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지식 Q]햄 브랜드 ‘스팸’ 왜 쏟아지는 광고 대명사가 됐나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중국·러시아 등이 각국 선거를 방해하려 사이버 여론 조작에 나섰다고 경고하며 이런 행위를 스팸(spam·광고성 게시물)과 캐머플라지(camouflage·위장)를 합친 ‘스패머플라지(spamouflage)’라고 했다. 
1937년 미국 식품사 호멜푸즈가 내놓은 통조림 햄 브랜드명인 스팸이 어쩌다 귀찮은 광고물을 뜻하게 됐을까. 
남아도는 돼지고기 부위를 가공한 스팸은 2차 대전 때 미군·영국군 등이 물릴 정도로 먹어 정크 푸드(싸구려 음식)의 대명사가 됐다. 
전후 경기 회복으로 스팸 판매가 줄자 호멜푸즈는 우편 광고를 뿌려댔고, 미 소비자들은 대량 광고물을 ‘스팸 메일’로 불렀다.

 

 

<'몬티 파이선의 날아다니는 서커스(Monty python's Flying Circus)' 스팸편에서 소개된 메뉴들. 대부분 스팸으로 채워져 있다.>

 

스팸이 정크 푸드와 대량 광고물의 대명사로 확산된 계기는 1970년 영국 코미디 그룹 ‘몬티 파이선’의 TV 쇼다. 
‘계란과 스팸’ ‘계란과 베이컨과 스팸’ 등 스팸 일색인 메뉴판을 본 손님이 짜증을 내자, 바이킹 분장을 한 다른 손님들이 “스팸, 스팸, 스팸” 하며 지겹도록 노래하는 장면이 포인트다. 
엔딩 크레디트(자막)에 나오는 모든 제작진의 이름과 성 사이에도 스팸이 들어갔다. 
스팸은 20세기 후반 이메일(전자우편) 보급으로 ‘광고성 이메일’을 포함한 모든 광고성 게시물을 뜻하게 됐다.(240408)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스팸 설 선물 세트. 
한국에서는 CJ제일제당이 1986년 3월 호멜푸즈와 기술제휴를 체결한 뒤 이듬해부터 브랜드 사용료를 내고 국내 생산을 시작하면서 스팸 대중화가 시작됐다. 
2020년 기술제휴 계약이 종료된 후, 상표권 계약만 갱신해 사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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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지식Q]개기일식에 야단난 美, 그런데 다른 행성도 일식 있나? 

 


미국 주요 도시에서 오는 8일 발생 예정인 개기일식을 앞두고 뉴욕·인디애나폴리스 등 이 ‘우주 쇼’를 볼 수 있는 지역 주민들이 흥분 속에 관측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지역의 호텔이 매진되는 등 수백만 명이 개기일식을 보러 이동할 예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텍사스주 드리핑 스프링스 시가 2024년 3월 5일 재향군인 기념공원에 실물보다 큰 안경 세트를 전시해 개기일식을 준비하고 있다.>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은 지구-달-태양이 일직선상에 놓이며 발생하는 현상이다. 
지구 전체를 놓고 보면 평균적으로 약 18개월에 한 번 정도 일어난다. 
태양계 내 다른 행성에도 개기일식이 있을까.


일단 수성·금성엔 위성이 없어서 일식 자체가 없다. 
화성은 위성 두 개가 있어 일식이 발생하긴 하지만 둘 다 지름 10㎞ 내외로 지구의 달(지름 3474.8㎞)에 비하면 아주 작다. 
개기일식은커녕 태양의 빛을 얼마 가리지도 못한다. 
탐사선이 찍어 보낸 화성의 일식 사진을 보면 태양 앞을 검은 감자나 콩이 날아다니는 듯 보인다.

 

 

<2017년 8월 북미에서 관측 가능했던 개기일식이 움직인 경로를 구현한 동영상.>

 


나머지 행성인 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은 지구처럼 커다란 위성이 존재하고 태양과의 거리가 충분히 멀어 개기일식이 일어날 수 있다. 
많게는 위성 수가 146개(토성)에 달해 하루에 몇 번씩 일식이 발생하기도 한다. 
다만 이들 행성은 기체나 액체로 구성되어 있어 땅 위에서 일식을 볼 수는 없다. 
우주선에 타거나, 단단한 위성을 골라 그곳에서 다른 위성이 일으키는 일식을 관찰하는 게 편하다.


이처럼 지구는 개기일식 감상에 가장 좋은 장소다. 
하지만 앞으론 지구에서도 개기일식이 사라질 전망이다. 
달이 매년 약 3.8㎝씩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어서다.(언젠간 태양을 다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멀어지게 된다.) 
그래도 앞으로 6억년은 더 개기일식을 관측할 수 있다고 한다.(240405)

 

 

[깨알지식 Q]대만 7.2, 일본 7.5… 지진 규모 왜 나라마다 다른가?

 

3일 대만 동부 강진에 대해 대만 중앙기상국은 규모 7.2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미국지질조사국(USGS)·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는 7.4, 일본 기상청은 7.5라고 했다. 왜 차이가 날까.


조창수 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은 “각 기관이 채택한 지진 규모 측정 방식이 달라서 차이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지진은 지구 내부의 지각에 단층이 끊어지는 등의 급격한 변동이 생긴 여파로 땅이 흔들리는 현상이다. 
지진의 규모는 이렇게 발생하는 지진이 방출한 에너지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땅속 깊은 곳으로부터 발생한 지진의 에너지는 키나 몸무게를 재듯이 쉽게 측정할 수 없다. 
과학자들은 여러 간접적 방법으로 지진의 규모를 측정하려고 노력해 왔고 나라마다 적합하다고 보는 방법을 선택해 쓰고 있는데, 환산식과 지진 관측 설비 등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생긴다.

 

 

<4일 대만 동부 화롄시의 한 건물이 규모 7.4 강진과 여진의 영향으로 크게 기울어 있다.>

 


비교적 오래 쓰인 척도는 미국 지진학자 찰스 리히터가 1935년 개발한 ‘리히터 규모’다. 
지진계에 기록된 지진파(地震計)를 기반으로 측정한다. 
한국·대만 등이 ‘리히터 규모’를 쓴다. USGS와 EMSC 등은 ‘모멘트 규모’란 다른 측정법을 사용한다. 
간접적인 방식으로 단층이 단절된 면적 등도 추정해 규모를 산출한다. 
리히터 방식에 비해 비교적 큰 규모의 지진을 보다 정확히 포착한다고 알려졌다. 
일본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일본 기상청 규모’ 및 ‘모멘트 규모’를 병행해 쓰고 있다.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각각의 방식에 따라 산출식이 다르다 보니 ±0.3 정도 차이는 날 수 있다”고 했다.(24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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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
이외수

 

 


울지 말게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 
날마다 어둠 아래 누워 뒤척이다 
아침이 오면 
희망 하나 가슴에 품고 
다시 문을 나서지
바람이 차다고
고단한 잠에서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고
집으로 되돌아오는 사람이 있을까 

산다는 건 만만치 않은 거라네
아차 하는 사이에 
몸도 마음도 망가지기 십상이지
어쩌다 좋은 날도 있긴 하겠지만 
그거야 그때뿐이지
어느 날 큰 비가 올지
그 비에 뭐가 무너지고 
뭐가 떠내려갈지 누가 알겠나
그래도 세상은 꿈꾸는 이들의 것이지
희망이라도 하나 품고 사는 건 행복한 거야
아무 것도 기다리지 않고 사는 삶은 
얼마나 불쌍한가

자, 한잔 들게나
되는 게 없다고 
이 세상 되는 게 하나도 없다고
술에 코 박고 우는 친구야 

 

 

 

 



 

 

 

 

중미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 인근 페티옹빌에서 벌어진 경찰과 조직폭력배(조폭) 간 총격전으로 22일 최소 열 명이 숨졌다고 현지 언론 아이티리브레가 보도했다. 
이 지역에서 닷새간 벌어진 총격전으로 인한 사망자는 최소 30여 명으로 늘어났다. 
유엔난민기구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아이티에서는 살인 사건이 4789건 일어났다. 
폭력·절도·성폭행 등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강력 범죄를 빼고 순수하게 사람 목숨을 앗은 사건만 집계했는데 전년도보다 120% 증가했다.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는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암살 이후부터 극심한 치안 공백에 시달려 오다가 최근 조직폭력단(조폭)의 폭력 사태가 더욱 심화해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빠졌다. 
지난 21일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 대통령궁 인근 거리에서 시민들이 총격에 몸을 피하고 있다.>

 



조폭들이 국가를 점령하다시피 하고 활개 치는 상황이 진압되지 않을 경우 피해자 수는 올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10년 1월 3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지진을 겪은 뒤 국제사회에서 ‘온정의 손길’이 답지했던 세계 최빈국 아이티가 재건은커녕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상황이다.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집에서 괴한에게 피살된 뒤 3년 가까이 벌어진 정치 혼란에 조폭 두목의 협박으로 총리가 쫓겨나는 상황까지 이르면서 ‘전례를 찾기 힘든 실패한 나라’라는 낙인은 점점 짙어지고 있다.

 

 

<지난 21일 무장 경찰들이 조폭에게 총을 겨냥하며 대치하고 있는 모습..

