐만 아니라 모든 종목에서 여성 참여가 더욱 활발해졌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는 축구와 소프트볼,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역도, 근대5종, 태권도, 트라이애슬론이 추가됐다. 
여자 레슬링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야 처음 포함됐고, 여자 복싱은 2012년 런던 올림픽부터 치러졌다.


올림픽에서 여성 참가자는 점차 증가해 1964년 도쿄 올림픽 11.4%, 1988년 서울 올림픽 22.9%, 2012 런던 올림픽 42.4%였다. 
2020 도쿄는 47.8%, 이번 파리에서는 완벽한 균형을 이뤘다. 
파리 올림픽에서는 브레이킹, 크리켓, 플래그 풋볼, 라크로스 등 새로운 여성 종목들이 도입될 예정이다. 
8월 11일 열리는 파리 올림픽 폐막식에서 여자 마라톤이 올림픽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원래는 남자 마라톤이 마지막 날 열리고 여자는 전 날 치러졌으나 이번에는 역전됐다.(240629)


 

 

[깨알지식]그리스, 주 6일제 도입하는 이유는?

 


다음 달부터 그리스에서 주 6일 근무가 도입됩니다. 진짜냐고요? 맞습니다. 
이웃 유럽 국가들이 주 4일제를 시험적으로 도입하는 경향과는 정반대인데요. 
여기엔 속사정이있습니다. 그간 근로자들이 초과 근무를 하면서 수당을 제대로 받아가지 못했던 문제를 개선하려는 건데요. 
기존 주 40시간인 법정 근로 시간을 주 6일 근무시엔 48시간까지 늘릴 수 있게 됩니다.

 

 

<그리스의 한 농촌에서 올리브 가공 작업을 하고 있는 노동자.>

 


그리스에서는 2009년의 국가 부도 위기 이후 10년간 구제금융과 구조 조정을 겪으며 저임금 및 장시간 노동 구조의 고착화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EU 국가 중 가장 오래 일하면서도 최저임금과 GDP 대비 1인당 소득은 낮은 편이죠. 
때문에 강력한 긴축·친기업 정책을 펼치는 신민당 정부는 높은 지지를 받고 있어 이번 법안도 단독으로 통과시켰습니다.(240629)

 

 

[What&Why] 미국 '비주류'였던 크리켓이 갑자기 인기 종목된 이유는

올해 월드컵 미국서 공동 개최… 급조된 팀 잇단 승리, 화제몰이


유럽 대륙이 축구로 달아오른 요즘, 지구 반대편에선 크리켓의 열기가 뜨겁다. 
인도·파키스탄 등 옛 영국 식민지 국가에서만 열광한다고 알려졌던 크리켓의 인기가 올해를 기점으로 미국에서도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크리켓평의회(ICC) 남자 T20 월드컵 예선전이 올해 처음 미국에서 치러지고 미국 팀이 뜻밖에 선전(善戰)한 후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크리켓은 야구처럼 배트로 공을 치지만 11명이 뛰고 2이닝으로 구성되는 등(야구는 기본 9이닝) 차이가 있는 스포츠다.

 

 

<27일 서인도제도 가이아나에서 열린 T20 크리켓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인도팀의 주장 로힛 사르마가 경기에 임하고 있다.>

 


크리켓은 본래 전 세계서 축구 다음으로 인기 있는 종목이다. 
16세기 영국에서 시작, 영국의 식민 통치를 받은 남아시아 및 아프리카 나라를 중심으로 널리 퍼졌다. 
특히 인도·파키스탄에선 ‘국민 스포츠’로 불리며 폭발적 인기를 누린다. 
하지만 야구·농구 등이 대세인 미국에선 인기가 적어 ‘변방의 게임’으로 분류됐다. 
이 낯선 스포츠가 어떻게 미국에서 관심을 끌게 됐을까.


가장 큰 계기는 크리켓 월드컵이 미국과 서인도제도 공동 개최로 치러지면서 최약체인 미국팀이 자동 출전권을 얻은 것이다. 
ICC가 크리켓 저변을 넓히기 위해 처음으로 미국을 끌어들인 결과다. 
‘국가 대표팀’을 갑자기 만들어야 하게 된 미국은 인도·파키스탄계 등 이민자들을 위주로 팀을 급조해 출전했다. 
뉴욕타임스는 “한 주전 선수는 (미 IT 기업) 오러클에서 개발자로 일하는 사람”이라고 전했다. 
‘구색 맞추기’에 가까웠던 미국 팀은 그러나 이달 초 예선에서 캐나다·파키스탄을 상대로 잇따라 승리하면서 이변을 일으켜 화제 몰이를 했다. 
최강 팀인 파키스탄을 떨어뜨린 미국은 결국 본선 격인 ‘수퍼 에이트’에서 탈락했지만 많은 크리켓 팬을 형성하는 데는 성공했다.


