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태양 폭풍'… 남미에서도 오로라쇼
저위도 국가까지 이례적 관측

 


지난 11일 미국, 영국, 독일, 중국 등 북반구 곳곳의 밤하늘이 오로라로 화려하게 물들었다. 
오로라는 북위 60~75도 부근에서 주로 겨울에 관측된다. 
큰돈을 들여 아이슬란드·핀란드·캐나다 등으로 겨울 여행을 떠나 ‘오로라 헌팅(사냥)’을 해야 할 정도로 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번엔 영국 런던, 미국 텍사스주에서도 목격담이 올라왔다.

 

 

 


<10일 남미 최남단인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의 하늘이 오로라로 보랏빛으로 빛나고 있다. 
주로 극지방에서만 관측되던 오로라가 이날 이례적으로 남반구인 이곳뿐 아니라 미국, 영국, 독일, 중국 등 세계 곳곳에서 관측됐다. 
태양 심층부의 자기장 폭발로 발생한 '태양 폭풍'이 강해지자 생긴 현상으로, 전문가들은 올해부터 2027년까지 이 같은 태양 폭풍이 자주 발생해 전파 환경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런 현상은 최근 발생한 ‘태양 폭풍’ 때문이다. 
태양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분출하는 플레어(flare) 현상으로 태양에서 분출된 입자들이 광속으로 지구 쪽으로 몰려왔다.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 우주기상예측센터(SWPC)는 이날 최고 수준인 ‘G5′ 등급의 태양 폭풍이 지구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최고 등급인 G5 태양 폭풍이 발생한 것은 2003년 10월 이후 21년 만이다. 
이런 변화는 오로라 발생뿐 아니라 위성 궤도 이탈과 GPS(위성 항법 시스템) 수신 장애, 항공기 운항 방해 등의 피해를 일으킨다.


오로라는 태양에서 방출된 대전입자(전하를 가지고 있는 입자)가 지구 자기장에 끌려 들어와 대기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공기와 부딪히며 나타나는 현상이다. 
대전입자들이 공기 속 산소나 질소 원자와 충돌하면 전자가 떨어져 나오면서 이온이 생기는데, 이러한 이온들이 다양한 파장의 빛을 내면서 오로라를 만든다. 
극지방으로 갈수록 자기장이 강하기 때문에 북극과 남극 주변에서 관측된다.


이번에 저위도에서도 오로라가 관측된 것은 태양 폭풍으로 지구로 날아온 대전입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양이 많다 보니 자기장이 약한 곳으로도 대전입자가 끌려 들어왔다. 
올해 태양 활동이 극대기에 들어서면서 최근 잇따라 강력한 태양 폭풍이 지구에 몰아치고 있다. 
‘태양 활동 극대기’란 태양의 심층부에서 자기장 폭발이 일어나는 시기로 약 11년 주기로 발생한다. 
과학계에서는 올해부터 2027년까지 극대기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미국 우주기상예측센터 클린턴 월리스 국장은 “이례적이고 역사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직전 최고 등급 태양 폭풍 발생기였던 2003년 10월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오로라가 관측된 적이 있다.


태양 폭풍이 아름다운 오로라만 만드는 것이 아니다. 
태양에서 나오는 전자, 양성자 등 입자가 지구로 날아들며 우주 공간의 ‘전자기 환경’에 혼란을 일으킨다. 
지구 자기장 등에 변화가 생기고, 전자 통신에도 영향을 준다.

 

 




태양 주변에서 날아든 입자들이 지구 자기장에 부딪히면, 지구를 둘러싼 전자의 밀집층(전리층)에 변화가 생긴다. 전자의 밀도가 더 두꺼워지면서, 인공위성에서 보내는 GPS 신호가 이를 온전히 통과하지 못하고 지상까지 도달하는 과정에서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전리층 변화 때문에 지구 주위를 도는 인공위성의 궤도가 변하기도 한다. 
미국 우주 기업 스페이스X는 위성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의 성능이 저하돼 긴급 조사에 나섰다고 12일 밝혔다. 
스타링크는 저궤도에 5800여 대의 위성을 쏘아 올려 인터넷을 제공한다. 
스페이스 X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 경영자는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많은 압박을 받고 있지만 지금까지 견뎌내고 있다”고 적었다.


지금보다 낮은 단계의 태양 폭풍에도 피해가 발생한 사례는 있다. 
2022년 2월에는 태양 폭풍으로 스타링크의 위성 40개가 동시에 궤도를 이탈했는데, 당시 태양 폭풍의 강도는 가장 낮은 G1 등급이었다.


일반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휴대전화 통신은 영향이 미미하다. 
태양 폭풍의 영향을 받는 고주파 대역과는 다른 무선 주파수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성 GPS 정보를 이용하는 항공기와 선박, 자동차 등은 상황에 따라 영향권에 들 수도 있다.


우리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1일 오전 9시 30분을 기해 우주 전파 재난 ‘주의’ 위기 경보를 발령했다. 
지난 2011년 우주 전파를 관측하는 과기정통부 소속 국립전파연구원 우주전파센터가 문을 연 이후 주의 단계 경보가 발령된 것은 처음이다. 
윤기창 우주전파센터 연구사는 “항공, 위성 등 우주 전파의 영향을 받는 시설이 국내에도 급증하며 우주 전파 관측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했다.(240513)


☞태양 폭풍

태양으로부터 광속의 전자기파와 입자가 대량으로 나와 지구의 자기권을 강타하는 현상을 말한다. 
태양 표면의 한정된 영역에서 짧은 기간에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적으로 방출되는 현상인 ‘플레어(flare)’가 발생할 때 나타난다. 
태양 플레어는 수소폭탄 수천만개가 동시에 폭발하는 것과 같은 위력으로, 통상 11년 정도의 주기로 극대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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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이 미어터진다. 올 시즌 프로야구 관중 수는 경기당 1만4328명. 지난해 전체(1만1250명)와 비교하면 27.3% 늘었다. 
3월 23일 개막부터 지난 19일까지 232경기 332만4028명이 야구장을 찾았다. 
2012년 이후 역대 둘째로 빠른 흥행 속도다. 
특히 232경기 중 69경기가 매진됐는데, 이는 2015시즌 68경기 매진 이후 최다 기록. “지금 추세라면 작년(총 810만326명)뿐 아니라 2017년 역대 최다 관중(840만688명)도 돌파해 900만, 1000만 관중도 기대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팬 층도 다양해졌다. 젊은 여성 팬이 눈에 띄게 늘면서 야구장이 아이돌 그룹 콘서트장 같다는 말까지 나온다. 
대학원생 전주희(27)씨는 작년부터 KIA 팬으로 야구장 나들이가 잦아졌다. 
대전에서 학교를 다니는 덕분에 KIA가 대전 원정만 왔다 하면 빠지지 않고 간다. 
원래 남성 아이돌 그룹 ‘세븐틴’을 좋아했지만, 작년부터 KIA 타자 ‘나스타’ 나성범으로 갈아탔다. 
사인회도 다녀왔다. 그는 “아이돌을 10년 넘게 따라다녀도 못 간 팬 사인회를 야구 덕분에 갈 줄 몰랐네요”라면서 웃었다.

 



이들은 이채롭게 ‘가성비’론을 설파한다. 
전씨는 “세븐틴 콘서트를 가려면 최소 13만원에서 최대 20만원 정도 내야 하는데 야구는 1만원 정도로 부담 없이 경기를 볼 수 있잖아요. 아이돌 팬 사인회는 앨범을 200만원어치는 사야 하는데, 야구는 1000명을 무료로 추첨해 가게 해주더라고요”라고 했다. 
아이돌 NCT 팬이었다 최근 한화 팬이 된 임주영(25)씨는 “아이돌 콘서트나 굿즈가 고가인 것에 비해 야구는 매일 경기가 열리니 좋아하는 선수를 매일 볼 수 있고 가성비도 좋다”고 말했다. 
삼성 구자욱 선수를 응원하는 이모(29)씨도 “야구 선수 사인을 받으려면 경기장 근처에서 선수를 기다리면 된다. 아이돌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야구 선수 생일에 지하철 광고를 거는 팬클럽도 생겼다.


