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핏불테리어, 도사견 등 맹견(猛犬)을 기르는 사람은 시장·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맹견으로 분류되는 핏불테리어>
농림축산식품부는 26일 이 같은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27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시장·도지사는 맹견에 대한 기질 평가, 맹견 소유자 대상 설문 조사 등을 거쳐 사육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평가는 전문가로 구성된 별도의 위원회가 맡는다. 전문가가 공공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한 맹견은 기를 수 없다.
사육 허가 없이 맹견을 기르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는다. 기존에 맹견을 기르던 사람은 10월 26일까지 허가받아야 한다.
맹견 소유자는 사육 허가를 신청하기 전 동물 등록과 맹견 책임보험 가입을 마쳐야 한다. 중성화 수술도 해야 한다. 단, 월령(月齡) 8개월 미만의 맹견은 중성화 수술이 어렵다는 수의사의 진단서가 있으면 수술을 연기할 수 있다.
맹견 소유자는 사육 허가를 받더라도 맹견을 승강기 등 공용 공간에 데리고 갈 때는 목줄의 목덜미 부분을 잡는 등 안전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월령 3개월 이상의 맹견을 데리고 외출할 때는 반드시 목줄, 입마개 등을 갖춰야 한다. 이러한 안전 조치를 하지 않았을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240427)
30일 낮 12시쯤 서울 낙원동의 평양냉면집 ‘을지면옥’에서 직장인 3명이 계산을 마치고 나오면서 나눈 대화다. 재개발로 2년 동안 문을 닫았다가 지난 22일 다시 개점한 곳이다. 새로 문을 열면서 본래 물냉면 한 그릇에 1만3000원을 받던 것을 2000원 올려 1만5000원을 받기 시작했다.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낙원동에 있는 평양냉면 식당 ‘을지면옥 앞에 점심 식사를 하려는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서 입장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 기본 식자재 값 인상으로 최근 서민들이 즐겨 먹는 냉면·국수 같은 면 음식 가격이 오르는 ‘면(麵)’플레이션’이 시작되고 있다.>
서울 무교동의 냉면집 ‘을밀대’. 이곳은 올해 초부터 평양물냉면 가격을 기존 1만5000원에서 1000원을 올려 1만6000원을 받고 있다. 앞서 작년 초 이미 물냉면 가격을 2000원 올렸는데 1년도 되지 않아 배·달걀 같은 재료값과 가스비·인건비까지 올랐다는 이유로 다시 가격을 올렸다. 그러나 최근 냉면에 들어가는 주재료인 메밀값은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메밀의 중·도매 가격은 지난 28일 기준으로 1㎏당 3627원.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1% 내렸다.
서울 시내 유명 식당을 중심으로 냉면·국수값 등을 올리는 ‘면(麵)플레이션’이 시작되고 있다. 양파·돼지고기·배추·무 같은 식자재 가격이 최근 계속 뛰고 있고, 인건비와 전기 요금까지 상승했다는 이유로, 서민들의 즐기는 외식 메뉴인 면 요리 가격이 뛰어오르고 있는 것이다. 서울 시내 냉면집에서 4가족이 식사하면서 물냉면 한 그릇씩에 수육 하나만 먹어도 10만원에 육박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음식값 상승의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고 폭은 커진다는 데 있다. 가령 을밀대의 경우, 작년 냉면값을 2년 만에 2000원 올렸으나, 이번엔 1년도 되지 않아 또 올렸다. 작년엔 녹두전 한 장에 2000원 올려 1만2000원을 받았는데 올해는 3만원이던 수육을 3만5000원으로 올려 받고 있다.
냉면을 비롯한 서울 지역의 대표 외식 품목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김밥·비빔밥·칼국수 등 8가지의 품목의 가격은 평균 7%가량 올랐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정인면옥. 이곳 역시 지난달 물냉면 가격을 1000원 올려서 4월 초부터 1만4000원을 받고 있다. 이곳 관계자는 “육수에 쓰이는 돼지고기·소고기 값은 물론이고, 냉면에 들어가는 각종 양념 비용까지 다 같이 올랐다”고 말했다.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냉면집인 진미평양냉면도 작년까지 한 그릇에 1만4000원이었던 냉면값을 올해 들어 1만5000원 받고 있다.
서울 서소문동에 있는 진주회관은 지난달부터 콩국수 한 그릇 가격을 1만5000원에서 1만6000원으로 올렸다. 작년에도 2000원을 올려 받았는데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 가격을 올렸다. 이곳 단골이라는 직장인 김모(48)씨는 “아무리 최근 외식 물가가 올랐다고 해도 콩을 갈아 넣은 국물에 면만 넣은 콩국수 가격이 1만6000원까지 오른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이젠 콩국수 한 그릇은 김치찌개 2인분이고, 두 그릇은 웬만한 중국집의 탕수육 가격보다 비싸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에 있는 명동교자도 작년 칼국수 가격을 9000원에서 1만원으로 올린 데 이어 다시 1만1000원으로 또 올렸다.
식재료 가격이 계속 뛰고, 인건비와 전기 요금 등이 오르면서 외식 물가는 내려갈 줄 모르는 추세다. 현재 최저 임금은 9860원이지만, 다음 달부터 예정된 최저임금위원회 회의 등을 거쳐 인건비가 내년에 1.5%만 올라도 최저임금은 1만원을 넘게 된다.(240501)
남자 축구마저 올림픽행 열차를 놓치면서 한국 올림픽 선수단 규모는 당초 예상했던 170명 선에서 150명대까지 더 줄 것으로 보인다. 1984년 LA 올림픽 210명 이후 올림픽마다 유지했던 마지노선 200명이 무너졌다.
메달 전망도 비관적이다. 양궁·펜싱·태권도 등에서 5~6개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는데 1988년 서울 올림픽 477명 출전 금메달 12개 종합 순위 4위, 2012년 런던 올림픽 248명 금 13개 5위 등 화려한 시절을 되살리기엔 역부족이다. 주요 구기 종목(축구·농구·배구·하키·핸드볼·럭비 등) 중 파리 올림픽 티켓을 확보한 건 여자 핸드볼뿐. 이 역시 1976년 몬트리올(여자 배구) 이후 가장 적다.
한국은 1988 서울 대회부터 지난 도쿄까지 줄곧 4~7개 단체 구기 종목에 출전했다. 남녀 핸드볼은 올림픽 통산 금 2개, 은 4개, 동 1개(역대 종합 5위)로 활약했다. 남녀 하키(은 3개), 여자 농구(은 1개), 여자 배구(동 1개), 남자 축구(동 1개)도 올림픽에 단골로 출전했다. 그런데 2016 리우 대회엔 단체 구기 4종목, 지난 도쿄 대회 땐 6종목이 출전하고도 연거푸 노 메달에 그쳤다. 이젠 메달은커녕 올림픽에 나가는 것마저 힘겨워지고 말았다.
다른 종목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효자 종목이었던 유도와 레슬링에선 2012 런던 대회 이후 ‘금맥’이 끊겼고 메달 자체도 버겁다. 역대 올림픽에서 한국 출전 종목 중 최다인 46개(금 11개) 메달을 딴 유도는 파리에서 남자 7체급 중 3체급, 여자부 2체급 출전권을 확보하지 못했다. 전 체급 출전이 당연시되던 과거와 다르다. 레슬링(역대 메달 36개)은 도쿄 노메달 충격에 이어 파리는 출전권 확보에도 애를 먹고 있다. 김기한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앞으로도 경기력이 계속 떨어진다면 어떤 부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지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침체는 예견된 일이었다. 저출산 여파로 선수 자원이 점점 감소하고 있다. 지방 중·고교 단체 구기 종목은 선수 모집 자체가 어려운 실정. 선수들은 학습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압박에 훈련 시간이 줄었다. 프로 리그가 활성화된 일부 종목에선 선수들이 국내 무대에 안주하는 경향이 강하다. 농구·배구는 아시아권에서도 이미 강호가 아니다. 반면 국내 리그 선수들 연봉은 최고 10억원 가까이 뛰었다. 이들은 국가대표 차출을 반기지 않는다. 이미 국제 경쟁력이 떨어져 대표팀 성적이 나쁘면 질타가 따르는 데다, 자칫 다치기라도 하면 손해가 크기 때문이다.
전처럼 선수들을 한곳에 모아놓고 강도 높은 훈련을 집중하는 것도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진천(선수촌)은 선수가 외출하든 아파서 쉰다 하든 최대한 건드리지 않는다. 태릉 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고 했다. 태극마크에 대한 자긍심도 점점 옅어지고 있다. 국제 대회는 병역 특례 수단일 뿐 국가를 대표해서 나간다는 사명감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는 얘기도 많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축구 금메달로 병역 특례 자격을 얻은 선수들이 이번 U-23 아시안컵에 대거 불참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선찬종 대한유도회 전무는 “우즈베키스탄이나 몽골 선수들은 운동으로 성공하겠다는 목표 의식을 갖고 ‘헝그리 정신’으로 땀 흘린다”면서 “우리 체육계에선 점점 보기 어려운 장면”이라고 말했다.