크리켓을 그리워하던 미국의 인도·파키스탄계 이민자들이 몰리면서, 텅 빌 줄 알았던 미국의 경기장은 잇따라 매진됐다. 
예를 들어 지난 9일 뉴욕에서 치러진 인도 대 파키스탄 토너먼트전에선 3만4000석 규모 스타디움이 관객으로 꽉 찼는데 NYT는 “당초 6~25달러 정도였던 입장권이 중고 마켓에서 최대 3500달러에까지 거래됐다”고 전했다.


IT 거물 중 인도계가 늘고 있다는 것도 크리켓엔 호재다. 
미국 내 리그가 활성화할 경우 넉넉한 후원자가 되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뉴욕에서 경기가 열리자 마이크로소프트(MS), 어도비 등 쟁쟁한 기업들이 광고로 후원했다. 
MS 최고경영자(CEO) 사티아 나델라, 어도비 CEO 샨터누 너라연 등은 모두 인도계다. 
한편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맞붙는 올해 크리켓 월드컵 결승전은 29일 바베이도스에서 열린다.(24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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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해 물리치료 등을 받으러 병원 외래 진료를 2535번 받았다. 하루 평균 7번, 많게는 12번이나 병원에 갔다. 
A씨의 병원 방문으로 작년 한 해 건강보험 재정에서 2600만원이 나갔다. 일반 국민 평균(72만원)의 36배다.


1일부터 A씨처럼 병원을 지나치게 많이 다니는 ‘의료 쇼핑’ 환자들의 본인 부담금이 크게 늘어난다. 
보건복지부는 연간 365회 초과 외래 진료 이용자의 본인 부담률을 높이는 ‘본인 부담 차등화’ 조치를 7월부터 시행한다고 30일 밝혔다.


병원 진료비는 건강보험공단에서 병원에 주는 돈과 환자 본인이 부담하는 비용으로 나뉜다. 
1일부터 입원일 등을 빼고 1년에 365회 넘게 외래 진료를 받는 환자들은 366회 진료부터 진료비의 90%를 본인이 내야 한다. 
기존엔 병원에 아무리 자주 가도 본인 부담률이 20%에 불과했다.


외래 진료 횟수는 매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1년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다만 올해는 제도가 처음 시행되는 7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진료받은 횟수를 따진다. 
본인이 받은 외래 진료 횟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연간 365회를 초과해 외래 진료를 받는 환자는 지난해 2448명이었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외래 이용 횟수는 15.7회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5.9회)의 2.7배다. 
복지부는 “외래 진료 횟수에 따라 본인 부담금을 차등 적용하는 것은 ‘의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밝혔다.


다만 아동과 임산부, 중증·희소·난치 질환자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다. 
이들은 연간 외래 진료 횟수가 365회를 넘더라도 현재 수준의 본인 부담률(20%)이 적용된다. 
중증장애인 등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의학적 필요성 등을 따져 예외 적용 여부를 결정한다.(240701)




 

 

 

다음 달 1일부로 88년 만에 문을 닫게 된 강원 태백시의 장성광업소.

종업식이 열린 28일 갱도 입구에서 20년 넘게 광부로 일한 3형제 광부, 막내 김영문(왼쪽)씨와 둘째 김석규(가운데)씨, 첫째 김영구씨가 얼싸안고 있다. 장성광업소는 태백 지역에서 마지막 남은 탄광이다.

 

 

<다음 달 1일부로 88년 만에 문을 닫게 된 강원 태백시의 장성광업소. 
종업식이 열린 28일 갱도 입구에서 20년 넘게 광부로 일한 3형제 광부, 막내 김영문(왼쪽)씨와 둘째 김석규(가운데)씨, 첫째 김영구씨가 얼싸안고 있다. 
장성광업소는 태백 지역에서 마지막 남은 탄광이다.>

 


“나 태어나 이 강산에 광부가 되어/탄 캐고 동발지기 어언 수십 년/무엇을 하였느냐 무엇을 바라느냐/나 죽어 이 광산에 묻히면 그만이지/ 아들아 내 딸들아 서러워 마라/너희들은 자랑스런 광부의 아들이다.”