<19일 두산과 롯데의 프로야구 경기가 열린 잠실구장의 모습. 만원 관중이 들어차 열기를 내뿜고 있다. 
이날까지 올 시즌 232경기 중 69경기가 매진됐다.>


야구장을 노래방이나 야외 공원처럼 즐기는 풍토도 많아졌다. 
친구·연인과 부담 없이 ‘치맥(치킨+맥주)’ 하며 함성과 응원가, 박진감 넘치는 장면을 영화처럼 관람하는 것이다. 
직장인 정진범(27)씨는 “특별히 야구를 좋아한다기보다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맥주 한잔하고 야구장 분위기를 즐기는 것이 좋아 야구장에 간다”며 “푸른 잔디를 보면 기분 전환이 제대로 되는 느낌이 좋다”고 말했다. 
덕분에 야구장 주변 상권도 활기를 띠고 있다. 최근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가 올 시즌 전국 9개 구장 주변 상권 카드 이용 건수를 분석한 결과 작년보다 13% 증가했다. 광주 구장은 32%, 창원 구장은 45% 증가했다.


초반 순위 경쟁이 치열해진 부분도 흥행을 부추긴다. 
선두 KIA와 공동 5위 LG·SSG의 경기 차는 20일 현재 4.5경기. 매일 순위가 뒤바뀌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면서 흥미를 배가하고 있다. 
선두 KIA 홈구장 광주는 작년 대비 관중이 72% 늘었다. 
한화는 올해 ‘레전드’ 류현진 복귀와 시즌 초반 무서운 기세를 보이며 홈경기 23번 중 21번이 매진됐다. 
한화 관계자는 “유니폼 판매량도 늘었고 몇몇 종류 유니폼은 구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240522)




 

 

 

지난 10일 전남 함평의 약 1300㎡ 규모 마늘밭에서 만난 농부 서병종(73)씨는 자잘한 마늘 뿌리들을 손에 쥔 채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마늘 줄기가 하나로 굵게 뽑히지 않았고, 대신 여러 줄기로 잘게 쪼개져 있다. 마늘 알도 자잘한 알갱이들에 그쳤다. 
‘벌마늘’, 즉 마늘대가 ‘쩍 벌어졌다’는 뜻의 농사 망친 마늘이다. 
올해 서씨 밭의 90%가 이 모양이다. 예년에는 밭의 5%도 벌마늘이 생기지 않았다고 한다. 
서씨는 “40년 농사지으면서 이렇게 벌마늘이 많이 생긴 건 처음 있는 일”이라며 “(농사 망친) 마늘을 다 걷으려면 일당 15만원짜리 인부를 3명은 써야 한다.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다”고 했다.

 

 


<지난 10일 전남 함평 한 마늘밭에서 발견된 벌마늘. 
줄기가 여러 갈래로 쪼개진 벌마늘은 알 크기가 자잘해 '농사 망친 마늘'에 해당한다.>

 


전남과 경남 등 남부지방과 제주 등지의 마늘 농가들에 올해 심각한 벌마늘 피해가 닥쳤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달 초부터 벌마늘을 농업 재해로 인정하고 재난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고, 각 지자체는 피해 접수에 나섰다. 
전남도와 경남도는 마늘 등 기후 피해 작물에 대한 신고 접수를 오는 20일까지 연장했다고 16일 밝혔다. 
전남도 관계자는 “평년 전체 마늘밭의 2~3% 수준이던 벌마늘 신고가 올해 30% 이상으로 급증했다”고 했다. 남부 지역보다 수확 시기가 빠른 제주도에선 이미 벌마늘이 전체 마늘밭의 50% 이상 나타난 곳도 있다. 
벌마늘은 점차 북상해 최근에는 전북 완주에서도 나타났다.


정상적인 마늘은 굵은 줄기 하나로 자라고, 알차다. 반면 벌마늘은 알이 다 자라지 않은 상태에서 2차 생장을 하면서 줄기가 벌어진다. 
마늘은 한 번 생장해 6~9쪽으로 갈라져야 하는데, 두 번 생장하면 11~12쪽으로 분화해 자잘한 알이 다닥다닥 붙은 모양이 된다. 
벌마늘은 먹어도 문제없지만 알이 작아 상품 가치가 크게 떨어진다.


최근 벌마늘이 늘어난 것은 고온다습했던 올겨울 날씨와 빈번한 봄비 등 이상기후 탓이다. 
마늘은 보통 9월에 심어 다음 해 봄까지 겨울을 나는 월동 작물로, 겨울철 기온과 강수량에 무척 민감하다. 
특히 남부 지역에서 주로 재배하는 난지형 마늘은 겨울 기온이 높으면 알이 잘 크지 않는다.


지난겨울은 기온이 계속 높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월 광주광역시 평균 기온은 영상 6.1도로 최근 10년 새 가장 높았다. 
여기에 최근까지 봄비가 내리는 등 흐린 날이 많아 일조량도 적었다. 
지난 1월부터 지난 14일까지 광주의 누적 강수량은 400.3㎜로 2016년(439.6㎜) 이후 처음 400㎜를 넘었다.


농림부는 벌마늘 피해 농가에 피해 정도에 따라 1㏊(헥타르·1만㎡) 기준 농약값 250만원, 대체 파종비 550만원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하지만 농민들은 “한 해 농사에 들인 비용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함평에서 밭 1만4200여㎡에 마늘 농사를 지은 김병덕(61)씨는 “들어간 비료값, 병해충 약값, 인건비 등이 막대하다”며 “직장인으로 치면 연봉을 통째로 못 받게 된 셈인데 정부가 피해 마늘을 수매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주면 좋겠다”고 했다.


최근 각종 농산물 가격 상승에 기후 피해까지 겹치자, 장기적인 농산물 수급과 비축 시스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정섭 전남서남부채소농협 조합장은 “당장 올해 국내 마늘 생산량이 줄면 중국산 수입을 늘릴 텐데 그렇게 되면 국산 마늘은 앞으로 계속 경쟁에서 밀리는 악순환에 처할 수밖에 없다”며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기후 재난에 대비해 농산물 비축 시스템도 다시 짜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24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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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공기관 서비스센터 반장인 A씨는 이 센터를 총괄하는 직속상관 B씨에게 직원들의 비상근무조 편성 현황을 주지 않았다. 
B씨가 없는 카카오톡 단체방에서만 근무표를 공유했다. B씨가 자기보다 어린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A씨는 수시로 다른 직원들 앞에서 “나이도 어린 여자가…” 하며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또 다른 직원들에게 근무 교대가 끝나도 B씨에게 보고하지 말라고 지시하고, 지시를 어기면 “왜 보고했느냐”며 질책도 했다. 의도적으로 B씨를 따돌린 것이다. 
2022년 9월 법원은 “B씨가 직원들의 근무 일정을 상시 파악할 필요가 있었는데도, A씨는 피해자를 배제하고 어린 여자가 상급자라는 불만을 표현한 점 등을 볼 때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이 포함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2019년)된 지 5년째에 접어들면서,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괴롭히는 이른바 ‘직장 내 을질’을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직장 내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등의 행위’로 정의하는데, 아랫사람도 나이나 경력 등으로 직장 내 ‘우위’가 인정될 수 있다는 판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가 ‘후임’이라고 답한 직장인이 11.7%로, 2016년 같은 조사 때 2.7%에 비해 4배 이상으로 늘었다. 
법무법인 율촌 송연창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 인정에 필요한 ‘관계의 우위성’은 직급을 전제로 하는 개념만이 아니라서 하급자도 괴롭힘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과 합세해 직장 상사를 괴롭힌 경우도 있었다. 
한 금융회사에서 3명으로 구성된 팀에서 일한 C씨는 수시로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를 크게 내며 키드득거렸다. 
그럴 때마다 신경이 쓰였던 선배 D씨는 우연히 C씨의 컴퓨터를 보게 됐다. 
대화 상대방이 다름 아닌 팀장이었던 것이다. D씨는 회사에 고충을 호소했고, 조사 결과 두 사람이 뒷담화와 따돌림을 일삼았던 사실이 드러났다. 
사내 메신저로 ‘미친X’ ‘개또라이’ ‘개노답’ ‘극혐’ 등 욕설을 주고받았고, C씨는 여성인 팀장에게 “누나(팀장)도 하자. 고개도 돌려야 해. 한숨도 푹푹 쉬어주고...”라며 괴롭힐 방법도 공유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2021년 9월 서울행정법원은 C씨에 대해 “피해자보다 직위가 낮지만 단 세 명으로 구성된 팀에서 가장 선임자인 팀장과 합세하는 수법으로 상급자를 괴롭혔다”고 했다.