과학적 훈련 방식을 연구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소통 구조를 연구하는 대신 해병대 캠프 같은 정신력 강화로 난관을 돌파할 수 있다고 믿는 지도자들도 문제다. 최의창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여러 종목에 구시대적 관습이 배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새로운 육성 방식을 발굴해야 저변이 엷어진 종목 경쟁력을 더 높일 수 있다”고 했다.
한국 엘리트 스포츠는 갈림길에 서 있다. 기존 선수 육성 방식을 고수하면서 선택과 집중을 좀 더 할지, 생활 체육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늘리면서 지변을 넓혀 선수를 찾아낼지 선택의 순간이 오고 있다.(240427)
‘유류분 제도’는 고인(故人)의 유언과 관계없이 법정 상속인들의 최소 상속분을 법으로 보장하는 것으로, 1977년 도입됐다. 상속 재산이 주로 장남에게 돌아가니 여성과 다른 자녀의 생존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적이었다. 가족 노동으로 형성된 가족 재산을 유류분으로 분배해 유족들의 생활을 보장하자는 것이었다.
이후 한국 사회 구조는 급변해 3인 이하 가구가 보편화되고 독립 생계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 됐다. 그러면서 고인을 장기간 돌보지 않았거나 학대했던 유족들까지 유류분 소송을 제기해 유산을 상속받는 경우들이 생겨났다. 25일 헌재는 그런 상황들을 뒷받침하는 민법 조항에 대해 위헌 또는 헌법 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제동을 걸었다.
2018년 107세 나이로 제주도에서 세상을 떠난 A씨는 마지막 35년 동안 자신을 돌봐준 ‘효자 아들’에게 1000평 땅을 남겼다. 아들은 A씨가 72세 무렵부터 제주에 함께 살며 어머니 A씨를 부양했다. 아들은 A씨 치료를 위해 1억2000만원을 쓰기도 했다.
그런데 A씨가 사망하자 평소 연락도 없던 다른 아들딸 3명이 “땅을 나눠 달라”며 ‘효자 아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들은 제주를 떠나 살면서 어머니와 30년 넘게 연락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이 소송을 낸 근거는 ‘유류분 제도’였다. 어머니를 전혀 돌보지 않았다는 이 3명은 법적 상속분의 절반씩을 요구할 수 있었다.
<25일 오후 이종석(가운데) 헌법재판소장과 이은애(왼쪽) 헌법재판관, 이영진(오른쪽) 헌법재판관이 상속 유류분 제도에 대한 위헌 법률 심판 및 헌법 소원 선고를 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 앉은 모습. 이날 헌재는 고인의 형제자매가 고인 뜻과 관계없이 상속 재산 일정 부분을 받게 돼 있는 유류분 제도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지난 2019년 가수 구하라씨가 사망하자, 20년간 연을 끊고 지낸 친모가 상속권을 주장했다. 친모는 구씨가 9세 때 이혼한 뒤 구씨를 전혀 보살피지 않았다. 그러나 구씨의 경우 배우자와 자녀가 없는 상태에서 사망했기 때문에 부모가 1순위 상속인이 됐다. 구씨의 친모는 딸이 남긴 유산의 40%를 챙겼다.
헌재는 이런 일이 가능하게 만든 민법 1112조 1~3호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피상속인(고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의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는 상속인(가족)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 법 감정과 상식에 반한다”면서 “유류분 상실 사유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은 현 민법 조항은 불합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헌재는 국회에 내년 12월 말까지 해당 조항을 개정하라고 했다.
이모씨는 부동산 등 전 재산을 5개 공익 재단에 기부하고 2020년 3월 세상을 떠났다. 이씨는 생전 미혼으로 배우자도 자녀도 없었다. 그런데 이씨 사망 이후 이씨의 형제자매가 “이씨가 남긴 재산 중 일부는 형제자매들이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5개 재단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씨의 형제자매들이 이씨의 재산 형성에 기여한 것은 없었다. 이씨가 어머니를 부양하는 것을 돕지도 않았다. 이들이 이씨가 공익 재단에 기부한 재산 중 일부를 요구할 수 있는 것도 민법 1112조 4호 때문이었다. 해당 조항에는 다른 상속자들이 없을 때 고인 형제자매들의 유류분에 대한 청구권을 인정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헌재는 이날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려 효력을 상실시켰다. 헌재는 “고인의 형제자매는 상속 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 상속에 대한 기대 등이 거의 인정되지 않는데도 유류분을 주는 것은 타당한 이유가 없다”고 했다.
헌재는 고인을 생전에 잘 모시거나 고인의 재산 형성에 기여한 ‘효자’들이 그 보답으로 증여받은 재산에 대해서는 그 권리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취지의 판단도 내놨다. 현재는 ‘유류분 청구권’이 있는 다른 유족들이 반환 소송을 제기하면 이미 증여받은 재산을 내놓아야 하고 법원은 이를 합산한 상태에서 유류분을 분배한다.
이런 내용은 민법 1118조에 규정돼 있는데 헌재는 이번에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고인을 오랜 기간 부양하거나 상속 재산 형성에 기여한 상속인이 그 보답으로 재산의 일부를 증여받는다해도 현행법상 증여 재산이 유류분 산정 기초 재산에 산입돼 재산을 반환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 법조인은 “유산 상속에 있어 효자들을 더 배려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했다.(240426)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으로 몸살을 앓아온 대표적인 관광도시인 이탈리아 베네치아가 25일부터 관광객들을 상대로 도시 입장료를 받기 시작했다.
전날 베네치아 구시가지로 연결되는 선착장과 기차역 등에는 입장료 부과를 알리는 이탈리아와 영어 안내판이 QR 코드를 첨부해 곳곳에 설치됐다. 시 당국이 책정한 입장료는 한 사람당 5유로(약 7400원)로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4시 들어오는 당일 관광객에 한해 부과한다.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베네치아 역사 지구가 하나의 거대한 유료 관광지가 된 셈이다.
<이탈리아 관광도시 베네치아에서 관광객들이 운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단 14세 미만 청소년과 장애인, 관광이 목적이 아닌 방문객은 입장료가 면제됐다. 이번 입장료 징수는 시범적으로 도입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이다. 7월 중순까지 평일을 제외한 공휴일과 주말 등 29일간 시행한다. 입장료를 받은 첫날은 공휴일인 해방기념일이었다. 시 당국은 공휴일과 주말에 입장료를 부과해 관광객들이 평일에 방문하도록 유도, 인파를 분산한다는 계획이다. 또 공휴일과 주말에는 산타루치아 기차역 등 주요 교통 시설에 검사원을 배치해 무작위로 검표를 실시한다. 입장료를 내지 않은 것이 적발될 경우 입장료의 10~60배에 해당하는 50~300유로(약 7만~44만원)의 ‘과태료 폭탄’을 물릴 계획이다.
베네치아는 코로나 봉쇄가 끝난 뒤 이른바 ‘보복 관광’을 나선 여행객들이 몰려들면서 오버투어리즘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시 당국에 빗발쳤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이 끝난 지난해 베네치아를 찾은 관광객 수는 350만명 이상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베네치아에서 숙박한 관광객만 집계한 것으로, 당일치기 관광객까지 포함할 경우 연간 약 2000만명이 도시를 찾는 것으로 추산된다.
관광객이 지나치게 많아지면서 소음과 사생활 침해, 환경오염 등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민원이 폭증했다. 베네치아 역사지구 내 인구는 1961년 13만명을 넘었으나, 지난해 8월 기준 5만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이 때문에 문화유산의 가치가 훼손된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지난해 유네스코는 “베네치아가 기후변화와 지속적인 개발, 대규모 관광 등 인간의 개입으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훼손될 위기에 처해 있다”며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 올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루이지 브루냐로 베네치아 시장은 “(도시 입장료 징수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시도된 적 없는 실험”이라며 “우리의 목표는 베네치아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240426)
헌법재판소가 지난 1977년 민법에 도입된 ‘유류분’ 제도의 주요 내용에 대해 처음으로 위헌 및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고인(故人)이 유언으로 상속에서 제외한 자녀, 배우자, 부모와 형제자매도 무조건 법정 상속분의 일정 비율을 받을 수 있게 하는 현행 제도가 불합리하다는 판단이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민법 제1112조 등 유류분 제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및 헌법소원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
헌재는 25일 ‘패륜적 자녀와 부모는 상속에서 배제해야 한다’ ‘부모를 오래 부양하거나 재산 형성에 기여한 자녀는 상속에서 혜택을 받게 해줘야 한다’는 취지로 결정했다. ‘패륜에 따른 상속 배제’에 대해 헌재는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다. “고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패륜적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에게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국민의 감정과 상식에 반한다”면서 “민법 1112조 1~3호가 유류분 상실 사유를 규정하지 않은 것은 불합리하다”고 했다.