28일 오전 10시, 강원 태백 장성광업소 대강당에 모인 광부 300여 명이 ‘광부의 노래’를 합창했다. 
1936년 4월 개광해 88년 동안 닫힌 적이 없던 탄광의 문을 닫는 종업식(終業式). 
‘늙은 군인의 노래’(양희은) 가락에 가사를 얹은 이 노래를 부르는 광부들 표정은 숙연했다. 
‘검은 옷에 실려간 꽃다운 이 내 청춘’ 대목에서 광부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대한석탄공사 창립(1950년) 이후 장성광업소에서 캐낸 석탄이 9400만t. 
70여 년간 대한민국에서 나온 석탄의 절반이 이곳에서 생산됐다. 
1970년대 광부는 ‘꿈의 직장인’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왔다. 
몸은 고돼도 고정적인 월급이 나왔고 ‘산업 역군’이라는 자부심도 더해졌다. 
1970년대 석탄 산업 전성기엔 ‘태백에선 지나가던 개도 만원짜리 지폐를 입에 물고 다닌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1973년·1979년 두 차례 석유 파동을 넘긴 원동력이 이곳 탄광에서 나왔다.


하지만 1980년대 말부터 국민 소득이 올라가면서 석탄은 ‘국가 필수 연료’에서 ‘대기오염 주범’으로 몰락했다. 
도시가스 보급으로 국내 연탄 수요도 1988년 2293만t에서 2020년 51만t으로 급감했다. 
1988년 347곳이었던 탄광은 이날로 삼척 도계광업소, 경동상덕광업소 2곳밖에 남지 않게 됐다. 도계광업소는 내년 폐광한다.

 

 

<광부들이 '광부의 노래'를 부르는 모습. '검은 옷에 실려간 꽃다운 이 내 청춘' 등 광부의 애환을 그려냈다.>

 


광업소 곳곳엔 ‘산업전사 여러분을 잊지 않겠습니다’ ‘오랜 기간 장성광업소와 함께해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광부들은 서로에게 ‘고생했다’ ‘수고했다’며 인사했다. 작업복에 탄가루 없이 깔끔한 얼굴이 낯선 듯 ‘막장이 눈에 선하다’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가족들은 광부들에게 꽃다발을 건넸다. “정말 그동안 몸 성하게, 안전하게 잘 돌아와줘서 고마워요.”


2대째 광부 집안인 김영문(48)씨가 고별사를 읽었다. 
작업복, 안전모 차림으로 연단에 올라온 그는 막장에 들어가기 전 외치는 구호 “안전!”을 외치면서 거수경례를 했다. 
김씨는 “세상이 이제 우리의 쓸모가 다했다 하니, 이제 그 변화에 순응할 수밖에 없다”며 “그간 우리는 맡겨진 임무를 다했다”고 했다.


막내였던 김씨는 아버지는 물론, 두 형까지 모두 광부였다. 
58세에 진폐증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보며 삼 형제는 광부만은 되고 싶지 않았다. 
장성한 이후 뿔뿔이 외지로 흩어졌지만,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경제 위기로 고향으로 돌아와 탄차(炭車)를 탔다. 
IMF 파동, 2003년 미국·이라크전 등 유가 폭등 시기마다, 광부들은 태백에 묻힌 석탄을 캐내 한국 경제를 살리는 주역이었다.

 

 

<텅텅 빈 광부들의 사물함 모습.>

 


37년 차 광부인 이은상(60)씨는 “막장선 온갖 희로애락이 교차한다”고 했다. 
채탄 작업을 하다 사망한 동료의 주검을 직접 실어서 나올 땐 절망하다가도, 동료들과 함께 살아 나와 집으로 갈 때면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나왔다고 했다. 
‘아빠! 오늘도 무사히!’ 간판을 보며 입광하던 시절이었다. 1950년부터 2023년까지 장성광업소에서 사망한 광부는 574명이다.


강원도가 2023년 발간한 ‘탄광 지역 폐광 대응 연구 용역’ 보고서를 보면, 장성광업소 폐광으로 태백 지역내총생산(GRDP)은 13.6% 감소, 경제 피해 규모만 3조30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태백시는 다른 지역에서 기피하는 교도소나 방사성폐기물 보관장 유치까지 검토하고 있지만, 이미 1987년 12만명 규모에서 3만명대로 축소된 지역의 활력을 되찾기는 역부족이다.


작별 인사를 나누고 헤어질 시간. 김영문씨가 “한창 힘 좋은 청년 때 만났는데, 태백 광산의 시절도 우리네 삶처럼 저무네요”라고 했다. 
동료들이 답했다. “앞으론 위험한 일 하지 말고, 간신히 살아남은 목숨, 다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삽시다.”(24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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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체제가 주민들 사이에 남한 문화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생활 광범위한 부분에 대한 단속과 통제를 강화하고 공개 처형을 남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통일부는 27일 탈북민 649명의 증언이 담긴 ‘2024 북한 인권 보고서’를 공개했다. 
정부 차원의 ‘북한 인권 보고서’는 지난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발간된 것으로, 작년에 조사한 탈북민 141명의 증언이 추가됐다.