 


중남미·카리브해 국가 협력체인 카리브공동체(CARICOM)는 22일 아이티 정당 관계자들과 과도정부를 이끌 임시 총리 인선과 향후 선거 일정 등을 정하는 협의에 들어갔다. 
아이티는 흑인 노예들의 무장투쟁으로 프랑스 식민 세력을 물리치고 1804년 건국한 중남미 최초의 흑인 독립국가로 주변국 독립 투쟁의 본보기가 됐던 나라다. 
그랬던 아이티가 이제는 국정을 이웃 국가들에 의탁하는 처지가 됐다. CARICOM 가입국들은 대부분 1960~1980년대 독립한 신생국이다.


사실상의 무정부 상태는 지난 12일 아리엘 앙리 아이티 총리가 사의를 밝히면서 촉발됐다. 
2021년 모이즈 대통령이 피살된 뒤 국가 지도자 역할을 해왔지만 후임자도 없는 상황에 덜컥 물러나겠다고 한 것이다. 
그를 몰아낸 이는 아이티 최대 폭력 조직 ‘G9′의 두목 지미 바비큐 셰리지에다.


셰리지에가 이끄는 G9을 비롯해 아이티 조폭들은 단계적으로 국가를 혼란으로 내몰았다. 
이달 초 교도소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습격해 죄수 3000여 명을 탈옥시키며 나라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조폭과 군경의 총격전 과정에서 사상자는 속출했다. 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지만 조폭들은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셰리지에는 6일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앙리(총리)가 물러나지 않으면 대량 학살을 겪을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협박했다. 
그 뒤 진짜로 총리가 자리에서 물러나 버렸다. 아이티가 ‘조폭 공화국’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셰리지에는 40대 후반의 나이로 원래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이었지만 범죄 연루 혐의로 2018년 12월 해고된 뒤 조폭으로 돌변했다. 
이름 가운데 붙은 ‘바비큐’라는 별칭에 대해 자신은 “어머니가 어린 시절 통닭을 구워 가족들을 먹여살린 데서 딴 것”이라고 하지만, 일부 외신은 ‘사람을 산 채로 불지를 정도로 잔혹하다고 해서 생긴 악명’이라고도 보도한다.

 

 




국가 기능이 상실되면서 아이티 국민들은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조폭 난동으로 36만명이 집을 떠나 난민이 됐고, 100만명이 기근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유엔세계식량기구)도 나온다. 
미국·프랑스·독일 등 주요 국가들은 앞다퉈 자국민을 철수·대피시키고, 접경국인 도미니카공화국은 국경 수비 강화에 나섰다.


다른 제3세계 국가보다 빨리 독립을 쟁취한 아이티가 세계 최악의 실패 국가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국가의 중대 기로마다 위정자들이 ‘최악의 선택’을 하는 악순환이 반복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흑인 노예의 독립국’이라는 상징성을 가진 아이티는 건국 초기 중남미 식민지 독립 투쟁을 지원하고 독립투사들의 도피처 역할을 했다. 
이로 인해 유럽과 미국에 의해 고립됐고, 서구에 적개심을 갖게 된 아이티 지도자들은 헌법에 외국인의 토지 소유 및 투자 금지 조항을 삽입하는 등 폐쇄적 정책으로 맞섰다.

 

 

<포르토프랭스의 조폭 연합인 G9의 수장이자 전직 고위 경찰관 지미 바비큐 셰리지에.>

 

 

후임자들도 민생보다 권력 유지에 혈안이 됐다. 
폭정으로 악명 높던 프랑수아 뒤발리에(1957~1971년 집권)와 장클로드 뒤발리에(1971~1986년 집권) 부자(父子)의 철권통치 종식 뒤에도 연이은 쿠데타와 유혈 사태, 다국적군 개입의 악순환이 이어졌다. 
2010년 1월 대지진 참사를 지켜본 국제사회의 지원이 잇따르면서 재건의 길에 들어서리라는 기대도 나왔지만 큰 진전은 없었다. 
2011년 역사상 최초로 여야 간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민주주의가 싹틀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졌다. 
그러나 정파 간 권력 다툼 가운데 총리 인준에 실패하고, 선거가 연기되는 등 혼란이 이어졌고 급기야는 대통령 암살 뒤 조폭이 나라를 쥐락펴락할 정도의 상황까지 전락했다.


앞서 아이티가 혼돈에 빠졌을 때는 미국 주도 다국적군(1994년)과 유엔안정화임무단(2004년)이 급파됐다. 
하지만 지금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두 개의 전쟁에 지친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관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프리카 케냐가 지난해 자국 경찰 1000명을 치안 인력으로 파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혼란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아이티는 수많은 국가에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미국 경제학자 대런 애스모글루와 제임스 로빈슨의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는 아이티를 북한·소말리아 등과 함께 ‘권력 유지에만 혈안이 된 권력자들의 탐욕으로 인해 실패한 국가’로 꼽는다.(240326)


☞아이티

중미 카리브해 히스파니올라섬의 서쪽 3분의 1가량(2만7750㎢)을 차지하는 나라. 
나머지는 도미니카공화국이다. 인구 1147만명(지난해 기준)의 95%는 흑인이다. 
프랑스 식민 지배에서 독립한 이후 독재와 미국 군정, 군부 쿠데타와 내전 등을 거치며 극심한 빈곤과 치안 부재가 이어지고 있다.

 

 

 

5인치대 소형 스마트폰 시대가 막을 내렸다. 
지난해까지 5인치대 고성능 플래그십(대표) 스마트폰을 출시해온 대만의 에이수스가 최근 6.8인치 화면 스마트폰 ‘젠폰 11 울트라’를 출시하면서, 올해는 5인치대 스마트폰을 내놓는 주요 제조사가 더는 없을 전망이다. 
인치는 화면의 크기를 나타낼 때 흔히 쓰는 단위로 1인치는 2.54㎝이다. 
보통 화면 크기는 대각선 길이를 말한다. 
5인치대 스마트폰이 없어졌다는 것은 새로 나오는 스마트폰 화면의 대각선 길이가 15.24㎝ 이상이라는 것이다.


‘5인치대 스마트폰의 종말’은 휴대전화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 더 이상 통화가 아니라 동영상 보기와 카메라, 게임으로 넘어갔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2007년 세상에 처음 내놓은 아이폰은 3.5인치 제품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더 이상 작은 몸집으로는 고성능 부품과 고용량 배터리를 담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화면이 큰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트렌드는 꾸준히 있었지만, 통화 중심의 소형 스마트폰을 좋아하는 마니아층이 있었다”며 “하지만 이제 스마트폰은 전화기가 아닌 ‘내 손안의 컴퓨터·카메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제조사들이 이처럼 크기를 키우는 것은 매년 성능이 업그레이드되는 부품을 탑재하려면 내부 공간이 커져야 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부품 기판은 크기가 한정돼 있는데, 이곳에는 스마트폰 두뇌 역할을 하는 AP·카메라·센서 등 수십가지 칩이 붙어 있다. 
게다가 동영상 시청 수요가 늘어나 고용량 배터리와 방열판까지 탑재되면서 작은 스마트폰이 물리적으로 등장하기가 어려워졌다.


이미 삼성전자는 2019년 갤럭시S10e를 마지막으로 5인치대 폰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반면 애플은 비교적 최근까지 소형 스마트폰을 꾸준히 출시했다. 
2020년 아이폰 12 미니(5.4인치), 2021년 아이폰 13 미니(5.4인치) 등을 선보였다. 
특히 아이폰 미니 시리즈는 보통 아이폰과 동급 AP, 카메라 렌즈 등을 탑재하면서 ‘작은 고성능 폰’으로 주목받았다. 
외신과 IT 리뷰어들도 호평을 쏟아냈다. 하지만 판매량은 처참했다.

 

 




미국 IT 전문지 폰아레나는 “2020년 아이폰 12 미니 미국 판매량은 12 시리즈 중 6%에 불과했다”고 했다. 
이듬해 나온 아이폰 13 미니는 전체 13 시리즈 중 3% 정도만 팔린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는 두 모델 모두 단종됐다. 
애플은 2022년부터는 아예 미니 대신 6.7인치 크기 ‘아이폰 14 플러스’를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아이폰 미니 시리즈의 실패 이유로 적은 배터리 용량과 비싼 가격을 꼽았다. 
IT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 12 미니는 5G 환경에서 동영상을 볼 경우 5시간정도면 배터리가 다 닳았다”고 했다. 

가격도 95만원부터 시작해, 아이폰 12(최저 109만원)과 비교해 별 차이가 없어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았다.


제조사들은 ‘화면 인플레이션’이 7인치까지는 넘기지 않을 것이라 전망한다. 
7인치가 넘어갈 경우 한 손으로 사용하기가 사실상 어렵고, 이미 7인치 이상은 ‘태블릿 PC’로 분류하고 있다. 