 

 




대놓고 사임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한 공장에서 하급자 19명이 그룹장 E씨의 사임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걸고 연판장을 돌렸다. 
이들은 피켓 시위도 하고 홍보물도 뿌렸다. 이로 인해 E씨는 신체·정신적 고통으로 치료를 받았다. 
2022년 12월 중앙노동위원회는 “19명 중 16명은 피해자보다 나이도 많고, 근속 연수도 길다”며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했다. 
이들은 가담 정도에 따라 감봉 1개월~출근정지 2개월 등의 징계를 받았고, 중노위는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직장 내 괴롭힘’ 제도를 악용하는 ‘을질’도 있다. 
한 신입 사원은 입사지원서에 허위 경력을 적었다가 들통 나 징계 절차가 시작되자, 소속 부서장 등을 거꾸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진정했다. 
“회사가 업무에서 배제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는 또 다른 직원들을 성추행과 명예훼손 등으로 마구 고소하고,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냈다. 하지만 모두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고, 소송도 기각됐다.


또 다른 회사 직원 F씨는 “업무 지시가 구체적이지 않아 못 알아듣겠다”며 업무 관련 부서장 전체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노동청에 진정했다. 
“전산망 패스워드를 안 알려준다” “일을 주지 않으며 괴롭힌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모두 거부됐다. 
그러자 F씨는 회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등 소송을 제기했다. 
그의 거듭된 진정에 본부장 등 여러 상급자가 퇴사했다. 
법무법인 YK 조인선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 제도의 악용은 그 자체가 직장 내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이기 때문에 엄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240520)



 

 

 

 

외국인 가사·육아 도우미(가사 관리자)를 국내에 도입하는 절차가 시작됐다. 
인력 파견국인 필리핀 정부는 이달 초 한국에서 일할 가사 관리자 선발 공고를 낸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가사·육아 도우미 같은 돌봄 업종은 맞벌이 가구 증가, 인구 고령화 등으로 인력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분야다. 종전엔 결혼 이민자나 외국 국적 동포에게만 돌봄 업종 취업을 허용했는데, 이번에 시범 사업을 시작하며 외국인에게 일자리를 개방한 것이다. 
서울에서 먼저 하는데, 전국으로 확대될 경우 노동시장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필리핀 정부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는 오는 6월 21일 가사 관리자 선발을 마친다. 
자격 요건은 24~38세 육아 돌봄 자격증 소지자이며, 한국어 시험과 한국어·영어 면접, 신체검사를 거쳐 상위 100명을 뽑을 예정이다. 신원 검증과 마약류 관련 검사도 진행한다. 
정부 관계자는 “단순 가사 도우미가 아닌 돌봄 자격증을 지닌 ‘케어 기버’(care giver·돌봄 제공자)가 들어오는 것이라 일과 육아 양립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선발된 가사 관리자 100명은 정부에서 인증한 서비스 기관과 근로계약을 맺은 후, E-9 비자로 국내에 들어온다. 

입국 후엔 4주간 한국 문화 교육 등을 받고 오는 9월쯤 선발된 가정에 투입될 예정이다. 
서울 권역에 거주하는 20~40대 맞벌이 부부, 다자녀 가정 등에 들어갈 예정인데 고용노동부와 서울시 등은 조만간 대상 가정을 선정할 계획이다.

 

 




이 시범 사업은 당초 지난해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가사 관리자의 업무 범위를 두고 양국 정부 간 이견이 불거지면서 도입이 늦춰졌다. 
필리핀 정부는 육아만 하길 원했지만, 우리 정부는 가사까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리핀 정부와 한국 고용노동부 명의로 나간 현지 공고에 따르면, 가사 관리자는 아이 돌보기뿐 아니라 아동을 위한 목욕, 청소, 요리 등을 하는 것으로 명시됐다. 
아이 돌봄 범위 내에서 가족 전체를 위해서도 ‘보조적으로 간단한 집안일’을 도울 수 있다는 조항도 삽입됐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육아 부담을 줄이자는 제도 취지를 위해 육아뿐 아니라 일부 가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 관철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렇게 정해도 업무 범위 등을 두고 실제 현장에서 사용자와 근로자 간 갈등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실제 계약 때 필리핀 가사 관리자에게 업무 범위를 재차 설명할 것이라고 정부 측은 설명했다.


쟁점이었던 필리핀 가사 관리자의 노동시간과 임금도 결정됐다. 
양국은 6개월 시범 사업 기간에 주당 최소 30시간 근로를 보장하기로 약속했다. 
올해 최저임금(9860원)을 적용할 경우 가사 관리자는 최소 월 154만원가량을 보장받는다. 
최저임금이 바뀌면 그에 따라 받는 금액도 달라진다.


이들이 40시간가량 일할 때 받는 금액은 월 206만원가량으로 늘어난다. 
부부의 가사·육아 비용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제도 취지를 감안하면 비용이 너무 높다는 의견도 나온다. 
필리핀 가사 관리자를 먼저 도입한 홍콩은 월 100만원가량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돌봄 업종에 한해 최저임금 차등을 둘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지만 자칫 외국인을 차별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는 데다 돌봄 업종에 대한 ‘낙인 효과’가 생겨 근로를 꺼리는 역효과 등이 만만찮을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내년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할 것인지는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한다. 
최저임금위는 오는 21일 첫 번째 전체 회의를 열 계획이다.(240518)


 

 

 

경남 창원에서 미용실을 하는 박모(65)씨는 요즘 자신의 미용실이 아닌 인근 미용 학원으로 출근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월급을 받는다. 미용실은 6개월째 ‘개점휴업’이다. 
미용실 월세와 대출 원금·이자 상환에 매달 600만원이 들어가는데 워낙 장사가 안되니 인근 미용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다. 박씨는 “가게 문 닫고 싶은데 돈이 없어 못 한다”고 했다. 
폐업하면 대출금 일부를 조기 상환해야 하는 데다가 앞으로 정부의 원리금 상환 유예 같은 소상공인 금융지원도 못 받기 때문이다. 
박씨는 “매장 철거 비용도 수백만 원이고, 집기를 팔아봤자 10분의 1 가격밖에 못 받아 월세를 내더라도 가게를 그대로 두는 게 낫겠다 싶었다”고 했다.

 

 


<17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의 한 미용실 입구에 신용카드 명세서, 관리비 고지서, 대출 전단 등이 놓여 있다. 
6개월째 휴업 상태인 이 미용실처럼 더는 가게를 운영할 수 없는 상황에도 대출 상환이나 정부의 금융 지원 중단, 철거비 같은 비용 부담 때문에 폐업하지 못하는 ‘좀비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란 전례 없는 위기를 겨우 넘기고 엔데믹을 맞은 소상공인들이 더욱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다. 
대출받고, 원리금 상환을 유예하며 간신히 버텼지만,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2년 새 3배 이상으로 뛰었고, 연체액은 1년 만에 10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폐업도 역대 최대다. 
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공적 공제제도 ‘노란우산’의 폐업 사유 공제금 지급 건수는 지난해 11만15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자영업자의 현실은 이런 지표보다 훨씬 심각하다. 
장사를 접을 만큼 상황이 안 좋지만, 폐업조차 못 하는 자영업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폐업도 못 하는 스스로의 처지를 ‘좀비’에 비유하기도 한다. 
대출금 상환 부담, 고물가로 늘어난 폐업 비용 탓에 적자를 감수하면서 가게를 유지하는 것이다. 
영업시간을 줄여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손해를 보면서 가게 문을 여는 예비 폐업자도 많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링거 맞다가 인공호흡기로 연명했는데, 이젠 호흡기 뗄 날만 기다린다”는 말까지 나온다.

 

 




세종시에서 노래방을 하던 A(41)씨는 올 초 노래방을 접고 푸드 트럭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노래방을 폐업하려 했지만, 건물 복구를 위한 철거 비용만 500만원이었고, 대출 연체금 갚을 형편도 안 돼 월세를 내며 수개월을 버틴 끝에 겨우 인수자를 찾았다. 
A씨는 “폐업도 자금 사정이 좋아야 할 수 있는 배부른 소리”라며 “운 좋게 노래방 인수자를 찾아 넘길 수 있었지만, 대출금은 수개월째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될 위기”라고 했다.