북한 당국이 주민 교육용으로 제작한 영상엔 결혼식에서 신랑이 신부를 업거나 신부가 흰색 드레스를 입고, 와인잔으로 술을 마시는 모습 등이 모두 ‘반동’ 사례로 제시됐다. 
북한 당국은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도 반동으로 분류했는데, 작년 연말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 1면엔 김정은 부녀가 선글라스를 쓴 모습이 크게 실렸었다. 
아빠, 오빠, 빨리빨리 등 남한 말투를 사용하는 것도 단속·처벌 대상이다.

 

 

<2023년 12월 노동신문 1면에 실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딸 김주애가 선글라스를 쓴 모습.>

 


지난해 탈북한 남성은 “2022년 황해남도 광산에서 22세 남성이 공개 처형되는 것을 봤다”며 “괴뢰(남한)놈들 노래 70곡과 영화 3편을 보다가 체포됐고 심문 과정에서 7명에게 유포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김정은 체제가 한류 문화 차단 목적으로 만든 ‘반동사상 문화 배격법(2020)’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2020년 탈북한 남성은 “동료가 손전화기로 남한 드라마를 시청하다 보위부에 적발돼 강제 송환됐는데, 나중에 처형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코로나 기간 방역법 위반을 이유로 공개 총살된 사례도 담겼다. 
2021년 탈북한 남성은 “남성 간부 2명이 ‘비상방역법’ 위반 행위로 재판 없이 공개 총살 당했다”고 했다. 
격리 시설에 수용된 주민들의 목욕을 허락했다는 이유였다. 
김정은이 시찰 도중 김일성·김정일 사진이 걸려 있는 장소가 난방이 안 되는 걸 보고 ‘우리 선대 수령님들을 냉방에 모셨다’며 관련자를 문책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김정은 관련 루머를 유포해 집안 전체가 추방당한 사례와 체제 불만 발언을 해 온 가족이 마을에서 사라졌다는 진술도 포함됐다.(240628)





 

 

 

헌법재판소가 27일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 규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가족 간 재산 범죄 사건이 부쩍 늘어날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부모와 자녀 등 직계혈족과 배우자, 함께 사는 친족(8촌 이내의 혈족·4촌 이내의 인척) 등이 사기·절도·횡령 범죄를 저질렀을 때 검찰은 대부분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했다. 
피해자가 처벌해 달라고 해도 경찰이나 검찰은 합의를 종용하거나 불기소 처분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 법조인은 “사실상 위헌으로 판단된 이 조항이 국회에서 개정되면, 재산을 둘러싼 가족 간 고소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프로골퍼 출신 박세리(왼쪽)씨가 지난 18일 아버지 박준철씨를 고소한 것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다 눈물을 훔치고 있다. 
앞서 박씨는 지난 11일 박세리희망재단의 법인 도장을 몰래 제작해 사용한 아버지를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고소했다. 
친형을 횡령 혐의로 고소한 방송인 박수홍(오른쪽)씨가 지난해 3월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Q1 헌법불합치 결정된 핵심 이유는

헌재가 형법 328조 1항이 규정한 친족상도례가 헌법에 맞지 않는다고 본 이유는 가족의 재산 범죄로 인한 피해자들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면죄부를 받는 것은 피해자의 기본권을 크게 침해한다는 취지다. 
헌재는 또 가족의 형태가 핵가족화되고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먼 친척의 범죄까지 처벌을 면해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헌재는 “넓은 친족 관계에서 일률적으로 형(刑)을 면제하는 것은 형사 피해자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희생시키고, 가족·친족 제도의 형식적 면만 유지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피해 금액이 크고 불법성이 중대한 경우에도 일괄적으로 처벌을 면제해 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50억원이 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사건에도 친족상도례가 적용돼 가족이라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Q2 박수홍 형, 박세리 아버지 처벌될까

친족상도례는 유명인들이 가족에게 거액의 돈을 뜯겼다고 주장하는 사건에서도 늘 논란이 됐다.


