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sport, please(여권 주시겠어요)?”
16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을지로 6가의 한 은행.
‘외국인 전용 업무’ 안내판이 붙은 은행 상담 창구에서 외국인 직원이 금발 여성 고객과 러시아어로 대화하고 있었다.
창구 앞엔 외국인 16명이 대기 중이었다. 이들은 영어와 러시아어, 중국어로 서로 대화했다.
‘외국인 특화 점포’인 이곳은 상담 창구 8곳 중 절반이 외국인 전용이다.
창구 앞에는 러시아어·몽골어로 ‘카드 잃어버리셨어요?’ ‘비밀번호 변경하러 오셨어요?’ 등의 질문이 적힌 종이도 놓여 있었다.
외국인이 방문 목적에 맞는 질문을 손으로 가리키면, 직원이 이를 바탕으로 상담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16일 서울 중구의 한 은행에서 외국인들이 번호표를 뽑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4대 시중은행은 현재 33곳의 외국인 특화 점포를 운영 중이다.>
국내 은행을 이용하는 외국인 고객이 늘어나면서 외국인 특화 점포가 붐비고 있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에 따르면, 2019년 413만명이던 외국인 고객은 작년 479만명으로 15%가량 늘었다.
외국인 근로자와 유학생 등 장기 체류 외국인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 처음 만들어진 4대 시중은행의 외국인 특화 점포는 현재 전국 33곳에서 운용 중이다.
온라인·모바일 뱅킹으로 전체 은행 점포 수가 급감하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4대 시중은행 점포는 지난 2019년 3525곳에서 올해 3월 2812곳으로 20% 줄었다.
이들이 은행을 직접 찾는 것은 외국인은 온라인 금융 서비스 이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해외 송·수금 한도는 연간 5만달러다. 그 이상을 거래하려면 증빙 서류가 따로 필요하다.
작년 12월 사업을 위해 입국한 러시아인 A씨는 지난 11일 신용카드를 발급받기 위해 러시아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리은행 광희동 금융센터를 찾았다.
A씨는 “사업에 신용카드가 필요한데, 발급에 필요한 서류가 많아 허탕쳤다”며 “해외 송·수금 한도액이 5만달러라 큰돈을 융통하기 어려워 다음에 다시 은행 점포를 찾아 해결하려 한다”고 했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 2년째 유학 중인 네팔인 카트리 수스마(23)씨는 등록금을 내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
수스마씨는 “인터넷·모바일로 30만원까지만 인출할 수 있는 계좌를 사용 중이라 수백만원인 대학 등록금을 비대면으로 이체할 수 없다”며 “등록금을 낼 때마다 은행 점포에 들른다”고 했다.
특별한 수입원이 없는 외국인 학생은 주로 온라인 이체액이 제한되는 통장 개설만 허용된다고 한다.
온라인 플랫폼에 익숙지 않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오프라인 거래를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
러시아인 근로자 지미조프 니콜라이(29)는 “은행 앱은 사용하지 않고, 내려받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며 “카드를 만드는 간단한 일이라도 당연히 은행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늘어나는 외국인 고객 때문에 일부 은행은 일요일에 문을 열기도 한다.
하나은행 을지로 6가점 관계자는 “지난 일요일 낮에는 외국인 대기자가 67명이 넘었다”며 “주말에 은행을 찾는 외국인이 많아 직원들이 점심도 못 먹고 응대했다”고 했다.
우리은행 광희동 금융센터 관계자는 “외국인은 신용카드 발급 조건이 내국인보다 까다로워, ATM에서 체크카드로 현금을 뽑으려 많이 매장을 방문한다”고 했다.
외국인 대상 오프라인 금융 서비스는 앞으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가 많아지는 농어촌 지역에 외국인 전용 은행이 늘어나고 있다.
경남은행은 지난달 18일부터 울산과 경남 창원의 은행에 외국인 근로자 전용 창구를 열었다.
중국 국적 다문화 가정 직원이 지점당 한 명씩 근무하며 외국인을 응대하고 있다고 한다.
부산은행도 올해 1월 은행 지점 3곳에 외국인 우선 창구를 추가 개설했다.(2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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