대신 삼성전자를 비롯한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폴더블폰으로 ‘한 뼘 크기’와 대형 화면 두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안간힘이다. 
접었다 펼 수 있는 폴더블폰이 지금보다 더 얇아진다면 대형 스마트폰뿐 아니라 작은 화면을 선호하는 수요까지 모두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 갤럭시Z 플립 시리즈는 접으면 주머니나 핸드백에 쏙 들어가는 크기로 2030 여성 고객 사이에서 인기다. 
지난해 Z 플립 사전 판매 고객 중 2030 여성 비율이 35%에 달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Z플립 외부 화면 크기를 1.9인치에서 3.4인치로 늘리자 소비자 반응이 좋았다”며 “폰을 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 훨씬 많아졌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올여름 출시될 갤럭시Z 플립 6가 전년도 모델보다 화면이 더 커져 4인치에 육박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240326)


 

 

 

결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으로 남성은 생활 전반에서 느끼는 행복과 사회적 인정을 더 많이 꼽은 반면, 여성은 혼인 관계에서 느끼는 안정감을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보건복지협회는 26일 이 같은 내용의 ‘제1차 국민인구행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전국 만 20~44세 미·기혼 남녀 각 500명씩 총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결혼으로 얻을 수 있는 긍정적 가치를 묻는 질문에 미혼 남성은 ‘연애나 동거 때에 비해 부부 또는 가족을 이룬 후 느끼는 안정감’에 대한 기대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혼 남성 직장인 윤모(30)씨는 “2년째 연애 중인 지금 상태에 불편함이 없고 편하다”며 “결혼을 하면 연애 때와 달리 상대의 가족 등 챙겨야 할 사람이 많아지는데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갈등이 생겼을 때 풀어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미혼 여성은 결혼 생활 전반에서 느끼는 행복감과 결혼을 통해 사회적에서 어른으로 인정받는다는 기대치는 낮았다. 
입사 4년 차인 서모(여·29)씨는 “이제 겨우 회사 생활에 적응이 되고 있는데 결혼을 하면 아무래도 일에 집중하지 못할 것 같다”며 “출산 등으로 인한 경력 단절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다”고 말했다.


결혼을 하면 경제적 여유가 생길 것이란 기대는 성별, 혼인 여부에 관계없이 가장 낮았다. 
특히 여성보다는 남성이 더 비관적이었다. 
직장인 이모(32)씨는 “소위 ‘스드메(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대여, 메이크업)’나 결혼식장 대여 등에 당장 모아둔 돈을 쓰고 다시 저축을 시작해야 한다 생각하면 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결혼으로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가치에 대해서는 미혼층보다 기혼층이 더 낙관적이었다. 
혼인 관계에서 오는 안정감, 결혼 생활 전반에서 느끼는 행복감, 사회적으로 어른으로 인정받는 느낌, 경제적 여유 등 네 항목 모두에서 기혼층 응답률이 미혼층보다 높았다. 
협회는 이에 대해 “기혼층이 일종의 자기 합리화를 추구하고 있거나 실제 결혼 후 성취한 정도를 반영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반면 미혼층은 현실적 어려움이나 미래 불확실성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자녀 가치관을 묻는 질문에서 ‘자녀는 성장기에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응답은 전체 중 96%나 됐다. 
‘자녀는 여성의 경력에 제약이 된다’는 응답률은 기혼 여성(87.6%)이 가장 높았다. 
협회는 “기혼 여성들이 실제 결혼 생활에서 겪은 경력 단절이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부경대 경제사회연구소 문영만 교수는 “출산율을 높이려면 아동수당 지급, 아빠 육아휴직 확대 또는 의무화 등을 통해 여성의 양육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고 말했다.(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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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지식 Q]日 에이스 투수는 왜 대부분 18번?


미 프로야구(MLB) LA 다저스에서 이번 시즌부터 활약 중인 일본 출신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26)의 등번호는 18번이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3년 연속 최우수 투수상을 받은 그를 영입하기 위해 지난해 뉴욕양키스 등 MLB 구단들이 등번호 18번을 비워놓았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일본 에이스 투수들의 등번호는 전통적으로 18번인 경우가 많았다. 
미·일에서 두루 활약하며 ‘헤이세이(平成·1989~2019년 일본 연호)의 괴물’이라 불린 전설적인 우완 마쓰자카 다이스케(44)도 현역 시절 18번이었다. 
MLB를 거쳐 일본 야구로 복귀한 다나카 마사히로(36·라쿠텐 골든이글스)와, MLB에서 뛰고 있는 마에다 겐타(36·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등도 마찬가지다. 
현재 일본 야구에서 ‘18번’을 달면 자연스럽게 ‘가장 뛰어난 투수’로 통할 정도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 선발투수 요시노부 야마모토가 지난달 21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일본 에이스 등번호 18번은 최소 1950~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역사가 길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명감독 후지타 모토시(1931~2006)가 선수 시절 사용했고, 같은 팀 감독과 야구 해설가로도 활약한 호리우치 쓰네오(76)도 마찬가지였다. 
주로 신인왕을 받은 선수들이 18번을 선택하면서 굳어졌다는 설이다.


일본 스포츠 매체들에 따르면, 전통 연극 가부키에서 유래한 ‘18번’과의 연관성도 제기된다. 
에도 시대 가부키 배우가 연기해 큰 인기를 끈 풍자 소극 18개의 목록은 훗날 ‘가부키 18번’으로 불리면서 자랑할 만한 뛰어난 것을 의미하게 됐다. 
이처럼 ‘18번’이 일본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대두되면서 일각에선 ‘한국 노래방에서 애창곡을 뜻하는 18번이란 말을 쓰지 말자’는 주장까지 나왔다.(24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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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지식Q] ‘금융의 수도’ 뉴욕은 어쩌다 ‘쥐 왕국’ 됐나

 


미국 뉴욕시가 쥐를 잡기 위해 놓고 있는 끈끈한 접착제 덫이 너무 잔인하다는 이유로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시 당국이 쥐 떼 박멸을 위해 얼마나 골머리를 앓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뉴욕은 ‘쥐 왕국(rat kingdom)’이란 별명이 있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쥐 서식지로 악명이 높다. 
땅밑을 거미줄처럼 잇는 지하 터널이 쥐들의 안식처 역할을 하고 있다. 
1904년 개통한 뉴욕 지하철은 24개 노선의 총 길이가 1112㎞에 달한다. 지하 하수도관의 길이는 지하철의 열 배에 달하는 1만㎞다.


특히 24시간 운행하는 뉴욕 지하철은 쥐들의 ‘뷔페’가 됐다. 
선로에 무단으로 버려진 쓰레기, 음식물 찌꺼기 등이 악취를 유발하지만 열차가 쉼 없이 달리다 보니 청소 횟수 자체가 부족하다. 
이뿐만 아니라 오래전에 영업이 중단된 지하철역, 쓰지 않는 물류 창고 등 빈 지하 공간이 많다. 
이런 장소가 어둡고 습하고 폐쇄된 공간을 좋아하는 쥐들에게 완벽한 서식지가 됐다. 
길거리에 마구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도 쥐들을 들끓게 하는 요인이다.


시 당국은 쓰레기 수거 빈도를 늘리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큰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 
시로 들어오는 주민 민원 중 상당수가 쥐와 관련된 것이다. 
이 때문에 시 당국은 쥐와 관련한 정보만 별도로 제공하는 포털 사이트까지 운영하고 있다.(240403)

 

 

[깨알지식 Q]나라 이름? 사람 이름?… 이스라엘 무슨 뜻?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의 휴전을 요구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이 25일 통과되자 이스라엘의 이스라엘 카츠 외무 장관은 X(옛 트위터)에 “공격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장관 이름이 나라 이름과 같은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구약성경 창세기 등장 인물인 ‘야곱’에게 붙은 별명이다. 
야곱이 어느 날 밤 자신을 찾아온 천사에게 축복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거절당하자 ‘축복해 줄 때까지 놓아주지 않겠다’며 천사를 붙잡고 밤새 몸싸움을 했다. 
동이 틀 때까지 승부가 나지 않자, 천사는 “너는 신과 겨루어 이긴 사람이니, ‘이스라엘’이라고 부르라”며 축복을 내렸다.

 

 

<외젠 들라크루아의 '천사와 씨름하는 야곱' 그림 중 일부>

 


히브리어로 ‘이스라’는 싸우다, ‘엘’은 야훼(유대교의 유일신)라는 뜻이기 때문에 ‘야훼에게 맞서 싸운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부 학자는 ‘야훼와 한편이 돼 싸워 이긴다’ 등의 뜻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이 이야기가 성경에 실리면서 유대인의 남자 이름으로 굳어졌다. 
야곱의 후손들로 이뤄진 열두 부족을 뜻하는 ‘12지파’가 기원전 11세기 통일돼 최초로 ‘이스라엘 왕국’이 만들어졌다. 
유대인들이 1948년 건국한 이스라엘 공화국은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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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관용 정책을 앞장서 시행했던 미국의 ‘진보 도시’들이 치솟는 강력 범죄로 여론이 들끓자 강경 정책으로 돌아서고 있다. 
수도 워싱턴 DC와 캘리포니아주(州) 샌프란시스코 등 민주당 성향이 강한 도시들은 수년간 범죄 형량을 낮추고, 경찰의 대응 권한을 약화하는 범죄 관용 정책을 시행해왔다. 
그러나 강도·살인·성범죄 등 강력 범죄가 급증하자 이들의 태도는 180도 바뀌었다. 
치안 불안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항의가 거세지면서 뒤늦게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공권력을 다시 강화하기 시작했다. 
워싱턴 정가에선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진보 진영의 이 같은 태도 변화를 정치 쟁점화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작년 1월 24일 캘리포니아주 하프문베이의 스페인타운 상점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한 후 샌 마테오 카운티 셰리프 경찰이 범죄 현장에 경찰 테이프를 붙이고 있는 모습.>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7일 주민 투표를 통해 범죄 단속을 강화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먼저 노숙자 등 복지 수급자에 대한 마약 검사를 의무화했다. 
이들이 시에서 생계비 명목으로 지원받은 돈으로 마약을 구매·투약하는 악순환을 끊겠다는 의도다. 
또 경찰이 범죄 단속을 위해 거리에 방범 카메라를 설치하거나 드론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의 범죄 차량 추격을 어렵게 했던 관련 규정도 대폭 완화했다. 
워싱턴 DC 의회도 지난 6일 총기 범죄 처벌을 강화하고, 조직적인 소매점 절도에 대한 별도 처벌 규정을 신설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같은 날 뉴욕주도 지하철 강력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 지하철에 주 방위군 750명과 주 경찰 250명을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또 지하철역 이용객들의 가방을 무작위로 검사하기 시작했다.