자영업자들이 장사가 안되는데도 폐업을 못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출금 때문이다. 
상당수 자영업자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쏟아진 정부와 시중은행의 저리 대출로 연명하며 영업을 이어 왔다. 
‘대출 돌려막기’로 버텨온 자영업자도 상당수다. 
폐업해도 정부나 시중은행의 정책 자금 대출은 일시 상환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자영업자 중에선 정책자금 외에 제2금융권 같은 곳에서 돈을 빌린 경우가 많다. 
또 폐업 이후에는 낮은 금리로 자영업자에게 대출해 주는 상품이 나와도 ‘갈아타기’가 어렵고, 사업자 대출은 더 이상 받을 수 없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한꺼번에 대출금 전부를 갚지 않더라도 폐업하면 정부가 수시로 내놓던 ‘자영업자 금융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없고, 신규 대출도 막혀 당장 생활비나 재기 비용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했다.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또 금융회사 3곳 이상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 채무 자영업자, 수개월 이상 연체한 자영업자도 급증하는 추세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NICE평가정보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113조원으로 코로나 직전인 2019년 말보다 50% 늘었다. 
이 중 3개월 이상 연체된 금액은 계속 증가해 31조원에 달했다. 
자영업자들이 갚지 못한 대출을 신용보증재단이 대신 갚아준 금액도 지난 한 해 1조7126억원으로 전년(5076억원)의 3배 이상으로 불었다.


물가 상승 탓에 폐업에 드는 비용도 늘었다. 
시설 철거 비용과 함께 밀린 임차료나 원재료비, 키오스크·공기청정기 등 렌털 기기 위약금까지 부담해야 한다. 

서울의 한 철거업체 김지한(42) 대표는 “10평 카페 철거 비용이 100만~150만원인데, 임대인 요구에 따라 전기 공사, 벽면 페인트 공사까지 하면 600만~700만원이 들기도 한다”며 “정부가 철거 지원금 일부를 지원하지만,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대구의 한 철거업체 권모(44) 대표는 “1t 폐기물을 트럭으로 옮기는 비용이 지난해 25만원에서 올해 40만원이 됐다”고 했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라멘집 사장은 “리스한 키오스크 한 대 계약을 조기 해제하겠다고 하니 위약금 200만원을 내라고 하더라”라고 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소상공인 폐업 비용은 2022년 평균 2323만8000원으로, 전년(557만원)의 약 4배로 늘었다.


‘좀비 자영업자’는 폐업 대신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다른 곳에서 아르바이트하거나, 개점휴업 상태로 월세를 내며 새로운 직장을 찾는다. 
대출 문제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업종을 바꿔 개인사업자 자격을 유지하기도 한다. 

서울 송파구에서 12년째 찌개 전문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62)씨는 “지난해 직원을 다 내보냈고, 아내와 둘이 일하는데 올해 초부터 점심이 지나면 아내는 인근 식자재 마트에서 일한다”고 했다. 
자영업자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오후 일찍 가게 문을 닫고, 저녁엔 다른 곳에서 일을 한다”며 “폐업하지 않고 다른 곳에 이력서 넣으며 버티겠다” 같은 글이 올라오고 있다.


중기중앙회의 노란우산 공제는 폐업 이후 삶을 준비하기 위한 자영업자 퇴직금인데, 줄곧 연간 3만건대에 머물던 해약 건수가 2022년 4만4295건, 지난해 7만1461건으로 증가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출 경기가 살아나면서 대기업 중심으로 상황이 나아지고 있지만, 소상공인·자영업자 관련 지표는 계속 나빠지고 현실은 더 심각하다”며 “자영업자가 폐업하면 당장 생활비 문제뿐 아니라 친구 등 사회적 관계가 모두 단절돼 큰 어려움을 겪는데, 이들의 재기나 재창업을 돕는 지원책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했다.(24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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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지식Q] 캐나다人 셀린 디옹은 어떻게 ‘유로비전’ 스위스 대표가 됐나

지난 12일 스웨덴 말뫼에서 열린 제68회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유로비전) 결선에서 스위스 대표이자 ‘논바이너리(남성과 여성으로 나누는 기존의 성 구분을 거부하는 정체성)’ 가수 니모가 우승했다. 
외신들은 스위스의 유로비전 우승은 1988년 셀린 디옹 이후 36년 만이라고 보도했다. 
데이비드 포스터, 브라이언 애덤스 등과 함께 캐나다를 대표하는 팝스타 디옹이 어쩌다 스위스 대표로 참가한 걸까.

 

 


<셀린 디옹>

 


유로비전의 독특한 운영 규정 때문에 가능했다. 
유로비전은 주최 단체인 유럽방송연합(EBU)의 정회원 방송사가 있는 국가가 참가하며, 준회원 방송사는 초대받을 경우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출전 노래와 가수 선정은 각 참가국 재량에 달려 있다. 
그래서 참가국들은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실력파 음악인들을 물색한다. 
이탈리아의 경우 자국 최대의 음악 행사 산레모 가요제를 통해 선정하며, 영국은 공영방송 BBC가 주관해 경연을 진행한다. 
이 때문에 국가별 경선에서 참가자를 ‘자국 가수’로 제한하지 않을 경우 다른 나라 음악인이 선발되기도 한다. 36년 전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12일 스위스 빌에서 시민들이 스위스 대표로 출전한 니모가 우승하자 스위스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스위스의 경우 공영 방송국 SRG SSR이 전국구 대회를 주최하는데, 1988년 당시 디옹이 ‘Ne partez pas sans moi(날 두고 떠나지 마)’를 부르며 우승하면서 스위스 대표가 됐다. 
이런 규정 덕에 1974년엔 호주 출신 팝스타 올리비아 뉴턴존이 영국 대표로 나와서 4위에 입상했다.(2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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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지식Q] ‘아파르트헤이트’는 아프리칸스語… 어떤 언어?

 



지난 10일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첫 흑인 대통령 넬슨 만델라(1918~2013)가 취임(1994년 5월 10일)한 지 30년이 된 날이다. 
만델라 취임으로 남아공 백인 정권의 인종차별 정책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가 막을 내렸다. 
아파르트헤이트는 영어와 남아프리카 토착 민족 언어 줄루·코사어 등 남아공 공용어 11개 가운데 하나인 아프리칸스어로, ‘분리’를 뜻한다. 
남아공에서 줄루·코사어에 이어 셋째로 많이 사용되는 아프리칸스어는 이 나라에서 9000㎞ 이상 떨어진 네덜란드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국기>

 


17세기 남아공을 식민 지배한 네덜란드계 백인들이 자국어와 아프리카 토착민들의 지역 방언을 섞어 쓴 것이 이 언어의 시초라고 한다. 
아프리칸스어 어휘 90%가 네덜란드어에서 유래했을 정도다. 네덜란드어로 ‘분리’를 뜻하는 단어도 아파르트헤이트다. 
남아공 인구의 13.5%쯤 되는 아프리칸스어 사용자는 주로 네덜란드계 백인 주민 ‘보어인’과 흑인·백인 혼혈 주민 ‘케이프 컬러드’라고 알려졌다. 
언어 전문 잡지 ‘바벨’은 아프리칸스어가 “아프리카 식민지 역사의 명백한 부산물”이라고 전했다.(240511)

 

 

[스피드 3Q]라파는 어쩌다 하마스 최후의 보루가 됐나? 이스라엘은 왜 공격을 밀어붙이나?

 


이스라엘이 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 진입, 전차와 장갑차를 동원해 라파 검문소를 장악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이스라엘에 “대규모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면서 라파 공격을 재고하라고 요구했지만 결국 공격을 강행했다. 
라파는 지금 이스라엘과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가 전쟁을 벌이는 가자지구 전역에서 모인 피란민 수십만 명이 모여 있어 ‘최후의 피란처’라 불린다. 
이스라엘은 왜 라파에 무리한 공격을 단행했을까. 궁금증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시작된 이후 피란민들이 짐을 챙겨 대피하고 있다.>

 


◇Q1. 라파는 어떤 도시인가

라파는 라파주(州)의 주도다. 이집트 북부 시나이반도와의 접경(接境) 도시로, 둘로 쪼개져 있다. 
1967년 3차 중동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에 점령되었다가 1982년 이스라엘이 이집트와 평화협정을 맺고 철군하면서 시가지에 가자지구와 이집트령을 나누는 국경 장벽이 세워졌다. 
2005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철수하면서 이집트 정부는 유럽연합(EU) 지원을 받아 라파 국경 관리를 맡았다. 
지금까지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왕래하는 유일한 합법적 육로로 기능하고 있다. 
지난해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 발발 이후에 가자지구 내 민간인들에게 구호품을 전달하는 통로로 이용됐다.