또 헌재는 “(민법 1118조는) 고인을 오랜 기간 부양하거나 재산 형성에 기여한 상속인이 그 보답으로 고인으로부터 재산 일부를 증여받았더라도 (다른 유족의) 유류분 반환 청구가 있으면 (고인에게서) 증여받은 재산도 반환하게 하고 있다”면서 “이는 부당하고 불합리하다”고 했다. 헌재는 민법 1112조 1~3호, 1118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국회에 내년 12월 말까지 개정하라고 했다.
헌재는 고인의 형제자매에게 유류분을 인정하는 민법 1112조 4호에는 위헌 결정을 내려 즉시 무효로 만들었다. “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 상속에 대한 기대 등이 거의 인정되지 않는데도 유류분을 주는 것은 타당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240426)
☞유류분(遺留分)
고인(故人)의 의사와 상관없이 법에 따라 유족들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유산 비율을 뜻한다. 현행 민법상 고인이 가족 아닌 제3자에게 모든 재산을 물려주겠다고 유언을 해도 상속인이 유류분만큼은 받을 수 있다. 유류분은 배우자와 직계비속이 법정 상속분의 2분의 1,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법정 상속분의 3분의 1이다.
우리나라가 20여 년 동안 여러 나라와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을 해오는 과정에 최대 난관은 늘 농·축산 식품 부문이었다. 상대적으로 국제 경쟁력이 취약한 분야이기 때문에 농가 반발이 극심했다. 특히 한·미 FTA 때가 가장 심했다. 칠레와 첫 FTA를 맺으며 자신감이 붙은 우리 정부는 거대 경제권인 미국·중국 가운데 우리 제조업의 수출 시장을 넓히고, 국내 서비스 산업을 선진화한다는 목적 아래 한·미 FTA 협상에 나섰다. 하지만 미국과 FTA를 맺게 되면 우리 농가는 모두 고사(枯死)하고, 먹거리 주권은 미국에 완전히 장악될 것이라는 우려가 터져 나왔다. 특히 미국 정부가 FTA 선결 조건으로 내건 미국산 소고기 수입은 광우병 사태로 번지면서 극심한 혼란을 겪어야 했다.
우려와 달리 2010년대 들어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급증하는 동안 한우 생산·소비도 함께 늘었다. 지난해 미국산 소고기 수입은 2014년의 2.5배로 늘어났다. 미국산의 두배 가격인 한우 생산량도 한·미 FTA 발효 전인 2011년보다 34% 증가했다. 우리 소비자 입장에선 상품 선택 폭이 넓어졌고, 경쟁력이 높아진 우리 농가는 소득이 늘어났다. FTA 부작용이 우려됐던 우리 농축산 식품은 품질 경쟁력을 높여 외국산 공세를 막아내는 것을 넘어 수출을 늘려가고 있다.
2004년 발효한 한·칠레 FTA, 1993년 타결된 우루과이 라운드 등 주요 무역협정 때마다 농·축산 식품은 근심의 대상이었다. 매번 국내 시장을 외국에 넘겨주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결과적으로 우리 농·축산 식품 분야는 FTA라는 외부의 위기를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바꿨다. 2003년 16억달러(약 2조2000억원)에 그쳤던 농·축산 식품 수출은 지난해 92억달러가 돼 5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FTA 협상 때마다 피해가 수천억원에 달하며 축산 농가가 줄도산하고, 과일 농가는 전멸할 것이라는 전망이 연구기관·대학 등에서 나왔지만, 축산업은 대형화에 성공했고 과일 농가들은 다양한 상품을 전 세계로 수출하고 있다.
2012년 한·미 FTA, 2014년 한·호주 FTA 발효 때 미국산 프라임 소고기, 호주산 와규 등이 우리 축산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기우에 그쳤다. 2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8년 21만t이던 한우 소비량은 지난해 27만t으로 늘었다. 적극적으로 품종 개량에 나서고, 각종 광고와 캠페인을 통해 ‘한우’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한 결과였다. 정부와 농협 등은 한·칠레 FTA가 발효한 2000년대 초부터 암소 개량 사업과 씨수소 형질 보급 사업을 시작했고, 이른바 고기 맛이 좋은 암소들을 데이터베이스화했다. 2005년 마리당 622.4㎏에 그쳤던 체중은 지난해 735㎏으로 18% 늘었고, 전체 6등급 가운데 1등급 이상 비율은 2004년 35.9%에서 지난해 74.7%로 확대됐다. 외국산을 포함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소고기 소비량은 2010년 8.7㎏에서 지난해 14.8㎏으로 크게 늘었다. 돼지고기 또한 한우를 벤치마킹한 ‘한돈’ 브랜드를 만들며, 국내산 돼지고기 생산량은 2010년 76만t에서 2022년 111만t으로 크게 늘었다.
축산물뿐 아니다. 한·칠레 FTA 때부터 칠레산 포도, 복숭아, 키위 때문에 전멸할 것이라고 불안해했던 과일은 수출이 크게 늘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플로리다산 오렌지가 들어오며 시장 잠식 걱정이 컸던 감귤은 생산량을 조절하고, 신품종을 내놓으며 대응하고 있다. 윤종열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실장은 “한라봉과 천혜향 같은 품종은 감귤 출하가 마무리되는 2월 말부터 3월 사이에 본격적으로 출하하기 때문에 농가 소득을 늘리는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딸기는 수출 효자로 떠올랐다. 2005년 개발된 ‘설향’은 국내 농가를 장악하고 있던 일본 품종을 몰아낸 데 이어 동남아 시장에서 고급 과일로 인기다. 2호 FTA인 한·싱가포르 FTA에 이어 2007년 발효된 한·아세안 FTA를 발판으로 지난해 딸기 수출은 2003년(450만달러)의 16배인 7108만달러로 급증했다. 포도와 배도 FTA로 수출 길이 확대된 대표 과일이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무역통상연구원장은 “FTA로 위기감이 커진 국내 농업에 R&D(연구·개발)라는 게 도입됐다”며 “해외 농작물이 들어오면서 소비자들의 높아진 눈높이에 맞추기 위한 품질 개선 노력이 커졌고, 그 결과 수출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K-푸드도 FTA 덕을 봤다. 한·미 FTA로 관세(14%)가 사라진 김밥·가공밥 등은 지난해 미국으로 6540만달러를 수출했다. 라면 또한 지난해 세계시장에 20억개(9억5000만달러)를 수출하며 승용차 5만3732대를 판 것과 같은 효과를 얻었다. 한·미 FTA 발효 전인 2011년 1867만달러에 그쳤던 대미 라면 수출은 지난해 1억5337만달러로 급증했고, 김치 수출은 한·미 FTA 발효 이전의 9배 수준까지 늘었다.
정대희 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리 농식품 수출의 82%가 FTA 체결국과 이루어질 정도로 FTA로 인한 관세 인하 효과를 제대로 보고 있다”면서 “드라마 등 K컬처 효과에 더해 국내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K푸드에 관심을 키우며 수출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240426)
‘이렇게’를 넣은 것이 신의 한 수. 시의 방관자였던 독자들이 ‘이렇게’를 보며 적극적인 행위자로 동참하는 변화가 일어난다. 나무들이 흔들리는 숲에서 나도 따라 흔들리는 것처럼, 내가 나무 넷이 된 것처럼 느끼게 하는 착시. 이것이 시인의 능력이며 리얼리즘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가서 우리 함께 싸우자! 라고 외치지는 않지만 1970년대와 1980년대 군부독재에 맞서 항거했던 이 나라 풀뿌리 민초들의 저항 의식을 엿볼 수 있는 시다. 존재와 존재의 관계를 탐구하는 모양새가 어딘지 불교 철학과 닿아 있다. 시인도 그렇게 흔들리며 고개를 젓던 나무의 하나였기에 이렇게 빼어난 작품이 나오지 않았나. 이 시에 나무들을 흔들리게 하는 ‘바람’은 등장하지 않는다. 시를 한 줄 한 줄 베끼다 보면 예전에 모르던 시의 묘미를 발견하게 된다.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서울대공원 시베리아 호랑이 중 84%가 평균수명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24일 나타났다. 시베리아 호랑이는 멸종 위기 1급 야생동물이다.
서울대공원에 따르면, 지난 2019년에서 올해까지 시베리아 호랑이 13마리가 폐사했다. 이 중 호랑이 평균수명인 15세를 채운 건 2마리다. 나머지 호랑이들은 질병이나 사고로 폐사했다.
<지난 19일 서울대공원에서 폐사한 멸종위기 1급 시베리아호랑이 ‘태백’>
가장 최근에 폐사한 건 지난 2018년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난 ‘태백’이다. 6세인 태백이는 지난 19일 폐사했다. 지난 2월부터 변 상태가 좋지 않아 진료를 받아온 태백은 이달 초부터 먹이 섭취도 제대로 못 했다. 폐사 나흘 전 건강검진을 했는데, 담도계와 간 기능이 현저히 저하됐다고 한다. 서울대공원 측은 “급성 간담도계 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정확한 사인(死因)은 정밀 조사 중”이라고 했다. 동물원에서 10여 년 근무했던 한 수의사는 “고양잇과 동물은 각종 지방간과 담낭성 간염 등 간 질환을 많이 앓아 폐사한다”며 “활동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동물원이라는 환경에서 비만 동물들은 간 관련 질환에 걸리기 쉽다”고 했다.