범죄 관용을 상징하는 대표적 지역들이 일제히 강경 정책으로 돌아서자, 미 언론들은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다. 
미 공영 라디오 NPR은 “(범죄가 급증해) 화들짝 놀란 진보 성향 도시들이 지난 몇 십년간 자신들이 비판해왔던 보수 진영의 ‘범죄와의 전쟁’을 수용하고 있다”고 했다. 
미 일간 LA타임스는 “예상하지 못한 우향우(右向右)”라고 전했다.

 

 




2020년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해 여론이 들끓자 워싱턴 DC, 샌프란시스코 등은 경찰 권한을 축소하고 경찰 예산을 깎았다. 
“유색인종이 미국의 불평등한 사법 체계 때문에 과도하게 경찰 단속을 받고 죄질에 비해 무거운 형벌을 받고 있다” “과도한 처벌보다는 재활·교정에 집중해야 한다”는 여론이 가세했다.


이후 이들 도시에선 마약 거래와 절도, 폭행, 총기 사고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워싱턴 DC는 작년 전체 범죄 건수 대비 살인·강도 등 강력 범죄 비율이 전년 대비 30% 가까이 늘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난해 약물 과다 복용으로 길거리에서 숨진 사람은 806명에 달했다. 
범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졌고 공권력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치안 불안에 분노한 샌프란시스코 주민들은 2022년 7월 불신임 투표를 거쳐 체사 부딘 샌프란시스코 검사장을 쫓아냈다. 
주민 상당수는 임기 초 범죄 관용 정책에 우호적이었던 런던 브리드 샌프란시스코 시장도 퇴출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첫 흑인 여성 시장인 민주당 소속 브리드는 11월 재선을 앞두고 범죄 강경 대응 기조로 돌아섰지만, 최근 지지율은 20%대까지 떨어졌다. 
미 매체 악시오스는 “민주당 우세 지역의 놀랍고도 극적인 입장 변화는 유권자들 사이에서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좌우) 이념을 불문하고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했다.


공화당은 “민주당의 범죄 정책이 실패했다”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미 연방수사국(FBI)의 최근 통계를 바탕으로 “범죄율이 안정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FBI는 작년 살인 범죄 건수가 전년 대비 13.2% 줄었다고 19일 발표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팬데믹 이후로 강력 범죄가 급등했고, 아직도 주요 대도시는 팬데믹 이전보다 범죄율이 훨씬 높은 상황”이라며 “전국 차량 절도는 1년 전보다 오히려 10.7% 증가했다”고 했다.(240322)



 

 

 

“국내 노동시장에서 인력난이 제일 심한 분야가 간병과 육아 등 돌봄 서비스입니다. 의사 수급(수요와 공급)만큼이나 돌봄 서비스 인력난도 심각합니다.”

 

 


<오삼일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 팀장이 본지와 인터뷰 하고 있다. 
그는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돌봄 서비스 인력난·비용 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 작성을 총괄했다. 
오삼일 팀장은 "국내 노동시장에서 인력난이 가장 심각한 곳이 돌봄서비스 분야"라고 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5일 “육아와 간병 등 돌봄 서비스 부문의 인력난을 완화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활용하되,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 비용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내용의 ‘돌봄 서비스 인력난·비용 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고령화 등의 여파로 돌봄 서비스 인력 부족 규모가 2042년에는 1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추산했다.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던 최저임금과 외국인 노동자 같은 민감한 사안을 정면으로 다룬 보고서는 상당한 파장을 낳았다. 공감하는 의견이 많았지만, 비판도 적지 않았다. 
민주노총과 외국인 노동자 인권 단체 등은 한은 본관 앞에서 “차별적이고 반인권적 발상”이라고 비판하는 시위를 열기도 했다.

 

 




이 보고서 작성을 총괄한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오삼일 팀장은 지난 21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보고서 때문에 한은 앞에서 시위가 벌어진 것은 역사상 처음이라고 한다”면서도 “돌봄 서비스 이슈가 공론화된 것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가 큰 파장을 일으켰는데.

“(비판 시위 등) 많은 일이 있었지만, 각자 자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한국은행은 리서치(연구)를 기반으로 얘기하는 곳이다. 연구를 토대로 해야 할 얘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론 ‘이 정도 얘기도 못 하면 안 되지 않느냐’는 생각이 있었다.”


-돌봄 서비스를 보고서 주제로 선정한 이유는.

“작년 여름쯤부터 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국내 노동시장에서 인력난이 제일 심한 곳이 어디일까’ 하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연구를 하다 보니 단순 현상 분석에 그치면 ‘앙꼬 없는 찐빵’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 근로자 문제, 최저임금 제도까지 논의가 확장됐다. 다소 이례적으로 논쟁적인 이슈를 발표하게 됐다.”


-돌봄 서비스 노동시장은 어떤 상태인가.

“돌봄 서비스라는 일자리는 특이하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인간이 도맡아야 하는 일자리다. 
그런데 고령화로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선호도가 낮아 공급은 아주 제한적이다. 
구조적으로 인력난과 비용 부담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20년 뒤 돌봄 서비스 노동 공급은 수요의 약 30%밖에 미치지 못한다. 국내 근로자만으로 이런 부족을 메우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최근 의료 대란도 의사 수를 늘리는 의대 증원 문제로 촉발됐다.

“의사 직군은 고숙련 직종이다 보니 경제적 논리만으로 해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원론적으로는 어느 직종이든 지대가 높을 경우 이를 낮추는 게 경제 전체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의사 수급 문제만큼이나 돌봄 서비스 인력난도 심각하다는 것이다. 
의료가 생명과 관련 있다면 돌봄은 일상에서 누구나 직면할 수 있는 생활 문제다. 
돌봄이 해결되지 않으면 여성의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저출산 등 사회 문제나 가족 간병에 따른 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


-외국인 노동자 도입과 함께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주장했다.

“비용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도입할 경우, 고소득층에서만 외국인 근로자를 활용하게 될 것이다. 
돌봄 서비스는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비용을 줄일 대안을 모색한 것이다.”


-노동계는 “내국인 돌봄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한다”고 비판하는데.

“이 문제는 결국 소비자와 공급자의 처지가 갈리는 이해 충돌과 관련 있다. 
하지만 노동 공급자도 결국 이 서비스의 수요자가 된다. 
연구진은 소비자 처지에서 인력난과 비용 부담이 임계치를 넘어서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런 논의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재정을 풀어 돌봄 서비스직을 좋은 일자리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임금을 높이면 노동 공급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어떤 이슈와 맞닥뜨렸을 때 가장 쉬운 방안은 재정을 푸는 것이다. 
하지만 재정은 문제의 본질을 푸는 방법이 아니다. 
결국 그 빚은 나라에 돌아오게 돼 있다. 우리의 대안이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보고서에 대한 건전한 비판은 환영한다. 앞으로 이 문제가 공론화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24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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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률이 들쭉날쭉한 것으로 24일 나타났다. 
같은 해 법원 간에 기각률이 최대 3배 차이를 보였다. 또 같은 법원에서도 연도별로 최대 10%포인트 격차가 생겼다. 
법조계에서는 “이 정도로 구속영장 기각률 차이가 크다면 ‘판사 잘 만나면 불구속되고 잘못 만나면 구속된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구속영장 기각률은 구속영장이 청구된 전체 인원 가운데 영장이 기각된 사람의 비율을 뜻한다. 
본지가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실을 통해 법원행정처 통계를 확인한 결과, 전국 지방법원의 최근 3년간 영장 기각률 평균은 2021년 17.8%, 2022년 18.6%, 2023년 20.5% 등으로 집계됐다. 
연도별 격차가 최대 1.9%포인트였다. 앞서 2018~2020년 기간에 기각률이 꾸준히 18%대를 지킨 것에 비해 차이가 커진 것이다.

 

 




구속영장 기각률이 연도별로 상당한 격차를 보이는 법원들도 있다. 
청주지법은 지난 2021년 기각률이 15.1%였는데 2022년에는 22.7%가 돼 거의 1.5배로 뛰었다. 이어 2023년에는 다시 14.7%로 떨어졌다. 
해당 기간 청주지법에 접수된 구속영장은 각각 610건, 629건, 638건 등으로 큰 차이가 없었는데 기각률만 급등락한 것이다.


비슷한 현상은 다른 법원에서도 나타났다.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에서는 2021년 30%였던 기각률이 2022년 19.8%로 낮아졌다가 2023년 다시 22.5%로 높아졌다. 
서울남부지법에서는 2021년 17.5%였던 기각률이 2022년 23.9%로, 2023년 27.8%로 높아졌다. 
서울동부지법의 기각률도 같은 기간에 23.4%, 25.9%, 28.1%로 해마다 올랐다.