방송인 박수홍씨는 2021년 4월 친형이 자신의 출연료 등 61억여 원을 빼돌렸다고 고소했고, 이듬해 10월 검찰은 박씨의 친형을 구속 기소했다. 
그즈음 갑자기 박씨의 아버지가 나서 “(박수홍의) 재산을 내가 관리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박씨 측은 ‘아버지가 친족상도례 조항으로 형의 처벌을 막아주려고 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그렇게 인정됐으면, 아버지는 불기소되고, 형도 처벌을 면할 수 있었다. 
박씨의 형은 같이 살지 않는 친족이기 때문에 처벌 면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프로 골퍼 출신 박세리씨도 최근 아버지와 금전 문제로 소송을 벌이고 있다. 
아버지가 박세리씨가 운영하는 재단의 도장을 위조해 개인 사업에 몰래 사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박씨의 아버지는 사문서 위조 혐의를 받고 있어서 친족상도례와 상관없이 혐의가 확인되면 처벌받게 된다.

 

 




Q3 참았던 가족 범죄, 처벌로 이어질까

헌재가 이날 심리한 사건 중에는 치매 노모의 예금을 자녀가 몰래 빼돌린 사건이 있었다. 
아들 A씨는 치매에 걸린 노모를 돌보며 예금 계좌를 관리해 왔는데, 어머니가 사망하자 이를 자기 돈처럼 썼다는 의심을 받았다. 
딸 B씨가 A씨를 횡령 혐의로 고소한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횡령이 인정돼도 처벌할 수 없다”며 ‘공소권 없음’ 처분을 했다. 
이 밖에 의붓아버지가 횡령을 저질렀다며 소송을 낸 딸의 사건도 모두 불기소 처분됐다.


이처럼 그동안 처벌이 면제됐던 가족 간 재산 범죄가 줄줄이 재판으로 넘겨지게 됐다는 게 법조계의 전망이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당장 친족상도례가 중지된 만큼 그동안 참았던 가족 간 고소가 크게 늘 것으로 보이고, 수사 기관도 적극 수사해 기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공소시효가 남은 범죄의 경우, 불기소 처분이 됐더라도 항고, 재항고 등으로 다시 수사가 진행되는 일도 벌어질 것 같다”고 했다.


Q4 친족상도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국회는 내년 12월까지 새로운 법을 만들어야 한다. 
법조계에선 “가족 간 친밀도나 범죄 피해 정도에 따라 처벌 대상이나 규정을 다르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수홍씨를 대리했던 노종언 변호사는 “친족 간 재산 범죄는 다른 범죄보다 은밀하고 잔인하게 장기간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친족을 살해하거나 추행하는 범죄는 가중 처벌하면서, 재산 범죄는 면해주거나 감경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처벌 범위를 대폭 넓혀야 한다”고 했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가족이라 하더라도 실질적인 유대 관계가 어떻게 형성됐는지에 따라 재산 범죄의 처벌 여부를 달리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240628)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

친족 간 재산 범죄의 처벌을 면해주는 특례 규정으로, 형법 328조에 명시돼 있다. 
직계혈족이나 배우자, 동거 친족(8촌 이내 혈족·4촌 이내 인척 등) 등이 사기·배임·횡령 등 재산 범죄에 대한 형이 면제되고 그 외 친족은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를 적용하고 있다. 
1953년 형법이 제정될 때, 가까운 친족 내부 문제에 국가가 간섭을 최소화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정부가 3~5세 교육을 담당하는 유치원(7707개)과 0~5세 보육을 담당하는 어린이집(2만7568개)을 통합해 가칭 ‘영유아학교’(또는 유아학교)’를 만든다는 계획을 내놨다. 통합 학교는 이르면 2026년 운영을 시작한다.


교육부는 27일 이런 내용의 ‘유보 통합 실행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작년부터 유치원(유아교육)과 어린이집(보육)을 합치는 ‘유보 통합’을 추진해왔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교사 자격, 시설, 교육과정이 모두 달라 아이들이 다른 교육을 받는 문제가 있었다. 
모든 아이들이 하나의 기관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자는 게 유보 통합의 취지다.

 

 




교육부는 유치원 교사 자격증과 어린이집 보육 교사 자격증을 ‘영유아 정교사’ 자격증으로 통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2027년부터 대학에 ‘영유아 교육 전공’을 만들고, 이 학과를 졸업한 이들이 영유아 학교에서 일하게 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그간 보건복지부가 담당했던 어린이집 보육 관련 업무를 이날 이관받았다. 
하나의 중앙 부처에서 영유아 보육과 교육 기관을 총괄하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유보 통합’의 첫 단추를 끼운 것이다. 
하지만 유보 통합의 쟁점인 통합 기관 운영, 교사 자격 기준 등 구체적 내용은 연말에야 결정될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는 유보 통합을 국정 과제로 추진하면서 작년 말 보건복지부가 담당하는 어린이집 업무를 교육부로 이관하도록 정부조직법을 개정했다. 
이 법이 27일 실제 시행되면서 교육부에선 유치원과 어린이집 업무를 모두 담당하는 ‘영유아정책국’이 출범했다. 
교육계에서는 “남북통일보다 어렵다는 유보 통합의 첫발은 뗐다는 의미가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김영삼 정부를 시작으로 역대 정부 모두 유보 통합을 추진했지만 부처 일원화조차 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여전히 교사 자격 기준 통합 등 갈등이 첨예한 부분에 대해선 명확한 해법을 내놓지 않아 기관 통합이 실현될지 미지수라는 의견이 많다.

