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거(설탕)플레이션’ ‘김플레이션’ ‘’양배추플레이션’ ‘양파플레이션’ ‘토마토플레이션’ ‘카카오플레이션’….


지난 연말부터 잇따라 전 세계 곳곳에서 터져 나왔던 각종 식자재 가격 급등 현상들이다. 
이렇게까지 식자재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는 경우는 그야말로 이례적이다. 
‘역대급 푸드플레이션’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전문가들도 “한두 품목만 가격이 오르는 것을 넘어, 이렇게 각종 식자재 가격이 다 같이 뛰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지적하고 있다.

 

 


<고물가로 식비를 아끼려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24일 서울 시내의 한 구내식당에 점심식사를 하는 직장인들로 붐비고 있다>



식품 가격이 함께 영향을 받아 다같이 오른 것도 아니다. 
저마다 각각 이상기후 영향을 받아 작황이 나빠지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문제는 이 같은 역대급 푸드플레이션이 식탁 물가는 물론이고 전 세계 외식 물가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물가 쇼크를 주고 있는 것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동네에서 가족들이 가볍게 밥 한 끼 사 먹으려고 해도 10만원은 금세 깨진다”고 하소연한다. 

자영업자들도 “가격을 올리자니 당장 손님이 끊겨서 매출이 줄고, 가격을 동결하자니 원가도 못 건지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한다.


김밥 프랜차이즈 업체 ‘바르다김선생’은 최근 대표 메뉴인 ‘바른김밥’의 가격을 43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렸다. 
또 다른 김밥 프랜차이즈 업체 ‘김가네’ 역시 대표 메뉴 김밥 가격을 39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했다. 
참치김밥은 4900원에서 5500원으로 600원(12.24%) 올렸고, 크래미 김밥도 5300원에서 6000원으로 올렸다. 
마녀김밥 역시 지난달 김밥 가격을 각각 300~400원씩 올렸다.

 

 




김밥 가격이 일제히 오른 것은 최근 원초(물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마른 김 도매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K푸드 열풍 등으로 수출 물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국내 공급이 줄어든 데다, 최근 일본과 중국 등지에서 김 작황이 크게 나빠져 외부 공급량 또한 크게 줄었다. 
안팎으로 가격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물김을 1차 가공한 마른 김의 도매가격은 지난 29일 기준으로 1속(100장)당 1만440원까지 뛰어올라 지난 1년 동안엔 58% 증가했다. 
김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자 최근 각종 식당과 급식 업체들은 김자반이나 김무침, 김부각을 반찬으로 내놓지 않는 추세다.

 

 

 


양배추 가격도 고공행진 중이다. 5월 양배추 출하량이 기상 악화로 전년보다 8.4%가량 줄어들면서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으로 양배추 8㎏의 도매가격은 최근 한 달 사이 56% 올랐고 1년 사이 113% 올랐다. 소매가로는 한 통에 6000원이 넘는다. 
양배추는 각종 한식당·중식당 메뉴에 많이 쓰이는 재료인 만큼 국내 외식 물가에 계속 영향을 주는 식재료다. 
한 중식당 사장은 “양배추 다섯 통에 3만원이나 줬다”면서 “식재료를 이렇게 비싸게 사면서 앞으로 어떻게 장사를 하나 싶었다”라고 했다.


설탕 값도 최근 급등세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CJ제일제당 ‘백설 하얀설탕’ 1㎏은 최근 1년 새 14% 넘게 올랐다. 
설탕값이 오르면 식당의 주요 메뉴 가격까지 모두 영향을 받게 된다. 
한 뷔페 레스토랑 업체 관계자는 “설탕 값만큼 음식 가격에 영향을 주는 원재료 가격도 없다”면서 “모든 소스와 밑반찬, 김치까지 설탕이 들어가는 만큼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고 결국 메뉴 가격 조정을 고민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 가격 급등도 최근 외식 메뉴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이스크림, 초콜릿 가격 등이 뛰면서 각종 카페·제과점 메뉴 가격까지 상승하기 때문이다. 
한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 업체는 “일단 초콜릿을 얹은 제빵 종류를 줄이는 식으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내 외식 물가를 끌어올릴 불안 요소가 계속 남아 있다는 데 있다. 
정부가 고물가를 고려해 전기 요금에 이어 가스 요금도 일단 동결하겠다는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또다시 공공 요금이 오를 수 있다는 불안은 남아 있는 상태다. 
전 정권에서 전기 요금 인상 등을 미뤄놓은 것이 한꺼번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측면도 강하다.


물가 불안을 낮추기 위해 정부도 모니터링에 나서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0일 시장 모니터링 전담팀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먹거리, 생필품, 서비스 분야에서 특히 담합이나 재판매 가격 유지 행위 등 불공정 행위가 벌어지는지를 감시하겠다는 계획이다.(2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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