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시에 사는 요양보호사 백모(78)씨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9시에 인근의 한 할머니 집으로 출근한다.
여든을 바라보는데도, 그는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돌보며 빨래와 집 정리를 도맡아 한다.
그는 “동년배끼리 말동무도 돼주고, 단짝처럼 지내다 보니 하루라도 결근하면 언제 오냐고 성화를 낸다”며 “내 몸이 불편해지기 전까지는 요양보호사로 계속 일할 것”이라고 했다.
백씨처럼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老老) 케어’가 늘어나고 있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데다, 요양보호사 등 돌봄 서비스 임금이 낮은 탓에 청년층 유입이 끊긴 여파다.
지난해 하반기에만 50세 이상으로 요양보호사와 노인 복지 센터에서 일하는 복지사 등이 10만명 넘게 늘었다.
23일 통계청의 ‘2023년 하반기 지역별 고용 조사 취업자의 산업 및 직업별 특성’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비거주 복지 시설 운영업’ 종사자는 150만6000명이었다.
음식점업(164만2000명)에 이어 취업자 규모 2위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처음으로 150만명을 돌파했다.
비거주 복지 시설 운영업에는 요양보호사나 주간 노인 복지 시설 종사자, 어린이집 등 보육 시설 종사자 등 시설(요양원·요양병원)이 아닌 곳에서 돌봄을 제공하는 업종이 포함된다.
특히 고령층에서 비거주 복지 시설 운영업 종사자 수가 크게 늘었다.
이 업종에서 50세 이상 종사자 수는 110만2000명으로, 1년 전(99만8000명)보다 10만4000명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104만1000명)에 10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반년 사이 110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노노 케어가 본격화하며 고령 요양보호사 등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
병원이나 인력사무소에 소속된 간병인은 보건업이나 사업 시설 관리업 종사자로 분류되는데, 이들 중 대다수가 고령 여성이다.
이를 고려하면 노인을 돌보는 노인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이모(63)씨는 “주변 또래 중 일단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놓는 이도 상당수이고, 자격증이 없더라도 간병인 등으로 일하며 돈을 버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대표적 노노 케어 업종인 요양보호사는 지난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 도입과 함께 시작됐다.
이후 16년이 지나며 당시 자격증을 따고 일하기 시작한 이들도 고령층이 됐지만, 새로 들어오는 인력 대부분도 노인이다.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현재 일하고 있는 요양보호사 60만1492명 가운데 40대 이하는 6.9%에 불과했다. 60대가 50.3%로 절반을 차지했고, 70대 이상도 12%였다.
요양보호사는 320시간 교육을 받고 시험을 통과하면 된다.
시험 합격률이 90%에 이르기 때문에 고령층 상당수가 ‘노후 대비용’으로 자격증을 따놓는다.
지난해 기준 요양보호사 자격증 소지자는 250만명인데, 그중 93만명이 60대, 25만명이 70대다.
정부에서 노인 일자리 사업의 하나로 추진하는 노노 케어 사업도 있지만, 노노 케어 종사자는 대부분 민간 복지센터에 소속돼있다.
게다가 요양보호사 고령화가 심각해지면서, 지역마다 요양보호사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읍·면 단위에서는 요양보호사를 구하지 못해 문을 닫는 복지센터가 줄을 잇는다.
요양보호사 급여가 최저임금 수준에 머무르는 탓에 청년들은 진출을 꺼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공에서 책임지고 돌봄 서비스 질을 높여나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노인 돌봄 서비스의 95%를 민간에서 제공하고 있는데, 공공 노인 재가 복지센터나 공공 요양보호사 비율을 40~50%까지 높여가야 한다”며 “‘케어 매니저’ 등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선발해 요양보호사들을 교육하고, 요양보호사 처우를 개선해 청년층도 하고자 할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2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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