 

 

<라파 인근 집결한 이스라엘 전차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와 국경을 맞댄 이스라엘 남부에 7일 이스라엘군 전차 수십 대 등이 집결한 모습. 
지난해 10월 이후 가자지구의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은 이날 새벽 전차를 앞세워 150만명이 피란한 라파와 이집트 사이의 검문소를 장악한 데 이어, 더 많은 전차를 동원해 라파에 대한 '최후의 지상전'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과 카타르·이집트 등 중재국들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을 위한 막판 설득에 돌입했다.>

 


◇Q2. 현재 라파는 어떤 상황인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집결지인 가자시티가 있는 가자지구 북부부터 공격하고 남하해 왔다. 
민간인들이 공격을 피해 계속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전쟁 전 인구 27만명이던 라파엔 현재 피란민을 포함해 150만명이 모여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부의 또 다른 도시인 칸 유니스를 공습할 당시 민간인들에게 “(안전한) 라파로 피신하라”고 통보한 이후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옌스 라에르케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대변인은 “2월 기준 가자지구 전체 인구(230만명)의 절반 이상이 라파에 몰려 있다고 추정된다”며 “도시 전체가 ‘절망의 압력솥’이 됐다”고 했다. 
피란민들은 이집트와 맞닿은 라파 국경 검문소를 통해 반입되는 구호 물자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7일 이스라엘이 국경 검문소를 장악하면서 이마저도 완전히 끊겼다. 
OCHA는 “현재 라파 내 연료 재고는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국경이 장기간 폐쇄되면 기근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Q3. 이스라엘은 왜 라파 공격을 밀어붙이나

이스라엘의 목표는 ‘하마스 완전 소탕’이다. 
이스라엘은 라파에 하마스 지도부와 잔당이 은신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6개 대대를 남겨두고 있으며, 그중 4개 대대가 라파에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라파에서) 밤샘 작전을 통해 지하터널 세 개 등 하마스 기반 시설을 발견하고 20여 명의 하마스 대원을 사살했다”고 했다.


한편에선 현재 진행 중인 휴전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압박하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전날 하마스는 중재국인 이집트와 카타르가 제시한 휴전안을 받아들였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거부했다. 
휴전안에는 ‘지속 가능한 평온을 위해 노력한다’는 문구가 담겼는데, 하마스는 이를 전쟁 종식으로 인식하는 반면 이스라엘은 이를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조치(라파 국경 장악)는 하마스의 군사력과 경제력을 해체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이미 이전 협상에서 하마스에 대한 군사적 압박만이 인질 송환의 전제 조건이라는 것을 증명했다”고 했다.(24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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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역 2층에 있는 빵집 ‘성심당’의 월세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대전역점을 포함해 대전 지역에 매장 6개를 운영하는 성심당은 하루 방문객이 1만7000명에 달하는 대전의 대표 빵집이다. 
지난해 매출 1243억원, 영업이익 315억원을 기록했는데, 영업이익이 대기업인 SPC가 운영하는 파리바게뜨(약 199억원)보다 많다.


성심당은 올해 코레일유통 측과 대표 매장인 대전역점 임대차 계약을 갱신해야 한다. 
코레일유통은 내부 규정에 따라 기존(1억원)보다 4배 높은 4억4100만원의 월 수수료(월세)를 요구했다. 
이 월세의 적정성을 두고 찬반이 갈리면서 대전역점을 계속 운영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이는 것이다.


월세만 놓고 보면 비싼 편이란 지적이 맞는다. 충청권 역사 내 비슷한 규모 매장과 비교하면 수십 배 높은 금액이다. 
성심당이 아니라면 이 정도 월세를 낼 수 있는 업체는 없다는 게 지역 관계자들의 견해다. 
성심당이 퇴점할 경우 타지에서 오는 이들이 줄어 대전시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공공 기관인 코레일유통 역시 손쓸 방법이 마땅치 않다. 
내부 규정에 따라 최소 월 매출의 17%를 수수료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성심당은 1억원을 월세로 내고 있는데 이는 대전역점 월평균 매출(25억9800만원)의 4%가량에 불과하다. 
성심당을 제외한 전국 임대료 상위 10개 매장의 평균 수수료는 30%를 넘는다. 이를 두고 그동안 성심당이 특혜를 받은 것이란 지적도 있다. 
더욱이 성심당 매출 증가엔 유동 인구가 많은 대전역의 기여가 컸다는 분석도 나온다. 
성심당이 대전역에 입점한 해인 2012년 매출은 100억원가량이었지만 이후 10배 이상 늘었기 때문이다.


코레일유통은 성심당 매장에 대한 공개 입찰을 진행 중인데, 3차례 유찰됐고 16일 4차 입찰이 마감됐다. 잇따른 유찰로 월세 조건은 3억5300만원까지 낮아졌다. 
5차 입찰을 하게 되면 월세 조건이 하한인 3억870만원(최초 제시안의 70%)까지 낮아진다. 
이 금액이 규정상 코레일유통이 내릴 수 있는 마지막 금액이다. 
현재로선 성심당 측이 이를 받아들이거나 가게를 옮기는 수밖에 없다.(240517)


 

 

 

2040년까지 서울의 모든 수도 계량기가 디지털 계량기로 바뀐다. 
AI(인공지능)가 수도 검침원 대신 실시간으로 수돗물 사용량을 파악해 수도 요금을 매긴다. 
각 가정의 수돗물 사용량을 측정하기 위해 1924년 처음 계량기를 도입한 지 116년 만에 벌어질 변화다.


서울시는 16일 이 같은 내용의 ‘스마트 검침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내년부터 2040년까지 총 2700억원을 들여 서울 각 가정의 낡은 기계식 수도 계량기를 모두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계량기로 교체한다는 내용이다. 
서울시는 “4차 산업 기술을 도시의 수도(水道) 행정에도 접목하려는 것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라며 “이미 5년 전부터 디지털 계량기를 쓰고 있는 미국 뉴욕과 프랑스 파리를 벤치마킹했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 전역에 설치된 수도 계량기는 총 227만대다. 
지금은 서울시설공단 소속 검침원 352명이 가가호호(家家戶戶) 방문해 직접 수도 계량기를 확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검침원 1인당 한 달 평균 3000대의 계량기를 검침하고 있다”며 “하루 100대꼴로 격무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수도 계량기가 집 안에 있는 경우 집주인이 문을 열어 주지 않으면 검침 자체가 불가능하다. 
계량기가 너무 낡아 숫자가 안 보이는 경우도 있다. 
상수도는 계량기가 지하에 있어서 검침원들이 40㎏짜리 맨홀 뚜껑을 열고 내려가야 한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수도 요금 고지서를 두 달에 한 번 발송하는 이유다.

 

 




기존 기계식 계량기에는 작은 날개와 톱니바퀴가 들어 있다. 
수돗물이 흐르면서 날개와 톱니바퀴를 돌리고 숫자판이 하나씩 올라가는 아날로그 방식이다.


새로 도입하는 디지털 계량기에는 다양한 전자 기기를 인터넷으로 연결해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사물 인터넷 기술이 담긴다. 
실시간으로 수돗물 사용량을 측정하고 서울시 서버로 전달한다. 
이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바로 요금을 정산한다. 디지털 계량기 안에는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단말기가 내장돼 있다.


사람 검침원이 AI 검침원으로 바뀌면 검침 관련 오류와 민원이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수도 요금 검침과 관련해 서울시에 접수된 민원은 80만건에 달한다. 
대중교통 요금, 교통 체증 등 교통 관련 민원 다음으로 많다. 
수도 요금 검침 민원 중에서는 이사를 가면서 발생하는 수도 요금 정산 분쟁이 30만건으로 가장 많다. 
서울시 관계자는 “디지털 계량기를 도입하면 실시간으로 요금이 정산되기 때문에 이사 전후 누가 얼마나 수돗물을 썼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며 “관련 분쟁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시간으로 수돗물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어 건물 내부의 보이지 않는 누수(漏水)도 조기 발견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은 두 달 단위로 나오는 요금 고지서를 받아봐야 누수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데 누수 사실을 빨리 파악해 조치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연간 누수 신고는 서울에서만 4만 건에 달한다.


서울시는 디지털 계량기에 온도 감지 센서를 달아 겨울철 동파 사고도 예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동파 사고는 서울에서만 매년 3000건 이상 발생한다.