 

 




우선 교육부는 이날 유보 통합 실행 계획을 발표하면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2026년부터 ‘영유아학교’(가칭)라는 제3의 기관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영유아학교는 0~5세 모든 영유아를 교육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각 기관들이 입학 연령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하기로 했다. 
원래 유치원이었던 곳에서 당장 0~2세 담당 교사를 구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등의 이유다. 
겉으론 통합 학교인데 입학하는 유아들의 나이가 제각각이면 학부모들은 혼란스러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보 통합의 가장 큰 쟁점인 ‘교사 자격 통합’에 대해서도 교육부는 하나의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현재 유치원 교사 자격증은 전문대와 4년제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해야 준다. 
반면 어린이집 보육 교사 자격증 일부는 대학 학위가 없어도 딸 수 있다. 
그 때문에 보육 교사에게 유치원 교사와 같은 자격증을 부여하는 데 대해 유치원 교사들의 반발이 컸다.


이날도 교육부는 통합 기관의 교사 자격증을 0~5세를 모두 가르치는 ‘영유아 정교사’ 자격증으로 통합하는 1안과 ‘0~2세 담당 영아 정교사’ ‘3~5세 담당 유아 정교사’를 각각 운영하는 2안을 내놓고 연말까지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2안은 사실상 현행 제도와 크게 다를 게 없는 것이다. 유치원 교사들의 반발을 우려해 결정을 미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이미 자격증이 있는 유치원 교사와 보육 교사는 앞으로 10년간 운영되는 ‘특별교원양성과정’에서 필요한 강의를 이수하면 영유아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예컨대, 유치원 교사는 보육 관련 내용만 수강하면 된다. 야간·주말 대학원에서도 딸 수 있다.


새로운 영유아 정교사 자격증을 따지 않아도 기존 보육·유치원 교사 자격은 유지하기로 했다. 
은퇴를 앞두는 등 새로 자격증을 따기 어려운 교사들을 배려한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유보 통합 기관이나 학부모들이 통합 교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을 선호할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젊은 교사들은 해당 자격증을 취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영유아학교 설립은 국가·지자체·법인만 할 수 있다. 
현재 어린이집은 개인이나 단체가 설립하는 것도 가능했는데, 앞으론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만 ‘직장형 영유아학교’ 등 일부에 대해선 심사를 통해 개인·단체의 설립을 허용할 예정이다. 
기존에 개인·단체가 설립해 이미 운영 중인 어린이집 등 기관은 예외 규정을 적용해 계속 운영할 수 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운영 규정도 통합한다. 
영유아 1인당 교실 면적 기준이 3.3㎡로 통일되고, 실외놀이터 설치가 의무화된다. 
현재 어린이집은 보육실 등에 방범카메라 설치 의무가 있는데, 유치원은 설치 의무가 없다. 
교육부는 앞으로 유치원 단체 등과 협의해 합의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의 이런 계획을 실현하려면 법을 개정해야 한다. 
연말까지 의견을 수렴한 후 시안을 확정해 내년 유보 통합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게 목표다. 
야당이 협조해 법안이 통과되면 이르면 2026년부터 영유아학교가 도입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저출생 시대 양질의 교육을 위해 유보 통합을 해야 한다는 것은 여야 모두 동의하고 있다”면서도 “재원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기 때문에 국회와 잘 협의해보겠다”고 밝혔다.(240628)


☞유보 통합

유치원(유아교육)과 어린이집(보육)을 통합하는 것이다. 
현재 유치원은 3~5세, 어린이집은 0~5세를 담당한다. 
두 기관은 교사 자격, 시설, 교육 과정이 모두 달라 영·유아들이 기관에 따라 다른 교육을 받는 문제가 있었다. 
유치원은 교육에, 어린이집은 돌봄에 더 치중한다. 
두 기관을 통합해 모든 유아들에게 유치원 수준의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깨알지식 Q] 자리 배치·발언 순서, 동전 던지기로 정해

 



27일 치러지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TV 토론. 
두 후보는 자리 배치와 발언 순서를 ‘동전 던지기’로 미리 정했다. 왜 하필 동전 던지기였을까.