또 법원별로 같은 해 구속영장 기각률에도 큰 격차가 있었다. 
지난 2021년 기각률이 가장 높은 법원은 서울중앙지법(30%), 가장 낮은 법원은 전주지법(10.1%)이었다. 거의 3배 격차였다. 
또 2022년에는 서울동부지법(25.9%)과 의정부지법(13.9%), 2023년에는 서울동부지법(28.1%)과 제주지법(13.3%)이 각각 2배 안팎의 차이를 보였다.


구속영장 기각 또는 발부는 각 법원에서 영장 전담 판사 2~4명이 결정한다. 
영장 전담 판사는 1년을 근무하면 다른 보직으로 옮기고 다른 판사가 와서 영장 전담을 맡게 된다.


한 검사는 “매년 법원에 접수되는 사건의 내용과 경중이 달라 기각률도 어느 정도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일부 법원에서는 기각률 차이가 너무 크다”면서 “구속영장 발부 기준이 형사소송법 등에 추상적으로 규정돼 있어 영장 전담 판사의 성향에 따라 기각 여부가 들쭉날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같은 판사라도 비슷한 사건에 영장 기각 여부가 달라질 때가 있어 ‘로또 영장’이라는 말도 나온다”고 했다.


형사소송법은 세 가지 기준에 따라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게 하고 있다. 
일정한 주거가 없는 경우, 증거인멸 염려가 있는 경우,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경우 등이다. 
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모두 추상적 기준이기 때문에 구속 여부 결정에 있어서 판사의 재량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려고 대법원은 ‘인신 구속 사무의 처리에 관한 예규’를 적용하고 있다. 
증거인멸 염려, 도망 염려를 판단하기 위한 요소로 각각 4개, 15개를 제시하면서 “각종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속 여부를 판단하라”고 하는 내용이다.


한 부장검사는 “대법원 예규도 역시 추상적 기준이라 판사마다 영장 기각 또는 발부에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또 형사사건 전문인 한 변호사는 “수사 기관이 특정 영장 전담 판사를 피해 영장을 청구하려는 이른바 ‘판사 쇼핑’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어떤 판사가 영장을 심사하더라도 예측 가능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법원이 영장 심사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형사재판 경력이 충분한 법관을 영장 전담 판사에 임명하고 각종 교육도 하고 있다”면서 “영장 기각 또는 발부에 판사의 성향이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노력 중”이라고 했다.(240325)

 

 

 

프랑스의 명품 기업 에르메스를 상대로 미국에서 ‘반독점’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에르메스는 최고 인기 라인인 ‘버킨백’을 소수 고객만을 상대로 판매하는 콧대 높은 전략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에르메스 측이 판매 과정에서 다른 제품들을 구매해야 버킨백을 살 수 있도록 소비자에게 사실상 강요했다는 것이 원고들의 주장이다. 
이는 버킨백이란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이용한 불공정 판매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송사에 휘말렸다는 자체가 에르메스의 영향력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에르메스는 이에 대해 곧바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대표 상품인 버킨백. 
영국 배우 제인 버킨에게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가방으로 잘 알려져 있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19일 미 캘리포니아주 주민 2명은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에 제기한 소송에서 에르메스가 버킨백을 살 수 있는 고객을 선별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원고들은 에르메스 판매 직원들이 버킨백을 사려는 고객에게 신발, 스카프, 액세서리 등 다른 제품 구입을 조건으로 제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후 별도의 공간에서) 버킨백을 구매할 자격이 있다고 판단되는 소비자에게만 버킨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버킨백은 온라인에서 구입할 수 없고, 에르메스 매장에도 드러나게 전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고인 티나 카발레리는 에르메스에서 수만 달러를 쓴 후 2022년 버킨백 구입을 문의했지만 그 제품은 “우리 기업을 꾸준히 지원해 온 고객에게 돌아간다”는 답을 들었다고 밝혔다. 
다른 원고인 마크 글리노가도 버킨백을 구입하려고 여러 차례 시도할 때마다 매번 다른 제품을 구입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이들은 버킨백이 인기에 비해 공급이 매우 적고, 이로 인한 엄청난 수요가 에르메스에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제공하고 있다며 에르메스가 이를 이용해 자사의 다른 제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연계 판매’를 하는 것은 독점금지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주장하는 집단소송이 받아들여질 경우 미국 내에서 버킨백을 구매했거나 구매를 시도했던 수많은 소비자들에게도 피해가 인정될 수 있다.


버킨백은 1984년 파리행 비행기에서 당시 에르메스 경영인이던 장 루이 뒤마가 옆자리에 앉은 영국 배우 제인 버킨의 말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버킨은 아기 용품이 많이 들어가는 좋은 가방이 없다며 불만을 제기했다고 한다. 
버킨백은 모델에 따라 1500만원대부터 최대 2억원대를 호가한다. 
구매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도 실제 제품을 받아보기까지 몇 년을 기다리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런 희소성으로 버킨백은 대표적 부(富)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24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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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임금 평균이 일본 기업인들보다 높다는 조사가 나왔다. 
일본은 수십년 이어진 장기 침체 탓에 임금 인상이 거의 없었고, 우리나라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높은 임금 인상이 20년 쌓인 결과지만 우리의 임금 상승 속도 등이 일본에 비해 엄청나다는 사실이 거듭 확인됐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우리나라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가 20년 전보다 커진 반면 일본은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7일 발표한 ‘한·일 임금 현황 추이 국제 비교와 시사점’에 따르면, 2002년과 2022년 한국과 일본의 상용 근로자(10인 이상 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 월 임금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2002년 179만8000원에서 2022년 399만8000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본은 385만4000원에서 379만1000원으로 감소했다. 
2022년 한국 기업 임금이 일본 임금을 추월한 것이다. 
특히 물가 수준 등을 반영한 ‘구매력 평가(PPP) 환율’로는 2022년 한국 임금은 4933달러(약 657만원), 일본은 4061달러(약 540만원)로 한일 간 격차는 더 벌어졌다.


기업 규모별로 2002년에는 대기업·중소기업 모두 일본이 크게 앞섰지만 2022년에는 반대였다. 
20년 사이 한국 대기업 임금은 157.6% 올랐지만, 일본은 6.8% 감소했다. 
중소기업도 한국은 111.4% 올랐고, 일본은 7% 오르는 데 그쳤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우리나라가 더 컸다. 
대기업 임금을 100으로 할 때 중소기업 임금 수준은 한국의 경우 2002년 70.4에서 2022년 57.7로 격차가 커졌다. 같은 기간 일본은 64.2에서 73.7로 줄었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대기업 임금이, 일본은 중소기업 임금이 더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경총은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 대기업의 누적된 높은 임금 인상으로 초래된 임금 격차와 이에 따른 이중 구조 심화가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가져오고 있다”며 “고임금 대기업은 임금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고 청년 일자리 확대와 중소 협력사의 경영 여건 개선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24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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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지식 Q]IS, ISIS, ISIL, ISIS-K… 도대체 뭐가 다르지

 

 

약 140명이 목숨을 잃은 22일 러시아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 배후를 자처한 ISIS-K(이슬람 국가 호라산)의 전신은 이슬람 극단 무장 세력 IS(Islamic State·이슬람 국가)다. 
2011년 9·11 테러를 벌인 오사마 빈 라덴의 알카에다가 반미(反美)를 내세운 극단 이슬람 1세대라면, 2014년 정식 출범한 2세대 IS는 알카에다를 넘어서는 폭력성을 무기로 이슬람 국가 건설을 지향했다. 
IS 출범 이전 ISIS(Islamic State of Iraq and Syria·이라크와 시리아의 이슬람 국가)로 불렸는데, 알카에다의 이라크 지부로 시작해 시리아로 세력을 넓혔기 때문이다.


IS가 테러를 일삼자, 미국·러시아 등이 2019년까지 IS 거점을 소탕했다. 
와해된 IS 세력 일부는 호라산(Khorasan·아프가니스탄과 이란 일대)에서 재기, IS 원조인 ISIS에 호라산의 ‘K’를 붙인 ISIS-K가 됐다. 
3세대 알카에다 격인 ISIS-K는 IS보다 잔혹한 테러를 자행, 악명을 떨치고 있다. 
한편, ISIS는 ISIL(Islamic State of Iraq and the Levant·이라크와 레반트의 이슬람 국가)로도 불렸다. 
레반트는 시리아 등 동부 지중해 연안을 뜻한다.(240403)

 

 

로버트 케네디 출마하는데... 케네디 일가가 백악관에 몰려간 까닭은

로버트 무소속 출마에 가족들 반대 성명… 대선 앞 쪼개진 케네디家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가족들 만류 속 대선 출마
케네디家 상당수, 바이든 지지… 유세 동행도 고려

 


지난 17일 미국 백악관의 대형 접견실인 이스트룸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주최한 ‘성 패트릭의 날’ 축하 행사가 열렸다. 
이 기념일은 5세기 아일랜드의 수호 성인 패트릭을 기리는 기독교 축일이다. 
이날 행사에는 민주당의 정치 명문가인 케네디가(家) 사람들이 50여 명이나 참석해 워싱턴 정가에서 여러 뒷얘기가 나오고 있다. 
아일랜드 민족 축제일인 성 패트릭의 날에 아일랜드계인 케네디가 사람들이 백악관을 방문한 일은 전에도 있었지만,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이번엔 특별한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10월 민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대선 출마를 선언한 ‘제3 후보’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70)가 가족들 만류에도 대선 완주를 공언하고 있는 상황 때문이다.