문제는 수도 검침원들의 고용이다. 
수도 검침원은 1970년대 각 가정에 수도가 본격 보급되면서 신종 직업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전기 검침원, 가스 검침원과 마찬가지로 디지털화의 흐름에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검침원들은 50대 이상이 많다”며 “2040년이면 상당수가 퇴직하고 남은 인력은 계량기 수리·관리직으로 전환해 계속 고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모든 수도계량기를 디지털로 바꾸면 이른바 ‘수돗물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AI로 각 가정의 수돗물 사용 패턴을 분석하면 독거 노인, 중증 장애인, 1인 가구 등의 복지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독거 노인 가구의 수돗물 사용량이 갑자기 줄어들 경우 바로 119 구조대를 출동시키는 등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24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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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을 하다가 교차로 진입 전 신호등이 황색으로 바뀌었다면, 차가 교차로 중간에 갇힐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반드시 멈춰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최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7월 경기도 부천에서 승용차를 몰다가 교차로에서 오토바이와 충돌해 상대방 운전자를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교차로에 진입하기 직전 신호등이 황색으로 바뀌었지만 A씨는 멈추지 않고 그대로 교차로로 진입하다가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황색 신호등이 켜진 순간 A씨 차량과 정지선 사이 거리는 약 8.3m였는데, 급제동했더라도 차량은 정지선을 20m 이상 넘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1심은 “A씨가 황색등에 따라 차량을 멈출 경우 사거리 한복판에 정지할 가능성이 있었다”며 “멈추지 않고 그대로 운전한 것을 신호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2심도 같은 취지로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신호 위반이 맞다고 봤다. 
대법원은 “교차로 진입 전 황색등으로 바뀐 이상 차량이 정지선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교차로 직전 멈추지 않았다면 신호를 위반했다고 봐야 한다”며 “원심의 판단은 도로교통법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차량이 교차로에 진입하기 전 황색등으로 바뀐 경우 멈춰야 하고, 운전자가 정지 여부를 선택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240514)

 

 

 

1969년부터 55년 동안 한반도 영공을 수호한 ‘하늘의 도깨비’ F-4 팬텀 전투기가 다음 달 7일 퇴역을 앞두고 지난 9일 국토순례비행을 했다. 
수원 기지에서 출발해 대구에서 재급유를 하고 대구에서 다시 수원으로 돌아오는 약 3시간 15분 동안 팬텀은 그동안 지켜온 한반도에 작별 인사를 건넸다. 
앞으로 자신을 대신해 우리 영공을 수호할 KF-21 ‘보라매’와 편대 비행을 하며 임무 교대를 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본지를 포함해 취재진 4명이 팬텀의 고별 비행에 탑승했다.

 

 


<55년 영공 수호 임무 끝냅니다, 굿바이 팬텀 - '하늘의 도깨비' F-4 팬텀 편대 4기가 9일 국토 순례 비행 중 부산 송정해수욕장 상공을 날고 있다. 
1969년 도입 후 55년 동안 우리 영공을 지켜온 팬텀은 다음 달 퇴역을 앞두고 고별 비행에 나섰다. 
한국은 당시 세계 최강 전투기였던 팬텀의 4번째 운용국이 되며 북한 공군력을 압도할 수 있었다. 
이날 본지 기자가 탑승한 팬텀기는 1975년 국민들이 낸 방위 성금으로 구입했을 당시 모습인 정글 위장 무늬로 도색했다.>

 



비행이 시작된 경기도 수원의 공군 10전투비행단 기지.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활주로에 늘어선 회색 F-4E 팬텀 사이에서 정글 위장을 한 4호기가 눈에 띄었다. 
1975년 전 국민이 모은 방위성금 71억원으로 미군에서 인수한 F-4D 5대를 기리는 뜻으로, 당시와 똑같은 무늬로 새로 도색한 것이다. 
IMF 금 모으기 운동 20여년 전에 우리 국민은 국토를 지키겠다고 십시일반 돈을 모았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이 돈으로 1969년부터 미국으로부터 우리 공군이 무상임대 중이었던 F-4D 6대 중 5대를 구입했다. 
당시 F-4D는 현재의 F-35 스텔스 전투기에 비견되는 압도적 능력으로 남북한 공군 전력을 역전시키는 데 기여했다. 
이후로 우리 군은 팬텀 계열 기체(F-4D·F-4E·RF-4C) 190여 대를 운용해왔다. 
이번에 마지막으로 퇴역하는 F-4E는 ‘노인 학대’라는 우스갯소리를 들을 정도로 40년 넘게 현역으로 뛰었다.


사다리를 올라 후방석에 앉자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계기판, 백미러, 레이더 스위치 및 각종 결속 도구는 때가 타고 도색이 벗겨져 있었다. 
이 후방석에 전천후 전폭기 팬텀이 당시 ‘게임체인저’로 우리 공군력을 몇 단계 업그레이드한 이유가 담겨 있다. 
무기통제사로 불리는 후방석 조종사는 레이더 운용, 좌표 입력, 공대지 레이저 유도 폭탄(LGB) 조준 등 무장을 통제하는 역할을 맡는다. 
팬텀 후방석 조종사로 830시간을 비행한 이성진 대구 제11전투비행단 부단장(대령)은 “공대지 미사일 팝아이를 비롯해 최대 8480kg의 무장을 탑재할 수 있었다”고 했다. 
공군 관계자는 “팬텀이 수원 기지에 배치된 이후 북한이 전투기의 도발이 크게 위축됐다”고 했다.

 

 




이날 비행은 팬텀 4기 편대가 과거 팬텀이 활약했던 전적지를 찾는 것으로 시작했다. 
소련 폭격기 TU-16(1983년), TU-95와 소련 핵잠수함(1984년) 등 공산 세력이 우리 동해를 침범했을 때 맹활약을 펼쳤던 동해, 1971년 국토 최서남단 가거도(소흑산도)에 출현한 북한 간첩선 격침 작전에 참가했던 남해 등을 두루 찾았다.

 

 

<F-4 팬텀 편대 4기와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2기가 9일 델타(Δ) 대형으로 남해 상공을 비행했다. 
좌우 꼭짓점에 있던 KF-21 2기가 전남 고흥 앞바다에서 각각 급선회하며 대형에서 이탈하자 팬텀 편대가 플레어(미사일 회피 섬광)를 발사해 작별 인사를 건넸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대구에서 연료 재급유를 마치고 다시 날아오른 사천에서 펼쳐졌다. 
대구에서 이륙하고 10분가량이 흐르자 경남 사천에서 날아오른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이 팬텀 편대에 합류했다. 
수신기 너머로 KF-21을 뜻하는 ‘보라매’라는 콜 사인이 들려왔다. 팬텀과 KF-21은 델타(Δ) 대형을 이뤘다. 
팬텀 편대장 ‘파파1′이 선두에, KF-21이 좌우 꼭짓점에 섰다. 가운데에서는 방위성금 헌납기 도색을 한 팬텀4호기가 비행했다. 
국토순례비행 장면을 촬영하기 위한 F-15K 2기는 수시로 위치를 바꿔가며 이 장면을 촬영했다.


공군의 과거(팬텀), 현재(F-15K), 미래(KF-21)가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1969년부터 한반도를 지켜온 팬텀, 팬텀이 은퇴하면 장거리 공대지 타격 역량을 물려받아 북핵을 억지하는 ‘킬체인’의 핵심 역할을 수행할 F-15K, 앞으로 팬텀의 빈자리를 채울 우리 기술로 개발한 최초의 초음속 전투기 KF-21 8대가 경남 합천에서부터 사천을 거쳐 고흥 나로도까지 함께 날았다. 
눈 아래로는 삼천포대교, 여수 거북선대교, 한려수도가 펼쳐졌다.



 

<'하늘의 도깨비' 탄 기자 - 본지 양지호 기자가 정글 도색을 한 팬텀에 타고 국토 순례 비행을 마친 뒤 수원 기지에 착륙해 손을 흔들고 있다.>


고흥 상공에서 KF-21은 우측으로 급선회하며 이탈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조심히 복귀하십시오.” 대선배에게 후배가 보내는 헌사로 들렸다. F-4는 떠나가는 KF-21에 플레어(미사일 회피용 섬광)를 사출하며 작별 인사를 했다.


가거도에서 서해를 따라 북상한 팬텀 편대는 새만금방조제를 지나 군산앞바다에서 수원 기지를 향해 동쪽으로 마지막 급선회에 나섰다. 팬텀 편대는 급선회와 함께 축포처럼 플레어를 터뜨렸다.


대구 기지에서 이륙한 지 약 1시간 30분 만에 공군 수원 기지에 착륙했다. 
기지를 둘러싼 아파트 숲이 눈에 들어왔다. 공군 관계자는 “도시가 확장하며 대구기지·수원기지 인근까지 아파트가 들어섰다. 팬텀 도입 이후 우리가 이뤄낸 번영의 방증인 셈”이라고 했다.