미국 대선 TV 토론이 처음으로 실시된 해는 1960년. 이때만 해도 TV 토론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 
이후 미 전역에 TV가 빠르게 보급되면서, 1987년 미 대선 후보들의 TV 토론을 주관하는 미 대통령토론위원회(CPD)가 출범했다. 
토론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동전 던지기가 도입된 것도 이때다. 
후보 각각은 동전의 앞·뒷면 중 하나를 선택하고 동전을 던진다. 
자신이 고른 동전의 면이 나오면, 그 후보는 토론장에서 설 자리와 마무리 발언 순서 중 하나를 먼저 정할 수 있다.

 

 

<2020년 10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가 테네시주 내슈빌의 벨몬트대에서 TV 토론을 벌이고 있다.>

 


지난 21일 트럼프는 동전의 앞면, 바이든은 뒷면을 골랐다. 던진 동전은 뒷면으로 떨어졌다. 
바이든은 이에 TV 화면상 오른쪽 연단에 서겠다고 했다. 
자동으로 마무리 발언 순서를 정하게 된 트럼프는 후자(後者)로 발언하는 쪽을 택했다.


바이든이 오른쪽 연단 자리를 택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온라인 매체 ‘데일리 비스트’는 “바이든이 오른쪽을 고른 이유는 일반적으로 두 인물이 TV 화면에 등장하면 시청자들은 본능적으로 오른쪽에 끌리는 성향이 있어서”라고 했다. 
바이든은 2020년 대선 TV 토론 때도 같은 자리를 골랐다.(240628)



 

 

[깨알지식 Q]뉴욕·런던·홍콩 3곳의 '소호 거리' 무슨 관계?

 


패션, 예술, 쇼핑을 좋아하는 이들을 설레게 하는 ‘힙스터의 성지’ 미국 뉴욕의 소호(SoHo) 거리. 이름이 왠지 낯익다. 
영국 런던에서 가장 화려하게 불을 밝히는 피커딜리 서커스 광장이 있는 곳도 소호 거리다. 
홍콩에도 소호가 있다. 각기 다른 세 도시에 있는 같은 이름은 어디서 유래했을까.


셋 중 가장 오래된 ‘원조’ 런던 소호의 지명은 17세기 중반까지 사냥터였던 이곳에서 ‘소호(So-hoe)’라고 함성을 지르며 사냥꾼들이 여우를 몰았던 데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평범한 중산층 주택가였던 이곳이 서민들의 유흥가가 된 건 20세기 초엽이다. 
유명한 피커딜리 극장이 1928년 문을 열었고 차이나타운이 형성됐다. 펍과 클럽, 영화제작사들도 모여들었다. 
현재 소호는 런던에서 가장 붐비는 쇼핑 거리이자 밤이면 게이 바가 불을 밝히는 환락가다.

 

 

<지난 2019년 12월 7일, 영국 런던 소호 지역의 카나비 스트리트에서 '카나비 프로젝트 제로'의 조명이 불을 밝히자 쇼핑객들이 길을 가고 있다.>

 


뉴욕 소호는 공장 지대였던 일대를 가리키는 ‘하우스턴가(街) 남쪽(South of Houston Street)’의 줄임말이라는 게 정설이다. 
대공황으로 방치된 공장과 창고 부지에 가난한 예술가들이 둥지를 틀고, 갤러리와 개성 있는 상점들이 모여 지금의 모습으로 발전했다. 소호라는 이름이 처음 쓰인 건 1962년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프린스턴대 도시계획학과 교수였던 체스터 랩킨이 연구에서 지역을 지칭하는 이 줄임말을 처음 만들었다고 한다. 
그가 런던 소호에서 영감을 얻지 않았겠느냐는 추측도 많다.


가장 막내인 홍콩 소호는 ‘할리우드가 남쪽(South of Hollywood Road)’의 줄임말이다. 
1996년 언론 기사에서 처음 쓰였다. 뉴욕과 마찬가지로 런던 소호를 따라 지은 이름 아니냐는 질문이 끊이지 않는다. 
쇼핑 천국 홍콩에서도 가장 화려한 바, 클럽, 갤러리들이 모였다는 점이 런던 소호와 닮았다. 
영국 식민지 시절의 향수도 곳곳에서 발견된다.(240622)


 

 

[깨알지식Q]6월 19일 공휴일… 美 '준틴스'를 아십니까 

 



19일 미국 전역의 관공서는 문을 닫았고 각급 학교들은 휴업했으며 뉴욕 증시도 휴장했다. 
정부 건물에는 성조기와 함께 커다란 별이 솟구치는 모습을 형상화한 깃발이 내걸렸다. 
열한 번째 연방 공휴일인 ‘준틴스(Juneteenth)’를 기념한 것이다.