작년 8월에는 10세 호랑이 ‘수호’가 열사병으로 폐사했다. 심근섬유증과 열사병 합병증으로 추정됐다. 작년 5월에는 한 살짜리 호랑이 ‘파랑’이 고양잇과 동물 전염병인 ‘범백혈구감소증’에 걸려 폐사했다. 2022년 7월에는 호랑이사 내실 청소 과정에서 호랑이끼리 싸움이 나 ‘가람’이 폐사했다. 시베리아 호랑이들은 ‘만성간염으로 인한 간부전’ ‘간질성 폐렴’ ‘신부전’ 등의 이유로 평균수명을 채우지 못했다.
서울대공원 측은 맹수과 동물 특성상 정기 검진과 치료가 어려웠다고 했다. 병에 걸려도 아픈 티를 내지 않아, 발병을 알아내는 것도 어려움이 크다고 한다. 호랑이 같은 맹수는 병세를 노출하는 게 죽음과 직결되기 때문에, 질병을 앓아도 티를 내지 않는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최근 폐사한 ‘태백’에게서 발견된 급성 간담도계 질환은 다양한 연령의 고양잇과 동물에게서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이라며 “하지만 맹수 특성상 지속적인 전신마취와 적극적인 수액 처치가 어려웠다”고 했다.(240425)
담배 제조사인 KT&G 연구원 출신이 “세계 최초로 궐련형 전자담배 기술을 발명했는데도 보상을 받지 못했다”면서 회사를 상대로 1000억원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냈다.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재유는 “우선 1000억원을 청구했고,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2조8000억원까지 청구 금액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무법인 재유는 24일 “KT&G 연구원 출신 곽모씨의 (전자담배 기술) 발명으로 KT&G가 얻었거나 얻을 수 있는 수익, 해외에 발명을 출원·등록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한 손실 등 총액을 84조9000억원으로 추정한다”며 “이 중 2조8000억원을 직무상 발명 보상금으로 청구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소송은 현재 소송 인지료만 3억5000만원가량으로, 소송 가액이 2조8000억원까지 늘어날 경우 인지료가 97억원에 이르게 된다.
법무법인에 따르면, 곽씨는 1991년 KT&G의 전신인 한국인삼연초연구소에 입사했고, 2005년 전기 가열식 궐련형 전자담배 개발에 착수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기존 담뱃잎을 태워 피우는 방식이 아닌 전용 스틱을 전자기기에 끼워 가열한 뒤 증기를 흡입하는 방식이다.
곽씨는 담배를 직접 가열하는 발열체가 있는 전자 담배 기기를 개발한 데 이어 2007년 발열체 가열 상태를 자동으로 제어하는 장치 등을 포함한 전자담배 세트 개발을 완성했다. 이후 곽씨는 후속 연구를 회사에 제안했지만 회사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2010년 구조 조정으로 퇴사하게 됐다고 한다.
법무법인 관계자는 “KT&G의 미숙한 대처로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술의 해외 특허권이 확보되지 않으면서 필립모리스 등 글로벌 담배 회사들이 곽씨 개발품과 비슷한 제품을 만들었다”며 “2017년부터는 국내에서도 비슷한 제품이 출시됐고, KT&G도 곽씨의 기술을 바탕으로 비슷한 제품을 만들어 막대한 이득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곽씨는 직무상 발명에 대해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퇴사 이후 1년 동안 기술 고문으로 있으며 선급금 2000만원과 1년치 월급 7500만원 등 9500만원을 받은 것이 전부”라고 했다.
이에 대해 KT&G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원천 기술은 2000년대 중반 개발됐지만, 1998년 필립모리스가 ‘어코드’라는 제품을 이미 출시했고, 2015년 ‘아이코스’도 출시했다”며 “아이코스가 출시된 이후 궐련형 전자담배의 성공 가능성이 보여 KT&G도 기존 연구를 구체화해 제품을 출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곽씨가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KT&G는 또 “곽씨가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디바이스 관리 기술, 스틱 히팅 기술 등은 현재 KT&G가 판매 중인 제품에 적용돼 있지 않다”면서 “곽씨에겐 기술 고문 계약을 통해 직무 발명과 관련한 적정한 보상금을 지급했고, 그도 이를 수용해 추가로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 데 동의했다. 당시 합의한 계약서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곽씨가 부당한 주장을 계속한다면 회사도 법적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기술 특허와 관련해 막대한 보상금을 받은 경우도 있다. 지난 2016년 반도체 석학인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해 2020년 1심에서 2억달러(약 2700억원) 배상 판결을 받았다. 이후 양측의 합의로 재판이 끝났는데, 합의금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다.(240425)
“사흘 동안 감지 않아 기름진 머리카락을 고무줄로 질끈 묶고, 잠옷 위에 엄마의 솜 점퍼 걸치면 당신의 출근 룩(look·복장) 완성!”
중국의 20대 우모씨는 이달 초부터 중국 소셜미디어 더우인에 ‘역겨운 출근 룩’ 소개 영상을 올리고 있다. 역겨운 출근 룩이란 회사에 갈 때 단정한 옷차림 대신 지저분하고 촌스러운 모습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씨는 ‘세수만이 당신이 회사에 갈 때 차려야 할 유일한 예의’ ‘맘에 안 드는 옷은 버리지 말고 회사 갈 때 입자’ 등의 ‘팁’을 전수하고 있다.
<중국 청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역겨운 출근룩'. 단정하지 않을 수록 완성도가 높아진다.>
중국 청년들 사이에서 역겨운 출근 룩 열풍이 불고 있다. 중국의 장기 경제 침체 속에 저임금·고강도 노동에 지친 젊은 세대가 회사에서 외모 관리를 포기하며 불만 표출에 나선 것이다. 무위(無爲)로 국가와 사회에 소극적으로 저항하는 탕핑(躺平·가만히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운동이 회사까지 침투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CNN 등 서방 매체들도 중국에서 ‘토 나오는 복장’으로 출근하는 문화가 확산하는 점에 주목하며 연일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열풍의 시작은 지난 2월 더우인에 올라온 한 젊은 여성의 사연이다. 그는 회색 체크무늬 바지와 펑퍼짐한 갈색 원피스, 갈색 부츠, 빨간색 장갑, 얼굴 전체를 감싼 마스크 차림으로 영상에 나와 “상사가 내 모습을 보고 ‘역겹다. 회사 이미지를 위해 옷차림에 신경 쓰라’고 핀잔을 줬다”고 말했다. 이 영상은 중국 청년들을 중심으로 140만 회 이상 공유됐고 ‘좋아요’ 75만 개에 댓글 14만 개가 달렸다. 상당수의 반응은 “회사가 해주는 것도 별로 없으면서 바라는 것만 많다”였다.
이후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역겨운 출근 룩이 가장 주목받는 콘텐츠가 됐다. 청년들은 앞다퉈 개인 소셜미디어 계정에 기괴한 출근 룩을 인증하기 시작했다. 형광 패딩 점퍼, 오리가 그려진 잠옷, 원색 양말 등 ‘단정함’과 거리가 먼 복장일수록 우수한 출근 룩으로 칭송받았다. 일부러 ‘거지’ 복장을 흉내 내거나, 이른바 ‘몸뻬’와 같은 펑퍼짐한 여성용 바지를 입은 모습도 있다.
역겨운 출근 룩이 인기를 얻은 이유는 중국의 성장이 둔화하면서 청년들이 낮은 급여와 적은 기회에 분노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컨설팅 업체 마이커스에 따르면 중국 대학 졸업자의 평균 첫해 월급은 5833위안(약 110만원)이다. 베이징 외곽의 허름한 아파트 월세가 6000위안이 넘는데 그보다 못한 돈을 받고 일하고 있는 것이다. 취업 첫해 월급 1만위안(약 190만원)의 벽을 넘는 비율은 전체의 6.1%에 불과하다. 베이징대·칭화대 등 명문대를 졸업해도 과거와 같이 기업들이 모셔가는 경우가 드물다.