 

 

<지난 18일 백악관에서 열린 '세인트 패트릭 데이' 축하 행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케네디가 사람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아일랜드에서 이주해 온 케네디가 사람들이 (아일랜드산) ‘기네스 맥주’를 마시려 백악관을 찾은 것만은 아니다”라며 “(이날 행사는) 때론 ‘가족’보다 ‘정치’가 우선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이날 백악관 행사에 불참했다. 
그는 재임 중 카퍼레이드를 하다 암살당한 존 F 케네디(1917~1963) 전 대통령의 조카이자, 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세하던 중 총을 맞고 숨진 로버트 F 케네디(1925~1968) 전 법무 장관의 아들이다. 
환경 전문 변호사로 활동해오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백신 접종 반대’ 활동으로 유명해졌다. 
지난해 여름 케네디가에선 그의 대선 출마를 놓고 한바탕 격론이 벌어졌다. 
“왕성한 가족 대화”라고 전해진 이 과정에서 일부는 케네디 주니어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원격 회의 프로그램인 줌(Zoom)을 통해 화상 회의까지 하며 출마를 만류했다고 한다. 
재선에 도전하는 민주당 소속 바이든이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인 ‘민주당 가문’ 인사의 출마가 바이든 표를 잠식하지 않을까 우려한 것이다. 
가족 일부는 “민주당 후보로 뛰는 것이 낫다”고도 했다. 
하지만 케네디 주니어가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자 누나 캐서린, 형 조셉, 여동생 케리·로리 등 4명은 공개 성명을 내고 “그의 출마는 우리나라에 위험이 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케네디 주니어는 “나에게 사랑이 듬뿍 담긴 편지를 써준 가족도 꽤 많다”며 “반대하는 이들에게 나쁜 감정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케리는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바이든과 케네디 일가가 찍은 단체 사진을 두 차례나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세상이 더 좋아지길 바라지만 말고, 당신이 나서서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에 대한 투표를 독려한 것이다. 
NBC는 20일 “케네디가 사람 일부는 올가을 바이든의 대선 유세에 동행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케네디 가문이 갖는 상징성을 잘 알고 있는 바이든 역시 ‘구애’에 힘을 썼다. 
바이든은 “내가 정치할 수 있게 영감을 준 건 존 F 케네디와 로버트 F 케네디였다”며 “같은 아일랜드 가톨릭 가족으로서 케네디가의 참석을 환영한다”고 했다. 
바이든 역시 아일랜드계 가톨릭 가정에서 자랐다. 
바이든은 자신이 북아일랜드 대통령 특사로 임명한 조 케네디를 향해선 “괜찮아. 57명밖에 안 데려왔군”이라고 농담했다. 
바이든은 취임 후 미국의 주요 우방인 호주 대사에 존 F 케네디의 딸인 캐럴라인 케네디를 임명했다. 
대통령 부인 질 바이든 여사 역시 지난 7일 바이든의 국정 연설 때 존 F 케네디의 조카인 마리아 슈라이버를 초청해 자리에 앉혔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지난달 5일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케네디가의 백악관 단체 방문이 화제가 된 건 케네디 주니어가 의외의 선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애리조나·조지아·미시간 등 이번 대선의 승패를 좌우할 경합주에서 후보 등록을 위한 유권자 서명을 모두 받았는데, 한 표가 소중한 바이든 입장에선 적잖은 골칫거리다. 
실제 케네디 주니어의 선전은 트럼프보다 바이든에게 손해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뉴욕타임스는 “민주당이 제3 후보 약진을 방해하고, 법적 문제 제기를 통해 후보 등록을 지연시킬 별도의 법률팀을 구성했다”고 보도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오는 30일 민주당 아성인 캘리포니아주에서 대규모 행사를 열어 부통령 후보(러닝메이트)를 지명한다. 
그는 일부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20%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 같은 지지가 계속될 경우 11월 대선 직전 있을 세 차례 TV 토론에도 나올 수 있다.(240322)


 

 

[글로벌 5Q] ‘국가안보수호조례’ 홍콩 입법회 통과


‘홍콩의 중국화’ 쐐기 박았다… 반역 혐의에 최대 종신형

 


홍콩 반정부 세력 통제를 대폭 강화하는 ‘국가안보수호조례[維護國家安全條例]’가 19일 홍콩 입법회(의회 격)에서 통과됐다. 
중국 정부가 2020년 6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4년 만에 ‘홍콩 중국화’에 쐐기를 박는 자체적인 법안을 제정한 것이다. 
홍콩 입법회의 입법위원 88명과 입법회 주석은 이날 전체 회의에서 홍콩 정부가 제출한 조례를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논의부터 통과까지 단 50일이 걸려 ‘홍콩 반환 이후 가장 빠르게 제정된 법안’에 등극했다. 
‘홍콩 기본법(미니 헌법) 23조’에 근거했다는 이유로 중화권에선 이 법이 ‘23조 법’이라고 불린다. 오는 23일부터 발효된다.

 

 

<작년 12월 22일 반중 매체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의 국가보안법 재판이 열린 홍콩 서구룡 법원 밖에서 경찰이 영국 국기를 든 활동가 알렉산드라 웡을 막고 있다. 
홍콩에서는 19일 홍콩판 국가보안법이 통과됐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일인자)은 “오늘은 홍콩의 역사적인 날”이라면서 “(영국이 홍콩을 반환한 지) 26년 8개월 19일을 기다려 홍콩의 모두가 힘을 합쳐 영광스러운 역사를 썼다”고 말했다. 
23조 법의 의미와 영향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본다.

 

 

<19일 홍콩 입법회(의회 격) 전체 회의에서 '국가안보수호조례'가 만장일치로 통과된 직후 앤드루 렁(앞줄 맨 왼쪽) 홍콩 입법회 주석, 존 리(앞줄 왼쪽에서 둘째) 홍콩 행정장관과 입법위원들이 박수 치고 있다. 
법안 논의부터 의회 승인까지 단 50일이 걸린 이 법안은 반역이나 내란 등 범죄에 최대 종신형을 선고하는 내용을 담았다. 
홍콩을 중국 체제에 통합하고 반중(反中)의 싹을 자르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Q1. 이번에 제정된 법은 무엇인가

홍콩 내 반중(反中)·반정부 세력을 감시하고 처벌하는 중국의 홍콩보안법을 보완하기 위해 홍콩이 자체적으로 만든 국가 보안 관련 법이다. 
법 제정의 근거가 되는 홍콩 기본법 23조는 홍콩이 자체적으로 국가 분열, 선동과 반란, 국가 기밀 절도 등을 금지하는 법안을 입법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새 법은 중국이 홍콩보안법에 담고자 했던 내용들을 노골적으로 채워넣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만 연합보는 새 법이 국가 배반[叛國], 국가 분열, 선동·반란, 정부 전복, 국가 기밀 절취, 외국 정치 조직·단체의 홍콩 내 정치 활동, 홍콩 정치 조직과 외국 단체의 교류 등 분야에서 ‘7가지 대죄(七宗罪)’를 규정했다고 분석했다. 
대부분은 적용 범위가 모호하게 광범위하다. 새 법에는 특히 ‘외부 세력과의 결탁’을 원천 차단하는 조항이 다수 들어 있다. 
외부 세력엔 외국 정부·정당·국제기구 및 일부 외국 기업 등 광범위한 대상이 포함된다. 
반역·내란죄는 최대 종신형을 선고할 수 있고, 허위 사실 공표 등 죄질이 비교적 가벼운 경우에도 외부 세력과 공모했다면 10년형에 처할 수 있다.


◇Q2. 왜 제정했나

‘홍콩의 중국화’를 가속하고 반중의 싹을 자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앞서 중국은 2019년 홍콩에서 발생한 대규모 반중, 반정부 시위를 계기로 홍콩보안법을 제정했다. 
2022년에 취임한 친중 성향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23조 법 제정을 임기 내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 
중국 입장에선 홍콩보안법 시행으로 홍콩 통제가 탄력을 받은 현시점이 23조 법을 제정할 절호의 기회로 여겼을 수 있다. 
23조 법은 미·중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서구와 가까웠던 홍콩을 폐쇄하는 효과도 있다. 
실제로 새 법은 특정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외국 세력과 공모할 경우 독립적인 범죄보다 더 엄중한 처벌을 내리고 홍콩 경제·사회 관련 정보까지 국가 기밀로 간주한다. 
중국 입장으로만 보면, 23조 법 제정은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홍콩의 이웃인 마카오는 일찌감치 2009년 자체적인 국가보안법을 통과시켰다. 내용은 23조 법과 비슷하다.

 

 

 



◇Q3. 홍콩 시민들은 반대 안 하나


안 하는 것이 아니다. 못 하는 것이다. 
왜 그러는지를 이해하려면 중국의 체계적인 홍콩 비(非)민주화 과정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홍콩에서 23조 법을 제정하려는 첫 시도는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 5년 만에 나왔다. 
2002년 9월 홍콩 정부는 3개월의 공공 협의를 거쳐 초안을 내놨다. 
이듬해 7월쯤 법안이 통과되리라 기대했지만, 이 법으로 시민권과 자유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여론이 홍콩에서 형성되며 상황이 반전됐다. 
2003년 7월 50만명이 거리로 나와 법 제정 반대를 외쳤다. 
2012년 행정장관에 오른 렁춘잉도 여론을 의식해 제정을 추진하진 못했다. 
그러나 2017년 강경 친중 성향 캐리 람이 행정장관에 오른 이후 시위 탄압을 강화하며 23조 법 제정 여론 조성에 힘썼고, 2022년 취임한 존 리 행정장관이 법안을 쾌속으로 통과시켰다.