‘준틴스’는 6월을 뜻하는 영어 단어 ‘준(June)’과 19일인 ‘나인틴스(Nineteenth)’를 합친 것이다. 
남북전쟁 때인 1862년 9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노예해방을 선언했지만, 남부 일부에선 노예제가 한동안 성행했다. 
그러다 1865년 6월 19일, 고든 그레인저 장군이 이끄는 북부 연방군이 텍사스주 갤버스틴에 도착해 마지막으로 노예해방을 선포한 것이 준틴스의 유래가 됐다. 
텍사스주가 1980년 처음으로 공휴일로 지정하고 다른 주도 뒤따랐지만 국가 차원 공휴일은 아니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왼쪽에서 네번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세번째)이 10일 백악관 잔디밭에서 열린 '준틴스' 기념 콘서트에 참석해 웃고 있다.>

 

준틴스의 연방 공휴일 승격에는 시대적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2020년 5월 미네소타주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과도한 단속으로 질식사하자 전국적 흑인 인권 시위 ‘BLM(Black Lives Matter·흑인 목숨은 소중하다)’ 시위로 번졌고 흑인 인권 운동가들의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해 대선에서 승리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듬해 취임하면서 준틴스를 연방 공휴일로 지정했다. 
바이든은 18일 “대통령으로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 중 하나가 준틴스를 새 연방 공휴일로 서명한 때”라고 했다. 

준틴스 깃발은 전미 준틴스 기념 재단의 창립자 벤 헤이스와 삽화가 리사 진 그라프가 1997년 도안한 것이다. 
솟구치는 별의 형상은 새로운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자유를 의미한다. 
준틴스의 뿌리가 ‘외로운 별(Lone Star)’이라는 별칭을 가진 텍사스주에 있다는 의미도 담겼다.(240621)



 

 

[깨알지식 Q]네팔은 왜 태국보다 먼저 동성결혼 허용했나

 


18일 태국은 동남아시아 국가 최초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지만, 이는 아시아 대륙 전체로 보면 처음은 아니다. 태국 이전에 대만과 네팔은 이미 동성혼을 합법화했다.


네팔은 태국처럼 의회에서 동성 결혼을 인정하는 법을 제정한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11월 동성 커플의 혼인 신고를 받아들이면서 사실상 동성의 결혼을 합법화했다. 
지난해 6월 네팔 대법원이 성소수자(LGBTQ) 관련 법을 개정할 때까지 LGBTQ 커플의 결혼 등록을 잠정 허용하라고 정부에 명했고, 행정부는 이를 따른 결과다.

 

 


<히즈라.>

 


성소수자 친화적인 문화로 널리 알려진 태국에 앞서 인구의 80%가 힌두교도인 네팔이 먼저 동성 결혼을 인정했다는 사실을 낯설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네팔의 대법원은 그러나 이미 17년 전인 2007년에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성전환자는 그들이 성적으로 남성적인지 여성적인지 관계없이 모두 정상적 인간이며 자신의 권리를 행사해 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살 권리를 지닌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후 2011년에는 세계 최초로 인구 조사에서 ‘제3의 성’을 인정했고, 2013년에 ‘제3의 성’을 표기한 주민 카드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커밍아웃한 게이가 국회의원이 되기도 했고, 여자용이 아닌 ‘성소수자’를 위한 공중화장실도 만들었다.


보수적인 네팔 사회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성소수자 보호에 있어선 세계 최고 수준인 이유는 무엇일까.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힌두교 전통에서 ‘히즈라’로 불리는 ‘제3의 성’의 존재가 거론된다. 
히즈라는 타고난 남자의 성을 물리적으로 또는 정신적으로 포기하고 여자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을 말한다. 
고대 힌두 경전에선 양성성(兩性性·Androgyny)을 지닌 힌두신의 인격을 체현한 존재로도 본다. 
힌두 문화권에서 히즈라는 특별한 에너지를 갖고 있어서 그 에너지로 축복이나 저주를 줄 수 있는 존재로 여겨져 왔다. 
따라서 이들은 샤머니즘 전통에서의 무당처럼, 환영받지는 못하지만 함부로 대할 수도 없는 존재로 여겨진다.


18세기 이래 영국 식민 지배를 거치며 서구 근대사회의 동성애 혐오 탓에 이들의 사회적 지위는 크게 추락했지만, 힌두 문화권 저변에는 이 같은 성소수자에 대한 존중 문화가 흐르고 있는 것이다. 
힌두 문화권에 속하는 남아시아 국가 방글라데시에서도 2013년, 인도에선 2014년 ‘히즈라’를 제3의 성(性)으로 공식 인정한 바 있다.(24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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