퇴역한 팬텀은 전국 곳곳에서 전시되거나 적 세력의 유도탄이나 각종 탐지 장비를 교란하기 위한 디코이(유인물)로 활주로 인근 등에 배치될 예정이다. 
퇴역식은 다음 달 7일 수원 기지에서 열린다.(240513)



 

 

 

‘문화재(文化財)’라는 용어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17일부터 시행되는 국가유산기본법에 따라 문화재청이 국가유산청으로 이름을 바꿔 새로 출범한다. 
1962년 제정된 문화재보호법은 62년 만에 국가유산기본법으로 대체된다. 
문화재청은 16일 “유네스코 등 국제 기준과 연계하기 위해 ‘유산(heritage)’ 개념을 도입했다”며 “재화적 성격이 강한 ‘문화재’ 명칭을 ‘국가유산’으로 바꾼다”고 밝혔다.


문화재라는 용어는 일본에서 처음 등장한 말이다. 
일본은 1950년 ‘문화재보호법’을 제정하면서 문화재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처음 사용했다. 
독일 바이마르공화국 시기에 문화를 국가의 자산으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사용한 독일어 ‘Kulturgüter’를 ‘문화재’라고 번역한 것이다. 
일본도 1950년 이전에는 국보, 사적, 명승, 천연기념물 등으로 나눠 부르다 이 모두를 통칭할 단어로 문화재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황권순 문화재청 기획조정관은 “문화재란 말은 일본이 독일어 Kultur(문화)와 Güter(재화·영어로 Goods)의 합성어를 번역한 한자어로 ‘자산’의 개념을 강조해 재(財)라는 용어를 썼다”고 했다. 
이후 우리나라에서 일본의 문화재보호법을 원용해 1962년 문화재보호법을 제정하면서 문화재 명칭과 분류 체계를 일본과 거의 유사하게 가져왔다.


유형문화재, 무형문화재, 기념물, 민속문화재로 나뉘던 기존 4개 분류 체계는 앞으로 문화유산, 자연유산, 무형유산 3개 분류로 바뀌게 된다. 
국가유산청 조직은 기존 문화재정책국·보존국·활용국 3국이 문화유산국, 자연유산국, 무형유산국, 유산정책국 4국으로 개편된다.(24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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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지난달부터 4차례에 걸쳐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에서 판매하는 어린이 제품 71개의 안전성을 조사한 결과, 29개(41%)가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제품 10개 가운데 4개에서 유해 물질이 발견돼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유해 물질 중에는 어린이의 성장을 방해하는 프탈레이트계 첨가제와 논란이 됐던 ‘가습기 살균제’ 성분도 검출됐다.


서울시는 지난달 8일 ‘해외 온라인 플랫폼 소비자 안전 확보 대책’을 발표하며 “매주 해외 직구 제품의 안전성을 시험해 그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었다. 
시험 기관 3곳에 의뢰해 지금까지 총 4차례 시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크록스 등 어린이 신발을 꾸미는 데 쓰는 플라스틱 장식품에서는 프탈레이트계 첨가제가 기준치의 348배 검출됐다. 
프탈레이트계 첨가제는 플라스틱을 가공할 때 딱딱한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화학 첨가제다. 
이 장식품에선 기준치의 33배가 넘는 납도 검출됐다. 납은 암을 일으키는 중금속이다. 
어린이 점토에서는 기준치의 39배가 넘는 붕소가 들어 있었다. 
붕소는 피부 염증과 가려움증, 두통, 설사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유해 물질이다.


말랑말랑해 다양한 모양을 연출할 수 있어 ‘액체 괴물’로 불리는 장난감 ‘슬라임’에서는 가습기 살균제에 포함된 성분이 일부 검출됐다. 
이 성분은 호흡기를 자극하고 폐 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린이 제품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돼 있는 성분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프탈레이트계 첨가제는 4차례 조사에서 모두 검출됐다. 
알리·테무에서 파는 플라스틱 제품 대부분에 들어있다고 보면 될 정도”라면서 “상당수 제품은 내구성도 약해 잘 부서지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삼킬 위험도 있었다”고 했다. 
서울시는 가정의 달인 5월, 어린이용품을 집중 검사하고 있다. 
이달 안으로 목걸이 등 어린이 장식품과 가방 등 어린이 가죽 제품을 검사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해 국내 소비자의 해외 직구액은 6조8000억원으로 전년(5조3000억원)보다 28.3% 늘었다. 
과거에는 미국 직구가 대세였는데 알리·테무 등 중국 플랫폼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여 지난해 점유율 48.7%를 기록했다. 
알리는 올해 2월 기준, 월 이용자 수가 818만명으로 쿠팡에 이어 국내 2위에 올랐다.


문제는 안전이다. 정식 수입품은 국내 시험 기관의 인증을 거쳐 국내로 들어오지만 알리 등에서 산 직구 상품은 별도의 검사 없이 들어온다. 
서울시를 비롯해 관세청, 소비자원 등이 개별적으로 해외 직구 제품의 안전성을 시험하고는 있지만, 범정부 차원의 대책은 아직 미비한 상황이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는 “해외 플랫폼은 국내 플랫폼과 달리 안전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실질적인 조치가 어려운 데다 이를 담당하는 기관마저 중구난방”이라며 “피해를 본 소비자들이 쉽고 빠르게 보상받을 수 있는 통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해 물질 검출 소식에 소비자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국내 한 맘카페에는 “요즘 테무 지옥에 빠져서 미친 듯이 아기 옷을 질렀는데 어떻게 하느냐” “알리에서 몇 번 샀다가 아기 몸에 빨갛게 뭐가 올라온 이후 절대 안 산다” “싸다고 많이 사서 쟁였는데 싹 다 버렸다” 등 여러 글이 올라왔다. 
또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알리나 테무에서는 어떤 걸 사도 유해 성분이 있다는 말이 있어 앱을 삭제했다” “알리와 테무는 중국인들도 못 믿는다고 하더라”는 반응도 있었다.


최근 알리와 테무 이용자는 줄고 있는 분위기다. 
스마트폰 앱 분석 서비스 업체인 와이즈앱 리테일 굿즈에 따르면, 알리의 국내 이용자 수는 지난 3월 887만1000명에서 지난달 858만9000명으로 28만2000명(3.2%) 감소했다. 
같은 기간 테무 이용자도 829만6000명에서 823만8000명으로 5만8000명(0.7%) 줄었다.


서울시와 소비자원이 운영하는 소비자 센터에 접수된 해외 직구 관련 신고도 최근 한 달간 하루 평균 1.2건에 그쳤다. 
1년 전 같은 기간(2건)의 60%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알리와 테무 측은 “한국 시장의 법률과 규정을 준수하고 있으며,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제품은 판매 목록에서 빼고 있다”고 했다.(240510)



 

 

 

젊은 부부(25~39세)의 넷 중 하나는 자녀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의 경우엔 젊은 부부의 무자녀 비율이 45.2%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2일 한국노동연구원의 ‘지난 10년 무자녀 부부의 특성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25~39세 청년층 부부의 무자녀 부부 비율은 27.1%를 기록했다. 
이는 2013년(22.2%)보다 4.9%p(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서울의 경우 무자녀 부부 비율이 45.2%를 기록해 20% 초반대를 기록한 경기, 강원 등 지역과 20%p 넘는 격차를 나타냈다.

 

 

<지난 8일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로 린여성병원 신생아실이 저출산으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자녀 부부 비율이 증가하는 건 주거 불안정 등 경제적 요건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무자녀 부부의 자가(自家) 보유 비율은 2022년 기준 34.6%로 유자녀 부부(52%)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주거 불안정은 무자녀 부부의 출산 저해 요인 중 하나”라고 했다. 
아파트 등 부동산 가격이 가장 높은 서울의 무자녀 부부 비율이 높은 것도 이런 이유란 것이다.


자녀 유무에 따른 아내의 취업 상태 역시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무자녀 부부는 아내가 취업 상태인 비율이 2013년 53.2%에서 2022년 71%로 올랐지만, 유자녀 부부의 아내 취업 비율은 같은 기간 36.6%에서 40.6%로 4%p 증가에 그쳤다. 
보고서는 “직장 업무와 출산·양육 양립의 어려움으로 경제활동을 포기하는 경우가 유자녀 부부에게 많은 것”이라고 했다.(240513)

 

 

[깨알지식 Q]세르비아 사람 姓은 왜 모두 ‘치’로 끝나나

 


유럽 순방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일 동유럽 국가 세르비아를 찾아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을 만났다. 
부치치 대통령이나 세계 1위 테니스 선수 노바크 조코비치, 미 프로농구(NBA) 덴버 너기츠의 센터 니콜라 요키치처럼 세르비아인들 성은 대부분 ‘치’로 끝나는데 왜 그럴까.