상하이의 IT 개발자 톈씨는 “그 누구도 이렇게 적은 돈과 낮은 복지 혜택을 받으며 내가 하는 일을 대신할 수 없다”면서 “그걸 알기 때문에 옷차림이나 상사의 말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베이징의 외국계 기업 직장인은 “(베이징 외곽인) 퉁저우에서 궈마오까지 출근한다. 출근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옷차림을 어떻게 신경 쓰느냐”라고 했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청년들이 재택근무 등에 익숙해지며 출근 문화가 급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청년들 사이에서는 프리랜서 형태 노동, 소도시 취업, 복권 구매 등을 선호하는 경향도 관찰되고 있다. 많은 이가 프리랜서나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미래에 대한 기대가 없어 연금 납부를 중지하거나 해지한다. 대도시에서 대학을 졸업했더라도 자신이 성장한 소도시로 돌아가 일자리를 찾는 청년도 늘어나고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 청년들이 경제난 속에서 복권을 탈출구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직장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청년이 많지만, 한편에선 구직에 실패한 청년들이 신음하고 있다.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지난해 6월 21.3%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7월부터 11월까지는 청년 실업률 발표가 잠정 중단됐다. 지난해 12월부터는 대학 재학생 등을 대상에서 제외한 새로운 청년 실업률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장단단 베이징대 교수 연구팀은 부모에게 의존해 생활하는 ‘컨라우족(부모 갉아먹는 청년)’을 합치면 실제 청년 실업률은 46.5%(지난해 3월 기준)라는 추계를 내놨다.(240424)
☞탕핑 운동
2021년부터 급속히 확산한 중국 청년들의 사회에 대한 소극적 저항 운동. 취업, 승진, 내 집 마련 등 기성세대 삶의 방식을 거부하고 최소한의 생계만 유지하겠다는 태도에 기반하고 있다. 탕핑(身尙平)은 ‘드러눕다’라는 뜻이다. ‘열심히 일해도 집값조차 감당하기 힘드니 쓸데없이 노력하지 않겠다’는 중국 청년들의 자조가 담겨 있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탕핑은 부끄러운 것’이라고 하고 있다.
경기 부천시에 사는 요양보호사 백모(78)씨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9시에 인근의 한 할머니 집으로 출근한다. 여든을 바라보는데도, 그는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돌보며 빨래와 집 정리를 도맡아 한다. 그는 “동년배끼리 말동무도 돼주고, 단짝처럼 지내다 보니 하루라도 결근하면 언제 오냐고 성화를 낸다”며 “내 몸이 불편해지기 전까지는 요양보호사로 계속 일할 것”이라고 했다.
백씨처럼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老老) 케어’가 늘어나고 있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데다, 요양보호사 등 돌봄 서비스 임금이 낮은 탓에 청년층 유입이 끊긴 여파다. 지난해 하반기에만 50세 이상으로 요양보호사와 노인 복지 센터에서 일하는 복지사 등이 10만명 넘게 늘었다.
23일 통계청의 ‘2023년 하반기 지역별 고용 조사 취업자의 산업 및 직업별 특성’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비거주 복지 시설 운영업’ 종사자는 150만6000명이었다. 음식점업(164만2000명)에 이어 취업자 규모 2위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처음으로 150만명을 돌파했다. 비거주 복지 시설 운영업에는 요양보호사나 주간 노인 복지 시설 종사자, 어린이집 등 보육 시설 종사자 등 시설(요양원·요양병원)이 아닌 곳에서 돌봄을 제공하는 업종이 포함된다.
특히 고령층에서 비거주 복지 시설 운영업 종사자 수가 크게 늘었다. 이 업종에서 50세 이상 종사자 수는 110만2000명으로, 1년 전(99만8000명)보다 10만4000명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104만1000명)에 10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반년 사이 110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노노 케어가 본격화하며 고령 요양보호사 등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
병원이나 인력사무소에 소속된 간병인은 보건업이나 사업 시설 관리업 종사자로 분류되는데, 이들 중 대다수가 고령 여성이다. 이를 고려하면 노인을 돌보는 노인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이모(63)씨는 “주변 또래 중 일단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놓는 이도 상당수이고, 자격증이 없더라도 간병인 등으로 일하며 돈을 버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대표적 노노 케어 업종인 요양보호사는 지난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 도입과 함께 시작됐다. 이후 16년이 지나며 당시 자격증을 따고 일하기 시작한 이들도 고령층이 됐지만, 새로 들어오는 인력 대부분도 노인이다.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현재 일하고 있는 요양보호사 60만1492명 가운데 40대 이하는 6.9%에 불과했다. 60대가 50.3%로 절반을 차지했고, 70대 이상도 12%였다.
요양보호사는 320시간 교육을 받고 시험을 통과하면 된다. 시험 합격률이 90%에 이르기 때문에 고령층 상당수가 ‘노후 대비용’으로 자격증을 따놓는다. 지난해 기준 요양보호사 자격증 소지자는 250만명인데, 그중 93만명이 60대, 25만명이 70대다.
정부에서 노인 일자리 사업의 하나로 추진하는 노노 케어 사업도 있지만, 노노 케어 종사자는 대부분 민간 복지센터에 소속돼있다. 게다가 요양보호사 고령화가 심각해지면서, 지역마다 요양보호사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읍·면 단위에서는 요양보호사를 구하지 못해 문을 닫는 복지센터가 줄을 잇는다. 요양보호사 급여가 최저임금 수준에 머무르는 탓에 청년들은 진출을 꺼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공에서 책임지고 돌봄 서비스 질을 높여나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노인 돌봄 서비스의 95%를 민간에서 제공하고 있는데, 공공 노인 재가 복지센터나 공공 요양보호사 비율을 40~50%까지 높여가야 한다”며 “‘케어 매니저’ 등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선발해 요양보호사들을 교육하고, 요양보호사 처우를 개선해 청년층도 하고자 할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240424)
의류 사업을 하는 A씨(30)는 이달 초 언어 교환 앱을 통해 홍콩에 산다는 여성 B씨와 채팅을 주고받았다. B씨는 “남자 친구와 헤어져서 힘들다”거나 “나도 의류 사업을 하고 싶은데 돈이 없다”라며 A씨와 친해졌다.
그는 A씨에게 온라인 게임용 아이템 매매 사이트 주소를 알려주며 “이곳에서 같이 돈을 벌어보자”고 했다. 이 사이트 계좌 번호로 돈을 입금한 뒤 아이템을 사고팔아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었다. A씨는 “맨 처음엔 B씨가 20만원을 내 계좌로 입금해줬고, 채팅을 통해 B씨와 친해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진짜라고 믿었다”며 “수차례에 걸쳐 3000만원 정도를 입금했는데도 자꾸 돈을 더 보내라고 해서 사기당했다는 생각이 들어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사랑인 척 위장한 사기 행각을 뜻하는 ‘로맨스 스캠’ 범죄가 일상에서 번번이 일어나고 있다. 로맨스 스캠은 로맨스(사랑)와 스캠(사기)의 합성어다. 범죄자들은 주로 소셜미디어(SNS)에서 이성에게 접근해 호감을 얻은 뒤 돈을 뜯어낸다. 호감형 외모의 인물을 계정 사진으로 내세우고, ‘당신이 마음에 든다’ 등의 말로 사람을 홀리는 것이 특징이다.
외로운 중장년층이 쉽게 표적이 되지만, 소셜미디어 활용에 능숙한 2030대도 예외는 아니다. 직장인 이모(29)씨는 지난 15일 데이팅 앱에서 만난 남성에게 1800만원가량을 뜯겼다. 그는 “잘생긴 젊은 남성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걸어두고, ‘밥은 잘 먹었냐’ 등의 일상적인 대화도 많이 해서 의심할 건더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관련 범죄가 늘어나자 경찰청은 올해 2월부터 로맨스 스캠 범죄를 별도 항목으로 분류해 통계를 내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사이버 사기의 기타 항목에 포함했다가 따로 떼어내서 보기 시작한 것이다. 올해 2월부터 3월까지 두 달간 접수된 로맨스 스캠 신고 건수와 피해액은 각각 185건, 188억원에 달한다.
피해자들은 피해를 당한 사실이 창피해서 수사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본인 탓을 하며 숨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만난 사람에게 사기를 당한 40대 여성 C씨도 그중 한명이다. 이혼을 준비하고 있던 C씨는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라고 본인을 소개한 남성과 매일같이 연락하고 사진 등을 주고받았다.
C씨는 그의 추천에 따라 주식 투자를 하다가 마지막엔 약 1억원을 그에게 보냈다고 한다. 이후엔 그와 연락이 끊겼다. C씨는 “연락이 끊기고 나서야 사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창피해서 자식이나 지인들에게 알리지도 못하고 너무 힘들다”고 했다.
보이스 피싱처럼 피해 확산을 막을 최소한의 대처법이 마련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전화를 이용한 사기 범죄인 보이스 피싱이라면 피해자는 사기꾼의 계좌를 동결하는 ‘계좌 지급 정지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현행 통신사기 피해 환급법에 따르면 보이스 피싱 피해자가 금융회사에 계좌 입출금 금지를 요청하면, 금융사는 즉각 지급 정지를 해야 한다. 하지만 로맨스 스캠은 이런 지급 정지 제도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로맨스 스캠은 피해자가 아니라 경찰이 요청하는 경우에만 은행이 지급 정지를 해준다.
전문가들은 이런 신종 범죄에 발맞춰 제도적 보완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미 지난 2020년 로맨스 스캠 피해가 발생할 경우 계좌 지급 정지 등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는 ‘다중 사기 범죄 방지법’이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지급 정지 제도 대상을 확대할 경우, 사적인 앙심 등을 품고 다른 사람의 계좌를 사기 계좌라고 주장하며 지급 정지를 요청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반론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240424)
중간고사가 끝난 어느 날 나는 친구인 훈희, 지선과 함께 부산으로 기차여행을 떠났다. 앉을 자리가 없었으므로 우리는 통로에 신문지를 깔고 앉아 오징어를 나눠먹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차표 검사를 하던 차장 아저씨가 훈희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훈희는 입에 물고 있던 오징어 다리를 내밀며 이렇게 말했다. “이것밖에 없는데 드시겠어요?"
