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불붙인 서머타임 폐지 논쟁
美 106년 만에 존폐 기로에
미국에서 106년 동안 시행해 온 ‘서머타임(일광 절약 시간제)’ 제도가 폐지 기로에 섰다.
내년 1월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이 제도가 불편하고 비효율적이라며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트럼프의 ‘서머타임 반대’를 계기로 미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서머타임을 시행 중인 유럽에서도 서머타임 찬반 논란이 불붙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13일 자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서머타임은 불편하고 국가에 큰 부담이 된다. 공화당은 (서머타임) 폐지를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썼다.
앞서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인도계 기업인 비벡 라마스와미가 공동 수장을 맡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새 조직 ‘정부효율부’가 연방 공무원 수 감축, 재택근무 폐지 등과 함께 서머타임 제도 철폐를 주력 정책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지난 5일 보도했다.
서머타임은 해가 비교적 일찍 뜨고 늦게 져 ‘낮’이 길어지는 여름이 되면 표준시(時)를 한 시간씩 앞당기는 제도를 말한다.
서머타임이 없을 때보다 일과를 한 시간 일찍 시작하고, 한 시간 일찍 끝내는 셈이 된다.
현재 서머타임을 시행 중인 나라는 미국·캐나다·호주·이스라엘과 유럽연합(EU) 회원국 등 총 70여 국이다.
적용 기간은 나라마다 다소 다른데, 1918년 이를 도입한 미국의 경우 매해 3월 둘째 일요일에 시작해 11월 첫째 일요일에 끝난다.
서머타임을 도입할 당시 취지는 해가 뜨자마자 일찌감치 일과를 시작하고 빨리 끝냄으로써, 어둑해진 후까지 활동할 때 조명 등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절약하자는 것이었다.
제도 존속에 찬성하는 이들은 이 밖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본다.
예컨대 퇴근 이후 야외 레저 활동을 할 시간이 길어져 국민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식이다.
서머타임을 적용하면 어두운 시간의 활동이 비교적 줄어 강도 등 거리 범죄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미 경제학자 제니퍼 돌리치·2015년)가 나오기도 했다.
반면 서머타임 폐지론자들은 이점에 비해 치러야 할 비용이 너무 크다고 주장한다.
서머타임 시행과 종료에 맞춰 매년 두 번씩 표준시를 조정하는 데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들어 국가 발전을 오히려 저해한다는 것이다.
미 유타주립대 윌리엄 F 슈가트 2세 교수는 지난해 3월 “표준시 조정으로 연간 최소 17억달러(약 2조4415억원)의 국가적 손해가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서머타임을 시행하지 않는 나라들과의 일정 혼선을 막기 위한 비용도 만만찮다.
예를 들어 항공업계는 서머타임을 운용하지 않는 나라와 운항 일정을 맞추기 위해 매년 적잖은 돈을 전산 작업 등에 써야 한다고 알려졌다.
“서머타임이 국가에 큰 부담이 된다”는 트럼프의 주장 역시 이러한 근거를 토대로 했을 것이라고 미국 매체들은 분석한다.
서머타임이 건강을 오히려 해친다는 의견도 있다.
전미심장협회(AHA)는 지난 3월 미시간주 등 일부 지역 병원 통계를 인용, 서머타임이 개시되는 첫 월요일에 심장마비 발생률이 약 20%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AHA는 “갑작스러운 표준시 변경을 생체 리듬이 따라가지 못해 기존 심장 질환을 갖고 있던 이들의 발병 위험이 커진다”고 했다.
서머타임을 적용하면 갑자기 기상 시간을 한 시간 당겨야 해서, 몸이 적응하는 데 부담을 느낀다는 뜻이다.
비슷한 이유로 서머타임 시행 초기에 오전 업무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경험담도 많다.
미 정계에선 마르코 루비오 상원 의원(공화당) 주도로 2022년 3월 서머타임을 폐지하자는 법안이 발의됐다가, 민주당 우위였던 하원에서 막힌 적이 있다.
루비오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무장관에 지명돼 트럼프가 주장하는 ‘서머타임 폐지론’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특히 지난달 치러진 선거에서 미 상·하원을 모두 공화당이 장악한 상태여서 관련 법안 발의·통과가 일사천리로 이뤄지리라는 관측이 많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서머타임 폐지 여론은 점점 힘을 얻고 있다.
EU 입법 기구인 유럽의회가 2018년 유럽 거주자 460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서머타임 폐지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84%에 달했다.
당시 EU 집행위원장이었던 장클로드 융커 전 룩셈부르크 총리가 “(여론에 따라) 서머타임을 폐지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하며 관련 논의가 흐지부지된 상황이다.
유로뉴스 등 유럽권 매체들은 최근 “서머타임이 에너지 절약에 미치는 영향은 이제 미미하다. 뒷전으로 밀려났던 서머타임 존속 논의가 유럽의회 의원들 사이에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로위클리뉴스는 “올해가 유럽에서 서머타임을 보내는 마지막 해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의 경우 1948년 미국을 따라 서머타임을 도입했지만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들고 직장인들의 출·퇴근 시간에 혼란을 준다는 반발 여론이 높아지면서 1960년 중단됐다.
서울올림픽 때 미국 등 주요국과 시차를 줄이자는 취지로 1987~1988년 한시적으로 시행된 적은 있다.
2009년 이명박 정부가 재도입을 시도했다가 반대 목소리가 커지자 접었다.(241216)
☞서머타임(summer time)
평소보다 해가 일찍 뜨고 늦게 지는 여름이 되면 표준시를 한 시간씩 앞당기는 제도.
영어로는 ‘daylight saving time’이라고 하나 영국 등에선 서머타임이라고 주로 표현된다.
직역하면 ‘일광 절약 시간제’란 뜻이다.
1차 세계대전 때인 1916년 독일이 조명 등에 들어가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시행했다.
미국은 1918년, 유럽연합(EU)은 출범 3년 뒤인 1996년에 시작했다.
한국은 1948년 미국을 따라 도입했다가 1960년 중단했다.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1987~1988년 일시적으로 시행한 후 재도입된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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