◇Q4. 그런데 이번엔 왜 조용한가

최근 몇 년 동안 홍콩보안법 시행과 홍콩 선거법 개정, 장기 코로나 방역으로 홍콩 내 민주 세력이 괴멸됐기 때문이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홍콩 내 반중 시위대는 동력을 잃었다. 
중국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같은 해 6월 홍콩 내 반중·반정부 세력을 감시하고 처벌하는 홍콩보안법을 시행했다. 또 2021년 ‘애국자(친중 인사)’만 홍콩의 선출직이 될 수 있다는 선거법을 처리하며 야당 없는 입법부를 차근차근 만들었다. 
2022년 12월 19일 실시된 홍콩 입법회 선거는 전체 90석 가운데 89석을 친중계가 차지했다. 
2016년 입법회 선거 때 친중 진영이 40석, 민주·중도가 30석을 차지했던 것과 완전히 달라졌다. 
이 과정에 반대 여론을 형성해온 빈과일보를 강제 폐쇄하기도 했다. 
결국 거리에도 의회에도 23조 법 반대를 위해 싸울 사람이 남지 않게 된 것이다.


◇Q5. 앞으로 홍콩은 어떻게 되나

이번 법안 통과로 홍콩 사회가 더욱 경직되고, 흔들리던 ‘아시아 금융 허브’ 위상도 한층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홍콩 내 대규모 반중 시위가 원천 차단되고 홍콩에서 공권력이 강화되며 시민 자유가 제한될 전망이다. 홍콩의 ‘특별지위’도 회복되기 어려워졌다. 
미국은 1992년 홍콩정책법을 제정해 관세·투자·무역 등에서 홍콩을 중국 본토와 다르게 우대했지만, 2020년부터 이러한 지위가 철회된 상태다. 
아울러 홍콩의 기업들이 23조 법의 리스크를 고려해 자본과 인력을 다른 곳으로 옮길 가능성도 있다. 
미 국무부는 19일 23조 법에 대해 “한때 개방적이었던 홍콩의 폐쇄를 가속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법의 많은 문구와 범죄가 빈약하게 정의됐으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잔즈훙 대만·홍콩경제문화합작책진회(策進會) 이사장은 “외국인의 홍콩 여행과 비즈니스가 모두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24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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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전은 김광석·황정민 키워낸 ‘문화 사관학교’


‘배움의 밭’ 의미, 1991년 설립
배우·연주자 등 780명 거쳐가

 



‘배움의 밭.’ 
1991년 3월 15일 김민기가 설립한 소극장 ‘학전(學田)’의 이름 뜻이다. 
“문화예술계 인재를 촘촘하게 키워내는 못자리”를 바랐던 그의 초심은 지난 33년간 다양한 분야의 인재 추수로 이어졌다. 
학전이 기획·제작한 359개 작품으로 배출된 배우, 연주자, 스태프만 780명. 설경구, 황정민, 김윤석, 조승우, 이정은, 장현성 등 굵직한 이름들이 탄생했다.


대중음악계에도 학전에 뿌리를 박고 자란 모들이 많다. 
1991~1995년 학전에서 1000회 라이브 공연으로 이름을 알린 고(故) 김광석을 비롯해 들국화, 안치환, 이소라, 장필순, 윤도현, 성시경, 유리상자, 장기하 등이 학전에서 노래했다. 
1990년대 말 댄스 음악 인기의 공습으로 통기타 라이브 공연들이 수익에 어려움을 겪을 땐 학전이 숨통을 틔워주는 대피소 역할을 하기도 했다.

 

 




1994년 학전이 초연한 ‘지하철 1호선’은 ‘아침이슬’ ‘상록수’의 가수 대신 ‘학전 대표’로 불리길 원했던 김민기의 첫 뮤지컬 연출작이다. 
그가 독일 뮤지컬 ‘Line1′을 한국어로 직접 번안한 극 속에는 베를린 대신 IMF 시절 서울의 풍속화가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4000여 회 공연 동안 73만명 관객이 들었고, “원작을 뛰어넘는 각색”이라며 1000회 차부턴 저작권료를 면제받을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우리는 친구다’(2004) ‘고추장 떡볶이’(2008) 등 어린이 공연들은 ‘김민기의 학전’이 추구한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준 무대다. 
2011년 20주년 당시 어린이 공연은 이미 회당 4000만~5000만원의 적자가 나고 있었다. 
지하철 1호선으로 모아둔 자금을 다 쓰고도 운영난이 이어졌지만, 김민기는 “미련하지만 이게 학전이 문 닫을 때까지 내가 할 일”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 아이들이 너무 바빠요. ‘교육 횡포’로 학원 가느라 극장에 올 수가 없어요. 그래도 아동·청소년의 현실을 담은 공연은 필요하잖아요.”(240315)


 

 

美 육사 강령서 ‘맥아더 정신’ 지웠다, 이유는?

웨스트포인트 교장, ‘의무·명예·조국’ 빼고 ‘육군의 가치’ 넣어 논란



‘의무(Duty), 명예(Honor), 조국(Country).’


미국 뉴욕주에 있는 미군 최정예 장교 양성의 요람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가 생도들에게 4년 내내 되뇌도록 하는 ‘학교 강령(mission statement)’이다. 
군 지휘관으로 항상 국가에 대한 의무를 생각하면서 군의 명예를 더럽히지 말라는 뜻이다. 
이 강령을 미국인들에게 널리 알린 사람은 6·25 전쟁 영웅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다. 
웨스트포인트 동문으로 이 학교 교장도 지낸 그는 세상을 떠나기 2년 전인 1962년 모교에서 연설을 통해 이 단어를 언급했다. 
이후 많은 미국인들이 알게 됐고, 지난 1998년 학교 강령으로 공식 채택됐다. 
그런데 학교 당국이 이 강령을 다른 단어로 바꾸기로 하자 보수 진영이 들고일어나면서 이념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정치·사회·문화 등 미국의 각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 논쟁에 군(軍)까지 휘말리는 양상이다.


웨스트포인트는 지난 11일 보도 자료를 내고 학교 강령 교체 사실을 발표했다. 
스티븐 길랜드 교장(중장)은 “전쟁에서 싸우고 승리할 지도자를 배출해야 하는 웨스트포인트는 정기적으로 우리 자신을 평가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이에 따라 지난 1년 반 동안 우리의 비전과 전략 등을 검토했고, 강령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교의 새 강령을 ‘의무·명예·조국’에서 ‘육군의 가치(Army values)’로 바꿨다고 했다. 
그는 “크리스틴 워머스 육군장관과 랜디 조지 육군 참모총장 모두 변경안을 승인했다”며 “의무·명예·조국 이 세 단어는 여전히 웨스트포인트 문화의 근간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발표는 후폭풍을 불러왔다. 
교체 사실이 알려진 사흘 뒤인 14일 웨스트포인트 동문 단체 중 하나인 ‘맥아더 웨스트포인트 졸업생 협회’가 ‘조국’과 ‘의무’가 공식 강령에서 삭제된 것을 문제 삼아 학교 당국을 겨냥해 포문을 열었다. 
협회는 성명에서 “새 강령은 ‘좌파 이데올로기’를 반영하고 있다”며 “우리의 적들이 (웨스트포인트에) 침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국’ ‘의무’와 같이 군인으로서 가져야 할 명확한 기준을 ‘가치’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대체하기로 한 결정이 육군의 역량을 약화하려는 의도 아니냐”고도 했다. 
엄정한 기율과 상명하복을 중시하는 군에서 사관학교 동문들이 현직 장성이 이끄는 모교 당국을 들이받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그런데 이 같은 공세에 웨스트포인트가 강령 변경 이유나 배경 등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으면서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보수 진영에 몸담고 있는 주요 동문과 군 출신 인사들이 비판에 가세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안보보좌관을 지냈던 마이클 플린 예비역 중장은 소셜미디어에 “시대를 초월한 표현(의무·명예·조국)이 DEI 같은 새로운 ‘가치’로 바뀌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DEI는 다양성·형평성·포용성(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을 뜻하는 말로 민주당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군의 다양성 강화를 위해 강조하는 개념이다.