나는 10대인 딸을 차에 태우고 뉴욕 북부의 고속도로를 달려 코넬대학교로 가고 있었다. 우리는 목적지에 거의 다 와서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차를 세우고 요금 받는 사람에게 이렇게 물었다. “코넬대학교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글쎄요." 그 사람이 딸을 보며 대답했다.
“우선 대학진학적성검사 성적이 좋아야 하고...”
내 여동생은 임신을 했는지 안했는지 확신이 서지 않자 임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임신 테스트 약품을 사기로 했다. 마침 내가 약국에 가는 길이었기 때문에 동생은 내게 하나 사다달라고 부탁했다. 임신 9개월인 내가 뒤뚱거리며 약국에 들어가서 임신 테스트 약을 달라고 하자 약국의 점원 아가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보세요, 아주머니. 공연히 15달러를 낭비하실 필요 없어요. 아주머니는 틀림없이 아기를 낳게 되실테니까요."
식구들이 모여 앉아 얘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장성한 아들 래리가 내 장래에 대해 걱정했다. 자녀들의 사랑을 믿고 있는 나는 이렇게 말했다. “난 나이를 먹어도 걱정할 거 없어. 자식이 넷이나 있으니까 한 집에 가서 석 달씩만 살 면 되거든." 그랬더니 래리가 물었다. “그렇죠. 하지만 그 다음해에는 어떻게 하실 작정이세요?"
나는 물건을 포장하는 데는 영 서투른 사람이다. 한번은 새로 부임한 사장 집에서 조촐한 파티가 있어서 가게 되었는데 내가 가지고 간 선물의 포장이 그렇게 엉망인지는 미처 모르고 있었다. 내가 산 선물은 모양이 이상하게 생겨 포장하기가 까다로웠는데 그래도 포장을 하고 나서 나는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했었다. 사장도 무척 기뻐하는 것 같았다. 그는 그 선물을 집어들더니 세 살짜리 아들을 보고 환하게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선물이 누가 내게 주는 건 지 짐작이 간다."
어떤 사람이 자기 발보다 작은 신을 신고 심하게 다리를 절뚝거리며 걸었다. 그에게 왜 발에 맞지 않는 신을 신고 다니느냐고 묻자 그는 “사업은 망했고 아내는 도망갔고 아들은 못된 짓만 하고 돌아다니거든요" 하고 대답했다. "아니 그게 당신 신발하고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하루종일 속상해하다가 그래도 좀 기분이 좋아지는 때는 집에 가서 신발을 벗는 순간뿐이지요." 그가 대답했다.
모텔에 투숙한 세일즈맨이 모텔 주인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모텔 주인이 불평했다. "장사가 안돼요. 장사가 정말 안돼요" "그런데 내가 여길 지나갈 때마다 '빈방 없음'이라고 쓰여 있으니 어떻게 된 일이죠?" 세일즈맨이 물었다. 그러자 모텔 주인이 대답했다. “맞아요. 하지만 전에는 매일밤 30~35명이나 손님을 돌려보냈는데 요즘엔 10~15명밖에 돌려보내지 못한답니다.”
시의회가 시정 담당관을 채용하기 위해 면접을 하고 있었다. 한 시의원이 지원자에게 물었다. “둘에 둘을 보태면 얼마죠?" 지원자는 질문을 받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문을 열고 복도를 이쪽 저쪽 훑어보았다. 그리고 창문의 블라인드를 모조리 내리고는 자리로 돌아 와서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얼마로 만들어 드릴까요?" 그 사람은 즉석에서 채용되었다.
짜증이 난 한 아버지가 불평했다. "내가 어렸을 때는 말야, 잘못한 일이 있으면 아버지가 나를 내 방에 가두고 저녁을 먹이지 않았어. 그런데 우리 아들녀석은 자기 방에 컬러텔레비전에다 전화, 컴퓨터, CD 플레이어 등 없는 것이 없거든." “그래 자네는 아들이 잘못하면 어떻게 하나?" 그의 친구가 물었다. “나는 그 녀석을 내 방으로 보내지!"
"난 잘생긴 남자를 껴안는 게 좋더라!" 내가 다섯 살 난 아들을 포옹하며 말했다. "나나 아빠처럼 잘생긴 남자 말야?" 아들이 물었다. "그래, 너와 아빠처럼 잘생긴 남자를 좋아한단다." 내가 대답했다. “너도 예쁜 여자를 껴안는 게 좋으니?" "아니." 그애가 말했다. "난 엄마와 할머니만 좋아."
일본에서 4월 29일은 황금연휴(골든 위크)의 문을 여는 ‘쇼와(昭和)의 날’이다. 히로히토 전 천황의 생일로, 태평양전쟁 패전을 거쳐 경제 대국 진입으로 이어지는 그의 재임기(1926~1989년·쇼와 시대)를 기리자는 취지다. 5월 3일(헌법기념일)·4일(녹색의 날)·5일(어린이날)도 공휴일이라, 4월 30일~5월 2일 휴가를 쓰고 여행을 떠나는 이가 많다. 일본은 재위 중인 천황 생일을 공휴일로 기념하고 새 천황이 즉위하면 공휴일을 이에 맞춰 바꾼다. 옛 천황의 생일을 기념하는 것은 ‘쇼와의 날’이 유일한데, 배경은 무엇일까.
<일본 황금연휴 '골든위크'가 시작한 27일 도쿄 하네다공항이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일본 황금연휴는 헌법기념일·어린이날이 공표된 1948년 이후 본격화됐다. 4월 29일은 당시 천황의 생일이었기에 공휴일이었고, 이틀 간격인 공휴일의 ‘끼인 날’은 공휴일로 삼는다는 관련 법에 따라 5월 4일도 쉬었다. 4월 30일~5월 2일에도 휴가 등을 써서 한 주 동안 쉬는 지금의 관행이 정착됐다.
1989년 히로히토 사망으로 공휴일은 아들 아키히토 천황 생일인 12월 23일로 바뀌었다. 하지만 황금연휴 무산이 국민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 일본 정부는 ‘녹색의 날’을 신설해서 원래대로 4월 29일을 쉬게 했다. 이후 히로히토 재임기를 따로 기념하자는 주장이 일본 우파 정치인을 중심으로 나왔고 국회에서 관련 법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2007년 히로히토 생일인 4월 29일을 다시 기념하기로 했다. 녹색의 날은 5월 4일로 옮겼다.(240429)
14억 중국인들이 국내외로 대거 떠나는 노동절 연휴(5월 1~5일)가 임박했다. 많은 국가에서 5월 1일을 휴일로 정하고 노동자 권익을 기념하는 문화는 미국 시카고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하는 근로자들의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1886년 5월 1일에서 유래했다. 정작 메이데이(May Day) 원조인 미국은 9월 첫 월요일을 노동절(Labor Day)로 기념한다. 1882년 9월 뉴욕의 대규모 노조 총회가 기원이 됐다고 한다. 기념일을 5월 1일로 바꾸려는 노동계 시도가 있었지만, 국제 사회주의 운동이 미국에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로 무산됐다.
<중국 노동절을 하루 앞둔 지난해 4월 30일 중국 마카오 성 바울 성당의 유적 인근 골목에서 경찰이 관광객들을 통제하고 있다.>
한국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창립 기념일인 3월 10일을 ‘근로자의 날’로 기념하다가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4년부터 5월 1일로 날짜를 바꿨다. 중국의 노동절이 연휴가 되는 것은 노동절에 주말과 평일 이틀을 붙여 닷새 쉬게 하는 정부 방침 때문이다. 대신 다른 토요일·일요일 중 이틀의 대체 근무일을 둔다. 일본은 ‘근로 감사의 날’(11월 23일)을 기념한다. 다만 헌법기념일(5월 3일) 등 공휴일이 집중된 4월 말~5월 초 골든위크와 맞물려 5월 1일을 자체 휴일로 정하는 민간 기업도 적지 않다.(240427)
한식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일본의 ‘라멘’ 못지않게 한국의 ‘라면’ 인지도도 급상승했다. ‘라면’과 ‘라멘’이라는 음식명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이름의 기원은 중국의 면 음식 라몐(拉麵·납면)이다. 잡아당겨(拉) 만든 면(麵)이라는 뜻으로, 덩어리 반죽에 칼을 대지 않고 손힘으로만 접어서 반복적으로 길게 늘려 면을 뽑는, 일종의 수타면이다. 16세기 명나라의 농업학자인 송서(宋詡)가 쓴 책에 이름과 제조 방법이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유서 깊은 음식이다.
<1914년 일본 도쿄 아사쿠사의 중화요리점 '라이라이켄' 점포 앞에 선 창업주 오자키 칸이치와 그 식솔들.>
17세기 이후 일본에 중국의 식문화가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라몐도 알려졌다. 점차 일본화하기 시작했고, 중국 발음에서 유래한 ‘라멘’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특히 1910년 도쿄 아사쿠사에 일본인 사장이 중국인 주방장들을 데리고 문을 연 중화요리점이 닭 육수에 얇은 면이 들어간 ‘라멘’을 유행시키면서 인지도가 높아졌다.