이름이나 성(姓)에 접미사를 붙이는 슬라브어 습관 때문에 그렇다. 
‘-이치(-ić)’는 ‘작은’이라는 의미의 접미사로, 누구의 아들이나 후손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부치치(Vucic)’로 분석해 보면, ‘부크(Vuk·늑대라는 의미)’라는 성에 접미사 ‘이치(-ić)’가 붙어 변화해 온 것으로 추측된다. 
남슬라브 지역인 세르비아·크로아티아·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몬테네그로에서는 사람들 성 끝에는 대부분 ‘치’가 붙는다.

 

 

<유럽을 순방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7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국제공항에 도착해 영접 나온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과거 영국 프리미어 리그(EPL) 맨체스터 시티에서 왼쪽 윙백으로 활약했던 알렉산다르 콜라로프(세르비아)처럼 성 뒤에 ‘-오프(ov)’가 붙는 경우도 가끔 있다. 
‘~의 (소유)’라는 뜻으로 ‘-치’와 마찬가지로 누구의 아들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데, ‘-치’보다는 드물다. 주변 국가들인 슬로베니아·슬로바키아·체코·불가리아 등에서도 성 뒤에 ‘치’를 붙이는 습관이 있기는 하지만, 이 네 나라처럼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럴 정도는 아니다.(240509)

 

 

[스피드 3Q]함구령이 뭐길래… 또 철창행 경고 받은 트럼프

 



6일 뉴욕 맨해튼 형사 법원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의혹 형사재판에서 이 사건을 담당한 후안 머천 판사는 트럼프에게 “자꾸 함구령을 위반하면 감옥에 보낼 수밖에 없다”면서 벌금 1000달러(약 135만원)를 부과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판사의 얘기를 들은 뒤 트럼프가 고개를 두 번 내저었다고 전했다. 
지난달 30일에도 법원은 같은 경고와 함께 벌금 9000달러를 내게 했다. 
도대체 함구령이 뭐기에 유력 대선 후보인 트럼프의 입을 다물게 하는 걸까.

 

 

<6일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 후안 머천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함구령 위반을 이유로 1000달러 벌금을 부과하며 재차 위반시 수감 할 수 있다고 했다.>

 


◇Q1. 함구령이 뭔가

함구령(gag order)은 소송에 관련된 사람들이 소송의 일부 또는 전체 내용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걸 금지하는 것이다. 
통상 변호인 등을 통해 재판 관련 내용이 법정 밖으로 여과 없이 전해져 여론의 압력이 생기면 배심원들 판단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막겠다는 취지다. 
트럼프의 경우 법원은 ‘법정 밖에서 비방 발언’을 제한했다. 
재판 관련 증인, 검사, 법원 직원, 배심원 등과 이들의 가족을 소셜미디어 등에서 공격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날 벌금은 지난달 22일 트럼프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배심원단에 대해 증거도 없이 “민주당원으로 채워졌다”고 주장한 데 따른 조치였다.


◇Q2. 진짜 감옥 보낼 수 있나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뉴욕주의 법정 모독죄에 따르면 법정에서 무질서한 행동이나 함구령과 같은 명령에 대한 ‘고의적인 불복종’ 등을 할 경우 한 건당 최대 1000달러의 벌금 또는 30일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실제 법원이 이를 행동에 옮길지는 다른 문제다. 
트럼프가 함구령을 위반해 감옥에 간다면 정치적 논란이 불가피하다. 머천 판사도 “수감은 최후의 수단”이라고 밝혔다.


◇Q3. 트럼프의 입장은

트럼프는 “함구령은 ‘위헌적’이다”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의 근거는 미국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정헌법 1조와 관련돼 있다. 
법정 밖에서까지 발언을 막는 것은 표현의 자유 억압으로 헌법 위반이란 주장이다. 
이 같은 트럼프의 주장과 함께 강성 지지자 등을 중심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사법부가 트럼프를 탄압하고 있다’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240508)


 

 

[깨알지식 Q]함구령 뜻하는 ‘gag order’에 왜 개그가 들어가나

 


6일 미국 뉴욕 맨해튼 형사 법원의 후안 머천 판사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함구령(緘口令·gag order)을 어겼다며 벌금 1000달러(약 135만원)를 부과했다. 
개그(gag)는 한국에서 농담을 뜻하는 말로 더 널리 알려져 있는데, 함구(입을 다문다)의 뜻도 담고 있다. 
개그가 원래 재갈이라는 뜻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개그의 어원과 관련해 ‘질식시키다’ ‘숨을 막다’ 등 의미의 중세 영어 ‘gaggen’에서 유래됐다는 설, 목에 이물질이 걸렸을 때 ‘캑’ 하고 소리를 지르는 의성어에서 유래됐다는 설 등이 있다. 
목에 무엇인가가 걸린 답답한 상황이 숨이 넘어갈 정도로 웃기는 말로 쓰임새가 확장되면서 개그는 함구의 의미까지 갖게 됐다.

 

 


<6일 미국 뉴욕 맨해튼 법원에 출석해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그린 모습.>

 

 


‘개그’가 농담보다는 함구처럼 억압적 의미로 쓰이는 사례는 개그 오더 외에도 많다. 
언론 탄압을 영어로 ‘개그 더 프레스(gag the press)’라고 하는 것도 이런 경우다. 
1836년 미국 하원을 통과한 결의안 ‘개그 룰(gag rule)’에서 ‘개그’도 마찬가지다. 
이 결의안은 미 의회가 각 주(州)의 노예제도를 방해할 권한이 없다는 내용과 함께 노예제 폐지 청원서 등의 심의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결의안은 1844년 폐지됐다.(240508)

 

 

[깨알지식 Q]2000년부터 런던 시장 뽑아… 그럼 그 전엔?

 

 

지난 4일 영국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사디크 아만 칸(53) 런던시장은 런던시장 직선제가 시작된 2000년 이후 첫 3선 시장으로 기록됐다. 
영국의 수도 런던은 2000년 이전에는 시장직이 없었을까.

 

 

<영국 수도 런던의 상징 '빅벤'>

 


현재 런던시장은 광역런던시(Greater London Authority·GLA)의 수장을 말한다. 
GLA의 관할 지역은 1579㎢에 달하는 현재의 런던시 전체다. 
한양의 ‘4대문 안’과 비슷한 개념의 기초자치단체인 ‘시티 오브 런던’에서 구역이 확장됐다.


영국의 지방자치제는 1835년 시작됐다. 1960~70년대부터는 광역지자체 제도가 도입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지자체장은 자치의회 의장이 겸임했다. 
1997년 총선을 통해 집권한 노동당은 자치의회와 별도의 단체장 직선제를 도입했고, 2000년부터 광역런던 시장을 선출하기 시작했다.(240507)

 

 

[깨알지식 Q]백악관에 등장한 스카이워커… 5월 4일은 왜 스타워즈 데이?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 역을 연기한 배우 마크 해밀(72)이 3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초청으로 백악관을 방문했다. 
이날 방문은 ‘스타워즈의 날’(5월 4일)을 하루 앞두고 이뤄졌다. 
4일에는 전 세계 곳곳에서 스타워즈 관련 행사가 열려 부산 해운대에서도 스타워즈 드론쇼가 펼쳐졌다.

 

 

<스타워즈 시리즈 주연 배우인 마크 해밀(오른쪽)이 3일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인사를 하고 있다. 왼쪽은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

 


어쩌다 5월 4일이 ‘스타워즈의 날’이 됐을까. 
영화 대사에서 따온 언어유희가 계기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유명 대사인 ‘포스가 당신과 함께하기를(May the Force be with you·메이 더 포스 비 위드 유)’의 앞부분 영어 발음이 ‘5월 4일(May the 4th)’과 거의 같다는 데서 유래됐다. 
‘포스’는 사전적 의미로 ‘힘’이지만 스타워즈 이야기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초강력 에너지를 뜻한다. 
정관사(the)를 앞에 붙이고 앞글자는 대문자로 해 고유명사처럼 다룬다.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의 주인공인 ‘루크 스카이워커’>

 

이 언어유희는 영국 보수당이 처음 활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79년 총선에서 보수당을 이끌고 압승한 마거릿 대처의 총리 취임일이 5월 4일이었다. 
보수당이 이에 맞춰 스타워즈 대사를 차용한 ‘May the 4th be with you’라는 축하 메시지를 냈다는 것이다. 
이후 팬들이 자발적으로 축하 행사를 벌이기 시작했고, 지금은 제작사의 모회사 월트디즈니도 다채로운 이벤트를 벌인다.(24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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