공화당 폴 고사, 클레이 히긴스 하원의원 등은 “우리 군에 ‘워크’(woke·깨어 있음)가 완벽하게 침투했다”고 했다. 
워크는 원래 PC 가치관을 중시하는 생활양식을 뜻하는 말이었지만, 보수 진영에서 PC를 멸시·조롱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 
이날 X(옛 트위터)에서도 “의무와 명예, 조국을 마음에 품은 채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켰다” “오래된 전통을 누가 어떤 권한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냐” 등 웨스트포인트 출신 예비역들의 항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미국 뉴욕주 웨스트포인트 캠퍼스에 있는 한 동상에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널리 알렸던 학교 강령 ‘의무(Duty), 명예(Honor), 조국(Country)’이 새겨진 모습. 
그러나 학교 당국이 최근 이 강령을 교체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군대 내 다양성 중시 정책에 불만이 쌓였던 보수 성향 웨스트포인트 동문들이 학교 강령 교체를 계기로 누적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국방부는 DEI 부서를 신설해 인종 및 성소수자 차별 금지, 군대 내 트랜스젠더를 위한 수술·치료 지원 등을 시행해왔다. 
이런 움직임에 공화당은 “국민을 최전선에서 지켜야 하는 군에서까지 좌파 이념을 주입하려 한다”며 강력 반발해왔다. 
그런데 웨스트포인트의 새 강령인 ‘가치’가 DEI를 연상시킨다는 주장이 보수 진영 동문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강령 변경을 생도 지원자 숫자를 늘리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기도 한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군대 인기가 떨어지면서 지원율을 높이기 위해 ‘조국’이나 ‘의무’처럼 진중한 표현을 삭제했다는 것이다. 
1802년 개교한 웨스트포인트는 미 연방정부에서 운영하며 학비를 전액 지원하는 국립 사관학교지만, 최상위권 사립 명문대 못지않은 평판과 전통을 자랑한다. 
하지만 최근 미국 사회의 전반적인 군 입대 기피 분위기의 영향으로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AP에 따르면 웨스트포인트는 입학 2년 전인 11학년(고등학교 2학년)에 지원서를 받고 있는데, 2026학년도 신입생 모집에 전년 대비 약 10% 감소한 1만2589명이 지원했다.(240316)


☞정치적 올바름(PC)

Political Correctness의 줄인 말. 
다양성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추구해 일상에서 성소수자등 소수 계층이나 약자에 대한 편견을 타파하고 이들을 배려하려는 움직임을 말한다. 
인종과 성별, 종교 등을 근거로 차별하지 말고 포용성을 증진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특정 인물의 발언이나 영화 등 콘텐츠를 금기시하는 일이 잇따르면서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또 다른 폭력’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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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 3Q] ‘틱톡 금지법’ 하원 통과됐는데 트럼프는 왜 갑자기 반대하나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 소유 동영상 기반 소셜 미디어 ‘틱톡’을 강제 매각해 미국에서 퇴출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틱톡 금지법’이 13일 미국 연방 하원에서 찬성 352 대 반대 65라는 압도적 표차로 가결됐지만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14일 워싱턴DC 백악관 앞에서는 수백명이 집결해 반대 시위를 열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법안이 통과되면 서명하겠단 입장이고, 트럼프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틱톡 금지법을 둘러싼 논란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13일 미국 워싱턴DC 연방 의사당 앞에서 틱톡 사용자들이 의회에 상정된 ‘틱톡 금지법’에 반대하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연방 하원은 본회의를 열어 틱톡 금지법을 찬성 352, 반대 65로 가결했다.>

 


Q1. 입장 바꾼 트럼프, 오락가락하는 이유는?

틱톡 금지를 줄곧 주장해온 트럼프는 최근 “페이스북이 더 문제”라며 입장을 바꿨다. 
틱톡을 퇴출해 자신과 사사건건 충돌해왔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이 반사이득을 보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소 석연찮아 보이는 해명 때문에 일각에선 지난 1일 플로리다에서 이뤄진 트럼프와 공화당 거액 기부자 제프 야스의 만남이 트럼프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낸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보수 단체 또는 공화당 정치인에게 1년에 많게는 500억원 이상도 쾌척하는 야스는 바이트댄스 지분의 상당부분을 가진 핵심 주주로 알려져 있다. 
폴리티코는 “야스가 트럼프의 귀를 사로잡았다”고 했는데, 각종 소송으로 돈줄이 마른 트럼프와 야스가 모종의 거래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트럼프는 4년 전에도 틱톡 금지를 추진했다 틱톡을 고객사로 두고 있는 오러클의 창업자 래리 엘리슨의 집요한 설득에 뜻을 접은 전례가 있다.


Q2. 트럼프 반대에도 공화 의원들 왜 찬성했나?

법안은 공화당 마이크 갤러거 의원과 민주당 라자 크리슈나무르티 의원 등이 공동 발의해 8일 만에 속전속결로 통과됐다. 
그만큼 미 의회 내 중국에 대한 견제 심리가 진영을 초월해 팽배해 있었고, 이로 인해 공화당 다수 의원 사이에서도 “지금 와서 되돌리기 어렵다”는 정서가 퍼져 있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바이트댄스가 중국 공산당의 요구로 사용자들의 개인 정보를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그런 유출 상황을 막겠다는 게 이 법의 핵심 취지이고 이는 초당적 공감을 이끌어냈다. 
트럼프가 방송에 출연해 법안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밝혔지만 반대를 종용·압박했다기보다는 개인적 의견 차원으로 인식됐다. 
법안 통과를 주도한 공화당 캐시 맥모리스 로저스 의원은 “이 법은 재임 중 틱톡이 ‘국가 안보 위협’이라 말한 트럼프 인식과 일치하는 것”이라며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Q3. 향후 절차는 어떻게 되나?

하원처럼 상원에서 속전속결로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상원 다수당인 민주당의 척 슈머 원내대표는 “의원들과 대화해볼 것”이라면서도 아직 투표에 부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하원과 달리 상원 내부적으로는 법안에 대한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공화당 랜드 폴 의원 등은 “표현의 자유를 명문화한 수정헌법 1조에 위배된다”며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미국 내 사용자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1억90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바이든조차 최근 ‘젊은 이미지’를 위해 틱톡 계정을 만들었을 정도다. 
틱톡은 인플루언서와 이용자들을 동원해 각 의원실에 항의 전화·문자를 독려하는 반대 캠페인을 펼치는 등 발 빠른 대응에 나섰고, 상원에서 통과되더라도 위헌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틱톡의 미국 내 퇴출이 실현될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24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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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생계비가 전 세계 도시 227곳 중 16번째로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전 세계 도시의 삶의 질을 평가하는 항목에선 241곳 중 81번째 순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머서(Mercer)가 지난 2023년 전 세계 주재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18일 발표한 내용이다. 
서울 생계비는 영국 런던(17위), 이웃 나라 일본 도쿄(19위)보다 비싼 수준이었다. 
서울의 주거비와 교통비, 식품비와 의복비 같은 전반적인 생활 비용이 매년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이젠 전 세계 웬만한 주요 도시를 웃도는 수준이 된 것이다. 
지난 2020년만 해도 일본 도쿄는 3위였고, 서울은 11위였으나 수년 사이 기록적인 엔화 가치 하락과 상대적인 서울 물가 상승으로 두 도시의 생계비 순위가 뒤집혔다.

 

 




머서가 매년 발표하는 생계비 조사는 전 세계 도시의 주거비와 교통비, 식품비, 의복비 등 200개 항목의 가격을 미국 달러로 환산해 종합 비교한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직원들을 해외에 파견하면서 체재비를 책정할 때 참고 자료로 활용하기도 한다.


머서 조사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전 세계에서 생활비가 가장 많이 드는 도시 1위는 홍콩이었다. 2위가 싱가포르였다. 
머서는 “아시아권 나라가 1~2위를 차지했다”고 했다. 
생계비 ‘상위 10위’ 도시 중 4곳이 스위스에 있었다. 3위 취리히, 4위 제네바, 5위 바젤이다. 
미국 뉴욕은 6위였다. 덴마크 코펜하겐이 9위, 미국 로스앤젤레스 11위, 중국 상하이 12위, 중국 베이징은 13위였다.


서울은 작년보다 두 계단 떨어진 16위였다. 
세계에서 생계비가 비싸기로 유명한 홍콩과 싱가포르, 스위스와 미국 뉴욕, 덴마크 같은 일부 북유럽 국가를 제외하면 서울이 가장 생계비가 비싼 도시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닌 상황이다. 
일본 도쿄(19위)보다도 생계비가 많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을 뿐 아니라, 유럽 웬만한 도시보다 순위가 높았다. 
런던(17위), 두바이(18위), 보스턴(21위), 시카고(24위), 빈(25위), 헬싱키(34위), 파리(35위) 등이다. 
도쿄는 엔화 가치 하락 등으로 최근 몇 년 사이 계속 생계비 순위가 낮아져 지난 2020년 3위에서 2023년엔 19위로 크게 떨어졌다.

 

 




뛰어오르는 서울의 생활 물가도 생계비를 높인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전 세계 주재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지표인 만큼 이들이 공통으로 가장 많이 구입하는 품목 중 하나인 버터 물가를 살펴봤을 때, 작년 한 해 서울의 버터 물가는 전년보다 26% 올랐다. 전 세계 도시 평균 상승률은 23.8%였다. 
또 지난해 우유 소비자물가 지수가 전년보다 9.9% 상승한 것이 버터 가격 상승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기간 뉴욕이 20.2% 올랐고, 파리 20.3%, 싱가포르는 17.4% 올랐다.


머서는 또한 전 세계 도시의 삶의 질 순위를 측정하는 지표를 함께 발표했다. 
이 조사 역시 전 세계 파견 지역에 있는 해외 파견 직원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한다. 
전 세계 도시 241곳 중 서울은 도시 삶의 질 부문에선 81위에 그쳤다. 
머서는 삶의 질을 측정할 때 “각 도시의 소비재 가격과 경제 환경, 주택 안정, 의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환경, 정치적·사회적 환경, 공공 서비스 및 교통, 휴양, 사회 문화적 환경, 자연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런 조건을 잘 충족해 삶의 질이 가장 좋은 도시는 오스트리아 빈으로 꼽혔다. 
2위는 스위스 취리히였고, 3위는 뉴질랜드 오클랜드였다. 
덴마크 코펜하겐이 4위, 스위스 제네바가 5위였다. 싱가포르는 29위, 도쿄는 50위였다. 
포르투갈 리스본(39위), 슬로베니아의 류블랴나(78위), 헝가리 부다페스트(80위) 같은 도시들도 서울보다 삶의 질이 앞선 곳으로 꼽혔다.(24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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