한국의 ‘라면’은 중국의 라몐이 일본을 거친 뒤 한국화한 이름으로 볼 수 있다. 1963년 삼양식품이 일본의 인스턴트 라멘 제조 기술을 도입해 선보인 삼양라면을 계기로 라면이라는 이름이 자리 잡았다.(240424)
한국 배구에 외국인 감독 ‘바람’이 거세다. 다음 시즌(2024-2025) 프로배구 남자부 7팀 중 외국인 사령탑이 이끄는 팀은 5곳. 역대 가장 많다. 지난 시즌엔 2팀이었는데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여자부는 1팀(흥국생명). 지난해 2팀에서 줄었다. 여기에 최근 남녀 국가대표팀 지휘봉도 모두 외국인이 잡게 되면서 외국인 감독 전성시대가 본격 열리고 있는 양상이다.
남자부 우리카드는 6년 동안 동행한 신영철(60) 감독과 결별하고 지난 17일 브라질 출신 마우리시오 파에스(61) 감독을 선임했다. 2008년 창단 후 첫 외국인 감독이다. 2016~2020년 일본 파나소닉에서 수석 코치로 활동하며 일본 리그 우승 2회 등에 기여했고 프랑스 국가대표팀 코치로 활동했다. 현대캐피탈은 필리프 블랑(64·프랑스), KB손해보험은 미겔 리베라(40·스페인) 감독 선임을 마쳤다. 성공적으로 팀을 이끌고 있는 대한항공 토미 틸리카이넨(37·핀란드) 감독과 OK금융그룹 오기노 마사지(54·일본) 감독을 합쳐 차기 시즌 V리그 남자부 외국인 감독은 5명으로 늘었다. 여자부(7팀)에선 마르첼로 아본단자(54·이탈리아) 흥국생명 감독이 계약 기간 마지막 시즌을 앞두고 있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오른쪽)과 김연경의 모습.>
대한배구협회도 지난달 남녀 배구 국가대표팀을 이끌 지도자로 각각 이사나예 라미레스(41·브라질), 페르난도 모랄레스(42·푸에르토리코) 감독을 낙점했다. 프로배구와 국가대표팀 감독 자리 16개 중 절반에 외국인들이 포진하는 전례 없는 상황이 펼쳐졌다. 2010-2011시즌 흥국생명에 일본 출신 반다이라 마모루 감독이 첫 외국인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래 지난 시즌 남녀 4팀으로 역대 가장 많은 외국인 감독이 활약했는데, 다음 시즌엔 6팀으로 더 늘었다.
외국인 지도자에게 기대하는 효과는 유럽·남미·일본식 ‘선진 배구’를 접목해 경쟁력을 키우고, 선수 기용에서 선후배 관계·구단 고위층 입김 등 악습을 차단하는 부분에 주로 있다. 외국인 감독들은 모두 국가대표나 해외 유수 리그에서 실력을 검증받은 뒤 한국으로 넘어왔다. OK금융그룹 오기노 감독은 공격 중심 한국식 배구에 수비를 강화하고 범실을 줄이는 일본식 배구를 잘 조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외국인 선수에게 공격을 일임하는 ‘몰빵 배구’도 지양했다. 초반엔 선수단과 갈등을 겪는 등 잡음이 있었지만, 팀을 8년 만에 챔피언 결정전 무대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OK금융그룹 관계자는 “일본의 배구와 한국 리그의 현실을 절충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틸리카이넨 감독도 탄탄한 선수층에 전술적인 ‘살’을 잘 붙여 4시즌 연속 통합 우승(리그 1위·챔피언 결정전 우승)이란 업적을 일궜다.
반면 여자부 페퍼저축은행은 삐걱댔다. 2023-2024시즌을 앞두고 선임한 아헨 킴(미국)은 개인 사유로 갑자기 그만뒀고, 후임 조 트린지(미국) 감독은 팀 연패(連敗) 기록(23연패)을 새로 쓰는 등 부진을 거듭하다 경질됐다. 소통에 어려움을 겪어 팀 내홍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퍼는 지난달 내국인(장소연) 감독으로 선회했다.
외국인 감독이 점차 늘어나는 건 국내 배구인들이 설 자리가 좁아지는 걸 뜻한다. 국내 배구계 경쟁력에 위기 경보가 울린 셈이다. 문용관 전 남자 대표팀 감독은 “스포츠에는 결과론으로 어느 정도 접근할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 배구가 하락세를 보이고, 유럽·남미·일본 배구는 여전히 강세를 유지한다”면서 “새로운 매뉴얼과 시스템을 도입해보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 ‘한국적인 배구’가 무엇이냐는 물음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국내 지도자들이 국가대표팀 성적이 부진하다 보니 감독 자리를 ‘독이 든 성배’로 취급해 꺼리는 것도 외국인 지도자 도입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배구연맹(KOVO) 관계자는 “외국인 감독 성공 사례가 생기다보니 일종의 ‘유행’이 된 것 같다”면서 “그들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면 느슨해진 국내 배구판에 자극이 되면서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240420)
청소년 관람 불가(청불) 등급의 영화를 볼 수 없는 연령 기준이 ‘만 18세 미만’에서 ‘만 19세 미만’으로 상향된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개정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화비디오법)에 따라 내달부터 만 19세 미만 기준이 시행된다고 22일 밝혔다. 기존 영화비디오법은 청소년을 만 18세 미만으로 규정하고 여기에 고교에 재학 중인 학생을 포함했지만, 개정법은 ‘청소년보호법’에서 규정한 만 19세 미만으로 통일했다.
<서울 한 영화관의 상영 시간표.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이번 조치가 성인 기준이 완화되고 있는 최근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령 기준이 올라가면서 18세가 넘고 19세 미만인 대학생도 청불 영화를 관람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인 CGV 측은 “청소년 관람 불가가 18세 미만과 고교생이라는 기준 때문에 기존에는 신분증과 학생증을 모두 확인해야 하는 일이 있었으나 개정법이 시행되면서 신분증만 확인하면 돼 혼선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240423)
자녀 있는 부부가 이혼하게 되면 양육비를 어떻게 분담할지를 합의하게 된다. 그런데 한 번의 합의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양육비 액수를 놓고 분쟁이 생길 수 있고 새로 합의가 되지 않으면 결국 법원에 와야 한다.
한 부장판사는 “가정법원이 이혼한 부부의 소득과 자녀 나이를 기준으로 양육비 기준표를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혼하면서 이와 차이가 있는 액수로 합의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시간이 흐르면 아이들이 자라고 물가가 오르기 때문에 양육비를 조정할 필요도 생긴다”고 말했다.
A씨는 2011년 이혼하면서 당시 8세, 6세이던 두 자녀를 자신이 기르기로 했다. 전(前) 남편은 양육비로 자녀 1인당 매월 20만원씩을 주기로 했다. 그런데 2021년 A씨는 전 남편을 상대로 “양육비를 1인당 매월 65만원으로 올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두 사람이 양육비를 정한 뒤 10년 이상이 지났고, 자녀들도 고등학생이 돼 교육비가 증가할 것은 분명하다”면서 “전 남편은 A씨가 요청한 대로 양육비를 올려주라”고 판결했다.
반면 “양육비를 깎아달라”는 소송도 있다. 개인 사업자 B씨는 2017년 아내와 이혼하면서 매월 100만원을 자녀 양육비로 주기로 했다. 그런데 작년 B씨는 “양육비를 매월 70만원으로 낮춰달라”는 소송을 냈다. 새 가정을 꾸리면서 자녀가 생겼고 코로나 기간에 사업도 기울었다는 게 이유였다. 법원은 B씨가 부담해야 할 양육비를 월 90만원으로 내려줬다.
21일 본지는 최근 3년간 양육비 증액·감액 청구 소송 중 30건의 1심 판결을 분석했다. 이 가운데 22건은 “양육비를 올려달라”는 소송이었는데 법원은 17건에 대해 양육비를 높여줬다. 특히 법원은 초등학교 저학년과 고학년, 중‧고등학생의 교육비에 큰 차이가 나는 점을 감안해 양육비 증액을 결정했다. 또 “양육비를 깎아달라”고 낸 소송은 8건이었는데 법원은 이 가운데 5건에 대해 양육비를 낮춰줬다. 경기 악화에 따른 실직이나 사업 실패, 재혼과 새 자녀 출생 등이 주요 이유였다.
가정법원 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이혼한 부부가 자녀들이 성년이 돼 양육비를 더 이상 지급하지 않아도 될 때까지 양육비 액수를 놓고 치열하게 다투는 소송을 되풀이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240422)
큰비가 내리면 물에 잠겨 침식돼 온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하기 위해 환경부가 2027년까지 댐에 수문(水門)을 3개 설치하기로 했다. 암각화 침수 문제가 제기된 지 20여 년 만에 구체적 보존 대책이 나온 것이다.
<2022년 9월 21일 오후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울산 울주군 대곡천에 있는 국보 285호 반구대 암각화 일부가 물에 잠겨 있다. 환경부는 암각화 침수를 막기 위해 인근 사연댐에 수문을 달 계획이다.>
환경부는 울산시 울주군 대곡천 계곡에 있는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가 물에 잠기지 않도록 수위를 조절하고 댐 성능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사연댐 건설 사업 기본 계획’을 19일 고시한다고 18일 밝혔다.
대곡천 계곡에 병풍처럼 늘어서 있는 반구대 암각화는 1971년 발견됐다. 높이 2.5m, 너비 8m 바위 면에 새끼를 업은 귀신고래, 호랑이, 벌거벗고 피리 부는 사람, 고래를 사냥하는 사람 등 신석기시대 모습이 담긴 그림 약 300점이 새겨져 있다. 선사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거대한 기록화로 꼽힌다.
문제는 암각화가 발견되기 6년 전 사연댐이 먼저 건설돼 그림이 수시로 물에 잠긴다는 것이다. 암각화는 사연댐 상류 4.5㎞ 지점 저수 구역 안에 있다. 사연댐 수위가 53m를 넘으면 잠기기 시작하는데, 연평균 151일이나 잠겼다. 장마전선이나 태풍이 북상하면 바위 전체가 잠기기도 했다. 이에 2001년부터 문화재 훼손 우려로 여러 보존 대책이 논의됐다. 물길을 아예 바꾸거나 댐에 수문을 설치해 수위를 낮추는 방안 등이 거론됐다. 사연댐이 울산 주민의 식수원이기 때문에 사연댐을 아예 없애는 것은 불가능했다. 댐에 수문을 만들어 암각화 아래로 수위를 낮춰 관리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지만, 줄어든 수량만큼 다른 지자체에서 물을 끌어오는 일이 문제였다.
환경부는 2014년 8월부터 임시 대책으로 사연댐 수위를 52m 아래로 운영했다. 강수가 집중되는 여름이 아니면 물을 조금씩 빼내 수위를 맞출 수 있었다. 그 결과 암각화 침수일이 연평균 151일에서 42일로 줄었다. 하지만 비가 수시로 오는 장마철엔 암각화가 잠겼다. 결국 근본 해결책은 수문 설치밖에 없었다. 2021년 환경부는 물 부족 문제에 대해 울산 지역은 대구의 식수원인 운문댐에서, 대구는 구미 해평취수장에서 끌어오는 방안을 마련했다. 2022년 2월 수문 설치에 대한 타당성 조사까지 마쳤다. 그런데 2022년 9월 해평취수장 물 사용을 두고 대구와 구미가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울산은 운문댐에서 물을 끌어오지 못하면 당장 지역 주민들이 물 부족에 시달려야 하기 때문에 사연댐 수문 작업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20여 년에 걸친 반구대 암각화 보존 노력도 실패로 끝날 위기에 처했다.
분위기가 반전된 건 정부가 반구대 암각화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 대상으로 선정한 작년 7월부터다.
그때부터 환경부와 문화재청이 지자체들에 수문 설치 필요성을 설득했다. 물에 수시로 잠겨 훼손되는 환경에 놓인 문화재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긴 어렵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올 1월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서를 유네스코에 냈는데, 그때 지자체들과 수문을 설치하기로 큰 틀에서 합의했다”고 밝혔다. 수문이 설치되는 2028년부터는 집중호우 등에도 반구대 암각화가 물에 잠기는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부와 지자체들이 ‘수문 설치’라는 큰 틀에는 합의했지만, 세부 내용은 아직 협의해야 한다. 대구시 측은 “운문댐 물을 울산에 공급하는 데에 원칙적으로 공감하지만, 공급 수량은 조율 중”이라고 했다. 울산에선 하루 7만t을 요구 중인데, 대구시는 “너무 많다”는 입장이다. 대구가 구미 해평취수장에서 끌어오는 수량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환경부는 올 하반기까지 지자체들과 협의해 지역별 물 공급량을 정할 계획이다.(240419)
봄바람을 타고 각종 꽃가루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꽃가루는 보통 4~5월이 가장 심하다. 그런데 온난화 여파로 한반도에 봄이 일찍 찾아오면서 꽃가루가 날리는 시기가 당겨지고 기간도 늘어나고 있다.
꽃가루는 미세 먼지 정도로 입자가 작기 때문에 많이 날리지 않는 한 잘 보이지 않는다. 호흡기 환자에겐 청명한 봄날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19일 기상청에 따르면, 꽃가루는 하늘이 맑고 기온은 높으며 초속 2m 정도로 약한 바람이 불 때 많이 발생한다. 미세 먼지와 비슷하다. 맑은 날씨에 강한 햇볕이 내리쪼이며 지표를 달구면 아지랑이 피듯 꽃가루와 미세 먼지가 공중으로 떠오른다. 바람이 강하면 바다 쪽으로 쓸려 나가지만, 약하면 우리 주변에 떠돈다. 이런 기온과 바람 조건이 봄의 계절적 특성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꽃가루가 심한 것이다.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범은 꽃보다 나무다. 진달래·개나리처럼 곤충이 꽃가루를 전달하는 ‘충매화(蟲媒花)’가 아니라, 참나무·오리나무·자작나무·삼나무처럼 번식을 위해 봄바람에 꽃가루를 날려 보내는 ‘풍매화(風媒花)’가 알레르기를 주로 일으킨다.
꽃가루 농도는 기온이 20~30도일 때 가장 짙다. 그런데 올해는 이상 기온으로 3월부터 한낮 기온이 20도 이상 올랐고, 4월에 들어서는 30도 안팎까지 치솟는 등 전국에서 늦봄~초여름 기온이 일찍부터 나타났다. 꽃가루도 일찍부터 날리기 좋은 조건이었던 셈이다. ‘엘니뇨’가 발생해 올봄처럼 이상 고온 현상이 있었던 작년에는 2월 알레르기 비염 환자가 143만6824명이었지만 3월에는 187만161명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올해도 비슷할 가능성이 크다.
작년 우리나라는 전국에 기상 관측망이 설치된 1973년 이후 처음으로 3월 첫주에 봄이 시작됐다. 기상학적으로 봄은 ‘일평균 기온이 영상 5도 이상으로 올라간 후 다시 떨어지지 않는 첫날’을 시작일로 본다.
평년(2011~2020년) 봄 시작일은 3월 9일이었지만, 작년엔 3월 2일이었다. 올해는 아직 봄 시작일이 나오지 않았지만 갈수록 당겨지는 추세다. 앞으로는 꽃가루 날림이 더 일찍 시작할 수도 있다.
봄철 중국발 황사, 미세 먼지가 알레르기 민감도를 높인다는 분석도 있다. 황사와 미세 먼지에는 모래 알갱이뿐 아니라 황산·질산 등 오염 물질도 들어 있다. 이런 물질이 꽃가루와 만나 알레르기를 잘 일으키는 물질로 변한다는 것이다. 단국대병원 이비인후과 모지훈 교수는 “오염 물질과 꽃가루 성분이 결합하면 일반적 꽃가루보다 알레르기 반응을 훨씬 잘 일으킨다는 보고가 있다”며 “최근 급격한 기온 변화와 함께 염증을 일으키는 꽃가루 속 물질이 잔뜩 터진 영향도 있다”고 했다.
꽃가루가 잘 날리는 따뜻한 날은 우리나라가 고기압 영향권에 드는 때라서 덩달아 미세 먼지 농도가 짙어지기 쉬운 날이기도 하다. 작년 중국의 대기오염도는 2013년 이후 10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2013년 1㎥당 72㎍(마이크로그램)에서 2022년 29㎍으로 절반 이상 내려갔지만, 작년부터 이 수치가 다시 올라가고 있다. 우리나라로 불어오는 미세 먼지 양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꽃가루와 미세 먼지를 함께 마시면서 알레르기를 겪는 사람도 늘고 있는 것이다.
기상청은 “미세 먼지 농도를 확인하듯 봄철 외출할 땐 ‘꽃가루 농도 위험 지수’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상청은 참나무(4~6월), 소나무(4~6월), 잡초류(8~10월) 등 세 종류로 나눠 ‘꽃가루 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이 지수는 ‘매우 높음’ ‘높음’ ‘보통’ ‘낮음’ 등 4단계로 나누는데, ‘높음’ 이상인 날은 알레르기 환자 대부분에게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꽃가루 농도가 낮다고 예보된 날이라도, 알레르기 유발 꽃가루를 날리는 국내 대표 수종인 참나무·오리나무·자작나무·삼나무 등은 전국에 분포하고, 수백km까지 퍼지기 때문에 꽃가루 마시기를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다. 강원도나 충청도 참나무의 꽃가루가 서울까지 날아오기 때문이다. 국내 꽃가루 날림은 4~5월 절정을 이루다가 6월 중순쯤 잦아든다. 이번 주말 수도권과 충청권을 중심으로 참나무 꽃가루 위험 지수가 ‘높음’으로 예보됐다.(24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